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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50년 맞아 산문집 ‘삶의 향기… ’ 낸 황동규

    등단 50년 맞아 산문집 ‘삶의 향기… ’ 낸 황동규

    “삶의 향기라는 것은 자신의 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은 사람에 따라 민족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미술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이 바로 삶의 향기라고 할 수 있죠.” 등단 50년을 맞은 황동규(70) 시인. 그가 2001년부터 최근까지 7년간 틈틈이 써온 수필을 한데 묶은 산문집 ‘삶의 향기 몇 점’(휴먼앤북스 펴냄)을 내놓았다.1976년 ‘사랑의 뿌리’를 펴낸 이후 ‘겨울노래’‘젖은 손으로 돌아보라’에 이은 네번째 산문집이다. 표제작과 ‘꽃’‘보헤미안’‘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등 35편의 글이 실렸다. 예술을 통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시인의 지나온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문학과 친구, 음악 등 삶의 여러 장르 종횡무진 “시는 노래이고 산문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에서 출발한 시는 핵심에 치중하다 보니 축약될 수밖에 없는 반면 산문은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그런 만큼 시는 등을 잘 보이지 않지만, 산문은 뒷모습까지 전모(全貌)를 내보여 주지요.” 시와 산문의 차이를 분명히 하지만 그는 “산문이 시보다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문학과 친구, 음악 등을 아우르며 삶과 예술의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 누빈다.“나는 왜 문학을 안 하곤 못 배겼는가? 너도나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것을 획득하려 정신없이 뛰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소한의 것을 얻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문학의 바보스러움이 지닌 매력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게 정직할 것이다.”(‘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중에서) 그는 “처음에는 말들의 조합이 황홀을 낳는 것에 끌렸고 그 황홀 속에 녹아나는 삶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말로 문인이 된 동기를 밝혔다. 세상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배인 글도 있다. 국제법학자 백충현, 시인 오규원, 소설가 홍성원·이청준·박경리 등이 그들이다.“삶과 죽음이 이항대립처럼 항상 서로 반대된 상태가 아니고 이따금씩 서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그런 유동적인 상태라는 생각으로 가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도 있고, 죽음의 상태에서 삶의 새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삶의 향기 몇 점’중에서) 요컨대 죽음을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애호가답게 음악에 대한 조예도 드러낸다.“내가 음악과 같이 산 세월에는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태양이 함께 있다. 내 정신의 외양이 주로 책과 여행에서 형성된 모습을 갖고 있다면 아마 속 무늬는 음악이 주로 만들었을 것이다.”(‘불타는 음악’중에서) 고등학교 때 음대 작곡과에 진학하려는 꿈을 품었던 그는 전셋집을 전전하면서도 오디오를 메고 다녔을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매료됐다. ●세상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절절 시인은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은 한국인의 애송시로 자리잡은 ‘즐거운 편지’와 ‘시월’ 그리고 ‘동백나무’. 중학생 때부터 시를 썼던 시인의 집안은 잘 알려진 대로 문인 가족이다.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아버지이고 딸 시내씨가 지난해 산문집 ‘황금 물고기’를 내면서 3대에 걸쳐 문인이 된 것. 하지만 황순원 선생도, 시인 자신도 딸이 문인의 길을 걷는 것을 극구 말렸을 정도로 아버지의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등단 50주년도 주위에서 50주년,50주년 하니까 알았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50년 기념 행사를 치를 계획이 없다는 시인은 60여편의 시를 모아 내년쯤 신작 시집을 낼 계획이다.1만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이나영 “배용준과 결혼설은 루머일 뿐”

    이나영 “배용준과 결혼설은 루머일 뿐”

    톱스타 배용준과 최근 결혼설이 불거진 배우 이나영이 루머일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나영은 지난 23일 오후 5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비몽’의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정말 사람들이 나를 시집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날짜와 호텔까지 이미 정해져 있고 몇 주 전에 이미 결혼했다는 루머도 봤다. 하지만 정말 사실이 아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부인했다. 이어 “연예인 생활 10년 하면서 루머는 늘 있어왔고 이번에 또 결혼설이 불거진 것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다. 이나영은 최근 일명 ‘찌라시’라는 증권가 소식지를 통해 배용준과 결혼설이 불거진 바 있다. 두 사람의 결혼설이 빠르게 유포되면서 10월 25일 결혼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서 자살 기도한 베트남 새댁 슬픔 안고 고향으로

    “가족이 있는 베트남으로 보내주세요.”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새댁 뚜엣(20)이 결혼 8개월 만에 음독자살을 기도, 사경을 헤매다 깨어나 처음 했던 말이 안타까운 현실이 됐다. 뚜엣은 22일 오전 충북 영동결혼이민가족센터 소장 정봉구(42) 목사와 함께 만신창이의 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호찌민시 남부의 가난한 농가에서 장녀로 태어난 뚜엣은 여느 베트남 신부처럼 ‘코리안 드림’을 안고 지난해 8월 영동군 학산면의 한 농촌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건축업체에 다닌다.’고 소개를 받았던 남편(39)은 변변한 일도 없는 데다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남편은 결혼 7개월 만인 지난 3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말이 통하지 않고 몸도 불편한 시아버지(72)와 단둘이 좁은 집에 남은 그녀는 처지를 비관했고 지난 4월21일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영동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CEO칼럼] 선진국으로 가는 길-文史哲 살리기/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

    [CEO칼럼] 선진국으로 가는 길-文史哲 살리기/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

    업무에 쫓겨 살면서도 필자는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려 애를 써왔다. 경제·경영 서적뿐만 아니라 시나 소설 책도 즐겨 찾는다. 어느 때는 문득, 책 가격을 확인하고 원가나 이윤 등을 가늠해 보며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짓고, 다시 책 읽기에 빠진다. 금융인은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는 나의 천직인 모양이다. 얼마 전 김용택 시인에 관한 기사를 서울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시인의 시심(詩心)에 대해 상당히 둔하지만, 그나마 내 깜냥에는 김 시인의 시만큼은 시심에 동화되어 즐겨 읽어왔다. 최근 김용택 시인은 38년 동안 쥐고 있던 분필을 놓고 초등학교 교실을 떠났다. 그에게는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천직이 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며 시집을 무려 15권이나 펴냈다. 꽃이 핍니다/꽃이 집니다/꽃 피고 지는 곳/강물입니다/강 같은 내 세월이었지요. 자작시 ‘강 같은 세월’처럼 산 김용택 시인. 나도 그랬지만 우리 세대는 한번쯤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시인의 삶을 꿈꿨다. 책을 읽고, 고사리 손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는 낭만적이며 지적인 삶.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고, 그렇게 쌓은 인문학적 지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인이 모(某) 기업 신입사원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강의 도중 소설가 김동리를 언급했는데, 반응이 미지근했다. 혹시나 하며 김동리를 아는 사람을 찾았더니,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당시 지인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동리는 우리나라 20세기 소설가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의 대표작 ‘등신불(等身佛)’이나 ‘무녀도’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동리의 소설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명문대학 출신 신입사원들이 우리 세대의 낭만에 대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코웃음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이 젊은 세대의 정서를 가뭄에 메마른 논처럼 만든 것은 아닐까. 우리는 경제부국을 이룰 경쟁력이 필요하다. 미래의 동량인 학생들은 선진국의 경제·경영기법과 연구·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더불어 만국공용어인 영어를 비롯한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초공사는 고르게 잘 되어야지 어느 한쪽이라도 부실하면 건물을 높게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안전마저 장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 가운데 일부를 소외시키고 선진국 문턱을 넘기는 힘들다. 문화적인 뒷받침 없는 국민소득만의 선진국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인문학 특히,‘문사철(文史哲-문학·역사·철학)’은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실용학문에 치여 외면당하고, 서점에서는 실용이나 처세술에 밀려 뒷방지기 신세로 몰락했다. 지금이라도 행정당국의 이해와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그와 별개로 우리 개개인부터 서점을 찾아 ‘문사철’이 담긴 책에 쌓인 먼지를 털어야겠다. 한 손에는 경제·경영 서적을, 다른 한 손에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들고 있는 젊은 세대가 많아야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반문해 본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
  • [깔깔깔]

