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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치지 않는 영원한 청년

    지치지 않는 영원한 청년

    ‘원로 연극 연출가’ 김정옥 관장 “전시·공연도 하고, 데이트 명소 되면 좋겠어요” 12월엔 안숙선과 창극 ‘그네를 탄 춘향’ 재공연원로 연극 연출가 김정옥(85)의 또 다른 직함은 ‘박물관 얼굴’ 관장이다. 사재를 털어 2004년 경기 광주에 마련한 이 박물관에는 김 연출가가 1960년대부터 40년 넘게 모은 1000여개의 ‘얼굴’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석인, 목각인형, 도자인형, 가면, 사람의 얼굴을 본뜬 와당 등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은 그는 사람의 핵심이자 그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드러나는 ‘얼굴’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연출가의 손때 묻은 전시품으로 가득한 박물관은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며 25일까지 휴관 중이다. 하지만 김 연출가는 박물관의 제2 도약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청년처럼 말간 얼굴로 자신의 꿈에 대해 들려줬다. “내년부터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박물관에서 전시도 하면서 공연도 하는 ‘뮤지엄 시어터’로 운영하려고 해요. 가면극, 굿,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예술을 선보이는 박물관 말이죠. 박물관에서 때때로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기는 했는데 내년부터는 아예 상설화해서 세계적인 연극 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가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까닭에 ITI에서도 뮤지엄 시어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를 공부한 김 연출가는 1966년 극단 자유를 함께 창단한 무대 미술가 이병복과 함께 3년 뒤 서울 명동에 다방 겸 소극장인 ‘카페 떼아트르’를 개관했다. 창작극, 번역극, 판소리 공연 등을 무대에 올리며 당시 연극인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랑방 역할을 한 곳이었다. 그가 바라는 뮤지엄 시어터의 역할도 관객과 예술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문화를 향유하자는 데 있다. “박물관 안에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어서 연극인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여러 단체가 함께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어 전국에 있는 박물관을 돌며 공연을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뮤지엄 시어터에 적합한 낭독 공연이나 모노극, 2인극 등을 비롯해 전통 굿이나 무용 작품이 좋겠죠. 사람들이 박물관을 교육이나 관광의 목적만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을 한번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하나로 여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어요.” 뮤지엄 시어터라는 개념은 아직 해외에서도 낯설다며 그는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의외의 장소를 꼽았다. “지금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 중 하나는 젊은 남녀들이 박물관에서 데이트하는 거예요. 지금은 나이 드신 분이나 어린아이들이 주요 관람객이거든요. 그래서 박물관에 오면 커피, 차도 마시고 점심도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개조하려고요. 강릉에 있는 한 커피집의 커피 맛이 좋아서 그렇게 많이들 찾는다는데 우리 박물관도 ‘여기 분위기가 그렇게 좋더라’라고 소문날 정도로 데이트 명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무대와 공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는 박물관 프로젝트 이외에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지난 5월 명창 안숙선과 호흡을 맞춘 창극 ‘그네를 탄 춘향’을 올 12월 국립국악원 무대에 다시 올린다. 내년에는 연출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극단 자유가 1978년 초연한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도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그는 “이것 말고도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 버킷리스트를 늘어놓았다. “체험적 연출론과 6·25전쟁과 관련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모아서 시집도 한 권 내고 싶고요. 사실 1987년에 영화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를 연출할 때 영화를 한 세 편은 찍어 보자 했는데, 세 편은 힘들어도 앞으로 잘하면 한 편은 더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씨줄날줄] 비단 수의, 삼베 수의/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비단 수의, 삼베 수의/최광숙 논설위원

    2011년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씨가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시어머니의 장례식이 계기가 됐다. 당시 종교가 없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장의사를 불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정을 해야 했다고 한다. 효도를 핑계 삼아 관, 수의 등에 바가지를 노골적으로 씌운 후 노잣돈까지 찔러 넣게 하고 챙기는 행태에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단다. 그는 “내가 시어머님께 해드린 것 같은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아서 가톨릭 신자가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문단의 원로 작가 한말숙씨는 2003년 한 문인 잡지에 가상 유언장을 써 화제가 됐다. 그는 유언장에서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 둔 것으로 입혀라. 만일 준비를 못 했으면 연옥색 나이트가운(100% 면), 흰 레이스가 달린 캡, 손과 발도 같은 레이스를 써라’라고 적었다. 우리는 삼베로 된 수의를 최고로 친다. 그러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그렇다 보니 상주가 되면 삼베 수의와 가격 부담이 덜한 무명 수의 등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원래 삼베는 죄인이 입는 옷의 옷감이라고 한다. 신라 마의태자가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가누지 못하고 당시 서민들이 즐겨 입는 삼베옷을 입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이후 죄인이나 부모 잃은 죄인의 심정으로 상주들이 삼베 옷을 입게 됐다. 반면에 수의는 비단과 명주 등으로 짓는 것을 효로 여겼다. 가난한 이들이 삼베 수의를 쓰긴 했어도 “오죽하면 삼베를 쓰겠나”라고 할 정도 삼베 수의를 멀리했다. 고인은 귀한 비단 옷을 입고, 상주는 거친 삼베옷을 입는 전통 장례 문화가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삼베 수의는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에 담아 공포하면서 확산됐다. 그는 삼베 수의로 조선인들의 정신을 격하시키고 비단 등의 잉여 물자를 수탈하려고 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즉 삼베 수의는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다. 최근 최고급 수의 재료인 안동포가 올해 음력 윤 5월(6월 24~7월 22일) 덕분에 최근까지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3억 5000여만원어치나 팔렸다고 한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들은 땅속에 묻히는 것을 ‘땅으로 시집가는 날’이라며 혼례 때 입은 원삼을 보관했다가 수의로 입기도 했다. ‘생전에 입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이나 ‘가장 좋아하는 옷’을 마지막 가는 길에 입으면 좋지 않을까. 삼베 수의가 일제의 잔재라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 [길섶에서] ‘시집 나온’ 시(詩)/박건승 논설위원

