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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동걸린 정당 민주화

    민주당의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는 당 총재제도를 폐지하고 최고위원회의를 합의제 의결기구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민주당의‘단일성 집단지도체제’도입은 정당의 민주화라는 점에서‘1인 지배구조’로 시종해 왔던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를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대위가 마련한 지도체제 개편방안의 특징은 당 대표의권한 축소와 원내정당화,정책정당화로 요약할 수 있다.대표는 경선에서 최다득점자가 맡게 되고,대외적으로 당을대표하는 대표권과 일상적인 당무 관할권,제한적 인사권등을 행사하지만 총재보다 권한이 크게 축소된다.지금까지정당에서 ‘제왕적 총재’가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총재가 조직·인사·재정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특히 ‘공천권’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정당법은 공직후보자 추천에 관한 민주적 절차를 명시하고 있고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도 민주적 공천을 규정하고 있지만,총재가사실상 공천에 관한 전권을 행사해 왔다. 의원들은 ‘생사여탈권’을 지닌 1인 보스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해 왔고,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의 지역적색채가 ‘하향식 공천’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켰다.정당의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이같은 ‘하향·밀실 공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논리적 귀결로민주당은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 줘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지역구 의원 후보는 지구당 당원들이 공천하고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인단이 뽑도록 한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밀실 공천’에 따른 ‘돈 공천’시비도 줄어들 뿐 아니라 대의제(代議制)의 정신이 살 수있다.우리 정당사에서 실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지금까지는 총재의 생각이 곧 당론으로 확정돼 의원들은 보스의 뜻을 관철시키는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천권이 1인 보스의 손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의원들은 민주적으로 결집된 당론에 따르거나 소신에 따라 표결할 수 있게 된다.또한 선출직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이최고위원으로 격상됨에 따라 원내정당화와 정책정당화를촉진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특대위의 당 발전방안이 현실화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있겠으나,민주당의 실험은 정당의 민주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한나라당 등 다른 정당에도 일파만파의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민주당의 당 발전·쇄신방안이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에 따른 당내 상황과 내년 대선을 의식한 부분도 클 것이다.당장 눈앞의목표를 떠나 정당사적 의미라는 좀더 큰 시야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 한국의 아나키즘-이호룡 지음/ 지식산업사

    학문이 엄밀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국내 학계의 한국 근현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은 빈곤하다.으레 ‘백(白) 아니면 적(赤)’ 혹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있을 뿐이다.그만큼 사상사 조명이 불구였다는 말이다.빈 자리 가운데 하나가 ‘제3의 사상’이라 불리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다.그 역할이 작지 않았지만 간헐적 조명에 그쳤다. 이호룡 박사가 내놓은 ‘한국의 아나키즘’(지식산업사)은 이런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의 결실이다.박사논문도 ‘한국인의 아나키즘 수용과 전개’를 쓴 그는 사상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아나키즘 연구를 한층 깊게 했다. 지은이는 먼저 1910년대의 역동성에 주목한다.이제까지의 연구가 민족주의에만 집중한 한계를 보는 데서 그의 연구는 출발한다.이 한계는 사회주의 수용 시기와 동기,공산주의 수용의 배경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20년대의 사상 분화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고 이 박사는 보고 있다.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근대 사상계의 흐름을좌우의 대립으로만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런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저자는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사상을 생생하게 복원시킨다.19세기말에서 해방이후 분단정부의 수립까지 한국 중국 일본의 아나키즘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가 부각하는 20년대초까지 한국 사회주의의 주류는 아나키즘이었다.이후 아나키스트들은 민족주의,공산주의와의 두 싸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사상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원인으로 테러활동에 대한 탄압과 극단적 좌우대립을든 뒤 지은이는 내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꼽는다.“개인의자율성과 창조성 강조,직접민주주의 제와 지방자치 제 등을 특성으로 하는 아나키즘이 통일 후 우리 민족의 새 사상을 정립하는 데 실마리를 준다”는 지은이의 지적도 시사적이다.1만9,000원. 이종수기자
  • 사라진 청계천 생활속엔 흐른다

    서울 경복궁의 서북쪽 백운동에서 발원하여 북한산,인왕산,남산 등의 여러 물줄기를 모아 서울도심을 관통하는 길이 13.7km의 청계천.지금은 복개돼 그 위를 고가도로가 달리고 있지만 60년대까지만 해도 청계천은 서울시내를 흐르는 하천이었다. 청계천이 시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서울의 도시화 때문.서울이 조선왕조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 가까이 청계천은 서울 주민들의 빨래터,하수도 등 생활공간이자 명절에는놀이터였으며,또 거지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이었다. 그러다가 1961년에는 도성내 구간이,이어 67년에는 그 하류구간이 모두 복개됨으로써 청계천은 서울시민에게 이름만 있을뿐 실체가 없는 개천이 되고 말았다. 서울시립대 부설 서울학연구소(소장 최기수)는 최근 20세기 서울변천사 연구 첫권으로 ‘청계천:시간,장소,사람’을 펴냈다.이는 청계천 물길을 되살리자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서울 정도(定都) 이래 청계천이 소멸할 때까지 청계천과 천변(川邊)이 서울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또 서울주민들과 국가는 청계천을 어떻게 대하고 처리해 왔는가를 다면적으로 다루고 있다.즉 역사학,사회학,행정학,조경학,건축학,도시공학 등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청계천’이라는 공통주제를 다룬 것으로,소위 ‘학제적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물이기도 하다. 청계천이 복개로 인해 그 모습이 사라졌지만 청계천변의 도시적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60년대 복개 이후 이곳은빈민촌에서 오히려 도심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특히 청계천 공구상과 세운상가,인근 동대문시장,황학동 중고품상 등의 형성,발달이 그것이다.최근의 청계천 복원 목소리와 관련,이 책은 복원이 도시적 변화·발달의 기반인 복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전환임을 시사해준다. 정운현기자 jwh59@
  • [씨줄날줄] 안개 속

