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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뜬 베트남의 별 “박지성만큼 빛나리”

    K리그 뜬 베트남의 별 “박지성만큼 빛나리”

    “K리그에서 뛰면서 한국 축구를 배워 베트남 국가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베트남 축구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서게 된 르엉쑤언쯔엉(20·인천 유나이티드)은 4일 K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현재 베트남에서 훈련 중인 쯔엉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쯔엉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선수지만 베트남에선 ‘황금세대’로 통하는 축구스타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베트남 올림픽대표팀 주전으로 출전한다. 쯔엉은 “주변에서 인천은 좋은 구단이라고 적극 추천했다”며 “일단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도전을 이겨 내는 것 또한 나에겐 기쁨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 국가대표팀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앞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처럼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쯔엉은 키 177㎝, 몸무게 67㎏으로 넓은 시야와 롱패스 능력이 장점이다. 기존 소속팀이었던 HAGL에서는 주장이자 프리킥 전담 키커로 활약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K리그 중계를 본 적이 있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최고 리그로 알고 있다”면서 “신체적으로 강한 선수가 많고 베트남 선수들에 비해 일대일 능력이 뛰어나고 압박이 심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쯔엉은 베트남 프로축구인 V리그에 대해 “모두 14개 팀이 있는데 미래세대 양성을 위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나도 그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 경기장 시설이나 상태 등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물론 프로축구연맹도 쯔엉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K리그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고 장기적으로는 광고 수입과 중계권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K리그 상위 스플릿 10개 경기를 베트남에 중계했는데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올해도 중계를 확대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쯔엉을 통해 한국 문화가 베트남에 전파되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뿐 아니라 현지 팬들도 한국에 넘어와 직접 인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지난달 28일 호찌민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은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우주를 보다] 하나 인듯 하나 아닌 ‘은하 합체’

    [우주를 보다] 하나 인듯 하나 아닌 ‘은하 합체’

    한 은하로 보이지만 두 은하가 합쳐지고 있는 보기 드문 광경 헤르쿨레스자리 방향으로 약 2억3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 NGC 6052를 촬영한 천문 사진이 미국항공우주국(NASA) 공식 웹사이트의 ‘오늘의 사진’(Image of the day)으로 소개돼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한 이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에 장착된 광시야행성카메라2(WFPC2)로 촬영된 것이다. NASA와 함께 허블 망원경을 운영·관리 중인 유럽우주국(ESA)은 이 은하가 사실 새롭게 형성 중인 은하라고 설명한다. 이는 두 은하가 점점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충돌이 진행 중인 은하라는 것. 사진 속 은하는 하나로 ‘합체’되는 장면이다. 이를 천문학계에서는 은하 합병 혹은 은하 병합이라고 말하는데 이 과정이 계속됨에 따라 개개의 별은 원래 움직이던 궤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경로로 이동한다. 또한 이때 어떤 별들은 충동이 발생하는 영역으로부터 매우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이런 별이 만들어내는 빛을 우리가 보는 것이다 보니 이 은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이 은하는 새롭게 안정된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은 원래 충돌이 시작된 두 은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사진=ESA/Hubble & 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2015 연구결산] ‘알쏭달쏭한 반려동물’ 고양이의 모든 것

    [2015 연구결산] ‘알쏭달쏭한 반려동물’ 고양이의 모든 것

    견공(犬公)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로 사랑받아온 고양이. 그러나 고양이는 의외로 과학적인 연구로도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동물이다. 특히나 고양이는 개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데 이는 개가 인간과 3만년 이상을 함께 해온 반면 고양이의 반려역사는 ‘고작’ 수천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진화가 야생과 인간사회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2015년 한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세계 각국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들을 정리해봤다. 1. 고양이는 왜 박스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할까?  지난 2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수의학 연구팀은 박스 안 고양이의 스트레스 지수 분석을 통해 고양이가 ‘대응기제’(對應機制)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박스를 활용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대응기제는 주변의 위협이나 위험등에 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반응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고양이는 박스를 일종의 대피소이자 안식처로 여기는 것. 위트레흐트대학 수의학 박사 클라우디아 빈크는 “고양이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장소로 여겨 본능적으로 박스에 끌리는 것”이라면서 “하루 18시간~20시간을 자는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자신을 숨기는 박스같은 장소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고양이가 꼭 박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을 적절히 숨길 수만 있다면 박스는 물론 쇼핑백, 서랍, 심지어 주전자 안에도 들어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그러나 이와는 다른 주장도 있다. 일부 동물학자들은 고양이의 '박스 사랑'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론을 내놓고 있다. 정답은 고양이만 알고있다.   2. 고양이는 후각보다 시각에 의지해 먹이를 찾는다 지난 2월 영국 링컨대 동물학 연구팀은 고양이는 후각보다 시각을 더 지배적으로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개와 더불어 고양이 역시 후각이 발달해 이 능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지배적인 감각이 후각보다 시각이라는 점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개에는 못미치지만 인간에 비해 14배나 뛰어나며 청력 또한 좋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을 가진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인간보다 시력이 좋지는 않다. 고양이는 대체로 흐릿한 모습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6m 앞 밖에 보지 못하는 ‘근시’ 다. 또한 인간이 다양한 색상을 인식하는 반면 고양이는 파란색과 노란색 등 몇가지 색깔 만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우리가 갖지 못한 고양이 만의 장점도 있다. 고양이는 커다란 각막과 망막 뒤 쪽에 있는 타페텀(tapetum)이라는 반사층 덕분에 인간보다 어두침침한 빛을 6~8배나 잘 인식한다. 특히 인간이 180도의 시야를 가진 반면 고양이는 이보다 더 큰 200도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3. ‘고양이 목숨은 9개’ 비결은 바로 비타민D 서양 속담에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가 궁지에서 탈출해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영국 에든버러대 소속 왕립수의과대학 연구팀은 ‘고양이의 목숨이 9개’일 수 있는 비결은 비타민D라고 밝혔다. 비타민D 수치가 높은 덕분에 극심한 상처나 질병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구팀은 교내 동물병원에 입원중인 생명이 위독한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명 ‘태양비타민’이라고 부르는 비타민D 수치가 높은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30일 가량을 더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어류나 달걀 노른자위 등에 풍부하며, 사람의 경우 햇볕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에만 생성된다. 반면 고양이는 비타민D가 포함된 음식을 통해서도 영양 흡수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4. 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인을 ‘개무시’ 할까? 지난 9월 영국 링컨대학 동물행동전문가인 다니엘 밀스 교수 연구팀은 고양이가 왜 개보다 더 독립적인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느끼듯 개는 주인을 잘 따르고 충성심을 보이는데 반해 고양이는 주인을 ‘개무시’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이같은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일명 ‘낯선 상황 테스트’(SST)를 실시했다. 이 방법은 주로 유아를 여러 상황에 두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테스트로, 연구팀은 20마리의 집고양이들을 낯선 환경에 주인, 처음 보는 사람, 홀로 놓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이같은 실험에서 보통 개는 주인과 더 밀착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개의 경우 주인을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개는 처음보는 사람이나 홀로 있을 때 크게 짖거나 수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격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를 보인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고양이는 주인이 없어도 격리불안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환경에 주인과 함께 있을 때 더 크게 우는 행동을 보였는데 연구팀은 이를 격리불안 증세가 아닌 불만의 표시로 해석했다. 연구를 이끈 밀스 교수는 “개에게 있어서 주인은 안전지대를 대표하는 존재”라면서 “이에반해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 스스로 대처하며 더욱 자주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의 이같은 특성은 ‘외로운 헌터’의 피(본성)가 아직도 흐르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주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5. 고양이 털 색깔에 따라 ‘공격성’ 다르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수의학과 연구팀은 1274명의 고양이 주인들을 대상으로 자기 고양이의 공격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털 색깔에 따라 고양이들의 공격성 정도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엘리자베스 스텔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삼색털 고양이(calico cat)는 유독 공격적’이라는 속설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삼색털 고양이란 흰색을 주요 바탕으로 하여 다른 색상의 털 두 종류가 함께 나는 고양이를 말한다. 두 종류의 얼룩 색상은 검은색과 주황색이 대부분이다. 삼색털 고양이는 거의 다 암컷인데, 얼룩에 해당하는 색상들이 X염색체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 수컷이 삼색털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이는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이며 이 고양이들은 대부분 불임증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1274명의 고양이 주인들에게 자기 고양이가 하루 중 상황별로 내비치는 공격성의 수준을 점수를 매겨 표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암컷 삼색털 고양이, 흑백 얼룩고양이, 회색·흰색 얼룩고양이 등이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보다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 나아가 상황별 고양이들의 공격행동을 분석해보면 흑백 얼룩고양이들의 경우 손으로 들거나 만질 때, 회색·흰색 얼룩고양이들은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에 특히 공격적이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특히 삼색털 고양이들의 경우 일상 속 인간과 접촉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공격적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았다며, 따라서 이 종류의 고양이들이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월등히 인간에게 적대적”이라고 결론내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공격성이 적고 친화력이 높은 고양이는 검정, 회색, 흰색 고양이나 범무늬 고양이(tabby cat) 등이었다. 6. ‘와장창!’ 왜 고양이는 물건을 쓰러뜨릴까? ‘와장창!’ 소리에 거실로 나가면 어김없이 깨진 화병. 그 옆에는 고양이가 당신을 멀뚱히 쳐다본다. 이를 성가신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고양이가 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지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고양이의 이런 파괴적인 행동은 사냥과 같은 동물적인 본능이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유명 동물병원인 ‘더 캣 프렉티스’(The Cat Practice)의 에릭 도거티 박사는 “우리가 개를 길들이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생존에 있어 인간의 도움이 필요없다”면서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배가 고프거나 아프다는 것을 말하는 등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우리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양이가 실제로 사냥을 할 때는 테이블 위나 선반 위에 가만히 있는 물건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방바닥을 가로지르는 작고 빠른 대상을 쫓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꼬리로 착륙’ 하는 무인 비행기, 현실화 될 수 있을까?

