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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로 찾는 내 인생 첫 승리

    ‘평균 연령 56세의 ‘할머니 축구단’이 떴다!’ EBS TV ‘다큐 인’은 8~9일 오후 10시40분 ‘돌격! 할머니 축구단’을 방송한다.창단 6개월째인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할머니 축구단을 조명한 것.‘할머니 축구단’은 2001년 태풍 셀마로 마을이 폐허가 되면서 생겨났다.마을이 풍수해 특별지구로 지정되면서 동네에 잔디구장이 들어선 것이다.어려운 마을을 홍보하고,건강도 챙기겠다고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와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축구는 요즘 할머니들에게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됐다.남들은 할머니 축구단이라며 실력을 우습게 생각해도 이들에게 축구는 진지한 스포츠다.축구를 하면서 출렁이던 뱃살도 쏙 들어간 기분이 들고,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할머니 축구단의 눈에는 모든 사물이 공으로 보인다.수건을 꽁꽁 묶어 공을 만들어 차기도 한다.식당을 하는 춘자 할머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마는 시간도 아깝다. 평균 연령 56세의 할머니 축구단이 평균 연령 7세 유소년 축구단 ‘고봉우 축구단’에게 도전장을 냈다.아직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할머니 축구단은 조금은 만만해 보이는 조무래기들이라도 꼭 한번 이기고 싶은 마음에 ‘1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할머니 축구단이 도전장을 낸 또 다른 팀이 있었으니,바로 이장 팀이다.동네 이장들이 모여 축구팀을 결성했다.경기 당일,할머니 축구단은 달콤한 승리를 맛보기 위한 비밀 계책을 세웠다.이장들에게 막걸리를 먹여 취중 경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페어플레이 정신에 조금 어긋나더라도 할머니 축구단에겐 승리의 기쁨이 더 소중하다.시골마을 할머니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이기 때문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대단한 것은, 바로 ‘나’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지만,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농사일에 한숨 짓는 영남 할머니는 나이든 시어머니와 얼마 전 돌아가신 102살 치매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꿋꿋하고, 효심 깊은 며느리의 삶을 살았다.이런 할머니 축구단에게 축구는 다시 찾은 행복이며,인생의 활력소다.그들에게 1승은 항상 가족의 승리를 먼저 빌어 온 할머니의 심정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의 승리를 바라는 작은 욕심이자,마음 설레는 행복이다.과연,할머니 축구단은 인생의 첫 승리를 위해 골망을 흔들 수 있을 것인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공연플러스]

    ●현대음악앙상블 ‘CMEK’가 14일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에서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을 갖는다.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을 비롯해 김정승(대금),김우재(기타),김웅식(국악 타악기),박정민(첼로),박치완(피리),이규봉(서양 타악기),이향희(생황),임명진(클라리넷) 등 9명으로 구성됐다.옛 악보인 ‘대악후보’ 중 ‘희문’을 바탕으로 김대성이 편곡한 ‘희문’,살풀이를 표현한 정일련의 ‘시나위 Ⅲ’,가곡 ‘우조 이수대엽’의 운에서 따온 스테파노 벨론의 ‘원 스레드’ 등을 연주한다.1만원.(02)6242-0298. ●첼리스트 양성원이 22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크리스마스 연주회를 갖는다.‘징글벨’,‘고요한밤 거룩한밤’ 같은 캐럴과 바흐,모리코네,피아졸라를 선사한다.클라리네티스트 로망 귀요와 피아니스트 야마구치 히로아키도 나온다.2만~4만원.(02)2187-6221.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한국어 공연(2010년 8월 LG아트센터)에 출연할 주인공 빌리를 찾는다.기획사 매지스텔라와 신시뮤지컬컴퍼니는 8일부터 내년 1월22일까지 오디션 서류를 받아 1~2차 오디션에서 10명으로 압축한다.지원 자격은 9~12세의 키 150㎝ 이하 소년이다.(02)3446-9630. ●서울예술단은 19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가족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의 최종 리허설에 중증 장애인들을 초대한다.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매년 장애인 등이 출연해 소외계층과 함께 해왔다.관람을 희망하는 장애인이나 관련 단체는 사회복지포털(www.bokji.net)에서 신청할 수 있다.(02)2077-3982.
  • [EPL+] 저니맨 아넬카 도약 날갯짓 ‘저니맨 돌풍’

    역마살(驛馬煞). 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을 말한다. 축구계에도 한 팀에 오래 안주하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며 역마살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을 가리켜 ‘저니맨(journey man)’이라 부른다. 이적이 잦은 것은 그만큼 원하는 팀이 많기 때문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확실히 주전 입지를 굳히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제 짐을 싸야할 지 모르는 그들의 축구 인생은 그야말로 기구하다. 현대 축구의 대표적인 저니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서 뛰는 니콜라스 아넬카(29·프랑스). 최근 3년간 벌써 3번째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대형 스트라이커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지만 다혈질의 성격으로 코칭스태프와 불화를 일으키는가 하면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자주 팀을 옮기다 보니 비등점 부근에서 끓어오르던 그의 기량도 이내 잠잠해지며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가 달라졌다. 15경기 12골. 2일 현재 당당히 EPL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터키 등을 거친 그가 이번 시즌 득점왕에 오른다면 프로 데뷔 이후 첫 영광이다. 더 이상 그에게 저니맨의 암울한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8개팀 전전하던 아넬카. 도약의 날갯짓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아스널(잉글랜드)→레알 마드리드(스페인)→파리 생제르맹→리버풀→맨체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페네르바체(터키)→볼턴(잉글랜드)→첼시. 아넬카의 험난한 팀 이적사다.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첼시 등 선수라면 한 번 입어보기도 힘든 빅 클럽의 유니폼을 두루 섭렵했다. 13년 동안 8개팀의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적료 총액도 8700만 파운드(약 1795억원)로 세계 최다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데뷔한 아넬카는 1997년 2월 아스널로 옮겨 두 시즌 동안 23골을 작렬했고. 98~99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의회(PFA) 선정 ‘올해의 영 플레이어’에 올랐다. 99년에는 레알 마드리드에 둥지를 틀었지만 훈련 참가 거부로 45일간의 징계를 받았다. 결국 2000년 1월 친정팀 파리 생제르맹으로 돌아간 그는 2001년 시즌 종료까지 단기 임대 조건으로 리버풀로 옮겨 팀이 준우승하는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리버풀로 완전 이적하지 못했고 대신 새로 EPL로 승격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을 선택한다. 맨시티에서는 그의 축구인생 중 가장 긴 3시즌을 뛰며 뿌리를 내리는 듯 했지만 2005년 1월 다시 페네르바체로 떠나 1년간 터키에서 활약하게 된다. 이후 2006년 8월 볼턴과 4년 계약을 맺었고 27골(53경기)을 기록한다. 그리고 올해 1월. 그를 눈여겨 보던 첼시가 1500만 파운드(약 310억원)의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을 고집하는 ‘스타군단’ 첼시의 일원이 된 아넬카는 지난 시즌 디디에 드록바(30)의 후광에 가려 14경기에서 단 1골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도 실축했다. 중앙이 아닌 측면 공격수로 기용되며 팀 적응에 실패했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드록바가 부상으로 빠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던 중앙 공격수로 뛰며 첼시 선두 질주의 밀알이 됐다. 지난달 1일 선덜랜드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3경기(7골) 연속 2골 이상을 작렬하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한다. 맨시티 시절인 2003~04시즌 기록한 자신의 단일 시즌 최다 득점기록(25골)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첼시의 주장 존 테리(28) 역시 “아넬카가 첼시를 이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사건건 동료와 마찰을 일으키던 ‘악동’ 이미지가 더 이상 없다. 이번 시즌 5골(13위)을 기록 중인 애스턴 빌라의 욘 카류(29·노르웨이)도 저니맨의 설움을 곱씹은 선수. 레렝가에서 프로에 입문한 그는 로벤로리(이상 노르웨이). 발렌시아(스페인). AS로마(이탈리아). 베시크타슈(터키). 리옹(프랑스)을 거쳐 7번째팀인 애스턴 빌라에 안착해 기량을 꽃피웠다. 영국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EPL에서 뛰면서 발전했다”며 “체력적으로 향상됐고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며 동료와 함께 뛰고 있다. 그것이 나의 달라진 점”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비세비치를 아시나요?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표 맨 윗자리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 차지하고 있다. 비다드 이비세비치(24·호펜하임).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골이 넘는 골 행진 속에 17골(15경기)로 독보적 득점 1위를 기록 중이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승격된 팀도 2일 현재 리그 선두로 고공비행 중이다. 이비세비치는 어린 나이임에도 호펜하임이 벌써 자신의 6번째 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난 그는 2003년 스위스 바셀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했지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미국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04년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고. 이후 독일 2부리그팀에서 활약하던 그는 유망주를 찾아 헤매던 호펜하임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공격수 루카 토니(31·바이에른 뮌헨)도 거의 매해 팀을 옮기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1994년 이탈리아 3부리그 모데나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해까지 14년간 9개팀을 돌았다. 긴 무명 시절 끝에 2005년 피오렌티나(67경기 47골)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해 홀로 21골을 몰아치며 우승컵을 안겼다. ◇저니맨의 전설. 앤디 콜 지난 12일 EP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저니맨 앤디 콜(37)이 굴곡진 축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19년간 뛰며 몸 담았던 팀은 무려 12개팀. 2006년 10월 포츠머스에서 골을 작렬하며. 2005년 왓포드에서 은퇴한 레스 퍼디넌드와 함께 EPL 사상 가장 많은 6개팀에서 골을 터뜨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통산 득점 역시 187골로 앨런 시어러(은퇴·261골)에 이어 EPL 역대 두번째로 많다. 1989년 아스널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콜은 풀럼. 브리스톨 시티. 뉴캐슬을 거쳐 9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틀며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맞았다. 특히 99년 드와이트 요크(37·선덜랜드)와 투톱을 이루며 맨유의 ‘트레블(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맨유에서 2001년까지 뛴 콜은 이후 블랙번. 풀럼. 맨시티. 포츠머스. 버밍엄시티. 선덜랜드. 번리에 이어 노팅엄 포레스트(2부)에 마지막으로 짐을 풀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노팅엄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파기했고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콜은 “축구에서 얻은 경험을 혼자만 갖고 있기는 싫다. 되돌려 주고 싶다. 앤디 콜이라는 선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축구인생의 제2막이 열리면 좋겠다”며 향후 코치나 감독으로 돌아오겠다는 꿈을 밝혔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우리 아들도 우즈될까?” 美 어린이 유전자검사 논란

