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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어가기˙˙˙

    보수·진보 사회단체들이 영화 시사회에 함께 모인다.비전향 장기수의 실화를 다룬 영화 ‘선택’의 제작사가 오는 24일 저녁 서울 종로3가 허리우드극장 시사회에 보수·진보를 망라한 단체들을 특별초청한 것.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함께 준비한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엔 주변의 식당에서 비전향 장기수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자리도 마련된다고.
  • 한가위 특집 / 볼만한 영화-주이공 가상인터뷰

    주말까지 통으로 이어지는,흔치 않은 추석 황금연휴를 영화 한편 안 보고 넘길 수야 없는 일.흥행을 별러온 영화들이 ‘이때다!’를 외치며 일제히 간판을 내걸었다. 올 추석 극장가는 국산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인다.‘조폭마누라2’‘오!브라더스’‘불어라 봄바람’ 등 코미디 3편의 맞대결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애니메이션이 한편도 없는 게 아쉬운 점. 무슨 영화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주인공들로부터 감상 포인트를 들어보자.물론 ‘가상’이다. ●‘오!브라더스’의 이범수 코믹드라마/이범수·이정재 주연/김용화 감독 “내 역할은 겉보기는 30대 중반인데 실제는 열두살밖에 안된 조로증 환자 봉구 역이다.순진한 아이가 날건달 같은 이복형(이정재)을 신통하게도 철들게 만드는데,그 해프닝들이 그대로 폭소탄이다.열두살짜리가 악질 폭력배들을 덜덜 떨게 만드는 비법이 궁금하지 않나? 실컷 웃고도 코끝 찡한 감동까지….정말이지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있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 드라마/문소리·황정민 주연/임상수 감독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김혜수씨 대신 막판에 ‘대타’로 캐스팅돼 베니스영화제에 2년 연속 진출하는 행운을 낚았다.개봉한 지 한달이 돼가는데 아직도 못봤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길.융화되지 못하고 일탈하는 가족이야기가 적잖이 충격일 순 있지만.애정없는 결혼생활 끝에 앞집 고교생과 바람피우는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도발적이다.” ●‘조폭마누라 2’의 신은경 코믹액션/신은경·박준규 주연/정흥순 감독 “2년전 추석때 개봉해 전국관객 530만명을 동원한 1편을 기억하는지.이번엔 전략을 좀 바꿨다.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막가파’식이 아니라 폭력배들에게 시달리는 서민들을 지켜주는 인간적인 ‘여자조폭’이 됐다.가위가 주무기인 건 똑같다.전편보다 못하다는 쓴소리도 들리지만,놓치면 후회한다.결혼(22일 예정)하고 나서도 내가 이렇듯 유연하게 휙휙 몸을 날릴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니까.” ●‘불어라 봄바람’의 김정은 코믹멜로/김정은·김승우 주연/장항준 감독 “웃기려고 여전히 ‘오버연기’를 좀 했다.하지만 내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서 제일 명랑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는 호평을 듣는다.내 역할은 고아 출신이지만 마음씨 고운 낭만파 다방아가씨.‘짠돌이’ 소설가(김승우)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그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운다.순진한 얼굴로 ‘졸라’‘짱’‘캡’같은 비속어들을 입에 달고다니느라 식은 땀 뺐다.다행히도 시사회장에서 폭소가 터져나오더라.사실,내가 봐도 깜찍한 것같다.” ●‘패스트&퓨리어스2’의 폴 워커 스피드 액션/폴 워커·타이리스 깁슨 주연/존 싱글턴 감독 “한국 코미디물이 강세라지만 통쾌하게 남성관객들을 홀려낼 작품은 없어보인다.2001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의 속편.그러나 속도는 오히려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이 들린다.범인을 풀어주는 바람에 경찰복을 벗은 내가 전과자 친구와 합세해서 거물급 탈세자를 잡는다.‘미친 속도’의 카레이싱이 내내 화면을 압도한다.스포츠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색색의 명품 스포츠카들이 떼거리로 질주하는 장면에선 눈이 휘둥그레질만하다.”