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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정부패 4대 백신 프로젝트 기대 크다

    정부가 어제 ‘부정부패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패 요인을 감시·경고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예산 낭비와 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 달라”며 부패척결 의지를 강조한 데 이은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과거 모든 정권이 비리 척결을 강조했지만 결국 표적 수사나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번 대책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니라 비리를 예방하는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나아가 총예산 240조원에 이르는 국책 사업 등 사업 분야별 맞춤형 처방이라는 점에서 예산 절감과 비리 척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부정부패 4대 백신 프로젝트 가운데 첫 번째는 평창동계올림픽사업, 방위사업 등 국책 사업 분야에 ‘실시간 부패 감시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방산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비리를 상시 감독하는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하고, 자체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미국의 국방계약감사기구(DCAA)를 벤치마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산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백신은 ‘리스크 관리’다. 우정사업본부는 105조원의 자산을 비전문가들이 운영해 비리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위해 운영 부서 확대와 전문가 파견, 정기감사 등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각종 국고보조금·실업수당·연구개발비 사업 분야의 부정 수령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부처별로 ‘공유·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국고보조금과 연구개발비 등 82조원 규모의 사업에서 부정 수급을 방지해 연간 5조 40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 백신은 부처별 감사역량 강화 등 ‘내부 클린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부정과 비리를 근절해 대한민국이 더욱 깨끗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4대강 사업, 에너지투자사업, 방위사업 등 각종 국책 사업에 만연한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똑똑히 보았다. 한국은 청렴도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에 그쳐 부패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비리는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의 신뢰성과 도덕성을 훼손하게 된다.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이번 비리 예방 인프라 구축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 年 3700만명 찾는 ‘터키 관광의 중심’… 예고된 테러에 당했다

    12일(현지시간) 대형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난 터키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메트 광장은 터키 관광의 중심지다. 터키를 찾는 연간 3700만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빠짐없이 찾는 곳이다. 터키의 상징인 성소피아박물관과 술탄아흐메트 자미(블루 모스크) 등이 밀집한 술탄아흐메트 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동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 등 3개의 대제국을 거치면서 동서양 문명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하지만 이날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자리한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아래에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오벨리스크는 로마제국 시절인 390년 이집트에서 가져와 설치한 유래가 깊은 건축물이다. 이 같은 이유로 AP 등 외신들은 이번 테러가 터키 관광산업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테러사건 직후 방송에 출연해 시리아 출신의 자살 폭탄 테러범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테러를 저지른 단체를 지목하진 않았으나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무장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터키에 위협적인 존재로 언급했다. 터키는 지난해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IS 폭격에 필요한 비행장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PKK와는 10여년간의 휴전을 깨고 교전을 재개했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으며 회의에는 국가정보국(MIT) 국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대변인인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28세의 시리아인이라고 밝혔다. 터키 민영 NTV는 폭발이 술탄아흐메트 지구의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가 자리한 공원 부근에서 발생했다며 폭발로 인근 땅이 흔들릴 만큼 충격이 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테러로 인한 부상자 중에 독일인 6명과 노르웨이인과 페루인 각 1명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독일은 매년 54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터키를 방문해 왔다. 터키 전체 방문객의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독일 외무부는 사건 직후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독일 관광객들에게 관광 명소 등 공공장소를 피해 머물 것을 요청했다. 이번 테러는 이미 예고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러시아계 여성 무슬림이 술탄아흐메트 지구의 경찰서를 찾아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 이 여성과 터키인 경찰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스탄불 사비하괵첸 공항에서 박격포 공격으로 인한 폭발사건이 일어나 현지 저가 항공사인 페가수스항공 소속의 기내 청소원 1명이 숨졌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공항에서 2㎞ 정도 떨어진 숲에서 박격포 4발이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현재 술탄아흐메트 광장 폭발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하고 나선 무장 단체는 없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일단 IS의 자폭 공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나 IS로 추정되는 세력이 대형 폭탄 테러를 감행한 까닭이다. 지난해 7월에는 시리아 국경 부근의 수루츠에서 자폭 공격이 일어나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월에도 수도 앙카라의 기차역 앞에서 집회를 위해 모인 인파를 겨냥한 자폭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 102명이 숨졌다. 터키 검찰은 앙카라 테러의 경우 IS를 추종하는 지지 세력이 저지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모든 형태의 테러에 반대하며 테러와 싸움을 벌이는 터키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北 4차 핵실험 이후] 與, 사드 지원사격… 野, 외교 병행 압박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여권에선 핵무장론에 이어 미사일 방어체계 재검토론까지 탄력을 받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병행을 통한 북한 압박을 주장하며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통과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재점화됐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북한의 비협조로 인해 6자회담 무용론까지 이른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킬체인 시스템,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 대응하고 있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볼 때 감시체계나 대비 태세에 구멍이 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고도화와 관련해 우리도 대북 핵 억제 능력을 키우지 않고선 안 된다”고 전날에 이어 거듭 강조했다. 핵탄두 탑재 미사일 요격을 위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반도에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긴급 개최한 북핵 대응 방안 간담회에서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4차 핵실험을 기회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무기 연결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 나갈 것”이라며 “SLBM을 통한 핵 공격 사거리 단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섣부른 핵무장론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핵확산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세계 속의 한국’을 버리고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자초할 뿐”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야당은 ‘외교 병행 압박론’을 고리로 북핵 견제에 실패한 정부를 비판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핵무장론에 대해 “위험천만한 발상이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했던 것과 모순된다”며 “한·미 공조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미 제재만으로 북핵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며 “6자회담 간사국 등 긴밀한 국제 공조의 틀 속에서 적절한 제재 수단이 강구되는 한편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에 대해 “두 법을 빨리 처리하자는 데 동의했지만 새누리당이 합의 사항을 깼으니 책임은 그쪽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개봉작] 100년 실제 사건 모티브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