    ●남자의 결혼 전 거짓말 1. 우리 절대로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자. 2. 당신 닮은 아이 낳자. 3. 내가 집안일 많이 도와줄게. 4.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올게. 5. 절대로 바람 안 피울게. 6. 결혼하면 담배 끊을게. 우리 가족을 위하여. 7. 장모님 댁에 자주 가자. 8. 한 달에 한 번은 꼭 외식하자. 9. 사랑해! 영원토록 사랑할게. ●영감의 약 노부인이 시집간 지 오래된 딸네 집에 모처럼 들렀다. 사위는 반갑다며 아끼고 아끼던 고급 위스키를 한잔 장모님께 드렸다. 처음 위스키를 마셔본다며 한 모금 마신 노부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왜요, 장모님 맛이 이상하세요?” “아니야, 영감이 30년간 약이라면서 혼자 복용하던 것과 맛이 똑같아서 그러지….”
  • 한결 가벼워진 시적 행보 뜨거운 생명을 뿜어내다

    한결 가벼워진 시적 행보 뜨거운 생명을 뿜어내다

    “조물주는 만물을 창조할 때/바로 그것들이 되어 그렇게 했다/새를 창조할 때는/새와 함께 날고/개를 만들 때는/개와 함께 뛰었으며/물고기를 창조할 때는/물고기와 함께 헤엄쳤다/틴토레토의 ‘동물창조’에서 보듯이/(모든 창조의 최상의 길)”(‘창조’) 시인 정현종(69)씨가 43년의 시력이 오롯이 담긴 아홉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견딜 수 없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하루’‘걸음걸이’‘거대한 무의식’ 등 날빛의 생명력이 충만한 시 60편이 실렸다. ●정현종 시인 5년만에 9번째 시집 펴내 시인은 허무주의적이고 거창한 비유를 걷어내고 사뭇 생동감 넘치는 삶의 행보를 내딛는다.“아침에는/운명 같은 건 없다/있는 건 오로지/새날/풋기운!/운명은 혹시/저녁이나 밤에/무거운 걸음으로/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아침에는/운명 같은 건 없다.”(‘아침’) 아침의 세계에서 현재는 간단없이 과거와 조우하며 인간의 운명과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 한결 가벼워진 시적 행보는 안과 밖, 나(自)와 남(他), 사물과 시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무한의 세계로 확장된다.“방 안에 있다가/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새 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그 파동 서로 만나/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무한 바깥’) 시인은 닫힌 오감(五感)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온갖 사물들의 날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뜨거운 생명력을 뿜어낸다. 시인에게 ‘푸르다’는 것, 그것은 바로 사물에서 뻗어 나오는 힘찬 에너지의 상징이다.“금세기의 우리들이여/시간을 잃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생각해보자, 예컨대/돈과 기계에 마비되어/바삐 움직이면서/시간을 돈 쓰듯 물건 쓰듯 쓰기만 하고/시간 자체!를 느끼는 일은 전무한 듯/하니, 시간의 꽃인 그 시간 자체는/어떻게 되었는가.”(‘꽃 시간2’ 중에서) 시인은 시간의 주인으로 자처해온 인간이 시간을 물 쓰듯 하면서, 이내 시간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음을 서늘한 시어로 깨우쳐 준다. ●시인과 시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몸으로… 그렇지만 날빛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본다.“시간의 물결을 보아라./아침이다./내일 아침이다./오늘 밤에/내일 아침을 마중 나가는/나의 물결은/푸르기도 하여, 오/그 파동으로/모든 날빛을 물들이니/마음이여/동트는 그곳이여”(‘꽃 시간1’) 요컨대 시인은 뭇생명과의 내적 교감을 통해 보다 광대한 시적 세계로 자장(磁場)을 넓혀 간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씨는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의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그 광휘의 속삭임이 시인과 시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몸으로 들어올려진 시”라고 평한다.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송혜교 美 진출작, 부산영화제서 첫 공개

    송혜교 美 진출작, 부산영화제서 첫 공개

    배우 송혜교의 할리우드 진출작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당초 ‘패티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송혜교 주연의 이 영화는 ‘시집’(Make Yourself at Home)이라는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공개된다. 영화 ‘시집’은 한ㆍ미 합작영화로 사진학박사 출신이자 뉴욕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손수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송혜교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황진이’를 본 뒤 송혜교에게 호감을 느낀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 수전 숍메이커에 의해 캐스팅 됐다. ’시집’은 세습 무당의 핏줄을 타고난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 와 재미동포와 결혼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로 송혜교는 무녀 숙희 역을 맡아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송혜교는 영화 ‘퍼니 게임’의 주인공 아르노 프리스치와 호흡을 맞추며 대사의 80%를 영어로 소화해냈다. 한편 송혜교는 현빈과 함께 KBS2 미니시리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촬영 중이다. 사진=영화 ‘파랑주의보’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고향의 멋과 정 민속놀이의 유혹

