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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 非朴4인 ‘정권 재창출’ 힘 모은다

    朴 - 非朴4인 ‘정권 재창출’ 힘 모은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경쟁한 비박(비박근혜) 경선 주자 4명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박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과 오찬을 나누며 “경선도 끝났으니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도록 네 분이 힘이 돼 주시고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김 지사 등도 이를 받아들였다.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배석한 이상일 대변인이 전했다. 임 전 실장이 “밥을 많이 먹으면 일이 된다.”고 분위기를 띄우자 박 후보는 “매일 뵙다가 며칠 만에 보니까 이산가족 재회하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곧 만들어질 국민행복위원회에서 안 전 시장이 가계 부채 분야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자 안 전 시장은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남북 관계 네트워크 분야에서 조언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경선 때 박 후보가 미워서 한 얘기가 아니고 실제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이라며 “오늘도 경선 때 쏟아진 얘기를 박 후보가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표시의 자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 지사는 회동 후 어떤 부분을 돕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지사직으로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은 다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이재오·정몽준 의원을 어떻게 끌어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정 의원은 박 후보의 협조 요청시 입장에 대해 “역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당원으로서, 전직 당 대표로서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울, 복지·서민경제·주거에 힘 싣는다

    서울시에 인권과 권익 증진을 담당하는 인권담당관이 신설된다. 또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 학대 논란 이후 동물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도 생긴다. 시는 올해 초 발표했던 ‘희망서울 시정운영계획’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2단계 조직 개편안을 5일 발표했다. 개편안은 1단계 개편의 기본 틀인 5실 4본부 5국을 유지하면서 경제·복지·주거재생 등 시정 핵심과제 추진 조직을 보강했다. 우선 박원순 시장의 핵심 정책인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장애인복지과를 장애인복지정책과와 장애인자립지원과로 확대 개편한다. 또 인권담당관과 노동정책과를 설치해 시민 인권, 노동자 권익 보호를 지원하고, 적극적인 동물보호, 동물보건 정책을 위한 동물복지과를 복지건강실 산하에 설치한다. 경제 지원을 위해서는 소상공인지원과를 신설해 소상공인, 자영업체 자생력 키우기에 나서고, 생활경제과는 민생경제과로 재편해 서민경제 지원 업무를 강화한다. 또 공동주택과를 신설하고 기존의 공공관리과를 재생지원과로 확대 개편해 임대주택 업무, 뉴타운 대안 마련에 힘을 모은다. 아울러 시는 기존의 순환보직제는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업무 일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무사무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중 서울시 신청사 본관에 문을 여는 서울도서관도 정규 조직화된다. 조직 개편안은 다음 달 시의회 의결을 거쳐 10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건 Inside] (39)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영화같은 한밤중 정신병원 탈출 사건

    [사건 Inside] (39)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영화같은 한밤중 정신병원 탈출 사건

     호송버스에 탄 죄수들이 갑자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를 제지하려는 교도관들과 죄수들이 한데 뒤엉키며 버스 안은 난장판이 됐다. 소동은 운전석까지 번져 결국 버스가 전복됐다. 이 틈을 타 죄수들은 탈출에 성공했다.  1993년 개봉한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도망자’에 나온 탈주 장면이다. 오래 전 봤던 이 영화의 장면을 떠올린 A(41)씨는 자신이 수용된 경남 양산의 한 정신병원 침대 위에서 중얼거렸다.  “그래. 이 방법이 있었구나.”  A씨가 여기에 입원한 것은 자기 뜻이 아니었다. 부모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입원하게 된 것이다. ‘환자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보호자가 정신과 전문의의 동의를 얻어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는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한 것이었다. A씨는 줄기차게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내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과 가족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빠져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탈출을 하려면 동료가 필요했다. A씨는 인격장애 판정을 받은 동갑내기 B(41)씨, 알코올중독으로 들어온 C(57)씨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3월 비슷한 시기에 입원했다. A씨와 B씨는 동갑내기에 인격장애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을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부모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A씨처럼 B씨도 어머니와 누나를 괴롭혔다. C씨는 홀어머니와 살면서 술만 마시면 가족을 괴롭혔다. B씨와 C씨도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붙들려왔다.  세 사람은 함께 장기를 두거나 고스톱을 치며 붙어다녔다. A씨는 세 명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 ‘학사’로 불렸다. 그만큼 그에 대한 친구들의 믿음도 두터웠다.  ●치밀하고 조직적인 사전계획이 만든 ‘정신병원 탈출사건’  “오늘 저녁에 나가자. 작전대로만 따라하면 돼”  5월 27일 오후 2시 폐쇄병동 휴게실에 세 남자가 모였다. A씨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6층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폐쇄병동은 이중 출입문에 창문에도 방범창이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24시간 보호사가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탈출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요새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몇달 동안 도망칠 궁리만 한 A씨의 머릿속에는 계획이 다 짜여 있었다.  A씨는 탈출의 핵심도구인 수면제와 도주용 차량, 자금의 확보를 맡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병원에서 나눠주는 수면제를 삼키는 척한 뒤 뱉어 차곡차곡 모았다. 환자 비상연락용 공중전화로 친구에게 차와 돈 40만원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B씨에게는 투명 테이프를, C씨에게는 압박 붕대를 챙기도록 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은 이들은 미리 챙겨둔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커피에 탔다. 너무 많은 양을 넣지 않는 게 중요했다. 아예 곯아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정도로만 만들어 놔야 주위의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수면제를 탄 커피는 이날 당직 보호사 D(40)씨에게 건네졌다. “피곤하실텐데 드시라.”고 했다. 다들 퇴근하고 혼자 일을 해야 하는 D씨는 아무 생각없이 커피를 마셨다.  밤 11시. 작전이 시작됐다. A씨와 B씨가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첫번째 단계였다.  “여기 싸움이 났어요. 빨리 와 보세요.”  C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호사를 불렀다.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신 D씨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병실에 들어섰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세 남자의 공격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D씨는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제압당했다. A씨 일당은 D씨를 간이침대에 눕히고 투명 테이프와 전화기 선 등으로 꽁꽁 묶었다. 압박 붕대로 입도 막았다.  이들은 입원할 때 보관해둔 사복으로 갈아입고 D씨의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이중 출입문을 열고 정문을 빠져나갔다. 병원 뒤에는 A씨의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부산 동래구의 번화가로 이동한 이들은 친구가 가져온 40만원을 3등분했다.  ●영화 같은 탈출, 하지만 그 끝은…  “자 이제 각자 갈 길을 갑시다. 형님은 어디로 갈거요?”  세 사람은 그 길로 헤어졌다. A씨는 “왜 나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넣었는지 아버지에게 따져봐야겠다.”며 떠났다. B씨는 “낚시나 해야겠다.”고 했고, C씨는 알코올 중독자답게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병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망자들의 집 주변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꼬리가 밟힌 것은 C씨였다. C씨는 소주를 마시면서 고향인 밀양시로 향했다가 탈출 하루 만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C씨의 진술에 따라 A, B씨의 행적을 추적해 나갔다. B씨는 경남 김해시의 한 저수지 낚시터에서 노숙을 하다 이틀 만에 검거됐다.  탈출 전반을 기획한 ‘브레인’ A씨는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경남 창녕군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대전, 수원 등지를 떠돌았다. 하지만 A씨도 탈출 1주일 만인 지난달 2일 아버지의 집에 갔다가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붙들렸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이들을 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두 명이 정신병원을 빠져나가 주변을 배회하다 잡힌 경우는 봤어도 이번처럼 치밀하게 준비한 탈출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A씨 일당의 정신병원 탈출기는 마치 한편의 영화 같았다. 하지만 A씨가 힌트를 얻었던 ‘도망자’에서도 그랬듯 탈출보다 어려운 것이 도피라는 점을 간과한 이들의 끝은 영화와는 너무 달랐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K리그 올스타전] 올스타전 말말말

    ●거스 히딩크 러시아 안지 감독 파티는 끝났다. 다들 만나서 반갑고 기뻤다. 10년 전 기억을 아름답게 가져가길 바란다. 좋지 않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줘 고맙다. (박지성이 안겼을 때) 10년 전과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년 전 멤버가 다시 모여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안정환(K리그 명예홍보팀장) 형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 당시 안겼던 히딩크 감독의 품은 상당히 포근했는데 오늘은 ‘왜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따뜻한 품이 아니더라. ●신태용 성남 감독 2002년에 4강에 오른 이유를 잘 보여 줬다. 시야나 활동 반경, 패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홍명보, 황선홍 형이 “살살해. 그만 좀 괴롭혀.”라고 하더라. 2002 멤버가 잘 준비했지만, K리거들이 더 잘 준비했다. 비오는 날 ‘팀 2012’가 약속대로 혼내 준 한판이었다. ●이동국(전북) 오늘 경기장에 와서 골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딱 3개 만들었는데 전반에만 3골을 넣어서 하프타임 때 급하게 2개를 더 만들었다. 5개가 최대였는데 여섯 번째 골을 넣었을 땐 할 게 없었다. MVP는 2002멤버 중에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받아 의외였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당시의 환희와 감동을 되살리면서도 볼거리를 제공한 것에 만족한다. 경기 전엔 지성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미안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득점까지 해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로 2012에서 본 발로텔리의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퍼포먼스도 보여 주고 싶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 힘들어 못하겠더라. 넣으라고 자꾸 공을 주는데 넣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재미는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K리그 선수들도 팬들이 그렇게 축구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골은 김용대가 끝났다고 그냥 먹어 준 거다. 최병규·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하반기 부동산시장 기상도…매매, 여전히 흐림 · 전세, 안정세 지속