    ‘꼬리로 착륙’ 하는 무인 비행기, 현실화 될 수 있을까?

    군용 무인기는 이미 현대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력이다. 임무 역시 단순 정찰은 물론 지상 목표물 공격과 물자 수송까지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무인기에 새로운 기술적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무인기 역시 유인기와 마찬가지로 크게 고정익기 형태와 헬기 같은 회전익기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고정익기는 회전익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정찰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수직 이착륙은 불가능하다. 이 둘의 장점을 합친 형태의 항공기는 역사상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V-22 오스프리 같은 틸트로터기나 해리어나 F-35B 같은 수직 이착륙 제트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항공기들은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미 해군 연구국(ONR)과 미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고정익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계획은 TERN(Tactically Exploited Reconnaissance Node)이라고 명명되었으며 현재는 초기 연구 단계이다. 미 해군의 요구사항은 항속거리 1,670km, 탑재량 272kg 정도의 저렴한 무인기이다. 그와 동시에 이 무인기는 구축함의 좁은 갑판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노스럽 그루만 사는 이 사업에 응찰하기 위해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능과 형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전에 공개된 개념도(위)와는 약간 다른 방식이라고 한다. TERN은 고정익기면서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위해서 꼬리날개로 착륙하는 방식(tail-down)을 사용한다. 플라이트 글로벌 등 외신의 보도로는 노스럽 그루만의 제안은 대략 9m 너비의 날개를 가진 무인기로 두 개의 로터가 반대로 회전하는 이중반전 블레이드(contra-rotating blade)를 사용한다. 이는 1950년대 개발되었던 록히드 XFV와 비슷한 형식이다. 당시 이 시험기는 이륙은 그럭저럭 가능했으나 착륙 시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렵고 안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계획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런데도 다시 이 방식을 들고나오는 이유는 별도의 엔진이나 회전하는 프로펠러 같은 복잡한 구조를 취하지 않아서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꼬리 쪽으로 착륙하는 독특한 비행기의 구상이 6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로 실현되는 셈이다. 그동안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작은 무인기인 만큼 착륙 시 안정성 확보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목표만큼 성능이 나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따라서 개발 성공 여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와우! 과학] 꼬리로 착륙하는 무인기, 美 프로젝트 착수

    [와우! 과학] 꼬리로 착륙하는 무인기, 美 프로젝트 착수

    군용 무인기는 이미 현대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력이다. 임무 역시 단순 정찰은 물론 지상 목표물 공격과 물자 수송까지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무인기에 새로운 기술적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무인기 역시 유인기와 마찬가지로 크게 고정익기 형태와 헬기 같은 회전익기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고정익기는 회전익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정찰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수직 이착륙은 불가능하다. 이 둘의 장점을 합친 형태의 항공기는 역사상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V-22 오스프리 같은 틸트로터기나 해리어나 F-35B 같은 수직 이착륙 제트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항공기들은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미 해군 연구국(ONR)과 미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고정익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계획은 TERN(Tactically Exploited Reconnaissance Node)이라고 명명되었으며 현재는 초기 연구 단계이다. 미 해군의 요구사항은 항속거리 1,670km, 탑재량 272kg 정도의 저렴한 무인기이다. 그와 동시에 이 무인기는 구축함의 좁은 갑판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노스럽 그루만 사는 이 사업에 응찰하기 위해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능과 형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전에 공개된 개념도(위)와는 약간 다른 방식이라고 한다. TERN은 고정익기면서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위해서 꼬리날개로 착륙하는 방식(tail-down)을 사용한다. 플라이트 글로벌 등 외신의 보도로는 노스럽 그루만의 제안은 대략 9m 너비의 날개를 가진 무인기로 두 개의 로터가 반대로 회전하는 이중반전 블레이드(contra-rotating blade)를 사용한다. 이는 1950년대 개발되었던 록히드 XFV와 비슷한 형식이다. 당시 이 시험기는 이륙은 그럭저럭 가능했으나 착륙 시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렵고 안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계획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런데도 다시 이 방식을 들고나오는 이유는 별도의 엔진이나 회전하는 프로펠러 같은 복잡한 구조를 취하지 않아서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꼬리 쪽으로 착륙하는 독특한 비행기의 구상이 6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로 실현되는 셈이다. 그동안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작은 무인기인 만큼 착륙 시 안정성 확보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목표만큼 성능이 나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따라서 개발 성공 여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무단횡단’ 사슴, 차량과 충돌... 어떻게 됐을까?

    ‘무단횡단’ 사슴, 차량과 충돌... 어떻게 됐을까?

    주행 중인 차량과 충돌하는 사슴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포착됐다.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량을 들이박는 사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편도 2차로 갓길쪽 도로를 달리던 차량에 갑자기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도로로 침범한 사슴이 보인다.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이동하던 사슴이 차량과 충돌한다. 충돌한 사슴이 블랙박스 시야에서 사라지고 차는 앞범퍼가 찌그러진다. 한편 미국에서는 한해 로드킬 사고가 연간 30만 건 이상 발생하며 야생동물과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LiveLeak Video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비스트·방탄소년단 뜨자 함성… 야광봉 든 해외팬 7000명 탄성

