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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찾아서(조한풍 지음, 풀길 펴냄) 1982년 ‘아동문학 평론’지에 동시 ‘숲에서’로 데뷔한 시인의 4번째 시집. 고대사를 소재로 한 산문시가 독특하다.7000원. ●악기점(배한봉 지음, 세계사 펴냄) 시인은 199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시집 ‘흑조’‘우포늪 왁새’ 등을 발표해왔다.10년 넘게 전원에 묻혀 과수농사를 지어온 시인답게 시들마다 서정으로 넘쳐난다.6000원. ●식구(김별아 지음, 베텔스만 펴냄) 소설가 김별아가 ‘가족’에 대한 단상들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해체위기에 직면한 현대 가족의 문제를 때론 신랄하게 또 때론 더없이 차분한 어조로 고민해보게 한다.8800원. ●남자를 묻는다(이경자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소설 ‘절반의 실패’ 등을 통해 여성의 억압된 삶을 돌아보게 했던 중견작가 이경자의 신작 에세이.‘여자’ 혹은 ‘여성작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부장 제도의 모순을 짚었다.8500원. ●꿈의 벽 저쪽(엄광용 지음, 이가서 펴냄) 요절한 여류화가 최욱경의 삶을 조명한 미스터리 장편소설. 창작집 ‘전우치는 살아있다’, 장편소설 ‘황제수염’등을 발표해온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속도감 넘치는 문장에 잘 녹아들었다.9800원. ●제국호텔(이문재 지음, 문학동네 펴냄)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한 현대문명을 통렬히 고발하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도 개정판으로 함께 내놓았다.7000원. ●최명희의 문학세계(박현선 지음, 한길사 펴냄) 2003년 제3회 혼불학술상을 수상한 지은이(숭실대 인문과학연구원)가 ‘혼불’ 작가 최명희의 6주기를 추모해 펴낸 ‘최명희 문학연구서’.1만 2000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그 이름은 ‘권총찬’이었다. 그러나 군부의 사전 보도검열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뀌었다. 장총찬의 아버지는 서부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장총을 든 주인공들이 악의 무리를 죄다 쓰러뜨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을 장총찬으로 지었단다. 어쨌든, 그는 1980년대의 ‘인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당대를 풍미했다. 소설가 김홍신(57).1년전 이맘 때 국회의원직을 돌연 사퇴했다.4개월 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재도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500여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젠, 정치무대와 완전 고별하고 본업인 작가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시집을 하나 내놓아 ‘시인’으로서 명함을 추가했다. 그는 서슬이 퍼렇던 80년 군사정권 시절에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배짱으로 등장시켰다. 이는 신군부를 겨냥하는 모습처럼 비쳐졌다. 원고는 살얼음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검열대를 통과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결국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서도 100만부 이상 팔릴 수 있다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정치판에서 새로운 무공을 쌓은 그가 이제 ‘21세기 장총찬’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내년 2월 수필집을 낼 예정이다. 소설, 시, 수필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뛰어넘으며 작품세계가 더 깊어지는 듯하다. 지난 3월에는 부인과 사별하는 등 인생의 전환점도 맞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만났다. ●내년 봄 달라이 라마 만날 것 서울고 뒤편에 위치한 그의 집은 2층 단독주택이었다.20년째 살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1만여권의 각종 서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하창고에도 골동품 같은 서적들이 1만여권 있단다. 그러나 몇해전 동파이프가 터져 물벼락을 맞는 바람에 소중한 자료들이 못쓰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창밖을 넌지시 바라본다. “빚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빚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종로구민한테도 그렇고, 부모님, 국가, 민족에게도 빚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빚을 갚을 수가 없어요. 대신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정치인 8년이면 작가로서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자 소재가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어령씨도 정치판에서 얻은 경험을 잘 살려보라고 권유했지만 실명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어 “작가는 등장인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전지적 능력은 있지만 옳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선과 악에 대한 공정성과 공평성, 또 작가가 옳다고 하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 산이 하나 있습니다. 동쪽에서 보면 서쪽산이요, 서쪽에서 보면 동쪽산입니다. 동과 서, 방향에 따라 주관이 각각 다릅니다. 객관적일 필요가 있지요. 사실, 태양이 뜨고 진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요. 지구 자체가 돌고 있을 따름이죠. 인생이라는 것이 갈등이고 목마름입니다. 물이 흐르는 이유는 산과 땅이 꾸불꾸불 삐뚫어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 인생은 물 흐르듯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도의 경지에 이른 수사(修辭)처럼 느껴졌다. 김씨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철학에도 조회가 깊다. 지난해 3월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과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며 침묵의 걷기 명상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내년 봄, 티베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달라이 라마와 직접 만나 초청의사를 전달하고 수행과 정진의 깊이를 몸소 체험할 예정이란다. 그는 이어 책상에 올려진 의정활동을 담은 500쪽짜리 두툼한 책자를 꺼내들며 “이런 책이 여덟권이나 된다.”고 웃었다. “글쓰던 사람이 정치 하니까 처음에는 주위에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했습니다. 옳은 일에 앞장서고 쓴소리도 많이 했지요. 나중에는 ‘저런 사람이 정치를 왜 진작 안했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요즘 문학계 인사들을 만나면 ‘자존심을 세워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그의 언행은 거의 날마다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칼날같은 매서움으로 공무원들을 몰아붙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미워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가장 믿음직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않는 신뢰와 관용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트북’ 같은 예쁜소설도 구성중 ‘21세기 장총찬’은 언제 탄생하느냐고 물었다. 즉 ‘신(新)인간시장’이다. 그는 정치판의 이런저런 경험을 살려 책을 쓴다면 적어도 10여권짜리는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구상 단계는 이미 끝났음을 암시했다. “(80년대 장총찬보다)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물을 그리고 싶습니다. 가령 아주 매끄러운 정원석이 있지 않습니까. 돌을 깨서 서로 막 돌리면 나중에 예쁜 정원석이 됩니다. 젊어서는 강한 기질로 사회를 비판하고 기존의 윤리와 도덕을 거부하려는 몸짓, 그런 과정을 통해서 숙성됩니다. 이제는 거친 응징이 아닌,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응징을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담담한 인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약간 그려진다. 거침보다는 부드러움, 튀는 것보다는 담담한 인물이 생각났다. 이같은 ‘신인간시장’도 쓰겠지만 영화 ‘노트북’같은 예쁜 소설도 써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욕이 새록새록 생긴다는 것. 이미 자료수집이 다 끝난 작가적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최전방 소대장 때 北장교와 총격전 그는 충남 공주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걸레질, 변소청소 등 집안의 온갖 굳은 일은 도맡아 했다. 얼마나 혹독했던지 처음에는 계모로 여길 정도였다. 하루는 친척뻘 되는 아이를 두들겨팬 일이 있었다. 그쪽 집안의 5형제가 와서 보복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을 길가 나무에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고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종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네사람들이 수십번 만류해서야 겨우 일어섰을 정도였다. 또 한번은 동네의 곱추를 놀렸다가 호되게 맞았다. 그런 다음 장애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보란듯이 음식을 마련해주었다. 거짓말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용서 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이는 오늘날의 ‘김홍신’을 있게 한 토대가 됐다. 건국대학 3학년때 대학신문 문화상에 소설이 당선됐고 4학년 때는 전국 문화예술축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 후 광주보병학교에서 장교훈련을 받고 6사단 최전방 철책근무 때였다.71년 7월 1일 새벽. 그는 북한군 장교 3명을 발견 총격전 끝에 전원 사살하는 무공을 세웠다. 마침 이날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 날. 언론 등에 의해 무공이 부풀려지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행이 곧 닥쳤다. 거적을 아무렇게나 덮어 가매장된 북한 장교의 시신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무를 깎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이어 소대원들과 기도를 했다. 그러자 빨갱이로 몰려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때 “죽은 자는 흙이다. 영화에도 보면 적장이 죽었을 때 경례를 붙이지 않느냐.”라고 대들었다. 80년대 중반에는 실천문학운동에 뛰어들었다. 고은, 이호철, 신경림, 송기숙, 백낙청, 이문구 등과 인권운동에 매달렸다. 그러던중 하루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러 “머리 깎은 내가 하랴,(정치판에)참신한 젊은이가 있어야 해.”라고 권유했다. “인생은 일회용 휴지와 같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행복해야 합니다.”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지우지 못해서인지 가급적 외출은 삼가고 있다. 청탁받은 칼럼, 또 소설쓰는 일 등 할 일도 많단다. 집안 일은,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단다. 주위에서 그를 가리켜 “체형은 왜소하지만 사회를 관통하는 깊이와 날카로움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표현한다. 최인호씨 역시 “첫 모습은 작지만 금방 6척장신을 능가하는 풍모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21세기 장총찬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km@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나무 꼭대기를 향한 여행(알렉산드로 온라두 지음, 임은숙 옮김, 주니어파랑새 펴냄) 나무 꼭대기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작은 달팽이가 주인공. 인내와 여유의 가치를 일깨우는 그림책.5세까지.9500원. ●개구쟁이 피카소(김순희 지음, 다빈치기프트 펴냄)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들에 동시 같은 해설을 붙여 명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어린이 미술책.5세이상.8500원. ●지구의 나이테(김동광 지음, 아이세움 펴냄) 그림으로 보여주는 지구 생태계의 역사. 인간과 환경과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간명하게 웅변한다.7000원. |초등·청소년| ●알렉산드로스 대왕(피터 크리스프 지음, 남경태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2300여년 전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한 영웅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성취를 화보로 보여주는 ‘위대한 발자취’ 시리즈. 관련 일러스트들이 사진만큼 세밀하다. 초등생용.1만 2000원. ●피노키오(카를로 콜로디 지음, 정미애 옮김, 문학수첩리틀북스 펴냄)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의 모험담을 그린 완역본. 시원한 삽화가 곁들여져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초등저학년용.1만 2000원.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이승희 엮음, 보리 펴냄) 밀양 상동초등학생 20명이 함께 쓴 동시집. 지방도시의 생활과 넉넉한 자연의 정서가 아이들의 천진한 시선에 잡혔다. 초등생용.7000원. |실용| ●희망요리수첩(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살림하면서, 요리하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부엌일기. 요리와 연관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수필로 풀어낸 뒤 관련 요리의 조리법을 함께 실었다.1만원. ●세상에서 가장 힘든 협상(스콧 브라운 지음, 노혜숙 옮김, 세종서적 펴냄) ‘아이를 꾸짖기 전에 부모의 감정부터 다스린다’‘아이의 감정조절을 도와준다’‘귀기울이고 이해한다’등 협상전문가가 쓴 7가지 자녀교육법.1만원.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일영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단순한 스케줄 관리를 넘어,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주고 인맥과 정보관리까지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활용 노하우.7800원. ●부모가 항상 더 문제다(찰리 앤 봄비치 지음, 조형숙 옮김, 아침나라 펴냄) 부모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365가지 방법.1만원.