    불청객 안개 때문에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적지 않은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질 못해 운항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김포 공항이나 인천 공항도 마찬가지다.안개가 잠깐 걷히는틈을 타서 이착륙을 해야 했다.하늘에 비길 바는 못되지만도로 사정도 아주 어려웠다.극심한 교통 체증에 사고가 잇따랐다.서울에선 한강변을 따라 나있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특히 심했다. 안개는 이른 봄이나 가을 끝자락에 자주 발생한다.가난한사람들에겐 더욱 시련의 계절인 겨울이 오거나 물러 갈 때쯤이다.일교차가 심해지기 때문이다.낮 동안 수증기를 맘껏머금었던 대기가 어둑해지면 물방울을 토해 내며 생기는 자연 현상이다. 증발량이 많은 바닷가, 강이나 호숫가에서 더심한 게 보통이다.그러나 동해안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면서 자연스레 편서풍이 일어 서해의 안개만이 육지에 상륙해 영향을 준다. 보통 사람들에겐 안개가 그리 반갑지 않다.교통 불편을 제쳐 놓고라도 안개는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과 상극이다.공기 속을 떠다니는 먼지나 공해 물질과 결합해 몸속으로들어가 없던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또 안개 속의아주 작은 물방울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옷을 적셔 기분까지도 축축하게 만들기 십상이다.안개를 노래한 가락을흥얼거려 보아도 별로 신이 나질 않는다. 안개를 반색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안개 속 연인들이다. 밀어를 나눈다.모르긴 몰라도 사랑 얘기일 것이다.말은 없다.그저 손만 꽉 잡을 뿐이다.가슴으로 전해질 것이요,영원히 하나이리라 다짐할 때마다 손에 힘을 더 주었을 것이다. 밝은 대낮에 마주보며 주고받았으면 좋으련만 밤에,그것도안개 속에서 나눠야 금석맹약(金石盟約)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안개 속 밀어는 믿을 바 못된다.근년들어 결혼·이혼 비율을 따져 보면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헤어진다고하지 않는가. 안개 속의 밀어는 반드시 연인들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안개는 햇빛이 비치면 결국 걷히게 마련이다.안개가 걷히기시작한 것일까. 안개 속에서 나눈 밀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언젠가는 안개가걷힌다는 사실을 그들만 몰랐다는 말인가.영종도의 짙은 안개도 아침나절만 지나면 다시 시야가 트이지 않는가.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대한광장] 희망 잃어버린 사회

    ‘문명충돌론’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새뮤얼 헌팅턴은 최근 발간된 ‘문화가 중요하다’는 책의 서문에서 “나는 1990년대 초 가나와 한국의 1960년대 초반 경제 자료들을 검토하게 됐는데,60년대 당시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아주비슷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깜짝 놀랐다”고 썼다.한국은 정치·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반면 가나는 그렇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두 나라의 문화차이라는 것이다. 헌팅턴의 분석대로 우리는 짧은 기간에 세계가 경탄할 만한 발전을 이룩해냈다.20세기의 전반부를 망국과 식민의 고통속에 보낸 민족이 그 후반부를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특이한 케이스인 것이다. ■지향점 상실한 사회. 그러나 21세기 초엽에 들어선 지금 우리는 또다시 위기를맞고 있다.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상실한 것이 위기의 징후인데,그 이유는 지향점을 잃었기 때문이다.60년대 초반의가난 속에서는 근대화라는 지향점이 있었고,군부독재에 시달리던 80∼9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지향점이 있었는데,이 두가지 목표를 대충 달성한 지금 우리는 지향점을 상실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주도세력이나 대안세력이 없다.물론 수많은 말의 성찬은 있지만 공허한 수사일 뿐 그 누구의 가슴에도 와 닿지 못한다. 누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희망을 상실하게했을까? 반세기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가 준실망이 가장 클 것이다.국민들은 개발독재 과정에서 구조화된 부조리를 조광조처럼 참신한 개혁정치가가 척결해 주는한편 경제발전이란 장점은 황희처럼 경험도 풍부하고 깨끗한 청백리가 이어주기를 바랐다.물론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그런 성과는 소수의 부패한 선무당 패거리가 뒤덮어 버리고 말았다.그 결과 비난이 비등하자 이른바 대권주자들은 ‘네 탓’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어디로 증발했는지 민초들은 어리둥절하고 있다. 과거에는 야당에서 희망을 보았지만 지금의 야당에서 희망을 찾는 국민은 보기 어렵다.그저 현 정권의 대척점에 있기에 반사이익을 얻는 또 하나의 희망 없고 대안 없는 정치집단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세기가 19세기와 달랐던 것 이상으로 21세기는 20세기와 다르다.자본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던 시대가 20세기라면 21세기는 정보와 지식이 자본의 힘을 능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 대다수는 아직도 20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몇 푼으로 시작해 당대에 세계 최고의갑부가 됐다는 일화는 남의 일일 뿐이다. ■시야 외부로 돌려야. 우리 사회는 남에게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지만 그 칼끝이자신에게 향하면 철밥통을 움켜쥐고 저항하는 극단적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책임을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아 눈을 번득이고 있고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희망과 지향점을 상실하고 이 땅을 떠나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내부 파쟁에 쏟는 정력을 밖으로돌리는 그곳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험한 뱃길과 미지의 실크로드를 두려워하지 않은 고대인들의 도전정신을 따라 시야를 밖으로 돌리는 그곳에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있을것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 [가자! 교통월드컵] 음주운전 이대로 안된다