    비스트·방탄소년단 뜨자 함성… 야광봉 든 해외팬 7000명 탄성

    지난 12일 밤 ‘2015 슈퍼 서울 콘서트 인 스카이돔’이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의 실내와 실외 온도는 확실히 달랐다. 목도리를 동여매야 할 정도로 쌀쌀한 겨울 날씨를 보인 이날 국내 최초의 실내 야구장인 고척돔 안은 케이팝 팬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신문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콘서트는 무료입장인 데다 비스트, 방탄소년단, 블락비 등 한류를 주도하는 정상급 인기 아이돌 그룹이 대거 출연해 행사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고척돔의 객석 수용 인원은 2만 5000명으로, 문화행사에는 보통 2만석 정도를 개방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사각석(시야방해석)을 최대한 줄이고 한류 스타들의 모습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1만 5000여석만 개방했다. 한정된 자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열성팬 3000여명은 콘서트 전날부터 고척돔 앞에 줄을 섰다.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들고 공연장으로 직행한 열혈 해외 팬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온라인 티켓 교부로 해외에서도 수월하게 콘서트 티켓을 손에 쥘 수 있게 한 점은 해외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서울신문과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이날 콘서트에 온 해외관객은 7000여명에 달한다. 중국, 대만,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관객 가운데 70%가 중화권에서 몰려든 케이팝 팬들이었다. 투아이즈, 멜로디데이, 노지훈, 로미오 등 신인 가수들이 꾸민 1부부터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고척돔을 달구기 시작했다. 주요 가수들이 등장한 2부가 되자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최근 신곡 ‘런’을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시킨 방탄소년단은 떠오르는 케이팝 주자답게 힘과 절도가 있는 군무로 2부 무대를 열었다. 실력파 아이돌 그룹 블락비는 화려하고 신나는 노래와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케이팝 4대 천왕’으로 꼽히며 중국, 일본, 호주 등 해외 활동에 주력했던 비스트는 열정적인 무대로 오랜만에 국내에서 만난 관객들의 호응에 답했다. 평소 단독 콘서트만 열던 이들이 히트곡을 4~5곡씩 부르는 옴니버스식 공연을 하자 케이팝 팬들도 반색했다. 왕아영(26·홍콩)은 “여러 가수의 공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데다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시간이라 좋았다”며 흥분감을 드러냈다. 첼시(27·미국)는 “케이팝의 신나는 춤과 감성적인 가사에 매료됐다. 가수들이 외국어에 능통해 팬서비스도 뛰어나다”고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과 이인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성 구로구청장,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문형주(서대문)·김구현(성북) 서울시의원 등이 참석해 케이팝 현장의 열기에 동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콘서트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서울의 이미지와 케이팝이라는 한류 콘텐츠의 시너지를 위해 추진됐다”면서 “서울의 마케팅 효과와 더불어 상반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주춤했던 해외 관광객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천체망원경을 선물하려는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천체망원경을 선물하려는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 천체망원경 비싸다는 건 '편견'​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가까왔다.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을 해주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되도록이면 뜻깊은 선물, 투자대비 효용성 높은 선물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랫동안 별과 우주를 관측해온 필자의 생각으로는 천체망원경이 퍽 괜찮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우주를 보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에게 별과 우주를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면 사고의 폭도 넓어질 뿐더러, 과학지식과 교양도 얻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 치고 망원경으로 밤하늘 보는 것 싫어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알고 보면 호기심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한 별지기에게 이런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망원경 세워놓고 관측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다가왔다. 천체관측하는 것을 보고는 침도 찍찍 뱉어가면서 저들끼리 뭐라고 주고받고 하는 걸 보고는 별지기가 말했다. "야, 오늘밤은 목성이 정말 잘 보이네. 저 예쁜 줄무늬 좀 봐." 하고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얘, 너들도 목성 좀 봐볼래?" 아이들이 우루루 망원경으로 달려들었다. 목성이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고, 옆에 나란히 보이는 별들은 목성의 달이라고 설명해주면서 모두에게 목성을 한번씩 관측하게 해줬다. 관측이 끝난 후 아이들은 너무나 공손하게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잘 봤습니다" 하고는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우주와 별이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친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위의 일화는 그런 예의 하나일 것이다. 인성교육 효과도 탁월 어쨌든 자녀들과 이렇게 같이 천체관측을 한다면 자녀과 부모 사이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질 게 아닌가. 천체망원경은 이래저래 무척 괜찮은 품목 선택이 되리라 본다. 다만 천체망원경이라면 엄청 고가일 거라고 지레 걱정이 앞설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오해다! 요즘 망원경 값이 정말 많이 싸졌다. 옛날이면 장난감 망원경 값밖에 안될 금액으로 지금은 제법 그럴 듯한 망원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20만원대의 고투(go-to) 굴절 망원경까지 장에 나왔다. 자동추적 기능을 갖춘 구경 90mm의 이 망원경에는 대략 400 개 이상의 관측대상 데이터가 내장되어 있어 단추만 누르면 망원경이 알아서 대상을 찾아서 보여준다. 이 정도만 해도 초보자에게는 훌륭한 장비다. 그밖에도 50만원 이하로 입문자용으로 추천할 수 있는 망원경들도 꽤 많다. 다만 국내에는 망원경 제조사들이 없다시피 하니 수입품이 대세다. 미국 회사들이 중국에 위탁 생산하는 기종들은 비교적 저렴하므로,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방법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친지가 있다면 입국할 때 하나 들고 들어오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가격이 국내에 비해 심할 때는 반값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외국에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인터넷으로 해외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망원경은 수준에 따라 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장비이므로, 초보 때부터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보통 초보자용으로 80~90mm 굴절 망원경과 경위대 가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과 운반성, 편의성을 고려할 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진보다는 관측에 치중할 생각이라면 8~10인치 돕소니언이 좋다. 덩치가 커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구경 대비 가격이 낮아 권할 만하다. 신품은 100-150만원 정도이지만, 천체용품 몰이나 별지기 카페의 중고시장으로 가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다. 쌍안경도 훌륭한 초보 천체망원경쌍안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쌍안경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첫번째 천체망원경'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값이 부담없다는 점, 둘째 시야가 넓어 대상을 찾기 쉬우며, 덩치가 작아 들고다니기 쉽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달이나 별자리 등을 감상하는 데는 쌍안경이 적격이다. 쌍안경의 미덕 중 하나는 다른 망원경들은 도립상을 보여주지만, 쌍안경은 직립상을 보여주므로 훨씬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쌍안경으로 은하수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보통은 7~10배율의 쌍안경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보다 큰 것은 고정용 삼발이가 필요하다. 혹 집안에 먼지 뒤집어쓴 쌍안경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 닦아 천체관측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망원경 기종을 선택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 사전에 망원경 공부를 약간은 해둘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에만도 정보들이 넘쳐나므로, 문제는 자신의 관심일 뿐이이다. 천문학 책과 함께 시작한다면 금상첨화 별지기 카페에 가입해 고수들에도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별지기들의 특성 중 하나는 그런 도움 요청에는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이다. '우주를 공유하자' -이게 별지기들의 진정한 목표다. 덧붙여, 재미있고 쉬운 교양 천문학 책을 찾아 함께 선물한다면 선물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성장기의 자녀들에게 우주와 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투자보다 가치있고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올해 연말 뜻깊은 선물로 당신과 자녀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한해의 마무리가 되기 바란다. 사진 1=스페이스닷컴 사진2=정성훈 이광식 통신원 ​
  • 입문자를 위한 천체망원경…어떤게 좋을까?

    입문자를 위한 천체망원경…어떤게 좋을까?