     “우리 아이도 타이거우즈나 마이클 펠프스와 같은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을까?” 경기 침체에도 불구,스포츠스타들의 몸값과 상금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미국에서 아이의 스포츠 재능을 판별하는 유전자 검사가 상용화돼 화제가 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아틀라스 스포츠 제네틱스라는 업체가 149 달러의 요금을 받고 해주는 이 검사는 의외로 간단하다.아이의 볼 안쪽 세포에서 DNA를 채취하고 나서 이를 실험실에 보내 2만개의 인간유전물질 중 하나인 ‘ACTN3’를 분석하게 하는 것.이 검사의 목적은 아이가 단거리 경주나 풋볼처럼 스피드와 근력을 요구하는 경기에 소질이 있는지, 아니면 장거리 달리기 같은 지구력이 필요한 경기에 적합한지, 또는 복합적인 적성을 가졌는지 등을 판별하려는 것이다.이런 스포츠 능력과 ACTN3와의 연관성은 지난 2003년 한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검사가 스포츠의 적성을 찾는 첫 단계로 선전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ACTN3 검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별 필요성이 없다는 것. UC 샌디에이고 대학병원의 시어도어 프리드먼 박사는 “(이 검사는) 새로운 가짜 약을 팔 기회”라고 일축하면서 “이 유전인자가 스포츠 분야의 성공에 일조한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대중에게 제공되기 전에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美작가 윌 킨이 쓴 한국 여성의 삶 ‘엄마열전’

    美작가 윌 킨이 쓴 한국 여성의 삶 ‘엄마열전’

    27일 오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극단 차이무의 ‘엄마열전’(12월16~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습팀을 찾아 안으로 들어서니 부침개 냄새가 진동한다. 바닥에 주저앉은 배우와 스태프가 부침개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비도 오고 해서 연습을 접고 쉬는 것일까, 어리둥절해하니 한창 연습 중이란다. 그러고 보니 여배우끼리 그냥 수다 떠는 줄 알았던 얘기가 모두 희곡 대사다.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도 극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공연에선 부침개 대신 김장 김치가 버무려진다는 것.이 연극이 무대에서 어떤 분위기로 펼쳐질지 대번에 감이 왔다. ‘엄마열전’은 직설적인 제목 그대로 한국 엄마들의 얘기다.민씨 집안의 네 며느리가 큰집 앞마당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떠는데 그 사연이 구구절절 우리네 엄마들의 희로애락 그대로다.모시고 살던 엄한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 대학에 진학한 맏며느리,딸 걱정에 한숨 끊일 날 없는 둘째,귀엽고 낙천적인 셋째,소매치기에 회사공금을 날릴 뻔한 막내 며느리.그리고 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또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는 이들이 버무리는 김장 김치속처럼 매콤하고 알싸하다. 극중 사연 하나하나가 지극히 현실적이고,공감 가는 내용인데 뜻밖에도 작가는 미국인 남성 윌 킨(43)이다.시카고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던 중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우연히 한 여성으로부터 어린 시절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할머니가 여자란 이유로 수술을 못하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이후 찜질방,성매매 여성보호기관,사회복지기관 등을 돌아다니며 각계각층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희곡으로 엮었다.그는 “고통의 역사를 끈질기게 이겨낸 한국 여성들은 호랑이같다.”고 말했다.영어 제목을 ‘Moth- ers and Tigers’라고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추와 무를 다듬으며 시어머니의 흉을 보던 며느리들은 김장이 마무리될 때쯤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존경한다고 입을 모은다.가부장제 아래 차별받으면서도 강인함과 넉넉함으로 한평생을 살아낸 한국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다.‘누구 엄마’란 호칭에 익숙했던 며느리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표창을 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하는 대목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맏며느리역의 배우 신혜경(46)은 “나도 시집살이를 힘들게 했는데 어느 순간 시어머니도 여자란 사실을 깨달으면서 모든 게 이해되더라.”고 했다. 민복기 연출은 “수다와 슬픔이란 두 개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김장 담는 이웃집 담장을 넘겨다 보는 듯한 편안하고 재밌는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일상 연기에 강한 차이무 간판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신혜경,이지현,전혜진,김수정,정예진 등 다섯 여배우와 더불어 최덕문,정석용,오용 등 남자 배우가 1인 다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공연마다 10여포기의 김장을 해서 관객에게 선사하는 아이디어도 고려 중이다.1만 5000~2만 5000원.(02)747-1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크리스마스 공연 골라보는 즐거움

