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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학교 밖 청소년의 ‘새 이름’을 찾습니다/백호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자치광장] 학교 밖 청소년의 ‘새 이름’을 찾습니다/백호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호랑이 백호.’ 나를 알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름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억울한 건 나만이 아니다. 서울시에는 21곳의 시립청소년수련관이 있다. 2021년까지 ‘1자치구 1청소년수련관 시대’를 열고 혁신적 교육 거점 시설로 확대·재편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에 걸맞은 진로 체험과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군사 정권 시기 비행·문제 청소년을 수용하고 정신적으로 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져 여전히 ‘수련관’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청소년 수련관’ 하면 강제적으로 수용돼 신체적·육체적 수련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지난해 9월 ‘서울시 청소년 포럼’에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들은 ‘청소년수련관’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어감 자체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불편한 이름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규 교육 과정을 못 마쳐 학교로부터 제적·퇴학 또는 자퇴한 청소년을 뜻한다. 마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비정상’으로 보는 듯한 이분법적 사고가 느껴진다.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은 얼마든지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은 9만여명(2017년 기준)이다. 서울시는 불편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명칭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절차에 따라 조례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을 만들며 법률 용어가 돼 이를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다. ‘청소년수련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자율 청소년’ 또는 ‘마을 청소년’으로 ‘청소년 수련관’은 ‘청소년 센터’ 등이 어떨까. 모든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란 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누군가의 이름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장애물에 가까이 가자 자동으로 멈춰 “AEB 정상”

    장애물에 가까이 가자 자동으로 멈춰 “AEB 정상”

    AEB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점검 본선·SUV·디자인 등 5개 부문 12대 각축 점검조건 벗어나면 제동 실패 아직 미완 “가혹한 환경서도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2022년까지 케이시티 310억 추가 투자운전대를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충격완화(완충) 장애물이라고 들었는데도 차와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브레이크가 밟혔다. “자동긴급제동(AEB) 장치 점검 중 브레이크는 안 됩니다. 다시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재시도에서 차량의 AEB는 정상 작동했다. 장애물이 가까워지자 ‘삐삐’ 신호음이 들렸고, 차량은 자동으로 멈췄다. 지난 18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선 한국자동차기자협회의 ‘2019 올해의 차’ 시승 평가와 함께 평가 항목 중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점검이 있었다. ADAS와 함께 주행능력, 가속력, 제동력, 내부 디자인, 브랜드 신뢰도 등이 평가 항목이다. 본선 부문을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디자인·퍼포먼스·그린카 등 5개 부문에서 각축을 벌이는 12대의 차량은 시승할 때마다 저마다의 강점을 드러냈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열린다. AEB 장치 점검이 진행된 케이시티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1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2월 10일 연 가상도시다. 여의도 면적의 8분의1에 달하는 36만㎡(약 11만평) 규모로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미국 ‘엠시티’(M-City)보다 약 2.7배 더 넓다. 가상의 자동차전용도로, 도심부, 스쿨존, 주차장, 톨게이트, 교차로, 건널목, 철도 건널목, 터널 등 모두 14개 실험 구간이 들어서 있다. 터널 구간에서는 진입할 때와 나갈 때 흡수되는 빛의 양 변화에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를, 고속도로 구간에선 시속 100~120㎞ 고속 진출입이 가능한지 실험할 수 있다. AEB 점검 중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처럼 운전 전 과정을 제어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운전자의 개입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주차·도로 환경을 구현해 보는 것이다.이날 AEB 점검 중엔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거나 운전대에서 손을 빠르거나 늦게 뗐을 때, 즉 운전자가 점검 조건에서 일부 벗어난 경우 차량이 긴급제동에 실패하고 장애물과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아직 완숙 단계가 아님을 방증한 것인데, 케이시티는 실패를 반복·축적해 가며 해결 방안을 찾는 실험장이다. 고한검 케이시티 과장은 “차선이 확 줄어들거나 늘어나고, 하이패스와 같은 전파 요인이 있고, 지붕 때문에 위성항법장치(GPS)가 잠깐 꺼지는 톨게이트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이 되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까지 케이시티에 총 310억원의 예산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악천후 상황, 통신 사각지대, 빌딩숲 등 자율주행차를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시험도로 주변에 각종 통신 기기들을 장착, 자율주행 차량과 송수신 기능이 원활한지 파악하는 것 역시 케이시티의 임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쇠말뚝에 골든타임 놓칠라… 계륵이 된 고령 우륵교