    -자녀 연말 선물로도 '탁월한 선택' 천체망원경 비싸다는 건 '편견'​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가까왔다.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을 해주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되도록이면 뜻깊은 선물, 투자대비 효용성 높은 선물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천체망원경이 퍽 괜찮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우주를 보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에게 별과 우주를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면 사고의 폭도 넓어질 뿐더러, 과학지식과 교양도 얻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 치고 망원경으로 밤하늘 보는 것 싫어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알고 보면 호기심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한 별지기에게 이런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망원경 세워놓고 관측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다가왔다. 천체관측하는 것을 보고는 침도 찍찍 뱉어가면서 저들끼리 뭐라고 주고받고 하는 걸 보고는 별지기가 말했다. "야, 오늘밤은 목성이 정말 잘 보이네. 저 예쁜 줄무늬 좀 봐." 하고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얘, 너들도 목성 좀 봐볼래?" 아이들이 우루루 망원경으로 달려들었다. 목성이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고, 옆에 나란히 보이는 별들은 목성의 달이라고 설명해주면서 모두에게 목성을 한번씩 관측하게 해줬다. 관측이 끝난 후 아이들은 너무나 공손하게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잘 봤습니다" 하고는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우주와 별이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친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위의 일화는 그런 예의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자녀들과 이렇게 같이 천체관측을 한다면 자녀과 부모 사이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질 게 아닌가. 천체망원경은 이래저래 무척 괜찮은 품목 선택이 되리라 본다. 다만 천체망원경이라면 엄청 고가일 거라고 지레 걱정이 앞설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오해다! 요즘 망원경 값이 정말 많이 싸졌다. 옛날이면 장난감 망원경 값밖에 안될 금액으로 지금은 제법 그럴 듯한 망원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20만원대의 고투(go-to) 굴절 망원경까지 장에 나왔다. 자동추적 기능을 갖춘 구경 90mm의 이 망원경에는 대략 400 개 이상의 관측대상 데이터가 내장되어 있어 단추만 누르면 망원경이 알아서 대상을 찾아서 보여준다. 이 정도만 해도 초보자에게는 훌륭한 장비다. 그밖에도 50만원 이하로 입문자용으로 추천할 수 있는 망원경들도 꽤 많다. 다만 국내에는 망원경 제조사들이 없다시피 하니 수입품이 대세다. 미국 회사들이 중국에 위탁 생산하는 기종들은 비교적 저렴하므로,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방법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친지가 있다면 입국할 때 하나 들고 들어오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가격이 국내에 비해 심할 때는 반값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외국에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인터넷으로 해외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망원경은 수준에 따라 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장비이므로, 초보 때부터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보통 초보자용으로 80~90mm 굴절 망원경과 경위대 가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과 운반성, 편의성을 고려할 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진보다는 관측에 치중할 생각이라면 8~10인치 돕소니언이 좋다. 덩치가 커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구경 대비 가격이 낮아 권할 만하다. 신품은 100-150만원 정도이지만, 천체용품 몰이나 별지기 카페의 중고시장으로 가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다. 쌍안경도 훌륭한 초보 천체망원경쌍안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쌍안경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첫번째 천체망원경'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값이 부담없다는 점, 둘째 시야가 넓어 대상을 찾기 쉬우며, 덩치가 작아 들고다니기 쉽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달이나 별자리 등을 감상하는 데는 쌍안경이 적격이다. 쌍안경의 미덕 중 하나는 다른 망원경들은 도립상을 보여주지만, 쌍안경은 직립상을 보여주므로 훨씬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쌍안경으로 은하수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보통은 7~10배율의 쌍안경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보다 큰 것은 고정용 삼발이가 필요하다. 혹 집안에 먼지 뒤집어쓴 쌍안경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 닦아 천체관측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망원경 기종을 선택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 사전에 망원경 공부를 약간은 해둘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에만도 정보들이 넘쳐나므로, 문제는 자신의 관심일 뿐이이다. 별지기 카페에 가입해 고수들에도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별지기들의 특성 중 하나는 그런 도움 요청에는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이다. '우주를 공유하자' -이게 별지기들의 진정한 목표다. 덧붙여, 재미있고 쉬운 교양 천문학 책을 찾아 함께 선물한다면 선물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성장기의 자녀들에게 우주와 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투자보다 가치있고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올해 연말 뜻깊은 선물로 당신과 자녀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한해의 마무리가 되기 바란다. 사진=1. 여러 가지 천체 망원경들. 성장기의 자녀들에게 우주와 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투자보다 가치있고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사진=Space.com) 사진2=지난달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야간비행' 스타파티에서 찍은 별들의 일주사진. 지상에는 관측에 열중인 별지기들이 보인다.(사진=정성훈)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이광식의 천문학+]이번 겨울, 당신이 안드로메다를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방법

    [이광식의 천문학+]이번 겨울, 당신이 안드로메다를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방법

    안드로메다의 진실…안드로메다에 도전하자 드디어 별지기들이 목 빼고 기다리던 관측의 계절,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한쪽에 처박아두었던 망원경들을 손질하면서 가슴 설레는 기분은 별지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마치 오래 떠나 있었던 고향 땅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혹 당신이 이번 겨울 처음으로 우주에 나서는 초심자가 될 요량이라면 먼저 '안드로메다'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면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와 참으로 인연 깊은 은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지기들 사이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은 두 집합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안드로메다를 본 사람들,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안드로메다를 못 본 사람들의 집합이다." '안드로메다의 진실' 유명한 성운-성단목록인 메시에 목록에 M 31로 올라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별지기들에게 토성과 목성 다음으로 각광받는 인기품목이다. 그 이유는 우리은하와 마젤란은하 등을 비롯, 약 20여 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는 국부은하군에서 최대를 자랑하는 은하이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처럼 나선은하인 안드로메다는 지구로부터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데, 하늘 좋고 눈 좋으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다. 우리가 지상에서 보는 거리는 멀어봤자 고작 몇십km인데, 그에 비해 250만 광년이라면 참으로 아득한 거리다.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안드로메다를 맨눈으로든 망원경으로든 본다면, 그 빛은 250만 년 전에 안드로메다를 출발한 빛인 셈이다. 그때는 지구에 매머드들이 뛰어다니고 있을 홍적세쯤 된다. 천문학 테마 크루즈 여행에 참여해 위용을 자랑하는 안드로메다를 처음으로 본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 감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클라이맥스는 나와 아내 재넛이 쌍안경으로 난생 처음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았을 때였다.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크루즈에 참가한 본전은 뽑은 느낌이었다." 또 이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 바깥으로 무수한 은하들이 늘어서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류에게 알려준 은하이기도 하다. 그전에 인류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의 단순한 성운으로 여겼었는데, 신출내기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3년 여기서 변광성들을 발견해 거리를 측정하고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외부의 천체임을 증명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허블은 일약 천문학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물론 이 안드로메다를 맨눈으로 보면 조그맣고 희미한 빛 뭉치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지름이 우리은하의 거의 2배가 넘는 26만 광년이고, 그 속에 있는 별의 개수는 무려 1조 개에 달한다. 우리은하의 3배가 넘는 셈이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안드로메다의 진실'을 말하자면, 약 24억 년 후 우리 은하와 충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천문학자들이 오랜동안 면밀히 관측해온 끝에 내린 결론으로, 현재 시간당 40만km의 속도와 우리 은하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중이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에 해당한다.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천문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두 은하는 서서히 충돌할 것이며, 그후 붉은 별들을 거느린 거대한 타원은하로 진화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태양계가 은하계를 이탈할 가능성까지 있다. 하지만 우리 태양계는 이 거대한 충돌 뒤에도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유는 은하란 게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 우리 태양계가 그 충돌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들끼리 충돌할 확률도 거의 없다고 본다. 안드로메다를 찾는 방법 가장 좋고 손쉬운 방법은 자동추적(go-to) 망원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요즘에는 20만원대의 90mm 구경 go-to 망원경도 성능이 훌륭한만큼 이걸로 밤하늘을 겨누면 찾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시야가 넓은 쌍안경을 이용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은하니까, 그 부근을 훑어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자동추적 기능이 없는 망원경이라면 별자리의 별들을 더듬어가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걸 '스타 호핑'이라고 하는데, 먼저 천정 부근에 있는 페가수스자리의 가을의 대사각형을 찾은 다음, 그 한 모서리 별인 안드로메다자리 알파별 알페라츠(페가수스자리의 델타별이기도 하다)를 기준으로 미라크, 알마크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안드로메다 공주 무릎 부근에 흰 빛뭉치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게 바로 한국인들이 내다버린 '개념'을 몽땅 수집한다는 그 유명한 안드로메다 은하다. 물론 사진에서처럼 선명한 모습은 아니다. 그런 사진은 망원경을 몇 시간이고 피사체에 고정시켜놓고 노출한 끝에 얻어지는 이미지다. 하지만 망원경으로도 안드로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당신이 '안드로메다의 진실'을 알고, 게다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안드로메다를 만난 그 순간의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 국부은하군 : 우리은하와 마젤란은하 등을 비롯하여 반지름 300~400만 광년 범위의 약 20여 개 외부은하들로 이루어진 은하 집단. 이 은하군의 맹주는 안드로메다 은하이며,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이자 동반은하로 생각된다. 사진=염범석 제공(맨위부터 순서대로), NASA, 염범석 제공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아하! 우주] 올 겨울, 안드로메다를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방법

