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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길고양이/최광숙 논설위원

    출근길 아파트 단지를 나와 골목길로 접어들기 전 작은 놀이터를 지난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는 경우가 많다. 느닷없이 길고양이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기에 기겁을 하기 일쑤다. 왜 하필이면 이곳에서 출근 시간쯤이면 고양이가 나타날까. 그 이유를 몇 달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출근길 그 공원은 고양이가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 작은 그릇에 고양이 먹이를 담아 놓았다. 잘라낸 빈 페트병에는 물도 따라 놓았다. 고양이가 내 출근길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내가 고양이 아침 식사를 방해한 셈이다. 매일 아침 갈 곳 없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집 베란다에 자주 찾아오는 집 없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셨단다. 몇 달 동안 제 집처럼 드나들던 그 고양이는 나중에 시댁 베란다에서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덕에 고양이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출근길에 불쑥 나타나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고양이를 배려하고 챙기는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아침마다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로얄 발레단의 ‘한 여름 밤의 꿈’ 뉴욕 리허설

    로얄 발레단의 ‘한 여름 밤의 꿈’ 뉴욕 리허설

    영국 로얄 발레단 발레리나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여름밤의 꿈’ 초연을 위해 조이스 시어터 재단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세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을 위한 공연이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극단 해인 연극 ‘다시 만날 때까지’ 공연

    극단 해인(대표 이양구)은 연극 ‘다시 만날 때까지’를 20, 21일 서울 홍익대 앞 CY시어터에서 극단 상봉리와 합동으로 공연한다. 지난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된 ‘복도에서’를 연출했던 이 대표가 구성 및 연출한 작품이다. 극단 상봉리 소속인 배우들은 연세대 83학번 동문이다. 문의 010-5336-1248.
  • 불법 증축·승선인원 초과…위험천만 낚싯배

    낚싯배 등 소형 어선들의 불법 증축과 승선인원 초과 등 불법행위가 잇따라 여름 휴가철 해상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경남 통영해양경비안전서는 16일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에서 지난 13일 낮 12시 40분쯤 8.55t급 낚시어선 D호(통영선적)가 정원보다 18명이 많은 33명(어린이 3명 포함)을 태우고 가는 것을 적발해 선장 전모(67·통영시)씨를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D호는 비진도에서 한 펜션 투숙객 13명을 1인당 1만원씩을 받고 태운 뒤 또 다른 펜션 투숙객 20명을 더 태워 항해하다 해경 경비함 검문에 걸렸다. 통영해경은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쯤 통영시 한산도 서방 0.5마일 해상에서 스킨스쿠버 동호회 회원 5명을 태우고 가던 9.77t급 낚시어선 S호(통영선적)를 적발하고 선장 한모(38·통영시)씨를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S호는 스킨스쿠버 회원들을 15만원을 받고 산양읍 인근 섬으로 태우고 가던 길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은 레저용으로 등록된 선박을 이용해야 하지만 레저용 선박은 이용료가 비싸 낚싯배를 이용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통영이나 거제 지역 섬을 오가는 선박을 이용하려면 1인당 2만원 안팎의 승선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용료가 싼 낚싯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자칫 해상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통영경찰서는 낚시꾼을 더 많이 태우거나 고기를 더 많이 잡기 위해 소형 어선을 불법으로 개조한 통영지역 소형 연안어선과 낚시어선 선주 강모(42)씨 등 11명을 지난 11일 적발해 어선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박을 불법 증축하면 선박 안전성에 영향을 주어 안전사고가 우려됨에도 낚시객 등을 많이 태우기 위해 불법으로 증축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지속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통영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금융 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이나 동양사태 같은 큰 사고가 나선 안 된다. 뒤처리에 발목 잡혀 정작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를 오히려 걷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자율적 책임경영’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려면 금융사 스스로의 내부 통제가 필수적이다.” 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입니다. ‘집안 단속’이 잘 돼야 금융 당국도 채찍 위주의 제재식 검사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게 전폭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자율적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인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은행권 준법감시인 현장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이런 분위기는 이미 감지됐습니다. 준법감시인들은 “권한이나 역할이 애매해 ‘고유 업무’를 잘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네요. 준법감시인은 통상 금융사 직원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상시 통제·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입지가 모호한 상황에서 조직 ‘넘버 2’인 감사의 눈치를 보느라 활발히 활동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이 때문에 문제 발생 억제보다는 정보 수집부터 대관 업무 등 안팎의 잡다한 겸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준법감시인들은 “직원들의 불공정 행위를 잡아내려면 상시 검사도 하고 사후 감사까지 할 수 있어야 유기적으로 전후 원인을 파악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감사들은 지금도 업무가 중복되는데 검사 권한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합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결국 밥그릇 싸움인데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두 달이 다 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준법감시인들은 6월 국회에 기대를 겁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에는 은행이 사외이사 구성부터 준법감시인 등 각각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지금보다 준법감시인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금융사는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감사든, 준법감시인이든 입김이 세지면 결국 시어머니 ‘말발’만 더 세지는 셈이니까요. 그들만의 영역 다툼 속에 금융사 내부 단속이 늦어지면 금융 개혁도 요원해집니다. 갑(甲)들의 밥그릇 싸움 말고 현명한 역할 분담을 기대해 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모뉴엘 판박이’ 수출가 부풀려 대출…무슨 일?

    ‘모뉴엘 판박이’ 수출가 부풀려 대출…무슨 일? ‘모뉴엘 판박이’ 수출가격을 1만 배로 높게 조작해 1500억 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50대 중소기업인이 덜미를 잡혔다. 대출금 중 미상환 금액이 300억 원대에 달해 대출해 준 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사례는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이 수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은 모뉴엘 사건과 비슷한 수법이어서 주목된다.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금융권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1일 수출품 가격 조작과 위장 수출 방식으로 1522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로 H사 대표 조모(5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범죄를 도운 H사 자금담당과장 유모(34)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조씨는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291차례에 걸쳐 개당 원가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 캐비닛 가격을 1만 배인 2억원으로 부풀려 총 1563억원을 수출신고했다. 그러고 나서 받은 1522억원의 수출채권을 시중은행에 매각했다. 조씨는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 방식으로 확보한 수출채권을 되팔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지금까지 대출금 중 286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회사 운영자금으로 신용대출받은 61억원도 갚지 않는 등 미상환 금액이 총 34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H사에 무역금융 대출과 신용대출을 해준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조씨는 대출받은 무역금융 가운데 28억원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일본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해 미국에서 주택구입 등에 사용했다. 또 14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65억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내연녀 명의의 회사로도 25억원을 송금했다. 조씨는 법인카드로 명품과 금괴 등을 사들이고 월세 1800만원짜리 고급빌라에서 거주하면서 페라리 2대,람보르기니 1대 등 고급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몰고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TV 캐비닛은 TV케이스를 생산하는 금형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TV케이스다. 조씨는 일본의 다국적기업인 M사로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실제로는 부인 명의로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TV 캐비닛을 보냈다가 폐기처분했다. 관세청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무역금융 대출을 하다가 수출 서류를 허술하게 심사해 2만원 상당의 제품을 2억원으로 부풀렸는데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딸 양육은 돈 낭비”…딸 3명 살해한 잔혹한 父

