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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후 20년만에 돌아온 ‘모더니즘 기수’

    사후 20년만에 돌아온 ‘모더니즘 기수’

    전봉건(1928~1988)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무표정한 듯 카메라를 응시하는 형형한 눈빛,앙다문 입,적당히 벗겨진 앞머리와 장발은 격동의 시대를 헤쳐오면서도 고집스럽게 모더니즘의 절대미학을 추구했던 그를 고스란히 얘기해주는 듯했다. 전후 모더니즘의 대표시인 전봉건이 한 권의 책으로 망라됐다. ‘전봉건 시전집’(남진우 엮음,문학동네 펴냄)은 무려 40쪽에 이르는 장시(長詩) ‘춘향연가’와 20편을 잇댄 장시 ‘속의 바다’를 포함해 모두 402편을 담았다.기존에 시집으로 나온 시는 물론,그저 각종 문예잡지 구석구석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전봉건의 자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봉건은 분명 서구 모더니즘의 피세례자였다. ‘피아노에 앉은/여자의 두 손에서는/끊임없이/열 마리씩/스무 마리씩/신선한 물고기가/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가장 신나게 시퍼런/파도의 칼날 하나를/집어들었다’(‘피아노’) 중·고 국어시험 단골 출제 문제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시를 비롯해 ‘너’,‘북1’ 등 때로는 만져질 듯 풍성하게,때로는 저릿할 정도로 감각적인 언어와 관능적 서정을 담은 시를 발표하며 비슷한 또래인 김수영,김춘수,김종삼 등과 함께 단숨에 모더니즘 계열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잡았다. 전봉건에게는 평생을 관통해온 기억이 있었다.그는 평남 안주가 고향인 실향민 출신으로 ‘군번 0157584’를 달고 ‘중동부전선’에서 한국전쟁을 직접 치렀다.1950년 1월 ‘문예’지에 서정주와 김영랑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고 불과 몇달 뒤의 일이다. 전쟁은 그에게 죽음과 파괴,상처,생명 등 심미적 감각의 날을 더욱 벼리게 만들었다.장시 ‘춘향연가’에서도 전쟁이 남긴 붉은 피의 이미지는 선연하다. 또한 집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수석(壽石) 애호가로서 남긴 56편의 연작시 ‘돌’에서도 마찬가지다.그는 ‘…나루터 찬물 속에서/삭은 뼈처럼 하얀/돌 하나를 건져냈다’(‘돌1’ 일부)와 같이 전쟁터에서 죽은 동료를 추모한다. 말년에 미완성으로 남긴 59편의 연작시 ‘6·25’는 전쟁의 비극에 대한 애도,죽음과 피에 대한 애도를 더욱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진행한다.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에게 한국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전봉건의 지명도와 시적 성취에 비해 지금까지 연구는 상당히 부족한 형편”이라면서 “전집의 출간을 계기로 아름다움을 갈망해온 존재론적 탐구자인 전봉건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삶의 공허함 담긴 ‘플라이 아웃’

    야구는 끝난다.하지만 그에게서 나에게,나로부터 그녀에게 이어지는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시인 여태천의 시집 ‘스윙’의 모티프는 야구다.표제시 ‘스윙’은 물론 ‘플라이 아웃’,‘더블헤더’,‘원포인트 릴리프’ 등 야구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어떤 시편에도 9회 말 투아웃의 역전위기처럼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상황은 없다.그저 관중없는 경기,위기도 기회도 아닌 상황에서 나른한 외야플라이를 날리는 타자,덕아웃에서 하릴없이 몸만 푸는 후보들….여태천의 시는 삶의 치열함과 느슨함 사이를 쉼없이 오고 간다.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여태천의 ‘국외자들’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대문운동장의 휑한 스탠드 한 구석에서 읊조리는 듯,혹은 잠실야구장 ‘비(非)라이벌 경기’의 외야석 한쪽에 앉아서 끄적이는 듯 야구와 인생의 주변부를 얘기한다.배제된 인생의 시선은 또 다른 삶의 배제에 다가설 수밖에 없다. 시인은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진 가치,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를 복잡하지 않게,담박하게 풀어낸다.‘일물일어(一物一語)’가 아닌 ‘일시일의(一詩一意)’다. ‘스윙’은 올해 제27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김수영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은 최승호는 “말의 최소화로 여백을 창조하는 시,의미의 증식이 아니라 의미를 붕괴함으로써 인생의 공허를 드러내는 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역시 심사위원을 맡은 문혜원 역시 “삶의 의미 없음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낸 언어들이 짜임새 있게 엮이어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미스·삼화고속」변명자(邊明子)양-5분데이트(173)

    「미스·삼화고속」변명자(邊明子)양-5분데이트(173)

    삼화고속에서 경리를 맡고 있는 변명자양이 이번주 표지 아가씨. 50년생인 사변동이이다.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는 불암동에서 양계업을 하고 있는 변학순씨(49)의 2남 2녀중 맏딸. 동구여상을 졸업(68년)하고 4년째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데 마음이 그림같이 곱다는 말을 듣고 있는 아가씨다. -많은 돈을 한꺼번에 만질 때의 기분은? 『제일 많이 만져본 것이 3백50만원인데 종잇장을 세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겠죠』 -앞날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별로…단지 시집 가기 전만이라도 부모님 맘을 편케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점심 식사는? 『꼭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녀요. 같이 근무하는 여자동료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는데 제가 가져오는 김치와 달걀이 맛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화장은? 『저녁에 세수한 다음「로션」을 바르고 출근할 때는 약간의 분화장을 해요. 「립스틱」만 「커피」색과 「핑크」색 두 가지를 섞어쓰죠.』 -친구관계는 어떻습니까?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게 돼요. 간혹 대학 재학 중인 친구들과 어울리면 공통되는 화제가 적어 재미 있는 분위기 만들기가 힘들어요』 문향회(聞香會) 꽃꽂이 연구회장 조재선(趙在仙)씨가 분홍 「카네이션」과 동백잎, 노란「리본」으로 엮은「플라워·링」을 표지촬영을 위해 「디자인」해 줬다. <원(媛)> [선데이서울 72년 2월 27일호 제5권 9호 통권 제 177호]
  • [부고] 마지막 순간도 눈 제대로 못감은 채…