    내고향의 멋과 정 민속놀이의 유혹

    “한해가 한가위만 같아라.”추석을 맞아 전국의 지자체에서 귀향객을 맞이하는 다양한 민속놀이 행사들이 마련된다. 농악놀이, 줄다리기, 윷놀이, 달맞이 등 ‘고향의 멋, 푸근한 정과 추억’을 담은 축제가 총망라됐다. 전남지역은 22개 시·군 163곳에서 농악놀이, 윷놀이, 체육대회, 노래자랑 등 한가위 세시풍속놀이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목포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행사, 담양 죽녹원에서는 15일 전남무형문화재 제17호인 김동언 선생의 우도농악놀이와 판소리, 사물놀이가 이어진다. ●전남은 163곳서 농악놀이·줄다리기·제기차기… 또 이날 구례읍 신촌마을회관에서는 구례 전수농악인 도둑잽이굿, 진도군 소포마을에서는 윷놀이·닭싸움·줄다리기 등 세시풍속놀이가 열린다. 순천시는 한옥글방 앞마당에서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는 전통문화행사를, 무안군 망운초등학교에서는 면민 체육대회와 노래자랑이 열린다. 13일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전남도립국악단이 토요공연, 진도 운림산방에서는 토요 그림경매가 준비된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은 13∼15일 앞마당에서 8개 종목의 ‘한가위 민속놀이 체험’행사를 연다. 최근 개막한 ‘2008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전시관과 이웃해 있어 미술체험도 겸할 수 있다. 전주시내 전통문화시설과 국립 전주박물관도 다양한 추석맞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13∼15일 한지를 주제로 한 작품전시회, 디지털 판소리 노래방, 한지 제기차기 대회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한옥생활체험관에서는 추석연휴 기간에 마당극 ‘불멸의 사랑이야기’ 공연, 윷놀이와 널뛰기 등 전통놀이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 전통문화센터도 추석 연휴 때 시민과 함께 하는 한벽예술단의 특별공연, 가족 영화극장 등을 마련했다. ●한복 관람객 무료 입장 최명희 문학관은 12∼15일 ‘가족과 함께 즐기는 한가위 혼불 여행’과 ‘혼불’로 읽는 한가위 걸개 그림 전시,‘최명희의 숨결을 내 손에’등 문학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국립 전주박물관도 13일부터 사흘간 윷놀이와 팽이치기, 투호 등 민속놀이마당을 운영하고 참가자에게 윷과 팽이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인 이석씨가 살고 있는 승광제에서는 추석 연휴에 제기차기와 밤, 고구마 굽기, 궁중의상 체험, 매실차 시음 등의 행사가 열린다. 강원 속초시는 13∼14일 속초시립박물관에서 먹거리와 상모판, 굿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색송편 빚기, 가족 투호대회, 속초북청사자탈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마련한다. 행사에서는 한복을 입은 관람객에게 무료 입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제기차기 대회와 가족 투호대회에서 입상한 시민에게 실향민문화촌 1일 무료 숙박권을 증정한다. 강릉시는 14일 오후 7시부터 8시45분까지 경포해수욕장 일대에서 ‘경포 달맞이 축제’를 열고 호수에 달등 띄우기, 달맞이 축원, 태평무, 민요 부르기, 사물놀이 등의 행사를 갖는다. ●문화·공연·체험행사도 수두룩 대구에서는 자치단체와 문화단체 주최의 문화행사가 준비된다.13일 달서구 첨단문화회관에서 ‘바르게 살자’ 영화를 무료 상영한다. 또 이날 동대구역에서 우리모습보존회 주최로 ‘대구화합 모듬놀이’를 한다. 지역 극단 연기자 등 60여명이 마당놀이 ‘신흥부놀부전’을 공연한다. 달서구 두류공원내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는 국악협회 주최로 12일과 14일 이틀동안 우리가락 우리마당 야외 상설공연이 열린다. 부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추석 전날인 12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천연염색 체험행사’를 갖는다. 해운대구는 10일 1동사무소에서 국내로 시집온 외국 여성들을 상대로 추석맞이 음식 만들기 행사를 갖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11∼15일 박물관 야외정원을 중심으로 제기차기, 투호놀이, 널뛰기, 대형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풍속화 퍼즐맞히기 등의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갖는다.‘탁본·목판인쇄체험코너’, 체험관 ‘어린이올레’도 운영한다. 특히 13∼15일 우리 조상과 전통음식을 소재로 구성된 가족애니메이션 ‘호박전’(오후 2시·5시)이 상영된다. 전국종합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20&30] 추석에 고향 못가는 청춘들

    [20&30] 추석에 고향 못가는 청춘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오히려 가슴 아픈 청춘들이 많다. 지독한 불황과 실업난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지 못하는 20∼30대 젊은층이 이번 추석에는 유난히 많다. 바쁜 일상에 지쳐 달콤한 추석연휴를 꿈꿨던 젊은 직장인들도 얇아진 지갑 탓에 이번 연휴가 곤혹스럽다. 너무 짧은 연휴 때문에 그리운 어머니의 품에 달려가길 포기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취업 실패, 쪼그라든 살림살이 등으로 추석이 두려운 2030들의 속내를 들어 보자. ●“친척들 마주칠 때마다 스트레스”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5·여)씨는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이번 추석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김씨는 10월 중순에 있는 대학원 시험에 떨어질까 마음이 불안하다. 김씨는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사정도 여의치 않다. 부모님은 항상 “빨리 시집보내야 할 텐데…”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아직 젊으니 걱정마세요.”라고 부모님을 안심시키지만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언제까지 공부만 할 작정이냐.”는 친척들의 질문 공세도 두렵기만 하다. “부모님을 뵙고는 싶지만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마주치기가 싫어요.‘취업은 어떻게 됐니, 남자 친구는 있니….’끝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를 이번 추석에는 피하고 싶어요.” 서울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32)씨는 제주도 서귀포시가 고향이다. 박씨는 서울에서 영상 관련 분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비전이 없는 것 같아서 그만 두고 술집을 차렸다. 밑천은 동생이 대줬다. 그런데 얼마 전 동생이 술병을 나르다가 넘어져 허리를 삐끗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박씨는 동생이 아픈데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동생의 사고는 핑계인지도 모른다. 박씨는 부모님이 원하는 그럴듯한 직장에 다녀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별 말을 안하는 게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 더구나 박씨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했다. 공무원이 된 여자친구에 비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절에 내려가면 부모님께서 말씀을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예요. 동생 다친 것도 그렇지만, 명절만 되면 내려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임모(28)씨는 올해도 ‘나홀로’ 추석을 보낸다.2년째 설, 추석 명절 때마다 고향인 울산을 찾지 못했다. 명절 연휴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난해 초 대학을 졸업했다. 학기 중은 물론 졸업 뒤 1년 동안 여러 기업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올 들어 구직 활동을 단념하고, 행정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임씨의 집안 형편은 좋지 않다. 대학 시절에도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다. 고시준비 시작 이후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한다. 객지에 나와 생활하면서 집을 찾는 횟수가 뜸해졌다. 명절 때만이라도 고향을 찾아야 하지만 무직자로서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이 없다. 명절이 되면 아르바이트 시급이 평소보다 두 배 오른다는 점은 돈이 궁한 임씨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올 봄 누나가 결혼해서 시댁에 갑니다. 저라도 부모님 곁에 있어 줘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죠.” ●투자한 돈 반토막 “마음이 편치 않아서….” 아직 독신인 회사원 윤모(38)씨는 이번 명절에도 고향인 경남 하동에 내려가지 않을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 회사는 요즘 일거리가 많지 않다며 고향이 먼 사람들은 연휴 앞 뒤로 하루씩 더 쉬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윤씨는 부모님께 “일이 많아서 명절에도 일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이다. 부모님은 “막내동생 아들이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인데, 넌 여태 결혼도 못하고 뭐하고 있냐.”며 추석연휴 내내 맞선 스케줄을 내밀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윤씨네 집이 종가라서 명절마다 연인원 50여명이 다녀간다. 고향집에 다녀가는 집안 어른들은 윤씨만 보면 “장가 언제 갈거냐. 국수 안 먹어도 좋으니까 제발 결혼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올해 설 연휴에는 조카들까지 “삼촌은 여자에게 인기가 그렇게 없냐.”며 놀리기도 했다. “제가 장손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미안하죠. 하지만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 먹을 때마다 ‘올해는 꼭 장가가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통에 체할 것만 같습니다.” 직장인 박모(34·여)씨는 추석 연휴 동안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부모보다 남자를 택한 것이다. 박씨는 매년 명절 때 친척들이 자신의 결혼 여부를 두고 입방아 찧는 모습을 보는데 이골이 났다. 그녀의 올해 목표는 ‘무조건 결혼’이다. 박씨는 올 봄 두 살 연상의 남자를 만났다. 업체 회의 때 처음 봤는데, 한 눈에 반했다. 서른살이 넘으면서 그 어떤 이성을 봐도 가슴이 떨리지 않았는데, 그 남자를 본 순간 전신에 전율이 솟구쳤던 것이다. 박씨는 그에게 먼저 다가가 선물 공세로 관심을 끌었다. 시간이 흐르자 그도 차차 마음을 열며 그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몇 개월이 지나도 남자에게서 청혼 제의가 오지 않았다. 속이 타던 박씨는 호기를 잡았다. 그의 부모가 이번 연휴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는 딸을 보러 출국하기 때문에 그 남자 홀로 추석을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그에게 일본 여행을 제안했고, 그도 흔쾌히 동의했다. “명절만 되면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로부터 결혼 압박에 시달렸어요. 부모님도 이해할 거예요. 일본에서 꼭 프러포즈를 받고 귀국할 거예요.” ●외동아들 남편 시댁서 봉사하기로 고향이 전북 전주인 회사원 정모(29·여)씨는 올해 추석엔 고향을 찾는 대신 부산에서 보름달을 보며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명절 연휴가 3일밖에 되지 않아 남편의 고향인 부산에 다녀오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정씨는 친정에서 내심 서운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정씨는 3남매 중 둘째딸이고 남편은 외동아들이기 때문이다. 친정의 경우 정씨 외에도 언니와 남동생 식구들이 찾을 예정이다. 그래서 정씨는 과감하게 이번 추석에는 시댁만 찾기로 했다.2006년 결혼 후 정씨가 명절에 고향집에 못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모님은 시댁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하지만 정씨는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다. 허리 디스크로 3년째 고생하는 어머니께 불효를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추석선물로 허리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치료보조기구를 준비했다.“어머니가 ‘직접 오는 것보다 더 고맙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는 최소한 5일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나요.” 고향이 경남 창원인 회사원 이모(28·여)씨도 연휴가 너무 짧아 고향행을 포기했다.13일부터 15일까지가 연휴인 이씨는 12일까지 일본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13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 이씨에게 3일의 연휴기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씨는 “13일에 한국에 들어와 짐을 챙겨 창원에 내려간다고 해도 15일에 다시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면서 “귀성, 귀경길 교통혼잡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그냥 서울에서 혼자 연휴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신 부모님께 효도관광을 보내드리기로 했다. 지난 3월에 퇴직하고 별다른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아버지와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한 이씨의 추석 선물은 탁월했다.“연휴가 3일밖에 안 되니 고향갈 엄두가 안나죠. 대신 가족들끼리 의견을 조율해서 부모님에게 삶의 여유를 되돌려 드릴 선물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부모님도 필리핀으로 여행 다녀오실 생각에 들떠 있어요.” 황비웅 장형우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저학력·가난 대물림 우려

