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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TV 하이라이트]

    ●한글날 특집 쉿! 욕 없는 교실 만들기(KBS1 오전 10시 55분) 프로그램 ‘예그리나’는 ‘욕설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진행하는 다양한 솔루션 가운데 학생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매일매일 서로 예그리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본다. 그렇게 고운 말, 미운 말을 짚어주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욕설로 얼룩진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본다. ●사랑아 사랑아(KBS2 오전 9시) 윤식(선우재덕)은 승희(황선희)의 사진과 배냇저고리를 싸들고 서울로 올라와 명주(이일화)를 기다리지만 곱단(이지은)이 대신 나온다. 그리고 곱단은 윤식을 만나지 않겠다는 명주의 편지를 전한다. 노경(오창석)은 승아(송민정)와의 지난 일을 털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편 말년(김보미)은 삼추(김규철)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엄마가 뭐길래(MBC 밤 7시 45분) 사업 실패로 집을 날린 뒤 이를 숨긴 채 문희 여사의 집에 들어온 서형과 승수. 문희 여사는 일단 이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문희는 서형과 미선을 데리고 찜질방에 가려 하고 시집 식구들과 함께 가기 싫은 미선은 핑계를 대고 따로 찜질방에 들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문희와 서형을 발견하고는 숨기 위해 불가마방으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생후 5개월인 현욱이는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현욱이는 선천성 심장질환과 함께 호흡곤란을 가져오는 기관협착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선천성 심장 질환인 대동맥 판막 협착과 좌심실, 우심실 사이에 구멍이 생긴 심실중격결손으로 인해 폐동맥 고혈압과 심부전까지 앓는 상황인데….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한 해 약 261회, 총 1566시간의 자원봉사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김승용씨. 그는 선천적 정신지체장애를 딛고 날마다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 봉사란 살아가는 이유이자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 그 자체라고 말한다. 자신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승용씨의 바쁘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엿본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충남 공주시의 조용한 산중. 시끌벅적 하루도 조용한 날 없는 서당이 있다. 엄한 아버지 같은 정병호 큰 훈장님과 정다운 어머니 같은 정민호 작은 훈장님, 그리고 저마다 가슴에 사연 하나씩 품고 서당에 온 23명의 아이들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두 훈장님을 부모님이라 여기며 한솥밥 먹고 지내는 이들의 일상으로 빠져본다.
  • [문화마당] 시어머니 한 번 모셔봤으면/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시어머니 한 번 모셔봤으면/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아! 나도 시어머니 한 번 모셔봤으면….” 이 기막힌(?) 말은 20여년 전에 내 아내가 했다. 결혼한 친구들을 만났더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시어머니 험담을 하더란다. 일부는 중립을 지키는 신랑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단다. 바로 그런 성토 분위기에 내 아내가 찬물을 끼얹은 말이 바로 “시어머니 한 번 모셔봤으면”이다. 나의 부모님은 함께 월남하셨기에 남쪽에는 친척이 별로 없다. 자식도 많지 않아 형제만 두셨다. 그나마 두 분 다 내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시댁의 실체가 거의 없다 보니, 결혼과 관련해 신랑 쪽에서 내려야 할 모든 결정은 내가 내렸다. 나는 함 들어가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는 게 싫어 나 혼자 함을 들고 처가에 갔다. 피로연도 없앴다. 아내에게 시부모님은 사진 속의 모습과 산소의 비석으로 입력되었을 뿐이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내의 친구들이 겪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들으면 화가 살짝 난다. 아내의 이야기에 내가 처음 하는 질문은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할 수 있나?”이다. 그런데 아내의 말에는 참 이상한 힘이 있어, 조금 듣다 보면 아내의 말이 곧 사실로 다가온다. 그러면 나는 또 이런 질문을 한다. “그럼 OOO씨(신랑)는 뭐 한대? 그냥 보고만 있대?”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남편들 중 50% 정도는 어머니 편을 들고, 40% 정도는 아예 끼어들지 않으려 한단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좀 불만이다. 아니, 결혼한 남자에게 누가 가장 가까운가? 아내와는 촌수도 없는 일심동체 아닌가? 또한 자기 인생을 던져 남편 한 명만 바라보고 시집에 합류한 그 여인을 남편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게 말이 되나? 그런데 남편의 무려 90%가 어머니 편을 들거나 고고한 척 중립을 지킨다고? 요즘 부부 간 갈등을 보면, 시집 식구들의 간섭 때문이 적지 않다. 어엿한 ‘남의 가정’에 왜 이러쿵저러쿵 간섭을 할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왜 스스로 그런 외부 간섭을 물리치지 못하고, 그 감당을 슬쩍 아내에게 넘길까? 시어머니의 간섭도 이해가 안 가는데, 시누이 간섭이나 손윗동서의 간섭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 누나나 형이나 형수가 자신의 아내에게 막 대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준엄하게 한 마디 액션을 취하는 게 정말 그렇게 힘들까? 아니면 귀찮아서 빠지는 걸까? 이런 내 생각을 친구들에게 밝히면, 대개 “너도 한 번 겪어 봐. 그게 그렇게 간단하질 않아. 겪어 보지 않았으면 입 다물어.”라면서 머리를 흔든다. 아내는 딸부자 집 셋째 딸이라 중간에 끼여 위 아래로 치이며 있는 듯 없는 듯 컸다. 처가에 다들 모일 때도 대개 설거지하는 딸(아내)만 노상 설거지를 했다. 처가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궂은 일은 아내 몫이었다. 아내조차 그걸 잘 느끼지 못하며 성장했고, 결혼 초기에는 나도 미처 간파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며 이런 분위기는 셋째 사위인 내게도 자연스레 전이되었다. 그러나 처가에서 아내의 위상을 분명히 느낀 나는 10년 전 처가 모임에서 “영희(가명)는 이제 아버님 어머님의 딸이기 이전에, 영희는 스스로 영희이며 또한 제 아내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물론 무슨 얘기가 나왔을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타이밍을 맞춰 부드럽게 공표했다. 그래도 “영희는 내 식구이므로 앞으로는 부모님일지라도 함부로 뭐라 하지 마시라.”는 공개선언이었으니, 다른 처가 식구들은 아예 토를 달 여지도 없었다. 그날 분위기는 좋았고, 아내의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다른 자매들의 시샘도 한몸에 받았다. 처가에서 사위의 말과 시가에서 며느리의 말이 그 무게에서 엄청 다르지만, 이제는 한국의 남편들이 그 차이를 좁히는 데 나설 때이다. 한국의 ‘시집문화’를 ‘처가문화’ 수준으로 바꿀 주체는 바로 이 땅의 남편들이다. 한가위 보름달이 지켜볼 것이다.
  • [4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재식씨네가 어렵게 이어오던 농사는 부도로 끝이 났다. 필리핀에서 온 아내 유리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4남매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만 빠듯한 형편에 면책금과 집세를 해결할 길이 없는 재식씨. 한편 7개월 된 유진이를 필리핀으로 보내고,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아내의 이야기에 재식씨는 할 말을 잃고 만다. ●TV 유치원(KBS2 오후 4시 30분)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커다란 바위가 마을 정자 앞에 떨어졌다. 한 도사님이 말하길 이 바위는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위에 자신의 소원을 빌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바위에 소원을 비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일까.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살림 코너 고정 MC 테스트 제안을 받은 진행은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린다. 미자로부터 진행이 신경성 위염으로 중요한 시험을 망쳤던 일들을 듣게 된 시완은 테스트 전까진 진행에게 자신의 유학 이야기를 비밀에 부치려 한다. 한편 ‘퍼펙트맨’이란 아이디로 ‘러브 홍’에게 연애상담을 해왔던 석진은 ‘러브 홍’이 연우임을 알고 놀란다. ●너라서 좋아(SBS 오전 8시 30분) 진주(윤해영)는 자신에게 사은품을 선물한 명한(박혁권)이 의심스러워 물어보고, 명한은 수빈(윤지민)에게 목걸이를 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한편 진주와 공자(라미란)는 수빈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수빈에게 목걸이를 선물한 남자가 누구인가로 흘러간다.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EBS 밤 12시 5분) 럼티티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2년이 되어 간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럼티티는 나이는 어리지만 잔소리에도 할 말은 하고, 원하는 건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당찬 새댁이다. 살림솜씨는 서투르고 실수투성이이지만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모든 것은 그녀에게 즐거운 한국 생활 공부가 된다는데…. ●올리브(OBS 밤 11시 5분) 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류승범 대역으로 휘파람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는 강성진. 웬만한 악기 연주에 버금가는 능숙한 휘파람 실력을 갖고 있다. 이를 눈여겨 본 장재인 측에서 앨범 준비 중에 세션으로 참여 제의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 소화기 내과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 뮤지컬·연극 ‘추석세일’

