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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매체 “미중 무역전쟁 최종 승자는 中…트럼프의 완벽한 패배”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중국 때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의 “최종 승자는 중국”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관세 장벽을 훨씬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여 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중국을 압박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더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취임하던 2017년만 해도 대중 적자는 연간 2400억 달러(약 264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00억 달러를 훨씬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거대한 수요를 충족할 물량과 품질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나라가 중국뿐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가) 간과했다고 블룸버그는 비판했다. 미 시러큐스대 경제학 교수 메리 러블리는 “이제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도화지에서 일부를 잘라내듯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덕분에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미 컨설팅 업체 로디움그룹이 지난해 9월 상하이 지역의 미 제조업체 200여곳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이전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커 깁스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은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고 제조 능력도 날로 강해진다”면서 “미 정부가 아무리 관세를 높여도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 여파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저우 미네소타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전면적 압박에도 중국은 2018~2019년 모두 6% 이상 성장했다”면서 “관세 폭탄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0.3% 정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대표적 반중매체임에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벽히 패배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반영하듯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2일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붕괴, 서방과의 관계 악화, 경제 둔화 등 여러 과제에도 시간과 기회는 우리 편”이라고 역설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사라진 트럼프와 마윈… 국가와 빅테크의 대결

    사라진 트럼프와 마윈… 국가와 빅테크의 대결

    지난 한 주 동안 미국의 언론에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창립자 마윈이 사라졌다며 그가 감옥에 갔거나 처형당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전하는 기사들이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금융혁신을 막고 있다고 비판한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의 분노를 샀고, 그로 인해 마윈이 야심 차게 준비하던 금융기업인 앤트그룹의 상장(IPO)이 전격적으로 중단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마윈이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중국 정부에 의해 납치된 것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가 등장한 거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언론 출판인이나 인권변호사, 심지어 영화배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돌연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봐 온 서구 언론이 두문불출하는 마윈의 신변을 염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국 정부라고 해도 세계 최대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창업자를 그렇게 납치하기는 힘들다. 중국과 러시아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둘 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상을 무너뜨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중국은 미국의 자리를 차지할 준비를 하는 나라다. 따라서 중국은 세계의 질서 자체가 무너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원한다. 다만 정부가 갖고 있는 미래 구상을 사기업이 무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상장을 앞두고 정부를 비판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 비판을 하게 된 건 그가 그리는 핀테크의 미래로 가는 길을 중국 금융 당국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구상 속에서 기업은 정부보다 큰 권력을 가질 수 없다. 알리바바가 만든 알리페이는 이미 중국 내 금융거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윈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만든 앤트그룹은 일상적인 거래부터 대출까지 금융기관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로 중국인들의 금융거래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갖고 싶어 하는 정보를 사기업이 갖도록 지켜볼 리 만무하다. ●실리콘밸리와 미국의 정치인들 마윈의 행동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기업들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신장자치주의 위구르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센스타임이나 하이크비전 등의 대형 테크기업들이 정부에 기술적인 지원을 했고, 그중에는 알리바바가 키운 메그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중국의 테크기업들만 정부에 협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는 막대한 조직과 자금력을 가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크게 고전하고 있었다. 트럼프 캠프의 디지털 홍보를 담당하던 브래드 파스케일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광고비를 페이스북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페이스북 광고담당자에게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는 매뉴얼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그런 매뉴얼은 없다며 그 대신 광고 알고리듬을 잘 아는 자사 직원을 캠프에 파견해서 트럼프의 페이스북 홍보를 직접 돕게 했고, 그 결과 트럼프는 적은 돈으로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으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이 트럼프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힐러리 캠프에도 직원을 보내어 돕겠다고 했지만 힐러리 쪽에서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밋이 직접 나서서 만든 기술지원팀을 지휘, 오바마 캠프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오바마의 재선을 도왔다. 하버드대의 역사학자 질 레포어에 따르면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해서 선거운동에 활용한 역사는 존 F 케네디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케네디의 1960년 대선 승리 뒤에는 사이멀매틱스라는 데이터 분석기업이 있었다.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데이터를 통해 유권자를 분석하는 것은 비겁한 반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뿐이다. ●온라인에서 사라진 마윈과 트럼프 마윈이 실종됐다는 루머가 돌던 지난주에 또 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수도 워싱턴DC에서 폭도가 국회의사당을 침입, 점거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선동한 트럼프에 대한 강한 비판이 쏟아졌고, 그동안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묵인한다는 비난을 받던 트위터가 결국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사용정지시킨 것이다. 트위터의 결정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페이스북도 트럼프의 계정을 무기한 정지시켰다. 그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페이팔과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쇼피파이도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계정을 폐쇄했다. 게다가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서 트럼프가 트위터의 대안으로 옮겨 가려던 ‘극우세력의 트위터’라는 팔러(Parler) 역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스마트폰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팔러를 내쫓기로 결정했고 팔러의 서버를 호스팅하던 아마존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 외에도 스냅챗, 핀터레스트, 레딧, 틱톡, 디스코드 등의 서비스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그룹을 폐쇄하거나 관련 콘텐츠 공유를 금지했다. 전통적인 언론을 거부하고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던 트럼프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막혀 버린 것이다.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규탄하던 시민들로서는 통쾌한 일이겠지만, 플랫폼들의 ‘트럼프 차단’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소통채널을 막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 먼저 헌법을 파괴하는 행동을 했고, 그로 인한 국민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움직인 것이지만 최종 결정은 의회가 아닌 기업의 임원실에서 내려졌다. ●테크의 미래, 정부의 미래 마윈과 트럼프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대중과 직접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둘 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일어난 일이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테크 기업인의 입을 막았고, 미국에서는 테크기업이 정치인의 입을 막았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이지만 그 원인은 같은 곳에 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테크산업과 국가권력의 충돌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이유가 전혀 없는 두 집단도 그 힘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힘이 커진다는 것은 영토가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구글은 좋은 검색엔진이었고, 애플과는 좋은 협력관계에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구글에 전쟁을 선포한 것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사들여 스마트폰 산업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다. 디지털 테크도 과거에는 그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에 불과했지만 (실리콘밸리의 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의 말처럼)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시대가 오자 정부의 영역에 침투해 들어가는 게 불가피해진 것이다. 시민은 정부를 선출, 감시하고 정부는 기업을 감시, 규제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구도였다면,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디지털 테크산업이 여론 형성에 관여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중국에서는 테크기업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 있지만, 정작 정부와 테크기업이 손잡고 시민을 감시하는 작업을 감시할 수 있는 시민의 힘이 약하고,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대정부 로비와 미디어를 통한 여론 형성으로 고삐 풀린 권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막기로 한 테크기업의 결정은 여론을 반영한 것이지만, 트럼프의 권력이 살아 있던 몇 달 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결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새로운 세상에 들어섰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권력 감시도구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부와 테크기업이라는 거대한 권력기관들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시민의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은 항상 시민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美시총 3% 中기업 퇴출? 바이든도 ‘대못’ 박을까

