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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새크리파이스(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시공사 펴냄) 흔치 않게 로드레이스(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한 스포츠 소설이다. 육상선수였던 주인공 시라이시 지카우는 맹목적으로 일등만 추구하는 육상에 회의를 느끼고 에이스를 우승시키기 위해 수많은 어시스트들이 당당하게 완주를 포기할 수 있는 로드레이스에 매력을 느낀다. 스포츠를 통해 느끼는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절묘하게 책으로 옮겨놨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고영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이후 4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유년의 기억, 극진한 사랑, 일상적인 일들, 민중의 이야기 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각각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하고자 했다. 친숙하고 개연성 있는 정서에 책이 쉽게 읽힌다.
  • “아파트가 소원인 엄마 타워 크레인 기사 되다”

    “아파트가 소원인 엄마 타워 크레인 기사 되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본질을 전할 때 세상이 더럽고 추하고 짐승스럽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세상이 깨끗하고 맑고 고귀하다고 알려야 할까. 김영미 시인의 첫 동시집 ‘재개발 아파트’는 후자 쪽이다. 표제작 ‘재개발 아파트’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짐승 같은 일’들로 상처 받은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관리실 아저씨는/떠나간 집마다/커다랗게 검은색으로/X표를 그린다…이젠 통로엔/우리 집/하나 남았는데…처음으로/나는/커다란 X표를 받고 싶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X표를 받고 싶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무덤덤한 아이의 마음을 읽고 나면 ‘짐승 같은 세상’에 X표를 치고 싶어진다. 작품 속의 아이들은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떼를 쓰고 울기보다 적응하고 오히려 밝은 햇살을 찾아 내려고 노력한다. “건축 일로 시멘트 잔뜩 묻어/하루는 푹 담가야 때가 빠지”는 아빠의 청바지가 욕조를 차지하고 있어 동생과 물장난도 못하지만 불평도 안 하고(아빠의 청바지), “엄마가 일 나가고/혼자 지키는 지하방/햇살이/파란 방충망 사이로/놀러 왔어…햇살들이/작은 물고기가 되어” 바다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준다(바다이야기)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파트가 소원인 엄마는/타워 크레인 기사가 되었다/날마다 아침이면/지하 셋방을 나와/높디높은 크레인에 오른다(타워 크레인)”는 천진한 말투가 세상의 모진 바람과 대면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 밑바닥에서 서글픈 연민이 차오른다. 작가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을 생각하며 시를 썼다고 했다. 차원은 다르지만 요즘 아이들이 겪는 아픔에서 가난 때문에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만나던 동시에서 위로를 느끼고 ‘풍족’을 찾았다.”고 했다. 추악한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하면서도 따뜻한 희망을 품은 이 시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또한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 아이들에게 주변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더럽고 짐승 같은 세상을 정면으로 직시해야만 깨끗하고 고귀한 세상을 만들 싹을 함께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말이다. 8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촛불집회에 감동 받아 시집 냈지”

    “촛불집회에 감동 받아 시집 냈지”

    “촛불은 우주적 사건이야.” 새 책이 나왔다고 서울 인사동에 기자들을 끌어모은 시인 김지하가 무슨 얘기를 하는가 했더니 대뜸 꺼낸 게 촛불 얘기. 그리고 구한말 사상가 김일부의 ‘정역(正易)’ 얘기다. “정역에서 후천개벽의 시작을 ‘기위친정(己位親政)’이라고 했어.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자리에 앉는다는 건데, 작년 촛불이 그 시작을 알리는 사건인 거야.”라고 말하는 시인. 그는 거기서 어찌나 감동을 받았던지 이번에 낸 4권의 에세이 ‘소근소근 김지하의 세상이야기 인생이야기’(이룸 펴냄)를 거진 다 촛불 얘기, 정역 얘기로 채웠다. 같이 낸 시집 ‘못난 시들’(이룸 펴냄)도 마찬가지. “촛불세대인 두 아들놈이 ‘오적’ 이후 시가 어려워졌다고 하더라.”라는 시인은 그걸 두고 “한 방 맞았다.”고 표현했다. 그 말 들으니 오랜 벗 조동일 교수 말도 생각이 나더란다. “어수룩하게 살고 못난 시를 좀 쓸 수 없느냐.”고 하던 말. 그래서 노력은 해야겠다고 던진 게 이번 책들이다. 못난 시에 멋들어진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모두 ‘못난 시’라고 제목을 붙였다. 뒤에 붙인 숫자는 1, 2, 3 차례로 나가다 10000도 갑자기 나오고 소수점이 찍히기도 한다. ‘번호 없음’도 있다. 그걸 두고는 “붙인 숫자는 그냥 무질서 자체야. 지도자도 명령도 없었지만 자발적 비폭력을 몇 달간 이어간 촛불 같아 보이지 않아.”라고 해몽을 한다. 스스로 “반정부운동에 이골이 났다.”고 하는 그. 하지만 촛불을 무조건 지지한 건 아니다. “촛불은 뭔가를 비는 마음이야. 다소곳함이 있어야지. 자기 고기 구워 먹으려는 숯불이나 홍길동이가 의적질할 때 쓰는 횃불하고는 달라.”라고 쓴소리도 한다. 하지만 시인이 대운하 사업, 집회 중 마스크 착용 금지 등 정책을 두고 하는 소리들은 훨씬 더 쓰다. 대통령을 위시한 위정자들 얘기에는 거침없이 육두문자도 섞었다. ‘후배 운동권’들에게도 좋은 소릴 안 한다. 그는 “촛불이 숯불과 횃불을 역이용할 정도로 발전했어. 이제 지식인들의 시대는 간 거야.”라고 한다. 거기다 덧붙인다. “앞으로도 촛불은 켜지고 켜지고 또 켜지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켜질 거다. 각오해라.”라고. 그리고 들리는 시인의 혓소리. 쯔쯔쯔.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박연차씨, 태광실업 회장직 29년 만에 물러나 종합소득세 안내문 발송…올해부터 달라진 것은 ‘어머니로 살기 좋은 나라’ 한국 50위… 스웨덴 1위 逆이민 급증…왜 해외이주자들 돌아올까 화폭에 담은 모녀사랑 여성학자 10만원짜리 한식상에 뭐가 들어갈까
  • 단청기법 그림으로 만나는 박경리 삶과 문학

