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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팔아요, 620만원”…인터넷 경매 올린 獨난민

    “아기 팔아요, 620만원”…인터넷 경매 올린 獨난민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갓난 아기를 팝니다’ 라는 게시물과 함께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이베이에 올라온 이 게시물에 따르면 ‘판매중’인 아기의 이름은 마리아이며, 아기를 판다고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아기의 친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남성은 게시물에 생후 40일 된 딸 마리아의 사진과 함께 “5000 유로(약 62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함께 올린 사진은 아기가 침대로 보이는 푹신한 이불 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오자 곧장 신고가 접수됐고, 게시물은 불과 30분 만에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SNS를 타고 해당 게시물과 관련한 정보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최근 독일로 이주한 난민으로, 현재 독일 뒤스부르크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게시물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기의 사진을 찍고 이를 직접 올렸다고 시인했다. 다만 진심으로 딸을 팔기 위해 게시물을 올린 것이 아니라 장난삼아 올렸다고 주장함에 따라, 현지 경찰은 이 남성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난민의 거취 및 사사로운 행동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독일 내에서 큰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현지 의원들까지 나서 해당 난민의 처벌에 관련해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의 한 지역 의원은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팔려 했다는 정황 자체가 문제인 것”이라면서 “만약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못했다면 독일 정부에 아이의 양육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를 파는 행위 등의 인신매매는 잘못된 방법이므로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 및 남성의 배우자도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진 속 아기인 마리아는 인근 임시보호시설로 옮겨져 생활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장맛/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점심 때 예전에 자주 가던 작은 가정식 백반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 때문인지 인근의 값비싼 음식집들이 한산한 것과 달리 손님들로 북적였다. 비빔밥의 양념인 된장 맛이 여전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주방장이자 사장인 아주머니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오래 숙성시키는 것 말고는…”이라는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하긴 우리 음식은 한약을 달이듯 장시간 정성을 들여야 곰삭은 맛이 나는 게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미국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단다. 시적인 그의 노랫말에 매료된 기자에게도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이 꽤 파격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포크에서 시작했지만, 75세 노년에 접어들기까지 록과 컨트리,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유시인’의 역량을 숙성시켜 온 그가 아닌가. 반짝 아이디어나 자극적 언행으로 인기를 끌려는 이들로 넘치는 부박한 세태 탓일까.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와 위대한 유산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와 위대한 유산

    유산이란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이나 앞 세대가 물려준 문화를 말한다. 대부분 유배인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었다. 유배로 풍비박산이 되면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판에 물려줄 재산이란 상상하기 어려웠다. 유배 중에도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던 유배인도 있었다. 명종 때 을사사화로 성주에서 유배 생활하던 이문건(李文楗)은 이전에도 서울 및 경기 등 각지에 전답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유배 중에도 괴산 지역의 전답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작지를 확대했다. 또한 주민들에게서 부세를 받아 대신 관에 납부하고 중간에서 차액을 남기는 방납에도 관여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노비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또한 명종 때 권세를 휘둘렀던 진복창(陳復昌)은 말년에 삼수에 유배를 갔는데 유배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유배지 백성들의 논밭을 빼앗고, 토호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는가 하면 직접 형틀을 설치해 백성들을 폭행까지 하면서 재산을 만들려고 광분했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위대한 유산’이 있다. 이 소설의 관심은 ‘위대한 유산’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상속하려 했던 위대한 유산은 위대한 재산이다. 막대한 재산으로 훌륭한 신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것은 신사의 가치를 재산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였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물질적 사치로 그의 삶을 탕진하고 낭비한다. 그 낭비의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정신적 공황 상태 역시 깊어진다. 그러나 물질적 파산과 신체적 몰락의 순간에 주인공은 각성하며 변화한다. 결국 그가 받은 ‘위대한 유산’은 정신적 성장과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였다. 유배인 정약용(丁若鏞)에게는 재산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 하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한 글자는 검(儉)이다.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주는 가르침’(又示二子家誡)은 조선판 ‘위대한 유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황동규 선생은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라는 시를 통해 소설가였던 부친 황순원 선생의 유산을 공개했었다. “부동산은 없고 / 아버님 유산으로 내리신 동산 상자 한 달 만에 풀어보니 / 마주앙 백포도주 5병 / 호주산 적포도주 1병 / 안동소주 400㏄ 1병 / 짐빔 반병 / 폼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 잿빛 양말 4켤레 /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유산이라곤 이것이 전부였다. 많은 재벌이 경영권과 유산 등을 둘러싸고 서로 편을 갈라 다툼을 했고 이 ‘위대한 재산’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노사분규도 재산 싸움의 다른 형태다. 이 때문에 등골이 휘는 것은 나라와 젊은이들이다. 제주 유배인 김정희는 “녹봉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留不盡之以還朝廷), 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라(留不盡之財以還百姓)”고 했다. 있기에 추해지고, 없기에 위대해짐을 유배인들은 말한다. 문제는 위대한 재산이 아니라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제주대 교수
  • 피아노 거장 3인 3색, 가을밤 물들인다