    올 들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크게 줄었지만 교통선진국을 자처하기엔 아직 이르다.올 상반기중 경찰에 단속된 음주운전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를 뒷바침한다. 경찰의 전방위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더욱이 모임에는 으례 술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지구촌의 축제인 내년 월드컵이 자칫 음주운전으로 얼룩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음주운전에 나이·직분 따로 없어=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인기가수 김완선(32·여·본명 김이선)씨를 음주운전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운전면허 100일 정지처분을 내렸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9시 쯤 술을 마신 뒤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 혈중 알콜농도 0.051%로 적발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맥주 두병을 동생과 나눠마셨는데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김씨처럼 생각하다가 낭패를 당한 인기인은 한둘이 아니다.지난 9월에는 영화배우 유오성(33)씨와 프로농구선수서장훈(27)씨가 음주운전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됐다.6월에는 탤런트 원미경(41)씨가 혈중알콜 농도 0.208% 상태에서 차를 몰다 운전면허를 취소당했다. 올들어 경찰 단속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나이와 직분을초월한다.면허증도 없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없는 10대가 있는가 하면,술에 취한 여대생·교수·가정주부·할아버지 등도 거리낌없이 핸들을 잡았다가 망신을 당했다.뿐만 아니라 솔선수범해야 할 현직 경찰,검사,판사등이 음주단속에 걸려 물의를 빚었다. ◆음주운전자 매년 급증 추세=음주운전에 대한 법적 처벌규정과 경찰의 단속이 날로 강해지고 있으나 음주운전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지난 92년 8만5,292명에서 지난해 27만4,400명으로 연평균 2만명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92년 1만319건에서 지난해 2만8,074건으로 크게 늘었고 사망자도 483명에서 1,217명으로 급증했다. ◆음주로 적발돼도 반성 대신 재수 탓=음주단속에 적발된이들의 대부분은 힘(?)이없고 재수가 없어서 단속에 걸렸다고 말한다.술은 마셨어도 운전엔 별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더욱이 일부 특권층은 음주단속도 받지 않고,적발되더라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이들도 있다.실제로 경찰이나 검찰 직원의 경우 음주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직원(경찰관)’임이 확인되면 그냥 보내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단속에 걸린 뒤에도 음주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거나 더러는 경찰에 강력 반발하기도 한다.지난달 충북 괴산경찰서는 음주단속에 걸린지 이틀만에 또다시 적발되자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에 흉기를 휘두르며 자살소동을 벌인 이모(36)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의 행정편의적 단속도 문제=음주단속에 적발된 이들이 억울하다고 믿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찰 단속이 근원지가 아닌 도착지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술을마시긴 했지만 집앞까지 아무 탈없이 운전했다는 게 음주운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실제로 음주단속의 대부분은 근원지가 아닌 주택가 입구나 간선도로 등 ‘길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행정편의적 단속으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더러는 음주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모든 차량을 세운 뒤 운전자에게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원시적 단속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다고주장하기도 한다. ◆처벌 강도 높이고 운전자 인식 바꿔야=음주운전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범죄행위인 만큼 경찰의 단속과 법적 처벌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음주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단속과 처벌보다는 운전자들의인식 전환이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어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이원영(李元榮) 수석연구위원은 “음주운전 단속체계를 객관화·과학화하고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광삼기자 hisam@. ■음주운전, 서울 올 3만2,100건 적발. 서울시내에서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19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시내31개 경찰서에서 모두 3만2,100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강동경찰서가 가장 많은 2,138건을 적발해 가장 적었던 중부경찰서 287건의 7.4배에 달했다. 이어 송파경찰서가 1,728건,중랑경찰서가 1,689건,도봉경찰서가 1,695건 등의 순이었다.유흥가 밀집지역인 강남 일대를 단속하는 강남경찰서는 1,695건으로 평균치인 1,035건을 웃돌았다. 하지만 강남 유흥가 밀집지역인 방배경찰서와 여의도 일대를 단속하는 영등포경찰서의 적발건수는 각각 961건과 967건에 불과해 주택가가 밀집한 서초·수서·용산·마포경찰서 관내보다 오히려 적발건수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유흥가의 경우 상시 단속이 이뤄져 음주운전자가 적은 반면 단속이 허술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가나 한적한 도로의 경우 상대적으로 음주 운전이 많다”면서 “이는 아직도 자신의 안전보다는 단속에 연연하는‘눈치 음주 운전’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서울이 3만2,1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이어 경기(2만9,796건),충남(1만7,674건),경남(1만3,743건),부산(1만2,867건),전남(1만1,555건)등의 순이었다. 조현석기자 hyun68@ ■음주실험으로 본 인체공학. 알콜 섭취의 가장 큰 문제는 대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술을 마신 뒤 기분이 좋아지거나 침울해지는 등 정신적변화가 생기는 것은 알콜이 중추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알콜섭취량이 과다한 경우 감각이 둔해지거나 판단력이흐려지고 만취상태에서는 신경체계가 마비돼 심신이 따로노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의 겔린과 워렛마크가 음주운전자 12명을 대상으로운전기능을 실험한 결과 일부 운전자들은 혈중알콜농도 0. 03% 이하의 낮은 주취 상태에서도 운전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콜에 대응하는 능력이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그간실시된 많은 실험 결과들은 혈중알콜농도가 0.05%를 넘어서면 운전기능이 손상되거나 운전형태가 평소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미국의 드류가 40명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음주 후 운전기능을 측정한 결과 알콜농도 0.08%에서 운전기기의 오작동률이 16%를 넘어선 것으로 측정되는 등 사고수반율 및기능저하율이 급속히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하인과 뮬러가 각각 300명과 1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실험 결과도 대다수 표본이 혈중알콜농도 0.1%에서 도로상황에 반응하는 시간이 지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야가 좁아져 좌·우회전 신호변화에 따른 운전조작 능력이 평소보다 10∼15%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광삼기자. ■음주운전 외국선 어떻게. 먹거리를 중시해온 중국에서는 숙박업소를 ‘반점’(飯店)이라고 불렀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쉬고 잠자는 곳을‘주막’이라고 부를 정도로 술과 친근한 문화였다.우리나라만큼 술에 대해 관대한 나라도 드물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술 취해 흥청거리는 것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더욱이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살인행위로 간주,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더욱이 선진국일수록 음주운전 관련 규제가 강하고 강도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검찰은 지난달 22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한인 20대 여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3년8개월을 구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LA 검찰은 이날 패서디나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음주운전으로 앞차를 들이받아 2명을 숨지게 한 곽모(27)씨에게 과실치사 및 상해혐의로 이같이 중형을 구형했다. 곽씨는 지난해 12월 송년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LA 동북부 글렌데일 고속도로를 이용해 귀가하던 중 마운틴 스트리트 인근에서 4명을 태운 승용차를 들이받아 앞차에 타고 있던 35세 남자와 15세 소년을 숨지게 했다. 뉴욕 주정부도 얼마전 한 경관이 음주상태에서 차를 몰다 일가족 4명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페나-헤라리법안’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25년의 징역형을 구형하고 혈중알콜농도가 0.2%를 넘을 경우 최고 징역 4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개정안은 또 음주사고로 두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검찰이 가해자를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아울러 법원이 음주사고 운전자에게 보석결정을 내리면 검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10일 음주·과속 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한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한 형법 개정안을 마련,중의원을 거친 상태다.
  • 애니콜 프로농구/ 10팀10색 전력열전

    01∼02애니콜프로농구 정규시즌이 3일 오후3시 잠실체육관에서 열릴 지난해 챔피언 삼성 썬더스-코리아텐더 푸르미전등 개막전 5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10개 구단 모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올시즌은 각팀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전력의 변화를 꾀했다.전력 변화의 핵심인 용병과 신인,이적선수들의 포진을 살펴본다. [용병]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은 기량이 검증된 기존선수와 새롭게 한국 무대에 입성한 ‘신입생’ 대결이 관심의 초점이다. 기존선수 가운데는 지난해 외국선수MVP 아티머스 맥클래리(서울삼성)와 3년연속 MVP에 선정됐던 조니 맥도웰(인천SK)이 최고 용병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입들 중에는 마커스 힉스(동양)와 얼 아이크(인천SK),퍼넬 페리(SBS) 등이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197㎝의 힉스는 스피드와 탄력이 뛰어나 공격력 강화에 보탬이 될 전망이고 201㎝의 정통센터 아이크도 맥도웰과 함께 인천SK의 주축으로손색이 없다는 평. [신인] 대부분예년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지만일부는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 군계일학은 창원 LG의 센터 겸 파워포워드 송영진(198㎝). 슈팅력과 리바운드 감각이 뛰어나 전천후 선수인 에릭 이버츠와 내·외곽을 맞바꿔가며 전술 운용의 주축이 될 전망.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전형수(코리아텐더)와 3순위 김승현(동양)도 포인트가드난에 시달려온 소속팀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빠른 몸놀림과 넓은 시야가 장기인 전형수는 득점력까지 겸비해 주전가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전망이고 김승현도 스피드와 볼배급 능력을 동시에 갖춘 수준급 가드다. [이적생] 올시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이적생은 모두 18명.이 가운데 관심을 집중시키는 선수는 지난 6월 전격적으로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문경은(인천SK)과 우지원(삼성).이들은 간판 스타답게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 인천SK는 문경은을 데려오면서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해결사 부재의 고민을 덜게 됐고 우지원도 자신의 장기인 통렬한 3점슛과 화려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을마련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사실회화 새 지평 연 박광진교수 작품전