  • [9일 TV 하이라이트]

    ●코치(SBS 오후 7시5분) 최고의 레슬러를 꿈꾸는 작은 소년 은빈.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성치 않은 몸으로 박스를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를 보며 은빈은 다시 한번 성공을 다짐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전국 최강자를 이겨야만 한다. 체력, 기술 모든 면에서 뛰어난 라이벌을 제압하기 위한 코치의 특별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3시10분) 상생의 정치와 민생우선의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출발했던 17대 국회, 그 첫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린다. 여야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 4대 법안을 비롯해 각종 민생법안까지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대결양상을 보였다.17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테마여행-아는 만큼 보인다(EBS 오후 10시10분) 여행 작가 이종원과 함께 제주 여행을 떠난다. 역사와 신화가 만나는 아름다운 땅, 제주는 천의 얼굴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주제와 테마가 존재하는 섬이다. 민요와 제주의 전통 음식 등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제주를 여행하면서 제주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페셜 (아프리카 대장정)(iTV 오후 10시) 환경 보호 학자인 마이클 페이는 숲의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 콩고의 북부부터 가봉의 해안에 이르기까지 1200 마일의 여행을 한다. 인구의 증가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에서 아프리카 땅에 무엇이 있는지 깊은 연구를 했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진우는 자기를 좋아하는 수아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냉정하게 대하기로 결심한다. 수아를 피하는 진우와 이 때문에 풀이 죽은 수아. 하지만 진우는 자꾸만 수아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고난도의 액션 장면을 찍어야 하는 경준을 대신해서 이정이 스턴트맨이 되기로 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미현씨는 다시 집안일을 시작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선교원으로 간다. 산골에 들어와 심하게 앓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약초 공부를 했던 영선씨는 미현씨를 위해 산으로 약초를 캐러 간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큰형 진건이를 위해 아이들과 미현씨는 형에게 줄 찹쌀떡을 예쁘게 포장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8시25분) 희수는 영실에게 왜 덕배가 자신을 미워하도록 만드는지 따지지만 도리어 호되게 당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고된 시집살이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 희수를 걱정하던 정애는 정식을 졸라 기어코 희수 집을 찾아간다. 진국은 영란이 보내온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란다.
  • 소설가 윤대녕·시인 이성복 ‘살가운 산문집’ 출간

    소설가 윤대녕·시인 이성복 ‘살가운 산문집’ 출간

    문학의 위무가 더욱 절실해진 궁핍의 시대, 두 작가가 나란히 산문으로 위무의 발언을 했다. 이성복(52)시인의 사진에세이 ‘오름 오르다’(현대문학 펴냄)와 소설가 윤대녕(42)의 연작산문집 ‘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사람’(이룸 펴냄). 녹록한 한담을 가장했으나, 곤고한 생을 달래 주는 화법들이 두 작가 모두 독특하고도 살갑다. ■ 윤대녕 “사랑은 비와 같아서 하늘이 알아서 퍼부어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이란 무릇 추억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간다.” 들을 때마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신통하고도 빛바랜 그 언표를 작가 윤대녕도 문득 꺼냈다. 청춘을 장식했던 열두 번의 만남을 작가는 산문집 ‘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속으로 일제히 소환했다. 여성성마저 환기시키는 작가의 섬세한 시적 글쓰기가 또 한번 힘을 발휘하는 글모음이다. 책은 모두 열두 편의 짧은 산문으로 묶였다. 제목 속의 ‘옆 사람’은 화자인 ‘나’인 셈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 ‘나’는 머물러 있고 그 곁으로 열두 명의 여자들이 서로 다른 빛깔의 열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까 ‘나’와 기억에서 불려나온 연인이 매번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연작인 셈이다. 한 줄의 서문도 걸치지 않고 곧바로 소개되는 첫번째 글 ‘푸른 비단에 싸인 밤’에서부터 독자들은 몽환적 감성에 잠길 만하다. 인터넷 오디오 파일 동호회에서 메일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스물여섯살의 여자와 ‘나’는 우여곡절 끝에 만나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쳤던 사랑의 기억들을 감성적 문체로 써내려간 산문들에는 작가의 자전적 글쓰기 흔적이 여실하다.10년 전 다니던 치과의 간호사로 늘 허름한 밥집에서 오동나무 밥상을 마주했던 그녀(‘스물세개의 계단으로 오는 가을’), 가난했던 대학시절 곧잘 술을 사주던 동창생 그녀(‘나의 하이네켄 스토리’), 독자로 만났으나 자신의 사연을 소설로 써주길 바랐던 그녀(‘쥐와 장미’)…. 줄이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 가운데 몇편은 모르긴 해도 작가가 한때 며칠밤을 신열로 보냈을 내밀한 사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불 같은 격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짧은 콩트 형식의 산문들을 통해 “사랑만이, 관계만이 희망이며 유효기간이 없는 삶의 동력”이라 외치는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사연들을 오버랩시켜 감상을 마무리짓게 이끈다. 작가의 연애관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덤이다.“사랑은 비와 같아서 하늘이 알아서 퍼부어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윤희하원’) 9700원. ■ 이성복 “가난은 조금 나았다가는 또 도졌다가 하는 병처럼 그럭저럭 지낼 만은 하고…” 이성복 시인의 새 산문집 ‘오름 오르다’는 매우 독특한 질감이다. 소재부터 낯설어 더 흥미롭다.‘오름’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제주의 산(山). 고집스럽게 오름을 찍어온 작가 고남수씨의 흑백 오름사진들을 통해 시인은 시적 영감을 이끌어냈다. 흑백사진 속에 둥근 선의 추상으로 들어앉은 오름들. 그들에게서 생의 이치를 은유로 뽑아내는 시인의 감식안은 서늘하도록 날카롭다. 예컨대 솟아오른 잿빛 봉분 앞에서 시인은 ‘시간의 부활’을 읽어낸다.“언제나 현재의 뒤안에서, 딱딱한 사물의 주검을 덮고 있다가, 재생의 빛깔인 잿빛을 띠고, 어떤 한숨보다 나즉히 잊혀진 사물의 목소리로 되살아나는 과거가 되기 위해, 현재는 다시 소멸하는 것일까.”(‘은유의 잿빛 봉분’)빈곤으로 점철되는 삶을 “다, 그런 것”이라며 토닥이기도 한다.“가난은 아주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 나았다가는 또 도졌다가 하는 병처럼 그럭저럭 지낼 만은 하고, 그러는 사이 밥도 먹고 친구도 만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꿈, 깨고 나면 씁쓸하기만 한 꿈을 꾸는 그런 날들을 생각나게 한다.”(‘한심하고 어설픈 가난의 곡선’)범상한 눈으로는 그저 선일 뿐일 오름에서 시인은 번번이 미학의 이미지를 걸러낸다. 그것은 “봉긋한 배와 처진 가슴을 드러내놓고 잠자는 중년 여인”이 됐다가 때로는 “부드럽고 느린 지느러미를 해묵은 슬픔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어떤 것”이 되기도 한다. 생명의 본질을 고요히 묵상케 하는 대목들은 글쓴이가 시인이었음을 어쩔 수 없이 환기시킨다. 오름을 흰 선으로 가르는 외줄기 길의 사진에서 시인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보고, 인간이성의 한계를 넌지시 짚는다.“애초에 인간이 구획과 분리의 수단으로 강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피안도 차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산문집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등을 펴냈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녹색공간] 에너지와 정의/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중국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가래를 뱉는다. 