    크리스마스 공연 골라보는 즐거움

    요즘처럼 경제 한파가 불어닥쳤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이 시즌을 위해 준비된 공연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마음의 위로를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공연을 엄선해야 한다면,이 후보군을 참고하자.할인 기회를 잘 활용하면 부담도 덜 수 있다. ■ 소년 합창단 빠져볼까 ●마음이 맑아지는 천상의 목소리 800년 역사를 가진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이 서울 예술의전당(13일),고양 어울림누리(14일)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이 독일 최고의 소년합창단은 이번 공연에 헨델의 ‘시온의 딸이여 기뻐하라’,멘델스존의 ‘강림절과 성탄절’ 등 성가와 캐럴을 들려준다.(02)599-5743.  프랑스의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1일 과천시민회관,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13일 대구수성아트피아,14일 부천시민회관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투명한 음색을 선사한다.(02)548-4480.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소년소녀 합창단’은 1일 강원도 횡성문화관에서 첫 공연을 가진 뒤 4일 울산,7일 대전,9일 서울로 공연을 이어간다.(02)523-5391.9∼19세 소년으로 구성된 드레스덴이 성숙하고 큰 울림이라면,8∼15세 소년의 파리나무십자가는 청아하다.  여덟살의 노래하는 천사,코니 탤벗도 14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코니와 친구들의 행복한 콘서트’를 갖는다.기타리스트 이병우,크로스오버테너 임태경,서울시립뮤지컬단이 함께 한다.(02)780-5054. ■디바들 내한공연 갈까 ●디바가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북유럽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로 꼽히는 안네 소피 폰 오터는 14일 8인조 기악 앙상블과 함께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오터는 스웨덴 전통악기인 니켈하르파의 반주로 스웨덴 성탄곡을 비롯해 북유럽풍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높인다.수능 수험생에게는 티켓값을 50% 할인해 준다.(031)783-8000.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과 조수미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공연한다.신영옥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송년 콘서트 ‘위 해브 어 드림’(We Have a Dream)을 연다.지난달에 발매한 음반 ‘시네마티크의 수록곡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등 익숙한 음악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노래한다.(02)2052-1836.  조수미는 세계 각국의 노래가 가득한 ‘드림 위드 미’(Dream With Me)로 무대를 빛낸다.‘제2의 안드레아 보첼리’로 불리는 파페라 테너 알레산드로 사피나와 함께하는 무대로,나폴리 칸초네 ‘나를 잊지 말아요’ ,한국 노래 ‘엄마야 누나야’ 등을 선사한다.3일 고양 아람누리,5일 서울 예술의전당,7일 부산 문화회관 등 전국을 돌며 13일까지 공연한다.(02)3461-0976. ■호두까기 인형 보러갈까 ●전통의 크리스마스 레퍼토리  대표적인 ‘호두까기 인형’은 다소 식상함을 느낄 수 있는 관객을 위해 연출과 안무에 개성을 살렸다.국립발레단은 주인공을 ‘마리’,호두까기 인형과 여행을 떠나는 곳은 ‘크리스마스 랜드’로 바꿨다.춤의 비중이 크고,무용수들은 빠른 회전과 높은 도약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인다.6~7일 대구,15일 창원,19~24일 고양 아람누리,25~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정통 버전에 ‘마더진저와 봉봉과자춤’을 추가하고,‘스페인 춤’을 새롭게 안무했다.31일에는 오후 10시에 제야 공연을 한다.6~7일 안산,12~13일 군포 공연에 이어 18~31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070-7124-1736.  성남아트센터도 19~25일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한다.지난해 한국적 색깔을 덧댄 창작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의 유망주들을 초청했다.오후 3시 공연은 저녁 공연보다 1만원이 저렴하다.(031)783-8000.  서울예술단이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20~30일 서울 예술의전당이다.소외계층과 함께해온 이 공연에 이번엔 탈북자들이 초청된다.서울 공연에 앞서 6~7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다.수능 수험표를 갖고 있으면 50%,이달안에 26~30일 공연을 예매하면 30% 깎아 준다.(02)501-7888.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낭독의 발견(KBS1 밤 12시) 다양한 나라 출신의 오케스트라단을 이끌 때는 단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축구를 하고 왈츠를 추며 마음을 열게 한다는 함신익.단원들이 자신들의 연주에 감동받고 기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지휘자의 역할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고백한다.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휘하는 지휘자 함신익을 만나본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5년 동안 희망을 잃지 않고 간호하는 해원.한 가지 힘이 드는 건 내 아들 잡아먹은 며느리라며 보험금을 노리고 사고 낸 게 아니냐는 시어머니의 억지소리다.한바탕 속을 뒤집어 놓고 간 날,구석에서 울고 있는 해원에게 석호란 남자가 손수건을 건네주고 간다. ●그분이 오신다(MBC 오후 7시45분) 영화 ‘왕의 처삼촌’에서 중요한 조역인 꽃순이 역할을 맡게 되어 들뜨던 영희는,키스신을 함께하게 될 왕 역할에 하필 데뷔시절 지저분한 키스 연기로 자신의 첫 키스를 앗아갔던 이계인이 캐스팅된 것을 알고 기겁을 한다.한편 재숙은 선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치 없이 사이에 낀 효림과 경쟁을 한다. ●아내의 유혹(SBS 오후 7시20분) 교빈은 강재로부터 ‘정말 애리가 애인이었느냐.’는 말에 미안해하며 정리하겠다고 한다.하지만 강재는 그런 교빈을 가만히 두지 않고 연거푸 주먹을 날린다.한편 집에서 교빈을 기다리고 있던 은재는 새벽 1시가 넘어도 교빈의 연락이 없자 애리한테 전화를 했다가 교빈이 맞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로봇파워(EBS 오후 7시50분) 최첨단 휴머노이드들이 이번에는 당구에 도전한다.휴머노이드들의 발로 차는 당구대결,2주차 경기.꼬마로봇의 제작자 조예준 어린이의 또 다른 로봇 걸리버와 로봇파워에 처음 출전한 알폰스,그리고 로봇파워3기 에이스와 최강 스트라이커 해일사커까지.과연 2주차 우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주말ⓝ(YTN 오후 8시35분) 김장철에 적합한 명소를 소개한다.힘들고 부담스럽던 김장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김치 체험 마을.좋은 배추 수확부터 김치 담그기,움 저장고에서의 숙성에 이르기까지.그야말로 김장 풀코스를 소개한다.주말마다 하늘로 여행을 떠나는 경비행기 동호회도 만나본다.
  • 여성 생명력 그린 연극 병영속으로

    여성 생명력 그린 연극 병영속으로

     소외되고 상처받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병영 속으로 들어간다.  극단 ‘레드볼’의 연극 ‘레즈 시스터즈’.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안의 상처받고 소외됐지만 이를 딛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토착 인디언 여성들의 생명력을 그린 이 작품은 내년 대대적인 군 부대 상연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육군 32보병사단,공군8전투비행단,해군 9전단 등 진해,공주,춘천,원주 등 전국 9곳의 군부대를 돌며 7000여명의 장병들을 상대로 상연됐다.  나자명 단장은 24일 “야전부대에서 공연할 때마다 20대 초·중반 젊은 군인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을 얻어 다시 군 부대 순회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동안 사회생활과는 달리 쉽지 않은 환경 속에 있는 젊은이들이 소외된 여성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여성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사상 처음으로 군 부대를 순회하는 연극이 됐다.  레즈 시스터즈의 레즈(Rez)는 레저베이션(Reservation)의 준말로 ‘보호구역’을 뜻한다.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 생활하는 시스터즈,즉 인디언 여성들을 일컫는다.사회 주변인으로 소외됐지만 인디언 여인들은 남을 탓하거나 사회를 원망하지 않는다.오히려 열심히 미래를 꿈꾸고 작은 소망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고달픈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2년 3월 일본 도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초연하게 된 이 작품에 초청받아 함께 참여했던 나 단장은 “군대라는 공간에서,여성성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해야 하는 20대 초반의 군인들에게 여성의 생명력과 보편성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캐나다 인디언 출신 작가 톰슨 하이웨이의 1986년 같은 제목의 희곡을 작품화한 것이다.극단 레드볼은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 이 작품을 28차례 공연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대학로에 ‘스타’가 있고 ‘관객’이 찾아오면 연극무대에도 봄날이 오겠죠