    피아노 거장 3인 3색, 가을밤 물들인다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언드라시 시프(63), ‘건반 위의 음유시인’ 머리 퍼라이아(69), ‘현대음악의 구도자’ 피에르 로랑 에마르(59) 등 피아노 거장들의 선율이 가을밤을 채색한다.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시프 ‘언드라시 시프가 연주하는 바흐보다 더 믿을 만한 연주는 없다’(뉴욕타임스)고 평가받는 시프는 바흐의 곡들로만 채운 독주회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08년부터 세 차례 내한했던 그가 바흐 레퍼토리로만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바흐는 내게 가장 소중한 작곡가다. 바흐의 음악에 담긴 영혼은 모든 세대를 매혹시킨다”며 바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 왔다. 2007년 영국 왕립음악원이 바흐 작품을 가장 잘 해석하는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바흐상을 받기도 했다. ‘바흐 스페셜리스트’인 그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무대는 오는 2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선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프랑스 서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려준다. 모두 그가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꾸준히 다뤄 온 대표 레퍼토리로, 시대 악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가 깃든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5만~15만원. (02)541-3173. ●‘건반 위의 음유시인’ 퍼라이아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머리 퍼라이아는 ‘거친 질주’로 국내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그가 10년간 갈고닦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가 이번 공연의 ‘비장의 무기’다. 이 곡은 베토벤이 실수로 음표를 붙였다는 의심을 사게 할 만큼 속도 높은 템포와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테크닉, 이례적으로 혼잡한 구성으로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힌다. 평소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고르는 퍼라이아는 오랜 기간 이 곡을 연습해 이번 시즌부터 독주회에 포함시켰다. 앞서 치러진 해외 공연에서는 찬사의 리뷰와 함께 연주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평이 잇따랐다. 서정적이고 명징한 그의 타건에 대한 수식어가 ‘충동적, 현란한, 즉흥적인, 과감한’ 등으로 180도 달라졌다. 하이든의 피아노 변주곡 바단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 가단조, 브람스의 발라드 3번 사단조 등 고전과 낭만이 어우러진 레퍼토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4만~15만원. (02)318~4301. ●‘현대음악의 구도자’ 에마르 프랑스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는 동시대 음악과 관객을 잇는 메신저로 정평 난 연주자다. 열여섯에 세계적인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애제자가 됐고 피에르 불레즈의 제안으로 그가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 들어갔을 때는 겨우 열아홉이었다. 이처럼 20~21세기 작곡가들에게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리하며 ‘현대 피아노 음악의 교과서’라 불리는 에마르가 2년 만에 내한한다. 11월 24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는 죄르지 쿠르타그의 이름 없는 수난곡,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 가운데 제7권 마도요 등 국내에선 잘 들을 수 없는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4만~8만원. (02)2000-0114.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천시 인구 300만 시대… ‘넘버3’ 도시

    인천시 인구 300만 시대… ‘넘버3’ 도시

    인천시 인구 300만명 시대가 개막된다. 18일 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299만 9948명으로 300만명에 52명이 부족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하루에 50~60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19일에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인천시 인구는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1년에는 전년 대비 4만 3000명, 2012년에는 4만명, 2013년에는 3만 9000명이 증가했다. 또 2014년에는 2만 7000명, 2015년에는 2만 6000명이 늘어났다. 인천 인구는 1979년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1992년 200만명 돌파까지 13년이 걸렸다. 이후 24년 만에 300만명을 넘어서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300만 인구를 달성하게 됐다. 인천은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주요 도시와 다르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논현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로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공항과 항만, 수도권을 연결하는 철도망과 고속도로 등이 갖춰져 서울지역 전세난을 피해 이사 수요가 늘어난 점도 인구 증가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 인천시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6대 광역시 가운데 인천보다 인구가 많은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부산은 355만 7000명이고, 한때 부산 다음으로 인구가 많았던 대구는 248만 7000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 시민들의 자부심이나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중앙정부로부터 예산 배정 등을 받는 데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천시는 토지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도시가 될 전망이다. 인천의 면적은 1057㎢로 현재 최대 도시인 울산(1061㎢)보다 뒤지지만 다음달 앞지르게 된다. 중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잔여 공유수면 매립지 5.4㎢에 대한 측량작업이 마무리돼 11월 중 토지대장 등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구 883㎢, 부산 769㎢, 서울 605㎢, 대전 539㎢, 광주 501㎢ 순이다. 인천시는 서울시와 6대 광역시 가운데 매년 면적이 증가하는 유일한 도시다. 2006년 1000㎢를 돌파한 이후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매립으로 도시가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시는 인구와 면적 증가가 시장규모 확대, 시 자산가치 증가, 세수 확충, 정부교부금 확대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새누리 ‘宋 회고록 파문’ 장기전 태세로

    새누리 ‘宋 회고록 파문’ 장기전 태세로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태세다. “정치 공세를 자제하고 차분하게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종북 세력’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명분을 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성동격서격’ 대야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18일 국회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공식 명칭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을 넣으면서 공격 타깃을 분명히 밝혔다. 진상규명위 부위원장인 박맹우 의원은 “우리 위원회는 문재인이 대북 결재 받아 기권했다고 시인할 때 종료될 것”이라면서 “길게 봐야 한다. 이게 짧은 시간에 마무리되리라 보지 않는다”며 사안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조준 대상인 문 전 대표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진상위원회 구성이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할 정도로 이번 파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의원들은 너도나도 문 전 대표를 향해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는 것 역시 일종의 ‘정치적 덫’으로 인식된다. 문 전 대표가 해명을 내놓는다 해도 “국가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공격 모드’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7. 연애 경험 많으면 약일까 독일까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7. 연애 경험 많으면 약일까 독일까