문화적인 특성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에너지가 부족한 게 주 원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농촌에 살거나 농촌 출신이다. 농촌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 평생 호흡기 질환을 앓는다. 그래서 가래를 뱉는 습관이 생겼다. 이들은 왜 호흡기 질환을 앓을까. 먼지 탓도 있지만 겨울철 난방연료가 부족한 게 주된 이유다. 중국에는 석탄이 많이 난다. 그러나 석탄은 비싼 데다 대체로 국가가 운용하는 대규모 산업화 설비나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농가에서는 웬만한 경제력이 아니면 난방연료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차갑고 건조한 기후는 기관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 북부의 농촌은 겨울에 너무 추워 집 안쪽 벽에 하얗게 서리가 내릴 정도다. 이곳 부모들은 딸을 시집 보낼 때 사돈될 집의 안쪽 벽이 어떤지를 물어 본다고 한다. 벽이 하얗다고 하면 결혼을 안 시킨다. 땔감 걱정이 없는, 경제력 있는 집에 시집 보내야 고생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족에 따른 절박한 처지는 쿠바에서도 확인된다.1989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 쿠바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갑자기 끊어졌다. 이로 인한 식량난이 극심해졌다. 소련에서 수입되는 석유가 하루아침에 절반으로 줄자 농기계들이 멈춰 버렸다.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곡물생산은 급감했고, 결국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식량난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정부는 닭 한 마리로 네 식구가 나흘을 버티는 요리법을 국민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수도 아바나 근교에 소가 끄는 쟁기가 등장하고, 전국적인 유기농업 실험이 성공해 식량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아바나의 밤거리는 어둑어둑하다. 에너지는 국력이다. 한 나라의 물질적 발전은 에너지 수요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채우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으며, 식량이 모자라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에너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펌프를 작동하고 교실을 밝힐 전기가 없거나, 농기구를 움직일 디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는 물처럼 생존의 필수품이자 권리인 셈이다. 에너지가 권리라면 사용의 형평성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즉 빈자(빈국)와 부자(부국)의 에너지 사용이 정의 차원에서 재고돼야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약 20억명이 생존 차원에서만 에너지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따지자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1인당 12배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모든 지역이 동일하지 않다. 북반구의 에너지 부국들은 빈국들에 비해 영향을 덜 받거나 어떤 경우에는 덕을 보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의 섬나라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나라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 내전, 질병, 홍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막아낼 여력도 별로 없다. 한 나라 안에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과 편하게 소비만 하는 지역의 전기요금이 똑같이 부과되는 경우에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이용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에너지 이용과 이에 대한 결과도 사회 정의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태양이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비추는 것은 ‘에너지 정의’의 상징이 아닐까.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 낙지네 개흙 잔치/윤봉선 그림

    동시집 ‘박하사탕 한봉지’를 냈던 안학수(50) 시인이 이번엔 개펄에서 시를 캤다. 개펄에서 하나 둘 건져올린 그 작은 노랫말들은 동시집 ‘낙지네 개흙 잔치’(윤봉선 그림, 창비 펴냄)에 묶였다. 조개, 고둥, 게, 갯지렁이, 낙지…. 펄에 묻힌 갯것들을 보듬어 시인은 목청껏 노래로 꿰었다.“작은 벌레나 풀꽃 하나라도 소중히 할 줄 아는 마음이 곧 인류를 사랑할 줄도 안다.”는 철학을 어린 독자들에게 귀띔해주고 싶어서다. “뾰룩뵤룩 뾰루지/따개비는 부스럼//찌덕지덕 생딱지/눌어붙은 굴딱지//새까맣고 얼룩진/울퉁불퉁 못난이//그래도 그 품에/아기 달랑게를 품었다.//그래도 그 등에/꼬마 갯강구를 업었다.”(‘갯돌’) “개펄 마당 가득 채우며/밀려드는 밀물 깊은 곳/김발 매었던 말짱머리에/뙤똥하게 앉아 무엇으르 하나?//(…)//스님처럼 좌선한 폼이 염주 없이도 깨우치겠다./차려입은 잿빛 장삼이/목탁 없이도 성불하겠다.”(‘두루미중’) 금방이라도 개펄 내음이 코끝에 끼쳐올 것 같은 서정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환경파괴 등 현실문제를 고민해보게 하는 시들도 자주 끼어든다.“터진 과자봉지/뒹구는 소주병/널브러진 담배꽁초/우그러진 깡통/씹다뱉은 오징어발//(…)//놀란 괭이갈매기들/메스껍다 되돌아 날며/끼야 끼야 꺄꺄/꾸루 꾸루 꾸꾸.”(‘해수욕장의 아침’) 꼼방울(솔방울), 말짱(말뚝), 트레못(나사못), 황발이(농게) 등 재미난 우리말들이 많다. 초등생용.6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순록의 크리스마스(모 프라이스 지음, 한강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산타할아버지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기까지의 유쾌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4세 이상.8800원. ●곰아(호시노 미치오 글, 진선 펴냄) 알래스카 빙하의 사계를 배경으로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사진시집. 초등 저학년까지.8000원. ●하마는 엉뚱해(허은실 지음, 웅진닷컴 펴냄) 하마의 특징을 입말체로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정보그림책.5세까지.8000원. |초등·청소년| ●멧돼지를 잡아라(한정기 지음, 다섯수레 펴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초등5학년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의 우정담. 초등3년 이상.8000원. ●유리병 편지(클라우스 코르돈 지음, 강명순 옮김, 비룡소 펴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소년소녀가 유리병에 띄운 편지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 초등 고학년 이상.8500원.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전2권)(햇살과나무꾼 지음, 달리 펴냄)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 봉사하며 사는 이들의 실제 에피소드들을 통해 희망을 배우게 하는 이야기집. 초등3년 이상. 각권 7000원. ●평화는…(캐서린 스콜스 지음, 송성희 옮김, 동산사 펴냄) 소박한 현실사례를 들어가며 평화의 소중함을 웅변하는 그림책.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의 그림. 초등 저학년.8000원. |실용|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허병두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청소년들에게 책읽기 습관을 길러주고, 유익한 책을 골라주며, 책읽기의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현직 국어교사의 제안.1만 3000원. ●나를 인정해줄 한 사람을 만들어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정수정 옮김, 두앤비컨텐츠 펴냄) 외국계 금융기업에서 20년간 인사부장으로 일하며 1000명을 해고시킨 ‘해고킬러’가 들려주는 직장인의 생존법칙.1만원. ●부자 기업 vs 가난한 기업(허민구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부자 기업과 가난한 기업의 차이를 밝히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전략과 방법을 제시.1만 3000원. ●한국최고경영자 9인, 그들에게 배워라(길인수·임순철 지음, 이야기꽃 펴냄)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LG의 구인회,SK의 최종현, 한진의 조중훈 등 9명의 최고경영자를 통해 살펴본 한국형 리더십.1만원. ●기절할 정도로 돈을 버는 절대법칙(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노은주 옮김, 문이당 펴냄) 수많은 회사의 성공사례에서 뽑아낸, 성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 비결을 소개.9800원.
