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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그만 나오너라”… 기억함 304개 소리 없는 외침

    “이제 그만 나오너라”… 기억함 304개 소리 없는 외침

    명예 주민증·명찰 등 생전 소지품 담아 희생자 초상화·기억詩 등 벽면에 걸려 “기록 정리가 참사 재발 막는 힘이 될 것” “그러니 다윤아, 이제 그만 나오너라/ 네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물속에서 어찌 이리 오래 있단 말이냐/ 다윤아, 다윤아/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풀리지 않는 문제처럼 답이 없는/ 저 거대한 침묵의 바다 앞에 가만히 무릎을 꿇는다.”세월호 인양 작업이 밤새 힘든 고비를 넘기고 다시 순항을 시작한 24일 늦은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연립주택 상가 3층 한쪽에 50여명이 모여 앉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머리가 희끗한 70대까지 그들의 사이사이를 처연하고 절절한 시가 휘돌았다. 박일환 시인은 자신이 쓴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양의 기억시를 덤덤하게 읽어내려갔다. 이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손짓과 울음을 참아내는 훌쩍임만이 좁은 전시관을 가득 메웠다. 이날 참석한 시민들은 아이들을 기리는 시를 차례로 낭송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4·16 기억저장소가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 1073일간 세월호를 둘러싼 각종 기억들을 정리하고 전시해 왔다.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은 이곳에서 수필, 그림, 시 등으로 승화했다. 교사들의 문학단체인 교육문예창작회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금요일 이곳에서 희생 학생들을 위한 시낭송을 했다.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진실 규명의 출발이라는 취지에서다. 방문자들은 이곳에 들어서면 우선 단원고 미수습자 6명(양승진·고창석·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의 기억시를 만난다. 참사로 희생된 2학년 8~10반 45명 학생의 초상화와 기억시도 전시관 벽면에 걸려 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너는 벚꽃으로 피어 꽃비가 되어/ 엄마의 가슴에 내려앉겠구나’라는 시구에서는 사무친 그리움이 묻어나고 ‘나는 네가 신고 싶어 하던/ 축구화를 가져다 놓는다’는 시구에서는 아이들의 생전 모습을 잊지 않으려는 아픈 마음이 드러났다. 145㎡(약 44평) 규모의 전시관 천장에는 별이 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함 304개가 있다. 희생자의 이름을 적고 별 모양 스티커를 붙인 기억함에 명예 주민등록증, 학생증, 명찰, 볼펜, 머리끈 등 아이들의 생전 소지품을 담았다. 4반 동수 아버지에게는 수학여행 때 아이에게 쥐여 준 용돈 1만원이 유품으로 남았다. 김나영 4·16 기억저장소 큐레이터는 “희생자 부모들이 생전에 아이들이 사용하던 볼펜이나 시계 등을 기억함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방명록에는 ‘늦게 와서 미안해. 잊지 않고 기억할게’, ‘그때 저는 17살이었는데 벌써 20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고 살았던 게 미안해서 찾아왔어요’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희생자 진윤희양의 어머니 김순길 기억저장소 운영위원은 “세월호가 바다 위로 올라오기까지 함께해 준 국민의 힘이 컸다”며 “세월호 참사의 기록을 모으고 전시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출발점이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선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일사천리로 채택…이유는?

    이선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일사천리로 채택…이유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법사위가 청문회를 마치자마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신속히 채택한 것은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가 ‘7인 체제’로 장기간 운영돼선 안된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 국면인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법사위원들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양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은 배경을 캐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력을 보니 ‘양승태의 공주’인가 싶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있던 지난 2003년 당시 양승태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관제도개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을 때 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빚어졌던 ‘사법파동’에 이 후보자의 남편인 김현룡 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50명의 ‘대법관 인사제도 개선안’에 서명하는 등 법원 수뇌부에 반발했으나, 이후 소장 판사들의 연판장 제출에선 빠졌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김 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양승태 차장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양 차장의 사의가 반려되는 등 사태가 수습된 ‘보답’을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한 직후 후보자는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으로 2011년 위촉됐고,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제청됐다. 얼마 전 연임했고, 이번에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또 추천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과 개인적 인연은 전혀 없다”고 반박하면서 “(후보자 추천 제안에) 3∼4일 고민을 많이 하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도가니법’ 관련 사건과 ‘친일파 후손 변호’ 사건을 맡았던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수임을 거절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것. 도가니법은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학생 학대와 성폭행 사건 이후 사회복지법인이 외부추천이사와 외부감사를 선임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사회복지법인 등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민간 복지에 의존하고 있다”며 “도가니법이 나오게 된 사건을 만들어낸 법인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법인 입장에서 헌재의 판단을 받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1942∼1944년 조선총독부 참위를 지낸 박필병의 후손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대리한 데 대해서도 “참위로 활동한 사실만으로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 친일 행위까지 요구하는 게 법 취지 아닌가.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다만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그는 남편의 과거 부동산 거래에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꾸며 신고하는 ‘다운계약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부적절한 다운계약서로 취·등록세를 적게 낸 부분은 다른 변명을 하지 않고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말기암 극복” 거짓말로 수억 챙긴 음식 블로거