    시를 가까이하고 싶지만 손에 쉬 잡히지 않는 것이 시집이다. 책방 시집 코너를 지나면서도 번번이 빈손이다. 다 읽지 못할 것이란 부담감과 시인에 대한 미안함에서다. 둑방 산책로엔 유명 시를 담은 입간판이 곳곳에 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정호승,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그리고 ‘때론 방황해도 좋고 틀려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법륜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난다’는 양광모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고지가 바로 저긴데’의 이은상과 같은 유명 시인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시인’이 대부분이다. ‘시집 밖으로 나온 시’는 낭송회에서 보듯 나름대로 힘이 있다. 꼭꼭 찍어 전달하는 울림이 책 속에 묻혀 있을 때와 사뭇 다르다. ‘문이 열리네요/그대가 들어오죠/내리면 타야지?.’ 가수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개사한 재치 있는 시다. 지하철이 오자마자 머리부터 내미는 이들에 대한 일침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시민 시’ 100편을 뽑아 10월에 게시할 예정이란다. 어떤 시상(詩想)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일제강점기 소녀의 나이에 ‘전범(戰犯)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란 이름으로 끌려가 착취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겼다.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정 판사는 8일 김영옥(85) 할머니와 고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 2000만원, 유족인 이씨에게는 325만 6000여원의 위자료를 각각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선고다. 미쓰비시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14건에 이른다. 앞서 양금덕(85) 할머니 등 5명이 낸 첫 소송은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이미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재림·양영수·심선애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씨 등이 낸 다른 소송의 1심 판결은 11일 열린다. 김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1944년 동남해(도난카이) 대지진 때 무너진 공장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최 할머니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사망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과 동일한 기준인 1억 5000만원의 배상액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같은 해 공중 폭격으로 팔과 가슴 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태평양 전쟁이 끝난 1945년 9월 귀국했다. 김 할머니와 최 할머니는 각각 초·중학생이던 1944년 “돈도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배치된 뒤 월급 한 푼 못 받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이씨는 “이번 판결로 딸(최 할머니)을 잃고 평생 시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할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됐다”며 “할머니 묘소를 찾아 승소 사실을 알리겠다”고 언론에 말했다. 이어 “시집올 때 혼수 이불을 선물로 가져왔으나 생전의 할머니가 ‘딸이 일본에 끌려가 죽었는데 어떻게 편히 이불을 덮고 잠잘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공동 법률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빨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야 이를 계기로 한·일 정부가 해결책 논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전국노래자랑 전설로 등극한 도봉구 공시생 ‘둥지’ 영상

    전국노래자랑 전설로 등극한 도봉구 공시생 ‘둥지’ 영상

    전국 노래자랑 도봉구편에 출연한 여대생이 넘치는 끼를 발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지난달 31일 방송된 KBS2 ‘전국 노래자랑’은 서울 도봉구를 찾았다. 이 중 두번째 참가자였던 박수정씨는 가수 남진의 노래 ‘둥지’로 무대에 올랐다. 가녀린 몸매와 달리 “노래만 만나면 돌변하는 여자”라고 소개한 그는 반주 시작과 함께 돌변했다. “호르르르르르~ 싸싸싸” 추임새와 함께 현란한 몸놀림으로 흥과 끼를 발산했다. 쉴 새 없는 표정 변화와 몸짓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가족과 지인들은 ‘수정아, 시집은 글렀다’ 등의 재치있는 현수막을 들고 응원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불사른 그는 다른 참가자의 인터뷰 시간에 난입해 클럼춤을 추는가 하면 인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마치 대상을 받은 듯 연신 큰 절을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천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청년실업이 큰 문제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기 위해 모레 노량진으로 떠난다. 가기 전 무대에서 (흥을) 풀고 싶어서 출연했다”고 밝혔다.시종일관 유쾌한 매력을 뽐낸 그의 영상에 네티즌들은 “전국 노래자랑 레전드” “수정아 시집은 글렀다” “도데체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길래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비율 좋다” “킬링파트 표정이 압권” “매력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기고] 오장환의 책 사랑/이근배 시인