    “딸 양육은 돈 낭비”…딸 3명 살해한 잔혹한 父

    파키스탄의 한 남성이 어린 딸들의 양육에 돈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딸들을 살해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에서 217㎞떨어진 마을에 사는 이르샤드 아흐메드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밤 딸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흐메드는 쌍둥이 7살 딸들인 차시만과 아만, 그리고 5살 난 딸 피자 등 3명을 목 졸라 죽였으며, 살해 이유가 딸들의 양육에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 당시 아흐메드의 부인인 샤바나 나즈는 남편의 권유로 막내인 2살 된 딸과 하나 뿐인 아들만 데리고 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가 중이었다. 다음날 아흐메드의 부인이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세 딸이 이미 숨을 거둔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남편은 집을 떠난 상태였다. 부인은 “평소 남편이 딸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다. 딸들을 키우느라 가족 전체가 굶어죽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면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딸들을 교육시킬 생각이 없으며 양육하는데 드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해왔다. 오로지 아들만이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겼다”고 주장했다. 또 “남편은 단 한번도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 적이 없다. 아이들의 학비나 책을 사는 비용 등은 모두 내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해결했다”면서 “딸들을 향한 남편의 이러한 생각은 막내딸이 태어난 뒤 더욱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평소 부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누구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심지어 시어머니조차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아들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지 경찰은 사라진 아흐메드가 어린 딸들을 살해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프랑스 클래식 선율에 젖어드는 대관령

    프랑스 클래식 선율에 젖어드는 대관령

    대관령 대자연의 품에서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젖어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는 7월 14일부터 22일간 강원 평창군 일대에서 열리는 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예술감독 정명화·정경화)는 ‘프랑스 스타일’을 주제로 정했다. 국내외 저명한 연주자들이 바로크 시대 프랑스 음악을 대표했던 장 필리프 라모를 비롯해 베를리오즈, 생상스, 비제, 드뷔시 등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 연주가 시리즈’(7월 23일~8월 2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는 총 61곡 중 절반인 31곡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채우며 ‘프랑스 스타일’을 한층 더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알렉상드르 바티가 훔멜의 ‘군대 7중주’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세계 초연 무대도 줄을 잇는다. 프랑스의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인 티에리 에스카이쉬는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완성한 ‘6중주’를 초연한다. 세계적인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연출로 재탄생한 라벨의 ‘볼레로’ 역시 세계 초연되며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발레리나 서희와 프랑스 출신의 알렉상드르 암무디가 내한해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특별한 무대도 이어진다. 정명화 예술감독(첼로)은 스트라빈스키, 바버, 차이콥스키의 곡을, 정경화 예술감독(바이올린)은 베베른,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을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하프시코드 주자 데뷔 무대를 갖는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티스트와의 대화’에서는 에스카이쉬가 관객들을 만난다. 차세대 음악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거장들의 공개 강연인 ‘마스터 클래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 등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1577-526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아이 돌봐줄 사람 없는데…” 휴원·휴업이 무섭다는 엄마들

    지난 3일 다섯 살 아들을 둔 직장인 엄마 이모(32·서울 강남구)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우려로 유치원이 다음날부터 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유치원에서 맞벌이 부모들은 그대로 아이들을 종일반에 보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씨는 “부모로서 불안한 마음이야 같지만 사정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지었다. 이씨와 같은 처지의 부모가 많았는지 휴원 첫날인 4일 이 유치원에는 원생 8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40명이 등원했다. 이날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전국 유치원 422곳과 초등학교 579곳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부부가 번갈아가며 휴가를 내서 돌본다지만 휴업이 장기화되면 감당이 되지 않아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여성·육아 커뮤니티에는 “휴업한다는 문자를 받는 순간 ‘어떡하면 좋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급하게 아이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처지라 괜히 학교가 야속했다”, “메르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에 휴업 결정을 환영했지만 어린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직장에 나갈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 는 등 직장인 엄마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한 여성은 “주변에서 ‘아이가 먼저지 이런 상황에서 일을 꼭 다녀야 하느냐’는 얘기까지 해서 심란하다”는 고민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린이집이 휴원해 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전업 주부들도 아이 돌보기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네 살 딸을 둔 김모(34)씨는 “아이와 온종일 붙어 있는데 메르스 때문에 외출도 못 하고 갑갑하다”며 “집에 있던 스티커북과 색칠북도 다 떨어져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 돌보기를 위해 ‘할마’(할머니와 엄마를 합친 말)들까지 총출동했다. 세 살 아이의 엄마인 A씨는 “메르스 걱정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며 시어머니가 집에 오셨다”며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시어머니인데 앞으로 같이 지낼 일이 걱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메르스 공포가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도 거부하는 민감한 아내와 상대적으로 둔감한 남편이 의견충돌을 보이는 것. 아내는 “안전 불감증이다”, 남편은 “너무 유난 떤다”며 대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30만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 베이비’에는 “아이들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나들이 계획도 모두 취소하고 지난 주말부터 집에만 있다”며 “그런데 애들 아빠라는 사람이 저녁에 일 끝내고서 사람들 만나러 나간다기에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되느냐’니까 미친 사람 취급해 한바탕 싸웠다”는 글이 올라와 엄마들의 호응을 받았다.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남편부터 아이들과 격리해야 한다”, “남편도 일을 안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불가능하다” 는 등 하소연이 넘쳐난다. 남편들도 할 말은 있다. 회사원 장모(36)씨는 “온종일 일하다가 집에 와서 아이라도 한 번 안으려 하면 아내가 병균 취급하며 씻기부터 하라고 한다”며 “그럼 일도 하지 말라는 거냐”며 항변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상반신 노출 밀착 드레스로 눈길 끄는 라라 앤서니

    상반신 노출 밀착 드레스로 눈길 끄는 라라 앤서니

    미국 여배우 라라 앤서니가 2일(현지시간) 뉴욕 베스트 바이 시어터(Best Buy Theater)에서 열린 드라마 ‘파워’ 시즌 2(”Power” Season Two Series)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전에서도 확인 못한 백석 詩語사전 나왔다