    美시총 3% 中기업 퇴출? 바이든도 ‘대못’ 박을까

    퇴임을 열흘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를 뉴욕 증시에서 퇴출시키자 조 바이든 당선인도 기조를 이어받아 ‘자본시장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업체 상장폐지를 두고 두 나라가 갈등을 빚는 데는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누가 키워 냈느냐’에 대한 상이한 입장 차가 한몫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수차례 입장을 바꾸는 오락가락 행보 끝에 지난 6일 차이나모바일 등 3사를 상장 폐지했다. 11일부터 이들 기업에 대한 주식 신규 매수가 금지된다. 기존 보유 지분도 올해 11월까지 청산해야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는 이유다.사실 중국 통신 3사는 미 주식 발행량이 매우 작아 타격이 거의 없다. 미 증시에도 큰 영향이 없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대표기업인 알리바바·텐센트에 대한 투자 금지까지 검토한다는 데 있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미 정부가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면 NYSE나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230여개 중국 기업 모두를 퇴출 대상에 올릴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0조원)로 미 전체 시총의 3% 정도다. 알리바바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미국은 물론 세계 자본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이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임기 막판까지 중국 기업을 미 증시에서 쫓아내려는 것일까. 그는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미국인들의 투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미 자본가들이 중국 소기업들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웠다는 판단이다. 이제 이들 기업이 자국 정보기술(IT) 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상장해 부(富)를 빼앗긴다고 본다. 현재 중국 정부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기술주 전문 시장인 ‘커촹반’(과학혁신판)에 자국 IT 기업의 재상장을 독려하고 있다. ‘재주는 알리바바·텐센트가 부리고 돈은 월가가 챙기는’ 상황을 깨고 국부를 되찾겠다는 의도다. 중국 주식에 투자 중인 한 미국 자산운용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아직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대못’을 철회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겠지만 그의 정책은 전임자처럼 감정적이거나 돌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텐안먼 유혈 진압에 반기 5년 옥살이 쉬친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텐안먼 유혈 진압에 반기 5년 옥살이 쉬친셴