    [부고] 마지막 순간도 눈 제대로 못감은 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도순 할머니가 지난 5일 87세의 나이에 노환으로 한많은 생을 접었다.고인의 가는 길엔 기초생활수급자 사망신고 뒤 지급될 50여만원만 남았다. 할머니는 1921년 전북 완주에서 3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19살 되던 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일본군에 강제연행된 게 평생에 씻을 수 없는 한이 됐다.만주에서 위안부로 갖은 고초를 겪은 뒤 해방을 맞은 45년 겨울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에 발을 디뎠다.그러나 주위의 쑥덕거림으로 정착할 수 없었다.전주에서 시집도 갔지만 슬하에 자식 없이 남편과 사별했다.이후 익산,군산 등지를 떠돌며 남의 집 살이로 어렵게 살았다.93년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이후에도 판자집 단칸방에서 근근히 생활했다.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좀처럼 입에 올리지 못했다.우연히 알게 된 조카들이 2000년에야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해 ‘나눔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카 한명자씨는 “생전 어디 가서 답답한 속내 한번 드러내지 못하셨다.”면서 “순하디 순한 분이 가끔 술을 드시면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했다.한씨는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눈을 제대로 못감은 채 눈물을 떨궈 내가 눈을 감겨드렸다.”고 말했다.나눔의 집 원종성 간호사는 “할머니는 당시 나눔의 집 최연장자로 웃는 모습이 아기처럼 순수했던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강주혜 사무처장은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할머니는 이제 94명만 남았다.”면서 “일본 정부가 하루 빨리 적극적인 배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할머니의 유해는 7일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장됐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책꽂이]

    ●말똥 한 덩이(공광규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대학일기’,‘마른 잎 다시 살아나’,‘지독한 불륜’ 등 전작 시집들을 통해 다소 거칠게 세상을 노래했던 시인이 고향과 어머니,자연 등을 해맑게,담담하게 이야기했다.시인은 시를 썼지만 읽는 이는 이야기책,혹은 어른 동화책 한 권을 본 듯 이미지가 선명하다.특히 ‘샘’은 힘겹게 투병하는 어머니의 자궁을 보며,그 옛날 또다른 관능을 읽는 자식의 시선에 가슴이 먹먹해진다.7000원. ●엔지오 대전(예고르 그랑 지음,이선주 옮김,서커스 펴냄) 2003년 출간 당시 유쾌한 사회적 풍자로 각광받으며 프랑스에서 블랙유머대상과 양안문학상을 받았다.프랑스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우연히(혹은 우연치 않게) 한 건물에 입주하게 된 두 NGO(비정부기구)간에 벌어지는 다툼과 갈등이 우스꽝스럽게 전개된다.러시아에서 태어나 10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뒤 아내의 성을 따라 이름을 바꾼 작가는,지구인보다 화성인을 믿는다고 말하는,전형적인 ‘노마드’다.9000원.
  • 美작가 윌 킨이 쓴 한국 여성의 삶 ‘엄마열전’

    美작가 윌 킨이 쓴 한국 여성의 삶 ‘엄마열전’

    27일 오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극단 차이무의 ‘엄마열전’(12월16~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습팀을 찾아 안으로 들어서니 부침개 냄새가 진동한다. 바닥에 주저앉은 배우와 스태프가 부침개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비도 오고 해서 연습을 접고 쉬는 것일까, 어리둥절해하니 한창 연습 중이란다. 그러고 보니 여배우끼리 그냥 수다 떠는 줄 알았던 얘기가 모두 희곡 대사다.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도 극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공연에선 부침개 대신 김장 김치가 버무려진다는 것.이 연극이 무대에서 어떤 분위기로 펼쳐질지 대번에 감이 왔다. ‘엄마열전’은 직설적인 제목 그대로 한국 엄마들의 얘기다.민씨 집안의 네 며느리가 큰집 앞마당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떠는데 그 사연이 구구절절 우리네 엄마들의 희로애락 그대로다.모시고 살던 엄한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 대학에 진학한 맏며느리,딸 걱정에 한숨 끊일 날 없는 둘째,귀엽고 낙천적인 셋째,소매치기에 회사공금을 날릴 뻔한 막내 며느리.그리고 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또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는 이들이 버무리는 김장 김치속처럼 매콤하고 알싸하다. 극중 사연 하나하나가 지극히 현실적이고,공감 가는 내용인데 뜻밖에도 작가는 미국인 남성 윌 킨(43)이다.시카고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던 중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우연히 한 여성으로부터 어린 시절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할머니가 여자란 이유로 수술을 못하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이후 찜질방,성매매 여성보호기관,사회복지기관 등을 돌아다니며 각계각층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희곡으로 엮었다.그는 “고통의 역사를 끈질기게 이겨낸 한국 여성들은 호랑이같다.”고 말했다.영어 제목을 ‘Moth- ers and Tigers’라고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추와 무를 다듬으며 시어머니의 흉을 보던 며느리들은 김장이 마무리될 때쯤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존경한다고 입을 모은다.가부장제 아래 차별받으면서도 강인함과 넉넉함으로 한평생을 살아낸 한국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다.‘누구 엄마’란 호칭에 익숙했던 며느리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표창을 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하는 대목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맏며느리역의 배우 신혜경(46)은 “나도 시집살이를 힘들게 했는데 어느 순간 시어머니도 여자란 사실을 깨달으면서 모든 게 이해되더라.”고 했다. 민복기 연출은 “수다와 슬픔이란 두 개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김장 담는 이웃집 담장을 넘겨다 보는 듯한 편안하고 재밌는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일상 연기에 강한 차이무 간판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신혜경,이지현,전혜진,김수정,정예진 등 다섯 여배우와 더불어 최덕문,정석용,오용 등 남자 배우가 1인 다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공연마다 10여포기의 김장을 해서 관객에게 선사하는 아이디어도 고려 중이다.1만 5000~2만 5000원.(02)747-1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 송파구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 송파구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낙원을 꿈꾼다.’송파구가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에겐 낯설기만 한 우리 문화와 지리를 가르치고,일자리를 찾아주는 데 앞장 서고 있는 것이다.송파 지역에는 1000여명의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살고 있다. ●길 찾기 프로그램 참가경쟁 치열  송파구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를 위해 25일부터 한달간 서울 주요 지역의 지리와 대중교통 이용방법 등을 익힐 수 있도록 ‘홀로 길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이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낯선 땅으로 시집 와서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여성으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관심도 많았다.참가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 우선 입국 1년 미만의 다문화가정 여성 25명만 1차 교육대상으로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다.이들은 주변 지리에 밝은 송파구새마을부녀회 회원과 일대일 짝을 맺어 길 찾기 방법을 배운다.수도권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및 버스운영체계 등을 활용한 대중교통 이용교육도 받는다.이어 생활필수품 사오기,재래시장·할인매장에서 장보기,주민센터에서 가족기록부 발급받기,자녀와 어린이공원 다녀오기 등 팀별로 주어진 5~7개 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해야 한다.  과제 수행방법은 2~3차례 환승하는 1시간 이내 거리의 공연장,관공서,시장 등 찾아야 할 목표 지점으로 정해 다문화가정 여성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한다.교육자는 돌발 상황을 대비해 일정 간격을 두고 동행하는 식이다.  길 찾기 교육이 끝나면 새마을부녀회원들과 ‘홀로 길 찾기 페스티벌 및 일촌맺기 결연식’도 갖는다.팀별로 수행한 과제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그동안 과제수행에 따른 자주·신속·정확성 등을 평가해 시상식도 갖는다. ●원어민 강사로 나선 결혼이민여성  이에 앞서 송파구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주민센터의 원어민 강사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달간의 교육을 끝내고 24일 제1회 원어민 강사 수료식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12명의 주민센터 원어민 강사가 탄생했다.‘결혼이민자’에서 ‘원어민 강사’로 거듭난 셈이다.판초 리메디오스 아카윌리(36),하이즐 록산 로렌조(35·이상 필리핀), 요코야마 미카(40·일본) 등 필리핀·중국·일본·미얀마·몽골 등지에서 온 12명의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원어민 강사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최근 교수법 교육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 높았다.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잠실4동·가락본동·가락1동 주민센터의 요청으로 5명의 다문화가정 여성이 원어민 강사로 파견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구는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조만간 2차 교육 대상을 모집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겨울 생각나는 ‘연탄시인’ 안도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겨울 생각나는 ‘연탄시인’ 안도현