    [기고] 오장환의 책 사랑/이근배 시인

    종이책의 위기를 사람들은 말한다. 문 앞에까지 와 있는 4차 산업사회를 앞두고 날로 팽창하는 인터넷과 전자출판이 인쇄 출판을 크게 위축시킬 거라는 것이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만년필로 글을 쓰고 고서(古書) 경매장을 기웃거리며 항일기, 해방공간에 나온 시집, 소설, 잡지들에 눈독 들이는 나로서는 종이책의 생명력을 깎아내리는 데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마침 이 여름 9월 3일까지 한글박물관에서는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이야기’라는 제목을 내걸고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더위를 식히려 산으로 바다로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아이들 손잡고 가서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글자인가도 깨우치고 김천택이라는 소리꾼이 1728년에 처음으로 엮어냈다는 먼 옛날부터 이 나라의 큰 시인들이 짓고 노래한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 진본도 만나볼 일이다. 한글박물관이 어렵사리 찾아내서 소장하게 된 이 ‘청구영언’ 진본은 항일기에 시집 ‘성벽’ ‘헌사’ 등을 펴냈고, ‘남만서고’(南蠻書庫)라는 출판사도 꾸렸던 오장환(吳章煥 1918-?) 시인이 발굴하여 아끼던 책이다. 청구영언은 아예 판본은 없고 필사본만 전해 오는데 최남선의 ‘육당본’(六堂本) 이병기(李秉岐)의 ‘가람본’ 이희승의 ‘일석본’(一石本) 등 여러 책이 있으나 학자들의 고증으로 ‘오장환본’이 저자인 ‘김천택 소장본’으로 추정, 이 책을 ‘진본’으로 이름하고 전쟁 두 해 전인 1948년 5월 조선진서간행회에서 500부 한정판을 찍어 내기도 하였다. 오장환이 북으로 가면서 남겨두고 간 책이 고서 전문가이신 통문관 이겸로(李謙魯·1909-2006) 선생의 손에 잡혔던 것이다. 나는 이번에서야 육당, 가람 같은 고가 연구가도 아닌 오장환이 왜 진본 ‘청구영언’을 애장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1991년 서정주의 ‘화사집(花蛇集) 50년제’가 열릴 때 한 출판사가 나서서 특제본 100권 중 35권을 명월관 기생이 치마폭에 붉은 실로 ‘花蛇集’ 석 자를 수놓아 표지 뒷등을 쌌다는 그 책을 구하기 위해 저자는 물론 김광균 시인 등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았어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 전설 같은 책이 몇 해 전 나타나서 내가 잡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그렇게 호사를 부려서 서정주의 ‘화사집’을 출판해준 이가 남만서고 주인 오장환이었다. 도대체 그는 자신의 시집도 아닌 등단으로는 3년 후배인 신인의 시집을 꾸미는 데 온갖 치장을 하였을까. 그의 수필 ‘애서취미’(愛書趣味)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조선에도 한정판구락부 같은 것을 만들어 춘향전이라든가 용비어천가 같은 고전 혹은 현대 작가들의 소설집이나 시집 같은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1939·문장 3월호) 도쿄 유학 시절 서양에서 가죽 제본 등 호화 장정책이 만들어지고 희귀본이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을 부러워한 나머지 그 꿈을 키워 ‘화사집’, 진본 ‘청구영언’ 등 한정판 출판을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고향 충북 보은에 ‘오장환문학관’이 문을 열고 한글박물관에는 그토록 아끼던 ‘청구영언’이 날개를 펼치니 오장환의 책 사랑 아주 오래 남겠구나.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구질구질 사랑해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구질구질 사랑해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드디어 다 읽었다. ‘드디어’라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7월 17일에 출간된 이 책을 2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손에 넣고 홀딱 반해 읽다가 마침 만난 친구에게 넘기고, 다시 사서 이어 읽다가 또 다른 친구에게 넘기고, 네 번째에야 끝을 봤기에 하는 말이다. 선물용으로 각별히 구매한 것까지 총 일곱 권을 샀다. 내 시집도 누가 그렇게 사면 좋으련만…. 화자가 12세 11개월 18일 되던 1936년 9월 28일 월요일에서부터 87세 19일인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까지의 ‘몸의 일기’는 책 띠지에 적힌 대로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가식도 금기도 없는 한 남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책을 얇은 비닐로 밀봉해서 판매하는데, ‘19금’이어서가 아니라 하얀 표지가 더럽혀질까 봐 그랬을 것이다.숨을 받는 순간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 한 생이 맡겨진 몸. 하나의 생에는 오직 하나의 몸이 주어진다. 세상에서 자기 것이라고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확실한 건 자기의 몸이리라. “무지는 무관심과 동의어”라며 제 몸을, 그리고 제 몸이 감지하는 세계(타자들의 몸)를 지대한 관심으로 대하는 화자이니만큼 어릴 때나 젊을 때나 늙었을 때나 자기의 몸, 자기의 생을 공평한 호기심으로 사랑하며 유유히 받아들인다. 어릴 때는 병약했던 그가 비교적 장수할 수 있었던 건 신체시계를 잘 타고나서이겠지만, 천수를 누릴 만하게 몸을 잘 관리한 덕도 클 테다. 가령 그 긴 세월의 몸 일기에 치통이나 틀니 등 치과 계통 언급이 일절 없는 것으로 미루어 양치질도 잘하고 제때 처치를 잘 받은 모양이다. 여기 생각이 미친 건 내가 이 염천에 2주간이나 치과를 다녀서이겠지. 꽤 오랫동안 치과를 가지 않았다. 오른쪽 어금니 하나에 덮어씌운 금니가 빠져 버려 심란했던 게 2년 전인데 어쩌다 보니 방치했다. 그 뒤 이런 이 저런 이에 치통이 올 때면 치과에 달려가려다가도 의사 선생님한테 험악한 입속을 보이기 창피해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다. 그런데 봄부터 왼쪽 어금니가 특히 밤이면 극렬하게 아팠다. 독주를 머금는다, 프로폴리스를 뿌려댄다, 대증요법으로 고비를 넘길 때도 있었지만 차차 진통제를 삼키고도 심장이 죄는 고통을 한참 겪고서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참, 치통이 심할 때 과자를 먹는 것도 한 방편이더라. 완연 통증이 멎는데, 치아를 갉아먹던 충치균이 과자를 먹으려고 옮겨 가서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원래 다니던 치과에 가기 전에 애벌 치료를 받고자 동네 치과를 찾았는데 거기서 나는 내 인생의 치과의사를 만났다. 무려 3년 만에 스케일링을 하고 사랑니를 뽑고 아픈 이 치료를 시작한 첫날, “이렇게 야만스러운 입안은 처음 보시지요?” 기죽은 내게 50대 여성인 그이는 온화한 목소리로 참으로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앞으로 차차 관리하면 되지요.” 아, 얼마나 환자의 수치심을 눅여 주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의사인지. 게다가 그 손길은 섬세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구나, 사랑니는 언제 빼려나, 얼마나 아플까. 두려워하며 진료대에 누워 있는 와중에 잠이 솔솔 왔는데, 어느새인가 사랑니도 뽑고 그날의 치료를 마쳤다. 먼저 다니던 치과의 선생님도 미더운 분이지만, 배반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나는 치과를 옮기기로 했다. 신경 치료를 마치고 금니를 덧씌우기까지 하루 건너 치과를 다녔는데, 의사 선생님은 왜 이렇게 염증이 쉬 가라앉지 않나 의아했을 것이다. 실은 그 고생을 하면서도 야식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군것질을 하다 잠이 들곤 했던 것. 그이가 알았으면 “나랑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예요?” 하셨을지도 모른다. 날이 서늘해지면 오른쪽 치아 치료를 받기로 했는데, 또 죽을 듯 아파서야 갈 것인가. 치통을 해결하니 안질이 왔다. 작년부터 여름이면 계절병처럼 눈병에 걸린다. 닷새쯤 미루다 안과에 갔는데 환자가 스무 명 가까이 대기하고 있어 그냥 나왔다. 그게 일주일 전인데, 꾸덕꾸덕 낫는가 싶더니 그제부터 다시 심해졌다. 오늘은 마흔 명이 대기하고 있더라도 기다리리라. 내 ‘몸의 일기’는 구질구질하구나. 구질구질 내 인생?
  • 섬세하고 깊게 상실을 애도하는 詩