    대학로에 ‘스타’가 있고 ‘관객’이 찾아오면 연극무대에도 봄날이 오겠죠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는 요즘 밀려드는 관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5층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민들레 바람되어’와 지하 동숭홀에서 공연중인 ‘웃음의 대학’이 동시에 ‘대박’을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올 한해 공연계 최대 이슈였던 ‘연극열전2’의 마지막 주자들인 데다 황정민, 송영창, 조재현, 이한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흥행이 예고됐었다. 지난해 12월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로 막을 올린 ‘연극열전2’는 10편의 시리즈를 이어오는 동안 누적 관객 18만명, 평균 객석 점유율 95%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티켓 판매액도 40억원을 훌쩍 넘었다.‘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는 공연 관계자들의 한탄 속에서도 승승장구를 거듭한 성공 신화 뒤에는 기획자 조재현(오른쪽 사진·43)이 있다. 2004년 첫번째 ‘연극열전’ 당시 ‘에쿠우스’의 주연으로 무대에 섰던 배우 조재현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작품 선정부터 캐스팅, 마케팅을 총괄하는 프로그래머 겸 프로듀서로 우뚝 섰다. ●“관객 저변 넓히는데 스타캐스팅 도움” 하지만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에 비해 연극인과 평단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연극열전’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짜여진 반면 ‘연극열전2’는 스타의 이름값을 앞세워 가벼운 코미디극 위주로 구성된 상업적 기획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들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프로그래머 조재현이 어떤 반론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그는 먼저 스타 캐스팅 논란에 대해선 “스타를 이용한 게 맞다.”고 말했다.“마니아 관객만으론 연극이 살아남지 못한다.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스타를 활용하는 게 왜 나쁜가. 연예인을 쓴다고 해서 흥행이 다 잘되는 것도 아니다. 스타 얼굴 때문에 공연을 보러 올 정도로 관객 수준이 낮지 않다.” 그는 ‘연극열전2’ 관람객 중 연극을 난생 처음 접한 사람들이 30%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작품 선정과 관련해선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초반부에 공연한 ‘서툰 사람들’,‘늘근 도둑 이야기’를 두고 코미디 일색이라고 비난하는 것 같은데 10편 중 절반이 초연작이다.‘블랙버드’,‘라이프 인 더 시어터’ 같은 작품은 실험적이다. 작품을 보지도 않고 선입견으로 비난하는 건 참기 힘들다.” ●“대중화에 무게 중심 두겠다” 자신은 연극인이 아니라고 했다. 연극에 전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대학로의 현실과 문제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인들은 연극의 예술적 가치와 진정성을 추구하지만 자신은 대중화에 좀더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전략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스스로 생각할 때 아쉬운 점도 있다. 제작 여건상 2인극 위주로 라인업이 짜여져 다양성이 부족했고, 소극장 중심이다 보니 작품 선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내년 말 시작하는 ‘연극열전3’에선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보다 알찬 작품들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극열전2’는 관객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이런 과정이 한해한해 쌓이다 보면 ‘연극열전10’쯤에선 제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문화마당] 늦가을 아침,라디오 앞에서/구효서 소설가