    삼라만상이 침묵하고 쉬는 요즘이다. 잠시 추억의 창고 속으로 유영을 해본다. 어릴 적, 철부지 꼬마였다. 추운 겨울날, 내리는 눈이 마냥 좋아 동네 아이들과 연탄재를 발로 차며 놀았다. 그렇게 떠들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 어둠이 등을 떠밀었을 때야 겨우 집에 들어갔다. 몸은 어느새 꽁꽁 얼어버렸다. 기다리던 어머니는 야단 대신 얼음장처럼 찬 손을 어루만지며 “얘야, 연탄불에 고구마 올려놨다.”고 하셨다. 연탄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연탄 한 장은 어떤 보석보다 값지다. 그들에게 추위란 뼛속까지 에기에 연탄 한 장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불쑥 화두 하나 던져보자. 인생은 연탄이라고. 왜? 답을 구하려고 한 시인을 만난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눈을 비비게 한다.‘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것이라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또 있다.‘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 느낌이 묵직하다! ‘연탄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48)씨.‘연탄 한장’과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시구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구석진 진실을 조근조근 얘기해주기에 가슴 ‘찐하게’ 다가온다. 그는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낙동강’과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당선됐으니 올해로 문단 데뷔 27년을 맞는 셈. 문학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그가 요즘 동시세계에 푹 빠져 있다.1996년 ‘연어’ 이후 ‘어린 왕자’같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꾸준히 써왔고 얼마 전부터는 동시의 ‘맑음터치’로 독자들과 새롭게 만나고 있다.‘맨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순서), 쾅쾅쾅쾅 뛰어가면, 그렇지, 일곱살짜리일 거야, 콩콩콩콩 뛰어가면, 그렇지, 네살짜리일 거야(위층아기) 등의 동시가 담긴 ‘나무잎사귀 뒤쪽마을’을 펴낸 데 이어 최근 ‘문학동네’에서 동시시리즈 발간 편집위원이 돼 동시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것. 전주에 살면서 행사 참석차 잠시 서울 온 그와 지난 주 만났다.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쁘신지요. “강연이 많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은 좋은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용어 반복의 괴로움도 있고 한 달에 절반정도는 그렇게 살고 있지요.” ▶동시쪽으로 방향을 바꾸셨나요. “대학(우석대)에서 시와 동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몇년 전부터 동시를 공부했고요. 같은 문학판 속에서도 아동문학이 약간 소외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아동문학가들이)열심히 글을 쓰는데 선뜻 책을 내려는 출판사는 별로 없고,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동시를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동시시리즈 편집위원인데 앞으로 어떤 결과가 이어지나요. “이번 주에 세 사람의 동시집이 출간되고,. 또 내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동시집이 나오게 됩니다. 기성 문학가들에게도 동시 쓰는 기회를 부여하고, 아동문학의 영역을 넓히는 역할이지요.” ▶시와 동시, 문학계에서는 구분을 짓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습니다. “장르란 세월이 지나오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식사할 때 깍두기나 겉절이도 먹고 싶은 것처럼 다 같은 김치가 아니겠습니까. 굳이 시다 동시다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시가 ‘연탄한장’과 ‘너에게 묻는다’인데 이 시를 쓸 당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요.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다가 해직됐던 1990년대 초반에 쓴 시입니다. 그때도 겨울이었습니다. 제가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가을과 관련된 시를 써보라고 했지요. 다들 단풍, 귀뚜라미, 낙엽을 소재로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쓸쓸한 가을이면 연탄을 소재로 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했어요. 그 생각이 나서 ‘연탄한장’을 썼습니다. 또 궁핍한 내 자신에게 질문과 채찍을 던지기 위해 ‘너에게 묻는다’를 쓰게 됐지요. 성찰의 기회를 갖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두 시는 ‘안도현’ 하면 떠오르는 대표성이 됐습니다. “본의 아니게 (출판계에서)선점하게 돼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사람들이 조금 더 연탄과 친해졌다면 고마운 일이고요. 겨울날 한번쯤 사람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연탄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까. “많지요. 제가 13살 때 경북 안동에서 대구로 4촌형을 따라 이사해 자취방 생활을 했습니다. 연탄불에 고구마 구워먹고 라면 끓여 먹고 했지요. 물 데워 세수하고…, 결혼 이후까지 연탄생활을 했습니다.4촌형과 자취할 땐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을 뻔했던 적도 있지요. 또 빙판에 연탄재 뿌려 어린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이웃집 아저씨를 보면서 참 고마운 분이라는 추억도 있습니다.” ▶경북에서 태어나 호남으로 갔습니다. 까닭이 있었나요. “당시 원광대에서는 신춘문예에 등단했을 경우 4년 장학생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윤흥길, 박범신, 양귀자 선생 등도 원광대 출신이지요. 이런 이유들이 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1996년인가요, 교사직을 버리고 전업작가로 돌아섰습니다. 그때 밥 걱정이 안 되던가요. “당시 쓴 동화집 ‘연어’가 저를 부추겼습니다. 글만 써서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요. 또 해직됐다가 복직했더니 (학교에)변한 것이 별로 없어 곤혹스럽게 한 부분도 있습니다. 뭔가 하나를 포기하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교직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또 마흔 넘으면 안정기조를 택하기 때문에 결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원래는 화가가 꿈이었지요. “중학교까지는 그랬습니다. 