    사전에서도 확인 못한 백석 詩語사전 나왔다

    시인 백석(1912~1996) 연구의 권위자인 고형진(56)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시어 사전인 ‘백석 시의 물명고(物名攷)’를 고려대 출판부에서 냈다. 물명고라는 말은 조선시대 여러 물명의 뜻을 풀이한 대표적인 분류어휘집인 유희의 ‘물명고’에서 따왔다. 그동안 백석 전집과 평전은 여럿 나왔지만 백석 시어 사전 출간은 처음이다. 고 교수는 1983년 ‘집난이’ ‘김치 가재미’ ‘최방등제사’ ‘조아질’ ‘구덕살이’ 등 백석 시에 나오는 단어 가운데 기존 어휘 사전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시어들의 뜻풀이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첫 시도 이후 30여년 만에 백석 시어들의 의미 풀이에 대한 완결을 봤다. ‘동구재벼오다’처럼 낯설면서도 친근한 평북 방언부터 ‘한’과 같은 1음절 지시관형사에 이르기까지 백석 시 98편에 등장하는 시어 3366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뜻을 풀이해 의미 범주에 따라 분류했다. 용례도 제시하고 빈도까지 확인했다. 고 교수는 “한 시인의 시어 전체를 의미별로 분류하려면 시어 하나하나의 뜻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뜻이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그 시어를 분류 체계 안에 귀속시킬 수 없다. 백석 시의 난해어에 대한 뜻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문헌을 뒤지고 자문을 구하는 등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1부는 시어를 체언과 용언, 수식언으로 나눈 뒤 ‘사람’ ‘기본 생활’ ‘사물’ ‘감각’ ‘동물’ 등의 의미에 따라 분류해 단어들의 뜻을 풀이하고 용례를 실었다. 2부는 시어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간단하게 뜻풀이를 했다. 부록에는 시어 분류를 통해 드러난 백석 시의 내용적 특징, 백석 시어의 분류별 어휘 수 등을 담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더 강해졌다. 체력의 한계까지 극복했다. 역동적인 힘과 섬세한 감정이 완벽히 조화됐다. 오는 5~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창작 발레 ‘레이지’(RAGE)다. SBT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지난해 12월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살아남기 위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잘 표현해 호평받았다. 확 달라진 작품을 이끄는 주역 무용수 정운식(48)과 장지현(31)을 만났다. 이들은 “레이지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진 외형적인 데 집중해 하루하루 달려가기 바빴는데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 작품을 통해 제 자신을 처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춤도 제 자신도 다 내려놓고 스스로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정운식) “초연 때 엄청난 체력 소모 탓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공연 뒤 무대에서 느꼈던 쾌감은 그 어떤 무대와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이 그동안 제 안에 갇혀 있던 열정을 모두 끄집어내게 했습니다.”(장지현) 재공연에선 ‘배신’, ‘희망’을 주제로 하는 두 개의 장면이 추가돼 전체 12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의 춤들을 수정해 전체적인 통일성도 보완했다. 무엇보다 체력이 더욱 강화됐다. 75분간의 공연 내내 파워풀한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의미한다. 장지현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공연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고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며 “무용수가 체력이 부족하면 공연 때 힘들어하는 게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돼 관객들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정운식은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렀을 때 속에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메슥거리는 느낌을 참아야 하는 게 곤욕”이라며 “이걸 이겨내고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은 강도 높은 단련으로 체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정운식은 매일 아침 줄넘기와 수영 등을 하고 장지현은 근력운동에 매진한다. 두 사람은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려 우리 사회의 모든 분노를 발산할 것”이라고 했다. “비참함, 고난, 분노 같은 건 익숙한 감정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없는 것을 만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거든요. 몸에 배어 있는 감정이기에 제 자신에게 집중하면 그 폭발력은 상당합니다.”(정운식) “한 곳을 주시하면서 과거 분노했던 경험을 떠올려요. 그 상황에 몰두하면서 모든 감정을 눈으로 모아요. 과격하고 힘찬 동작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눈빛에 담아 강렬하게 전달하려고 해요.”(장지현) 정운식은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멤버로 현재 수석 무용수를 맡고 있다. ‘비잉’(BEING) ‘볼레로’ ‘도시의 불빛’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열연했다. 장지현은 2009년 입단했다. ‘호두까기인형’ ‘사계’ 등의 작품에 출연했고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레이지는 트릭, 편법이 아니라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저희들도 거짓이 아니라 땀으로 일궈낸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한다면 관객들도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희선 “이젠 ‘엄마’라는 단어도, 연기도 어색하지 않아”

    김희선 “이젠 ‘엄마’라는 단어도, 연기도 어색하지 않아”

    “이젠 ‘연아 엄마’라는 말이 여배우 김희선이라는 말만큼 듣기 좋아요. 또 다른 내 이름 같아서요. 우리 연아를 만나려면 다음 생에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야겠죠?(웃음)” ●“‘연아 엄마’라는 말, 또 다른 내 이름 같아” 일곱 살짜리 딸을 둔 엄마지만 여전히 명랑하고 솔직하다. 드라마 ‘앵그리맘’, ‘참 좋은 시절’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배우 김희선(38)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로 학교 폭력에 맞서는 조강자 역할을 맡아 민낯에 망가짐을 불사하는 등 성숙해진 연기로 배우로서 재조명을 받았다. “20년째 배우로 재발견되고 있는데 제가 그동안 연기를 어떻게 했었나 하고 반성도 하게 되요. 배우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엄마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시어머니가 생기니까 며느리 역할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게 되구요.” ‘앵그리맘’은 왕따, 학교 폭력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다뤘다. 극 중 고등학교 별관 붕괴로 인한 학생들의 사망 사고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딸 아란 역할의 배우 김유정이 멍 분장, 피 분장을 하고 바닥 구석에 있으면 아무리 촬영이라도 기분이 나빴어요. 붕괴 장면을 찍을 때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 다들 숙연해졌죠. 요즘 학교에서는 더 심각한 사건이 많다고 하던데 드라마 한 편으로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교복을 입고 코믹 연기까지 펼친 그는 “엄마의 진정성도 보이면서 억척스럽지만 귀엽고 부담되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그가 20년 넘게 여배우로서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긍정의 힘이다. 그가 MC를 맡았다가 폐지된 토크쇼 ‘화신’ 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웃어넘긴다. 젊고 예쁜 후배들의 추격에 때론 불안할 법도 하지만 “그 친구들의 몫이 있고 나는 그들이 못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친다. “저는 예전부터 호불호가 강했지만 늘 낙천적으로 생각했어요. 가면 쓰고 내숭을 떨기보다는 자기 모습대로 하는 게 가장 편하고 오래가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를 처음 뵀을 때도 저 술 좋아하고 잘 마신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웃음)” ●민낯에 액션까지… 성숙해진 연기로 재조명 화장기를 쏙 빼고 배우로서 민낯을 보여준 그의 다음 도전 목표는 의외로 ‘액션’이다. “남자 배우들이 왜 그렇게 액션 영화를 탐내는지 이번에 알았어요. 내면 연기는 힘들게 고통을 표현해야 잘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액션은 머리 한 번만 잘 휘날려도 칭찬을 받고 실제로 한 것에 비해 효과가 좋더라구요.(웃음) 앞으로도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로운 역할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음식으로 축하 전하는 터키 결혼식의 흥겨운 맛 잔치