  • 달개비꽃/김춘수 지음

    지난달 29일 타계한 대여(大餘) 김춘수 시인의 유고시집 ‘달개비꽃’이 3일 현대문학에서 출간된다. 시집에는 지난 8월 시인이 기도폐색으로 쓰러지기 전 손수 편집해 출판사측에 보낸 65편의 시가 실렸다. 미발표작 ‘거지 황아전’ 등이 수록된 유고시집에는 절대고독과 관념을 다뤘던 초기시와 달리 사실적이고 읽기 편한 작품들이 많다. “울고 가는 저 기러기는/알리라,/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울지 않는 저 콩새는 알리라,/누가 보냈을까,/한밤에 숨어서 앙금앙금/눈 뜨는,”(‘달개비꽃’)에서 엿보이듯 동심에 기댄 작품들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김춘수 문학의 근간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글들을 간추린 ‘김춘수 대표 에세이’, 김 시인이 직접 뽑은 시 50편에 최용대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도 조만간 현대문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 기운이 느껴진다. 술꾼들은 퇴근길에 소주잔을 걸치면서 화끈한 안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여기에 아귀찜이 제격이다. 점심식사나 가족 회식에서도 인기다. 시뻘건 아귀찜에 밥을 비벼 먹거나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이 글의 방향을 짐작했겠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본디 아귀는 ‘비료’ 정도로나 썼던 바닷물고기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흰살 생선, 즉 조기나 명태, 민어 등을 선호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못생긴 해물은 기피했다.‘몬도카네’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의 수산물관은 보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선호하는 형식을 보여 왔다. ●못생긴 아귀 처음엔 안먹고 버려 뱀장어도 일본의 ‘우나기’에서 전이됐으며, 예전에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먹장어(꼼장어) 식용도 근래의 일. 복어도 독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하여 그대로 버렸다. 동해안 해장국의 별미인 토속어 ‘삼순이’도 아예 잡으려 들지 않았다. 남해안 어판장에 자주 등장하는 못생긴 물메기도 7∼8년 전까지는 잘 먹지 않다가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자기 수요가 폭증했다. 아귀도 못생겼으니 당연히 먹지 않는 어류 반열에 속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먹을 때면 덤으로 내주던 복국이나 아귀탕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아귀를 먹지 않아 전량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아직’이란 단서에 유의할 것이, 김치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서서히 아귀로 젓가락을 옮기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개불도 징그럽다고 먹지 않다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면, 먹지 못하는 모든 해산물에 ‘아직’이란 단서를 붙여야 할 성싶다. 워낙 ‘원조타령’이 심한 사회이므로 아귀찜의 원조 역시 분간하기 어려우나 역시 마산이 아닐까. 마산 아귀찜과 군산 아귀찜이 쌍벽을 이루는 인상이지만 역시 원조는 마산 쪽이 맞는 것 같다. 마산에서는 아귀가 ‘아구’로 불린다.198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매스컴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제한적으로 잡히던 아귀 물량이 딸리자 2∼3미에 18만∼25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다 중국 수입산이 쏟아지면서부터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됐다. 예전에는 서민, 정확히 말하면 하층민 음식이었다.1000∼2000원에 한 마리를 사서 무를 넣고 푹 끓여 온 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겨울의 속풀이거나 빈속을 채워 주는 고기였다. 아귀찜이 마산에서 본격적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는 한국전쟁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아귀의 문화사적 배경이라고나 할까. 우선 마산이란 항구도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도시전문가들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설명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절반’의 진실만을 담보한다. 뉴욕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육체의 경험으로 풀어본 도시의 역사’란 부제가 달린 ‘살과 돌’(flesh and stone)에서 언급하였듯, 코를 자극한 냄새는 무엇이며,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차려 입는지, 언제 목욕을 했는지, 그러한 ‘도시의 육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항구도시들의 ‘육체’는 무엇일까. 역시나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먹을거리다. 우리는 도시와 음식의 기질론 혹은 풍토론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어디 가면 어느 집의 무엇이 맛이 있다.’라는 식의 음식점 순례기가 우리의 지적 수준이다. ●‘매운 음식’·‘화끈한 기질’ 궁합 맞아 아귀찜도 항구도시의 기질 풍토를 교묘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마산의 살아 있는 육체라고나 할까. 맵고 강력한 아귀찜같이 기질이 강한 음식은 음식궁합으로 볼 때 ‘태양’에 속한다. 마산이란 도시의 육체에서 아귀찜은 궁합이 대단히 잘 맞는다. 마산 자체가 한마디로 ‘화끈’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대적 화끈함에 역사적 화끈함까지 가미돼 아귀찜 같은 먹을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느 항구치고 격동의 세월을 겪지 않은 곳이 있을까만 마산항은 변화 정도가 극심했다. 대충 손꼽아 보아도 몽골족이 주축인 원나라의 군사적 요충지, 왜구들의 주요 침입로, 임진왜란의 전투지, 개항장, 일본인 집단거류지, 미군 군수물자 하역항,4·19와 부마항쟁의 진원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등 역사적 격변상만도 단숨에 세기 어려울 정도다. 규슈(九州)의 오랜 국제무역항 하카타(博多) 연안에는 장장 20㎞에 걸친 해안 성벽이 있다. 원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가마쿠라 시대에 쌓았다고 하여 일명 원구방루(元寇防壘)라고 부르니, 그 진원지가 바로 마산이다. 세기의 대격돌이 마산에서 시작된 것이니, 역사적·운명적으로 태생부터 국제적이었다. 고려 충렬왕 때 4만 여원(麗元) 연합군이 일본 정벌에 나섰을 때 오늘의 마산인 합포를 출진기지로 삼았다. 규슈 북부 해안의 하카타만에 이르러 폭풍으로 말미암아 2회의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합포가 남해를 아우르는 전략 요충지임이 내외에 알려졌다. 마산항의 본류인 마산포는 조용한 어촌만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에 마산창이 설치되면서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수산물 반입이 활발해져 동해 원산, 서해 강경과 더불어 3대 수산물 집산항으로 손꼽혔다. 만기요람 재용편에 경상도 정기시장으로 오로지 창원 마산장 하나만을 들고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남해안의 거제도와 통영·고성 등에서 잡힌 어류는 대개 마산항에 모였다. 구한말에 벌써 이곳에 30여호의 객상이 즐비했으니 그 번창함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3대 수산물 집산항 명성 1899년에 개항하면서 1905년부터 일본집단촌(속칭 지바촌)이 건설된다. 경찰서·재판소·형무소 등이 설치되고, 시가지는 혼마치(本町)·교마치(京町) 등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옛 사진을 보면 게다짝을 끌고 돌아다니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식 집이 즐비하다. 미곡 적출항으로서 정미업, 조면업, 인쇄업, 조선, 철공, 제빙, 방적, 기타 제조업이 모두 성했다. 빼어난 자연적 기후조건과 양질의 쌀, 맑은 물이 주류와 장류에 적합해 일찍부터 양조산업이 시작됐으니, 마산의 명물 무학소주나 몽고간장 등이 여기에서 비롯됐다.1개 항구도시에 양조장이 20곳이나 되던 곳은 마산뿐이었다. 해방이 되자 이곳에 거주하던 6000여명의 일본인이 모두 돌아갔고 2만여명의 동포가 귀국했다. 이런 ‘인구교체’ 역시 마산의 독특한 변수가 됐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후방 병참기지였다. 소개령으로 시민들이 떠난 마산의 거리는 온통 카키색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시가지가 온통 미군 일색이었고 마산 제1부두는 전쟁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꺼번에 밀려온 피란민들로 전에 없던 특미가 생겨났다. 재래의 마산 특미라면 단연 ‘대구깡다구찜’과 ‘미더덕찜’이었다. 그물에 잡히면 재수없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아귀들이 구마산 선창가에 그대로 버려졌다. 그 아귀를 인근 농부들이 가져다가 비료로 사용했다. 이 천대받던 아귀가 피란민의 공짜 반찬거리로 변하면서 아귀를 말려서 각종 양념을 넣어만든 아귀찜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수입산이 아닌 자연산 아귀는 마산 근해에서 ‘고데구리’로 훑어온다. 해저 밑바닥을 기면서 사는 저서류라 불법 어획도구인 ‘고데구리’가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고, 어찌 보면 맛있는 아귀를 다량으로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산 시내에는 아예 아귀찜 골목이 따로 있다. 아귀찜은 이곳에서 아귀찜집을 경영하는 김삼연(57)씨의 ‘초가할매집’에서 출발했다. 나이 스물에 시집와 38여년 동안 아귀찜만 만들었다.