수채화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탐독한 책이라곤 만화가게에서 본 무협지와 몇 권의 소설뿐이었습니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가지런히 꽂힌 삼중당 문고를 접하면서 독서에 빠졌지요. 고등학교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시인이 되려고 생각했습니다.” ▶첫시집이 ‘서울로 간 전봉준’입니다. 왜 하필이면 전봉준인가요. “대학 1학년 때 캠퍼스에서 새우깡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계엄군에게 거의 죽도록 맞았습니다. 아무 이유가 없었지요. 그때만 해도 골방에서 낭만문학이나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나 할까요. 시와 역사의 관계를 생각했고 마침 사귀던 지금의 아내가 국사학과를 다녔습니다. 한국근현대사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 책 뒤편에 서울로 압송되는 전봉준 사진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지요. 실패한 전봉준과 광주의 좌절이 오버랩됐습니다.” ▶동화집 ‘연어’는 100쇄가 넘었습니다. “13년째 매년 5만부 이상 팔리는 효자입니다. 국내를 떠나 타이완과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도 번역출간됐지요.” ▶시 쓰는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에겐 삶의 자극입니다. 독자들한테는 따뜻한 라면국물이라고나 할까요. 쇠고기 국물이 아닌…, 또 문학하는 일은 연애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삶을 집중시킬 수 있는 최대의 배려이기 때문이지요.”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우선 술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소주 100잔 마신 다음에 한 편의 시를 쓰고, 두번째는 연애를 많이 해야 돼요. 그래야 사물에 대한 감정이 생기거든요. 세번째는 시집 열권 정도 읽고 나서 시 한편을 써야 합니다. 시 쓰는 일은 단순한 기교가 아닌 세상 보는 눈입니다. 언어가 아니라 언어를 감싸는 정신의 힘이지요.” ▶앞으로 희망이 있다면. “빈둥거리며 사는 것입니다. 느림과 게으름의 시간을 갖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나겠지요.” 그러면서 강연 등 외부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내년 초 발간될 ‘연어’ 속편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나서 동시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인다. 다음 주에는 북한에 가서 장수군에서 제공한 사과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평양에 다섯번 정도 다녀왔다는 그는 내년까지 10㏊ 면적에 1만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람으로는 ‘적막강산’의 백석(1912~1995) 시인을 꼽았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안도현은 누구 1961년 경북 예천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경북대 사범대 부속중학교와 대구 대건고를 졸업했다.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 원광대 국문학과를 나온 그는 1985년 2월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하면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989년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1994년 3월 전라북도 장수 산서고등학교로 복직됐으나 2년 뒤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현재는 우석대 문창과 교수로 있다.1996년 제1회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2000년 원광문학상,2002년 제1회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모닥불’(1989),‘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그리운 여우’(1997),‘바닷가 우체국’(1999),‘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등의 시집과 ‘연어’(1996),‘짜장면’ 등 어른을 위한 동화집,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1998), 동시집 ‘나무잎사귀 뒤쪽마을’(2007년) 등이 있다.
  • [24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빠지는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대머리 걱정은 여성들도 피해갈 수 없다.이런 탈모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방치할 수 없다.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을 짚어보고 올바른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2008 피즘 아시아 1위 스무 살의 마술사 임재훈을 만나본다.17살에 최연소 국제대회 우승기록을 세우고 학교를 자퇴한 후 재일교포 마술사 유지 마스다의 제자로 들어간 이야기를 들어본다.임재훈의 주특기 마술인 비둘기 마술.그만의 특별한 비둘기 훈련법과 비둘기 사랑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한국으로 시집 온 꾸안미젠 씨.임신 8개월 무렵,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줄만 알았던 뱃속의 아기에게 뜻밖의 문제가 발견됐다.초음파 검진에서 발견된 태아의 병명은 그 이름 자체도 생소한 ‘천미추 기형종’.태아의 엉덩이에 태아의 머리보다도 훨씬 큰 혹이 함께 자라고 있어서 태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데…. ●TV로펌 솔로몬(SBS 오후 8시50분) 정석은 동창생을 죽인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다.끊긴 기억으로 인해 본인이 살인자인줄로만 믿었던 정석.하지만 곧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정석은 여자친구 선아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진범이 운전기사임을 직접 밝혀낸다. ●실버퀴즈 노노클럽(EBS 오후 7시50분) 김준호,손심심 부부가 어르신들과 한바탕 놀아드리는 시간,이번 시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세대 간의 차이를 알아보고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해보는 ‘세대공감퀴즈’.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과연,마음만은 이팔청춘이신 어르신들이 1위를 맞힐 수 있을까?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인도 말라푸름의 코딘지 마을에는 100쌍이 넘는 쌍둥이가 살고 있다.산부인과 의사는 10년 동안 100~150쌍의 쌍둥이를 받았으며,세 쌍둥이도 5~6쌍이 된다고 말한다.또 쌍둥이 출산 수가 지난 18~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자세하게 조사해봐야 하는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그 어떤 과학적인 설명도 없는 상태다.
  • 운전사 치고 주저앉은 아가씨 강도(强盜)