    한가위 때 가족과 함께 떠나는 공연장 나들이는 어떨까. 명절마다 온 가족이 TV 프로그램 삼매경에 빠졌다면, 가족과의 공연장 방문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짧은 연휴,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공연들을 소개한다. 지난 6월 막올린 뮤지컬 ‘시카고’(디큐브아트센터)는 다음 달 7일 4개월에 걸쳐 서울 공연을 마무리한다. 추석 연휴를 포함해 남은 서울 공연은 단 10여회. 세계 30여개국, 250여개 도시에서 공연된 스테디셀러답게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 중이다. 인순이, 최정원, 남경주 등 중견배우들이 1920년대 격동기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농염한 재즈선율과 관능적 유혹을 선보인다. 추석연휴 할인율은 20~30%선.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충무아트홀)는 오는 29일까지 최대 40%의 추석맞이 할인예매를 진행한다. 다음달 7일 막을 내리기 전 부담 없는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 바친 한 남자의 숭고한 사랑이 류정한·윤형렬·카이 등의 연기를 통해 되살아난다. 주인공 돈키호테를 통해 꿈과 이상,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이야기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샤롯데시어터)도 연휴 공연에 3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대극장 공연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실력파 배우들로 무장한 중극장 뮤지컬 역시 큰 폭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는 30%선의 할인티켓을 마련했다. 새로운 각색으로 찾아온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두산아트센터 연강홀)와 ‘왕세자 실종사건’(아트원시어터 1관)도 추석 공연에 각각 30%, 50% 할인한다. 한가위와 닮은 넉넉하고 풍성한 연극도 널려있다. 신라시대 최고의 미인인 수로 부인 설화를 각색한 극립극단의 두 번째 삼국유사 프로젝트 ‘꽃이다’(백성희장민호극장)는 추석 당일(30일)을 제외하고 공연을 이어간다. 1만~3만원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표 연극배우들이 펼치는 기발한 판타지를 맛볼 수 있다. 4050세대를 위한 가슴 따뜻한 연극도 있다. 2009년부터 4년째 객석을 눈물바다로 물들인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성균관대 새천년홀)은 29~30일 공연을 40% 할인한다. 탤런트 강부자가 암에 걸린 딸과 보내는 마지막 2박 3일을 연기한다. 친구의 장례식장을 찾은 50대 친구들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여행’(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아버지들이 가장 공감하며 눈물을 훔칠 연극이다. 고 윤영선 작가의 5주기를 맞아 2005년 초연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의 사계절 축제인 ‘추석난장’은 무료 공연이다. 올해 13회를 맞아 한가위의 넉넉함과 흥겨움을 맛보도록 했다. 예술단 미르의 ‘난장 음악회’와 국립극장 3개 전속 단체의 연합공연 ‘전통 연희 한마당’, 국악 뮤지컬 ‘시집가는 날’ 등으로 구성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9살부터 시집보내자!” 이집트 제헌위원 주장 논란

    ”일찍 결혼한다고 학교 못마치는 것 아니다. 10살 전에 시집보내자!” 이집트의 한 지도자가 이런 주장을 펴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집트 헌법제정위원이자 무슬림 사이피 정파 지도자인 자시르 바르후미가 최근 인터뷰에서 “9살 이상의 여자에겐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14살 미만의 어린이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며 혼인연령을 낮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집트의 혼인연령은 18살이다. 최소한 이 나이가 되어야 혼인을 치를 수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혼인연령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이집트 헌법제정위원회에는 국회를 장악한 이슬람 정치인들이 다수 참여해 정치적 불균형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좌파 진영 등은 “헌법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잡는 최고 상위법으로 국민의 대표가 고르게 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슬람의 독주를 비판하고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정서적 공감, 멘토링의 힘이죠”

    “정서적 공감, 멘토링의 힘이죠”

