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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연인들은 부지런히…’ ‘착한 사람이…’ 등 꽃잎으로 산화한 그의 심장 같은 시편들꼬박 50년 인생을 살았던 시인은 살아생전 부지런히 죽음에 관한 시어를 골랐다. 그랬던 그가 가기 직전 그러쥔 것은 사랑과 이별이었다.지난해 2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박서영(사진 왼쪽·1968~2018)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사진 가운데·문학동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사진 오른쪽·걷는사람) 등 유고 시집 2권과 2006년 출간됐다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등이다. 1995년 ‘현대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때부터 ‘죽음으로 가득 찬 시 세계’에 천착했다. 경남 고성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마을 주변에 널린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 지인들이 모은 원고에 문예지 등에 발표됐던 시를 모은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에서 시인은 ‘나는 흰 사람처럼 서 있다/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서 있다/애도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서 있다/수많은 의자를 배경으로 둔 채/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기다리는 사람’) 시인의 병은 완치 후 재발이라는 과정을 겪었고, 상황이 악화됐던 그 1년 새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경복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박서영이 홀로 죽음을 맞기까지 가졌을 내면의 풍경을 짐작해 보는 것은 안타깝다 못해 섬한 느낌”이라고 했다. ‘어머니에겐 미리 말하는 게 좋을 뻔했어요/주치의가 말했다 나는 그날 이후 주치의를 바꾸었다.’(‘연인들’) 시인이 차마 제목을 붙이지 못한 원고 몇 편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 또 다른 유고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다. 사랑은 나와 너의 사랑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몸뚱어리에 대한 사랑 같기도 하다. 나는 너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어서 생기는 필연적인 오해와 헤어짐에 관한 한 이 시집처럼 지극할 수가 없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내 몸에서 돋아나는 그림자를 이해하기 위해 계절의 밤을 다 소비해야 한다. 우리의 그림자는 한패가 아니다. 그림자는 암호처럼 커진다. (중략)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 (‘홀수의 방’) 장석주 시인은 발문에서 말한다. ‘사랑은 부재하는 것과 현존하는 것을 그러쥐려는 욕망이고, 그 욕망은 불가사의한 영역에 속한다.’(106쪽)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큰 해답이 되어 줄 시집이라는 출판사 측 설명이 이해가 된다. ‘관 뚜껑이 열리듯 꽃이 피면/내 몸은 쫙쫙 찢어진 꽃잎이 된다’고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시인은 말했다. 꽃잎으로 산화한 시인의 마지막 심장 같은 시편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홀로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쓸쓸·고통으로 묶인 우리는

    홀로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쓸쓸·고통으로 묶인 우리는

    사이하테 타히라는 시인이 있다. 그의 네 번째 시집 ‘밤하늘은 항상 최고 밀도의 푸른색이다’(2016)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많이 읽혔다는 뜻이다.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고독의 정서를 이런 식의 시구로 표현했기 때문일 테다. “네가 가엾다고 생각하는 너 자신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동안은 세상을 미워해도 돼. 그러니까 이 별에 연애란 있을 수 없어.” 외로움과 연민, 증오와 사랑을 그는 이렇게 언어화했다. 해석하기 어렵지 않게, 그러나 쉽게 읽고 금방 흘려버릴 수도 없게. 이 시집에 감응한 독자 중 한 명이 이시이 유야 감독이다. 출판사 직원들의 사전 편찬기를 다룬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영화 ‘행복한 사전’(2013)을 만들었던 그는, 이번에는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을 바탕으로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를 완성했다. 그러니까 관객 입장에서도 시 읽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것을 전하는 형식적 감각에 집중해야 감상이 수월하다는 말이다. 이 작품에 쓰인 비유와 상징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이를테면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 주인공 신지(이케마츠 소스케)가 보는 반쪽 세계의 프레임이라든가, 방에서 괜히 가라테 발차기를 연습하는 여자 주인공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모습이라든가, 신지와 미카가 자꾸 마주치게 되는 버스커 공연 등이 그렇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형식적 감각의 차원에서 분석할 부분이 많다.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이를 관통하는 감정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힘든 일로 생존을 이어 나가야 하는 생활고라는 것이다. 이것은 신지나 미카나 마찬가지다. 그들뿐이 아니다. 도쿄에 사는 사람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홀로이나 바로 그런 점에서 쓸쓸함과 고통으로 묶이는 공동체다. 이 영화가 국경을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다.혼자인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 영화는 비관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카의 목소리로 들리는 사이하테 타히의 시구가 그 사실을 방증한다. “물처럼 봄처럼 네 눈동자가 어딘가 있어,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어, 희망과 사랑과 심장을 울리고 있다.” 이 구절에 기대자. 그러면 비약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지와 미카의 관계도 그럴 듯하게 납득된다. 논리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진실을 살면서 자꾸 잊게 된다. 그래서 이 같은 진실을 잊지 않으려고 우리는 시를 읽는다. 시로 만든 영화를 본다. (덧붙임: 영화 개봉을 계기로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도 한국에 번역되기를 바란다.) 허 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연말정산, 장애인·월세 공제 꼭 챙기고 해외 교육비도 놓치지 마세요

    유교 경전이자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에는 ‘다른 산의 돌이라도 옥을 갈 수 있구나’라는 시 한 구절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언행이나 실수라도 나에게는 커다란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여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매년 2월이면 돌아오는 연말정산을 할 때도 타산지석의 교훈을 통해 지갑을 불릴 수 있다. 납세자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에서 최근 발표한 ‘놓치기 쉬운 소득·세액공제 10가지’를 살펴보면 연말정산을 할 때도 절세 방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은 암, 치매, 중풍, 난치성질환, 정신병, 국가유공자 등 중증환자 장애인 공제 항목이다. 세법상 장애인은 중증환자를 포함하며, 병의원에서 장애인 증명서를 받으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 대상자가 소득이 없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장애인공제와 함께 기본공제도 받을 수 있다. 월세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과의 마찰을 우려해 월세액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월세 계약이 끝나도 과거 해당분에 대해 경정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옮겨두고 임대차계약서와 집주인계좌로 월세를 이체한 내역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교육비 세액공제에서도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의 중·고·대학 등록금과 근로자 본인의 해외 대학원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지방에서 동생과 같이 거주하다가 본인이 취직해 따로 살더라도 세법상 같이 사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동생의 교육비를 지출했다면 공제가 가능하다.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 아이를 키우면 한부모공제가 가능하다. 배우자가 없고 기본공제를 받는 자녀가 있다면 한부모공제 100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된 제도인데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만 60세가 되지 않아 부양가족공제는 못 받더라도 소득이 없어 근로자가 부양하고 있다면 부모님의 의료비와 신용카드·기부금 등은 공제가 가능하다. 지난 연말정산에서 이런 혜택을 놓쳤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공제신청을 놓친 항목은 최대 5년치에 대해 환급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급 신청은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납세자연맹을 통해 환급액의 일정 비율을 후원금으로 납부하고 환급대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
  • [서울광장] 2019년, 김남주를 다시 기억할 때/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2019년, 김남주를 다시 기억할 때/박록삼 논설위원