    “10년 동안 만나고 헤어지고 반복하면서도 우리가 맺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죽어가는 연애 세포를 되살리기 위해 영국 로코물(로맨틱코미디물)의 정석이라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보러 갔다. 다시 만난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 그러나 그는 저 쪽지 만을 남긴 채 속절없이 그의 곁을 다시 떠났다. 학습된 경험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속 브리짓 존스야 같은 상대에 대한 학습의 경험이라 일련 타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줄곧 다른 상대를 새로 만나면서도 예전 경험에 비추어 행동한다. 왜냐하면 이제 이 나이쯤 먹어서(대충 나와 비슷한 또래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알량한 연애 경험 몇 개와 그로 인해 쌓인 알량한 지식들 몇 개 뿐이기 때문에! 브리짓 존스에 비추어서 과거의 연애들은 현재 또는 미래에 다가올 연애에 약인가, 독인가 궁금해졌다. (브리짓에게 마크는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 약 나 또는 연애, 나와는 다른 곳(화성 또는 금성)에서 온 생물에 대한 ‘전술 복습’의 측면에서는 ‘약’인 것이 분명하다. 연애는 일련 나에 대한 깨달음의 장이다. 합정스테파니(30·여)도 “내가 이런 사람이랑은 안맞구나, 내가 차마 감당할 수 없는 건 이런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20대를 수놓았던 일련의 연애를 통해 스테파니는 흡연자와 야구광은 본인과 절대 안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을 가장 큰 수확으로 얘기했다. 역시나 ‘나쁜 남자·여자’와의 연애에서는 배우는 점이 많다. 요즘 한창 꽃길을 걷고 있는 연애해여(30·여)는 여자 맘을 알아도 너무 잘 알던 남자와의 연애를 ‘약’으로 기억한다. 연애해여는 한마디로 좋아하면 한없이 퍼주고 또 퍼줘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여자였다. 그러나 연애해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치명남과의 연애 이후 그는 달라졌다. “그게 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의 아니게 우선 순위가 내가 되면서 연애에서 더 이상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아.” 다른 생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잔 기술이 느는 것도 일종의 ‘약’이다. 슬기슬기사람(29·남·필자의 아바타가 아니다·이하 슬기)은 과거 자신을 스쳐 지나갔던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가령 슬기(다시 말하지만 필자가 아니다)는 핸드폰에 새 전화번호를 입력할 때 그저 이름으로만 입력하는 습관이 있었다. 회사 동기나 친구는 그래도 됐지만 여자친구는 아니었다. “여자친구 이름을 가령 ‘이슬기’라고 입력해 놨는데 그걸 본 여자친구가 막 화내더라고. 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각기 다른 여자로부터 2번 정도 그걸 겪은 다음에는 이제부터는 카톡 대화명이라도 선제적으로 바꿔. ‘슬기찡♥’ 이런 식으로.” 그의 핸드폰에 ‘~찡♥’이라고 입력된 이는 아마도 그의 현 여친일 것이다. ◆ 독 여러 연애를 거쳐 오늘의 ‘너’를 만나는 ‘나’가 된다는 점에서 분명 약...이다. 그러나 한 줌 찌질한 연애사로 밥벌이를 시작한 나는 요즘은 ‘독’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가령 나의 썸남이 이 기사를 본다면, 그는 하다 못해 내 N번째 남자친구의 치킨 취향까지 알게 될 판이니 말이다. 연애에 관한 선문답을 좋아하는 ‘슬기’는 ‘과거의 연애 경험’에 대해 “칼 같은 거란다. 잘 쓰면 도구요, 못쓰면 흉기다. 다만 도구로써 칼이든 흉기로써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너는 네가 치킨 먹으면서 닭 목 자르는 칼을 보고 싶겠니?” 매주 닭 목을 자르는 나는 어찌하란 것인지 대책없는 답변이었다. 지난 ‘더치페이’ 편의 신 스틸러 돈도잃고사랑도잃고광광우럭따(29·여·이하 광광) 또한 ‘닭 목 자르는 칼’을 볼 필요가 없다는 데 극적으로 동의했다. 과거 남자친구와 볕 좋은 봄에 벚꽃 구경을 갔던 광광. 남자친구와의 첫 봄꽃 구경에 넋이 나간 광광에게 남친은 “나 여자친구랑 벚꽃 보러 간 게 처음이야~”라고 말했다. “아, 정말? 오빠도 처음이야?” 떨어지는 꽃잎 아래서 온갖 CF를 찍었던 광광 커플. 사달은 카페에서 일어났다. 남친의 아*패드에 연동된 네*버의 엔드라이브에서, 전 여친과 벚꽃 아래서 해맑게 웃고 있는 남친 사진을 본 광광. 배신감에 부르르 떨며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남친의 뺨따구를 올려 붙였다. “별 거 아니지만 그냥 그거 하나로 다 못 믿겠는거? 세상에 진짜 사랑은 없구나. 회의감 대박.” 김메리(28·여)는 나이를 먹고 연애 횟수가 많아지면서 연애에 괄호가 많아진다고 했다. 가령 “(최근 6개월 간) 이렇게 좋은 감정은 처음이야!” 또는 “(최근 1년 간) 이렇게 좋은 키스는 처음이야!”가 된다는 것이다. 메리는 끝에 말했다. “다 진심은 진심인데...” 그 이후에 담긴 말을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 그래서 독인가, 약인가 메리는 말했다. “(과거 연애는) 독약이야” 쓰기에 따라 독일 수도, 약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 나이에 독이 조금이라도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연애를 마냥 기피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결국은 청산가리를 복용하면 죽지만 아크릴 섬유의 제조, 도금, 금속의 열처리에는 유용하게 사용하듯이. 10년 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 브리짓에게 마크는 독이었는지 약이었는지는 극장 가서 확인하시고, 부디 올 겨울은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시라.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이라크, 모술 탈환戰… IS 격퇴 ‘운명의 날’