    운전사 치고 주저앉은 아가씨 강도(强盜)

    벽돌로 운전사의 뒤통수를 치고는 팔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멍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는 「택시」강도. 지난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양재동에서 일어난 여자「택시」강도 제 1호의 전말기.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 서글서글한 눈매, 이따금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도무지 「택시」강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수강도미수」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서울 노량진 경찰서에 구속된 이 아가씨의 이름은 이경숙(李京淑)양(19·가명). 범행동기를 묻는 취조형사에게 그녀가 말한 첫마디는 『그이한테만은 제발 연락하지 마세요. 너무나 착한 그이는 이 소식을 들으면 까무러칠 거예요』라는 것이었다고. 아니나 다를까, 기자에게도 「그이」걱정을 앞세우는 李양이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그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동거해온 사이라는 남상태(南相泰)씨(27·가명·성북구 불암동). 막벌이로 연로한 조모를 모시고 근근히 살아가는 남씨를 돕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이양이 남씨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함께 서울 성북구에 있는 불암산에 놀러갔다가 불암사에서 잔심부름을 해주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이 할머니가 남씨의 조모. 이양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할머니가 『아가씨가 우리 손자며느리 되어 주었음 좋겠소』하고 말을 꺼낸 것이 동기가 되어 맞선을 보게 됐고, 두 남녀들 첫눈에 서로 좋아해 버렸다는 것.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남씨는 고등학교까지 다닌 이양을 지극히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이양은 이미 「과거가 있던 몸」인지라 남씨의 순진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더욱 더 사랑을 쏟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 4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이양은 부모와 형제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국민학교와 여중을 졸업했다. 그러나 이양이 S여고에 입학하던 16살 때 아버지는 간암으로, 곧이어 어머니마저 홧병으로 숨을 거두어 이양은 이때부터 오빠와 시집간 언니집 등을 전전하는 고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학교를 야간으로 옮기고 낮에는 모부대 인사처에서 사환일을 했다. 이때 (여고1) 박모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환경의 탓인지 나이에 비해 조숙한 이양은 2학년이 되자 학교를 그만 두고 박씨와 서울 창신동에 「아파트」방 하나를 얻어 살림을 시작했다. 한 6개월을 살다가 박씨와 헤어지고 다시 오빠집에 얹혀 살았다. 이미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이었다. 얼마 후 사내아기를 낳은 이양은 박씨와 타협, 다시 면목동에 살림을 차렸으나 곧 박씨는 아들과 함께 자취를 감춰버렸다. 오갈데 없는 이양은 또 언니집과 오빠집에서 신세를 지며 불량소녀들과 어울려 다녔다. 불암사에 놀러 간 것은 이때의 일. 『그분들(南씨와 할머니)은 정말이지 법이 필요없는 사람들이에요. 하루 품일을 못 가는 일이 있어도 남을 도우려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생활은 말이 아닐 정도로 가난한 것이 이들 남씨네의 집안형편이라는 것. 할머니는 너무 연로해서 이젠 절에서 잔일도 거들 수 없을 정도이며 남씨가 하루하루 막벌이를 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양은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마련해서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고. 『집에 가서 돈 만원쯤 얻어 오겠다』며 남씨집을 나선 것이 지난 1월 29일. 그러나 오빠집에서도 언니집에서도 돈을 얻지 못했다. 범행을 저지른 2일 아침 10시쯤 영등포구 양재동에 사는 언니집을 빈 손으로 나선 이양은 마포구 도화동으로 언니 친구 김(金)모양(23)을 찾아갔다. 그러나 김양은 얼마 전에 시집을 가버리고 집에 없었다. 『그 언니만 시집가지 않았어도 1~2만원쯤은 얻어 올 수 있었어요. 2만원 정도 빌려 친언니한테 1만원정도 주고 1만원 정도 갖고 가려했는데…』 김양집을 나선 것이 하오5시반쯤. 이젠 더 가볼데도 없어 철길을 따라 정처없이 걸어가다 벽돌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무심코 그것을 집어든 이양은 마침 철길 옆을 지나는 「코로나·택시」를 세워 탔다. 싸지도 않고 그대로인 벽돌 한 장을 손에 든채. 『양재동으로 갑시다』언니집 3백m앞까지 「택시」가 왔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고만 있었다. 「미터」기를 보니 요금이 8백여원이나 나와 있었다. 호주머니에는 단돈 2백원 밖에 없었다. 『길을 잘못 들었으니 돌아나가자』고 한뒤 운전사 바로 뒷자리로 옮겨앉아 눈을 딱감고 운전사 머리를 벽돌로 내리쳤다. 운전사가 까무러치자 이양도 정신이 없었다. 팔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 자리에 앉아 엉엉 울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이양도 운전사도 몰랐다. 어쨌든 한참만에 깨어난 운전사는 이양을 쉽게 잡아 경찰에 넘겼다. 이양은『내가 벽돌을 쥐고 타는걸 운전사가 보기만 했더라도 이런 어리석은 일은 안저질렀을텐데…』 하며 정말로 어리석은 후회를 했다. 『교도소에 가서 소설을 쓰겠읍니다. 모두에게 사죄하고 특히 그이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에서 글을 쓰겠습니다』 학교 때 몇 번인가 소설을 써서 상을 타보기도 했다는 문학소녀 이양은 눈물을 닦으며 체념한 듯 이렇게 말 끝을 맺었다. [선데이서울 72년 2월 13일호 제5권 7호 통권 제 175호]
  • [일요영화]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사회적 계층과 신분을 중시하던 18세기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오해에 관한 이야기.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천년간 최고의 문학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영국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장편 소설을 영화화했다.사랑과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쾌한 연애담을 중심으로 두 남녀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감각적이고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시골의 지주인 베닛가의 다섯 딸들인 제인(로자문드 파이크),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메리,키티,리디아는 부유하진 않지만 화기애애한 가정에서 자랐다.극성스러운 어머니(브렌다 블리신)는 미래가 보장된 좋은 신랑감에게 딸들을 시집 보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하지만 영리하고 자존심 강한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보다 폭넓고 주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 조용한 시골마을에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사이몬 우즈)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페이든)가 대저택에 머물기 위해 오면서,베닛가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젊은 장교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베닛가의 딸들에게 갑자기 남편 후보감들이 많아진 것.침착하고 아름다운 맏딸 제인은 빙리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반면,엘리자베스는 잘생겼지만 오만하고 잘난 체하는 다아시를 만나 서로 끌리면서도 서로 오해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빙리가 런던으로 떠나면서 제인은 절망한다.엘리자베스는 우연히 다아시가 보잘 것 없는 가문 출신이란 이유로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한편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고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아름다운 로맨스와 위트 넘치는 대사가 매력인 이 작품은 전 장면을 영국에서 촬영하면서 원작의 무대와 시대 배경에 충실했다.감독인 조라이트는 데뷔작 ‘오만과 편견’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두 번째 작품인 ‘어톤먼트’에서 슬프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빼어난 영상미로 표현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케이트 윈슬릿 등과 함께 할리우드를 평정한 영국 출신 인기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적인 연기가 볼 만하다.일곱살 때부터 CF와 텔레비전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강인하고 유머러스한 해적(‘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우아한 영국 상류층(‘공작부인:세기의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변신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원제 ‘Pride and Prejudice’. 127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깔깔깔]