    하반기 부동산시장 기상도…매매, 여전히 흐림 · 전세, 안정세 지속

    주택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문가들이 내놓은 ‘6월 이후, 늦어도 연말까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올 주택시장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과연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까지 올해 아파트 매매시장은 전국적으로 0.87% 하락했다. 서울(-1.79%), 신도시(-1.74%), 수도권(-0.82%) 지역의 하락폭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오히려 커졌다. 지방(0.66%)과 광역시(0.04%)는 오름세가 지속됐으나 가격 상승폭이 줄어 전국 아파트값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 이끌 만한 시장의 힘 소진” 올 하반기 주택시장의 기상도도 여전히 흐리다. 침체국면 속에 지역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안성, 평택, 아산 등 산업단지와 연계된 복합도시와 세종시, 혁신도시가 지방의 집값 상승을 이끌어 서울 지역과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인기상품으로는 여전히 소형주택과 역세권 오피스텔, 단독주택지, 단지 내 소액상가 등이 꼽혔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당초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주택시장을 예상했으나 유로존 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내부적 요인뿐 아니라 외생변수가 불안해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반기 집값이 보합세를 띠거나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꺾인 수요심리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젊은 층은 여전히 구매력이 부족하고 공무원들은 하반기부터 세종시와 지방 혁신도시로 빠져나가는 등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 만한 시장의 힘이 소진됐다.”면서 “정부가 하반기에 내놓을 1~2차례의 부동산대책은 하락폭을 둔화시켜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수도권 집값 1% 안팎 하락”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서도 수도권 집값은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와 국회의 규제완화 법안 처리 지연 등으로 1% 안팎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거래·가격·분양 등에서 혼조세를 띠는 가운데 가격 상승 요인보다는 하락 요인이 더 많다.”면서 “거래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형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1, 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중소형 주택 선호현상과 지방 분양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경기회복이 선행되지 않으면 구매심리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유로존 위기나 국내 거시경제 환경 외에도 연말 대선효과나 서울시의 뉴타운·재건축 정비사업 규제 변화 등 시장에 미칠 이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울산·경산 등 국지적 전세난 예상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향후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은 지역별 차별화, 거래안정, 일관성 등 세 가지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며 “일관성을 지니지 못해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을 키우면 정책 효율성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한 가운데 재건축 이주 수요가 급증하는 수도권 일부지역과 매매가 상승세가 높은 대구, 울산, 경산 등에서 국지적 전세난이 올 것으로 예상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와 통합의 의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와 통합의 의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그 영향이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이 전문가들에 의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모든 것이 수치와 결과로만 평가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유럽통합의 근본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유럽통합은 시작 단계부터 경제뿐 아니라 분명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재의 유럽 위기를 단순히 금융 차원을 넘어 보다 객관으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유럽의 통화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상 가능했었다. 유로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같은 위기는 유럽연합(EU)의 현 체제 하에서는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순전히 경제와 통화의 이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유로는 이미 단일화폐로서 존재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사라질 경우 미칠 전 세계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니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유로화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아직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의 위기는 단순한 금융위기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심화와 확대의 양방향으로 꾸준히 통합을 지향해 오는 과정에서 유럽통합의 안정적 운영과 내부 결속을 위한 적절한 제도 개선을 통한 심화보다는, 여러 정치· 경제적 이유로 회원국의 숫자를 늘리는 확대가 성급히 진행되면서 벌어진 간극이 지금의 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유럽연합이 겪고 있는 위기는 상황적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통합을 위한 강한 의지와 상호 양보가 필요하다. 초창기 유럽통합의 선구자들이 꿈꿨던 유럽합중국과 같은 보다 높은 단계의 통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보다 많은 주권을 EU로 이양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 요구된다. 1957년 로마 조약으로 유럽공동체가 탄생한 이래, 유럽통합은 단 한번도 유유히 흐르는 큰 강처럼 순탄하게 진행된 적이 없다. 무수한 위기와 그로 인한 해체의 위기를 용케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우선 1, 2차 세계대전의 진원지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했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다음으로 비전을 지닌 훌륭한 정치 지도자들의 시의적절한 역할을 들 수 있다. 외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유럽 내부의 결속을 가능케 했다. 지금 유럽은 통합이 시작된 이래 가장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유럽통합이 깊숙이 진행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단순히 자유무역 정도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구조적 위기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통합은 지금까지 역사에서 단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다. 전통적인 통합 방식인 힘에 의한 지배나 언제 깨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롭고 불안한 힘의 균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협의와 양보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새롭고도 바람직한 인류 발전의 모델을 유럽통합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통합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아시아를 비롯한 그 밖의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고 믿는다. 오는 28~29일로 예정된 유럽 영수회담은 그 어떤 영수회담보다도 유럽통합의 장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연방제와 같은 보다 높은 단계의 통합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었던 공존의 통합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진행형의 역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인가 하는 진실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적 통합도 과감하게 이뤄져야 하고, 유럽 차원의 대량 자금 투입이 있어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 통폐합 주도권 잡기… 지자체 전운 고조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 의해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지자체들 간에 주도권을 둘러싸고 힘 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통합 방법이나 통합 지자체 명칭, 통합청사 위치 등을 놓고 ‘소리 없는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인천시 동구는 인천의 8개 자치구 가운데 면적과 인구가 제일 적어 중구와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자존심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인천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담긴 지역인데, 구도심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통폐합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19일 “동구는 인천의 발상지이자 민중의 뿌리인데 단순히 인구가 적다고 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인구 위주의 행정개편을 비판했다. 반면 중구 측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내년 1월이면 영종하늘도시에 2만 5000명이 입주해 인구가 12만명에 달하는 데다, 재정자립도가 56%로 동구(37%)보다 월등히 높다. 나봉훈 중구 부구청장은 “두 지역의 생활문화권은 거의 같다.”면서 “굳이 통합을 안 해도 되지만 하게 되면 중구로의 흡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통폐합 대상인 중구와 남구 모두 반발하고 있다. 중구는 인구·면적만을 통합 원칙으로 삼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유동인구나 관광객이 많은 중구는 특별구로 특화시키는 게 세계적 추세와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구는 통폐합은 행정 효율성과 복지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구 전체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구 관계자는 “인구는 적지만 도심 유동인구가 많은 중구와 노후주택이 많은 남구는 도시특성상 통폐합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 중·동구와 수영·연제구 모두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 의견 수렴이나 동의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의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우 홍성군과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통합에 찬성하는 반면, 예산지역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충남도청이 이전할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도권 싸움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포시는 홍성·예산 경계에 있지만 홍성읍에서는 4㎞, 예산읍과는 20㎞ 떨어져 있어 두 지역 통합 시 자연히 홍성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홍성군은 2009년 처음 통합론이 대두됐을 때부터 발빠르게 움직인 반면, 예산군은 통합에 미온적이다. 전남 광양만권 3개 도시도 복잡하다. 여수시와 광양시가 적극적인 반대 입장인 데 반해, 순천시는 찬성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수와 광양은 3개 시가 통합될 경우 중간지점에 위치한 순천시만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여수시의회와 광양시의회가 통합에 대한 강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통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진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한 듯 통합 대상 자치구 등을 여론조사 실시 예외지역으로 결정하는 등 갈등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입안 과정에서 관련법에 따라 주민투표 또는 지방의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해 지자체 통폐합에 따른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마스터스 대박 비결? “하늘의 별 따게 하라”

    마스터스 대박 비결? “하늘의 별 따게 하라”

    작은 골프공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곳…. 세계 최정상급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리는 조지아주 오거스타시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얘기다. 매년 4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는 ‘4월의 광란’이라 불릴 만큼 세계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호황을 누린다. 이 작은 도시의 인구(20만명)보다 많은 사람이 외부에서 몰려들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기간 오거스타에 있는 자가용 비행기 전용 공항 4곳은 갑부들을 태우고 온 경비행기들로 늘 만원이다.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 정도가 마스터스 기간에 오거스타를 방문한다고 한다. 고급 레스토랑들은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고, 인근 골프장들의 그린피도 평소보다 5배 이상 오른다. 미 언론은 올해도 마스터스로 창출된 경제 가치가 1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오거스타의 실업률이 4월에 가장 낮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4월의 광란을 가져오는 비결은 ‘희소가치’다. 마스터스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것은 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300여명의 회원만 라운딩이 가능하다는 폐쇄성이 골프광들의 갈증을 부채질한다. 회원권을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을뿐더러 결원이 생긴다 하더라도 회원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신규회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할 수 없고, 그래서 돈 많고 힘 있는 골프광일수록 ‘마스터스 열병’에 걸린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이 골프장 회원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한 명뿐이었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가 마스터스 기간에 인근 골프장에서 ‘한풀이 골프’를 쳤다더라.”는 소문이 연례행사처럼 들리는 것도 마스터스 열병 증세다. 조지아주와 오거스타시 당국의 마케팅도 철저히 희소성의 원칙에 입각한다. ‘조지아 레드 카펫 투어’는 마스터스 기간 동안 소수로 제한한 대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마스터스 대회 관람과 인근 골프장 라운딩을 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UPS와 스프린트 등 27개사 대표를 초청했는데, 투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투자 상담과 직원 채용 협상이 진행된다. 크리스 클라크 조지아주 상공회의소장은 현지 언론에 “지난 15년간 이 프로그램으로 조지아주에서 1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박원순 ‘민주 품으로’… 야권 연대 힘 실리나

    박원순 ‘민주 품으로’… 야권 연대 힘 실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박 시장의 입당으로 광역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지역은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 인천, 광주,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남 등 9곳으로 늘어났다. 박 시장의 입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주도했던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노동·시민단체의 1단계 야권 통합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의미가 있다. ●1단계 야권통합 마무리… 공천혁명 주문 박 시장 입당으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포함한 2단계 야권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자신을 지지했던 시민단체나 통합진보당 측을 의식한 듯 “민주당이 더 양보해서 야권 연대의 감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통 크게 더 많이 양보하고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박 시장은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하자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민주당의 혁신과 공천혁명 필요성, 새 인물 추가 수혈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개혁과 쇄신, 혁신과 통합에 민주당이 인색한 게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에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공천혁명을 주문했다. 이날 발언으로 볼 때 박 시장은 앞으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작업에 우선적으로 힘을 보탤 것 같다. 민주당이 자만하는 기색을 보일 때는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는 한층 원활한 관계를 맺을 전망이다. ●“안철수도 黨들어와 함께 정치 바꿨으면” 박 시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영입을 주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오늘 입당했는데 그런 말 하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 때 자신을 지지한 점 등을 들며 “원칙적으로 안 원장 같은 분도 민주당에 와서 함께 경쟁하고 정치를 바꿔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청사에서 가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 문제에 대해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제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을 용서하겠다. 시민이 심판해줄 거라고 믿는다.”면서 의혹을 확대·재생산한 모든 이들을 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용석 용서… 의료정보 누출은 엄단” 박 시장은 그러나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의료 정보와 기록이 노출된 경위는 책임지고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 의료정보나 기록이 무차별적으로 유출돼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춘규 선임기자·정현용기자 taein@seoul.co.kr
  • [2012 여수세계박람회] 106개국·10개 국제기구 참가 명실상부 세계의 축제로 뜬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106개국·10개 국제기구 참가 명실상부 세계의 축제로 뜬다