    자신이 시한부 암환자였지만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극복했다는 거짓말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은 뒤 이를 발판으로 책를 내는 등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던 한 유명 블로거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호주 멜버른 연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블로거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여러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25세 여성 벨 깁슨이다. 그녀는 17세의 나이였던 2009년 자신의 음식 블로그(The Whole Pantry)에 자신은 뇌종양 말기와 간암, 자궁암 등 네 가지 암을 진단받아 4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와 산소 테라피를 시도하고 글루텐과 설탕을 먹지 않는 등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바꿔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글을 올리고 SNS에 공유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사연이 SNS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유명해지자 자신의 블로그와 같은 이름으로 식단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역시 같은 블로그 이름으로 출판사 펭귄북스와 계약해 책까지 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앱스토어 수익금으로 28만 호주달러(약 2억 3900만원), 출판 인세로 13만 2000호주달러(약 1억 1300만원)를 버는 등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깁슨의 사연이 거짓임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다섯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며 30만 호주달러를 모금한 뒤 실제로 전달하지 않은 사실이 한 시민단체의 조사로 드러났다. 이후 주변에서도 그녀가 암에 걸린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깁슨은 지난 2015년 4월 호주 주간지 ‘위민스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암에 걸린 사실은 없다”고 자신의 거짓을 시인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6월, 호주 빅토리아주(州) 소비자 보호청은 깁슨과 그녀의 회사 ‘잉커만 로드 노미니스’(Inkerman Road Nominees)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깁슨은 자신의 거짓 행각에 대해 “왜 기부하지 않았느냐고 말해도 할 말은 없다. 말해야 한다면 적당한 답변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지난 15일 멜버른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데브라 모티머 담당판사는 깁슨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짓 행위를 했다며 유죄를 판결했다. 이날 깁슨은 항변을 포기하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깁슨에게는 22만 호주달러(약 1억 8800만원), 그리고 현재 청산 절차 중인 회사에는 110만 호주달러(약 9억 40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또한 이날 판사는 판결문에서 “적어도 일부 측면에서 깁슨은 건강 상태에 대해 일종의 망상으로 고통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피고를 믿었던 복지 관계자들이나 아픈 아이들 등 취약층에게 거짓을 말한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 네티즌들은 “사회를 속여가며 돈을 챙긴 저런 여성은 실형을 살기에 충분하다”,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하지 마라. 정말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례가 된다”, “시설에서 시한부 암환자를 실제로 돌보면 된다. 벌금보다도 그곳에서 자원봉사하면서 자신이 한 거짓말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정말 이 여자를 믿고 치료를 그만뒀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너무 지나친 일이었다”, “내가 4기 암으로 투병한 경험이 있지만, 암에 걸린다는 것은 자기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철없는 여자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 등 깁슨에게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동안. 찰나라고도 해 보자.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작가 성석제는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라는 참으로 시적인 제목의 소설에서 한 사내가 자동차 사고로 추락해 사망하기까지의 그 4.5초의 시간을 놓고 한 사람의 일생이자 인생을 꿰뚫은 적이 있다. 그게 됐냐고? 물론 됐다. 1995년 여름에 선보인 이 소설 속 남자의 캐릭터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침 사방에 튀겨 가며 나불거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니 말이다. 물론 제목이 주는 각인의 힘이 어마무시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살짝 변형되어 나를 찌르기도 하나니, 나아가 모두와 한번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도 먹게 하나니, 그래, 그러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나는, 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나. 그리하여 우리 각자 종국에는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나. 경우에 따라 길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일지 모르겠다. 한 시인은 1초간 떴다 가라앉은 까만 비닐봉지에서 오리의 날고 떨어짐을 비유한 적도 있으니 나 역시도 그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귀신으로 보고 신던 슬리퍼를 내던진 적도 있으니 그 시간의 잴 수 있으나 잴 수 없음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시의 영역이 아니겠나 하면서도 얼마 전 어림잡아 그 두 배쯤 되는 8초간의 시간을 단 두 문장의 29자로 8분처럼 갖고 논 유일무이의 한 사람을 똑똑히 목도한 나는 정말이지 큰 혼란에 빠지고야 말았다. 요즘 그런 사람 누구겠나. 딱 한 사람 그 사람이지. 고개 숙이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탬버린처럼 손 흔드는 사람. 죄송하다라고밖에 더하겠어 할 때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 울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오히려 과감히 웃어버리는 사람. 세상의 상식이란 애초에 없는 공식이고 온전히 자기 논에 물 대는 일에만 입 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박근혜.  4.5초에서 시작해 8초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였다. 이상하지. 흘려버리기 십상이던 그 시간의 우리들을 그 안에 투영해 보니 저마다의 오늘이 너무도 잘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만보기를 켜고 1초에 몇 보를 걷나 그 초의 숫자바뀜을 유심히 보니까 걸음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라디오 생방을 가서 방송을 기다리며 째깍째깍 바뀌는 시계의 숫자를 유심히 보니까 설렘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500원을 내고 오뎅 한 개를 산 뒤 그걸 한 입씩 나눠 먹기까지 채 5초도 안 걸린 몽골인 엄마와 그녀의 두 아이를 유심히 보니까 허기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일 초의 어려움, 일 초의 무서움, 일 초의 다함, 일 초의 전부를 인지하고 있을 때 사실 우리의 피로함은 극에 달한다. 어쩌면 그 지치는 헐떡임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 일 초를 외면하고 사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르겠다. 일 초를 일생이라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삶과 사람에 대한 집중력은 얼마나 예의 바른 에너지일 것인가. 최소한 나 때문에 네 몸과 네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지 않을 것인가. 일 초 만에 사랑에 빠져 평생을 사는 부모가 있다. 일 초 만에 사람을 놓쳐 지금껏 혼자 사는 내가 있다. 일 초는 그런 시간이다. 누군가 어떤 이가 차기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답하는 마음으로 썼다. 일 초를 섬기는 자여, 당신만이 오시라.
  • [현장 행정] 베트남 퀴논길·할랄 지도… 용산구 유커 빈자리 ‘이상無’

    [현장 행정] 베트남 퀴논길·할랄 지도… 용산구 유커 빈자리 ‘이상無’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라.’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국내 관광시장의 큰손이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명동·이태원 등 서울의 주요 거리에서 모습을 감췄다.유커에 의존해오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서울의 대표 관광도시인 용산구도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2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베트남·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날 무슬림 상점이 밀집한 우사단길을 방문해 상인 등을 만나면서 “용산 이태원과 경리단길, 우사단길, 국립중앙박물관 등에는 동남아와 중동 지역 관광객을 매혹할 만한 명소가 즐비하다”면서 “이들이 용산에 찾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용산구와 인연이 깊은 베트남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구는 베트남 해안도시인 꾸이년(퀴논)시와 21년째 우호교류하는 등 우애를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자치구 중 처음으로 꾸이년시에 국제교류사무소를 설치하고 공무원을 2명 파견하기도 했다. 파견 공무원들은 현지 여행사 4곳과 논의해 용산구 관광코스를 관광상품에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 구청장도 지난해 11월 꾸이년시를 방문해 응오황남 시장과 관광분야 교류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해 말 베트남 현지 기업·공무원 연수단 등 관광객 300여명이 용산구를 방문했다. 구는 이달 중 베트남 여행사 3곳과 관광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광객 유치사업을 한 단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성 구청장은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베트남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없다”면서 “용산구는 베트남 테마길인 ‘퀴논거리’을 조성하고 이곳 음식점과 상가 등에 베트남어 안내문을 붙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도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지도 제작이다. 구 관계자는 “이태원에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가 있어 국내외 무슬림이 많이 방문한다”면서 “할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식당을 찾아 헤매는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까지 제작될 지도에는 할랄 음식점 위치와 소개, 무슬림 종교의식을 위한 기도실 위치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시 7·9급 공채 86.2대 1…1613명 선발에 13만명 지원

    올해 서울시 7·9급 공채시험 평균 경쟁률이 86.2대1로 나타났다. 시는 13∼20일 2017년도 서울시 7·9급 공채시험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1613명 선발에 13만 9049명이 지원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87.6대1)보다 8862명이 줄어든 것으로 약무·간호·지적·운전 등 ‘경력경쟁직렬’ 시험이 오는 9월로 분리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모집단위별 경쟁률로는 일반농업 9급이 2명 모집에 1330명이 지원해 665대1로 가장 치열했다.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일반행정 9급은 815명을 선발하는데 8만 1393명이 몰려 9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응시자 연령별로는 20대가 8만 7510명, 6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4만 2748명(30.8%), 40대 6893명(5%), 10대 1147명(0.8%)으로 나타났다. 50대 응시생도 751명(0.5%)이나 됐다. 성별로는 남자가 6만 685명으로 43.6%, 여자가 7만 8364명으로 56.4%였다. 필기시험은 6월 24일 서울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치러진다. 구체적인 시험 장소는 6월 9일 서울시인터넷원서접수센터(gosi.seoul.go.kr)에 공고된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8월 23일 발표하고, 10월 16∼27일 면접시험을 거쳐 11월 15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정부의 천정부지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선 속사정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정부의 천정부지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선 속사정

