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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 백탑의 도시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신비를 거닐다

    중세 백탑의 도시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신비를 거닐다

    한국인이 가고 싶은 곳 1위, 세계 3대 야경, 세계 6대 관광 명소. 무엇에 근거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모두 체코 프라하를 상찬하는 표현인 것만은 분명하다. 프라하는 흔히 ‘백탑(百塔)의 도시’라 불린다. 뾰족한 첨탑을 인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아서다. 어디 첨탑뿐이랴. 골목과 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에 깃든 중세의 신비를 따라 돌자면 하루해도 모자란다. 프라하는 블타바강을 경계로 두 지역으로 나뉜다. 강 서쪽은 프라하성, 동쪽은 구시가지 광장이 중심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게 카를 다리다. 돌아볼 곳 많은 프라하에선 특히 시간 안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낮 시간 내내 프라하성과 카를 다리 일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게 좋다. 저물녘 풍경은 카를 다리에서 맞는다. 블타바강과 프라하성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장면이 더없이 로맨틱하다. 그리고 구시가지는 밤에 돌아보는 것으로 동선을 짠다. 1200년의 낭만 켜켜이 새긴 프라하성 새벽녘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간다. 현지 가이드가 기막힌 풍경이 숨겨져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곳이다. 프라하성 뒤편 언덕에 있다. 모차르트가 연주한 오르간이 있다는 수도원은 1140년 세워졌다. 수도원 앞마당에서 작은 쪽문을 지나면 페트르진 공원이다. 여기서 맞는 여명의 시간이 더없이 서정적이다. 프라하성과 블타바강, 그리고 프라하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체코 관광청이 선정한 ‘프라하 톱 10’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뜻밖에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프라하성은 1200여년 전 처음 세워졌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건축 양식이 뒤섞여 있다. 프라하성은 사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성당과 왕궁, 수도원, 정원, 대통령 관저 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구석구석 살피자면 하루해도 짧다. 성 비트 성당, 황금 소로 등의 명소는 물론 성 뒷문의 계단 길까지 꼼꼼하게 돌아보길 권한다. ‘황금소로 22번지’는 체코를 대표하는 문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대표작 대부분을 집필했다는 곳이다. 카프카 박물관은 카를 다리 아래쪽에 있다. 카를 다리 신부상에 바친 사랑의 맹세 프라하성 쪽에서 블타바강을 건너 구시가지 쪽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저 유명한 카를 다리다. 체코의 위대한 왕 카를 4세의 이름을 딴 석조 다리다. 명소들로 가득한 프라하에서도 특히 연인들의 가슴을 ‘저격’한다고 할 만큼 로맨틱한 풍경을 선보이는 곳이다. 원래 나무로 세워졌으나 지금의 면모를 갖춘 건 1402년께다. 520m 길이의 다리 난간에는 30개의 보헤미아 성인상이 세워져 있다. 그 가운데 머리 뒤로 다섯 개의 별을 두른 신부의 석상 앞에 유독 관광객들이 몰린다. 고해성사로 알게 된 왕비와 정부(情夫)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 왕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신부다. 동상 아래 동판을 만지면 소원 성취한다니, 한번 시도해 보시길. 카를 다리 아래 오른쪽은 캄파지구다. 좁은 수로로 연결된 작은 섬인데, 워낙 사람들의 내왕이 잦다 보니 사실상 뭍처럼 인식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1996)의 팬이라면 이 일대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톰 아저씨’(톰 크루즈)가 ‘형’이었던 시절 찍은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영화 초반부의 강렬한 액션 장면들이 죄다 이 일대에서 촬영됐다. 예컨대 카를 다리에선 팀의 책임자 짐 펠프스(존 보이트)가 총에 맞은 척 떨어지는 장면을 찍었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여성 요원 사라(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짐짓 연인인 척하던 담벼락, 또 다른 여성 요원 한나(잉게보르가 다프쿠나이트)의 차량이 폭발한 주차장, 글리츤(마르첼 유레스)과 사라가 크리거(장 르노)의 칼에 찔려 죽은 골목 등이 모두 캄파지구 안에 있다. 카를 다리 너머 구시가지는 야경이 멋들어지다. 겨울밤이 긴 덕에 카를 다리의 불타는 노을을 감상한 뒤 느린 걸음으로 찾아도 넉넉하다. 목적지는 구시가지 광장이다. 너른 광장 주변으로 볼거리들이 빼곡하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천문시계탑이다. 1410년 만들어진 시계는 ‘오를로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도 작동된다. 시간 너머의 끝을 알리는 천문시계 천문시계는 매시 정각에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시계 오른쪽에 붙은 해골이 줄을 당기면 두 개의 창이 열리고, 12사도를 형상화한 인형들이 차례로 얼굴을 선보인다. 이어 베드로의 수탉이 홰를 치면서 창이 닫힌다. 퍼포먼스는 채 1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문시계는 다양한 조각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 너머에 죽음이 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는 욕망을 꿈꾸는 인간을 꾸짖는 것이다. 시계를 설계한 천문학자 이야기도 전한다. 다른 나라에서 천문시계에 관심을 보이자 똑같은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천문학자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천문시계는 위아래 두 개의 큰 시계로 이뤄졌다. 위는 칼렌다륨, 아래는 플라네타륨이라 불린다. 칼렌다륨은 천동설에 따라 해와 달, 천체의 움직임에 맞춰 1년에 한 바퀴씩 돌며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플라네타륨은 당시 보헤미아의 12계절별 농경생활을 보여 준다고 한다. 천문시계탑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걷기보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광장 가운데 얀 후스의 동상이 서 있다.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 앞서 가톨릭의 개혁을 주장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종교개혁가다. 동상 너머는 틴 성당이다. 높지거니 솟은 성당의 두 첨탑이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자태로 이방인들을 굽어보고 있다. 흰빛의 성당은 흰색 조명이 켜지는 밤에 더욱 화려하게 변한다. 구시가지 끝은 화약탑이다. 1475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탑으로, 화약 창고로 쓰였다고 해서 화약탑이다. 오래전 체코 왕들은 대관식에 가기 위해 화약탑을 들머리 삼았다고 한다. 지금도 화약탑에서 구시가지와 카를 다리를 거쳐 성 비트 성당까지 이어진 길을 ‘왕의 길’이라 부른다. 한 잔의 사치, 황금빛 맥주의 고향 플젠 꼭 찾아야 할 프라하 외곽 지역 한 곳만 덧붙이자. ‘황금빛 맥주’의 고향 플젠이다. 프라하에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졌다. 체코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은 몰라도 ‘라거’라는 맥주 스타일은 한번쯤 들어봤을 터. 그 유명한 ‘라거의 원조’ 필스너 우르켈이 처음 세상에 나온 곳이 플젠이다. ‘우르켈’의 뜻 또한 우리말로 ‘원조’라니, 체코 사람들의 자국 맥주에 대한 자긍심이 여간 아닌 듯하다. 필스너 우르켈 공장은 해마다 2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공장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맥주 제조 과정을 낱낱이 살필 수 있다. 필스너 우르켈은 아직도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1차 세계대전 때나 쓰였을 법한 옛 동굴 속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친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날것 그대로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균이나 여과를 하지 않아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맥주를 오크통에서 곧바로 따라 준다. 그만큼 맛과 향이 짙고 풍부하다. 글 사진 프라하(체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인천공항에서 체코 프라하까지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로는 터키항공 쪽이 나아 보인다. 비수기 때 유럽 도시 왕복항공료가 70만원대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프라하까지 간다. 체코의 공식 통화는 코루나다. 1코루나는 약 50원이다. 유로화도 통용된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이다. 프라하에선 매일 저녁 실내악부터 오페라,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워낙 인기가 높아 현지에서 당일 표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인터넷(www.pragueticketoffice.com)으로 예약해야 한다. 체코 특산물을 찾는다면 ‘마누팍투라’를 권한다. 간단한 귀국 선물로 딱이다.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수에 맥주 효소를 첨가해 만든 맥주 화장품이다. 황금소로와 구시가지 틴 성당 인근에 매장이 있다. 핸드 크림이나 립밤 등 값싼 제품들이 많다.
  • “리우올림픽 금메달 10개·10위권 목표”

