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시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진로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구청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허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방송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5,372
  • 혼돈의 이라크

    1주일간 테러로 200여명 숨져 이슬람국가(IS)의 공격,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간 갈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이라크가 최근 정부 내부 갈등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주일 사이 바그다드와 근교에서 IS 소행의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며 치안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다수 시아파 내 파벌 갈등이 무장 충돌로 확대될 경우 정부가 와해되고 대규모 내전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바그다드의 시아파 거주지 사드르시티 등 4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앞서 15일과 11일에도 바그다드와 근교에서 폭탄 공격과 총격전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1주일간 연쇄 테러로 총 2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테러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내각 구성안 의회 제출… 표결 무산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는 앞서 종파 갈등과 부패를 해소하겠다며 전문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내각 구성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일부 후보자에 대한 의회 표결이 무산됐다. 이에 압바디 총리의 개혁을 지지하는 시아파의 유력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는 거세게 반발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는 지난 몇 달간의 정치적 난국이 시아파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드르의 지지자가 시위에 나섰을 당시 사드르의 반대파인 사라야 알코라사니는 자신이 이끄는 시아파 민병대를 무장시키고 국회의사당 인근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 간 무장투쟁땐 제2 시리아 사태 이라크의 시아파는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에 대한 입장에 따라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 2003년 수니파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이라크 내 이란의 입김이 세지자 이라크의 시아파는 이란의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파벌과, IS를 격퇴하고 이라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파벌로 나뉘었다. 이들은 IS 격퇴를 위해 정치·군사적으로 연합해 왔으나 최근 권력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대(對)IS 연합이 흔들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파벌 간 무장투쟁이 벌어지면 제2의 시리아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시위대에 곤봉 휘두르는 佛 경찰

    시위대에 곤봉 휘두르는 佛 경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주 35시간 근로제 폐지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실업과의 전쟁에서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며 노동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르도 AFP 연합뉴스
  • “클린턴 못 믿겠다”… 민주당 분열에 웃는 트럼프

    “클린턴 못 믿겠다”… 민주당 분열에 웃는 트럼프

    본선 대결때 샌더스 지지자들 트럼프 밀어주는 ‘역선택’ 우려 일부 대의원 선출 변경안 요구 지도부 살해 협박 등 과격 시위 7월 전당대회서도 난장판 조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굳어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원들에게 대통령 후보로서 도덕적 확신감을 심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켄터키와 오리건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과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클린턴은 승리를 챙긴 켄터키주에서는 샌더스에게 불과 0.5% 포인트 차로 앞서 사실상 동률을 이뤘고, 오리건주의 경우 7.6% 포인트 차로 샌더스에게 뒤졌다. 이 같은 결과는 클린턴이 누적 대의원은 2291명으로 매직 넘버(2383명)의 96%를 확보하게 됐지만 부족한 게 남아 있어 확신을 심어 주지 못하는 등에 따른 비호감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회사인 유고브가 지난 6~9일 실시한 조사에서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샌더스의 지지자 55%만이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고,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치는 트럼프를 선택하겠다는 이도 15%였다. 비호감도에서 트럼프는 61%로 가장 높지만 클린턴도 56%로 결코 낮지 않았다. 특히 샌더스 지지자의 61%는 클린턴은 정직하지 않거나 신뢰할 수 없다며 비호감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샌더스는 경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런 조사가 뒷받침하듯 샌더스 지지자 사이에서 클린턴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 같은 반감 때문에 샌더스 지지자들이 오는 11월 본선에서 민주당이 아닌 트럼프를 밀어주는 ‘역(逆)선택’ 반란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샌더스 지지자 일부가 대의원 선출 규정 변경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 지도부 인사를 상대로 살해 협박을 하는 등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이들이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오는 7월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지난 14일 네바다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샌더스에게 유리하도록 대의원 선발 규정 변경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네바다 민주당 의장인 로버타 랭에게 대회 직후부터 1000통 이상의 협박성 전화를 했고, 1분에 최대 3개 정도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랭 의장은 “내 삶과 내 가족을 협박한 메시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 중에는 “당신의 손자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랭 의장을 공개 처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음성 메일도 배달됐다. 이에 대해 네바다 민주당 법률 자문위원인 브래들리 슈라거는 “네바다에서 벌어진 샌더스 지지자들의 행동은 불행하게도 7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서 있을 일의 조짐”이라고 지도부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샌더스 캠프는 “우리는 폭력을 용납하지도, 조장하지도 않는다”며 “이번 폭력과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특히 “(네바다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힘을 썼다.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성공하려면 지지자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까지 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에 “버니가 (그동안과) 다른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 측은 이런 난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트에 대해 18일 첫 비판 TV 광고를 시작했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이 이날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기 위해 600만 달러(약 70억원)를 들여 제작한 첫 TV 광고를 ‘스윙 스테이트’인 오하이오·플로리다·버지니아·네바다주에서 향후 3주간 방송한다. 광고는 여성과 노동자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그들을 존중하거나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트럼프는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낸 개인 재정보고서에서 재산이 100억 달러(약 11조 8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밝혔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클린턴도 회고록 ‘어려운 선택들’ 인세로 500만 달러를, 강연으로 15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빈민에겐 ‘엄마’… 軍 통합훈련장 건립 반대엔 ‘전사’

    [자치단체장 25시] 빈민에겐 ‘엄마’… 軍 통합훈련장 건립 반대엔 ‘전사’