    쇠말뚝에 골든타임 놓칠라… 계륵이 된 고령 우륵교

    인근 종합병원 개원 앞둔 고령 군민들 “응급차들 15㎞ 우회 환자 생존권 위협 상생차원에서라도 통행 전면 허용을”“종합병원을 눈앞에 두고도 응급차량이 지름길인 교량을 통행할 수 없으면 환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경북 고령군민들이 인근 종합병원 개원을 앞두고 응급차량의 우륵교 전면 통행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강정고령보 상단에 있는 우륵교는 길이 810m·왕복 2차로로 지어졌지만 달성군 측의 반대로 차량이 다닐 수 없다. 20일 고령군과 강정고령보 차량통행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다음달 대구시 달서구 성서캠퍼스에 건립한 새 병원으로 이전한다. 이 병원은 지상 20층, 지하 5층, 1033병상 규모로 심장이식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이 문을 열면 차로 10분 내 거리인 고령군 다산면민 1만명은 물론 인근 성산면, 대가야읍 주민들이 신속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륵교가 막혀 있어 응급차량이 인근 사문진교 등으로 최소 10분 이상 우회해야 해 응급환자를 살려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기 시간인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고령군민들은 종합병원 개원과 함께 응급차량의 우륵교 통행을 요구하고 있다. 우륵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 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인 2012년 12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과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총연장 1㎞가량의 강정고령보 유지·관리를 위해 250억원을 들여 준공한 공도교이다. 고령군은 32억원을 들여 우륵교 진입도로도 만들었다. 그러나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달성군 측 반대로 우륵교 차량 통행이 6년이 넘도록 금지되고 있다. 달성군 측은 “주민과 관광객, 자전거만이 다닐 수 있도록 한 우륵교 고유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교량에 차량이 다닐 경우 관광객 등의 안전이 크게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왕복 2차로 차량통행이 가능한 교량을 갖춘 5개 보(낙동강 강정고령보, 영산강 승촌보, 금강 공주보, 낙동강 창녕함안보·합천창녕보) 공도교 가운데 유일하게 우륵교만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이재섭(57) 고령소방서 다산119안전센터 팀장은 “우륵교 차량 통행금지로 약 15㎞를 우회해 환자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응급차량과 소방차에 대해서는 우륵교 통행을 24시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용택(83) 강정고령보 차량통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건설한 교량에 대해 특정 지자체가 차량 통행을 못하도록 할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생발전과 화합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달성군은 대구 및 달성 주민들도 우륵교 통행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고령보 차량통행추진위는 우륵교 차량 통행을 위해 지금까지 청와대와 국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달성군과 고령군을 수차례 방문해 중재 활동을 벌였지만 달성군 측의 반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글 사진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새해 들어 3조 5000억 위안이 넘는 ‘돈폭탄’ 퍼붓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새해 들어 3조 5000억 위안이 넘는 ‘돈폭탄’ 퍼붓는 중국