    대학생 최영화(20·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2)씨는 두 달 전 동생이 생겼다. 강동구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에 참가한 최씨가 멘토로서 돌봐 주고 있는 성일초 6학년 김설아양이다. 최씨는 시를 좋아하는 김양을 위해 시집을 선물해 주고, 또 함께 노트에 시를 채우며 시집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씨는 “여기서 하는 학습지도는 과외와는 느낌이 다르다.”며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관심을 보여 주는 걸 아이들이 좋아해서 참 보람차다.”고 말했다. 27일 강동구에 따르면 친한 친구 멘토링은 대학생과 지역 아이들의 정서적 소통을 돕고 봉사 및 학습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난 7월 처음 시행됐다. 멘토와 멘티 각 15명이 1대1로 짝을 이뤄 주 1회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멘토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찰대 재학생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봉사단 활동을 해오던 학생들이다. 멘토들은 매주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한다. 뿐만 아니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문화 활동을 하고, 지난달에는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봉사활동도 같이 했다. 멘토로 활동 중인 고동연(고려대 미디어학부1)씨는 “고등학교 때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다 대학 진학 이후 다시 활동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새내기라 대학생활이 바쁘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봉사활동을 계속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친한 친구 멘토링을 올 연말까지 운영해 본 뒤 결과에 따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대학생이 되면 지역사회 활동과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멘토 활동이 스스로 사회의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강에서 시작한 인류, 대양으로 가기까지

    강에서 시작한 인류, 대양으로 가기까지

    추석 연휴 기간에 다큐멘터리도 시청자를 찾아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KBS 1TV에서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4일에 걸쳐 앙코르 방송되는 ‘슈퍼 피쉬’다. 첫날에는 오후 10시 30분에 1부를 방영하는 등 편성 시간대가 날짜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편성표를 참고해 두는 게 좋다. 이 프로그램은 2년간 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5대륙 24개국을 돌면서 KBS가 자체 제작한 다큐 프로그램으로 영상미와 스토리가 뛰어나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덕에 해외에서 러브콜도 숱하게 받았다. 인류가 강가에서 물고기 사냥을 시작한 1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강에서 호수로, 호수에서 대양으로 전진해 가는 과정에다 각종 낚시 도구의 발달과 물고기와의 대결을 짚어 냈다. 최고 12% 시청률이라는, 다큐멘터리로는 좀처럼 쉽지 않은 기록을 선보이기도 했다. 역동적 현장을 생생하게 잡아내기 위해 촬영·편집에서 3D 구현까지 많은 애를 썼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음 선보인, 60대의 카메라를 배열한 ‘타임 슬라이스 촬영’과 수중 HD 초고속 촬영, 케이블 캠 촬영 등 첨단 특수 촬영으로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영상을 담아 냈다. 메콩강의 경우 급류 위로 촬영팀이 생명을 걸고 케이블을 설치한 뒤 급류 위에 던져지는 그물의 스펙터클을 촬영할 수 있었다. KBS는 추석 특선 다큐멘터리 ‘식물의 세계’를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3일간 오후 5시 10분에 1TV에 편성했다. ‘식물의 세계’는 식물들의 영향력을 놀랍고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 낸 다큐 프로그램으로 영국 BBC가 제작한 3부작 시리즈다. 10월 1일에는 연휴 마지막날이자 국군의 날이라는 점을 감안한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30일 KBS스페셜은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국제에어쇼 참가기를 전한다. 10월 1일에는 합법적으로 군에 안 가도 되지만 자발적으로 입대한, 해외 영주권을 가진 젊은이들의 논산 훈련소 입소기를 담은 ‘논산 훈련소 50인의 외인소대’가 방영된다. OBS는 29~30일 오후 9시 25분에 방영되는 휴먼 다큐 2부작 ‘참 예쁜 당신’에서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 ‘호랑이 엄마 라피나의 희망일기’에서는 한국에서 사는 게 싫어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딸 유리(17)와 그럴 때마다 속상해하는 엄마 라피나(38) 가족의 얘기를 들려준다. 2부 ‘넝쿨째 굴러온 베트남 며느리, 호티투’는 21살의 어린 나이에 한국에 시집왔지만 6년 만에 남편을 잃은 호티투(28)의 안타까운 사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詩 감동적… 아랍에 계속 알릴 것”

    “한국詩 감동적… 아랍에 계속 알릴 것”

    “훌륭한 예술작품은 국경을 초월해 감동을 줍니다. 내 나라에 돌아가더라도 한국의 시를 계속 번역해 널리 알릴 거예요.” 이집트인 마흐무드 아흐마드(41)의 서툰 한국어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아흐마드는 지난달 명지대에서 이집트와 한국의 현대시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두 나라의 시를 비교하기 위해 고은의 ‘남과 북’, 김광규의 ‘상행’ 등 두 권의 시집을 아랍어로 직접 번역했다. 한국의 시가 아랍어로 번역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한국인 교수들의 도움이 컸지만 전체 작업에 무려 4년이 걸렸다. ●고은 ‘남과북’ 김광규 ‘상행’ 4년 걸려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던 그는 ‘한국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떠냐.’는 한 학생의 권유로 2006년 한국에 왔다. 조선대에 둥지를 틀고 아랍어를 가르쳤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한국 문학이었다. 입국 전 카이로대학에서 우연히 한국 문학에 대한 책을 본 것이 계기였다. “한국과 이집트는 20세기에 똑같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 식민지 경험을 했고 일상 곳곳에 종교적 신념이 묻어난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韓·이집트 문화 공통점 많아 한국 문학을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낯선 언어로 쓰인 작품을, 그것도 시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드라마를 보고 라디오를 들으며 한국어를 익혔다. 연구 주제로 택한 고은, 김광규 시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아랍 쪽은 사정이 달랐다. 아랍어는커녕 영어로 된 참고 문헌조차 거의 없었다. “한국 학자들은 외국 문학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는 열심이지만 한국 문학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데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이집트로 돌아가 김희승, 천상병 등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계속 번역할 계획입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공직열전 2012] 여성가족부