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이제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애초에는 두 집이었다. 과거에는 아귀를 무쳐 조림으로만 팔았다. 말린 아귀가 너무 딱딱해 여기에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조선된장을 풀어 담백한 맛을 살려내고 여기에 맵싸한 고춧가루·콩나물이 궁합을 이뤄 오늘의 마산아귀찜이 탄생했다. 마산에서 다량 소비되면서 전국의 아귀가 마산항으로 모여들었다.‘아귀는 무조건 마산에 가야지만 팔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내장을 걷어내고 씻어서 태양볕에 20여일을 꼬득꼬득 말린다. 이때 1년치를 갈무리하는데, 겨울에 말려야지 여름에는 벌레가 생길 뿐더러 냄새가 나서 말리기가 적당하지 않다. 크기도 중간짜리라야 건조도 잘되고 살집이 말랑말랑해 먹기 좋다. 아귀는 탕, 수육, 해물볶음, 불고기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으로 속속 조리법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심은 아귀찜. ●아귀 뱃속엔 온갖 생선이 가득 마산 어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권철주 보현수산 대표의 말을 빌리면 “아귀는 정말 ‘아귀’처럼 처먹는다.”뱃속을 따보면 온갖 생선이 수북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속것’이 너무 많아 김삼연씨는 아예 ‘아귀속젓’을 개발하기도 했다. 갈치 전갱이 꽁치 오징어 장어 돔 도다리 등 아귀의 반을 차지하는 이 ‘속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그걸 모아 젓갈을 담근 것. 그는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이 젓갈이 바로 동의보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산 아귀찜은 국물이 걸쭉한 서울 것과는 맛도, 모양도 다르다. 잘 말린 아귀 냄새, 비린내를 없애는 조선된장, 통통하지 않게 기른 콩나물에다 태양초를 빻아 쓰되 매운 것과 덜 매운 것을 섞어 쓰며, 여기에 마산명물인 ‘진동 미더덕’을 곁다리로 넣어 마산 아귀의 오미(五味)를 이뤄낸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눈을 맞혀야 제 맛이 든다는 말을 듣자니, 진부령 황태가 여느 북어와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아귀찜 하나의 문화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지면이 필요하니, 우리 해산물 모두를 설명하자면 ‘천일야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 현대문학 창간 50주년 600호 발간

    문예월간지 ‘현대문학’(대표 양숙진)이 12월호로 통권 600호를 맞아 기념 특대호를 발간했다.1955년 1월 창간된 ‘현대문학’은 그동안 한 차례의 결호도 없이 잡지를 발행하며 한국문학의 문제작들을 실어왔다. 특대호에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이 잡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6650명, 수록작품은 3만 4000여편에 이르렀다. 작가들이 매달 60여편의 작품을 수록한 셈이다.752쪽에 이르는 이번 특대호에는 손창섭의 ‘혈서’,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장용학의 ‘요한시집’, 황순원의 ‘소리’, 이범선의 ‘오발탄’, 박경리의 ‘토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 화제작들이 다시 실렸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차에 시동이 저절로 켜진다는 사건에 한 운전자가 경악을 했다. 유독 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미스터리. 그곳은 바로 세 아이가 목숨을 잃은 곳이라고 한다. 아이의 영혼이 시동을 작동시키는 것일까?아니면 주변 환경의 영향일까?저절로 켜지는 시동의 진실을 밝혀본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정치권이 새해 예산안 심의를 놓고 좀처럼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기고 예년처럼 연말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또 졸속 심의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새해 예산안 심의, 무엇이 문제이고 대안은 어떤 것인지 토론해본다. ●TV정치교실(정치자금, 민주주의를 위한 비용인가)(EBS 오후 8시10분)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 재판중인 정치권 핵심인사들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잇달아 중형을 선고하면서 정치권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활동의 필수요건이자, 정치비리의 온상이라는 두 얼굴 정치자금. 민주주의를 위한 비용, 정치자금을 이야기한다. ●최종분석(세계의 불가사의)(iTV 오후 10시50분)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는 스톤헨지와 미스터리 서클. 고대인들은 어떻게 이런 유적을 남겼을까?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신비한 에너지가 만들어낸 현상일까?혹은 외계인이 방문한 흔적인가?한편, 빙판 위에도 나타나는 신비한 원, 아이스 서클의 정체를 밝혀본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고민하던 초원은 자신이 피하면 자식에게까지 신기가 내려간다는 말에 내림굿을 받기로 결심한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초원은 자신의 결심을 밝히고 부용화는 어쩔 줄 몰라한다. 초원은 자신이 내림굿을 받기로 한 것을 숨기고 신기를 없앨 방법을 알아냈다며 무빈을 안심시킨다. ●무한지대 큐!(KBS2 오후 7시20분) 최근 일본 도쿄에는 서서먹는 레스토랑이 대 유행이다. 스탠딩 레스토랑, 이곳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서서 먹더라도 싼값에 맛좋은 스시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촌의 명물이 된 외국인 전용 하숙집의 배낭족 외국인들이 신촌 체험에 나섰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덕배는 점점 심해지는 갈등을 진국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영실은 시집살이를 억울해하는 희수 때문이라고 투덜댄다. 진국은 난감해하는 희수를 둘만의 비밀 공간으로 데려가고, 희수는 진국의 마음에 감동해 눈물을 흘린다. 정애와의 약속대로 영란은 떠날 준비를 한다.
  •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9번째 시집을 낸 김지하(63) 시인을 지난 30일 아침 일산에서 만났다. 신도시의 회색빛 늦가을이 희멀겋게 내려다뵈는 오피스텔 11층. 그곳에서 이태째 거처해온 시인은 많이 쇠잔해져 있었다. 생로병사의 성벽 앞에 순하게 무릎을 접는 시인 김지하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새 시집 ‘유목과 은둔’(창비 펴냄)에서 시인의 키는 낮아졌다. 시대를 발언하는 사상가, 운동가이기보다는 생활인으로 돌아와 목청을 낮게 다듬었다. 그 자신 “가장 허름하고 가장 허튼 글모음”이라고 당찮은 겸사로 메어친다. 그러나 잦아진 사변적 발언들에 사뭇 달라진 시인의 지향을 감지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틀림없이 그는 어느 때보다 삶에 밀착했다. ●현기증·고혈압… 육체적으로 지쳐 “육체적으로 아주 지쳐 있어요. 현기증에 좌골신경통, 혈압까지. 육체가 지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거든. 논리적 담론 형태의 글쓰기를 쉴 때가 온 거라.” 94편의 시를 묶은 시집에서 그는 평범한 생의 순리에 자주 귀를 내맡겼다. 첫 시 ‘몸’(시인이 가장 아끼는 시)으로 “예전엔/잘 몰랐지//몸이 무너지면서/몸을 알았지”로 운을 떼더니 “늙어가는 길/외로움과 회한이/가장 큰 병이라는데//사람이 그리우나/만나기는 싫다”(‘오늘’)며 게으른 회한을 쏟아내기도 한다. 지친 몸과 죽음에 대한 사유도 부쩍 깊어졌다.“고담준론도 질퍽하게/아아/무엇이 아쉬우랴만//문득 깨닫는다//죽음의 날이 사뭇 가깝다는 것”(‘김지하 현주소’)이라고 물끄러미 오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가 하면,“자유당 말기의/내 정신풍경을 한마디로 뭐라 할까//매독환자/아니면/아편쟁이(…)이제는 아무것도/아무것도 없고//외로움밖에 없고//후회할 일밖에 없으니//참/개똥같은 인생”(‘김지하 옛주소’)이라고 쓸쓸히 탄식한다. “조동일(계명대 석좌교수)씨가 얼마 전 지용문학상 시상식에서 만났더니 그럽디다. 미학적으로 정련된 시, 엄격히 리듬을 따진 시만 쓰지 말고 이젠 좀 쉽고 허름한 시를 써보라고. 그렇게 열편 스무편 막 쓰다 보면 거기에 사금파리가 들어 있는 거라면서…” 지난 시절 민중문학운동을 함께 했던 지우의 권유에 시인은 진지하게 귀를 열었다.“동화를 쓸 요량입니다. 붉은악마 세대의 감수성에 맞추되 신화적 상상력을 움직이는 그런 동화 말이지.” 동화의 환상성과 소설의 리얼리즘을 모아 집필에 들어간 동화는 내년 여름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4년쯤 뒤 생명운동에서 은퇴 “내후년쯤부터 차츰 후배들한테 지금 일(‘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을 맡고 있다)을 넘겨주면서 늙은 그루터기 역할을 할 생각”이라는 그는 “4년쯤 뒤엔 생명운동에서 은퇴할까 한다.”고 했다.“앉아만 있어 달라고들 하니 죽은 제갈량이지 뭐.(웃음)” 시인은 “앞으로의 내 시는 문명을 비판하는 잠언쪽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으로 쉽고 짧은 시를 쓰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번 시집 속에도 시의 뜻을 곧추 세우는 고백글이 들어있다.“50여년을 내내/시를 써온 이 뒷날에야/느지막이 시의 뜻을 세운다//다시 태어나리라//한 작가로,/꼭 자유자연만이 아닌/활동하는 무(無),/흰 그늘로//(…)//다시 진화하리라”(‘재진화(再進化)’) “육신이 지쳤다.”는 말을 인터뷰 도중 여러번 했다. 그러나 영혼의 나이만은 더 먹지 않으려는 시인의 정신은 청청히 살아 있다.“나는 언제나/반역의 사람/(…)/살아있다면/친구여/바람을 거슬러라”(‘바람이 가는 방향’)라고 반역의 정신을 드러낸 시인은 “나이를 먹어도 비판정신만은 늙지 않는 미국의 삐딱이 사상가 노엄 촘스키가 부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년 초 산문집 ‘생명과 평화의 길’(문학과지성사)과 미학이론을 다듬은 ‘흰 그늘의 미학’(실천문학사)을 또 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번 주말, 상하이 어때?

