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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렸답니다, 찍었답니다 백남준이

    그렸답니다, 찍었답니다 백남준이

    텔레비전·비디오 조각 판화 옮긴 연작 오방색과 색동 문양 회화 작품도 눈길 국내서 접하지 못한 희귀작 한 자리에“백남준의 가치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의 ‘NAM JUNE PAIK’(내년 1월 16일까지)과 한남동 BHAK갤러리의 ‘더 히스토리’(오는 19일까지)는 백남준의 독보적인 비디오 설치 작업들과 더불어 회화와 판화 등 그가 남긴 다양한 평면 작품들을 펼쳐 보인다. 리안갤러리에선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블을 이용한 높이 3m의 비디오 조각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를 판화로 옮긴 ‘진화, 혁명, 결의’(1989) 연작과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판화 ‘올림픽 센테니얼’(1992)을 만날 수 있다. 8점이 한 세트인 ‘진화, 혁명, 결의’에는 마라, 로베스피에르, 당통, 디드로 등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문구가 적혀 있다. ‘올림픽 센테니얼’은 비디오 아트에서 영향받은 모티프들과 한글, 영문, 한자로 적힌 메모로 이뤄진 작품이다.회화 작품들은 오방색과 색동 문양, 텔레비전 화면 조정 배경을 즐겨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무제’(1994)는 오방색 배경 위에 사람 형상이나 눈, 코, 입이 있는 TV모니터를 드로잉했다. 백남준 특유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유머가 담겨 있다. 평면 작품마다 빠지지 않는 문자는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을 보여 준다. 회화와 판화 외에 ‘볼타’(1992), ‘다산 정약용’(1997), ‘호랑이는 살아있다’(2000) 등 비디오 조각 작품도 소개된다. BHAK갤러리는 진공관을 연결한 7개 CD에 한자와 그림을 그려 넣은 ‘NJP at 1800 RPMs’(1992),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자화상(1993),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석판화 12점 등 총 30여점을 전시했다. 신문이나 영화 포스터를 활용한 콜라주 작품들도 나왔다. 특히 시인 정지용에게서 영감을 받은 비디오 조각 ‘정지용’(1996)과 ‘노스탤지어 이즈 익스텐디드 피드백’(1991)은 그간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희귀작들이다.두 전시는 백남준에 대한 갤러리 대표들의 남다른 애정과 인연이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리안갤러리의 안혜령 대표는 갤러리를 시작하기 전 컬렉터 시절부터 백남준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았고, 2007년 갤러리 개관 이후 지금까지 3차례 백남준 전시를 열었다. 안 대표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작품이 앤디 워홀이나 구사마 야요이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백남준의 가치를 우리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BHAK는 1993년 청담동에서 문을 연 박영덕화랑이 27년 만에 한남동으로 이전하고, 2세 체제로 전환하면서 명칭을 바꿔 최근 개관했다. 이전 기념전인 ‘더 히스토리’는 그동안 갤러리의 역사와 함께한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전시장 2곳 중 지하 한 층을 백남준 작품으로만 채웠다. 박영덕 전 대표가 2000년대 초반까지 십수년간 백남준의 국내 전담 갤러리스트로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덕분이다. 아들인 박종혁 BHAK 대표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전시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베네치아 ‘모세의 굴욕’… 홍수예방 8조 쏟고 침수

    베네치아 ‘모세의 굴욕’… 홍수예방 8조 쏟고 침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홍수는 이례적이지 않다. 최근 2년 동안만 봐도 매년 초겨울 며칠 동안 베네치아의 75% 이상은 물에 잠긴 상태였다. 사람들은 ‘조금씩 가라앉아 사라질 수도 있는 도시’라며 베네치아를 여행 버킷리스트에 올린다. 믿음과 다르게 학계에선 베네치아 침하가 2000년 이후 멈췄다는 측량도 내놓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말이다.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현지시간) 2명의 사망자를 내고 산마르크 광장을 비롯한 베네치아 전역을 다시 집어삼킨 홍수는 예측할 수 없었던 이례적 사건이자 인재(人災)로 평가됐다. 지난해까지 없었던 해상차단벽 ‘MOSE’(모세)가 여름에 완공돼 ‘겨울 홍수 없는 베네치아’라는 기적에 대한 믿음이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아드리아해 바닷물이 베네치아와 연결되는 수로 입구 3곳에 높이 30m의 철 구조물 78개로 세운 차단벽이다. 선박 통행에 방해가 안 되도록 평소 바닷물 속에 있지만, 48시간 전 예보에서 도시 쪽으로 밀려오는 조수(만조) 수위가 1.3m보다 높아지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 최대 3m 높이의 만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날 만조 수위는 최고 1.5m로 1.3m보다 높았기 때문에 모세가 작동해야 했지만, 앞서 기상 당국이 만조 수위를 1.22m로 낮게 예측한 탓에 모세는 멈춰 있었다. 17년 동안 60억 유로(약 8조원)를 투입해 만든 모세를 가동조차 못해 보고 홍수 피해를 또 입은 것이다. 이에 모세 작동기준을 만조 수위 1.2m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116개 섬이 409개 다리로 연결된 도시인 베네치아에선 국지성 폭우나 하천 범람 때문에 홍수가 생기는 게 아니라 비바람과 범람한 바닷물이 섞여 ‘짠물 홍수’를 일으킨다. 특히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 지역풍 영향으로 바닷물 만조 수위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높은 물이란 뜻)가 발생하면 베네치아는 홍수에 취약해진다. 만조 수위가 1.1m가 되면 보행자 대상 경계령이 발동되고, 그보다 5㎝만 수위가 더 올라도 명물인 곤돌라 운행이 중단된다. 그래서 베네치아는 1983년 모세 설계라는 대공사를 기획하고, 2003년 공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베네치아는 모세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원래 2011년 가동 예정이었지만 기술적인 난관, 예상보다 불어난 건설 비용, 정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부패 스캔들을 거치며 완공이 지연됐다. 결국 지난 7월에야 완공된 모세를 시험가동했고, 이후 몇 주 뒤 1.35m 만조의 바닷물을 막아 내는 성과도 냈지만 정작 이번에 홍수가 날 때 모세는 멈춰 있었다. ‘모세의 기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베네치아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시민단체 베네치아닷컴을 이끄는 마테오 세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겨울 홍수라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모세가 있으면 홍수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 38세 엄친아 부티지지, 주중대사 유력 검토