    섬세하고 깊게 상실을 애도하는 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신용목 지음/창비/184쪽/8000원“나는 저 발자국이 몸으로부터 아주 끊어져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몸은 없는데 무게만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중략)//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잘 지낼 수 있겠지만,/마지막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우리라서,”(우리라서) 시인에겐 빗방울 소리조차 ‘미처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목소리’로 들린다. 섬세한 통각과 깊은 사유로 당대의 상실을 애도하는 시편들에는 ‘풍경의 전부를 사용하는’ 슬픔의 힘이 자란다. 그 힘은 ‘인간은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새로운 우리’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시집 ‘아무 날의 도시’(2012)로 “서정시의 혁신”이라는 평을 받았던 신용목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인 임솔아·소설가 김정아 제35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임솔아·소설가 김정아 제35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제35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임솔아(왼쪽·30)와 소설가 김정아(오른쪽·51)가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창비가 3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과 소설집 ‘가시’(클). 심사위원단은 임솔아 시집에 대해 “불의한 세계에 온몸으로 맞서는 존재의 분노와 슬픔이 끝내 충격적인 아름다움으로 이어진다”고 평했다. 김정아 소설집에 대해선 “삶과 투쟁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이 묵직한 감동을 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동엽문학상은 시인 신동엽(1930∼1969)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족과 창비가 공동 제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29일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광명동굴개발사업’ 삭제한 광명도시공사 운영 개정조례안 의회의결 “절차상 무효”

    경기 광명시의회가 지난 1일 광명동굴 관련 개발사업을 전부 삭제하는 ‘광명도시공사 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한 데 대해 광명시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자칫 광명동굴 관련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광명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제226회 임시회에서 광명도시공사 운영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 선포했다. ‘광명동굴 및 주변 개발사업’ 대신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지구개발사업’으로 변경된 게 이번 조례안의 골자다. 뿐만 아니라 ‘광명동굴 및 부대시설 관리·운영’ 내용도 삭제했다. 문제는 조례안의 의결·선포 절차에 있다. 의회가 이 조례안에 찬성토론만 듣고 반대토론 없이 표결 중 오후 7시에 속개하기로 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이때도 표결이 진행 중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찬반 표결 결과에 대한 선포도 없어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정회 후 속개한 후에도 표결에 부치지 않고 의장대행인 김정호 부의장이 일방적으로 의결 선포한 게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당초 오후 7시에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시간없이 갑자기 앞당겨 오후 6시에 속개한다고 13분전에 문자로 통보한 것은 의원들의 참여기회를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례안을 가결처리한 김 부의장은 “시의회의원이 모두 13명인데 회의 시작후 과반수 7명이 참석해 찬성, 가결됐다. 그런데 1명이 바로 퇴장했으나 의원 1명이 추가 참석해 조례안을 가결, 선포했다”며, “시집행부가 의회표결에 대해 ‘불법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유감이며, 절차상 재의요구를 해올 경우 의원들과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본 조례개정안은 주민의 이익 및 권리, 의무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광명시의 도시계획과 관련된 사업”이라며, “이는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반드시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의원 발의된 개정 조례안을 본 회의에서 의결한 행위는 중대한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시의회 대응 방안에 대해 시는 “시의회는 회의규칙 제44조(표결결과의 선포) 규정을 위반했다. 표결이 끝났을 때는 의장이 그 결과를 선포해야 하는데 이번 조례안은 표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결, 선포해 무효”라고 말하고, “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을 통해 무효화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광명동굴개발사업’ 삭제한 광명도시공사 운영 개정조례안 의결 “절차상 무효”

    ‘광명동굴개발사업’ 삭제한 광명도시공사 운영 개정조례안 의결 “절차상 무효”

