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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中 ‘일대일로’ 공식 탈퇴…참여 4년만

    이탈리아, 中 ‘일대일로’ 공식 탈퇴…참여 4년만

    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일 중국 정부에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이탈리아와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유럽, 나아가 세계 곳곳을 철도와 항구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에 참여했다. 만성적 경제난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탈퇴를 공언해왔다.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도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참여 결정이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미국의 우려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전격 참여했지만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 5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프랑스는 230억 유로, 독일은 1070억 유로에 달했다”며 “일대일로는 우리가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대일로 탈퇴에 따른 불똥이 자국 기업에 튀지 않도록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탈퇴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중국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를 막고자 지난 9월 타야니 장관을 베이징으로 초대했지만 설득에는 실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더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우수한 관계를 유지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 [마감 후] 철밥통과 서울시 금쪽이들/오달란 전국부 기자

    [마감 후] 철밥통과 서울시 금쪽이들/오달란 전국부 기자

    절대 깨지지 않는 밥그릇을 뜻하는 철밥통은 중국에서 유래한 말이다. 톄판완(鐵飯碗).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해고될 걱정 없이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이렇게 불렀다. 한 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이 대표적이다. 어지간하면 잘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표상으로 여겼다. 중국 공산당은 경쟁력 강화와 성과주의 정착을 위해 철밥통을 깨려고 애썼다. 2008년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4개 등급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으면 직위를 강등하고 2년 연속 받으면 강제 퇴직시키기로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4년에 지방 공무원 임금을 업무성과와 능력에 따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직급 낮은 공무원이 고참보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판을 깐 것이다. 느슨한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였다. 국내에서도 공무원 철밥통을 깨기 위한 시도가 주목받은 적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 시장 타이틀을 단 민선 4기 재임 기간이었다. 서울시는 2007년 현장시정추진단을 만들었다. 직원 8000여명 중 근무 태도가 불량한 하위 3%(240명)를 선정해 6개월간 재교육하는 조직이었다. 나중에 현장시정지원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첫해 102명이 재교육을 받았고, 나아질 기미가 없는 불성실한 직원 24명이 퇴출당했다. 2008년에는 88명, 2009년에는 42명이 재교육을 받았고 2010년 말 제도가 폐지됐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시를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지만 교육 대상 직원들에게 담배꽁초 줍기, 불법 노점상 단속, 한강 청소 등을 시키는 것은 망신 주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퇴출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신분 보장의 그늘에 무임승차하는 직원이 사라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퇴출 공포와 억압적 분위기가 사기만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서울시가 13년 만에 근무 평가 최하위 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한다.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민폐 직원, 이른바 금쪽이들의 개과천선을 돕고 다수의 성실한 직원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3%의 부활’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서울시는 여러 차례 성과 면담과 사전예고를 통해 금쪽이 직원이 스스로 근무 태도를 바꾸도록 유도하고 최종 평가에 이의가 있으면 해명할 기회를 줬다.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려고 여러 직급,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 40여명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젊은 직원들은 시가 제시한 것보다 독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무단결근을 한 번만 해도 최하위 점수를 주고, 폭언뿐만 아니라 고성과 직원 간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도 최하위 평가 대상에 넣자는 주장도 있었다. 제대로 일하지 않고 동료에게 민폐나 끼치는 금쪽이 철밥통에 반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직원들은 이번 제도 도입에 대해 ‘채찍’이 아니라 ‘사이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금쪽이 직원 재교육이 낙인찍기나 분풀이, 망신 주기가 되면 곤란하다. 어찌 보면 조직 부적응자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 백악관 “우크라 지원금 바닥”

    미국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이 바닥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며 의회에 군사지원 예산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셜랜더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4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 연말 안에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보낼 재원이 바닥날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 조달 가능한 마법의 자금은 없다. 돈도 떨어지고 시간도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지원이 끊길 경우 우크라이나의 패배가 유력하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지금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지난 10월 이스라엘에 143억 달러(약 18조원), 우크라이나에 614억 달러(80조원)의 군사지원과 대만 등 인도태평양 국가 지원, 국경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 달러(137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이스라엘 군사지원 예산안만 별도 발의해 통과시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회는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계속 지지할지, 아니면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도록 내버려둘지 결정해야 한다”며 “초당적 선택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도 “푸틴과 하마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 등 우리의 모든 적이 지켜보고 있다”며 압박했다. 한편 미국이 올해 한국에서 건네받아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 형식으로 공급한 155㎜ 포탄량이 전체 유럽 국가의 공급량보다 많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를 지원했고 영국·독일도 자국 전차를 전달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한 포탄 수는 한 달에 9만발이 넘어 미국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미국은 탄약 재고량이 많은 한국을 설득하면 31일 안에 155㎜ 포탄 33만발을 이송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은 ‘교전 지역 무기 공급’을 법으로 금지해 ‘간접 지원일 경우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한미 국방 당국 간 협의 결과 올해 초부터 포탄이 이송되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신문은 한국에서 이송된 포탄량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5월 국회 운영위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포탄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30대 중국 부부의 내집 마련 좌절기에 왜 많은 이들이 공감할까