    홍미영(61) 인천 부평구청장의 삶은 ‘소외된 사람들과 동행’으로 집약된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을 보란 듯이 드러내지만 ‘말의 향연’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홍 구청장은 살아온 과정으로 얼마나 치열하고 한결같이 약자의 편에서 실재했는지를 증빙하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사업하던 아버지와 어머니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서울 중랑천 뚝방촌에 빈민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큰 충격을 받는다. 지저분한 공동 화장실은 물론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맨발로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사회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금수저’로 태어나 ‘흙수저’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다들 부모 덕에 어느 정도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철없음을 절감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몫이 이 사회에서 덜 가진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 할 몫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그 인식은 더 받은 몫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성찰로 이어졌고, 60이 넘어선 지금까지 이를 실천하는 삶이 됐다.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는 빈민 여성들에게서 한국사회의 모순이 집약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1983년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딸 둘을 데리고 인천 동구 만석동으로 이사 왔다. 서울토박이가 서울을 떠나 인천 부둣가 판자촌에 살기로 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후 인천 최초 비영리 공부방인 ‘큰물공부방’을 차렸다. 엄마들이 조개·굴을 캐거나 공장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지저분한 골목과 어두운 방에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그의 차지였다. 모든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부방이 자리를 잡아가던 중 만석동 판자촌이 철거되자 인천의 또 다른 달동네인 부평구 십정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 두 칸짜리 전셋집을 얻어 한 방은 유아놀이방, 다른 방은 초등학생 공부방을 운영했다. 도시빈민과 같은 삶을 살아야 그들을 주체로 세우는 빈민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부방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공장을 다니거나 우유 배달, 가내 부업을 하는 평범한 아줌마로 변신했다.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보다 더 치열한 ‘운동권’이었던 셈이다. 주민들과 지역모임을 만들어 산동네 쓰레기수거, 가로등·공중전화 설치, 상하수도 정비 등을 논의하는 한편 동네신문을 찍고 주민자치회, 바자회 등을 주도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그에게 ‘정치’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자 주민들과 공부방 교사들, 자원봉사자들이 구의원 출마를 권유했다. 낙후된 십정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며 등을 떠밀었다. 그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뢰에 힘입어 십정동으로 이사 온 지 5년 만에 당시 인천 최다 득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인천 북구(현 부평구) 의원에 당선된다. 한국여성운동의 대모였던 고(故)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초대 기초의원선거 유세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시의 감동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를 소상하게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실천방안을 또박또박 제시함으로써 유권자의 갈채를 받았다. 참다운 의미에서의 생활정치인 탄생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홍 구청장의 구의원 활동이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음은 물론이다. 역량과 진정성을 인정받은 그는 재선 인천시의원과 17대 국회의원을 거쳐 재선 구청장이 됐다. 그래서 지방자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여전히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체급(?)이 올라가면 초심을 벗어나기가 다반사지만, 홍 구청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등식이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활자치’ 영역이란 철학을 가지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고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부평구는 요즘 통합예비군훈련장 문제로 시끄럽다. 국방부가 산곡동에 통합훈련장을 만들어 인천 주안·계양·공촌·신공촌훈련장은 물론 경기 부천과 김포에 있는 훈련장까지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훈련장 예정지 반경 3㎞ 이내에 20여만명이 거주하고 31개의 유치원 및 초·중·고가 밀집해 있다. 주민들은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24만명이 서명을 했다. 부평구는 인천시에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마땅한 대체부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예상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홍 구청장은 “현재 14개의 군부대가 부평지역 330만㎡를 점유해 군부대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통합예비군훈련장까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평4동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마켓’ 이전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수년 전 결정됐으나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 구청장의 마음은 다급하다. 홍 구청장은 부대가 이전하면 공원 외에 풍물전시관 등 문화역사공연장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캠프 마켓은 일반 군부대가 아니라 빵을 만들어 전국 미군부대에 공급하는 일종의 군수기지인데 예정보다 이전이 늦어져 2018년쯤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만의 독재정치에서 희생된 ‘1950년대 진보정치’의 대명사 조봉암 선생의 동상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조봉암은 부평을 기반으로 했던 정치인으로 이곳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지내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다. 부평을 가로지르는 굴포천과 그 주변을 생태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홍 구청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굴포천은 인천가족공원(부평동)에서 시작해 계양구, 경기 부천·김포를 거쳐 한강까지 흐르는 서부 수도권의 대표적인 하천이다. 구는 인천가족공원부터 부평구청까지 3.4㎞에 대한 단계적 개발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굴포천 복원과 연계되는 국비사업에 응모, 3개 분야에서 87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홍 구청장은 “사람 사는 곳에 물길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며 “굴포천 복원으로 30여 전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를 잡던 시냇물을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낙후지역이 많은 부평에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많은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뉴스테이는 사업 속도가 빠르고 재정착 주민들에게 혜택이 많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청천2구역과 십정2구역인데 2019년 말쯤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 구청장의 행정 화두는 단연 서민경제 활성화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의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운명이기도 하겠지만, 평생을 약자의 편에서 살아온 만큼 당연한 행정철학이기도 하다. 홍 구청장은 “부평은 대체로 못사는 지역이지만 소통을 잘하는 공동체이고, 역동적이면서 민주주의적 자질이 강한 시민들로 가득하다”면서 “단체장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김준기도 내부 정보로 주식처분 의혹…수백억 계열사 주식 20년간 차명보유