     “백약(百藥)이 무효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월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전달(1월)보다 0.3% 올랐다. 전달의 상승폭인 0.2%에서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때문에 4개월 내리 이어진 주택가격 상승폭 둔화세도 멈췄다. 중국의 70개 주요 도시들 가운데 전달보다 신규 주택 가격이 오른 곳은 56곳에 이른다. 전달(45곳)보다 11곳이나 늘어났다. 신축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상승한 도시의 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전년보다 오른 곳도 67곳으로 전달(66개)보다 1곳 더 늘었다. 다만 전년 같은기간보다는 11.08% 상승해 전달(12.2%)에 비해 소폭 둔화되며 3개월째 오름폭이 줄었다.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로 전달보다 1.3%나 치솟았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과 충칭(重慶)도 각각 1.0% 뛰어오르며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 광풍’이 불던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은 하락세로 반전되며 전달보다 0.6% 하락했다. 특히 ‘풍선효과’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과열됐던 1선 도시(대도시)가 둔화세를 반면 2·3선 도시(중·소 도시)의 가격 상승세는 눈에 띄게 강한 모습을 보인 까닭이다. 1선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0.1% 올랐고, 2·3선 도시는 각각 0.3%, 0.4% 올랐다. 주요 도시별로는 상하이(上海)가 0.2%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광둥성 광저우(廣州)도 0.9% 올랐다. 반면 선전을 비롯해 베이징(北京), 푸젠(福建)성 샤먼(厦門) 등은 가격이 떨어졌다. 옌웨진(嚴躍進) 이쥐(易居)연구원 총감은 “집값 과열 도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다른 도시들의 집값 상승세가 비교적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중국 신규주택 가격은 지난 1월만 해도 전달에 비해 0.2% 상승하며 상승폭이 4개월 연속 둔화됐다. 당시 부동산 버블을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2월 들어 다시 상승폭이 커지면서 부동산 버블을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가을부터 쏟아져 나온 부동산 대책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관지 중국금융(中國金融)은 지난 17일 부동산 시장 분석 기사를 통해 “일부 도시의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숨겨진 리스크와 잠재적인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일 “중국 정책당국이 부동산 거품에 의한 금융 리스크와 사회적 불만을 억제하면서 건설 경기의 냉각과 원자재 수요 감퇴도 피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맞출 수 있었던 데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 중국의 제조업계가 설비 투자를 줄이는 상황인 만큼 부동산이 경제 지표에 이바지하는 몫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잇달아 주택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앞서 양회에서 발표한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일부 도시의 집값 과열 현상을 억제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실제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주택구매 제한령을 일제히 쏟아냈다. 베이징은 17일 중고주택 시장을 겨냥한 주택구매 제한령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실거주용주택과 투자용 구매의 주택담보대출 계약금 비중을 각각 60%, 80%로 기존에서 10%포인트 인상했다. 또 주택구매 대출 상환 기한을 기존의 30년에서 25년으로 축소했다. 허베이성 스자좡(石家莊)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광저우,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등에서 연달아 주택담보대출 계약금 비중을 인상하는 등의 내용의 주택구매 제한령을 내놓았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는 15일 ‘난징 주택 구매제한 정책 조정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난징시 가오춘(高淳), 리수이, 류허(六合)현을 구매제한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미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난징 후커우(戶籍)가 없는 외부 호적자의 신규·기존주택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주요 지역에서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현지 호적자의 신규·기존 주택 구입을 금지시켰다. 외부 호적자의 경우 3년간 2년 이상 사회 보험료를 납부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도 15일 첫 주택 구입시 우선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 비중을 30%로 높이고 외부 호적자의 주택 구매를 한 채로 제한했다. 싼야시도 11일 ‘싼야시 인민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대출문턱과 규제강도를 높였다. 수도 베이징과 경제도시 상하이 주변 소도시도 잇따라 구매제한 조치를 내놨다. 베이징 인근 도시인 허베이성 줘저우시, 허베이 바오딩(保定)시 내 라이수이현, 2022년 동계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 충리(崇禮)구 등이다. 상하이 주변 도시의 부동산 규제도 강화됐다. 상하이 인근의 저장(浙江)성 자산(嘉善)현과 상하이와 가깝고 투자 열기가 뜨거운 항저우(杭州)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 정부 당국이 일제히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은 도시의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사회적 불만이 점점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의 집값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마저 좌절감을 토로할 정도다. 그런 만큼 집을 구하기 어려운 서민의 분노는 임계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문답 형식의 지식공유 웹사이트인 ‘즈후’에 최근 베이징 집값에 대한 토론장이 열렸는데 페이지뷰가 무려 1780만회에 이른다. 한 베이징대 졸업생은 “일류 연구기관에 취직됐지만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이 자리도 포기하고 베이징을 떠나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실적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고 다우존스가 21일 글로벌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의 관계자를 인용해 밝혔다. 제임스 맥도날드 세빌스 중국 리서치 담당 헤드는 올해 중국 개발업체들이 매출 목표치를 좀 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더욱 강화된 부동산 규제를 통해 주택가격 급등을 억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거래량을 급감시키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도날드 헤드는이어 “이 경우 일부 개발업체들은 가격을 인하해야 할 것”이라며 “주택 구매자와 개발업체 모두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동계올림픽 도시 교류까지 막은 치졸한 중국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행태가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민간을 대상으로 한 경제 보복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난을 사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자치단체 교류 및 체육 분야로까지 보복의 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인 강원도 평창과 2022년 개최 도시인 중국 베이징의 교류 협력을 위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추진했던 중국 방문이 무산됐다고 한다. 최 지사와 베이징 시장의 면담을 주선해 온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CPAFFC)로부터 22일로 예정됐던 최 지사와 베이징 시장의 면담을 진행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아 21~22일로 잡은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와 같은 외교·안보 사안을 경제와 연결해 무차별 보복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올림픽 교류까지 막고 나서는 ‘힘의 논리’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이번 강원도지사의 베이징시장 면담 무산 역시 중국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 작품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치졸한 행태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19일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해림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옹졸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줬다. 이날 중계 영상 제작을 맡은 중국 CCTV는 우승 경쟁을 펼치던 김해림을 멀찌감치 잡거나 뒷모습만 보이게 해 빈축을 샀다. 김해림의 모자에 새겨진 메인 스폰서 롯데의 로고가 노출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덩치만 컸지 동네 불량배보다 못한 중국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 과연 세계를 향해 중화(中華)를 외칠 자격이 있고, 미국과 함께 G2로 대접받을 만한 품격을 갖춘 나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국교를 맺은 지 올해로 25년이 됐지만 사드 보복을 통해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똑똑히 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이웃이고 친구고 필요 없는 것이 어제의 중국이었고 또 오늘의 중국이다. 우리가 분열됐을 때 교묘히 파고들어 겁박하고 유린하는 중국의 본모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관광도시 발돋움하는 지자체] 광양 “힐링하러 오세요”