    추상과 구상이 한 화폭(畵幅)에 공존하는 그림.7∼20일 열리는 박광진(66·서울교대 교수)의 전시회에 나오는 작품들이다.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 100∼200호의 대작 14점이 ,선화랑(02-734-0458)에 그보다 작은 크기의 작품 25점이 각각 걸린다. 박광진은 사실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화가다.60년대에는 우리나라 명산,농촌의 초가집,제주도 풍경 등을 즐겨 화폭에 담는 등 80년대 초까지 자연을 흠모하는 사실주의에 충실했다. 그 이후에는 특히 제주도의 한라산·토담벽·돌각담·초가집·유채꽃·갈대 등 그 곳에 정착하고 싶을 만큼 제주의 풍물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시되는 최근작들은 사실적 그림이라기보다 추상과 구상이 함께 등장하는 등 추상적 요소가 크게 가미됐다. “우리 미술계 풍토에서 작가의 나이나 화단에서의 위치를 고려할 때 대단한 변신”이라는 게 김달진 가나아트센터 조사자료실장의 설명이다. 소개되는 그림 가운데 하나인 ‘자연의 소리’를 보면위부분은 제주의 ‘오름’을 그린 것으로 형상이 뚜렷하게 다가온다.아래는 세로 방향의 선들로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번에 선뵈는 그림들은 소위 ‘추상과 구상의 결합’이라고불리는 이런 것들이 많다. 작가는 91년 한국미술협회를 맡으면서 한 해 3∼6차례 프랑스등 유럽을 다녀왔다.“그 영향을 받아 사물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구상회화도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는 게 박광진의 말이다. 은빛의 억새와 갈대가 무성한 늦가을의 산과 들을 화사하게 그린 작품들도 나온다. 작가는 지난 77년 변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진 이후 24년만에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다.그 사이 해외전시회를 꾸준히 가졌다.“특히 지난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미로홀에서 연 전시회는 서울전의 반응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유상덕기자 youni@
  • 김한길 “어느 길로”재보선 낙선뒤 행보 관심

    10·25 재·보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낙선한 김한길 전 문화부장관의 향후 행보가 관심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96년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던 중 당시야당 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의해 전격 발탁돼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16대 전국구 의원,문화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5년반 동안 핵심에서 일해왔다.일반적인 경우와는 정반대로 정치인 생활 초기에 화려함을 맛보다 뒤늦게 낙선의 고배를 든 셈이다. 김 전 장관은 투표 바로 다음날인 26일 “2년반 뒤 17대총선에서 구로을에 재도전하겠다”며 일단 임명직 공직 등‘온실(溫室)’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밝혔다.명실상부한 프로 정치인의 길을 기초부터 닦아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정치권에서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텁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다시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물론,출마 직전 청와대수석과 장관 등을 역임한 뒤 선거에 나와 떨어졌다는 점에서 모양새상 바로 그런 자리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 올 부산국제영화제 亞 화제작 대거 출품

    오는 11월9일부터 17일까지 9일동안 열리는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세계 60개국 203편의 영화가 선보인다.전체상영작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보다 다양한국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유럽 여러나라의 최근작들과 세계 영화계의 새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영화가 두루 포함됐다. 올해 영화제는 크게 6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아시아신인감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과아시아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아시아 영화의 창’을비롯,‘한국영화 파노라마’ ‘월드시네마’ ‘와이드 앵글’ ‘오픈 시네마’ 등이다. 칸·베를린·베니스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신작들이 대거 출품된다. 개막작은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역사의비극에 휘둘린 개인적 삶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극이다. 폐막작은 태국의 유콘 왕자가 150억원을 들여 연출한 태국영화 ‘수리요타이’.수리요타이 여왕의 일생을 통해 16세기 중반의 태국 역사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모두 11편.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소개되는 감독들은 2∼3년내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면서 “특히 여성신인 감독의 작품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홍콩 출신 여성감독 에밀리 탕의 ‘동사변형’,인도네시아 여성감독 난 아크나스의 ‘모래의 속삭임’ 등이일찍부터 화제를 모은다.이밖에 일본 토요다 토시야키 감독의 ‘우울한 청춘’,이란 이라지 카리미 감독의 ‘통과’,인도 디그비자이 싱 감독의 ‘마야’,한국 송일곤 감독의 ‘꽃섬’ 등이 나온다. 27편이 소개되는 작품목록에서 세계유수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유명감독의 최근작들이 두드러진다.허우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차이 밍량의 ‘거기는지금 몇시니?’,이와이 ??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프루트 챈의 ‘할리우드,홍콩’,미라 네어의 ‘몬순 웨딩’ 등이 끼어 있다.오사마 빈 라덴의 은둔지로 알려진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촬영돼 화제인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칸다하르’도눈길을 끈다. 개·폐막작 입장권은 18일 예매 당일 매진됐으며일반상영작은 26일부터 11월17일까지 예매된다.장편 극영화는 편당 5,000원,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참조. 영도 함지골 청소년수련관을 관객숙소로 특별지원한다. 상영관이 모인 남포동에서 버스로 20분 거리.170명 선착순온라인 접수하며,신청서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황수정기자 sjh@
  • “서구문명 위주 세계인식 소설이 앞장서서 고쳐야”