    지난 1989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에 모여 민주화를 외친 학생 등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려는 명령을 유일하게 거부해 5년 동안 옥살이를 한 인민해방군 군단 사령관 쉬친셴(徐勤先) 장군이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톈안먼 사건 때 베이징으로 출동한 제38집단군 군장이던 쉬친셴 예비역 중장이 코로나19가 다시 급속히 번질 조짐을 보여 봉쇄 상태에 들어간 허베이성 스자좡(石家莊) 소재 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쉬친셴은 지난 몇년 동안 스자좡의 인민해방군 허핑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 왔는데 당국이 면회를 금지한 상황에 지난해는 언어 기능까지 상실했는데 이날 새벽 음식물이 목구멍에 막히는 바람에 질식사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31년 전 베이징에 인접한 허베이성 바오딩 시에 주둔하던 제38집단군을 지휘한 쉬친셴은 무력행사를 준비하라는 덩샤오핑(鄧小平) 중앙군사위원회 지도부의 명령에 반기를 들었다. 덩 주석의 구두 지시를 받은 강경파 양상쿤(楊尙昆)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전면에 나서 군을 동원해 유혈 진압을 지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1935년 후베이성 다우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자원 입대했다. 한 차례 거부 당하자 먹지에 혈서를 써서 기어이 입대했다. 1980년 제1장갑 사단장이 됐으며 1984년 대규모 군사훈련 열병식에서 덩 주석에게 부대 설명을 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장군이었다. 1987년 우리의 성남에 해당하는 바오딩에 주둔한 제38 집단군 사령관에 올라 수도 베이징을 지키는 중책을 맡았다. 중국 인민지원권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만세군’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인정 받았던 부대라 상장 승진이 유력했다. 그러나 쉬 중장은 시위가 정치적인 문제라며 무력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상부에 진언했다. 20년 뒤 홍콩 빈과일보 기자가 어렵사리 그를 찾았을 때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로 되돌아가도 그렇게 하겠다. 죽는다고 해도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겠다(寧殺頭 不做歷史罪人)”는 기개 넘치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 뒤 쉬친셴은 악명 높은 친청(秦城) 감옥 등에서 5년 동안 복역하고 풀려난 뒤에도 사실상 가택연금 신세였으며 최근 와병 중이던 기간에도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빈과일보는 쉬 전 사령관의 장례를 위해 베이징에 있는 세 자녀가 스자좡을 찾는 것은 당국이 허용했지만, 친구들의 방문은 불허했다고 전했다. 또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이라는 표현을 묘비에 새기거나 장례식에서 언급하는 것도 불허했다고 덧붙였다. 톈안먼 학생 시위를 주도한 뒤 미국에 망명한 왕단(王丹)은 페이스북에 그의 말년 사진 두 장을 올리고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장군직과 자유를 미련 없이 버린 쉬친셴 장군을 당시 우리 학생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2017년 11월 기밀 해제된 영국 외교문건을 보면 당시 사정에 정통한 중국 국무원 고위층 인사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을 선양군구에 속한 제27집단군이 무력 진압해 학생, 민간인, 군인을 합쳐서 1만명에 육박한 희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말 장쩌민 집권 시기 흘러나온 백악관 기밀문서도 중국 내부문건을 인용해 톈안먼 광장과 주변 창안제(長安街)에서 8726명이 죽었고, 시내 다른 곳에서도 1728명이 변을 당한 것으로 봐 희생자 수를 1만 454명으로 추정했다. 반면 유혈 진압 다음날(6월 5일) “사망자 1만명 육박”이란 전문을 타전했던 앨런 도널드 주중 영국 대사는 6월 22일 전문에다 사망자 수를 2700~3400명으로 추산하면서 시신 전부를 병원에 안치할 수 없어 지하보도에 쌓아놓았다고 본국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2017년 11월 영국 국가문서국이 비밀 분류를 푼 톈안먼 사건에 관한 외교문건 수천 쪽 가운데 나온다. 2018년 7월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도널드 대사가 추정한 이 숫자가 ‘신빙성 있는 정보’에 근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톈안먼 유혈 진압 26주기인 2015년 6월 4일을 앞두고 희생자 유족 단체 ‘톈안먼 어머니’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현 지도부에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역사적 평가는 이미 이루어졌다며 당과 정부는 이를 폭란으로 규정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톈안먼 사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이는 톈안먼 사태 3년 뒤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 14차 전당대회 기간 내외신 기자회견에 임한 리펑(李鵬) 전 총리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위안화 초강세 딜레마’에 빠진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위안화 초강세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초강세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초강세가 지속되는 바람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이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신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6.5위안(약 1100원) 선이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5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 떨어진 6.476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6.4위안 선으로 떨어지며 2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5년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하루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인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인하폭은 중국이 2005년 7월 22일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면서 한 번에 2%를 인하한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위안화 환율 1% 하락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한다. 위안화 가치는 2018년 7월 미국의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6위안 후반에서 움직이는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연초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바람에 위안화 환율은 3월 들어 달러당 7위안 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특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한 5월 26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293위안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에서 먼저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5월 이후 위안화 환율은 강세로 돌아선 뒤 상승 폭을 키웠다. 중국 위안화의 초강세 현상은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가운데 수출 호조와 글로벌 자금 유입, 달러화 약세 현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강타당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활동이 마비된 사이 중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 사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 위안화 초강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리듯 시중에 돈을 풀어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도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다.여기에다 선진국의 ‘제로 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을 많이 사들인 것도 위안화의 ‘몸값’을 높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이다. 미국·유럽 등의 중앙은행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대처하려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췄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를 거의 손대지 않아 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10년 만기 국채를 비교해 보면 중국 금리는 연평균 3.2%, 미국은 연평균 0.9% 수준이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는 점과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위안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올 한해 내내 위안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위안화 환율을 6.3위안 선으로 제시했으며 BNP파리바는 6위안 초반 선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달러당 5위안대 시대’, 즉 ‘초강(超强)위안’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다소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위안화 전망을 통해 “2021년 위안화 가치가 10% 정도 더 올라가, 환율이 달러당 5위안대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위안화 초강세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중국은 위안화 강세가 그만큼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수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10달러짜리 제품을 수출하고 지난해 5월의 경우 71위안을 받았지만 지금은 65위안도 제대로 손에 쥐기 힘든 형편이다. 6위안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나 국가 단위에서 보면 엄청난 규모가 된다.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쌍순환론’(雙循環論)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측면도 있다. 쌍순환론은 제조·수출과 함께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중국 경제를 이끌고 가겠다는 정책이다. 경제정책의 큰 축이 내수로 이동한 것이다. 위안화 초강세는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지만 수입 채산성은 그만큼 좋아진다. 위안화 초강세로 얻은 환차익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사 그렇더라도 위안화 초강세는 중국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는 등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6.5위안 아래로 떨어지면서 초강세를 이어가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인민은행은 7일 밤 낸 공고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해외 융자 규모 상한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기존의 1.25에서 1.00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1일 기업을 뺀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25에서 1로 내렸는데 당시 제외된 일반 기업에 대한 제한도 이번에 함께 완화한 것이다. 자기 자본과 해외 융자 규모 등을 넣어 계산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가 내려가면 중국 외부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지수 1이 적용되면 해외융자를 통해 운영자본의 최대 0.8배까지 조달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내려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 자금 조달을 더 쉽게 만들어준 것은 위안화 강세 흐름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민은행은 앞서 코로나19의 충격파로 위안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 3월에는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에서 1.25로 올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 강세 기조에 대해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저우하오(周浩) 코메르츠방크 신흥국시장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해외에서의 위안화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빠른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위안화 가치는 이제 더이상 싸지 않으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은 경제 여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인민은행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는 위안화 역외 결제와 관련한 새 규칙에 서류업무 간소화 등을 통해 무역업체나 다국적 기업, 대외 투자자들이 역외에서 위안화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회람을 금융기관에 보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 국내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고 할 때 그 대금을 특별 은행계좌 대신에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 자본의 송금과 위안화 역외 결제를 촉진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중국 은행들에 대해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을 위한 계좌 개설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계좌의 경우 하루 송금한도를 8만 위안으로 제한하고 용도를 국내 소비 지출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위안화를 해외로 내 보냄으로써 위안화 강세를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집에 현금만 3t, 내연녀만 100명 中 부패 금융인에 사형 언도