    김준기도 내부 정보로 주식처분 의혹…수백억 계열사 주식 20년간 차명보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수백억원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전에 보유 주식을 미리 팔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기업 오너 일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김 회장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다.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분석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2014년 12월 31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두 달쯤 전에 이 회사 차명주식을 모두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시세로는 7억 3000만원어치(62만주·1.24%)로 약 3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국세청은 김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런 사실이 금융당국과 공유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면서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또 동부건설 주식을 처분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 동부그룹 주력 건설 계열사였던 동부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 사정이 악화됐고 2014년 말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김 회장 측은 차명주식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부인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2011년 국세청에 차명주식 자진신고를 한 뒤 2014년 11월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 전까지 모두 처분한 것일 뿐 동부건설 법정관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2013년 동부그룹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관련해 회사 돈 700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고발된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을 이르면 다음주 중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사장에 대한 조사로 배임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김 회장 역시 소환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 인수 당시 투자자 중 한 명인 이모씨는 동부그룹이 대우일렉 인수 관정에서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김 회장과 고 사장 등이 동부증권 회사 돈을 유용해 위장 인수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대자보’ 36년 만에 최초 공개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대자보’ 36년 만에 최초 공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담긴 대자보가 36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18일 전남일보가 1980년 5월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였던 김연두 전남과학대 교수로부터 입수해 최초 공개한 ‘80년 5월 최후의 대자보’는 ‘도지사가 발표한 담화문의 허구성’이라는 제목으로 8절 전지 형태로 이뤄졌다. 내용은 5월 26일 당시 장형태 전남도지사가 헬기에서 뿌린 ‘도민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반박하는 것이다. 도지사 담화문은 학생들의 평화적 시위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등 시민군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을 ‘비극적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를 비판하는 이 대자보에는 “진정 도지사가 ‘친애하는 도민’이라는 정책적, 상투적인 언사를 함부로 내뱉을 수 있을 만큼 도민을 사랑했던 사람인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라면서 “진정 도민을 사랑한다면 감히 민주를 향한 도민의 몸부림을 이렇듯 함부로 매도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지사는 학생의 시위에 시민이 합세하는 것을 일대 비극적 사태라고 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였는데 학생과 시민의 민주를 향한 열정에 있어서 구별이 있을 수 있겠읍(습)니까? 민주주의라는 것은 국민이 주체가 되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학생만의 독점물도 아니요, 더구나 전두환 일개인의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도 아닙니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5월 26일 오후 3시 도청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제5차 민주수호 범시민 궐기대회에서 낭독된 ‘도지사가 도민에게 드리는 글에 대한 반박문’을 요약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YWCA 건물에서 활동하던 문화선전대원들이 궐기대회 반박문을 받아 와 요약하는 형태로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6일 오후 3시 이후, 미완성인 점으로 미뤄 오후 7시~12시 사이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자보는 5월 항쟁을 취재했던 김 교수가 5월 27일 오전 계엄군의 경비를 뚫고 전일빌딩 뒤편 YWCA 건물에 들어가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8절지 크기 2장의 대자보는 서로 다른 이의 필체로 작성됐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완성되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았다. 김 교수는 “계엄군이 광주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전에 시민들은 무기 반납을 비롯해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했고, 이는 미완성된 대자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정위, 김준기 동부 회장 검찰수사 의뢰 “차명 주식 처분해 수억원대 손실 회피”

    공정위, 김준기 동부 회장 검찰수사 의뢰 “차명 주식 처분해 수억원대 손실 회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주식 수십만 주를 20여년간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지난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 일부를 처분해 수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났다. 18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십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여 김 회장 차명주식의 흔적을 파악했고, 이 차명주식은 당시 시가로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금감원 조사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과거의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그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런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고 금융당국에도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후에도 한동안 주식을 차명 보유했지만 주식 보유량 공시 내용을 스스로 정정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김 회장은 2011년 국세청에 차명 주식을 자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차명 주식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지난 2014년 12월 31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두달쯤 전에 이 회사 차명 주식을 모두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회장이 당시 판 동부건설 주식은 62만주(1.24%)로, 시세로는 7억 3000만원 가량이었다. 금융당국은 당시 주가 흐름에 비춰봤을 때 김 회장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으로 약 3억원의 손실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동부건설 주가는 2014년 10월에는 1만 5000~1만 8000원 선이었지만 지난해 1월에는 9200원까지 떨어졌다. 동부그룹 주력 건설 계열사였던 동부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동부발전당진 매각 등을 통해 회생작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해 12월 31일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에서 김 회장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심의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금융당국에서 관련 내용 일체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자체 조사에서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판단하면 수사 의뢰를 한다. 증선위는 이날 회의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김 회장이 4개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지분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동부건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은 그러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만 첫 女총통 취임 앞두고 중국과 긴장 고조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의 취임을 앞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차이 당선인과 민진당 측이 취임과 동시에 독립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잇달아 보낸 데 대해 대규모 군사훈련 등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올해 초 열린 총통선거에서 8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차이 당선인은 중국의 반발에도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틀 뒤 열리는 취임식에서 국가 제창에 이어 독립을 상징하는 노래 ‘메이리다오’(美麗島)도 합창할 예정이다. 이는 정권 초반부터 마잉주(馬英九) 총통 및 국민당의 ‘친중 노선’과는 명확히 선을 긋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진당 인사들이 추진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 작업도 중국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국민투표의 발의·의결 정족수를 크게 낮추는 것이 골자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 등은 지난 16일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에 주둔하는 제31집단군이 동남 중국해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에 돌입했다고 전하며 관련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일부 언론은 이번 훈련 장소가 대만 서남부 해변 지역을 상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관영 매체들은 ‘국민투표법’ 개정 움직임에 연일 경고음을 울렸다. 베이징(北京) 유력지 신경보(新京報)가 전날 ‘국민투표법(개정)은 양안간 협상 가능성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기고문을 게재한 데 이어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18일 이번 법 개정을 우려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도 “분리주의자들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법이 개정되면 ‘대만독립’ 문제를 포함한 민감한 정치 현안들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고 양안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비교적 온건한 독립노선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차이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양안 관계를 근본적으로 냉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차이 당선인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정책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이 거친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양안 관계가 경색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으로 지정하라!”

    [서울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으로 지정하라!”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는문구가 적힌 손푯말을 들고 시민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특별시의회 최영수의원 위민의정대상 우수상 수상