    음식으로 축하 전하는 터키 결혼식의 흥겨운 맛 잔치

    성인이 된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삶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는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여기나 지구 반대편이나 가릴 것 없이 가장 흥겨운 잔치다. 터키의 전통 결혼식은 특히나 흥겹고 성대하다. 무려 3일 동안 치러지며 흥겨움을 최대한 만끽한다. 길고도 유쾌한 결혼식은 신부를 데리러 가는 신랑의 발걸음에서 처음 시작한다. 마치 우리네 함지기들의 함 파는 모습처럼 신부의 방을 가로막는 남동생과 흥정하고 설득해야 겨우 신부의 손을 잡고 신부집을 나설 수 있다. 결혼식 전날 밤 열리는 ‘크나 게제시’가 하이라이트다. 신랑 신부의 하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시어머니는 신부의 손에 헤나를 발라 주며 악운을 쫓고 신부가 됐음을 알리는 의식을 치른다. 그러고는 밤늦게까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결혼식의 대표 음식은 바로 케슈케크다. 전라도 잔칫상에 홍어가 빠지면 안 되듯 케슈케크가 없는 결혼식은 결혼식도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터키에서 케슈케크는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또한 신랑 신부가 첫날밤 먹는 음식 타오크와 바클라바도 빼놓을 수 없다. 달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디저트 바클라바는 달콤한 결혼생활을 기원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음식으로 우리의 이바지 음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는 26일 밤 11시 35분 ‘세계의 잔치음식-터키’에서 음식을 통해 두 가문의 결합을 축하하고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문화로 이어온 터키의 결혼식, 그 특별한 맛을 따라 터키인들의 삶 속으로 따라가 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잔혹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

    [최동호 새벽을 열며] 잔혹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

    어린이의 달 오월 초부터 잔혹 동시가 쟁점이 됐다. 출판사 측의 전량 폐기로 문제가 일단락되기는 한 것 같지만 논란은 그대로 남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과 그 한계를 넘었다는 측의 주장은 아직 어떤 합의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 시는 시일 뿐인데 왜 이렇게 민감하게 나오느냐는 것이 시집을 발간한 측의 주장이고 출판사는 물의를 사과하고 폐기한다고 했지만 대다수 일반 독자들은 당혹스럽다는 의견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정작 동시를 쓴 열 살 소녀의 의견은 크게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과연 그 동시를 어린 소녀가 정말 쓴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젊은 시인들 중에는 그와 유사한 엽기적 시를 발표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는 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잔혹 영화나 일본 잔혹 만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시단의 중심부가 아니라 시단의 일부에서 이런 유형의 잔혹 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고 각박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반영이다. 잔혹 동시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 필자가 열 살 어린 소녀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도 선량하고 순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심의 세계에도 성인의 세계 못지않은 경쟁과 탐욕이 작동한다. 그들을 가혹한 경쟁 세계로 내몰고 있는 학부모들도 내심 소망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유년기에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향유한다는 것은 각자의 일생에서 가장 축복받은 지복의 순간이고 그것을 지켜 주고 싶은 것도 부모의 마음이다. 잔혹 동시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어린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외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보도가 있었다. 잔혹 동시가 출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현실에서 방과후 어린아이들은 과외와 레슨으로 밤늦게까지 조금도 쉴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들의 나날의 삶은 동시집 ‘솔로 강아지’에 수록된 시 ‘학원 가기 싫은 날’에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눈깔을 파먹어’ 등의 표현이 서술된 다음 한 행 건너 ‘가장 고통스럽게’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어의 구사나 점층적 행간의 배치에서 열 살 어린 소녀가 쓴 동시라고 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세련된 솜씨다. 한 편의 시로 전체를 말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시편들을 읽어 보아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게 마무리된 시편을 다수 엿볼 수 있어 놀랍다. 그러므로 ‘매우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독자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첨가된 삽화다. 입술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씹어 먹고 있는 엽기적 그림이 시적 상황을 고도로 극화시킨다. 시의 문면이 단순한 시를 넘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 동시집이 어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출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버릴 수 없다. 동시집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 그러한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비판적 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동시집으로 출판된 이상 주된 독자는 어린아이들이다. 출판사에서 전량 폐기했더라도 잔혹 동시는 사회적 충격을 준 하나의 사건이다. 동시든 시이든 윤리를 부정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적 깊이와 아름다움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극단을 추구해도 충격요법 이상의 효과는 없다. 시는 윤리 이상이거나 기존의 윤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충동으로 가득 찬 존재다. 동시의 이름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잔혹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를 유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동시집을 간행했던 소녀가 훗날 자신의 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 [33회 교정대상 수상자] │자비상│ 강민성 안동교도소 교정위원

    [33회 교정대상 수상자] │자비상│ 강민성 안동교도소 교정위원

    1997년부터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교 법회, 독경 대회, 교화 상담 등을 통해 수용자들의 심성 순화와 정서 안정에 기여했다. 1998년 시어머니를 살해해 입소한 자살 고위험자를 상담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교정 사고를 막았다. 수용자의 자녀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연을 듣고는 직접 500만원을 대출해 지원했다. 출소자와 10년 넘게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모범적인 생활로 인도하고 수감 경력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수용자에게 보증을 서고 취업을 주선하는 등 사회 복귀를 도왔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햇빛 피하는 것은 선택, 쬐는 것은 당위입니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햇빛 피하는 것은 선택, 쬐는 것은 당위입니다