    경기 광명시의회가 지난 1일 광명동굴 관련 개발사업을 전부 삭제하는 ‘광명도시공사 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한 데 대해 광명시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자칫 광명동굴 관련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광명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제226회 임시회에서 광명도시공사 운영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 선포했다. ‘광명동굴 및 주변 개발사업’ 대신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지구개발사업’으로 변경된 게 이번 조례안의 골자다. 뿐만 아니라 ‘광명동굴 및 부대시설 관리·운영’ 내용도 삭제했다. 문제는 조례안의 의결·선포 절차에 있다. 의회가 이 조례안에 찬성토론만 듣고 반대토론 없이 표결 중 오후 7시에 속개하기로 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이때도 표결이 진행 중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찬반 표결 결과에 대한 선포도 없어 절차상 하자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정회 후 속개한 후에도 표결에 부치지 않고 의장대행인 김정호 부의장이 일방적으로 의결 선포한 게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당초 오후 7시에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시간없이 갑자기 앞당겨 오후 6시에 속개한다고 13분전에 문자로 통보한 것은 의원들의 참여기회를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부의장은 “시의회의원이 모두 13명인데 회의 시작후 과반수 7명이 참석해 찬성, 가결됐다. 그런데 1명이 바로 퇴장했으나 의원 1명이 추가 참석해 조례안을 가결, 선포했다”며, “시집행부가 의회표결에 대해 ‘불법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유감이며, 절차상 재의요구를 해올 경우 의원들과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본 조례개정안은 주민의 이익 및 권리, 의무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광명시의 도시계획과 관련된 사업”이라며, “이는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반드시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의원 발의된 개정 조례안을 본 회의에서 의결한 행위는 중대한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시의회 대응 방안에 대해 시는 “시의회는 회의규칙 제44조(표결결과의 선포) 규정을 위반했다. 표결이 끝났을 때는 의장이 그 결과를 선포해야 하는데 이번 조례안은 표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결, 선포해 무효”라고 말하고, “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을 통해 무효화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브로드웨이 42번가’ 최다 배역 전수경 “시집가는 딸 같은 작품… 꿈꾸는 배우 등용문 됐으면”

    ‘브로드웨이 42번가’ 최다 배역 전수경 “시집가는 딸 같은 작품… 꿈꾸는 배우 등용문 됐으면”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블록버스터’…21년 작품 롱런엔 칼군무·탭댄스도 한몫 “곧 시집을 앞둔 딸처럼 애틋한 작품이에요.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의 초연 무대에 올랐고, 그 이후 지금까지 서로 다른 세 캐릭터를 연기해 봤으니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 페기 소여처럼 꿈 많은 배우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 등용문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랍니다.”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 전수경(51)은 오는 5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96년 국내 초연 때부터, 메기 존스를 두 번째 연기하는 이번 공연까지 다이앤 로러, 도로시 브록 등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맡아 색다른 매력을 선보여 왔다. 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은 뮤지컬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경쾌한 탭댄스와 화려한 군무가 압권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배우들이라면 한번쯤 서 보고 싶은 쇼뮤지컬의 대명사로 국내에서도 21년간 공연을 이어 가고 있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수경은 초연 당시 이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애썼던 순간을 떠올리며 “지난 20여년간 이 작품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돌이켰다. “지금은 1년에 뮤지컬이 수십 편씩 무대에 오르지만 1996년만 해도 신작이 몇 편 안 됐어요. 게다가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당시로서는 25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뮤지컬계 블록버스터였죠. 배우들 중에 이 작품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춤, 노래, 연기 모두 중요한 작품이라 이 오디션을 통과해야 뮤지컬 배우로서의 위상을 증명받을 수 있다고 여겼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출신으로 뮤지컬 댄서가 되는 게 꿈인 코러스걸 페기가 다리를 다친 최고의 여배우 도로시를 대신해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에 출연, 일약 스타가 된다는 내용이다. 꿈 많은 한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한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아붓는 배우와 제작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까 저희들은 더 재미있죠. 우리가 그동안 꿈꿨던 이야기이고 경험담이 그대로 녹아 있거든요. 초연 때 도로시 역에 이정화 선배님과 더블 캐스팅이 됐는데 저는 개막 20일 이후부터 도로시를 맡기로 되어 있었어요. 뮤지컬 배우들의 수입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지 않으면 실업자 신세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개막 후 20일간은 앙상블 중 비중이 있는 다이앤을 연기했죠. 연기 트레이닝도 하고 귀한 레슨을 받는다는 생각에 재미있었어요. 지금 앙상블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제가 생각나곤 해요.” 이 작품의 롱런 비결로는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선보이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완성도 있는 ‘칼군무’를 선보이기 위해 한 장면만 며칠을 연습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전수경도 배우들이 선사하는 청량감을 이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폭포수 밑에 있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탈탈탈 털리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해도 클럽에 가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분이 들어요. 연습을 하면서 매번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혹시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된다면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 보지 못한) 페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페기의 재능을 알아본 에너지 가득한 여인 메기야말로 지금 저한테 더 잘 맞는 배역인 것 같거든요. 배우로서는 줄리언 마시가 탐나죠. 남자 배역이기는 하지만요. 마시는 미국 대공황기에 최고의 공연으로 재기하기 위해 애쓰는 최고의 연출가잖아요. 제가 맡으면 잘해낼 자신이 있거든요. 제가 이 작품을 제작하면 그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호호호.”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고심한 경제사령탑에 힘 실어 주자”

    “DY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25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허약한 연결고리를 보완하려고 김동연(DY)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골머리를 앓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가계소득을 늘려 총수요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 등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규제 완화나 4차 산업혁명 대비책 등을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김 부총리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지금은 해체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까지 ‘3명의 시어머니’ 밑에서 호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김 부총리는 최근 언론인 간담회에서 “시키는 대로 할 거면 이 자리에 앉을 생각 안 했다”면서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청와대나 여당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증세 논란만 보더라도 현실은 김 부총리의 뜻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청이 부자 증세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이날 “당측 요구가 강하다”며 명목세율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가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힘든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흔들면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김 부총리가 새 정부의 아이디어를 적극 실천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정현 “송중기-송혜교, 축가 불러준다 했더니..” 반전 대답