    [공직열전 2012] 여성가족부

    아동과 청소년의 성폭력 문제 해결이 최근 사회적 어젠다로 급부상하면서 여성가족부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여가부는 성매매 방지법과 같이 사회적 파급이 큰 정책을 많이 내놔 ‘강한 부서’로 각인됐다. 하지만 전체 인력이 229명으로 정부 중앙 부처 가운데 가장 작다. 여가부 출범은 곡절이 많았다. 1988년 정무제2장관실에서 시작해 여성특별위원회를 거쳐 2001년 부로 승격됐다. 출범 당시 34개 부, 처, 청에서 공무원 102명이 모여들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의 이름과 업무가 바뀌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가부 고위공무원이 “우리는 고정 안티 팬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늘 ‘마초’들의 견제를 받아 왔다. 제대군인 가산점 반대, 호주제 폐지 등이 많은 반발을 샀던 여가부의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정책은 약하고 낮은 곳을 지향하며 가족이 행복한 평등사회를 만들겠다는 여가부 정책 목표의 밑거름이 됐다. 여가부 정책이라면 무턱대고 비판하는 남성들은 ‘여가부는 페미니스트니, 남성의 이익을 위한 부처도 만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가부 직원 가운데 여성학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으며 공직사회 입문 계기도 다양하다. 권용현 기획조정실장은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 줄곧 여성관련 정책을 담당했다. 1989년 여가부의 전신인 정무장관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여가부 경력 최고참이다. 이복실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1984년 행시 28회에 여성으로서는 행정고시 역사상 네 번째로 합격했다. 여성 행시 합격자 1호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직을 떠났고, 2·3호도 퇴직하는 바람에 이 실장은 행시 출신 현역 최고참 여성 공무원이다. 보육정책국장을 지내면서 영아 기본 보조금을 도입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등 현재의 어린이집 체계를 세운 것을 보람 있는 정책으로 꼽는다. 보건복지부에서 여가부로 보육업무가 이관되던 2004년만 해도 4000억원에 불과하던 관련 예산이 4년 만에 복지부로 돌아갈 때는 1조 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여가부에서 ‘딸을 잘 키워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보육업무를 복지부에 넘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여가부의 골드마우스’ 손애리 대변인은 1997년 통계청 5급 특채로 공무원이 됐다. 공무원이 된 지 6개월 만에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이란 보고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말띠, 용띠, 범띠해에는 낙태로 여아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통계로 잡아낸 보고서는 2002년 여가부에서 통계직을 만들어 손 대변인이 자리를 옮기는 계기가 됐다. 이기순 여성정책국장은 정무장관실 시절부터 여성정책을 맡았으며, 여성 일자리 창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강월구 권익증진국장은 1991년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1기로 당료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 개방형 직위 응모로 여가부에 자리 잡았다. 최근 빈발하는 성폭력 사건 예방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관섭 청소년정책관은 행정안전부 출신으로 부처 간 인사교류제도를 통해 여가부로 왔다. 임관식 가족정책관은 9급 공채로 시작해 고위공무원이 된 신화의 주인공이지만 본인은 그저 “운이 좋았다.”며 손을 내저을 뿐이다. 말 수가 적고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남 스타일’지만 가족들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쉬 룩스 라이크 마이 마더.” 어릴 적 입양돼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미스터 슈’는 하원고등학교에서 춤 선생으로 일하는 허순이 재혼상대로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에 자신보다 다섯 살이 어리고 동네에서 내놓은 망나니 석태와 동거 중이지만 부유한 미스터 슈의 출현에 흑심을 잠깐 품어보려고 했던 허순은 “너무 늙었다는 말이네, 뭐.”라며 돌아선다. 노골적인 성애묘사와 해외 유학생들의 불건전한 학업과정을 보여준 ‘경마장 가는 길’로 1990년대 한국 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하일지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손님’(민음사 펴냄)의 한 장면이다. ‘손님’은 돈에 염치를 팔아넘긴 한국 사회의 천박함과 악취를 고스란히 풍긴다. 부끄러움이 도대체 없다. 생활에 쫓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소년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하원이란 시골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한국인의 얼굴이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처럼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키가 크고 혈색도 좋은데 무엇보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그 낯선 남자는 자신을 “예, 저 한쿡 사람 아닙니다. 외쿡 사람입니다. 한쿡말 잘 못해요.”라고 한다. 이 낯선 남자는 서울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참가한 허순과 그의 여제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의 안내자이자 곧 폐병으로 죽을 운명이라는 허도는 허순의 남자동생이다.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염치를 주장하는데,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성적 상상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인물이다. 미스터 슈는 허도의 안내로 허순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쉽게 찾아간다. 그곳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석태를 만나고, 서울서 만났던 10대의 여제자들도 만난다. 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황당하다. 손님을 앞에 두고 쌍시옷 욕을 남발하는가 하면 30년산 밸런타인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10대 여학생들도 모조리 한 모금씩 마셔 본다. 허순의 어린 아들인 정대도 마시겠다고 고집한다. 집이 좁다며 다 같이 밖에서 외식을 하자고 나간 허순은 길 안내자 허도는 물론 오빠 부부까지 불러서 식사를 한다. 그 외식 집은 ‘개고깃집’이었다. 개고기를 양고기라 속이고 손님에게 먹인 허순은 그 밥값 40만원을 손님에게 덮어씌운다. 헤어지기가 섭섭하다며 맥주를 마시자더니 봉고차를 부르고 20만원을 결제하게 한다. 물론 10만원은 봉고차 운전사에게 10만원은 석태가 꿀꺽한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 쇼핑하자며 장까지 보고,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다고 떼쓰는 정대와 정수를 앞세워 이 모든 먹을거리와 장을 본 뒤 ‘손님’에게 계산하게 한다. 손님은 부유하고 관대했다. 연방 영어로 “노 프러블럼.”을 외치고, “굿. 베리 굿.”을 연발한다. 손님은 그런데 대체 누구인가. 왜 한국에 왔는가.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하면서 자신은 해외 입양아가 됐다. 펀드매니저로 큰돈을 번 그는 생모를 찾아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몇 년 전 이복동생들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길이 없어진 것이다. 다만, 그의 추억에는 ‘고추잠자리’가 있었고, 그가 찾아간 하원에도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손님의 나이는 허순보다 12살이나 많은 한국 나이로 47살이다. 그런데도 젖살도 안 빠진 여고생들은 손님의 팔짱을 끼고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동방예의지국은 멸망한 지 오래다. 손님은 하원을 떠나기 전날 밤 호텔 침실로 허도를 데리고가 5만원짜리 20장을 세어서 준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캐고기 먹어.” 어? 영어가 아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간절히 돈을 구걸하는 허순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나의 어머니를 닮았어요.” 허도나 허순은 대체 미스터 슈가 한국말을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미스터 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원을 떠나고 있을까. 쾌활하던 그가 고속버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어머니 대신 이복동생들을 만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17살 유나가 상황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유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저씨가 한국말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콩닥거렸던 가슴이 슈 아저씨가 한국말을 하자 왜 갑자기 잠잠하게 가라앉았나 하는 거야.” 뭐 이따위 소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낯이 두껍지 않으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한국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자로 방한한 스미스 美 프린스턴大 교수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자로 방한한 스미스 美 프린스턴大 교수