    30대 중국 부부의 내집 마련 좌절기에 왜 많은 이들이 공감할까

    2년 전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중국 정저우에 살던 30대 부부 장일리앙과 덩리준 부부는 더우인에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기 시작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계정은 현재 40만명 이상 팔로워가 찾고 있다. 비결이 따로 있을까?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부부에게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고발했더니 물리적 폭력을 서슴지 않고 부부의 동영상을 검열하기까지 했다. 해서 몇백만명이 안됐다고 동정하며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에서의 성공을 꿈꾼 소도시 출신 젊은이들의 좌절이 경제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업계의 암담한 실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한 더우인 이용자는 “당신들이 올리는 것이 실제 인생”이라며 “실제로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삶은 힘겹다. 매일 밤 파티는 아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수백 차례 좋아요!를 눌렀다며 “우리와 똑같기 때문에 그들 얘기는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 일을 그만 뒀다는 이는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부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치는) ‘중국몽’의 현재를 민낯으로 보여준다”면서 “모두에게, 특히 젊은이에게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부지런하고, 법을 지키며, 낙관적인 시민들도 중국몽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부부 덕에 우리는 중국 현실의 잔인한 면모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물론 이 동영상은 삭제됐으며 그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선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11월 아파트를 처음 구입했을 때 둘은 “이제 이 모든 불빛 가운데 나만을 위해 밝히는 불 하나가 있을 것”이라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아파트 건축 현장을 매달 한 번씩 찾아 벅찬 감격을 표현했다. 한 달 뒤 덩은 회사에서 월급을 2000위안(약 36만 5000원)으로 삭감하는 데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는 슬픈 소식을 남편에게 전하며 오열했다. “우리 월급은 이미 최하였잖아. 내가 어떡해야 해?” 댓글이 달렸는데 “그들의 동영상을 보며 우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겠지”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최악이 아니었다. 이듬해 5월 부동산 개발사 수낙 차이나 지주회사가 마감 기한 안에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금융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침 다른 부동산 개발사 헝다가 빚에 쪼들려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두 사람은 낙관하고 있었다. 장은 “우리는 신뢰하기 때문에 수낙을 선택했다. 우리는 그들이 회사로서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할 것이며 프로젝트를 완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그러나 두 달 뒤 공사가 멈췄다. 몇 개월 동안 입주 예정자들은 회사에 공사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올해 초 두 사람에게는 딸이 태어났다. 아파트 계약을 철회하고 삶은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건설사로부터 2만 위안을 받아내야 했다. 몇 개월째 요청하고 있지만 답이 없다. 지난달 15일 수낙이 개최한 행사장을 찾아가 따졌고 이를 라이브스트리밍 동영상으로 더우인에 올려놓았다. 그 뒤 두 사람의 더우인 계정에서는 어떤 게시물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오히려 댓글과 포스트들이 잇따라 올라와 부부를 응원했다. 동영상 촬영 중 부부가 두들겨 맞았는데 현재 동영상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용자들이 재빨리 캡처한 사진들을 보면 장이 병원을 찾은 것은 틀림없고, 지난달 18일 덩의 계정을 보면 장은 “우리가 따라야 하는 이 사회의 규칙이란 것이 무수히 많다. 우리 동영상이 이렇게 제한 받고 사라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고 개탄한다. 부부는 곧장 공안에 신고했다. 현지 경찰은 서던 메트로폴리스 데일리에게 가해자를 벌 줬으며 이 사안을 뒤쫓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낙 차이나는 BBC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삭제된 동영상에 부인이 남편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모습이 담겼다.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려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대단한 관심을 끌어 웨이보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좋아요!를 많이 받은 댓글 중에는 “사람들은 두들겨 맞고 큰소리를 내지 못하게 저지 당한다. 그들이 아직도 살아 있게 허락 받았을까?”라거나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사회를 도울 수 있을까?” 묻기도 했다. 글로벌 타임스의 편집장을 지낸 후시진은 웨이보에 “부부는 건설회사를 또 또 찾아갔다. 매우 가난해 정말 그 돈이 필요했다. 그들은 맞는 과정을 내내 녹화했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잘못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부부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고된 노동이 제값을 받고, 그들의 미래를 위한 열정과 희망이 살아 있도록 보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아직도 환급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정저우를 떠나 장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사람들은 또다시 분노하고 실망했다. 웨이보에 올라와 수천명이 읽은 댓글이다. “그들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끝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중에 부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은 두 사람이 이렇게 여론의 관심을 끌어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를 궁금해 한다. 이 동영상에 대한 댓글을 달며 덩은 이런 글을 남겼다. “너무 어렵다. 스스로에 충실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 냉전시대 ‘죽의 장막’ 걷어 낸 ‘외교의 전설’

    냉전시대 ‘죽의 장막’ 걷어 낸 ‘외교의 전설’