    전남 광양시가 산업도시에서 문화를 접목시킨 관광 힐링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명처럼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높은 광양은 보석 같은 천혜의 자원인 백운산과 섬진강 부존자원에 콘텐츠를 입혀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만들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광양만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지인 구봉산 전망대와 광양만권 야경에 문화콘텐츠를 입혀 문화·관광·힐링도시로 도약을 시도한다. 2013년 준공한 전망대는 광양제철소, 이순신대교, 광양항, 여수국가산업단지 불빛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장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상에는 9.4m의 봉수대가 있어 새로운 일출명소로 각광받는다. 광양시는 백운산, 섬진강, 도심권을 3개 축으로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백운산 자락에 있는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휴양관, 물놀이장, 산책로, 야영장, 어린이놀이터시설과 숙박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앞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테마파크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섬진강권역은 해양레저 공간으로 만든다. 이곳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가 보존된 정병욱 가옥(근대문화유산 제341호)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는 기념행사와 추모 콘서트를 시작으로 ‘윤동주&윤형주 문화의 뜰 사업’을 연다. 또 옛 나루터를 복원하고 강변쉼터, 래프팅장, 강수욕장, 캠핑장 등이 들어서는 ‘섬진강 뱃길복원 및 수상레저 기반조성사업’을 한다. 지난 1월 오픈한 280여개의 점포가 있는 ‘LF 스퀘어 광양점’은 쇼핑과 문화체험이 가능한 호남권 최대의 복합쇼핑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연간 방문객 수 500만명 이상이 예상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현복 광양시장은 “시가 보유한 문화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해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도시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박 前대통령 소환조사] “대통령님” “검사님” 호칭… 朴 혐의 부인 14시간 신경전

    [박 前대통령 소환조사] “대통령님” “검사님” 호칭… 朴 혐의 부인 14시간 신경전

    한웅재·이원석 검사 번갈아 조사 직권남용·뇌물 혐의 집중 추궁 朴, 특유의 올림머리에 남색코트 점심 김밥·샌드위치… 저녁엔 죽 변호인에 “한두 명 빼고 돌아가라”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진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는 시종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팽팽한 기싸움과 신경전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A4용지 100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를 파고들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부인하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35분에 시작해 약 2시간 30분간, 그리고 점심식사 이후 저녁식사 전까지 오후에 약 4시간 25분간 한웅재(47) 형사8부장이 계속 조사를 하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삼성 관련 뇌물죄에 대해 캐물었다. 저녁 8시 40분쯤 이원석(48) 특수1부장으로 바통이 건네진 조사는 자정 가까이가 돼서야 종료됐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이 파악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진술하거나 피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조사가 길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힘겨루기’는 이날 밤 11시 40분, 14시간 만에 종료됐다.●조사 전 노승권 1차장과 티타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건네진 대기업 출연금의 성격과 경위, 삼성의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 승마 지원에 대한 박 전 대통령 개입 여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 등의 순으로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건넨 대기업들의 출연금이 경영 이익 등을 위한 대가성 뇌물이고,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건넨 433억원 역시 경영권 승계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바란 뇌물이라고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시인을 압박한 것이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은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있어 핵심 사항인만큼 한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8시 35분까지 장시간 추궁했다. 이어 오후 8시 40분쯤부터는 이원석(48) 특수1부장이 투입돼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자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송곳 질문’에 박 전 대통령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조목조목 검찰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밤 “특이사항 없이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세간의 예상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의혹 전반에 대해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오전 9시 25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청사 10층 1002호로 이동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노승권(52)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10여분간 차를 마셨다. 티타임에는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55)·정장현(56) 변호사가 동석했다. 노 차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했다. 노 차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이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를 잘 받겠다’는 취지의 대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차장검사와 박 전 대통령의 짧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옆방인 1001호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 측에서는 한 부장검사와 수사검사·여성 수사관 각 1명씩이 배석했다. 한 부장검사의 맞은편에는 박 전 대통령이 앉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진술을 도왔다.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하며 예우를 갖췄고, 박 전 대통령도 한 부장검사를 ‘검사님’이라고 불렀다.●포토라인에 13초… 답변은 6초 함께 들어간 정 변호사는 뒷자리에 앉아 조사 과정을 지켜봤고, 손범규(51·28기)·서성건(57·17기)·채명성(39·36기)·이상용(45·36기) 변호사 등 나머지 변호인단은 주로 조사실 근처에서 대기했다. 다만 조사 과정이 영상으로 녹화되지는 않았다. 손 변호사는 “법률상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녹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에서) 동의 여부를 물어 왔기에 부동의함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을 듣는 게 중요한데 절차로 승강이하면 실체에 대한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와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구속 기소) 전 비서관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가능성도 염두하고 세 명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이들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대질신문을 피하기 위해 출석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낮 12시 5분쯤 점심으로 사전에 준비한 김밥·샌드위치·유부초밥 도시락을 먹었고, 저녁 식사는 오후 5시 35분쯤 경호팀이 준비한 죽으로 해결했다. 조사가 길어지자 중간중간 휴게실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손 변호사는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점심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다들 생업에 바쁠텐데 한 두명 있으면 되지 6명씩이나 고생하고 있을 필요 있느냐. 돌아가시라’고 하길래 ‘서로 역할을 분담했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은 이른 아침부터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장면을 담으려는 수백명의 취재진과 검찰 조사에 분개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뒤섞여 일대 혼란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쯤 특유의 올림머리에 남색 코트, 검은 바지 차림으로 자택에서 나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승용차 2대, 승합차 1대, 경찰 오토바이 10여대의 호위 속에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삼성동을 출발한 박 전 대통령은 8분 만에 마침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수행원에게 어디에 서면 되는지 물은 뒤 몇 발자국 이동해 노란색 세모 모양의 포토라인에 섰다. 이어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의 짧은 답변을 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조사실로 향했다. 포토라인에 머무른 건 13초, 답변에는 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박근혜 검찰 소환] 조국 “전면 부인하면 구속영장 청구”