    “내 문학의 세계가 더 넓어지는 것 같다. 어제와 오늘 서울에서 한국 작가들을 만났고, 내일 창원에서 중국·일본 작가들을 만나는데, 이런 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제3회 창원KC국제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한 2012년 퓰리처상 시 수상자 트레이시 K 스미스(40·미국)프린스턴대 창작학과 교수는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는 세 번째 시집 ‘화성의 삶’(Life on Mars)으로 올해 퓰리처상에 이어 창원KC국제시문학상을 받았다. 하버드대·컬럼비아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하고 스탠퍼드대 연구원을 거친 이력과 평균 60대에 받는 퓰리처상을 젊은 나이에 받아 화제가 됐었다. 퓰리처상 수상자가 그해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최동호 심사위원은 분석했다. 스미스 교수도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영문판으로 읽었는데, 엄마와 딸의 관계는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이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매우 인상적이고 강력한 표현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시세계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미국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현실의 압력에 저항하는 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를 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개인적 감상을 독백하기보다는 남미 이주자들의 사회·정치적 문제에 귀를 기울이는 등 ‘무시되는 사람들의 힘없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최 심사위원은 “시가 대단히 성실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이미지를 폭발적으로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스미스 교수는 “나를 주장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시가 정치에 관여할 바가 전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반대로 나는 시인이야말로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회적 질문들을 시로 들여와서 시와 사회를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시집 ‘악마’(Duende)에는 우간다 내전에 관한 시가 들어 있다. 그는 우간다에 대해 잘 몰랐지만, 우간다를 숙고하면서 어느덧 우간다가 그의 안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제 그의 시를 읽는 독자는 우간다 내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시 쓰기는 뉴스와 달리 시간을 정지시키는 일이다. 나의 관심은 일상에 치여 우리가 무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것이 시다. 각기 다른 층위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나의 시를 통해 통합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밑줄긋기 가능… 노트북·PC와 연동도