    “리우올림픽 금메달 10개·10위권 목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10위권 이내에 진입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14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체력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최 선수촌장은 올림픽 준비 상황과 관련해 “현지 해군기지에 일부 종목의 캠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월 중에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브라질과 시차가 비슷한 주변 국가에 캠프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선수촌장은 역대 최연소로 제70회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나이 제한 때문에 태극마크를 놓친 ‘피겨요정’ 유영(12·문원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 생각에는 그런 유능한 선수를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놔두면 안 된다고 본다”며 “어린 선수를 발굴해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단 의견을 빙상협회 측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빙상협회에서 유영에게 태릉선수촌 이용을 허가하는 조치를 내리면 선수촌에서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빙상연맹은 지난 13일 경기위원회를 열고 유영에게 육성 지원금은 물론 최적의 훈련 장소인 태릉실내빙상장을 대관해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내용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빙상연맹 상임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체육인 신년 인사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12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362명,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당부했으며 최근 체육계에서 벌어진 선수 간 폭력 등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프로배구] ‘독일 폭격기’ 그로저 복귀전 36점 맹폭

    [프로배구] ‘독일 폭격기’ 그로저 복귀전 36점 맹폭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배구에서 삼성화재가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2로 이기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삼성화재로서는 독일에서 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막 귀국한 괴르기 그로저 선수의 분전이 없었다면 자칫 처음으로 우리카드에 졌을 정도로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접전이었다. 팀 창단 이후 연패 기록을 14회에서 끊으려는 우리카드의 도전은 9부능선을 넘지 못했다. 그로저는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 탓에 100% 컨디션은 아닌 듯했으나 복귀 첫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36점(공격 성공률 47.69%)을 올리는 괴력을 보였다. 삼성화재는 그로저 합류로 상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반면 2연패를 당한 최하위 우리카드는 창단 후 삼성화재전 첫 승리의 기회를 아쉽게 날렸다. 삼성화재는 첫 세트를 여유 있게 따냈지만 2~3세트에서는 새 외국인 선수 알렉산드르 부츠(35점·등록명 알렉산더)를 앞세운 우리카드의 반격에 밀려 내리 두 세트를 빼앗겼다. 2~3세트에서 주춤했던 그로저는 4세트에서 팀의 패배를 막은데 이어 마지막 5세트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앞서 같은 곳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KGC인삼공사가 헤일리 스펠만의 결정력과 끈끈한 수비를 앞세워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4연패 사슬을 끊은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3번째 승리를 낚음과 동시에 20경기 만에 승점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렸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태국 테니스 영웅 시차판 프로골퍼로 변신 재시도

    태국 테니스 영웅 시차판 프로골퍼로 변신 재시도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9위까지 올랐던 파라돈 시차판(37·태국)이 프로골프의 문을 두드렸다. AFP통신은 13일 “시차판이 이날부터 16일까지 태국 후아힌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출전했다”고 보도했다. 출전 선수 245명 가운데 상위 40위까지 2016시즌 출전권을 손에 넣는다. 시차판은 ATP 투어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하며 2003년 세계랭킹 9위까지 오른 선수다. 호주오픈과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16강까지 진출하며 한때 아시아 테니스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서른을 갓 넘어선 2010년 은퇴한 그가 변신을 꾀한 게 사실 처음은 아니다. 자동차경주, 정치인, 승려, 영화배우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중도 하차했다. 2013년 초에도 한 차례 골프계를 넘본 적이 있다. 시차판은 아시안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를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스포츠 경력을 계속 이어 가고 싶다”며 “그것이 바로 골프에 입문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 인사예고제 실시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사예고제 실시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연말연시 일간신문의 ‘인사’란은 승진과 전보자 명단으로 빽빽하게 채워진다. 인사의 홍수랄까.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새해는 인사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연말연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 년 내내 수시로 생중계하듯 발표된다. 연간 발표되는 인사 인원만 줄잡아 수만명에 이른다. 신문에 나지 않는 인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인사 명단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최종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 개인의 영광과 좌절이 냉정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승진이나 영전을 하면 능력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좌천이나 해고되면 무능의 결과로 인식되기 쉽다. 더욱이 인사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노심초사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서류 한 장에 적힌 조직의 명령을 묵묵히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사의 두려움은 두 가지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발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인사라고 한다. 인사 기준도 수시로 바뀌고, 인사 결정도 즉흥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인사자’들은 인사권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깜짝 인사’는 결국 인사 실패의 원인이 되곤 한다. 몇 년 전 어느 장관은 발표되기 한 시간 전에야 자신이 장관 후보로 내정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모 차관은 오전 행사 도중 전화로 퇴임 통보를 받았고, 모 장관은 해외 출장 중 면직 통보를 받기도 하였다. 정식 통보 절차도 없이 방송을 통해 교체 사실을 확인한 차관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곧바로 이임식을 한다. 20년 넘게 해온 공직생활을 서둘러 마감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짐을 싼다. 인사 발령을 받은 고위공무원이나 실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인사 내용도, 인사 일자도 예측할 수가 없다. 두 번째로 사전 예고가 없다는 점이다. 인사 내용이 확정되었더라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소위 ‘물밑작업’이라는 비공식적인 사전조정 과정에서 일부 노출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인사 정보는 발표 당일까지 최고의 비밀로 취급되는 탓이다. 외부 압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몇 년 전 강릉으로 발령 난 공무원이 1년 후 제주도로, 다시 2년 후에는 군산으로 발령이 난 것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 소문을 듣고 인사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검찰은 물론이고, 교육·세무·환경·노동 등 대부분의 기관에서 지방 근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외교관이나 군인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인사 당일 또는 불과 며칠 전에 본인에게 인사 명령을 통보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중장기적 예측이나 예고도 없다. 매년 초 정부는 국가공무원 선발시험계획을 발표한다. 수험생들에게 연간 일정을 확인하고 준비하라는 사전 예고다. 하지만 불과 한 달 후 바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최소 2~3년 전부터 공직을 생각하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정부 발표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 것이다. 선발 인원과 시험과목도 수시로 변경된다. 과거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시험과목이 졸속 변경된 사례도 있었고, 새로운 직렬 신설 시 불과 몇 개월 전에 시험과목이 확정되기도 한다. 교사 임용고시의 경우 지역별 널뛰기 선발 인원에 수천명의 지망생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다. 이제 인사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채용에서부터 이동과 승진, 평가와 퇴직에 이르기까지 예측 가능하게 할 수는 없을까. 또 인사의 방향과 기준, 내용과 방법, 일자까지도 충분히 예고하면 어떨까. 대학입학 전형은 3년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 중기재정계획도 5년 단위로 발표한다.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라는 팀을 만들어 인사를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기획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라도 취업하려는 청년들과 직장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
  • “국민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 제가 책임질게요”