    美 38세 엄친아 부티지지, 주중대사 유력 검토

    “부티지지 전 시장 주중대사 유력 검토” 보도38세·동성애자·짧은정치경력 등에 파격 평가하버드 우등생, 멕켄지 근무, 아프간 파견도미국 민주당 차세대 대선 후보군 육성 분석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주재 미국 대사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8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부티지지 전 시장이 유엔주재 미국대사직을 원했으나 바이든 당선인은 주중 미국대사로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유엔대사에는 이미 흑인 여성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 지명됐다. 통상 연륜 있는 중견 정치인이 차지하던 주중 대사에 부티지지 전 시장이 임명된다면 파격으로 볼 수 있다. 38세의 젊은 나이이기도 하고 정치 경력도 29세 때부터 인구 10만의 소도시인 사우스밴드의 시장을 재선한 것이 전부다. 또 부티지지 전 시장은 동성과 결혼했는데 중국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불편한 시선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첫 대결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깜짝 1위를 기록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경선에서 고전하면서 중도 하차하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의 미래를 위해 부티지지 전 시장의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배경은 보수세가 강한 인디애나주여서 주지사에 당선되는 식으로 무게를 키우기는 힘들었다. 부티지지 전 시장도 이런 이유로 유엔대사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중 대사는 미국에서도 무게가 있는 자리여서 부티지지 전 시장이 향후 대선 후보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지 WH 부시 전 대통령도 중국 연락사무소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부티지지는 소위 엄친아다. 하버드대에서 역사·문학을 전공했고, 우등으로 졸업한 뒤 로즈 장학금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했고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반면 그는 해군 정보장교로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운전병으로 파병돼 전장을 누비며 훈장을 받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했다. 아버지는 몰타 출신 교수였고, 어머니는 인디애나주 토박이다. 이와 별도로 바이든 당선인은 톰 빌색 전 농무장관을 다시 농무장관에 낙점하고, 마르시아 퍼지 하원의원을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내정했다고 AP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빌색 내정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 내내 농무장관을 역임했고 흑인 여성인 퍼지 주택장관 내정자는 2008년부터 하원의원을 지내고 있다. 법무장관 후보로는 더그 존스 상원의원과 연방항소법원의 메릭 갤런드 판사가 유력하게 떠오른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최영재 ‘우리 엄마’, 동화 이경순 ‘똘복이가 돌아왔다’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최영재 ‘우리 엄마’, 동화 이경순 ‘똘복이가 돌아왔다’

    사단법인 한국아동문학인협회(이사장 이창건)는 제30회 한국아동문학상으로 동시 부문에 최영재 시인의 ‘우리 엄마’, 동화 부문에 이경순 작가의 ‘똘복이가 돌아왔다’를 선정하고 새해 1월 30일 시상식을 갖는다. 코로나19 단계가 격상될 경우 온라인 시상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최영재 시인은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쳇바퀴와 다람쥐’ 당선을 시작으로 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동화 창작도 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 ‘우리 엄마’는 한국 역사에서 미증유의 최대 비극인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가족을 잃은 뼈아픈 체험을 다루고 있으며 그만큼 개별성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이경순 동화작가는 1997년 첫 장편동화 ‘찾아라, 고구려 고분 벽화’가 삼성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동화작가가 됐다. 수상작 ‘똘복이가 돌아왔다’는 작가가 직접 겪은 펫로스 증후군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상실감이 생생하게 표현됐으며, 주인공의 처지에 이입되며 꾸며낸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최영재 시인은 “한국아동문학상은 동업자들이 주는 상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상이라 더욱 깊이 감사드린다”며 “돌아가신 뒤에도 매 순간 나를 보살펴주시는 그리운 어머니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동화 부문 수상자 이경순 작가는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들어 할 아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라며 쓴 작품이 수상의 영광까지 안게 되어 가슴 벅차도록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는 이날 시상식에 이어 2021년도 정기총회를 갖고 30년사 발간 축하, 협회와 한국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새해를 맞아 아동문학인들의 화합과 친목을 다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밥 안 먹어서 선생님이 때렸어”...동탄 유아대상 영어학원, 아동학대 의혹

    “밥 안 먹어서 선생님이 때렸어”...동탄 유아대상 영어학원, 아동학대 의혹

    동탄의 한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8일 MBC 뉴스데스크는 경기도 화성 동탄에 있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흘 분량의 CCTV를 확인한 결과 9건의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점심시간에 한 교사가 물티슈로 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는 장면에서 꼬집고 밀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아이의 고개는 뒤로 꺾였고, 표정도 일그러졌다. 또 다른 교사는 아이의 입에 음식을 세게 밀어 넣었으며, 교사의 행동에 아이의 몸은 뒤로 넘어갔다.보도에 따르면 피해를 본 아이들은 3세반 6명이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40대와 30대 담임과 부담임이다.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피해아동은 “선생님이 밥 안 먹어서 혼내고, 막 때리고, 더 세게 때려서... 아팠어”라고 말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흘 분량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옷을 갈아입히면서 강제로 넘어뜨리는 듯한 장면, 아이를 속옷 차림으로 한참 서 있게 한 모습 등 10건 가까운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교육 관련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영어학원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 한 달 원비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학부모는 “엄마들은 너무 많은 매체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게 나오니까, 무서운 마음에 이만큼 돈을 받으면 적어도 애를 학대는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기업 관계자도 “솔직히 비싼 돈을 내고 여기 보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자체는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해당 유치원 원장도 “선생님 같은 경우 ‘훈육이다, 열정이 과했다’고 하지만 (CCTV 영상을) 내가 봐도 ‘이건 학대다’ 싶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원장과 이미 사표를 낸 교사 3명을 고소했으며, 경찰은 이들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학 위기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학 위기