    밑줄긋기 가능… 노트북·PC와 연동도

    ‘한국판 킨들’을 자처하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 ‘크레마 터치’가 오는 10일 정식 출시된다. 지금까지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교보문고가 아이리버와 함께 ‘스토리K HD’ 등의 모델을 내놓긴 했지만 전자책 수요가 적었고 전자책 단말기의 효용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스토리K HD’의 경우는 교보문고에 한정되다 보니 콘텐츠에도 한계가 있었다. 크레마 터치는 국내 대형 서점과 출판사가 연합한 한국이퍼브가 제공하고 인터넷서점 예스24를 비롯해 알라딘·반디앤루니스·리브로·영풍문고·대교북스 등 6개 대형 서점이 공동 판매한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스토리K HD’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다. 화면터치 방식에 e잉크 해상도, 터치 패널, 가로·세로·두께는 ‘킨들 터치’와 유사하다. 크레마 터치를 직접 써 보고 성능 등을 확인해 봤다. 무엇보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한 손에 쥐고 책을 읽기에 딱 좋다. 6인치 패널(172x120x11㎜)로 디자인됐으며, 시집 한권보다 가벼운 무게(215g)다. 최대 3000여권(내부저장공간 4GB)의 도서를 넣어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 e잉크 방식이어서 눈의 피로도는 최소화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보기 어려운 점은 단점이다. 크레마 터치는 국내 첫 광학식 터치스크린과 클라우드 기능을 탑재한 전자책 단말기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터치패드로 사용할 수 있고 단말기에서 밑줄 긋고 메모해 둔 책을 노트북이나 PC 등과 연동해 다시 볼 수 있다. 크레마 터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인터넷 서점에 가입해야 한다. 6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크레마 터치에서 직접 해당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구매하고 다운로드할 수도 있지만 PC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구매한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해당 인터넷 서점의 아이디를 매번 로그인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크레마 터치 가격은 12만 9000원. 한번 충전으로 7000페이지 이상 연속해 읽을 수 있으며 400시간 대기가 가능하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성악 인생 50년 테너 박인수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성악 인생 50년 테너 박인수 교수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마도 ‘라보엠’이라는 말에 별로 토를 달지는 않을 터. 가난한 보헤미안 연인들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보엠’의 백미는 단연 ‘그대의 찬 손’이다. 한 대목 잠시 음미해 본다. ‘그대의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요! 내가 따뜻하게 녹여 줄게요~ 저는 시인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백만장자랍니다. 저는 꿈이 많답니다. 시와 노래의 아름다운 낭만적인 낙원에서 살지요. 그러나 갑자기 그대의 눈길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놨습니다. 자 이제 이름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 아리아는 성악을 하는 테너 가수라면 누구나 ‘로망’으로 여기고 있다. 이 노래, 그러니까 오페라 ‘라보엠’에 100여회 출연, ‘그대의 찬 손’을 수없이 불러 ‘한국의 도밍고’, ‘전설의 스텐토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50인의 목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성악가가 있다. 1938년생, 우리 나이로 치면 74세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쩌렁쩌렁하게 여전히 감동을 선사한다. 오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성악가가 5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다. 그에 걸맞게 김성빈, 김성준, 김성진, 류정필, 박현재, 신동원, 양인준, 왕승원, 윤상준, 이병삼, 이상규, 이성민, 정규남, 정의근, 정호윤 등 내로라하는 테너 성악가 제자들이 참여해 스승의 50주년을 기념한다. 누굴까. 클래식과 가곡을 접목한 ‘향수’로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테너 박인수 백석대학교 석좌교수가 주인공이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줄리어드 스쿨과 줄리어드 오페라센터를 거쳐 미국과 캐나다, 남미와 유럽에서 주역 테너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20여년간 모교인 서울대에서 제자들을 양성했고 300여회의 오페라 주역과 2000회를 훌쩍 넘는 콘서트로 오늘날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여 우리나라 테너 음악계의 큰 스승으로 여겨진다. 소낙비가 내리던 지난 4일 오전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연구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50주년 기념 음악회 얘기부터 나왔다. “그러니까 1962년 대학교 다닐 때였지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첫 독창회를 했습니다. 낭만주의 예술가곡의 시대를 연 슈만의 사랑과 서정적 선율이 돋보이는 노래를 불렀던 당시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참 좋은 노래입니다.” 50주년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편안한 웃음으로 대답한다. “구약성서에 ‘희년’(禧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50년마다 돌아오는 것이지요. 말 그대로 복되고 기쁩니다. 인생에 채무가 있다면 그것을 청산하는 홀가분한 마음도 있고요.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쌓은 업보를 내려놓는 기분입니다. 아울러 노래 인생 50년을 맞이하면서 제자들과 같이 무대에 선다는 것 또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설명이 더 이어진다. 모두 1, 2, 3부로 나뉘어지는데 1부에서는 박 교수의 제자들이 나와 ‘그대의 찬 손’, ‘별은 빛나건만’,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을 부른다. 2부에서는 박 교수가 독창으로 ‘클레멘타인’, ‘메기의 추억’, ‘아 목동아’ 등을 부른다. 3부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리운 금강산’, ‘향수’, ‘새타령’, ‘진도아리랑’ 등 우리의 가곡과 민요를 열창한다. 2년 전부터 제자들이 앞장서서 준비한 무대여서 성악계에서는 큰 잔치로 이미 소문 나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베푼다. “성악 하는 사람들은 원래 나이 50대면 끝난다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70이 넘었는데도 노래를 하잖아요. 벨칸토 창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다 나름대로 터득한 플러스알파까지 제자들에게 가르칩니다. 제 나이 60대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다들(제자) 노래를 잘합니다.” 그는 순수와 대중음악의 벽을 허물면서 진정한 화합의 목소리로 주목을 받아 왔다. 까닭에 지금도 후학 양성과 끊임없는 콘서트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테너 박인수’ 하면 생각나는 것이 국민가요 ‘향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1989년 당시 파격적으로 대중 가수 이동원씨와 함께 불렀다. “그 노래를 불러 잃은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습니다. 당시 이동원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재즈하는 김준의 소개로 만났지요. 이동원씨가 정지용의 시집을 갖고 와서 ‘향수’를 처음 접했습니다. 시가 너무 좋더군요. 이미 김희갑씨가 작곡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녹음하자고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오페라 가수가 대중가수와 함께 음반을 냈다는 이유로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 당시 몸담고 있던 국립오페라단에서 ‘성악을 모독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온갖 시련을 견디다 못해 결국 그는 국립오페라단을 제 발로 걸어나와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향수’ 음반이 1년 만에 130만장이 팔리는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그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향수’는 좋은 시이자 훌륭한 노래입니다. 문학적으로 보나 음악적으로 보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지요. 저 개인적으로 ‘향수’를 부르고 나서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성악가로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잖아요(웃음).” 그는 음악의 본질에 대해 “100% 듣는 사람 위주로 가야 한다. 마음에 감흥이나 즐거움, 감동을 받는 음악이 돼야 존재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향수’ 이후 그는 가수 이문세, 안치환 등과 함께 노래를 하고 음반을 냈다. 클래식을 대중화시키는 일,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듣게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꺼이 대중가수들과 합류했던 것. 화제를 과거로 돌렸다. 어떻게 해서 성악을 했을까. 그러자 “성악은 첫 번째도 소리요, 두 번째도 소리, 세 번째도 소리”라고 강조하면서 잠시 회고한다. “아버지가 노래를 아주 잘하셨습니다. 트로트, 발라드, 이탈리아 민요까지 불렀어요. 저도 따라 불렀는데 ‘울려고 내가 왔던가’란 노래는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것저것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래가 좋아지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합창반 오디션도 보고 중학교 때에는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지요. 고등학교 때 멋과 낭만이 있는 마도로스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친구와 함께 마도로스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노래와는 담을 쌓으려고 했지만 ‘박인수는 노래를 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가 빗발쳤다. 결국 마도로스의 꿈을 접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래 레슨을 받아 서울대 음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967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마탄의 사수’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나 너무 잘하려고 욕심을 내는 바람에 크게 실패했다. 방송과 여러 신문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음악을 그만둘 생각으로 전 재산을 투자해 간장 대리점을 차렸다. 장사가 신통치 않자 시장통에 음식점을 냈다. 그것도 얼마 못 갔다. 돼지와 양송이도 길러봤지만 사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교 시절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 계기가 돼 리어카 하나를 사서 서울 신촌 뒷골목에서 동생과 함께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동생과 함께 술 마시는 날이 더 많았다. “언젠가 리어카를 장만해 준 친구가 찾아왔어요. 술 한잔 하더니 ‘야, 너는 음악해야 돼. 포장마차 장사하기엔 너무 아까워’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75만원이 든 통장을 주더라고요. 친구의 진심어린 권유로 용기를 얻고 1969년 시민회관(현재 서울시의회)에서 라보엠을 공연했습니다. 예상밖에 대박을 터뜨렸지요. 혹독하게 비판했던 언론에서도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다음 해에 미국에서 초청을 받는 등 사실상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했지요.” 이후 미국과 캐나다, 남미 등 순회공연에서 오페라 주인공을 맡으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박인수와 음악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매년 200회의 공연을 하면서 대중들과 함께했다. “성악은 조물주가 준 훌륭한 악기입니다. 잘 사용하면 최고가 되고 잘못하면 악성이 나오지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리의 민요와 판소리를 오페라에 접목시켜 세계화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대의 찬 손’이 아니라 ‘그대의 따뜻한 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인수 교수는 오페라 ‘라보엠’ 주인공만 100회 넘어… ‘향수’로 대중적 인기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동고를 나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 뉴욕 줄리어드 음대, 맨해튼 음악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를 지낸 뒤 현재 백석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1962년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데뷔했으며 1967년 국립오페라단 ‘마탄의 사수’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으나 쏟아지는 혹평을 견디다 못해 간장 대리점, 음식점, 포장마차 등의 사업을 했다. 1969년 서울 시민회관에서 라보엠 공연으로 재기했다. 이후 현재까지 라보엠 주인공으로만 100여회 출연했다. 1989년 성악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대중 가수 이동원과 함께 ‘향수’를 불러 인기를 끌었다.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200여회의 공연을 할 만큼 식지 않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1997년 문화체육부 한복애용자 표창 대상, 2011년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 발행

