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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시민단체, 이석수 특별감찰관 직무기밀 누설로 중앙지검 고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공동대표 이계성) 등은 이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사에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 감찰관을 특별감찰관법 위반과 직무상 기밀 누설 등 혐의로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모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우병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진행 상황 등을 고의 유출한 것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으며 본인도 유출행위 자체를 사실상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면서 “감찰내용 유출은 감찰 진행상황을 외부에 누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특별감찰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중벌에 처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MBC는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특별감찰 대상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다”, “특별감찰 활동이 19일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감찰관은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언론에는 “그런 내용의 통화를 한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이 감찰관의 특별감찰 적법성과 공정성 논란 역시 검찰에서 진위가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모야모야병 여대생 사건’ 흉기 사용 증거 놓고 법적공방

    ‘모야모야병 여대생 사건’ 흉기 사용 증거 놓고 법적공방

    뇌혈관이 좁아지는 질병인 ‘모야모야병’ 여대생 강도치상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이 직접 흉기로 위협했는지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강도치상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출신 피고인 여모(30)씨에 대한 두번째 재판이 18일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1부(부장 고충정) 심리로 열렸다. 재판에서 검찰은 여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추가 증거로 제출해 법정에서 함께 시청했다. 동영상에는 모자를 쓴 여씨가 수건으로 감싼 무언가를 들고 비틀거리며 골목을 배회하는 장면 등이 나온다. 재판부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중간중간 여씨에게 자신이 맞냐고 확인했고 여씨 측은 이를 시인했다. 이어 여씨가 어두운 길을 지나는 여대생 김모(19)양에게 접근할 때쯤 수건이 땅에 떨어진 뒤 여씨의 양손이 김양 쪽으로 향했고 순간 김양은 황급히 달아났다. 그러나 동영상에 찍힌 여씨와 김양의 모습이 매우 작고 어두워 어떤 동작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검사는 “여씨가 한 손으로 김양의 목덜미를 잡고 다른 손으로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장면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씨의 변호인은 “CCTV만 보면 여씨가 김양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지 않았고 접촉도 없다”고 맞섰다. 여씨가 가까이 다가가자 김양이 단지 놀라 달아났다는 취지다. 재판부 역시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만으로는 어떤 행동인지 알기 힘들다며 법원 전산팀까지 불려 화면 확대를 시도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에게 범행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정지 화면을 확대한 뒤 사진으로 출력해 다음 재판 때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여씨의 혐의와 김양의 실신과의 인과 관계, 김양의 예상 치료 일수 등을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피고인이 흉기로 위협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강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여씨는 지난 6월 5일 오후 11시 52분 경기 의정부시내 골목에서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김양을 흉기로 위협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양은 여씨가 갑자기 뒤에서 흉기로 위협하자 깜짝 놀라 이를 뿌리친 뒤 집으로 도망쳤고, 이를 부모에게 말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양은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이후 김양은 뇌에 물이 차 지난 6월 29일까지 세 번의 수술을 받았고 한 달만인 지난달 4일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 정상적인 생활은 못 하고 있다. 여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6일 오후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댓글 시인 제페토, 헬조선을 들추다

    댓글 시인 제페토, 헬조선을 들추다

     차마 바로 듣지도, 보지도 못할 아픈 사연엔 늘 그의 시가 뒤따랐다. 섭씨 1600도의 쇳물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20대 청년의 참혹한 죽음에도 그랬고, 아이에게 체리 맛을 알려주고 싶어 체리를 훔친 가난한 엄마의 비극에도 그랬다. 지난 6년간 그가 댓글을 쓴 뉴스와 댓글 시를 이어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헬조선’의 지도가 그려진다. 댓글 시인 제페토의 첫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를 읽다 보면 이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각성이 통렬히 덮쳐온다.  댓글 시인이 세인들의 입길에 오른 건 표제시 ‘그 쇳물 쓰지 마라’부터였다. 2010년 쇳물이 끓는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기사에 달린 그의 조시(弔詩)는 쉽게 잊힐 뻔한 죽음을 저릿하게 각인시켰다. 이 댓글 시에는 400여개의 댓글이 눈물방울처럼 달렸다. 5년 뒤 다시 그의 시를 읽으러 일부러 뉴스를 찾은 누리꾼도 있었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 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그 쇳물 쓰지 마라) 지난 6년간 그가 뉴스에 단 댓글 시는 120여편에 이른다. 건물 외벽을 청소하다 추락사한 중년 가장, 구제역 파동에 생매장된 가축들, 임금 체불에 맞서 고공 시위를 펼치는 일용직 노동자, 새엄마의 폭행으로 숨진 여덟 살 아이 등이 그의 시의 주인공이 됐다. 시들은 개인에 몰두한 우리에게 ‘이런 현실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아이들 맛보이려 3만원 짜리 체리 상자를 훔쳤다 입건된 엄마의 이야기에서는 질곡 같은 가난의 대물림을 환기시킨다.  ‘아버지 때처럼/오늘도 더웠습니다/물려주신 가난은 넉넉했고요//체리를 훔쳤습니다/피치 못할 사정을 읍소해보고도 싶지만/나라님은 알 바 아닐 테고/가난에 관해서는/얘기 끝났다 하실 테죠//(중략)돌아가 아이들에게/벼슬 같은 가난을/세습해주어야겠습니다.’(체리와 장군)  ‘4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만 밝힌 제페토 시인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썼다. “부디 살아갈 날들이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 조금 더 안달하고 조금 더 악을 쓰면서요.” 그 바람이 이뤄진다면 그의 시도 무참한 것에서 나른하고 사소한 것으로 옮겨갈 수 있을 테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박인비, ‘리디아 고 의식하느냐’는 질문에…“궁금하긴 하더라”

    박인비, ‘리디아 고 의식하느냐’는 질문에…“궁금하긴 하더라”

