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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운 삶 보며 용기 찾은 청춘들

    한용운 삶 보며 용기 찾은 청춘들

    “지금 대학교 4학년이라 취직 준비로 마음이 바쁘지만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을 기리며 여러 사찰을 찾아 좋은 기운을 받아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청춘 30여명이 모였다. 심우장은 민족시인 만해 한용운이 말년에 직접 지은 집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던 곳이다. 심우장을 시작으로 김동혁(25·국민대)씨를 포함한 대학생 30여명이 2박 3일간 ‘만해로드 대장정’에 올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청춘의 대장정을 지켜보며 격려했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에 있는 심우장에서 입적한 만해의 삶을 기리는 일에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서 뛰어들었다. 협의회에는 서울 성북구와 서대문구, 강원 속초시와 인제·고성군, 충남 홍성군 등 만해와 인연이 있는 지자체 6곳이 참여했다. 김 구청장은 “취업과 결혼까지 포기를 강요당하는 ‘N포 세대’ 젊은이들이 이번 만해로드 대장정에서 암흑 같던 일제 치하에서도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한용운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해로드 대장정은 심우장에서 출발해 한용운이 공부했던 동국대 만해광장을 거쳐 그가 수행한 강원 고성 건봉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만해가 수행 생활을 했던 속초 신흥사와 백담사를 거쳐 인제군 만해마을에서 끝났다. 만해가 수감 생활을 한 서대문형무소에서 다시 심우장으로 되돌아와 지난 13일 만해로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특히 만해가 ‘님의 침묵’을 쓴 백담사의 만해기념관에는 김 구청장뿐 아니라 이병선 속초시장도 동행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포켓몬고 게임이 실행되어 태초마을 촌장 겸 포켓몬 박사를 자처한 이 시장은 “속초의 관광지와 만해 한용운의 독립정신을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백담사 입구에서 직접 포켓몬을 잡는 시범을 보이며 “속초에 오면 포켓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구성된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협의회는 만해로드 대장정 외에도 만해를 기리는 여러 사업을 함께 펼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친일 세력을 척결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우리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 중심에 만해 한용운 선사의 뜻을 세우는 일이 있다”며 “우리가 기록하고 지켜내는 역사가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인제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울 심우장에서 속초 백록담까지,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의 괘적을 따르다

    서울 심우장에서 속초 백록담까지,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의 괘적을 따르다

    “지금 대학교 4학년이라 취직 준비로 마음이 바쁘지만,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을 기리며 여러 사찰을 찾아 좋은 기운을 받아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청춘 30여 명이 모였다. 심우장은 민족시인 만해 한용운이 말년에 직접 지은 집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던 곳이다. 심우장을 시작으로 김동혁(25·국민대 학생)씨를 포함한 대학생 30여명이 2박 3일간 ‘만해로드 대장정’에 올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청춘의 대장정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함께 했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에 있는 심우장에서 입적한 만해의 삶을 기리는 일에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서 뛰어들었다. 협의회에는 서울 성북구와 서대문구, 강원도 속초시와 인제·고성군, 충남 홍성군 등 만해와 인연이 있는 지자체 6곳이 참여했다. 김 구청장은 “취업과 결혼까지 포기를 강요당하는 ‘N포 세대’ 젊은이들이 이번 만해로드 대장정에서 암흑 같던 일제 치하에서도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한용운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해로드 대장정은 심우장에서 출발해 한용운이 공부했던 동국대 만해광장을 거쳐 그가 수행한 강원도 고성 건봉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만해가 수행생활을 했던 속초 신흥사와 백담사를 거쳐 인제군 만해마을에서 끝났다. 만해가 수감생활을 한 서대문형무소에서 다시 심우장으로 되돌아와 지난 13일 만해로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박 3일간 만해로드 대장정의 일부 구간은 도보순례로 구성됐지만,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낮에는 실내 유적지에서 문학 강의 등을 하며 만해의 독립정신을 기렸다. 특히 만해가 ‘님의 침묵’을 쓴 백담사의 만해기념관에는 김 구청장뿐 아니라 이병선 속초시장도 동행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포켓몬고 게임이 실행되어 태초마을 촌장 겸 포켓몬 박사를 자처한 이 시장은 “속초의 관광지와 만해 한용운의 독립정신을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백담사 입구에서 직접 포켓몬을 잡는 시범을 보이며 “속초에 오면 포켓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구성된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협의회는 만해로드 대장정 외에도 만해를 기리는 여러 사업을 함께 펼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친일세력을 척결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우리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 중심에 만해 한용운 선사의 뜻을 세우는 일이 있다”며 “ 우리가 기록하고 지켜내는 역사가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인제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IS(이슬람국가)서 해방된 여성 ‘부르카’ 벗어 던져 태우다

    해방의 기쁨을 이 장면만큼이나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최근 쿠르드·아랍군 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한 여성이 부르카를 벗어던지는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와의 접경 도시인 만비즈 시내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앳된 얼굴의 한 여성이 부르카를 벗어 던지고는 불에 태우는 장면을 담고있다.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으로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을 말한다. 그간 자신을 구속해왔던 '굴레'를 벗어던지며 자유를 만끽하는 여성의 모습이 IS로부터 해방된 현재의 만비즈 모습을 상징하는 셈. 만비즈시는 IS 외국인 용병의 주요 입국통로로 지난 2년 간 IS가 장악해 왔다. 이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떠나거나 남은 사람들은 IS의 압제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 서구의 지원을 받고있는 SDF가 만비즈를 탈환하면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SDF 대변인은 "수천 명의 주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굳게 닫혔던 상점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면서 "IS가 통치하는 지난 2년 간 주민들은 죽음과 가혹한 통치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IS 측은 SDF 밀려 퇴각하면서도 주민 2000명을 인질로 삼고 끝까지 버텼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현재 SDF 측은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부비트랩을 제거하고 있다. 쿠르드계열인 ‘쿠르디스탄24’ 방송은 "며칠 전 만 해도 시민들이 처형되던 거리가 지금은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면서 "여성들은 부르카를 태우고 남성들은 담배를 피우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부고]

    ●박기호(신부)노해(시인)씨 모친상 14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2)3779-1918 ●최영호(광주 남구청장)경호(중앙일보 광주총국장)씨 모친상 13일 광주 금호장례식장, 발인 17일 오전 9시 (062)227-4381 ●김홍식(전 왜관초 교장)씨 별세 진승(대구 신세계여성병원 마취과 원장)철영(MBC 라디오국 PD 차장대우)씨 부친상 설홍수(전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이쾌상(서울메디아이여성병원 마취과장)씨 장인상 김민영(대경대 교수)최윤정(연합뉴스 사회부 차장대우)씨 시부상 14일 대구가톨릭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53)655-4502 ●유제필(법률사무소 변호사)제호(전북대 프랑스학과 교수)경희(덕수고 교사)제영(안진회계법인 전무)형철(기획재정부 국장·미주투자공사 파견 예정)씨 모친상 유석태(아름다운 사람들 대표)씨 장모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02)3010-2262 ●조석기(석원토건 대표)용수(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용식(서울지방경찰청 인사교육과장)장희(군자종합건설 대표)씨 부친상 13일 익산 원광대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63)855-1734 ●이동훈(삼성중공업 전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씨 장인상 13일 전남 광양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8시 (061)761-5500 ●정인목(승지건설 감사)정목(청주대 행정학과 교수)기종(승지건설 사장)씨 모친상 유지창(유진투자증권 회장)박홍구(박홍구성형외과 원장)씨 장모상 13일 서울대병원, 발인 15일 오전 7시 (02)2072-2020 ●김규환(전주 본병원장)정환(울산의대 정형외과 교수)수환(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효정(을지의대 내과 교수)씨 부친상 최재혁(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씨 장인상 13일 전주 모악장례문화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63)221-4044 ●김성준(전 옌볜과학기술대 교수)현준(한국기술정보센터 대표)씨 모친상 김진영(브이아이피트래블 근무)김용범(삼성SDS 차장)김용진(삼성물산 차장)씨 장모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30분 (02)3410-3151 ●신찬우(전 숙명여대 대학원장)씨 별세 신영석(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씨 장인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3010-2293 ●김숙자(전 혜화초 교장)씨 별세 최문경(한양대 명예교수)은경(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씨 모친상 엄대용(성균관대 명예교수)정연태(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씨 장모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010-2263
  • “詩는 일상의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하죠”