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의 조니 뎁해적액션/조니 뎁·제프리 러시 주연/고어 버빈스키 감독 “그다지 근육질은 아니어도 섹시남이란 소리를 들어온 내가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해봤다.퀭하게 과장된 눈화장에 번쩍이는 금니,치렁치렁 구슬을 매단 긴머리의 해적이 상상이나 되는지.그러나 나는,미모의 아가씨를 해골부대에서 구출하려 몸을 날리는 ‘착한’해적! 쫓고 쫓기는 해상추격전에 가슴이 뻥 뚫릴 것이다.달빛을 받으면 해골로 변하는,저주받은 해적들의 모습은 팬터지 애니메이션처럼 감각적이고.” ●‘주온2’의 사카이 노리코 공포/사카이 노리코 주연/시미즈 다카시 감독 “요즘 한국관객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공포영화를 즐긴다는 소릴 들었다.일본의 인기 비디오 시리즈를 영화화했으며,‘주온’의 속편이다.억울한 원혼의 저주로,극중 호러배우인 내 주변사람들이 하나둘 의문사하는 내용이다.천장에 오징어처럼 달라붙은 여자귀신이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사람의 목을 매달아 올리거나,커튼 뒤에서 슬슬 기어나오는 장면에선 ‘악’소리가 절로 터지게 된다.” 황수정기자 sjh@
  •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바람난 가족’ 공식 상영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베니스 영화제에 경쟁부문 초청작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의 기자 시사회가 3일 자정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의 팔라 갈릴레오 극장에서 열렸다. 문소리·황정민 주연의 ‘바람난 가족’은 30대 변호사 가족의 외도를 소재로 가족제도의 실태를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4일 밤 10시30분과 5일 오후 3시15분에 공식 상영한다. 이에 앞서 모리츠 데 하델른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제작사인 명필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스크린쿼터제가 없었다면 ‘바람난 가족’과 같은 영화가 제작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그는 지난 7월 ‘바람난 가족’을 경쟁부문으로 선정하면서 “가족의 붕괴라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통렬하면서도 경쾌한 해석과,인물들에 접근해가는 임상수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평가했다.한편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나비’(감독 김현성)는 3일 오전 11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의 살라 페를라 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맑은 화면에 담은 삶·욕망의 화두

    시사회장에서 관객을 졸도시킬 만큼 극악한 화면을 만들기로 악명(?)높은 김기덕 감독이 모처럼 “쉬어가는 영화”를 내놓았다.오는 19일 개봉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독일 판도라필름).감독이 “설령 중간에 잠이 들더라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할 정도로,담담한 수묵화 한 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얼핏 화면만 훑어서는 카메라의 여유가 돋보이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닮았다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도입부에서부터 영화는 번다하게 수다를 떨 마음이 없다고 쐐기를 박는다.깊은 산속 외로운 암자와 사계(四季)를 공간·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삶과 욕망의 화두를 화면 위에 무심한 듯 툭툭 던져놓는다. 연못 한가운데에 뜬 꿈속같은 암자에 노승(오영수)과 예닐곱살쯤 돼보이는 동자승(김종호) 단 둘이 산다.티없이 맑은 얼굴로 물고기에 돌을 매달아 죽이는 동자승의 역설적 살의(殺意)가 클로즈업될 즈음 관객들은 김기덕식의 쉬어가기 영화가 아무 고민없이 즐겨도 좋다는 뜻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영화는 동승의 인생을 다섯마당으로 쪼개,끝없이 순환하는 사계의 이미지로 연결한 드라마다. 물고기를 죽인 동자승에게 “평생 가슴속에 돌을 매달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깨우쳐준 노승의 한마디는,선(禪)적인 이미지로 가득찬 영화에서 그대로 ‘키워드’가 된다. 