    10대 때 히틀러 박해 피해 美 이주‘핑퐁외교’로 미중 수교 성사 주역미소 ‘전략무기 제한협정’ 이끌어베트남전 종전 이후 노벨평화상 일각에선 ‘전쟁범죄 배후’ 비난도올해 100세 때 中 100번째 방문시진핑 “中인민의 라오펑유” 조전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란 발언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자 외교관이며 행정가인 헨리 키신저가 29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1923년 5월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그는 열다섯 살 때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1968년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면서 그의 외교 행보는 시작됐다. 그는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 현실주의 정책을 펼쳐 ‘죽의 장막’을 걷어 내고 공산 진영과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성사시켰다. 1971년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찾아 ‘핑퐁외교’로 교류의 물꼬를 텄는데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이듬해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상하이 코뮈니케’에 서명해 1979년 수교의 발판을 마련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와 함께 냉전 시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3대 거두로 꼽혔다. 물론 인지도에서는 고인이 가장 앞섰다. 닉슨 정부에 이어 제럴드 포드 정부 시절 중요 관료였으며 1970년대 미국의 외교 정책을 거의 혼자서 주물렀다. 정의나 감정에 치우친 판단보다 국익을 우선했지만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피노체트 칠레 군사독재 정부를 용인한 일이다.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역대 수상자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 오래가는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랑스에서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야 한다며 남베트남에 더 많은 군사원조를 하면서 결국 전쟁을 더 길게 끌었다. 영국계 미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냉전 시대 미국이 저지른 온갖 더러운 행위의 배후로 지목하며 그를 전쟁 범죄자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닉슨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번갈아 지냈는데 1973~1975년에는 두 직책을 혼자 맡았다. 외교 정책의 전권을 쥐며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이끌었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아들 데이비드가 지난 5월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장수의 첩경으로 알려진 소식이나 채식을 하지 않았다. 독일 소시지와 오스트리아식 돈가스인 슈니첼을 즐겼다. 스포츠는 직접 하지 않았고 관객으로만 즐겼다고 한다. 좋지 않은 생활 습관에도 키신저가 정신적, 육체적 활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이었다. 95세 때부터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기울여 AI와 관련된 책을 두 권 썼고 정파에 관계없이 여러 정치인들과 교류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독일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자 독일 난민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등 세상사에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냉전의 역사를 조형한 인물”이라며 “전후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으로서 그의 업적은 추앙과 매도를 동시에 받는 복합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독일식 억양, 예리한 재치, 올빼미 같은 외모 및 영화배우들과의 데이트로 그는 절제로 일관한 전임자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면서 “그가 국무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갤럽 조사에서 그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는 등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시 주석은 그의 100세 생일과 함께 중국을 100번째 방문한 것을 짚어 “두 개의 100이 합쳐진 중국 방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앞으로 조전을 보내 고인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하오펑유(好朋友·좋은 친구)”라고 표현하며 “‘키신저’라는 이름은 영원히 중미 관계와 이어져 있을 것이며, 중국 인민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그리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3년 만에 ‘경제수도’ 상하이 달려간 시진핑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3년 만에 ‘경제수도’ 상하이 달려간 시진핑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좀처럼 침체 국면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3년 만에 ‘경제수도’ 상하이를 찾아 경제 발전 의지를 강조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은 올해 5%의 공식적인 경제 성장 목표는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시장 불안과 취업난 속에 소비가 억눌리면서 내년 봄 또 다른 경기 하락이 찾아올 것이란 암울한 전망에 휩싸여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시 주석이 지난 28~29일 상하이 선물 거래소, 과학 기술 혁신 성과 전시회, 임대주택 등을 찾은 소식을 전하면서 이 순방이 내년 경제사회 발전 전개에 큰 의의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과학기술전에서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핵심인 반도체 집적 회로 디스플레이를 살펴봤고, 인공지능(AI) 관련 전시에서는 걸어 다니는 인간 모양 로봇을 유심히 관찰했다. 시 주석은 인공지능 혁신 시범구에 있는 임대주택 거주자들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설까지 했지만,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비원, 청소 및 건설 노동자, 의료 인력 등 249명이 거주하는 임대주택 단지의 월세는 500~1000위안(약 9만~18만원)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 관련 지수는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PMI 통계는 관련 분야의 경기 동향을 보여 주는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뜻한다. 10월과 11월 연이어 50을 밑돌면서 경기 수축 상황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개발자에게 중국 금융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무담보 대출 제공을 검토하는 등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경제 정책이 민간 수요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내년에도 5%의 경제성장 목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경기 부양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며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에 따른 위안화 약화 및 자본 유출 우려에 추가 통화 부양책에는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 정책이 끝나고 경제 활동 재개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과 취업난 속에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은 앞으로 5~10년의 경제 방향을 결정하는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발표한 이후 수십년간 중국 공산당은 10~11월에 3중전회를 열어 국가 발전 전략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올해는 3중전회가 이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까지 고려해 내년에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美 ‘전기차 보조금 제외’ 규정 곧 발표… 中기업 포함 전망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해외 우려기관’(FEOC) 세부 규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부터 시행되는 FEOC 정의가 모호해 상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12월 1일(현지시간) 세부규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선 중국 국영 기업의 배터리나 부품, 핵심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차단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재무부는 중국 사기업 지분이 있는 미국 및 제3국 소재 기업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 최대 7500달러(약 97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FEOC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 사용 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항은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중국 국영 기업에 더해 FEOC 범위가 얼마나 더 확대될지 관심인데,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배터리 부품의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 비율이 높고, 중국 정부와 관련된 소유·지분 구조 위주로 규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바이드노믹스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IRA 폐기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응하는 행보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풍력타워 세계 점유율 1위인 한국 기업 CS윈드 미국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이 있는 콜로라도주 푸에블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강경파 로벤 보버트 연방 하원의원의 지역구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을 성공 사례로 부각하며 ‘IRA가 공화당 지역구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트럼프 공격에 나섰다. IRA 세액공제 대상 기업인 CS윈드는 2억 달러 규모의 공장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고, 2026년까지 85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은 보버트 의원이 IRA를 ‘대규모 실패’로 부른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또 말실수를 했다. 연설 도중 김성권 CS윈드 회장을 향해 “난 당신의 지도자 ‘미스터 문’과 친구”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또 미중 경쟁을 강조하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덩샤오핑 전 주석을 불렀다.
  • ‘지구 온도 1.5도 약속’… 강력 로드맵 합의할까