    이라크, 모술 탈환戰… IS 격퇴 ‘운명의 날’

    총리 “모술 해방 작전 시작됐다” 美 “IS서 이라크 전역 해방 확신” 터키군 지원받은 시리아 반군도 시리아 ‘다비끄’ 공습 후 되찾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동시다발적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IS의 마지막 거점도시인 모술을 탈환하기 위해 군사작전에 돌입했고, 시리아 반군도 IS 선전전의 구심점인 다비끄 마을을 탈환했다. 두 곳 모두 IS의 핵심 지역인 만큼 이번 공격이 IS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국영 이라키야 방송 연설을 통해 “모술을 해방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며 “다에시(IS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아랍어)의 폭력과 테러리즘으로부터 주민들을 해방하기 위해 작전 개시를 선포한다”고 말했다고 AFP가 전했다.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은 2014년 6월 IS가 점령한 이라크 제2도시로 IS 점령지 가운데 가장 크다. IS는 인구 200만명이 넘는 이곳을 장악하고 2주 뒤인 6월 29일 자칭 ‘국가’ 수립을 선언한 만큼 이곳 사수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가장 큰 군사작전인 이번 탈환전에서는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족 민병대(페슈메르가) 등 3만여명이 8000여명의 IS 방어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가 보도했다. 앞서 이라크 정부는 올해 안에 모술을 탈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연초부터 주변 지역을 차례대로 점령해 IS를 봉쇄해 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우리의 이라크 파트너들이 공동의 적에 승리를 거두고 IS의 증오와 야만으로부터 이라크 전역을 해방하리라고 확신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시리아 반군도 터키군 지원 아래 IS 알레포 인근 다비끄 마을을 탈환해 힘을 더했다. 이날 알자지라는 자유시리아군(FSA)을 중심으로 한 반군 약 2000명이 시리아 서북부 다비끄 마을로 진격해 일대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터키군 소속 탱크와 전투기들은 다비끄 마을에 대대적인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 FSA는 “다비끄에서 IS 대원들의 저항은 아주 미약했다”며 “1200여명의 IS 대원들은 우리를 보자 전의를 잃고 남쪽에 있는 자신들의 점령지 알바브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다비끄는 IS가 자신의 온라인 영문 선전 잡지의 이름으로 쓸 정도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 이슬람 민담에 따르면 유럽 십자군과 무슬림 칼리프 군사들이 벌이는 ‘최후의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진다. 이 때문에 IS는 ‘다비끄의 전쟁’을 언급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만큼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IS가 자금줄이었던 원유 밀매 거점들을 잃어버리고 전력 공급 통로인 모술댐까지 빼앗기면서 전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IS 점령지역에는 이들을 반대하는 그래피티가 늘고 있고, 소규모지만 IS에 맞서는 지하 조직이 생겨났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IS는 이 지하 조직에 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남성을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군사전문 리서치회사 IHS는 이달 들어 IS가 장악한 지역이 올해 초보다 16%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에 비하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씨줄날줄] 회고록 정치학/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회고록 정치학/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음유시인’ 격인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그가 영감 어린, 시적인 가사로 대중들에게 어필해 온 건 맞지만, 그간의 문학상 수상 기준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노벨 문학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3년 수상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처칠의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은 회고록이었다. 전통적 문학 작품이 아닌, 정치인의 저작물에 문학상을 주면서 당시 큰 논란을 빚었다. 이듬해 문학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처칠에게는 ‘물먹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수상은 노벨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대놓고 불평했다. 하지만 노벨 평화상이 아닌 문학상을 줄 만큼 처칠 회고록의 문학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당시 한 언론은 “필설(筆舌) 양면에 걸친 유려한 언어 구사”를 수상 배경으로 꼽았다. 실제로 그는 2차 대전을 지휘하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 “평화는 강자의 특권”이라는 등 통찰력 있는 명언도 많이 남겼다. 역대 대통령 중 회고록을 쓴 이들이 많다. 임기 중 하야하거나 서거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빼고는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서전 1, 2권을 출간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냈다. 퇴임 후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생전에 쓴 미완성 원고로 엮은 ‘성공과 좌절’과 참모였던 유시민 전 장관이 정리한 ‘운명이다’ 등 두 권의 회고록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편찬했다. 다만 문학성이 부족해서인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세태 탓인지 모르나 우리 지도자들의 회고록은 세계적 화제는커녕 진영 간 포폄과 함께 잊히기 일쑤였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정국을 강타 중이다.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 노무현 정부가 북한 김정일 정권의 의견을 물어봤다는 내용이 뇌관이다. 오래전 외교 현안을 취재하면서 그를 몇 번 만났었다.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건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등 문학적 레토릭을 잘 구사하던 기억도 난다. 내년 대선을 앞둔 출간 시점이 문제인가. 여야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관을 놓고 확전일로다. 어쩌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질지는 송 전 장관도 몰랐을 법하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속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논란은 기왕 엎질러진 물이 됐다. 그렇다면 정확한 진실을 가리는 쪽으로 결말이 나야 할 게다. 만일 사실이라면 문 전 대표 측이 그간의 정책 오류를 시인하고 “구체적인 북한 인권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세종연구소 한 연구위원)일 것이다. 그 반대라면 여당은 더민주 측에 대한 이념 검증 공세를 당장 중단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세계 과학자들은 밥 딜런을 사랑해… 노래가사·단어 포함된 논문 727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세계 과학자들은 밥 딜런을 사랑해… 노래가사·단어 포함된 논문 727편