    1994년 유독 이름 짜한 이들이 많이 떠났다. 1월 문익환 목사가 황망히 떠나더니 다음달 시인 김남주가 떠났다. 그해 봄과 여름엔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드 보컬 커트 코베인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잇따라 갔다. 긍정·부정 평가를 떠나 각자 자리에서 한 시대의 굵은 획을 그은 거목들의 절명이었다. 상실의 시대였다. 한국사회 변혁을 꿈꾼 청년들에게 김남주(1946~1994)의 빈자리는 유독 컸다. 1980년대 청춘들은 그가 번역한 ‘네루다’를 읽으며 사랑을 배웠고, 그의 시에 담긴 혁명의 서슬 퍼런 결기를 따라하려 몸부림쳤다. 문청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였다. 1980~1990년대 그를 읽지 않고선 펄펄 끓던 스물 남짓의 삶을 건널 수 없었다. 학교와 공장의 정문 앞, 그리고 거리 곳곳의 불심검문을 피해 은밀히 김남주를 읽는 건 학살과 저항의 시대를 사는 청춘의 의무였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다. 하지만 김남주는 거추장스러운 수사가 필요 없는 혁명가이자 시인 그 자체였다. 1972년 유신시대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두 차례에 걸쳐 10년 넘도록 감옥을 집으로 삼았다. 그리고 감옥 안에서 치열하게 시를 썼다. 그가 남긴 시 500여편 중 400여편은 감옥에서 쓴 것들이다. 시집 ‘진혼가’(1984), ‘나의 칼 나의 피’(1987), ‘조국은 하나다’(1988) 등은 그렇게 빛을 봤고,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청년들의 가슴을 두방망이질치게 했다.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해야 한다. 김남주를 제대로 읽기에는, 김남주의 삶을 따라하기에는 몹시 버거웠다. 두려웠다. 많은 청춘들이 홍역을 겪듯 통과의례처럼 김남주를 거쳤고, 자신의 삶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김남주 바깥으로 멀리 벗어나려 애썼다. 시인이 감옥에서 나왔을 때 현실 사회주의 국가는 붕괴했고, 혁명의 좌표는 사라졌다. 시의 시대는 끝났으며, 민중문학은 유행에 뒤처진 것으로 취급받았다. 그가 떠난 이후 한국 사회 전체가 그로부터 도망쳐 간 이유이기도 했다. 멀리 달음박질친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최근 정치인들 한 무리는 ‘전두환은 구국의 영웅’, ‘5·18 폭동’ 등 망언을 내뱉으며 ‘학살의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고, 그 당의 대표라는 자 또한 “(5·18 망언과 관련)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면서 그들을 사실상 두둔하고 동조했다. 군사독재 정권의 후예임을 남들이 몰라줄까 걱정스러웠나. 과감한 커밍아웃이다. 뿐만 아니다. 남북 정상이 만나 포옹하는 시대에 제 역할을 잃은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두 눈 부릅뜨고 있다. 그가 남겨 놓고 떠난 문학판은 또 어떤가. ‘문학의 위기’라는 명제가 무색하게 4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문학상이 범람하는 세상 속이지만 ‘김남주문학상’은 없다. 민중문학의 최정점에 있던 김남주는 가난한 몇몇 시인의 기억 속에만 머물며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고, 다양성을 표방하는 새로운 문학 사조에 떠밀려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에두름 없는 그의 시어들이 너무 거칠고, 너무 전투적이라는 상투적 비판과 함께였다. 출소 뒤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오늘의 현실이 어제와 다르다고 어제의 역사적인 실천과 문학적 대응을 오늘의 잣대로 재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저의마저 감지케 한다”고 직접 항변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다음달 그의 모교 전남대에 김남주기념홀이 만들어진다. 그의 선후배 작가들과 그와 함께 혁명을 꿈꿨던 선후배들이 십시일반해서 4억원 가까운 돈을 만들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허전하다. 김남주의 생애와 문학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가치를 담고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2019년 김남주를 호명하는 일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김남주문학상’ 같은 것 하나 만들어서 민중시인 송경동에게 주거나, 거스를 수 없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낸, 혹은 만들어 낼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는 것도 통일을 염원했던 김남주의 뜻과 맞을지 모르겠다. 김남주에게 부채를 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김남주기념사업회 김경윤 회장은 “문학상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오랜 바람이지만 현실적인 문제 탓에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가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시 ‘사랑은’ 중) 2월 13일은 ‘사랑의 시인’ 김남주가 췌장암으로 떠난 지 25년 되는 날이다. 2019년 다시 그의 시를, 그의 삶을 기억할 때다. youngtan@seoul.co.kr
  • 느지막이 ‘가갸거겨’ 배웠더니 덧없는 삶이 온통 시가 되었네