    “국민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 제가 책임질게요”

    “국민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거로 첫발을 내딛는 박병호(30)는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서울호텔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시차 때문에) 오전에 중계를 많이 하는데 제가 어렸을 때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43) 선배 경기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며 이런 포부를 밝혔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에 입단한 박병호”라는 인사말로 운을 떼며 ‘빅리그’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처음으로 국내 팬 앞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각오를 털어놨다. 박병호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인 MLB에서 어떻게 한다는 것을 장담은 못하겠지만, 큰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적응을 해서 스스로 만족하는 첫 시즌을 보내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의 오래된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고교 시절 미네소타의 한국인 스카우트(김태민)가 입단 제안을 했었다. 당시 LG트윈스의 팬이었고 LG에 입단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LG에 1차 지명을 받지 못하면 미국에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박병호는 LG에 지명돼 3억 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그는 “이후에도 (김태민 스카우트를) 야구장에서 보면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더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계약에 대해 100% 다 말할 수는 없다”면서 “당시 에이전트와 충분히 대화를 했고, 이것을 미네소타에 제시했을 때 수정된 부분도 있었다”고 답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보장 1200만 달러(약 145억원),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16억원)에 계약했다. 박병호는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류현진(LA다저스), 김현수(볼티모어) 등 올해 MLB에서의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가 많은 것에 대해 “한국 선수와 서로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를 할 것 같다. 좋은 대결이 될 것 같다. 추신수 선배가 반겨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하고 싶다. 더 많은 선수가 앞으로 꿈을 가지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팀에서 김현수의 약점을 캐묻는다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약점이 없는 타자라고 말하겠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박병호는 MLB 은퇴 이후에 대해서는 “다시 돌아올 팀은 넥센”이라며 “넥센으로 이적했을 때 (김시진)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서 ‘더 큰 꿈을 품어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현재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등 넥센 식구가 없었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조재영 PB의 생활 속 재테크]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가입 때 환율 등 변수 감안하길

    올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함께 대표 ‘절세상품’으로 재테크 입문자들에게 꼭 추천하는 상품이 있다.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내년까지 가입한 펀드에 대해서는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1인당 가입 한도는 최대 3000만원이다. 외국에서 설정되는 역외 펀드는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비과세되는 국내 주식형펀드나 양도소득세 22%가 분리과세되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비해 세금 면에서 불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해외 투자 펀드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한국 증시가 전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긴 셈이다. 비과세 해외 펀드는 2007년부터 3년간 운용된 적이 있다. 당시 중국펀드, 브릭스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펀드 투자 붐이 일어나 2600억원에 불과하던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1년 만에 10조원으로 훌쩍 커졌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해외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제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다. 당시에는 정부가 비과세 혜택을 운용 기간 3년으로 못박았다. 그러다 보니 비과세 기간 종료 시점(3년 이후)에 손실이 발생해도 일정 시기 이익이 났으면 세금을 내야 했다. 환차익에 대해서도 과세가 되면서 이중고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정부가 운용 기간 10년간 주식 매매 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2007년의 정책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비과세 유혹에 빠져 다양한 변수를 보지 못한 채 섣불리 투자를 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한 것처럼 국내 투자와는 또 다른 변수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환율 변동부터 정보의 한계, 시차 문제까지 다양하다. 특히 환율은 주가 변동성보다 예측이 더 어렵다는 점에서 초보 투자자에게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좋은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변동성을 아예 제거하는 환헤지도 완벽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특정 국가에 ‘몰빵’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비과세’는 추가 혜택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
  • 美 제조업 경기마저 비상등… 英·인도·남미까지 ‘저성장 공포’

    美 제조업 경기마저 비상등… 英·인도·남미까지 ‘저성장 공포’

    중국에 이어 미국과 영국, 신흥국의 제조업 경기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가 5일 주요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를 수집한 결과, 유로존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거나 전월보다 악화됐다. 시장조사기관 마킷이 집계한 미국 제조업 PMI 확정치는 51.2로 예비치(51.3)에 미치지 못했고, 2012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구매관리자를 설문조사해 집계하는 PMI는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조사한 제조업 PMI도 48.2로 지난해 11월(48.6)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밑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제조업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및 농업분야 투자가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ISM은 미국 18개 제조업종 중 의류업과 기계업 등 10개 업종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도 51.9로 전월(52.5)보다 하락했고, 브라질은 소폭 상승한 45.6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인도 역시 49.1로 집계돼 2013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앞서 지난 4일 발표된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제조업 PMI도 48.2로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고, 증시 새해 첫 거래일부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했다. 중국은 물론 미국 등 대다수 국가의 제조업 전망이 어둡게 나타난 것이다. 제조업 부진은 시차를 두고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각 나라 제조업 재고량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쌓이는 등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은 돼야 제조업이 부진을 탈출할 수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고 말했다.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최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서비스업 지수는 좋게 나오는 등 제조업 지수만으로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무한도전,싸이 뉴욕 트위터로 새해 인사