인간의 삶은 얼마나 두꺼운 욕망의 더께를 쓰고 있는 걸까.동승이 17세 소년으로 부쩍 자란 ‘여름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의문이다.암자에 요양하러온 소녀와 사랑에 빠져 육체의 욕망에 눈뜬 소년은 결국 소녀를 따라 절을 떠난다.그러나 세월이 흘러 여자에게 배신당한 뒤 살인을 저지르고 암자로 돌아온 청년의 눈빛은 짐승같은 광기로 가득찼다.산속에서 길을 잃고 계속 한자리만 맴돌게 되는 ‘링 반데룽’처럼 주인공은 집착과 욕망,살의 사이를 안타깝게 헤맨다. 영화는,한 남자의 인생을 쉼없이 돌고 도는 불가의 ‘업’에 빗대 구도자적인 시선으로 그렸다.극도로 압축된 대사와 등장인물,물위에 떠 묘하게 움직이는 절집,암자 나무바닥에 빽빽이 새겨진 반야심경,물소리·바람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낸 음향 등이 한권의 명상화보집을 연상시킨다.하지만 감독의 장담만큼 감상이 호락호락하진 않다.온갖 세속의 먼지를 다 뒤집어쓴 남자가 퇴락한 산사로 되돌아온 ‘겨울편’에서는 평화보다 슬픔이 더 크게 전해진다.어째서일까. 후반부의 중년이 된 스님은 김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씻김굿 보고 큰 충격 ‘다큐 무당’ 되고 싶다”/‘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박기복 감독

    “다큐 무당이 되고 싶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열정을 이보다 더 뜨겁게 보여줄 수 있을까. 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매(靈媒)-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의 박기복(38)감독은 시사회가 끝난 뒤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거의 “반 무당이 된” 심정을 털어놓았다.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94년)를 비롯, 서울 다큐멘터리 영상제 대상을 받은 ‘냅둬’(99년) 등 10년 동안 걸출한 다큐를 만들었지만 이 작품에 쏟은 애정은 남다르다.2년여의 작업기간 중 주무대인 전남 진도에는 1년을 내리 살았고 앵글에 담을 영매를 찾아 서해와 동해를 훑었다. 하필이면 왜 영매를 골랐는지 궁금했다.“대학(연세대 철학과)시절 정신·영적 현상에 취미가 많았다.다큐 감독이 된 뒤 성철 스님 일대기를 만들 생각도 했었다.그러다 2000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본 씻김굿 기록영화에 충격받았고 묘한 전율을 느껴 내친김에 작품에 도전했다.끝 부분 20분가량을 씻김굿으로 배치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작업하는 그들이 카메라와 조명등 ‘어수선한 개입’을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그 고충에 대해 박감독은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예컨대 작두를 갈 때 부정타지 말라고 천을 물고 작업하는 장면 등을 찍을 땐 얼씬도 하지 않고 망원렌즈를 이용했다.그렇게 기다리는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니 마음의 문을 열고 촬영을 허락했다.” 그러나 주무대인 진도에서는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현지인들의 차가운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는 박감독은 이렇게 회상한다. “무당과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주로 여자 스태프를 내세웠지만 촬영은 쉽지 않았다.내내 몰리는 느낌이 들었고 중간에 진도에서 쫓기듯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그때는 작품이고 뭐고 다 치운 채 신내림 장면이나 보고 말 생각으로 이곳저곳 다녔는데 인천에서 박미정 보살을 만난 뒤 위안을 얻었다.” 작업기간이 길고 일이 힘들다 보니 스태프들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기 일쑤였다.연속성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고 직접 현장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소감을 묻는 말에 “설렌다.”고 짤막하게 말했다.그러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하다.말을 풀어보라고 재촉하니 막혔던 응어리가 터져나온다.“기록영화가 극영화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어떨 땐 더 극적이지만 다큐를 영화로 여기지 않는 풍토가 원망스럽다.이제 작품은 나를 떠났다.” 영매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잇는 다리라면,박기복 감독은 관객과 작품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영매다.작업이 꼬이자 당나무에 빌다가 신기(神氣)를 경험했다는 그는 해남 한 무당의 말을 들려주었다.“당신 신기가 장난이 아니오.헌데 당신은 그걸 당신 스스로가 이겨 내고 있잖여.아니면 당신도 우리 밥 먹을 거인데.” 이종수기자 vielee@