    여수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성공 개회를 염원하는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이 80일도 남지 않았다. 10개 국제기구와 106개국이 참가하는 엑스포는 오는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간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 일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조직위원회는 차질 없이 엑스포를 치르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막바지 준비 상황을 점검해보고 다양한 주최국 전시관과 참여 전시관을 미리 살펴봤다. 볼거리 외에 주변 관광지와 먹을거리도 알아봤다. 엑스포 성공을 위해 함께 뛰는 우리 기업들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도 들어봤다.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이준희(64) 정부대표는 차질 없이 개막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대표는 러시아, 체코, 스웨덴 대사를 지낸 해외 전문가답게 참가국을 지원하고 나라 간 회담 개최 등의 국외업무를 전담하며 엑스포 성공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강동석 여수엑스포조직위원장과 동급인 이 대표에게 추진 결과를 들어봤다. →참가국 유치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동안의 성과는. -106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가한다. 목표했던 100개국 유치는 지난해 9월 조기 달성했는데 이후에도 참가가 이어져 고무적이다. 지난주에는 엑스포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참가를 결정했다. 세계 경제 위기로 각 나라가 긴축 재정을 펴고, 가까운 중국에서 2010년 상하이박람회를 개최한 점을 감안하면 참가국 유치 성과는 만족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유치국 숫자보다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수준 있는 해양 관련 전시 연출이 가능한 국가를 다수 유치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여수엑스포는 5대양 6대주 국가들이 고루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박람회가 될 것이다. →유치하기 어려웠던 나라와 참가하지 못해 아쉬운 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나라는 호주다. 주호주 대사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주한 호주 대사 면담, 고위급 양자회담 요청, 고위 인사 명의의 참가 권유 서한 등 다양한 경로로 참가 유치 활동을 전개했지만 쉽지 않았다. 호주 측에서 재원 마련 곤란 등의 사유로 참가 결정을 미뤄 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줄리아 길라드 총리에게 권유해 호주 정부가 전격적으로 참가를 결정하게 됐다. 지금은 매우 열심히 준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아쉬운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런던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엑스포 참가가 곤란하다고 알려왔다. 전통 해양 강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불참은 다소 아쉽다. →참가 유치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독일은 참가 요청을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2009년 7월 엑스포 참가 유치 교섭차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는데, 파펜바흐 경제기술부 차관이 즉석에서 결정해줬다. 참가할 거라 믿었지만 개최 3년이나 앞서, 그것도 유치 교섭 현장에서 참가를 결정한 것은 의외였다. 참가 요청한 뒤 통보받기까지 수개월, 수년이 걸리는데 독일은 여수엑스포의 주제가 매우 시의적절하고 흥미롭다면서 흔쾌히 참가를 결정했다. 독일의 이례적이고 우호적인 사례가 다른 국가의 유치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선진국 참여는 어느 정도인지.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주요 해양 선진국은 대부분 유치했다. 역대 엑스포와 비슷하다. 하지만 선진국만 좋은 전시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스리랑카 등은 개발도상국이지만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해양 국가의 면모를 알리겠다는 의지가 높고 개별관을 배정받는 등 적극적이다. 또 투발루,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도서국들은 해양과 관련해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국가다. 이들 국가가 의미 있고 수준 높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세계박람회기구(BIE) 관례에 따라 공동관에 참가할 수 있게 조직위에서 일정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 →참가국들은 어떤 전시를 선보이나. -지난해 11월 국제관 전시관을 인계받고 전시 물품 반입과 공사를 시작했다. 참가국들은 최대 전시장인 국제관을 쓰는데 106개 국가가 3개 대양별로 배치된다. 국가마다 색다른 해양 문화·풍물·기술을 소개하고 기념품을 전시한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의 극복 과정, 네덜란드는 물 관리 노하우, 이탈리아는 크루즈 선박 등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뿐 아니라 각국의 문화 공연(국가의 날)과 터키 케밥, 벨기에 와플 등 음식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정부대표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 -말 그대로 ‘한국 정부의 대표’다. BIE 일반 규정에 따라 주최국은 조직위원장과 별도로 엑스포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외적으로 정부를 대표하는 정부대표를 임명해야 한다. 그동안 주로 국제관 전시에 참가할 해외 국가 유치 활동에 힘을 기울여 유치 교섭을 위한 해외 출장, 주한 대사들과의 면담 등을 해왔다. 참가국들이 박람회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독려하는 일도 시작했다. 엑스포 기간에 참가국들의 전시구역 정부대표 회의 개최를 주관하며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느끼는 그대로 거짓 없이 도전하는 나의 피아노

    느끼는 그대로 거짓 없이 도전하는 나의 피아노

    “연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연주자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 그대로 연주에 드러나게 돼 있죠. 그렇기 때문에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13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백혜선(47)씨는 자신의 공연에 대해 이렇게 에둘러 말했다. 그는 새달 27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3년 만에 갖는 독주회다. # 힘 있는 건반, 하지만 절제미를 공연 프로그램을 들춰 보니 프랑스의 향내가 물씬 풍긴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영상’으로 시작해 메시앙의 ‘비둘기’와 ‘꾀꼬리’로 이어진다. 2부에서는 쇼팽(폴란드 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했다)의 전주곡 24개 전곡을 들려준다. “올해가 드뷔시 탄생 150주년인 터라 기념 공연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프랑스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 그런 이유라면 1부 마지막 프로그램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보통 베토벤 소나타는 우락부락하거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이 소나타는 절제미와 서정성이 살아 있죠. 모든 것에서 벗어난 음악이라고 할까요.” 덧붙이자면 이 소나타는 베토벤이 작품활동 후기에 만든 것으로 ‘최후의 3부작’(30~32번) 중 하나다. 베토벤이 이전에는 병마와 투쟁을 하듯 작품을 썼다면, 이 작품들에는 인생을 달관하고 명상하는 느낌을 담아냈다. 어찌 보면 그동안 그가 걸어온 길과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그는 29살이 된 1994년 한국 국적을 가진 연주자로서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했고, 그 해 서울대 음대에 교수로 임용됐다. 10년이면 교수직에 안착했을 법도 한데, 2005년 돌연 학교를 떠났다. 연주 활동에 더 매진하고, 피아니스트로서 인정을 받겠다는 의지였다. 미국 뉴욕으로 터를 옮겨 오로지 실력 하나로 도전을 거듭했다. 왜 뉴욕이었을까. “일단 시간이 자유롭고요(웃음).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거든요. 숨어 있는 공연이 많고, 그만큼 다양한 예술가들이 있어 여러 가지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문화적 공기를 들이켜기에 최적의 장소였죠.” 이런 도전은 빠른 속도로 열매를 맺었다. 클리블랜드 국제콩쿠르, 호넨스 국제 피아노콩쿠르 등 유수의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고, 하트포드 대학교 음악과 교수, 대구카톨릭대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매년 여름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축제인 인터내셔널 키보드 앤드 인스티튜트 페스티벌(IKIF)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올해까지 벌써 5년째이다. 매해 2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음악제에서는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30대 백혜선’은 굉장히 힘 있고 강렬한 연주자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묻자 “그 힘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 자유도 고통도 음악에 담고 싶다 “굳이 달라졌다면,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겪었던 어려움이나 자유로움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고요. ‘1인 24역’을 해야 하는 쇼팽 전주곡 전곡 연주나, 절제미가 돋보이는 베토벤 소나타에서 그것을 보여 드릴 생각입니다.” 백혜선 리사이틀은 서울 공연에 앞서 21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2일은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29일 대구수성아트피아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3만~7만원. 1577-526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뮤지컬 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명불허전(名不虛傳). 공연시간 1시간 40분 내내 무대에 울려 퍼진 54곡의 아름다운 선율은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고, 배우들의 힘 있고 세련된 춤은 관객의 눈을 매료시켰다. 6년 만에 한국을 찾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의 공연은 한국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이한 점은 오리지널팀의 공연이지만 대사를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한다는 점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방인이자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놓고 벌이는 세 남자의 각기 다른 사랑을 그렸다. 곱추인 데다 추한 외모를 지녔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노트르담 성당의 주교라는 신분에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욕정에 들끓다 결국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프롤로‘, 두 여자 사이에서 사랑을 저울질하는 파리시의 근위대장 ‘페뷔스’,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들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관객의 감정선을 공연 내내 쥐락펴락하며 집중하게 만든다. 1막은 거리의 음유시인이자 작품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그랭구아르’의 서곡 ‘대성당의 시대’로부터 시작된다. 국내 뮤지컬 팬층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순간’ 만큼이나 유명한 곡이기에 영어 버전의 노래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노래 자체가 지닌 힘은 물론이거니와 배우들의 폭풍 성량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특히 콰지모도 역의 맷 로랑의 목소리는 굉장히 개성 있고, 특유의 폭발적인 힘을 지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그의 가창력은 사랑하는 여인, 에스메랄다의 죽음을 알게 된 뒤 슬픔과 괴로움에 휩싸여 애끓는 목소리로 복잡한 감정을 쏟아내는 2막의 하이라이트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서 절정에 달한다. 관객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할 만큼 감정 전달이 훌륭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은 여타 뮤지컬 작품들과 달리 댄서와 가수의 구별이 뚜렷하다. 그래서 배우들의 수준급 춤솜씨도 인상적이다. 특히 에스메랄다의 오빠 ‘클로팽’과 도시의 불법체류자들(남녀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군무와 합창의 조화는 작품의 무게감을 더해 준다. 흰색 장막을 사이에 둔 액자 구도 형식은 잔잔한 무대 영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성당이 지닌 특유의 신비감을 살리는 데 액자 구도 형식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무대 세트가 석고상과 철제 감옥이 전환되는 것 외에 거의 없어 절제미가 살아 있다. 서울공연은 오는 2월 19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무대에서 열린다. 지방공연은 3월 1~4일 성남아트센터, 8~1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15~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한다. 6만~20만원. (02)541-6236.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전경련 “경제안정 도움” 상의 “국정방향 적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새해 국정운영방향으로 안보와 경제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비쳤다. ●“FTA 지원·중기활용 제고 환영” 전경련은 “우리 경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사회가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은 우리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완화시키고 경제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신성장 동력산업 투자와 해외 자원개발 등 우리 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고교졸업자 채용 확대 등 청년층 실업 해소에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회생·일자리창출 매진해야”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새해 경제분야 국정 목표를 ‘서민생활 안정’에 두고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제도 개선 등을 언급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물가 관리와 함께 기업의 성장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반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양대 선거로 인한 인기 영합주의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과 일관성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중심을 잡아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 민관 합동 자유무역협정( FTA) 지원체제를 통한 중소기업의 활용도 제고 등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계획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무역 2조 달러,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장산업 육성책에 공감”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면서 “힘들 때일수록 각 주체가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물가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슬리핑 뷰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슬리핑 뷰티’