    [개봉작] 100년 실제 사건 모티브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

    미스터리 SF 스릴러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이 100년 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는 소식에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은 혜성이 충돌하던 날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으로 겪게 되는 혼란을 그렸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스페인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으며 스토리를 인정받았다. 영화의 모티브는 100년 전 발생한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이다. 이는 1908년 6월 30일 러시아에서 발생해 지금까지도 20세기 최대 충돌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엠이 이 사건을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해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당시 퉁구스카 대폭발의 목격자들에 의하면 커다란 불덩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갔고, 무려 서울의 3배가 넘는 숲이 초토화되었다.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메탄가스 폭발설, 외계인과 우주선의 충돌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설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그중에서 ‘혜성 충돌설’이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결국 ‘퉁구스카 대폭발’은 2003년 폭발 장소에서 운석이 발견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영화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의 배급사에 따르면 “대폭발 이외에도 혜성 충돌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을 법한 흥미로운 사건들이 영화 안에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건에 금이 가거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목격하게 되는 등 ‘혜성 충돌’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시돼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주인공 ‘엠’과 그의 친구들이 파티를 위해 오랜만에 모인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혜성 충돌로 도시 전체가 정전 사태에 빠진다. 급기야 이들의 휴대전화마저 먹통이 되자 모두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어둠에 갇힌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고, 도움을 청하고자 몇 명의 친구들이 이웃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 이들이 살아남고자 또 다른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 영상=싸이더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도심 광주 남구에 농업 테마공원 조성

    광주 남구에 농업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이 처음 조성된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남구 양과동 일대 4만 9809㎡ 규모의 부지에 연말까지 ‘빛고을 농촌테마공원’을 조성한다. 국비 등 모두 100억원이 투입되는 테마공원 조성사업에는 화훼전시체험실과 농업전시체험실, 텃밭 등이 들어선다. 농업·농촌을 주제로 한 도시공원 조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제한구역인 공원 예정지 일대는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와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변경 합의가 이뤄지면서 공원 조성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광주 남구는 최근 해당 부지의 도시관리계획결정(도시농업공원) 신청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시는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주민과 시의회 의견 수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및 도시관리계획을 오는 3월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되면 도시근교 농업지역의 특성을 살린 농촌관광과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호 남구청장은 “공원 예정지 주변에 빛고을공예창작촌, 포충사, 고싸움테마파크 등이 있는 만큼 이들 시설과 연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강릉에서 만나는 ‘진짜 바닷속 세상’