    [박근혜 검찰 소환] 조국 “전면 부인하면 구속영장 청구”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 “혐의 중 일부라도 시인하면, 구속영장 불청구될 수 있지만 전면부인할 경우 청구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라는 이름을 빼고 유사한 죄질의 사건을 상정하면, 피의자가 13가지 혐의 중 일부라도 솔직히 시인할 경우 구속영장 불청구될 수 있지만, 전면부인할 경우 청구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증거 분명한데 부인하는 피의자를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된지 11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탄생 100주년, 윤동주의 현재적 가치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탄생 100주년, 윤동주의 현재적 가치

    올해는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탄생 100주년’이라는 표현은 가혹하기 짝이 없는 근대사를 살아온 우리에게 어떤 숙연함을 가지게 한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100년 전에 태어난 그 문학인이 우리 문학사의 긍정적 모형으로 남은 인물이건 반면교사로 남은 인물이건 우리는 그들의 시대와 언어에 대해 먹먹한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것이 일정하게 민족주의적 감상성을 동반할 위험을 내포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새삼 정중하게 불러들여 우리의 문학사를 다시 한번 응시하는 일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서늘한 자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전문학교를 마치고 일본 도쿄와 교토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다가 독립운동 죄목으로 체포돼 차가운 감옥에서 1945년 2월 16일 젊은 날을 마감했다. 불과 27년 1개월 남짓의 삶이었다. 이러한 짧은 생애를 산 윤동주는 우리 문학사에서 시와 삶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뚜렷이 증명해 준 실례일 것이다. 그의 순결한 언어와 비극적 죽음이 이러한 결과를 선명하게 증언하고 있고, 그는 이렇듯 불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것의 결정(結晶)인 시편들을 남기고 그의 ‘또 다른 고향’으로 서둘러 떠났다. 윤동주가 나고 자란 북간도는 우리 근대사에서 수난과 저항의 이미지를 동시에 거느린 채 존재한다. 증조부 윤재옥이 북간도로 건너갔을 때는 우리 민족의 이주 초창기였는데, 그 초기 이주 세력 가운데 하나인 윤하현 장로의 외아들 윤영석과 동만(東滿)의 대통령이라 불렸던 김약연 목사의 누이 김용 사이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둘도 없는 ‘북간도 시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영혼 안쪽에는 해란강과 일송정으로 대표되는 북간도 풍경이 짙게 담겨 있었는데, 그 점에서 북간도는 윤동주를 낳고 길러 낸, 양도할 수 없는 우리의 땅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그는 지금의 중국 땅에서 태어나, 지금의 북한(숭실중학)과 남한(연희전문)에서 공부하고, 일본(릿쿄대학, 도시샤대학)에서 유학 중 죽음을 맞아, 동아시아 전체에 걸친 공간 편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한·중·일(韓中日)에 모두 시비(詩碑)가 세워진 유일한 사례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윤동주를 통해 ‘북간도-평양-서울-일본’이라는 공간 확장의 기억 단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의 현재성은 먼저 이러한 동아시아적 공간 확장성에서 온다. 이런 시인 흔치 않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70년이 됐다. 일본에서도 윤동주 시 읽기 모임이 성행하고 있고, 오무라 마쓰오(大村益夫) 같은 학자가 윤동주에 대한 사료들을 발굴하고 체계화하고 있을 정도로 윤동주는 가해국이었던 일본에서도 깊이 기억되고 있다. 그야말로 적국(敵國)에서 역사의 ‘기념비’로 남는 거의 유일한 경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선배 시인 정지용이 시집 서문에서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라고 기억했던 그 오롯한 고독이 윤동주를 이처럼 불멸의 시인으로 남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우리로 하여금 잃어버린 ‘하늘’과 ‘바람’과 ‘별’을 탈환하게끔 해 주고 있다. 도시샤대학 교정에는 정지용과 윤동주의 시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두 시인을 한꺼번에 만나게 해 준다. 윤동주가 경험했을 망국과 유학과 죽음의 흐름이 한순간 압축적으로 전해져 온다. 이처럼 오랜 젊음으로 살아남은 그만의 특권은 비극적 생애를 불멸의 기억으로 바꾸어 내는 예술사의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내면서 자신의 시를 우리 문학사의 정전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그렇게 윤동주는 좁은 의미의 저항 텍스트를 뛰어넘어 더욱 넓은 예술적 차원에서 항구적인 매혹의 텍스트로 기억돼 갈 것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그의 시가 여전히 생생한 현재형인 까닭이다.
  •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송도~김포 신도시 ‘25분’ 만에 달린다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송도~김포 신도시 ‘25분’ 만에 달린다

    수도권 서부 지역 최초 남북간선도로인 제2외곽순환 인천김포고속도로(http://www.igex.co.kr)가 오는 23일 0시부터 차량 통행을 시작한다. 2012년 3월 착공해 60개월 만에 개통한다. 인천김포고속도로는 인천시 중구 신흥동~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리(통진읍 수참리) 사이 총 길이 28.88km, 4~6차선으로 연결한다. 단 25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기존 통행거리보다 7.6km 줄고,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정체를 고려한 통행시간은 40~60분가량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 교통 정체가 심한 시간대에는 최대 60분까지 단축이 예상된다. 인천김포고속도로는 인천 송도·청라 국제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를 잇는 남북 축이다. 이로써 인천항을 비롯해 아암물류단지와 인천터미널물류단지 등 물류 거점과 함께 인천북항 배후단지 및 서부지역 산업단지(인천서구 일반산단, 청라 일반산단, 인천검단 일반산단, 김포학운 산단)를 연결하는 물류벨트를 구축했다. 연 2152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전망된다.또 향후 개발 예정인 영종하늘도시와 검단신도시, 배곧신도시, 강화도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인천 도심과 북부지역 교통 환경 개선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와 김포시 주요 요지에 남청라나들목과 북청라나들목, 검단·양촌나들목, 대곶나들목, 서김포·통진나들목 등 5개의 나들목(IC)을 설치했다. 이 나들목은 제1~3경인고속도로뿐 아니라 영동고속도로와 제2서해안고속도로, 수원광명고속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주요 동서간을 잇는 고속도로 연결을 돕는다. 특히 인천 신흥동 인천항~원창동 인천북항을 잇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인천북항터널은 5.5km의 바다 밑 길이다. 인천북항터널은 터널 내 CCTV와 자동화재 탐지설비, 돌발상황 감지설비 등 첨단 설비를 설치해 비상태세를 강화했다. 터널에 LED 조명을 설치해 운전자의 시인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50% 절감해 에너지 효율성을 더했다. 변종현 인천김포고속도로㈜ 대표는 “인천김포고속도로는 수도권 서부 지역 최초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로, 인천시와 김포 등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통해 시민 생활환경 개선과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가 되도록 서비스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사업비 1조 7330억원을 투입해 민자사업방식으로 완공됐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정유라 친구 아버지 “박 전 대통령 영향력으로 현대차 납품 성사”