    ●시집가는 딸에게  아버지가 큰 딸을 불러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어제 회사로 민혁이가 찾아와서 너랑 결혼하고 싶다더구나.난 그 정도면 만족이지만 당사자가 좋아야지.니 생각은 어떠냐?”  그 말을 들은 딸은 속으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하지만 애써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빠,전 엄마를 남겨두고 시집가는 게 너무 괴로워요.”  그러자 아버지가 희망에 부푼 눈빛으로 하는 말,  “그럼 네 엄마도 함께 데리고 가면 안 되겠니?” ●귀찮은 사람 퇴치법  길을 가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예수님을 믿으라는 사람,도를 아느냐고 묻는 사람,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지 않으냐고 묻는 사람 등등….  이럴 때 이 말 한마디면 해결된다.  “난데스까?”
  • 동리문학상에 이제하씨 목월문학상에 허영자씨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제11회 동리문학상에 장편소설 ‘능라도에서 생긴 일’의 소설가 이제하(사진 왼쪽·71)씨를, 제1회 목월문학상에는 시집 ‘은의 무게만큼’의 시인 허영자(70)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상금은 각각 5000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5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책꽂이]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윤대녕 지음,문학동네 펴냄) ‘은어낚시통신’의 작가 윤대녕이 1994년 쓴 첫 장편소설을 재출간했다.두 소년과 한 소녀가 열일곱 살에서 정지되어 버린,그러나 몸은 암울하게 새겨 놓고 있는,그 기억을 15년이 지나 다시 복원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존재와 영원’ 등 윤대녕 작품 특유의 문제의식이 관통된 작품이다.휴대전화가 일상화되지 않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픈 이들에게도 유효할 것이다.1만원. ●앨리스네 집(황성희 지음,민음사 펴냄) ‘21세기 전망’ 동인인 황성희의 첫 시집이다.작품마다 여자로서 개인과 질곡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끊임없이 교차되어진다.어느 시에서는 아주 또렷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또 어느 시에서는 의식의 흐름처럼 내용과 형식을 파괴하며 나타난다.다음 시집이 더욱 기대된다.7000원. ●신(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神) 후보생’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낸 베르베르는 3부작으로 이뤄진 ‘신’을 먼저 냈고,내년중 2부 ‘신들의 숨결’,3부 ‘신들의 미스터리’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베르베르가 직접 그린 펄쩍 뛰어오른 금붕어 그림과 인삿말이 책 첫 장에 있다.한국의 ‘베르베르 시장’이 크긴 큰 것 같다.1,2권 각 9800원.   ●쌍둥이별(My Sister´s Keeper)(조디 피콜트 지음,곽영미 옮김,이레 펴냄)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에게 제대혈,백혈구,줄기세포 등 모든 것을 주기 위해 ‘맞춤형 아기’로 태어난 셋째 안나가 열 세 살이 되면서 더이상 자신의 몸에 손대지말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부모에게 낸다.출간 당시 미국 내에서 윤리적 논란으로 핫 이슈가 됐고 각종 토론프로그램의 단골 주제로 등장했었다.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져 내년에 개봉된다.1만 3800원.
  • 「로미오」변절 비관 목숨끊은 「줄리엣」

    애인이 변절했다고 비관하다가 극약을 먹고 자살한 17세 소녀가 있다. 24일 상오 8시께 경남(慶南) 남해(南海)군 남(南)면 김(金)모양은 약명미상의 극약을 먹고 마을옆 논바닥에 엎드려 신음중인 것을 행인이 발견, 치료했으나 숨지고 만 것. 김양은 같은 마을의 박(朴)모군(20)과 열렬한 사랑을 속삭이다 박군이 강(姜)모양(19)과 가까와지자 비관하여 자살해 버렸다고 -. - 옛날엔 그 나이면 시집도 갔다지만… . <남해> [선데이서울 72년 2월 6일호 제5권 6호 통권 제 174호]
  • 아빠도 뿔났다