    서울특별시의회 최영수의원 위민의정대상 우수상 수상

    서울시의회 최영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1)은 지난 5월 16일(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주최하고 지방자치연구소(주)가 주관하는“제3회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시상식에서 자치법규 분야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은 광역의회 의원 및 의원 연구모임만이 응모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명망 있는 지방자치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가 선정되기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 있는 의정상으로 인정받는다. 이 상은 지방의회의 발전 및 지방의원의 역량강화에 기여하고, 지방의회 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협력, 인식 제고 및 참여 확대 등 의정활동을 우수하게 수행한 지방의원을 선발, 수상한다. 최영수 시위원은 수상 소감에서“먼저 큰 상을 받아 책임감이 무겁다”면서 “ 더욱 더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올랑드 佛대통령 “노동법 개혁 양보 안 해…실업률과 싸움 지속”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계와 학생층의 거센 반대에 부닥친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현지 유럽1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노동법 개정안과 관련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과의 싸움에서 아직 이기지 못했다” 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대통령 인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중도 좌파인 사회당 소속의 올랑드 대통령은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이 지속하자 고육지책으로 ‘친기업’ 노동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회당의 핵심 노동정책인 ‘주 35시간 근로제’를 허물면서 법정 근로시간을 늘렸을 뿐 아니라 한 번 정규직으로 고용되면 사실상 해고가 어려워 기업이 신규 직원 채용을 꺼리는 점을 개선하고자 해고 요건도 완화했다. 노동법 개정안 추진으로 가뜩이나 인기가 없는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도는 최근 13%까지 떨어졌다. 사회당 정부는 하원에서 표결로는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10일 헌법 예외 조항을 이용해 내각 불신임을 무릅쓰고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노동법 개정안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3월 노동법 개정안이 공개된 후 노동자와 학생은 ‘일자리 안정성만 떨어진다’며 시위와 총파업을 벌이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또 사회당 내에서도 올랑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실업 문제로 평가를 받겠다”며 올해 말께 재선 도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1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개혁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어렵고 인기는 없더라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개혁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아니라 비록 인기는 없더라도 개혁을 추진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노동 개혁에 반대해 17∼18일 철도 기관사, 트럭 운전사 등이 파업을 벌이고 18일에는 항공 관제사도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여기는 남미] 여성대통령의 나라 칠레, ‘여성폭력 국가’ 오명

    [여기는 남미] 여성대통령의 나라 칠레, ‘여성폭력 국가’ 오명

    남미 칠레에서 잔인한 여성폭력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분노한 주민들은 거리에 쏟아져나와 "더 이상 여성폭력은 안 된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칠레의 지방도시 코이아이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코이아이케에선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길에 쓰러진 여자가 발견됐다. 여자에겐 성한 곳이 없었다. 얼굴은 피투성이에 두개골은 깨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여자의 앞모습이었다. 누군가 두 둔을 파낸 듯 여자에겐 눈이 없었다. 깜짝 놀란 주민들의 신고로 여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는 위중하다. 병원 관계자는 "두개골이 깨지고 치아도 많이 부러지는 등 여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면서 "누군가 안구 2개를 파내 눈 부위의 부상도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여자가 발견된 곳 주변을 수색하면서 길에 떨어진 열쇠꾸러미를 발견했다. 이를 단서로 확인한 결과 부상한 여자는 4명 자식을 둔 28세 기혼여성으로 확인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여자의 남편이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여자의 남편과 친구를 용의자로 보고 체포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코이아이케 주민들은 15일 거리로 몰려나가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여성폭력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며 당국의 정책적 대응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여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시위행진을 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중남미에는 여성폭력이 유난히 심각한 국가가 많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여성살해사건(여성이 살해되는 사건) 발생률이 가장 높은 25개국 중 14개 국가가 중남미국가다. 특히 칠레에서는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나서서 여성 폭력 근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4년 통계를 보면 칠레 여성 전체의 3분의 1이 친척이나 가족, 동료나 전직 동료들로부터 어떤 형태든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해마다 그로 인해 40명이 사망하고 있다. 사진=코페라티바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윤장현 광주시장, “5.18기념식에서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자”

    국가보훈처가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자 5·18 단체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지난해처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기념식을 독자적으로 열지 않고, 5·18 민주묘지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에 맞춰 제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기념식 참석자가 모두 제창할 것”을 제안했다. 5·18단체는 이날 “정부 기념일 지정 이후 10년 넘게 기념식 때마다 제창한 노래를 정부가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민의를 저버리고 국론을 분열하는 행위”라며 “보훈처는 선동적, 북한 찬양 노래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여론이라 포장하고 못 부르게 할 것이 아니라 왜곡을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윤 광주시장은 보훈처의 조치와 관련 “제창 불허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처사”라며 “행사 참석자가 모두 제창할 것”을 제안했다. 윤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제창 불허는 이번 총선에 드러난 민의와 거리가 먼 것”이라며 “기념곡 지정과 함께 제창을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광주시의회도 이번 기념식에 참석지 않고 5·18 민주묘지 정문에서 ‘침묵시위’하기로 결정했다. 조영표 광주시의회 의장은 “정부가 노래 제창을 막는 것은 또 다른 국론 분열”이라며 비판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58)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는 것은 광주 시민의 바람과 열망을 짓밟는 것”이라며 “이 노래를 만들때 원뜻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을 이어받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개작해 노랫말을 만들었고 당시 전남대에 다니던 김종률 사무처장이 작곡해 완성했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1979년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된 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대표 노래로 불리어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조폭의 진화’ 시민단체 만들어 건설현장 이권 갈취하다 붙잡혀