    단청기법 그림으로 만나는 박경리 삶과 문학

    ‘그러나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주었다 ’ 박경리 선생의 시 ‘천성’ 중에서. 동양화가 김덕용(48), 그는 최근 펴낸 소설가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 삽입된 그림 작업을 맡았다. 출판사에서 우리 것을 좋아하던 박경리 선생의 고졸한 안목에 맞는 작가를 찾다가 고가구나 고목재를 재활용해 단청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를 찾아냈다. 나무에 그리다 보니 단청기법으로 그려도 그림은 지난 세월을 반추하듯 아스라하고 가물가물하다. 또렷하지 않은 그림은 추억처럼 따뜻하고 애틋한 마음을 일으킨다. 이런 인연으로 김 화백은 ‘박경리 선생 추모 1주년’을 맞아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박경리 1주기 특별전-박경리와 화가 김덕용’ 전시회를 갖는다. 박경리 선생의 유품들도 시집에 실린 김 화백의 작품, 신작과 함께 전시된다. 1층에는 고인이 평소 사용했던 재봉틀, 호미, 안경, 몽블랑 만년필, 토지 육필 원고, 사전 등 유품이 연보식으로 배열된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담배 쌈지로 쓴 지갑 안에는 도라지 담배 1개비가 남아 있는데, 박경리 선생이 금세라도 한 대 달라고 해 피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고인은 경남 통영에서 1926년 태어났고,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잠깐 일하다가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단에 ‘계산’으로 데뷔한 뒤 지난해 돌아갈 때까지 53년간 작가로 활동했다. 작가로 활동한 53년은 남편을 잃고, 외동딸을 키우며 살아온 시간이기도 하다. ‘내 삶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 전시 공간은 홍익대 안상수 디자인학과 교수가 맡아 연출했다. 2층에는 김덕용의 삽화그림 10여점과 신작 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작은 모두 나무판에 전통 물감을 사용해 단청기법으로 그렸거나 자개를 박았다. “유고시집 그림들은 작업을 맡은 뒤 다시 한 번 더 박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형상화한 것들이에요.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것은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작가로서 자신의 원초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셨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얌전히 개켜진 색동 이불, 시골 어느 초등학교 졸업 기념사진, 부끄러운 듯 반쯤은 문 뒤에 몸을 감추고 내다보는 소녀 등 이미지 자체도 향수를 자극한다. 박경리 선생을 모델로 그린 삽화를 제외하고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그를 닮았다. 무덤덤하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순진하고 순순한 이미지들이다. 김 화백은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자신을 찾고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02)519-08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50세 남성에 팔려갔던 8세 소녀 이혼 허용

    지난해 8월 돈 몇 푼에 눈이 먼 아버지에게 등떠밀려 50세 남성과 억지로 결혼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8세 소녀가 법원으로부터 이혼을 허락받았다고 AP통신이 소녀의 변호사를 인용해 지난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아버지가 이 소녀를 시집보내면서 받아냈던 지참금은 1만 3000달러(약 1730만원).그에겐 이미 아내가 두 명 있었다. 사우디는 아동 결혼을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왕가와 가장 가까운 맹방인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물론,국내에서도 많은 비난을 사왔다.미국조차 이렇듯 어린 소녀를 팔아넘기는 행위를 인권에 대한 “명백하고도 용납할 수 없는” 침해라고 비난해왔다. 압둘라 알 제텔리 변호사는 법정밖 화해조정으로 이혼소송이 종결됐다고 전했지만 정확한 이혼 일자와 지참금을 돌려주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 중부의 오네이자 지방법원은 소녀의 엄마가 제기한 소송 신청을 두 차례나 기각한 바 있었는데 당시 법원은 이 소녀가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사우디 법에 결혼의 최저 연령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여성의 동의를 법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호적 담당 관리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이에 따라 인권단체로부터 결혼 연령에 대한 규정을 도입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인권운동가 소아일라 자인 알 압딘은 소녀의 이혼이 받아들여진 것은 최저 결혼연령을 18세로 규정하는 법안 통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불행히도 일부 아버지들은 딸들을 거래한다.”며 “그들은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망각하는 약해빠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소녀 말고도 사우디에서 거의 인신매매 형태로 딸들을 결혼시키는 행태는 최근 몇 개월 동안에도 있었다.15세 딸을 교도소 동기에게 팔아넘긴 사형수도 있었다. 무슬림 성직자들은 아동 결혼을 없애려는 노력에 반대해왔다.지난 1월 이 왕국의 최고위 성직자는 10세 소녀를 결혼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있는 일이며 그네들이 너무 어리다고 믿는 이들은 그네들을 불공평하게 다루는 일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 안에서도 결혼의 최저 연령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신임 법무장관은 정부 안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4월 중순에 밝힌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정확히 사우디 안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결혼으로 팔려가는지 보여주는 통계는 없지만 적지 않은 아버지들이 근본도 모르는 이들과 결혼시키는 것보다는 사촌들에게 자녀를 여의는 것이 낫다는 믿음에 따라 아예 어릴 적에 정혼해 버린다.따라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아동 결혼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황우석 사기 핵심이 차병원에 끝까지 ‘막장’ 고수하고 퇴장한 ‘아내의 유혹’ 김훈, 연필로 인터넷소설 써 ’최불암 시리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기막힌 ‘보이스 피싱’ 수법들 해군 간부 계좌에 뭉칫돈이
  • 새를 통해 세상을 읊다