    “詩는 일상의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하죠”

    “시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보이는 것을 쓰는 대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울리고 머리를 때려요. 가능과 불가능의 세계를 끊임없이 오가면서요. 그러니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혁명이죠.” 그의 ‘언어 부리기’는 천진한 아이의 놀이 같다. 유머와 장난기 어린 시어들은 읽기는 쉽다. 하지만 능수능란하게 배열된 시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금세 알아채게 된다. 그의 말놀이가 불현듯 날린 잽처럼 현실을 간단하게 전복시키고 있다는 걸. “그는 시에서 끊임없이 놀이를 벌인다. 그리고 그는 그 놀이로 혁명을 시도한다”(권혁웅 평론가)는 평이 붙은 이유다.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오은(34) 시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론 비루하고 때론 잔혹한 현실을 찌르는 언어 유희의 쾌감이 은근하면서도 강해졌기 때문일까. 새 시집은 출간 하루 만에 재쇄와 삼쇄를 연달아 찍을 정도로 빠른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간 말놀이라는 건 문학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영역이었어요. 1980년대에도 등장하긴 했지만 ‘이 시인이 나이가 들어도 재치가 있네’라는 정도로만 여겨졌지 문학적으로 의미 있게 다뤄진 적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너무 말놀이로 주목을 받다 보니 ‘형식은 그렇지만 내용은 그게 아닌데’ 싶더라구요. 이번 시집에선 회사인으로서의 오은과 시인으로서의 오은이 함께 주변을 관찰하며 사회에 대한 의견을 확고히 다지게 됐어요. 헬조선, 청년실업 등의 현실을 보면서 이전 시집들에선 ‘내’가 중요했다면 이젠 ‘바라보는 자로서의 내’가 중요해진 거죠.” ‘우리 중 하나는 이제 떨어진다는 거죠?/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하나만 중요했다//살다의 반대말은 죽다가 아니야/떨어지다지/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누군가는 떨어졌다는 것이다//오늘부로 너는 우리에서 이탈하게 된다/우리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된다’(서바이벌) 그의 시편들은 발랄함과 재치를 유지하면서도 일상에 끊임없이 균열을 낸다. 약자를 거세하는 고장난 자본주의, 헛발질만 거듭하는 교육 제도, 처세와 이해관계만 중시하는 세태 등 세상의 부조리를 조롱하면서.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학원에 고스란히 앉아 있었다/준비물처럼/책상 위에 가만히 있었다/그리고 우리는 사용되었지 우리 학원에서/우리가 우리를 사용할 때/우리는 주어일까 목적어일까/영어 선생님이 물었지/자기도 모르면서/학생이었으면서/옛날에 우리 학원에 다녔으면서/샤프심처럼 뚝뚝 끊어지고/지우개처럼 똥을 끌고 다니고/자처럼 재기 바쁘다가/노트처럼 갈가리 찢어졌으면서’(우리 학원) “시는 일상의 비루함, 지지부진함에서 우리를 구원해줘요. 일상이란 건 패턴이잖아요. 출근해서 밥 먹고 야근하고 씻고 자는 패턴들요.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기쁨이 일상에 균열을 내주듯, 시를 읽고 쓰는 것도 일상의 지리멸렬함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는 균열이자 촉매인 거죠.” 그래서 오은은 매 걸음 스스로를 갱신하는 시를 짓는다. 마르지 않는 펜촉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지면 위를 걷는 것처럼. ‘지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이 그를 걷게 한다. 그의 시작은 매 걸음 갱신된다. (중략) 다음 지면이 할애될 때까지 너는 커서처럼 껌벅이기로 한다. 마르지 않는 펜촉처럼, 너는 땀 흘린다.’(지면)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획]명동 등 서울 30% 일제 잔재… 日전함 딴 송도도 ‘치욕의 지명’

    [기획]명동 등 서울 30% 일제 잔재… 日전함 딴 송도도 ‘치욕의 지명’

    ‘서울 명동(明洞)과 금호동(湖洞), 인천 송도(松島) 등 일제의 잔재가 서려 있는 지명을 바꿔야 한다.’ 14일 우리 역사와 문화계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왜곡하려고 만든 지명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는 해방 이후 범정부적 차원의 체계적 노력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명을 바로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제는 강점기 동안 우리의 국호 ‘대한제국’을 ‘조선’으로, 서울 ‘한성’을 ‘경성’으로, ‘순종황제’를 ‘이왕’으로 격하시켰다. 한반도의 허리인 ‘백두대간’을 ‘태백산맥’으로 바꿔 놓더니 산봉우리와 하천의 이름에서 ‘크다’는 의미가 담긴 ‘대’(大)자, ‘한’(韓)자가 들어가는 명칭은 모조리 없애거나 바꿨다. 여기에 1914년 10월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하면서 우리 민족이 자자손손 사용해 오던 지명을 일본식으로 바꿨다. ●‘의미 왜곡’ 파주 문산 한자 바로잡아 일제의 지명 변경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해당 지역의 지형이나 물, 산 등 특징이 담긴 지명을 일본식 한자로 아무렇게나 바꾼 사례가 가장 흔하다. 서울 금호동의 경우가 그렇다. 무쇠로 솥을 만드는 가마터와 대장간이 많이 있다고 하여 ‘무쇠막’또는 ’무수막’으로 불리던 옛 수철리(水鐵里)는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 때 금호동(湖洞)으로 바뀌었다. ‘새마을’로 불리던 경기 파주 금촌(村)은 일본이 경의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쇠마을’로 잘못 알아듣고 일본식 한자로 고쳤다는 말이 전해 온다. 파주 교하의 ‘새터마을’, ‘괸돌’ 등은 그 일대에 지석묘가 많은 점을 들어 한성과 가까운 쪽은 상지석리(上支石里), 먼 쪽 마을은 하지석리(下支石里)로 불렀다. 높은 산봉우리에 주로 붙던 ‘왕’(王)자에 일본을 뜻하는 ‘일’(日)자를 더해 ‘왕’(旺)으로 바꿨듯, 특정 한자에 부정적 의미의 부수를 더해 완전히 다른 뜻의 지명으로 왜곡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파주 문산이 대표적이다. 본래 지명은 ‘문산’(文山)이었으나 1910년 전후부터 ‘문산’(汶山)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여기서 ‘문’(汶)자는 ‘더럽다’, ‘불결하다’라는 뜻이 있어 1990년대 심각한 홍수를 겪었던 문산 주민들이 삼수변이 없는 ‘문’(文)자로 바꾸자는 운동을 벌였다. 파주시는 2014년 6월 지명위원회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문산읍과 문산리의 한자 표기를 ‘汶山’에서 ‘文山’으로 바로잡았다. 한글학회가 1966년 발간한 한국지명총람은 서울 편에서 원남동(苑南洞)을 “창경원 남쪽에 있으므로 원남동이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른 학설 및 주장도 있지만 ‘본래 순라동이었으나 1911년 순종황제가 머물던 창경궁을 동물원(창경원)으로 바꾸고서, 창경궁의 남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일제가 개명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졌다. 지금의 서울 옥인동, 인사동 등 성격이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마을 이름을 제멋대로 합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은 “청운동은 청풍계(창하동)와 백운동에서 한 글자씩을 차용해 만들었다. 또 옥인동도 옥동과 인왕동의 합성 지명”이라면서 “일제가 4개 지명을 2개로 줄이면서 의미가 축소되고 고유 의미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땅이름학회에 따르면 서울 동(洞) 이름의 30%, 종로구 동명의 60%가 일제 잔재라고 한다. 향토사학자들은 “토박이 지명이 일본 강점기를 거치면서 유래조차 짐작할 수 없는 엉뚱한 지명으로 변질한 경우가 많다”면서 “원남동처럼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끊고 모욕을 주기 위해 개명했거나, 땅이름 속 우리의 얼과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합성 지명화한 곳은 마땅히 본래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를 내리면서 지역별 특색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의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지명 변경도 그중 하나다. 충남 홍성군은 ‘홍주(洪州) 지명 되찾기 범군민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00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지명을 일제가 강제 개명한 만큼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물어 2018년 시 승격을 앞두고 홍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다. 반면 일제 잔재 지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명동(明洞)과 송도(松島) 등처럼 일부 지명은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고 그 자체가 상품성을 갖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일부 지역 주민들도 지명이 갖고 있는 ‘가치’ 때문에 반대하기도 한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은 조선 시대에 명례동(明禮洞)이나 명례방으로 불렸다. 그런데 일제가 1943년 6월 명치정(明治町·메이지초)으로 바꿨다. 서울의 한복판, 행정구역의 중심에 일본의 ‘메이지’(明治) 일왕을 기리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후 명치정에서 ‘치’(治) 한 글자만 빠진 채 사용되고 있는 이름이 지금의 명동이다. 또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신도시인 ‘송도’는 일본 전함 송도호, 일본명 마쓰시마호의 이름을 딴 지명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섬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송도’라는 이름의 섬이 1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원남동 역시 한때 지명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확실하지 않고, 악의적 지명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 “日 문화침탈 계속된다는 방증” 부산 동구 범일동에 ‘조방’(朝紡)이라는 지역이 있다. 1917년 일제가 부산에 세운 가장 큰 군수공장(조선방직)의 줄임말이다. 조선방직은 1968년 사라졌으나 줄임말이 새로운 도로명과 각종 상호, 심지어 지자체가 지원하고 지역 경제단체가 추진하는 거리축제에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이광우 선생의 아들 상국(56)씨가 “식민지 노동 약탈의 상징이었던 조선방직의 줄임말을 사용하지 말자”고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조방 앞 일원의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의도로 ‘조방 이끌리네 거리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윤희 파주지역문화연구소 소장은 “지명은 지역의 특성, 자연의 이치, 역사적 사실 등 다양한 사연 및 유래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광복 70년이 넘었지만 아직 우리 주변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지명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왜곡된 수많은 지명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일본의 문화 침탈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정부 주도의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동시에 지명 회복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원장 역시 “현재 진행 중인 독도와 동해 표기 전쟁은 한국과 일본의 ‘지명 전쟁’”이라면서 “하루빨리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지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가슴 아프게’ 원로 작사가 정두수씨 별세