    중국 경제발전 전략 수립과 거시경제 정책을 관리를 맡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15~16일 웹사이트를 통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를 비롯해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의 공항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후허하오터 신공항의 투자액은 223억 7000만 위안이 책정됐다. 시안 셴양(咸陽) 국제공항 제3 터미널 확충 공사에 471억 4000만 위안, 롄윈강 공항이전에 23억 1300만 위안, 그리고 어저우 신공항에 320억 6300만 위안 규모의 투자액이 각각 책정됐다. 이를 모두 합치면 1038억 8600만 위안(약 17조 22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중국이 내달 초 춘제(春節·설날)를 앞두고 급랭하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무려 3조 5000위안(약 582조원)이 넘는 ‘돈폭탄’을 살포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으로 중국의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당황한 중국 정부가 1조 3900억 위안 규모의 채권을 조기에 발행하고, 시중에 2조 13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뿌려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푼 4조 위안의 88%에 해당하는 초대형 돈 풀기 프로젝트인 셈이다.17일 경제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허난(河南)성이 올해 들어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 들어갔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지난 14일부터 건설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00억 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신장자치구는 앞서 13일 40억 위안 규모의 일반 채권(일반채) 및 특수목적채권(특수채) 발행을 시작했다. 허난성도 15일부터 165억 위안 규모의 일반채와 288억 위안 규모의 특수채 발행을 시작했다. 새 채권 발행으로 확보되는 자금은 빈곤층 구제와 서민 주택 개조, 학교 건설, 도시 지하철 건설 등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허난성은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가 1월부터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중국에서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에서 예산 규모가 확정되고 나서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신규 채권 발행 규모를 할당받아 채권 발행에 나설 수 있었다. 이런 만큼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은 4월부터 가능했고 7월 이후에야 본격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올 들어 지방정부들이 과거와 달리 1월부터 채권 발행에 나서 대대적인 공공사업에 나섰다. 급속한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채권 조기 발행을 통한 돈 풀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인대는 지난달 상무위원회를 열고 정부기구인 국무원에 지방정부 채권 발행량 중 일부를 전인대 연례회의의 승인 없이 먼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위임했다. 이에 국무원은 각 지방정부에 모두 1조 3900억 위안 규모의 채권 발행을 미리 허용하고 조기 발행을 통한 예산 집행을 주문했다. 이번에 승인된 지방정부채권(지방채) 가운데 8100억 위안은 특수채로, 나머지 5800억 위안은 일반채로 각각 발행된다. 류쿤(劉昆) 중국 재정부장은 “조기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된 금액은 인프라 투자 등 핵심 프로젝트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춘제를 앞두고 시중에 2조 위안이 넘는 유동성 공급했다. 인민은행이 14일~16일 내리 3일 연속 ‘공개시장 운영’(중앙은행이 유가증권을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고 팔거나 일반공개시장에 참여해 매매· 국채나 기타 유가증권을 매도하거나 매입함으로써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을 통해 시중에 모두 7600억 위안 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이와 함께 이번주 들어 역환매조건부채권(RP)(중앙은행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매각한다는 조건으로 은행들로부터 사들이는 채권·중앙은행이 은행들로부터 채권을 사는 대신에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시중에 그만큼 돈이 많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운영을 통해 57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여기에다 15일 지준율 0.5%p 인하한데 이어 25일 또 한차례 지준율 0.5%p를 떨어뜨려 시중에 8000억 위안이 공급되면서 새해 들어 모두 2조 1300억 위안의 자금이 풀렸다. 중국의 ‘돈 풀기 프로젝트’는 지난 4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시중은행장과의 회동에서 예고됐다. 리 총리는 당시 회동에서 지준율 인하와 감세 등 조치를 통해 민간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쳐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내비쳤다. 인민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만기가 도래한 국채 상환, 금융기관의 자금 경색, 기업들의 세금 납부에 따른 자금 수요 등 요인을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중신(中信)증권은 “향후 경기 지표가 개선이 안될 경우 당국은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하는 한편, 지준율 추가 인하 및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조기 집행과 유동성 공급은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31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하며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공개된 대표적인 민간 지표인 차이신 제조업 PMI도 49.7에 그쳤다. 5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경기 위축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당장 지방정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Deleveraging)보다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부양책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채 발행은 시중은행의 인프라 사업에 대한 대출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채 발행을 통한 경기회복 여부를 살펴보며 중앙정부의 채권 발행량을 조율해 경기부양책을 다채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차이신은 “지방채 발행을 연초로 앞당기는 것은 정부가 연중 혹은 연말에 추가로 (채권) 발행을 늘려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전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던 중국 지도부조차도 올들어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면서 위기의식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리 총리는 15일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 경제학자·경제인 등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과 도전에 대응하는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부양책에 나서는 한편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무지막지한’ 돈 풀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역점 사업인 디레버리징 정책이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한 판국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초대형 부양책과 전면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기에는 정책적 공간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다. 물론 중국 당정이 부채관리와 산업구조 선진화를 통한 ‘질적 발전’이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경기둔화에 대응해 사실상 이와 반대 방향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리 총리는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기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거시 정책 도구들을 풍부하고 잘 사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 21~23일 스위스 로잔서 세계 기자 상대 홍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회 조직위가 전 세계 스포츠 기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선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는 오는 21일~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2019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에 참가해 올 행사 개최도시인 광주와 수영선수권대회를 알리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세계체육기자연맹(AIPS)은 전 세계 160개국의 국제 일간지, 웹 사이트, 정기 간행물 및 라디오, TV 채널에서 활동하는 기자 9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국제 스포츠 기자단체이다. 매년 열리는 연맹총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수영연맹(FINA) 등 주요 스포츠 기구들이 향후 개최 예정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 등에 대해 설명하는 행사이다. 조영택 조직위 사무총장은 21일 국제수영연맹(FINA) 사무국을 방문해 올해 주요 일정 및 현안에 대해 협의한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총회에 참석해 전 세계 300여 명의 스포츠 기자들을 대상으로 광주수영대회 관련 프레젠테이션(PPT)을 실시한다. 이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기자단 대표, AIPS 임원, 유럽·아메리카 등 대륙별 연맹관계자 등을 만나 광주 대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앞서 지난해 5월 2018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에 세계체육기자연맹과 대회 홍보 등에 관한 ‘공식 파트너’ 협약을 체결했다. 지아니 멜로(Gianni Merlo, 이탈리아) AIPS 회장은 지난해 9월 북한을 방문해 북측 김일국 체육상과 체육 관계자들에게 이번 광주수영대회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세상에 사라져서는 안 되는 책들이 뭐가 있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책이라고 무조건 숭고한 것은 아니고 실상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많다. 저명한 글쟁이의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이라는 공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진짜 이야기’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tvN ‘알쓸신잡3’에서 사람들에게 권했던 그 책이다.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는 2008년 첫 출간됐으나 2014년 4권이 완결된 이후 절판된 바 있다. 방송 이후 화제에 오른 책을 애니북스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해 다시 펴냈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1927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원치 않은 혼인을 하고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엄마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의 일생은 ‘전형적’이지 않다. 영화나 다른 극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배제된, 날것 그대로의 삶이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도 일가친척 중에 독립운동을 한 이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이 세운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며, 결혼한 지 닷새 만에 해방이 돼 남편이 군대에 끌려나가지 않게 되자 해방이 너무도 싫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한국 근현대사의 온갖 풍파를 정통으로 다 맞는 것에 반해, 작가의 엄마 이복동녀씨의 삶은 어지간한 장삼이사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역사, 체감되는 역사다. 엄마가 입때껏 잊지 않고 있는 북청 사투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녘에서는 엄마, 아버지 각각을 기준으로 손위 형제는 큰어머니, 큰아버지이고, 손아래는 아지미, 아재비다. 호칭에서 엄마 쪽과 아버지 쪽의 차별이 적은 셈이다. 엄마가 전하는 명태 식해, 순대 등의 북한 음식 레시피도 글의 찰기를 더한다. 딸에게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그걸 또 살뜰하게 기록하는 딸의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별거 아닌 내 인생도 옮기면 기록이 되겠거니 싶어 기운도 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문상/박준 한밤 울면서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듯 희고 머지않아 자운영들이 와서향을 피울 것입니다 - 냉이꽃은 키가 작습니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들으려면 무릎을 꿇고 귀를 냉이 꽃잎에 대야 하지요. 바람 중에 키가 작은 바람이 냉이꽃을 흔듭니다. 그럴 때면 무릎 꿇고 냉이꽃 곁에 코끝을 대기도 하지요. 봄날 소복을 입은 냉이꽃이 울고 있습니다. 가엾은 짐승들이 포크레인에 밀려 구덩이로 떨어집니다. 흙들은 무슨 죄로 그 버둥거림과 아우성을 덮어야 하는지요. 모두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일이지요. 다정한 주말 오후 당신이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굽는군요. 먹기 전 잠시 기도해 주세요. 몸에 꼭 끼는 철장 속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똥오줌을 싸며, 온갖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 속에 아등바등 살아남은 이 짐승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곽재구 시인
  • 가이드 폭행 박종철 예천군의원 “혐의 시인”