    느지막이 ‘가갸거겨’ 배웠더니 덧없는 삶이 온통 시가 되었네

    시인 새뮤얼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했다. 청춘은 “장밋빛 뺨,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풍부한 상상력, 열정을 말한다”고. 울만의 청춘론에 따르면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한 우린 언제까지나 젊다. 그래서일까.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자신의 삶을 시로 옮기기 시작한 할머니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5일 개봉)와 ‘칠곡 가시나들’(27일 개봉) 속 할머니들은 파릇파릇한 청춘 같다. 칠순, 팔순이 넘어 배우기 시작한 글자에 삶의 이야기를 담는 ‘청춘들’ 얼굴엔 호기심이 그득하다.이종은 감독이 연출한 ‘시인 할매’는 전남 곡성의 작은 도서관에 모여 한글을 배우고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시로 써내려간 김막동(84), 김점순(80), 박점례(72), 안기임(83), 윤금순(82), 양양금(72) 할머니의 사계절을 담았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서 가장 약한 자로 살았던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오히려 관객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어머니가 해 준 한 공기의 밥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녹음이 우거진 마을의 정겨운 풍경과 마을에 두런두런 모여 사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땡볕에도 자식들에게 줄 농작물을 거두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쓴 편지를 소리 내 읽고, 아들이 묻혀 있는 무덤 앞에서 속상해하는 모습은 할머니들의 세월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 준 김선자 길작은도서관장 말에 따르면 “처음엔 다른 사람이 아는 게 두려워 자신의 개인사를 글로 풀어내지 않으려던” 할머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사박사박/장독에도/지붕에도/대나무에도/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잘 살았다/잘 견뎠다/사박사박’(윤금순 할머니의 시 ‘눈’)‘해당화 싹이 졌다가/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꽃이 피건만/한번 가신 부모님은/다시 돌아오지 않네’(양양금 할머니의 시 ‘해당화’) 길가에 핀 예쁜 해당화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해당화’를 썼다는 양양금 할머니는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매는 언제까지 생각해도 눈물이 나더라고. 하늘에서 ‘우리 딸이 이렇게 시를 썼구나’ 생각하시겠지”라고 소회를 전했다. “선생님이 시를 써오라고 하면 뭘 또 써가지고 가야 할꼬 생각이 안 나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김점순 할머니)고는 했지만, 할머니들은 앞서 2016년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와 2017년 그림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를 펴낸 ‘곡성 대표 작가’다. 김 관장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하시고 오후 7~9시에 부랴부랴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들으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삶이 힘들다고 투정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트루맛쇼’, ‘미스 프레지던트’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칠곡 가시나들’은 난생처음 한글을 배워서 더없이 즐거운 인생을 즐기는 경북 칠곡 ‘일곱 시(詩)스타’의 일상을 조명한다. “‘쉘 위 댄스’의 칠곡 버전”이라고 작품을 소개한 김 감독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할머니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재밌게 나이듦’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에 담았다. “과거를 바라보는 회고적 존재, 죽음을 묵상하는 존재 등 미디어에서 노년층을 바라보는 편견을 깨고 노년의 건강한 욕망과 설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 그래서인지 유난히 까르르 웃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화면에 자주 잡힌다.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박금분(89), 곽두조(88), 강금연(85), 박월선(89), 안윤선(83), 이원순(82), 김두선(86) 할머니다. 칠곡 할머니들 역시 앞서 시집 ‘시가 뭐고?’(2015)와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2016)를 출간한 어엿한 시인이다. ‘유쾌한 시인’들이 길가에 나란히 선 채 상점 간판을 더듬더듬 읽고, 자식에게 처음으로 손 편지를 쓰고, 받아쓰기 시험을 보다가 커닝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한글을 공부하는 시간만큼 하루를 팔팔하게 보내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찌든 기색이라고는 없다. 빨래터에서 방망이질하다가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평생 품었던 가수의 꿈을 이루려고 동네 노래자랑대회에 나가며 재미있게 사는 덕분에 할머니들의 문장에선 삶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많다. 시가 천지삐까리다”(박금분 할머니), “지금 이래 하마 한자라도 늘고 조치 원투쓰리포 영어도 배우고 한번 해보자”(안윤선 할머니)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대통령이 홍천 초등학교에 보낸 깜짝 졸업선물

    문대통령이 홍천 초등학교에 보낸 깜짝 졸업선물

    전교생이 32명인 강원지역 작은 시골학교 6학년 학생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잊지 못할 졸업선물을 받았다. 홍천 내촌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최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초 학생들이 직접 쓴 동시를 엮은 ‘동생은 외계인’이라는 시집을 청와대에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이었다. “소중한 마음을 담은 편지 잘 읽어보았어요”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문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일화와 함께 “서로 신나게 뛰어놀고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문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이 동봉됐다. 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책 속에 10편의 시를 실은 이우빈군은 “처음에는 거짓말 같았고 살짝 꿈꾸는 기분이었다”며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했다”며 기뻐했다. 청와대까지 간 시집 ‘동생은 외계인’은 우빈 군 등 이 학교 5명의 6학년 학생들이 학교와 일상에서의 즐거움과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 시 51편을 담았다. 최고봉 담임 교사는 “농·산·어촌 학생들이 갖는 어휘력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시작했던 글쓰기 수업의 결과가 책으로까지 나왔는데 대통령이 직접 읽고 답장까지 보냈다”며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졸업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경수 면회 온 의원들에게 “대통령 잘 지켜달라” 당부

    김경수 면회 온 의원들에게 “대통령 잘 지켜달라” 당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면회를 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대통령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명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아직도 의아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김 지사는 7일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박광온 최고위원,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 기동민 의원 등을 면회한 자리에서 “이런 판결이 날 줄 상상도 못 했다”며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신빙성에 큰 하자가 있어서 이런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나는 물론 변호인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판결 자체가 무리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변호인과 잘 협의해서 앞으로 있을 2심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차분하게 준비를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기동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 지사는 윤동주 시집과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두 권의 책을 다시 차분히 펼쳐 들었다”며 “면회를 마치면서 ‘대통령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경남도의 도정공백을 걱정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는 “경남지사에 당선되고 나서 역점을 두어 추진해온 사업들이 있는데, 지금 부지사의 직무대행 체제로는 그 사업들의 책임 있는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서부 경남 KTX, 신항만과 신공항 문제가 다 부산과 연결돼 있어 누가 책임 있게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잠시 때를 놓치면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우후죽순 쏟아지는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제2의 손혜원’ 막을까

    우후죽순 쏟아지는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제2의 손혜원’ 막을까

    설 명절을 앞둔 정치권이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송언석·이장우 의원 등 소속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국회의원의 사적 행위가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며 빚어진 풍경이다. 마치 지난 2016년 국회가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출판기념회 금품 모금 논란 등으로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를 만들었던 열풍이 연상된다. 당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원 중징계를 앞뒀던 서 의원은 탈당 후 복당했고, 출판기념회 시집 강매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발표했던 노영민 전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이번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논란이 민심을 얻기 위한 임시 방편이 아닌 진정한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도록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 의원을 겨냥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법안인 ‘손혜원 방지 2법’(국회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강화하고 제2, 제3의 손혜원 사태를 막기 위해 ‘손혜원 방지 2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며 “국회의원이 해당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개인이나 기관,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및 유가증권 등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상임위원이 해당 상임위 직무와 관련돼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상임위원의 직계존·비속이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법인·기관 또는 단체의 임직원이나 사외이사인 경우 등 사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상임위원이 될 수 없고,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설 연휴 이후 국회윤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지난달 31일부터 국회윤리법 초안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표 의원은 “영국은 의회윤리청, 미국은 의회윤리실이라는 국회의원을 감사하는 기구를 이미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국회가 스스로를 혁신할 기회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회윤리법은 국회의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규범을 법제화하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사할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인 국회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지난 1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행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이 경제적 이익 등 이해관계와 관련된 예산안 및 법안을 심사하면서 관련 기관을 압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익 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공직자였던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 3년간 근무했던 기관과 관련된 상임위의 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해충돌행위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국회의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예산이나 법안 심사 시 제척사유를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 여야 3당 간사 회동을 갖고 의원 징계안이 제출된 손 의원과 서 의원 등에 대한 처리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가 설 명절 이후 민심에 따라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자당 의원에 대한 엄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설 지나도,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았잖아