    [아하! 우주] 올 겨울, 안드로메다를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방법

    안드로메다의 진실…안드로메다에 도전하자 드디어 별지기들이 목 빼고 기다리던 관측의 계절,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한쪽에 처박아두었던 망원경들을 손질하면서 가슴 설레는 기분은 별지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마치 오래 떠나 있었던 고향 땅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혹 당신이 이번 겨울 처음으로 우주에 나서는 초심자가 될 요량이라면 먼저 '안드로메다'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면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와 참으로 인연 깊은 은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지기들 사이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은 두 집합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안드로메다를 본 사람들,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안드로메다를 못 본 사람들의 집합이다." '안드로메다의 진실' 유명한 성운-성단목록인 메시에 목록에 M 31로 올라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별지기들에게 토성과 목성 다음으로 각광받는 인기품목이다. 그 이유는 우리은하와 마젤란은하 등을 비롯, 약 20여 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는 국부은하군에서 최대를 자랑하는 은하이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처럼 나선은하인 안드로메다는 지구로부터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데, 하늘 좋고 눈 좋으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다. 우리가 지상에서 보는 거리는 멀어봤자 고작 몇십km인데, 그에 비해 250만 광년이라면 참으로 아득한 거리다.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안드로메다를 맨눈으로든 망원경으로든 본다면, 그 빛은 250만 년 전에 안드로메다를 출발한 빛인 셈이다. 그때는 지구에 매머드들이 뛰어다니고 있을 홍적세쯤 된다. 천문학 테마 크루즈 여행에 참여해 위용을 자랑하는 안드로메다를 처음으로 본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 감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클라이맥스는 나와 아내 재넛이 쌍안경으로 난생 처음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았을 때였다.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크루즈에 참가한 본전은 뽑은 느낌이었다." 또 이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 바깥으로 무수한 은하들이 늘어서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류에게 알려준 은하이기도 하다. 그전에 인류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의 단순한 성운으로 여겼었는데, 신출내기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3년 여기서 변광성들을 발견해 거리를 측정하고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외부의 천체임을 증명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허블은 일약 천문학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물론 이 안드로메다를 맨눈으로 보면 조그맣고 희미한 빛 뭉치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지름이 우리은하의 거의 2배가 넘는 26만 광년이고, 그 속에 있는 별의 개수는 무려 1조 개에 달한다. 우리은하의 3배가 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안드로메다의 진실'을 말하자면, 약 24억 년 후 우리 은하와 충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천문학자들이 오랜동안 면밀히 관측해온 끝에 내린 결론으로, 현재 시간당 40만km의 속도와 우리 은하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중이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에 해당한다.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천문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두 은하는 서서히 충돌할 것이며, 그후 붉은 별들을 거느린 거대한 타원은하로 진화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태양계가 은하계를 이탈할 가능성까지 있다. 하지만 우리 태양계는 이 거대한 충돌 뒤에도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유는 은하란 게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 우리 태양계가 그 충돌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들끼리 충돌할 확률도 거의 없다고 본다. 안드로메다를 찾는 방법 가장 좋고 손쉬운 방법은 자동추적(go-to) 망원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요즘에는 20만원대의 90mm 구경 go-to 망원경도 성능이 훌륭한만큼 이걸로 밤하늘을 겨누면 찾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시야가 넓은 쌍안경을 이용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은하니까, 그 부근을 훑어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자동추적 기능이 없는 망원경이라면 별자리의 별들을 더듬어가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걸 '스타 호핑'이라고 하는데, 먼저 천정 부근에 있는 페가수스자리의 가을의 대사각형을 찾은 다음, 그 한 모서리 별인 안드로메다자리 알파별 알페라츠(페가수스자리의 델타별이기도 하다)를 기준으로 미라크, 알마크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안드로메다 공주 무릎 부근에 흰 빛뭉치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게 바로 한국인들이 내다버린 '개념'을 몽땅 수집한다는 그 유명한 안드로메다 은하다. 물론 사진에서처럼 선명한 모습은 아니다. 그런 사진은 망원경을 몇 시간이고 피사체에 고정시켜놓고 노출한 끝에 얻어지는 이미지다. 하지만 망원경으로도 안드로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당신이 '안드로메다의 진실'을 알고, 게다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안드로메다를 만난 그 순간의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 국부은하군 : 우리은하와 마젤란은하 등을 비롯하여 반지름 300~400만 광년 범위의 약 20여 개 외부은하들로 이루어진 은하 집단. 이 은하군의 맹주는 안드로메다 은하이며,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이자 동반은하로 생각된다. 사진=염범석 제공(맨위부터 순서대로), NASA, 염범석 제공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新국토기행] 강원 인제군