    ■햇빛사냥  장석주 시인의 시 ‘햇빛사냥’을 읽는다. ‘애인은 겨울벌판을 헤매이고/지쳐서 바다보다 깊은 잠을 허락했다. /어두운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리고/하늘은 비극적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일어나다오, 뿌리 깊은 눈썹의/어지러운 꿈을 버리고, 폭설에 덮여 오, 전신을 하얗게 지우며 사라지는 길 위로/돌아와다오, 밤눈 내리는 세상은/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무너질 것 같다. /우리가 어둠 속에 집을 세우고/심장으로 그 집을 밝힌다 해도/무섭게 우는 피는 달랠 수 없다. /가자 애인이여, 햇빛사냥을/일어나 보이지 않는 덫들을 찢으며/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서 가자. /모든 싸움의 끝인 벌판으로.’  시는 전체적으로 햇빛 세상에 대한 동경을 그리고 있다. 궂이 해나 빛을 말하지 않아도 ‘겨울벌판’이나 ‘깊은 잠’, ‘밤눈’ 등속의 시어가 갖는 대칭적 반어들이 자연스럽게 햇빛이라는 동경의 궁극에 가닿는다. 확실히 햇빛은 추운 시한(時寒)의 정서와는 대척적이며, 그래서 밝고 따뜻하고 건강하다. 유쾌하고, 명랑한 것도 햇빛의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다. 햇빛에 대한 이런 의미 부여는 건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겉은 멀쩡하나 속으로 병드는 현대인  현대인은 바쁘다. 정말 바쁘기도 하지만 바쁨에 길들여져 한가할 때도 바쁜 흉내를 내며 살아간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바쁘지 않은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 그렇게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은 비타협적으로 단호하다. 적어도 바쁘지 않은 것, 이를테면 생각이나 행동, 판단이나 동향이 바쁘지 않은 상태를 이해하고 같이 가려 하지 않는다. 이런 현대인의 규격화된 삶은 당연히 햇빛과 차단될 수밖에 없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햇빛은 바쁜 가운데는 잘 깃들지 않는 속성이 있다. 게다가 해가 쏘아대는 빛살은 꺾일지언정 구부러지는 법이 없는 탓에 그늘 속으로는 잘 찾아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포동포동 살이 쪘거나 근육질로 잘 다져져 있어도 외피는 허여멀겋다.  그러면서도 다들 안녕해 햇빛에서 무얼 얻는지도, 얻어야 할 지도 모르고 산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만약 밭 가운데 있는 싱싱한 배추 한 포기를 뿌리째 화분에 옮겨심은 뒤 빛이 차단된 상자 속에 넣어 뒀다고 상상해보자. 이 배추가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빛이 없는 곳에서 배추가 감당할 수 있는 생명의 임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것이 배추가 아니라 닭이나 개 등 가금류라면 효과가 더 드라마틱할 것이다. 닭은 며칠 안 지나 수수깡처럼 말라비틀어진 목을 늘어뜨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쉴 것이고, 개는 눈을 까뒤집고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것 대신 사람을 빛으로부터 차단된 밀폐 공간에 넣어두면 어떨까.    ●햇빛의 중요성과 유효성 다시 생각해야  결과는 역시 치명적이다. 물론 한계시간 안에서는 별 이상이 없는 듯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사람이라고 배추나 닭, 개 등속과 다를 이유가 없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증상은 대사장애일 것이다. 소화가 안 되고, 체중은 급격하게 줄며, 빠르게 활력이 사라질 것이다. 이어 부종과 함께 동공이 풀리면서 아예 탈기해 엎어지거나 아니면 발작적으로 광란 조짐을 보일 수도 있다. 흔히 사도세자로 아는 장헌세자의 죽음을 돌이켜보자.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대궐 마당에서 뒤주에 갇혔다가 8일만에 절명하고 만다. 요즘처럼 부검을 했을 리도 없고, 의학적 관점의 검시 기록도 없다. 그러나 상황을 아는만큼 추리하고 추정할 수는 있다. 한 나라의 세자요, 지존이 보장된 신분이었으니 누군가 영조 몰래 약간의 음식과 물을 제공했다고 보면 그가 불과 8일 만에 절명했다는 것은 뜻밖이다.  설령 그런 동정적 조치가 전혀 없는 상태였더라도 신선한 공기가 있고, 햇빛이 쪼이는 곳이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뒤주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 지 금방 알 것이다. 장헌세자가 갇힌 공간이 판자를 대어붙여 틈이 숭숭 빈 나무 상자가 아니라 정말 잘 만들어진 뒤주라면 산소도 금방 바닥났을 것이고, 햇빛 역시 거의 새어들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본 뒤주는 두꺼운 판재를 잇대어 짠 뒤 기름을 먹여 판재 사이에 빈틈도 없을 뿐더러 무척 견고했다. 거기에 갇힌 장헌세자가 굶주렸을 것임은 사실이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체력은 바닥나고, 숨 쉬기도 어려운 조건에 햇빛마저 막혀 나중에는 매우 심각한 착란 증세를 보이지 않았을까. 마치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죽음 직전에 신기루를 보듯.    ●조금씩, 자주 햇빛을 찾자  좀 아는 사람들이 한사코 햇빛을 쬐라고 권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의사들 얘기를 들어보자. “햇빛을 쬐지 않으면 체내에서는 합성되지 않는 비타민D가 부족해 각기병, 골다공증 등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악영향의 범주가 무척 넓어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많은 햇빛이 필요한 건 아니다. 1일 20∼30분 정도만 햇빛에 피부를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긴 옷과 선캡, 선블럭 등으로 중무장(?)을 한 상태라면 햇빛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햇빛은 맨얼굴에 목덜미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춥지 않다면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 좋다. 햇빛을 받는 부위가 넓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단 비타민D 합성 때문에만 햇빛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햇빛은 앞서 인용한 시구에서도 나타나듯 정서나 심상에도 상상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 의사들이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한사코 햇빛을 많이 쬐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심한 우울증 환자들이 주로 흐린 날 의외의 행동을 하는 것도 살펴보면 햇빛과 무관하지 않다. 햇빛이 막힌 상태에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직접 영향을 받아 그만큼 우울 지수가 높아지게 된다. 당연히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회수가 늘고, 강도도 한층 세질 수밖에 없다. 일조량이 줄고 야외활동이 어려운 겨울에 우울증성 자살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햇빛은 심성을 형성, 유지하는 데도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심성이 밝고, 사고가 긍정적이며, 활동력이 강한 사람은 천성도 천성이지만 어려서부터 바깥활동을 많이 해 햇빛에 더 많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햇빛 기피는 ‘백색 신드롬’  종합하자면, 현대인의 건강 문제가 가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햇빛 결핍’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무슨 ‘화이트신드롬’이 그렇게 강한지 햇빛 아래 나서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세태도 우습거니와 햇빛에 피부가 조금이라도 그을릴라치면 마치 세상이 뒤집히기라도 할 것처럼 파닥거리는 행태는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흰 피부가 대세라지만 그렇게 바득거린다고 타고난 유색인종의 운명이 바뀔 리가 없는데도 그걸 이루겠다는 발상은 섭리에 대한 도전일 뿐이다.  햇빛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햇빛을 쬐어서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많다면 주저없이 햇빛 속으로 나서면 된다. 밝은 날, 온 얼굴에 햇빛을 받으며 부드러운 바람 앞에 서보라. 당신은 지금까지 몰랐던 또다른 세상을 느낄 것이다. 가슴이 열려 모든 묵은 것들이 씻겨나가고, 머리 속의 안개가 걷혀 생각이 청량해져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햇빛을 피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햇빛을 받는 것은 필수적 당위다. 자, 이제 모두들 두려움 없이 벌판으로 나서 햇빛을 사냥하자. jeshim@seoul.co.kr
  • 결혼정보회사 듀오, 부부의 날 기념 ‘제 4회 부부사랑 명예의 전당’