    지난주 목요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세계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유력하게 점쳤습니다. 올해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부문 상을 받으면서 노벨상의 문을 연 데 이어 이 상의 대미인 문학상도 일본인이 가져가려나 하는 호기심에 발표를 기다렸습니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수상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가수라니요. 그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가장 파격적이고 예측불가했던 인물인 것은 확실합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제목으로 톱뉴스를 내보냈으니까요. 스웨덴 명문 의대이자 연구기관인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에디 바이츠버그 교수는 “딜런의 작품은 정말 멋있다. 노벨문학상을 받고도 남는다. 오늘 바람 대신 노벨상이 그에게 답했다”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습니다. ‘바람’을 언급한 건 딜런의 대표곡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때문일 겁니다. 바이츠버그 교수는 1997년 동료인 욘 룬드버그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와 함께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이 노래를 인용해 ‘일산화질소와 염증: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13편은 노래·단어 변형 없이 사용 실제로 1970년대부터 많은 생물학과 의학 분야 연구자들은 딜런의 노래가사를 논문이나 보고서에 인용하거나 각색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은 지난해 ‘자유분방한(Freewheelin) 과학자들: 생체의학 문헌에 밥 딜런 인용하기’라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메들라인’(MEDLINE)을 검색한 결과 딜런 노래의 일부나 단어가 포함된 문헌은 727편이었고, 이 중 213편은 딜런의 노래와 단어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세상이 변하니까’ 135편에 쓰여 1970년 ‘임상간호학회지’에 실린 논문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이 그의 노래를 처음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동명 노래는 무려 135편의 의학논문에 그대로 쓰였습니다. ‘블로잉 인 더 윈드’는 36개 논문에 사용되면서 두 번째로 많이 쓰였다고 하네요. 미국 학자들이 딜런의 노래를 주로 썼고, 스웨덴 과학자들이 뒤를 잇는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딜런의 노래를 자주 이용한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說)들이 있습니다. 우선 과학자들 중에서도 딜런의 팬이 많았고 ‘시대를 말하는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철학적 가사들이 과학논문을 설명하는 데 적합했다는 겁니다. 1990년대부터 딜런의 노래 인용이 급증했다는 것을 두고는, 그 노래를 즐겨 듣던 급진적이고 자유분방한 대학생들이 이때부터 의사나 과학자, 학술지 편집인이 됐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덧붙입니다. 어쨌든 일흔다섯의 음악가가 자신이 노래하기 시작한 한참 뒤에 태어난 과학자들에게까지 영감을 불어넣었다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논문에 가요 제목이나 가사를 포함시켰다면 과연 그대로 실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스칩니다.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밥 딜런과 김민기, 그리고 그들의 노래/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밥 딜런과 김민기, 그리고 그들의 노래/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되면 습관처럼 그와 견줄 만한, 아니면 그를 연상시키는 우리 작가들을 거론한다. 수상자와 그를 배출한 국가에 대한 부러움이고, “우리는 언제?”라는 안타까움이다. 벌써 일본은 여러 차례 수상자를 낸 기초과학 분야도 그렇지만, 문학상에 대한 우리의 염원과 기대는 남다르다. 그래서 해마다 실낱같은 기적을 바라면서, 몇몇 우리 작가들을 자화자찬해 보기도 한다. 노벨상 중에서도 문학상이야말로 문학의 본질만큼이나 시대와 인물, 영역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 올해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택한 것도 그런 것이다. 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수상 전례에 비추어 보면 분명히 이변이고 이질이다. 음유시인, 싱어송라이터란 수식어에 문학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는 노래하는 대중 가수이기 때문이다. ‘대중’을 ‘순수’의 반대인 ‘불순’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에게 그의 노래는 분명 시도, 문학도 아닐 것이다. 물론 그는 시인도 아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의 이번 ‘파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그의 노랫말이 상을 받을 만큼 문학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비판만 들어 있지 않다. 그가 가난한 시인이 아닌,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인기 대중 가수란 사실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시’란 무엇이며 ‘시인’은 누구인가. 동양 최고의 시집으로 꼽는 ‘시경’(詩經)은 공자가 고대부터 춘추시대에 유행한 대중가요 가사 305편을 모은 것이다. 그 가사는 인간의 진솔한 삶과 감정을 압축과 상징의 언어로 노래했으며,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면서 인간이 바라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공자도 “그 300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詩三百 一言蔽之 曰思無邪)”이라고까지 했다. 좋은 노랫말도 그 자체로 훌륭한 시다. 시를 노랫말로 옮기기도 한다. 시가 꼭 글로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오르페우스부터 파이즈까지 노래와 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딜런은 음유시인계의 엄청난 후계자로 탁월한 선택”이라고, 노벨상위원회가 “호머나 사포 등 그리스 시인들의 시는 원래 공연으로 듣는 것”이라고 한 것이 견강부회는 아니다. 미국의 고전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에 따르면 시인은 “오랫동안 말이 없던 목소리들이 장막을 벗고 빛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매개자”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배제된 자들과 멸시당하는 자들 그리고 힘 있는 자들까지 그들의 삶의 상황과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공감을 통해 비천한 자들의 수모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져 개입하기를 고집하는 것, 동등한 조건 속에서 오직 타인이 가질 수 있는 것들만 가지는 것, 배제된 자들의 고통과 핍박받는 자들의 위협에 목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공감의 포용적 시선으로 보면 밥 딜런은 분명히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낸” 이 시대의 시인임에 틀림이 없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라이크 어 롤링 스톤’으로 그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아픔과 고통과 핍박의 장막을 걷고 빛 속으로 나오는 ‘문’을 두드렸다. 그의 시는 책 속에 누워 있지 않고, 노래가 되어 세상으로 퍼져 나가 ‘공감’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노벨 문학상은 단순한 찬사나 오마주가 아니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늘 그 시선과 가치를 두고 있다. 밥 딜런에게 문학상을 안긴 것도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고 스타이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가 평생을 바쳐 외치고 있는 자유와 평화, 반전(反戰), 인권이 ‘과거’가 아닌 아직도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란 얘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밥 딜런의 수상 소식에 김민기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밥 딜런의 마음과 숨결을 이어받아, 암울했던 70년대 한국의 현실과 사람들의 아픔을 소박한 정서와 리듬으로 녹여낸 우리의 음유시인이기 때문이다. 그와 그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존재가 새삼 애잔하고 소중하다. 우리 역시 그의 ‘시’들이 여전히 유효한, 아니 더 절실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울산 버스기사 “끼어들기했다” 인정