    원로 작사가 정두수(본명 정두채)씨가 13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79세. 정 씨의 유족은 이날 “입원 중이시던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오늘 오전 2시40분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1937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정씨는 3500여 곡의 가사를 쓴 대표적인 원로 작사가다. 대표곡으로는 1963년 진송남의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해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남진의 ‘가슴 아프게’,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등이 있다. 특히 작곡가 박춘석과 콤비를 이루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정씨의 작품은 대중성뿐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각종 시상식에서 400여 차례 가까운 상을 받았으며, 고향 하동을 비롯해 전국 13곳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영화, 딸 다혜, 지혜, 선혜 씨가 있다. 지난 2008년 작고한 시인 정공채 씨가 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15일, 장지는 미정. (02)3010-2000. 연합뉴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를 보내며/한용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를 보내며/한용운

    그를 보내며/한용운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요,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술, 흰 이,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 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 같은 발꿈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려다 말고 말려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은 가까워지고,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였더니, 갈매기보다도 작은 조각 구름이 난다. 그해 우리는 섬으로 떠났다. 그 사람은 일출이 보고 싶다고 했고 나는 일몰의 풍경이 아름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늦은 밤에 도착한 첫날과 고단했던 이튿날과 산간마을에서 머문 세 번째 날을 보내고 난 우리에게 일출이나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하루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새벽부터 짙은 안개와 강한 비가 이어졌다. 일출을 볼 수 있는 섬의 동쪽이나 일몰을 볼 수 있는 섬의 서쪽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도 않았는데 그 일을 미뤄 두었던 지난 여정이 후회스러웠다. 뿌옇게 아침 해가 떴다가 낙조 없이 어둠이 왔다. 그리고 우리는 곧 그 섬을 떠났다. 하루의 해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우리의 생이 그러하듯이 삶을 살면서 맺는 관계들도 모두 시작과 끝을 맞이한다. 시작은 거창했는데 끝이 흐지부지 맺어지는 관계도 있고 어서 끝나서 영영 모르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하는 관계도 있고 생각하기 두려울 만큼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관계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짧은 기간의 교류든 평생에 걸친 반려든 우주의 시간을 생각하면 모두 한철이라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이 한철 동안 우리는 서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잘도 담아 둔다는 것이다. 이제 입추(立秋)도 지났다. 아름다운 우리의 여름 한철이 또 이렇게 가고 있다. 박준 시인
  • [커버스토리] 디지털 셜록 홈스 “누가 아파트 관리비 횡령했는지 알고 있다”

    [커버스토리] 디지털 셜록 홈스 “누가 아파트 관리비 횡령했는지 알고 있다”