    2008년 12월 9일은 영문학 사상 최고 시인 존 밀턴(1608~1674)의 탄생 4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평생 권력에 굴하지 않고 지조를 지킨 밀턴의 고결한 삶을 모국어로 알리는 것이 밀턴을 공부한 인문학자의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라고 생각하고 10년 전부터 ‘밀턴 평전’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8년 새해가 밝았다. 마음이 바빠졌다. 초고를 완성해서 출판사에 넘겼는데, 노련한 편집자가 송곳처럼 ‘빈틈’을 찾아내 피드백을 해 준 것이다. 연초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가 원고의 허점이 드러나자 마음이 급해졌다. 곧 방학이 끝나니 작업 기한은 2월 말까지였다. 마음이 조급한 이유는 또 있었다. 미국 등지에서 밀턴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쟁쟁한 영문학 교수가 국내에 수십 명이다. 밀턴 탄생 400주년을 맞아 한국 최초의 밀턴 평전을 한국인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영예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어몰입 국가’ 아닌가. 영어를 이토록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밀턴에게 열광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다. 이건 돈도 되는 책이었다. 엄청난 착각이었지만. 서둘렀지만 최종 수정 원고를 넘긴 것은 3월 말이었다. 편집·인쇄에 두 달이 더 걸렸다. 마침내 5월 하순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한국 최초의 400주년 기념 ‘밀턴 평전’이다. 겨우 안도했다. 두 번째 평전이 언제 나올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2008년이 저물도록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더니 출전 선수는 한 사람뿐이더라는 식이다. 허전한 독주였다. 12년이 흐른 2020년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인문학 교수들이 저서 출간에 무관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학계가 저서보다 논문에 인센티브를 훨씬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아니면 연구점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연구비 역시 철저히 논문 위주로 지급된다. 저서 한 권 쓸 시간과 노력이면 논문 5, 6편은 쓸 수 있다. 경제 논리로 치면 책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제도와 현실이 그 모양이라고 해서 인문학 교수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걸까? 커트 스펠마이어는 ‘인문학의 즐거움’에서 인문학의 목적은 전문지식과 일상적 삶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통’이 인문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없다. 인문학 교수의 위기가 있을 뿐.
  • 3251억원 가치 600여곡 판권…밥 딜런 유니버설 뮤직에 판매

    3251억원 가치 600여곡 판권…밥 딜런 유니버설 뮤직에 판매

    가수 최초로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유시인 밥 딜런(79)이 60년간 작곡한 전곡의 판권을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에 넘겼다. 매각가는 비공개이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3억 달러(약 3251억원)의 가치를 지닌 판권이라고 7일(현지시간) 추산했다. 딜런은 1962년 데뷔 때부터 올해 발매된 앨범까지 39개 앨범에 수록했던 600여곡의 판권을 이양했다. 다만 딜런은 별도 자산으로 분류되는 녹음파일은 팔지 않았다. 유니버설 측은 성명에서 “딜런의 작품은 수십억 명의 사랑과 찬사를 받았으며 앞으로도 수십 년, 심지어 몇 세기 뒤에도 그의 음악이 어디에서나 불리고 연주될 것”이라고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언젠가 돌아올 일상 그리며…세계 시인 56명 희망의 노래