    새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이름도, 모양도 다른 100마리의 퍼덕거림이 책 위에서, 귓전으로, 머릿속으로 분주히 옮겨다닌다. 달동네 전봇대 위에 앉았고, 새벽녘 청소차 위에서 날개를 쉬었고, 바닷가 칼바람에 오그라든 해태(김)밭 다듬는 손가락 위에도 내려앉았다. 모든 지친 것들이 새의 보드라운 날개 아래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2000년 등단한 뒤 왕릉과 꽃에 천착해왔던 시인 이오장(56)이 이번에는 무수한 새들의 날갯짓에 눈을 돌렸다. 이오장은 자신의 7번째 시집 ‘날개’(시문학사 펴냄)를 내고 꼬박 100마리의 새를 들여다봤다. 그는 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의 사람을 봤고, 또한 새는 각자의 역할과 몫을 드러내며 세상에 자신을 비춰 ‘너희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오장의 새는 결코 한눈을 팔지 않는다. 새들의 시선은 산업화의 희생양으로 농촌에서 쫓겨난 사내(‘뜸부기’)가 서울로 올라와 공사판 막노동으로 근근이 연명해오거나(‘쑥새’), 뒷방에 드러누워 방문 외판원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억척 아내(‘노랑할미새’)에 얹혀 사는 이를 좇는다. 그러나 이들의 소박한 행복조차 재개발로 달동네 보금자리마저 빼앗기기 일쑤다(‘멧비둘기’). 그의 새 시집 ‘날개’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다. 그뿐인가. 불법체류자로 몰리며 손가락이 잘리면서까지 공사판을 전전하는 조선족(‘덤불해오라기’), 흑인 혼혈아이가 견뎌온 손가락질과 눈물(‘진박새’) 등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는다.  열매의 알맹이만 파먹는 습성을 가진 ‘동고비’를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부동산 투기꾼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고비’가 서운할 일이다.  이오장은 “조류도감을 통해 새를 들여다 보니 그들의 습성이 사람의 행위와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많더라.”면서 “비유와 풍자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를 노래했지만, 100마리의 새를 모두 하나씩 하나씩 읇조리고 나면 그가 노래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님은 갔지만… 박경리선생 추모 열기

    님은 갔지만… 박경리선생 추모 열기

    ‘모진 세월 가고 /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옛날의 그 집’ 중) 고인은 버리고 갈 것만 남았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버린 것 중 가벼이 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 소설작품까지 들먹일 것도 없이 유고로 남긴 시집만 해도 34쇄 1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그 무게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작가 박경리(1927~2008년)가 떠난 지도 새달 5일이면 1년이 된다. 박경리 1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뜨겁다. 추모집과 연구서 등 각종 책이 잇따라 출간되는가 하면, 그를 소재로 한 전시회도 마련된다. 추모제도 열린다. 우선 고인의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이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모아 1주기 추모집 ‘봄날은 연두에 물들어’(마로니에 북스 펴냄)를 냈다. 지난해 영결식과 추모식에서 각계 인사들이 읽었던 추모글을 비롯, 고인이 떠난 후 후배 문인들이 잡지와 신문에 기고했던 관련 글들을 모았다. 책은 소설가 신경숙·공지영, 시인 도종환 등 문인들이 대거 참여해 가까이 지켜본 고인의 모습과 인품을 면면이 소개한다. 또 고인의 전기도 함께 정리했고, 사후 추모행사와 선양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안내해 뒀다. 방송 및 해외언론에 비친 고인의 모습도 정리해 담았다. 고인의 문학적 업적을 정리하는 연구서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토지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박경리와 토지’(강 펴냄)를 냈다. 김 교수는 책에서 박경리 ‘토지’의 핵심키워드를 ‘산천’이라고 분석하면서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소설이란 무엇인가’로 물음을 전환하도록 촉진시킨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작 토지 외에 “사소설 형식을 빌린 ‘악마적 글쓰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라며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등도 다뤘다. 부록으로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마을 지도, 최참판댁 가옥 구조, 인물 가계도도 함께 실어 이해도를 높였다. 추모열기는 문학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박경리를 추모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고인의 음력 기일인 24일을 전후해서는 토지문화재단이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추모 사진전과 시화전을 열었었다. 거기에 이어 5일부터는 5월 한달동안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박경리 1주기 특별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와 화가 김덕용’ 전시회가 열린다. 화가 김덕용은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고인을 주인공으로 한 삽화를 그린 인연으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 김덕용 특유의 오래된 나무판에 단청기법으로 그린 삽화와, 박경리를 소재로 한 신작 등 30~40여점이 갤러리 2층에 전시된다. 1층에는 고인의 유품, 생전 사진이 전시된다. (02)519-0800. 새달 4~5일에는 박경리 추모공원 등 통영시 일대에서 여러 문인과 지인들이 참석하는 1주기 추모제도 열릴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3회 시작문학상에 김경주 시인

    시인 김경주가 제3회 시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기담’(2008)이다. 시인은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꽃 피는 공중전화’ 등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 산문집 ‘패스포트’(2007)가 있다. 상금 1000만원.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전시

    ●비욘드 더 라인 5월23일까지 UNC갤러리청담. 젊은 작가 함명수(그림), 혜자, 한지석 등 작가들의 평면작업. 작가들의 선(line)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표면과 실체를 나누고 그 실체를 향해 내달리는 외로운 탐구정신을 표현. (02)543-2798. ●일루전 5월8일까지 박여숙 화랑. 독특한 시각적인 환영을 자아내는 강현선, 김민정, 이경미, 김강용, 패트릭 휴스 등 미술작가 5명의 회화, 설치, 영상 작품 21점. (02)549-7574.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전 8월31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중섭, 월북작가 김용준 등 작가와 이론가들이 쓴 시집과 수필집 80여권 전시. 미술과 글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 (02)730-6216. ●고정한 개인전 29일~5월5일 공화랑. 간송미술관의 연구위원이 겸재의 그림 35점을 내놓고 베껴 그린 ‘겸재 진경산수화 모사전’. (02)735-9938.
  • SBS 다큐 ‘코난의 시대’ 휴스턴 국제필름 대상