    아빠도 뿔났다

    TV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올린 채 지난 9월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된 생각 하나가 있다. ‘아빠는 그럼 뭐야? 오히려 아빠가 더 뿔이 날 지경이 아닌가?’ 그렇다. 아빠도 뿔났다. 김수현 작가가 은근히 노린 점도 이것일는지 모른다. 김 작가라면 충분히 그걸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아빠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우선 제일 나이가 많은 아빠로 이순재 할아버지가 있고, 백일섭, 김용건, 김정현, 그리고 류진 등이 있다. 그렇다면 아빠들은 뿔이 나지 않을 만큼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극 중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이순재 씨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홍택(이하 정): 축하합니다. TV 드라마에서 키스신을 한 최고령자가 되셨더군요. 이순재(이하 이): 허허허, 그런가요? 그거 제가 아이디어 낸 겁니다. 처음엔 대본에 없었는데 노인들도 연애하는 내용을 집어넣자고 김수현 작가하고 연출자에게 제안했죠. 요즘 노인 인구가 많아졌잖아요. 65세 이상이 500만 명이라는데 그분들에게 힘을 드려야죠. 내 생각에는 이런 연애 장면을 본 많은 노인들이 자기관리를 할 것입니다. 노인들이 연애를 하면 집안에서 투정이 없어진답니다. 물론 불륜 말고 혼자 사는 노인들 이야기죠. 정: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이: 리얼리티(Reality)가 아닐까요? 어느 집에서나 있을 수 있는 스토리 전개, 대가족의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부러움 등이죠. 자칫하면 무관심해질 수 있는 일상에서 서로 낄낄거리며 부딪치며 사는 재미, 그리고 이른바 스킨쉽 같은 것을 느끼는 점이 김수현 작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페이소스가 있는 상황 전개가 시종 지켜지는 것 말입니다. 온기가 느껴지는. 정: 드라마에서 보면 아빠들도 뿔날 일들이 많은데 거의 화를 내지 않더군요. 이: 제목이 <엄마가 뿔났다>인데 아빠까지 뿔내면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허허허. 그렇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아빠들이 뿔날 일이 많이 있는 것을 시청자들이 느낄 겁니다. 정: 제일 연세 많은 아빠, 즉 할아버지 역을 하면서 화날 일이 많던데요. 강부자 씨가 술 마시고 엉엉 운다든지 미국 간 막내아들 김상중이 이혼을 한다든지. 이: 그럼요, 많았죠. 그러나 화내는 대신 연애하는 것으로 풀었잖아요. 허허허. 그런데 지금 강부자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 또 느낀 거지만 그녀는 정말로 몸을 던져서 연기를 했어요.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예요. 장미희도 오랜만에 좋은 역할을 맡았고. 다들 잘했습니다. 정: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요즘 세상에 아빠들이 뿔날 일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이: 그래요, 그래요. 아빠들, 또는 남편들이 뿔날 일들이 많아요. 주도권이 남편한테서 부인에게로 이전이 되었거든요. 통장 주도권이 여인들, 엄마들에게로 가 있습니다. 자연히 남자들이 왜소해집니다. 그리고 잠재해 있던 여자들의 권리가 표출되게 되죠. 학교에서도 보면 우먼파워가 강합니다. 여권상승입니다. 내가 늘 보는 것이지만 골프장 주변에 있는 고급스럽고 비싼 식당에 가면 여자 분들이 더 많아요. 이거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죠. 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사건건 아빠들이 뿔낼 수도 없고. 이: 편하게 살아야지요. 하지만 정말로 뿔날 때는 뿔내야죠. 화날 때 화를 안 내고 살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입니까? 어떤 때 보면 아빠들이 불쌍할 때가 많아요. 드라마에서 일어나는 것들 좀 보십시오. 아빠들, 그러니까 남자들이 완전히 기죽어서 살고 있잖아요? 문제는 인간의 가치관, 가족의 가치관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정: 진짜, 말이 나왔으니까 얘긴데 이순재 씨는 거의 대부분 카리스마가 강한 아버지 역을 많이 했는데, 요즘 드라마에서 남자들이 기를 피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걸 보면 어때요? 이: 딱하죠. 그거 왜 그런 줄 아세요? 모두 다 그런 거는 아니지만, 드라마 작가들이 편모 슬하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아요. 이상한 일이죠. 우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그래요. 그러다 보니까, 아버지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어떤 위치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슬플 때가 언제인지, 기쁠 때는 또 언제인지, 그런 것들을 섬세하게 알고 있지를 못한듯 해요. 이를테면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면이 어느 정도 드라마에 반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 이 선생은 가정에서 뿔날 일이 없나요? 이: 나라고 왜 없겠어요. 많이 있겠죠. 하지만 나는 집에서 별로 뿔낼 일 없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아내(최희정 씨)가 한국무용을 했는데 나한테 시집오느라고 꿈을 접었죠. 정: 그럼 부인께서 뿔이 나시겠네요? 이: 웬걸요. 잘 안 내요. 화나는 일이야 많겠죠. 촬영한다고, 녹화한다고 허구헌날 늦게 들어오고, 좋기만 하겠어요? 정: 정치할 때 부인께서 고생 좀 하셨겠네요. 이: 했죠. 집사람이 고생 많았어요. 사실 나는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지는 않았습니다. 하려고 했으면 일찌감치 했지, 그렇게 늦게 합니까? 13대 국회의원 선거(1988년)에서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서울 중랑갑에 출마를 해서 실패를 했죠. 700표 차로 떨어졌습니다. 너무 시간이 짧았거든요. 4년 뒤 14대 선거에 다시 출마해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출마를 안 했습니다. 한 번 했으면 되지 뭘 자꾸 합니까.” 정: 정치를 하면서 뿔날 일이 많았나요? 이: 아이구, 많다 뿐입니까? 하지만 ‘정치는 제대로만 하면 예술이다’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예술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대통령이나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개인적인 이익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현직에 있을 때 국가를 위해서 큰일도 못한 사람들이 고향 집을 크게 만들고, 이것저것 꾸미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정: 정치는 이제 다시 안 합니까? 이: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직업이 배우니까 연기로 봉사해야죠. 정: 자녀들이 있을 텐데 아빠로서 뿔날 때는? 이: 아들하고 딸이 있어요. 근데 딸이 결혼을 해서 남매를 낳는 바람에 내가 외할아버지가 되었죠. 아이들 때문에 화날 일이 있으면 나는 화를 냅니다. 그러나 운이 좋아서 그런지 아이들 때문에 뿔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정: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이: 11월 초에 시작되는 MBC-TV 일일 연속극 <사랑해, 울지마>에 나갑니다. 박정란 작, 김사현 연출입니다. 지금 한창 연습 중이죠. 이순재 씨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그는 노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얘기를 이끌어 가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신구 씨, 최불암 씨 등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뿔날 때는 뿔을 내고, 낄낄거리고 웃기도 하는 그런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한 역할을 재미있게 엮어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빠가 뿔났다’가 아닌 ‘아빠가 신났다’를 만들고 싶은 듯하다. 뿔날 때 제대로 한 번 뿔을 내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위치는 어디일까.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아들이 진 빚을 갚아 주느라고 쩔쩔 매다가 “내가 왜 아버지가 되었는고?” 하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딸을 시집보내 놓고 허전함을 못 이겨서 계속 편지를 보낸 아버지가 있다. “이 집은 언제나 너의 집이니 아무 때나 집에 오렴”이라는 편지를 보낸 아버지는 영국의 왕 ‘조지 6세’이고, 시집간 딸은 바로 오늘날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글 정홍택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 월간 <삶과꿈> 2008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길섶에서] 춤을 춥시다/황진선 논설위원