    언젠가 돌아올 일상 그리며…세계 시인 56명 희망의 노래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리라 노래하며 전 세계 시인들이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앤드)에서 손을 맞잡았다. 시집은 18개국 세계 시인 56명이 코로나19 극복기로 채워졌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고자 설립한 쿠온출판사에서 지난 9월 말 펴낸 시집을 번역해 앤드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김혜순, 김소연, 오은, 이장욱, 이원, 야마자키 가요코(일본), 피오나 샘슨(영국), 천이즈(대만) 시인 등이 참여했다. 시인들은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한 단상을 희망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여기에 대구시인협회 회원을 중심으로 발간된 코로나19 앤솔러지에 실린 시 6편도 함께 수록됐다.시인들의 시를 보다 보면 형체 없는 재난을 사는 우리들의 오늘날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나는 산책이 늘었다/나는 요리가 늘었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나도 늘었다/축제가 사라졌다/장례식이 사라졌다/옆자리가 사라졌다/재난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24쪽, 김소연 ‘거짓말처럼’ 일부) 과거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잿빛 도시는 아니지만, 푸른 창공도 평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됐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 에드거 바서의 ‘랩시’도 새롭다. 그는 건강염려증 환자를 뜻하는 ‘히포콘더’라는 시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살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히포콘더’와 편집증을 의미하는 ‘파라노이아’가 반복해서 등장, 운율을 만들며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아파트 공동현관에 이르러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기 딱, 5초 전’의 풍경을 그린 황유원의 시 ‘여름밤 칵테일’을 읽으면 이 환난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오늘도 마스크를 끼고 보낸/숨이 턱 막히는 날의 귀가였지만/그 5초가 나를 살렸다고 생각하며/어머나,/아찔하고/짜릿했다/살면서 겨우/그런 게 좋았다’(38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실과 이상 사이… 고민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현실과 이상 사이… 고민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휴관 조치 전날 가까스로 닷새째 공연민주화운동에 젊음을 바쳤던 사람들기성세대가 된 후 돌아본 각자의 삶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밤은 여느 때와 달리 조금 더 특별했다. 8일부터 국공립 문화시설도 18일까지 당분간 문을 닫게 됐는데, 다른 공연장처럼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을 쉬는 날로 해 온 국립극단이 가까스로 신작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의 닷새째 공연을 연 것이다. 한 자리씩 띄어 앉도록 정해진 자리를 어느새 가득 채운 객석은 어쩌면 끝일지도 모르는 무대 위로 눈과 귀와 마음을 잔뜩 기울였다.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민주화운동에 젊음을 바쳤지만 어느덧 기성세대가 된 형진(김수현 분)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얼핏 이상과 현실 사이 586세대라는 익숙한 소재일 수 있지만 “라떼(나때)는 이랬어”라며 ‘꼰대’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을 비판하거나 처연하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고초를 겪고 스물일곱에 생을 마감한 대학 동기 윤기(김규도 분)를 가슴에 묻으며 시민단체 부대표로 가까스로 이상을 붙들고 살아가는 형진, 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가 ‘달라진 세상’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 대표가 된 현(안병식 분), 형진의 동지이자 아내 영미(김정은 분).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대신 저마다 무던히도 애쓰며 버티고 살아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취업과 적성, 결혼 등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형진과 영미의 아들 준수(이원준 분)를 비롯한 지금의 청년들의 치열함도 나름대로 뜨겁다는 것을 담담하게 알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드래그퀸(김은우 분)마저 ‘거대한 벽도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 허물어지는 날이 올 것’이란 마음으로 무수히 많은 두드림으로 그 자리에 섰다. 가까이 들여다봐야만 흔들림을 볼 수 있는 잔물결처럼 이들의 잔잔하게 일렁이는 삶을 더욱 공감하게 만드는 건 중간중간 윤기가 읊는 김수영 시인의 시들이다. ‘그 방을 생각하며’로 시작해 ‘봄밤’, ‘달나라의 장난’, ‘사랑의 변주곡’이 흘러나오고 무대 배경에 시구가 밝게 빛난다.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봄밤)”은 꼭 지금 우리의 밤과도 같았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서서 돌고 있는(달나라의 장난)” 팽이도 어딘가 닮은 존재 같았다. 극 중 인물들이 버티고 다져 온 시간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지도 모른다”는 형진의 말은 무언가를 선택하기도 조심스러운 겨울밤 은근한 위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 병상 가동률 83%… 병상 확보 비상

    서울 병상 가동률 83%… 병상 확보 비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600명씩 쏟아지면서 병상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의 병원 주차장에 컨테이너식 이동 병상이 들어섰으며, 경기도는 하루 확진자의 80% 이상이 병원 배정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 등은 각급 대학병원 등에 병상 확보를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의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 총 550대 가운데 당장 수용 가능한 병상은 7.8%인 43개로 집계됐다. 10개 병상 중 9개에 환자가 있는 셈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날인 7일 경기 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88.5%인 139명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를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 중인 ‘격리 예정’ 상태에 있다고 이날 밝혔다. 8일 0시 기준 경기도에서 자택 대기 중인 확진자는 전날 366명보다 30명 증가한 396명으로 집계됐다. 또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가동률도 90.9%로 높아졌다.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장치, 고압산소요법 등이 필요한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49개 중 4개만 남았다. 하루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서울시도 비상이다. 서울시의 전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지난 7일 기준 82.6%다. 중증환자 전담치료 병상은 총 62개이고 현재 입원 가능한 병상은 6개다. 이에 따라 시는 서울의료원과 서북병원에 컨테이너식 이동 병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10일 서울의료원 본원에 48개 병상 설치를 시작으로 다음주에는 서울의료원 분원에 60개, 서북병원에 42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요양병원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울산도 병상 부족이 우려된다. 울산시는 중증환자 발생을 대비해 감염병 전담 병원인 울산대병원 내 80개 병상 중 63개(78%)만 사용하고 있다. 일부 환자는 환자를 대구의료원과 경남생활치료센터에 이송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94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583명) 이후 사흘 만에 600명 밑으로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는 감염병 등록 시스템 이관 과정에서 입력이 지연돼 검사 건수가 평일보다 절반가량밖에 안 돼 나타난 일시적인 ‘착시효과’다. 오히려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나타내는 양성률은 4.97%로 대구·경북 중심 1차 대유행 당시인 2월 23일(6.9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리뷰] 극장 문 닫기 전, 어쩌면 마지막 위로…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리뷰] 극장 문 닫기 전, 어쩌면 마지막 위로…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밤은 여느 때와 달리 조금 더 특별했다. 8일부터 국공립 문화시설도 18일까지 당분간 문을 닫게 됐는데, 다른 공연장처럼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을 쉬는 날로 해 온 국립극단이 가까스로 신작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의 닷새째 공연을 연 것이다. 한 자리씩 띄어 앉도록 정해진 자리를 어느새 가득 채운 객석은 어쩌면 끝일지도 모르는 무대 위로 눈과 귀와 마음을 잔뜩 기울였다.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민주화운동에 젊음을 바쳤지만 어느덧 기성세대가 된 형진(김수현 분)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얼핏 이상과 현실 사이 586세대라는 익숙한 소재일 수 있지만 “라떼(나때)는 이랬어”라며 ‘꼰대’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을 비판하거나 처연하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고초를 겪고 스물일곱에 생을 마감한 대학 동기 윤기(김규도 분)를 가슴에 묻으며 시민단체 부대표로 가까스로 이상을 붙들고 살아가는 형진, 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가 ‘달라진 세상’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 대표가 된 현(안병식 분), 친구들 만큼 세상을 바꿀 용기는 없었지만 함께 젊음을 보내다 변호사가 된 시형(원춘규 분), 형진의 동지이자 아내 영미(김정은 분).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대신 저마다 무던히도 애쓰며 버티고 살아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취업과 적성, 결혼 등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형진과 영미의 아들 준수(이원준 분)를 비롯한 지금의 청년들의 치열함도 나름대로 뜨겁다는 것을 담담하게 알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드래그퀸(김은우 분)마저 ‘거대한 벽도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 허물어지는 날이 올 것’이란 마음으로 무수히 많은 두드림으로 그 자리에 섰다.가까이 들여다봐야만 흔들림을 볼 수 있는 잔물결처럼 이들의 잔잔하게 일렁이는 삶을 더욱 공감하게 만드는 건 중간중간 윤기가 읊는 김수영 시인의 시들이다. ‘그 방을 생각하며’로 시작해 ‘봄밤’, ‘달나라의 장난’, ‘사랑의 변주곡’이 흘러나오고 무대 배경에 시구가 밝게 빛난다.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봄밤)”은 꼭 지금 우리의 밤과도 같았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서서 돌고 있는(달나라의 장난)” 팽이도 어딘가 닮은 존재 같았다. 극 중 인물들이 버티고 다져 온 시간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지도 모른다”는 형진의 말은 무언가를 선택하기도 조심스러운 겨울밤 은근한 위로다.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당초 20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국립극단은 9일부터 18일까지의 공연을 일단 중단한다. 이후 다시 무대를 만날 수 있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군포 기업 제품 50여개 중국 전역서 온라인 판매