    무한도전,싸이 뉴욕 트위터로 새해 인사

    박원순 서울시장, 싸이, 무한도전 등 국내 유명인사들이 남긴 새해 인사 트윗이 미국 뉴욕의 최대 번화가인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노출됐다고 트위터 코리아(Twitter Korea,대표 소영선)가 1일 밝혔다. 트위터는 2016년 새해맞이 이벤트로 지난해 12월 31일 오전부터 ’#HappyNewYear‘ 해시태그에 폭죽불꽃 모양의 새해맞이 맞춤형 이모티콘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이 모이는 새해 맞이 명소, 뉴욕의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을 트윗들로 장식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새해 맞이 트윗이 노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임스퀘어에 있는 7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각국이 새해를 맞는 매 시각 정각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해당 지역의 #HappyNewYear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된 트윗들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뉴욕과 14시간의 시차가 있어 뉴욕 현지 시간으로 12월 31일 오전 10시, 한국 시간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국내 유명인사들의 새해 인사 트윗이 노출되었으며 본격적인 전야 행사가 벌어지는 뉴욕의 31일 밤 8시 (한국 시간 새해 아침 오전 10시)부터 자정 이후까지 트윗이 노출될 예정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영상 트윗을 통해 뉴욕의 팬들에게 힘찬 새해 인사를 전했다. 2009년에 찍었던 뉴욕 특집을 언급하며, 올해도 다시 한번 뉴욕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영상 인사도 노출됐다. 박원순 시장은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손하트를 그리며 전세계인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또한 최근 신곡 ‘대디‘와 ‘나팔바지’를 발표하고, 연말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스타 싸이(@psy_oppa)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새해인사를 전했다. 트위터를 통한 전세계 유명인들의 새해맞이 트윗들은 현장캠(http://original.livestream.com/toshibavision)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감상이 가능하다.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영상은 전세계 10억명에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한도전 신년인사[참고 URL] 주요 새해인사 트윗 URL 무한도전 : https://twitter.com/realmudo/status/682533145351077890 박원순 서울시장 : https://twitter.com/wonsoonpark/status/682542850106470400 싸이 : https://twitter.com/psy_oppa/status/682596688607887361 타임스퀘어 현장 생중계 : http://original.livestream.com/toshibavision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車 7000만원에 팔아요, 색깔만

    이 車 7000만원에 팔아요, 색깔만

    차량 정체가 심한 도심 속에서 시속 300㎞ 이상의 속도를 내고 굉음에 가까운 배기음을 내는 차를 수억원이나 주고 살 사람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슈퍼카는 땅덩어리가 큰 미국이나 유럽의 부호들이나 타는 차가 아닐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속 30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성능 슈퍼카는 일반 자동차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비싸지만 한국에서도 잘 팔린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최소 억대 가격으로 시작하는 고성능 자동차인 포르쉐는 지난 11월까지 우리나라에서만 367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53.4% 증가한 수치다. 최고 10억원에 달하는 모델을 보유한 람보르기니는 올해 국내에서 4대가 팔렸다. 새로운 슈퍼카들도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량으로 유명한 영국의 애스턴 마틴은 지난 3월 국내에 공식 출시돼 올해에만 30대 넘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한국에서 슈퍼카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아직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글로벌 슈퍼카 업체들은 시장진입을 검토하고 있고 이미 한국에 들어온 슈퍼카 업체들은 고객층을 더 넓히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상현실 통해 구매자가 원하는 사양 구현 슈퍼카 업체들의 기본 전략은 ‘희소성’ 이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차’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수억원대에 달하는 차를 살 수 있는 고객이 한정돼 있는 만큼 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만족감을 최대치로 높여 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들 슈퍼카는 일반 완성차 업체들처럼 연간 생산량에 목을 매지 않는다. 오히려 연간 판매량을 제한하고 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을 애타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슈퍼카 브랜드들은 고객들이 계약 과정에서부터 수십 개에 달하는 옵션을 모두 선택한 뒤에야 차량을 제작하는 ‘주문제작’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경우 국내에서 신차를 출시할 때 가장 중요한 차량 가격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이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많게는 수억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페라리 국내 공식 수입 업체인 ㈜FMK의 도움을 받아 페라리의 구매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니 그럴 만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페라리 전시장에 들어서니 전시차들 한쪽에 눈에 띄는 방이 보였다. 화면 속 가상현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차량에 원하는 사양을 골라 모니터에 실제 구현해보는 ‘컨피규레이터 룸’이다. 여기서 지난해 페라리 모델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캘리포니아T의 주문 과정을 체험해 봤다. 캘리포니아T는 페라리 모델 중 비교적 저렴한 2억원대 후반이 기본 가격이다. 그러나 첫 선택 옵션인 차량 색상부터 추가 가격이 붙는다. 기본 7가지 색상 외에 스페셜 색상인 ‘지알로 트리폴로 스트라토’를 선택하자 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여기에 차량 지붕 색을 다르게 하는 ‘투톤’ 옵션을 추가하자 1000만원이 추가됐다. 차량 휠 색상은 물론 휠 내부에 보이는 브레이크 캘리퍼의 색상도 기본 색상 외에는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차량 내부에 적용되는 옵션은 더 많다. 내장재 색상부터 소재도 가죽, 혹은 알칸타라(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의 고급 소재)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또 운전석과 보조석 시트의 박음질 모양과 박음선의 색깔도 하나하나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선택 사양에 따라 모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핸들 모양과 소재, 내부 바닥재의 소재와 색깔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포함돼 있다. 세부적인 옵션은 모두 건너뛰고 빠르게 선택한다고 했지만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일반적인 고객들은 옵션 선택하는 데에만 2~3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종률 ㈜FMK 제품전략기획팀 과장은 이 과정들을 건너뛰고 기성 모델을 구매하길 원하는 고객들도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없다”고 답했다. 그는 “페라리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나만의 차’를 갖고 싶어 구매를 선택한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옵션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고른다”고 말했다. 출고까지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없는 ‘나만의 옵션’을 원하는 고객들인 것이다. 2억원 후반대에서 시작해 옵션을 모두 선택한 캘리포니아T의 최종 가격은 3억원을 넘어 4억원 가까이 됐다. 이 과장은 “캘리포니아T 고객들이 선택하는 평균 옵션 가격은 8000만~1억원”이라고 귀띔했다. ●본격적인 시장확대 ‘희소성과 대중성 사이’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는 이탈리아 본사 정책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국내 판매 수치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급격한 성장세와 맞물려 이들 슈퍼카의 판매 전략도 조금씩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고정 고객층이 아닌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라리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캘리포니아T가 국내 판매량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2억원대의 가격이 신규 고객 수요를 끌어들인 것이다. 페라리는 최근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 연간 7000대를 유지하던 생산량을 9000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페라리는 그러나 생산량 확대가 수요보다 적은 공급을 유지하는 페라리의 기본 경영방침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페라리 ‘488 스파이더’ 국내 출시를 위해 방한한 레노 데 파올리 페라리 한국·일본 총괄 디렉터는 페라리의 경영전략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게 성장하되 인위적인 판매 확대는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희소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수억원대에 달하는 슈퍼카 시장은 한국에서 여전히 성장 중이다. 슈퍼카보다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수억원대의 럭셔리 브랜드 밴틀리와 롤스로이스도 올 11월까지 국내에서 360대, 54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0%, 28.6% 성장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중성과 거리를 두고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슈퍼카 브랜드의 한국 시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산타 할아버지, 올핸 코스피 찾아올 거죠?

