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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 “”정원속으로 들어온 대자연””

    ‘나무가 내 손으로 들어오니 수액(樹液)이 내 팔로 올라오고 나무가 내 가슴 속에서 아래쪽으로 자라니 가지들이 나에게서 뻗어 나온다,나의 팔처럼’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건너간 시인 에즈라 파운드(1885∼1972)는 이처럼 정원과 나무,나아가 자연에 깃들인 영국인의 정성을 노래했다.영국인들이 이처럼 소중한 정원을 지켜낸 원동력은 요즘 국내에서도 새롭게 조명받는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시민들이 기금을마련해 역사적인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이 운동은 영국의 정원 200여곳을 포크레인의 굉음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다. 최근 이색적인 나무위 시위와 주민들의 땅 매입노력 덕에 녹지 보존결정을 얻어낸 서울 대지산도 이러한 영국 시민들의성공사례를 좇은 결과였다.영국 정부는 올해를 ‘내셔널 트러스트 가든의 해’로 정하고 정원 알리기에 힘 쏟고 있다. 무자비한 개발의 손아귀에서 정원을 지켜낸 영국인들과 그네들의 정원을 돌아 보았다.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Sissinghurst castle garden) 영국남동부 켄트주 크랜브룩에 위치한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은낭만주의와 자연찬미 풍조의 영향으로 18세기 이후 탄생한영국의 전통적인 풍경화식 정원.자연풍광을 모방해 정원에도입하는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은 기하학적이고 인위적인 정원에 식상한 유럽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쳐왔으며 아름다운세계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영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이곳은 400에이커(약 1,600㎢)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기존의 참나무숲과 경작지가 그대로 정원 요소로 활용되면서 목가적 풍경을 선보여 ‘탐험과 놀라움의 결합’이라고 묘사된다. 시싱허스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중세에 지어진 붉은 벽돌성이 보인다.성안 서재에서 독특한 탄생배경을 잠시 듣고 ‘탐험’을 시작하자.“시싱허스트는 중세 귀족의 성이었으나전시에 죄수 수용소로 사용되면서 거의 파괴됐지요.그러나 1930년 영국의 여류시인 비타 사크빌과 그녀의 남편이 우연히 이곳을 구입해 한평생 애정을 쏟아 세계적인 정원으로 가꾸었지요” 이곳은 1938년 문을 열었을 때부터 주민의 힘으로 운영됐다.당시 이곳 방문객들이 1실링(현재가치 약 90원)의 기부금을 내 ‘실링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물론 지금도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시싱허스트 가든 가운데서도 화려하고 정열적인 색채의 결집체는 바로 로즈 가든.상록수와 으아리과 나무들이 대칭형의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형형색색의 장미가 꽃의 영광을 발하고 있다.1년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동적인 아름다움때문에 희곡에 비유되는데 절정은 ‘2막3장’(8월을 의미).6월에 시작된 장미의 아름다움은 8월에 절정에 접어들어 10월까지 이어진다. 장미의 진한 유혹을 뿌리치고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라임 산책길’을 따라 걸어 보자.라임산책길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경사진 언덕에 단을 만들어 정원을 꾸미는 이탈리아식 가든형이다.시원한 바람을 쐬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진기한 이탈리아 항아리들이 눈길을 끈다. 이 길을 지나면 청초하고 수줍은 신부가 기다리고 있다.‘화이트 가든’에는 아몬드 나무가 울창하게 펼쳐진 가운데백색과 옅은 회색빛 꽃들이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여름철 결혼식장으로애용된다. 영국의 정원은 휴식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터전이기도 하다.이곳의 허브정원이나 면화정원에서 작물을 경작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밖에 호수정원,나무오두막정원,과수원 등 정원은 끝도없이 펼쳐지지만 이쯤해서 ‘가든카페’에 들러 숨을 돌리자.영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얼그레이 홍차를 한잔 마시며 광활한 초원과 호수를 조망하노라면 인생이 한층 빛나고 영롱해보일 것이다. ◇정원사 박물관(The Museum of Garden History) 근교로 나갈 시간이 없다면 런던 시내 템즈 강변에 위치한 ‘정원사박물관’에 들러보자. 중세 수도원의 채소밭이나 약초원 등에서 출발한 수도원 정원에서 18세기 영국식 풍경 정원,그리고 유럽대륙의 기하학적인 정원에 이르기까지 정원사(史)에 대한 정보와 각 대륙에서 들여온 각종 관목,초본,다년초,구근식물들이 전시돼 있다. 연장이나 항아리 등 각종 도구 모음전도 쏠쏠한 볼거리.이곳은 “과거에서 얻어지는 영감으로 더욱 아름다운 미래의정원을 창조하자”는 취지로 1977년 만들어진 영국 최초의정원사 박물관이다. 런던(영국) 이동미특파원 eyes@. *‘시싱허스트 캐슬’ 관리인 나이젤 니콜슨씨. ‘내셔널 트러스트’란 환경이나 경관이 파괴될 우려가 있는 지역을 국민의 기탁금으로 사들여 보존해 나가는 제도로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현재 2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 운동은 정원과 해안,성곽 등을 비롯해 서울시면적의 3배나 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올해를 ‘내셔널 트러스트 가든 2001’로 정해 아름답고 유서깊은 정원을 세계에 알리려 애쓰고 있다(www. nationaltrust.org.uk/gardens2001). 대표적인 내셔널 트러스트 가든인 시싱허스트캐슬 가든을만든 부부의 아들로 현재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나이젤 니콜슨(70)은 “‘가든 2001’은 정원과 원예를 사랑하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정원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공유할뿐 아니라 역사적인 정원과 현대 도시사회와의 연계성을 조명, 더욱 풍요로운 미래의 정원 문화를 창조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올 한해동안 영국의 200여개 내셔널 트러스트 정원에서는방문객들을 위해 각종 플라워쇼,식물재배법·정원관리법 배우기,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중이다. 이동미특파원. *여행 가이드. [가는 길] 국내 여행사 가운데 영국 정원을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곳이 없어 런던에 간 다음 개별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 히드로공항까지 대한항공 직항(편도 105만원·왕복 130만∼150만원)을 이용하거나 홍콩을 경유하는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BA)를 타면 된다.13∼20시간 소요. 정원사박물관은 런던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워털루나 빅토리아역에서 하차한 뒤 템즈강가의 랜버스 팰리스 도로를 10분정도 걸으면 돼 걱정할 게 없다.www.museumgardenhistory. org 시싱허스트가든은 국철을 타고 스테이플 허스트에서 하차한다.렌터카를 이용하면 런던에서 A2도로를 타고 켄트주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www.nationaltrust.org 렌터카는 하루,주말,일주일 단위로 빌릴 수 있고 값은 하루 기준 소형차 3만5,000원(20파운드)에서 미니밴 7만원까지다양하다.www.panbiz.com이나 www.webtour.com을 통해 예약가능하다.문의 주한영국대사관 (02)735-7341
  • [이사람] NT운동 공동위원장 조명래 교수