    경기 군포지역 내 기업 제품 수십여개가 중국 린이시에서 열린 수입상품박람회에 소개됐다. 시는 중국 전역에 판매를 위해 박람회 기간에 지역 10개 기업 제품 51개를 홍보했다고 8일 밝혔다. 시 해외 자매도시인 린이에서 열린 수입상품박람회에서 해외 시도 중 군포시는 유일하게 부스를 운영했고 군포기업제품을 온라인 방송으로 중국 전역에 소개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소개된 군포 기업 제품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건강식품, 유아용품, 완구, 세면대 등이다. 박람회장 내 군포시 부스에서 중국 최대규모 모바일 ‘위쳇’ 라이브 생방송 앱 ‘애광’을 통해 중국 전역에 송출됐다. ‘위쳇’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보세구역 제품들을 주문자에게 2~3일 내에 배달할 수 있다. 시는 앞서 지역 내 중소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온라인 판매망 플랫폼 군포브랜드관을 중국 린이시에 구축했다.기업 제품을 보관하기 위해 린이시에 보세구역도 운영하고 있다. 시는 군포브랜드관을 통해 판매할 군포기업 제품을 다양하게 확대할 예정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조광한 남양주시장 “이번 계기로 관행적 불법감사 사라져야”

    조광한 남양주시장 “이번 계기로 관행적 불법감사 사라져야”

    “이번 계기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불법 관행적 감사 관행은 근절돼야 합니다. 우리 시 공무원들에 대한 사찰로 의심되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할 예정입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경기도의 특별조사 중단에 대해 8일 이같이 밝혔다. 도는 전날 감사 담당 직원들을 남양주시에 파견하는 대신 공문을 통해 조사 중단을 통보했다. 남양주시장이 감사 거부를 선언하고 직원에게 감사 수감 중단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조사가 어려워 감사를 종료하고 진행하지 못한 감사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 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단은 결정했지만 완전한 종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조 시장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다”면서 “지방자치법과 과거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번 감사는 위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보복감사”라고 다시 목소릴 높혔다. 그는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법령에 위반하는 지 통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지 않고 감사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신청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결론이 날 때 까지 과거와 같은 관행적 감사는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앞서 조 시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달 24일 남양주시의 감사 거부에 대해 “인정과 관용은 힘없는 사람들의 것이어야지 기득권의 불법과 부정부패를 옹호하는 방패가 돼선 곤란하다”며 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이틀 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기도가 마구잡이식 감사를 벌이고 기간도 정하지 않아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도가 위법한 감사를 한다며 감사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조 시장은 특별조사 감사반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특별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원 사찰로 판단되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조 시장은 “(도 감사반원들이 남양주시 공무원들의 아이디를 파악해 온라인에 경기지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린 경위 조사와 관련해) 정말로 위법하고 말도 안된다”며 “잘못을 시인했으면 되는데 2~3번에 걸쳐 아니라고 했으니 누구 주장이 옳은지 판단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도 요구했다. 조 시장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주라는 도의 지시를 어기고 현금으로 지급한)지난 5월 부터 11월 까지 9번 감사 했으면 보복감사 맞지 않으냐”면서 “마치 엄청난 부정부패가 있는 것 처럼 몰고 갔는데, 감사를 빙자한 망신주기에 해당하므로 그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이 없는 한 이것은 잠복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선친은 생전에 그렇게 어머니를 괴롭혔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욕설과 손찌검을 하고 다른 여자들과 어울렸다. 결국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 내가 일곱 살, 막내가 여섯 살 때 외가로 달아나고 말았다. 그 후 계모가 두어 번 바뀌고 그 와중에 어리디어린 3남3녀의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다섯째 차남인 나도 열일곱 살 때 막내를 데리고 가출함으로써, 아버지와 가족 간의 인연도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수십 년 전 세상을 떠났건만 그런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슬프다. 이해와 용서를 포기한 지는 오래인지라 그저 슬프기만 하다. 가족 모두에게 버림받고 그 바람에 어린 자식들까지 험한 세상에 내몰렸어도 아버지는 끝까지 당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왜 집을 떠났는지 이해도 못 했지만 아마 알았다 해도 절대 굴하지 않았을 것이다. 끝내 어머니와 자식들을 향해 원망을 거두지 않은 채 눈을 감았으니.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도 환갑이 넘으니 아버지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버지는 평양에서도 꽤나 잘사는 집안의 자제로 자랐다. 모르긴 몰라도 귀하디귀한 장남으로 자라며 가부장제가 주는 혜택에도 흠뻑 취했을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이면 만사가 프리패스인 시절, 그런데 하늘같은 가장이 하는 일에 감히 아낙이 토를 달고 자식들이 반기를 들어? 당신 입장에서야 기가 막히고 하늘이 무너질 노릇이었으리라. 전쟁 통에 피란을 오기는 했지만, 전쟁을 겪으며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내 아버지를 만난다. 여자 손님에게 “여자가 늦은 시간에 왜 돌아다니냐”거나 “여자들은 정치 몰라서 큰일이야” 등, 아무렇지도 않게 혐오를 일삼는 택시운전사에게서,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하자 “네가 무슨 참견이냐”며 욕을 해대는 노인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는 어느 여배우 기사에 “아비 없이 어떻게 애를 키울 생각을 하느냐?”는 댓글에서, “집에서 밥이나 하는 여자들이 왜 정규직이 돼야 하느냐”며 열을 올리는 어느 국회의원에게서. 지배자, 기득권자로 태어나 누려야 할 권리를 누렸을 뿐인데, 그게 왜 죄가 되느냐고 우기던 내 아버지,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바뀐 세상을 받아들일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수없이 많은 내 아버지를 본다. 코언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의 제목은, 20세기 초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 첫 구절에서 따왔다. 시에서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이라고 돼 있으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니라 “노인이 어찌해 볼 나라가 아니다” 정도가 정확한 번역 같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은퇴를 앞둔 보안관 에드 톰 벨 역시 “변덕스럽고 무자비한 젊은 시대”로서의 살인마 안톤을 이해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 자신하지만, 이미 낡아버린 구시대의 경험과 지혜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극은 늘 옛것을 맹신할 때 찾아온다. 노년의 예이츠는, 변덕과 변화의 나라를 버리고 예술과 불변의 세계 ‘비잔티움’으로 떠나지만, 시의 마지막에는 오히려 구세대를 깨워 자신이 떠나온 새로운 시대에 귀를 기울일 것을 종용한다. 무려 100년 전 얘기다. 세상도 세월도 그만큼 바뀌었다. 예이츠의 예언대로 이제는 어른에게 무조건 복종하던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아버지들이, 수많은 가부장이 귀를 기울이고 순종해야 할 때다. 그럴 수 없다면, 그럴 생각조차 없다면,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 창원시, 캄보디아에 ‘소방차’ 기증으로 해외시장 개척 발판