    [新국토기행] 강원 인제군

    내설악을 낀 강원 인제는 겨울이 즐거운 고장이다. 웅장한 산과 아름다운 계곡을 배경으로 모험 레포츠가 자리잡았고 소양호에서 펼쳐지는 빙어축제는 겨울축제의 효시가 됐다. 풍부한 산림자원과 다양한 생태자원, 무공해 환경자원은 미래 인제의 가치를 높여 주며 도시인들의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설악산과 내린천 등 천혜의 자연 생태 환경을 품고 있어 사계절 도시인들을 불러들이는 고장이기도 하다.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계해 나가는 생명특별군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깊은 산속에 숨은 보석 같은 인제군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볼거리 ●눈 덮인 힐링 공간 자작나무 숲 늘씬하고 하얀 몸매를 간직한 자작나무 숲이 겨울바람을 맞아 일렁이는 모습은 장관이다. 참나무목에 속하는 자작나무는 가구를 만들기 좋을 뿐만 아니라 하얗고 윤이 나는 껍질은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유용하게 쓰인다. 자작나무라는 이름도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붙은 것이다.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껍질은 종이 대용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적는 데 썼다.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라고 알려졌고 경북 경주 천마총 말안장을 장식한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이다. 이런 자작나무가 인제읍 원대리에 숲을 이루며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산림감시초소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3.5㎞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나타난다.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 길은 남녀노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지만 눈이 많은 겨울에는 아이젠과 스패츠가 필수다. 숲은 1990년 초반부터 조림하기 시작했다. 갓 스물을 넘긴 청년 자작나무들은 2012년 말에 세상에 알려졌다. 숲에 들어서면 자작나무코스(0.9㎞), 치유코스(1.5㎞), 탐험코스(1.1㎞) 등 3개의 산책코스가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을 품은 겨울의 자작나무 숲은 그 자체로 휴식과 힐링이다. 산림초소에서 자작나무 숲까지 왕복 7㎞. 트레킹은 2시간이면 넉넉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 머무는 시간에 따라 전체 소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연말연시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진짜 나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선녀의 꿈이 머문 곳 십이선녀탕계곡 설악산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서쪽에 십이선녀탕계곡이 수줍게 숨어 자리잡았다. 대승령(해발 1260m)과 안산(1430m)에서 발원해 인제 북면으로 이어지는 약 8㎞ 길이의 수려한 계곡이다. 지리곡, 탕수골, 탕수동계곡으로도 불렸다. 십이선녀탕은 계곡 중간쯤에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얼음이 얼기 시작했지만 폭포와 탕이 이어지는 계곡은 바위를 타고 굽이굽이 갖은 교태를 부리며 물길을 내고 있다. 예부터 12탕 12폭으로 불렸다. 밤이면 12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탕의 모양은 장구한 세월 물이 흐르며 오목하거나 반석이 넓고 깊은 구멍을 형성하는 등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다. 특히 폭포 아래 복숭아 모양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일곱 번째 탕(복숭아탕)이 백미로 꼽힌다. 남교리 매표소에서 4㎞ 지점에 십이선녀탕 입구라는 안내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7번 물길이 굽이쳐 흘러 신비로운 물소리를 들려준다는 칠음대와 9번이나 굽이쳐 흐른다는 구선대에 이른다. 첫 번째 탕에서 20여분 오르는 동안에 8탕 8폭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 해발 1000m가 넘는 산꼭대기에 푸근하고 둥그런 곰의 배를 닮은 듯 펼쳐진 곳이 곰배령이다. 시야가 탁 트인 평원 위에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겨울에는 눈으로 하얀 세상을 연출해 장관이다. 봄에는 얼레지꽃, 여름에는 동자꽃, 노루오줌풀, 물봉선, 가을에는 쑥부쟁이, 용담, 투구꽃 등 이름도 생소한 희귀 들꽃들이 제 계절마다 자태를 뽐낸다. 매일 피고 지는 꽃이 달라 방문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원시림의 자연이 잘 보존돼 이 지역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도 1년 중 8개월만 허가한다. 그중에서도 일주일에 단 5일, 하루에 딱 200명만 입산을 허가한다. 그래서 곰배령을 찾으려면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일은 필수다. 곰배령은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무릎 아래로 수줍게 핀 들꽃들이기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면 더욱 잘 보이고 야생화를 알면 알수록 그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개인산약수 개인산약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080m에 있는 3대 천연기념물 약수 중 한 곳이다. 개인산 다섯 봉우리 중 주억봉 중턱에 깊숙이 숨어 있다. 오염되지 않은 차고 순수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는 300~400년 묵은 가문비나무, 전나무, 피나무, 주목 등 고목들이 우거져 용출하는 약수의 시원한 물맛을 한층 더해 준다. 약수는 암수 한 쌍이 나란히 있다. 암컷 쪽은 물이 고이지 않고 그냥 흘려보낸다. 약수를 마시기 전에 나쁜 짓을 한 경우 물이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약수는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이다. 철분 등이 함유돼 있어 위장병,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고 장기간 머물며 약수를 마신 요양인들은 혈당 수치가 많이 내려갔다는 효험도 전해진다. 입구인 미산계곡과 개인산 일대는 주변으로 방태산과 구룡덕봉 등이 함께 어우러져 원시림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 발원한 맑은 계곡물은 내린천으로 흘러들고 빼어난 경관을 자아내 여름철 피서지는 물론 휴양지로 더할 나위 없다. 특히 겨울철 개인산의 설경은 한 폭의 신선도와 비교된다. ●숲 속의 무한질주 인제스피디움 인제스피디움은 국제자동차경주시설,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자동차 관련 교육시설 및 전시·체험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 자동차 전문 콤플렉스로 인제군 기린면 북리 일대 155만㎡ 부지에 들어섰다. 특히 테마파크 중심에 있는 3.908㎞의 국제자동차경주장은 미국의 유명 서킷 디자이너 앨런 윌슨이 디자인해 국제자동차연맹(FIA) 국제 규격에 맞도록 설계했다. 산악 지형을 활용한 고저차로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운영에 들어가 올해부터 스포츠카에 동승해 서킷 주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서킷 택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카트로 직접 서킷을 운전해 보는 ‘서킷 카트’, 서킷 라이선스 취득 후 자신의 차로 서킷을 공략할 수 있는 ‘스포츠주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먹거리 ●황태 - 하늘이 내린 황금빛 명품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인제 계곡의 추운 바람이 만들어 낸 걸작이 바로 인제의 명품 황태다.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서 용대삼거리까지의 북천강변 3㎞ 일대 덕장에서 생산된다. 시리도록 추운 용대리의 칼바람 속에 황태들은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속살이 노랗게 익는다. 양념장을 듬뿍 발라 화로에 구워 먹는 황태구이는 황태요리 중 최고다. 무와 함께 황태를 넣어 끓인 황태국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숙취 해소에 좋고 노폐물 제거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웰빙음식으로도 으뜸이다. ●오미자 - 설악의 자연을 담은 건강식품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 5가지를 담은 오미자는 인제 설악 산촌마을의 명품이다. 빨간색 둥근 오미자차는 원기 회복과 소화 촉진에 좋다. 마른 오미자를 우릴 때는 뜨거운 물에 부으면 신맛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냉수에 천천히 우리는 게 좋다. 황률과 대추를 섞어 끓이거나 미삼을 넣고 오래 달여 마시면 빈혈에 좋다.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고 원기를 빨리 회복시켜 준다. 시력과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숙면 유도 효과도 뛰어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치콘 - 장수 건강 쌈채소 치콘은 해발 500m 전후인 인제읍 가아리 지역이 최적지다. 인제 대표 작물이었던 치커리에서 발상을 전환해 지금은 치콘, 치커리 특화단지를 조성했다. 쓴맛을 내는 인티빈(Intybin)이 소화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심장 및 간장 질환에 도움을 주고 식이섬유와 미네랄, 항산화 성분 등이 풍부해 각종 성인병 예방 및 노화 방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라 많은 사람이 찾는 쌈채소다. 당분이 풍부해 몸에 잘 흡수돼 다이어트 채소로도 인기가 높다. ●민물매운탕 - 내린천에서 건져 올린 인제의 맛 청정 인제 지역에는 깨끗한 하천에 각종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매운탕이 일품이다. 민물고기라도 잔잔한 호수에서 사는 고기와 요동치는 강물에서 사는 고기는 맛이 다르다. 굽이치며 흐르는 내린천 물길을 헤집으며 사는 민물고기는 육질이 단단하고 탕으로 끓이면 진하면서도 단맛을 낸다. 매운탕은 인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찾는 메뉴다. 인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문근영 “스릴러 색다른 경험… 스물아홉, 배우로서 이제 시작”

    문근영 “스릴러 색다른 경험… 스물아홉, 배우로서 이제 시작”

    “제가 스물아홉 살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세요. 그만큼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가 컸던 거죠. 그래서 한때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제가 바꾸고 싶다고 인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40~50대가 됐을 때도 저를 ‘국민 여동생’으로 부르지는 않겠죠. 그런 시간은 제가 앞당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올 것이기 때문에 조급해하거나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문근영은 어느덧 자기 소신이 뚜렷하고 일에 있어서는 고집도 부리는 배우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그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소윤 역을 맡아 처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이번 작품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진실을 파헤치는 제3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이었죠. 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에 만족해요. 넓은 시야에서 작품을 보는 시각도 생겼고요.” 멜로 라인이 전혀 없는 스릴러였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 “저 역시 소윤처럼 집요한 면도 있고 일할 때는 강단이 있죠.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제 가치관과 다르면 사무실이나 매니저에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곤 하니까요. 범인 잡으면서 연애하고 병원에서 멜로가 있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마을’은 장르물답게 멜로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벌써 데뷔 16년.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영화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을 흥행시키며 스타로 성장했다. 2008년에는 드라마 ‘비밀의 화원’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다. “저라고 왜 성장통이 없었겠어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배우로서 빨리 인정받으려고 발버둥쳤죠. 의도적인 변신보다는 뻔하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배역에 꽂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껴 온 것 같아요.” 2010년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어둡고 차가운 은조 역으로 변신한 문근영은 그해 연극 ‘클로져’와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연기의 맛을 느꼈다. 하지만 인기 절정에도 느껴지지 않던 상실감은 지난해 9월 영화 ‘사도’의 촬영을 마치고 찾아왔다. “아직 20대인데 제가 배우로서 식상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20대 배우들은 신선하고 무슨 색깔이건 입힐 수 있는데 아무도 나에겐 기대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시간이 허탈하게 느껴지고 자존감도 많이 무너졌죠.” 그는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 냈다. 열일곱 살 때부터 작품은 물론 스태프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에 짓눌려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그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치유를 받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서른을 눈앞에 둔 그는 “동안 외모도 나이에 맞는 깊이 있는 눈빛이 있기 때문에 핸디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도약의 의지를 다졌다. “연기로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 무궁무진한 나를 보여 줄 수 있으면 만족해요. 배우로서 저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先난시교정 後스마일라식’으로 고도난시·혼합난시 해결