    #1. 지난 1995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H(40·주부·경북 거주)씨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 걱정이 태산이다.H씨와 아들은 한국어로 말하는 데 서툴고, 남편은 농사일에 바빠서 집에서는 학습지도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웃들처럼 아들을 도시로 내보내지는 못하더라도 학원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고 반대한다.#2. 지난 2000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C(32·주부·전남 거주)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딸이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딸은 한국말을 잘 못해 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너 한국사람 맞냐.”면서 놀리고 있어 학교에 진학하면 ‘왕따’를 당할까봐 걱정스럽다. 10여년간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취학·진학 나이가 되면서 교육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어 저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전체 결혼의 10%에 이르는 3만 8000여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지난 2005년 6121명,2006년 7998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 344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학자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청소년 10명 가운데 2명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으며,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중퇴한 경우가 10명 중 1명,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중퇴한 경우도 10명 중 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가 전남지역 거주 이주여성 15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이 겪는 자녀양육 어려움의 1순위로 사교육비(51.1%)를 꼽았다.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음(26.0%), 자녀의 건강관리(19.4%), 보육시설의 양과 질(13.4%)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의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가정의 소득이 평균 이하라는 점에서 저학력과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서울여자대학교 송미경 교육대학원 교수는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충격과 언어소통, 경제활동 상의 어려움은 특히 아동, 청소년의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차정섭 원장은 “대부분의 외국인 어머니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에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한국사회 연착륙을 위해 청소년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황홀한 책 표지를 만나는 즐거움/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세상] 황홀한 책 표지를 만나는 즐거움/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시인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다. 서슴없이 ‘장정 보기’라고 말한다. 시간이 나면 서점에 들러서 책의 표지만을 서너 시간씩 둘러본단다. 사람마다 각양의 취미가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때는 취미란에 ‘독서’라고 썼던 적이 많았다. 딱히 취미가 없거나 적당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삶과 개성을 즐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취미생활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지만 장정보기가 취미라니 보기 드문 취미인 셈이다. 오늘날 책은 가히 홍수시대를 이루고 있다. 매일 매일 수십종의 책자가 서점의 판매대를 장식한다. 그것도 일주일 정도 지나 반응이 시원찮으면 또 다른 신간이 그 자릴 빼앗고 만다. 그러다 보니 책의 표정인 장정이 서점의 판매대에서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표지부터 보게 된다. 책의 성격과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사랑을 할 때도 그러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시작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나를 표현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데이트에 입고 나갈 옷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게 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이럴진대 책이 가진 옷걸이인 표지가 책의 구입에 절대적인 경우도 있다. 비슷한 내용과 종류의 책이라면 표지가 우선될 수도 있다. 책은 정신의 소산이다. 내용과 형식의 조화가 표지로 드러낸다. 김규동 시인은 50년대초 첫 시집을 만들었다. 문학 동인이었던 박인환 시인에게 톡톡히 창피를 당한 일화를 소개한다.“그게 뭐냐 그게.” 김규동 시인이 펴낸 시집의 표지디자인을 보고 하는 말이다. 김 시인의 시집 표지는 표지가 아니고 딱지나 방 도배종이 디자인이라는 것이었다.“한심하다. 이른바 시인이라는 족속이 그런 그림, 그런 글자체를 채택하다니, 그래 도안사가 예술가란 말이냐. 도안사 하자는 대로 하다니, 표지 바꿔라. 내가 한 장 그려 줄게.” 하였단다. “그책의 내용과 수준은 그 책의 장정에 의해 어느 정도 인지된다.”는 게 박인환 시인의 지론이기도 하다. 박 시인은 책답게 만들어진 무수한 책을 사랑했다. 좋은 표지의 책, 그것을 애장하고 어루만져 보는 게 보람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없어지거나 희미해지거나 잊혀지지 않는 중독성 가진 ‘기억’과 ‘모습’이 있다.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모습이 그랬다. 케네디의 장례식장에서조차 블랙코트를 세련되게 입고 서 있던 재클린 케네디의 서글픈 모습이 그랬다. 해운대의 모래알 같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피닉스의 깃털 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그 아름다움은 영원성을 잃을 줄 모른 채 지속된다. 이렇듯 사람의 외양과 책의 외양이 가진 습성과 기억은 우리에게 중독으로 자리한다. 어느 시인은 서재에 넘쳐 나는 책들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표지의 책만은 별도로 간직하고 보내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점의 판매대를 거닌다. 법정의 ‘무소유’의 표지는 하얀 바탕에 조그만 빈집이 한 채 있다. 여백의 미를 살린 디자인은 청빈한 선비가 살고 있는 듯 싶다. 벽엔 모시적삼이 걸려 있고 묵향이 새어 나올 듯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김춘수 시인의 ‘달개비 꽃’의 표지는 이부록 화백의 그림으로 달개비 꽃의 수술을 상징화하였다. 마치 먹물이 튈 듯 동양적 신선한 느낌이다. 시인의 이름은 아주 작게 왼쪽 가운데 디자인하였다. 노시인의 은유 자작이 보이는 듯하다. 꽃의 시인의 음성이 들리나 싶다. 책의 표지는 단순히 눈에 띄는 정도를 벗어난다. 작가의 이미지와 책이 가지는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문인도 디자인에 일가견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물관’ 관장 박영국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물관’ 관장 박영국