    산타 할아버지, 올핸 코스피 찾아올 거죠?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연말 이맘때면 ‘산타 랠리’에 대해 한번쯤 듣는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파랗고 빨간 지수에 일희일비하는 ‘주식쟁이’들은 어릴 적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놓인 선물이 산타가 준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증시에서만큼은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한다. 주식시장에는 정말 산타가 있는 걸까. 산타 랠리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식 거래자 연감’의 저자 예일 허시가 “산타는 매년 월가에 나타나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1월 2거래일 동안 짧지만 달콤하고 인상적인 랠리를 선사했다”고 분석하면서부터다. ●월가 46년간 34차례 발생·평균 1.4% 상승률 월가에서는 아직도 산타 랠리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다. 허시의 아들 제프리가 편집한 2016년판 주식 거래자 연감에 따르면 1969년부터 지난해까지 46년간 뉴욕 대표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는 34차례 산타 랠리가 발생했고, 평균 1.4%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1896년부터 산타 랠리가 77% 나타났으며 평균 1.7%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다.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지난 수십년간 이 랠리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내놓았다. “연말을 맞아 투자자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곰’(약세장)도 휴가를 가기 때문이다” “휴가비로 받은 보너스를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등의 단순한 설명부터 “연초에 납부하는 소득세를 줄이려는 투자자가 남는 자금을 주식에 쏟아붓는 탓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연말 실적을 짜내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기 때문이다”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런 해석이 모두 맞을지도 모른다. ●산타 랠리 안 나타나면 새해 증시 폭락 가능성 산타 랠리는 주식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데도 쓰인다.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듬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분위기가 들떴던 1999년에는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S&P500지수는 마지막 6거래일인 12월 23일 1457.09에서 새해 두 번째 거래일인 1월 4일 1399.42로 4%나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같은 기간 1만 1405.76에서 1만 997.94로 3.6% 하락했다. 몇 달 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경기가 호황이던 2007년 말에도 많은 이들이 산타를 기대했지만 오지 않았고, 이듬해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맞았다. 이 사태는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인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졌다. 물론 월가가 산타 랠리를 무조건 맹신하는 건 아니다. 대내외 경제 상황과 각종 지표에 따라 증시가 상승하는 것이지 동화 속 산타가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산타 랠리가 발생해도 7거래일 중 최소 하루는 주가가 하락하는 날이 꼭 있다는 경고도 있다. 산타는 국내 주식 시장에도 선물을 들고 올까.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간 코스피를 분석한 결과, 새해 첫 2거래일 주가가 전년도 12월 마지막 6거래일에 비해 올랐던 경우는 15차례 있었다. 월가의 논리를 적용하면 60%의 확률로 산타 랠리가 나타난 것이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절반씩이라고 가정하면 우리 증시에서 산타는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21차례 주가가 올랐고, 떨어진 건 4번뿐이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은 11월 넷째 주 금요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연말 소비 성수기를 맞아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소비 국가가 아닌 한국은 산타 랠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신 미국 등에 연말 물품을 수출하는 10~11월과 정부 정책이 나오는 1월 장세가 좋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찾아온 산타가 가장 화끈하게 선물 보따리를 푼 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이다. 이해 12월 18일 524.85였던 코스피는 이듬해 1월 4일 598.55로 무려 14.04%나 뛰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2001~2002년 연말연시에도 코스피가 9.5%나 급등했는데, IT 거품 붕괴 충격에서 벗어나는 미국과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산타를 불렀다. ●1996년엔 코스피 6거래일간 ‘사탄’ 방문 산타가 아닌 ‘사탄’이 찾아온 경우도 있다. 1996년 12월 20일 700.87이었던 코스피는 허시가 지목한 산타 랠리 7거래일 중 6거래일이나 하락했고, 이듬해 1월 4일 8.2% 떨어진 643.41에 그쳤다. 산타 랠리가 오지 않으면 이듬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월가의 분석이 우리 증시에도 통하는지 코스피는 이듬해 하반기 외환위기로 400대까지 곤두박질했다. 2002년에도 산타 랠리 기간 6.81%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듬해 터진 카드 대란으로 600대 중반에서 50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는 미국은 올해 산타 랠리를 기대한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그린치’(크리스마스를 훔치는 짐 캐리 주연 영화의 악당)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으나 이번 주 들어 다우존스 산업평균과 S&P500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졌다. ●“코스피 다시 2050선 넘을 가능성 제한적” 하지만 아직 낙관할 수 없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도 시차를 두고 시장이 좋지 않다”며 “산타 랠리가 왔다고 표현하려면 주가가 상당히 강하게 올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2013년과 지난해 연말연시 각각 1.88%, 1.41% 하락했다. 2년 연속 산타가 오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050선을 웃도는 등 지수가 괜찮았으나 최근 유가 하락 등의 악재로 많이 가라앉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산타 랠리로 2000선 안착을 시도할 수 있으나 우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수급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다시 2050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얼어붙은 주택시장 ‘3대 변수’

    얼어붙은 주택시장 ‘3대 변수’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규제 강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압박,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일치 등이 주택시장 흐름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향 및 은행권 여신(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주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동안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규제를 강화했을 때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규제 강화 이전보다 상승폭이 줄어들고 거래도 감소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집값 흐름은 상승세 둔화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신규 주택 구입 대출은 3년 정도의 거치기간을 두고 상환하도록 설계됐다. 3년이면 자금을 마련하거나 양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또는 비슷한 조건으로 대출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거치 기간이 1년 이내로 줄어들면 곧바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금 부담이 커져 주택 구입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단기대출이나 분할상환 대출 요건이 강화되면 주택 구입 수요가 떨어져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청약 아파트에 적용하는 집단대출마저 막혔다면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뻔했다. 다행히 집단대출 규제는 제외돼 아파트 청약률 하락을 걱정하던 건설업체들은 한숨을 돌렸다. 이번 대출 규제에서 집단대출이 제외돼 청약시장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 아파트는 잔금대출까지 종전 대출 방식이 유지되므로 대출 규제에 묶이거나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는 새 아파트 청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압박도 주택시장의 새로운 변수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변동은 비록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1.50% 수준이지만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이어지는 연쇄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기존 0.25%에서 0.5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2008년 11월 0.25%로 인하한 이후 7년 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재의 저금리 기조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당장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주택 수요자 부담이 커지면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 돈을 빌려 집을 구매하려던 구매욕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최성현 부동산 114 책임연구원은 “주택매매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수요층의 자금 조달 능력 감소로 인해 매수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주 물량 증가도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는 입주 물량 증가에도 신규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3년은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한다. 그동안 절대적인 주택 부족 상황에 익숙했기 때문에 새로운 혼란도 예상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포럼에서 “2016년 하반기 이후 일부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공급 과잉에 따른 경기 위축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일치는 단기적인 현상이고 2018년 이후에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많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주택시장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면서 “주택시장 회복과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는 연간 최대 주택 수요 물량이 45만 가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건설업체들이 밀어내기 분양 등으로 공급 물량이 급증했지만 점차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원장은 수급 시뮬레이션 결과 2017년 수도권에서 필요한 주택은 18만 4000가구, 공급 물량은 20만 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만 5000가구가 과잉 공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따져 보면 천차만별이다. 서울은 수급 불일치로 3만 6000여 가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기도 지역은 공급 과잉 현상이 당분간 눈에 띌 것으로 전망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연구원도 “미분양 증가는 시차 때문에 당연하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공급 과잉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기획]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2) 국내 기준금리 언제 오르나