    올 9월은 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무궁화를 심으라’가 잡지 개벽 27호에 실린 지 90돌이 되는 해다. 내년은 또한 안서 김억이 최초의 현대 시집인 ‘해파리의 노래’를 발간한 지 90돌이 된다. 시인생각에서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을 펴낸 이유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활짝 꽃피우기 시작한 모국어의 시는 그 엄혹한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우고 민족 정서를 발양시켰다고 이근배 시인은 말했다. 그러니 온 겨레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경전이 바로 오래된 시집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김소월, 한용운, 조운, 정지용, 이병기, 김기림, 노천명, 백석, 이상, 서정주, 김성옥, 이육사, 윤동주 등의 시집인데 정작 서점의 시집 코너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시집은 넘쳐나도 서점가에 시집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기획·편집해 제작과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1차분 5권은 한용운, 윤동주, 김남조, 신달자, 도종환 편이다. 9월 중에 김소월, 서정주, 정지용, 노천명, 박재삼, 천상병, 정진규, 오세영, 김영랑 편 등이 출간된다. 이번 사업은 한국 시문학의 전편을 집대성하고 시문학사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다풀 시집/김선우 백수인 걸 부끄러워한 적 없어요 출퇴근, 이런 말이 나오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도망다녔죠 굶지 않을 만큼 글 써서 벌고 죽지 않을 만큼 여행할 수 있으면 족했죠 그런데 이제 취직하고 싶어요 생애 최초의 구직 욕망이에요 바다풀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발명되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이력서를 쓰고 있어요 바다풀 공장에 취직하고 싶어요 나무들의 유령에 쫓겨 발목이 자꾸 끊어지는, 잊을 만하면 덜컥 나타나는 악몽이 지겨워요 청동구두 같은 종이구두가 무서워요 나무들에 대한 진부한 속죄는 말고 바다풀 냄새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 등단 5년만에 첫 시집…삶의 무게 그대로 품어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등단 뒤 5년 만에 불쑥 내민 시인 이병일의 첫 시집 ‘옆구리의 발견’(창비 펴냄)은 한마디로 단정 짓기 힘들다.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상상력의 세계는 영국식 탐미주의를 떠올리게 하지만 시구 마디마디에는 오히려 삶의 오롯한 무게를 그대로 품고 있다. 삶의 단면을 바라보는 차분한 시선, 존재의 기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사물의 마음까지 단박에 읽어내는 섬세한 감성이 감동을 자아낸다. 세상의 옆구리에 박히는 붉은 심장의 박동을 세어보기 위해 ‘격장’(隔墻)을 이뤘고(‘옆구리의 발견’), 뼈 울음 같은 고락을 느끼며(‘빙폭’), 파동이 있는 곳을 응시함으로써(‘파랑의 먼 곳으로부터’) 맑고 깊숙한 마음 속 동산으로 가려 했다. 시인 정희성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이웃하는 것이 격장이라면 이를 허무는 것이 시인답지 않으냐.”면서도 “하지만 (시인은) 차라리 아름답게 가꾸려는 것인지…이러한 태도를 현실주의라 해야 하나, 심미주의라고 해야 할까.”라며 고민한다. 삶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시인은 고단한 이웃에게 애정어린 시선도 건넨다. 맨발들이 숙명으로 국경을 넘는 탈북자의 세계(‘꽃제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추락의 아름다움이 비명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명 따위는 지르지 않았다…오늘도 나는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하루를 보았다.”(‘사소한 기록’)에선 건설현장 노동자의 팍팍한 삶을 읊조렸다. 튼실한 현실인식을 갖춘 시 ‘오월’로 올해 5·18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다.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어떤 시편을 인용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균질성으로 자신의 첫 번째 ‘집’을 이토록 아름답게 장만했다.”고 평가했다. 첫 시집부터 명민한 담론 구성을 욕망하는 여느 시인들과 달리 전혀 다른 곳에서 몸소 체험해 얻은 언어들로 격장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깔깔깔]