    “가슴에 국기를 달고 플레이하는 것은 부담인 동시에 자부심이죠. 한국을 대표해 정말 영광입니다.” 국가대표로 나선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18일(한국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여자부 1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소감을 밝혔다. 보기 없이 라운드를 마친 점이 만족스러우며 남은 3개 라운드에서도 기량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과 헤어진 박인비는 기자회견장으로 옮겨 외국 취재진의 질의에 답했다. 여기서 한 발언은 한국 취재진을 만났을 때와 사뭇 달랐다. ‘국가’, ‘국기’, ‘한국’, ‘대표’, ‘영광’ 등 낱말을 쏟아냈다. 박인비는 오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경험한 덕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한다. 박인비는 모두 발언에서 “가슴에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서면 더 동기 부여가 되는 동시에 긴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부심을 느낀다. 올림픽처럼 항상 국민의 기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피력했다.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는 박인비와 전인지(22·하이트진로), 양희영(27·PNS창호), 김세영(23·미래에셋)이 출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한국인들은 한국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모두 거머쥐기를 기대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인비는 미소를 지으며 “올림픽에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국을 대표해 뛰는 것에 압박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기자는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의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인비는 “원래 플레이를 하면서 다른 선수의 스코어는 잘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한국(계)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는지 궁금하기는 하더라”며 우회 시인을 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고 성적을 내겠다는 집념도 피력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무대이기 때문에 평소 스포츠, 골프에 관심 없는 한국 국민도 경기 결과를 주목한다”며 “한국을 대표해서 영광이다. 올림픽이 내 경력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도록 남은 라운드에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공부합시다!/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공부합시다!/김민정 시인

    한동안 제목에 ‘공부’가 들어가는 책이 유행이었다. ‘공부’가 얼마나 어마무시한 단어냐면 어떤 제목에 끼워 넣든 보는 즉시 자세부터 고쳐 먹게 만드는 뉘앙스를 가졌다는 걸 그때 톡톡히 알았던 듯싶다. 예컨대 편집자인 내가 만든 책을 재미삼아 예로 들어 살짝 변주해 봐도 이런 쓰임이 나온다. 공부가 선생이다, 오늘 공부가 좋아서, 공부하기 좋은 책, 공부의 정거장, 나의 사적인 공부, 엄마의 공부, 생각하는 공부…. 왠지 책 몇 권은 너끈히 기획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을 자만처럼 거만하게 갖게 하는 데는 아마도 ‘공부’라는 단어의 그 끝 간 데 없는 깊이와 넓이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온몸으로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운다는 말이 그 공부라 할라치면 우리는 그 누구도 평생 공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는 평생 공부로부터 모자란 사람이고 그렇듯 모자란 채이니 평생 실수를 반복하며 살다갈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실수하는 사람의 모든 실수를 그때마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 제 밥벌이를 걸었을 때의 실수는 확실히 지적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함이 옳다. ‘나’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에게 폐해를 끼칠 수 있다면 그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백 권의 책을 만들면서 십수 년을 출판사에서 일해 왔지만 여전히 나는 편집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조판을 마친 작가들의 원고가 백지에 얹어져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을 때의 설렘도 잠시, 연필을 쥔 채 교정과 교열을 해 나가면서 내가 놓친 단어와 문장이 없나 자꾸만 되짚다 보면 잦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며 앞서 이 일을 장인처럼 해내던 선배들의 굽은 등이 태산처럼 점점 부풀려져 보인 적 많았었다. 그 긴장감을 평생 등뼈처럼 곧추세워야 한다는 일침인지 책이 나온 뒤에 눈 밝은 독자들의 전화를 종종 받게 된다. 작가와 몇몇의 편집자가 뜯어먹을 지경으로 달라붙어 훑은 원고인데도 여지없이 오타가 나오고 비문이 나오고 미처 잡지 못한 오류가 발견되니 흔히 책은 끝나도 영영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도 상투적으로 통용된다지만 그때마다 독자 게시판에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음을 안내하면서 일견 고마운 마음에 안도하게 되는 것도 솔직한 속내다. 내 사소한 실수를 사실로 받아들여 평생을 잘못된 정보 속에 살아갈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내가 끼친 악행은 얼마나 큰 것이런가. 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으며 큰 실수를 했다. 하얼빈 감옥과 뤼순 감옥을 어떻게 헷갈릴 수 있었는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지만 뭐 인간은 타고나기를 실수할 수밖에 없다고 줄곧 얘기해 왔으니 나름의 이해라는 걸 해보려 하는데 이제 남은 건 아무래도 사과이며 바로잡음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로 밥벌이를 삼은 이들도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준비해 온 바를 아무런 의심 없이 낭독하기에 바빴던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모자람에 잘못했습니다, 머리 숙임과 동시에 모두 앞에 그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이참에 다같이 역사 공부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는 건강하고 열린 결말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최소한 지금 우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저마다 공부란 걸 하고 있는지 제 밥벌이를 걸고 스스로를 한번 들춰 볼 필요는 있겠다. 1983년에 발표된 윤시내의 노래 ‘공부합시다’가 그 시절엔 히트곡으로, 이 시절에는 명곡으로 왜 회자되는지 그 안팎의 의미는 다들 한번씩 새겨 볼 필요는 있겠다.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인간을 파괴시키려거든 예술을 파괴시켜라.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주고, 뛰어난 것을 천하게 하라.”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문장을 되새기며 팥빙수를 먹었다. 매일 시를 끄적이던 서른 살 즈음에 블레이크를 읽으며 나는 부지런히 밑줄을 그었다. 글을 써서 먹고살기를 희망하던 나는, 예술에 대한 블레이크의 번뜩이는 통찰에 공감하며 아웃사이더인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십 년 넘게 글쟁이로 살며 문단이 어떤 동네인지 알게 된 지금, 영국시인의 이백 년 묵은 풍자는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달콤 시원한 팥빙수가 나를 위로하리. 무더운 여름날, 신촌의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식힌다. 마을버스를 타고 내 방으로 돌아와 블레이크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중년이 된 나는 ‘런던’(London)처럼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겨냥한 시들보다 조용하지만 울림이 큰 ‘순수의 예감’(Auguries of Innocence)에 더 끌린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네 손바닥 안에서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 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고… 주인집의 문 앞에서 굶어 쓰러진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인간은 기쁨과 슬픔을 겪게 마련이지만;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 때, 우리는 이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가리… 열정 속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열정이 그대 속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여기저기 거리에서 들려오는 창부의 울음소리는 늙은 영국의 수의(壽衣)를 짤 것이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A Robin Red breast in a Cage Puts all Heaven in a Rage… A dog starvd at his Masters Gate Predicts the ruin of the State… Man was made for Joy &Woe And when this we rightly know Thro the World we safely go… To be in a Passion you Good may Do But no Good if a Passion is in you… The Harlots cry from Street to Street Shall weave Old Englands winding Sheet… * ‘순수의 예감’은 블레이크가 사망한 뒤에 육필공책에서 찾아낸 132행의 긴 작품이다. 순수를 타락한 상태와 대비시킨 역설, 산업혁명기 영국사회에 만연한 사악함을 고발하는 슬프며 아름다운 비유들이 빛난다. “돈은 가장 큰 악마”라며 산업사회의 자본숭배를 비판했던 시인이 블레이크인데, 스티브 잡스가 ‘순수의 예감’을 좋아했다니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1757년에 런던의 소상공인의 아들로 태어난 블레이크는 집에서 말하고 쓰기를 배웠다. 4살 때 그의 창문에 머리를 내미는 하느님을 보았다는 블레이크는 자신의 환상을 그리려 화가가 되기를 원했고, 그의 부모는 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를 드로잉 학교에 보냈다. 14세에 어느 판화가의 공방에 들어가 그림을 배우다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 독립해 친구와 인쇄소를 차리고 삽화 작업에 몰두했는데, 당시 유행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을 배격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이성보다 상상력을 중시했고, 자연의 모방보다는 내적인 비전을 추구한 낭만주의자였다. 사실 나는 블레이크의 그림보다는 시를 높이 평가하고, 시보다는 산문을 더 좋아한다. “모든 정직한 사람은 다 예언자이다. 그는 개인적인 일에서나 공적인 일에서나 자기의견을 서슴없이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시원 통쾌하게 살다 간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매장되기 쉽다. 유럽을 휩쓴 시민혁명과 급진사상의 영향을 받아 예술에서도 정의를 요구하며 시류와 타협하지 않았던 블레이크의 말년은 불우했다. 그가 사랑하던 동생이 병으로 죽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개인전이 실패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젊은 미술가들을 사귀며 다시 세상과 소통한다. 작업에 흥미를 잃은 블레이크는 그를 찬미하던 젊은 미술가의 도움으로 다시 창작에 몰두해, ‘단테의 신곡’을 그리다 죽음을 맞았다. 19세기 영국화단과 문단의 이단자였던 블레이크는 죽은 뒤에 화려하게 부활해 그의 전집과 전기가 잇달아 출판되었다. 그의 인간을 파괴시키지도 그의 예술을 파괴시키지도 않은, 영국인들이 부럽다.
  • 의학계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 1주기…헌시와 사진으로 그를 추모하다