    한해 중 가장 취기 오른 달이 막 떠오르려 한다. 휘영청 중추만월이다. 어찌할 거나, 물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빠져 죽었다는 이백(701∼762)의 시 한 수를 감상해 보자.‘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란 별이 없을 것이오.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천(酒泉)이란 곳이 마땅히 없어야 할 것이로다. 하여, 술을 좋아함을 어찌 부끄러워하리. 옛날에 청주를 성(聖)이라 했고 탁주를 현(賢)이라 했다네. 현도 성도 벌써 술을 즐겨 했는데 굳이 신선을 찾을 필요 뭐 있겠는가.’ 달 그림자와 자작하는 ‘월하독작(月下獨酌)’에 나오는 대목이다. 시를 읊은 속내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술을 예찬했다기보다 술의 ‘진의’를 노래했으리라. 붓을 한번 휘두르면 불후의 명작들을 줄줄 써낸 ‘천상의 시선’이기에 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 이번 주는 이런 분위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고향 가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오곡백과가 푸짐한 주안상에 가족 친지들이 정답게 모여앉을 터. 뭔가 꼬인 게 있다면 재미있는 술 얘기로 술술 풀어보면 어떨까.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개산리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박물관’을 수소문 끝에 지난 주 찾았다. 야트막한 언덕을 끼고 6600㎡의 부지에 2층 건물의 실내전시장과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 마당으로 들어서자 덩치 큰 성인만 한 시석(詩石)이 떡 버티고 있었다.‘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소야 신천희 짓고 아무아무개 쓰다.’ 제목이 ‘술타령’으로 애주가들의 심정을 간단명료하게 그렸다. 박영국(53) 관장의 안내를 받아 실내전시장에 들어섰다. 제1전시실은 ‘민속품 전시관’‘우리술 전시관’이었다. 어디서 모았는지 전통술을 빚는 데 쓰이는 여러 양조도구들, 술 관련 고서와 각종 자료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박 관장은 이 가운데 조선시대의 주법이 담긴 ‘향음주례홀기(鄕飮酒禮笏記)’를 펼쳐 보이며 “옛날 선비들은 ‘남의 집에 가서 일곱잔 이상 마시지 말고 술잔을 깨끗이 닦아 올린다.’고 돼 있다.”면서 당시의 주법이 엄격했음을 잠시 설명한다. 아울러 조선시대 주조역사를 기록한 ‘조선주조사’ 원본, 전통술 제조의 온갖 비법이 담긴 ‘규중세화’ 등 문화재급 희귀본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뿐만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술 빚는 것을 금지했던 1910년대, 한 시골 가장이 여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군수에게 ‘혼사를 앞둔 만큼 술을 빚게 해 달라’고 탄원한 ‘자가양조허가 소원서’, 대한민국 교통부장관이 지정한 ‘관광 민속주’, 비상계엄때 육군 대령의 이름으로 발표한 술에 관한 담화문과 경고문 등도 역시 눈길을 끄는 자료들이다. 술을 다룬 소설책이나 수필·시집 등도 족히 1000여권은 돼 보였다. 그 중 천경자 화백이 쓴 ‘캔맥주 한잔의 유희’도 있었다. 이런 자료들 사이로 전시실 벽에는 술과 관련된 글들이 쭉 붙어 있었다.‘술의 어원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에는 ‘술이란 열을 가하지 않아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거품이 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수블-수을-수울-술 등으로 변해져 왔다.’고 적혀 있다. 또 ‘중추절에 마시는 술은 신도주(新稻酒)입니다. 한해 농사의 풍년에 감사하고,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며 신도주와 송편을 빚어 조상께 감사하고’라는 글귀에도 눈길이 멈춘다. 바로 옆에는 ‘인생에는 술항아리 앞보다 좋은 것이 없고 인생 백년을 보내는 데 술만 한 것이 없으니 술잔이 돌아가거든 남기지 마라.’라는 시구가 절로 주흥을 돋운다. 2층의 제2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소주, 맥주 등의 변천사와 팔도 막걸리 상표와 홍보물, 각종 도자기와 술 항아리 등도 가득 놓여 있었다. 박 관장이 들려주는 에피소드 한 토막. 하루는 일본 관람객이 찾아왔다.‘군은(君恩)’이라고 이름을 붙인 항아리를 보자 일본인은 일왕(日王)이 하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대뜸 “이건 우리 술항아리인데”라고 했다. 그러자 박 관장은 항아리 뒷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전남 목포에서 만들었다는 제작 이력이 적혀 있었다. 머쓱해하는 일본인에게 우리 술 문화가 일본의 그것보다 왜 우수한지를 한참 설명했다.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소문을 듣고 가끔 찾아온다. 하루 관람객은 보통 100∼200명이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 중 ‘소주의 눈물’편도 이곳에서 시작됐으며 시대극을 찍는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주조회사 관계자들도 찾아와 박물관을 팔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지만 한사코 거절한다. 어떻게 해서 애지중지 이 박물관을 만들었을까. 술부뚜막과 술방이 있는 야외 전시장 의자에서 박 관장과 마주 앉았다. ▶왜 술 박물관을 만들었나요. “외국에는 술문화를 중요한 관광상품으로 접목시킵니다. 축제도 많지요. 우리나라를 잘 알릴 수 있는 것도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여러 전통술과 전국에 흩어져서 사라져가는 희귀자료들을 모아야 함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또 춥고 배고팠던 그때 그시절을 알려면 바로 그 술, 경제나 사회, 정치 등 여러 시대상황이 켜켜이 녹아들어 있는 술문화를 봐야 합니다.” ▶비용도 많이 들어갔을 텐데,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준비했는지요. “군 제대를 하면서 처음에는 먹고살려고 구멍가게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오는 술이 천태만상이더군요. 옛날에는 007소주, 이젠백 맥주 등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술이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내친김에 술도매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고 술과 관련된 자료들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지요.” 박 관장은 1980년대 초반부터 수원에서 주류 도매상을 했다. 그때만 해도 술박물관을 세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동생과 함께 전국의 고물상과 양조장을 뒤지다 보니 제법 흥미가 붙었다. 추억 어린 술병과 간판, 그리고 소주 고리(소주를 증류하는 도구),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막걸리통도 몇푼씩 주고 사들였다. 사라질 뻔했던 조선시대의 술제조 방법을 기록한 책자나 서류 등도 찾아냈다. 그러는 사이 무려 4만점이나 됐다. 보관해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중 부모님의 고향인 안성에 터를 장만했다. 이때가 2004년 11월. 개관한지 얼마 안돼 한 시인이 찾아와 ‘술박물관’이란 이름 앞에 ‘대한민국’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이후 ‘대한민국술박물관’이 됐다. 특정 술에 대한 박물관은 몇 군데 있지만 ‘한국의 술’을 종합세트화한, 그러면서 팔도 주당들의 애환을 가득 담은 유일한 박물관으로 존재의 이유를 드러냈다. 건물 설계도 박 관장이 직접 맡았다. 이곳에 전시된 1만 8000여점 외에 2만여점을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들도 옛 주막을 재현해 놓은 언덕 위의 전시장에 곧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의 술문화를 어떻게 봅니까. “원래 우리 술은 집에서 직접 빚어 어른을 대접하거나 조상 제사를 모시는 엄숙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1907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酒稅令)을 포고하면서 이 풍습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빚던 가양주(家釀酒)가 이 때문에 자취를 감췄지요. 이후 여러 곡절을 겪은 뒤 1982년에 와서야 전통주 장인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장려에 나섰지만 많은 장인들과 우리의 전통 술들이 세월 속으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박 관장은 이제라도 명맥 끊긴 전통주들을 복원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다면 와인이나 위스키 못지않게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년 사이에 술박람회를 꼭 개최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주당들이 한 곳에 모여 질펀한 소동을 벌이겠지요.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한 뒤 박물관을 국가에 헌납할 생각입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박영국 관장은 ▲1955년 수원 출생. ▲75년 수원공고 졸업. ▲80년 수원에서 구멍가게 운영. ▲80∼93년 술도매상 운영. ▲89년 술 관련자료 수집 시작. 현재까지 4만여점 수집. ▲98년 경기도 핸드볼협회 회장. ▲2004년 경기도 안성에 ‘대한민국술박물관’ 개관. 향음주례홀기, 조선주조사 등 문화재급 자료와 각종 양조도구 1만 8000여점 전시. #찾아가는 길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 나들목에서 나와 중앙컨트리클럽 방향으로 가다가 금광농협 개소지점 근처(031-671-3903)
  • 아빠가 너무 좋아 「도깨비」가 된 새댁