    이번 주말, 상하이 어때?

    저는 늘 꿈꿨습니다. 특별한 주말, 꿈같은 주말을 말입니다. 그래서 상하이를 택했습니다. 금요일 밤, 일상을 툭 털어버리고 출발해 48시간의 무한자유, 꿈같은 주말을 원하는 20∼30대 직장인에게 상하이가 최고 인기로 뜨고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상하이의 매력은 3가지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밤거리, 배가 모자라 못 먹을 만큼 값싸고 맛있는 요리,‘짝퉁’이지만 세계의 명품시장 구경까지. 저의 꿈같은 상하이 2박3일, 함께 가시죠. 기사를 정신없이 마감하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도대체 상하이가 어떤 곳인지 날씨가 어떤지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을 하지 못하고 옷가지만 챙긴 배낭을 달랑 메고 말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밤 10시 비행기를 타고 중국시간 밤 10시45분에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차가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거든요. 혼자 하는 여행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일행중 제일 예쁘고 착하게 생긴 이종선, 혜련자매와 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들은 든든한 보디가드가 필요했고 저는 말동무가 필요했으니까요. 첫째날 ●상하이의 첫날밤 4성급 동방항공호텔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호텔방에 들자마자 그냥 엎어져 잠든 저로선 별 인상적인 것이 없었습니다. 아침 8시30분 종선자매를 2층 뷔페식당에서 만나기로 해 내려가 보니 다들 “새벽엔 추웠다.”고 말하네요. 난방이 거의 안 돼요. 따뜻하게 입고 잘 옷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상하이, 내가 왔다! 아침을 먹으며 ‘본격호구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언니 종선(28)씨는 삼성 SDS 교육사업팀에 근무하는 직장인, 동생 혜련(24)씨는 삼성전자 공채에 합격한 예비직장인이랍니다. 미팅하는 분위기 오래간만이네. 게다가 언니 종선씨가 인터넷을 뒤져서 일정을 짜 가지고 온 게 아닙니까. 저는 보디가드이니까 자매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지요. 교통비는 반반씩, 식사는 셋이서 똑같이 나누어 내기로 했어요.(이건 제게 유리한 조건임다. 왜냐 저는 좀 많이 먹는 편이거든요.) 09:40 처음 간 데는 ‘섹쉬한 불상’이 있다는 옥불사(玉佛寺·위포쓰)였어요. 호텔에서 5분 정도 택시로 갔는데 기본요금 10위안. 우리 돈으로는 1400원. 택시비 정말 싸네. 옥불사는 입장료 10위안. 경내에 들어서자 화려하고 현란하게 채색된 여러 불상들과 커다란 향에 연기를 피우며 연신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사람들, 무슨 광신도 집단같은 분위기. 어느 틈엔가 동생 혜련씨가 향을 사서 들고 절을 하고 있었죠.“우리 언니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가게 해주세요.”종선씨의 기원도 똑같았어요.“제 동생 소원, 꼭 들어주세요.” 저렇게 ‘따블’로 기도하면 바로 실현될 것 같네! 미얀마에서 가져온 옥(玉)으로 만들었다는 유명한 옥불상은 5위안을 더 내야 볼 수 있답니다.‘정말 왕서방이네….’ ‘거금’을 투자하고 봤습니다. 다음 스케줄은 예원(豫園·위위안)이랍니다. 택시(30위안)로 20분정도 갔을까. 어느 틈에 종선씨가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다는 빙탕후루(산사나무의 열매인 산사자에 설탕물을 입힌 것) 하나를 3위안 주고 샀어요. 한입 베어 물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바로 뱉더군요.“아저씨 드실래요?”제게 내밀기에 덥석 받아들었죠. 단단히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시큼한 것이 먹을 만합니다. 예원은 명대 고위관료였던 반윤단(潘允端)이 부모님을 위해 18년 동안 지었다는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입장료가 있어요.30위안. 자매는 정원 가운데서 중국 정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죠. 공주옷을 입고 말입니다. 세련된 멋쟁이들도 관광길에선 다소 유치한 듯? 하긴 그게 여행의 맛이지. 11:40●너무 너무 맛있는 만두 11시40분, 종선씨가 예원앞의 남상만두점으로 이끌었어요. 예원 앞에는 예원상장(豫園商場·위위안상창)이란 시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집이 바로 남상만두점입니다. 소룡포(샤룽바오)라는 상하이 만두로 유명한 집.1층에는 8위안에 무려 16개나 만두를 준다. 테이크아웃. 그러나 우리는 1시간이나 기다려 2층 테이블에 앉아 품위있게 먹는 쪽을 택했다. 메뉴판을 보니 온통 한자뿐. 도대체 뭐가 뭔지 알수가 없네. 하지만 이때 구세주처럼 종선씨가 나선다. 인터넷에서 번역해온 자료를 꺼내더니 종업원과 “헤이 음 원(one), 노 노 디스 원”하며 콩글리시와 보디랭기지로 접선을 시도했다. 역시 여행 전, 철저한 준비는 필수. 일단 8가지 종류의 만두가 나오는 세트메뉴(50위안)와 남상만두(40위안)를 주문했다. 푸짐하게 나오는 만두에 덥석 젓가락을 들이대는 혜련씨의 손을 찰싹 치고 우선 사진을 찍었다. 조그만 만두 하나를 수저에 올려놓고 만두피를 살짝 찢었다. 안에 있던 육수가 흘렀다. 채썬 생강을 간장에 찍어 만두와 같이 한입에 쏘옥. 세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오직 먹기만 할 뿐. 정말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14:00 ●살아 움직이는 황포강과 남경동로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이제는 상하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금무대하(진마오다사)88층 관람대로 갔다. 택시로 10분소요,13위안. 입장료 50위안. 건물의 높이가 해발 420.5m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빌딩이랍니다.88층 전망대에 우체국도 있더군요. 내려와서 10분 거리에 있는 황포공원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의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황포강. 화물선들이 석탄이며 목재를 싣고 가는 황포강의 모습은 도시가 살아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나이 탓인지 다리가 무척이나 아파오는데 가녀린 여인들은 무쇠다리를 가진 듯 씩씩했습니다.“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잔!”제 제안으로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강변에서 맛있는 커피, 예쁜 자매와 수다를 떨었죠. 황포강을 건너 외탄(外灘·와이탄)으로 건너가기 위해 5분 떨어진 수상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수상버스는 배를 일컫는 말로 요금은 2위안.1위안짜리 동전 2개를 넣고 타야한다.12분마다 1척씩 다닌답니다. 드디어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인 남경동로(南京東路)를 걸었습니다. 보행자도로에서 예쁘게 생긴 관광전차를 2위안 주고 탔습니다. 관광전차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데 사고가 나지 않는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어요. 19:00 ●니들이 ‘게’맛을 알아 어둠이 짙게 깔리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도대체 저 가녀린 여인들은 정녕 철인이란 말인가. 자존심을 죽이고, 약간 비굴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저기 어디 가서 저녁 먹으며 쉽시다. 다리 안 아파요?” 15분이나 뭔가를 찾아헤매던 자매는 “저기야, 저기!” 마치 그녀들은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뛰어갔어요. 황하로(黃河路) 해산물거리에 있는 대부호해선주루(大富豪海鮮酒樓)에 들어갔습니다. 고맙게도 외국인을 위해 음식사진 메뉴판이 있더군요. 종선씨는 아주 신이 났어요. 그렇게 ‘상하이 게’ 타령을 하더니..“일단 게는 한마리씩 시키고 또 요리는….”상하이 게요리(다라시에), 돼지고기와 파에 춘장으로 볶은 경장육사(京醬肉絲·징장러우쓰), 탕수육과 비슷한 탕추리지(糖醋里脊)를 시켰어요. 일단 게찜이 나오는데 좀 한심하더군요.“에게, 이렇게 작아?”그러나 작은 게딱지를 떼자 노오란 살이 가득 들었고 입에 넣으니 고소한 것이 그만이더군요. 몸통만 먹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앉아 있으니 종선씨는 “다리를 이렇게 해서 살을 빼먹는 거야.”라며 시범을 보이듯 작은 게를 구석구석까지 참 알뜰하게 먹는 겁니다. 게 한마리에 50위안, 요리는 보통 20위안정도. 20:00 ●상하이는 밤이 좋아 그렇게 알차게 놀러다녔는데도 시계를 보니 겨우 저녁 8시. 황포강 주변의 야경을 보러 다시 택시를 탔어요.10위안. 화려한 조명으로 옷을 바꿔입은 동방명주, 오로라빌딩, 금무대하 등이 정말 볼 만합니다. 한 30분 걷다가 ‘상하이의 청담동’인 신천지로 이동. 또 택시비 10위안. 정말 말 그대로 신천지. 재즈바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이브 카페 등이 오히려 서울보다 더 그레이드가 높아 보였어요. 그래선지 맥주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이네켄 작은 병이 50위안. 그래도 기분은 내야지, 건배. 밤 11가 넘으니 다리가 너무너무 아팠어요. 자매를 설득하다 안 되자 제가 나서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호텔까지 택시비 32위안. 씻자마자 침대에 푹 빠져버렸어요. 셋째날 ●영원하라 대한민국 오늘은 ‘간단하게’ 돌아다니자는 종선씨. 임시정부청사에 가고, 샤부샤부를 먹고, 양양시장에서 쇼핑하고, 발마사지 받고,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정말 ‘간·단·하·게’, 일정을 브리핑하더군요. 10:00임시정부청사까지 택시비 10위안. 주택지 안에 있어 택시기사도 헤매고,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 간신히 찾았습니다. 