    설 지나도,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았잖아

    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한다. 새 옷, 새 신발, 새 집, 새 차. 가족도 ‘새 가족’을 신청해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신청을 받아 달라고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모른다.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루다. 해, 달, 날이 모두 새것인 시간, 모든 ‘첫’을 품은 상서로운 날이니 덕담을 나누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리라. 지난 해 운이 나빴던 사람, 실패한 사람도 설에는 굽은 어깨를 펴고 새 마음을 가지려 한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조상을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절을 하고, 세뱃돈을 주고받으며 ‘다시 한번’ 화목한 삶을 꿈꾼다. 설을 맞아 생각해 본다. 올해는 뭔가를 끊으려고만 말고, 안 하던 일을 해 볼까. 싫어하는 것의 목록을 늘리지 말고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늘려 볼까. 아끼지 말고 헤퍼져 볼까. 매사에 조심스럽게 말고, 우당탕탕! 소란스러워져 볼까. 할 일을 또박또박 하지 말고, 하지 않아도 될 일만 찾아서 해 볼까. 짜릿하다. 작심삼일이라지만 작심(作心)은 얼마나 귀한 마음이며, 삼일(三日)은 얼마나 충분한 시간인가! 사실 무언가를 끊거나 바꾸는 일은 전부터 내가 수시로 시도해 온 일이다. 중독이 의심되어 작년 봄에 스마트폰을 폴더폰으로 바꿨다. 날마다 몇 잔씩 마시던 커피를 두 달 동안 끊고(이게 가장 힘들었다!), 얼마 전엔 인스턴트 음식과 설탕 함량이 많은 디저트를 끊었다.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30분짜리 모래시계를 놓고 훈련 중이다. 모래알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30분 동안은 절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기, ‘딴짓 않기’가 규칙이다. 모래시계를 뒤집어 가며 일하다 보면 나중엔 모래시계를 잊고 집중하게 된다. 고요히 떨어지는 모래를 보고 있으면 숨어 있던 시간의 속살을 보는 것 같아 오싹하다. 지금도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자아 단련을 위해서라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하게 굴었나? 더 할까, 덜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김현승 시인은 “파도가 될 것인가 / 가라앉아 진주(眞珠)의 눈이 될 것인가”라고 노래했다. 나는 진주도 아니면서 가라앉은 보석 흉내를 내느라 애써 왔는지도 모른다. 한편 솟구치는 파도가 되기 위해선 얼마나 까치발을 서고 점프를 해야 할까. 애쓰지 말자. 설렁설렁 해찰을 하며 살자. 올해의 원대한 목표로 정해 두었는데 자꾸 잊는다. 나는 진주도 모르고 파도도 모르니, 그냥 나다운 상태로 꾸준하고 소소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몸에 마음을 가져다 댈 때 그 ‘꼭 맞음’의 느낌으로. 허리가 구부러질 때 마음이 허리에 가 같이 구부러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마음도 손에 가서 얼른 잡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로 지내면 좋겠다. 올 설에도 여전히 나는 (팔자 좋게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낼 것이다. 떡국을 끓이고 잡채와 갈비찜을 만들고, 동그랑땡은 반찬가게에서 사 올 것이다. 명절 음식을 먹으며 금세 질리겠지. 며칠 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역시 물리는군. 새콤한 동치미를 떠먹고 싶군. 그러다 정색하고 존 버거의 문장을 곱씹어 보겠지. “음식도 일종의 전언(傳言)이다. 먹는다는 것은 전갈을 받는 것이다. 누가 어디로부터 보낸 전갈인가?” 먼 곳에서 이쪽으로 전갈을 보낸 사람들을 생각해 보겠다. 잘생긴 당근을 보며 놀라야지. 당근아, 너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구나. 흙 망토를 두르고 있는 여왕 같아. 양배추야, 너는 한 겹 한 겹 뜯기지만 뭉쳐 있을 땐 무기처럼 단단해. 대단하구나! 하지만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속으로만 외치겠다. 공책에 ‘할 생각이 전혀 없던 일’, 혹은 ‘싫어하는 일 좋아하기’ 목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다. 먼저 떠오른 건 내가 싫어하는, ‘바퀴벌레 사랑하기’인데 차마 못 쓰겠다. 이건 패스. 스노보드 타기, 삐삐처럼 무릎까지 오는 짝짝이 양말 신고 친구 만나기, 동네 할머니랑 친구 되어 보기는 어떨까. ‘숨은그림찾기’를 만들어 인생이 한없이 지루하단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에게 줘 볼까. 존경하는 스승에게 덕담은 괜찮으니 세뱃돈 주세요, 생떼 부려 볼까. 날 이상하게 보겠지…. 노다지다! 날마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생각한다. 설 지나면 어때. 밤이 지나면 늘 새 날이 기다린다. 정월 초하루도 숱한 날 중의 하루일 뿐. 달마다 초하루를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겐 매 달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아 있다. 변신로봇처럼, 자꾸 변신을 꿈꾸는 자에겐 기회가 많다. 올해 설날은 갓난아이가 맞은 인생 첫날처럼 맞이하자. 해 보자. 처음처럼 아니라, 진짜 처음 하는 일을!■ 박연준 시인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스물 다섯 살 차의 장석주 시인과 나이를 뛰어넘은 ‘시인 부부’로 유명하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가 있다.
  • ‘박보검 시집’서 못다 한 이야기… 인생, 사랑 그리고 행복