    이색적인 ‘나무 위 시위’ 끝에 극적으로 녹지보존 결정을 받아낸 대지산지키기 운동의 성공을 계기로 한동안 답보상태에 있었던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다시금 진용을 정비하고 있다.단체간의 연대를 모색하기도 하고 내셔널트러스트특별법 제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작업도 활발하다.조명래(趙明來·46) 단국대사회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1월 출범한 ‘내셔널트러스트운동’(공동대표 고은 김상원 김성훈)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 제공과 현장 전략수립에 참여해 왔다.그를 통해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이념과 국내 과제등을 들어보았다. ◆ 대지산살리기운동을 평가한다면. 시민들이 모금을 통해 땅을 매입해 개발로부터 자연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기본틀인 시민 모금과 땅 매입이 있었던 것이죠.그러나 시민단체 소유 땅이라도 정부의 수용령이 내리면 수용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는 법적 한계는 변함이 없어 앞으로 운동이풀어나가야 할 몫으로 남게 되었죠. ◆ 어쨌든 정부가 땅 개발을 중지하고 공원이나 녹지로 보존하기로 했으니 성공한 것 아닙니까. 내셔널트러스트의 본질은 보전 가치가 있지만 사적 소유하에 있는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국민신탁’으로 전환시켜시민주도적으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영국은비록 국가라 하더라도 이 유산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게의회의 특별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소유권을 바꿀 수 없도록내셔널트러스트법으로 보장하고 있죠. 그러나 우리는 민간단체가 유산을 매입해 놓더라도 ‘시민소유’를 인정 못받으니 갈 길이 먼 거지요.앞으로 이땅의 용도지정을 지켜볼겁니다. ◆ 우리나라처럼 땅값이 비싸고 사유재산 집착이 강한 곳에서 매입을 통한 보존운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시민들의 모금 참여나 기부문화가 취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등산공유화운동등 자발적인 로컬 운동이 활발하고(별도박스 참조)동강 문희마을 보존등 내셔널트러스트 성금모금에 대한 호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다양한 모금방법을 개발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법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사실 영국도 내셔널트러스트가 전 국토의 1.7%를 소유하게 되기까지는 100년이상이 걸렸어요. ◆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활발해지면 사유재산이 침해되고자원 이용에 제약을 받게 되는 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기본적으로 이 운동은 영구적인 보존을 추구하는 환경 문화운동이지만 매입이나 사용권임대를 통해재산권을 보장해 주고 신탁 이후에도 관람,교육 등에 시설을 활용함으로써 환경자원을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시키는데까지 활동영역에 포함시킵니다.지역주민들에겐 일상 활동을 친환경적으로 재편하면서 수익도 얻을수 있게 하는 공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거지요,동강문희마을의 경우 주민들과땅 매입을 통해 환경보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생태기행,생태학교,농산물구입,숙박등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 현재 내셔널트러스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어디가있습니까. 지역단위에서 광주무등산,서울둔촌동습지,천리포수목원,해남 당두리 철새도래지,부산 해운대달맞이동산 등에 대한 매입운동이 일고 있고 우리 단체에서 동강문희마을과 신두리해안사구를 지정해 놓고 있죠.추진주체들이 대부분 지역에기반해 트러스트운동 양상이 전국형인 영국형보다 지역형인일본형에 가깝게 전개되고 있습니다.오는 30일에는 이들 단체가 모두 모여 연대방안을 모색해 볼 계획입니다. 또 29일엔 ‘내셔널트러스트 활성화를 위한 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국회환경포럼을 열어 특별법 제정문제등을 논의합니다. ◆ 한국 내셔널트러스트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어느쪽이라고 보십니까. 현장성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전국형으로 나가야 합니다.내셔널트러스트를 ‘땅사기운동’정도로 오해하는 분들이많습니다.하지만 이것은 환경이라는 이념과 기부행위가 결합된 이념적 실천운동입니다.국가도 개인도 아닌 ‘제3의소유’를 통해 시민사회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죠. ◆ 어떻게 내셔널트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처음엔 그린벨트 운동을 했는데 정부가 이를 해제하는 걸보고 땅 매입을 통한 보존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영국서섹스대학에서 공부할 때 내셔널트러스트를 접했고 98년 객원연구원으로 다시 갔을때 집중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개인적으로 사회정치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조명래교수는 누구인가. □55년 경북안동 산□79년 단국대 법정대,92년 영국서섹스대 박사(도시및 지역학과)□현재 단국대 사회과학부교수,한국도시연구소 소장,‘공간과 사회’편집위원장,내셔널트러스트운동 운영위원장, 문화개혁시민연대 공간환경분과위원장,경실련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다락방) ‘녹색한국의구상’(푸른숲) ‘도시사회론’ ‘녹색사회의 탐색’(한울·출판중)등 저서 다수. * 국내 NT운동 성공사례. 국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내셔널’트러스트라기 보다는 ‘로컬’트러스트의 성격이 강하다. 지역 단위에서 주민과 시민단체가 해당 지역 유산의 보존 결정을 이끌어내는양상이다.대표적인 사례 3건을 소개한다. 아파트건설로 사라져버릴 뻔한 동네 야산을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주민들이 돈을 모금해 직접땅을 매입함으로써 보존결정을 이끌어낸 첫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처음에는 조상의 묘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 경주 김씨 문중등이 그 지역 일대 30여만평을 그린벨트로 묶어달라는 청원을 냄으로써 시작됐다.그린벨트 지정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엔 이곳을 녹지·휴식공간으로 이용했던 주민들이나섰다.환경운동단체와 함께 땅을 직접 매입해 개발로부터보호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주민 256명이 2,000만원을 모아 지난해 11월 대지산 중턱에 100평땅을 거점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토지개발공사가 당국의 허가를 앞세워 토지수용 조치에 들어가자 환경정의시민연대박용신 정책부장이 ‘나무 위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건설교통부는 대지산 일대 5만㎡와 개발제한구역 청원지역 21만㎡등 28만㎡를 공원 또는 녹지로 확충하겠다고 두 손을 들었다. 50년대 근대건축물과 이에 딸린 숲이 아파트건설부지로 팔리자 지역사회 주민들이 제3의 기관의 매입을 주선, 마침내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는 사례. 오정골 선교사촌은 한옥과 양옥의 절충 설계로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40여종의 희귀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는 소 생물권지역이다.99년 5월 이중 일부인 3,121평을 밀어내고 아파트 2개동이 들어선다는 소식을접한 교수 언론인 시민운동가들은 ‘오정골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을 구성하고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선언했다.부지매입을 목표로 ‘땅 한평 사기운동’‘1인1계좌갖기운동’을 추진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자 토지매입 의사를 가진 한남대를 통해 보존을 유도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시민들은 10여회 이상의 협상을 중재,26억8,000만원에 한남대가 이를 매입토록 한 데 이어 시와 대학측을 설득해 이곳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리될 수 있는 ‘대전시기념물’로 지정하겠다는 합의까지 받아냈다.현재는 문화재위원회의 등록문화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3년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가장 오래된 내셔널트러스트운동.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난개발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민들이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한 계좌 1,000원모금’등을 꾸준히 벌여현재 모금액만도 1억7,000만원,개인이 매입해서 기증한 땅도 426평 갖고 있다. 지자체의 호응도 커 98년 광주시는 최초로 ‘무등산보호관리기금조례’를 제정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시의회가 예산에서 1억원을 ‘무등산공유화기금’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재단법인 무등산공유화재단’허가를 받아 법적인 지위도 확보했다.재산권 행사가 안되고있는 사유지를 공시지가로 계약해 시민들이 한 평씩 사서재단에 기탁하는 방식으로 시민참여 분위기를 북돋운다는구체적 계획까지 세웠다.향후 5년간 50억을 모금해 개발압력을 받는 땅들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신연숙 편집위원
  • [매체비평] 출입처 취재비 부당지원 근절을