  • [수평사회를 만들자]3부 경찰과 시민 (7)외국에서는-일본

    |도쿄 황성기특파원|“손댈 틈 없이 바쁜 나머지 어느 새 다른 사건들을 깡그리 잊고 말았다.” 8건의 소년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방치,지난 6월 징계 처분을 받은 도쿄와 이웃한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 경찰서의 소년계 담당자가 조사나온 감찰관에게 털어놓은 진술이다.이 경찰서 소년계는 불과 4명의 수사인원으로 자전거 절도,공갈,상해 등 끊이지 않는 소년범죄를 처리해 왔다. 사이타마현은 경찰관 1명이 맡는 주민 숫자가 72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최근 5년간 한 해 1만건 이상씩 범죄가 늘어날 만큼 치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요주의 지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사이타마현의 K경찰서는 불과 15명이 밤 당직을 서는데 사건은 60∼70건씩 발생한다.이런 인력으로는 도무지 대처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그는 “경찰관이 모자라다보니 싸우다 연행돼 온 사람들이 처리를 기다리다 화해하고 돌아가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고 씁쓸히 웃었다. 범죄는 급증하고,주민들의 치안 기대는 높지만 부족한 경찰인력 탓에 사이타마현 경찰본부 산하 경찰관의 직무태만은 끊이지 않는다.증거물인 각성제를 멋대로 폐기한 혐의로 경찰관 3명이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는가 하면,만취한 남성을 방치,숨지게 한 경관이 적발되기도 했다. 치안 악화,경찰관의 직무태만은 사이타마뿐 아니라 일본 열도가 안고 있는 고민 중 고민이다. 2002년판 경찰백서에 따르면 범죄 인지 건수는 2차대전 패전 후 사상 최고인 273만건을 기록했다.그러나 치안대국 시절 60%이던 범인 검거율은 19.8%로 사상 처음으로 20% 이하로 추락했다. “일본에 가면 밤길을 조심하라.”,“신주쿠(新宿) 가부키초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는 당부가 어느새부터 외국인 여행객에게 따라붙었다.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치안대국’을 자랑하던 일본의 자존심은 경제침체와 더불어 여지없이 구겨지고 있다. 치안 악화의 원인은 소년범죄의 급속한 증가에 있다.일본 인구의 7%에 지나지 않는 소년(14∼19세)이 저지르는 범죄가 전체범죄의 40%를 넘어섰다.인구비례로 치면 어른보다 9배가량 범죄를 더 저지르는 셈이다. 지난 7월나가사키(長崎)에서 중1 남학생이 4살배기 유치원생을 주차빌딩 옥상에서 떠밀어 숨지게 한 충격적 사건을 비롯,일본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굵직한 사건의 상당수가 소년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소년범죄의 심각성은 사건의 증가와 더불어 갈수록 흉포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범죄 증가도 일본 당국의 골칫거리이다.지난해 1월 중국인 유학생(23) 등 5명이 오이타(大分)현의 한 주택에 침입해 흉기로 집 주인을 살해하고 부인에게 중상을 입혀 살인강도죄로 검거되는 등 유학생,불법체류자의 범죄가 늘었다.외국인 범죄는 10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범죄의 급증으로 일본의 교도소는 범죄자들로 넘쳐난다.교도소의 수용 정원은 6만 4902명이지만 지난해 9월 과잉수용(6만 8115명) 상태가 됐다.죄수 폭동은 외국이나 영화 속의 일로 여기던 일본에서 과잉수용에 의한 폭동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일본인들이 느끼는 범죄 피해 불안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의 지난 3월 조사에서 “요 몇년간 치안이 나빠졌다.”고 대답한 사람은 90.8%에 달했다.