    ‘박보검 시집’서 못다 한 이야기… 인생, 사랑 그리고 행복

    등단 49년차. 올해 일흔 넷인 노(老)시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치면 ‘드라마 남자친구 책’이 뜬다. 극 중 배우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선물한 책이 시인이 2015년에 낸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이기 때문이다. 세월을 뛰어넘어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나태주 시인이 시집에서는 못다 한 이야기들을 담아 산문집을 냈다.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는 크게 인생, 사랑,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는 ‘행복’이다. 시인이 말하는 행복은 단촐하다. “저녁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시 ‘행복’ 전문). 그는 우리가 소망하는 행복은 이미 내 안에 내재해 있으며,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고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고 좋은 쪽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181쪽) 가장 사랑받은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으로 알려진 시인의 시 ‘풀꽃’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물어도 ‘풀꽃’에서 가장 와닿는 지점은 ‘너도 그렇다’였다고 한다. 시인은 “그 말이 독자에게 가면 ‘나도 그렇다’가 된다”며 “물아일체, 나아가 우아일체의 사상으로 너와 나를 분별하지 않는 너그러운 심정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다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늙어 버렸다’는 시인. 그러한 시인이 톨스토이와 윤동주와 달라이 라마에게 보고 배운 이야기와 ‘박보검의 시집’으로 불리어 하염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책에 모두 담았다. 그는 시가 자신의 삶에 힘이 돼 주었던 것처럼 자신의 시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위로·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이 목마른 사람이라면 한 모금의 찬물이 되고, 그들이 지친 사람이라면 따스한 악수가 되고, 그들이 먼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동행이 되고, 그들이 외로운 사람이라면 가슴에 꽃다발이 되어 다오.”(141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후배들 언어 유희로 난해한 망상만 가득 필 오면 끄적이지 말고 24시간 몰두해야”“좋은 시인가 아닌가 아는 방법이 있어요. 시 쓰면서 우는 거예요. 대상하고 교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그 동질감 속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시 ‘사평역에서’를 쓴 ‘아기 참새 찌꾸’ 아빠, 곽재구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다. 지난 28일 전화로 만난 시인은 “내 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화 ‘아기 참새 찌꾸’의 마침표를 찍을 때, 이번 시집을 쓸 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73편의 미발표시들로 빼곡히 채운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터전인 전남 순천의 샛강 동천을 걸으며 나왔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징검다리’), ‘물고기 두 마리/입맞춤하네/가을에 사랑하다 헤어지면 봄 온다네’(‘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등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일곱 번째 시집 ‘와온 바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명력, 삶에의 거룩함은 신작에서도 그대로다. ‘니 좋으면 나 좋으니/나한테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겄다/이번 달 시급 만 원 계산했다/새 정부에서 2020년부터 시행할 모양인데/힘들어도 함께 힘든 게 낫지 않겄냐?’는 삼겹살집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 거예요’라는 점원의 다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강은 쉽게 말하면 한반도, 착한 물고기들은 반도 안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푸른 용은 반도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예요.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모습도 다 착한 물고기 속에 들어 있는 거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로 39년차인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 시 쓰던 때, 도서관에서 윤동주 시집을 훔치던 때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을 훔쳤지/(중략)/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고교 1학년’) 초심을 되새긴 것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초심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인제 우리 나이로 6학년 6반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시가 너무 자잘해요. 젊은 친구들 쓰는 시가 비전도 없고, 언어 유희에다가 난해한 망상들을 집어넣고…, 진정성이 없어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9년째 시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신인상 당선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물고기와 나’)고까지 썼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루 24시간을 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잠자다 꾸는 꿈에서까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꿈에 나와요. 무의식 세계하고 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일주문을 들어가야지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뭔가 ‘필’이 오면 끄적끄적 쓰고 시라고 발표하는 거, 그건 시가 아니에요.” 하루 열 편씩 쓰겠다는 초심을 지금도 이어 나가는 시인이다. “방탄소년단도 분명히 꿈에서 춤추고 노래할 것”이라고 덧붙인 시인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 말은 다 틀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시어에 김소월과 윤동주가, 해설 대신 직접 쓴 산문에는 정지용, 백석 등 먼저 간 선배 시인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일컬어 ‘번역이 불가한 도저한 조선의 시’, 김소월은 ‘눈보라 날리는 날 배고픈 내 손에 쥐여 준 따뜻한 고구마’, 윤동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 시집을 낸 의미 중 하나가 ‘젊은 시인들아, 좋은 시 좀 쓰고 살자’ 하는 겁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어요.”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쉽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아주 쉬운 언어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커튼에 햇살 비치는 무늬만 봐도 시를 떠올린다는, 39년차 순정한 시심(詩心)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5>] “어디선가 꽃씨 날아와 강가에 피어난 노랑꽃처럼”

    [은빛자서전 프로젝트<5>] “어디선가 꽃씨 날아와 강가에 피어난 노랑꽃처럼”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 자 ‘인터뷰 플러스’ 참조). 이번에는 옥천군 동이면 조령2리(새재마을)에 사는 여경자 씨(80)를 만났다.●꿈속에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보았으면 나(여경자)는 1940년 영동군 학산면 지내리에서 태어났다. 친정은 가난한 농사꾼 집안이었다. 나는 세 자매의 막내였는데, 불행이라는 불청객이 우리 가족을 연이어 찾아왔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두 언니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내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한(恨)이 있다.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게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머니는 ‘곽 씨’라는 성만 가지고 있었을 뿐 유일한 혈육에게 당신의 이름조차 남겨주지 못하셨다. 꿈속에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뵙기를 기원했지만 그 소원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버지(여하현)는 새 아내를 맞아 슬하에 4남매를 더 두셨다. 막내였던 내가 졸지에 5남매의 맏이가 되었다. 친엄마를 잃은 나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물에 콩 나듯이 메마를 수밖에 없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행복했던 시절 나는 열여덟 살이 되던 1957년 가을에 옥천군 동이면 새재마을(조령2리)로 시집왔다. 군대에 가 있던 신랑의 얼굴 사진으로 맞선을 대신했고, 혼례식도 신랑의 휴가 기간 중에 치렀다. 양가의 고모가 중매를 섰는데, 우리 고모가 설명한 ‘중매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신랑이 아주 잘 생겼어.” 신랑은 잘생겼는지 몰라도 시댁 역시 지독하게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누이가 살고 있었다. 새재마을은 친정보다 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높은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새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해서 ´새재´라고 불렀다. 나는 영동에서 심천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다음 가마를 타고 우산리를 거쳐 금강 여울을 건넜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넘어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 뒤쪽에 금강과 보청천이 버티고 있었다. 산촌(山村)이자 강촌(江村)인 새재마을은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혼례식을 치르고 귀대했던 남편(성연호)이 몇 개월 뒤에 제대했다. 우리 두 사람은 부모가 물려준 땅 한 평 없는, 말 그대로 맨바닥에서 살림을 시작해야만 했다. 더욱이 시댁에는 약간의 빚까지 있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몸뚱이가 우리의 유일한 삶의 밑천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남의 논밭에 가서 일해주고 품삯을 받았고, 남는 시간에는 비탈진 땅을 일구어 깨와 콩 등을 심었다. 추수를 해놓으면 심천에서 장사꾼들이 곡물을 사러 왔다. 남의 소를 키워주고 대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한 푼 한 푼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빚도 갚았고 한 뙈기 한 뙈기 땅도 사기 시작했다. ●날마다 안부 전화 걸어오는 고마운 7남매 우리 부부는 모두 7남매를 낳았다. 장남 재영, 장녀 금년, 2남 은영, 2녀 미숙, 3남 현영, 4남 대영, 3녀 미애가 차례로 태어났다. 지금도 자식들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한창 커야 할 때 먹을 것 제대로 먹이지 못한 것이다. 셋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끼니를 보리밥과 고구마로 버텼기 때문에 쌀밥은 아예 구경할 수 없었다. 얼마나 질렸는지 요즘에도 자식들이 고구마는 잘 먹으려 하지를 않는다. 보리는 쌀처럼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없다. 우선 물에 불려 박박 문지른 다음 솥에 넣고 쪄야 했다. 더욱이 그때에는 동네에 우물이 없어서 강에서 식수를 길어다 먹어야 했다. 겨울에 강물이 얼어붙으면 얼음에 구멍을 뚫었는데, 그것이 마을 사람들에겐 우물인 셈이었다. 나는 강물을 담은 동이를 머리에 이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걸어서 산기슭 가장 위쪽의 우리 집까지 날라야 했다. 자식들은 좋은 학교를 보내주지 못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7남매가 모두 마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우산초등학교와 동이중학교를 다녔다. 자식들은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하고 내 생일 때는 온 식구가 여행을 가거나 작은 잔치를 연다.●청춘학교에서 깨우친 한글로 써본 시 팔십 평생 까막눈으로 살았던 나에게 광명이 찾아왔다. 대전의 한 여고에서 교장을 하다 퇴직하고 귀촌한 오광식 이장님이 지난해에 청춘학교를 열어주셨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글교실과 한지공예 등 다양한 공부와 체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깨우쳤다. ‘ㄱ’, ‘ㄴ’, ‘ㄷ’ 등 자음과 ‘ㅏ’, ‘ㅓ’, ‘ㅗ’ 등 모음을 가지고 평소 쓰는 말과 내 생각을 문자로 써 보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했다. 한글로 내 이름을 쓰는 순간 짜릿한 감동이 밀려왔다. 다만 받침, 그중에서도 쌍받침을 쓰는 것이 여전히 헷갈린다. 예를 들면 ‘젊다’라고 써야 할 때 쌍받침 ㄹ과 ㅁ의 순서가 자꾸만 바뀌곤 한다. 청춘학교에서는 반장과 부반장도 뽑았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시작하며 출석부에 적혀 있는 우리 학생들의 이름도 불러주셨다. “여경자.” 나는 학생의 마음으로 대답했다. “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이루지 못한 학생의 꿈을 7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이루었다. 이 나이에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겠는가. 내심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한지공예 시간에는 팔각대상도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에 이장님 자택 잔디마당에서 청춘학교 교육과정 발표회가 열렸다. 나는 연분홍 저고리와 진분홍 치마를 꺼내 입었다. 자식들이 꽃다발을 들고서 축하해주러 왔다. 술과 담배를 너무 좋아했던 남편은 환갑을 넘기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나와 함께 살고 있는 3남 현영 부부를 비롯해 7남매가 모두 12명의 손주를 낳아주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다음은 늦은 나이에 배운 한글로 내가 직접 써본 시다. 강가에 노랑꽃 예쁘게도 피었구나 어디서 날아왔니 메마른 자갈밭에 아름답게도 피었구나 강가에 노랑꽃 젊은 시절 나와 같구나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미혼 여교수에 “결혼도 못해 불쌍” 모욕한 동료 “150만원 배상”