    결혼정보회사 듀오, 부부의 날 기념 ‘제 4회 부부사랑 명예의 전당’

    국내 1위 결혼정보업체 듀오(대표 박수경, www.duo.co.kr)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둘(2)이 하나(1)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을 기념해 ‘제 4회 부부사랑 명예의 전당’을 개최했다. 부부사랑 명예의 전당 행사는 행복한 다둥이 가족을 주제로 결혼친화문화를 확산하는 결혼장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듀오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연을 응모 받아 저출산 시대에 남다른 가족애를 실천하고 있는 다둥이 가족을 대한민국 대표 모범가족으로 선정했다. 이에 올해의 대한민국 최고 가족상은 좌충우돌 오남매, 웃음꽃 네자매, 악동 삼형제의 사연을 보낸 3쌍의 부부에게 돌아갔다. 박수경 대표는 듀오 임직원의 축하 속에 12명의 자녀와 함께 참석한 세가족에게 상패와 가족사랑 지원금 100만원을 각각 수여했다. 시상식 직후 가족간 섬김과 헌신을 다짐하는 가족 사랑 세족식이 거행됐다. 총 18명의 부부와 자녀들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 주며 가족의 진정한 화합과 사랑을 되새기는 시간을 함께했다. 특별 제작된 대형 케이크 앞에서 12명의 자녀와 함께 참석한 부부 6명의 기념 사진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표 모범가족으로 선정된 네자매의 부모 이상민(38), 최양미(36)씨는 서울 방화동의 개인 베이커리에서 건강한 빵을 만들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착한 부부다. 이들 부부는 지역 보육원과 복지관에 정기적으로 빵을 기부하고 있다. 부부 공동 육아에도 솔선수범해 다둥이 가정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칭 다둥이 홍보대사 오남매의 부모 최창식(41), 서진희(39)씨는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이 더하기가 된다는 부부다. 결혼 8년만에 다섯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 그 가장 큰 힘은 직장 다니는 며느리를 응원해주며 다섯 아이를 계속 돌봐주신 시어머니 덕분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로 시어머니와 여행 계획을 잡고 있다. 늦깎이 대학원생 남편과 슈퍼 워킹맘 부부 홍성완(39), 김지선(35)씨는 삼형제의 부모다. 결혼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운명처럼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려 아들 셋을 낳았다. 홍성완 씨는 “오랜만에 만져보는 아내의 발이 많이 거칠어 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주말마다 자녀들과 서로의 발을 씻겨주며 대화할 수 있는 가족 스킨십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듀오 박수경 대표는 “부부가 사랑의 결실로 만들어가는 가족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안식처이자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생겨나는 힘든 시대 속에서도 가족 중심의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남 남해군