    [문화마당] 늦가을 아침,라디오 앞에서/구효서 소설가

    올가을은 춥지 않았다. 단풍을 오래도록 보았다. 아침에 창을 열면 수북이 쌓인 은행잎을 밟으며 등교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차를 끓이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라디오를 켜면 더 좋았을 것이다. 멘델스존과 브람스를 라디오로 들었다. 극장도, 전축도, 텔레비전도 없던 그 옛날 시골에선 음악과 극화(劇話)를 라디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라디오 이전에는 스피커라는 게 있었다. 유선라디오인 셈이었다. 전선 달린 사각통 스피커가 집집의 안방에 걸려 있었다. 변변한 전봇대가 없던 시절, 전선은 참나무, 미루나무, 층층나무를 타고 올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면 전선은 툭툭 끊어졌다. 전원장치 하나뿐인, 고정된 주파수의 외통수 소리통이었다. 멘델스존과 브람스가 나왔고, 한명숙·이미자·조미미가 나왔고, 섬마을 선생님·삼현육각·삽다리 총각 같은 연속극이 나왔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안다는 간장 광고와,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 향기가 코끝에 풍기면 혀끝이 짜르르하다는 소주 광고는 잔칫상 노래판에서 일반 가요와 구분 없이 불려졌다. 그러다 빨랫비누만 한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보급됐다. 스피커가 ‘스삐꾸´로 불렸듯이 라디오는 ‘나지오´였다. 완벽한 구개음화의 정다운 발음. 전선줄은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았다. 아주 매력적이었던 것 하나는 라디오를 듣는 데 전혀 돈을 내지 않았다는 것. 일 년에 한 두 차례 라디오 등 뒤에다 ‘나지오약’이라는 알칼리망간 건전지를 교체하면 그만이었다. 종일 보내오는 그 많은 오락물들은 다 공짜였다. 재치문답·백만인의 퀴즈 등등. 위험했던 한 가지는 북한방송까지 생생하게 들린다는 거였다. 내 고향은 군사분계선과 가까웠다. 북한방송도 공짜였다. 몇몇 주파수에서 잡히긴 했지만 내용은 끔찍할 만큼 똑같았다. 사은품이 많은 서울이라는 세상에 올라와 살게 되면서 공짜라는 게 무섭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라디오도 돈을 내지 않고 공짜로 듣는 거였다. 맘에 들지 않아도 딱히 항의할 수 없었다. 안 듣는 수밖엔 없었으나 아주 안 들을 수도 없었다. 공짜로 들려주는 것이니 잔말 말고 들어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아파트 거실을 파고드는 관리실 방송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이크를 쥐어주거나 쥐는 사람이 임자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쇼핑센터의 사은품이나 전자회사의 시제품이나 타블로이드판 무가지 같은 걸 보면 움찔 긴장하게 된다. 아주 공짜는 아니지만 발행부수를 알 수 없는 일간지와, 시청료가 얼마나 걷히는지 알 수 없는 공영방송과, 사용료가 천차만별인 케이블텔레비전도 불매로 항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광고주들에게까지 항의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리고 내 고향에 어째서 그토록 라디오가 늦게 보급되고, 오래도록 한 개의 주파수에 고정된 유선 스피커를 들어야 했는지도. 아주 시끄럽다. 자전거도 공짜로 주고 6개월 치를 공짜로 넣어준다는 얘기도 얘기지만, 여기저기 무가지가 막 생기고 케이블 시청료도 경쟁적으로 낮아진다.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업한단다. 전·현직 대통령 모두 방송 출연을 너무 즐기신단다. 어느 방송사는 백일을 넘기며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한단다. 오늘도 아침부터 관리실의 개화기(開化期)식 말투가 거실로 무작정 파고든다.“당 아파트에서 실시한 금번 행정동 명칭 변경 신청 건에 대하여 명일 9시부터 투표를 실시하려는 바, 외출 시 관리실에 필히 왕림하시어….” 어느새 추위가 왔다. 찻물이 식었다. 라디오는 결국, 켜지 않았다. 이미자 노래와 간장 광고를 구별 없이 불렀던 옛 가을의 추억을 되새기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이 아침, 조용한 라디오를 듣고 싶다. 구효서 소설가
  • [열린세상] 수능을 잘 보지 못한 딸 아들에게/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열린세상] 수능을 잘 보지 못한 딸 아들에게/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얘들아, 나도 고3 아들을 둔 학부형이구나. 평생 공부하란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본인도 이에 충실히 동조해(?) 집에 오면 늘 축구 게임과 경기 시청으로 소일하던 터라 담담할 줄 알았던 아들 녀석도 수능을 잘 보지 못하였다고 침울해 있단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였고, 밤을 새우며 뒷바라지를 한 부모를 둔 너희들이야 그 얼마나 커다란 좌절과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속에 있을지 몰라, 아들에게 쓰는 편지를 너희와 공유하련다. 아들·딸들아!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단풍이 곱게 물든 산과 낙엽이 지는 거리를 보며 금세 가슴이 젖어와 얼마나 고운 시어들을 솔솔 풀어내는지, 공부는 못해도 지친 아빠를 위해 얼마나 빠르고 맛나게 라면을 끓여내고 페트병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전혀 평가하지 못하는 이 땅의 입시 체제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사과한다. 너희들이 경쟁하기보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억지로 외우기보다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지식을 채우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기르고,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 자연의 생명과 벗하기를 더 좋아하는 교육을 시키지 못하여 이 나라의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한다. 너희들이 그토록 많은 나날을 친구와 함께 즐거이 노는 것을 미루고, 보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와 담을 쌓으면서 공부를 했는데 단 한 번의 틀에 박힌 시험으로 너희들에게 평생 따라다닐 학벌의 족쇄를 채우게 하여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정중히 사과한다. 앞으로 교육제도와 입시체제를 창의적이고 인간적이며 생태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나도 거기에 힘을 보태야 하지만, 오늘 너희들은 가채점을 한 결과에 많이 걱정하고 있겠지. 너희들의 아름다운 감성과 샘솟듯 풍부한 지혜, 진부하거나 옳지 않은 것에 말로, 손짓으로, 몸으로 반항하는 야성을 이번 수능은 전혀 평가하지 못하였으니, 점수가 잘 나오지 못하였다고 하여 자신에게 실망할 일은 전혀 아니다.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였어도, 너희들은 삶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스스로 술술 풀어내고, 산이나 강에 가면 나무와 풀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가난하고 약한 이나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일렁이고, 영화나 드라마·시를 대하고서 감동할 줄 아는 머리와 가슴이 있다. 이것 가운데 하나만 갖추었어도 그 사람은 ‘능력과 재능이 있는 인간’이며, 이 험한 세상에서도 스스로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고 거기서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단다. 너희들이 늘 말하듯,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 내 주변을 보아도, 고등학교 동창 중에 공부를 잘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 중에 행복한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연봉이 적어도 빈자를 위하여 봉사를 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여행을 즐기며, 좋은 글을 쓰며, 성실하게 직장에 다니거나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이들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인생을 길게 보면 고통은 비극의 동의어가 아니란다. 베토벤은 귀가 멀었기에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철학이 담긴 음악을 창작하였고, 스티븐 호킹은 기계의 도움 없이는 말도 잘 못하는 장애인이었어도 가장 우주의 비밀에 가까이 간 사람이 되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도 입시나 사업의 실패, 사랑하는 이와 이별 등의 고통을 통해 비로소 비범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실패의 고통은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지혜를 알려주는 문이자 나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비상시키는 도약대이다. 하늘이나 신께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먼저 고통을 선사하는 법이란다. 아들·딸들아!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이제 누구도 책임지지도, 간섭하지도 못하는 나만의 내 인생을 위해 멀리 내다보자. 그리고 방긋 웃으며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자꾸나. 어두울수록 별이 밝게 빛나듯, 고통이 클수록 깨달음은 깊어진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 요르단 암만에 ‘한국문학의 싹’ 틔우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어눌하지만 진지함이 어린 한국말이 울려퍼졌다.13일(현지시간) 오후 요르단국립대 문과대의 킨디홀에서 ‘한국 시 낭송 대회 및 한국 작가 강연회’가 열렸다. 한국문학번역원과 요르단대 한국어학과가 한국 문학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로 정희성 시인과 소설가 하성란, 김애란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요르단에 첫 초청됐다는 의미도 갖는다. ●한국어 발음으로 감칠맛나게 낭송 1부인 시 낭송 대회에는 요르단대학과 제2도시 이르비드의 야르묵대학 학생 가운데 예선을 거친 20명이 참가했다.‘답청’,‘저문 강에 삽을 씻고’,‘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 정 시인의 대표작들을 낭송했다. 현지 학생들은 더듬더듬 읽어 내려갔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으로 진지하게 언어의 정수를 담은 시어를 소화해 나갔다. 요르단대학 한국어학과 1학년인 이스라 하르단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또렷한 발음으로 추임새까지 곁들이며 감칠맛나게 낭송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야르묵대학의 아흐마드 살림 안나이미는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암송을 시도했는데 도중에 외운 문장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당황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 예정된 참가자 말고 즉석에서 ‘낭송 도전자’를 받는 순서에서도 신청자가 쇄도해 참가한 문인들에게 놀라움과 흐뭇함을 안겼다. ●정희성 시인·소설가 하성란씨 등 강연 정 시인은 “요르단에 한국어학과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곳 학생들이 열의를 갖고 한국시를 공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면서 “몇몇 학생들은 내용에 걸맞게 손짓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는 등 나보다 낭송을 더 잘하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시낭독 대회에 이은 초청문인 강연회에서 정 시인은 ‘저문 강’과 ‘답청’을 직접 낭독한 뒤 1970년대 한국의 상황과 작품의 의미를 소개했다. 자신의 대표작 ‘옆집 여자’를 읽어준 하성란 작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한국사회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김 작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농담과 상상의 힘을 잃지 않는다면 문학을 통해 나눌 것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석한 학생들은 군부독재와 산업화, 여성문제 등 작품에 드러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며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여경기자·연합뉴스 kid@seoul.co.kr
  • 부사어로 버무린 모호한 詩맛

    그랬다.3년 동안 여물었던 언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명료한 시어보다는 읽는 이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모호한 시어를 골랐다. 부사어의 전면 배치다.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와락(창비 펴냄)’은 문학의 언어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던 부사어를 ‘와락’ 껴안고 놓지 않은 채 끊임없이 사랑을 되뇌었다.‘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펴냄)’ 이후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담아뒀던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고 눅진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회와 연인에서 점점 가족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표제시 ‘와락’에서는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막막한 나락’이라며 헌신적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나락’,‘벼락’,‘자락’ 등으로 유쾌한 형식은 감추지 않는다. 나아가 따스한 아랫목 이부자리 안에 나란히 팔베고 누워 있으려면 팔을 내준 이만큼이나 베고 있는 이도 팔이 저리고, 이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사랑(‘저린 사랑’)이라고 얘기한다. 이뿐 아니라 ‘여여´,‘아슬아슬´,‘시시각각´ 등 부사어 제목이 달린 시들이 연신 시집을 휘감아돈다. 부사어가 제목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으면 ‘꾸꾸루꾸꾸’,‘웅크레주름구릉’ 등 시어가 시문 중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 시인은 “그냥 연인을 생각해도 좋고, 가족을 생각해도 좋고, 정치적 격동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부사어가 주는 상태성에 천착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느낌들을 부사어로 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해피 파이(π) 데이’에서 노래했듯 끝없는 원주율처럼 무궁한 세계 속에서 얻은 ‘세 개의 호박’에 뿌듯함을 애써 감추지 않는 시인의 감성이 ‘와락’ 껴안기에 딱 부담없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태안반도는 낚시 천국?