    일간스포츠 야구부 기자들의 취재비 지원거부가 도덕불감 증에 빠진 한국언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프로야구 담당기자들이 지방출장시 구단으로부터 숙박과 향응을 받는 등 그동안 관행화된 기자접대문화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 비판이 일자 일간스포츠가 가장 먼저 지난 5월 15일 지방출 장부터 모든 경비를 자체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취재대상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향응이나 금전적 지원을 받 아들이지 않는다는 언론의 기본윤리는 한국 언론현장에서는 종종 무시됐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또 조직의 논리로 그동 안 취재 전분야에 걸쳐 출입처로부터 종종 취재비나 출장비 제공, 향응 등이 이루어져왔다. 특히 91년 당시 보건사회부 기자단 외유촌지사건은 한국언 론사 윤리문제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이를 계기로 각사 가 개별 언론사 윤리강령까지 새로 만들게 됐다. 그러나 그후로도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의 골프외유 등 잊 을만하면 출입처나 취재대상으로부터 취재와는 거리가 먼 외유를 떠나거나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식으로 언론계내부 의 논란거리가 되곤했다. 최근에는 지난 22일 하와이에서 열린 영화 ‘진주만’ 개 봉 시사회에 영화담당기자들이 취재원의 취재비 지원으로 해외를 다녀왔다. ‘진주만’의 월트 디즈니사는 국내 경향,동아,조선,중앙, 한국,한겨레 등 6개 중앙일간지와 스포츠 신문 4개 영화 담 당기자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신문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진주만' 영화에 대대적인 지면을 할애해 사실상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미국 영화사들이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광고효과를 극 대화 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됐고 국내 주요언론사 들은 적극적으로 이런 기대에 부응한 결과가 됐다. 국내 언론사들은 대부분 재정이 열악해서 일일이 자사부담 으로 해외취재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명한다.또 취재비를 지 원받는다고 해서 모두 홍보해주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그 진실이 무엇이든 이런 반윤리적 관행에 언론인들이 개별적 으로 거부하는 일은 쉽지 않다.취재비를 취재대상에 의존하 게 하는 한국언론계 내부의 메커니즘은 언론인들을 초라하 게 만드는 것이다.당당하지 못한 언론인들의 글은 공정성과 객관성,논리가 결여되는 법이다. 필자가 언론계의 첫 발을 내딛은 AP통신사에서 처음 들은 이야기는 ‘취재원으로부터 절대 신세를 지지말라' ‘모든 취재와 관련된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기사작성에 앞서 취재보도 기본윤리부터 주지시켰던 셈이다. 국내 개별 언론사 윤리강령에도 '취재비용과 여행' '직업 윤리와 품위' '금품향응 거부'등의 조항이 있다. 다만 선언 적 의미 외에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한 스포츠 신문으로부터 시작된 부당한 취재비지원 거부를 계기로 한국언론은 윤리회복에 나서야 한다. 이는 기자 개 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언론사 사주와 경영자들이 언론인을 귀하게 여긴다면 취재비 지원을 통해 이들의 품위를 먼저 지켜줘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언론인이 이해관계에 얽혀있다면 공정하고 정확한 국민의 알권리는 원천적으로 훼손당할 위험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 다. ▲김창룡 인제대교수언론정치학
  • 시청자 향수 자극 정통코미디 인기

    ‘개그맨’이 아닌 ‘코미디언’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요즘 밤 11시가 즐겁다.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각 방송사의 밤 11시 대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개그맨’들의 말 장난에 지쳐 있던 30대 시청자들은 가뭄끝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유쾌하다. MBC TV의 ‘코미디 하우스’(일요일 오후 11시30분)‘오늘밤 좋은밤’(월요일 오후 10시55분)과 KBS-2TV의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수요일 오후 11시)등이 그것.이 세 프로그램은 과장된 연기,우스꽝스러운 분장,멍청한 캐릭터 선정을 골자로 하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다.그러나 80년대유행하던 코미디로의 회귀에 그치지만은 않는다.신세대의발랄한 감각,세태를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유머,또 웃음 뒤에 눈물짓게 하는 감동까지 3박자를 모두 갖췄다. 그중에서도 특히 봄개편 때 신설된 막내 ‘오늘밤 좋은밤’은 군계일학이다. 현실을 코미디화한 영국의 80년대 정치풍자 시트콤을 표방했다는 ‘총리일기’, 한국사회의 다양한현상을 영화로 패러디하는 ‘월요시사회’코너는 강한 시사성으로 코미디의 지적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여기에 ‘추억은 방울방울’은 코미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기법으로 70년대 흔한 학창시절의 기억을 무척이나 세련되게 끄집어 냈다.출연자들은 과장된 표정으로 정지된 동작을 취하고촉촉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나레이션을 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인 ‘코미디 하우스’도 인기다.상궁으로 분장한 남자 코미디언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구중심처’코너와 신세대들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허무개그’코너는 정통 코미디를 부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런 유행 때문에 버라이어티쇼 형식이던 KBS-2TV의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도 지난 봄개편 때 정통 코미디로 돌아섰다.지난 30일 방영된 한선교 아나운서의 ‘뉴스펀치’는 김병조가 진행하던 ‘일요일 일요일밤에’처럼 시사적이다. ‘오늘밤 좋은밤’의 이응주 PD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보다 2∼3배의 노력이 든다”면서 “정통 코미디가 부흥하는 때일수록 출연자들이 더욱분발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고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충무로 산책] “스타들 영화홍보 해 주시면 황송하죠”