    강원 동해안에 처음으로 대형 수족관이 문을 연다. 강릉시는 28일 석호인 경포호와 허균·허난설헌 생가 인근에 대형 수족관 경포아쿠아리움(경포 석호생태관)이 30일 준공식을 갖고 오는 3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아쿠아리움에는 801t의 바닷물을 채울 수 있으며 규모는 전국 다섯 번째다. 경포아쿠아리움은 강릉시가 70억원을 투자하고 민간자본 121억 4000여만원 등 191억 4000여만원을 들여 건립됐다. 에너지 제로(0)로 지은 녹색도시체험센터와 인접한 경포아쿠아리움은 운정동 2만 2441㎡ 부지에 지상 2층, 건축 연면적 2865㎡ 규모로 지었다. 경포아쿠아리움은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석호인 경포호의 어족자원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을 담아내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시가 건물을 짓고 사업자가 내부 전시시설을 설치, 운영한 뒤 20년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건물 기둥과 벽면에 설치된 32개의 수족관에 수달 4마리, 물범 4마리를 비롯해 가오리, 정어리, 펭귄, 열대어 등 143종 1만 3000여 마리가 전시된다. 1·2층 전시공간 20여개 가운데 민물고기류와 경포 앞바다 생물 등 경포호와 관련된 공간도 마련됐다. 경포아쿠아리움은 당초 지난 8월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명칭 등을 둘러싸고 시와 마찰을 빚으면서 개관이 늦어졌다. 김광수 시 녹색성장과 주무관은 “경포아쿠아리움이 강릉의 대표적 볼거리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해 지역 관광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나우! 지구촌] 사자에게 ‘동료’ 얼룩말 먹이로 던진 동물원 논란

    [나우! 지구촌] 사자에게 ‘동료’ 얼룩말 먹이로 던진 동물원 논란

    독일의 한 유명 동물원이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앞에서 ‘자연의 섭리’를 몸소 보여줬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독일 대중지 빌트(Bild)가 최근 보도했다. 이 동물원은 얼마 전 24년을 살다 노화로 죽은 얼룩말을 같은 동물원에 사는 사자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 사자는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어치웠는데, 문제는 이 장면을 당시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모두 지켜봤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사자는 얼룩말의 다른 부위도 아닌 머리부터 물어뜯어 먹어치워 사자를 관람하고 있던 어린이 관람객뿐만 아니라 성인 관람객까지 놀라게 했다. 이 동물원 관계자는 “24살 된 얼룩말은 노화로 인해 병을 앓다가 죽었다.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죽은 동물을 방치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자의 먹이로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죽은 동물의 시체를 땅에 묻을 수도 있지만 다른 맹수의 먹이로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특히 사자같은 포식자에게는 동물 고기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주는 것이 다양한 영양소 섭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해당 동물원 측은 사자 등 일부 포식자가 먹잇감 동물의 뼈와 살 등을 통째로 먹는 과정을 통해 이빨의 플라그(치태)를 없애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자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의 동물원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동물원 측은 생후 18개월의 기린을 보살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기린을 죽인 뒤 곧장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내 동물원 내 사자에게 먹잇감으로 줬다. 기린의 몸이 조각나는 모든 과정은 어린 관람객 앞에서 이뤄졌으며, 이를 목격한 성인 관람객들은 곧장 동물원측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논란이 된 처사가 현실에 근거한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사람들이 이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쳐 비난이 이어진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알쏭달쏭+] 인류는 좀비를 막을 수 있을까? 과학적 분석

    [알쏭달쏭+] 인류는 좀비를 막을 수 있을까? 과학적 분석

    어느 날 갑자기 걸음이 느려지거나 신음이 나며, 혹은 살을 먹고 싶다는 충동까지 든다면 자신을 격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증상은 자신도 모르게 좀비로 변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분야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발표됐다. BMJ의 크리스마스 특집호는 매년 농담을 섞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좀비 관련 논문이 실리게 된 것이다. BMJ 대변인은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실리는 모든 논문은 일반호와 똑같이 동료심사(peer-review) 과정을 거친다”면서 “주제가 이상하고 재미있는 것이더라도 적절한 연구 방법을 사용해서 과학적인 유효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좀비 감염: 역학·치료·예방’(Zombie infections: epidemiology, treatment and preven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논문에는 ‘사람은 임상적으로 죽었다가 되살아날 수 있다’와 ‘물린 상처를 통해 좀비가 될 수 있다’와 같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논문에는 일부 내용을 좀비 영화로 유명한 ‘28일 후’(28 Days Later)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에서 발췌했다는 것을 밝히는 각주도 달렸다. 이에 대해 논문 주저자인 미국 켄트주립대의 타라 스미스 박사는 “현재 우리는 좀비 감염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 多樂房] ‘이웃집에 신이 산다’

    [영화 多樂房] ‘이웃집에 신이 산다’