    제인 캠피온이 호주 단편영화 감독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하는 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수훈이 컸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쯤에서 뒤를 이을 여자 감독이 필요했을 터. 근래 칸영화제 측은 영국 여성 감독 안드레아 아널드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널드의 영향력은 기대에 못 미쳤고, 더군다나 그들은 그녀보다 더 주목받고 있던 미국의 켈리 리처드를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했다. 칸영화제 측이 호주의 줄리아 리를 발굴하고 나선 데는 그런 사연이 숨어 있다. 20일 개봉한 ‘슬리핑 뷰티’는 ‘헌터’라는 소설로 영미권에서 일찍이 인정받은 여류 작가의 데뷔작이다. 후배 감독의 원군으로 나선 이는 다름 아닌 캠피온이다. 또한 ‘슬리핑 뷰티’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중 가장 낯선 작가의 작품이다. 루시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실험실에 들러 임상시험에 지원하고, 학교 강의를 들은 다음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 밤에는 고급 바에 나가 낯선 남자의 초대에 응한다. 아침에 귀가하면 그녀는 집을 나눠 쓰는 친구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월세와 청소를 두고 채근한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햇살 아래 수면을 취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보조일을 하러 나간다. 알코올 중독인 엄마의 뒷바라지와 학업 때문에 일과 일 사이로 이동하는 기계다. 그러던 중 비밀 클럽에서 일자리가 들어온다. 루시의 외모와 태도에 흡족해진 클럽의 운영자는 또 다른 서비스를 의뢰한다. 한숨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면 되는 일이라는 말에 루시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한다. ‘잠자는 미녀’의 반대말은 ‘잠에서 깨어난 미녀’가 아니다. 존 워터스의 영화 제목인 ‘암컷 말썽쟁이’(Female Trouble·1975)야말로 적절한 반대말이 아닐까 한다. 동화에서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종종 잠든 채 남자 주인공과 대면한다. 왜 잠자고 있을까. 아니, ‘왜 그녀가 잠자고 있기를 바라는 걸까’가 더 맞는 질문일 게다. 잠이 든,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는 남자의 야비한 욕망이 반영된 존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각색한 ‘토니 타키타니’를 예로 들어보자. 남자는 자신의 고독을 일깨워준 여자와 결혼한다. 그녀는 패션과 쇼핑에 미친 여자였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그가 ‘그 옷들이 다 필요할까?’라고 묻자, 남편을 사랑했던 여자는 욕망을 억압하다 사고로 죽는다. 이렇듯 남자는 자기 머리에 맞춘 상상의 여자를 소원하고 사랑한다. ‘슬리핑 뷰티’의 노인들도 잠자는 루시를 보며 각자의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몸을 가지고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한 노인은 아름다움에 취하고, 한 노인은 거친 말을 내뱉고, 한 노인은 힘 자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슬리핑 뷰티’는 이상한 하녀 이야기이자 폭력적인 희생 의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남자 중 누구도 그녀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루시가 감정을 드러내는 대상은 한 사람뿐이다. 남자들은 그녀의 아주 작은 부분조차 소유하지 못하며, 종속적인 삶에 끌려다니는 듯했던 그녀는 기실 독립된 존재다. ‘슬리핑 뷰티’는 여자를 손에 쥐고 싶은 남자를 서늘한 얼굴로 조롱하는 작품이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가 오래 찍기로 포착한 정갈한 화면과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묘사는 얇게 화장한 여자의 담백한 얼굴과 닮았다. 영화평론가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0)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0)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오고 가는 계절이야 어쩔 수 없지만, 갑작스레 차가워진 바람은 근심을 불러온다. 한창 단풍 드는 나무들의 안부를 걱정하게 되는 찬바람이다. 도심의 나뭇잎에도 붉고 노란 물이 제법 올라왔다. 소슬바람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더 그리워진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사람의 마을에 가을의 시를 한 행씩 채우는 중이다. 이처럼 단풍 빛 짙어지는 가을에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소나무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초록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단풍이 더 짙어지면, 홀로 뿜어내는 소나무의 푸른 기개는 절정에 이를 게다. 가을과 겨울은 분명 소나무의 계절이다.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가 이 땅에 한 편의 시를 남길 차례다. 글 사진 울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뻗어 나온 모든 가지 낮게 늘어뜨려 경북 울진군을 대표할 만한, 조금은 별나게 생긴 소나무를 찾아 나선 길을 이종주(56) 시인과 함께했다. 달포 전에 울진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시인은 곧게 뻗어 오른 금강송의 푸른 기개에 온통 넋을 빼앗겼다고 했다. 그에게 금강소나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 나무를 보여 주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하늘로 솟구치는 생김새인데, 이 나무는 거꾸로 추락하는 생김새를 가졌군요. 하늘과 땅을 잇는 남다른 방식이네요.” 나무 앞에 닿자마자 그가 토해 놓은 감탄사에 이은 행곡리 처진소나무의 첫인상이었다. 천연기념물 제409호인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는 소나무의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다. 이 나무가 처진소나무라고 불리는 건 나무의 모든 가지들이 낮은 곳으로 축축 늘어지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처진다 해서 유송(柳松)이라고도 부른다. 흔한 나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희귀한 나무도 아니다. 특히 경북 청도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처진소나무가 운문사 경내와 매전면 동산리 강변에 두 그루나 있다. 그 밖에도 청도를 비롯한 우리 산과 들에서는 야생으로 자라는 처진소나무를 드물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잎을 비롯한 모든 생김새와 생육 특징은 여느 소나무와 다를 게 없다. 다만 줄기에서 뻗어 나오는 모든 가지가 낮은 자세로 가라앉는다는 점만 다르다.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 담아내 높이가 11m쯤 되는 행곡리 처진소나무는 이 같은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나무다. 이 나무는 마을이 처음 생겨날 때인 350년 전쯤 심은 것으로 짐작된다. 제법 너른 폭의 개울이 나무 옆으로 지나는 걸로 봐서 처음에는 넘쳐 흐르는 개울물을 막기 위해 심은 방재림의 한 그루로 짐작된다. 그때 함께 숲을 이뤘을 다른 나무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 처진소나무 홀로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나무는 말없이 사람 곁에서 사람살이를 지키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무의 덕을 받으며 살지만, 그만큼 나무의 존재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또 나무 곁에 살면서 사람들은 나무를 바라보며,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도 그랬다. “큰딸이 어느 날 수녀가 되겠다는 거야. 참 답답한 노릇이었지. 에미 애비는 성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수녀라니 이게 웬 말인가 싶더군. 거, 참 말려도 소용없었어. 지금은 환갑이 다 됐는데, 수녀로 잘 살아.” 나그네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나무 앞으로 다가온 진기은(85) 노인의 이야기다. 다짜고짜 털어놓는 노인의 옛이야기에 시인의 대거리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나무 그늘에 주저앉은 노인은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무도 처진 가지를 노인 곁으로 잔뜩 수그린 채 소슬바람에 스쳐 오는 시인과 노인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애들 말 안 들으면 답답하지, 뭐. 그러면 여기 나무에 나오곤 했어. 하긴 우리 마을에서야 별로 갈 데가 없어서 일 없으면 모두 여기 나와 쉬곤 하지. 이 나무야말로 우리 마을 이야기를 모르는 게 없을 거야.” 수도자가 된 딸자식의 생활을 일일이 알 수 없는 노인은 아직도 홀로 사는 딸자식의 안부가 걱정되고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딸이 보고 싶을 때 찾아 나오는 곳도 바로 이 처진소나무 아래라고 노인은 덧붙였다. “이리 오래된 나무를 누가 심었는지 어떻게 알겠어? 저 앞의 비각은 옛날에 이 마을에 살던 주명기라는 효자를 기념하는 비각이지. 조선 말기에 벼슬하던 사람인데 나무하고는 아무 관계 없어.” 순서도 없이 사람과 나무를 넘나드는 노인의 이야기는 막힘이 없었다. 평생을 나무와 더불어 살아온 사람살이의 알갱이, 혹은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지어내는 한 편의 서사시다. ●사람 꼿꼿이 사는 힘 나무에서 온 듯 나무가 듣고, 시인과 노인이 나눈 말들의 상찬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 한 통 보냈다.’는 시인의 메시지였다. 소나무를 주제로 서둘러 쓴 시의 초고인 듯한 편지였다. “까닭 없이 저리 높이 자랄 리 없다/뼈에 사무친 추위 이길 리 없다”로 시작한 그의 편지는 “끝없이 견디는 당당한 힘/더 높이 하늘에 닿기 위해/허공을 가르는 바늘 잎”이라는 소나무 예찬으로 이어졌다. 흔한 인사 한마디 보태지 않은 그의 짤막한 편지는 “푸른 하늘로 싣고 가는 분명한 힘”으로 끝났다. 금강송의 고장 울진에서 처진소나무를 바라보며 시인은 하늘과 땅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푸른 힘을 떠올린 것이다.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수직으로 서서 사는 사람이 사는 힘이 바로 나무에서 비롯된 것이지 싶은 깨달음이 담긴 고마운 편지였다. ▶가는 길:경상북도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672. 울진은 비교적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아 자연의 멋이 잘 간직된 곳이다. 행곡리를 찾아가려면 동해안의 국도 7호선을 이용할 수도 있고, 봉화에서 이어지는 불영계곡을 따라 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모두 절경이다. 울진군청에서 남쪽으로 3㎞쯤 되는 곳에서 나오는 수산교차로가 행곡리 입구다. 불영계곡 방면으로 강을 따라 난 도로에는 띄엄띄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수산교차로에서 3㎞쯤 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다리를 건너면 강변에 서 있는 나무에 닿을 수 있다.
  • “日 역사왜곡 저지”… 20년 자매결연의 힘