    정유라 친구 아버지 “박 전 대통령 영향력으로 현대차 납품 성사”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친구 아버지인 이모 KD코퍼레이션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할 수 있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다. KD코퍼레이션은 자동차 부품회사다. 이 대표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납품 특혜’ 정황과 관련해서 증언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부인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가 먼저 부인을 통해 ‘현대자동차 납품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이 얘기를 듣고 사업소개서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자동차 부품 납품 건이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비서관 차원의 도움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언론을 통해 모두 알게 됐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납품 건이 성사됐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KD코퍼레이션의 대기업 납품 건을 부탁받고 안종범 전 수석을 시켜 현대자동차에 거래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오는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도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할 때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남용)을 탄핵 사유로 인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최씨의 현대자동차 납품 제안 이전에 네덜란드-영국 합작기업 로열더치셸 납품을 청탁했으나 실패했으며, 그럼에도 1162만원짜리 샤넬백을 최씨에게 선물했다고 시인했다. 또 최씨가 선물받은 샤넬백을 교환한 것을 알게 된 뒤 현대차 납품이 성사됐을 때는 현금 4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금품 전달은 최씨의 요구의 따른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고민에 해답 준 ‘손안의 참고서’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고민에 해답 준 ‘손안의 참고서’

    장정일은 시인이다. 지금 장정일은 시를 쓰지 않지만 그의 시를 좋아했던 내게 장정일은 언제나 시인이다. 내가 써 놓고 처음으로 흡족한 기분이 들었던 첫 습작은 어느 정도 장정일의 시를 모방한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시보다는 소설 쪽이 더 근사한 문학 세계라고 믿고 있던 내게 무엇보다 큰 충격을 안겨 준 작품을 쓴 것도 장정일이었다. 그 시는 ‘삼중당문고’다.장정일이 쓴 시를 발견할 무렵 나는 이미 삼중당문고를 읽고 있었다. 아니, 내가 아는 한 책 읽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이 삼중당문고를 읽었다. 1970~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삼중당문고를 한 권이라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정일의 시 ‘삼중당문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문고” 내가 삼중당문고라는 걸 처음으로 읽었던 때는 이미 새 책 가격이 700원 정도였기 때문에 150원짜리 삼중당문고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1980년대도 저물어 가고 있던 그때 삼중당문고는 헌책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마땅한 벌이가 없는 학생 신분이라 용돈을 아껴 가며 그 책을 한 권씩 샀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게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샀던 삼중당문고가 무엇이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당시 학교에서는 춘원 이광수에 대해 배웠는데 선생님은 ‘흙’이라는 소설 내용이 매우 길어서 수업 시간에 다 읽을 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나중에 어느 곳에서든지 꼭 구해서 읽어 보라고 했다. 수업이 끝난 다음 나는 선생님께 그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었고 우리 반 담임이기도 했던 그분은 친절하게 “유명한 책이라서 헌책방에 가면 여러 종류가 있을 거다”라고 알려주셨다. 그날 당장 학교 근처 시장에 있는 헌책방으로 달려갔고 선생님 말씀은 틀림이 없었다. 거기엔 ‘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 여러 권 있었는데 내 호주머니 사정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300원짜리 삼중당문고를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엔 분명히 상, 하 두 권으로 나뉜 삼중당문고 ‘흙’이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토마스 만이라는 독일 작가의 소설 ‘마의 산’이었다. 그 책은 ‘흙’보다 더 길어서 세 권짜리였다. ‘흙’과 ‘마의 산’을 모두 산다면 300원짜리 다섯 권이니까 총 1500원이다. 이 돈이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이고 책을 사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다른 곳에 쓸 돈이 없다. 어째야 할까. 이런 속마음을 헌책방 주인아저씨는 꿰뚫고 있었던 걸까? 내게 다섯 권을 모두 사면 권당 100원씩 빼준다는 제안을 하셨다. 두말 할 것 없이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작지만 두툼한 삼중당문고 다섯 권을 1000원에 사들고 날아갈 듯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흙’은 조금 미뤄 뒀고 궁금했던 ‘마의 산’이 먼저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교과서 대신 삼중당문고를 붙잡고 지냈다.그날 이후로 헌책방을 돌며 삼중당문고 찾는 게 일이 됐다. 우선 값이 싸서 부담 없었고, 책 크기 또한 가격만큼이나 작았기 때문에 가방에 넣어 다니기 좋았을 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아무 일 없이 공원에 앉아 있을 때, 종로서적 앞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그 존재를 잊고 있던 때도 많았지만 언제나 손에는 삼중당문고가 있었다. 책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졌을 즈음엔 삼중당 말고도 여러 출판사에서 문고본을 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문고본을 펴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부터다. ‘정음문고’가 첫 시작이었고 그 뒤를 이어 ‘을유문고’, ‘민중문고’ 등이 선보였다. 그러다 고도 성장 시기인 1970년대 이후 문고본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범우사, 동서문화사, 삼성출판사, 전파과학사, 박영사, 탐구당, 서문당 등 당장 기억나는 것만 열거해도 이렇게 다양한 출판사에서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문고본을 펴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활자 매체 외에는 딱히 없던 그때 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지식의 보물 창고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책에서 꿈과 희망을 찾았고 반대로 어디론가 숨고 싶은 때도 책은 좋은 도피처를 마련해주었다.학생 시절 내가 만난 ‘마의 산’으로 말하자면 아주 훌륭한 ‘인생 참고서’였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때, 날마다 하고 있던 이상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그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울리지 않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했다. 그런 얘기를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거의 하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 역시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젊고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었지만 몸이 약한 사촌 요하임을 만나러 스위스의 한 요양원을 방문하면서 그의 세계는 완전히 뒤바뀐다. 그곳에선 죽음이 생활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급기야 삼주 정도만 휴가 삼아 머무를 계획으로 이곳을 찾은 카스토르프 자신이 병에 걸리면서 자그마치 7년 동안 요양소 신세를 지게 된다. 그 역시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주인공은 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요양소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서 삶의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간다. ‘마의 산’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도 몇 가지 판본을 새로운 번역으로 읽어 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 본문이 세로쓰기로 된 삼중당문고로 서너 번은 읽은 것 같다. 전자책으로도 한 번 읽었고 고동색 하드커버 장정이 멋진 을유문화사판으로도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아끼는 책은 삼중당문고에서 펴낸 세 권짜리 책이다. 그 책만큼은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 ‘마의 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고 있는데, 편하기로는 전자책이 제일이겠지만 내게는 역시 삼중당문고가 가장 좋다. 손바닥만 한 삼중당문고를 펴서 읽을 때면 책이란 내용만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몸의 모든 부분이 함께 느끼며 감동한다는 걸 깨닫는다.독일 타우흐니츠문고의 발간 목록은 5000권이 넘는다. 현재까지 6800종 이상을 펴낸 크세주문고는 프랑스의 자랑이다. 영국에는 개성 넘치는 표지 디자인으로 예술성까지 인정받은 펭귄북스가 있다. 1927년부터 문고본을 펴내기 시작해 올해까지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이와나미문고도 여전히 일본출판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가장 규모가 컸던 삼중당문고가 1975년부터 시작해 1990년까지 총 500권을 펴내긴 했어도 우리 문고본 시장은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한 1987년 이후에는 발간되는 문고본 종수가 줄어들거나 출판사 자체가 아예 없어지는 추세를 이어 왔다. 최근 들어 몇몇 출판사들이 ‘쏜살문고’, ‘땅콩문고’ 등 새로운 기획으로 다시 문고본을 출판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아직까지 삼중당문고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가진 삼중당문고 ‘마의 산’ 책등에는 473번이라는 숫자가 박혀 있다. 책 뒤에는 발간 목록이 있어서 읽은 책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재미도 컸다.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런 재미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우리나라 문고본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北, ‘美 본토 사정권’ 신형 ICBM 엔진 완성 단계 들어갔나