    신생제작사 LJ필름은 속이 탄다.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의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 양동근이 ‘두문불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는 게 조만간 나올 1집 솔로음반 홍보전략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감독도 내심 섭섭한 눈치다.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도 뭣하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영화가)블록버스터급이 아닌 이상겸업하는 배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야 없는 노릇”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우 기근현상이 극심해진 요즘, 충무로에서는 배우들의 이같은 ‘뒷짐지기’가 자주 입방아에 오른다. 영화에 출연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에, 제작·홍보사가 시시콜콜 요구사항을 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배우들을 ‘관리’할능력을 가진 힘있는 제작사들도 이런 지경이니, 신생제작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영화가에는 홍보와 ‘무관한’배우들의 리스트가 따로 나돌정도다. 한석규, 심은하는 워낙 악명높고 김희선 고소영 전도연 등이 그 뒤를 잇는 이름들이다.“최근에는 조금만 인기가 올라가도 너나없이 뒷짐을 지고보는 게 유행이다.심지어는 개봉에 임박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볼멘소리들이다. 잠시,세계적 스타 톰 크루즈의 일화를 보자.지난해 여름 ‘미션 임파서블2’ 홍보차 내한했을 때.2시간여의 시사회 내내 그는 선 채로 문틈새로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봤다.“객석에 섞여앉으면 진짜 반응을 볼 수 없고,관객들의 감상에방해가 된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였다.철저한 팬서비스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화가 문화산업의 본류가 된 이상, 홍보는 제작의 마지막단계다. 지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진주만’이 스태프와배우가 한덩어리가 돼 범지구촌 홍보를 하는 것도 그 연상선이다. 홍보사 올댓시네마의 채윤희 대표는 “스크린의 ‘꽃’인배우들은 영화를 띄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웬만한 한국영화들이 해외배급으로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배우들의 철저한 프로의식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배우들에게 비즈니스 정신까지 주문한다면,무리일까. 황수정기자
  • [씨줄날줄] 미국영화 바로보기

    며칠전 한국은행이 영화 ‘친구’의 경제효과가 고급중형차인 뉴EF쏘나타 3,036대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부가가치를유발한다고 발표했듯이 영화산업의 위력은 대단하다. 수출에서도 마찬가지다.현대자동차가 올들어 지난달까지 일본에판 자동차는 179대인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200만 달러에 추가로 수익을 5대5로 나누는 조건으로 수출했다.지난 26일 일본 전국에서 개봉한 ‘JSA’에 관객이 넘친다니,어쩌면 올 한해 일본에 자동차를 수출해 얻는 것보다 더많은 엔화를 영화 한편으로 끌어올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가 해외에서 갖는 영향력은 산업적인 면보다문화전파적인 면에서 더욱 크다.이는 중국의 ‘韓流(한류)’를 비롯해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부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그리고 그것이 문화전파에 그치지 않고 이데올로기라는칼날을 안에 숨긴다면,영화는 단순한 ‘문화 소비품’차원을 이미 넘어서게 된다. 1990년대 들어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라는 액션대작들을 잇따라 등장시켜전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했다.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면 블록버스터는 대부분 ‘위대한미국’과 그의 적이라는 선악구도,미국이 적을 물리침으로써 지구를 구한다는 식의 공식을 깔고 있다.예컨대 지난 1996년 상영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의 침입을 공군비행사 출신인 미국 대통령이 출격해 승리를 거두자 전세계가 환호한다는 식이다. 올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첫손에 꼽히는 디즈니영화 ‘진주만’의 시사회가 며칠전 진주만 해상에 정박한 세계 최대의항공모함 갑판에서 열렸다.제작사는 이 시사회에 34개국, 700여명의 취재진을 초청했다고 한다.이같은 외신을 접한 첫느낌은 그 호화로움에 따른 호기심보다,미국이 ‘미국 제일주의’를 선전하는 도구를 또하나 만들었다는 의구심이었다.미국에서 영화가 3대 산업의 하나로 꼽힌다지만 시사회를 위해 항공모함을 동원하는 일은 제작사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그만큼 미 정부의 지원이 강력하다는뜻이다.우리는 올여름 ‘위대한 미국’을 강요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무심결에 그 메시지에 빠져들지나 않을지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하품 나오는 美영웅 대서사시

    ●진주만(Pearl Harbor·6월1일 개봉) . 왜 우리는 여름이면 구역질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공습에 시달려야 하는가.올여름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진주만.1억4,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군함 폭발, 전투기 싸움 등의 볼거리 뒤의 함량미달 시나리오와 노골적이고 유치한 미국인들의 애국심 선동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비록 진주만 공습이 미국인들에게 역사적 대사건이라 할지라도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이 뭉쳐 벤 에플렉을 미국의 영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하품이 난다.빨랫줄까지 낮게 깔리는 일본 전투기와 야구하는 아이가 교차되는 CF감독 출신 마이클 베이의 매끈하고 윤기 흐르는 영상과, 두 남성 전투기 조종사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름다운 간호사의 갈등은 온갖 감상주의의 뒤범벅에 지나지 않는다. 3시간에 걸친 ‘감상주의’를 감내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시사회에 참석했거나,아니면 여름에는 대량의 폭탄 폭발음을 들어야만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믿는 이들일지 모른다. 윤창수기자 geo@
  • ‘지옥의 묵시록’ 재편집판 칸 영화제서 선봬

    영화 ‘대부’로 유명한 미국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62)이 22년만에 대표작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재편집한 감독판을 들고 다시 제54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고발한 것으로 지난 7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었다. “문화란 진화하는 것이다.지금의 관객은 개방적이고 세련된 취향으로 바뀌었다.상업적인 이유때문에 전쟁액션의 분위기에 그치고 말았던 영화를 본래 의도했던 주제대로 복원하고 싶었다.” 그는 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팔레드 페스티벌 광장내 뤼미에르 극장에서 감독판 시사회 직후 가진기자회견에서 재편집판(3시간23분)이 원판보다 53분이 더 길어진 배경에 대해 “영화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가 성숙해진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동안 재편집 과정을 거쳐 이날 오전 8시30분에 열린 이 영화의 시사회 장소는 삽시간에 2,000여석이 꽉 차는 성황을 이뤘다. 새로 비중있게 삽입된 부분은 주인공 윌라드 대위(마틴 쉰)가 킬고어 대령(말론 브란도)을 체포하러 다니다 들른 프랑스인 농장 대목.그는 원판에서 4분 정도로 처리됐던 것을 의도적으로 늘렸다.베트남을 식민지배해온 프랑스인들이 미군들에게 “왜 당신들이 여기에 왔냐”고 따져묻는 설정은 전쟁의 광기와 왜곡된 힘의 논리를 고발하려는 영화의 주제를그대로 드러낸다. 환갑을 넘긴 노(老)감독은 좌중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영화속 명장면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전체가 다 중요하다”라고 가볍게 받아쳐 박수갈채를 받아냈다.촬영 당시 말론 브란도가 뚱뚱한 몸매 때문에 부끄러워했다는 후문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에게 칸은 특별하다.‘지옥의 묵시록’에 앞서 지난 74년에는 ‘더 컨버세이션’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번번이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힌 감독은 “예술은 언제나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편집판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했다. 아들 로만 코폴라 감독과 딸 소피아 감독을 대동하고 영화제를 찾은 그는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기자들의 사인공세를 받고 즐거워했다.오는 8월15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칸 영화제 개막작 ‘물랑루즈’ 주연 니콜 키드먼