    가이드 폭행 박종철 예천군의원 “혐의 시인”

    경북 예천경찰서는 17일 국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로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동료의원 8명과 함께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 연수 중이던 지난달 23일 오후 6시쯤(현지시각) 토론토에서 출발하려는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 얼굴과 머리를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피해자 서면 진술, 버스 내 폭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통해 박 의원 혐의를 확인했다. 박 의원도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합의금 공금 사용 의혹 등 해외 연수 경비 사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련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가이드 폭행 박종철 예천군의원 상해 혐의로 검찰 송치

    경북 예천경찰서는 17일 국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동료의원 8명과 함께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 연수 중이던 지난달 23일 오후 6시쯤(현지시각) 토론토에서 출발하려는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 얼굴과 머리를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피해자 서면 진술, 버스 내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자료 등을 통해 박 의원 혐의를 확인했고 박 의원도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합의금 공금 사용 의혹 등 해외 연수 경비 사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련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천군의회는 오는 21일 임시회를 열고 6명의 의원으로 윤리특별위원회를 꾸려, 이형식 의장과 박종철·권도식 의원 등 3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예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오케스트라·음악극으로… 다시 찾아온 ‘겨울나그네’

    오케스트라·음악극으로… 다시 찾아온 ‘겨울나그네’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오케스트라 편곡 형식 등으로 새롭게 구성한 공연이 올겨울 관객을 찾는다. 캄머오케스터서울은 다음달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지휘자 김선일과 바리톤 정록기가 함께하는 ‘기획연주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하는 일반적인 가곡 무대가 아닌,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이다. 성악가와 관현악단이 함께 무대 위에 선다. 정록기는 독일 가곡과 바로크 종교음악 등을 주요 레퍼토리로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악가다. 편곡을 맡은 작곡가 서순정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도루 다케미슈 작곡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한스 첸더의 소편성 편곡 등이 특히 유명한 ‘겨울나그네’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서순정의 손을 거쳐 어떤 색채로 거듭날지 주목된다.올해 4회째를 맞는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는 다음달 15~16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음악극 ‘겨울, 나그네’가 예정됐다. 이번 작품은 무용과 음악이 어우러진 ‘컬래버레이션’ 무대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리톤 조재경, 무용수 김설진 등이 함께한다. 가수 이효리의 ‘춤 선생’으로도 유명한 김설진은 국내에서 각종 현대무용 작품을 선보이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무용계 스타다.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 연작시에 곡을 붙인 ‘겨울나그네’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함께 슈베르트 3대 가곡집으로 꼽힌다. 사랑을 잃은 청년이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의 원래 이름은 ‘겨울여행’이지만, 한국에서는 잘못 번역된 ‘겨울나그네’라는 제목이 더 유명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양승태 겨눈 檢, 재판거래 물증 확보했나

    양승태 겨눈 檢, 재판거래 물증 확보했나

    김 전 수석 수첩에 강제징용 재판 관련 박근혜 지시 담겨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 판결하면 나라 망신, 국격 손상”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 거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업무수첩 10여권을 확보했다. 김 전 수석의 수첩에는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 나라 망신이고, 국격 손상”이라고 말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 시점은 2015년 말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앞두고 있었다. 일제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수석도 대통령 지시를 받아적은 뒤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수첩에는 2013년부터 강제징용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긴 뒤 사건을 종결하려 한 과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고 일본 전범 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가운데, 검찰은 김 전 수석의 수첩이 재판 거래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주진형 “손혜원에 목포 투자 권유받았다…투기 아냐”

    주진형 “손혜원에 목포 투자 권유받았다…투기 아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측근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손 의원으로부터 목포 구시가지 건물을 사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문화재 지정이 부동산 투기 호재라면, 손 의원이 투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문화재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며 손 의원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주 전 사장은 SBS가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집중 보도한 배경을 의심했다. 주 전 사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 의원은 목포 구시가지의 보존 가치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해왔다”며 “공개적으로 수도 없이 얘기하고 다녀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2017년 가을부터 불과 몇 주 전까지 목포 투자를 권유받았다고 했다. 그는 “손 의원이 지금은 횟집으로 쓰는 건물인데 원형을 복구하면 원래의 훌륭한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며 설득했지만 사양했다고 밝혔다.쇠락한 도시인 목포에, 그것도 신도심과 거리가 먼 구도심에 투자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게 주 전 사장의 말이다. 손 의원이 지난 8월에도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바로 옆 건물을 사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주 전 사장은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의원이 해당 지역이 통째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주 전 사장은 “문화재 지정이 그렇게 부동산 투기에 호재가 된다면 나에게 투자를 권하면서 말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손 의원은 정부가 전국적으로 도심 재생에 노력하면 목포 구시가지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주 전 사장은 전했다. 그는 SBS의 보도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주 전 사장은 “근거 없는 의혹은 무책임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제기하고 볼 때가 많다”며 “명색이 지상파 언론인데 모종의 다른 숨은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손 의원과 주 전 사장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인연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한국경제를 진단한 ‘경제, 알아야 바꾼다’라는 책을 함께 냈고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했다. 주 전 사장은 삼성증권 전략기획실 상무, 우리투자증권 전무를 거쳐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뒤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삶을 노래하고 세월을 읊는 할매들…‘시인 할매’ 티저 예고편