    ‘조폭의 진화’ 시민단체 만들어 건설현장 이권 갈취하다 붙잡혀

    조직폭력배들이 시민단체를 만들어 공갈·협박을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6일 전 조직폭력배인 평택 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A(49)씨를 공동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B(57)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C(53)씨 등 집행부 4명을 추가조사,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시민단체를 만든 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내 공사현장에서 건설사들을 상대로 지역업체 장비와 인력을 사용하라며 공갈·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3년 10월 전·현직 조폭 출신들을 주축으로 지역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비대위를 만든 뒤 지역 내 중장비협회·건설기계연합회 등 21개 지역건설 관련 단체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어 지난해 4월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내 D건설로부터 토사운반공사를 하도급 받은 E개발 김모(57) 대표가 토사운반을 하려 하자, 비대위 소속 회원 60~70명을 동원해 공사장 출입을 막고 미리 준비한 피켓 등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지역업체 즉각 채용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우리한테 공사를 주지 않으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15억원 상당의 공사권을 빼앗는 등 같은 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7개 업체로부터 35억원 상당의 공사장 이권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3년 1월 8일 고덕지구 수용과 관련해 지역업체 이권을 요구하는 1인 시위 중 분신을 시도하면서 주목받게 된 것으로 계기로 비대위를 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비대위 결성 후 국내 유명 건설업체 고덕 공사현장을 찾아가 지역 장비 및 인력사용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난해 8월 80여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서울 본사를 찾아가 장송곡을 틀고 삭발식 후 회사 진입을 시도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시공 및 하청업체들은 부실공사를 우려하면서도 비대위 소속 업체들에 하청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말을 안 듣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폭력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A씨 등은 피해 하청업체 F중기 이모(52) 대표가 비대위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하자 욕설과 함께 머리와 가슴 등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G개발 김모(58) 대표 역시 “지역업체 장비를 쓰라”는 비대위에 “나도 평택 지역업체”라고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우리 소속이 아니면 지역업체도 공사를 하지 못한다”였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한 임원 6명 전원이 2개 폭력조직 전·현직 부두목, 행동대원 등”이라면서 “21개 회원사로부터 가입비 30만원과 월회비 5만원 각종 공사 매출액의 5%를 수수료로 갈취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대위 하부 조직원들도 추가 색출해 사법처리하고 다른 건설현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당 지시로 썼지만 후회는 없다”

    “당 지시로 썼지만 후회는 없다”

    “마오쩌둥에 이용당한 것 아냐” ‘10년 동란’으로 불리는 중국의 문화대혁명(문혁)은 1966년 5월 16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5·16 통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확대회의 마지막날인 5월 25일 오후 2시쯤 베이징대 학생식당 동쪽 벽에는 ‘쑹숴, 루핑, 펑윈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베이징시위원회 대학부 부장, 베이징대학 당위원회 서기, 베이징대학 당위원회 부서기를 직접 겨냥한 도발적인 대자보였다. ‘당중앙을 보위하자, 마오쩌둥 사상을 보위하자, 무산계급 독재를 보위하자’로 끝을 맺은 대자보의 작성자는 베이징대 철학과 여성 강사인 녜위안쯔(聶元梓·95)였다. 공격을 받은 루핑 등은 당 조직을 동원해 1000장이 넘는 반박 대자보를 붙여 녜위안쯔를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6월 1일 마오쩌둥의 개입으로 상황은 단번에 반전됐다. 마오쩌둥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마르크스·레닌의 대자보”라며 “파리코뮌의 대자보보다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후 녜위안쯔는 홍위병 조반파(造反派·혁명파)의 5대 영수로 불렸다. 올해 95세가 된 녜위안쯔는 문혁을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문혁 50년을 맞아 홍콩 명보와 인터뷰를 한 녜위안쯔는 “나는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았다”며 “당시로서는 대자보의 주장이 정당했고, 당의 요구를 마땅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문혁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해 나 역시 본의 아니게 역사의 풍운아가 됐다”고 회고했다. 녜위안쯔의 대자보는 문혁을 이끈 4인방 중 한 명인 캉성(康生)의 지시로 작성된 것이었다. ‘마오쩌둥에 의해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녜위안쯔는 “누구한테도 이용당하지 않았다”면서 “5·16 통지 정신에 입각해 쓴 것”이라고 밝혔다. 홍위병이 인민해방군까지 약탈하고 조반파가 둘로 나뉘어 무력 투쟁을 벌이자 마오쩌둥은 1968년 7월 조반파 5대 영수를 불러 질책했다. 그해 10월 녜위안쯔는 감금됐다. 문혁이 끝난 1978년 중국 공산당은 그녀의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고 17년형을 선고했으나 1986년 보석으로 풀려났다. 녜위안쯔는 “마오쩌둥의 과오를 내가 평가할 수는 없다”며 “평가는 총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복권을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 별로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항일 무장투쟁 경력만큼은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축출 위기 베네수엘라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축출 위기 베네수엘라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우파 반정부 세력에 강력 경고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한 자는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경제난을 빌미로 정권 퇴진을 추진하는 반대파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이바라 광장에 몰린 수만 명의 지지자 앞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자본가 등 우파 반정부 세력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날 연설은 전날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의 구체적 시행방안을 발표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13일 그는 미국이 자국 내 ‘극우 파시스트’ 세력의 요청을 받아 베네수엘라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 1월에 이어 국가 비상사태를 재차 선포한 것은 미국발 정권 붕괴 가능성 보도에 자극받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최근 미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두로 대통령이 측근 또는 군부에 의한 쿠데타로 축출될 수 있다는 보도를 앞다퉈 내놨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 적자에 엘니뇨로 인한 가뭄 등으로 불거진 최악의 경제난에 정권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야당은 국민소환 투표를 통한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현재 경제 위기를 외세 탓으로 돌리고 “재벌들이 평화를 흩뜨려 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한다”며 이에 대비해 군사훈련 시행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본가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맥주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최대 식품·음료 제조 회사의 소유주인 로렌소 멘도사가 최근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맥아 보리를 수입할 수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멘도사는 마두로 정권을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만성화된 생필품 부족, 단전·단수 등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하면서 베네수엘라에서 약탈과 반정부 시위는 일상이 됐다. 가디언은 “밀가루, 닭고기와 속옷까지 훔치는 등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진다”며 “카라카스는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곳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성난 민심 등에 업은 ‘비주류’… 그들을 키운 건 분노