    미혼 여교수에 “결혼도 못해 불쌍” 모욕한 동료 “150만원 배상”

    남자 교수와 동석한 술자리에서 미혼 여교수에게 성적 모욕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른 여교수가 피해 교수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부산지법 백효민 민사28단독 판사는 부산 모 대학 교수 A씨가 같은 대학 교수 B(56)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B씨는 2016년 4월 동료 남자 교수들과 같이 술을 마시던 중 A씨를 향해 큰 소리로 “불쌍한 인간 아닙니까. 이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성관계도 못 하고 얼마나 불쌍합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바보 아닙니까”라는 취지로 모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B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농담에 불과하고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멸적인 표현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기 충분했고, 도를 지나치게 넘어선 부적절한 언행으로 미필적으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피해자 A씨는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해 9월 B씨의 모욕적 발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150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황규관의 고동소리]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1월 18일에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시사회에 다녀왔다. ‘칠곡 가시나’들은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할머니 일곱 분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감독은 왜 칠곡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삶을 카메라를 담은 것일까? 그것은 그곳의 할머니들이 시를 쓰기 때문이다. 칠곡군에서는 ‘인문학 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해 교육을 다년간 해 왔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면서 그림도 그리고, 연극도 하고, 시도 썼다. 그리고 그 성과를 ‘시가 뭐고?’와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머’라는 시집으로 묶어 냈다. 나는 이 시집들의 편집자로서 연을 맺게 됐는데, 감독은 창비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한다방’에 소개된 손점춘 할머니의 시를 듣고 연락을 줬고, 나는 감독을 칠곡군에 연결시켜 줬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 작업은 해를 두 번 넘기고 반년의 편집 작업을 거쳐 드디어 작품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자의였든 아니면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었든 감독은 약목면 복성2리 할머니들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영화의 밀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따분하리라는 선입관을 뒤흔들어 놓는 것은 단연 할머니들이 한글 공부를 하면서 쓴 시가 중간중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도시인들에게는 드문 할머니들의 우정이 칠곡의 자연과 어울려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박월선의 할머니의 ‘사랑’이란 시는 이렇다. “사랑이라카이/부끄럽다/내 사랑도/모르고 사라따/절을 때는 쪼매 사랑해조대/그래도 뽀뽀는 안해밧다” 맞춤법에도 맞지 않는 이 시를 처음 읽을 때 알 수 없는 설렘이 웃으면서 물결 지어 왔던 것은 마지막 구절에 배어 있는 수줍음 때문이었다. 박월선 할머니는 영화에서 이 시를 낭송하고 난 다음 시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웃으며 한 줄 더 넣었다. “왜 안 해 봤겠노!” 나는 어쩐지 박월선 할머니가 이 이상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들에게 가려졌지만, 인상적인 인물은 복성2리 배움학교 교사인 주석희다. 나는 그가 등장하자마자 요즘 말로 ‘빵’ 하고 터져 버렸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어우러진 그의 개성 있는 외모는 하나의 캐릭터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주석희는 특유의 하이톤으로 할머니들의 엄한(?) 선생 노릇을 하기도 하고, 개구진 친구가 되기도 하고, 살가운 딸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복성2리 할머니 일곱 분과 교사인 주석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금껏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칠곡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그녀들의 삶이 서로를 함축하면서 말이다. 시집에서도 일부 드러나지만, 할머니들의 내면에는 미처 펼쳐 놓지 못한 강물 같은 서사가 웅크리고 있다. 극영화 형식도 아니고 또 노인들을 대상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작가나 PD가 개입하지 않기에 할머니들의 서사는 그들의 웃음과 울음 사이에서 깨진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그것이 보는 내내 아프게도 했고 웃게도 했다. 등장인물 중 박금분 할머니는 가장 활달하고 가장 울음이 많은데, 나는 박금분 할머니의 이 웃음과 울음이 같은 모태를 가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박금분 할머니는 푸시킨의 시를 필사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시대에 대해 너무 많은 언어를 발화하고 필요 이상의 정념을 재생산하는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여태껏 자신의 삶을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반대로는 우리가 가진 언어가 과연 역사와 삶을 얼마나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특정한 시대적 상황과 국면을 맞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절망하고 희망을 과장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 걸까. 자유의 이름으로 표현의 소비는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지만, 내면은 텅 비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계속 맴돌았다. 그런 나를, 아니 당신의 삶을 위로하려는 듯 강금연, 곽두조 할머니와 저수지 둑에서 나물을 캐던 박금분 할머니는 푸시킨의 시를 읊조리며 화면 저편에 있는 당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 채광석 시인,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출간