    北, ‘美 본토 사정권’ 신형 ICBM 엔진 완성 단계 들어갔나

    액체연료·엔진 효율성 증가 관측 지난해 9월 20일 시험때 없었던 보조엔진 장착돼 기술적 진전도 연료통 작아져 이동식 발사 가능 지난 18일 실시된 북한의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은 스스로 ‘3·18 혁명’이라고 명명한 데서 드러나듯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지난 시기의 발동기들보다 비추진력이 높은 대출력 발동기를 완전히 우리식으로 새롭게 연구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몇 장의 사진들을 통해 관련 기술 등을 유추해 보면 몇 가지 의미심장한 기술적 진전이 엿보인다.공개된 사진은 지난해 9월 20일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과 유사하다.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시설을 이용했고 빨간 화염이 분출되는 모습도 똑같다. 당시 북한은 엔진 추진력이 80tf(톤포스·80t 중량의 물체를 밀어올리는 힘)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위성용 로켓엔진이라고 했지만 연소 시간이 미사일 1단 추진체(180~300초)와 비슷한 200초라고 강조함으로써 ICBM용이라는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력 80tf 엔진 4개를 묶어(클러스터링) 미 본토 워싱턴DC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320tf의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통해 몇 가지 다른 예상도 가능해졌다. 이번 시험 사진의 특이점은 화염 농도가 진해졌고 지난해에는 없었던 보조엔진이 장착돼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추진력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화염의 농도는 지난해 9월보다 한층 선명해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액체연료의 효율이나 엔진 효율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럴 경우 연료통이 작아져 전체적인 미사일 길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동식 발사가 쉬워진다. 지난해 보이지 않았던 보조엔진이 장착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 화염 주변에 작은 화염 몇 개가 더 보인다. 함께 공개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에는 김정은 뒤쪽에 엔진 모습이 보이는데 보조엔진이 장착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보조엔진 4개를 장착하는데 보조엔진은 엔진 여러 개를 클러스터링한 미사일의 자세 제어용으로 쓰인다. 엔진 한 개를 장착한 미사일의 정확성이 90%라면 4개를 묶었을 경우 66% 수준으로 떨어진다. 엔진 여러 개를 클러스터링한 미사일이 표적을 좀더 정확하게 타격하도록 보조엔진을 장착해 유도조종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과 지난해 2월 발사한 장거리미사일에도 보조엔진을 달아 미사일 자세를 제어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시험했던 엔진에 보조엔진을 장착해 시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아예 새로 개발한 고출력의 주 엔진 하나에 보조엔진을 장착해 ICBM을 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스커드 엔진 4개, 무수단 엔진 2개를 묶지 않고도 한 개의 엔진과 보조엔진만으로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보조엔진까지 포함된 ICBM 1단 추진체 전체 속을 보여 준 것이라면 그대로 탄두와 추진관만 씌우면 된다”고 말했다. 언제고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또 지난달 12일 시험발사한 중거리미사일 ‘북극성 2형’에 사용된 고체엔진의 성능을 개량하거나 고체엔진 여러 개를 묶어 ICBM에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느 해거름/진이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느 해거름/진이정

    어느 해거름/진이정 멍한, 저녁 무렵 문득 나는 여섯 살의 저녁이다 어눌한 해거름이다 정작, 여섯 살 적에도 이토록 여섯 살이진 않았다 아직 여섯 살이 되지 않아서, 나는 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안치고 청소기를 돌리고 책상에 앉아 달력을 보았다. 아직 나는 마흔 살. 대출금 상환일과 가족의 생일이 동그랗게 묶여 있는 시간을 짚어 보다 창문을 열었다. 잉어 떼처럼 우글거리는 오후의 볕 너머로 조금씩 서른 살이 지나가고 스무 살이 지나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았다. 열두 살 적보다 더 열두 살 같은 마흔네 살의 열두 살이 지나가는 것을…. 정말 우리는 되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같은 물속에 더 무거운 추를 들고 뛰어들 듯이. 매일매일 더 무거운 인생이 뛰어드는 몸을 이끌고 하나의 순간을 다르게 살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까닭 없이 멍한, 쓸쓸하고 서럽고 적막하고 슬픈, 모든 이유가 그래서일 거라고…그래서 우리는 여섯 살 적보다 더 여섯 살 같은 시간을 날마다 살아 내는 거라고…오늘도 마흔네 살의 저녁은 도착하는지도 모른다. 신용목 시인
  • 욕설·외설투성이 랩이 시와 한 몸이라고?

    욕설·외설투성이 랩이 시와 한 몸이라고?