    올해 온실가스 수준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러 지구 표면 기온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내다봤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지구 평균 기온보다 올해 1~10월이 섭씨 1.4도 높았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며 195개 국가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못하게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고, 그 결과 근접해 버렸다.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막을 올리는 제28회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대타협을 시도한다. 역설적이게도 화석연료로 부를 쌓은 세계 여섯 번째 석유 수출국에서 인류 미래를 위한 결단이 모색된다.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기도 한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합의될 선언문에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문구를 포함하자는 강력한 견해가 있다”며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영국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강력한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총회에서는 파리협약이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글로벌 이행 점검’(GST) 결과가 발표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리시 수낵 영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불참하는 대신 각각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국영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알자베르가 의장을 맡는 것이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 아니냐는 의심을 샀는데 그는 석유 생산 세계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과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도 얻어 냈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기금 공여 주체와 지원 대상 등이 정해지면 상당한 진전을 이루는 것인데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회 개막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를 위한 시간표를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세계 냉전질서 재편한 ‘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별세…향년 100세

    세계 냉전질서 재편한 ‘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별세…향년 100세

    1970년대 미중 수교의 주역, 반세기 영향력…노벨평화상 수상국제현안서 현실주의 접근법…한반도 긴장완화에도 관심 미국 외교계의 거목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국제외교정치 컨설팅사 ‘키신저 어소시어츠’는 이날 “존경받은 미국인 학자이자 정치인 헨리 키신저가 11월 29일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의 세계 질서를 바꾼 전략가로 평가받는 외교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72년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간 정상회담 성사를 이끄는 등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구 소련과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조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키신저는 국제 정치에서 국가 이익이나 세력 균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 접근법을 취했다.유대인 출신인 그는 1923년 독일에서 태어나 15세가 되던 해인 1938년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1954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포드 행정부에서 발탁됐고 1969년 국가안보보좌관에 오른 데 이어 1973년 제56대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키신저는 1971년 두차례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총리와 회담했고 이를 통해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 및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20여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개선에 나선 역사적 순간으로, 결국 미국과 중국은 1979년 공식적으로 수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베트남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소련과의 데탕트 전략으로 1969년부터 전략무기제한협정 협상을 주도해 1972년 협정을 맺었다. 고인은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5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또 한국을 자주 찾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헤 전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 출범으로 국무장관에서 퇴임한 뒤에도 저술 및 연구, 강연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외교정책을 조언하고 2018년에 이어 올해 7월에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100세가 된 올해도 집필 작업을 이어가는 등 키신저 전 장관은 끊임없는 열정을 과시했다. 그의 아들 데이비드 키신저는 올해 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아버지의 장수 비결로 “꺼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세상과 역동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꼽기도 했다.
  • [메멘토 모리] 탈냉전 세계 질서를 짠 키신저 100세로 타계, 공과 과