    집에 현금만 3t, 내연녀만 100명 中 부패 금융인에 사형 언도

    여러 채의 자택에서 무게가 3t에 이르는 현금 2억 7000만 위안(약 455억원)이 쏟아져나왔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챙긴 뇌물 액수만 17억 8800만 위안(약 3017억원)이었다. 내연녀가 100명에 이르러 여인들에게 막대한 돈을 빼돌렸다. 주인공은 라이샤오민 화룽(華融) 자산관리공사 전 회장인데 중국 텐진시 법원은 지난 5일 부패 및 중혼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무법자였고 극도로 탐욕스러웠다”면서 사형을 선고하고 재산을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이 회사는 1999년 설립돼 중국 최대 국영 은행이 갖고 있는 악성 부채를 정리하는 일을 해왔다. 라이 전 회장은 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베이징 은행감독국 등의 주요 직책을 맡았으며, 2012년부터 화룽자산관리공사 회장으로 일했지만 2018년 중국 감찰기구의 조사 대상에 오르며 물러났다. 중국 금융잡지 카이신은 화롱 자회사가 소유한 남부 지방 100건의 자산이 라이의 전처, 정부(情婦)들에게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그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부패 혐의로 사형까지 언도한 것은 잘못 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중국이 퇴행적인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모샤오핑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를 통해 뇌물로 사형까지 선고되는 일은 드물다면서 “(그의 사건이)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부패 혐의로는 사형 형벌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깨뜨리는 경종”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돌아봤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장중성 전 뤼량시 부시장이 25억 위안의 뇌물을 받아 사형 판결이 내려진 적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부동산 업계 거물 런즈창이 역시 부패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받았다. 다만 그는 같은 해 3월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시진핑 주석을 비판한 뒤 한때 실종돼 일종의 괘씸죄가 가중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 관리들과 기업 임원진의 부패에 강경한 처벌을 내려 100만명 이상이 징계를 당했다. 이전에 10만 위안 정도였던 뇌물 액수는 2016년 300만 위안으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사형 선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라이의 부패 상과 별도로 그의 리더십은 상당한 실적을 낳았다. 화롱은 홍콩 주식거래소에 상장돼 담보와 보험, 리스 능력을 엄청 키워냈다. 필 로버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당장 징역형으로 감경돼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동료 기업인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이며 본보기 희생양을 만들어 다른 모든 이들을 순종하도록 하려는, 속 보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중국 연구가인 야퀴 왕은 시 주석이 부패를 끝장 낼 캠페인을 그만 두거나 속도를 늦출 의도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통 크게’ 실패 인정한 김정은, 남북경협 손잡고 국제사회 나와야

    ‘통 크게’ 실패 인정한 김정은, 남북경협 손잡고 국제사회 나와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솔직하게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해 다시 눈길을 끌었다. 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해 마감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에 코로나19 사태와 수해까지 삼중고를 겪는 사실을 ‘통 크게’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과 추진 과정의 오류를 과감히 인정하며 치부를 감추지 않으려는 특유의 통치 스타일이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사회 각 부문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은 물론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거나 선대 정책까지도 비판하는 등 거침이 없었다. 지난해 시찰 때 비판적인 발언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에서 내부 치부를 지적하는 일은 이미 흔한 일이 됐다. 지난해 여러 노동당 회의들에서 부정부패 현상을 지적하고 간부 해임 사실을 공개하는가 하면, 태풍 피해 복구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과정에도 “건설을 날림식으로 망탕하는 고약하고 파렴치한 건설법 위반행위”를 꼬집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금강산 시찰 중 김정일 정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금강산 관광 정책을 ‘대남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정일 시절 모델로 내세웠던 협동농장을 낙후됐으며 오늘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아비판을 하거나 대외적으로 일어난 불미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를 주저하지 않는 것은 솔직 화법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는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서해 민간인 피격사건 발생 이후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그는 또 중국인이 2018년 4월 북한 관광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그 어떤 말과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무오류’의 존재이자 신격화 대상임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모자람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잘못을 쉽사리 시인하지 않고 현지지도에서도 주로 격려하거나 칭찬하는 장면만을 공개했던 선대 김일성·김정일 집권기에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김일성 전 주석이 집권 말기인 199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제3차 7개년 계획 결과를 평가하면서 “일부 중요지표들의 계획이 미달했다”고 밝힌 것이 그나마 드문 사례였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잘못이 있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스타일”이라며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수령을 신격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솔직한 사과가 조금 더 의연하고 커다란 현실 인식과 대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인정했으면 나아가 북녘 인민들의 참담한 처지를 벗어나도록 외부에 손을 벌리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주로 개도국에 백신을 조달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에 백신 지원을 신청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수해로 농작물 작황이 시원찮았고, 코로나19 차단으로 국경을 봉쇄하는 바람에 중국과의 교역도 원활하지 않아 경제난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남북과 북미 교류와 협력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비핵화 평화 노선을 채택하고 인민들의 궁핍한 처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흘 정도 이어지는 당 대회에서 철저하게 이 점을 인식하고 부디 그 결과로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기고] 중한 협력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기고] 중한 협력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2020년은 중한 양국에 평범치 않은 해였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내가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감동’이라는 두 글자였다. 우선 양국 정부 간 ‘출입상우 수망상조’(出入相友 守望相助·서로 드나들며 지켜준다)의 협력에 감동을 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 통화했고,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박병석 국회의장은 화상회담을 했다. 또한 양제츠 주임과 왕이 국무위원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고위 인사들은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다. 또 양국 국민 간 ‘기왈무의 여자동상’(豈曰無衣 與子同裳·옷이 없을 때 함께 입는다)의 우정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의 한 청년은 중국 동네 방역을 적극 지원했고, 중국의 한 선생님은 자신을 살려준 서울시의 은혜에 보답했다.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우한 힘내라, 중국 힘내라’는 응원이 빛났고 ‘대구 힘내라, 한국 힘내라’라는 성원이 중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장풍파랑 직괘운범’(長風破浪 直掛雲帆·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너다)의 양국 관계 발전 추세도 감동이었다. 코로나19에 양국은 공동 방역체계를 구축했고 가장 먼저 인적 교류 ‘패스트트랙’을 실행했다. 덕분에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는 코로나에도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2021년은 양국 관계에 더욱 평범하지 않은 해가 될 것이다. 올해는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이자 중국의 첫 번째 ‘백년 분투 목표’가 끝나는 해로 중국은 국가 건설의 새로운 장정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아울러 올해는 중한 문화교류의 해로, 양국 관계도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았다. 이런 새로운 정세 아래 양국이 정치적 신뢰의 기초를 다져 나갔으면 한다. 전략적·전체적 시각에서 관계를 추진하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고 전략적 소통을 긴밀히 해 나가길 바란다. 실질적 협력의 잠재력도 높여 갔으면 한다. 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과 ‘한국판 뉴딜정책’의 융합을 실현해 양국뿐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 새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운개방견일 조진노봉출’(雲開方見日 潮盡爐峰出·어둠이 다하면 빛이 난다)이란 시구처럼 2021년 우리에겐 자신감과 희망이 넘친다. 양국이 협력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
  • 두 달째 두문불출 “마윈을 찾습니다”