    [칸 황수정특파원] 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린 9일(한국시간 10일) 프랑스 남부의 작은 휴양도시 칸에서 최고 스타는 단연 니콜 키드먼(33)이었다.개막작 ‘물랑루즈’의 여주인공인 그는 첫 시사가 열린 직후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내 화사한 표정이었다.감독 바즈루어만, 상대역인 이완 맥그리거와 나란히 인터뷰에 응한그는 “즐겁고 신난다.(내 영화가)개막작으로 선보여 영광이다”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세계언론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자리에서 키드먼은 영화 속에서의 농염한 자태와는 사뭇 달랐다.빨간 꽃무늬 원피스차림에 옅은 화장,은테 안경을 가볍게 걸친 모습은 여유로우면서도 지적이었다. 영화는 일찍부터 세계 영화가의 얘깃거리였다.키드먼이 톰크루즈와 이혼한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란 점에서 기대는더 부풀었다.이날 회견장에서도 그건 큰 관심사였다.“요즘내 사생활에 관심들이 많은 것같은데,바로 그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고 재치있게 관련 질문을 받아친 그는 “이혼이작품에 열정을 쏟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트레인 스포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영국 출신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호흡맞춘 영화의 시대배경은 19세기 말 향락과 예술의상징인 파리 몽마르트르.클럽 물랭루즈에서 뮤지컬 여배우샤틴과 가난한 시인 크리스틴의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뮤지컬 드라마다. 4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은 키드먼의 솔직한 답변 덕분에 간간이 웃음바다가 됐다.맥그리거와 처음 영화작업한 데 대한소감도 그랬다.“만난지 며칠 안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게 처음엔 힘들었다.하지만 그게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데는 더 좋았다.”화려한 색채에 판타지 요소와 랩 등이 두루 버무려진 뮤지컬 영화에서 그의 노래솜씨는 일품이었다.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이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게 현지 시사회장의 평가다.앞으로도 뮤지컬 영화를 찍을 거냐는 물음이 안나올 리 없었다.“브로드웨이 뮤지컬쇼를 계속 하기엔 체력이 달린다.담배도 못 피우고.(웃음)”‘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한 루어만 감독은 3년이나 공들여 영화를 만들었다.화가 툴루즈 로트렉이 활동하던 시대의물랭루즈와 몽마르트르의 문화를 깊이 연구했다. 실제로 로트렉의 작품들은 화려한 화면을 만드는 데 큰몫을했다.국내에는 다음달 개봉된다. sjh@
  • SBS ‘접속 무비월드’MC 전창걸

    개그맨 전창걸(36).이렇게 소개하면 낯설지 몰라도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한 코너 ‘영화 대 영화’에서 속사포마냥 떠들어대던 재담꾼하면 이내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게다. 개그맨으로 데뷔,우연히 얼굴을 내민 영화프로로 입지를굳힌 그가 7년만에 말을 갈아탄다.일요일 낮 12시10분 ‘출발 비디오여행’과 같은 시간 방송되는 SBS ‘접속 무비월드’의 메인MC로 자리를 옮긴 것.5월6일부터 첫 방송된다. ‘상(商)도의’에 어긋난다는 자책 때문일까.골방을 벗어나 번듯한 자기집으로 들어간 셈인데도 썩 편치만은 않은모양이다.“‘비디오여행’제작팀과 너무나 마음이 잘 맞아서 즐겁게 일했습니다.하지만 자기발전 측면에서 마냥그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어요.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 없으니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그는 본래 연극쟁이다.고교 때부터 연극반에서 활동하다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에도 한동안 무대에 섰다.그후 밥벌이 때문에 91년 SBS개그맨으로 특채된 그의 인생은 뜻하지 않게 풀렸다. 개그맨답지 않게 연극에 열심인모습을 높이 산 PD가 ‘출발 비디오여행’을 시작하며 코너 하나를 맡긴 것. “사실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해요.그저 보는 걸 좋아해서시사회,영화관을 열심히 쫓아 다니고 비디오도 많이 보죠. ”비디오는 집중이 잘 되는 밤12시 넘어서 3∼4편을 몰아본다.졸립지 않느냐고 묻자 “눈이 감겨 있어도 영화가 보인다.하도 많이 봐서 대충 흐름을 아는 탓인지,안본 거 같아 되감아 보면 봤던 거더라”는 무림고수같은 이야기를들려준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영화를 보며 느꼈던 재미를 전달하니까 대중들이 좋아하는 거 같다”는 게 나름대로 분석한인기비결.특유의 유머와 비틀기가 번득이는 ‘영화 대 영화’를 통해 소개된 비디오는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비디오가게에서 동이 난다는 ‘전설’이 있다. 연극 사랑도 아직 진행형이다.지난2월 막내린 ‘뻬팅’은직접 대본을 썼고,‘서 있는 사내들’‘냄새나는 여자’등은 연출,대본,출연까지 도맡았다. “재주가 많은 것 같다”는 칭찬에 “참을성이 없는 거죠뭐.생각나면 그냥 일을 벌이거든요.돈 벌면 연극에서 쓰는식입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접속 무비월드’에서 그는 영화의 눈을 빌려 시대상을바라보는 ‘영화공작소’라는 고정코너도 맡는다. 봄개편에 따라 KBS-2도 새달부터 ‘문성근의 영화와 팝콘’(일 오전11시)을 신설할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영화프로의 3파전은 가열될 전망.전창걸의 입심이 얼마나 힘을 발할 지 지켜볼 일이다. 허윤주기자 rara@
  • 대학생등 본사 일일기자 체험