    [기획]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2) 국내 기준금리 언제 오르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연방기금금리를 0.25% 포인트 올림에 따라 한국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분간 동결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금리 결정의 열쇠는 내년 1분기 경제 관련 지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혀 왔다. 한은이 금리를 바로 올리지 못하는 까닭은 현재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로 전망되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이 3.1%이지만 2%대 전망을 점치는 목소리가 강하다.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은 2%대 중반을 점치고 있다. 한은이 18일 추정 발표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5~2018년 3.0~3.2%다. 2년 연속 경제 체력을 훨씬 밑도는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이 계속되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4·13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해지면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는 올리면 안 되고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오히려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2004년 금리를 올릴 때 한은은 반대로 금리를 내린 적이 있다. 미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금리를 한두달 간격으로 0.25% 포인트씩 올려 1.0%인 금리가 2006년 6월 5.25%까지 올라갔다. 반면 한은은 2004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두 번 내려 기준금리가 3.75%에서 3.25%로 내려갔다. 그리고 2005년 10월이 돼서야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1년 반가량의 시차가 있는 셈이다.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는 내리는 엇갈리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금리를 내리기에는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도 부담이다. 가계빚이 더 늘어나면 빚 상환에 눌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 중심으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계빚이라는 부담을 가급적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가 크지 않아 현재의 기준금리 1.5%를 유지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현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달러화 강세가 강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금융시장의 장점이 줄어든다. 이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데 원화가 약세가 되면 국내 시장에서의 자금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이들의 자산은 줄어들므로 투자 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회수할 명분이 강해진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내년 말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1% 포인트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금리 차이에 따른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금리를 두 번 더 올리면 한은은 한 번 정도는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된 상태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우리 수출의 둔화를 뜻한다.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나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은 18일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제로 인해 내년 6, 7월쯤 금리의 방향성이 정해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0%에서 6개월 이상 ±0.5% 포인트를 벗어나면 한은 총재가 이탈 원인, 앞으로의 전망과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해야 한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1.7%이고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0%다. 한은 총재가 물가안정목표제 이탈에 대해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日 정부가 돌아봐야 할 두 전쟁의 불편한 진실

    日 정부가 돌아봐야 할 두 전쟁의 불편한 진실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하라 아키라 지음/김연옥 옮김/살림/292쪽/1만 7000원 이웃 나라의 안위까지 들먹이며 평화헌법을 폐기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의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본 내 반발도 거세다. 도쿄대 명예교수로, 현대일본경제사를 전공한 저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 11개 법률안이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2015년 9월 19일 새벽을, 1945년 8월 이후 70년간 지속된 평화로운 ‘전후’(戰後)가 종식된 순간으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이후의 시기가 다음 대전(大戰)으로 한 걸음 내딛는 ‘전전’(戰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상당수 일본인들이 동조하는 까닭을 역사 감각에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19세기 후반 10년의 시차를 두고 발발했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각각 제1차, 2차 조선전쟁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일·러일전쟁이라는 명칭은 교전국 이름만 강하게 인식되게 할 뿐 전쟁터가 한반도였으며 전쟁 목적이 한반도 지배권 획득이었다는 점을 가려 버려 결과적으로 역사 인식을 그릇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청일·러일전쟁을 다시 보려는 연유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저자는 최근 동북아에서 내셔널리즘이 창궐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의 내셔널리즘을 비판할 때는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전제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웃 나라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과거에 벌인 전쟁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과거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출 소득심사 강화 미적대는 정부