    신은 존재한다. 그것도 벨기에 브뤼셀에. 인간 세상과 분리된 아파트에 주거한다. 서재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세상을 관리한다. 인간을 골탕 먹이기 위한 온갖 법칙을 만들어내고 재난, 불행의 씨앗을 뿌리고는 즐거워한다. 심술쟁이다. 오래전 집을 나간-사실은 집에 숨어 지내는- J.C라는 아들 말고 열 살짜리 딸 애아가 있다. 자신과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를, 애아는 ‘망나니’라고 부른다. 어느 날 애아는 세상으로의 가출을 결심하고는 복수 차원에서 아버지가 꽁꽁 숨겨둔 비밀을 폭로한다. 모든 인간들에게 각자의 남은 수명을 문자로 전송해버린 것. 세상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인간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전쟁과 범죄가 사라지는 희한한 일도 생긴다. 신은 불같이 화를 내며 외친다. “인간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한테 꼼짝 못해. 그래서 매일이 살얼음판 위고. 그런데 죽는 날을 알면 누가 고생을 해? 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 신은 새로운 사도 6명-인간 세상의 소수자인-을 만나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려고 하는 딸을 붙잡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나간다. 이들에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24일 개봉한 코미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토토의 천국’(1991), ‘제8요일’(1996)로 유명한 자코 반도르말 감독의 작품이다. ‘미스터 노바디’(2009) 이후 6년 만의 신작. 연극, 오페라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유명 뮤지컬 ‘키스 앤 크라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복음서 등의 제목을 패러디하는 식으로 독특하게 진행된다. 곳곳에 위트가 깔려 있지만 경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초현실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특정 종교를 믿는 관객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 가톨릭 신자라는 자코 반도르말 감독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으며, 또 충격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2의 다코타 패닝’ 필로 그로인이 애아 역을 맡아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올해 시체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대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만나볼 수 있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원래 제목이 ‘완전 새로운 신약’(The Brand New Testament)이다. 115분. 청소년관람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개막 한 달도 안 돼 ‘공연 목표 수입 1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거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사를 새로 쓰는 동시에 장차 한국 뮤지컬을 떠받칠 걸출한 ‘괴물 신인’도 낳았다. 배우 최우혁(22)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우혁은 앙리 뒤프레와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빅터의 친구가 되고 빅터를 대신해 누명을 쓰고 죽기까지, 앙리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표정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가며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앙리의 삶에 확신을 가지며 앙리 자체가 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앙리는 뭔가에 꽂히면 모든 에너지를 그것에 쏟아붓는 ‘열혈 청년’인데 그 점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영국 여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김희철 프로듀서와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 감독 등이 제작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그해 개최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올해의 창작 뮤지컬,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을 석권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해요.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두 남자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 생명의 본질 등을 되새겨 보게 해요. 스토리가 탄탄하고 음악도 웅장합니다. 배우도 관객도 모두 감동을 받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우혁은 지난해 초연을 보고 ‘프랑켄슈타인’ 무대에 꼭 오르고 싶어 오디션에 지원했다. 앙상블 오디션을 봤는데 실력을 인정받아 주연 오디션으로 급이 올라갔고, 대학생 ‘초짜’ 신분으로 주역에 최종 캐스팅됐다. 최우혁은 “천운이 계속 따라 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말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음악 감독이 공연 시작을 알리자 박수 소리가 물결치듯 밀려왔다. 시체로 무대에 올라 실눈을 뜨고 객석을 봤는데 아찔했다. 리허설 땐 스태프를 합쳐도 객석에 있는 사람이 50명이 채 안 됐는데, 1000명 넘는 관객이 무대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무대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잘할 게 아니라 실수만 하지 말자며 집중 또 집중했어요. 공연 뒤 다른 배우들은 무대에서 울먹였어요. 저는 무대에서 내려와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격려해 주고 연출가께서 ‘난 믿고 있었다’며 안아 줬을 때, 그제야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공연 초반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걱정돼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걱정이 줄어들었다. 각 장면에 더욱 몰입하게 됐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에너지도 솟구쳤다. “‘프랑켄슈타인’ 쫑파티 때 웃으면서 참석하고 싶어요. 그렇게 됐다는 전제 아래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면 관객분들이 기대까진 아니어도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 줄까’ 하는 궁금증만이라도 가져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내년 3월 2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4만원. 1666-8662.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오리온-삼성(고양체) ●KGC인삼공사-모비스(안양체 이상 오후 7시) ■여자농구 ●KDB생명-KB스타즈(오후 7시 구리시체) ■빙상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선수권대회 겸 종합선수권대회(오후 2시 태릉국제스케이트장) ■핸드볼 전국중고선수권대회(오전 11시 고창체·고창군립체)
  • 사자에게 ‘동료’ 얼룩말 먹이로 던진 동물원 논란