    SBS 다큐 ‘코난의 시대’ 휴스턴 국제필름 대상

    SBS 미래에너지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개최된 제 42회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에서 대상(Platinum Remi Award)을 차지했다. 특집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한 ‘코난의 시대’(연출 장경수 2008.11.23 방송)는 경제 위기와 에너지 위기로 압축되는 21세기 초의 문명사적 위기에 대한 분석과 대안모색을 시도했다. 실증적 사례를 통해 생활 방식과 인식 변화를 유도해 방송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SBS 드라마 ‘황금신부’, SBS 교양 ‘TV 동물농장’, SBS 스페셜 ‘용서… 그 먼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 ‘체인지’, 희망TV 특집 다큐멘터리 ‘아들의 눈으로 사막을 달리다’등 5편은 은상(Silver Remi Award)을 수상했다. 특집 드라마 부문 은상을 수상한 ‘황금신부’(연출 운군일 백수찬 2007.6.23~2008.2.3 방송)은 한국에 시집온 라이따이한 신부를 통해 다문화 시대의 공존과 이해,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황금신부’는 드라마 외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간의 문화적 이해와 협력에 크게 기여했다. TV 시리즈 가족 어린이 부문 은상을 수상한 ‘TV 동물농장–철거개 편’(연출 박준우 2008.3.9~3.30 방송)은 믿음을 갖고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리는 철거촌 개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Asian TV Awards Reality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TV 동물농장’과 함께 나란히 은상을 거머쥔 ‘용서… 그 먼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연출 조욱희 2007.12.23 방송)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용서한 자와 용서하지 못한 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비극에 관한 성찰과 용서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체인지’(연출 박경덕 2008.4.27 방송)는 하루 동안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독특한 발상과 리얼한 에피소드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신설된 엔터테인먼트 부분 은상을 수상했다. 공익 프로그램 부문 은상을 수상한 ‘아들의 눈으로 사막을 달리다’(연출 안주영 2008 5.10 방송)는 시각장애인 부자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사막 마라톤 도전기를 통해 가족 간의 믿음과 도전정신을 일깨워 호평을 받았다.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한 휴스턴 페스티벌은 뉴욕, 반프 TV 페스티벌과 함께 북미 3대 TV 전문 페스티벌 중 하나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SBS)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손숙 “연극 그만두려 심각하게 고민”

    손숙 “연극 그만두려 심각하게 고민”

    배우 손숙이 연극무대를 떠나려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손숙은 24일 오후 서울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연극 ‘손숙의 어머니’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어머니’를 1999년 처음 시작해서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앞으로 10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더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10년 전 연극 ‘어머니’ 초연무대에 올랐던 손숙은 “그동안 10년이 지났으니까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처음처럼 힘들다. 무대 위애서는 늘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이어 “무대는 정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상을 향해 가던 중에 끝이 나는 것”이라며 “사실 몇 년 동안 연극을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연극을 그만두려고 결심했던 이유를 묻자 손숙은 “내가 가야할 길이 안보였다. 솔직히 연극은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연극을 이 만큼 했으면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늘 그럴 수가 없었다.”며 “공연을 할 때 마다 주변사람들에게 표를 사줄 것을 부탁해야 했다.”고 힘겨웠던 상황을 떠올렸다.하지만 손숙은 “3~4년 전부터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며 “공연장을 찾아오시는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무대가 다시 눈물겹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게 감사하다. 정말 작년부터는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고 무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손숙의 어머니’(극작ㆍ연출 이윤택)는 1999년 정동극장 초연 당시부터 주연이었던 손숙이 20년간 어머니 역 출연을 약속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10년간 이어져 온 이윤택 연출과 배우 손숙의 호흡이 절정에 달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손숙은 이 연극을 통해 입심과 유머감각, 특유의 애절한 연기로 표현되는 절정의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는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해 객석을 웃음과 감동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연극 ‘손숙의 어머니’는 일제의 징용과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관통하면서 남편의 바람기, 혹독한 시집살이,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해학적이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그려낸다. ‘손숙의 어머니’는 4월25일부터 5월24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시대정신 담기 35년… 아직도 타는 목마름