    요즘 충남 태안은 낚시천국이다. 가을 낚시가 정점을 맞아 많은 낚시꾼이 몰리면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신음 중인 지역경제와 본래의 청정바다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11일 태안군에 따르면 근흥면 안흥항과 안면도 방포 등에 배를 타고 나가 제철을 맞은 우럭, 광어, 놀래미 등을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다. 어은돌과 마금포 등 해안에는 망둥이 등을 잡는 낚시꾼도 북적여 태안반도에 하루 평균 3000여명의 낚시꾼이 찾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안흥항의 낚시가게 바다낚시여행 대표 백성진(36)씨는 “물때가 좋은 주말에는 낚시어선 80~90척이 손님들로 꽉 찬다.”고 말했다. 이들 배는 2시간 거리인 최서단 무인도 격렬비열도까지 낚시를 나간다. 낚시꾼은 주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사람들이다. 안면도 방포에서 8t급 낚시어선을 운영하는 한승옥(51)씨는 “요즘은 물고기가 해안 가까이 몰려 손님들을 외도 등으로 안내한다.”면서 “기름사고 전과 비교해 손님이 줄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좀 큰 배를 빌리는 데는 하루 50만~60만원으로, 어민소득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흑인 실세 9인’ 급부상

    [오바마의 미국] ‘흑인 실세 9인’ 급부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06년 12월 시어도어 소렌슨(80)과 전화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 소렌슨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한 인물이다. 다리를 놓은 사람은 맨해튼 로펌에서 오바마와 함께 일했고, 대선 캠프에서도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활약한 제 존슨(51). 앞서 존슨은 소렌슨에게 한 유망한 젊은 정치인을 곧 만날 것이며, 그는 백악관 입성을 겨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후 소렌슨은 존슨에게 오바마가 대선 과정에서 겪을 갖가지 문제와 출마선언 이후 빚어질 찬반양론을 적은 메모를 건넸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흑인 대통령을 맞는 워싱턴 정가에서 오바마 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흑인 실세 9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이들은 크게 오바마가 정치경력을 쌓을 때부터 친구로 지냈던 ‘시카고 측근’과 하버드로스쿨 동문인 ‘하버드 클럽’,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인연을 맺은 ‘워싱턴 커넥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이 40,50대로 노무현 정부 시절 386세대를 연상케 한다. 시카고 측근으로는 애리얼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인 존 로저스(50), 부동산 사업가인 마틴 네스비트(45)와 발레리 재럿(51)이 꼽힌다. 로저스는 대선 선거자금을 모은 자금책이었고, 변호사이기도 한 재럿은 시카고 시장의 부실장으로 일하던 1991년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 미셸을 시장 보좌역으로 채용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재럿은 오바마가 “그녀와 먼저 얘기하지 않고는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고 할 만큼 밝혔을 측근 중 측근이다. 네스비트도 대선에서 모금과 자문역으로 뛰었다. 하버드로스쿨 인맥은 미국사회에서 흑인들이 권력기반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버드로스쿨은 1968년부터 해마다 흑인 학생을 30∼40명씩 입학시켰다. 모금책으로 캠프에 참여한 데이비드 윌킨스(58) 하버드로스쿨 교수는 2000년 흑인 동문이 1400명에 이르자 흑인 동문회를 따로 만들었다. 찰스 오글트리(56) 하버드로스쿨 교수와 아서 데이비스(47) 하원의원도 이 그룹에 속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워낙 많은 흑인을 행정부나 백악관에 끌어들인 바람에 형성된 워싱턴 커넥션에는 오바마의 하버드로스쿨 친구인 카산드라 버츠 미국진보센터(CAP) 부소장, 에릭 홀더(57) 전 법무부 부장관,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이 유력한 수전 라이스(44) 전 국무부 차관보가 포함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명의(EBS 오후 9시50분)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아이의 탄생.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천사 같은 아이가 소아신경외과 질병을 떠안은 채 수술실로 향한다. 아이의 미소를 되찾기 위해, 오늘도 수술장에서 메스를 드는 한 의사가 있다.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왕규창 교수를 통해 소아신경외과의 질환을 살펴 보고, 그에 따른 수술법을 알아 본다. ●그 분이 오신다(MBC 오후 7시45분) 문식은 소정에게 왜 음식을 안 하시냐며 갈비찜을 해달라고 하고, 가족들은 다 잊어도 어떻게 소정의 저주받은 음식 솜씨까지 잊을 수 있냐며 타박한다. 한편, 영희가 감기에 걸려 일어서지도 못하자, 전진은 영희의 집에서 생방송을 한다. 전진이 마음에 든 소정은 전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데….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난방용품 전기 매트. 특히 몸에 좋다고 알려진 ‘옥’이 들어 있는 ‘옥 매트’는 효도상품이나 건강상품의 대명사로 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신비한 효능이 있다며 광고하는 옥 매트 안의 옥은 과연 진짜일까? 옥이 들어 있지 않은 가짜 매트를 파는 업체를 고발한다. ●있다! 없다?(SBS 오후 8시50분) ‘연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 없다?’라는 상상초월 대프로젝트에 도전한다. 국내 최대의 방패연과 무려 500개의 연을 연결, 하늘을 수놓은 연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사람처럼 대(大)자로 누워서 자는 캥거루가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움직이는 자판기, 달리는 찜질방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살펴 본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본처와 이혼하고 불륜관계였던 영숙에게 새장가를 드신 시아버지 때문에 시어머니가 둘이나 되는 지현. 상견례도 두 번, 혼수도 두 번. 시집살이마저 두 배다. 두 시어머니는 서로 봤다 하면 으르렁대고, 지현을 서로 자기들만의 며느리로 만들려는 태도에 중간에서 지현은 너무 괴롭다. ●주말(N)(YTN 오후 8시35분) 지하철을 타고 녹차 밭에 간다! 지하철로 찾아 간 그 곳엔 녹차 밭과 녹차 묘목 심기, 녹차 비누 만들기, 게다가 다양한 녹차 음식에 이르기까지 녹차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양한다는 스포츠, 검도. 검도의 기초부터 현란한 볏짚 베기, 검도 고수들의 대련 등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8) 예수고난회 노인조 수사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8) 예수고난회 노인조 수사