    류시화가 엮은 무명씨들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보면 지난 시절 많이 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구절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춤을 못춘 것을 안타까워한다. 동명의 표제시에서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하고 토로한다.‘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을 지은 시인은 “만일 내가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라고 노래한다.‘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이라는 시는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라고 아쉬워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은 그들이 성취해낸 것보다 즐겁게 지낸 놀이의 순간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놀이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의 생명력이다.…, 사람들은 일하는 법은 알지만 존재하는 법은 모른다.”고 가르친다. 자, 우리도 놀아볼까요. 춤도 춰 봅시다. 황진선 논설위원
  • 부사어로 버무린 모호한 詩맛

    그랬다.3년 동안 여물었던 언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명료한 시어보다는 읽는 이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모호한 시어를 골랐다. 부사어의 전면 배치다.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와락(창비 펴냄)’은 문학의 언어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던 부사어를 ‘와락’ 껴안고 놓지 않은 채 끊임없이 사랑을 되뇌었다.‘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펴냄)’ 이후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담아뒀던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고 눅진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회와 연인에서 점점 가족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표제시 ‘와락’에서는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막막한 나락’이라며 헌신적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나락’,‘벼락’,‘자락’ 등으로 유쾌한 형식은 감추지 않는다. 나아가 따스한 아랫목 이부자리 안에 나란히 팔베고 누워 있으려면 팔을 내준 이만큼이나 베고 있는 이도 팔이 저리고, 이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사랑(‘저린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이뿐 아니라 ‘여여´,‘아슬아슬´,‘시시각각´ 등 부사어 제목이 달린 시들이 연신 시집을 휘감아돈다. 부사어가 제목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으면 ‘꾸꾸루꾸꾸’,‘웅크레주름구릉’ 등 시어가 시문 중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 시인은 “그냥 연인을 생각해도 좋고, 가족을 생각해도 좋고, 정치적 격동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부사어가 주는 상태성에 천착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느낌들을 부사어로 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해피 파이(π) 데이’에서 노래했듯 끝없는 원주율처럼 무궁한 세계 속에서 얻은 ‘세 개의 호박’에 뿌듯함을 애써 감추지 않는 시인의 감성이 ‘와락’ 껴안기에 딱 부담없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결혼이주 여성 절반이 이혼 원한다니

    호남대 다문화센터가 아시아 각국에서 시집와 전남에 거주하는 여성 2134명을 최근 방문조사했더니 무려 46.6%가 이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새 삶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절반 가까이가 이혼까지 바란다는 조사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국제결혼은, 그 비율이 2004년 이후 해마다 11.1∼13.6% 사이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이미 일반화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비중이 더욱 높아 신랑 10명 가운데 4명꼴로 외국인 신부를 맞는다. 그런데도 결혼이주 여성의 절반이 이혼을 원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들이야말로 농어촌 가정의 살림을 이끌어 가는 주부요, 어린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이기에 그들의 방황은 농어촌사회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농어촌 총각의 결혼중개 단계부터 결혼 후 이주여성이 정착하기까지,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물론 사회 각 분야가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국민의식 또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겠다. 피부색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이미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된 이 여성들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한다면 그 피해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결혼이주 여성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농어촌이 흔들리고, 결국은 사회에 큰 짐을 안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고은 ‘만인보’ 창작오페라로

    고은 ‘만인보’ 창작오페라로

    고은(75) 시인의 대표적 시집인 만인보(萬人譜)가 창작오페라로 재탄생돼 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사)전북오페라단은 (사)한중문화협회와 함께 17~18일 오후 7시30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창작오페라 ‘고은 만인보 1편, 내 사랑 우리의 땅!’을 재해석한 창작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서양 성악과 판소리, 합창, 팬터마임 등 혼합 오케스트라로 구성한 음악 총체극으로 모두 2부로 이뤄져 110분간 공연한다. 군산에서 태어난 고은 시인의 대표적인 연작 시집 만인보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실존과 폐허, 이데올로기 등을 성찰한 서사시로 지금까지 23권이 간행됐다. 전북오페라단은 2012년까지 만인보를 소재로 10년씩 시대를 구분한 현대사를 민중의 시각에서 총 7부작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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