    2012년 11월 17일 새벽 5시 30분, 미국 뉴욕의 한 음식거리 뒷골목. 해산물 레스토랑의 보조 주방원인 파블로 로드리게스(26·가명)가 큰 들통을 끌고 나왔다. 불안한 눈동자로 좌우를 살핀다. 아무도 없다. “하긴 토요일 새벽에 누가 있겠어.” 혼잣말을 내뱉고는 들통의 노란 액체를 하수구로 흘렸다. 폐식용유였다. 식용유 무단 방류는 불법이다. 그때 누군가 로드리게스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당신이 버릴 줄 알았어.” 뉴욕시청 환경보호국 소속 단속반원 잭 포드(46·가명)였다. 그는 어떻게 로드리게스의 행동을 예측했을까. 답은 뉴욕시의 빅데이터 행정 시스템에 있다. 2012년 뉴욕시 데이터분석국장으로 영입된 마이클 플라워스는 뉴욕 배수관 막힘 원인의 50% 이상인 폐식용유 무단 방류 해법을 찾기 위해 레스토랑 소득세 기록과 폐식용유 처리 기록을 비교했다. 매출보다 폐식용유 합법적 처리량이 현격히 적은 업체 주변에 단속반원을 잠복시켰고 적중률은 95%에 달했다. 미 언론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디지털 셜록 홈스’라며 칭찬했다. 빅데이터 행정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과 경기 등 자치단체도 쌓아 놨던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범죄, 화재 등 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데이터 행간을 읽어 숨은 부조리를 찾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빅데이터 행정 사례를 살펴봤다. ●범죄·위험 예측 크고 작은 위기 가능성을 데이터로 미리 읽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경찰의 범죄예측시스템 ‘지오프로스’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처럼 ‘예정된 범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한 지역의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순 있다. 지오프로스는 죄종별 범죄 발생 위치와 시간, 특정지역의 유동인구와 가구소득, 폐쇄회로(CC)TV 수, 유흥업소 현황, 당일 기상정보 등의 데이터와 전국을 37만여개 블록으로 나눈 지도를 연동시켜 범죄 가능성을 1부터 100 사이 숫자로 표현한다. 예컨대 가구 소득이 높거나 유흥업소가 많으면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원들이 마을 곳곳을 무작정 순찰하는 대신 범죄 가능성이 큰 곳 위주로 영리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봄·가을철 공포의 대상인 산불도 산림청의 ‘산불 위험지수’를 참고해 미리 막을 수 있다. 산불위험지수는 1991년 이후 발생한 산불 1만여건의 정보를 분석해 만들었다. 산불 발화·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온과 습도, 풍속 등 기상요소와 특정 산의 고도, 경사면의 방향, 나무 종류 등 지역요소 등 10가지 인자 데이터가 알고리즘(컴퓨터로 답을 얻기 위해 만든 연산 공식)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 이 공식으로 48시간 내 3490여개 읍·면·동에서 산불이 날 가능성을 예보한다. 예를 들어 일조량이 많아 건조해지기 쉬운 산의 남쪽 사면이 북쪽 사면보다 산불 가능성이 높고, 송진 탓에 불이 잘 붙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으면 자연발화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산림청은 관심(50 미만), 주의(51~65), 경계(66~85), 심각(86 이상) 단계로 구분해 산불 예보를 하고 심각 단계이면 감시인원을 늘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2~5월 산불 중 87%가 경계 또는 심각 단계일 때 발생했다”며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부조리 감시 감춰진 비리를 찾아낸다. ‘난방비 열사’로 주목받은 배우 김부선씨는 비리를 찾겠다며 관리소 측과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빅데이터 분석만으로도 공동주택 관리비의 부조리 정황을 찾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와 경기도는 안양시 160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가 적정한지 따졌다. 한국전력 등으로부터 전기료와 난방비, 수도료 등 47개 항목 데이터를 받은 뒤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자에게 부과한 관리비와 비교했다. 차이가 현격한 아파트 단지 위주로 실사했더니 관리비 부정 사례가 많았다. 박연병 행자부 공공정보정책과장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비위 행위를 감시하면 무작위 현장 실사를 다닐 때보다 인력과 시간 투입이 주는 등 효율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고용·산재 다발 사업장 정보와 건강보험체납 내역, 장애인 지원 현황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부당근로사업장을 찾아낸다. ●교통·상가 등 시민 편의 분석 빅데이터로 시민들의 생각을 읽어 편의를 끌어올린 행정 사례도 많다. 서울시 공공 심야버스인 ‘올빼미 버스’가 대표적이다. 시는 2013년 이 노선을 2개에서 8개로 늘릴 때 노선 선정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시 통계데이터 전문가들은 우선 법인·개인택시에 설치된 디지털통합운행데이터(DTG) 기록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수요가 많은 목적지와 행선지를 파악했다. 통신사 KT에서 심야 통화기록 30억여건을 얻어 고객이 전화를 건 위치와 주소지를 비교해 귀갓길을 파악했다. 자영업자를 위해 골목상권을 분석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도 있다. 중국집, 편의점 등 43개 생활밀착업종의 카드매출, 임대시세 등 빅데이터 2000억개를 분석해 어떤 지역에 특정 업종을 신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화사업에 올해 모두 2178억원을 투자하는 등 행정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인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檢 ‘60억대 사기·횡령’ 넥센 이장석 대표 구속영장 청구···넥센의 앞날은?

    檢 ‘60억대 사기·횡령’ 넥센 이장석 대표 구속영장 청구···넥센의 앞날은?

    검찰이 수십억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이장석(50) 서울 히어로즈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8년께 서울 히어로즈 지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고서 지분 양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며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입금 120억원을 내지 못하게 되자 홍 회장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이에 홍 회장은 이 대표와 두 차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10억원씩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서울 히어로즈 지분 40%를 넘겨받는다는 계약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약속대로 지분 양수가 이뤄지지 않자 홍 회장은 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대표는 애초 20억원이 투자금이 아니라 단순 대여금이며 지분 양도 계약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달 8일 검찰 조사에서는 “투자금이 맞다”라며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서울 히어로즈 자금 40억여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파악해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프로야구 구단 대표이사가 구속영장 청구까지 받은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의 위기는 곧 히어로즈 구단의 위기다. 히어로즈는 창단 초 자금난을 딛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올해도 대규모 선수 유출 속에서도 정규시즌 3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인선수 선발부터 구단 운영의 큰 밑그림까지 그린 이 대표가 히어로즈 구단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만약 이 대표가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KBO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KBO 규약 제3장 9조 임원 조항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재 KBO 이사(총재, 사무총장, 각 구단 대표이사)다. 규약은 임원의 해임도 명시했는데, 제13조에 2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KBO 임원이 될 수 없다. KBO 이사직에서 물러난다면, 구단 대표이사직도 유지할 수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회주의자’ 샌더스 별장구입에 “집만 3채 위선자” 비난 쇄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별장 구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위선자”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경선 내내 서민과 중산층의 옹호자임을 내세웠던 그가 경선이 끝나자마자 지역구 내 경관 좋은 휴양지에 별도의 거처를 마련해 집을 3채나 갖게된 데 반감이 생겨난 것. 샌더스가 버몬트 주 챔플레인 호수 주변에 구입한 가족별장은 57만5천 달러(6억3천만원) 상당으로 4개의 침실이 있는 건평 50평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버몬트 주와 뉴욕 주를 거쳐 캐나다 퀘벡 주까지 길게 뻗은 챔플레인호는 미국에서 6번째 큰 호수다. 호수에 여기저기 흩어진 섬들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여름에는 뉴잉글랜드의 대표적 휴양지이며, 가을에는 인근 애디론댁 산맥의 수려한 경관으로 사람들이 찾는다. 샌더스 별장은 버몬트 주 최대도시인 벌링턴에서 차로 40분 거리. 챔플레인 호의 물가 150m를 끼고 있다고 한다. 샌더스의 부인 제인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지역신문 ‘세븐 데이즈’에 메인 주에 있던 가족별장이 팔리는 바람에 서둘러 별장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위선자”라는 식의 비난이 무성했다. 그가 워싱턴과 벌링턴에 이어 또 한 채의 거처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WP는 “소셜미디어에 비난이 일고 있다”며 “사회주의와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 코미디 한류도 매섭다… 영국 사로잡은 옹알스, 리우올림픽 폐막 초청

    코미디 한류도 매섭다… 영국 사로잡은 옹알스, 리우올림픽 폐막 초청

    리우서도 초청… 야외서 특별 무대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핼리팩스 요크셔 서부에 있는 유레카 국립 어린이박물관 로비에서는 “더 더 더”(We want more!)라는 어린이들의 떼창이 울려 퍼졌다.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코미디팀 ‘옹알스’가 재능 기부로 한 무료 공연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연호했다. 한 관객은 “1년 동안 웃을 걸 한국의 옹알스 공연 70분 동안 다 웃은 것 같다”고 옹알스팀에 소감을 전했다. 레이첼 스키너 어린이박물관 매니저는 “올해 유레카 박물관 행사 중 단연코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7일 킹스턴의 요양시설 ‘시그네추어 케어 홈스’에서 열린 옹알스의 무료 공연에서도 90대 노인들이 박수를 치고 어깨를 으쓱이며 흥을 돋웠다. 시그네추어 케어 홈스 측은 “그동안 어르신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큰 호응이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국 코미디 한류의 선봉장인 옹알스가 영국 런던 킹스턴 로즈시어터의 만석 유료 공연에 이어 어린이들과 노인 요양시설에서 무료로 사회공헌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옹알스의 강점은 바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것. 어린아이의 옹알이와 비트박스, 마술, 저글링, 슬랩스틱 등 풍성할 볼거리를 조합한 퍼포먼스로 가족 관객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재능 기부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메디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예산을 지원해 이뤄졌다. 해외 에이전시인 전혜정 KADA 대표는 “언어와 연령의 장벽을 허물고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넓히는 만국 공통어는 영어가 아니라 웃음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옹알스는 10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010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쇼케이스를 열었다. 옹알스는 앞선 에든버러 공연에서 별점 다섯 개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쇼케이스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극장인 어셈블리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옹알스는 오는 21일 열리는 리우올림픽 폐막식의 한국관 공연에도 초청돼 야외 특별공연을 한다. 옹알스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과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바 있으며, 국내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공연 등을 통해 국내외 안팎에서 코미디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We want more” 앙코르 떼창에 재능 기부로 영국을 웃긴 옹알스, 리우 가다