    한국을 택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나름대로의 소명과 사명을 위해 하루하루 자신을 바친다. 그들이 가슴에 새기고 사는 그 소명과 사명이 중생 구제이건 선교이건 지향점은 한결같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위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길을 찾는 숱한 이방인들이 그런 것처럼 노인조(60·본명 로렌스 핀·캐나다) 수사(修士) 역시 남을 위해 철저하게 나를 버리는 인물이다.“아픈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살 길과 살아 있음을 더욱 절실하게 새기고 느낀다.”는 노 수사. 그는 이역 만리의 생경한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줄곧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의 아픈 몸과 마음을 보듬어 살겠다며 ‘나’를 거듭 거듭 확인해가는 생활 속의 수도자이다. ●아픈 사람들과 만날 때 가장 편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 245-4 천주교 예수고난회 명상의 집. 우이령으로 향하는 산행 길에 들어 1.8㎞를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아담한 집이다. 천주교 신자와 성직자들의 피정과 기도가 끊이지 않는 공간. 예수고난회 한국관구 소속 신부, 수사 38명중 7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노인조 수사는 그 가운데 유일한 외국 출신이다. 오후 늦게 명상의 집 접견실에서 기자를 맞은 노 수사는 첫 대면부터 큰 웃음을 보여주었다. 오랜 세월 아픈 이들과 함께 해온 종교인의 의례적인 배려일까? ‘조금은 부담스러울’만큼의 잦은 ‘웃음 병’(?)에 어느 순간 전염된 ‘나’를 문득 본다. 서울 돈암동의 예수고난회 신학원 원장에서 물러나 1년간의 안식을 마치고 이곳에 온 게 지난 3월. 평일, 주일 줄곧 이어지는 피정은 물론 예수고난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상들의 모임에서 총무격인 행정 비서를 맡아 이런저런 국제 행사며 모임을 총괄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공동체에 속한 수사이니 맡겨진 소임에 충실해야지요. 흔히 수사는 닫힌 곳에서 혼자만의 수행과 기도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수사들은 나름대로 엄연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각자의 중요한 일을 합니다.” 공동체에 매인 몸인 만큼 조직의 일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귀띔이다. 그러면서도 못내 안타까움을 털어놓는다. “아픈 사람들과 만날 때가 가장 편안합니다. 줄곧 함께 해온 아픈 사람들과 떨어져 있을 때 뭔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들곤 해요.” 수사의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지금도 오랜 세월 만나고 인연을 맺어온 에이즈 환자들과의 만남이 생활의 큰 부분.“살기가 힘들다.”며 수시로 걸어오는 에이즈 환자들의 전화 상담이며 “만나 달라.”는 요청에 서슴지 않고 달려 나간다. 노출을 꺼려한 탓에 대부분 으슥한 곳에서 마주한 환자와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설 때마다 안쓰러움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간호·교육·신학 공부한 뒤 33년째 한국생활 그가 이토록 애달파하고 챙기는 에이즈 환자들은 어떻게 그의 인생행로에 들었고 또 무엇일까.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아일랜드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노 수사는 중학교 시절 만난 봉사에 몸을 바친 한 수녀의 모습을 보며 ‘하느님의 부름’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수고난회가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며 자신도 모르게 종교적 분위기에 빠져들던중 수녀의 헌신적인 이타행에 소신을 다졌고 고등학교 졸업후 1년간 은행에 몸담았다가 고향을 떠나 미국 세인트루이스 수도원을 통해 예수고난회에 입회했다. “노인들의 요양시설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간게 켄터키주립대학 간호학과.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루이빌시내 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하며 중학교 시절 큰 좌표로 있었던 그 수녀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루이빌 천주교구 대학인 벨라민대학에서 교육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와 올해로 한국생활 33년째. 처음 한국에 와 정동 명도원에서 한국말을 배우면서도 강릉 갈보리병원과 광주 성요한병원을 찾아다니며 간호사 일을 했다고 하니 이 땅에서의 그의 소임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예수고난회에 입회한 지 얼마 안돼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교사 희망자를 골랐는데 이상하게도 당시 내가 속한 시카고 관구의 회원 320명 중 나를 빼놓곤 아무도 나서지 않았어요.” 초창기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고 귀국한 선교사를 통해 한국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한국행을 자원했다. “계획을 세울 때마다 번번이 예상치 못한 일이 맡겨져 언제부터인가 계획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대로 한국생활도 처음엔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세검정에서 다른 미국인 신부들에게 얹혀 살다가 지금 이곳의 명상의 집이 생기면서 옮겨와 5년여를 살고 광주 명상의 집 원장을 맡아 피정·신학생 지도며 광주가톨릭대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중 예수고난회 로마 본원 총장신부의 개인 비서 소임이 떨어져 한국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아픈 이들과 함께 한다.”는 애초의 계획에선 아주 먼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길은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로마에 살면서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런던 에이즈 환자 쉼터에서 만난 에이즈 환자의 고통을 바라보며 초심을 굳게 다졌다. ●에이즈 환자 쉼터 전국 6곳 만들어 운영 “에이즈 환자들이 힘을 모아 세운 대규모 쉼터였어요. 병원과 호스피스 병동, 장례장까지 갖춘 큰 쉼터였는데 그곳의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종교인이 이런 쉼터를 운영한다면 환자들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후 쉼터의 의사며 환자들을 쉼없이 만났고 아일랜드 쉼터와 파리 에이즈병원을 찾아 환자들과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무엇을 할지를 마음에 점찍어둔 채였다. 이렇게 ‘에이즈 공부’에 매달려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청주의 외딴 수도원에 살던 중 에이즈 환자를 돕는 고미리암 수녀를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에이즈 환자와의 삶이 시작되었다. 고 수녀와 서울에서 첫 에이즈 환자 쉼터를 만들었고 그 이후 천주교계가 운영하는 비슷한 쉼터가 서울 두 곳과 원주, 광주, 대구 등지에 모두 6개가 생겨났다. 2002년부터 3년간 가톨릭에이즈협의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전국의 쉼터에 살고있는 70여 명의 환자들을 모두 만났다고 한다. 환자의 임종은 물론, 시신의 마지막을 돌보는 염이며 장례까지 가리지 않았다. “처음 한국에 올 무렵을 돌이켜보면 에이즈 환자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도 에이즈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한 대우는 여전합니다. 병으로 인해 겪는 육체의 고통은 정신적인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수용시설에 들어 사는 에이즈 환자가 점점 줄고 대신 아프면서도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 그래서 그들을 돕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단다. 종전의 쉼터들을 묶어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돌보기 위한 협의체를 천주교주교회의 산하에 두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3년 본의와는 달리 신학원 원장을 맡으면서 에이즈 환자들과 조금씩 멀어진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마음은 여전히 그들과 있지만 항상 몸이 함께 할 수 없는게….” 말 끝을 흐리는 노 수사가 말 대신 시편을 펼쳐 보인다.‘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살펴보시어 아십니다.’(시편 139) 비록 내 맘과 같지않게 몸이 멀어도 나를 보고 알아주는 하느님의 뜻으로 위안을 삼는단다. “나의 노출로 에이즈 환자들의 신변이 노출될까 걱정한다.”는 말대로 사진 찍기를 완강히 거부하다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채 성모자상 앞에 선 수사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을 맺는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과 인연은 모두가 서로에게 큰 선물입니다. 그것이 작건 크건. 수도자인 내가 택한 길은 그중에서 아픈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과 만나는 것뿐이겠지요.” kimus@seoul.co.kr ■ 노인조 수사는 ●1948년 캐나다 온타리오 출생 ●1968년 예수고난회 입회 ●1971년 종신서원 ●1973년 켄터키주립대학 간호학과 졸업 ●1975년 루이빌 ‘벨라민대학’졸업, 한국 입국 ●1977∼1982년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사목 ●1982∼1988년 광주 명상의 집 원장 ●1988∼1995년 로마 본원 총장신부 개인 비서 ●1995년 한국 귀환 ●1998년 서울서 에이즈환자 쉼터 시작 ●2002∼2005년 가톨릭에이즈협의회 회장 ●2003∼2006년 예수고난회 신학원장 ●현재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사목
  • “흑인대통령 확실”… 축하행사에 더 관심