    대출 소득심사 강화 미적대는 정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올 연말 1200조원을 넘어서거나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여러 경제예측 기관들이 가계빚 위험을 경고하고 나서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선제적으로 가계빚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해 놓고는 스스로 한발 빼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대출 절벽이 소비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이지만 머뭇대는 사이 소비 위축이 되레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 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나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11월 기준으로는 지난해(6조 9000억원)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금융 당국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돌연 멈춰 섰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내년 1월부터 소득심사 강화 방안을 시행하려 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환계획이 분명하거나 단기 대출, 불가피한 생활자금 등에 대해선 충분한 예외 규정을 두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아예 시행 시기를 3~4월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놓고 수도권에서 먼저 실시한 뒤 몇 달 시차를 두고 지방으로 확대하자는 주장과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전체 적용을 유예하자는 주장 등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안에서도 아직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금융위가 밝힌 공식적 이유는 “지방 은행이 준비가 덜 돼서”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모의 테스트를 해 보니 직원 교육, 전산 시스템 등이 부족했다”면서 “(부동산)시장 충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처 간 이견도 들린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세부 보완 대책을 먼저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른 것은) 대책을 준비하는 건강한 프로세스(과정) 중 하나”라고 말해 이견이 있음을 시인했다.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대출을 조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집토끼(보수층)가 이탈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정책을 조정하는 것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초 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할 수 있는 일인데 이제 와서 유예한다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 시기는 확실히 하고,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집값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는 만큼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서 적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코앞에 닥친 만큼 빨리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지방은 시차를 두고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장은 “당초 지난 10월에 확정하려던 (소득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이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계속 지연돼 이제는 물리적으로 1월 시행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장기 금리가 따라 오르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호주에서 고장 없다고 소문난 한국 가전제품/김창후 LG전자 고문·한국외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글로벌 시대] 호주에서 고장 없다고 소문난 한국 가전제품/김창후 LG전자 고문·한국외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지구촌 아래 남녘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광활하기 그지없는 자연의 대륙이다. 호주 제일의 관문도시 시드니에 도착한 것은 1월 말경이었다. 매서운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서 주재하다 호주 법인장으로 발령을 받고 부임한 것이다. 남반구의 미항 시드니는 한창 여름철로 무덥기만 하였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맑은 공기와 강렬한 햇볕은 엊그제 북반구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곧바로 확 녹여주는 듯하였다. 같은 영어권의 문화이지만 사무실 직원들과의 일상 대화는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미국 주재 생활에서 그간 갈고 닦아 나름대로 자부한 영어 실력이 무력해지는 상황이었다. 이상하게도 호주인들은 약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텔레비전을 뜻하는 ‘텔리’라든지 축구를 의미하는 ‘푸티’ 등의 낯설기만 한 단어를 접하면 당황하게 된다. 영어 발음 또한 처음에는 귀에 매우 어색하여 잘 안 들린다. 알고 보면 새로운 단어는 전혀 없으나 호주식의 특이한 발음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자연스럽게 알아듣고 상대편에 기분 좋게 같은 스타일로 답변할 수 있는 실력을 보강하기까지는 꽤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였다. 서부 끝의 도시 ‘퍼스’와 동부 시드니의 시차는 3시간이다. 여기서는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서너 시간 차를 몰고 가서야 가전 매장을 겨우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결정 시에 고려하는 제일 중요 요소는 ‘제품의 완벽한 신뢰성’이다. 공식 기관의 제품 평가결과가 게재된 ‘소비자 잡지’를 구독하여 항목별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비교 검토하고 나서 품질이 제일 우수하다고 인식되는 제품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온종일 장거리 운전하며 구입한 제품이 만약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하러 또 머나먼 길을 가야만 하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수리를 맡기더라도 부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서비스 센터에 제품을 맡기고 되돌아와 다시 찾는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매장 세일즈맨에게도 제품의 ‘실증적인 신뢰성’은 매우 중요하다. 점주가 주는 기본 주급은 박봉인 상황하에 일주일간 열심히 판매하여 받아내는 커미션(판매 대당 받는 격려금)은 사실상 그들의 생활 원동력인 셈이다.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지 못한 젊은 판매원들에게 삶의 낙이란 그저 금요일 오후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때론 월요일 아침에 경악의 순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지난주에 판매한 제품이 고장이 나서 반품되어 오는 것이다. 점주는 가차 없이 해당 제품으로 지불된 커미션의 반환을 요구한다. 이런 이유로 고장이 잦은 브랜드는 비록 소비자가 원하는 상표라 일지라도 판매원은 손대기를 꺼린다. 대신 신뢰가 축적된 타 브랜드로 강하게 권유하는 관행이 있는 것이다. 우리 제품은 고장이 없다는 입소문이 시장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게다가 법인에서는 우리 제품의 베스트 세일즈맨이나 점주를 정기적으로 선정하여 공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꾸준히 이행하였다. 생산라인에 와서 철저한 품질 관리 공정, 신뢰성 검증 과정 등을 직접 보고 나면 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제고되고 파는 데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매 회사의 최고 경영진에까지도 이 프로그램을 확대하였다. 이런 신뢰성 쌓기의 마케팅 활동이 자사 브랜드가 일본 및 유럽의 유수 브랜드를 빠르게 제치고 호주시장 내 파워 브랜드로 성공적인 자리 매김을 하는 데 초석이 된 것이다.
  • [열린세상]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제안하며/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제안하며/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사람에겐 사람이 문제이고, 코끼리에겐 코끼리가 문제다. 따라서 사람과 관련한 문제의 해답도 사람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요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인구 문제는 전체 인구규모, 인구의 연령 및 성별 구조 그리고 인구의 공간분포라는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간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성장에 길들여 있었다. 한때 급격한 인구증가를 걱정하며 산아제한정책까지 도입하였다. 그러나 인구증가는 노동력 확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인구감소가 국가존립에 위협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그 이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2045년 5000만명 이하로, 2069년엔 4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령화 속도도 더욱 빨라져 노동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그래도 인구감소와 구조변화는 시차를 두고 있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세대별로 분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구의 공간분포 차이는 시간 흐름이라는 완충장치 없이 인구가 몰리는 곳과 빠져나가는 곳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지역으로의 과도한 인구집중은 환경 및 혼잡 비용을 수반한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2015년 충남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0년까지 충청남도에서 351개 자연마을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교 진학과 취업이 주된 요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좋은 일자리와 교육기관을 유치하거나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악순환이 인구의 공간분포와 관련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도시에 머물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이중환(1690~1756)은 반나절 거리 안에 즐길 수 있는 산수(山水)가 있어야 성정을 맑게 하고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도시 사람들이 농어촌의 쾌적한 분위기가 필요하고 농어촌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편리함과 수준 높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도시와 농어촌 모두를 생활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중엔 도시에서 살고 주말엔 농어촌에서 생활하거나 반대로 주중엔 지방의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을 이용해 도시의 가족과 만나 생활하는 거주방식이다. ‘4도(都) 3촌(村)’이라 하여 4일 밤은 도시에서 자고 3일 밤은 농어촌에서 생활한다는 의미의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였다. 그러한 생활패턴은 도시의 각종 생활기반 시설 수요를 줄여 주고, 대신 농어촌에서의 생활기반 시설 수요를 증가시킨다. 물론 생활기반 시설엔 사용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도시에 거주지를 등록하고 농어촌에서 생활하더라도 추가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생산, 공급하는 각종 생활기반 시설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어서 사용료만으로 그러한 시설의 구축, 유지, 관리에 드는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법은 1인 1거주지 원칙을 따르고 있어서 ‘4도 3촌’ 생활방식이나 직주분리(職住分離)로 인한 실질적인 거주방식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제 생활방식을 반영한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 이중 거주지 등록제는 각종 거주 관련 지방세를 분할하는 효과도 있어서 농어촌 지역의 재정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중 거주지 등록과 관련한 각종 제세공과금의 지방자치단체별 분배비율은 해당 주민이 자신의 실질적인 거주방식에 따라 신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송파구와 충남 부여군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생활방식에 따라 선택적으로 송파구 거주 비중을 A%, 부여군 거주 비중을 (100-A)%로 등록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거주지 이중 등록제는 우리나라 주민등록법 제1조의 목적과 관련하여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게 해 주고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중 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도 늘고 있는데, 하물며 같은 나라 안에서 이중 거주지 등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쿠바전 패배 김인식 감독 “이대호·박병호, 결국 해줄 것”

    쿠바전 패배 김인식 감독 “이대호·박병호, 결국 해줄 것”

     김인식(68)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아마 야구 최강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고개를 숙인 4번 이대호(33)와 5번 박병호(29)에 대해 “(본 대회에서는) 해주리라고 본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계속된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와 2차전에서 1-3으로 패해 두 차례 평가전을 1승 1패로 마쳤다.  전날 투타에서 쿠바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6-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이날은 두 차례의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등 결정력 부족으로 완패했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평가전이긴 하지만 4번 지명타자로 첫 선발 출전한 이대호가 2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5번 박병호가 이날 안타 1개를 쳐내긴 했지만 두 경기 도합 7타수 1안타에 삼진을 5차례나 당하는 등 타선의 기둥인 두 선수의 타격감 회복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 감독은 먼저 이대호에 대해 “아직 손바닥 상태가 완전치 않아서 그런지 손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병호에 대해서는 “너무 치기 어려운 공이 온다. 상대 투수가 박병호 타석 때마다 특히 잘 던졌다”고 변호했다.  실제로 쿠바의 빅토르 메사 감독은 이날 경기 7회초 2사에서 박병호 타석 때 투수 호세 가르시아가 초구부터 정면 승부를 하자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마운드 위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메사 감독은 이에 대해 물었더니 가르시아에게 홈런을 맞지 않도록 다양한 구종을 섞어서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병호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 감독은 “오늘 쿠바 투수들의 변화구가 어제보다는 강하게 움직였다. 처음에 나온 투수가 1,2 선발급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던진 2명이 셋업맨과 마무리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화구도 쳐보고 빠른 볼도 쳐보긴 했는데, 공격에서 잔루가 너무 많았다”며 “선발 우규민이 다치는 바람에 투수 운용이 꼬였는데, 생각 외로 이후 투수들이 잘 던졌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날 주 포지션이 우익수인 손아섭을 좌익수로 기용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 포지션이 아닌 포지션 수비를 해봐야 나중에 상황이 생겼을 때 적응할 수 있다”며 “미리 대비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대표팀은 오늘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숙적’ 일본과 대회 개막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로 나온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며 “오늘하고 내일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일본과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을 전력분석팀에서 체크하고 있다. 7일 전력분석팀의 의견을 들어보고 우리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틀 동안 일본 전력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겠지만 전력 분석팀이 지금까지 파악한 것을 종합적으로 체크해서 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날 타구에 오른손등을 강타당한 투수 우규민에 대해서는 “일단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내일 상태를 봐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교체까지도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대체할 만한 투수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라며 “예선을 통과하려면 3승 이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쿠바의 빅토르 메사(55) 감독은 “굉장히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메사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어제(1차전)는 시차 적응이 덜 돼 힘들었는데, 오늘은 비교적 편하게 경기를 치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메사 감독은 “한국이 정말 잘하더라”며 “모든 아시아 선수들이 그렇듯이 한국 선수들도 굉장히 끈기 있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가장 눈여겨본 한국 선수를 꼽아달라는 요청에는 “전부 다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 (한국은)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답했다.  메사 감독은 스타 선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 한국과도 붙어봤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생각한 건데,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보다 번트를 덜 대고 고의 4구도 적은 것 같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이어 “만약 (한국 프로야구가) 쿠바 선수를 영입하고 싶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덧붙였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갈 곳 잃은 투자자금… 파생상품 ‘E 4총사’에 답 있다