    두 달째 두문불출 “마윈을 찾습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대표 주자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금융 당국을 비판한 뒤로 두 달 넘게 종적을 감추자 무수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서구 매체들은 일제히 실종 및 구금 의혹을 제기하며 ‘사라진 마윈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이 지난해 11월 2일 금융 당국과 군기잡기 성격의 ‘예약면담’을 진행한 뒤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정부가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 경영진을 다시 소환했을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일 텔레그래프는 “TV 쇼 ‘아프리카 기업 영웅’에 출연하던 마윈이 촬영 도중 갑자기 하차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첫 회부터 출연했지만 돌연 결승전에서 마윈 대신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이 ‘대타’로 들어갔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대형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세계 최대 규모 자금 모집 행사’로 기록될 앤트그룹 상장(IPO)을 연기했고, 알리바바·앤트그룹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야후파이낸스 등 일부 매체는 그에 대한 실종·구금 가능성을 언급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기업인들이 장기간 연락이 두절됐다가 재판을 받고 투옥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마윈 역시 시 주석을 비난한 혐의로 ‘제거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마윈이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고 자숙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중국 정부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 플러스’(전 분야를 인터넷·모바일 등과 연결) 사회 구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마윈을 ‘죽이는’ 것은 시 주석이 스스로 최대 성과를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윈이 오는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부터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사라진 마윈을 찾습니다”…中 ‘앤트그룹 죽이기’ 언제까지

    “사라진 마윈을 찾습니다”…中 ‘앤트그룹 죽이기’ 언제까지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대표 주자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금융 당국을 비판한 뒤로 두 달 넘게 종적을 감추자 무수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서구 매체들은 일제히 실종 및 구금 의혹을 제기하며 ‘사라진 마윈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이 지난해 11월 2일 금융 당국과 군기잡기 성격의 ‘예약면담’을 진행한 뒤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 경영진을 다시 소환했을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일 텔레그래프는 “TV 쇼 ‘아프리카 기업 영웅’에 출연하던 마윈이 촬영 도중 갑자기 하차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첫 회부터 출연했지만 돌연 결승전에서 마윈 대신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이 ‘대타’로 들어갔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대형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세계 최대 규모 자금 모집 행사’로 기록될 앤트그룹 상장(IPO)을 연기했고, 알리바바·앤트그룹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야후파이낸스 등 일부 매체는 그에 대한 실종·구금 가능성을 언급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기업인들이 장기간 연락이 두절됐다가 재판을 받고 투옥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마윈 역시 시 주석을 비난한 혐의로 ‘제거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마윈이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고 자숙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중국 정부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 플러스’(전 분야를 인터넷·모바일 등과 연결) 사회 구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마윈을 ‘죽이는’ 것은 시 주석이 스스로 최대 성과를 지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이 때문에 마윈이 3월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부터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앤트그룹은 국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 앤트그룹을 지원해 온 시중 은행을 (마윈이) 비난하자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가 대노했다. 배은망덕하다고 여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유기업들은 알리바바·앤트그룹과의 협업을 대부분 중단했다. 마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日정부 먼저 수출규제 풀어야 한국도 관계 변화 여지 생겨”

    “日정부 먼저 수출규제 풀어야 한국도 관계 변화 여지 생겨”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의 전방위적 갈등 상황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고수하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등 냉각기를 이어 갔다. 서울신문은 일본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와 마더융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만나 한중·한일 관계 전망을 살펴봤다.日대표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 일본을 대표하는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87)는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우선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국 정부도 변화의 여지를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자위대’ 명기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미소 냉전 종식 이후 변화한 안보 지형을 감안해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등 주변국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론가이자 언론인, 방송 진행자로서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그는 일본의 역대 총리들을 직접 만나 거침없는 조언과 고언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가 이듬해 중단한 데는 그의 쓴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 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데. “일본 정부는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100% 해결됐으며 여기에 한국도 동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1965년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급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때다. 한일 간의 대등하고 미래지향적인 화해는 1998년 오부치·김대중 선언을 통해 비로소 이뤄진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당장은 징용배상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현안인데. “아베 정권이 2019년 한국에 경제제재를 한 것은 패착이었다. 외교 문제를 경제 수단으로 대응하니 한국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우선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변화의 여지가 생긴다. 한국도 좀더 전향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피해자 중심주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제문제를 포함해 좀더 다양한 부분을 헤아렸으면 한다.” -한일 관계는 늘 유동적이고 불안정한데. “한국인의 애국심이 과거 피식민지배에 대한 저항감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다. 과거 식민지배에 관한 한 일본은 한국 내 정서를 최대한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서로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과 많은 만남을 가져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일 관계가 좋아져야 하며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권자들 앞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현실의 장벽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한국에 비우호적인 시선이 최근 일본에서 부쩍 늘었다. “과거에 비해 자신감을 상실한 데 따른 것이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제적 위상이 내려온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 중국을 비난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역사 수정주의의 확산도 일부는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대거 드러났는데.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와 시스템들이 부각됐다. 긴급사태 선포가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늦어진 게 대표적이다. 그것은 일본 헌법이 긴급사태 조항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긴급사태란 원래 다른 나라가 쳐들어왔을 때의 군사적 대응과 연관되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미국 주도로 일본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관련 부분이 배제됐다.” -아베 정권이 추진해 온 헌법 개정과 연결되는 대목인 것 같은데. “태평양전쟁 후 일본은 미국 주도의 헌법을 이용해 경제발전을 추구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던 시대에 가능했던 개념이다. 버락 오바마 정권 이후 미국은 그 역할을 접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안보에서 ‘자립’을 요구받는 부분이 생겼고, 그런 맥락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 스스로 주체적인 안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현행 ‘평화헌법’(제9조에서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일본 헌법의 별칭)을 수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강하다. “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나 자위대의 존재에 대해 규정하는 것이 평화헌법을 수호한다는 이념적, 사상적 토대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평화를 지킨다는 절대적인 대전제하에 시대 흐름에 따른 적절한 변화와 변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을 개정하면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클 텐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데. “분명한 것은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관계가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미소 동서냉전과 달리 미중 간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니다.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깊은 일본 기업도 많은 만큼 일본으로서는 균형을 잡아 가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다하라 소이치로는 1934년 시가현 출생. 평론가이자 언론인, 방송 진행자로서 진보와 보수의 영역을 넘어 합리적인 이성과 보편적인 진리를 바탕으로 일본 사회에 자기 목소리를 전해 온 지식인이다. ‘전쟁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일본이 다시 전쟁의 참화에 빠지지 않도록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후 일본정치의 총괄’, ‘일본의 전쟁’, ‘재생일본’ 등 저서가 있다.
  • “中, 한국과 관계복원 시도하겠지만 北존재 무시할 순 없어”