    시카고 상공으로 진입한다는 기내 방송에 창밖을 내려다보니 도심의 마천루 군(群)이 짙푸른 미시간호(湖)를 보색(補色) 삼아 빨려들 듯 눈에 들어왔다.“저기 보이는 검은색 높은 빌딩이 시어스타워지요.” 옆에 앉은 미국인 승객은 시카고가 고향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굳이 알려주지 않았어도 미국에서 제일 높다는 시어스타워는 단연 돋보였다.1974년 당시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을 검은색으로 설계한 사람은 34년 뒤 이곳에서 검은 피부의 ‘대통령’을 배출할 줄 예견했던 것일까. 3일(현지시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는 조용했다. 흔한 선거 홍보물조차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거리에는 무표정한 시민들만 총총 걸음을 할 뿐이다. ●“여기선 공화당원도 오바마 찍을 것” 택시기사 비네슨 나울리(44)는 “오바마의 텃밭인 일리노이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민주당의 승리가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안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는 아마 공화당원들도 오바마를 찍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그렇지만 내일 밤 그랜트파크에서 열리는 오바마 당선 축하 집회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릴 테니 두고 보라.”고 큰소리쳤다. 오늘의 정적에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도심에서 만난 라두 채이드(28)도 “기온이 올라가 행사장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라면서 “날씨도 오바마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날 악명 높은 오대호(五大湖)의 칼바람은 온데간데없이 한낮의 시카고는 반소매 차림으로 다녀도 좋을 정도였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오바마의 집 동네 역시 겉으론 평온했다. 사우스 그린우드 거리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4층짜리 저택 주변으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경찰과 간혹 기념촬영을 하는 행인만 눈에 띌 뿐이었다. ●오바마집 경계 흑인 여경도 “오, 예~” 하지만 이런 차분함을 한 꺼풀 젖히고 들어가면 뭔가 폭풍 직전의 열기 같은 것이 감지된다. 오바마 집 앞에서 경계근무 중인 흑인 여경은 기자가 선거 얘기를 꺼내자 처음엔 “나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대답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상으로는 이변이 없는 한 오바마가 이길 것이란 전망이 많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그만 본분(?)을 망각하고 “정말이냐?”고 반색하며 “오, 예~” 하고 환호성을 터뜨려 기자를 놀라게 했다. 오바마의 집 건너편에서 만난 델 콜먼이라는 50대 흑인 여성은 “내일 투표 결과를 봐야 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오바마는 굉장한 사람이다.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흑인 남성 테오 홀랜드(48)는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흑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한테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날’에 오바마와 마주쳐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60대 흑인 여성 애도니카 칵스는 “오바마는 주위 사람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아주 친근감 있는 인물”이라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니….”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도심의 그랜트파크 행사장 주변은 왕복 6차선 도로가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로 차단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행사장 입장에 관해 묻는 시민들에게 경찰은 “내일 입장권이 없는 사람은 공원 외곽에서부터 차단될 것”이라고 잔뜩 겁을 줬다. 어쨌든 물어보는 시민들도 대답하는 경찰도 오바마의 당선은 기정사실이었다. 한밤중에 야외에서 벌어지는 행사라 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계가 철저해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축하행사장 주변도로 완전 통제 그래도 가뜩이나 암살 위협설이 나오는 판국에 오바마는 왜 야외 집회를 고집했을까. 해답은 공원 이름에 있는 듯하다. 그랜트파크는 남북전쟁에서 노예제 반대를 주장했던 북군의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또 이 공원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이 있다. 링컨이 연 노예해방의 긴 여정을 자신이 매듭짓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을 법하다. 그랜트파크 건너편에 있는 루스벨트대학의 사회학과 3학년 팜 메시는 이날 기자가 만난 다른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당선으로 흑인이 시어스타워처럼 돋보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이렇게 말했다.“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carlos@seoul.co.kr
  • [2008 美 대선 D-1] 역대 대통령 42명 평가순위

    [2008 美 대선 D-1] 역대 대통령 42명 평가순위

    미국 역대 최고, 최악의 대통령은 누구일까.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가운데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자사 패널들에게 의뢰해 미국 역대 대통령 42인의 공적을 평가한 순위를 31일(현지시간) 내놨다. 부동의 1위는 남북전쟁의 영웅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차지했다. 최초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으로 남북전쟁에서 남부동맹을 이기고 북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의 노예해방선언으로 400만 흑인노예들은 자유의 몸이 됐다. 무엇보다 전쟁 뒤 미국을 단결케 하고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국가 기초를 닦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더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특파원인 크리스 아이레스는 “그가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2위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무당파로 독립 전쟁에서 영국을 패배시켰다. 워싱턴은 ‘영감의 용병술’로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3위는 12년간 재임한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공황 시절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4위는 토머스 제퍼슨으로 전 대통령 통틀어 가장 똑똑했다는 찬사를 받았다.5위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테디’란 애칭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최연소인 42세에 당선된 뒤 소속 공화당은 한층 진보적으로 변모했다. 6위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올랐다.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사령관 출신으로 전후 뉴딜 정책을 계승했다. 존 케네디는 11위로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쿠바 미사일 위기, 피그만 사태, 베트남 전쟁 등 외교정책 면에서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권, 우주탐사에 대한 수사적인 연설들이 ‘로맨스’를 부활시켰다.”고 패널들은 밝혔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20위로 중간을 지켰다. 민주당의 증세 압력에 굴복해 감세정책을 지키지 못한 귀머거리 정치인이란 악평을 받았다. 빌 클린턴은 너무 많은 공약을 남발해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23위에 랭크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민주당 출신으로 재임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의료개혁법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두 번째 임기는 르윈스키 스캔들로 얼룩졌다.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은 37위로 기록되는 수모를 당했다.9·11테러로 연임 기회를 맞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잘못 대처한 데 이어 금융시장 붕괴로 국내외에서 뭇매를 맞았다. 평가단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이라크를 침략했고 전쟁을 재난의 수준으로 끌고 가 미국이란 이름을 진흙창에 처박았다.”고 혹평했다. 공동 37위인 리처드 닉슨의 평가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례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고 중국, 옛소련과 동구권 외교를 성사시켜 50개주 중 49개 주에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임 2년 만에 민주당 본부 건물을 도청한 사건인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더타임스는 “닉슨이 스캔들 하면 으레 ‘게이트’란 접미사를 붙이는 단어상의 변화도 가져왔다.”고 전했다. 불명예의 전당인 42위는 제15대 제임스 뷰캐넌이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한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는 노예제를 놓고 남·북부가 대치하자 “탈퇴는 불법이지만, 이를 막는 것도 불법이다.”며 남부주들의 탈퇴를 방치했고 결국 전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체험, 삶의 현장(KBS1 오전 9시) 연근 수확 현장으로 그룹 홀라당이 출동한다. 재래시장 안에서 20여 가지 전을 부치며 손님들 끌어 모으느라 아나운서 이지연과 가수 원미연도 구슬땀을 뻘뻘 흘린다. 하지만 호흡은 찰떡궁합이다. 개그우먼 이경애와 장미화가 수타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보기 위해 중국집으로 출동한다. ●대결! 노래가 좋다(KBS2 오전 8시20분) 개그콘서트 특집을 맞이하여 총출동한 16명의 개그맨들이 열띤 노래대결을 펼친다. 미녀 개그우먼 3인방인 안영미, 정경미, 신고은이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불협화음으로 불러 배꼽을 쥐게 한다. 안상태, 안일권, 곽한구는 라이온킹 시그널 음악에 맞춰 동물 묘사개그를 선보인다.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찾아라, 시니어 스타’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내는 실버 관현악단을 만나본다. 연습벌레라 불릴 정도로 연습에 매진해 지금은 1년에 몇 차례씩이나 공연무대를 갖는 수준급 실력의 관현악단이다.18명의 단원들은 올해로 벌써 6년째 특별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 실력이 감동적이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구름, 비, 바람. 사람의 손길로 제압할 수 없는 자연의 힘. 그래서 자연재해는 그 어떤 재앙보다 무섭다. 인간은 예측불허의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미군의 기후조작 프로젝트가 뒤늦게 밝혀졌다. 과연 은밀했던 프로젝트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유리의 성(SBS 오후 8시50분) 시어머니 인경은 민주에게 사표를 냈냐고 묻고, 민주는 놀랍고 당황한 얼굴로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다고 매달린다. 그러나 인경은 큰 며느리가 인경보다 못해 집에서 내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유성 그룹의 안주인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이제부터 배워 나가야 한다고 못 박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10분)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며 환하게 웃는 승희. 태어날 때부터 열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있었던 승희의 병명은 ‘애퍼트 증후군’이다. 게다가 치아의 심한 부정교합으로 음식을 제대로 삼키기도 힘들다. 8년 전, 병원 수술을 받은 후, 추가검진을 받지 못한 승희의 건강은 괜찮을까?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아침부터 부둣가에 나온 미연이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미연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달려 오는 남자는 선생님. 육지에 있는 중학교로 매번 다니기가 힘든 미연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직접 풍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평생을 섬에서 나고 자란 섬 소녀 미연이의 특별한 가을나기가 시작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히말라야 산맥의 심장부에 위치한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네팔의 험준한 산줄기는 전기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탓에 국토 발전의 크나큰 장애 요소로 꼽힌다. 캐나다의 한 과학자가 암흑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등불이 되어 줄 첨단 기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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