    아빠가 너무 좋아 「도깨비」가 된 새댁

    밤마다 장독대에 오물이 뿌려지고 『이사 가지 않으면 가족을 몰살 하겠다』는 협박장이 날아 들었다. 때로는 고무신짝이 가위로 싹독 잘려 있기도 하고. 여느 협박사건과는 달리 목적마저 뚜렷치 못한 이 도깨비 장난은 누구의 짓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는 놀랍게도 범인이 바로 그집 주부라는 것. “이사 안가면 가족을 몰살” 밤마다 협박장 사건의 무대는 충북 청주시 문화동의 한식집. 기성복 행상을 하는 홍(洪)모씨(51) 가족과 공무원인 윤(尹)모씨(30) 가족등 두집이 세들어 사는 이집에 도깨비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달 26일 밤. 고추장, 된장독에 개똥이 들어 있고 뜰에 벗어놓은 고무신짝이 가위로 잘려 있는데다가 울타리에는 「노트」쪽지에 적힌 협박장이 꽂혀 있었다. 협박 내용은 『술도 못마시는 놈이 이 동네에 살 자격이 없다. 이사가지 않으면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겠다』는 것. 처음 홍씨와 윤씨는 동네 불량배들의 못된 장난질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다음날 밤에도 또 그 다음달 밤에도, 그러니까 28일밤까지 비슷한 협박편지가 마루에 까지 날아들고 장독대에는 오물이 뿌려져 있지 않은가. 결국 소문은 마을에 퍼졌고 두집 식구들 뿐만아니라 온마을 사람들이 이 불길한 협박장때문에 떨었다. 마을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서 수사에 착수하자 29일밤부터는 이 도깨비장난이 딱 그쳐버렸다. 경찰은 처음 형사를 잠복시켜 현장에서 범인을 잡으려 했지만 범인이 눈치를 챘는지 나타나지 않아 실패, 다른 각도에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홍씨와 윤씨집에선 각각 사나운 개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으례 짖어야할 이 개들이 짖은 일이 없었다고 했다. 수상한 일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협박장 울타리에만 꽂아놓았다면 몰라도 마루에 까지 가져다 놓았고 고무신을 가위로 잘라놓은 것을 보면 여유있게 한 일. 경찰은 도깨비의 정체가 이집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거나 집안사람일 것이라는 심증을 굳힐수 밖에는 없었다. 우선 집안 사람들과 이웃주민들 10여명의 필적을 받아내어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 협박장 글씨와의 대조를 의뢰했다. 이것이 지난 4일의 일. 신혼의 단꿈 침입 안받고 행복한 보금자리 꾸미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협박장이 그쳤다곤 하지만 협박장을 받은 사람의 심정이 편안할 리는 없었다. 사건의 해결을 못본채 홍씨는 협박장의 명령대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또 이날밤 도깨비가 나타났다. 협박장과 함께 홍씨집에서 이사가면서 남겨놓고 간 「프라이·팬」으로 이번에는 마룻바닥에 사람의 똥까지 퍼붓고 새로 사 신은 윤씨네 고무신을 또 싹독 싹독 잘라 놓았다. 온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은 다시 불안에 떨었다. 횟가루부대 종이에 쓴 협박장등 현장검증을 하던 경찰은 참고삼아 윤씨네 방안을 살피다가 다락에서 「노트」 1권을 발견했다. 「노트」는 22장 가운데 16장이 찢겨있었다. 울타리와 마루에 던져졌던 협박장 용지와 대조해본 결과 지질이 같은 것. 경찰은 도깨비가 윤씨 가족, 그 중에서도 윤씨의 아내 신(申)모여인(27)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그런 눈치를 보이려하면 신여인이 펄쩍 뛰는데다가 윤씨마저 『협박당하는 것도 분해 죽겠는데 내 아내를 범인으로 몰아 세우느냐』고 화를 내곤하여 확증이 될 필적감정결과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0일 마침내 과학수사연구소에서 회신이 왔다. 윤씨의 입회하에 개봉해본 결과 협박편지 필적의 주인은 신여인. 경찰이 예측한 대로지만 윤씨나 이웃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필적 감정나자 “아빠 용서하세요” 흐느껴 왜 그녀는 자기집에 도깨비장난을 했어야만 했던가? 필적감정결과를 보고는 체념한 듯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순순히 자백한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 청주 S국민학교를 졸업, 집안 일을 도우다 지난 3월 윤씨와 결혼했다. 결혼후 지금 사는 집에 방2간을 18만원에 전세들어 신혼 살림을 차렸다. 딸까지 낳았다. 그지없이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거리는 시갓집이 이웃이어서 불편할뿐 아니라 한집에 세든 홍씨가 술이 고래라 윤씨에게도 술을 먹이는 것이었다. 홍씨는 술이 취하면 남편을 데려가 술을 먹일 뿐만아니라 걸핏하면 소주병을 차고 신혼의 보금자리를 침범하기 일쑤였다는 것. 술이 취하면 자기 부인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기도 하여 남편이 닮지않을까 두렵기도 했다는 것. 신여인은 홍씨가 그지없이 미웠다. 그래서 궁리끝에 결국 도깨비 노름을 생각해냈다는 것인데 좀 「드릴」있게 연극을 꾸미기 위해 장독에다 개똥을 퍼붓고 고무신을 가위질 했다는 것. 여기까지가 제1막. 과연 홍씨는 그녀의 뜻대로 이사를 가 버렸는데 남편은 이사갈 꿈도 꾸지 않는게 아닌가. 사실 그녀는 홍씨와 떨어지는것도 문제였지만 실은 이웃에 사는 시가에서도 멀리 떠나고 싶었던 것. 그래서 홍씨네가 이사간 날 밤에 제2막을 연출했다. 11일 협박·재물손피혐의로 구속이 집행된 그녀는 『아빠 용서하세요』라며 후회의 눈물을 뿌렸지만 시댁의 식구들은 경찰에 달려가 『너때문에 아들 망쳤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청주(淸州)=황규호(黃圭鎬)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8일호 제4권 47호 통권 제 164호]
  • 加 유명 스시집에 트럭 돌진, 한인 사망