    [메멘토 모리] 탈냉전 세계 질서를 짠 키신저 100세로 타계, 공과 과

    “미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란 발언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자 외교관이며 행정가였던 헨리 키신저가 세상을 떠났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30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100세를 꼭 채웠다.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 현실주의 정책을 펼쳐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공산 진영과의 데탕트(Detente, 긴장 완화)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1971년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찾아 ‘핑퐁외교’로 교류의 물꼬를 텄는데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이듬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상하이 코뮈니케’에 서명해 1979년 공식 수교의 발판을 마련했다. 즈그니에프 브레진스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와 함께 냉전 시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3대 거두로 꼽혀 왔다. 물론 인지도에서 고인이 가장 앞섰다.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정부 시절 중요 관료였으며, 1970년대 미국의 외교 정책을 거의 혼자서 주물렀다. 정의나 감정에 치우친 판단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했지만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피노체트 칠레 군사독재 정부를 용인한 일이다.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역대 수상자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 오래 가는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랑스에서 평화협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야 한다며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을 어르고 달래 남베트남에 더 많은 군사원조를 해줘 결국 전쟁을 더 길게 끌었다. 실은 본인의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전쟁의 참화에 몰아넣은 것이었다. 한참 뒤 미국과 베트남의 평화협상 내용은 프랑스 것을 베끼다시피했다는 것이 옛 동료들 증언으로 확인됐다. 영국계 미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냉전 시대 미국이 저지른 온갖 더러운 행위의 배후로 지목하며, 전쟁 범죄자로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닉슨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번갈아 지냈는데 1973~1975년에는 두 직책을 혼자 맡았다. 외교정책의 전권을 쥐고 흔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을 이끌었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아들 데이비드가 지난 5월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장수의 첩경으로 알려진 소식이나 채식과 거리가 멀었다. 독일 소시지와 오스트리아식 돈가스인 슈니첼을 즐겨 먹었다. 스포츠는 직접 하지 않았고, 관객으로만 즐겼다고 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생활 습관에도 키신저가 정신적, 육체적 활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이었다. 95세 때부터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기울여 AI와 관련된 책을 두 권 썼고, 정파에 관계 없이 여러 정치인들과 교류했다. 목소리가 아주 낮은 바리톤이어서 누구라도 그의 얘기를 들으면 설복당하기 쉬웠다. 하지만 일부는 무덤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고 비아냥댔다. 아들은 아버지의 외교에 대해 “결코 게임이 아니었다. 나치 독일에서 겪었던 참혹한 경험과 신념에 바탕해 외교를 했다. 아들이라 객관적일 수 없지만, 일관된 원칙과 역사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토대로 국정 운영을 하려고 한 아버지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냉전의 역사를 조형한 인물”이라며 “전후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으로서 그의 업적은 추앙과 매도를 동시에 받는 복합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독일식 억양, 예리한 재치, 올빼미 같은 외모와 영화배우들과의 데이트로 그는 절제로 일관한 전임자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며 “그가 국무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갤럽 조사에서 그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는 등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주히 지냈다. 시 주석은 두 달 전 100세 생일을 지낸 것과 중국을 100번째 방문한 것을 짚어 “두 개의 100이 합쳐진 이번 중국 방문은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중앙(CC)TV가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그의 생애를 돌아보는 1분 57초 분량의 영상을 보도한 것도 미-중 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회복하는 시점이라 눈길을 끈다. 고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독일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자 독일 난민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등 마지막까지 세상사에 눈과 귀를 열고 있었다
  • 중국 시진핑 사상 교재 포럼…“이 시대 청년의 사상적 무기”

    중국 시진핑 사상 교재 포럼…“이 시대 청년의 사상적 무기”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사상 학습 운동을 전개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사상 개론’ 교재 출판 포럼에서 해당 교재가 당대 중국 청년을 이끄는 강력한 사상 무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대만 중앙통신 등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리슈레이 중국 공산당 선전부장은 연설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현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면서 “전당과 인민의 단결된 투쟁을 지도하는 사상 기치”라고 했다. 이어 “당대 청년들의 성장과 성공을 이끄는 강력한 이념적 무기이자 과학적 행동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개론 교재는 당의 혁신적인 이론을 교재에, 수업에, 머리에 집어 넣도록 한 획기적인 성과이자 ’중국 특색 철학과 사회과학‘ 교재체계 구축에도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됐다. 또 교사들이 당의 혁신 이론은 깊이 배워 교육의 품질과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언급됐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시진핑 사상이 청년들의 머리, 마음, 행동에 깃들길 원한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지난 1월 발간된 중공 이론지 추스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 중앙의 권위 및 집중 통일 영도가 없고 전당과 전국의 사상 통일이 없다면 어떠한 일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뒤 시진핑 사상 학습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시진핑 사상’ 학습 주제 교육 업무회의도 열렸고, 2012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의 중요 조작물을 담은 ’시진핑 저작 선독(이하 시진핑 선독)‘이 출간됐다. 약 반 년뒤인 지난 10월 학교, 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애국 교육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긴 ’애국주의 교육법‘이 제정됐다.
  • 北 “미국은 투석기로 위성 날립네까?”…‘무쓸모’ 안보리의 현실[송현서의 디테일]

    北 “미국은 투석기로 위성 날립네까?”…‘무쓸모’ 안보리의 현실[송현서의 디테일]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이튿날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설전을 벌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북핵 비확산 문제를 주제로 공식 회의가 열렸다. 이날 북한은 무려 6년 만에 안보리 회의에 대사를 파견해 발언했다. 김 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만 문제를 삼느냐”고 반박했다. 이전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사용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럼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며 되받아쳤다.김 주유엔 북한대사는 당사국 대표로서 10여분 간 사전 준비된 원고를 읽었지만, 린다 토머스-그린필스 주유엔 미국 대사가 “북한의 위성 발사가 미국의 양자(한미) 및 3자(한미일) 군사 훈련에 대한 본질적인 방에 불과하다는 북한의 불성실한 주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발언하자지지 않고 발언권을 신청했다. 이후부터는 원고 없이 유창한 영어로 “북한과 미국은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단순한 비우호적 국가관계가 아니다. 70년간 실질적, 법적, 현실적 전쟁상태에 있는 교전국가 관계”라면서 “그 상태에서 한쪽 교전 국가인 미국은 우리를 핵무기로 위협중이다. 따라서 또 다른 교전 당사국인 북한이, 이미 미국이 소유중인 것에 상응하는 무기 체계를 개발, 시험, 제조, 소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 건국 초기부터 북한을 적국으로 대우하고, 공개리에 적대감을 표출해왔다. 적대감은 결코 추상적인 말이 아니다. 군사적 위협, 또 오늘 이 자리에서 보인 ‘이중잣대’는 우리가 매일, 매달, 매년 미국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적대적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안보리 무용론’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주권 국가의 권리라고 두둔했고, 결국 대북 규탄 성명 발표나 결의안 채택 없이 2시간 만에 회의가 종료됐다. 유엔 안보리는 2006~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총 11건에 걸쳐 제재 또는 성명을 의결했다. 2017년까지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 따른 각종 제재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지만, 2018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미국과 중국의 대립 및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관계가 깊어지면서 2018년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위성 발사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최근 2년 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대북 의장성명‧언론성명마저도 채택되지 못하면서 ‘안보리 무용론’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관한 대응 논의가 있을 때마다 도리어 ‘미국 책임론’ 또는 ‘제재 무용론’등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북한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선택이 도리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은 북한의 도발에는 미국도 큰 몫을 한다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이다. ‘안보리 개혁’ 방해하는 요소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임기 제한 없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과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미국 등 서방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하고 러시아를 퇴출하자는 안보리 개편론을 몇 년 째 내놓고 있다. 거부권(비토)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제재 결의안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등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방은 안보리 판을 새로 짜기 위해 다양한 계책을 내놓았고, 꾸준히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려온 일본과 독일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존 5개국 외에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 등을 상임이사국에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인도를 반대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독일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브라질의 진출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모두 국가 간 이해 관계와 역학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78차 유엔 총회에서는 상임이사국 정상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하자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불참은 예상된 결과였지만,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총리가 불참한 것까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외교안보 전문가와 더불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까지도 “세계는 변했지만 유엔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보리 개혁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 추가 방안 등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안보리 개혁으로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시코노믹스 이후… 中 공산당 포로가 된 민간기업