    ‘先난시교정 後스마일라식’으로 고도난시·혼합난시 해결

     난시교정술과 ‘스마일라식수술’을 한번에 병합해 수술(사진)함으로써 고도난시·고도근시와 혼합난시 등 일반적인 시력교정술로는 시력 개선에 한계가 뚜렷했던 안과 질환자들의 시력을 정상 범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스마일라식수술이란, 근시나 근시성 난시 교정수술로, 라식처럼 각막을 잘라내 절편을 만들지 않고 각막을 투과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속에서 교정량 만큼 각막 조각을 만든 뒤 이를 미세 절개창을 통해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이 병합 치료법은 기존의 라식∙라섹수술이나 ICL(유수정체 인공 수정체 렌즈삽입술)에서 유발되는 후유증이 없고, 안전성 및 시력개선 효과가 커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정영택 박사팀은 고도난시·혼합난시가 심해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된 환자군에 ‘선(先)난시교정술 후(後)스마일라식 병합수술법’을 적용한 결과, 환자 모두에게서 정상 범주의 시력을 회복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이 임상연구 결과는 권위있는 안과 분야 국제학술지 ‘코니아 저널(Cornea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의료진은 고도난시, 혼합난시, 근시+난시가 10디옵터 이상인 눈 13안을 대상으로 병합수술법을 적용해 치료한 뒤 6개월간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술 환자들의 평균 시력이 0.17에서 0.97로 정상 범주까지 개선됐으며, 난시는 수술 전 5.12디옵터에서 수술 후 0.21디옵터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수술 효과를 평가하는 기준인 효율성·안정성·예측성·안전성과 합병증 등 모든 항목에서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효율성의 경우 난시 교정 각막절개술은 2개월 후 62.7%였던데 비해 스마일수술은 6개월 후 95.9%까지 난시가 감소했다. 또 수술 후 6개월까지 안정적으로 시력이 유지됐으며, 모든 수술 환자에서 굴절률(근시, 난시)이 목표 교정치인 1.0디옵터 이내를 벗어나지 않아 단일 시력교정술인 라식·라섹보다 예측성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같은 성과를 확인했으며, 망막박리, 안내염, 각막확장증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합병증 우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수술하나 병합수술법은 난시교정술(난시교정각막절개술)과 스마일라식을 결합한 치료 방법이다. 정영택 박사팀은 고도난시, 혼합난시 환자에게 이 두 수술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먼저, 미세나이프를 이용해 난시를 먼저 교정한 뒤 2개월 후 스마일라식으로 남은 근시를 모두 없앴다.  난시교정술은 각막의 경계선을 절개해 찌그러진 각막을 편편하게 만들어 난시를 교정하는 방법으로, 이 수술에는 고도의 각막이식 기술이 적용된다. 정영택 박사는 “병합수술에서는 이 치료가 원천기술”이라면서 “이 방법으로 난시를 줄이면 고도난시·혼합난시 환자도 라식∙라섹∙스마일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식·라섹 등 레이저로만 난시를 교정하는 방식은 자칫 각막이 손상을 입어 수술 후에 각막혼탁, 각막확장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병합수술의 경우 난시를 교정할 때 레이저가 아닌 미세 나이프를 먼저 사용하기 때문에 레이저 조사량이 기존 방식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이번 임상에서 스마일라식을 선택한 이유로 안전성이 뛰어나고 시력의 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구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막 표면을 보존할 수 있어 라식·라섹에서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으로부터 안전하며, 시야가 깨끗하고, 안구건조증이나 눈부심이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또 회복 후 눈을 비비거나 만져도 각막이 접히거나 떨어질 우려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정영택 박사는 “시력교정술이 필요한 일반 환자는 물론 고도난시·혼합난시·고도근시 등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 역시 자신에게 맞는 시력교정술을 선택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코니아 저널을 통해 이 연구 성과를 세계 각국의 의료진과 공유하고, 난시교정과 스마일라식 병합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공식 확인해 환자들이 효율적으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어질어질한 EPL 순위, 얼마나 낯선지 살펴보니

    어질어질한 EPL 순위, 얼마나 낯선지 살펴보니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순위표를 보면 누구나 머리를 긁적이게 될 것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는 14위이며, 지난해 성탄절에 바닥이었던 레스터시티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먹이사슬을 보면 30개 팀이 물고 물리는, 어느 팀이 어떤 팀에라도 먹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프리미어리그 팬이라면 결코 적응하기 쉽지 않은 그림이다. 이번 시즌이 얼마나 예외적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7일 BBC스포츠는 여러 요인들을 그래픽으로 꾸며 실었다. 우선 15경기를 치른 시점을 따졌을 때 첼시는 기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가운데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첼시말고는 블랙번만이 초반 15경기에서 승점 20 미만이었다. 반면 첼시는 2005~06시즌 40점을 따내 1993~9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디펜딩 챔프로서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낸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이번 시즌이 얼마나 드문 시즌인가를 살펴볼 또하나의 지표. 1위 레스터시티와 5위 토트넘의 승점 간격은 6점 밖에 안된다. 이는 과거 10시즌 동안 딱 한 번의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와 2위 맨체스터 시티는 시즌 초반 15경기를 치르며 각각 8패와 4패를 당했다. 두 팀 합쳐 12패인데 이 역시 과거 10시즌 동안 톱 2의 최다 패배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올 시즌 초반 원정 경기 승률이 굉장히 높게 나타나는 점이다. 현재 150경기를 치렀는데 원정 팀이 승리한 것은 51회여서 34%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9130경기를 따졌을 때 27.25%의 원정 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또 특이한 것이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들은 곧잘 강등권에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본머스, 왓퍼드, 노리치시티 등이 모두 강등권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예는 과거 다섯 시즌에도 두 차례나 있었을 정도로 어쩌면 흔한 일이다. 2010~11시즌 초반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뉴캐슬 유나이티드, 웨스트브롬과 블랙풀이 강등권 위에 있었고, 2011~12시즌 이맘때도 퀸스파크 레인저스, 노리치, 스완지시티가 그랬다. 지난 10년 동안으로 넓히면 딱 세 차례 뿐이었고, 딱 한 번은 지난 5일 본머스가 첼시를 1-0으로 꺾었듯이 지난 시즌 챔피언을 혼내주기도 했다. 이달 초 순위표의 맨 위를 차지한 팀이 타이틀을 거머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역사가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면 레스터가 챔피언에 오르는 엄청난 충격을 안길 확률은 47.8%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 11시즌으로 시야를 좁히면 72.7%로 올라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5경기를 마친 뒤 여덟 차례나 1위였는데 그 중 여섯 번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여덟 팀 중 오직 세 팀, 맨유 맨시티와 첼시만이 왕좌를 차지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로봇, 인간을 위해 도끼를 들다

    [고든 정의 TECH+] 로봇, 인간을 위해 도끼를 들다

    도끼를 들고 목재 벽을 부수는 로봇의 모습은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로봇이 도끼를 든 이유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입니다. 이 로봇은 지금 사람을 대신해서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임무를 테스트 중이기 때문입니다. MIT의 생체모방 로보틱 연구소(Biomimetic Robotics Lab)의 헤르메스 시스템(HERMES System)은 인간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45kg 정도의 체중에 인간 크기의 90%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원격조종 로봇입니다. MIT의 김상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전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이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헤르메스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조종합니다. 이런 로봇은 그전에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헤르메스 시스템은 인간과 로봇의 동조(synchronization)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헤르메스 시스템은 최고 1km 떨어진 장소에 있는 로봇을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조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이 팔을 내밀면 로봇이 즉각적으로 같은 수준으로 팔을 내미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있는 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 가상 현실 헤드셋으로 인간과 로봇의 시야를 일치시키는 것은 물론 로봇이 받는 물리적 힘을 사람이 느끼게 하는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 조종자의 등 뒤에 있는 특수 장비가 그것으로 로봇이 뒤로 가는 힘을 받으면 사람도 같이 뒤로 가는 힘을 받게 됩니다. 이는 조종하는 사람이 로봇이 처한 환경에 더 적절하게 대응하는 한편 인간-로봇의 동조화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특수 발판을 이용해 로봇이 처한 환경을 더 실감 나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 시스템이 실제로 실용화된다면 사람 대신 위험한 화재 현장이나 보통 그냥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물질 – 예를 들어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나 사고가 난 원자력 발전소 – 이 있는 장소에 사람 대신 들어가 사람처럼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도끼는 물론 사람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연장을 들고 다루는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로봇이 성능을 더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MIT에서 제작한 4족 보행 로봇인 치타의 기술이 헤르메스에 융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로봇은 두 발로 서는 것뿐만이 아니라 네 발로 빠르게 달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는 사람이 네 발로 기는 것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아직 인간처럼 두 발로 빠르게 달리는 로봇을 만들기가 어려우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언제쯤 되야 이런 로봇들이 사람을 대신해서 화재 현장이나 위험물을 취급하는 장소에서 사람 대신 임무를 수행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계속된다면 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미래에 로봇이 귀중한 인명을 구하고 우리를 사고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길섶에서] 외포리/서동철 논설위원