    [新국토기행] 경남 남해군

    경남 남해군은 남해안의 중심에 있는 섬으로 이뤄졌다. 남해도와 창선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올망졸망한 섬과 높고 낮은 산, 아름다운 해안선 등 한려수도의 비경과 어우러진 풍광이 보석처럼 아름다워 보물섬으로 불린다. 본섬인 남해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주민 대부분이 남해도와 창선도에 산다. 두 섬에 딸린 작은 유·무인도는 모두 79개다. 1973년 6월 남해대교가 건설돼 육지인 하동군과 연결됐다. 고려~조선시대에는 남도의 유배 섬 가운데 한 곳이었다. 절해고도에 갇혀 유배생활을 했던 선비들은 귀양살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글을 쓰며 견뎠다. 자암 김구의 ‘화전(남해 옛 이름)별곡’,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유의양의 ‘남해견문록’ 등이 탄생했다. 김만중은 노도에서 1689년부터 3년간 유배생활을 하다 1692년 55세로 생을 마쳤다. 남해대교 양편에는 노량(梁)리라는 같은 지명이 있다. 귀양 온 선비들에게 남해와 하동 사이를 갈라 놓은 바다 물결은 이슬방울로 이뤄진 다리처럼 보여 더욱 향수에 젖게 했다. 그래서 노량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에 남해도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가, 2003년 창선도와 삼천포를 잇는 창선·삼천포 대교가 건설되면서 남해안 관광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볼거리 ●기암괴석 즐비한 금산… 원효대사가 꼭대기에 ‘보리암’ 창건 기암괴석이 곳곳에 솟아 있는 금산(해발 705m)의 절경을 직접 보면 소금강이나 남해의 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 하나하나 전설을 간직한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군과 남쪽으로 펼쳐진 바다가 어우러진 비경은 장관이다.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산꼭대기 부근에 보광사(현 보리암)를 창건하면서 유래됐다. 금산이란 이름은 이성계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기 전 보광산을 찾아 임금이 되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를 하면서 뜻이 이뤄지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왕이 된 이성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 금산으로 지었다. 금산에는 제1경인 쌍홍문을 비롯해 38경이 있다. 꼭대기에서 보는 일출은 장엄하고 환상적이지만 변화무쌍한 날씨가 구경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3년 동안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상에 있는 보리암은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3대 기도처로 꼽힌다. ● 육지 관광객들 발길이 절로~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잇는 남해대교는 길이 660m로 1973년 6월 22일 개통됐다. 건설 당시 동양 최대 현수교로 1968년 착공해 5년여 만에 완공됐다. 남해군은 육지에서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관광지로 빠르게 발전했다. 개통된 뒤 한동안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줄을 이었다. 1983년에는 미스코리아 수영복 사진을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 미스코리아 진에 뽑힌 임미숙씨는 “남해대교에서 수영복을 입고 사진 찍다 감기에 걸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왕복 2차로인 남해대교는 늘어나는 교통량을 소화하지 못해 옆에 새로운 대교가 건설되고 있다. 남해 창선도와 삼천포 사이 바다에도 길이 3.4㎞의 창선·삼천포 대교가 건설돼 2003년 4월 28일 개통됐다. 단항교,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등 각기 다른 모양의 교량 5개가 늑도, 초량섬, 모개섬 등 3개의 섬을 이어주고 있다. 이 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울창한 송림 품은 상주은모래비치 반달형으로 생긴 백사장 길이가 2㎞에 이른다. 수심이 얕고 완만한 데다 물이 깨끗하고 따듯해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모래가 하얗고 부드럽다. 뒤쪽으로 금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울창한 송림이 모래밭을 감싸고 있다. 앞쪽 먼바다에 있는 나무섬과 돌섬이 파도를 막아 주기 때문에 해수욕장 물결이 천연호수처럼 잔잔하다. 여름에는 100만명 이상이 찾는다. 겨울에는 전지훈련 온 선수들의 운동 장소로 이용된다. ●비탈진 급경사 100여층 계단을 보는 듯… 가천마을 다랑이 논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앞 바닷가 비탈 급경사지에 계단처럼 층층이 조성된 논이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논이 바다에 닿는 곳까지 100여층을 이룬다. 주민들이 한 뼘의 땅도 놀리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 농사를 짓는지 보여 주는 농업 현장이다. 2005년 1월 명승 제15호로 지정됐다. 다랑이 논 뒤쪽으로 설흘산과 응봉산이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론 바다가 펼쳐진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닷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생긴 것으로 꼽히는 암수 미륵바위(경남도 민속자료 제13호)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지 고현면 차면리 관음포 앞바다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곳이라고 해 이락파(李落波)라고 불린다.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왜군이 쏜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적의 기세가 오를 것을 걱정해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유언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최초로 육지에 오른 관음포에는 장군의 우국충정을 기리기 위한 유적지(사적 제232호)가 조성됐다. 제사를 지내는 사당 이락사가 있고 충무공유허비와 충무공묘비각 등이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안식처로 삼은 독일마을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를 하다 은퇴한 교포들을 위해 군이 삼동면 물건리에 독일풍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교포들은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독일건축 양식으로 빨간 지붕에 하얀 벽으로 된 주택을 지었다. 물건항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34채가 있다. 19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갔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60~80대 주민 18가구 20여명이 산다. 마을 뒤쪽에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남해파독전시관이 있다. ●김만중 등 남해 유배객 6명의 작품을 소개한 유배문학관 유배와 유배문학에 관한 자료를 전시해 놓은 국내 최초의 전시관이다. 남해읍에 있다. 향토역사실, 유배문학실, 유배체험실, 남해유배문학실 등으로 꾸며졌다. 유배문학실에서는 세계 유배의 역사와 문학을 살펴볼 수 있고 남해유배문학실에는 김만중을 비롯한 남해 유배객 6명과 주요 작품 등을 소개해놨다. >>먹거리 ●단단한 육질에 비린내 없는 남해 죽방렴 멸치 바다물살이 센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 지족해협에서 원시어업 방식인 죽방렴을 이용해 잡는 멸치다. 우리나라 최고급 멸치로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구하기 어렵다. 죽방렴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 참나무로 된 기둥을 ‘V’자 모양으로 박은 뒤 대나무를 그물처럼 엮어 놓은 고정 어로시설이다. 중간에 설치한 통발 속으로 밀물 때 고기가 들어가고 썰물 때는 입구가 막혀 들어간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지족해협에 수십개가 설치돼 있다. 명승 제71호다. 죽방렴 어장은 시설과 면허가 제한된다. 죽방으로 잡는 멸치는 그물로 잡는 멸치보다 비늘이나 몸체에 상처가 없어 신선하다. 물살이 센 곳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며 기름기가 적고 비린내가 없다. 삼동면과 미조면 주변에는 멸치회와 멸치쌈밥, 멸치구이 전문 음식점들이 많다. 청정바다 남해에서 갓 잡은 멸치로 요리한 회, 통멸치로 찌개를 끓여 쌈을 싸서 먹는 쌈밥 등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최적의 바닷바람과 햇살 속에서 자라 고품질 자랑하는 남해 마늘 남해군은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꼽히는 마늘의 주산지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 식품으로도 부른다. 하루에 마늘 한 쪽을 꾸준히 먹으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을 구워도 영양가에는 변화가 없어 먹기에 좋고 소화와 흡수도 잘된다. 남해군 토질은 물이 잘 빠지는 사암이 많고 토양 무기질 가운데 칼슘과 칼륨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마늘을 재배하는 데 알맞다. 토양 산도도 적합해 바닷바람과 햇살 속에서 자란 남해 마늘은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남해 마늘은 칼륨과 칼슘, 당도가 높고 조직이 치밀하다. 씨알도 굵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남해 마늘로 만든 흑마늘과 흑마늘 엑기스도 인기가 있다. ●부드러운 육질에 지방산·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남해 한우 남해군은 오염원이 없는 섬 지역으로 산소량이 많고 오존층이 두껍다. 한우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다. 남해한우는 철저한 족보 관리로 태어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송아지를 사육한다. 남해축산업협동조합과 남해한우영농조합법인은 한우혈통번식우 단지를 운영해 송아지를 생산한다. 수송아지는 거세해 2년간 사육한 뒤 체중 600㎏이 넘으면 출하한다. 고기가 부드럽고 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남해한우는 전국 각종 품평회에서 최고급 한우로 인정받고 있다. ●짙은 맛과 향기 품은 남해 유자, 입맛 돋우고 숙취 해소까지 남해군에선 최고 품질의 유자가 생산된다. 맛과 향기가 짙고 당도가 높다. 가격이 높지만 품질이 뛰어나 인기가 있다. 7300여 농가에서 600여㏊에 유자를 재배, 1년에 700여t을 생산한다. 유자는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 많다. 헤스페리딘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식욕을 돕고 숙취를 풀어주며 기침을 삭이는 효과가 있다. 몸의 노폐물도 내보낸다. 술과 차 원료로 널리 쓰인다. 남해 유자는 11월에 수확한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인기를 끌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유자가 남해 유자로 둔갑하는 사례도 있다.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워킹맘 선배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20년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애초에 슈퍼맘이 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도 않았지만, 요즘 나는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사로 돌아온 지 70여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만큼 여유가 없다. 오전 8시 집에서 나와 9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반. 아기를 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옷을 갈아입고 9시부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보통 집에 9시 반쯤 오기 때문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밤 10시를 넘긴다. 워낙 늦게 자는 아기였지만 복직 이후로 시간이 더 늦어졌다. 씻기고 같이 책 좀 읽다가 재우면 12시가 넘는다. 아기를 눕히고 거실에 나오며 바라보는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제 겨우 70여 일…바닥이 드러났다 약 11주 동안 열여덟 번의 야근을 했다.