    [글로벌 인사이트] 성난 민심 등에 업은 ‘비주류’… 그들을 키운 건 분노

    # 1. 필리핀 대선을 목전에 둔 이달 초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선 ‘비주류’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후보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1989년 다바오시 교도소 폭동 당시 무참히 살해된 호주인 여성 선교사를 비하하는 그의 발언은 곳곳에서 공분을 샀다. “마약밀매자나 강도들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좋다. 내가 그들을 죽일 거니까” 등 충격적 발언이 잇따랐지만 그뿐이었다. 대선 직전 페이스북을 도배한 건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젊은 층의 환호였다. 두테르테가 시장으로 일하는 다바오시가 필리핀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을뿐더러 세계 10위권에 들 만큼 안전한 도시라는 현지 언론의 찬사가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필리핀은 연간 70만건 가까운 강력범죄 발생으로, 범죄 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한 20대 필리핀 여성은 페이스북에 “젊은 층의 두테르테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 2.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예약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의 곁은 낯선 ‘주변인’ 일색이다. 연단에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좌우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인 아내 멜라니아와 딸 이반카가 자리한다. 보수단체 출신이란 것 외에 알려진 게 없는 코리 르완도스키는 실무를 총괄하는 실세다. 여기에 멘토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가다 당적을 버린 무소속이다. 좌장격인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도 5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비주류에 속한다. 당내 경선 경쟁자였다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벤 카슨은 공화당의 대표적 아웃사이더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지구촌을 뒤흔든 비주류의 부상은 ‘분노의 정치’나 ‘나쁜 남자 전성시대’로만 바라보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은 양상을 띠고 있다. 트럼프는 애국주의를 설파하고, 공공연히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을 부추긴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조차 금기어로 삼던 ‘이슬람과의 전쟁’을 대놓고 강조하는 셈이다. 트럼프는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그에 대한 전국 지지율은 40%로,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에 불과 1% 포인트 뒤졌다고 로이터는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두테르테 역시 기성 정치에선 보기 어려운 극단적 발언들을 쏟아냈으나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했다. 1946년 필리핀 독립 이후 70년간 이어온 유력 가문 중심의 정치를 단박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면에는 치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읽어낸 혜안이 자리한다. 트럼프에게 공공의 적이 불법 이주민과 무슬림이라면 두테르테에겐 범죄자와 외국인이었다. 나치시대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에서 엿보이듯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애국주의는 공공의 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결집함과 동시에 비주류 정치인의 인기를 단박에 끌어올린 동력이 됐다. ●경기침체·신자유주의가 낳은 ‘트럼피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현상을 ‘트럼피즘’(트럼프 동조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분노와 상실감이 배경이다. 이미 트럼피즘은 세계 곳곳에서 목도된다. 오스트리아에선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대선 결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다. 유럽 난민사태가 불쏘시개가 된 것은 당연하다. 브라질 역시 극우성향의 군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르(61) 하원의원이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를 겨냥한 막말에도 불구하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내지 실망감 탓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좌우가 없다. ‘분노하라’ 운동의 원조격인 스페인의 좌파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지난해 말 총선에서 제2당으로 자리매김하며 30여년 만에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50% 가까운 청년실업률이 분노의 자양분이었다. 사회주의자로 미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74) 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분노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9월 뉴욕을 기점으로 80여 개국으로 번진 99% 시민의 1% 부자에 대항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시발점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리먼사태가 한창이던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 미국에서 4000만명의 근로자가 해고됐다. 지금도 1400만명이 일자리를 찾거나 시간제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25~54세 백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9~2014년 미국의 자살률은 이전보다 무려 24% 증가했다. 특히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급증했다. 백인 인구 비중도 2000년 69.1%에 2014년 62.1%로 줄면서 미국이 백인의 나라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더욱 커졌다. 미 럿거스대는 설문을 통해 리먼사태 이후 미국인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력’ ‘불법이민’ ‘월가 은행가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꼽았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현실은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약속한 트럼프에게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트럼피즘’ 원조는 르펜 전 佛 국민전선 당수 트럼피즘의 원조는 따로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교문제 수석평론가인 기디언 래크먼은 최근 ‘트럼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 문제를 되짚었다. 그는 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가 낙선한 장 마리 르펜 전 국민전선(FN) 당수를 트럼피즘의 원조로 꼽았다. 르펜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역사에서 사소한 일”이라고 말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래크먼은 르펜의 등장을 세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전기로 평가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애국주의, 반이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정서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현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진보적 미국인들은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올 11월 대선 이후 깰 악몽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차세대 애국주의자들이 트럼프가 닦아놓은 길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워싱턴(정치)과 월스트리트(경제)뿐 아니라 주류 언론, 대학 등 모든 엘리트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은 트럼피즘이 조만간 유럽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래크먼이 꼽은 트럼피즘의 위험요소는 전염성에 있다. ‘반세계화’ ‘애국주의’ ‘문명의 충돌’ ‘무자비한 공격’ ‘음모론 부상’ 등 트럼피즘의 특징은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2조 달러(약 2330조원)가 넘는 공공부채에 대해 연간 2000억 달러(약 233조원) 이상을 이자로만 내고 있다. 만성적 재정적자에 대한 답을 트럼피즘과 같이 외부에 찾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현상 美 대선 이후에도 가시지 않을 것” 트럼피즘이 대선 이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란 또 다른 이유는 계층에 상관없이 미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해석 때문에 가능하다. ‘족집게 대선 예측가’인 네이트 실버는 자신이 운영하는 통계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를 통해 트럼프 지지층이 교육·경제 수준이 낮은 백인이라는 기성 언론의 보도를 뒤집었다.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가계소득 연평균은 7만 2000달러(약 8388만원) 수준으로, 미국 전체 가계소득 평균인 5만 600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지난 5일 치러진 영국 런던시장 선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당선된 사디크 칸(45)은 분노의 정치와 일정 부분 교집합을 이뤘지만 이를 다시 뛰어넘는 융합의 정치를 제안했다.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출신 인권변호사인 그는 선거에서 민생고를 공략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월세에 런던에서 내쫓기는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지하철 등 교통요금을 4년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시민들의 분노에 힘입어 재력가 출신의 ‘금수저’인 보수당의 골드 스미스 후보를 따돌렸다. ●칸 英 런던 시장 분노 거스른 융합주의 제안 하지만 칸은 분노의 정치에 머무르지 않았다. “다양한 계층·이념의 사람들을 큰 천막 안에 포용해야 한다”며 관용을 설파했다. 트럼프의 애국주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앞서 2005년 7·7 런던테러 직후 하원의원 신분으로 연단에 올라 “희생자나 생존자,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의 런던시민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연설로 테러의 아픔을 위로하던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어버이연합, 유병재·이상훈 이어 네티즌도 추가 고소 “일베 회원도 포함”