    시코노믹스 이후… 中 공산당 포로가 된 민간기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코노믹스’의 대표적 경제 정책으로 추진한 혼합소유제가 공산당의 기업 통제를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2013년 시작된 혼합소유제가 국영기업의 민간투자를 장려하는 일종의 민영화 정책으로 추진됐지만 오히려 민간기업에 대한 공산당 통제를 강화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혼합소유제는 주인이 없어 지배구조가 취약한 국유기업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부 부문과 민간이 뒤섞인 ‘회색 경제’의 덩치만 키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점점 중국의 민간 부문을 ‘공산당의 포로’로 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에 따르면 2019~2021년 연간 평균 50개의 중국 국영기업이 상장 민간기업의 지배권을 차지했다. 2018년 민간기업 지배권을 획득한 국영기업은 20개에 불과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 100대 상장 기업 중 개인 소유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중반 최고치인 약 55%에서 올해 6월에는 39%로 줄었다고 밝혔다. 국영기업이 민간기업의 지배권을 차지하는 방식으로는 기업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량의 지분인 ‘황금주’를 취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정부 기관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황금주’를 취득하자 이들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또 7조 위안(약 1300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 펀드가 유망 신생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공산당의 입김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공산당이 기업 경영에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주로 공기업 사장 임명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공산당의 이익을 중심으로 기업이 재편됐고, 기업에 대한 ‘사회 신용’ 시스템을 구축해 통제 방식도 더 꼼꼼하고 교묘해졌다.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분석 결과 기업의 부채 상환 기록 등을 평가한 시스템에서 기업 이사가 정부나 정당의 요직을 맡으면 높은 점수를 받아 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국가와 협력해 개발된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기관과의 협의를 혁신의 장애물보다는 성공을 향한 빠른 길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 왕이 中 외교부장 유엔 안보리서 이스라엘 문제 논의

    왕이 中 외교부장 유엔 안보리서 이스라엘 문제 논의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11월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한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고, 왕 부장이 회의를 주재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안보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고위급 회의를 통해 각 당사자의 깊은 교류와 합의 도출을 촉진하고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며 휴전과 민간인 보호를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그러나 회의 참석자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해법으로 강조해 왔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특별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오랫동안 방치되고 무시됐기 때문”이라며 ‘두 국가 방안’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 거듭 확인되는 중국과의 거리…박진 “충분히 깊이 있는 대화했다”

    거듭 확인되는 중국과의 거리…박진 “충분히 깊이 있는 대화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데 이어 4년 3개월 만에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일정상의 이유로 일부 단축되면서 한중 관계에 여전히 거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날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3국 장관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여러 현안을 논의했기에 부족하거나 불충분한 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일정으로 당초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과 만찬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8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했기 때문에 할 이야기들은 다 했다,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과 왕 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전날 오후 100분 동안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준비를 가속화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3국 간 소통 채널 복구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는 사실상 무산됐고 구체적인 일정의 윤곽도 드러내지 못했다. 왕 부장이 회의를 마치자마자 출국해야 하는 일정으로 3국 장관이 나란히 공동 발표를 하는 등 기자회견도 갖지 못했고 공식 만찬도 오찬으로 대체됐다.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는 왕 부장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까지 겸하고 있어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3국이 대화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접근하는 일·한과 중국 간 골은 깊다. 차기 정상회의 시기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이 한미일 간에 틈을 벌리려고 이번 회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중일 정상회담도 한일의 향후 태도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박 장관은 한중 간 대화에 대해서도 “왕 부장과는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만나 오랜 시간 회의했고 이번에도 2시간 동안 한중 관계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전날 오전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예정된 시간을 1시간 넘겨 2시간 동안 회담을 갖고 양국 정부 간 고위급 교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력을 활발히 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고위급 교류의 가장 상징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의미만 거론되고 역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가 우리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왕 부장은 박 장관의 지지 요청에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앞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샌프란시스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실은 물리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밝히며 한중 간에는 이미 고위급 대화가 이뤄졌고 3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충분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쪽에서도 중국과의 대화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성의를 크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일본, 북한을 통해 한국을 보는데 한미일 협력과 북한과의 대화 단절 등의 관계에 비춰 중국이 현 시점에서 한국과 시급하게 논의할 안건들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외교장관회의 이후 이제 3국 정상회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이날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이 주최하고 주한중국대사관이 후원한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팡 공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상호 존중, 호리공영(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기초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양자 관계가 새로운 발전을 끊임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고 한중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싱 대사는 “100년 만의 대변혁기를 맞아 국제지역 정세는 중대하고도 복잡한 변화를 겪었고 이러한 종합적인 여건 속에서 최근 중한 관계에도 일부 변화와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중한 양국이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같은 동방 문명에 속한다는 지정학적 유대감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중국 공산당의 기업 통제…“공기업 사장 목만 날리지 않아”