    전직 캐나다 횡단 철도 선임 관리자가 한인 운영의 스시집으로 트럭을 몰고 돌진, 저녁 식사로 몰려든 손님들 중 한인 1명을 포함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는 46세의 한인 오혜심 씨와 19세의 대학신입생 마이야 리사 코벳 양도로 확인됐다. 특히 한인 오혜심 씨는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픽업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중상자 6명 중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상자 중에는 9세의 소년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고를 내고 2일 법정에 출두한 51세의 브라이언 어빙은 2건의 2급 살인혐의와 6건의 살해의도 혐의를 받고 있다. 범인 어빙은 캐나다 횡단 CP 철도의 감독관이었으며 특별한 범행 동기가 확인되지 않고 음주한 상태도 아니어서 정신병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의 목격자들은 “트럭 운전자는 고속으로 돌진하며 속도를 줄이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고 진술해 고의적인 사고의 가능성이 크다. ‘하루’는 지역에서 이름난 스시집으로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명 리 미주 통신원 starlee07@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첫날밤 신부처럼 긴장되고 떨려”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벌렁벌렁거렸습니다. 마치 첫날밤 보내는 신부처럼 긴장이 되기도 하고….”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시집 ‘허공’(창비)을 펴낸 고은(75) 시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등단 반세기가 지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막 시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1958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이 추천돼 등단한 시인은 시는 물론 소설, 산문, 평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글쓰기 작업을 벌여왔다. ●후반기 詩作도 질풍노도 될 것 표제시를 비롯해 ‘추억 하나’‘여생’‘응애응애’ 등 107편이 실린 이번 시집에는 시작활동 반세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시인의 초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나의 미래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예측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시작 활동은 이제 후반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죠. 이 후반기가 아마도 내겐 또 다른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 같은 맥락에서 시인은 허공과도 같은 시의 시원(始原)으로 되돌아가려는 재출발의 의지를 불태운다.“보게/저 지긋지긋한 시대의 거리 지나왔거든/보게/찬물 한모금 마시고 나서/보게/그대 오늘 막장떨이 장사 엔간히 손해보았거든/보게 백년 미만 도(道) 따위 통하지 말고/그냥 바라보게/거기 그 허공만한 데 어디 있을까보냐”(‘허공’ 중에서) 허공의 텅빈 충만, 그것은 정형화된 것은 죄다 거부하고 모든 것을 근원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이내 백지처럼 하얀 공간에서 새 출발의 몸짓을 취한다. 시적 후반생을 시작한 시인의 다음 시집 제목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시인은 직접 ‘멧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라는 이름을 붙였다.“여름에 많이 우는 멧비둘기 소리는 처음엔 너무 듣기 싫었어요. 소리가 탁하고 뭔가를 토해내는 것같아 찝찝했던 거지요. 그런데 여러번 들어 보니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되더군요. 어머니의 소리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남긴 뜻 같기도 하고…. 향토의 피가 녹아들어 있다고 할까요.” 멧비둘기가 울 때마다 글이 잘 써져 그냥 다음 시집 제목을 그렇게 정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림에도 도전… 4일부터 전시회 시인은 시작활동 외에 그림 그리는 일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해 볼 참이다. 그 첫 무대가 바로 4일부터 서울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다.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 35점과 글씨 19점이 출품된다.“그동안 화가 ‘천경자론’과 이중섭 평전 등을 써왔는데, 어느 순간 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어릴 때 나의 꿈은 화가였어요. 그림을 통해 모든 끼를 발산하고 싶었던 거지요. 지난 여름 그림의 포로가 돼 17일동안 정신없이 그린 것을 이번에 선보이는 것입니다.” 시인은 1986년 첫 출간한 한국문학 최대의 연작시집 ‘만인보’도 내년초 30권 분량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문필활동에 그림작업까지, 그 멈출 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느냐는 물음에 노(老)시인은 이렇게 답했다.“한마디로 ‘신명’이지요.”신명이 나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절도혐의 취조하던 형사가 모금 운동을 벌였는데…

    B=8일 낮 종로경찰서 형사실에서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 장면이 벌어졌지. 신문팔이 유모군(13)을 절도혐의로 취조하던 형사가 조서를 꾸미다 말고 동료형사들에게 이 어린이를 돕자고 모금운동을 벌인거야. 형사들도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유군의 딱한 사정이란,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는 신병으로 누워있고 어머니는 장님이어서 유군이 어린 몸으로 신문팔이를 하여 부모들을 봉양해왔는데 며칠동안 장사가 잘 안돼 엄마의 손에 가만히 쥐어 주던 돈을 줄 수 없게 되자 어린 가슴이 얼마나 아팠던지 도둑질을 했다는 거야. 창신동 어떤 초가집의 1만원짜리 전셋방에서 산다는 유군은 지난 여름 세탁공장에서 직공살이를 하던 누님이 시집가기전 까지만 해도 어엿한 중학생이 었는데 누님이 시집가고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신문팔이로 나서 하루 3~4백원씩을 벌어 엄마손에 쥐어줘 됫박쌀도 사고 아버지 약값에 보태 쓰게 했는데. 20일전부터 신문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하다 지난 4일 종로3가에서 주간지를 펼쳐놓고 주인이 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만 모주간지 20권을 훔쳐 청계천에 갖고 가 다른 주간지 장수에게 팔고는 또 6일에도 같은 짓을 되풀이 했다는 거야. 이날따라 많은 돈을 갖다주는 것이 이상해 어머니가『왠 돈이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신문이 잘 팔렸어요』라고 대답하더라면서 경찰에 불려온 어머니도 앞 못보는 눈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형사들도 이 정경에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외면하더군. 결국 유군은 경찰의 온정으로 부모의 품에 넘겨졌는데 박노영(朴魯榮)형사과장이 2천여원의 피해액을 보상하고 박용구(朴容九)서장이 금일봉을 주며 『가난하더라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격려하며 내보냈어. 물론 형사들도 호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보탰고.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1일호 제4권 46호 통권 제 163호]
  • [31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화산의 나라 인도네시아는 무성한 정글, 광대한 고원, 웅대한 화산군이 특징이다. 동서로 길게 1만 3677개나 되는 섬이 흩어져 있는 섬나라. 섬들마다 해발 2000∼3000m의 고산들이 자리잡고 있어 최고의 트레킹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살아 있는 화산, 린자니로 산행을 떠나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20분) 2008년 7월 현재 장기이식을 받아야 하는 대기자는 1만 8000여명. 그리고 장기이식이 가능한 뇌사자의 수는 2007년 한 해를 통틀어 모두 148명. 생사의 갈림길에서 세상에 특별한 선물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 그들 덕분에 새 생명을 얻은 이들에 대한 감동적인 사연을 HD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대결!노래가 좋다(KBS2 오전 8시30분) 왕중왕전 특집으로 그동안 500만원 상금을 거머쥔 6명의 영광의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여 1000만원 상금을 두고 다시 한번 진검 승부를 벌인다.‘대결!노래가 좋다’에 출연해 노래제왕이 되고 난 뒤 포털사이트에서도 1위에 랭크되는 등 주목을 받아온 출연자들은 이날도 각자의 끼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림마을을 찾아간다. 어린 시절 가수가 꿈이었던 김효순 할머니가 결국 꿈을 포기하게 만든 오라버니의 기상천외한 거짓말의 내막을 공개한다. 시어머니 앞에서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렸던 손아래 동서 심영수 할머니의 좌충우돌 시집살이 등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동서들의 대활약이 펼쳐진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귀를 울릴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지는 칵테일 바. 분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분주한 공사 현장. 함성으로 가득한 헤비메탈 록 공연장. 인간에게는 그렇게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데…. 과연 그런 신통력이 우리에게 있을까. ●주말극장 행복합니다(SBS 오후 8시50분) 상욱은 아버지 박 회장을 찾아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는 아버지에게 욕심이 생겨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며 하경이 저지른 일을 자신이 한 짓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한편, 하경은 상욱이 예전에 줬던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건네준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어스름한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낭랑한 목소리. 인천 송암작업활동시설에서 처음 만난 강민철·권준기 군과 서민지 양은 지난 5월부터 이동식 점포를 만들어 두부장사를 시작했다.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두부가 동네사람들한테 벌써 소문났다. 이젠 눈빛만으로도 손발을 맞출 수가 있다. ●인사이드월드(YTN 오후 5시30분) 도쿄에 사는 유키코 나가노는 연극 연출가이다. 그녀는 요즘 자신의 아이에게 닥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환경에 관심을 둔 어머니들과 ‘환경 어머니 모임’을 조직한 건 그래서이다. 또 재래식 먹거리를 만들고, 태양에너지 등 천연연료 사용에 앞장선다.
  • 오지헌 결혼식 이색풍경 ‘개그맨 다 모였네’