    울산 버스기사 “끼어들기했다” 인정

    출발 전 ‘비상 망치 안내’ 안 해 정부 “비상해치·형광망치 의무화” 안전기준안 연말까지 개정 추진 울산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관광버스 운전기사를 구속하고, 사망자 10명의 DNA 감정 결과를 유족들에게 통보하고, 시신을 모두 울산국화원에 안치했다. 버스 기사는 출발 전에 탈출용 망치의 위치를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사고 버스에서도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버스 기사 이모(48)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경찰은 버스 기사 이씨가 출발 전 탈출용 망치 위치 등을 승객에게 알리지 않았고,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버스 기사 이씨와 여행가이드 이모(43)씨의 진술에서 확인됐다.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은 “운전기사가 관광 내내 승객에게 망치 위치를 안내하지 않았고, 화재 때 소화기 핀이 뽑히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를 냈다”며 “사고 당시 승객들의 ‘망치가 어딨느냐’는 외침에 버스 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버스 기사 이씨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끼어들기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타이어 펑크로 차가 쏠렸다’고 진술했던 이씨가 말을 바꿔 울산으로 진입하려고 차선 변경을 하려 했다”며 자신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씨가 목적지인 울산으로 진입하려고 언양분기점 500m 앞 사고 지점에서 급하게 차선을 바꿔 끼어들기를 하면서 갓길 콘크리트 방호벽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폐쇄회로(CC)TV 영상도 사고 당시 끼어들기로 추측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이씨가 공사구간의 제한속도인 80㎞를 훨씬 넘는 100㎞ 이상 속도로 과속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처럼 이씨가 차선 변경을 위해 끼어들기를 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을 증명해줄 관광버스의 블랙박스가 불과 열기에 녹아 복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이어 펑크 여부를 확인하려고 감식을 의뢰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관광버스 회사인 울산 태화관광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버스 운행 기록, 운전사 안전교육 시행 여부, 차량 정비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비상상황에서 버스에서 탈출할 ‘비상해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 안전기준안을 연말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은 총면적 2㎡ 이상인 강화유리 창문이 있으면 비상출구를 설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승객 기준으로 30인승 미만은 1개, 30인승 이상은 2개의 비상탈출구를 천장 등에 설치해야 한다. 또 비상망치는 현행 4개에서 구석구석 더 많이 설치하고 형광표시를 하도록 했다. 대형 교통사고를 내거나 무면허 운전 전력이 있으면 운수종사자 자격 취득이 제한되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도 제·개정하기로 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MD로 中포위” “사드 철회는 없어”…클린턴 당선 때 G2 갈등격화 예고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가운데 미 대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더욱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위키리크스, 클린턴 3년 전 연설 공개 클린턴이 2013년 한 연설에서 미사일방어(MD)로 중국을 포위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공개된 데 이어, 그가 당선될 경우 국방장관 1순위로 거론되는 미셸 플루노이(55) 전 국방차관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철회는 없다고 쐐기를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캠프의 선대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2013년 6월 골드만삭스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국무장관 시절 미·중 관계를 언급하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봉쇄하기 위해 그 지역에 추가적으로 함대를 보낼 수 있다고 중국 관리들에게 말했다”며 “우리는 미사일방어망으로 중국을 포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또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손에 넣는다면 참지 않겠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클린턴 측은 이메일의 진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국방장관 1순위 플루노이 어제 방한 워싱턴DC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이사장을 맡고 있는 플루노이 전 차관은 16일부터 나흘간 방한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사드를 협상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잠재적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한 협상 희망의 기대감 때문에 사드 배치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도발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한·미 양국이 스스로 방어 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은 이해해야 한다”며 “중국이 사드를 우려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북한 도발 제한을 위한 조치를 더 취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플루노이 전 차관은 또 “북한이 도발을 줄이고 최소한 핵무기 제한에 관한 기존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대화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그런 것(진정한 비핵화 의지)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유일한 길은 추가 제재, 특히 중국의 압박이 동원된 추가 제재를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필리핀 피살 한국인들 투자사기 공범 40대女 긴급체포