    “中, 한국과 관계복원 시도하겠지만 北존재 무시할 순 없어”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의 전방위적 갈등 상황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고수하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등 냉각기를 이어 갔다. 서울신문은 일본 원로 지식인 다하라 소이치로와 마더융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만나 한중·한일 관계 전망을 살펴봤다.中 대표적 지한파 마더융 런민대 교수(1) 중국 소장파 학자로 대표적 지한파인 마더융(48)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달 20일 가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을 피하고자 한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겠지만,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핵 문제 역시 남북·북미 간 상호 신뢰 부재로 지금의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추진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해빙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냉정히 말해서 한중 관계 복원은 중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대다수 중국인도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양국 관계가 다소 멀어진) 지금이야말로 한중 관계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과 동맹이듯 중국도 북한과 동맹이다. 중국이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고 한국과 너무 친해질 수는 없다.” -사드 배치 이전만 해도 두 나라 관계는 매우 좋았다. “양국은 수교가 이뤄진 1992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20년가량 밀월관계를 구가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열정의 시기’는 지나갔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가치가 약해졌다. 한국의 자본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볼 때도 저임금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메리트가 사라졌다. 특히 한국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고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두 나라 간 정치적 간극이 꽤 벌어졌다. 한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사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뚫고자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두 나라가 과거의 ‘황금시대’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내 ‘한류’ 열풍이 많이 식었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를 보거나 케이팝을 듣기 힘들다. “그 이유를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우선 한류가 대륙을 휩쓸 때 ‘왜 중국인들이 (우리 문화가 아닌) 한국 문화에 매달리느냐’는 각성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가 문화 주권을 지키고자 방송사 등에 외국 작품 방영 편수 등을 제한한 것도 영향을 줬다. 사드 사태 뒤로 한국 배우나 가수들의 중국 공연이 힘들어지기도 했고, 본토 대중문화 수준이 높아진 부분도 있다. 현재 미국과 홍콩, 대만 등 연예인도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한류만 퇴조한 것은 아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북한은 앞으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북한과 한국,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굳건한 신뢰가 자라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미국에 맞설 무기가 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미군의 압도적 군사력을 통제할 대안이 없다. 1990년대부터 수도 없이 핵 협상을 했지만 아직도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 말고는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나라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종전선언’ 역시 주변국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북미 간 상호 신뢰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국이 공동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현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를 더 말하자면 미국의 정치인들이 북한 지도자(김정은)에게 전략적인 존중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미 대통령은 북한 최고 지도층을 비난한다. 미국은 언론의 자유 국가여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권위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민감하게 여긴다. 북미 상호 신뢰의 첫 단추를 꿰려면 이 부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사진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마더융 교수는 1973년 간쑤성 출생. 중국인 최초로 한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외국인 정치학 박사 1호’로도 유명하다. 한중 관계에 냉철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난카이대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영국 노팅엄대 펠로십(연구활동), 난카이대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런민대에서 정치심리학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사회 자본연구’ 등의 저서가 있다.
  •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신냉전/황성기 논설위원

    새해 초입부터 코로나19 백신 제3라운드가 뜨겁다. 코로나 발병 직후부터 시작된 백신 개발의 1라운드, 작년 하반기의 입도선매식 백신 확보 2라운드에 이어 누가 접종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느냐는 새로운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백신 3라운드를 선두에서 견인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지난 1일 북부 도시에서 100만명째 접종을 자축했다. 백신 확보에도 전투를 치르듯 속전속결이었던 이스라엘은 인구 930만명에 벌써 100만명을 넘겨 인구 대비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 100명당 접종이 11.55명으로 접종 목표 550만명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 60세 이상 고령자의 40% 이상이 2회 접종분 가운데 1차를 맞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40여개국이 백신 접종 레이스에 들어갔다. 양으로만 따지면 지난 1일 기준 중국이 450만회로 1위, 미국(317만회) 2위, 영국(94만회)이 3위를 차지했다.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영국 세와 중국·러시아 세의 각축이 두드러진다. 미영이 압도적인 백신 시장에서 중국이 뒤를 쫓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중국은 지난 연말 자국의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터키에 1차로 300만회분을 공급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도 시노백 백신 1060만회분을 확보하는 등 중국산 백신을 계약한 국가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코로나 백신을 공공재로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불신을 자초한 게 백신 시장 선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내놓은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곧 접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3상 임상시험 전에 당국이 백신을 승인해 국제적인 신뢰가 떨어지는 데다 생산시설조차 모자라 해외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과 궤를 같이하는 백신의 신냉전은 올해 안으로 결판난다. 마지막 4라운드는 집단면역을 누가 빨리 달성하느냐의 경쟁이다. 이스라엘이 1등을 예약한 상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영의 백신을 인구 이상으로 챙긴 국가들이 집단면역이란 결승점에 차례로 들어올 것이다. 한국도 3라운드까진 뒤처지긴 했으나 5600만명분을 확보한 만큼 4라운드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극복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집단면역을 이뤄야 의미가 있다.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무한경쟁이나 줄세우기가 아닌 국제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marry04@seoul.co.kr
  • 우한 ‘중국판 코엑스’ 건설…한국 기업에 새 기회 될 듯