    의학계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 1주기…헌시와 사진으로 그를 추모하다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에서/누군가 기다린다면/절뚝이는 사람 곁에서 함께/절뚝이고 있다면/당신은 인생을 다 사용하고 책 속으로/사라진 사람//고맙습니다’(박연준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달리는 고속도로’ 중) 올리버 색스는 안구 흑색종으로 지난해 8월 30일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술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는 다양한 저서를 남긴 신경의학자이자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린다. 색스의 1주기를 앞두고 그의 대표작인 ‘편두통’(1970), ‘깨어남’(1973), ‘뮤지코필리아’(2007) 등 3편이 특별한정판으로 나왔다. 박연준·유진목·황인찬 등 국내 시인 3명이 책 첫머리에 헌시를 썼고, 사진작가 김중만이 표지 사진을 보탰다. 책은 각각 300부만 찍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영화·연극·문학에 큰 영감을 줬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과학 서적의 베스트셀러 자리에만 머물렀다. 특별한정판은 그의 진가를 재평가하고, 책을 통해 그를 되살려 내는 작업으로 읽힌다. 3명의 시인이 그의 타계 1주년에 맞춰 헌시를 바친 이유는 무엇일까. 시는 색스에게 특별한 존재다. 공감과 경청이라는 휴머니티가 바로 시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생 최고의 시로 선택한 게 톰 건의 ‘온 더 무브’였고, 이는 색스가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책을 펴낸 출판공동체 알마는 “수십년간 1000권이 넘는 공책에 일지와 단상, 에세이를 쓴 색스가 평생 가슴에 품었던 예술은 시였다”고 그를 기렸다. 그의 삶은 시집 제목처럼 ‘멈추지 않는 삶’이었다. 알마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땡스북스에서 ‘올리버 색스:나의 생애’라는 이름으로 추모 전시회를 연다. 소설가 손보미, 번역가 김명남, 영화평론가 심영섭 등이 색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은 소책자도 발간됐다. 30일에는 같은 곳에서 헌시와 그의 에세이 ‘고맙습니다’를 낭독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新국토기행] 천년 역사 품은 ‘호남의 한양’… 나주, 古都의 낭만 흐른다