    이정현 “송중기-송혜교, 축가 불러준다 했더니..” 반전 대답

    가수이자 배우인 이정현이 송중기, 송혜교의 결혼 뒷얘기에 대해 털어놨다. 이정현은 송중기와 영화 ‘군함도’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송송커플’의 결혼을 눈치 채고 있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하지 못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정현은 “제가 송중기에게 축가로 ‘와’ 불러줄게 ‘바꿔’는 어때라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축가는 옥주현 누나가 해주기로 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정현은 본인 결혼에 대해서 “저도 항상 결혼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언제할지 모르겠다. 송중기도 항상 ‘우리 누나 빨리 시집가야지’라면서 제 결혼에 대해 걱정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배우가 총출동한다. ‘군함도’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군함도에 끌려오게 된 평범한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하백의 신부’, 희생양과 폭력에 대해 말하다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하백의 신부’, 희생양과 폭력에 대해 말하다

    아득한 옛날 황하(黃河)의 물이 수시로 흘러넘쳤다. 황하에는 물의 신 하백(河伯)이 살았다. 윤미경의 작품 ‘하백의 신부’는 참으로 매혹적인 웹툰이지만, 신화 속의 하백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해마다 범람하는 황하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그 공포는 통치자들에게 아주 유효한 통치 수단을 제공했다. ‘처녀제물’이 바로 그것이다. 마을의 장로들은 적당한 ‘처녀’를 물색했다. 무당할미가 앞장섰고,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며 아버지가 없는 집 여성들이 제물로 뽑혔다. 제물로 바쳐지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집안의 여성이었다. ‘희생양’이라는 폭력은 언제나 그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다. 무당할미가 적합한 처녀를 물색하면 그 처녀는 꼼짝없이 ‘하백의 신부’가 돼야 했고, 하백의 신부가 된 여성은 강가에 만들어진 조그만 오두막에 머물렀다. 그리고 마침내 신부를 하백에게 시집보내는 날이 오면, 곱게 단장하고 가마를 탄 처녀가 물속으로 던져졌다. 진짜 잔칫집처럼 떠들썩한 분위기에 모두 들떴고, 처녀의 어머니만이 홀로 피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던 마을 처녀가 물에 던져진 것이 좀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처녀 하나 바쳐서 일 년 동안 황하가 잠잠하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딸이 하백의 신부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부자’와 ‘외부자’가 갈린다. 통치자를 중심으로 한 ‘내부자’들은 처녀 제물을 선택함으로써 원래 ‘외부자’에 속했던 마을 사람들을 둘로 갈라놓는다. 처녀 제물만이 ‘외부자’로 남게 되고, 그 행위에 암묵적 동조를 한 마을 사람들 모두는 ‘내부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자’로 포섭된 그들은 그 끔찍한 폭력행위를 “어쩔 수 없다”며 외면한다. 홍수의 책임이 치수(治水)를 제대로 하지 못한 통치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통치자의 기획대로 움직인다. 희생양을 선정해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효과적인 통치의 기술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서문표(西門豹)라는 강단 있는 사람이 현령으로 부임해 왔다. 그는 말도 안 되는 그 폭력적 행위에 대해 분노했고, 그 습속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장로들은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임기가 끝나면 떠나갈 자가 감히 우리의 오랜 질서를 흔들려 하다니!” 그들을 현령의 명령을 무시하고 여전히 하백에게 신부를 시집보내는 일을 진행했다. 마침내 또 한 명의 처녀를 하백에게 시집보내는 날이 왔다. 강가에는 떠들썩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고, 눈물로 범벅이 된 처녀는 고운 옷을 차려입은 채 가마에 올랐다. 자신들이 ‘내부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열기에 들뜬 채 강가로 몰려들었고, 무당할미와 장로들도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서문표가 나타났다. 그는 가마를 멈추게 하고 신부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신부가 너무 못생겼군요. 하백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지 않아. 아름다운 신부를 다시 골라 보낼 터이니 좀 기다려 달라고, 하백님께 말 좀 전해 주시오.” 서문표는 무당과 무당의 제자들을 물속으로 던져 넣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무당은 돌아오지 않았고, 서문표는 장로들에게 말했다. “무당의 말이 먹히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수령들께서 직접 가셔야겠소.” 그때야 상황 파악을 한 장로들은 머리에 조아리고 빌면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내부자’들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조종됐던 마을 사람들도 비로소 통치자들이 걸어 놓은 주술에서 풀려났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희생양의 논리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굳건하게 작동하고 있다. 내부자에게 포섭된 마을 사람들로 살아갈 것인가,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서문표로 살아갈 것인가.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 송중기 “또 군인? 어떤 작품이냐가 더 중요”

    송중기 “또 군인? 어떤 작품이냐가 더 중요”