    삶을 노래하고 세월을 읊는 할매들…‘시인 할매’ 티저 예고편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이끌어낸 ‘시인 할매’는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며 삶의 모진 풍파를 견딘 시인 할매들이 아름다운 운율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예고편은 전라남도 곡성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 모인 할머니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그들은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시를 써내려간다. ‘삶을 노래하고 세월을 읊는 할매들’이라는 카피와 함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맑게 노래를 부르고,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윤금순 할머니가 마당 위에 소복하게 내린 눈을 쓸면서 직접 쓴 시 ‘눈’을 읊으며 마무리되는 예고편은 작품의 따스한 감성을 기대케 한다. 주름지고 굽은 손으로 삶의 기록을 꼭꼭 눌러 담아 한 편의 시로 완성한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는 오는 2월 개봉한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두 그림자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두 그림자

    시인 단테(1265~1321)는 ‘신곡’에서 지옥, 연옥, 천국을 거치면서 수많은 인물들을 만난다. 모든 인물들은 (시인에게는 보이는 존재들이지만) 원칙적으로 몸이 없기에 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신체를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실은 영혼이며 그림자다. ‘연옥편’ 2곡(74~77)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나 반가운 나머지 단테를 껴안으려 하고, 단테 역시 그를 끌어안으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의 팔은 허공을 휘저으며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아, 겉모습 말고는 공허한 영혼들이여/그를 세 번이나 껴안으려 했지만/그때마다 손은 내 가슴으로 되돌아왔다” 연옥편 3곡(16~30)에도 그림자 얘기가 나온다. 스승이자 안내자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태양을 등지고 나란히 걷고 있다. 당연히 두 사람의 그림자는 그들 앞에 드리우게 된다. 단테는 자기 그림자는 보이는데 베르길리우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우리 뒤에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내 몸이 그 빛줄기를 막았기 때문에/내 앞의 바닥에서 부서졌다/나는 오직 내 앞에만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보고/혹시 혼자 남은 것이 아닌지 두려워/재빨리 옆을 돌아보았다” 단테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 베르길리우스는 설명한다. 자신의 물리적 신체는 다른 곳(지상)에 묻혀 있으며, 투명한 영혼은 태양빛을 통과시키므로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고. “나의 위안이신 그분이 나를 보며 말했다/왜 아직도 믿지 못하느냐?/내가 너와 함께 있으며 널 인도하지 않느냐?/지금 내 앞에 아무런 그림자가 없더라도/놀랄 필요는 없다” 베르길리우스(기원전 70~19)는 단테보다 1300년 앞서 살았던 로마의 시인이다. 그의 영혼이 단테를 이끌어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그림자야말로 살아 있는 사람의 징표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림자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살아 있는 인간의 특질인 것이다. 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둘 다 살아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살아 있음을 감사하자. 물론 사람답게 살아야 할 의무도 뒤따른다. 인간은 제분기(製糞機)가 아니기에.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지극한 관심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지극한 관심