    50권 가까운 연구서를 낸 ‘강단의 공부벌레’인 조동일서울대 교수(국문과)가 ‘세계문학사 다시 보기’라는 긴여정의 종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96년 ‘‘생극론(生克論)’을 기본 철학으로 시작한 그의 세계문학사 연구가 시리즈 9번째인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지식산업사)을 내놓음으로써 각론 정리를 끝낸 것이다.특히 이전 시리즈 책과는 달리 이번에는 3권으로 이뤄져 양감이 돋보인다. 그는 끝도 안보이는 이런 험한 길에 나선 이유를 “세계경제나 세계 정치를 위시한 기존 세계인식의 틀이 지닌 유럽문명권 중심의 편향된 시각을 시정하는 방안을 문학에서 제시하는 데 세계소설이 앞서야 한다”라고 머릿말에서밝힌다. 먼저 자신의 입장인 ‘생극론’을 설명한다.싸움보다는화합이 바람직하지만 더 나은 것은 ‘싸움이 화합이고 화합이 싸움인 생극’이라는 것이다.투쟁을 통한 평화를 이야기한다. 이는 고정관념으로 물든 문학사에 대한 ‘건전한 시비’를 걸기 위한 전략이다.근대편인 이번의 ‘전장’(戰場)은 소설이다.‘학문은 독백이 아니라대화’,그것도 시비를가리는 토론이라는 원칙은 소설론에 대한 대표주자 헤겔과 루카치,바흐친의 이론을 겨냥한다.헤겔과 루카치가 딛고있는 변증법은 발전은 설명해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과정 앞에선 무력하다는 것이다.소설을 귀족과 싸워 이긴시민의 문학으로 보는 루카치는 대립의 관점에서는 맞지만 생극의 틀 즉 ‘시민의 귀족화와 귀족의 시민화’라는 시각에서는 틀렸다고 보는 게 조 교수의 입장이다.이런 관점으로 그는 동아시아,유럽,아랍,,아프리카 소설을 검토한다.그의 노력이 돋보이는 점은 단순히 논쟁 제기가 아니라대안을 함께 보여주는 데 있다.그는 동서양 소설의 출발을 ‘고백록’과 ‘전(傳)’에서 찾는다.이 차이를 무시한서구 이론가들의 눈은 균형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고백록’에 연원을 둔 유럽소설은 근대에들어서 고백의 대상인 신이 죽고 시민계급이 승리하자 자아 혹은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해체되었다.반면 동양의 ‘전’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유럽과 같은 타격이 없었다.조 교수는 이런 건강한 사례를 인도와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에서 찾는다.이런 작업은 중국·일본·영국·독일·불란서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해박함과 관련 자료를 다 섭렵하는 끈기에서 비롯한다. “원래 1권으로 쓸려고 했으나 3권으로 늘어났다”는 그의 말에서 공부한 양만큼 할 말도 많음을 알 수 있다.남은 것은 그 동안 내놓은 책을 총괄하는 작업인데 ‘세계문학의 전개’로 내년 상반기 안에 장정의 마침표를 찍겠다고말했다. “이 책을 작가들이 많이 읽고 세계문학에 대한 시야를넓히고 균형감각을 갖췄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노교수는 ‘공부 욕심’은 끝없어 보인다.이미 내놓은 ‘한국문학통사’를 대폭 고치고 지역별 문학연구로 눈을 돌린‘우리 문학사 작게 보기’ 등의 청사진을 펼쳐보였다.1·3권 1만5,000원,2권 2만원. 이종수기자 vielee@
  • [종교간 화해의 길] (4) 참 종교인의 삶