    창원시, 캄보디아에 ‘소방차’ 기증으로 해외시장 개척 발판

    경남 창원시는 우호도시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주에 소방차량 3대를 기증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 우호도시와 친선관계를 돈독히 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창원컨벤션센터 옥외전시장에서 열린 기증식에는 허성무 창원시장과 롱 디망쉬 주한 캄보디아 대사 등이 참석했다.창원시는 사용 연한 10년이 지난 물탱크 소방차 3대를 수리·도색해 시아누크빌 주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날 기증한 소방차 3대는 해상으로 운송해 이달 말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2017년 4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주와 우호도시 체결을 한 뒤 소방차량 무상원조를 비롯해 교류·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허성무 창원시장과 창원소방본부 관계자, 지역 기업인 등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수출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창원시는 사용 연한이 지난 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소방차 4대를 지난 9월 한국·몽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몽골에 무상 기증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시 제목도 집 이름도 ‘필경’… 원고지에 농사짓는 심훈의 삶 오롯이

    시 제목도 집 이름도 ‘필경’… 원고지에 농사짓는 심훈의 삶 오롯이

    심훈은 1930년에 ‘필경’(筆耕)이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당시 일제에 짓밟혔던 조선인들의 마음을, 원고지에 붓으로 논밭을 일구는 것으로 말하고자 했다. 이는 후에 심훈이 충남 당진으로 낙향해 지은 집 ‘필경사’의 당호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제 치하의 농민들의 현실을 필경하듯 지은 소설 ‘상록수’를 창작한다. 그는 어찌하여 시도 집도 모두 ‘필경’이라 칭했던 것일까. 게다가 또 무슨 이유로 당대의 인기 소설가이자 시인, 연극과 영화배우이면서 감독이고 시나리오 작가였으며 경성방송국의 아나운서이자 프로듀서, 신문사의 기자이기도 했던 팔방미남이 농촌 계몽 소설인 ‘상록수’를 썼던 것인가. 그 이유를 찾아 충남 당진에 있는 심훈의 필경사로 가 보았다.1901년 경기 시흥군 신북면 흑석리(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태어난 심훈의 본명은 심대섭이다. 1926년에 동아일보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필명인 ‘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흔히 수재들만 입학한다는 경성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갔지만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학교에선 퇴학을 당하고, 법원에선 6개월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그 당시 복역한 지 8개월이 지난 뒤였다. 출소 후 중국으로 건너가 연극과 영화를 공부했고 이때 단재 신채호, 석오 이동녕 등과 교류하며 조선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조선에 돌아와 최초의 영화소설을 썼고, 영화 ‘장한몽’의 이수일 역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기세를 이어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지만 심훈이 제작한 영화가 식민지의 현실을 그렸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이후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면서 시와 신문 연재소설을 쓰며 영화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울분을 토해 냈는데 이 역시도 일제에 의해 연재 중단 조치를 당하게 된다. 다시 식민지 조선의 처지를 암시했다는 이유였다. 연이어 1930년 3·1운동을 기념하고자 쓴 시 ‘그날이 오면’을 완성해 시집으로 출간하려던 계획 역시도 출간금지에 처하면서 무산됐다. 이때 출간하지 못한 시집은 심훈의 사후 13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왔다. 시집 ‘그날이 오면’의 이야기다.“삼십이면 선(立)다는데 나는 배밀이도 하지 못합니다. 부질없는 번뇌로, 마음의 방황으로, 머리 둘 곳을 모르다가 고개를 쳐드니, 어느덧 내 몸이 사십의 마루터기 위에 섰습니다. 걸어온 길바닥에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못한 채 나이만 들었으니 하염없게 생명이 좀썰린 생각을 할 때마다, 몸서리를 치는 자아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법 걸음마를 타게 되는 날까지의 내 정감의 파동은, 이따위 변변치 못한 기록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리라고 스스로 믿고 기다립니다.”(시집 ‘그날이 오면’의 머리말 중에서) 3·1운동 이듬해 경성방송국 문예담당 기자로도 입사했지만 사상 문제로 퇴직한 심훈은 아버지와 친척 일가붙이들이 살고 있던 충남 당진으로 낙향한다. 장조카인 심재영의 집에서 2년여간 기거하면서 필경사의 터를 닦고 집을 짓는다. 이후 필경사에서 쓴 소설 ‘상록수’가 1935년 동아일보사의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당선돼 그해 9월 10일부터 1936년 2월 15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소설가 심훈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언제나 푸르른 나무의 눈, 계몽 소설 ‘상록수’는 당진 부곡리에서 심재영이 벌이고 있던 야학운동과 공동경작회 활동을 토대로 경기도 반월면에서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다 요절한 최용신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에서 심재영은 박동혁으로, 최용신은 채영신으로 등장했다. 소설은 심훈이 조선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에 사측에서 벌인 문자보급운동을 소설의 첫머리에 두고 시작한다. 일제가 추진한 민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한글 교육이 금지되고 우리 민족에 대한 수탈이 강화되기 시작하던 그때, 농촌의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심훈은 이 소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소설은 채영신과 박동혁, 두 주인공이 만나 사랑을 하고 함께 계몽운동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중에서 박동혁과 채영신의 러브 라인만 심훈의 상상이고 그 외의 모든 정황들은 그 당시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 넣어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평을 듣는다.