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야근을 재택근무로 하게 돼 있어 복직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집에 6시에 와서 자정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야근을 하는 시간이 제일 고달프다. ‘나만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한다고 할까’ 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엄마가 못마땅한 아이는 심하게 보채고 안아 달라고 졸랐고, 기분이 좋아지면 식탁 위로 올라와 컴퓨터를 깔고 앉으며 마우스를 만지는 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울리기도 했다가 점점 ‘뽀로로’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에는 아기띠에 안고 억지로 잠을 재우고 안은 채로 일을 한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여섯 번 갔다. 세 번은 토요일 아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세 번은 평일 퇴근 직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감기 증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휴가일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아이가 심하게 아플 경우 등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둬야 한다. 툭하면 아이 핑계를 대고 휴가를 쓴다는 뒷말을 최대한 적게 듣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맞벌이 아이라 콧물이 줄줄 흐르는 데에도 어린이집에 보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눈초리도 피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한밤 중에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가방에 약을 챙겨서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다섯 번의 일요일 근무를 했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일요일은 남편이 오롯이 육아를 전담한다. 2주의 하루꼴인데 그 때마다 1시간 안팎의 ‘시댁 찬스’를 쓰는 남편이 무척 부럽다. 남편 역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한다.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서 남편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간다. 세 가족이 오롯이 주말 이틀을 보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사실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아침부터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한 시간 동안 놀이수업에 참여했다가 끝나면 나들이를 간다. 봄 햇볕을 쪼이며 꽃구경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공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녁이 되면 외식을 하고 일주일치 장을 봐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남은 집안일이 또 있고, 아이가 며칠 동안 먹을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비슷한 메뉴만 만들어 먹이는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이 짓누른다. 일요 근무가 있는 한 주는 토요일에 웬만한 걸 다 해결해 놔야 하니 시간이 더 짧다. 두 달 남짓의 워킹맘 생활을 겪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아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그나마 좀 쉬운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바로 집안일이다. 원래도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일에 소질이 있지도 않긴 했다. 잘하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기의 발바닥이 시커멓게 변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시에 청소기를 돌렸다. 다음 날 입을 속옷까지 똑 떨어졌을 때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아끼던 아기 옷 하나를 버렸다. 해외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젖은 수건들 속에 잘못 겹쳐져 있다가 그만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옷에 핀 곰팡이가 나의 살림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했다. 신혼 때에는 요리도 곧잘 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부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나마 복직한 뒤로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해결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복직한 날에는 기념으로 근사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이모님과 교대하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은 아예 없다. 이모님이 빨리 오라고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어도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는 좋은 분인데도 이상하게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종종 걸음으로 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이 아침보다 더 조급하다. ●가장 쉬운 것은 회사 일, 가장 힘든 것은 집안일 복직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 피자, 치킨, 찜닭에 떡볶이까지. 온갖 종류로 시켜먹다 보니 배는 채웠는데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찬을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반찬을 보며 든든함을 느꼈지만, 그걸 꺼낼 때마다 남편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괜한 부담감 때문에 저녁 9시 반, 10시에 밥도 못 먹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 좀 먹고 오라고 바가지를 긁기도 했다. 혼자서는 김치 한 접시로도 밥을 뚝딱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남편의 저녁식사는 아무리 불량주부라 해도 신경이 쓰인다. 친정엄마 옆에 살면서 반찬을 얻어다 먹는 친구가 제일 부럽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그걸 먹으면 나도 더 힘내서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가부장적이어서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자상한 성격에 육아와 집안일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나눠서 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간 뒤 칼퇴근을 해야 겨우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 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하숙생’이라 불러준다. 우리집 ‘하숙생’은 청소기 돌리기와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를 전담해서 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돕는다. 꼼꼼해서 나보다 더 집안일을 잘 하지만 나는 항상 부탁을 하는 입장이 된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되니 청소만 제때 해 달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주말마다 “미안한데 청소기 좀 돌려줄래요?”라고 말해야 움직인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 정리를 싹 해줘도 내 입에서는 꼭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가운데 맞벌이 여성의 가사분담 실태 조사 결과,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을 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절반 이상(52.9%)이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이면서 가사까지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도 25.7%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영아기(0~2세)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평일 평균 육아시간이 4.2시간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1.8시간이었다. 나도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돌아오지만 가사노동·육아 시간의 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예 집에 머무는 시간부터 다르다. 남편의 왕복 4시간 되는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도 고역이다. 다음에는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값, 생활비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엄두는 감히 낼 수가 없다. 누구는 일하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이, 아둥바둥 사는데도 늘 시간이 빠듯하다. 나의 문화생활이라고는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영화관에 간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주 전 주말 남편과 TV로 ‘국제시장’을 본 것이 올해 첫 영화였다. 지난해 초 ‘겨울왕국’을 집에서 본 뒤로 1년 만의 영화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운동할 시간은 아예 없으니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임신 중에 쪘던 20kg이 휴직 기간 1년 동안 다 빠졌는데, 한 달 만에 5kg이 불다니. 그만큼 육아가 힘들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 서서 외국어 학습지를 푼다. 하루 중 내 머리에 뭔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이지만. 기저귀나 유아용품을 급히 사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사실 얼마 안 된다. 당장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것에만 감사하려고는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그래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몸은 너무 고되고 기껏 번 돈은 절반 가량을 이모님에게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금은 ‘애 키우는 여사원’으로밖에는 딱히 존재감이 없다. 동기나 후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은 늘 엉망이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지만 제대로 티가 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무엇보다도 지난 1년 동안 내가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이모님과 처음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이모님이 시소에 탄 아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울컥했다. 그날 밤 깜깜하고 텅 빈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같이 그네를 탔다. 요즘 들어 말문이 트이려고 온갖 예쁜 짓을 하는 아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아이 얼굴이 끊임없이 고민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무려 꼴찌라고 한다. ‘대다수의 워킹맘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겠지.’ 육아카페에 올라오는 직장맘들의 애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고 공감을 하며 지낸다. ‘그래,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매일 시댁에 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낫지.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대고 매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남편들보단 낫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기가 아직 어린 지금이 그나마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이후까지. 고비마다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문 앞에서 따라가겠다고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뒤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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