    나는 학계에서 종교다원론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그러나 이 세상에 종교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인류 공존과 평화의길을 모색하자는 것이 종교다원론이라면,나는 기꺼이 종교다원론자가 되겠다.그것이 혹시 내가 소속돼 있는 기독교의 어떤 교리를 어기는 것이라 해도,나는 한 종교의 ‘교리’보다 내가 생각하는 ‘진리’ 쪽에 서기를 망설이지 않을것이다.물론,지금 내가 진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중에진리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난다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내게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진리인 바를 좇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기독교 아닌 다른 종교를 배타하며 경우에 따라전쟁까지도 사양치 않는 기독교 신자로 남을 것인지,아니면 다른 종교인들을 형제로 여기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과전쟁을 하지 않는 대가로 기독교 신자의 자격을 박탈당하든지,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물론 기꺼이 후자를택할 것이다.왜냐하면 나는 기독교 신자이기 전에 사람이고,따라서사람답게 사는 것이 기독교 신자답게 사는 것보다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말하기를,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안식일 대신 기독교(종교)를 넣어도 말이 성립된다고 나는 믿는다.기독교(종교)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기독교(종교)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이 진실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해서 오늘도 지상에서는 이른바 종교분쟁이라는 불행한 드라마가연출 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나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기독교인답게 사는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고 말했는데,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인답게 사는 삶과 사람답게 사는 삶이 서로 다르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드러난 현상을 볼 때,간혹 다른 종교를 배타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의무인 양 주장하고 가르치는 ‘교회들’이 있기에,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다른 종교를 배타해야한다고 가르치는 기독교라면,그것은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진실로 한 분이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다른 종교를 배타(排他)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가지 의미로 ‘하나’라는 말을 쓴다.우선 하나,둘,셋,하고 수를 헤아릴 때 쓰는 ‘하나’가 있는데 이때의 하나는 상대적인 하나다.이 하나에는 하나 아닌 다른 것들이 무수하게 있을 수 있다.그러나,존재 가능한 모든 것을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으면 결국 옹근 ‘하나’가 된다.이‘하나’에는 상대할 만한 다른 무엇이 없다.그래서 절대적인 하나다.절대적인 하나에는 ‘밖’이 없다.모든 것이 그속에 들어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존재 가능한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믿는 하느님은 상대적인 분이 아니라 절대적인 분이다.만일 하느님 밖에 무엇이 따로 있다면 그 하느님은 상대적인 존재로 되고 따라서 기독교가 가르치는 하느님이 아니다. 나는 기독교인이므로 하느님을 믿는다.하느님을 믿는다는말은 그 분 앞에서 어느 것도 타(他)일 수 없는 절대적인하느님 안에 거(居)한다는 말이다. 그러니,진정한 기독교인에게는 타(他)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배타도 있을 수없다.타(他)가 있어야 배타를 할 것 아닌가?(그런 뜻에서 나의 종교다원론은 종교일원론의다른 이름이다.) 기독교인이 무엇에 대하여 배타를 한다면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도 그것을 주장하고 가르치고 오히려 자랑스레 여기는 자칭 기독교 지도자들이 있음은,있어도 저렇게 많이있음은,어째서일까?종교는 등산과 같다.종(宗)이 꼭대기 또는 바닥이라는 말이니 종교는 꼭대기 가르침 또는 바닥 가르침이라는 말 아닌가? 가장 높은 자리 또는 가장 낮은 자리로 올라가든지 내려가는 것이 종교인의 길이다. 등산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높이 올라갈수록 눈에 들어오는 세계가 넓어진다.바야흐로 정상에 서면 온 천하가 품에들어와 안긴다.'천상천하유아독존'의 자리가 바로 그 자리다.그러나 기슭에 서면 저쪽 등성이 너머도 보이지 않고 이쪽 언덕 너머도 보이지 않는다.그만큼 딛고 선 땅의 영역은 넓지만 눈에(품에) 들어오는 세계는 좁다. 종교인이란,복잡하고 천박한 앎에서 단순하고 드높은 앎으로 옮겨가는 사람을 가리킨다.따라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본 사람이 아니면 일컬어 종교지도자라는 이름으로 행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오늘 한국 기독교의 현실은 어떤가? 단순하고 드높은 가르침으로 신자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틀에 박힌 가르침으로 신자들을 기슭에 붙잡아두려는 자들이 자칭 지도자로 행세하는 모습만 보이니,이 또한 나의 좁은 시야 탓일까? 길게 말할 것 없다.이번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참사에 곧장 미국의 보복을 반대하는(적어도 보복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성명 한 줄 발표하지 않은 교단 본부라면 그것은 기독교 교회의 본부가 아니다.어떤 경우에도 앙갚음하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을,오늘처럼 그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에,세상을 향해서 외치지 않는 교회가 무슨 예수교회란 말인가?듣기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크리스천이라고 한다.이번에그가 전쟁 수준의 보복을 다짐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렇다면 이것 하나는 분명히 밝혀진 셈이다.부시는 훌륭한 미국 대통령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결코 진정한 크리스천은 아니다. 기독교인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종교인은 지금 세속권력 편에서 폭력과 증오를 키울 것인지 교주(敎主)가 가르친 진리 편에서 비폭력과 사랑을 지킬 것인지,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긴박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현주 감리교 목사. ■이현주목사 ‘종교간 벽 허물기' 앞장. 1944년 충주 태생으로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한 개신교목사지만 특정 종교에 머물지 않은 채 일상에서 다종교 사상에 바탕한 ‘종교간 벽허물기’를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는 독특한 종교인이다. 현재 부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충남 공주 계룡산 동학사아랫 마을 집에는 십자가와 성모마리아상,불상이 함께 모셔져 있을 정도다.본인의 말대로 90년대 초반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다 교회에서 쫓겨난 변선환 감리교신학대학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77년 감리교 목사가 된 뒤 전도사 시절을 포함해 교회를 맡아 운영한 것은 6년여가 전부.81년 교회에서 나온 뒤 저술과 번역 등 글쓰기와 대학·교회·성당·절 등에서 강의를 지속해왔다.감리교신학대에 재학중이던 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뒤 동화작가·번역문학가로도 활동했다.‘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를비롯해 ‘사람의 길,예수의 길’‘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칼아 너 갈 데로 가라’‘성서와 민담’‘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그래서 행복한 신의 작은 피리’‘장자산책’‘대학 중용 읽기’‘길에서 주운 생각들’ 등 20여권의 책을 통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요즘은 티베트 불교에 심취해 있으며 최근 마하트마 간디가 해설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번역 출간했다. ■‘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종교다원주의를 실천해온 이 목사의 지론이 시종일관 철저하게 드러나는 책이다(호미刊).만만찮은 불교 지식과 이해로 석가모니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을 접목시키고 있다.“제 속에는 예수님과 여래님이 나란히 계시거니와 저와 제가하나이듯이 두 분도 그렇게 한 분이신데 저는 저하고 자주갈등을 빚지만 두 분사이에는 도무지 그런 일이 없으시니두 분 사이가 저와 저의사이보다 더 가까우신 것은 분명하다”는 서문의 글은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첫 장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는 ‘금강경’의 첫구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공자님의 가르침이나 모두가 전에 없던 무슨 신통한묘수가 아니라 아득한 옛날부터 그렇게 나있는 길을 일러주신 것에 지나지 않는다.종교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뜨는 것”이라고 밝혀 그의 매이지 않은 종교관의 근저를 짐작케 한다.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처님과 예수가 만난다.‘내가 나인 줄로 알고 있는 나,즉 아상(我相)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는 석가모니의 말씀과 ‘당신을 따르려면 누구든지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죽고) 따라야 한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같다는 것이다.불교사상 중 ‘중생의 멸도(滅道)'와 기독교의 ‘세상의 구원’도 이 책에서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아상’을 버림으로써 ‘거듭나고’‘멸도’함으로써 구원을 이룬다는 점에서 부처와 예수의 가르침은 하나이며 그바라는 세상도 같다는 것이다.결국 부처와 예수라는 역사적으로 다른 두 존재가 ‘발견’한 것이 실은 역사를 관류하는동일한 하나의 진리라는 것이다.그러기에 부처와 예수는 불교와 기독교라는 굳은 격자 속에 갇힌 죽어버린 존재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SAS여객기 충돌…118명 사망