    외포리는 석모도를 오가는 배가 떠나는 강화도 서쪽의 작은 포구다. 석모도는 낙조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강화도에서는 섬에 시야가 가로막히곤 하지만 석모도에서는 거칠 것이 없다. 섬을 오가는 페리에서 갈매기 떼에 과자를 던져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석모도에는 ‘기도발’이 잘 받는 3대 관음 도량의 하나라는 보문사도 있다. 외포리는 새우젓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그러니 김장철의 외포리 젓갈시장은 붐비기 마련이다. 젓갈에 고정관념이 있다면 외포리에서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새우젓은 비현실적일 만큼 젓새우 한 마리 한 마리가 원형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데다 신선한 냄새마저 풍겼다. 오랜만에 외포리를 찾았다. 작은 횟집이 다닥다닥 붙은 어시장에서 값싸게 먹었던 회 한 접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낡고 어두침침했던 어시장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포구를 깔끔하게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회 먹기를 포기하고 젓갈시장에 들어섰다. 외포리의 겉모습은 변하고 있었지만 새우젓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였다. 기억의 한쪽이 사라진 것은 아쉬워도 외포리의 변화는 수긍할 만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재계는 변혁 중] “산업 재편, 기업 주도적으로…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 집중을”

    [재계는 변혁 중] “산업 재편, 기업 주도적으로…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 집중을”

    국내 산업계에 강력한 구조 개편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은 선제적인 인수합병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구조조정의 한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로에 서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18일부터 국내 10대 기업의 사업 재편 현황을 점검했다. 최종회로 전문가들과 함께 변혁을 도모하는 산업계의 현주소와 한계,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은 2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세종대로 사옥에서 진행됐다. 위정현(51)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콘텐츠경영연구소장, 박주근(43) CEO스코어 대표, 김윤경(33)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위 교수는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미래 경쟁력을 비교 연구한 ‘일본재생론’(일본어판)의 저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 대표는 연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LG이노텍, LG전자 전략기획·경영혁신팀을 거쳐 현재 기업의 경영 성과 등을 연구·분석하는 CEO스코어를 이끌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업집단, 기업 다각화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계가 사물인터넷(IoT)과 정보기술(IT), 제약 등의 분야에서 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정부가 칼을 빼들기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국내 산업계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들을 꼽는다면.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지난 50년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성장이 정체된다는 전제에서 바라봐야 한다. 투자와 생산을 계속하면 성장할 것이라는 고정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생산설비 등에서 과잉 투자를 해왔던 기업들은 지금부터 다른 활로를 모색할 때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가장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건 삼성이다. 스마트폰 등 삼성을 이끌어왔던 사업들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그러나 전략적인 방향 아래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 자본이 아가방을 인수했듯 국내 M&A시장에 중국 기업이 ‘플레이어’로 진입해오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 M&A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 같은 흐름에까지 시야를 넓히며 M&A든 사업 재편이든 서두르지 않으면 경쟁이 쉽지 않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어떤 산업에 주목해야 하나. 김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제조업’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LG 같은 기업들이 벤처, 스타트업(창업기업)과 협력한다면 기업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박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통신을 활용한 사물인터넷에서의 경쟁력은 높다. 다만 이 같은 분야는 승자 독식 구조의 플랫폼 경쟁이다. 국내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 반대로 제약, 유통, 화장품, 식음료 등을 신수종 사업으로 주목해야 한다. 최근 5년간의 주가 동향을 보면 이들 업종의 주가가 가장 크게 뛰고 있다. →정부가 최근 ‘부실기업 솎아내기’에 나섰다. 철강, 석유화학 등 4대 취약업종에는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견해는. 위 국가가 주도해 산업구조를 재편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던 시대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 게임, 포털, 정보통신 등에서 글로벌 리더가 된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성장했다. 지금은 민간의 자생적 생태계 속에서 미래 산업이 성장하는 시대다. 정부 정책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김 국내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 자체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거는 건 무리다. 민간에 최대한 기회를 준 뒤 정부가 개입할 곳을 찾아야 한다. 박 시장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될 때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지금이 그런 때인지는 의문이다. 우리 산업계는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많은 변수들에 의존하는 형태다. 최근 정부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철강, 해운, 건설, 석유화학 등은 글로벌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육성하고 활로를 찾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가 칼을 휘두를 것인가. →우리나라와 가장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김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일본이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재생법’(지난해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개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법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과잉 공급과 과잉 설비, 과잉 경쟁 문제를 해결하도록 법적 기반을 만든 것이다. 정부가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위 일본 유학 시절 도쿄대의 한 교수에게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일본의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은 그 정도의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본은 오히려 정부가 칼을 빼들기보다 기업의 자발성에 맡기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어떤 규제가 산업계의 ‘퀀텀점프’를 가로막고 있는가. 박 정부가 말로는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많은 규제들을 드러냈다. 공유경제, 핀테크 등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에서 규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핀테크의 경우 우리는 너무 늦게 첫발을 뗐다. 위 이종산업 간의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심박센서 기능을 탑재하자 ‘의료기기냐 아니냐’는 논쟁에 휘말렸던 사례가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정부와 기업 모두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정부가 처음부터 규제에 나서선 안 되는 이유다. 김 기업은 M&A에 쓸 수 있는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많은 기관과 연구소가 국내 산업계에 M&A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M&A를 위한 제반 환경을 만들어 주면 기업이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구조 재편은 인력의 감축으로 이어진다. 사회적인 진통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김 일본이 산업활력법을 시행한 후 오히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고용도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자유롭게 업종을 변경하는 가운데 혁신 기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의 인력 감축 문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정부가 사회보장제도와 재취업 지원, 직업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위 우리는 고용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늦었다. 결국 사회 안전망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이슈가 될 것이다. 실업급여나 청년채용 등 단기적인 해법보다 정부는 미래에 어떤 업종과 기술이 등장할 것인지 예측하고 이에 기반한 평생 교육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박 구조조정은 위기에 처한 기업의 가장 마지막 카드가 돼야 한다. 경영자는 자신의 식구들을 목숨처럼 아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서 평생 기업에서 일하다 퇴직한다. 퇴직 이후의 준비가 안 된 근로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기업과 정부, 근로자 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리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특정 투수 대학 보내려 무리한 도루 지시한 감독

    고교 야구 선수들의 대학 입시 비리를 수사하는 경찰이 서울 서초구 소재 야구 명문고 감독 김모(48)씨 등의 승부조작(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초·강남 소재 S고와 H고의 야구부 감독이 특정 선수의 성적을 높여주려고 미리 짜고 승부를 조작했다는 학부모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4월 열린 고교 주말 리그 경기에서 투수인 A(19)선수 등 특정 선수의 경기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무리한 도루 등을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울시야구협회 고위 임원 B(70)씨가 이 경기 주심 배정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감독들과 B씨가 도왔다는 A선수는 방어율 9점대로 성적이 좋지 않지만 다른 선수를 제치고 올해 연세대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 1학년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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