    [新국토기행] 천년 역사 품은 ‘호남의 한양’… 나주, 古都의 낭만 흐른다

    전남 나주시는 우리나라 4대 강의 하나인 영산강이 시가지를 관통하고, 광주 산업권의 근교로 목포, 함평, 무안, 영암, 강진, 해남군 등 10개 시·군의 관문인 교통의 중심지다.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선열이 많이 배출됐다. 임진왜란 의병장 김천일 선생과 조선의 석학 신숙주의 태생지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로 유명하다. 고려의 건국에도 토대 역할을 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부인은 나주 출신 오씨가문의 딸로 그가 낳은 아들은 2대왕 혜종이다. 왕건은 나주 오씨 세력과 손을 잡고부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나주는 전국 12개 주요도시에 목이 생길 때 나주목이 돼 구한말까지 1000여년 동안 큰 도시의 지위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천년목사 고을’로 불린다. 전라도 명칭이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유래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감동이 살아 숨 쉬는 ‘호남의 천년고도’로 알려졌다. 나주는 영산강 고대문화의 중심지로 풍요한 맛과 멋, 여유를 주는 고장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도시의 지세가 한양과 비슷하다고 적었던 나주는 당시 한양 구경하기가 힘든 전라도 백성들에게 ‘나주읍성에 가면 한양 갔다 온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은 서울’로 불렸다. 이 같은 역사문화도시인 나주는 금천·산포면 일대에 한국전력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들어선 ‘빛가람 혁신도시’가 건설돼 호남권 중심도시로 재도약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수도권 등지 관광객들이 역사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가족 단위로 부담 없이 찾아온다. >>볼거리 ●영산강 추억 실은 ‘황포돛배’ 황포돛배는 바닷물이 영산강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던 시절 과거 영산강 물길을 이용해 쌀, 소금, 미역, 홍어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던 황토로 물들인 돛을 단 배를 말한다. 영산강 황포돛배는 육로교통이 발달한 데다 1976년 상류에 댐이 들어서고 영산강 하굿둑이 만들어지자 1977년 마지막 배가 떠난 후 자취를 감췄다. 2008년 30여년 만에 웅장하고 위엄 있는 옛 모습 그대로 부활한 황포돛배는 추억을 싣고 영산강을 오르내린다. 영산강변을 따라 자연경관을 보면서 물살을 가르는 황포돛배 체험은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이다. 옛 목선을 그대로 재현한 빛가람 1호와 2호, 한옥 지붕이 멋스러운 나주호, 발굴된 고려시대 배 조각을 복원해 놓은 왕건호,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영산강호까지 황포돛배 투어가 풍성하다. 영산강 비단 물결을 따라 유람하는 황포돛배투어는 나주 여행의 백미다. 영산강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돛배를 타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해설사가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미끄러지듯 배는 강을 거슬러 오르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좋은 일 생기는 한옥 체험 ‘목사내아’ 나주목은 전남도를 관할하는 중심고을이었다. 전라도 최고의 곡창지대인 나주 일대를 관장하는 나주목사 자리는 조정의 정3품 당상관이 맡던 고위직이었다. 1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목사가 한양에서 나주로 내려왔다. 고려와 조선시대 때 나주목사로 내려온 중앙관리가 살던 살림집이 나주목사내아다.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훼손되자 한옥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금학헌’으로 이름 지었고 명소로 자리잡았다. 목사내아는 정적인 문화재에서 관광객이 직접 숙박을 통해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나주목사 중에서 존경을 받았던 유석증 목사와 김성일 목사의 이름을 딴 특별한 방을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숙박을 한 뒤에는 좋은 일들이 생겨서 소원을 이루는 명당으로도 유명하다. ●체험부터 전시까지 ‘천연 염색박물관’ 나주는 예로부터 비단 직조 기술과 쪽 염색이 발달한 곳으로 오늘날에도 샛골나이와 염색장이라는 인간문화재가 활동하는 천연염색 문화의 중심지다. 영산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리적 환경 덕에 쪽과 뽕나무를 재배하기에 좋았던 게 큰 이유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건립한 천연염색 문화관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 염색 체험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염색 문화를 알 수 있는 장소다. 200명이 동시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관과 세미나실, 연구실 등을 갖췄다. 어린이 등 가족 단위 체험을 위한 상설 체험장을 운영, 천연염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천연염색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방도 있다. ●고대왕국 반남고분군·복암리 고분군 반남고분군은 나주시 반남군 자미산(98m)을 중심으로 낮은 구릉지에 산재해 있다. 신촌리 8호분, 덕산리 14호분, 대안리 12호분 등 총 34호분으로 이뤄졌다. 이곳에는 대형 옹관고분 수십 기가 분포한다. 대형 옹관고분이란 지상에 분구를 쌓고 분구 속에 시신을 안치한 커다란 옹(항아리)을 매장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고구려의 적석총, 백제의 석실분, 신라의 적석목곽분, 가야의 석곽묘 등과 구별되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회의 독특한 고분 양식이다. 대형 옹관고분은 기원전 3세기부터 6세기까지 4세기 동안 영산강 유역에서 크게 유행했다. 3세기쯤에는 옹관 절반을 지하에 묻는 반지하식이었으나 4세기 중반부터는 지상식으로 발전하며 이때에는 분구의 규모가 훨씬 대형화돼 그 규모가 40~50m에 이른다. 또 1996년 인근에서 발견된 총 4기의 복암리 고분군도 신비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복암리 고분군 중 제일 큰 3호분은 도굴을 당하지 않아 금동신발, 은제장식, 환두대도 등의 유물이 나왔다. 40여기의 다양한 묘가 한 봉분 안에 촘촘히 조성돼 일명 아파트 고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반남면 고분로에 세워진 국립나주박물관은 신촌리 9호분 금동관을 비롯해 출토된 유물 1500여점을 전시한다. ●드라마 ‘주몽’의 감동 영상테마파크 나주시 공산면 일대 14만㎡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는 35억원을 투입해 특화한 영상촬영지다. 드라마 ‘주몽’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옛 고구려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및 영화에 출연했던 송일국, 한혜진, 전광렬, 이계인, 진희경, 최정원, 정진영, 김정화, 오윤아 등 주연배우의 핸드 프린팅과 출연 사진을 배너로 표현한 ‘스타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테마파크 안에 들어가 고구려궁 맞은편에 있는 성루에 올라서면 S자로 굽이치는 영산강과 넓게 펼쳐진 다야뜰을 볼 수 있어 막혀 있는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2005년 건립 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초가집으로 조성됐던 저잣거리를 너와 형태로 개조해 천연염색, 죽물, 소목, 한과, 한지, 비누, 점토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방으로 조성했다. 세트장 입구에는 ‘삼족오의 비상’ 조형물과 광장이 조성됐고, 망루와 누각·성문 주변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실내 스튜디오 한쪽에는 밀레, 고흐, 뭉크, 마티스, 클림트, 신윤복, 김홍도 등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실사(實寫)한 그림을 내건 명화미술관이 있다. 규모가 방대해 테마파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맑고 담백한 국물 ‘나주곰탕’ 소뼈를 고아 낸 물에 소고기, 양지와 내장을 썰어 넣은 뒤 다시 푹 고아서 낸 국물로, 맑고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다. 윤기가 자르르한 나주쌀밥을 넣어 먹는 나주곰탕은 이제는 전 국민의 영양식으로 자리잡았다. 곰탕은 어디나 있지만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에서 넘볼 수 없는 독특한 맛으로 유명하다. 흔히 곰탕 하면 우윳빛 뽀얀 국물을 떠올리지만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색깔부터 다르다. 소뼈를 우려내는 일반 곰탕과 달리 소뼈를 적게 넣고 양지나 사태 등 좋은 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 맛이 짜지 않고 개운하다. 소고기는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이 풍부하며 소뼈에서 우러난 풍부한 칼슘이 성장기 아이들과 여자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나주곰탕은 고기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무, 파, 마늘 등을 많이 넣기 때문에 비타민과 무기질도 충분한 영양식이 된다. 나주답사1번지인 금성관 인근에 곰탕거리가 조성돼 있다. 하얀집, 노안곰탕, 남평할매곰탕, 제일곰탕 등 전통 있는 음식점이 많이 있다. ●임금님 진상품 ‘나주배’ 나주는 배로 유명한 고장이다. 예로부터 임금께 올리는 진상품이었다는 기록(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우수성을 오래전부터 인정받았다. 2400여 농가가 매년 6만여t을 생산해 120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영산강 유역 양질의 토양과 연평균 기온 14도 내외 최적의 기후조건,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기술로 재배해 향이 좋고 당도가 높다. 연하고 부드러우며 과즙이 많고 색깔이 고운 게 특징이다. 전국에서 배 수확이 가장 빨라 추석 제수용품으로 나주배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출하된다. 이때 전국으로 유통되는 배의 대부분이 나주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입맛도 잡으면서 미국, 대만, 베트남 등지로 수출된다. 지난해 미국에 1530t이 팔렸다. ●세상만사 좋을시구 ‘영산포 홍어’ 영산포는 홍어의 고장이다. 영산포 선창가 일대에는 홍어 전문점 30여곳이 성업 중이다. 톡 쏘는 홍어에 잘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유명한 홍어삼합이 된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면 ‘세상만사 좋을시구’가 절로 나온다. 과거에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강을 따라 올라오는 일주일간 자연 발효되면서 독특한 맛의 홍어가 됐다. 지금은 웰빙식품으로도 많이 알려진 전라도 대표 음식이다. 홍어는 홍어회와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탕 그리고 나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홍어애보릿국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참으로 이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홍어를 처음 먹어본 후 토해낸 말이다. ●미꾸라지 먹고 자란 ‘구진포 장어’ 영산포를 지나 다시면 회진마을로 가는 길목에 구진포가 있다. 구진포는 영산강 뱃길이 끊기기 전까지 사람들과 물건을 실어 나르던 나루터였다. 구진포 장어는 구진포가 번성하던 시절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포구 주변에서 잘 잡히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 맛이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다. 장어는 민물에서 살지만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고 부화한 장어들이 민물로 들어온다. 포구는 기능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옛맛이 그리워 구진포 장어집을 찾는다. 1940년대부터 들어선 장어 음식점들로 장어구이촌이 형성, 지금도 구진포 도로변에는 고소한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핵무기 소형·다종화 과시… 대북제재 전선 균열 노림수