    “We want more” 앙코르 떼창에 재능 기부로 영국을 웃긴 옹알스, 리우 가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핼리팩스 요크셔 서부에 있는 유레카 국립 어린이박물관 로비에서는 “더 더 더”(We want more!)라는 어린이들의 떼창이 울려 퍼졌다.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코미디팀 ‘옹알스’가 재능 기부로 한 무료 공연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연호했다. 한 관객은 “1년 동안 웃을 걸 한국의 옹알스 공연 70분 동안 다 웃은 것 같다”고 옹알스팀에 소감을 전했다. 레이첼 스키너 어린이박물관 매니저는 “올해 유레카 박물관 행사 중 단연코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7일 킹스턴의 요양시설 ‘시그네추어 케어 홈스’에서 열린 옹알스의 무료 공연에서도 90대 노인들이 박수를 치고 어깨를 으쓱이며 흥을 돋웠다. 시그네추어 케어 홈스 측은 “그동안 어르신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큰 호응이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국 코미디 한류의 선봉장인 옹알스가 영국 런던 킹스턴 로즈시어터의 만석 유료 공연에 이어 어린이들과 노인 요양시설에서 무료로 사회공헌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옹알스의 강점은 바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것. 어린아이의 옹알이와 비트박스, 마술, 저글링, 슬랩스틱 등 풍성할 볼거리를 조합한 퍼포먼스로 가족 관객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재능 기부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메디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예산을 지원해 이뤄졌다. 해외 에이전시인 전혜정 KADA 대표는 “언어와 연령의 장벽을 허물고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넓히는 만국 공통어는 영어가 아니라 웃음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옹알스는 10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010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쇼케이스를 열었다. 옹알스는 앞선 에든버러 공연에서 별점 다섯 개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쇼케이스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극장인 어셈블리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옹알스는 오는 21일 열리는 리우올림픽 폐막식의 한국관 공연에도 초청돼 야외 특별공연을 한다. 옹알스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과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바 있으며, 국내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공연 등을 통해 국내외 안팎에서 코미디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메트로 임직원 수십명 은성PSD서 상품권 수수 정황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수사에 나선 경찰이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이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업체 간의 유착 관계와 특혜 의혹을 집중 수사하는 가운데 뇌물 수수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의회 우형찬(더불어민주 양천3) 의원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맡은 은성PSD로부터 백화점상품권을 받아 사용한 혐의로 서울메트로 관계자 30여명을 최근 소환조사했다. 이번에 경찰에 소환된 이들의 직급은 1급부터 9급까지로 매우 다양했으며, 이들은 영업처나 전자사업소 등 스크린도어 관리나 발주·계약 등 은성PSD와 관련된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2012년 이후 자사 직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명목으로 약 10억원 가량의 백화점 상품권을 회삿돈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직원 수당이라는 은성PSD의 당초 목적과 달리 상품권들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에게 대거 살포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은 은성PSD가 서울메트로에 뇌물조로 상품권을 무차별적으로 뿌렸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규모를 확인중이다. 이번에 소환 조사를 받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은 은성PSD에서 받은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입한 뒤 현금영수증 발급을 받아 경찰에 꼬리를 밟혔다. 이들이 받은 상품권 액면가는 50만원에서 10만·20만원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현금영수증 같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상품권을 사용한 이들이 더 많았을 가능성이 있어, 은성PSD가 서울메트로 측에 제공한 상품권 액수와 범위는 현재 확인된 것보다 훨씬 클 개연성이 높다. 조사를 받은 서울메트로 직원들 상당수는 은성PSD로부터 상품권을 받아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상품권을 받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이들 가운데 뇌물 수수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와 또 다른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인 유진메트로컴과의 계약에서 각각 200여억원의 손해를 본 것과 관련,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중이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에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계약을 11차례나 변경해 92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더 지급하고, 은성PSD 이전 계약업체보다 4배 더 많은 사업비를 지급한 정황을 확보한 바 있다. 연합뉴스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나를 노래한 사포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나를 노래한 사포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알 수 있듯이 대개 왕이나 영웅의 업적을 찬양하는 목적으로 지어진 게 서사시이다.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한다는 것, 나를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엔 혁명이었고 휴머니즘이었다. 최고 권력자만이 아니라 나도 말할 가치가 있다, 나도 왕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이니까. 민주주의가 발전했던 그리스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철학자와 시인들이 인류문화의 꽃을 피웠다.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자와 서정시인은 서로 닮았다. 위대한 시인들은 다 철학자였다. 서정시를 발전시킨 가장 큰 공로자는 그리스의 여성시인 사포(BC 600?~?)이다. 일상의 언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사포의 시어들은 250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대적이다. 사포는 기원전 600년경에 레스보스 섬의 미틸리니에서 태어났다. 당시 레스보스는 소아시아에 위치한 트로이 그리고 아시리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동서를 잇는 고대 중개무역의 중심지로 아테네가 부럽지 않을 만큼 부유했으며 문화가 발달했다. 사포와 시를 교환한 알카이오스를 비롯해 그녀를 사모하는 남성들이 여럿이었지만, 사포는 아름다운 외모로 이름을 날리진 않았다. 사포는 키가 작고 남성적인 용모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녀는 시의 힘으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언어의 힘으로 사람들을 굴복시켰다. 시인은 무가치한 존재로 공화국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플라톤(BC 427~347)도 사포를 ‘열 번째 뮤즈’라며 찬양했고, 사포의 이미지는 고대 미틸리니에서 주조된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는 눈으로 읽는 글이 아니라 귀로 듣고 즐기는 노래였고, 춤도 곁들여진 종합예술이었다. 시인들은 모두 가수였다. 사포의 시도 노래로 구전되다가 나중에 책으로 엮였다. 사포의 시는 첫 행을 보통 제목으로 사용하는데, 그 첫 행의 번역이 번역자마다 달라서 같은 시인데도 제목이 다르게 붙어 있다. 질투의 시로 알려진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To me he looks godlike)를 감상해 보자. 참으로 번역하기 까다로운 시다. 구글에서 영어로 사포의 ‘Poem of Jealousy’를 검색하면 기원전 50년경의 라틴어 번역본을 비롯해 무려 32개의 번역이 뜨는데, 내가 한글로 옮긴 것은 언젠가 미국을 여행하며 길거리의 서점에서 구입한 작은 책, 뉴본(Sasha Briar Newborn)의 ‘Sappho: The Poems’에 실린 영어 텍스트이다.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사포 그는 내게 신처럼 빛나 보여, 네 앞에 마주앉은 남자, 달콤한 너의 말에 귀 기울이며 너의 매혹적인 웃음이 흩어질 때면 내 가슴이 가늘게 떨리네. 너를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내 혀가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내 귀가 둥둥 울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이 떨리네 나는 마른 풀처럼 창백해지고 죽을 것만 같아… (I’m pale as dry grass, and death seems close, familiar-) ** 여기서 시인이 열중하는 상대는 신처럼 빛나는 ‘그’가 아니라, 그와 마주앉은 여인인 ‘너’이다. 너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인 그를 질투하는 사포의 고백이 처절하다. 동성애를 시어로 표현한 아주 특별한 여성이었던 사포. (사포가 태어난 섬의 이름을 따서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마치 의사가 환자를 관찰하듯 낱낱이 묘사하여, 눈에 보이는 선명한 이미지로 보여 준 시인은 사포가 아마도 처음이리라. 사포의 시는 서양문학만 아니라 서양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랑의 그 곤란한 깊이를 포착하는 그녀의 열정적이며 때로는 얼음처럼 차가운 시어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파피루스에 기록된 그녀의 시들은 세월이 흘러 불에 타고 물에 잠기고, 조각조각 찢어져 완전한 형태가 드물지만 파편으로 남은 시편만으로도 그녀의 천재성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포는 악기도 잘 다뤄 새로운 형태의 리라를 디자인했고, 오늘날 기타의 ‘피크’(pick)에 해당하는 채(plectrum)를 발명하기도 했다. 한때 대한민국의 여학교 교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의 명시를 베끼고 그림을 그린 시화집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 서랍을 정리하다 학창시절에 내가 일기장 겸 시화집으로 사용하던 공책에서 사포의 시를 발견했다. 그 옛날, 여고 1학년이었다. 만년필로 또박또박 새겨진 “나는 마른 풀처럼 창백해지고 죽을 것만 같아요”가 삼십년이 지났건만 금방 흘린 피처럼 선명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사포의 뒤틀린 위트와 아이러니에 매료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평범한 주부가 되어 적당히 편안한 중년을 보냈겠지. 너무 이른 나이에 사포에게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부드러운 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감히 ‘나’를 노래하는 모험을 택하지 않고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아리송하게 심각하게 포장하는 재주를 익혔다면, 비평가들의 칭찬과 상도 뒤따랐으련만. 그러나 나는 ‘나’를 노래하다 안개처럼 사라질 운명인 것을….
  • 고은 육필 詩가 임옥상 그림을 만났을 때