    힙합의 시학/애덤 브래들리 지음/김봉현·김경주 옮김/글항아리/300쪽/1만 4000원‘힙합이 시와 한 몸’이라면? 재깍 얼굴을 찌푸릴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욕설, 조롱, 음담패설, 여성 혐오 발언 등이 넘쳐나는 힙합 가사를 들이밀며 말이다. 하지만 1999년 데뷔 앨범에서 “랩은 시예요! 유남생?”이라고 외쳤던 드렁큰 타이거의 랩처럼 랩은 알고 보면 시의 미학을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는 ‘길거리의 시’다. 책은 래퍼들의 라임북이 왜 시가 만들어지는 공간인지, 랩과 시가 어떻게 닮은꼴인지, 랩 속에 시의 묘미가 어떻게 발화되는지에 대한 정교한 논리로 가득하다. 미국 콜로라도대 영문학과 교수로 대중문화 연구자인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랩 가사와 유명 시인, 학자, 래퍼들의 발언들을 씨줄날줄로 엮어 이를 차근차근 증명해 나간다.영국 시인 에이드리언 미첼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를 외면한다. 대부분의 시가 사람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랩은 거대한 대중 예술이자 요즘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현대 시가 돼 마트, 쇼핑센터, 경기장 등 늘 주위를 맴돌며 우리의 의식 속으로 침투한다. 책 속의 시가 정색한 얼굴을 하고 우리 일상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랩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랩이 구전 문학 전통에서 배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를 ‘타 말레’(ta male)라고 불렀는데 이는 ‘노래로 불리기 위한 시’라는 뜻이었다. 저자는 리듬, 라임, 언어유희, 스타일, 스토리텔링, 설전 등 힙합을 이루는 핵심 요소 여섯 가지를 분석하면서 랩이 어떻게 시와 이어져 있고,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통찰한다. ‘랩이 곧 시’라는 명제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랩 가사의 선정성, 공격성 등이다. ‘왜 힙합 가사에는 욕설과 은어, 여성 비하 혹은 모욕, 마약과 외설, 폭력 등 금기 표현들이 즐비하냐’, ‘불쾌함을 일으키는 가사가 어떻게 시일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여기에 합당한 대답을 내놓는 게 랩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랩이 길모퉁이에서 탄생한 예술이자 길거리 언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힙합이 “쓸모없는 인간의 소외된 표현”(힙합 역사학자 윌리엄 젤라니 콥)으로 진화해 왔다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랩은 밑바닥 계층이 써 온 관습적인 표현들인 만큼 자신의 환경에서 잉태된 고유의 언어를 창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일부 랩에 등장하는 성차별, 동성애 혐오, 폭력은 제재해야 하지만 거친 가사가 흑인들의 고된 현실을 왜곡 없이 담을 언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시와 랩이 배다른 형제’라고 생각하는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와 김경주 시인이 함께 번역했다. 김경주 시인은 “랩은 가장 현대화된 고백 양식이며 현대의 시 낭독이 비트 위에서 출렁거릴 때 그것은 랩이기도 하고 이미 시이기도 하다. 시와 랩의 어울림은 그렇게 눈치 보지 않고 출렁거릴 때 매혹적”이라고 했다. 갖가지 힙합 용어들과 무수한 랩 가사들이 용례로 포진돼 수월하게 읽기는 힘든 책이다. 하지만 ‘어째서 랩이 시와 같으냐’는 처음의 항변은 수그러들지 모른다. 그리고 이 말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지난 30여년 동안 랩은 위대한 시인보다 더 많은 위대한 래퍼를 배출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노력이 빚어 낸 ‘랩의 시학’에 보답할 ‘위대한 관객’이 되어 줄 차례다.’(29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책세상 펴냄) 강도들의 잔혹한 공격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미국인 작가가 평생 바라만 보던 히말라야에 올라 삶의 진리와 구원을 얻는다. 440쪽. 1만 5800원. 왜 이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김현희 지음, 생각비행 펴냄) 10년차 초등교사가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교사와 학생 관계, 교육계 전반의 무능과 폭력성 등 교사 집단에 ‘이상한 사람’이 많은 이유와 대안을 살핀다. 288쪽. 1만 4000원. 공약 파기(윤형중 지음, 알마 펴냄)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게 공약의 운명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자아내는 공약 파기의 사례를 분석한다. 328쪽. 1만 5000원. 북극성(미셸 옹프레 지음, 밀렌 파르메르 그림, 이원희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육신은 이 땅을 떠났지만 우리 마음속에 소중히 깃든 사람들을 되새기는 수채화 같은 책. 64쪽. 1만 2800원. 시가 나를 안아준다(신현림 엮음, 판미동 펴냄) 괴테, 틱낫한, 니체, 윤동주, 이성복 등 오래도록 곁에 두고 자꾸만 들춰 보게 되는 ‘베갯머리 시’ 91편을 신현림 시인이 모았다. 252쪽. 1만 3800원. 빨간 호수(박종진 지음, 키즈엠 펴냄) 촛불집회를 바라본 어린 딸을 위해 왜 군중들이 촛불을 들고 추운 거리에 나섰는지 알려주기 위해 아빠가 지은 우화 그림책. 52쪽. 1만원.
  • 판교 2배 규모 고덕신도시 분양 시작... 주변지역 덩달아 ‘꿈틀’

    판교 2배 규모 고덕신도시 분양 시작... 주변지역 덩달아 ‘꿈틀’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의 부동산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최근 고덕신도시 내 분양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고덕신도시 내 뿐만 아니라 주변 부동산까지 들끓기 시작한 것. 고덕국제도시는 1340만㎡ 면적에 조성되는 공공택지로 공동주택 기준 5만6000여가구, 14만여명의 인구가 계획돼 있는 대형 신도시다. 수도권 남부 대표 신도시인 판교(공동주택 2만7000여가구)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다. 이러한 고덕국제도시는 2020년까지 총 3단계 권역으로 나눠 개발이 계획됐다. 1단계는 서정리 역세권 일대 레저·유통 중심, 2단계 권역은 지구 중심부 행정타운 상업·업무기능 활성화, 3단계는 연구개발 및 국제교류단지로 조성한다. 이에 고덕신도시 일대 부동산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고덕신도시 인근 지역의 인기는 상당하다. 고덕신도시 내 인프라는 공유가 되면서 부동산가격은 더 저렴해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크기 때문. 이런 가운데 평택시 신촌지구 내 분양중인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가 최근 수요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아파트가 고덕신도시 인근 지역에 위치한 이유이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평택시 신촌지구는 평택 고덕신도시, 평택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쌍용자동차공장, 송탄산업단지, 장당산업단지, 칠괴산업단지, 평택종합물류단지 등 산업단지가 주변에 몰려 있다. 또한, 반경 4km 내 위치에 평택고덕산업단지가 있으며, 단지에서 SRT고속철도 평택 지제역까지는 차로 5분이면 접근이 가능해 개발의 큰 수혜를 얻고 있다. 지구 내에서도 훌륭한 입지를 자랑한다. 신촌지구 내 초·중교(예정), 공공청사(예정) 및 홈플러스, 롯데마트, CGV, 병원 등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어 각종 생활 인프라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쌍용자동차 공장과 평택 종합물류단지, 안성원곡산업단지, 송탄산업단지 등에 인접해 있다. 앞으로 삼성반도체 산업단지 등 대기업들의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되면 직주근접 배후 주거지로 더욱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886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됐으며, 계약금 500만원(1차분),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제공해 가격적으로 장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아파트는 중소형 면적의 희소가치가 높은 곳 중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해 현재 신규 물량 중 유일하게 59㎡를 분양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내부 설계도 뛰어나다.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도 높은 남향 위주 판상형 설계를 중심으로 구성돼 주거 쾌적성이 뛰어나다. 면적과 타입에 따라 다양한 특화 설계도 적용돼 실제 입주 시 만족도를 높이도록 계획했다 한편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는 경기 평택시 신촌지구 총 5개 블록에서 456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공급하는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는 전 가구가 실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된다. 이번 공급 물량은 3개 블록에서 지하 1층~지상 27층 전용면적 59~84㎡, 총 2803가구로 이뤄졌다. 견본주택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일대에 위치하며, 현재 미계약 가구에 대해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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