입장료 15위안. 먼저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 대한 10분짜리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청사의 역사, 윤봉길의사, 이봉창의사, 김구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상하이 여행이 단지 놀고먹는 여행이 아니라는 의미가 새삼 가슴에 와닿더군요. 각각 50위안씩을 기부함에 넣었습니다. 중국식 샤부샤부 화과(火鍋·훠궈)를 먹으러 회해중로(淮海中路 188번지)에 있는 태매(泰妹·타이메이)란 식당으로 갔어요. 한국에서 먹는 샤부샤부와는 다르더군요. 하나의 냄비가 반이 갈라져 있어 매운 맛과 순한 맛의 육수가 담겨있어요. 소고기, 어묵, 버섯, 배추, 오징어, 당면, 두부 등 14접시를 시켜 먹었어요. 맛있고 싼 것, 그것이 상하이 여행의 매력입니다. 셋이 실컷 먹고 140위안을 냈습니다. 13:00●‘짝퉁’이 더 좋아 상하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명품’구경을 위해 양양복식 예품시장(시앙양 스창)으로 갔어요. 입구부터 삐끼들이 난리네요. 발음도 안 되는 한국말로 “어니 시계 와치, 오메가 로렉스”하며 집요하게 따라 붙는다. 제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부야∼우”(필요없다)라고 해도 겁먹는 사람이 없네요. 인상이 너무 좋아도 탈이야.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명품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캘빈클라인 팬티부터 롤렉스 시계, 루이뷔통 가방 등 대단합니다. 싸긴 정말 싸네요. 이젠 구경도 귀찮고 다리도 아프고 만사가 귀찮네.“저기요, 이제 마사지 받으러 가죠.” 14:00●여행의 마무리는 발 마사지 발마사지 70분에 50위안.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어, 시원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잠시 뒤 여자 마사지사가 들어와 발을 주물러 줍니다.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잠이 솔솔. 금방 1시간이 지났어요.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 16:20●시속 430㎞로 달려보고 룽양루(龍陽路)역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출발. 푸둥 공항까지 30㎞인데 약 시속 430㎞로 달려 7분이면 도착한다네요. 정말 대단하지요.50위안. 비행기표를 보여주면 40위안. 드디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에 저녁 9시40분에 도착했어요. 아, 예쁜 아내가 있는 서울로 왔구나. 블루여행사(www.bluetravel.co.kr,02-514-0585)가 상하이 2박3일 주말여행 상품을 34만 8000원(공항세 포함)에 판매하고 있다. 이름하여 ‘상하이 몽’. 도쿄와 홍콩에 이어 중국 상하이의 주말 밤도깨비 여행상품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한 뒤 밤 10시 비행기로 상하이에 가서 이틀동안 여행을 하고 일요일 밤 9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프로그램이다. 항공과 4성급 호텔만 묶은 패키지로 상하이에서 일정은 본인이 스스로 만드는 자유여행이다. 정보를 많이 갖고가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김춘수시인 타계] 생애·작품세계

    [김춘수시인 타계] 생애·작품세계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 놓고 복사꽃을 울려 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西風賦’ 전문) 한국시단의 큰어른 대여(大餘) 김춘수. 힘겨운 시절, 한국이라는 궁벽한 땅에서 태어나 그만큼 치열하게 또 자유자재로 시의 지평을 넓히며 ‘자신의 문학’‘자기 시대의 문학’을 윤기나게 일군 이가 다시 있을까. ●모더니즘 경도된 시절에 상징주의 수용 그는 1948년 처녀시집 ‘구름과 장미’를 내면서 시인의 삶을 시작한 이래 2002년 ‘쉰 한편의 비가’에 이르기까지 물경 40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냈으며,‘시의 위상’ 등 시론집도 7권이나 펴낼 만큼 열정적으로 시를 보듬어 왔다. 초창기인 1950년대 무렵, 내로라하는 당대의 시인들이 하나같이 영미의 모더니즘에 경도된 그 시절에 그는 주저없이 릴케 류의 상징주의 시정신을 받아들여 우리 문단의 협소함을 극복하고자 한 한국 시문학의 선구자였다. 이 무렵 그가 지향한 문학적 이데올로기는 ‘절대 순수’였다. 이 시기에 발표된 그의 시를 두고 이승훈 한양대 교수는 “그는 투쟁보다 화해, 고통보다 안정, 탐구보다 신앙을 희원했다.”고 분석한다. 김 시인은 1922년 경남 통영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청년기를 보냈다.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유학해 니혼(日本)대학 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 중 중퇴했다. 언젠가 “기질적으로 항일운동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많이 좌절했다.”며 젊은 시절을 고백한 적이 있는 시인은 자기 반성의 한 자락인 양 평생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무의미의 시’를 썼다. 일본의 총독정치를 비판하다 7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퇴학당했던 경험이 이후 관념을 배제한 시들을 쓰는 데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 ●50년대 말부터 ‘무의미의 시’ 골격 구축 1946년 ‘애가’로 문단에 데뷔한 그의 시세계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기는 ‘꽃’ ‘꽃을 위한 서시’ ‘나목과 시’ 같은 작품으로 대표되는 시기. 이 즈음 그는 존재의 의미에 천착해 치열한 탐색의 태도를 보였다. 이런 그의 모색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노래한 ‘꽃’에서 잘 나타난다. 2기는 50년대 말부터 드러난 서술적 이미지의 시세계. 이 시기에 그는 ‘타령조’‘부두에서’‘봄바다’ 등의 시편을 발표하며 김춘수 시세계의 큰 축인 ‘무의미의 시’의 골격을 구축해 냈다.‘날이 저물자/내 근골과 근골 사이/홈을 파고/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베꼬니아의/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처용단장 제1부)는 시편에서 보듯 이 시기 그의 작품은 어쩌면 무상(無常)과도 맥이 닿는 무의미가 주조를 이룬다. 이어지는 3기는 탈(脫)이미지의 세계로,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기에 나타난다.‘불이 앗아간 것, 하늘이 앗아간 것, 개미와 살똥이 앗아간 것, 여자가 앗아가고 남자가 앗아간 것,/앗아간 것을 돌려다오‘(처용단장 제2부)에서 보듯 이미지 파괴와 실존성이 구체적인 리듬감으로 표출되고 있다.4기는 7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이어지는 시기로 실존성의 극복과 담담한 성찰의 특성이 드러나는 시기다. ●우리 문단의 영원한 숙제 ‘김춘수 읽기’ 그러나 이런 축약으로 그의 시세계를 말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김춘수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평자는 먼저 그의 엄청난 필력에 압도 당하고, 또 아무리 짧은 촌평이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하게 된다.”는 이창민 고려대 교수의 지적처럼 그의 시세계는 섣부른 해석을 한사코 경계하는 까닭에 ‘김춘수 읽기’는 우리 문단의 미제로 남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인으로서의 김춘수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다양한 문학적 편력을 훑지 않을 수 없다. 숱한 시집과 시론으로 우리나라 시세계의 여백을 채워온 그는 수필과 소설에도 열정을 쏟아 부었다. 지난 76년 첫 수필집 ‘빛 속의 그늘’ 이후 95년 ‘사마천을 기다리며’까지 여섯 권의 수필집을 문단에 봉헌했는가 하면,54년에 ‘유다의 유서’를 내는 등 지금까지 3권의 장·단편 소설을 내기도 했다. 5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경기도 분당 큰딸의 아파트 근처에 살았던 시인은 지난 8월 기도폐색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신작 시집 ‘달개비꽃’이 새달 중 출간될 예정이다. 거인이 훌쩍 자리를 비운 문단이 허허롭기 이를 데 없다. 그가 필생의 업으로 여겼던 ‘절대 순수’와 ‘인간의 참모습’에 대한 끝없는 향수는 ‘맑은 시인의 피’로 두고두고 세상의 가슴을 흐르지 않겠는가. 떠나간 시인의 느리고도 지치지 않았던 보행처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오늘의 눈] 에이즈검사 생략의 파장/이천열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연예인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한국 국민이 되려고 입국하는 게 더 쉽다니….” 기자는 한국인과 국제결혼, 국내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의 실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내내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 국민이 될 사람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감염여부 조사도 없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문화공연을 위해 연예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외국인은 꼬박꼬박 전염병 검사를 하도록 돼 있다. “연예인은 전염병 고위험군이지만 국제결혼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은 저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보건당국자는 설명하지만 “연예인은 곧 돌아갈 사람이지만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될 사람들인데.”하는 의구심이 솟구쳤다. 게다가 이들은 우리 후손의 부모가 될 사람들이 아닌가. 