    우한 ‘중국판 코엑스’ 건설…한국 기업에 새 기회 될 듯

    양뤄항 ‘화중무역서비스구’ 막판 공사市, 한류 활용 위해 별도로 한국관 마련전 세계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지 1년이 지났다. 감염병 확산으로 주민 3800여명이 숨져 ‘세계 첫 집단 발병지’ 불명예를 얻은 우한은 이제 상하이에 맞설 무역 허브로 거듭나고자 애쓰고 있었다. 우한시 정부가 특별히 한국 기업을 중시할 계획이어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자가 찾아간 우한 외곽 양뤄항에서는 ‘화중무역서비스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서비스구는 국영기업인 우한금융그룹이 20억 위안(약 3300억원)을 투자해 원스톱 무역창구와 호텔, 컨벤션센터, 영화관 등 복합시설을 짓는 것이 골자다. 중국과 무역을 하는 내외국인은 여기서 모든 편의를 제공받는다. 쉽게 말해서 ‘중국판 코엑스’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쌍순환’(내수 위주 발전 전략) 전략을 뒷받침하고 우한을 중국 중부 지역 핵심 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 만난 서비스구 관계자는 “올해 4월쯤 일부 시설을 개관한다. 여름쯤이면 모든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후베이성을 포함한 중부 지역 6개 성은 인구 3억 7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1조 8700억 위안, 소매 판매액 8조 9900억 위안이다. 사람 수만 놓고 보면 미국(3억 3000만명)을 앞선다. 시장 규모도 조만간 10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잠재력이 크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된 뒤로 여러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덕분에 여러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유독 소비에서는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주민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정책을 ‘내수 확대’로 전환해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우한은 이 기조를 최대한 활용해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서비스구가 가장 중시하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가장 가깝고 중국인에게 친근한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우한시 정부는 별도의 한국관을 마련했다. 왕훙(인플루언서)들이 24시간 한국 제품만 소개하는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서비스구 개관 이후 우리나라 부산항과 양뤄항 간 선박 직통 수송이 개시되면 최대 한 달 가까이 걸리던 물류 운송 기간이 1주일로 줄어든다. 서비스구 사업에 참여 중인 한승훈 장강국제항운금융항 부총경리는 “중국의 무역 지도를 바꿀 거대한 사업이다. 분명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시진핑에 단단히 찍힌 마윈… 시총 이어 프로그램까지 증발

    시진핑에 단단히 찍힌 마윈… 시총 이어 프로그램까지 증발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겸 전 회장이 중국 지도부에 대들었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몰렸고 알리바바그룹의 시가총액(시총)은 두 달 새 300조원가량 증발했다.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도 돌연 하차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기업 영웅’이라는 사업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으로 출연 중이던 마윈이 촬영 도중에 다른 출연자로 교체됐다. 마윈이 직접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기업인들이 사업 구상을 심사받으며 경쟁해 최종 우승자가 마윈이 설립한 재단에서 제공하는 상금 150만 달러(약 16억3000만원)를 받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결승전 촬영을 마치고 올해 봄에 정식 방영될 예정이었다. 마윈은 촬영 초기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참가자들의 사업 계획을 평가해 왔지만 결승전에서 돌연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으로 출연진이 교체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마윈이 중국에서 신임을 잃은 후 직면한 어려움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마윈은 지난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금융 감독 관행이 전당포 같다고 비판한 뒤 지난달 앤트그룹 기업공개(IPO)가 돌연 중단됐고, 알리바바를 겨냥한 독점금지법 규제 강화 초안이 발표됐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반(反)독점 기업’으로 찍힌 알리바바의 시총은 두 달 전만 해도 8590억 달러(약 938조원)에 육박했지만 앤트그룹 상장 불발 이후 두 달 새 시총은 2730억 달러(약 298조원)나 증발했다.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개시됐고, 마윈의 개인 자산도 같은 기간 620억 달러에서 493억 달러로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해체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이 요구돼 IPO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시시콜콜] 중국 최고부자 마윈의 수난

    [시시콜콜] 중국 최고부자 마윈의 수난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마윈(馬雲·57) 알리바바 창업자에게 2020년은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뉴욕증시(NYSE)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불과 한달 사이 2574억 달러(약 281조 원)나 증발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 역시 지난해 12월 28일 전 거래일 대비 7%가 넘는 큰 폭의 하락을 했다. 마윈 회장 본인의 자산 역시 한때 62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포브스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해 연말 574억 달러로, 46억 달러가 줄었다. 알리바바 마윈 전회장의 수난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上海)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비롯됐다. 이날 서밋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총재 등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들이 초청돼 객석에 앉아있었다. 당시 마윈 전회장은 이들의 면전에서 “위대한 혁신가들은 감독(監督)을 두려워 하진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은 무서워한다”며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 당국이 안보와 위험 방지 등 이유를 내세워 지나치게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날 이후 마윈 전회장은 고행 길로 접어들었다. 일주일 후인 11월 2일 저녁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공식 웹사이트에 “오늘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이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과 진센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앤트그룹 CEO(최고경영자)와 ‘위에탄(約談·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공개했다. 이 면담에서 질책을 받은 마윈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회의 때 언급된 내용을 최대한 실행하겠다. 당국의 관리감독 조치를 잘 따르며, 경제·민생 발전에 기여하는데 노력하겠다”며 일종의 ‘공개 사과문’을 내놓아야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노기는 풀리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연말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 3일 전dp “주요 이슈가 남아있다”며 무기한 연기시켰다. 홍콩ㆍ상하이 증시를 통한 345억 달러(약 39조 1500억원)의 자금유입이 무산된 것이다. 이런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마윈은 심지어 “그룹 일부를 국유화해도 좋다”고 무릎을 꿇었지만 중국 당국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마윈에게 ‘쓴 맛’을 보도록 한 인물은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월 24일의 연설 내용을 보고받은 시 주석이 격노해 직접 IPO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에 밉보인 결과 마윈의 본거지인 알리바바 그룹마저 흔들리고 있다. 2021년에도 마윈 회장의 수난이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마오시대 선전물 디지털로 부활… 中, 사상교육 ‘올인’

    최근 중국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선전 포스터가 부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주입하고 민족주의를 고양하고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교하고도 노골적으로 ‘디지털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어느 해 어떤 토끼들의 사연’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홍콩에서 혼란을 일으키고자 미국 국기를 입은 대머리 독수리와 이에 맞서는 중국 토끼가 등장한다. 이 만화에 매료됐다는 베이징대 신입생 판보루이(19)는 “어린 세대 중국인의 생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이 이 만화를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잘 안다. 그럼에도 대부분 중국인은 (딱딱한) 뉴스 보도보다 이 만화를 훨씬 쉽고 편하게 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오쩌둥 시절인 1960년대 젊은이들은 그의 선집을 읽고 혁명가를 불렀다. 1990년에는 일각에서 ‘중국이 서방의 손에 고통받고 있다’는 논리를 퍼뜨렸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서투르고 큰 효과가 없다고 여겼다. 이미 상당수 중국인들이 자기 자신이 서구식 자유주의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전까지만 해도 ‘선전이 너무 강하게 역효과가 난다’고 여겼다.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자극하면 중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전임자들은 정치보다는 경제 분야 논의에 주력했고 서구세계의 이념들을 기꺼이 허용했다. 하지만 시 주석 체제에서 애국 교육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광범위해졌다. 미 서든캘리포니아대 중국 정치학 교수인 스탠리 로젠은 “중국 당국은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 베이징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세뇌는 어린 나이에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2018년 8월 “우리는 10대의 가치를 결정하고 형성하는 중요한 때를 포착해 그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시진핑 “中, 인류애로 코로나19와 싸우는 서사시 썼다”