    중국 공산당의 기업 통제…“공기업 사장 목만 날리지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인 ‘시코노믹스’의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인 혼합소유제가 중국 기업을 옭아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2013년 시작된 혼합소유제는 국영기업의 민간투자를 장려하는 일종의 민영화 정책이지만 오히려 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만 확대했다고 전했다. 혼합소유제로 정부 부문과 민간 기업 간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져, 글로벌 투자자들은 점점 더 중국의 민간 부문을 공산당의 포로로 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화웨이나 틱톡 같은 기업이 공산당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은 당사자들이 부인하지만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신용 평가 기관인 피치에 따르면, 2019~2021년 사이에 연간 평균 50개의 국영 기업이 상장 민간 기업의 지배권을 차지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 100대 상장 기업 중 개인 소유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중반 최고치인 약 55%에서 올해 6월에는 39%로 줄었다고 밝혔다. 혼합 소유제 개혁으로 인해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 모두의 특성을 지닌 회색 기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또 1조 달러의 자본으로 무장한 정부 지원 펀드의 등장으로 수많은 유망 신생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술 기업에 정부 자금이 투입됐다. 국영 투자자들은 게다가 기업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취득했는데, 지난 10월에는 정부 기관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Tencent) 소유 자회사의 지분 1%를 인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올해 초 텐센트와 또 다른 인터넷 대기업인 알리바바에서 정부 기관이 ‘황금주’를 취득하자 이들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공산당이 기업 경영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주로 공기업 사장 임명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공산당의 이익을 중심으로 기업이 재편됐다. 특히 생성형 인공 지능(AI)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국가와 협력하여 개발된다. AI를 연구하는 민간 기업은 정부 지침을 제공하는 규제 기관과의 상담이 필수다.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협의를 혁신의 장애물로 여기기보다는 성공을 향한 빠른 길로 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올해 미국의 AI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국가데이터국(国家数据局)을 신설했다.기업에 대한 ‘사회 신용’ 시스템 구축도 공산당이 기업을 통제하는 교묘한 방법이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시작된 기업에 대한 평가 시스템은 법적 기록, 부채 상환 등을 검토해 점수를 매긴다. 홍콩 시립대학교와 미 스탠퍼드 로스쿨이 중국 저장성 기업들의 점수를 검토한 결과, 정치적 연줄이 많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사나 최고경영자가 정부나 정당의 요직을 맡으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높은 점수를 받은 회사는 ‘적색 목록’에 오르거나 신용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받을 수 있지만,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면 대출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결과 중국 대부분 회사 로비에는 시 주석의 초상화와 공산당의 구호가 걸려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결론지었다.
  • [글로벌 In&Out] 미중 정상의 캘리포니아 동상이몽/함명식 중국 지린대 교수

    [글로벌 In&Out] 미중 정상의 캘리포니아 동상이몽/함명식 중국 지린대 교수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총회 기간 개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종료됐다.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두 지도자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향후 미중 관계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의견이 있다. 하지만 모처럼의 회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을 정도로 회담 결과는 부실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연출된 상황은 두 정상이 동상이몽에 빠진 현실을 적확하게 보여 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한, 시 주석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권력을 공고히 해야 하는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양국이 직면한 적지 않은 대내외적 도전 중에서도 이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이다. 서로가 꿈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양자 무역에서 상대방을 각자의 요구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 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전도되고 최첨단 영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판국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는 병립 불가능한 명제다. 두 나라 정부는 단절된 군사 채널 복원과 중국이 펜타닐 공급 통제에 합의한 것을 주요 결실로 내세웠다. 산적한 이슈 중에 양국은 왜 이 두 가지 쟁점에 합의했을까? 첫째,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국제정세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피로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외에 또 다른 지역의 전쟁은 내년 11월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다.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를 바라보는 시 주석의 속내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반중 노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집권당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의 승계는 양안 관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대만과의 분쟁은 무엇보다 시 주석의 3연임 명분이었던 중국몽 완성의 좌절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현 집권 세력을 군사적 딜레마에 빠뜨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의 회복은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핵심 이익’ 중 하나다. 둘째, ‘펜타닐 협의’를 통해 국내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 마땅한 치적이 없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인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 마약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자동차 노조 행사장까지 방문해 중국을 때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펜타닐 협의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증가시키면서 중국의 양보까지 얻어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창출했다. 어차피 무역 장벽을 낮출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시 주석도 펜타닐 관리와 추가 무역 제재의 맞교환을 일정한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 소속 정당을 떠나 대선에서 노동자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회피할 수 없는 미국과 체제 유지를 위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물러설 수 없는 중국의 현실이 맞붙은 APEC 회담은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중 관계의 성격과 내용을 규정짓는 전주곡이다.
  • 얼어붙은 중일관계 ‘판다’가 녹일까