    ●안 되겠니? 아버지가 큰딸을 불러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네 남자 친구가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하더구나. 난 그 정도면 만족한다. 네 생각은 어떠니?” 큰딸은 고개를 흔들며 “하지만 아빠, 전 엄마를 남겨두고 시집가는 게 너무 괴로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희망에 부푼 눈빛으로 하는 말. “그래? 그럼 네 엄마도 함께 데리고 가면 안 되겠니?” ●난센스 퀴즈 ▶아무리 많이 모아도 결국은 버리는 것은? 쓰레기. ▶세상에서 가장 야하기로 소문난 야채는? 버섯. ▶친구와 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 ▶물고기가 방귀 뀌면? 생선까스. ▶신경통 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악기는? 비올라.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이 너그러운 그늘이 소산댁 할머니에겐 또 하나의 친정입니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이 너그러운 그늘이 소산댁 할머니에겐 또 하나의 친정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명실상부한 정자나무로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으려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그리는 어린 시절 풍경에 오롯이 떠오르는 나무여야 한다. 나무는 먼 길을 휘휘 달려서 다다른 고향 마을의 면사무소 앞 조붓한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가는 길 곁에 있으면 좋다. 면사무소 울타리를 따라 소방소 파출소를 지나고, 빨간색 표지판이 반기는 우체국에 들러 도시에 남겨둔 벗들에게 고향 소식을 담은 손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우체통에 편지를 접어 넣은 뒤, 가만가만 마을 안으로 돌아들면, 우뚝 서서 반기는 큰 나무, 그 아래 평상에서 늙은 어머니가 집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면, 고향 정자나무의 풍경은 비로소 완성된다. ●열여섯 각시 설움부터 여든 노인 푸념까지 품어 전남 담양 무정면 봉안리 술지마을의 정자나무 풍경이 꼭 그랬다. 나무를 찾아 무정면사무소 앞에 자동차를 세우고 천천히 골목길을 돌아드는데, 반갑게 나선 건 아담한 우체국이었다. 편지 한 장 쓰지 않고서는 지나치기 어려울 듯한 시골 우체국이다. 우체국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길을 막아선다. 그 우람한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반듯한 평상 위에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이 나무 그늘이 제일 시원해. 우리 집은 저 위에 있는데, 더워 견딜 수가 없으면 여기로 나오지.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여기는 시원하거든.” 열여섯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산다는 소산댁(80) 할머니는 긴 무더위에 대한 푸념을 그렇게 털어놓았다.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82호인 ‘담양 봉안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이라고는 하지만, 봉안리 은행나무는 여느 천연기념물처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위엄을 갖추었다거나 독불장군처럼 홀로 우쭐대지 않는다. 그저 여느 시골 마을이라면 있음직한, 그렇고 그런 큰 나무다. 누구라도 품어 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춘 외할머니 품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나무가 작아서 하찮아 보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무는 한눈에도 늠름한 위용을 갖추었다. 키는 15m나 되고, 줄기 둘레는 8m를 넘는다. 새로 돋은 맹아지 하나가 줄기 곁에 바짝 붙어서 자라났다. 맹아지는 얼핏 봐서 또 하나의 다른 가지로 보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줄기에 난 굴곡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바짝 붙어있다. 그 덕에 나무의 줄기는 실제보다 더 굵고 우람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정월대보름 마을사람들 모여 당산제 “은행이 무지하게 많이 맺혀. 좀 지나 가을 되면 하도 많이 떨어져서 냄새도 심하지만, 이 옆을 지날 때에는 조심해야 해. 은행 열매의 독이 오를 수도 있거든. 옛날에는 열매를 주워서 동네 자금을 만들어 썼는데, 요즘은 그냥 두더라고. 아무나 와서 주워가도 되지만, 독 오르니까 조심해야 해.”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보내고 홀로 시골 집을 지키고 있는 소산댁 할머니는 마을 일에 무관심한 듯, 마치 남의 일처럼 이야기한다. 자신의 몸 간수만으로도 살기 힘든데, 마을에서 은행을 줍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투다. “안 아픈 데가 없어. 이 나이 되면 다 그렇겠지만, 온몸이 다 쑤시고 아파. 나무야 나보다 많이 살았지만, 저리 튼튼해 보이잖아. 하긴 나무가 아픈지 아닌지 내가 어찌 알겠어?” 건강 체질로 보이는 노인이지만, 할머니는 그 나이쯤의 노인들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잔병 치레로 고생이 많은 모양이다. 허리도 꼿꼿하고, 음성도 강렬하고, 귀나 눈도 전혀 어둡지 않다. 그리고 가만히 나무를 쳐다보며 마치 ‘나무는 아프지 않아 좋겠다.’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봉안리 은행나무는 500살을 넘긴 늙은 나무다. 나무라고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디 아픔이 없었을까만, 겉으로는 소산댁 할머니처럼 건강해 보인다. 나무는 때때로 통곡의 울음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가 아파했던 것은 대개의 큰 나무들이 그런 것처럼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처럼 나라에 큰 일이 벌어지던 때였다. 나무 그늘에서 자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땅에 일어나는 불길한 일을 나무도 아파했다는 이야기다. 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살아왔다. 지금도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정성껏 당산제를 지낸다. 모두 합하면 150가구 정도 되는 비교적 큰 마을이어서, 당산제를 올릴 때면 나무 앞의 작은 길과 나무 옆의 공터가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다고 한다. ●500년 사람살이 흔적을 담다 나무가 그저 크기만 하다고 해서 푸근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큰 나무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제압해 주눅이 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작 나무가 푸근하게 느껴지는 건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아왔는지에 대한 흔적에 달려있지 싶다. 봉안리 은행나무는 지난 500년 동안 마을 어귀에서 마을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평안한 쉼터로 살아왔다. 봄이면 어김없이 연초록의 잎을 내고 꽃을 피웠으며, 여름 되면 푸른 잎으로 수굿이 빛과 바람을 모아 열매를 무성히 맺어 마을 살림살이를 보탰다. 마을 사람들이나 그들의 오두막집이 바뀌어도 나무는 언제나 고향 마을 지킴이로 그 자리를 똑같이 지켰다. 팔십 평생을 살아온 늙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마에 흐른 땀을 가만가만 식혀주며 나무는 사람살이의 안녕을 기원했고, 이 땅에 평화가 깨질 때마다 큰 울음을 울었다.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맨 앞에 떠오르는 나무가 아닐 수 없다. 글 사진 담양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1043-3 술지마을. 88올림픽고속도로의 담양나들목으로 나가면 담양공고 교차로가 나온다. 1㎞ 쯤 직진하면 담양경찰서 앞 백동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옥과 방면으로 5.2㎞ 남짓 가면 왼쪽으로 무정면사무소가 나오고 면사무소 뒤편으로 농공단지와 마을이 이어진다. 비교적 큰 마을이다. 봉안리 은행나무를 찾아가려면 면사무소 앞에 마련한 조붓한 주차 공간에 자동차를 세우고, 예쁜 우체국이 있는 마을 길을 따라 100m 쯤 걸어가야 한다.
  • 오장환문학상에 최종천 시인

    오장환(1918~1951) 시인을 기리고자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제5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최종천(48)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고양이의 마술’로,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을 이끈 오장환의 시 정신에 육박하는 변방의 정서를 가창력 있는 솜씨로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최두석 시인은 “시인 자신의 노동 체험에 깊이 뿌리 내린 시집이다. 그런데 그 체험으로 시야가 국한돼 있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시적 탐구가 넓고 깊게 이루어진다. 이 땅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게 근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새달 21일 충북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 [CEO 칼럼] 다문화가정, 글로벌시대의 동반자/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CEO 칼럼] 다문화가정, 글로벌시대의 동반자/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어릴 때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어머니 손을 잡고 외갓집에 가는 일일 것이다. 시골 외갓집을 다니면서 소꿉놀이하던 것이 즐거워 외갓집 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그러나 외갓집을 자주 가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특히 외국인을 어머니로 둔 자녀들은 외갓집을 자주 방문할 수 없어 이런 추억을 쌓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주 다문화가정의 친정이나 외가 방문을 지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먼 이국땅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 친정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잠시나마 그리운 친정에 다녀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부모님과 정을 나누고, 어린 자녀들도 외가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4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로 온 결혼이민 여성의 숫자도 12만 5000명을 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약 38%가 외국여성과 혼인했고, 결혼이민 여성의 69%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 여성이 늘면서 농촌의 출생률이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가 늦춰지는 등 ‘젊은 농촌’으로 변화하는 효과도 있다. 2020년에는 전체 농가인구에서 이주여성 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이르고, 19세 미만 농가인구의 49%가 다문화 자녀로 구성될 전망이다. 그만큼 농어촌에서 이주여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향후 결혼이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가정이 우리 농어촌의 중심세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주여성이나 다문화 가정에 대해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생활 정착, 영농교육, 언어학습 등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농어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현 시점에서 다문화 가정 정책이나 제도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다문화 정책은 언어, 음식, 관습, 농촌생활 등 여러 분야의 교육과 지원에 치중됐다. 결혼이민 여성들은 자신들에 대한 편견이나 냉대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어 부진, 학습 부진을 겪기도 하고, 따돌림에 의한 정서불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을 넘어 정서적 일체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자녀육아, 교육, 의료, 문화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 가정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이 변해야 정서적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 다양성의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 남편들이 결혼이민 여성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다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같은 나라,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도 결혼 후 화목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다문화 가정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필자가 농림부 농어촌복지담당 과장으로 재임할 때, 중국 옌볜 처녀와 한국 농촌총각의 결혼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양측 모두 호응이 매우 높았으나, 막상 옌볜 지역을 방문해 보니 현지 총각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것도 알게 됐다.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결혼이민 여성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녀의 결혼은 단순하지 않고,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여러 문제가 걸려 있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나 국가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은 포용과 배려의 자세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은 글로벌시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자 우리 농어촌 발전을 이끌어갈 미래인력이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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