    시진핑 “中, 인류애로 코로나19와 싸우는 서사시 썼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새해를 앞두고 한 대국민 연설에서 자국의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가 영웅적이었다고 자평했다. 31일 국영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가 총동원된 가운데 진행된 신년 연설에서 시 주석은 “2020년은 극도로 평범하지 않은 한 해였다”며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19에 직면해 우리는 인민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류애로 끈질기게 전염병과 싸우는 서사시를 썼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평범함이 위대함을 주조하고, 영웅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며 “위대한 조국과 인민, 자강불식의 민족정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세계 주요국 가운데 먼저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며 탈빈곤 등 중국이 올해 거둔 경제 성과들도 강조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내년부터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노력에 함께 나서자고 국민들을 독려했다. 시 주석은 “우리가 인민을 중심으로 하고 영원히 초심과 사명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룰 수 있다”며 “분투를 통해 수만은 물과 산을 넘어 찬란함으로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中 베이징에 사는 직장인 연봉 가장 높아…얼마나 받았나

    中 베이징에 사는 직장인 연봉 가장 높아…얼마나 받았나

    베이징 거주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이 지난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시인력자원사회보장국은 지난 2019년 기준 베이징 시 거주 재직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6만 6800위안(약 2800만 원)을 달성했다고 30일 이 같이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2020년베이징시인력자원시장임금데이터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일명 ‘베이상광선’으로 불리는 4대 대도시 가운데, 베이징 소재 기업의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온·오프라인 투 트랙으로 실시, 오프라인 상으로는 베이징 소재 4259곳의 기업과 재직 근로자 72만 6000명에 대한 표본 조사가 진행됐다. 또, 온라인 상으로 진행된 조사에는 총 9만 곳의 기업체와 470만 명의 재직 근로자, 29만 명의 취업 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실시됐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가장 높은 임금을 지급한 업계 1위로 평균 연봉 약 26만 9400위안(약 4510만 원)을 지급한 금융업계를 꼽았다. 같은 시기 중국의 증권, 보험, 은행 등 분야의 이윤이 지속적으로 증가, 1인당 연봉 수준도 동시에 증가했다. 특히 이 시기 금융업 종사 최고 경영자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 원)을 넘은 기업의 수가 18곳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최고 경영자에게 가장 높은 연봉을 지급했던 기업으로는 보험업계의 중궈핑안, 증권업의 디이촹예, 자오상증권등이 꼽혔다. 해당 업계는 자사 경영자에게 평균 500만 위안(약 8억 70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이어 전력 및 가스, 수도 공급 관련 업계가 12만 6700위안(약 2200만 원)으로 2위, 3위에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및 이 분야 서비스 제공 업계 등이 11만 5800위안(약 1940만 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같은 시기 가장 빠른 임금 인상률을 보인 업계로는 문화, 스포츠, 오락 분야가 꼽혔다. 해당 업계 평균 연봉은 1인당 10만 6100위안(약 1790만 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이와 함께, 이 시기 베이징의 높은 임금 수준을 견인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지조’(智造, 스마트 제조) 분야가 꼽혔다. ‘스마트 제조’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줄곧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 브랜드로 꼽힌 신조어다.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17년 양회에 참석, “중국의 제조업이 과거 '제조(製造)' 분야에서 앞섰다면, 앞으로는 '지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베이징 소재 신기술 과학연구 분야 재직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20만 4000위안(약 3500만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대비 약 9.9% 급등한 수준이다. 또, 이 분야 기능직 재직자 연봉은 14만 4000위안(약 2500만 원)으로 기준 년도 대비 6.4% 상승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국가긴급위기관리실 설치” 시진핑 뇌동맥류 건강이상설(종합)

    “국가긴급위기관리실 설치” 시진핑 뇌동맥류 건강이상설(종합)

    시진핑(習近平 67) 중국 국가주석이 뇌동맥류로 입원 중이라는 건강이상설이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반중 인터넷 매체 간중국(看中國 vision times)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 시사채널 로덕사(路德社 루더)는 전날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뇌동맥류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로덕사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도 맡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입원 전에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 딩쉐샹(丁薛祥) 당중앙 판공청 주임, 주쉐펑(朱學峰 시진핑 비서), 친동생 시위안핑(習遠平)으로 이뤄진 국가긴급위기관리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로덕사는 시진핑 주석이 입원으로 인한 유고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다른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국가긴급위기관리실 멤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도 아르헨티나 소식통과 홍콩 뇌종양 전문가를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특별위기대책 기구를 꾸렸다는 글이 27일부터 올라와 전파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중 매체 희망지성(希望之聲 sound of hope)은 시 주석이 28일 오후 7시(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신년인사와 함께 양국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기회로 시 주석에 수술을 잘 받으라고 병문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례대로 하면 베이징 시간으로 12월31일 오후 6시에 시 주석이 2021년 신년사를 TV로 방송하는데 그의 등장 여부와 실제 모습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매체는 주장했다. 시 주석은 작년 3월 프랑스 방문 때 다리를 저는 등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간 시 주석의 건강를 둘러싸곤 해외 중국 매체에서 근육 염좌부터 통풍, 중풍까지 다양한 억측을 내놓았다. 그의 건강 문제는 후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맞물려 중국 내외에서 각별한 주목을 사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건강이상설에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다만 시 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다면 이같은 의혹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관영 중국 CCTV를 통해 신년사를 전했다. 당시 시 주석은 홍콩의 안정을 바란다며 일국양제(한국가, 두체제)를 강조했다. 또 경제적 번영과 농촌 빈곤 퇴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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