    필리핀 피살 한국인들 투자사기 공범 40대女 긴급체포

    지난 11일 필리핀에서 총격 피살된 한국인 남녀 3명과 함께 투자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모(48·여)씨를 전날 긴급체포했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전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다단계 영업을 했지만 사업이 잘되는 줄 알았다”며 유사수신 영업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앞서 11일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A(48)·B(49·여)·C(52)씨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설립한 J법인에서 본부장을 맡아 다단계 방식으로 해외통화 선물거래(FX마진거래) 투자금을 모아 영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모아 이를 가로챈 뒤 잠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올 8월 중순부터 수서서와 송파서에 고소장과 진정서를 냈으며, 피해액은 15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A씨 등 숨진 3명은 고소장과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되기 전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다단계 사건과 별개로 필리핀에서 A씨 등이 숨진 사건과 김씨가 관련이 있는지, 이들의 출국 사실을 알았는지 등도 참고인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11일 오전 7시 30분쯤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A씨 등 한국인 3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문학 지평 넓힌 밥 딜런 노벨상 수상

    미국의 대중음악 가수이자 시인인 75세 밥 딜런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전 세계 문학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도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1901년 노벨 문학상이 첫 수상자를 낸 이후 시인이기보다는 대중 가수로 더 알려진 인물이 받기는 115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제 밥 딜런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음유시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대중음악의 가사를 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밥 딜런의 노래를 고대 그리스 시인에 견주며 “귀를 위한 시”라고도 극찬했다. 밥 딜런은 자유와 평화, 반전(反戰), 인권 메시지를 직접 작사·작곡하고 노래한 대중음악 뮤지션이다. 20여년 전부터 노벨 문학상 후보에 지속적으로 이름이 올랐지만 대중음악 가수로서의 한계에 부딪혀 논란만 낳았다. 기존의 문학적 기준에서는 공연되는 시(詩)인 밥 딜런의 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림원은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이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실천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문학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까닭에 한림원의 선택은 의미가 크다. 밥 딜런의 수상을 놓고 “혁명적”, “가슴 벅찬 일대 사건”, “순수문학의 위기”라는 등의 갑론을박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밥 딜런은 문학과 음악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 줬고 한림원은 이를 평가했다. 한림원은 지금껏 논란과 상관없이 문학상의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에는 인터뷰를 논픽션 형식으로 써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 낸 벨라루스 출신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비(非)문인인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가가 수상한 적도 있다. 문학과 음악의 융합인 ‘선율을 입힌 시’에 대한 밥 딜런의 문학적 평가가 전혀 놀라울 게 없는 이유다. 밥 딜런은 예술성과 사회성을 결합해 대중음악의 가사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창조적 혁신가다. 실제 많은 영감을 준 데다 큰 변화를 이끌었다.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한국 문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문학의 원로 시인들도 우리 시단에 대해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대중과 문학의 소통과 함께 진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 지평은 새로운 흐름에 직면해 있다.
  • 자서전·음반은 다시 열풍… 정작 밥 딜런은 말이 없다

    자서전·음반은 다시 열풍… 정작 밥 딜런은 말이 없다

    대중가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75)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당사자는 상에 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수상 직후 콘서트… 팬들 “노벨상” 환호에도 묵묵부답 AP통신은 수상 발표 이후인 13일 밤(현지시간) 딜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첼시극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만났으나 공연에만 집중할 뿐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객들이 “노벨 수상자!”를 연호하며 박수와 함성을 보냈지만, 딜런은 이를 모른 척했다. 그는 11월 말까지 예정돼 있는 전미 투어 중이다. 원래 딜런은 언론 등과의 접촉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3월 한국 공연 당시에도 국내 언론과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며 무대에서도 별다른 말 없이 음악에 몰두했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해서도 반나절이 지나서야 공식 트위터에 수상 소식이 짧게 올라왔을 뿐이다. ●“내 초창기 음악, 마법에 걸린 듯 한번에 써내려가” 이에 따라 매우 드물었던 과거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CBS는 20년 만에 처음 진행된 언론 인터뷰였다며 2004년 만남을 소개했다. 당시 딜런은 노벨 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초창기 음악에 대해 “앉아서 곡을 쓰려고 하면 꿰뚫어보는 듯한 마법이 있어서 한 번에 곡을 써내려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선지자나 구세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시대의 대변자’ 등의 타이틀이 거북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 공영방송 NPR도 딜런이 과거 인터뷰에서 “(시대의 소리라는) 표현은 그저 곡을 쓰고 노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거대한 칭찬과 타이틀을 갖는 것은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딜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판매가 급증세를 나타냈다. 멜론, 벅스, 지니 등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서도 ‘녹킹 온 헤븐스 도어’, ‘블로잉 인 더 윈드’,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 등 그의 대표곡들이 차트에 재등장하고 스트리밍이 늘어났다. 인터넷교보문고에서는 수상 직후부터 14일 오후 3시까지 ‘바람만이 아는 대답’ 154권이 판매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도 210권의 주문 물량이 들어왔다. 손광수 작가가 쓴 ‘음유시인 밥 딜런’도 53권이 주문됐다. 자서전을 발간한 문학세계사 김요안 기획실장은 “주문이 밀려들어 200~300부 정도 남아 있던 재고를 우선 풀었다”면서 “고민 끝에 1만부 규모 중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삶은 물론 노랫말과 노랫말이 쓰인 배경까지 담긴 자서전은 음악애호가들을 중심으로 7000~8000부가량 판매됐다. 딜런의 음반·음원 유통을 맡고 있는 소니뮤직 관계자도 이날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며 “재고 소진 추이를 보며 추가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노벨문학상 밥 딜런…90분 공연 중 한 번도 ‘노벨상’ 언급 안해