    10월 결혼 전 마지막 출연 작품 “민감한 과거사 소신 있게 연기 신부 송혜교, 생각·행동에 반해” “사회적인 책임도, 그 어떤 행동도 허투루 하지 않는 큰 그릇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류스타 송중기(32)가 영화 ‘군함도’(26일 개봉)로 돌아왔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1년여 만, 영화로는 ‘늑대소년’ 이후 5년 만이다. 오는 10월 31일 ‘품절남’이 되기 전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그는 ‘군함도’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의 탄광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수백명의 탈출을 이끄는 광복군 특수요원 박무영을 연기한다. ‘태후’의 유시진 대위에 대한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군인이라니.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태후’ 막바지 촬영 당시 부상으로 잠시 쉬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또 군인이네’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며 “최대한 다르게 연기했다고 생각하지만, 관객들이 기시감을 느끼더라도 억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군함도’에서 그는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이경영 등 쟁쟁한 배우들과 카메라를 나눠 가진다. “역할의 크기보다 어떤 작품이냐가 중요해요.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에드워드 노턴인데 톱스타이지만 ‘버드맨’에선 조연으로 나와요. 그런 게 자신감인 것 같고, 아름답게 여겨져요.” 이런 마음가짐은 젊은 시절의 세종대왕, 이도 역할을 맡아 짧게 출연했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가 계기가 됐다. “주연으로 작품 요청도 많았지만 대본을 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역할을 떠나 인정받는 기쁨이 뭔지를 알게 됐죠.” 한류스타로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는 게 꺼려지진 않았을까. “없던 이야기를 지어낸 작품도 아니고, 한국 작품으로 사랑받으며 황송한 호칭이 붙여진 것이지 다른 것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소신 있게 연기하려 합니다.” 당연하게도 예비 신부 송혜교의 반응이 가장 신경 쓰인다. “성격상 올 사람이 아니라 VIP 시사에도 초대하지 않았어요. 개봉 날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요.” 팔불출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자 “아버지가 아시아 최고 미녀가 시집온다고 좋아하신다”며 희색만면이다. 송혜교는 평소 의식 있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게 그 친구를 더 사랑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도 했다. “생각이나 행동이 너무 멋져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죠. 기쁜 일에든, 슬픈 일에든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도 오랫동안 톱스타로 활동해 온 비결이라고 새삼 느낍니다.” 차기작 보도가 있었지만 결정 난 건 없다. 그는 당분간 “‘군함도’ 홍보와 결혼 준비에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서울 서대문역 ‘시절음식 곰마루’

    [公슐랭 가이드] 서울 서대문역 ‘시절음식 곰마루’

    요새야 사시사철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음식은 제철이 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곰마루’는 제철에 맞춰 음식을 내놓는다. ‘시절음식 곰마루’라는 상호를 보니 문득 모든 인연이 오고 가는 때가 있다는 불가(佛家)의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절인연이 있으면 다 만나게 되니 굳이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이다.# 교육청 인근서 시작… 교육청 사람들 단골 곰마루는 1996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건너편에 문을 열었다. 교육청 정문에서 손에 닿을 거리에 있어 자연스레 교육청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밖에서 찾아오는 사람과 점심을 함께하거나 저녁에는 부추장떡, 미나리전을 놓고 막걸리 한 잔 나누는 그런 집이 됐다. 그 세월 동안 유인종·공정택·곽노현·문용린 전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집을 들렀다 한다. 조희연 교육감도 이따금 들러 음식 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곰마루의 상차림은 소박하고 단출하다. 그냥 한 상차림으로 내놓는데 풋고추 된장박이, 멸치, 가지무침, 어리굴젓 이런 정도가 찬으로 오른다. 유인종 전 교육감은 “음식 많은 게 싫다”며 거나한 만찬보다 곰마루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2010년 교육청에 임기제 공무원이 된 뒤에 선배 공무원에게 이끌려 곰마루를 만났다. 그러다 교북동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곰마루는 그 자리를 떠났다. 2013년 2월 다시 교육청 언덕길을 내려와 경희궁 자이 3단지 인근에 문을 열었다. 가게가 조금 더 커지고 2층 다락방도 생겼다. 사연이 있어 교육청을 떠났다가 2014년 다시 돌아오니 곰마루가 반긴다. 음식 비법을 물으니 주인은 “특별한 건 없고 집에서 먹는 대로 만든다”고 했다. 목포가 고향이고 해남이 시집인 주인은 그 남도에서 마늘을 사다 까고 다지고, 고추를 사다 빻아서 가루를 만들고 그런 게 방법이란다. 같이 먹어본 사람 중에 곰마루의 음식을 싫다 하는 사람이 없다. 특별하지 않아도 구수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살리는 깊은 맛 이랄까. 여름 민어, 겨울 방어도 한다. 병어조림, 보리굴비, 꼬막, 갑오징어 이런 메뉴들이 있는데 “무엇을 대표로 하실려우” 물으니 “그냥 조림 음식이지 뭐”라며 소박한 답변이 돌아온다.# 여름 민어 겨울 방어… 제철음식 소박하게 상차림은 소박하되 빈약하지 않고, 음식은 정갈하되 야멸차지 않다. 무엇보다 일단 짜지 않아 좋다. 맛깔스럽긴 하되 전혀 짜지 않다. 재료가 가진 맛을 양념이 살리는 재주가 담겼다. 3년 묵힌 천일염과 간장으로 맛을 낸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주인은 조림에는 고춧가루를 써야지 고추장을 쓰면 안 된다고 일러 준다. 고추장이나 설탕이 들어가면 달착지근해지기 마련이다. 생선은 주로 목포에서 공수해 오고 가끔 서울에서 사기도 한단다.민어, 방어야 특식이고 계절 재료로 하는 음식이지만 다소 고가라 대부분 병어조림을 주문한다. 소금, 간장, 마늘, 생강, 고추, 무 그런 정도로 양념하고 적당히 조려서 칼칼한 자극 없이 병어의 구수한 맛을 그대로 잘 품었다. 서로 앞접시에 병어를 나누고 조림 국물을 얹어 주며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입에 담았다. 곰마루의 식사와 함께 소탈한 담화가 오간다. 손성조 명예기자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공보팀장)
  •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생살이 붉게 찢어진 절개지에서 시인이 보는 것은 한 움큼의 야생화다. 참혹한 환부에서도 살려는 의지는 계속되는 것. 쉽게 망가지고 다치는 보통의 삶이 눈부신 이유는 여기에 있다.김승희(64) 시인(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시선은 그곳에 오래 머무른다. 그의 열 번째 시집 ‘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에서다. ‘그러니까 나의 전망은 신의 절개지다/생살이 찢어진 붉은 절개지에도 사계절이 오고/나무뿌리가 지하수를 끌어올리고/새순이 돋아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절개지는 절개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사계절 내내/저렇게 노력하고 있다/(중략)/지금도 펄펄 살아 있는 저 붉은 아픔은/절개지의 절벽 위에 피어난/한 움큼의 야생화로 스스로 치료하려는 듯/갈 봄 여름 없이 조촐한 꽃들이 피었다 진다.’(전망)올해로 등단 44년을 맞는 시인의 감각은 여전히 ‘삶이란 결국 끝없는 보병전’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예리하게 벼려져 있다. 하지만 시집에 담긴 87편의 시편들은 환상과 전복, 해체의 언어로 ‘시대의 여전사’, ‘시의 테러리스트’라 불렸던 그의 수식어가 다시 쓰여져야 함을 보여 준다. 해설을 쓴 나민애 문학평론가가 “고통의 분출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김승희에 대한 오독이다. 과거의 모든 수식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치밀하게 질문하고 관찰하는 시인은 함부로 희망을 예단하지 않는다. 아픔과 절망이 필연일지라도, 뭉근한 그리움과 우둔한 견딤의 힘으로 치유가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을 시인은 귀띔한다. ‘오늘은 마음이 구름과 자유를 추구한단다/사랑이나 희망이나/그렇게 너무 어려운 불치병은 모래밭 속에 묻고/기세등등하지 마//알로하, 한마디면 된단다/희망에는 완치가 없지만/절망에는 완치가 있다고.’(‘알로하’라는 말) 불행으로 뭉그러져도 현란한 향기를 내뿜은 복숭아처럼, 슬픔은 때론 으리으리하기까지 하다. ‘복숭아 한가운데/핏빛 가슴이 선홍빛 광배를 키우고 있어요/저 살결, 참 살가워요/배달이 오래 왔는지 복숭아 살결이 좀 뭉그러졌어요/불행에서 불멸이 나온다는데/뭉그러지면서 향기가 너무 현란한데요/그래요, 다치면서 깊어지는 저 마음/뭉그러질 때 향기는 더 진해지고 낙원은 더 가까워요/저 슬픔, 참 으리으리하네요.’(저 슬픔 으리으리하다) 비루한 세태를 손안에 넣고 능숙하게 주무르는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시편,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단어와 사물,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편들은 재미가 됐다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필이란 말이 일생을 만들 때가 있다/(중략)하필은 이유를 모르고 배후도 동서남북도 모르지만/하필은 때로 전능하기도 하다/우연의 전능/우연은 급히 우연을 조립한다/하필은 불현듯 순간의 어긋남에 불을 비춰주는 말/잘못된 사건 잘못된 장소 잘못된 일이/하필은 기필코 하필이란 말을 물어보게 하는 말/하필은 참회도 없이 두 손을 붙들고 우는 말/하필이 쌓아올린 하필 그런 삶.’(‘하필’이라는 말)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살림남2’ 이외수 장모, “딸이 거지한테 시집을 간다는데..따귀 때렸다”