    시대정신 담기 35년… 아직도 타는 목마름

    창작과 비평(창비) 시선이 최근 35년 만에 300번째 시집을 냈다. 1번 시집 ‘농무’ 이후 김용택의 ‘섬진강’,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 현실 참여 성향의 시로 한국시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우리 문학사의 한획을 긋기에 그동안 도도하게 흘러 왔던 시의 물줄기를 편지형식으로 기사화했다. 네, 창비시선입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1975년 3월 신경림(73)의 첫 시집 ‘농무(農舞)’로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이렇게 길게 갈 줄 몰랐습니다.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어깨 겯고 버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 뿐이었습니다. 버티는 것조차 버거워지면 어쩔 수 없이 꺾이는 거라고 내심 생각도 했습니다. 또한 그렇게 주저앉는 것도 훗날 역사가 기억해줄 것이라고 미리 위로도 해봤습니다. 꼬박 서른 다섯 번 봄꽃이 피었다가 저물었습니다. 남루한 우리네 삶을 시의 언어로 바꿔내는 시인들은 도처에 많았습니다. 절망 속에서 애써 아름다움을 얘기한 희망의 시인들도 있었습니다. 그제껏 밤하늘 별나라 얘기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시를, 사람의 얘기, 이 땅의 얘기로 채워내려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무려 299개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네요. 이제 막 하나 더 보탰으니 딱 300개입니다. ●이종욱 ‘꽃샘추위’ 등 숱한 시집 판금조치 신경림의 ‘농무’는 어땠나요. ‘민중’의 실체조차 과학적으로 정립되지 않았을 때였지요. 또 혹독한 현실은 지식인, 문인들조차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안으로만 빠져들게 만들 때였지요. 하지만 ‘농무’를 통해 민중이야말로 꿈틀거리는 역동성과 함께, 현실을 딛고 설 수 있는 건강성을 품고 있는 사회 변혁의 주체임을 문학적으로 드러냈다고 자부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고통스러웠습니다. 그저 시집 한 권 내는 것이 시대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노래로, 연극으로 모양을 달리하며 끈질기게 이어온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1982년)는 당시 편집장이었던 시인 이시영이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만들었습니다. 그뿐이었나요. 조태일의 ‘국토’(1975), 황명걸의 ‘한국의 아이’(1976년), 양성우의 ‘북치는 앉은뱅이’(1980년), 이종욱의 ‘꽃샘추위’(1981년) 등 숱한 시집들이 합법적으로 읽히지 못한 채 판매 금지됐습니다. 그런 곡절을 거치며 모더니즘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시작(詩作) 경향을 ‘리얼리즘’으로 바꿔 내는 한복판-결국은 그곳이 사람 속, 민중 속이었습니다-에 있었음은 고통이었고 즐거움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나온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51만부가 넘게 팔려 초대형 베스트셀러 시집이 됐습니다. 박노해의 ‘참된 시작’(10만 7000부), 정호승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2만부) 등도 보태져 시집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35년 동안 신경림이 8권, 김용택·정호승이 각각 7권, 고은이 6권의 시집을 창비에서 냈지만 이제 창비만을 고집하는 시인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죠. 최근 저희를 통해 첫 시집을 냈던 김선우의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2000년), 문태준의 ‘수런거리는 뒤란’(2000년), 손택수의 ‘호랑이 발자국’(2003년) 등 젊은 시인들의 시를 한 번 읽어 보세요. 저희의 변함없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 그리고 또 다른 35년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300개 발자국 하나하나마다 새벽 이슬이 맺혔고, 비가 내렸고, 우리의 눈물이 고였습니다. 밤하늘에 박혀 있던 별이 조심스레 내려와 또 다른 별을 새겨 놓았습니다. 굳이 높은 곳만 보지 않더라도 땅을 보고, 사람을 보고도 밤길을 걸을 수 있게 총총히 밝혔다고 조심스레 자부합니다. 이제 다음달에 만나게 될 301번째 발걸음 ‘야생사과’(나희덕 지음)부터는 판형을 조금 키우고 표지 디자인도 바꾸려고 합니다. 또 다른 300번의 걸음의 시작이 된다 생각하니 처음의 긴장이 새록 솟아나는 듯합니다. ●현실참여 ‘리얼리즘’ 詩作 꽃 피워 지난 20일 300번째 시선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박형준·이장욱 엮음)를 내놓은 기념으로 북콘서트를 가졌습니다. 24일에는 광화문 한 선술집에서 299개 발자국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여 조촐한 축하잔치를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24일 수원을 시작으로 6월 하순까지 광주, 울산, 부산, 전주, 제주 등 전국을 돌며 시 낭송회를 가지려 합니다. 꼭 오시면 좋겠지만 설령 못 오시더라도 저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지난 35년 동안의 주요 시집 36종의 시인 자필 사인본을 판매할 것입니다. 시(詩)는 노래되어야 시니까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안양천 뚝방 야외도서관 인기

    안양천 뚝방에 야외도서관이 생겨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양천구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안양천 제방에 도서함을 설치, 안양천 이용 주민이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뚝방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안양천은 그동안의 생태환경 복원과 정화 노력으로 수질이 개선, 잉어와 철새가 찾아오고 있다. 또 각종 체육시설과 레저공간을 조성해 안양천을 찾는 주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구는 주민이 잠시 휴식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뚝방도서함을 설치했다. 뚝방도서함은 1.1×0.9×0.5m 크기로 적성목을 사용, 2단으로 디자인했다. 설치 위치는 신정교 피크닉 광장, 목동운동장 보도육교, 양평교, 식약청 앞 4곳이다. 주로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시집이나 에세이집 등으로 1097권을 비치했다. 도서함은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개방상태로 운영된다. 비치 도서는 안양천 관리사무소가 수시순찰을 통해 현장 관리한다. 또 도서는 주민과 각종 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증받을 예정이다. 책은 동 주민센터 도서방과 연계해 일정기간 비치한 다음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의현 구 재난치수과장은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개방한 뚝방도서함이 안양천을 즐기는 주민 모두의 문화도우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며 “앞으로도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안양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투병끝에 한층 맑아진 시어