    어버이연합, 유병재·이상훈 이어 네티즌도 추가 고소 “일베 회원도 포함”

    극우 보수단체 어버이연합(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방송인 유병재와 개그맨 이상훈에 이어 네티즌 2명을 추가로 고소했다. 1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측은 “유병재·이상훈 외에도 어버이연합을 폄하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을 고소했고 앞으로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 8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욱일승천기’가 걸려있다는 내용의 허위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며 지난 4일 한 네티즌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이와 관련, 어버이연합 측은 “해당 사진에 담긴 욱일승천기 자리에는 실제로 태극기가 걸려 있다”면서 “어버이연합은 평소 욱일승천기 화형식 등 반일시위를 자주 개최해 온 단체인데, 네티즌이 조작된 사진을 근거로 어버이연합을 친일파로 비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극우 보수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도 지난달 27일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베 회원이 어버이연합을 ‘테러리스트 단체’라며 비방했다는 이유에서다. 어버이연합은 “앞으로도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바나나 야하게 먹기’ 금지한 중국 당국에 이색 시위 벌인 유튜버

    ‘바나나 야하게 먹기’ 금지한 중국 당국에 이색 시위 벌인 유튜버

    최근 중국 당국이 인터넷 방송 도중 바나나를 야하게 먹거나 스타킹을 입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 것과 관련해 캐나다 출신 한 유튜버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이색 시위를 벌였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영국에서 10년 동안 살고 있는 필 왓슨(Phil Watson)은 지난 9일 유튜브에 ‘야하게 바나나 먹기’(Erotic Banana Eating)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찾아 “중국 당국이 바나나를 야하게 먹는 것을 금지한 결정에 반대한다”며 바나나 위에 초콜릿 시럽을 뿌린 뒤 바나나를 ‘야하게’ 먹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앞서 5일 중국 관영매체 CCTV는 선정적인 표정이나 자세로 바나나를 먹거나 스타킹 등을 입는 장면을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내보내는 행위를 중국 당국이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19일 “인터넷 공간이 엉망진창으로 변하거나 인터넷 생태환경이 악화하면 인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며 인터넷 검열 강화 방침을 시사하고 나서 나온 것이다. 사진·영상=Phil Watson/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덕환 서강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과학커뮤니케이터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62) 교수의 연구실을 찾은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에 놀란다. 우선 ‘화학자’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흰색 가운 입고 비커나 시험관 만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정말로 그의 연구실엔 컴퓨터와 책만 있다. 또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화학자가 맞나” 싶은 의문이 생길 만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갖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의 세계를 연구하던 조용하고 내성적인 학자가 사람들에게 과학을 전파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 나서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닥터 리, 계속 화학을 할 건가?” “교수님, 제가 배운 게 화학밖에 없는데 다른 걸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 난 닥터 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이상의 일을 했으면 해. 열흘 동안 한국을 돌아보면서 느낀 건데, 이 나라 사람들은 과학이 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더군. 그래서 난 자네가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일을 해주면 어떨까 싶네.” -미국 코넬대 유학 시절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이셨던 로알드 호프만(79) 교수님께서 1993년 10월 중순 한 대학 초청행사로 한국에 오셨다. 당시 교수님은 50대 중반의 정력적인 학자이셨고,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던 나는 부교수로 막 승진을 했던 상황이었다. 존경하는 스승이긴 했지만, 나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과학의 대중화라고? 그건 과학을 어설프게 배운 사람들이나 관심 갖는 일 아닌가요?” 호프만 교수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는 아마 대놓고 이렇게 반박했을지도 모른다. -‘우드워드·호프만 법칙’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의 호프만 교수님은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신 이론 화학의 대가였다. 몇 권의 시집도 낸 시인이자 철학자이면서 화학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아 미국에서 ‘화학의 세계’라는 TV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계셨다. 한국을 오셨을 때에도 미당 서정주 선생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하셨고, 나중에 두 분의 대화는 월간 ‘현대문학’에 게재되기도 했다. -호프만 교수님과의 만남이 있은 이듬해(1994년) 대한화학회에서 ‘홍보간사’란 자리를 신설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그걸 맡게 됐다. 학회 회장대행이었던 채영복(2002~2003년 과학기술부 장관) 박사께서 뜬금없이 나를 지목하셨는데, 대선배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1년 전 호프만 교수님과 나눈 대화가 현실이 되는 출발점이었다. -2남 3녀 중 넷째인 나는 맏이인 큰누나와 열 살 차이가 나고 큰형과도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나 꽤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공부하라는 채근도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초·중·고교를 다 나왔는데 방학숙제도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다. 방학이면 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내려가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녔는데, 공부를 얼마나 안했던지 시골 내려올 때 가져온 연필을 한 번도 깎지 않고 개학 때 그대로 교실에 가져갔을 정도였다. 그렇게 연필 한 번 쥐어보지 않고 개학을 맞다 보니 학교에 가면 글씨를 쓸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악필인 건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TV, 신문 등 입시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다양하지만 당시만 해도 TV는커녕 라디오도 흔치 않았다. 그래서 입시 정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때 다들 경기중·경기고를 최고로 쳤는데, 나는 우리 형들이 다니던 경복중·경복고가 더 좋은 줄 알았다. 별생각 없이 경복중에 지원했는데, 경기중에 갔더라면 똑똑하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을 거란 사실을 입학을 하고서야 알게 됐다. 경복중에서 경복고로 직행을 했는데, 지금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과학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계신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고등학교 1년 선배다. 최 선배가 재수를 해서 서울대 같은 학번 동기가 됐는데, 문리대 이학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할아버지께서 어머니와 함께 상경을 하셨다. 안동에서 큰 정미소를 운영하셨던 할아버지는 손주들 교육과 진로에 관심이 많으셨다. “덕환아, 대학에서 뭘 공부할지 결정했느냐.” “네. 저는 화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시며 의대나 법대는 어떠냐고 하셨다. “할아버지, 저는 법대 가서 평생 죄 지은 사람들 보며 살고 싶지 않아요. 의사가 되서 평생 아픈 사람들 보는 것도 싫고요. 