    “日 역사왜곡 저지”… 20년 자매결연의 힘

    종군위안부 문제, 식민지 수탈과 강제 노동, 독도 문제 등으로 불거지는 일본의 역사 왜곡은 한·일 두 나라 갈등의 큰 씨앗이다. 특히 일본의 일부 우익세력은 이런 왜곡된 역사관을 교과서를 통해 유포한다. 지금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서울 서초구가 일본 자매결연 도시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 서초구청에는 일본 도쿄도에 위치한 스기나미구의 다나카 료 구장 등 관계자 20여명이 찾아왔다. 때마침 자매결연 20주년이어서 뜻깊었다. 서초구 해외 자매결연도시 중 가장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스기나미구다. 두 도시는 1991년 우호협정을 맺은 이래 청소년 교류 캠프 등을 열고, 각각 직원을 파견해 선진 정책을 서로 벤치마킹했다. 특히 두 도시의 돈독한 관계가 빛을 발한 것은 올해 역사 교과서 채택 때였다. 일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서 만든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률은 2005년 0.4%에서 올해 4%로 증가했다. 스기나미구 또한 2005년과 2009년 한국 침략을 미화한 후소샤 판 교과서를 채택했다. 올해는 일본 내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를 반대하던 시민단체 측이 직접 서초구로 날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진익철 구청장은 바로 공식 서한을 보내고 스기나미구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진 구청장은 19일 “한국과 일본, 또 서초구와 스기나미구의 관계를 생각해 왜곡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왜곡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스기나미구의 확답을 받아냈다. 서초구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후원금을 모아 한·일 우호의 다리 역할을 했다. 서초구에는 현재 9개국 16개의 해외 자매도시가 있다. 진 구청장은 “당시 국가 간 우호협력 교량 역할을 했던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구제역 매몰지 긴급점검] 삼중 덮개·수시 점검… 침출수 유출 ‘원천봉쇄’

    [구제역 매몰지 긴급점검] 삼중 덮개·수시 점검… 침출수 유출 ‘원천봉쇄’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청리에서 돼지 14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철근(56)씨는 26일 자신의 축사 인근에 위치한 구제역 매몰지를 찾았다. 자식과도 같은 돼지 680마리를 묻은 곳이다. 악취 여부와 침출수가 유출되는지 등을 점검한 그는 마지막으로 매몰지 가스 배출관에 돌을 던져 ‘퐁당’ 소리가 나는지 확인했다. 소리가 나면 매몰지 안에 침출수가 고여 있다는 증거다. 다행히 오늘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휴.” 안도의 숨이 나왔다. 매몰지를 덮고 있는 천에 약간의 빗물이 고여 있었지만 마침 매몰지를 지나가던 면사무소 직원들과 간단히 해결했다. 그는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축 매몰지를 보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매몰지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침출수가 흘러나와 지하수라도 오염시키면 수십년간 형제처럼 지낸 이웃들에게 원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매몰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매몰 예정지를 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대한양돈협회 충주지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모두 3680마리의 돼지를 축사 인근에 묻었다. 예방적 살처분이었다. 힘들게 기르던 돼지를 살처분하려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한다. 축사 인근 500m 반경에서 매몰지를 구하는 것도 그를 힘들게 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땅을 파다 물이 나오면 공무원들이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며 땅 파기를 중단시켰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매몰지를 빨리 찾는 게 급선무였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차단하는 일 역시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정씨는 “돼지를 땅에 묻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매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너무 까다롭게 굴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충주시청 직원들이 잘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공무원들은 하천, 수원지, 급경사지를 피해 안전한 매몰지를 선정한 후 터파기를 했다. 땅을 판 후에는 방수제로 쓰이는 벤토나이트를 매몰지 바닥과 벽에 발랐다. 또 특별 제작한 통비닐(폭 16m, 길이 50m)을 이중으로 깔았다. 죽은 소의 뿔이나 돼지의 발톱 등으로 비닐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직포를 비닐 위에 또 깔았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한 것이다. 정씨도 칭찬할 정도로 충주시의 매몰지 작업은 완벽 시공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장마 등으로 매몰지가 유실되거나 빗물이 유입돼 침출수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정씨에게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매몰지를 찾아 점검하는 일이 일상생활이 됐다. 매몰지 관리의 1차 책임은 충주시지만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그는 “공무원들이 매몰지 사후 관리에 적극적인 데다 농장주들이 매몰지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다 보니 충주 지역 매몰지는 매우 양호한 상태”라면서 “인근 주민들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충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트래비 스토리> 시안(西安)…황제의 죽음을 함께했던 사람들