    노벨문학상 밥 딜런…90분 공연 중 한 번도 ‘노벨상’ 언급 안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깜짝’ 선정된 미국 포크 음악의 거장이자 ‘음유시인’ 밥 딜런(75)은 수상의 기쁨을 뒤로 미루고 자신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딜런은 1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턴 호텔 첼시 극장 무대에서 열린 전미 순회공연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뮤지션으로는 116년 만에 최초로 전문 문학 작가들을 제치고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전과 후에 관객을 만난 소회가 남다를 법했지만, 딜런은 내색하지 않았다. 깊은 울림을 주는 가사로 이뤄진 자신의 히트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눈과 귀, 온몸으로 시(詩)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AP 통신은 딜런이 이날 90분간의 공연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히트곡을 부르던 딜런이 1960년대 반전과 평화의 상징 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열창하자 객석에서 특히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청중들이 “노벨상 수상자!”라고 연호하며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보냈지만, 딜런은 이마저도 모른 척 넘겼다. 준비된 노래가 모두 끝나자 청중들은 노래를 더 들려달라고 외쳤고, 딜런은 프랭크 시내트라가 불렀던 ’와이 트라이 투 체인지 미 나우‘(Why Try To Change Me Now)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왜 나를 지금 바꾸려고 하나요‘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제목의 노래에는 ’사람들이 궁금하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웃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찌푸리게 내버려둬요‘(let people wonder/ let ’em laugh/ let ‘em frown)라는 가사가 담겨있다. AP 통신은 딜런이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날 무대에서 수상과 관련해 뭔가를 얘기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카드뉴스] 저항을 노래한 시인, 밥 딜런

    [카드뉴스] 저항을 노래한 시인, 밥 딜런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지난 13일. 스웨덴 노벨상위원회에서 전혀 예상 밖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미국 포크록의 대부 밥 딜런. 위원회는 가수인 그를 시인으로 평가했습니다. 저항을 노래한 시인 밥 딜런, 그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 노벨문학상 밥 딜런…“노벨 수상자!” 청중 연호에도 묵묵히 노래만

    노벨문학상 밥 딜런…“노벨 수상자!” 청중 연호에도 묵묵히 노래만

    “노벨 수상자!” 연호에도 거장은 묵묵히 노래만 불렀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깜짝’ 선정된 미국 포크 음악의 거장이자 ‘음유시인’ 밥 딜런(75)이 수상 선정 소식이 전해진 뒤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딜런은 1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턴 호텔 첼시 극장 무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뮤지션으로는 116년 만에 최초로 전문 문학 작가들을 제치고 전날 노벨문학상을 받아 올해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전과 후에 관객을 만난 소회가 남다를 법했지만, 딜런은 내색하지 않았다. 깊은 울림을 주는 가사로 이뤄진 자신의 히트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눈과 귀, 온몸으로 시(時)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AP 통신은 딜런이 이날 90분간의 공연 중 노벨문학상 수상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히트곡을 부르던 딜런이 1960년대 반전과 평화의 상징 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열창하자 객석에서 특히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딜런은 무대에서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했을 뿐 노벨문학상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AP 통신은 딜런이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날 무대에서 수상과 관련해 뭔가를 얘기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노벨문학상, 트럼프 열광 미국에 보낸 경고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노벨문학상, 트럼프 열광 미국에 보낸 경고

    올해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고은도 아니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닌 미국 가수 밥 딜런(Bob Dylan·75)에게 돌아갔다. 하긴 20세기의 어느 작가, 시인보다 광범한 영향을 미쳤던 아티스트였던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하면서 “딜런은 위대한 미국의 가요의 전통 속에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중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는 것은 1901년 이 상이 생긴 이후 105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은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23년 만에 11번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또한 비문학인에게 노벨 문학상 이 돌아간 것은 2차대전 회고록을 써서 1953년에 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 다음으로 두번째인 셈이다. 밥 딜런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예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딜런 토머스는 학력은 고졸이었지만, 스무 살 안팎에 쓴 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숙한 천재시인이었다. 하지만 워낙 술을 좋아한 탓에 미국 시낭송회 여행 중 폭음하다가 요절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독한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다가 세상과 작별했다고 한다. 오래 살았다면 노벨 문학상감이었겠지만, 나이 마흔 살도 못 채우고 떠난 셈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사숙한 제자가 75살 노령에 노벨상을 받았으니 지하에서도 흡족해할 것 같다.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포크 록의 대부’ 밥 딜런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블로잉 인 더 윈드’, ‘라이크 어 롤링 스톤’ 같은 곡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가수로서, 특히 그의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은 한국 학생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노래를 유튜브로 자주 듣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존 바에스와 같이 부른 'Blowin' In The Wind'를 가장 좋아한다. 원래는 밥 딜런이 1962년, 그의 나이 21살 때 발표한 노래다. 서정적인 곡과 강한 메시지를 담은 노랫말이 벌써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밥 딜런의 시는 영문학사책인 '노턴 앤솔러지'에도 나올 정도로 시인으로서도 뚜렷한 존재다. 사족이지만, 미국 국민 중 40%가 덜 떨어진 트럼프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당신네의 위대한 가수 밥 딜런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고 정신 차리란 뜻에서 이번 문학상을 딜런에게 준 것이라는 촌철의 해석도 있다. 그럴 듯하지 않은가? 2. 딜런 토머스.(출처=Wiki)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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