    사자에게 ‘동료’ 얼룩말 먹이로 던진 동물원 논란

    독일의 한 유명 동물원이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앞에서 ‘자연의 섭리’를 몸소 보여줬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독일 대중지 빌트(Bild)가 최근 보도했다. 이 동물원은 얼마 전 24년을 살다 노화로 죽은 얼룩말을 같은 동물원에 사는 사자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 사자는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어치웠는데, 문제는 이 장면을 당시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모두 지켜봤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사자는 얼룩말의 다른 부위도 아닌 머리부터 물어뜯어 먹어치워 사자를 관람하고 있던 어린이 관람객뿐만 아니라 성인 관람객까지 놀라게 했다. 이 동물원 관계자는 “24살 된 얼룩말은 노화로 인해 병을 앓다가 죽었다.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죽은 동물을 방치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자의 먹이로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죽은 동물의 시체를 땅에 묻을 수도 있지만 다른 맹수의 먹이로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특히 사자같은 포식자에게는 동물 고기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주는 것이 다양한 영양소 섭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해당 동물원 측은 사자 등 일부 포식자가 먹잇감 동물의 뼈와 살 등을 통째로 먹는 과정을 통해 이빨의 플라그(치태)를 없애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자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의 동물원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동물원 측은 생후 18개월의 기린을 보살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기린을 죽인 뒤 곧장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내 동물원 내 사자에게 먹잇감으로 줬다. 기린의 몸이 조각나는 모든 과정은 어린 관람객 앞에서 이뤄졌으며, 이를 목격한 성인 관람객들은 곧장 동물원측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논란이 된 처사가 현실에 근거한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사람들이 이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쳐 비난이 이어진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소문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연내 착수

    서소문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연내 착수

    지난 18일, 서울특별시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지원 특별위원회(이하 서소문 역사유적 특위)가 서울시의회에서 재개됐다. 김동승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중랑3)은 회의 서두에서 “서소문은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큰 의미를 가진 곳,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순교 정신이 후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은 역사 · 문화 · 종교적 가치가 높은 서소문 근린공원 일대를 활용하여 기존의 공원과 지하주차장을 역사공원 및 전시체험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 부지면적은 21,363㎡에 달하며, 사업내용은 ‘접근로 개선’과 ‘역사공원 재조성’, ‘순교자 기념공간’ 및 ‘기념 전시관 건립’ 등으로 구성된다. 총 460억여 원(국비 230억, 시비 137억, 구비 93억)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현재 타당성조사 와 투자심사를 마치고 실시설계와 설계심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1단계 공사(철거 및 가설공사)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소문 역사유적 특위에선 사업진행 전반에 관한 구체적 사안들이 언급됐다. 김동승 위원장은 “천주교 역사유적인 만큼 천주교 색채가 짙어야 할 것”이라며, 동학 역사를 반영하라는 민원요구에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기념관 및 전시관은 역사적 사실과 고증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일본 나가사키의 천주교 순교 유적지는 프랑스 출신 ‘도로’ 신부님과 폴란드 출신 ‘꼴배’ 신부님의 자취,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흔적을 관광자원화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서소문 역시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시관의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업에 총 460억이라는 큰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역사성과 관광자원의 특징을 부각하여 방문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주말 영화]

    ■사랑과 영혼(EBS1 토요일 밤 11시 5분) 뉴욕 증권가에서 일하는 샘 팻은 직장에서도 잘나가고 연인 몰리와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도의 습격으로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시체를 안고 울부짖는 몰리를 본 샘은 눈앞에 나타난 빛을 따라가지 못하고 지상에 남게 된다. 그렇게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존재가 된 샘은 직장 동료인 칼이 끔찍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몰리에게 위험을 알리려 하지만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다 사기꾼 영매 오다메와 소통하게 된 샘은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닦달해 몰리에게 사실을 전하지만 몰리는 뜬금없이 나타난 오다메의 얘기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편 칼은 자신이 빼돌린 돈을 찾기 위해 계속 몰리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는데…. ■드라큘라:전설의 시작(캐치온 일요일 밤 11시) 위대한 영웅인 드라큘라 백작은 백성들을 평화로 다스리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막강한 군대를 앞세운 튀르크 제국의 술탄이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야욕을 드러내며 복종의 대가로 사내아이 1000명을 요구하자 분노한 드라큘라는 전쟁을 선포한다. 튀르크 대군을 물리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그는 전설 속 악마를 찾아가 절대적인 힘을 얻고, 자신을 담보로 한 위험한 계약을 하고 만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과연 그는 피할 수 없는 악마의 저주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구원할 영웅이 될 수 있을까.
  • ‘인류는 좀비를 막을 수 있나?’ 연구논문, 英 최고 학술지에 발표