    트래비 스토리> 시안(西安)…황제의 죽음을 함께했던 사람들

    시안(西安) 방문을 앞두고 체크한 일기예보는 여정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려줬다. 여행객에게 ‘날씨 흐림’은 반갑지 않은 동반자임에 분명하다. 북서부에 황토고원이 위치하고 황하가 아니었다면 건조한 이곳에 하필이면 여행 시기에 맞춰 비라니, 이번 여행 운은 나쁘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안에 도착하고, 워낙 건조한 지역이서 손님이 비를 몰고 오면 더 귀하고 반갑게 맞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금세 우쭐한 기분이 됐다. 또 평소 같으면 아무리 진귀한 보물이 전시돼 있어도 화창한 날씨 탓에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곤 했던 박물관 방문도 흔쾌히 즐기게 됐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서울사무소 02-773-0393, 산시성인민정부, 시안시인민정부, 2011시안세계국제원예박람회 www.expo2011.cn,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 여유(旅遊)는 여행과 관광을 뜻하는 중국어다. 중국어로는 ‘뤼요우’라고 발음한다. 중국국가여유국은 중국 중앙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여행 관련 업무 조직이며, 서울사무소를 운영 중에 있으므로 이곳에 여행 관련 정보를 문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시안 항로를 주 4회(월·수·금·토요일) 운항하고 있다. 병마용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진시황을 지키는 병마용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기병이고, 한경제의 왕릉인 한양릉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궁정악사와 무희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왜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진시황은 무력을 통해 전국시대를 통일했으며, 강한 군대를 기반으로 한 통치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다른 국가와 달리 우위를 가진 기량이 다름 아닌 기병이었다. 한양릉의 주인인 경제는 한나라의 네 번째 황제로 국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특유의 문화예술이 발달하던 시기의 황제다. 이때의 힘을 바탕으로 한무제는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전성기를 누리고 됐다. 힘의 역사를 수호하는 병마용 “시엔양 가세요?” “아니요, 시안 가는데요.” 병마용 유적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에 앞서, 시안 출장길에 공항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언급하고자 한다. 탑승카운터 직원이 위와 같이 물었을 때 동북지역 리야오닝(요녕)성의 성도인 선양(瀋陽, Shenyang)을 묻는 줄 알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서울 간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그 직원은 시엔양이 시안의 국제공항임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았을 듯하다. ‘시안’은 산시(陝西, 섬서)성의 성도이자 중국 서부 지역의 중심 도시이다 한자 발음인 ‘서안(西安)’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그나마 역사 시간에 배운 ‘서안사변(1936년 동북군 총사령관 장학량이 당시 국민당 총통이었던 장개석을 화청지에서 납치하고 감금했던 쿠데타)’이 떠오르는 이곳, 중국식 발음으로 ‘시안’이다. 과거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 등의 수도로 나라가 오래도록 평안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장안(長安)’이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수도를 비롯한 국가 경제·문화 중심이 동부의 베이징 등으로 옮겨온 것과 더불어 서쪽이 편안하라는 의미에서 ‘시안(西安)’이 됐다. 시안은 여전히 서부의 중심 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중부의 충칭(重慶)이나 남부의 광저우(廣州) 등과 같은 고층 빌딩은 찾아볼 수 없다. 흔히 ‘시안은 어디를 파도 유적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함부로 개발할 수 없고, 옛 건물들은 중소지방도시의 소박한 모습인 채로 수년이 흘러도 홀로 제자리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이는 그곳에는 넓디넓은 관중평야가 2,00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왕조가 바뀌고 전쟁이 계속되면서 아방궁이나 대명궁과 같은 황제의 권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화려한 건축물들은 사라졌지만, 친숙한 중국여행의 이모티콘인 병마용과 무용(무희 등을 형상화한 인형) 등을 만날 수 있는 유적지들이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눈에 보이는 엄청난 규모와 예스런 자태 등은 두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각각의 유물과 그것이 발견된 유적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시엔양(咸陽)’은 시안의 동북부에 위치하며 시엔양국제공항은 시안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다. 인천은 특수한 경우지만, 이와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 공항을 건설한 이유는 시안 인근에 유적지가 워낙 많아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안과 시엔양국제공항 사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다 발견한 유적지가 한양릉이다. 또한 시엔양은 진시황제가 다스린 진나라의 황궁이 위치한 곳이다. 시엔양은 관중평야에서도 위하의 하류 지역으로 여산을 끼고 있는 풍수지리가 좋은 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방궁은 시엔양 지역에 위치한 궁들 가운데 정무를 보는 정전(正殿)의 전전(前殿 )이다. 진나라의 시조는 본래 황하 하류 동해에 거주하던 동이족의 한 분파였는데, 후에 간쑤(甘肅)성의 동부로 이주해 유목민족 생활을 한다. 한족과 외모가 다르며 신체적으로 훨씬 체격조건이 우월한 편이었다. 역사서 <사기>에는 진시황릉의 지하궁전이 묘사돼 있다. 지상의 궁전을 본떠 만들었으며, 대량의 수은을 사용해 황하와 양자강을 조성하고 매일 진시황의 관이 중국 전역을 주유할 수 있도록 설비했다. 병마용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74년에 린퉁(臨潼)의 농민들이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병마용갱의 위치를 근거해, 인근 여산 토질에 수은 함량이 많은 점 등과 연계해 진시황릉의 위치를 파악하게 됐다. 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 있던 지하궁전 내의 수은이 공기와 접촉할 경우 대량의 독가스가 발생하기에 발굴을 미루고 있으나, 과학적인 조사에 따르면 그 내부의 모습이나 규모가 사기에 묘사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마용갱은 진시황릉과 1.5km 거리에 위치하며, 약 7,000여 개의 사람과 말의 토우가 매장돼 있다. 실제와 같은 크기로 제작됐으며, 같은 모습이 없고 핏줄이나 근육 모양, 표정 등까지도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병마용은 모두 동쪽을 향해 있는데, 이는 궁전과 성의 문 위치 등도 동일하다. 이에 대해 동방을 숭상하는 종교를 가졌다거나, 동쪽 나라를 평정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 한양릉 병마용만 봐도 사람들은 진시황을 떠올린다. 서양의 드라큘라와 미이라만큼 동양의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양릉에서 출품된 도용(도자기 형태로 제작된 인형)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50~60cm의 자그마한 크기에 팔도 없이 앙상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금성과 경복궁을 크기만으로 비교할 수 없듯이, 한양릉의 도용 역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안을 찾는 이들에게 병마용뿐 아니라 한양릉도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중국의 문화를 꽃피운 한나라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나라를 먼저 알아야 하고, 동시에 한나라와 패권을 다툰 초나라를 알 필요가 있다. 진나라는 아방궁을 비롯해 수도 시엔양에 호화로운 성을 지었을 뿐 아니라, 지상의 궁전과 유사한 규모의 지하궁전도 건설했다. 동시에 북방민족을 막기 위한 만리장성도 축조했다. 진시황릉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진시황이 즉위한 직후부터이며, 37년 동안 72만명의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공사는 황실의 위엄과 통치력을 확보하는 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진시황 사후에 진나라는 곧바로 멸망했다. 진나라의 멸망 후 천하를 얻기 위해 겨룬 이들은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다. 항우는 초반에 우세를 띠었는데, 진나라의 궁전은 물론이고, 병마용갱 등 유산을 모두 불태웠다. 병마용갱은 화재로 인해 내부를 지탱하던 기둥이 소실되면서 함몰됐고, 병마용 역시 심하게 훼손됐다. 다만 도굴의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지금도 병마용갱 박물관에 가면 병마용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 쪽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병마용은 균열된 자국이 보인다. 일부는 복원하지 못한 것도 있다. 후학자들이 유방이 승리한 이유를 분석하는 데 있어, 평민 출신의 유방이 백성의 고초를 알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때문에 한나라 왕조 역시 되도록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 주는 데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한양릉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실제 크기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크기로 제작돼 있다. 이는 실물 크기로 제작할 경우 백성의 고충이 너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황후의 능과 합장하고 있으며, 다른 왕조와 비교해 소박함이 느껴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무희나 악사 등 문예와 관련된 도용이 많다는 점이다. 병마용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황궁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에 예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한나라 시대의 무용은 궁정 의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문 악부가 민간 무용을 비롯해 고대의 의전 무용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서역과 서남 소수민족의 무용 또한 포함돼 있었고, 감정과 예술을 결합시키는 데 대해 관심이 높았다. 사람 도용 외에 동물 도용도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으로 개보다 작은 크기의 돼지가 있다. 이 돼지는 쓰촨(四川) 지역 등의 토종 품종으로 육질이 훨씬 쫄깃쫄깃하고 맛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양릉에서는 궁의 의장군대뿐 아니라 생활용구 등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장품이 다수 발굴됐다. ◈ 2011시안세계원예박람회는? 211시안세계원예박람회 (International Horticultural Exposition 2011 Xi’an, China)가 4월28일부터 10월22일까지 178일 동안 시안시 찬바 생태구에서 진행된다. 박람회 주제는 ‘천인장안(天人長安), 창의자연(創意自然)-도시와 자연의 화합 공생’이다. 장안은 시안의 옛 명칭인 동시에 ‘국가번영과 평안의 상징’이다. 마스코트는 시안의 시화인 석류를 형상화한 ‘장안화’다. 중국은 1999년에 쿤밍, 2006년 선양에서 세계원예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418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장안탑, 창의관, 자연관, 광운문 등 주요 건축물과 5곳의 테마경관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관은 정자와 연못으로 이뤄진 우리 정원을 조성했다. 정자의 이름은 순천정이다. 조선관은 한옥의 양식과 사뭇 다른 모습의 조선가옥을 선보이고 있다. 언뜻 한옥처럼 보이지만 용마루 끝과 처마 끝에 장식하는 십장생 동물의 형상인 ‘어처구니’가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조선관 내부에는 김정일화를 전시할 예정이다. 입장료 일반표 100위안(한화 1만8,000원), 지정일표 150위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한국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한국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미래지향적 도시에서 길을 묻다 / 아부다비