농민들의 국제결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농촌으로 시집을 가려는 여성이 없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결혼이다. 국내에서 신부감을 찾다가 포기해, 나이가 찰 대로 찬 만혼이 대부분이다. 읍·면 단위로 내려가면 외국 여성과 국제결혼한 농민이 마을마다 2∼3명에 이른다. 문제는 국제결혼 대상자가 에이즈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중국 조선족 여성에서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에이즈가 널리 퍼진 동남아 국가로 옮겨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쌀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농촌은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다. 사회에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농민들이, 에이즈에 걸린 처와 자식까지 거느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어쩌면 천민계급(?)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결혼 대상자에 대한 전염병검사 생략이 인권침해 논란 때문이라면 에이즈 감염자를 검증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닌지 정부와 보건 당국에 묻고 싶다. 이천열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sky@seoul.co.kr
  • 영원속으로 진 ‘꽃의 시인’…김춘수씨 타계

    영원속으로 진 ‘꽃의 시인’…김춘수씨 타계

    지난 8월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분당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던 대여(大餘) 김춘수(金春洙) 시인이 29일 오전 9시쯤 타계했다.82세. 1922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일제시대에 일본 니혼(日本)대학 예술학과에서 유학하다 3학년때 중퇴했다.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비롯해 ‘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처용단장’ 등 25권의 시집을 남겼다. 경북대 교수와 영남대 문리대 학장, 제11대 국회의원, 한국시인협회장, 예술원 회원 등을 지냈으며 자유아세아문학상, 예술원상, 대한민국문학상, 청마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딸 영희(59)·영애(57)씨, 아들 용목(56·신명건설 이사)·용욱(54·지질연구소 연구원)·용삼(52·조각가)씨 등 3남2녀. 발인은 새달 1일 오전 10시, 장례식은 시인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 공원묘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고향인 경남 통영시 동호동 시민문화회관 남망갤러리에도 분향소가 설치됐다.(02)3410-6915.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국제결혼 ‘에이즈 공포’] 술집 종업원등 마구잡이 소개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 유흥가에서 일하던 에이즈 감염여성이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할 수도 있어요.” 대전에서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일부 업자들이 돈벌이에만 골몰하다 보니 마구잡이로 신부감을 소개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이 크게 늘고 있고, 이를 알선하는 업체들도 난립하고 있지만 정확한 업체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서 살게 되는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은 2000년 7304건에서 지난해 1만 9214건으로 3년만에 2배가 넘게 폭증했다. 한국 여성들의 농촌생활 기피로 국내에서 신부감을 구하지 못한 농촌총각이 외국 여성과 결혼을 많이 한 탓이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족 출신 중국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가장 많지만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에이즈가 성행하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지역 출신이 부쩍 늘었다. 특히 베트남 여성은 2002년 476명이 한국으로 시집을 온 이후 1년만에 1403명으로 급증,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알선업자 박씨는 “주로 조선족인 중국 여성은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뒤 달아나는 일이 많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 여성은 우리 환경에 잘 적응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혼인신고를 하면 바로 국적취득이 가능했던 국적법을 2001년 고쳐 입국 후 2년간의 유예기간 둔 것도 중국 여성들의 잦은 도주·잠적 때문이다. 급증하고 있는 국제결혼은 에이즈 감염자의 증가에도 일조하고 있다.1985년 첫 한국인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한 뒤 매년 늘어 지금까지 모두 2842명에 이르고 있고, 이중 565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나 불법 체류자 등이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되면 강제 출국시키고 있으나 국제결혼을 통해 들어온 외국인은 한국인 배우자가 허용하면 거주가 가능하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한중합작 HD드라마 ‘비천무’

    한중합작 HD드라마 ‘비천무’

    ‘한국 최초로 방송사 편성에 관계없는 100% 사전 외주제작.80억원의 비용을 들인 한·중 합작드라마. 중화권 및 국내 매출액 100억원 기대….’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24부작 HD드라마 ‘비천무’(극본 강은경ㆍ연출 윤상호)의 위상을 보여주는 몇가지 지표들이다. 독립프로덕션 ㈜에이트픽스(대표 송병준)가 유린시네마그룹(대표 냉화유), 중국 제작사 ‘상해제편창(上海制片廠)’과 손잡고 만든 ‘비천무’는 몽골족과 한족의 혼혈아인 설리(박지윤)와 비천신기의 계승자인 유진하(주진모)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무협 멜러물.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김혜린의 동명 장편만화를 원작으로, 올 4월부터 8개월간 중국 현지 올로케로 촬영했다. 특히 ‘비천무’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드라마의 ‘내용’보다 처음 시도되는 제작·배급 시스템이다. 통상 작품을 방영할 방송사를 미리 정한 뒤 제작비 지원을 받고 촬영에 나서는 국내 외주제작의 관례에서 벗어나, 자체 예산을 동원해 완제품을 만든 뒤 방송사에 대한 ‘세일즈’에 나선다. 이 때문에 ‘비천무’가 ‘어떤 조건으로 방송사와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는 물론 향후 사전 외주제작 드라마에 대한 ‘이정표’가 확립된다는 점에서 방송사 및 외주 제작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시사회에서 ㈜에이트픽스 송병준 대표는 “방송사에 시집가기 위해 화장하고 기다리는 심정”이라는 말로 생사기로에 서있는 제작사의 처지를 표현했다. 방송사의 ‘낙점’을 받지 못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협상이 가장 많이 진척된 SBS를 통해 빨라야 내년 5월쯤에나 전파를 탈 수 있음에도 협상에 앞서 좀더 ‘몸값’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시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사와의 협상은 쉽지 않을 듯.㈜에이트픽스측은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저작권은 가진 채 방송사에 ‘방영권’만 주면서 회당 1억 2000만원 수준의 제작비를 받으려 하지만, 방송사측은 ‘저작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협상 가격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비천무’는 ‘내용’면에서도 고비를 건너야 한다. 시사회를 통해 문제점으로 나타난 부분은 ‘더빙’. 중국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다 보니 성우들의 목소리가 많이 삽입됐다. 이 때문에 중국 배우들의 다양한 개성이 성우 목소리에 가려버렸다는 지적이다. 또 이른바 대박 드라마의 필수 조건인 ‘20∼30대 여성 시청자층’에 대한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협이 화면 구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중국 냄새’가 많이 나 국내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비천무’가 이런 난관을 뚫고 사전 전(全)작제 드라마의 첫 성공사례로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책꽂이]

    ●멈춰 서서(이우환 지음, 현대문학 펴냄) 한국 태생의 세계적 일본 현대미술가 이우환(68·도쿄 다마미술대 교수)의 첫 시집. 이 화백은 1968년 일본 미술계에 불어닥친 ‘모노파’ 운동의 중심인물로, 그림과 시가 한 뿌리를 나누고 있음을 시집으로 웅변했다.1만원. ●노동의 새벽(박노해 지음, 느림걸음 펴냄) 절판됐던 박노해 시인의 대표작 ‘노동의 새벽’이 출간 20년을 맞아 재출간됐다. 시집의 탄생 배경과 역사, 시인의 인생역정을 부록에 실었다.7800원. ●남정현 대표소설선집(남정현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분지’의 작가 남정현이 손수 가려뽑고 일부를 다시 손질한 소설선집.‘너는 뭐냐’ ‘방귀소리’ ‘허허선생’ 등 13편 수록.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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