    ‘살림남2’ 이외수 장모, “딸이 거지한테 시집을 간다는데..따귀 때렸다”

    ‘살림하는 남자들2’ 이외수의 장모님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9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는 작가 이외수의 집에 장모님이 찾아왔다. 이날 이외수는 장모님을 보자마자 큰절을 올렸다. 이외수의 장모님은 “그냥 오셨습니까 하면 되는데 맨발로 쫓아 나와 절을 하니 어렵다. 볼 때마다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외수의 장모님은 “딸의 인물은 훤한데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말렸다. 나는 조금 말렸는데 아버지가 많이 말렸다. 따귀도 때렸었다. 거지한테 시집을 간다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느냐”라고 밝혔다. 이어 “먹을 것이 없어서 계란 하나를 먹고, 라면을 두 끼에 끓여 먹었었다. 이외수가 영양실조로 발뒤꿈치가 삐뚤어 졌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이 이제 살만해지니 병이 들었다니 얼마나 기가 막히냐. 그때는 하염없이 참 많이 울었다”라고 사위의 투병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이외수는 장모님의 방문 전 직접 장을 보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서툰 탓에 두부를 박살내는 등 엉뚱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이외수는 “장모님은 늘 건강이 안 좋으셨다. 근데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하니 잘 챙겨 드려야한다”고 직접 망고 수박 냉면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딸 낳았다고…시집 식구에게 폭행 당한 인도 여성

    딸 낳았다고…시집 식구에게 폭행 당한 인도 여성

    가족 폭력에 시달리는 인도 여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최근 SNS를 통해 공분이 이는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은 인도 펀자브주 파티알라에서 찍힌 것으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하키 스틱으로 폭행을 당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나뒹굴지만, 남성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충격적인 점은 영상 속 남성이 여성의 시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힌두스탄타임스는 폭행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여성이 딸을 출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참금 문제로 인한 갈등도 거론됐다. ※ 영상에는 다소 보기 불편한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WATCH: Woman beaten up brother-in-law & friends in Punjab‘s Patiala allegedly for giving birth to girl&over dowry demands, 2 arrested(14/7) pic.twitter.com/d0mpjl0EO6— ANI (@ANI_news) 2017년 7월 15일인도에는 우리나라의 ‘예단’처럼 신부가 현금이나 고가의 예물 등을 신랑 측에 주는 ‘다우리’(Dowry)라는 결혼 지참금 풍습이 있다. 고대 상류계층에서 생겨난 이 문화는 19세기 말 이후 사회 각 계층에 퍼지는 과정에서 악습으로 전락했다. 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폭행 혹은 살해당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인도 전역에서 8233명이 결혼 지참금으로 인한 갈등으로 살해됐다. 이런 일들을 막고자 인도에서는 지난 1983년에 지참금 금지법이 발효됐지만, 지참금 관련 사건 사고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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