    고은 육필 詩가 임옥상 그림을 만났을 때

    국내 대표 화가와 시인 900명의 그림과 시를 아우른 대규모 시화전이 열린다. 로봇 꽃술을 펼친 임옥상 화가의 꽃 그림(아래)에 고은 시인의 육필 시(위)가 짝을 이뤘다. 봄처럼 생동하는 여인의 얼굴을 담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 소설가 김훈의 감상평이 따라붙는다. 오는 16~27일 경기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관객들을 맞을 전시회 ‘시여,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의 대표작들이다.계간 열린시학, 시조시학 창간 20주년과 수원 화성 방문의 해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시로 벌이는 잔치 한마당이다. 전시뿐 아니라 인문학 강좌, 시조집 출간 등 시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같은 기간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는 국내 대표 시인과 미술가 20여명이 이끄는 인문학 콘서트가 함께 진행된다. 고은 시인이 ‘삶의 문학, 역사의 문학’, 도종환 시인이 ‘시에게 길을 묻다’, 안도현 시인이 ‘시의 힘과 노래’ 등을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우리 선조들의 가락과 숨결이 담긴 시조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도 출간된다. 26일 50권이 출간되고 나머지 50권은 2020년 완간된다. 주최 측은 우리 시조의 멋과 맛을 어린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계간 ‘한국동시조’도 창간한다. 문의 (02)302-3194~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거제 갈매기야, 너도 절경에 놀라 우느냐

    거제 갈매기야, 너도 절경에 놀라 우느냐

    늙은 동백나무 얽힌 지심도… 포세이돈 삼지창 닮은 해금강… 웅혼한 홍포 앞바다 굽어보는 계룡산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아름다운 해변이 17개나 된다. 시 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학동 농소 여차는 몽돌, 구조라 와현 명사 등은 고운 모래로 이름났다. 늙은 동백나무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지심도, 포세이돈의 삼지창 닮은 해금강도 멋들어지다. 이뿐이랴. 웅혼한 홍포 앞바다와 이를 낱낱이 굽어볼 수 있는 계룡산 풍경도 장쾌하다. 또 있다. 편안하게 ‘세월 낚으라’고 지세포 바다 위로 긴 낚시공원까지 만들어 뒀다. 이만하면 머리 위에 맴도는 뜨거운 공기를 피해 달아나기 딱 좋지 아니한가. 거기가 바로 경남 거제다. 먼저 시원한 바다부터 간다. 모래 곱기로 이름난 구조라 해수욕장이 목적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전국 청정 해수욕장 20선’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동쪽으로 거제의 ‘풍경 전망대’ 망산, 서쪽으로 수정봉, 앞쪽의 안섬, 윤돌섬 등이 어우러져 수려한 풍경을 펼쳐 내고 있다. ●사자바위·부처바위 등 기암괴석 즐비한 해금강 구조라 해변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해금강과 만난다. 바다에 뜬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닮았다는 곳이다. 해금강은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옛 이름은 ‘갈도’(葛島)였다. 기암괴석의 형태가 칡뿌리 뻗은 듯하다는 뜻이다. 삼신산(三神山)이란 이름도 있다. 하늘에서 보면 세 개의 봉우리로 나뉘는데 각 봉우리를 바다와 하늘, 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 위에 곧추선 기암들의 모양새를 보자면 꼭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닮았다는 느낌도 든다. 약초섬으로도 불린다. 기원전 210년께 중국 진시황의 방사였던 서불이 불로초를 캐러 왔다가 해금강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머물렀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해금강 옆 우제봉엔 ‘서불과차’(徐市過此) 이야기가 전해 온다. 서불과차는 ‘서불이 이곳을 지났다’는 뜻. 어린 남녀 3000여명과 함께 우제봉 일대에 머물던 서불은 절벽에 ‘서불과차’ 네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런데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하필 암벽에 새겨진 글씨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해금강은 뭍에서 보는 것과 바다에서 보는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둘 가운데 진면목을 꼽으라면 당연히 바다 쪽에서 보는 풍경이다. 배를 타고 가며 보는 해금강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사자바위, 부처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코발트 블루의 바다 위에 즐비하다. 특히 사자바위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은 TV ‘애국가 영상’에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금강마을과 도장포, 학동, 구조라, 와현 등 거제도 곳곳에서 해금강을 돌아보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대병대도 등 한려수도 섬 한눈에 ‘바람의 언덕’ 해금강 들머리의 ‘바람의 언덕’은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맞은편의 신선대 풍경도 빼어나다. 멀리 대병대도, 소병대도 등 한려수도의 섬들이 보석처럼 떠있다. 코발트빛 바다 위로는 수많은 어선들이 분주히 오간다. 멸치잡이 배들이다. 보통 선단을 이뤄 멸치를 잡는데, 어군 탐지를 위한 어탐선 1척과 쌍끌이 그물로 멸치를 잡는 본선 2척, 잡은 멸치를 즉석에서 삶는 가공선 등 5~6척의 배가 1개 선단을 이룬다. 많을 때는 두어 개의 선단이 동시에 조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역동성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다. ●옛 사람들이 ‘혁파 수도’라고 부른 홍포 바다 거제 바다는 웅혼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 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이 모습 엿볼 수 있는 곳이 여차 해변에서 홍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거리는 3.5㎞ 정도로 길지 않지만 담고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세 곳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옛사람들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불렀던 서정적인 홍포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 팁 하나. 해안도로 아래에 색다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몇 곳 있다. 홍포 바다를 자신만의 것으로 갈무리할 수 있는 곳들이다. 들머리가 꼭꼭 숨겨져 있어 외지인이 찾기는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현지인들의 차가 주차돼 있거나, 사람이 오간 흔적을 따라가면 된다. 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해안도로에서 볼 수 없었던 거제 바다와 만날 수 있다. 낚시인들이 알아 둘 것도 있다. 지세포 바다 위로 교량 형태의 낚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누구나 쉽게 낚시 포인트에 접근할 수 있다. 인근 낚시점에서 낚싯대도 빌려준다. 맨손으로 가도 서너 시간가량 바다와 놀다 올 수 있다. 주차장 쪽에는 캠핑 사이트도 구축돼 있다. 발걸음을 재촉해 산으로 간다. 계룡산 안부 어름에 있는 고자산재가 목적지다. 거무튀튀한 폐허 너머로 지는 해가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곳. 계룡산은 거제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산이다. 정상 못 미친 곳에 한국전쟁 때 쓰였던 미군 통신대 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옛 통신대 건물이 길게 땅그림자를 남길 때쯤 용광로처럼 타올랐던 태양도 뉘엿뉘엿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빨려들어 간다. 이 모습이 더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고자산재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해돋이 장면도 마주할 수 있다. ●장승포항서 5㎞ 떨어진 지심도 동백숲의 자태 마지막으로 지심도를 덧붙이자. 거제 여정에서 가장 ‘깜놀’했던 섬이다. ‘동백섬’이란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고백하건대 늙은 동백 우거진 숲이 그리 깊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지심도는 거제 장승포항에서 5㎞ 남짓 떨어져 있다. 둘레는 1.5㎞ 정도. 섬 안에 후박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뒤섞여 자라는데 10그루 가운데 7그루가 동백이다. ‘7할’이 동백숲인 지심도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역시 동백꽃이 봉오리째 뚝뚝 떨어지는 봄이다. 그런데 진초록으로 반짝이는 여름날 동백 터널의 자태도 그에 못지않게 곱다. 늙은 동백들이 이끼 낀 가지를 뒤틀고 선 모습은 괴기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슬슬 걸어 섬 한 바퀴 도는 둘레길 코스도 추천 지심도 선착장에서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섬 둘레길이 나온다. 거리는 3.7㎞ 정도.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길이다. 높낮이가 별로 없는 순탄한 길이어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섬 곳곳에 아픈 역사의 흔적도 스몄다. 일제강점기 때의 포진지와 탄약고, 서치라이트 보관소, 욱일기 게양대, 방향지시석 등 일본군이 주둔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글 사진 거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나들목으로 나가 거제 방면 국도 14호선을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엔 거가대교를 이용해 부산과 거제를 묶어 여행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장승포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지세포∼와현∼구조라∼해금강 방면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해금강을 지나 다포삼거리에서 여차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왼쪽 길로 접어들면 여차∼홍포 해안도로와 연결된다.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비포장도로와 시멘트 포장도로가 뒤섞였다. 승용차로도 갈 수 있다. 계룡산 통신대 유적지는 장승포에서 상동동 방향으로 가다 용산마을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오른다. 역시 군데군데 비포장도로가 섞였지만 승용차로 오르는 데 문제는 없다. →맛집:요즘 거제의 이색 먹거리로 멸치가 꼽힌다. 지세포와 외포항 일대에 멸치쌈밥 등 요리집들이 몰려 있다. 거제멸치쌈밥(682-0317), 양지바위횟집(635-4327) 등이 이름났다. 거제포로수용소 옆 백만석(638-3300)은 멍게비빔밥, 장승포의 항만식당(682-3416)은 시원한 해물뚝배기를 잘한다. →잘 곳: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지세포의 대명 거제 마리나 리조트(733-7333)를 권할 만하다. 516개 객실이 전부 ‘오션 뷰’다. 요트 계류장인 ‘마리나 베이’도 운영한다. 피싱투어, 선셋투어, 요트투어 등을 할 수 있다. 워터파크 ‘오션베이’도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야외 파도풀, 부메랑고 등 어트랙션 시설 면에서 수도권 대형 워터파크 뺨치는 규모다. 와현해수욕장에 있는 리베라 호텔(730-5000)도 계단을 통해 바다와 연결된다.
  • 시조암송대회 우승한 도봉 부구청장 부부