    투병끝에 한층 맑아진 시어

    고통, 외로움, 서러움은 감성을 더욱 명료하게 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시인의 시어는 한층 맑아졌고, 사유는 더욱 맑고 담백해졌다. 작은 제비붓꽃, 야생장미, 그리고 바로 곁에 있는 아내 등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더욱 짙어졌음은 물론이다. 마치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동시 써내려 가듯한 그의 시에 질박한 느낌의 연필 스케치 그림까지 더해졌다. 시 읽는 맛이 최고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나태주(64)는 2007년 3월 췌장염에 걸려 의사로부터 ‘1주일 내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105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는 등 7개월에 걸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했다. 그럴수록 나태주는 악착같이 착한 시를 썼고, 순수한 그림을 그렸다. 시인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시인의 운명처럼 이것들 또한 시화집 ‘너도 그렇다’(종려나무 펴냄)로 다시 태어났다. 1999년 첫 번째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이후 두 번째 시화집이자 자신의 서른 번째 시집이다. 작은 행복에 대한 간절한 바람, 난초 이파리 하나에 느끼는 소중한 아름다움은 너무 흔하고 진부한 듯하지만 나태주를 거치고 나면 담백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정신세계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런 식이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행복’ 전문) 병상 곁에 엎어져 잠든, 지아비의 죽음이 예고된 아내를 보고 새록새록 느껴지는 연민, 사랑은 “이 지푸라기 머리칼을 가진 여자를/ 언제 또 쓰다듬어주나?/…/이 지푸라기 머리칼을 가진 여자를/ 어디가서 다시 만나나?”(‘아내2’)로 드러난다. 나태주는 그림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은 대단히 세밀하면서도 예쁘다. 그는 “외롭고 서러울 때면 그림을 그렸다.”면서 “그저 느낌대로 민들레를 그리고, 야생장미를 그리며, 자기 최면을 걸 듯 삶의 의지를 되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꽃이나 사람이나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예쁠 수밖에 없다.”면서 “인간관계도, 세상도, 인류도, 우주도 마찬가지로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시인의 힘은 ‘관찰’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한국인의 애송시 ‘귀천(歸天)’의 작가 천상병(1930~1993년) 시인을 기리는 공원이 탄생한다. 노원구는 상계동 996의27에 ‘시인 천상병 공원’(480㎡)을 완공해 24일부터 주민에게 개방한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표현한 높이 1.4m의 청동 등신상과 정자 귀천정(歸天亭), 시인의 시를 조각한 석재 시비와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비 등을 마련했다. 공원 주변에는 시인의 시에 자주 나오는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매화, 장미 등을 심어 놓았다. 구가 천상병 시인을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은 시인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7년간 상계동에 살았던 인연 때문이다. 당시 시인은 이곳에서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를 비롯,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구는 그가 살았던 상계동 1117의12(현재 연립주택)에 시인을 기리는 표지석을 세웠다. 구는 24일 안경, 찻잔, 집필 원고 등 시인의 유품 203점을 모아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를 갖는다. 이 캡슐은 시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2130년 1월29일에 공개된다. 이노근 구청장은 “앞으로 이곳에서 천상병 시 낭송회, 시화전, 백일장,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수시로 열어 고인의 시 세계를 기리고 지역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제20회 김달진문학상] 비슷한 연배 중심 수상 관행 깨