    외교부 “안보리 결의 명백한 위반…국제기구와 대응방안 긴밀 협의” 북한 원자력연구원이 17일 일본 교도통신에 핵무기 원료용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다고 공식 시인한 것은 핵무기를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소형화와 다종화 능력을 강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보도된 대로 북한이 재처리를 했다면 이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정부는 관련국 및 국제기구들과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13년 4월 공언한 대로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한 재처리 활동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보고 매년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핵무기 1~2개 분량의 플루토늄(6㎏)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핵무기의 재료인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가운데 유독 플루토늄에 집착하는 이유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싣고 날릴 수 있을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데 플루토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으로 플루토늄탄 설계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플루토늄은 고농축우라늄보다 중성자에 반응하는 핵 특성이 좋아 우라늄의 절반 수준인 5~8㎏만으로도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하던 플루토늄 재처리를 공론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지속하겠다고 시위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더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국·미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동북아에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꾀하는 목적도 있다”며 “핵 재처리가 반드시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것이 1차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미가 중국과의 대화 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섣불리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北 “플루토늄 생산했다… 5차 핵실험할 것”

    국방부 “관련 동향 예의주시”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고, 미국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5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북한이 2013년 4월 영변 원자로 재가동 방침을 밝힌 이후 플루토늄 생산을 공식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핵시설을 관장하는 원자력연구원은 교도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흑연 감속 원자로에서 꺼내진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고 밝혔다.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플로토늄 재처리시설에서 재처리하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어 “핵무력 건설과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러나 플로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의 생산량은 밝히지 않았다. 원자력연구원은 또한 “우리는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달성했고 수소폭탄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항상 위협하고 있는 한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5차 핵실험도 언젠가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주장이 사실이면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핵무기 증산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2007년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2008년에는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같은 해 4월 5㎿ 흑연 감속로를 비롯해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플로토늄 재처리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라며 “핵보유 주장의 일환으로 앞으로 핵위협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추모전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추모전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에서/누군가 기다린다면/절뚝이는 사람 곁에서 함께/절뚝이고 있다면/당신은 인생을 다 사용하고 책 속으로/사라진 사람//고맙습니다’(박연준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달리는 고속도로’ 중)  올리버 색스는 안구 흑색종으로 지난해 8월 30일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술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는 다양한 저서를 남긴 신경의학자이자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린다.  색스의 1주기를 앞두고 그의 대표작인 ‘편두통’(1970), ‘깨어남’(1973), ‘뮤지코필리아’(2007) 등 3편이 특별한정판으로 나왔다. 박연준·유진목·황인찬 등 국내 시인 3명이 책 첫머리에 헌시를 썼고, 사진작가 김중만이 표지 사진을 보탰다. 책은 각각 300부만 찍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영화·연극·문학에 큰 영감을 줬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과학 서적의 베스트셀러 자리에만 머물렀다. 특별한정판은 그의 진가를 재평가하고, 책을 통해 그를 되살려 내는 작업으로 읽힌다. 3명의 시인이 그의 타계 1주년에 맞춰 헌시를 바친 이유는 무엇일까. 시는 색스에게 특별한 존재다. 공감과 경청이라는 휴머니티가 바로 시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생 최고의 시로 선택한 게 톰 건의 ‘온 더 무브’였고, 이는 색스가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책을 펴낸 출판공동체 알마는 “수십년간 1000권이 넘는 공책에 일지와 단상, 에세이를 쓴 색스가 평생 가슴에 품었던 예술은 시였다”고 그를 기렸다. 그의 삶은 시집 제목처럼 ‘멈추지 않는 삶’이었다.  알마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땡스북스에서 ‘올리버 색스:나의 생애’라는 이름으로 추모 전시회를 연다. 소설가 손보미, 번역가 김명남, 영화평론가 심영섭 등이 색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은 소책자도 발간됐다. 오는 30일에는 같은 곳에서 헌시와 그의 에세이 ‘고맙습니다’를 낭독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60억대 사기·횡령’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구속영장 기각