    시조암송대회 우승한 도봉 부구청장 부부

    “시조를 한 자라도 틀리지 않고 외우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데 아주 피말리는 경험이었죠.” 윤기환(오른쪽·58) 서울 도봉구 부구청장이 지난 6일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에서 열린 제4회 전국 시조암송경연대회에서 부인 최미숙(왼쪽·53)씨와 동반우승을 차지했다. 윤 부구청장은 10일 “지난해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뒤 아내와 1년간 도전 시조 100편을 틈틈이 암송했다”면서 “부부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기 쉽지 않은데 부부의 역사에 재미있는 사건을 남겨 행복하다”며 웃음 지었다. 시조암송경연대회는 도전 시조 100편을 선정해 대결하는 사람들끼리 시조를 제시하면 예술성을 담아 정확하게 암송해야 하는 경연이다. 시조를 암송할 때 등 뒤 화면으로 시조가 나와 참가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간다. 특히 부부가 참여하는 사례가 처음이어서 시조 부흥을 위해 경연대회를 준비한 시조시인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윤 부구청장은 우승 상금 500만원 가운데 200만원은 시조 부흥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시조의 3·4·3·4 운율에는 수필처럼 긴 경우가 많은 현대 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우리 정서가 담겨 있어 시조를 낭송하다 보면 창이나 트로트를 부르는 것처럼 한국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며 시조 예찬도 잊지 않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新국토기행] 익산의 노을은 백제와 더불어 살아간다