    [밀라노 AFP AP 연합] 8일 오전 이탈리아의 밀라노 리네이트 공항에서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여객기가 소형 세스나기와 충돌,118명이 사망했다고 피에트로 루나르디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이 밝혔다. 이날 사고는 밀라노 리네이트 공항에서 오전 8시15분쯤(현지시간) 이륙을 준비하던 SAS 여객기(SX686)가 짙은 안개로 시야가 흐린 상황에서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세스나기와 충돌,활주로를 이탈해 인근 수하물 집하 시설물에 부딪히면서 화재를 일으켜 일어났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세스나기가 활주로를 잘못 들어서 MD 87 기종인 SAS여객기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당시 공항의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조종사나 관제 실수로 인한 사고로 추정되고있다. 루나르디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로 덴마크 코펜하겐행 SAS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110명 전원과,세스나기의 독일인 조종사 2명과 이탈리아인 승객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또 수하물 집하시설에서 작업중이던지상요원 4명도 숨지고 4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밀라노 당국은 그러나 사상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루나르디 교통부 장관은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그러나 공항 직원인 오스발도 감미노는 사고 당시 공항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관제 오류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 초경량비행기 탑승기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이 내 발아래 펼쳐진다.날로 푸르름을 더해가는 가을 하늘 속으로 비상하는 기분이 짜릿하기 그지 없다. 26일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를 찾았다.바닷바람을 맞아 한창 짙푸른 향을 내뱉고 있는 송산면 포도밭을 지나 시화호가건너다보이는 어섬에 닿았다. 꼭 물고기 모양을 닮았다는 이 섬 개활지 한 가운데 활주로가 보인다.단출한 모양의 초경량 비행기가 여럿 서 있다.저게 하늘을 어떻게 날까 싶은데 요란한 굉음을 내며 달리기시작한다.좌우날개가 흔들릴 정도여서 겁이 덜컥 난다. “이러다 혹시…” 이 비행체는 아무래도 믿음이 안가는군.몸체와 날개길이를다 합해보아야 6∼10m.높이 1.5∼2m,세발자전거 만한 바퀴,휘발유 38ℓ의 연료,고도계·속도계 등 고작 3∼5개의 계기판을 갖춘 이 ‘꼬마 비행기’. 동체가 떠오르자 시화호가 점점 작아진다.조종스틱을 잡은에어로피아(www.aeropia.co.kr) 손상기(27)교관은 고도 500피트까지 올라가자 기수를 급선회한다.안산 시화공단이 가까워지고 그 옆으로 시화방조제가 시야에 들어온다.송산면 쪽의 포도밭도 내려다보이는 게 마치 평화로운 한폭의 그림을대하는 것 같다. 조그만 포구에선 한 어민 부부가 배에서 무언가를 부리다비행기를 쳐다보고 손을 흔든다. “들은 대로 시화호 물이 참 더럽군요” 굉음을 막기 위해쓴 헤드셋을 통해 손 교관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아니오. 여기선 여름철 바지락을 캘 정도로 깨끗한 편이에요.갯벌이라서 흐려보이는 겁니다.저쪽 공단쪽이 훨씬 심해요”라고설명한다. 보통 여객기를 탈때 겨우 창문틈으로 내다보던 하늘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하늘이 열린다.개벽이란 이런 느낌일까. “바이킹 탈 줄 아세요” 어느 정도 비행에 익숙해지자 손교관이 말을 건넨다.“그럼요”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조종스틱을 앞으로 갑작스레 숙여 급하강했다.정말 바이킹 타는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스릴이 몰려온다.손 교관은 저녁노을이 참 아름답다며 다음에는 그때를 맞춰 오라고 권한다. 이렇게 시화호 섬들과 바다,산들을 돌아보는 데 15분 정도가 걸렸다.그리고 엔진을 끈 채 서서히 활강해 개활지 표면에 내려앉는다. 이런 짜릿한 비행체험에 커다란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무게 225㎏ 이하의 2인승으로 작고 단순하기 때문에 조종이쉬운 초경량 비행기는 보통 2,000만∼9,000만원까지 나간다. 5분짜리 맛뵈기 비행은 3만원이면 충분하고 1시간 짜리는 10만원 가량 받는다. 프로펠러 동력을 이용해 시속 100∼200㎞까지 날 수 있는초경량 비행기는 엔진이 꺼지면 날개만의 양력을 이용해 활공이 가능해 불시착이 가능하다. 보통 반경 2∼5㎞의 허용된 공역(公域)만을 비행한다.이곳화성 어섬 말고도 송도 안산 일산 제천 대천 아산 등 전국 20여곳을 찾으면 맛뵈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안산 임병선기자 bsnim@. ■ULM 이틀정도 배우면 조종가능. 초경량 항공기는 일반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생긴 ULP(Ultra Light Plane)와 행글라이더에 모터 엔진만 장착시킨 ULM(Ultra Light Motor) 두가지로 나뉜다.앞엣것은 한층 안정적인비행이 가능하지만 해체가 불가능하다.조종술을 익히려면 뒤엣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뒤엣것은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고 행글라이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틀 정도 바지런히 배우면 조종할 수 있다. 교육방법 역시 크게 두가지.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단독비행 훈련과 지난 98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맛뵈기비행’.앞엣것은 조종사 면허시험 통과를 목표로 ULP를 중심으로 3개월동안 항공관련법,기상,조종술 등을 익히게 한다. 이럴 경우 비용은 200만∼300만원 정도가 든다. 뒷엣것은 3만∼5만원의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조종석 옆에 앉아 체험비행을 즐기는 것으로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다.에어로피아 이규익 대표는 “정회원 60명 정도가 매주 또는 격주 이곳을 찾아 나만의 세계를즐긴다”며 “아무리 손기술이 없는 분이라도 20∼25시간 정도만 익히면 혼자서 마음껏 창공을 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경항공협회(www.k-maa.org)를 통해 보험회사에 가입한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속 10m이상의 바람이 불거나 창공에서 돌풍이 발생하는경우,해무나 안개가 밀려와 시계 전방이 4㎞미만일 때 비나눈이 많이 내려 활주로 노면이 심하게 질척거릴 때는 무조건 비행을 포기해야 한다.상하좌우 방향의 조종 스틱과 가속기만 조작하면 창공을 쉽게 날 수 있지만 풍향 풍속 안개 등자연현상을 충분히 주시해야 한다고 이대표는 조언한다. 임병선기자
  • “러브호텔 밀집 숙박촌에 가족호텔 건립불허 타당”

    러브호텔 밀집 지역에 가족단위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한관광호텔 건립을 불허한 행정기관 처분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합의1부(재판장 周京振 부장판사)는 21일김모씨(39·여·경기도 남양주시)가 도를 상대로 낸 관광숙박시설 사업계획 승인 불가처분 취소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지역은이른바 러브호텔이 밀집된 숙박촌으로 관광호텔이 들어설부지로는 적당해 보이지 않을 뿐아니라 호텔 건립이 가능한 곳이라 해도 인근 모텔 등이 시야에 직접 보이게 돼 어린이 등 가족단위 숙박객들이 투숙하기에 여러가지 문제가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수원 김병철기자
  • “美 어떻게 돕나” 일본의 고민

    일본 정부는 미국의 테러 보복이 임박해 옴에 따라 다각도의 대미(對美)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결정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달리 일본은 헌법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보복 지원이 말만큼 쉽지 않다. 일본 헌법과 관련법에 따르면 자위대는 전투 참가는 물론 전투지역에서 자위대의 의료,수송 등 비전투행위 참가가불가능하다.반면 미군에 자금이나 정보 제공은 가능하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정부는 13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방위청은 이에 따라 현행 유사사태법으로 구체적인 대미지원책을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정조회장은 16일 NHK 토론프로그램에 출연,“일본은 수송면에서 미국을 도와야 할것”이라고 밝혀 오키나와(沖繩)에서부터 인도양의 미군기지에 이르기까지 식량이나 연료 수송을 도울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미국은 일본에 자금과 인력 제공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으나 보복이 장기화되거나 확대될 경우 자금과 물자는 물론수송과 자위대의 경계 활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여당은 자위대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있도록 유사법 제정,자위대법 개정은 물론 장기적으로는헌법 개정까지 시야에 넣고 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방음벽 설치싸고 ‘등돌린 이웃’