    ■ 진화하는 김달진문학상 황 시인이 지난달 출간한 시집 ‘겨울밤 0시 5분’은 심사위원들(김인환, 김명인, 조정권, 이숭원, 최동호·이상 존칭 생략)로부터 한목소리로 “감각과 감성으로 쌓은 언어의 금자탑에 정신의 높이까지 자리잡은 최상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여기에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몸 전체의 감각으로 표현한 한국문학사 최초의 시인”이라는 극찬까지 더해져 이견의 여지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또한 문학평론가인 최 교수는 그동안 꾸준하고 우직하게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천착하며 평론 연구의 깊이와 영역을 심화시켰다. 특히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은 그의 ‘토지’에 대한 연구 성과를 컴퓨터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읽고 해석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온 독보적인 작업이 높게 평가받았다. 김윤식, 김종회, 문흥술, 유성호, 최동호(이상 존칭 생략) 등으로 꾸려진 평론 부문 심사위원들은 “‘토지’라는 단 한 작품을 줄기차게 파고들어 그 작품을 보편성의 영역으로 밀어올린 비평적 치열성은 그가 만들어낸 비평적 지형도의 탄탄한 얼개를 확인시켜 줬다.”면서 “디지털 시대의 상상력은 ‘토지’의 논의와 구체적으로 연결지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학상 빛낸 역대 수상자들은… 월하 김달진(1907~1989)을 기리는 문학상이 제정된 1990년 첫 수상자는 박태일(경남대 국문과 교수)이었다. 당시에는 평론 부문이 없었고 상금도 없었다. 세속의 가치에 초연했던 김달진의 높은 동양 철학과 숭고한 정신세계를 기리는 데는 굳이 상금이 필요없었다. 그 명예만으로도 가슴 벅찰 일이었다. 이후 이준관, 김명인, 이하석, 송재학, 이문재, 고진하 등으로 이어져오는 역대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김달진의 고고한 시 세계를 따라 배우려는 이들로 엄선됐다. 그리고 1998년 평론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 신덕룡 광주대 교수를 첫 수상자로 뽑았다. 생명과 생태, 환경의 가치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후 내처 시인으로 등단,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는 나이 마흔 살에 늦깎이로 등단, 중앙 문단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문인수를 ‘발굴’해 그의 아름다운 시어와 해맑은 감수성의 이미지를 널리 접할 수 있게 했다. 문인수는 일곱 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미당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오는 6월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 시낭송회를 갖고, 시상식은 오는 9월19일 김달진 문학제가 열리는 경남 진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김달진 문학상이 최고의 문학상을 향한 진화(進化)를 거듭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에는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시집 ‘겨울밤 0시 5분’이, 평론 부문에는 최유찬(58)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평론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각각 수상작으로 뽑혔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김달진 문학상 심사를 앞두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로 비슷한 연배나 특정 경향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결정해온 문단의 관행을 깨보자는 것이고, 두 번째로 최고의 문학상의 권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뽑자는 것이었다. 시 부문 상금이 2500만원으로 상향조정(종전 2000만원, 평론은 2000만원)된 배경이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황동규’라는 원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근거가 됐다.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우직하게 매진하며 평론에서 일가를 이뤄낸 최 교수가 수상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 부문-시인 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끊임없이 삶과 부딪쳐 작품 세계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삶과 부딪칠 때는 늙음도, 젊음도 따로 없습니다. 사람과 삶, 세상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시집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51년 시 세계에는 매너리즘이 끼어들 틈이 없다. 화려했던 어느 시절을 돌이켜보거나, 나이가 많다고 하여 삶을 관조하는 듯한 작품은 책상에 눌러 앉아 머리로만 시를 쓰는 이들의 몫이라고 잘라 말한다. 황동규의 시가 가진 미덕은 추상적 사유에 구체성을 불어넣는 것, 세상을 관조하지 않지만 관조되어지는 것, 그래서 자연스러운 시 읽기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삶과 부딪쳐 쓴 ‘현장파’ 시집 원로급인 황동규의 수상은 김달진 문학상이 주로 중견 시인들이 받아 왔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하지만 오로지 삶과 부대끼며 사람과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서정의 샘을 파헤쳐온 ‘현장파’의 시집이 이견없이 수상작품으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그는 “시집 낸 직후 독자들과 선후배 동료들이 이메일 등을 보내 잘 읽었다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냈던 14권의 시집 중 반응은 제일 좋았고 김달진 문학상까지 받게 돼 더욱 흐뭇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정신으로 시어 이끌어 특히 그가 강조하는 점은 ‘계획없이’ 얽매이지 않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어느 후배에게 이제 시집 1, 2권 더 내고 끝내야겠다고 했더니 79살 된 미국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 제목을 줄줄이 들이대며 혼내키더라. 죽을 때까지 계속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이숭원(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사소한 자연의 변화, 사람 마음의 미세한 기미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하여 ‘몸의 맛’과 ‘삶의 맛’, 그리고 ‘시의 맛’을 살려내려는 사랑의 정신이 그의 시를 이끈다.”고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시인 황동규 ▲193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58년 ‘현대문학’에 ‘시월’, ‘즐거운 편지’, ‘동백나무’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상작 ‘겨울밤 0시 5분’(2009)을 비롯해 ‘꽃의 고요’(2006), ‘풍장’(1995) 등 14권이 있음 ■평론 부문 - 최유찬 교수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 ‘소설 토지’와 ‘게임서사’,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두 개의 키워드를 붙잡고 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다. 둘 사이에 연결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최유찬 연세대 교수는 그 작업의 결실 중 하나인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서정시학 펴냄· 2008)으로 이번 제20회 김달진 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다. ●토지 독법 게임서사에도 적용 소설 ‘토지’에 대한 최 교수의 애정은 십년 세월을 넘어섰다. 1996년 ‘토지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토지 관련 서적을 꾸준히 내고 있는 그는 “토지를 통해 작품을 읽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체득했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포클레스’로, 루카치가 ‘도스토예프스키’로 문학이론을 정립했듯이 최 교수는 토지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 셈이다. 실제로 그 방법을 다른 작가와 작품에 적용한 대표적 예가 2006년 나온 채만식론인 ‘문학의 모험’을 비롯, 수상작에 수록된 ‘신석정론’과 ‘오영수론’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토지의 독법을 문학작품을 넘어 게임서사에도 적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서사는 그가 토지를 통해 정립한 ‘상(象)을 읽는 독법’을 적용하기에 가장 알맞은 서사 형태다. ●우리 비평 너무 서구이론에 경도 그는 “이 독법은 텍스트를 읽은 후 눈을 감고 차례로 전체 텍스트를 떠올릴 때 남아 있는 영상의 형태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게임서사가 그런 식의 지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이 방법으로 문학작품과 게임서사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해 갈 생각이다. “동·서양 전통을 융합한 비평방식을 개척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의 비평 경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 전통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우리 비평들은 너무 서구 이론에 경도돼 있다.”고 비평계의 각성을 요구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평론가 최유찬 ▲1951년 전북 부안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저서로 ‘한국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2008), ‘컴퓨터게임과 문화’(2004), ‘문학텍스트 읽기’(2004) 등 ▲2007년 연세대학교 학술상, 1996년 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상 등
  • 4·19혁명 ‘마산의 잔 다르크’ 노원자 할머니의 소회

    4·19혁명 ‘마산의 잔 다르크’ 노원자 할머니의 소회

    1960년의 봄은 온통 암흑투성이였다.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은 장기 집권을 꿈꾸며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당시 경남 마산제일여고 학생회장이었던 노원자(66·당시 17세) 할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덮고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해 이른 봄 마산시내 거리는 “부정선거 물리치고 공정선거 다시 하라.”는 구호로 넘쳤고 17세 소녀는 숨겨서 가져 나온 플래카드를 펴들고 마산경찰서 앞까지 진격했다. 경찰은 낮에는 최루탄과 물대포로 응수했고 밤에는 총탄을 쐈다. 하지만 학생들의 행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노 할머니는 “그렇게 내 친구가, 선배들이 총탄에 쓰러졌다.”며 50여년 전을 아프게 돌아봤다. 그해 4월11일 마산 중앙동 앞 바다에서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마산상고 1학년생 김주열군이었다. 분노한 마산 시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왔고 소녀도 합세했다. 경찰 기동대가 붙잡아 가는 와중에도 소녀는 “경찰은 학생 학살을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이 사건은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독재정권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함성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정치인을 꿈꾸던 소녀는 항상 시위대 선봉에 섰고 장면을 찾아가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의 횡포에 맞서 싸워줄 것을 부탁했다. 고은 시인은 시집 ‘만인보(萬人譜)’에서 그런 그녀를 ‘마산의 잔 다르크’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꽃 같은 고교 시절을 지낸 그녀는 1961년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들어가 졸업하면서 모교인 경남 마산 제일여자중학교에서 2년간 영어교사도 했다. 결혼을 하면서 학교를 그만뒀고 지난주 남편과 사별했다. 10대 소녀에서 이제 60대를 훌쩍 넘긴 할머니이지만 가슴에는 암울했던 역사와 독재 정권의 총칼 앞에서도 당당했던 피끓는 청춘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노 할머니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 경찰 물대포에 맞서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그때의 아픔을 우리 손자 손녀들이 아직도 겪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서글펐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러면서 “요즘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정부가 펴낸 학습동영상 자료에 4·19를 데모로 표현한 것을 예로 든 것이다. 그러더니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4·19혁명의 승리자가 누구였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2006년 국가보훈처에 4·19혁명 유공자로 신청했지만 ‘활동 소명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노 할머니. 하지만 “역사의 훈장은 이미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웃어 보였다. 노 할머니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4·19혁명 49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50여년 전 못다 이룬 세상을 다시 한번 꿈꿔 볼 생각이라고 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12개 예술단체 문화소외지역 찾는다