    “늘상 보던 신문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투입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대한매일과 뉴스넷(www.kdaily.com)이 19일 가진 ‘일일기자 체험’ 행사에 참가한 양지현씨(여·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3년)는 기자로 보낸 하루를 뒤돌아보며 “나중에 꼭 기자가 돼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이 행사에는 대학생과 직장인,주부 등 21명이 참여했다. 양씨는 “처음 경찰서에 들어갈 때 다소 무섭기도 하고어색하기도 했지만 기자란 직업이 막중한 책임감 못지 않게 매력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날 인권운동사랑방과 인권실천시민연대,동대문경찰서 형사계 등을 돌며 현역기자 못지 않게 바쁜 하루를 보냈다. 편집부에서 일일기자 체험을 한 구동규씨(한국외국어대신방과 2년)는 “제목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신경을 쓰는기자들의 모습에 경외감조차 느껴졌다”면서 “SED 등 대한매일의 첨단 기사전송 시스템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일일기자 체험’ 참가자들은 대한매일 편집부와 사진부,사회부 등에배속돼 신문이 만들어지는 ‘산고(産苦)’의 과정을 지켜보며 신문제작에 일조하기도 했다. 기자체험 참가자들은 ▲방학 중 기자체험 기회 부여 ▲참가자에게 입사 때 가산점 부여 등을 건의했다. 이날 밤 자정을 넘긴 시간 강남경찰서 형사계를 마지막으로 야근까지 마친 ‘일일기자’들은 피로도 잊은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나섰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카스트로, 할리우드 스타와 영화 관람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장이 9일 62년 쿠바 미사일위기를 다룬 미국 영화 '13일간의 날들(Thirteen Days)'을주연배우인 할리우드의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관람했다. 카스트로 의장의 집무실이 있는 혁명궁전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카를로스 라헤 부통령과 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등 카스트로 의장 참모진 및 할리우드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케네디 테이프-쿠바 미사일위기 중의 백악관 내막’이라는 논픽션을 각색해 만든 이 영화는 62년10월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보좌관 케니 오코넬(케빈 코스트너 분)의 시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당시 집권 3년째였던 카스트로 의장과 쿠바 관리들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코스트너의 대변인은 “카스트로 의장은 영화를 즐겁게 보았으며 영화 속의 인물,특히 미 관리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면서 “코스트너와 감독인 아리안 번스타인 등 제작진은 카스트로 의장이 시사회에 자리를 함께 한 것에 대해미·쿠바 관계개선의 중대한 진전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13일간의 날들’은 1월 미국에서 개봉됐으며 2월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및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지하철도 타고 영화도 보고”

    영화를 테마로 꾸민 열차 ‘씨네트레인 2001’이 6일 오후2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승식 행사와 함께 본격 운행된다. 다음달 31일까지 하루 10차례 수서∼대화 및 수서∼구파발 구간에서 운행될 예정.‘삶과 추억과 영화’라는 주제로 1편성 10량에 객차별로 ‘한국영화 역사관’ ‘액션관’ 등 각각의 테마아래 영화의 명장면을 사운드와 함께 LCD모니터를 통해 일반 승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또 영화열차 객차 내부에는 추억의 명화를 소개하는 각종자료와 스틸사진, 포스터 등이 전시되고 실제 유명 영화배우 등의 모습을 본뜬 밀랍인형과 영화관련 소품 등도 설치된다. 이와함께 토·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경복궁역에선 하루세차례 영화시사회를 갖고 영화배우캐릭터 및 포스터 전시회,팬사인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갖는다. 임창용기자
  • 31일 개봉 ‘친구’ 주연 유오성

    ‘주먹’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오성(35)과 부리부리한눈망울이 사슴같은 장동건. 그런데 오는 31일 개봉될 영화 ‘친구’(감독 곽경택)의 포스터는 엉뚱하다.두 사내의 이미지를 뒤집어 놨으니 말이다. 오만상을 구긴 장동건은 당장이라도 주먹다짐할 기센데,그곁에서 유오성은 표정이 없다. “영화에서 그건 큰 재미요소가 됐어요.상식을 엎는 캐릭터설정. (영화)생산자인 배우 입장에서나 소비자인 관객 입장에서나 다같이 즐거운 거니까요.”그가 새 영화를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 사랑하게 된 작은 이유다. 첫 시사회가 있은 지난 12일과는 달리 이틀후 만난 그는 무척 편안해 보인다.커피를 연거푸 두잔이나 들이키며 묻지도않은 말에 이것저것 잘도 대답한다.하지만 버릴 말이 없다. 어물쩍 질문을 넘기는 법도 없고.‘주유소 습격사건’이 대표작이 아니냐고 했더니 뜻밖에 정색한다.이런 논리다.“TV드라마 때문에 공을 못들이고 찍은 영화였다.그런데 떴다.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그러니까 내게 베스트필름이 아니다.” 강단 있는 말투에 생생한 부산사투리로 돋을새김한 영화 속대사들이 휙휙 겹쳤다 지나간다.“인자부터 니는 니처럼 살아라,나는 내처럼 사께”“쪽팔리서…” 영화의 리얼리티를다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콘티북에다 억양의 높낮이를 점으로 찍어놓고 달달 외웠으니까.부산 올로케로 진행된 촬영현장에서도 억척을 부렸다. 11개월 된 아들이 눈이 짓무르게 보고 싶었지만,한달에 하룻밤만 서울집을 다녀갔다. 새 영화에 대한 애착이 이만저만 아니다.“시나리오를 처음읽는 순간부터 곽감독의 다원적 사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이제 사석에선 서로 이름을 부른다.영화를 찍으면서 친구가 된 셈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는 한참동안 연극무대에 섰다.지난 94년 ‘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이 첫 영화였으니 스크린 이력은 올해 7년째다. “최선을 다했다”는 이번 영화에 그는 얼마만큼의 무게를실을까.예상했던 답이 돌아온다.“작은 점 하나를 또 찍었을뿐인데요.”황수정기자 sjh@. *‘친구’는 어떤 영화. 곽경택 감독의 세번째 영화 ‘친구’는 꽤 큰 파괴력을 자랑할 것같다.건달세계에 초점을 맞췄지만,그건 주먹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억수탕’에서 사람냄새 진하게 풍기려다 외면당한 곽감독의 휴머니티가 이번엔 제대로 빛을 봤다. 주제부터 쉽고 상식적이다.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네 사나이들의 우정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는다.폭력조직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유오성),장의사 아들 동수(장동건),밀수업자 아들인 중호(정운택),반듯한 가정의 모범생 상택(서태화).넷은 추억을 공유해간다.바다 멀리까지 물장구치며 몰려다녔고,다락방에 숨어 포르노잡지를 보고 깔깔댔고,교모를삐딱하게 눌러쓰고 패싸움도 했다. 시간이 흘러 스무살이 됐을 때 모든 것은 달라진다.준석은마약에 절었고,동수는 감옥을 들락거리고,상택과 중호는 대학생이 됐고.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폭력조직에 몸담은 준석과 동수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리라곤 누구도 몰랐다. 감독은 제 이야기를 직접 시나리오로 옮겼다. 현실에 발을딛고선 우정이 ‘친구’의 리얼리티를 돋보이게 하는 데 큰몫을 했다. 부산 올로케로 촬영한 영화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를 시점으로 잡았다.올리비아 핫세의 포스터,70년대 유행음악 등이 중·장년층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 정치 뉴스라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도전개막식을 가졌다. 개막식에서는 김수한(金守漢) 전 국회의장,황인성(黃寅性)·이수성(李壽成)전 총리,김명윤(金命潤)전 의원,우다웨이(武大偉)주한 중국대사,홍사덕(洪思德)국회부의장,한나라당박관용(朴寬用)·서청원(徐淸源)의원이 차례로 축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대신해부산 서도전을 찾았던 권철현(權哲賢)대변인과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이날 난(蘭)을 보내서도전을 축하한 데 이어 22일 행사장에 들러 김 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3월 모 신문사 창간기념일에서 잠시 조우한 이래 근 1년 만이다.특히 JP가 YS를 찾아가는 형식을 갖춘 것은 YS 퇴임뒤 처음이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21일 출국했다.그는 23일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을 비롯한 당정 고위 인사들을 만나한반도정세 등을 논의하고 상하이 등을 방문한 뒤 27일 귀국한다. 이 최고위원의 중국 방문에는 홍재형(洪在馨)·강성구(姜成求)·곽치영(郭治榮)·박병석(朴炳錫)의원,김운환 전 의원이동행했다. ■일본판 ‘한빛은행 불법 대출사건’을 다룬 영화 ‘쥬바쿠’ 시사회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사회는 한나라당 ‘한빛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정병국(鄭柄國)의원이 주관했다.
  • 獨언론들 ‘베를린영화제’ 보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출품된 ‘공동경비구역 JSA’가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의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고 독일의 일간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JSA’가 영화라는 예술적 표현 수단을 빌려 정치적 대립의 비극을 성공적으로 묘사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또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은 14일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작들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을 공개하면서 ‘JSA’를 미국 영화 ‘트래픽’,영국영화 ‘위트’ 등과 함께 수상 유력 영화로 분류했다. 지난 12일 ‘JSA’ 첫번째 시사회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속에 열린 이후 분단 경험을 공유한 독일의 언론은 지구상최후의 냉전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그린‘JSA’에 대해 잇따라 논평과 소개 기사를 싣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내 어느 때 보다도 수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7일 개막된 베를린 영화제는 18일 부문별 수상작을 발표하고 폐막한다.
  • 베를린, JSA에 플래시 세례