    새해 첫날과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 떡국이다. 그런데 이 떡국 한 그릇조차 먹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떡국 나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경종 때 추자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이진유는 새해를 맞아 ‘바닷물에 절인 배추와 채소를 넣어 끓인 떡국’밖에 못 먹는 자신의 신세를 통탄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상은 변해 바닷물에 절인 배추야말로 미네랄이 풍부한 최고의 김치감이 됐고, 채소로 끓인 떡국은 건강식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이다. 떡국 한 그릇을 먹기 힘든 사람들도 이처럼 세상이 바뀌어 어느 새해인가부터는 웃으며 다른 힘든 사람들에게 떡국을 나누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스 신화에 이카로스 이야기가 있다. 크레타섬에 갇혀 있던 다이달로스는 탈출을 위해 아들 이카로스에게 깃털에 밀랍을 발라 날개를 만들어 준다. 그는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 물기에 날개가 무거워지니 항상 중간으로만 날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하늘로 더 높게 날고자 하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해 결국 죽고 만다. 흔히 이카로스 신화를 ‘자유를 향한 비상(飛上)’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을 그린 네덜란드의 화가 P 브뤼겔과 그 그림을 보고 시를 쓴 영국 시인 W H 오든은 “브뤼겔의 이카로스를 보라. 모든 것이 고통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하면서 오히려 이웃의 비극과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세태를 고발한다. 누가 추락해 고통을 받든 세상 사람은 아무 관심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그림과 비슷한 꿈을 꾼 여자가 있다. 제주도와 함경도 종성에서 20여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유희춘은 부인 송덕봉에게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너무 높이 오르면 끝내는 추락할 것이기에 날기를 그만두었다’는 꿈 이야기를 듣는다. 송덕봉은 권력의 정점에서 남편의 몰락을 걱정했던 것이다. 나아가 누가 쓰러지든, 누가 20년의 유배 생활로 고통을 받든 세상은 아무 관심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웃의 비극과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세태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 청년 하청노동자 김용균이 비참하게 죽었다. “지극히 원통한 일을 당하여 하늘에 호소해도 응답이 없고, 땅에 호소해도 응답이 없다”(至?大痛 呼天不應 呼地不應)고 했던 정약용의 말을 증거하는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이런 비참함과 원통함이 ‘사람 중심의 국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위험을 모두 이웃에게 미루고, 그들의 비극과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 다름 아닌 ‘위험의 외주화’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들이 김용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위험 앞에 선 사람들에 대한 생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죽하면 이 당연한 관심을 제발 기울여 달라고 호소할 정도이겠는가. “그대가 날마다 무량수경(無量壽經)을 읽으며 빌어 주는 성의에 힘입어 편안하게 살고 있으니 기쁘고 감사하오”라고 김정희는 제주에서 친구 초의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대의 관심 덕분에 위험한 유배지에서 잘 견디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누군가를 살리는 관심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관심 덕분에 나 역시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힘든 사람들의 처지가 바뀌고, 원통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에 대해 세밀하고 지극한 관심이 필요하다.
  • 금천, 30일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서울 금천구가 설 명절을 맞아 오는 30일 구청 광장에서 농·수특산물 직거래 장터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장터에는 금천구 자매결연도시인 경남 남해군, 전남 고흥군, 충남 청양군, 강원 횡성군이 참여해 농·수특산물을 시중가격 대비 10~20% 싸게 판매한다. 건멸치, 젓갈류, 김, 매생이 등 수산물과 더덕, 고추, 나물류 등 농산물을 비롯해 된장, 고추장, 하수오, 유자즙 등 건강식품과 안흥찐빵, 구기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산물을 선보인다. 김현정 지역경제과장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자매도시 농어민들을 돕는 한편 구민들에게 친환경 우수 농·수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장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서울 용산구 청파동이나 남영동, 후암동, 원효로 일대를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주택이나 적산(敵産)가옥을 자주 만난다. 용산고 건너편 후암동 언덕길에는 이곳이 마치 일본의 어느 마을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 십여 채의 일식 주택이 늘어서 있다. 숙대입구역 동편 먹자골목에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50년의 전통을 지닌 부대찌개 집들이 여전히 공존한다. 주변에 오랜 세월 동안 존재했던 일본군 사령부와 주한 미군이 남긴 이중 식민의 흔적이리라. 이제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느낄 만큼 이런 적산가옥이 점점 사라져 간다.숙명여대 올라가는 길의 청파동 골목 한 귀퉁이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있다. 서울에서도 전통적인 골목이 많기로 유명한 청파동 골목 안에 있는 이 박물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직 그다지 없는 듯하다. 지난해 여름 개관식을 한 신생 박물관이다. 이곳은 ‘기억과 성찰’을 주제로 식민의 상흔과 항일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건물 2층 86평의 면적이 일제 침략사,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채워졌다. 한국 근대문학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땅의 문학과 역사, 제도에 촘촘히 스며든 일본(문화)의 영향을 새삼 생생하게 절감한다. 어찌 문학 연구에 한정되는 일이겠는가. 정치, 경제, 건축, 교통, 법률, 교육, 더 나아가 이 땅의 근현대 자체가 일본의 그림자와 이식(移植)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생각해 보면 일본에 대한 극복과 저항 역시도 ‘네 칼로 너를 치리라’는 문제의식 아래 일본에서 배운 지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땅의 역사, 식민의 모순과 질곡, 그 상처와 저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도 일본에 관한 면밀한 공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리라.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일본을 잘 안다고 착각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소설가 최인훈, 비평가 김윤식 등 일본이 우리 문화와 현실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직접 체험하며 누구보다 일본 문화와 지성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는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 미군 용산기지 터에는 1200여채의 건물이 남아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다. 이런 식민지 유산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파악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식민의 흔적을 상징하는 용산 미군기지 터의 옛 건물 한 곳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확대 이전하는 것도 식민의 기억을 응시하기 위한 뜻깊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단지 찬란한 전통에 대한 환기나 낙관적 역사 인식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 김수영이 읊었던바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는 그 슬픔과 분노의 미학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을 때, 그래서 이 땅의 역사와 피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식민을 넘어서는 전망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이즈음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최악의 한·일 관계에 봉착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일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식민의 기억에 대해 정직하게 응시하는 게 필요하겠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의 건립 과정에서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1억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그 마음이 단지 한·일 화해를 위한 움직임만은 아닐 것이다. 양국 간에 존재하는 역사적 상처와 업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겠다는 마음이야말로 성금을 기꺼이 보내게 만들었으리라.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를 식민의 기억을 온전히 인식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용산 곳곳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기억하고 보존하며 탐사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리라. 그러기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 86평의 공간은 역시 너무 좁은 게 아닐까.
  • 명절 스트레스 시달린 남자… 투고함 속 ‘82년생 김지영’ 찾아냈다

