[대한매일 창간95] 21세기 유망산업
충북 청원군 척북리 첨단산업 협동화단지에 자리한 ㈜바이오니아.
한적한 교외 언덕에 공장창고를 연상케하는 3개의 작은 건물들이 보잘 것없어 보인다.그러나 이곳은 한국 유전자산업의 선구자임을 자부하는 60여명의 ‘모험가’들이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전당이다.
바이오니아는 지난 92년 설립, 국내 최초의 유전체 연구(genomics)를 하는독보적인 벤처기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명공학연구소 분자세포 생물학연구부 선임연구원이었던 박사가 세웠다.
당시 유전자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박사장는 일찌기 이곳에 눈을 돌려 21세기 유전자 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유전자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유전자정보 해석 도구들이다.
유전자 산업이란 아직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숱한 유전자 DNA 정보를 캐내이를 약품이나 농작물,화학제품 개발 등에 활용하는 첨단산업이다.
해석 도구들은 유전자의 수를 증폭하고 유전자 기초정보인 염기배열을 밝혀내는 시약과 첨단 장비들로 나뉜다.
박사장은 “이들이야 말로 21세기 경제전쟁의 핵심을 이룰 유전자 전쟁에대비한 첨단 무기”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A동 건물은 시약개발 및 생산을 하는 곳.첨단장비와 시험관 등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이곳에서 10여명의 젊은 연구원들이 제품개발에 한창이다.지난 7년동안 모두 100여종의 시약을 개발했다.
한 연구원은 “유전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필요한 시약들이 거의 망라돼있다”고 자랑했다.
이 가운데 손꼽을 만한 것은 유전자 증폭시약,유전자 합성시약,염기서열 해석 시약이다.
유전자 증폭시약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유전자의 수를 1억∼10억배 정도복제시킴으로써 육안검사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실 한켠에서는 이 회사가 개발한 용액자동 분주장치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이 장비는 시약을 양산하는 일등공신이다.5㎎ 용량의 튜브에 담긴 시약을 하루 5,000∼1만개 만들고 있다.
아직 내수에 그치고 있지만 대학병원·연구소 등에 납품,지난해 10억원의매출을 올린 제품이다.
연구실 중앙에는 유전자 증폭기가 소리없이 돌아가고있다.
증폭기에는 60도,70도,90도의 서로 다른 온도의 물이 분리돼 들어있다.이물속을 시약과 유전자가 함께 담겨있는 튜브가 번갈아가며 들어가면 유전자가 대량 복제된다.
유재형(兪在亨) 개발팀장(33)은 “이 시약은 미국의 최대 과학기기 공급업체인 피셔 사이언티픽사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받았을 정도의 유망 수출제품”이라고 말했다.현재 이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중이라고 귀띔한다.
증폭시약의 일부는 같은 연구실에 있는 염기결정 시약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팀에게 공급된다.염기결정 시약은 유전자의 기초정보단위인 염기배열구조를 해석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시약 가운데 하나다.
한 연구원은 “증폭시약이 유전자정보 검사를 가능하게 하는 1차 단계의 시약이라면,염기결정 시약은 유전자의 정보를 담고있는 염기배열을 해석하는 2차 단계의 핵심 시약”이라고 설명했다.현재 이 시약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자동 염기배열 분석기를 한창 개발중이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를 해석하는 기술이 있다 해도유전자의 특정부위 만을따로 뽑아내는 기술이 없으면 실용화하기는 어렵다.인체내에 있는 35억개의염기배열을 모두 분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돈(李在敦·40) 유기합성팀장은 “예컨대 암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의심되는 유전자 부분만을 따로 떼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유전자 합성시약과 대용량 유전자 합성장치”라고 소개했다.
합성 시약은 고르고자 하는 유전자의 특정부위 위치를 지정해주는 역할을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기능을 한다.또 보다 많은 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더 빨리 분석하기 위해선 이런 합성유전자를 빠른 시간안에 많이생산해야 한다.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대용량 합성장치다.
박사장은 “합성 유전자는 보통 20∼30개의 염기로 이뤄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장비는 한번에 3,000개 이상 합성할 수 있어 외국의경쟁제품보다 10배가량 합성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B동과 C동은 첨단장비를 개발하는 보고다.기계장비들이 곳곳에놓여있어 시약개발을 하는 A동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직원들은 전자공학,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로서 시약개발팀의 주문에 따라 기계설계,회로 및 제어장치들을 개발한다.
이곳에서는 7종의 장비가 개발됐다.가로 세로 1.8㎝ 크기의 작은 칩에 DNA시료를 최대 4만개가량 담을 수 있는 첨단 정밀장비인 ‘DNA칩 빌더’와 4,000개 정도의 DNA를 한꺼번에 추출할 수 있는 ‘자동 다량 유전자 추출장치’ 등이다.
이 장비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웃도는 부가가치를 낳고있다.
바이오니아는 시약개발과 장비판매로만 올해 4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예정이다.내년과 후년에는 각각 100억원,4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정보 해석도구들은 바이오니아의 향후 사업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박사장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인체 질병에 간여하는 단백질 유전자정보를 알아냄으로써 이를 무력화시키는 약품을 만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이 기술은 세제용 효소나 펄프제지용 효소 등 산업용 효소 개발이나 인체에는 무해한 농약개발 등과같이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는 “현재 인체내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종류는 10만가지이며이 가운데 인간의 질병에 간여하는 것은 1만개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자 정보가 밝혀진 것은 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사장은 얼마전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유전자225개를 발견,세계적 제약회사인 바이엘사에 이 가운데 10%를 제약과정에 이용하게 하는 조건으로 라이센스료로 4억6,500만달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우리도 해석도구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중반기 이후 이같은 질병원인 연구를 본격화하겠다”는 게 박사장의 야무진 포부다.
창원 김환용기자 drago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