    “판문점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남북한 병사가 대치하는곳입니다.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에는 긴장이 흐르죠.안과 겉에 모순이 있는,그 자체만으로도 무대장치같은 극적인 공간입니다.”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제작 명필름)가 지난 12일 오후9시(현지시각 12일 오후1시) 포츠담광장 내 복합영화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첫 기자시사회를 가졌다.시사가 끝난 직후 20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감독은 판문점을 휴먼드라마의 소재로 잡은 배경을 “판문점이 가진 이중성에 주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는 박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영애 신하균 김태우 등 출연진과 이은 명필름 제작이사가 함께했다.남한 병사 이수혁 역을 맡은 이병헌은 TV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의 분단영화인 점을 주목한 질문이 주류를 이뤘다.그 중에는 “이런 영화가 제작될만큼 한국의 관객 분위기가 성숙해 있느냐”는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질문도 눈에 띄었다.“영화를 처음 만들무렵에는 제대로 완성해서 개봉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많았다”는 박감독은 “그러나 남북 정상이 만나는 등 해빙무드를 타면서 분단영화를 바라보는 한국내 분위기가 급속히성숙해졌다”고 답했다. 한 외신기자가 “남북 병사들의 우정이란 주제를,유머가 곁들여진 덕분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같다”고 하자 박감독은 준비하고 있었던 듯 자세히 답하기도 했다.“어떡하면외국인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네 병사들의 우정을 통해 남북이 얼마나 다르고 또 같은지를 말하고싶었고,그것을 극의 긴장요소로 연결하자고 결론지었다.남한의 인기 여배우와 가수를 북한 병사가 몰라보는 설정 등이그렇다.그리고 외국인들을 극에 몰입시키는 데는 유머만큼좋은 장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북한 병사 오경필 역의 송강호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한 아시아영화 전문기자가 “영화제에 두 편의 영화를 내놓은 주인공인데,소감이 어떻냐”고 묻자 그는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답했다.그가 주연한 ‘반칙왕’도 포럼부문에 출품됐다. 베를린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우리 영화가 진출하기는 이번으로 8번째.지난 96년 박광수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후로는 5년만이다.‘JSA’는 영화제 기간에 일반관객과 마켓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모두 6차례 상영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사상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JSA’는 영화제에서도 꾸준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베를리날레 팔라스트’2층에 마련된 첫 기자시사회장에 참석한 관계자는줄잡아 2,000여명.영화가 끝날 때까지 차분히 자리를 지킨이들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11년째.‘JSA’는 베를린이 가진‘공간적 상징성’덕을 한몫 단단히 챙기는 분위기.행사기간에 영화제측이 날마다 발행하는 소식지 ‘무빙 픽처스 데일리’는 지난 12일자에서 박찬욱감독 인터뷰에 한면을 할애했다.“한국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세트를 짓는데 80만달러를들인 영화”“최근까지 (한국에서)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흥행작”등등 상세한 내용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제작사인 명필름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속앓이한 문제가 자막처리.“우리 정서를 다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영어표현을 고르느라 신경썼다”는 심재명대표는 시사가 끝난 후 “(외국인들이)웃을 때 웃어줘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가수 김광석은 ‘singer 김광석’으로,북한 병사 오경필이 즐겨 먹던 초코파이는 ‘moon pie’로 표현하는 등 제작사측의 고심 흔적이 곳곳에서 역력. 베를린 황수정기자 sjh@
  • 10대 눈으로 본 정신대할머니와 거리의 손녀