    채광석 시인,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출간

    채광석 시인이 2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출간했다.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는 시집 출간 일주일 만에 예스24 신간 시집/희곡 분야 1위를 기록했으며 2쇄에 돌입했다. 현재 신간문학 5위 및 시집/희곡 TOP 20에 진입했다. 이번 시집에는 잠시 시단을 떠나 있던 채광석 시인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다. 30대, 40대를 지나 50대에 들어선 현재까지, 시인의 삶이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언어로 담겨 있다. 특히 3.8.6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그래서 386세대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 죄책감, 체념 그리고 새롭게 살아나는 희망과 기대까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전적 시들이 가득하다. 관계자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리얼리즘 시학의 귀환’이라고 평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채광석 시인의 시집은 내가 걸어온 모든 것을, 상처와 고통과 죄책감과 새롭게 일어나는 꿈까지도 함께 나누어 갖도록 한다. 이 새로운 시적 자서전이 우리들로 하여금 가슴 깊이 도사린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타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해설했다.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 90 그리고 서른’은 20대 후반과 30대의 삶이 담겨 있다. ‘제2부 마흔, 무늬 몇 개’에 담긴 40대의 삶은 슬픔과 회한으로 가득하다. ‘제3부 쉰 즈음’에 실린 시를 통해서는 세상을 바꾸고자 했으나 스스로 선(善)이 되지 못한 동료들과 자신의 삶을 반성한다. 마지막 ‘제4부 역사의 바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담았다. 한용운의 아내 전정숙, 기미년의 기녀들, 중국과 러시아 등 이국 땅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애도한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시 ’역사의 바깥32 과꽃‘은 故채광석 시인의 유작 시로 잘못 알려져 회자되기도 했는데, 본 시집의 출간을 계기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27년 만에 리얼리즘 시학으로 귀환한 채광석 시인은 현재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레스토랑의 번성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레스토랑의 번성

    춥고 배고플 때 따끈한 국물 한 사발만큼 기운을 북돋아 주는 특효약이 있으랴. 레스토랑은 애초에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국물을 의미했다. 1765년 파리 루브르궁 근처에 근대적 식당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고기 국물로 만든 맑은 수프와 몇 가지 요리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는데, 사람들은 이 수프를 레스토랑이라 불렀다. 레스토랑 파는 곳이 하나 둘 늘면서 문 앞에 그날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알리는 표지판을 내걸고, 테이블에 앉은 손님에게는 작은 표지판을 제공해 음식을 고르게 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레스토랑이 만개한 것은 19세기의 일이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자 귀족들은 목숨을 잃거나 파산하거나 망명길에 올랐다. 그들이 거느린 요리사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이들은 까다로운 귀족의 입맛에 맞추느라 갈고 닦은 솜씨를 무기로 식당을 열었다. 부르주아 계층은 요리별로 가격이 매겨진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것을 골라 식사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1830년대 파리에는 식당이 2000여개로 불어났다. 레스토랑은 수프가 아니라 식당을 의미하는 어휘가 돼 프랑스 아카데미사전에 올랐다. 제르벡스는 불로뉴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 ‘프레 카탈랑’의 한때를 보여 준다. 1905년 파리시는 이곳에 카지노와 고급 레스토랑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카지노 건설은 무산됐으나 레스토랑은 문을 열자 곧 명소로 떠올랐다. 신고전주의풍으로 지어진 레스토랑은 식당이라기보다 상류층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다. 주렁주렁 드리워진 샹들리에가 앞마당까지 훤히 밝히고 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당대 사교계를 주름잡던 인사들이다. 앞마당에서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애너 굴드, 그녀의 남편, 화가의 부인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 부호의 딸인 애너는 막대한 지참금을 싸들고 대서양 건너 시집을 왔다. 사람들은 “애너의 예쁜 데는 등뿐”이라고 농담을 했다. 등(dos)과 지참금(dot)의 발음이 같은 데 착안한 말장난이다. 화가는 짓궂게도 그녀를 뒷모습으로 그려 넣어 이 농담에 동조했다. 이 사치스런 레스토랑은 오늘날도 건재하다. 미술평론가
  • ‘동상이몽2’ 한고은 여동생 “집안 이끌어준 언니 고마워” 남다른 ‘미모’

    ‘동상이몽2’ 한고은 여동생 “집안 이끌어준 언니 고마워” 남다른 ‘미모’

    ‘동상이몽2’ 한고은의 여동생이 공개됐다. 21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는 한고은-신영수 부부가 여동생 부부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한고은 신영수는 미국에서 오는 동생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한고은 여동생 나라 씨는 남편 데이빗과 두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1년 만의 만남이었다.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는 조카들을 본 한고은 부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집에 도착한 한고은 자매는 함께 음식 준비에 나섰다. 한고은은 동생에게 엄마표 갈비찜의 비법을 알려줬고, 소고기 뭇국, 스테이크 등 다른 음식들도 척척 완성해갔다. 한고은이 동생에게 엄마표 레시피를 전수한 뒤 뚝딱뚝딱 요리를 완성하는 이 장면은 시선을 사로잡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 9.05%를 차지했다. 요리를 할 동안 조카들과 놀아주라는 말에 “섣불리 못 가겠다”면서 영어 대화를 두려워하던 신영수는 이내 “마술을 보여주겠다”면서 화투로 놀아줘 눈길을 모았다. 식사를 마친 뒤 아이들이 잠에 들자 네 사람은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 한고은은 동생과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며 “어릴 때 장난감을 갖고 논 기억이 없다. 너무 형편이 어려워서 살 수가 없었다. 그림을 그려서 그걸 오려서 인형놀이하면서 놀았다”고 말했다. 한고은의 동생은 언니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동생은 “언니가 고등학교 때부터 일을 많이 했다. 집을 이끌어가면서 가장 역할을 했다. 언니가 저를 시집 보내준 셈”이라며 “땡큐 언니”라고 인사했다. 이에 제부는 “나라가 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언젠가는 꼭 보답하고 싶어 한다”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어느새 8주기… ‘소설의 어머니’ 지상으로 내려오다

    어느새 8주기… ‘소설의 어머니’ 지상으로 내려오다

    “소설의 어머니이자 소설의 집이다.”(함정임 작가) “박완서 소설가는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읽힐 것이다.”(정세랑 작가) 박완서 작가 8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짧은 소설집 2종이 출간됐다. 박 작가 최초의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개정판·이하 작가정신)과 한국 대표 작가 29명의 짧은 소설을 엮은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다. 짧은 소설, 콩트에 대해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비유했던 박 작가. 짧은 소설은 개념이 명확지 않고 분량이 짧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관심 밖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서 작가는 10페이지 안팎의 소설 46편에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70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박완서 문학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끊임없이 천착한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로 기획됐다. 강화길, 김사과, 김숨, 박민정, 임현,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등 문단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젊은 작가들과 권지예, 김종광, 백민석, 이기호, 이장욱, 전성태, 조경란, 최수철, 한창훈, 함정임 등 문단의 중추를 담당해 온 중견 작가들까지 참여했다. 고인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소설들이 대부분이지만 후배 작가들은 고인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대로 가져간다. 생활고에 치인 가장이 술김에 아들 장난감으로 고가의 레고 블록을 샀다가 아내의 지청구를 듣고 환불하러 가는 길을 그린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 등이 그렇다. 반면 함정임 작가는 과거 편집자로 일할 당시 계간지에 고인의 장편소설 연재를 받거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특집호 기사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고백한다. 작가와 편집자라기보다는, 시집간 딸과 딸을 갸륵하게 바라보는 친정 엄마 같았다는 회고다. ‘한국 문단의 대모’ 고인의 온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황후의 품격’ 오늘(16일) 결방..몰아보기 편성 [공식]