    ‘인류는 좀비를 막을 수 있나?’ 연구논문, 英 최고 학술지에 발표

    어느 날 갑자기 걸음이 느려지거나 신음이 나며, 혹은 살을 먹고 싶다는 충동까지 든다면 자신을 격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증상은 자신도 모르게 좀비로 변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분야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발표됐다. BMJ의 크리스마스 특집호는 매년 농담을 섞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좀비 관련 논문이 실리게 된 것이다. BMJ 대변인은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실리는 모든 논문은 일반호와 똑같이 동료심사(peer-review) 과정을 거친다”면서 “주제가 이상하고 재미있는 것이더라도 적절한 연구 방법을 사용해서 과학적인 유효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좀비 감염: 역학·치료·예방’(Zombie infections: epidemiology, treatment and preven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논문에는 ‘사람은 임상적으로 죽었다가 되살아날 수 있다’와 ‘물린 상처를 통해 좀비가 될 수 있다’와 같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논문에는 일부 내용을 좀비 영화로 유명한 ‘28일 후’(28 Days Later)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에서 발췌했다는 것을 밝히는 각주도 달렸다. 이에 대해 논문 주저자인 미국 켄트주립대의 타라 스미스 박사는 “현재 우리는 좀비 감염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현대차, 한전 부지 또 산다면? 수시 공시해야 한다

    앞으로 투자자나 주식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중요 정보는 정해진 공시 항목이 아니더라도 포괄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시장질서 규제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중요사항을 공시하도록 하는 포괄주의 공시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수시공시는 54개 항목만 채택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공시가 누락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매입 과정은 관련 소식들이 연일 쏟아져나올 때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공시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수시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우선 이달 30일 거래소 공시규정에 기존 54개 항목 외에 ‘기타 상장법인·재무·주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는 포괄 규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구체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업종별, 상황별로 유형화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3월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경영권 분쟁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롯데그룹 사태 등과 관련해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핵심사항도 공시체계에 도입할 계획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경찰 피하려다 악어에게 잡아 먹힌 도둑

    경찰 피하려다 악어에게 잡아 먹힌 도둑

    경찰을 피해 도망쳤다가 실종된 도둑이 결국 악어한테 잡혀먹히고 마는 신세가 되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브레브드 카운티 경찰 당국은 지난달 23일 인근 호숫가에서 발견된 남성의 시체가 최근 강도질을 하다가 도망친 매튜 리긴스(22)라고 확인했다. 리긴스는 지난달 13일,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강도질을 하려다 들통이 나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휴대 전화를 한 이후 실종되고 말았다. 경찰은 리긴스의 사체 일부가 발견된 지역에서 길이 3m가 넘는 악어를 발견해 안락사한 후 부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악어의 위 속에 리긴스의 손과 발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망치던 리긴스가 호수에 빠져 이 악어에게 잡혀먹힌 것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받고 2명의 용의자를 추적 중이었으나, 리긴스는 호수 방면으로 도주한 후 연락이 없어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낸 상태였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도둑질을 한 것이 원죄"라며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다 결국, 악어의 급습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촌평했다. 사진=현지 경찰 당국 제공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오늘의 경기]

    ■여자농구 ●KDB생명-신한은행(오후 7시 구리시체)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흥국생명(오후 5시) 남자부 ●삼성화재-대한항공(오후 7시 이상 대전 충무체)
  • [오늘의 경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수원-부산(오후 7시 수원종합운) ■프로농구 ●동부-모비스(오후 7시 원주종합체) ■여자농구 ●KDB생명-KB스타즈(오후 7시 구리시체)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오후 5시) 남자부 ●대한항공-OK저축은행(오후 7시 이상 인천 계양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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