    명절 스트레스 시달린 남자… 투고함 속 ‘82년생 김지영’ 찾아냈다

    누군가에게는 오롯한 취미이거나 무관심의 대상일 책이 업인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난다 출판사가 ‘읽어본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냈을 때 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이들의 무수한 ‘좋아요’가 이어졌다. 주로 출판사의 편집자, 작가, 시인, 서평을 쓰는 기자 등등. 책의 저자는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두 편집자 서효인·박혜진 차장이다. 각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는 한편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금손’들이다. 파티션 너머 매일 서로 책을 주거니 받거니 한 이들이 난다 대표 김민정 시인의 기획으로 6개월간의 독서 일기를 펴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 편집자들의 편집자 격인 김 시인도 함께했다. →읽을 것들이 이토록 쌓여 가는 걸 보는 건 어떤 기분인가. 박 양가적이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볼 게 있고 새로 사서 읽을 게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것도 있다. 아직 읽지 못해서 촉박하고 답답한 느낌도 있고. 서 만듦새가 좋은 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쓰다듬어 보고 펼쳐서 냄새도 맡아본다. 어릴 때부터 새 책 느낌을 좋아했다. 내지 디자인이나 표지 디자인만 보고 안 읽고 쌓아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펼치면 왼쪽은 서 시인, 오른쪽은 박 평론가의 글인데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서 시인은 여행사의 관광 상품 리스트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후딱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박 평론가의 글은 더욱 진지하다. 일본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언급하며 라이트 노벨을 대하는 자세를 추스르거나, 통속 소설의 위대함을 새삼 되새기는 식이다.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서 시인은 ‘밥벌이’라 하고, 박 평론가는 ‘쇄빙선’이라고 답했다던가. 마감에 임박해서는 관록의 ‘밥벌이’가 책 쓰기는 처음인 ‘쇄빙선’을 영차영차 끌고 갔단다.→서로의 글을 보니 어땠나. 서 문학이나 책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더라. 내가 생활 밀착형이라면 혜진씨는 나보다는 현학적이거나 이론적이다. 나는 주말에 아이한테 책 읽어주는 얘기가 많은데, 혜진씨는 전체 문학 판이나 출판 환경을 보고 글로 쓰더라. 다른 평론가들이랑 다르게 해외 작품을 한국 작품과 비교하는 것도 배울 점이 많았다. 자, 쇄빙선씨(웃음). 박 선배는 가족들, 친구들과의 일상에 책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소품인 듯 소품이 아닌 듯 같이 있었다. 나는 책이 일상 전반을 다 장악하고 있다. 나는 선배보다 등단 연차도 낮아서 그런지 팟캐스트나 문예지 등 필요에 따라 읽어야 하는 글들을 허덕허덕하면서 쫓아가고 있다. 서 혜진씨한테는 순정이 있고 나한테는 요령이 있다. 김 평론가와 시인의 차이가 되게 컸다. 시인은 성냥개비 끄트머리 하나만 던져줘도 뭐라고 쓰거든. 평론가는 반면에 연원이 드러나는 논리로 접근한다. 물론 우리한테도 논리가 있지만(웃음). 이들의 책에서 ‘82년생 김지영’은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다. ‘82년생 김지영’을 걸고 쓴 글도 있는 한편 다른 책 얘길 하면서도 ‘김지영’이 꼭꼭 등장한다. 서 시인은 “이 책을 구입한 독자는 아직 백만명이 되지 않지만(지난해 1월 기준), 그 영향력은 천만 영화 그 이상”이라고 책에 썼다. 민음사 투고 메일함으로 날아든 조남주 작가의 원고를 서 시인이 알아보고 박 평론가가 만든 사연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김지영’과 함께 책 안 읽는 시대, 출판계의 위기를 화두에 올렸다. →‘82년생 김지영’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본다면. 서 ‘82년생 김지영’ 첫 장면에서부터 지영씨가 장모님·친정 어머니로 빙의가 돼서 사위랑 사부인한테 준엄하게 꾸짖지 않나. 메일 열었을 때가 추석 직전인가 직후였는데, 내가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있다. 그 장면에 너무 꽂혀서 ‘좋은 게 있다’고, 팀원들한테 같이 보자고 했다. 박 30여년 여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차별받는 장면에 대한 지식이 꽤 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소설을 읽어 보니 내가 장면으로만 기억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더라. 에피소드가 많아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사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성으로 경험한 사회적인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생각보다도 더 취재가 잘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나 팔렸다. 예상했나. 소회는 어떤가. 서 98만부쯤 팔렸을 때 예상했다(웃음). 얼마나 (회사) 계좌에 꽂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좀더 넓게는 100만명 중에 1년에 소설을 한 번도 안 읽는 분들이 있었을 거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는 체험이 우리 책을 통해서 됐다는 거 자체가 큰 경험이다. 박 유독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소설 형식에 대한 논의들이 많았다. 문학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지점이었고, 꼭 그런 측면이 아니더라도 독자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문학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거다. 밀리언셀러를 읽은 독자들이 다음 세대의 작품을 견인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을 안 읽는 시대, 문학의 위기라고들 말한다. 박 고대에 남겨진 기록들에도 ‘책을 안 읽는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문예지가 친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가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나온 게 ‘릿터’였고, 문학을 좀더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하는 독자들에 타깃을 맞춘 게 비평 전문지 ‘크릿터’였다. 서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당장 갖고 있는 원고,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읽는 사람은 읽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지고지순하고 숭고한 것이어서 꼭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없고. 마지막으로 새해를 여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고민 끝 서 시인은 조지 손더스의 ‘바르도의 링컨’, 박 평론가는 셀레스트 잉의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김 시인은 마사 누스바움·솔 레브모어의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골랐다. 책 앞에서 가장 진지한 책‘쟁이’들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가엽슨 빡쥐여!…육사의 詩, 대한 독립을 외쳤다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가엽슨 빡쥐여!…육사의 詩, 대한 독립을 외쳤다