    ‘황후의 품격’ 오늘(16일) 결방..몰아보기 편성 [공식]

    ‘황후의 품격’이 오늘(16일) 결방한다. 지난 11일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측은 “16일 오후 10시 지금까지의 방송분을 압축한 하이라이트 형식인 ‘황후의 품격 몰아보기’를 전격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 예정이던 ‘황후의 품격’ 33회와 34회는 오는 17일 방송된다. 지난해 11월 21일부터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명랑 발랄 뮤지컬 배우(장나라 분)가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우다가 대왕대비 살인사건을 계기로 황실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이야기다. 시청률 7%대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달 27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9%를 기록하는 등 수목극 정상을 달리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전우용 “손혜원 투기 의도 있었다면 내게 자랑했겠느냐”

    전우용 “손혜원 투기 의도 있었다면 내게 자랑했겠느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 친인척들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의 건물을 투기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16일 “투기꾼들은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며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전우용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취지의 긴 글을 게재했다. 전씨는 이 글에서 “재작년에 손혜원 의원과 함께 페북 라이브로 목포의 역사 얘기도 했다. 손 의원이 목포의 오래된 골목과 필지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건 진즉에 알았다”며 “(손 의원이) 목포의 역사를 지우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데, 그걸 막고 싶다. 마침 폐가로 방치된 건물 하나가 있는데, 누가 사서 헐어버리면 골목 전체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 조카더러 시집갈 때 주려고 했던 돈 미리 줄 테니 사서 들어가 살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혔다. 전씨는 또 “만약 그에게 투기 의도가 있었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듯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전씨는 이어 “자기 소유지와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 이익인지 손해인지는, 건물주들이 잘 안다. 문화재 지정 공고가 나기 전에 구역 내 소유 건물을 팔아치우거나 헐어버리는 건, 투기꾼은 물론 보통 건물주의 ‘상식’이다”며 “투기꾼들은 자기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고 주장했다.다음은 전우용씨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1999년 서울 을지로에 있던 국도극장이 헐렸습니다. 국도극장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황금정(黃金町= 현재의 을지로)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황금좌(黃金座)를 1948년에 개칭한 극장이었습니다. 건축사적으로 아주 가치가 높은 건물이어서 많은 사람 - 특히 건축학자, 역사학자, 문화재전문가 - 들이 철거에 반대했으나 건물을 매입한 사람은 철거 반대 여론이 확산할까 봐 서둘러 허물어버렸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본격화하여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흔적을 다 지워야 한다는 사람이 많았으나, 식민지 폭정을 함께 겪은 집단 기억이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 일부를 구성하는 이상, 그 ‘기억의 요소들’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 폭넓은 동의를 얻었습니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종로구 계동에 있던 옛 ‘건국준비위원회 청사’가 헐렸습니다. 본래 일제강점기 마포 거부 임종상이 지은 저택이었는데, 해방 직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청사로 사용됐습니다. 이 건물이 헐리기 몇 해 전, 고 송남헌 선생의 안내로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여운형 선생의 집무실이 어느 방이었으며, 회의실은 어디였는지 등에 관해 들은 기억이 생생한데, 게다가 아주 튼튼하게 잘 지은 건물이어서 무너질 기미도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건국준비위원회 청사조차 보존하지 못하면서 광복 몇 주년 운운하는 게 참담했습니다. 만약 임시정부 청사가 서울에 있었다면, 진즉에 사라졌을 겁니다. 한 나라에서 역사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해 역사적 건물을 함부로 파괴하는 나라에서, 역사는 아주 하찮은 비중만을 점할 뿐입니다.등록문화재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많은 건물이 ‘문화재’로 등록됐지만, 대개는 국공유 건물이었습니다. 절대다수의 개인 건물주는 ‘사유재산권’이 침해될까 봐 문화재 등록을 거부했습니다. 아무리 문화재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도,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등록문화재로 정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등록된 건물이라도 소유주가 원하면 해제할 수밖에 없었고요. 이런 제도적 맹점을 악용하는 악덕 건물주도 있었습니다. 재개발 지구 내에 오래된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자기 건물을 등록문화재로 신청해서 지정되면, 재개발 사업 전체가 중단됩니다. 소유자는 조합 측과 협상해서 건물값을 ‘아주 비싸게’ 받기로 약속한 다음에 등록해제를 요구합니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알박기’ 용도로 변질되는 거죠. 이런 사례도 있었으나, 일단 자기 소유 건물이 등록문화재가 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등록을 회피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의 오래된 골목과 필지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건 진즉에 알았습니다. 재작년에 손의원과 함께 페북 라이브로 목포의 역사 얘기도 했었죠. 이번에 문제가 된 건물에 대해서도 그때 직접 얘기를 들었습니다. “목포의 역사를 지우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데, 그걸 막고 싶다. 마침 폐가로 방치된 건물 하나가 있는데, 누가 사서 헐어버리면 골목 전체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 조카더러 시집갈 때 주려고 했던 돈 미리 줄 테니 사서 들어가 살라고 했다.” 등등. 만약 그에게 투기 의도가 있었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듯 얘기하진 않았을 겁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일에는 입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한 선택이란 걸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지역의 역사 경관을 살려 보겠다고 제 돈 들여 애쓰는 사람조차 변호하지 못하면 이 나라의 역사 경관이 건설업자들과 투기꾼들에 의해 소멸해 버리고 말 거라는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자기 소유지와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 이익인지 손해인지는, 건물주들이 잘 압니다. 문화재 지정 공고가 나기 전에 구역 내 소유 건물을 팔아치우거나 헐어버리는 건, 투기꾼은 물론 보통 건물주의 ‘상식’입니다. 투기꾼들은 자기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그들은 문화재 가치가 있는 동산만 사지, 부동산은 안 삽니다. 그래서 도시 재생 사업 지구 내 문화재 가치가 있는 건물은 공공이 사들여 민간에 임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등록문화재 내부와 외관의 1/4은 현상변경 신고 없이 임의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용도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문화재청이 권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이용해야 건물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SBS는 손의원이 해당 건물에 ‘문화재 가� ?� 있다는 걸 알고 자기 조카 명의로 사들였으며, 건물을 함부로 개조하여 오히려 건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등록문화재 제도와 그에 대한 건물주들의 대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빡 속을 만한 내용입니다. SBS 취재진이 등록문화재 제도와 도시재생사업, 부동산 투기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몰랐다면 너무 불성실하게 취재한 셈이고, 알고도 이랬다면 그 진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 ps. 저는 오래된 필지를 뭉개고 건물들을 헐어내는 것보다는 그걸 보존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어야, 도시의 역사가 보존된다고 봅니다. 물론 토건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합니다. ps.2. 옛 건국준비위원회 청사 건물의 소유주는 모 재벌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 기념비적 건물을 헐었을 때, 이 행위를 비난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귀중한 역사 유산을 헐어버리는 행위에는 침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를 비난하는 언론이 다수인 한, 한국은 ‘역사와 단절된 땅’이 될 겁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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