    갈 곳 잃은 투자자금… 파생상품 ‘E 4총사’에 답 있다

    낮아도 너무 낮은 은행 예금금리, 박스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불안한 증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부동산까지… 갈 곳 잃은 투자자금이 늘고 있다. 은행에 넣어놓기만 하면 이자가 이자를 낳던 시대, 부동산 불패의 시대에서 펀드 열풍을 거쳐 지금은 무수히 많은 금융투자상품 중 무엇을 얼마나 잘 고르느냐가 중요한 때가 됐다. 최근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이 아닌 파생상품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은 파생상품이지만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주식처럼 사고팔지만 거래세는 안 내고 대신 양도소득세를 낼 수도 있다.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면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할 수 있다. 이 ‘E 사총사’는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걸까. ELW는 일정 수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을 사고파는 것이다. 파생상품인 옵션처럼 적은 돈으로 몇 배의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살 수 있는 권리(콜)와 팔 수 있는 권리(풋)가 있어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대응할 수 있고, 만기도 있다. 콜 ELW라면 만기일에 사기로 한 가격(행사가)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이득이다. 반면 행사가가 기준가보다 높으면 권리 행사의 의미가 없어져 산 가격만큼 손해를 본다. 적은 돈으로 옵션 투자의 효과를 낼 수 있어 2010년에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그해 10월부터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의 호가 제한 등 규제를 가하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듬해 5월에는 기본예탁금(증거금)을 1500만원 이상 갖고 있어야 거래가 가능해져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현재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900억원가량, 1만개에 육박했던 종목 수는 2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ETF는 펀드와 주식의 혼합형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내면서 환매 요청 시 하루 이상 시차가 생기는 펀드와 달리 바로 팔 수 있다. 일반 펀드처럼 높은 운용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다. 국내주식형 ETF의 경우 매매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파생상품형·채권형·해외주식형 ETF 등은 수익이 나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연금이 ETF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ETF 시장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또 내년에 도입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ETF에 투자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과 합쳐 200만원까지는 비과세다. ETN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상품으로 ETF와 비슷하다. ETF처럼 정해진 기초지수에 연동돼 있지만 ETF와 달리 ‘채권’ 성격이 짙다. ETF는 기초자산에 10종목 이상을 담아야 하지만 ETN은 최소 5종목으로 구성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상품이 가능하다. 단, ETN은 증권사의 신용에 기반해 발행된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외부수탁기관에 자금을 맡기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신용등급이 큰 문제가 없다. 반면 ETN은 발행 증권사의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자본 1조원, 신용등급 AA- 이상인 9개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이 점에서 ELS도 비슷하다. ELS는 증권사가 며칠동안만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상품으로 정해진 시점에 환매할 수 있다.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보통 6개월마다 정해진 요건에 충족하면 환매된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인식되지만 특정 조건을 벗어나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해서 ELS보다 수익률은 낫지만 원금보장형 ELS인 파생결합사채(ELB)도 있다. 최근에는 종목에 기반한 ELS는 크게 줄고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에 기반한 ELS가 늘고 있다. 주식이 아니라 예금에 연동된 주식연계예금(ELD)도 있다. 은행이 증권사의 ELS를 본 따 만든 상품으로 ELS보다 안정성이 높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투자 원금 대비 가능한 이익의 규모 수준을 따져보면 ELS가 가장 낮고 ETF나 ETN이 중간, ELW가 가장 높아 투기적인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상품의 경우 유동성이 부족해 호가가 많이 벌어지면 손해를 보고 파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동성이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균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기초자산에 따라 상품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지므로 상품들의 기초자산이 어떤 건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 한도를 확인해 각자의 위험 성향에 맞는 상품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오늘의 눈]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된 진짜 이유/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된 진짜 이유/유용하 사회부 기자

    요즘 대학에서 영어 원어 강의는 흔한 풍경이 됐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당시 전공 필수였던 무기화학을 처음으로 원어 강의로 듣게 됐다. 한국인 교수님이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대충 알아듣기는 했지만 수업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대부분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영어가 짧은 제자들 때문에 교수님은 결국 한 달 만에 영어 강의를 포기하셨다. 지난달 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일본은 21번째, 중국은 본토 첫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없었다. 매년 그랬듯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란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왜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못하나’란 질문은 필부들의 술자리 안줏거리가 됐다. 정부는 지난달 말 ‘파격적’이라며 기초과학 육성책을 내놨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등장했던 기존 대책들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노벨상 강국에서는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과학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다양한 관심사들이 연구되면서 노벨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핵심 요소는 ‘언어’다. 과학이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말과 과학의 용어가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과학책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으로 과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1869년 메이지 유신 초부터 외국 선진 학문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연구 전통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때 주목한 것이 ‘언어’였다. 국가 차원에서 각종 학문 용어를 일본어로 바꾸고 서양 서적들의 번역 사업을 추진했다. 우리가 지금 당연히 쓰는 ‘과학’이란 단어도 당시 서양의 ‘natural science’를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고전이나 학술적 성과의 대중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일본 첫 문고본 ‘이와나미 신서’나 대중 과학서 시리즈인 ‘현대과학 신서’, ‘블루백스’ 등은 번역 사업의 성과라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정부의 노력 덕분에 일본인들은 외국에서 출간된 최신 서적과 연구 성과를 거의 시차 없이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 중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지방대 출신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학술 번역 문화는 척박하고, 전문용어를 ‘국산화’하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외국어를 못 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생활은 한국어로, 학문 연구는 외국어로 해야 하는 연구자들의 이중생활이 계속된다면 ‘21대0’이라는 일본과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지 모른다. 과학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보여 주기식 반짝 지원보다는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노력이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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