    “광명(光明)을 배반(背反)한 아득한 동굴(洞窟)에서/다 썩은 들보라 문허진 성채(城砦) 위 너 헐로 도라단이는/가엽슨 빡쥐여! 어둠에 왕자(王者)여!/쥐는 너를 버리고 부잣집 곳(庫)간으로 도망했고/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임이 오래거늘/검은 세기(世紀)의 상장(喪裝)이 갈가리 찌저질 긴 동안/비닭이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가엽슨 빡쥐여! 고독(孤獨)한 유령(幽靈)이여!(하략)”일제강점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의 영탄이다. 일본에 국권과 터전을 빼앗긴 채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 민족의 서글픈 현실은 이육사의 눈에 박쥐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목소리를 숨기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가엾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설움을 토해냈다.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육사의 시 ‘편복’(·등록문화재 713호)은 일제의 사전 검열 탓에 발표되지는 못했으나 이육사의 조카인 이동영 전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1956년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하면서 알려졌다. 신석초 시인은 1940년 1월 발행한 ‘시학’ 5집에 실린 서간문 ‘육사에게’에서 “지금 막 형의 시편(詩篇)인 ‘편복’을 생각하는 중이오. 이 시편은 형의 많은 시사(詩詞) 가운데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오”라고 적었다. 식민지 현실에서 느끼는 절망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편복’은 이육사의 시 가운데에서도 중량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이육사의 시 40여편 중 남아 있는 친필원고는 ‘편복’과 더불어 ‘바다의 마음’(등록문화재 738호) 두 편 뿐이다.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시 ‘편복’은 이육사가 직접 독립운동을 하면서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과 암울한 역사에 대한 한탄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배웠던 이육사의 철학은 ‘내가 배운 것 그대로 몸으로 실천한다’는 뜻의 ‘지행’(知行)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면서 “그에게 시 쓰기는 곧 독립운동과 다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육사는 1927년 10월 조선은행 대구지점으로 신문지에 싸인 폭탄이 배달된 ‘장진홍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육사’라는 호 역시 당시 수인번호인 264에서 따왔다. 1931년 대구 격문사건 등 여러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투쟁하던 그는 17차례 옥고를 치렀다. 1930년 조선일보에 시 ‘말’을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한 이육사는 1935년 시 ‘황혼’ 등을 ‘신조선’에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잠시 귀국한 이육사는 국내에서 체포돼 베이징으로 압송됐고 1944년 1월 베이징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마트 절도 시인했냐?” 목격자들이 전한 ‘암사동 흉기 난동’의 진실

    “마트 절도 시인했냐?” 목격자들이 전한 ‘암사동 흉기 난동’의 진실

    평소 슈퍼마켓 절도하던 10대들친구가 범행 사실 시인하자 홧김에 난동유튜브 영상은 삭제 조치10대끼리 인파가 몰린 대로변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의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던 ‘서울 암사동 흉기 난동 사건’이 절도 사실을 경찰에 시인한 문제를 두고 다투다 벌어진 일이라는 목격담이 나왔다. 14일 경찰과 흉기 난동 사건 목격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암사역 인근 인도에서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A(19)군과 흉기에 찔린 B(19)군은 친구 사이였다. 지역 주민들은 “A군과 B군 등이 평소 3인 1조를 이뤄 새벽 시간 천호동 일대의 빈 슈퍼마켓 등에 침입해 현금통을 상습적으로 훔쳤다”고 전했다. 마트의 유리벽을 둔기로 박살내 진입하려 하는 등 대담한 범행 수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공범 간의 다툼은 먼저 경찰에 잡힌 B군이 범행을 시인하면서 시작됐다. B군은 지난 13일 경찰 조사에서 “A군이 주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경찰 조사 뒤 저녁에 A군을 만나 “경찰에 시인했다”는 사실을 털어놨고, 이에 격분한 A군이 홧김에 난동을 부린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A군은 13일 오후 7시쯤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에서 B군과 다투다 흉기로 찌른 혐의(특수상해)로 현행범 체포됐다. A군은 현장 출동한 경찰에게도 흉기를 휘두를 것처럼 위협하며 도망쳤으나 뒤쫓아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B군은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지만 근처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귀가했다.이 사건은 현장에 있던 시민이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2분 13초짜리 영상에는 B군이 쓰러지는 모습, 경찰과 A군이 대치하는 모습이 담겼다. 현재 관련 영상은 ‘유튜브 가이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시민은 경찰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은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들고도 A군을 바로 진압하지 못했다. A군은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여러 시민이 모여 있던 방향으로 도주해 자칫 추가 피해가 나올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장비 사용 요건에 따라 적정 거리에서 피의자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했는데 피의자가 몸을 비틀어 2개의 전극침 중 1개가 빠지면서 (테이저건이) 작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4일 두 사람을 불러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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