    ‘60억대 사기·횡령’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검찰이 거액의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이장석(50)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가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판사는 “사기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8년께 서울 히어로즈 지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고서 지분 양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회장은 이 대표와 두 차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10억원씩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서울 히어로즈 지분 40%를 넘겨받는다는 계약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지분 양수가 이뤄지지 않자 홍 회장은 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대표는 애초 20억원이 투자금이 아니라 단순 대여금이며 지분 양도 계약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는 “투자금이 맞다”라며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울 히어로즈 자금 40억여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서울 히어로즈 자금을 일부 빼돌리는 과정에 남궁종환(47) 서울 히어로즈 단장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남궁 단장은 장부조작 등을 통해 서울 히어로즈에서 10억원 이상의 돈을 빼돌린 단서도 드러나 검찰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의주에 중국인 투자 몰려… BYD 이용 택시회사 영업 시작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중국 접경 도시인 신의주에 중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 보도했다. 신의주에 합작형태로 봉제공장을 운영한다는 중국인 사업가는 최근 RFA에 “신의주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인 투자 사업체가 많이 있다”면서 “이 기업들은 유엔 대북 제재와 관계없이 투자가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의주에 얼마 전부터 중국인이 투자해 설립한 택시회사가 영업을 시작했다”면서 “(주민들이) 평양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BYD(비야디) 차량을 택시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의주에 얼마 전에 ‘청류 상점’이라는 대형 고급 의류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이것도 중국인 투자 사업체”라며 “지배인은 신의주 교통국장 부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 다른 대북 소식통도 “지난해 건설된 신의주의 고층 아파트들이 북한 돈주들이 투자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잘못된 내용”이라며 중국인들이 건설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의주와 혜산시 등 북한 국경 도시에 생겨난 편의점도 대부분 중국인이 투자한 것”이라며 “최근 중국의 개인 사업가와 신의주시 당국 사이에 신의주에 자동차 정비공장을 세우는 것과 관련한 상담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PSI인터내셔널, 뉴욕 MTA와 테러방지 및 사이버보안 프로젝트 계약체결

    PSI인터내셔널, 뉴욕 MTA와 테러방지 및 사이버보안 프로젝트 계약체결

    PSI인터내셔널이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 맨하탄의 지하철공사(MTA,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와 ‘MTA IT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MTA측과 체결한 1차 프로젝트는 약 360억 규모의 신규 계약이며, 향후 5년에 걸쳐 맨하탄 MTA의 테러 방지 및 사이버 시큐리티 등 뉴욕 MTA가 필요한 모든 IT서비스 중 총 84개의 IT서비스를 제공한다. 뉴욕 맨하탄의 지하철공사(MTA)의 IT서비스를 총괄 담당하게 된 PSI는 뉴욕지역에서는 세계 대표 IT기업인 IBM과 MS에 이어 3번째로 많은 IT인력이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산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는 현재 NYPD 뉴욕 경찰국에 MS와 공동으로 테러리스트 및 범죄인 추적 최첨단 시스템 NYPD Domain Awareness System을 운영 중이며 최근 300억대 에너지 프로젝트 계약에 이어 새로운 대형프로젝트를 뉴욕 맨하탄과 체결함으로써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SI관계자는 17일 “이번 뉴욕 지하철공사(MTA)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 것은 향후 미국 50개 주 정부 전역의 지하철 프로젝트 총괄 계약은 물론 시장잠재력이 풍부한 중국, 인도, 말레시아 등의 아시아 거대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만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지하철 공사 프로젝트도 수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진욱 성폭행 고소 여성’ 무고 혐의 구속영장 또 기각

    ‘이진욱 성폭행 고소 여성’ 무고 혐의 구속영장 또 기각

    배우 이진욱(35)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씨를 허위로 고소한 혐의(무고)로 여성 A씨에 대해 재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17일 밝혔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고소 동기 및 성관계와 그 이후의 심리 상태 등에 관하여는 불구속 상태에서 보다 세심한 조사와 심리가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증거가 상당한 정도 확보돼 있기도 하는 등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가 4차례 조사를 받는 동안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점, 배우 이씨가 무고를 당해 유·무형의 피해를 크게 입은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8일 A씨의 구속영장을 처음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후 보강 수사를 한 경찰은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고, A씨가 무고 혐의에 관해 자백한 내용을 자꾸 번복한다”면서 이달 11일 영장을 재신청했으나, 이번에도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14일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이씨가 그날 밤 자신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며 이씨를 경찰에 고소한 뒤 다음날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성폭행 증거로 속옷을 제출하고, 상처를 입었다며 신체 사진을 공개했다. 속옷에서는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이씨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면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피소 이틀 뒤인 16일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고 이튿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A씨는 같은달 22·23·26일 세 차례 더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4번째 조사를 받은 26일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고충

    요즘 브라질에서는 제31회 리우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애호가들은 중계 시간의 시차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국의 태극전사들과 낭자들이 펼치는 혼신의 경기와 탁월한 성과를 보면서 환호 속에 그나마 극심한 염복을 이겨낸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을 흥분시키는 스포츠 제전이다. 근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제전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776년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서쪽 알티스 성역에서 달리기 경주를 필두로 고대 올림피아 제전이 시작되었다. 그리스 본토의 각 도시국가는 물론 에게 해와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도시에서 선수들이 출전한 그리스민족의 스포츠 축제였다. 그리스인들이 추구한 최고의 가치는 ‘아레테’(Arete)였다. 탁월한 기량을 의미하는 아레테 정신은 그리스 청년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의 열정은 국가대항전 형태로 열린 올림피아에서 격돌했다. 아름답고 균형 잡힌 육체를 갖춘 각 도시국가의 청년들은 저마다 조국과 가문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다. 자신의 최고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그리스 최고신 제우스에 대한 최상의 봉헌이었다. 종교적 열정에서 시작된 올림피아 제전은 점점 체육 제전의 성격으로 확대되었다.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마차경기, 권투, 레슬링, 판크레온(격투기), 원반던지기 등 종목도 다양했다. 그리스 청년들이 제전에서 겨루던 다양한 모습들을 묘사한 도기 그림들은 지금도 많이 남아 당대의 뜨거웠던 스포츠 경합의 긴박감을 전해 주고 있다. 종목별 우승자에게 그리스에서 흔하디흔한 올리브 관이 주어졌지만 시인들은 승리자를 위한 찬가를 읊었고, 온 시민들은 열광했다. 당시 올림피아 제전에서의 승리는 영웅으로의 등극을 의미했다. 단순히 체육경기의 승리자 그 이상이었다. 그리스 청년들이 너도나도 스포츠 선수로 입문하기를 열망했던 이유다. 그리스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55?~135?)는 ‘삶의 기술’에서 올림피아 출전 선수들이 겪어야 할 고충을 열거하면서 출전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게 신중히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우선 모든 것을 규칙에 따라 해야 합니다. 먹는 것도 엄격하게 가려야 하며, 때로는 맛있는 것도 못 본 척해야 합니다.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지정된 시간에는 열심히 훈련하고, 찬물이나 포도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습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듯 트레이너의 말에 완전히 몸을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경기에서 질 수도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이 보이는 화려한 기량이나 찬사를 받는 성취들 뒤에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낸 인고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특히 메달을 딴 선수나 그러지 못한 선수 모두 극기의 승리자임을.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기억하라! 제주97번국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기억하라! 제주97번국도