    12개 예술단체 문화소외지역 찾는다

    벽촌에서 무용을 배우던 한 소녀는 우연찮게 그 지역을 찾아온 영국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쇼크상태에 빠진다. 자신이 연습하던 춤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현격한 차이를 느낀 소녀는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다. 하루에 한 켤레씩 토슈즈가 헤지도록 연습에 몰두하던 소녀는 마침내 오디션을 통과해 영국 발레 유학길에 오른다. 돈키호테, 지젤, 라 실피드 등 다양한 발레 레퍼토리를 실사에 가까운 그림과 함께 보여준 일본 만화 ‘백조’의 줄거리가 그렇게 시작한다. 이런 스토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지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부터 ‘국립예술단체와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을 편다. ‘출발! 문화로 여는 희망세상-문화에 길이 있다’는 제목의 이 행사는 국립발레단이 20일과 21일 양일간 전라남도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신데렐라’를 공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12개 국가운영 예술단체들이 50개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을 찾아간다. 마지막 공연은 11월28일로, 국립오페라단이 제주문예회관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갈라콘서트로 마련한다. 강봉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국장은 “국가 대표 예술단체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임으로써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증진시키고자 했다.”며 “장르 선호도와 재정 여력 등을 감안하여 문화소외 지역을 우선으로 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관람비는 5000~1만원으로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공연 후에는 작품 및 단체 소개와 무대의상 및 무대 체험, 사인회,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5월 24, 25일에는 충청도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국립발레단이 ‘김주원이 들려주는 발레이야기’를, 26일에는 예산문예회관에서 국립남도국악원이 ‘남도판타지’를, 30일에는 경기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국립창극단이 ‘시집가는날’을 공연한다. 특이한 공연장으로 울릉도의 한마음회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민속국악원이 ‘깨비깨비 도깨비’(9월16~17일)를 공연한다. 이번 ‘방방곡곡 문화공감’의 특징은 부담 없는 관람료로 제대로 된 예술단이 제대로 된 장소에서 공연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각 지역의 공연일정은 전국문예회관연합회 홈페이지(www.nacac.or.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사투리는 힘이 세다/김종면 심의위원

    [서울광장] 사투리는 힘이 세다/김종면 심의위원

    “우리 고장에서는/오빠를/오라베라고 했다./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오오라베 부르면/나는/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박목월 시인의 시 ‘사투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투리 혹은 방언이라는 이름의 고향말. 그것은 정말 그렇게 앞이 칵 막힐 만큼 좋은 것일까. 방언사전을 들춰가며 읽어야 할 평북 사투리가 어지럽게 춤추는 백석의 ‘여우난골족’ 같은 시가 왜 한국인의 애송시 목록에 늘 오를까.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에는 특별한 사투리 감성이 녹아 있나 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일상에서는 사투리가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다. 지난주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제주 지역어 생태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어의 80%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으남(안개), 상고지(무지개), 골레기(쌍둥이) 같은 제주말들을 앞으로 영영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주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제주 사투리 구사 기능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제주어 보존과 육성을 위한 조례도 마련돼 있다. 사라져가는 사투리 보존운동을 펼쳐온 한국시인협회에서는 우리 문학사상 처음으로 ‘요 엄창 큰 비바리야 냉바리야’(‘이 당찬 처녀야 노처녀야’의 제주방언)라는 팔도 방언시집을 내기도 했다. 지역 방언을 가꿔가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 문화와 전통, 구체적 일상이 담긴 소중한 민족 유산이기 때문이다. 세계언어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도 한국처럼 지역 특유의 방언문화를 꽃피우진 못했다. 다양한 방언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풍성한 말글살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방언이야말로 언어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13일 국립국어원장에 임명된 권재일 서울대 교수는 “표준어 때문에 방언이 죽어선 안 되며, 방언은 방언대로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수 표준어’ 규정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조선어학회가 1933년 제정한 표준어 규정을 보면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고 되어 있다. 1988년의 개정안 또한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해 변함없이 서울말을 표준으로 삼았다. 표준어 규정을 처음 만들 당시의 서울 인구는 20만명에 불과했다. 그때의 서울말과 인구 1000만명의 지금 서울말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어문정책은 경직된 표준어 중심의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민족의 언어 자산을 서울 지역에 한정해 방언을 홀대했다. ‘복수 표준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곁을 떠나가는 사투리들을 어떻게 붙잡아 두느냐 하는 것이다. 표준어 규범은 물론 엄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투리의 아름다움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사투리의 미학이 문학 텍스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근 경상도사투리판소리연구회가 공연해 호평받은 경상도 사투리 ‘수궁가’가 떠오른다. 판소리라고 하면 전라도 사투리로만 부르는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이들의 공연은 역발상의 신선한 감동을 줬다. 사투리는 이처럼 ‘활용’되어야 한다. 뚝배기의 전라도 말 오모가리가 유명 상호로 자리잡은 것도 바로 사투리의 힘이다. 언어는 사람처럼 나고 죽는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뛰어놀 공간만 마련해 준다면 그것은 영원히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김종면 심의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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