저는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다시 안동에 내려가시면서도 실망의 눈빛을 풀지 않으셨지만, 귀여운 넷째 손주의 고집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건 잘 아셨다. 얼마 후 수정 제안을 하셨는데, “화학과보다는 화학공학과가 어떠냐? 공대가 더 취직이 잘 된다는데….” 하지만, 공대 역시 처음부터 내 선택지엔 없었다.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2 때부터였다. 화학 수업을 처음 듣는데 “바로 이거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화학과에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둘째 누나가 농화학과를 다녔는데 누나의 전공서적에서 원자와 분자의 그림과 화학식들을 보면서 의지가 더 확고해졌다. “덕환아, 화학과는 너보다 성적이 한참 떨어지는 애들이 가는 데야. 좀 억울하지 않겠니?” 담임선생님도 날 의대에 보내려고 고3 내내 설득하셨지만, 내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화학 공부를 하러 대학에 갔지만, 1973년 입학 첫 학기부터 석사과정을 마친 1979년 2월까지 6년 동안 한 학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박정희 유신체제에 항거하는 학생들의 집회와 시위로 거의 매 학기 휴교령이 내려졌다.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화학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분을 만났다. ‘일반화학’ 수업을 하신 김호진 교수님이었다. 김 교수님을 통해 이론화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만났고, 그게 평생의 전공이 됐다. -지금까지 번역서와 저서를 합해서 30권 가까운 책을 냈다. 그중 번역서가 20여권이 된다. “전문 번역가도 아닌데 왜 그렇게 번역을 많이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과학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번역가가 아닌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번역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엄밀성과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과학에서는 ‘어’ 다르고 ‘아’ 다른 법이다. 제일 먼저 번역했던 것은 1996년의 ‘그림으로 보는 분자 세계와 대칭성’이었는데, 삽화가 많은 화학입문서 비슷한 책이었다. 본격적으로 번역에 나서고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호프만 교수님이 쓰신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라는 책부터다. 어려운 이론 화학을 쉽게 잘 풀어내 미국에 있을 때부터 꼭 번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최재천 선배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인을 꿈꿨던 ‘문청’(문학청년) 출신이었지만, 사실 나는 글 쓰는 일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학교 다닐 때 가장 힘들었고 싫었던 숙제가 바로 작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문과 책을 빼고 신문, 매거진 등 대중매체나 인터넷 블로그 등에 쓴 글이 줄잡아 2300편 정도 된다. 1년에 평균 150~200편 정도 쓰는데 일주일에 3~4편꼴이다.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이 ‘잡문’이라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한 대중매체에 글을 쓰는 것은 ‘뒤늦게 터진 글솜씨’를 자랑하고 싶어서라거나 내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가 절대로 아니다. 호프만 교수님께서 부탁하셨던 것처럼 사람들이 좀더 과학에 친숙해지고 과학적 사고를 해줬으면 하는 책임감에서다. -나는 과학을 흥미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불과 100~150년 사이에 나온 지식들이다. 인류가 지구에 살아온 몇십만년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짧은 시간에 나온 지식들이다. 그런 지식들을 대중이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재미있고 쉽게’란 흥미 위주의 과학, 신기술 개발 중심의 과학들이고, 나아가 그런 것들이 과학기피 현상을 불러온다. 재미있다고 하는 얘기만 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과학을 공부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히면 ‘과학은 쉽고 재미있다더니 어렵고 재미없네, 속았어’라고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과학을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현실 문제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 중심의 과학을 이야기하는 정부와 그런 주장에 은연 중에 동의하는 전문가들 때문이다. 나는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기초과학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라고 말할 때 정말 화가 난다. 우주론이나 진화론을 100년 연구해 봐야 무슨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겠나. 기술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결과물인데 과학은 그 기술개발을 조직화, 체계화시켜 최종 산물까지 도출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대과학의 여러 역할 중 3분의1에 불과하다. 다른 3분의1은 사람들에게 정직성과 비판성, 합리성이라는 과학정신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이게 과학의 역할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식의 축적이나 과학정신 함양보다 경제적 가치와 기술개발이란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이전 숫자’,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 수’ 같은 무의미한 통계가 더 중시되는 것이다. -사회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교수가 다른 데 관심 있는 것 아니냐”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을 좀더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밀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사회와 동떨어진 지식인이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대학교수들은 사회적 명성뿐만 아니라 캠퍼스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사회를 위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목소리가 커졌고 눈총도 받았던 것 같다. 아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소리가 있다. “당신은 절대 학교 밖에 나가 다른 것 할 생각은 하지 마라. 당신처럼 성격이 모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학교 밖에서 무슨 말 했다가는 정 맞는다.” 얼마 후면 정년을 맞는다. 그동안 썼던 나의 ‘잡문’들을 모으고 추려서 과학적 눈으로 우리 사회 문제 전반을 해석해보는 나름 거창한 시도를 해볼까 한다. 꽤나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을 것이고,그래서 더 도전해 보고 싶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이덕환 교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 대학에서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함께 가르친다. 이 교수는 실험 중심인 화학 분야에서 ‘양자화학’과 ‘비선형 분광학’을 전공한 보기 드문 이론 화학자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잘은 모르는 과학 주제들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 ‘언론사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학자’로 통한다.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서 20권 이상의 대중 과학서적을 번역했다. 특히 2004년에 번역 출간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과학 분야 최고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자신의 대학원 지도교수인 로알드 호프만 미국 코넬대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1996년)는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선정됐다. ▲1954년 서울 출생 ▲서울 경복중·고, 서울대 화학과, 미국 코넬대 박사(1983년) ▲서강대 화학과 교수(1985년~),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운영위원장(2009년), 대한화학회 회장(2012년),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2013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신문·잡지 부문· 2004년), 과학기술훈장 웅비장(2008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