    오지헌 결혼식 이색풍경 ‘개그맨 다 모였네’

    개그맨 오지헌(30)의 결혼식장은 그야말로 ‘개그맨의 잔치’라고 불릴 정도로 수 많은 개그맨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30일 오후 2시에 진행된 오지헌의 결혼식에는 임하룡, 박준형, 윤택, 이영자, 이윤석, 김인석, 조원석, 임혁필, 정종철 등의 개그맨을 비롯해 별, 에스더 등의 연예계 기독교 공동체의 멤버 등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선배 개그맨인 박준형은 “(후배 개그맨인)오지헌의 결혼을 너무나 축하한다. 우리 부부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개그맨 정종철은 “올림픽 이후 가장 큰일인 것 같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으면 한다.”고 전하며 개그맨 변기수와 함께 ‘생각대로 T’를 개사한 노래를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식장을 찾은 이영자는 “누나도 아직 시집을 못 갔는데 꿈을 이뤘구나. 힘든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이윤석은 “오지헌과 결혼 해주는 신부야 말로 구세군이 확실하다. 오지헌은 외모와 달리 성실한 개그맨이라 앞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며 “오지헌의 구강구조상 서로 다치지 않게 첫키스를 첫날밤에 무사하게 잘했으면 한다.”고 전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결혼식은 손종원 목사의 주례와 개그맨 박준형과 정종철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축가는 가수 별과 레이, 연예인 기독교 공동체인 미제이가 불렀다. 한편 이들 부부는 결혼식 후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서울 상암동에 신접살림을 치를 예정이다.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이들 눈망울 보며 살아온 38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아이들 눈망울 보며 살아온 38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제 자리를 기다리는 후배 교사들이 많은데, 호적 나이까지 채우며 욕심껏 교단에 설 수는 없지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만 57)씨가 28일 고향 모교인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이날 마지막 수업은 12명의 3학년 어린 제자들과 함께 여느 때와 같이 해맑은 얼굴과 낭낭한 목소리로 진행됐다. ●“사람을 좋아하라” 당부의 말 김씨는 수업을 마친 뒤 “교사생활 38년 중 첫 교단에 설 때부터 입버릇처럼 환갑 때까지만 하자고 했다.”면서도 “마지막 종이 울릴 때 솔직히 가슴 속에서 울컥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보며 살아온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김씨는 마지막 제자들에게 “시간을 잘 쪼개쓰는 사람이 되라.” “사람을 좋아하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정든 학교의 문을 나섰다고 전했다. 김씨가 교단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70년. 당시 국민학교 교사가 모자라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4개월간의 강습을 받은 뒤 임실군 청웅면 청웅초등학교 옥석분교에 부임했다. 1년 후 모교인 덕치초교로 전근을 오면서 섬진강과 ‘시심(詩心)의 인연’이 시작됐다. ●26년을 2학년 담임으로 그는 늘 2학년생 담임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초등학교 2학년생이 말을 가장 듣지 않는 개구쟁이”라면서 “하지만 진실이 통하고 의사 표시가 자유로우니, 인간미가 넘치는 셈”이라며 웃었다.38년 중 26년을 2학년생 담임으로 보냈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 사회에서 소외되고도 인간미를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섬진강 사람들을 노래했다. 글을 모르는 촌로와 초등학생도 쉽게 느끼도록 순수한 시어를 즐겨 사용했다. 학생들과 손잡고 섬진강변을 거닐며 ‘섬진강’‘그 여자네 집’ 등 주옥같은 시집 15권을 펴냈다.“섬진강에서 학생들과 보낸 기간은 진실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귀중한 삶의 궤적입니다.” 그는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이냐는 물음에 “우선 놀아야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29일 덕치초등학교에서는 지인과 제자들이 김씨를 초청해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잔치를 열었다. 임실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고향의 추억과 도회적 삶의 애환

    이재무(50) 시인이 시력(詩歷) 25년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시선집 ‘오래된 농담’(도서출판 북인)을 펴냈다. 시인의 첫 시집인 ‘섣달 그믐’부터 2004년 ‘푸른 고집’까지 7권의 시집에서 뽑은 90여편의 대표시들이 실렸다.‘농촌청년’에서 ‘도시중년’이 되기까지 시인의 삶의 궤적이 투영돼 있다. “싸락눈이 내리고 날은 저물어/길은 보이지 않고/목쉰 개 울음만 빙판에 자꾸/엎어지는데 식전에 나간 아부지/여태 돌아오시지 않는다”(‘겨울밤’ 중에서) 초반부의 시편들은 시적 출발점이 된 유년 시절과 고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담아낸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인은 도시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든다.“그는 오늘도 산 속의 지혜/찾아나설 것이다 8기통 코란도에 시동을 걸고/국토신성론자인 그가 빼어난 경관/구석구석 밟지 않는 곳이란 없다”(‘어느 지식인의 주말’ 중에서) 도회적 삶의 애환과 좌절을 체험한 시인은 이내 자연과 생태쪽으로 마음의 눈을 돌린다. 시인은 “내 시의 어법과 내용의 변화는 내 생활의 차이에 따른 대상과 세계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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