“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소설 ‘상록수’ 중에서) 심훈은 이렇게 빼앗긴 나라의 선각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불어넣어 농촌계몽소설을 썼고, 사람들이 앞다투어 읽기 시작했다.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동아일보의 판매 부수가 늘었고, 신문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판대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이야기는 소설가 심훈의 인기와 계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방증한다. 심훈은 동아일보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을 상록학원에 기증해 더 많은 사람들의 교육에 힘을 썼다. 1936년 상록수의 단행본 작업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 장티푸스에 걸려 서른다섯 해 짧은 생을 마친다.●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금메달과 호외 당진에서 잠시 상경했던 심훈은 때마침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소식을 전하는 신문의 호외를 접하게 된다. 너무도 감격에 겨웠던 나머지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호외의 뒤쪽에 썼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그 작품은 당진의 심훈기념관에 손기정의 우승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 중에서)●바다 옆에 놓인 심훈기념관 심훈이 일생 동안 부르짖었던 민족정신과 독립운동의 가치 그리고 농촌계몽운동의 산실인 당진의 필경사 주변으로는 심재영 고택과 심훈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그날이 오면’ 기념비와 심훈의 동상도 오롯하게 서 있는 곳이다. 심훈의 생전에는 필경사 바로 앞까지 바다였으나 간척사업으로 인해 개간된 이후로는 바다가 조금 멀어졌다고 한다. 필경사의 창은 바다를 향해 나 있는데, 그 안에 심훈이 썼던 책상이 보존돼 있다가 훼손이 심해지자 기념관 내부로 책상을 옮겼다.한때 교회로 이용되기도 했던 필경사는 유족들과 심훈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다시 본연의 필경사로 돌아왔다. 서른다섯 해를 살다간 그의 사후에 서른여섯 해의 두 배가 훌쩍 넘도록 이렇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널리 회자되는 것은 그의 다양한 활동만을 이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지녔던 민족성에 대한 고취,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 농촌계몽운동과 후학 양성에 힘썼던 일들과 그의 시와 소설이 만난 자리의 깊은 울림이 아닐까. 상록학원은 현재 상록초등학교가 돼 여전히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의 배움터로 남아 있다. 이것이야말로 상록수이자 심훈 정신의 발현이 아닐까. 한 글자씩 배운 글로 모두가 입을 모아 읽는 ‘그날이 오면’과 ‘상록수’ 그리고 심훈.바닷가 옆 필경사의 자리는 심훈만의 터가 아니라 누구의 말이든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받아 적는 모든 손길들이 주인인 곳이다. 누구든 와서 무엇이든 깨우치고 가는 자리, 그리하여 다시 이 자리는 이파리가 푸른 나무 밑에 앉아 어쩌면 아직도 오지 않은 ‘그날’을 헤아리며 하늘의 뜻을 받아 적는 자리인 당진 심훈기념관이다. 소설가 이은선
  • 가속 붙은 원전 수사… 백운규·채희봉 금명 소환

    가속 붙은 원전 수사… 백운규·채희봉 금명 소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주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에 성공하며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달 수사팀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하자 여권에서는 ‘정치적 수사’라며 공세를 펼쳐 왔다. 하지만 직무배제에서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영장 청구 의견을 전격 수용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며 수사에도 정당성이 부여된 모양새다. 수사의 물꼬가 트이면서 검찰의 칼끝도 ‘윗선’을 향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산업통상자원부 A국장과 B서기관의 신병을 확보했다. 지난 2일 검찰은 A국장과 B서기관, C국장(당시 과장급)에 대해 감사원법상 감사방해 혐의와 형법상 공용전자기록 손상,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4일 A국장과 B서기관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B서기관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문건 삭제와 관련해 “신내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 C국장의 영장은 기각했다. A국장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B서기관은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잡히자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이 수사를 현 정부 정책을 겨냥한 ‘정치 수사’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쳐 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야당 측 고발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하감”이라면서 수사에 날을 세워 왔다. 이에 대전지검은 “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에 관한 수사가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관한 수사”라고 반박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 왔다. 윤 총장은 당초 감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영장을 청구하려던 수사팀에 보완 수사를 지시했고, 직무배제에서 복귀하자마자 영장 청구를 전격 승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법원의 이번 영장 발부로 윤 총장과 수사팀에 수사의 정당성이 부여된 모양새가 됐다. 이에 검찰은 본격적으로 자료 삭제가 윗선의 지시인지 판별하기 위한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조만간 백운규(왼쪽)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오른쪽·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당시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의 조작 여부 및 관련 공무원들과 윗선의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파고다타운발, 경찰지구대발…” 코로나 ‘펑펑’, 주말 대입 시험도 시한폭탄?