    [新국토기행] 익산의 노을은 백제와 더불어 살아간다

    전북 익산시는 백제 왕도를 품은 역사·문화·관광도시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분기하는 교통·물류·유통 중심 도시로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전북의 서북부 지역으로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과 마주 본다. 29개 읍·면·동으로 이뤄졌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31만명)가 많다. 국내 유일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식품도시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볼거리] ●미륵사지·왕궁리… 백제 왕도와 만날 시간 익산시에는 백제와 마한의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다. 어딜 가나 흔하게 과거가 현재에 오버랩된다. 국보 3개, 보물 8개, 다수의 사적이 분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가장 유명하다.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 가람으로 미륵신앙의 구심점이다. 당시 백제의 건축·공예 등 각종 문화 수준이 최고로 발휘됐다. 신라의 황룡사가 1탑 3금당식인 것과 달리 미륵사는 3탑 3금당식 가람 배치다. 대중까지 용화세상으로 인도하겠다는 미륵신앙이 바탕을 이뤘다. 사적 제150호인 미륵사지에는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 석탑과 보물 제236호인 당간지주가 남아 있다. 왕궁리 유적은 1998년 9월 사적 제408호로 지정됐다. 면적은 21만 6862㎡에 이른다. 미륵사지와 함께 백제 최대 규모 유적으로 꼽힌다. 백제의 왕도였다는 왕도설과 백제 후기 익산 천도설 등 역사적 가설이 뒷받침되는 유적이다. 이곳에는 국보 제289호인 왕궁리 5층 석탑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국보 제153호인 사리장엄구 등을 전시하는 유적전시관이 2008년 개관했다. ●국내 유일 보석박물관… 눈 호강할 시간 왕궁면 호반로에 자리잡은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이다. 부지 14만 1990㎡,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만 2403㎡ 규모다. 진귀한 보석 11만 8000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보석 꽃, 탄생석, 오봉산일월도 등 진귀한 보석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10년 9월 개관한 주얼팰리스에는 65개 매장이 들어서 시중보다 싼 값에 보석을 판매한다. 일본, 중국 등 해외 업체도 입점해 다양한 보석을 선보인다. 2011년 이후 매년 보석대축제를 개최한다. 보석박물관 옆에는 화석전시관과 공룡테마공원이 조성돼 가족단위 휴식공간으로도 인기를 끈다. ●이병기 생가… 고풍스러운 선비의 삶 엿볼 시간 여산면 가람1길 64-8에 자리잡은 전북 기념물 제6호다. 생가의 탱자나무는 전북 기념물 제112호다. 이병기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문학의 선구자다. 현대시조 중흥을 이룩한 시조시인이다. 별, 난초, 냉이꽃 등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다수 남겼다. 우리말과 얼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선생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1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전북대 교수를 역임하며 후진을 양성해다. 생가는 조선 후기 양반집 배치를 따랐다. 안채와 사랑채, 고방채, 모정 등이 남아 있다. 모정 앞쪽에는 작은 연못 2개를 파 놓았다. 초가지붕이고 건물 자체는 큰 특징이 없지만 사랑채에서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모정과 연못이 선비 집안의 조촐한 느낌을 준다. ●4대 종교 성지… 신과 대화할 시간 익산은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를 상징하는 4대 종교 성지를 간직하고 있다. 숭림사(웅포면 백제로 495-57)는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보광전은 보물 825호다. 청동은입문향로는 도 유형문화재 67호, 목조석가모니불좌상은 도 유형문화재 188호다. 나바위성당(①·망성면 나바위1길 146)은 국가사적 제318호다.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금강하구인 황산 나루터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다. 1897년 본당을 설립한 베르모렐 신부가 1906년 신축공사를 시작해 1907년 완공했다. 프랑스의 프아넬 신부가 설계하고 중국 노동자가 건축했다. 붉은 벽돌의 서구식 건축양식에 한국식 기와지붕을 얹은 독특한 양식이다. 두동교회 구본당(성당면 두동길 17-1)은 전북 문화재 제179호다. 1923년 한옥 형태로 지은 교회다. 오른편에 예배를 알리는 데 쓰는 종탑이 있다. 기독교와 한국의 전통을 잘 살린 건축물이란 평가다. 건물 내부 한쪽은 남자석, 다른 한쪽은 여자석으로 구분하고 중앙에 휘장이 처져 남녀가 서로 볼 수 없게 했다. 원불교 중앙총부(익산대로 501)는 1924년 9월 최초로 총부가 건립된 이후 개축과 개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등록문화재 제179호다. 소태산 박중빈이 원불교를 선포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원불교의 역대 지도자들 유해를 봉안한 곳으로 원불교의 상징적 공간이다. 본원실, 공회당, 대각전 등 목조 건축물 8동과 소태산 대종사 탑, 비석 석조물 등이 있다. ●웅포관광지… 강 위 일몰에 반할 시간 웅포(②)는 바다가 아닌 강 위로 일몰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서해 낙조 5선 중 하나인 웅포 곰개나루에는 캠핑장이 있다. 금빛으로 물들이는 금강을 곁에 끼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은 일반캠핑장 58면, 오토캠핑장 6면을 갖췄다. 시원한 풍광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즐겨 찾는다. 캠핑장 옆 수상레저클럽에서는 수상스키 등을 즐길 수 있다. 그 옆으로 난 자전거길을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좋다. 입점리 고분전시관, 숭림사, 함라산 둘레길 등 인근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캠핑장 옆 덕양정에서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곰개나루는 포구의 지형이 마치 곰이 금강물을 마시는 형상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이곳은 고려말 최무선 장군이 왜구를 물리쳤던 진포대첩의 현장이기도 하다. 매년 12월 31일에는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익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먹거리] ●고구마… 날씬이로 만들어줘요 고구마는 익산을 대표하는 농특산물이다. 익산의 고구마 재배는 1834년 전라관찰사였던 서유구가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황등고구마’로 명성을 날렸다. 색깔이 붉고 목이 막힐 정도로 포근포근한 밤고구마로 유명하다. 2000년대 다이어트 붐을 타고 ‘날씬이고구마’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2010년 익산의 농산물 대표 브랜드 ‘탑마루고구마’로 이름 붙여졌다. 삼기면, 황등면, 왕궁면, 팔봉동 등이 주생산지다. 2600여 농가가 750㏊에서 1만 965t의 고구마를 생산해 160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익산 고구마는 오염되지 않고 비옥한 황토밭에서 재배된다. 구릉지대로 토질, 기후, 강수량 등이 고구마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칼륨과 인, 비타민C가 풍부하다. 익산시가 기후와 토질에 맞는 우수 품종을 개발하고 무병묘, 유기질 비료, 땅 뒤집기 지원을 한다. 재배 단계별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하품은 출하를 금지한다. 최근에는 밤고구마와 물고구마의 장점만 가진 신품종을 재배해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마약밥… 마의 모든 맛을 보여드려요 신동 마요리 전문점 ‘본향’은 ‘마’를 이용해 각종 음식(③)을 선보이는 한정식집이다. 200여가지의 창작요리를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전국 100대 음식점’에 선정된 전국구 맛집이다. ‘2006 대한민국 우리 농산물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7년 국제음식박람회 향토요리경연대회’에서는 농림부장관상 금상을 받았다. 마 전문 음식점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모든 음식에 마가 들어간다. 익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를 주재료로 한다. 마는 한방에서 위장장애, 소화불량, 당뇨예방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 마즙, 마죽, 마샐러드, 마녹차전, 마튀김, 마조림, 마떡갈비 등은 기본이다. 잘게 채를 썬 마를 고명으로 얹은 오징어 먹물 잡채, 유부 안에 마와 두부를 다져 넣어 만든 마누라가 유명하다. 마와 연어, 다시마를 곁들여 먹는 마삼함, 마식혜, 각종 약재와 마를 담아 쪄낸 약밥이 절로 구미를 당기게 한다.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오방색 삼계탕이 인기다. ●고려당… 50년 전통의 만두 맛이 끝내줘요 중앙동 익산역 앞 골목길에 있는 50년 역사의 분식집이다. 대표 메뉴는 만두와 찐빵, 메밀국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만두는 어른 주먹 크기의 옛날식 만두다. 피가 거칠고 두껍지만 자연 발효시켜 식감이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만두소는 말린 무가 주재료로 소화가 잘된다. 당면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담백한 뒷맛이 일품이다. 8개 1인분에 6000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찐빵은 인공발효제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팥 앙금이 가득한 옛날 찐빵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다. 메밀국수는 무즙 대신 땅콩가루를 뿌려 먹는다. 시원하면서 정갈한 맛을 자랑한다. ●황등비빔밥… 토렴할까요, 그냥 낼까요 황등면에는 유명한 비빔밥 식당 3곳이 있다. 2곳은 밥 위에 더운 선짓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는 토렴을 거치는 육회비빔밥집이고 1곳은 토렴을 하지 않는 식당이다. 토렴을 하면 밥이 질척해지면서 찰기가 생기고 양념이 스며들어 구수하면서 깊은맛을 낸다. 진미식당은 토렴을 거친 비빔밥 위에 황포묵과 파채, 김, 시금치 등 고명을 얹어 낸다. 간이 세지 않아 심심한 맛이나 질리지 않고 은근한 풍미를 자랑한다. 풍물시장 안에 있는 시장국밥은 밥과 콩나물을 함께 토렴한 뒤 시금치를 넣고 참기름 양념장과 비벼 먹는다. 특별한 고명은 없지만 파채와 함께 무쳐진 특유의 육회 맛과 돼지비계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한일식당은 토렴을 하지 않은 비빔밥 위에 메밀묵과 당근, 호박, 콩나물 등 각종 계절 나물 고명을 얹는다. 알싸한 고추장 소스가 식감이 풍부한 나물과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낸다. ●탑마루쌀… 전국 최고의 쌀로 밥 지어보세요 익산시 공동브랜드 탑마루쌀(골드라이스)은 전국 최고의 쌀로 유명하다. 2013년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평가에서 금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쌀의 품위, 품종 순도, 식미 등 25개 항목 평가에서 모두 상위 평가를 받는다. 태릉선수촌에 납품돼 국가대표 쌀로 통한다. 농가들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생산, 수집, 가공, 포장 등 각종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고품질을 유지한다. 익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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