    얼어붙은 중일관계 ‘판다’가 녹일까

    중국의 ‘국보’인 자이언트 판다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얼어붙은 중일 관계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전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차이 위원에게 시 주석 앞으로 보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2018년 10월로 끊긴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의 협의체인 ‘일중여당교류협의회’ 재개를 논의했다. 특히 야마구치 대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한 동물원에 판다를 대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차이 위원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구치 대표는 “재해지의 시민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며 국민감정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이 위원은 “(중일이) 우정을 쌓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화답했다. 일본의 국민 판다였던 ‘샹샹’이 지난 2월 중국 사천성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센터로 반환된 후 일본에서 판다 재대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판다가 센다이시에 오더라도 중일 오염수 갈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야마구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중국이 독자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국보’ 판다, 동일본대지진 재해지 센다이시에 대여될까

    중국 ‘국보’ 판다, 동일본대지진 재해지 센다이시에 대여될까

    중국의 ‘국보’인 자이언트 판다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얼어붙은 중일 관계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전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차이 위원에게 시 주석 앞으로 보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2018년 10월로 끊긴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의 협의체인 ‘일중여당교류협의회’ 재개를 논의했다. 특히 야마구치 대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한 동물원에 판다를 대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차이 위원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구치 대표는 “재해지의 시민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며 국민감정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이 위원은 “(중일이) 우정을 쌓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화답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 우에노동물원, 와카야마현 어드벤처월드, 효고현 고베시립왕자동물원 세 곳에서만 판다를 볼 수 있다. 일본의 국민 판다였던 ‘샹샹’이 지난 2월 중국 사천성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센터로 반환된 후 일본에서 판다 재대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우호의 상징’ 판다가 센다이시에 오더라도 중일 오염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마구치 대표는 23일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왕 부장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중국이 독자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 ‘중재자 놀이’에 빠진 중국과 러시아가 ‘밉상’인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중재자 놀이’에 빠진 중국과 러시아가 ‘밉상’인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6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가 중재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언뜻 보면 세계 평화와 민간인 피해 축소를 위해 나선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각각 노리는 잇속이 꽤 분명하다. 평화 중재자 원하는 중국 “양측 모두 휴전 필요” 중국은 이번 분쟁과 관련해 “중재자로서, 현재 가자지구를 사이에 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시 휴전이 최우선”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수립하는 ‘두 국가 해법’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이어왔다. 겉으로는 중재자임을 자처하지만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편에 서 있는 셈이다.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아랍‧이슬람권 국가 외무장관 4명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장관, 이슬람협력기구 사무총장 등이 한날 한 시에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왕 부장은 아랍·이슬람 외교장관들과 만나 “중국은 아랍과 이슬람 국가의 좋은 친구이자 좋은 형제”라며 “국제사회는 이 비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행동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중재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3월 수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뒤 중국이 중동에서 수행하고 있는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할 자격이 있는지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특히 중국이 무력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하는 ‘과업’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만 입장에서는 중국,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중재자 놀이’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우자오셰 대만 외무장관은 지난 8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중국은 러시아 침공이라는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이라는 표현을 쓰며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대만 침략을 노골화하는 등 위협을 지속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정한 중재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중재자 역할’로 얻는 것은?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서도 ‘중재자’가 되기를 다분히 원하는 모양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랍‧이슬람권 외교부장 및 고위층을 동시에 불러모아 “형제”를 운운한 것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지 불과 5일 만이었다.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중국은 미국의 이런 요청을 들어주듯 이란과 직접 해당 문제를 논의하거나 손잡지 않았다. 대신 이번 외교부장 회담을 통해 다른 이슬람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중동 내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힘을 키워 나갔다. 앞서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가 수교를 재개했던 것처럼, 중동에서 ‘차이나 파워’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중국의 행보에 미국은 비난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이 보란 듯이 중동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란과 직접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니 미국의 ‘당부’를 어겼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해결책’ 찾아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서 또 다른 중재자가 되길 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자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로이터 통신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 특별정상회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 휴전하고 긴장도를 낮출 수 있게 국제 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이 문제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은 미국의 중동 외교가 실패한 탓에 발생했다”고 비난하며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국가를 만들어 공존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하며 중재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러시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분쟁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가자지구 위기를 자신의 지정학적 이익에 활용하려 한다”면서 “미국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는 이번 중동 분쟁이 하루라도 더 길어지길 바라는 동시에, 시리아 견제를 위해 필요한 이스라엘과도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또는 당사자)이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전쟁을 중재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모자라, 가자지구 민간인 1만 3000명 이상이 숨지고 이스라엘에서 인질 수백 명이 끌려간 전쟁을 자국의 이익에 활용하려는 러시아의 행보는 밉상을 넘어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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