    한 연립 주택.조명이 켜지고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6㎜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여느 촬영현장과 다를바 없지만 영화를 찍는 모든 스태프들은 서울 서라벌 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다.촬영장소도 주연배우의 집 안방. 필름영화는 아니지만 6㎜ 디지털카메라에 담긴 이들의 열정은 기성 영화인들의 그것보다 더 뜨겁다.고교생 영화인이라고 해도 이미 단편영화는 수 차례 찍은 경력이 있는 베테랑들.특히 이들의 작품 중에는 부천청소년영상잔치를 비롯,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콜라’(99년 작)도 있다. 지금은 일제시대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와 돈에 팔려 거리의 여성으로 나선 손녀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를 촬영중이다.3월까지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 감독인 김형석군(19·서울예대 진학예정)은 “10대들의 눈으로 과거와 현재의 묵중한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영화 촬영에 있어 10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활용했다.촬영장소 섭외는 물론 진행비용까지 알뜰하게 꾸렸다.사실 10대들이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시나리오,기획도 문제지만 역시 돈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기업에소개도 해보고 후원금 모금도 해봤으나 돈 모으기가 만만치않았다.‘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라벌고의 후원금,부모님들의 투자(?),한 인터넷 업체의 지원금을 합쳐 크랭크인할 수 있었다.모금액은 200여만원.가능하면 극장에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올리고 싶지만 영화관 상영은 꿈같은 일이다. 상영관은 고사하고 시사회 장소도 구하기 힘든 게 우리나라단편영화의 현실이라고 조감독인 김봉재군(18·서라벌고 2년)은 밝힌다. 최근 이들과 같은 ‘충무로 키드’의 활동 여건이 과거에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저렴해진 디지털 장비와 인터넷상영관이라는 단편영화의 공간 부각은 10대 영화 마니아들의창작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돌파구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꿈과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은 10대 충무로 키드를 고민에 빠뜨린다. 서울시립 청소년 정보문화 센터가 운영하는 ‘스스로 넷’(http://www.ssro.net)에서 청소년영상 교육을 담당하는 김의중씨는 “입시라는 부담 때문에 방송이나 영화를 포기하는학생들을 볼 때 안타깝다”면서, “다른 예체능 분야처럼 영화나 방송 역시 대학진학에 있어 실기에 대한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daily.com 유영규기자 whoami@
  • 인류 대이동 드라마 쓴 몽골리안

    수만년전 내륙아시아에 깃들어 살던 원시인들이 사냥감을 쫓아 북단의 시베리아로 흘러든다. 이어 동쪽 해안까지 가로지른 뒤 베링해를건넌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내리닫는다. 이같은 장대한 인류 대이동 드라마를 써내려간 이들,바로 몽골리안들이다. KBS-1TV가 6일 첫 전파를 쏠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몽골리안 루트’는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 경로(루트)를 추적,흔적조차 희미해진 선사시대 문명확산의 스펙터클을 복원하려는 기획.10여년된 구상을 제작기간 3년6개월,총 제작비만 10억원을 들여 8부작으로 다듬어낸 KBS다큐멘터리팀 야심작이다. 몽골리안이란 유럽인종,아프리카인종과 대별되는 계통.우리 민족을비롯한 아시아인,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한 인종으로 묶는 핏줄이다.아시아 내륙을 발화지점으로 시베리아와 신대륙까지 들불처럼 번져나간 이들의 대이동사는 유럽,중국 등 정주문명권이 패권을 쥐면서 홀대돼온 게 사실.‘…루트’의 감상포인트라면 인류학적상상력속에만 남아있던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가설에다 방대한 자료수집과 과학적 접근으로 구체적 실체를 부여했다는 점일듯 싶다. 화요일마다 한편씩 안방을 찾을 ‘…루트’는 크게 두개의 키워드를둘러싸고 전개된다.첫번째는 확산 드라마.혹한 적응과정에서 작은 눈,튀어나온 광대뼈 등 고유형질을 획득한 몽골리안들이 북으로는 시베리아 등 툰드라지대,태평양을 건너서는 북미·중남미까지 퍼져나가톨텍,아즈텍,마야,잉카 문명을 잉태하는 과정이 1∼4부에 걸쳐 그려진다.또 하나의 대주제는 유목문화.초목성 스텝기후 확산의 여파로문화접합 끝에 알타이 기마 유목민으로 변신한 북방계 몽골리안들이로마·중앙아시아·터키는 물론 헝가리·이집트까지 넘나들며 정주문명과 교접하는 과정을 5∼8부에 담아낸다. 30일 KBS국제회의실에서는 ‘…루트’ 첫회분인 ‘툰드라의 서곡’시사회가 열렸다.시베리아 야쿠츠크 에벵키족 사슴사냥꾼의 행로를큰 액자삼아,북방계 몽골리안의 착근과정을 기술혁명,유전학,정신세계 등 여러모로 훑어내렸다.구석기혁명을 배태한 세형돌날에 대한 심층분석,토템숭배의식 곰희생제 화면 등이 도드라졌다.절대적 자료부족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에 어쩔수 없이 의존,유장한 맛을 끊어먹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두달간 지켜보는 것이 아깝지 않을 세기와공력이 엿보였다. 제작을 맡은 진기웅 PD는 “프로에 대한 일부의 민족주의적 요구를알고 있지만 우리는 민족의 뿌리찾기,과거의 위대한 유산 재조명 등의 접근은 하지 않았다.잊혀졌던 인류사의 드라마를 되짚어보며 과도한 서양사 의존에서 벗어나 역사적 균형감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루트’는 일본,싱가포르 등과 10만달러 상당의 수출가계약이 체결돼 있으며 미주로도 수출이 타진되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씨줄날줄] 장애도 서럽거늘

    전남에 사는 반신불수 칠순 할머니가 시흥 막내아들 집에 들렀다가서울 둘째아들네 집에 설쇠러 가는 길에 전철역 장애인용 승강기 추락으로 숨지고 동승한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설 이틀 전에 일어난 사고다.민족 대이동이라 할 만큼 이동이 많다 보니 교통사고가 많기는하나,이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다.부모형제가 함께 모여 웃음꽃 피울 설날을 바로 앞두고 초상집이 되다니.불편한 몸으로 자식들을 보러 오던 노부모가 그런 횡액을 당했으니 자식들의 슬픔은 어떻겠는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거나 신통찮은 사회는 미개한 사회다.원시시대에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집단의 보호로 생존했음은 발굴된유골로 증명되고 있다.장애인이기 때문에 앰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사회라면 원시사회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전철 4호선 오이도역 장애인용 승강기는 전시를 위한 것이었는가. 두 사람의 체중도 견디지못하는 철선을 도대체 누가 설치했는가.설치한 뒤 안전 점검을 해 봤을 턱이 없다.전철 운영자는 장애인 보호 설비를 당장 총점검하라.살인 설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도대체 이런 어이없는 사고를 언제까지 봐야만 할 것인가. 참변을 당한 가정에는 위로의 말을 할 수밖에는 없겠으나 연로하고장애까지 있는 노인이라면 가족들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나 하는생각을 지울 수 없다.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거동이힘든 칠순 장애자의 이동을 칠순 노인이 거들어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둘째아들과 막내아들이 있으니 며느리들에다 장성한 손주도 있을 텐데 어째서 노부부 단둘이 길을 나서야 했는지 궁금하다. 시흥에서 서울이면 멀지도 않다.더구나 서울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도 많은데. 장애인을 감싸는 마음이 이 사회에 아직 퍼져 있지 못한 것도 문제고,전래의 미풍이던 노인 보살피는 마음이 이 사회에서 떠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명절 대목에 일어난 여러 사고 가운데서 전철역 장애노인 사고가 유달리 충격적으로 느껴진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공공시설을 엉터리로 해 놓아 사람 죽게 만든 작자들이 가증스러운 것은두 말할 나위도 없지만,이 사고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반성해야할 일로 느껴진다. 박강문 논설위원 pens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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