    경기도 성남지역 한 동네 주민들이 방음벽 설치를 놓고두 편으로 갈라져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12일 성남시에 따르면 중원구 은행1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올해초 차량소음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며101동과 105동 앞 도로변에 방음벽 설치를 요구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높이 4.5m,길이 176m의 방음벽 설치공사에 들어가 지난달 6일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길 건너편 금광2동 주민들이 시야를 가려 조망권을 훼손하고 영업에 지장을 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이같은 반발이 일자 은행1동 주민들에게 방음벽 일부 구간을 가로수와 담으로 바꾸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지난 6월말 공사가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시가 조속한 해결을 위해 은행1동주민들에게 담 등을 설치하고 그래도 소음문제가 해결되지않을 경우 2∼3년 뒤 방음벽 설치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통보하자 이번에는 은행1동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은행1동 주민들은 “1,600가구 주민들이 차량소음으로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며 “말도 되지않는 민원을 이유로공사를 중지한채 주민간 갈등만 키우는 시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성남 김병철기자 kbchul@
  • 美 동시다발 테러/ 구멍뚫린 美 안보망

    미국의 안보망에 구멍이 뚫렸다.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을 겨냥한 동시다발적인공격이 가해질 때까지 당국은 낌새조차 채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맞았다. 국방부 건물 뿐 아니라 의회와 백악관 주변에서도 폭탄이터지는 등 미국의 전반적인 안보·치안유지 상태가 문제가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세계 최고의 항공안전망을 자랑하는 미국은 민간 항공기에 대한 공중납치에 이어 무역센터 등과 충돌할 때까지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1945년 짙은 안개속에 미 육군 항공대의 쌍발 폭격기가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충돌한 적은 있으나 시야가 분명한 상황에서 비행기의 충돌공격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특히 위성 감시망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국방부에서도 비행기가 충돌, 미국의 방어능력이 실제보다부풀려졌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이 국제적인 테러위협을 강조하면서도 국내에서의 비행기 공중납치나 폭탄공격의 가능성에는 소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56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항공 2대가 이륙후 실종돼워싱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자살공격 위협이 제기되는데도 관련 당국은 워싱턴 상공에 전투기만 띄웠을 뿐 이렇다할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미 전역이 공격의 대상이고 뉴욕과 워싱턴 이외의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도 비행기 충돌이 일어나는데도 정보당국은 눈치를 못챘다. 탈 냉전이후 미국의 정보망에 허점이 뚫린 것이며 미사일방어(MD) 등 지나치게 광범위한 안보망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 신인왕 넘보지 마 “내가 찜”

    올시즌 프로축구 정규리그 포스코 K-리그가 반환점을 돌면서 신인왕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평생 한번 뿐인 신인왕에 군침을 흘리는 후보는 모두 98명.이들이 지금까지 경합한 결과 수상 후보군은 5명 내외로좁혀졌다. 탁준석(대전) 김상록(포항)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송종국(부산) 김용희(성남) 조성환(수원) 등이 이들을 뒤쫓는 형국이다. 3순위 지명된 탁준석은 대전이 거둔 의외의 수확이다.이태호 감독이 “스피드 하나는 끝내 준다”는 칭찬과 함께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전을 맡긴 탁준석은 시즌초부터 대전 돌풍의 핵으로서 김은중 이관우와 호흡을 맞추며 팀성적 향상에 기여했다.미드필더로 주전을 꿰찬 뒤 요즘 들어서는 공오균 김은중과 3톱을 이뤄 공격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그 결과 정규리그 1골3도움을 포함,올시즌 2골4도움으로 공격 포인트(6점)에서 가장 앞서 있다. 포항이 1순위 지명한 김상록은 팀내 2선 공격수로 자리잡은 무서운 신예다.173㎝·63㎏의 왜소한 체격을 지녔지만발재간이 뛰어나 플레이 자체가 화려하다.순간 판단과 패스가 좋고 2선에서의 기습슈팅도 탁월하다.신인중에서 가장많은 득점(아디다스컵 포함 3골)을 올린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후보들이 송종국과 김용희다. 히딩크호 멤버로 지명도를 높인 송종국은 설명이 필요 없는 만능 플레이어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22일 올시즌 23경기 출장만에 첫골을 등록했다.전천후 선수로서 보이지 않는 기여도가 높고 대표선수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지난해 국가대표 신인 이영표(안양)가 프로무대에서만 착실히 성적을 올린 양현정(전북)에게 신인왕을 내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성남의 오른쪽 윙백인 김용희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눈길을 끌다가 22일 수원전에서 1호골을 쏘아올려 신인왕 레이스에 본격 가세했다. 이밖에 수원에 연고지명된 대신고 출신의 조성환도 넓은시야와 안정된 수비로 눈길을 끈다.그러나 지난 7년 동안수비수에게 신인왕이 돌아간 적이 없다는 전례가 부담스럽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시즌엔설기현 안효연 등 화려한 골잡이들이 외국으로 나간 탓에 미드필드나 수비에서 신인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독주하는선수가 없어 팀성적이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옥기자 hop@
  • 삼성 40인치 LCD TV 개발

    ‘꿈의 TV’로 불리는 대형 LCD(액정)TV 시대가 열렸다. 올 연말쯤이면 시중에서 40인치 LCD를 장착한 벽걸이형 TV를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기존 프로젝션TV,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TV에 LCD TV가 본격 가세함으로써대형 디지털 TV시장은 삼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마(魔)의 벽’ 깼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40인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디지털TV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가로 871.7㎜,세로 523.0㎜(화면비율 15대 9)크기에 98만개의 화소를 가진 XGA급 해상도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양산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하지만올 연말부터 월 100여대씩 소량생산에 들어가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다.LCD는 영상신호 지체에 따른 화면끊김 현상,대형유리기판 구현 등 문제 때문에 대형화가 최대의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국내외 경쟁업체들도 현재 30인치까지만개발해 놓은 상태이며 40인치 개발은 불가능한 것으로까지 이야기돼 왔다. ●선명한 화면 강점=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PVA 광(廣)시야각 기술을 적용,170도의 시야각을 확보하고 영상신호 응답속도도 12㎳(1㎳는 1,000분의1초)로 높여 완벽한 동화상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시판중인 42인치 PDP TV보다 화소 수가 2배 이상많고 소비전력도 PDP의 절반 수준인 180와트,제품수명은 3배 이상인 5만시간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석준형(昔俊亨)LCD개발팀장은 “화질과 성능은다른 TV에 비해 월등하지만 높은 원가를 얼마까지 낮출 수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비슷한 화면 크기의 프로젝션TV(40인치)는 260여만원,PDP TV(42인치)는 900여만원인데 반해 LCD TV는 1,000만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TV 다변화= 그동안 두께가 얇은 차세대 소형 TV는 LCD,대형 TV는 PDP와 프로젝션이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의 40인치 LCD 개발 성공으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52인치 LCD 개발을 완료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현재 LCD TV시장에서는 샤프의 28인치 제품을 비롯해 일본 업체들이 20인치 안팎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LCD TV시장이 252만대에서 2005년 980만대로 연평균 40%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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