    “해 뜨는 구경 좋다는 성산은 끈 달린 주머니처럼 좁다란 육로로 본섬과 연결되어 있는 데, 옛 시인의 말대로 해중에 푸른 연꽃이 피어난 것같이 아름다운 자태로 솟아 있다” 제주 출신 소설가, ‘순이 삼촌’의 현기영(玄基榮·75)이 쓴 또 다른 작품 ‘바람 타는 섬’(창작과 비평사)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제주 제일 풍광이라고 일컫는, 성산일출봉을 단 번에 '연꽃‘으로 묘사할 수 있는 내공이 놀랍다. 진짜 제주 사람이다. 뭍은 하루 종일 폭염이다. 기록적인 더위여서, 매일 최고 온도 기록을 갈아 치운다. 나라가 올 여름 더위를 단단히 기록한다고 할 정도로 뜨겁다. 리우 올림픽 신기록 열기보다 더 후끈하다. 그래서인지 제주섬 바다를 보려는 사람들로 제주공항은 늘 북새통이다. 가수 ‘태연’이 제주의 푸른 밤을 보러 오라고 한다. 노랫말처럼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의 푸르메를 찾아 간다. 그런데, 제주 역시 뜨겁다. ● 제주 4·3사건을 넘어 세계적 관광지로 - 성산일출봉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번지에 있는 성산 일출봉(城山日出峰)은 유명해도 너무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2007년에 일찌감치 등재되어 있을 정도이니 굳이 명성을 밝히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방문자 수에 있어서도 2016년 7월에만, 31만 명이 넘으니 이미 제주도 다른 관광지와는 일찌감치 비교 안 되는, 관광객 숫자로는 금메달 지역임은 확실하다. 성산일출봉은 큰 사발접시 모양의 분화구가 특징적인데, 분화구 내부의 면적은 12만 9774㎢에 달할 정도로 넓다. 또한 최고 높이가 해발 182m에 달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고와 봉우리 이름도 일출봉(日出峰)이다. 초기에는 육지와 떨어져 있었는데, 파도에 의해 침식된 퇴적물들이 해안으로 밀려들어와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되었고 이러한 지형을 육계사주(陸繫沙洲)라고 하는 데 성산일출봉이 그렇다. 그리고 흡사 거대한 성의 모습을 닮아 성산(城山)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성산일출봉 일대가 바로 제주 4·3사건의 비극적인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성산포의 경우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제삿날에는 하루 종일 ‘광치기 해안’에는 아들 잃은 노모(老母)인, 수많은 ‘삼촌’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여자 친척도 ‘삼촌’이라고 부른다. 성산일출봉 아래, 바닷물 넘나드는 길목인 ‘터진목’이라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이 ‘제주 서북청년회’에 의한 성산포 집단 학살이 이루어 진 곳이기도 하다. 그 때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말보다 중국어가 더 보편화 된, 가게마다 중국인 점원이 있는 ‘글로벌’한 관광지가 되어 있으니 시대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두 다리 불끈 힘 내어 일출봉 등산로를 올라서 제주의 역사를 느껴보자. ● 제주의 푸른 바다를 -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독특한 이름값 톡톡히 본다. 누구든 이 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호기심 가득한 '특별한' 풍광이 있으리라 기대를 가지고 온다. 섭지코지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섭지’란 훌륭한 인물, 즉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며 ‘코지’라는 말은 코의 끄트머리처럼 바다로 불쑥 튀어나온 곶이라는 뜻이다. 제주 산양해수욕장을 바라보면서, 양 옆으로 2Km에 걸쳐 바다를 향해 길게 나있는 해안가의 절경은 섭지코지의 명성을 드높인 일등공신이다. 해수욕장 옆 정지코지와 바닷가 해안을 따라 형성된 검은돌 고자웃코지로 나눌 수 있는 데, 이 중 고자웃코지의 풍광은 섭지코지 방문의 으뜸 절경임은 분명하다. 섭지코지 글래스하우스(Glass House)에서 바라보는 선녀바위와 붉은 화산재가 굳어 생긴 기암괴석들의 모양은 가히 절경이다. 특히 높이 30미터에 달하는 선녀바위는 용왕의 아들이 선녀에게 반하여 하늘로 선녀를 따라 올라가려다 노한 옥황상제가 그 자리에 선돌로 만들어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로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관람객들에게 섭지코지의 절경은 표선해수욕장이나 쇠소깍, 중문의 주상절리, 애월의 힘찬 바다와는 달리 탁 트인 태평양 드넓은 풍경을 선사한다. 따라서 번잡함을 피해 제주에 온 뭍손님들에게는 늘 최고의 인기 장소이기도 하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에 대한 여행 10문답>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제주 방문에 있어서 성산일출봉 방문은 필수다. 그러나 서귀포나 중문단지, 공항으로부터 약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어서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한다. 지금 이 곳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오히려 제주도가 아닌 듯 인상을 준다.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과 붙어 있기 때문에 성산일출봉을 방문하는 관람객이라면 추천. 다만, 한 여름이나 겨울보다는 4월의 유채꽃 필 때가 보기 좋다.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 60대 이상의 자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분들. 3. 숙소 등의 시설환경은 괜찮은가요 ? -제주도의 숙박시설은 가격 대비 천양지차이다. 하지만, 이 곳 성산포 지역의 민박집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경우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가성비가 적절하다. 방문 블로그 등을 참조하면 좋다. 4. 성산 일출봉이나 섭지코지의 실제모습은? -뜨거운 여름 뙤약볕 아래 성산 일출봉이나 섭지코지를 방문하는 것은 실제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다. 그늘이 없어 지금 시기는 기대를 맞추기는 힘들다. 힌트를 드리자면, 지금 시기는 해질녁 시간을 맞추어 가보길 권유한다. 5.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숙소를 미리 정하고 여유있게 다녀야 한다.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는 글로벌한 관광지답게 넓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6. 홈페이지 주소 및 도움되는 사이트 주소는? -성산일출봉(http://jejuwnh.jeju.go.kr/contents/index.php?mid=020202) -섭지코지(http://www.jejutour.go.kr/contents/?act=view&mid=TU&seq=248) 7. 입장료와 기타 관광지정보는? -성산일출봉 관람시간 : 오전 9시~18시/ 관람요금(어른 2000원, 청소년, 군인, 어린이 1000원)/ 버스 이용시 제주공항, 중문관광단지에서 약 70분, 서귀포에서는 약 60분 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어르신과 같이 제주에 왔다면 에코랜드나 성읍민속마을을, 아이들과 같이 왔다면 승마체험을. 9. 이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은?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 허락되는 날씨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일출을 볼 수 있다면 적극 추천함.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제주 관광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다만, 생각보다 제주도 내에서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여행계획과 동선을 잘 짜서 온다면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유명 식당을 찾아 다니는 수고는 굳이 하지 말기를.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건강식 각광 ‘원시인 식단’ …과연 현대인에게도 좋을까?