    미래지향적 도시에서 길을 묻다 / 아부다비

     3월,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서울의 봄을 뒤로하고 10시간 남짓의 비행 끝에 당도한 아부다비는 상쾌한 초여름 바람과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한 햇빛으로 방문객을 반겼다. 반듯하게 자리잡은 도심의 거리와 깨끗한 해변, 거기에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가 펼쳐지고,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인 고층 빌딩들은 새 도시의 활기와 냄새를 풍긴다. 사막 지역에 자리잡은 도시임에도 곳곳에 조성된 너른 녹지는 기획 도시의 계획적이고도 힘 있는 추진력을 짐작케 한다.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고 더운 열기에 숨이 막히리라 상상하며 떠났던 어설픈 여행자는 순간, 모든 상투적인 판단을 내던진다. 그리고 새롭고 신기한 공기에 취해 최고급 브랜드와 고품격 문화로 치장을 시작한 떠오르는 ‘잇시티(it-city)’ 아부다비로 서서히 빠져들어 간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에티하드항공 www.etihadairways.com  ◈ Travie info.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아부다비(Abu Dhabi), 두바이(Dubai), 샤르자(Sharjah), 아지만(Ajman), 움알카이와인(Umm al-Qaiwain), 라스알카이마(Ras al-Khaimah), 푸자이라(Fujairah)의 7개 토호국으로 이루어진 연합 국가이다.  7개 토호국 중 최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아부다비는 전세계 석유 물량의 1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최대 산유국으로 1971년 12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탄생한 직후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도이자 정치와 행정,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독립 직후부터 아부다비의 군주,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Sheikh Zayed bin Sultan Al Nahyan)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대통령을 맡아 왔으며 2004년 그의 사망 이후 현재까지 그의 아들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Sheikh Khalifa bin Zayed Al Nahyan)이 그 뒤를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대통령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약 2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부다비는 ‘2009년 포뮬러 1 에티하드항공 아부다비 그랑프리’, ‘아부다비 사막 챌린지’ 등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국제행사를 연중 개최하는 활기찬 도시로 부각되고 있다.      ■ 전통과 자연, 지금의 그들을 만든 질료  낯선 여행지를 처음 만나는 일은 마냥 설레는 일이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탐험자의 오감이 본능적으로 그곳의 빛과 바람, 색깔과 냄새를 탐색하게 된다. 그 과정 중에 또한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 역사를 엿보고 마침내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든 ‘그곳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나기도 한다. 그 순간, 그 여행지에 대한 무한 애정 또한 함께 샘솟기 시작한다.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모스크(그랜드 모스크)  Sheikh Zayed Bin Sultan Al Nahyan Mosque(Grand Mosque)  멀리서도 환하게 아른거리는 그랜드 모스크는 아부다비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아부다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다. 모든 정성과 열의를 총동원해 그들의 종교적 심성과 국가적 자부심을 발현시킨 장소이며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전(前) 대통령이 잠든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82개의 순금 뾰족탑을 얹은 돔과 1,000개의 기둥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스크를 들어서면 역시 하얀 대리석 바닥과 벽과 천장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슬람을 믿는 그들이 상상하는 천상의 모습이다. 눈에 띄는 꽃의 패턴과 창틀의 문양,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름답고 모던한 장식물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1980년대부터 계획을 세우고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을 시작한 그랜드 모스크는 미식축구장 5배 크기에 4만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모스크로 손꼽히고 있다. 모로코풍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이탈리아, 독일, 모로코, 인도, 터키, 이란, 중국, 그리스 등 전세계의 유명 디자이너와 건설업체들이 그랜드 모스크 대공사에 참여했다. 대리석과 금을 비롯해 크리스탈, 세라믹 등 38종이 넘는 각종 건축자재와 특산품들이 전세계로부터 공수되었다고 하니 가히 글로벌 건축물이라 할 만하다.  그랜드 모스크는 그 수치적 스케일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가히 압도적인 기념물이다. 1,200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수공예로 만들었다는 주기도실의 카페트는 7,126명이 동시에 올라설 수 있는 규모이며 그 카페트 위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면 지름 10m, 무게 9톤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황금빛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어 호화로움을 뽐낸다.  이슬람 교도가 아닌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되는 유일한 모스크로 팔, 다리가 드러나거나 몸매가 보이는 의상을 입어서는 안 되고 스카프로 머리를 가려야 하는 등, 남녀에 따라 요구되는 입장시 규칙이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8시(금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가이드투어 일~목요일 오전 10, 11시, 오후 5시/ 금요일 오후 2, 5, 8시/ 토요일 오전 10, 11시, 오후 2, 5, 8시(영어로 약 45~60분 가량 진행)/ 10명 이상의 단체인 경우, 사전 예약 필수  홈페이지 www.szgmc.ae/en    아부다비 매 병원 Abu Dhabi Falcon Hospital  과거 우리에게도 매 사냥의 역사는 있었다. 매를 날려 짐승을 포획하는 사냥으로 정확하고 강인한 매의 용맹함과 힘을 도구로 활용했던 사냥 방식은 유난히 매와 사람 사이의 믿음과 교감을 중요시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매’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랍에미리트의 상징인 나라 새이며 황족들에게 사랑받는 동물로, 매 사냥은 그 옛날 우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부 귀족층의 취미생활로 여겨져 왔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매 사냥 인구는 약 6,000~7,000명 정도. 이렇게 사랑받는 매는 비행기 이동시에도 우리에 갇혀 짐칸에 실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승객과 함께 한 좌석을 차지하며 이동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아부다비에는 매를 보호하고 매 사냥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한 ‘매 병원’이 운영 중이다. 1999년에 개원한 아랍에미리트연합 최초의 공립 매 병원은 주변 국가를 통틀어 그 규모와 프로그램면에서 특별함을 자랑한다. 개원 이래 특권층 애호가들만이 이용하던 것을 2007년부터 일반에게 개방하면서 아랍 문화를 소개하고 생태 관광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약 60여 마리의 매를 관리하며, 치료와 재활, 미용 관리 및 훈련을 맡아하는데, 매를 직접 팔 위에 앉혀 보고, 날려 보내는 체험을 포함해서 매 병원과 박물관 견학도 할 수 있다.  개장시간 오전 10~오후 2시(금, 토요일 휴관) 입장료 10살 이상 AED170, 10살 이하 AED60 가이드투어 1일 전 예약 필수(영어로 진행)  홈페이지 www.falconhospital.com    민속촌 Heritage Village  현지인들에게는 싱겁고 작위적일 수 있지만 초행길의 여행자라면 필수코스인 곳이 어느 나라에나 있는 민속촌이다. 아부다비 역시 마찬가지. 쉽고 빠르게 아부다비의 과거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 시간의 색깔과 향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아부다비의 민속촌은 에미리트 문화유산클럽(The Emirates Heritage Club)이 조성한 곳으로 오아시스식 전통마을을 재현한 곳이다. 야외시장인 ‘수크(souk)’에서 보석이나 향신료 등 각종 잡화를 팔고 한 켠에서는 넓지 않은 마당에서 낙타 타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석유시대 이전의 사막 야영지나 관개시설 등을 통해 지난 시간의 삶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잠시 스치듯 둘러본 민속촌 뒤쪽으로 무심한 듯 파랗게 일렁이던 바닷물이 터덜터덜 돌아보던 무심한 발걸음에 반전을 안긴다. 전통배 도우(Dhow)가 심심하게 얹혀져 있는 새하얀 모래밭과 표현할 길 없는 색감으로 펼쳐져 있는 바닷물 위로 수천만년 내려쬐던 중동의 햇빛이 따갑게 반짝거렸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금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visitabudhabi.ae    사막 사파리 Desert safari  사막이란 생전 처음 만나는 황당한 세상. 감도 잡히지 않던 상상 속의 모래 언덕 위엔 책에 나온 삽화였나, 파르스름한 달빛 아래 사막여우가 한 마리 서 있었다.  처음 사막 초입에 도착한 SUV 자동차는 사막 드라이빙에 앞서 살짝 바퀴에서 바람을 빼낸다. 흥미로운 액티비티를 앞두고 운전자나 동승자나 기대감에 부릉부릉 시동을 걸어댄다. 테마파크 놀이기구 정도로 생각했다면 20분여, 사막의 모래 구릉을 쉬지 않고 미친듯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란, 경우에 따라 난감한 일이다. 기운차게 괴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달궜던 초반의 기운참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멀미도 빈번한 일인 듯, 운전자의 반응이 태평스럽다. 바로 그 언덕 위아래로 수십 차례 곤두박질을 치다 보면 모래 천지에, 사방 구분이 막막한 이 별세상이 머리 위아래로 바짝 존재를 드러낸다.  동남아 휴양지에서 해양 액티비티가 투어의 기본이듯,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사막 사파리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투어 코스다. 이 투어를 통해, 원 없이 사막의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뒤집어쓸 수도 있고, 낙타 타기와 모래 썰매, 사막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요새처럼 자리한 사막의 캠프에서 맛있는 즉석 바비큐에 물담배, 헤나 페인팅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정말 운이 따라 준다면 똑 떨어지는 사막의 일몰과 밤하늘에 쏟아질 듯 수런거리는 별무리를 만날 수 있다.  가격 AED150~300(1일 사파리 기준) 예약 및 문의 Desert Adventures Tourism +971 635 2788, Hala Abu Dhabi +971 617 781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미래를 준비하는 놀라운 스케일  아랍에미리트 중에서도 ‘부자 산유국‘’아부다비는 곳곳에 건설 현장이 산재해 있는 성장 진행형의 도시이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석유 산유국의 통치자들이 후손들을 위해 내린 100년 대계의 결정은 다름 아닌 문화 자부심을 남겨 주자는 것. 펑펑 쏟아지는 석유를 앞에 두고 석유 고갈 이후를 가늠하며, 후손들이 대대손손 누릴 수 있는 우아한 계획을 도출해 낸 것이다.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 Ferrari World Abu Dhabi  아부다비 외곽에 자리한 야스섬(Yas Island)은 아부다비 도심에서 30분, 두바이까지 50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엔터테인먼트·레저·생활 문화 공간. 아부다비 정부는 이곳에 테마파크, 호텔 및 골프장 등을 조성하고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시설이 바로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 페라리 월드는 세계 최초이며 세계에서 유일한 페라리 테마파크로 실내 테마파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2010년 하반기에 오픈한 이곳은 세계 최고 속도의 롤러코스터인 포뮬라 로사, 스피드 오브 매직, 지포스 등, 페라리를 소재로 한 20여 가지의 놀이기구와, 페라리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갤러리아 페라리 그리고 기념품숍과 식당가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방문객들은 물론, 자동차에 관심 많은 성인들에게도 흥미로운 곳이다. 페라리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2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빨간색 지붕이 이 테마파크의 상징이다.  개장시간 오후 12시~밤 10시(월요일 휴무) 이용료 일반 이용권 AED225(신장 150cm 이상), AED165(신장 150cm 미만)/ 프리미엄 이용권 AED495(신장 150cm 이상), AED370(신장 150cm 미만)    야스 마리나 서킷 Yas Marina Circuit  우선 보통의 남자라면 자동차, 그것도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매끈하게 잘 빠진 경주용 자동차를 만나는 순간, 동공이 살짝 풀리고 입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야스 마리나 서킷은 야스섬의 대표적 스포츠 시설이다. 매년 F1 에티하드항공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싱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수준의 설비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세계 규모의 각종 챔피언십, 행사와 회의 등을 진행한다.  가능한 액티비티에는 카트 드라이빙, 포뮬라 1 드라이빙, 야스 트랙 데이, F1 카 탑승, 레이싱 면허 코스 등이 있어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12시/ 오후 2~4시(일, 월요일 휴무) 투어요금 어른 AED120, 13세 이하 AED60 홈페이지 www.yasmarinacircuit.com    글로벌 문화특구, 사디얏섬  Saadiyat Island  야스섬에 이어 아부다비의 희망찬 미래 청사진이 과감하게 펼쳐지고 있는 곳이 바로 사디얏섬이다. 27km2 넓이의 사디얏섬은 현재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과 호텔 및 리조트 시설 등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최대 규모의 최상급 문화 밀집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준비하고 있는 자이드 국립 박물관, 구겐하임 아부다비, 루브르 아부다비 등, 앞으로 들어올 미술관과 호텔의 이름을 살짝 들먹이는 것만으로도 이 섬의 차별성과 품격을 짐작하게 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공연예술센터와 해양 박물관 등도 조성해 나갈 예정으로 2~3년 후부터는 예술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꿈의 공간이 순차적으로 현실화되리라 기대해 본다.  사디얏섬은 아부다비 도심해안으로부터 약 500m 정도 거리로 아부다비 도심까지 10분 이내, 아부다비 공항까지 20분, 두바이까지 50분 정도 거리로 접근이 편리하다. 현재 사디얏섬 프로젝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마나랏 알 사디얏(Manarat Al Saadiyat)’을 운영하고 있어 사디얏섬의 미래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나랏 알 사디얏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홈페이지 www.saadiyat.ae      ◈ 아부다비 풍경을 한눈에 담다 헬리콥터 투어  지상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본 아부다비의 명소들을 아부다비 해안을 따라 하늘 위에서 일목요연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잘 만들어 놓은 도시의 풍경, 흰 모래가 흐르는 해안선과 푸른 바다의 대비, 곳곳에 자리한 인공섬과 그곳에 자리한 별장들이 마치 잘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를 들여다보는 듯 탐난다. 일정 끝 무렵에 헬리콥터 투어로 아부다비 일정을 마무리한다면 큰 감흥을 챙길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4시30분(금, 토요일 휴무) 가격 AED830(20분 투어, 1인 기준) 홈페이지 www.falconaviation.ae    ◈ hotel  야스섬 대표 호텔을 즐기다 / 야스 호텔 Yas Hotel  2009년 11월에 오픈한 야스 호텔은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등의 여가시설이 집중해 있는 야스섬에 자리하고 있는, 야스섬 대표 호텔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지붕은 야스섬 대표 이미지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어부의 그물을 형상화했다는 지붕에 촘촘히 박힌 수천개의 LED 조명이 켜지고 색을 바꿔 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야스 호텔은 현대적 건축 디자인도 눈길을 끌지만 입지 또한 흥미롭다. 반은 마리나 서킷이 자리한 육지에, 반은 마리나 요트클럽쪽 바다에 몸을 걸쳤다. 또한 가까운 거리에 18홀 규모의 야스 링크 아부다비 골프클럽과 페라리 월드가 자리하고 있어 야스 호텔을 중심으로 다양한 놀이와 휴식이 가능하다. 2개 동으로 이루어진 야스 호텔은 49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0개의 룸을 보유한 스파시설과 체육시설, 수영장 등이 있어 호텔 안에서도 시간을 보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 밖에도 다양한 컨퍼런스룸과 식당, 바 등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행사도 가능하다.  대낮 같은 자동차 경기장과 바다 전망을 즐기며 휴식도 취하고 한껏 기분을 내기 원한다면 야스 호텔은 꽤나 괜찮은 선택이다. 아부다비국제공항에서 10분, 아부다비 도심에서 30분 거리. www.TheYasHotel.com    국가 대표 호텔의 명망 / 에미리트 팰리스 Emirates Palace  에미리트 팰리스는 그 화려함과 규모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특급 호텔이지만 아부다비에서는 호텔 그 이상의 의미이다. 아부다비의 랜드마크이자, 국가 행사시 영빈관의 역할도 하고 있는 에미리트 팰리스는 3년여에 걸쳐 2만명 이상이 동원된 약 30억 달러 규모의 건축 내력 또한 화제에 오르고 있다. 100헥타아르에 달하는 전체 면적에 건물의 양쪽 끝에서 끝까지의 길이가 1km에 이르는 등 그 규모에 대한 언급 또한 기록의 연속이다. 호텔 앞으로 1,3km에 이르는 프라이빗 해변을 보유하고 있으며 114개의 돔으로 이루어진 호텔의 외관도 자랑거리이다. 금과 대리석뿐만 아니라 1,000여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샹들리에로 꾸민 호텔은 아부다비의 필수 볼거리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텔 내부에 금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에미리트 팰리스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재미. 394개의 객실 또한 아라비아풍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고 최고의 편의시설로 고품격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www.emiratespalace.com    ◈ golf  쪽빛 바다 전망 라운딩 / 야스 링크 아부다비 골프 클럽 Yas Links Abu Dhabi Golf Club  골프를 잘 치든, 골프 문외한에게든 야스 링크 아부다비의 안달루시아식 클럽 하우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골프장은 가슴 탁 트이는 풍광을 자랑한다.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 카일 필립스(Kyle Phillips)가 디자인한 이곳의 골프 코스는 스코틀랜드 해안 마을 특유의 전통적인 링크 골프 코스의 표본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총 7,450야드, 파 72 규모의 아부다비 최초의 링크 골프 코스이다.  야스섬 서쪽 해안에 자리한 야스 링크는 18홀 모두 바다 조망이 가능해 전망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야스 링크 골프 클럽은 스포츠 라운지와 두 곳의 노천 테라스, 그리고 별도의 만찬실을 갖춘 바랑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수영장과 사우나 및 숍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더욱 편리하다. 야스 링크 아부다비는 멤버십 회원 및 게스트 모두 이용 가능하다. 개장시간 오전 7시~밤 12시 가격 비지터 기준, 주중(일~목요일) 9홀 AED250, 18홀 AED499/ 주말 9홀 AED400, 18홀 AED799 홈페이지 yaslinks.com    ◈ mall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 아부다비 마리나 몰  Abu Dhabi Marina Mall  마리나 몰은 아부다비 대표 쇼핑몰로, 쇼핑센터 이외에도 아이스링크와 볼링장, 영화관 등을 갖춘 다기능 복합 쇼핑몰이다. 명품 브랜드숍부터 트렌드를 앞서가는 상품들이 빼꼭한 수많은 숍들이 눈길을 끌고, 쇼핑몰 안에 다양한 레스토랑, 커피숍도 자리하고 있어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매년 1월 중순에서 2월 말 사이에 최대 세일 이벤트가 진행되니 이 시기를 맞춰 방문하면 좋다.  개장시간 토~수요일 오전 10시~밤 10시, 목요일 오전 10시~밤 11시, 금요일 오후 2시~밤 11시 홈페이지 marinamall.ae     ◈ Travie tip. 아부다비는 에티하드항공으로!  에티하드항공은 2003년 왕실 칙령으로 설립된 아랍에미리트연합 국영항공사로 2009년, 2010년, 2년 연속 월드 트래블 어워드(World Travel Awards)에서 수여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World Leading Airline)’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중동, 아프리카, 호주, 유럽, 북미 및 아시아 등 전세계 44개국, 총 66개 노선을 운항 중이며 2010년 12월, 서울-아부다비 첫 직항 노선으로 신규 취항했다. 에티하드는 29개 항공사와 공동운항협약을 체결해 국제적인 항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또한 에티하드항공은 제휴 항공사를 통해 모든 취항지의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탑승객들을 위한 고급 라운지를 제공함으로써 기내 서비스뿐 아니라 지상 서비스에 있어서도 섬세하게 신경쓰고 있다. 아부다비의 퍼스트 클래스 프리미엄 라운지에서는 식스 센스 스파, 시가 라운지, 샴페인 바, 최고급 식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고급 서비스가 제공되며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객들에게는 회의실도 제공된다. 또한 기도실 및 장기 환승 탑승객을 위한 휴게실도 마련하고 있다.    Essential Abu Dhabi 에티하드항공은 2011년을 ‘아부다비의 해’로 정하고 아부다비를 테마로 한 ‘에센셜 아부다비(Essential Abu Dhabi)’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에티하드항공 탑승권인 ‘패스 투 매직(Pass to Magic)’을 제시한 관광객과 비즈니스 여행자들에게 아부다비 도착 이후 7일간 아부다비의 주요 호텔과 여행사, 레스토랑, 상점 및 테마파크, 문화유적지와 경기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 또한 올 8월31일까지 아부다비를 경유하는 이원구간의 에티하드항공 승객 중 프리미엄 클래스 승객을 대상으로 아부다비 혹은 두바이 고급 호텔 무료 숙박권(조식 및 리무진 서비스 포함)도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은 아부다비 및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과 아부다비 경유 승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www.essentialabudhabi.com    ◈ Travie info.   아랍에미리트는 이슬람 국가로 인구의 96% 이상이 이슬람을 믿는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종교적 판단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여행시 현지의 관습과 종교를 존중하도록 해야 하며 타 종교의 선교 활동 등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주류 구입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또한 금지사항. 단, 관광객 유치 및 비즈니스 활동에 장애가 없도록 외국인에 대해 5성급 호텔 및 제한된 장소에서의 음주만을 허용하고 있다. 주류 구입은 주류 구입 허가증 소지자에 한해 허용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의 심한 노출을 피해야 하고 현지 여성을 촬영해서도 안 된다.   에티하드항공에서 주 7회 매일, 서울-아부다비 노선을 운항 중이다.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화폐 단위는 아랍에미리트 디르함(AED, Dirham). 2011년 4월 기준, 1디르함은 296원.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기로에 선 노동운동] “우리가 어용이라고? 민노총식 전투 이긴 적 있나”