    “파고다타운발, 경찰지구대발…” 코로나 ‘펑펑’, 주말 대입 시험도 시한폭탄?

    전국 곳곳에서 지뢰밭이 터지듯 “서산 경찰지구대발, 서울 파고다타운발…” 등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주 연이틀 논술·면접 등 대입 수시에 응시생이 대학에 대거 몰리면서 또다른 집단감염 시한폭탄이 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공대 등을 지원한 학생이 논술을 치르는 서울 성균관대 앞 도로는 시험 시작 한참 전부터 수험생 자녀를 태워온 학부모들의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5일에 이어 이날까지 교내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롱패딩과 핫팩으로 무장한 수험생들은 학교 정문부터 걸어서 이동했다. 수험생 이모(18)양은 “ 코로나가 걱정되지만 중요한 입시인데 안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학교 인근 편의점 등에는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다른 대학도 방역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충북대는 5~6일, 12~13일 나흘에 오전반·오후A반·오후B반으로 나눠 면접 수험생을 분산시켰다. 입실 때는 모든 수험생이 자가 문진표 작성, 발열 체크, 손소독, 2m 거리두기를 의무화하고 발열 수험생은 격리고사실에서 면접을 보도록 조치했다. 광주 조선대도 100개 고사실에 10명씩 인원을 나눠 밀집도를 낮췄다. 대학 관계자는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험생과 면접관의 대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문진표 작성, 입실 전 발열검사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각 대학마다 자녀를 따라온 학부모들은 출입이 제한돼 학교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모(47)씨는 “자녀가 시험을 보는 내내 차 안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수험생 박모(19)양은 “다음 주까지 계속 논술과 면접시험이 이어져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릴까 마음이 불안하다”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수시 전형을 앞두고 면접 시험을 비대면으로 급히 전환하는 대학도 많다. 청주 서원대는 면접 시험을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고, 전남대도 비대면 화상 방식으로 면접을 치르기로 변경했다. 주말 이틀 간 도시의 풍경도 한산했다. 평소 산책하는 시민들로 붐비던 부산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은 썰렁했고, 유성 맥줏집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전의 인근 현대 프리미엄아울렛도 평소 주말보다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능이 끝난 뒤 북적거리던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백화점 인근 번화가도 한산했다. 경기 의정부 행복로 등 전국 도심 극장가, 식당, 슈퍼카켓 등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는 이날 관광객이 1만명 안팎에 그쳐 지난달 주말(3만∼4만명)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코로나19 집단감염은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충남 서산시는 이날 서산경찰서 서부지구대 20대 A 순경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지구대를 폐쇄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지구대 32명 전 순찰대원을 자가 격리했고, 서부지구대 관할을 동부파출소에 맡겼다. 서울은 파고다타운발 확진자가 21명으로 늘었다. 최근 나흘간 1046명이 발생한 서울은 이날 0시 기준으로 현재까지 총 누적 확진자가 1만 205명에 달해 6월 말 인구 기준 10만명당 발생률이 약 105명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고위험지역이 됐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4일 온라인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는 18일까지 오후 9시 이후 상점, 영화관, PC방,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놀이공원, 이·미용업, 마트, 백화점의 문을 닫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30% 감축하는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포토] 마스크 쓴 ‘거인 산타’ 잠든 이곳은 어디?

    [포토] 마스크 쓴 ‘거인 산타’ 잠든 이곳은 어디?

    정부가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선사유적공원 진입로에 설치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에 산타 모자와 ‘참을 인(忍)’ 문구가 적힌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달서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스크를 쓰고 조금만 참자는 의미를 담아 ‘마스크 쓰Go, 성탄 조용히 보내Go, 내년을 기대하Go’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0.12.6 뉴스1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그리고 겨울/최하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그리고 겨울/최하림

    가을, 그리고 겨울/최하림 깊은 가을 길로 걸어갔다피아노 소리 뒤엉킨예술학교 교정에는희미한 빛이 남아 있고언덕과 집들 어둠에 덮여이상하게 안개비 뿌렸다모든 것이 희미하고 아름다웠다 달리는 시간도, 열렸다 닫히는 유리창도무성하게 돋아난 마른 잡초들은마을과 더불어 있고시간을 통과해 온 얼굴들은 투명하고나무 아래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저마다의 슬픔으로사물이 빛을 발하고 이별이 드넓어지고세석細石에 눈이 내렸다살아 있음으로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시간들이 가서 마을과 언덕에 눈이 쌓이고생각들이 무거워지고나무들이 축복처럼 서 있을 것이다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듯 무겁게내린다고, 어느 날 말할 때가 올 것이다눈이 떨면서 내릴 것이다등불이 눈을 비출 것이다내가 울고 있을 것이다 오래된 마을에 첫눈이 내릴 때, 마을의 낡은 지붕들과 나무들, 꽃이 진 화단 위에 누군가 커다란 붓으로 흰색의 페인트를 바르기 시작할 때, 우두커니 서 있는 교회당의 첨탑 위 붉은 십자가가 외롭게 반짝일 때. 골목 모퉁이 붕어빵을 굽는 이가 우두커니 하늘을 볼 때, 연인들이 붉은 벙어리장갑 안에 함께 손을 넣을 때, 서로 만난 손가락들이 꼼지락거릴 때, 허리 굽은 한 사람 눈밭 위에 구둣발로 쓴다. 미안해 사랑해.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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