    건강식 각광 ‘원시인 식단’ …과연 현대인에게도 좋을까?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원시인 식단'(paleo-diet)라는 건강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 식단의 특징은 원시인처럼 가공하지 않은 식품을 먹으면서 저탄수화물, 고단백, 고지방 식이를 하는 데 있다. 체계적인 방법론이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게 아니므로 세부 사항은 사람마다 주장이 좀 다르지만, 아무튼 과일이나 채소, 견과류 섭취를 늘리는 것 역시 여기에 들어간다. 그런데 과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호주 당뇨 학회의 의장인 호주 멜버른 의과대학의 소프 안드리코폴로스(Sof Andrikopoulos)교수는 대다수 원시인 식단이 당(sugar)과 가공식품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건강식 가이드라인과 어긋나지 않지만, 곡물류를 끊고 고지방, 고단백 식사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곡물을 줄이고 고기와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해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비록 몇몇 소규모 연구결과에서 원시인 식단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대부분 연구가 참가자가 20명 미만이고 기간도 12주에 불과해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사실 장기간 원시인 식단을 유지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한 점은 고기와 생선을 위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고단백 식사를 할 경우 결국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서 장기적으로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당뇨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원시인 식단과 실제 원시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시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다수 원시인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많이 써야 했고 그렇게 해도 지금처럼 과식할 정도로 많은 식량을 얻기 힘들었다. 반면 상당수 현대인은 앉아서 일하면서 원시인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실제 원시인들은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식단을 지녔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다에 사는 부족은 생선을 자주 섭취할 수 있었겠지만, 내륙에 사는 부족은 평생 구경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동시에 계절적인 변화도 커서 겨울철에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다는 것은 현대의 원시인 식단에서는 가능해도 실제 원시인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 원시인은 살기 위해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것이고 그래도 굶주림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은 원시인들이 현대인보다 더 건강했다는 주장 역시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이 평균 수명은 20세기 이후에 극적으로 길어졌다. 그 이전에는 문명인이나 원시인이나 평균 수명이 매우 짧아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의 유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중년 이상에서 잘 생기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의료 전문가들은 첨가당이나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을 피하고 과일이나 채소, 통곡물, 생선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식단이지만,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육류 섭취를 늘리는 식단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고양이에 나치경례 시킨 남자 ‘징역형’…극우에 선처 없다

    고양이에 나치경례 시킨 남자 ‘징역형’…극우에 선처 없다

    고양이에게 나치식 경례를 시킨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남자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최근 오스트리아의 유력 일간지 OÖN은 잘쯔부르크 인근에 사는 남자(38)가 나치를 찬양한 혐의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역사의식이 없는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단순히 고양이 사진 한 장이 발단은 아니다. 남자는 지난 2년 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치를 찬양하는 사진을 20장 올렸으며, 이중 한 장이 군모를 쓴 고양이가 앞발을 높이 들어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에 수사에 나선 현지 경찰은 남자의 집을 수색해 나치 문양과 '88'이 새겨진 여러 벌의 의류를 찾아냈다. 독일에서 88은 네오 나치가 즐겨쓰는 숫자로 8은 알파벳 순서로 H를 의미한다. 곧 88은 ‘히틀러 만세’(Heil Hitler)를 뜻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법원에 출석한 피고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선처를 구했으나 재판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징역 18개월과 집행유예 15개월을 선고해 피고는 3개월의 감옥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11개국은 나치를 찬양하고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길섶에서] 민병산/손성진 논설실장

    한번 뵌 적이 있는 신경림 시인의 책을 읽다 우연히 잊어버렸던 ‘민병산’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1980년대에 매달 ‘월간바둑’을 구독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자주 등장한 인물이 민병산(1928~1988)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민병산이라는 이름을 꺼낸 이유는 두 가지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으로 통하는 민병산은 방대한 독서량으로 ‘거리의 철학자’, ‘한국의 디오게네스’ 등으로 불렸다. 그가 남긴 ‘철학의 즐거움’이란 저작과 전기물, 수많은 글의 원천은 독서였다. 바둑을 좋아한, 서울 인사동과 관철동의 터줏대감으로 신동문, 신경림, 천상병 등과 교유하며 책을 놓지 않았던 그는 주변인들에게 익살과 지식을 선물로 줬다. 민병산은 또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를 실천한 자유인이었다. 아버지가 1000평의 저택에 살던 부호였지만 귀공자의 삶을 포기하고 평생 직업도 갖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회갑 잔치를 열어 주겠다던 지인들의 뜻을 한사코 거부하던 그는 회갑 하루 전날 월세 단칸방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구해 읽어 보고 욕심을 버린 삶도 되새겨 봐야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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