    [기로에 선 노동운동] “우리가 어용이라고? 민노총식 전투 이긴 적 있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1일 근로자의 날 서울 시내에서 각각 대규모집회를 가진 가운데 ‘실리 위주’의 제3노총을 준비중인 서울지하철노조(지하철 1~4호선) 정연수(55)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체 근로자의 날 기념식을 봉사활동으로 마친 후 1일 본지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노조는 조합원 선거를 통해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정 위원장은 제3노총을 오는 6월 안에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데올로기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노동운동이 아닌 국민이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생활노동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노총을 탈퇴한 후 맞은 첫 근로자의 날을 어떻게 보냈는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동 노인복지관에서 노인 30명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또 상계동의 64가구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소원상품 전달식도 했다. 전기밥솥,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등 미리 노인들의 소원을 받아 물품(1500만원 상당)을 마련하고 조합원 150명이 이를 전달하면서 방 소독과 세척 등을 했다. 1일은 서울지하철노조 산악팀의 봉사활동이 있었다. 근로자의 날은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대기업 노동자가 국민에게서 받은 혜택을 양극화 해소 노력을 통해 돌려주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2009년에는 민노총 탈퇴에 실패했었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2009년은 민노총 탈퇴 여부만 투표했다. 이번에는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실리 노선의 제3노총을 설립하고 이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제3노총이 국민을 섬기는 운동을 하겠다니까 조합원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마음을 놓은 것으로 생각한다. →제3노총이 6월에 출범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참여 단체는 모이고 있나. -제3노총을 준비하는 새희망노동연대의 회의가 이달 초에 소집된다. 여기서 제3노총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후 6월 설립이 목표다. 현재 35개 노조로 이루어진 전국공기업연맹이 참여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전국교육청노조나 광역자치단체노조와는 협의 중이다. 민간부문에서는 현대 계열사와 KT가 협의 중이다. 오는 7월1일 복수노조 이후 가입자가 늘면 2년 후엔 노동운동의 판세가 바뀔 것이다.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나 전문성으로 승부해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 →현재 양대노총의 현안인 ‘노조법 재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정부안인 현행대로 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복수노조를 안 하는 국가는 없다. 현재는 노조 선거에 당선되지 않은 노조는 정체성 유지도 힘들다. 노조 간에 또 노사 간에 소통 문화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의 경우도 노동계가 사측의 돈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히려 사측이 로비의 측면에서 전임노동자에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면 노동계가 반대하는 것이 맞다. 노동운동은 기득권보다 비정규직 운동, 양극화 해소 등에 힘써야 한다. →민주노총은 서울지하철노조의 탈퇴가 내부 규약대로 3분의2 찬성이 아닌 과반수 찬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터무니없다. 내부 규약이 명백히 있다. 산별 구성이나 해산 등은 조합원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내부 규약에 ‘민주노총 산하 단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과반수 찬성이면 족하다. →실리적 노조은 구체적 방안이 없어 어용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에서 제3노총을 정권 노조나 어용 노조라고 비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도 87년부터 노조를 해 왔다. 그간 민노총식의 전투는 이긴 적이 없었다. 국민이 냉담하면 숨도 못 쉴 정도였다. 서울지하철노조의 해고자 17명은 노동조합에서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민노총을 따르는 동안 내부 근로여건은 퇴보했다. 국민의 85%가 노동계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재채기만 해도 노동자가 몸살을 앓는 데 이는 정부의 힘 때문이 아니라 여론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서울지하철노조가 서울시의 구조조정에 맞서서 오히려 서울시와 상생협력선언을 하고 고용 보장 및 복지 증진을 약속받았다. 사회적 합의를 한 거다. 성숙한 사회적 협약을 노동계가 미리 끌고 가야 한다. →향후 제3노총의 청사진을 말해 달라. -섬김의 노동운동을 하겠다. 그간 상층지도부 중심의 노동운동은 공급자 중심이었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을 섬겨야지 주인인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것은 문제다. 노사문화가 잘못된 것은 정치권과 정부 탓만이 아니다. 노동계도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데올로기나 귀족 노조 운동이 아닌 국민이 투명하게 감시하는 생활노동운동을 통해 조합원의 근로여건 향상과 더불어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쏟겠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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