지난달 25일에는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한 남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가 급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도쿄도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지난 6월 부지사에 경찰관료 출신인 다케하나 유타카를 기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치안대책을 도쿄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책정한 이시하라 지사는 도쿄도청 직원 1000명을 경시청에 파견해 일손이 달리는 치안업무에 보충하도록 하는 계획도 세웠다. “경찰은 있지만 가까이에는 없는” 현실때문에 얼마 전부터 방범카메라 설치와 주민의 자치순찰이 늘기 시작했다.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나가사키 네살배기 살해사건은 거리에 설치했던 방범카메라가 1등 공신이었다.범인인 중1 남학생을 방범카메라가 포착함으로써 발생 1주일 만에 사건을 해결하는 개가를 올리면서 열도에 방범카메라 설치 붐이 일어날 조짐이다. 적은 돈으로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범카메라는 일본의 범죄 전문가들이 권하고 있는 범죄 대책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일본 경찰청은 걷잡을 수 없는 치안 악화에 3년간 경찰관 1만명 증원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요구할 방침이다. marry01@ ■오케가와 사건의 교훈 1999년 10월 도쿄 동북부의 소도시 오케가와(桶川) 전철역 앞에서 여대생(당시 21)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신변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경찰에 몇차례나 사건 발생을 예고,수사를 당부했으나 무시당한 끝에 덧없는 죽음에 이른다. 범인은 피해자와 사귀던 남자.같은 해 6월 “헤어지자.”는 피해자에게 범인은 장난전화에 피해자를 중상모략하는 전단까지 집 주변에 뿌렸다.참다 못한 피해자와 부모가 경찰서를 찾아 피해를 호소하고 수사를 부탁했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예상 밖.“남의 일에 끼어들기 어렵다.”는 대답뿐이었다.경찰을 움직이기 위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도 내보았으나 헛수고였다.몇개월 뒤 피해자는 꽃다운 나이에 살해되고 범인은 자살해버린다. 스토커라는 말은 물론,스토커에해당되는 범인의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일본에서 사건 발생 1년1개월 뒤 ‘스토커 규제법’이 시행되기에 이른다.경찰의 무성의한 수사 태도에도 사회의 비판이 가해졌다. 피해자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올 2월 경찰 수사의 태만을 일부 인정,550만엔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그러나 법원은 수사가 늦어진 점과 살인과의 인과관계를 인정치 않아 피해자쪽이 “억울하다.”며 상고,재판이 진행 중이다. ■마에다 도쿄도립대 법학부장 |도쿄 황성기특파원|“국가의 경찰력에 의존해 범죄를 막는 시대는 지났다.” 치안 전문가인 마에다 마사히데(前田雅英) 도쿄도립대학 법학부장은 “지역주민이 범죄 예방의 주역이고 그런 점에서 방범카메라는 내고장을 지키는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치안상황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였다.1975년 1100이던 범죄율(10만명당 범죄 인지 건수)이 지금은 2200으로 치솟았다. 패전 후 최악의 상황이다.최근 10년간 범죄 증가가 뚜렷하다.검거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경찰도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치안 악화 이유는. -소년범죄,외국인 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다.특히 소년범죄는 전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한국도 비슷하다고 들었다.문제는 일본에서 소자화(少子化·아기 덜 낳기)로 소년 인구는 줄고 있는데 범죄는 늘어난다는 점이다.7%밖에 안되는 14∼19세가 전체 범죄의 40∼50%를 저지른다.소년들이 어른의 8∼10배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소년범죄는 왜 늘어나는가. -근본 원인은 교육이다.일본 교육은 좋은 것,나쁜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귀염만 받아줬다.실패한 교육을 받은 30∼40대가 지금 부모가 돼있다.이들이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확대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됐다.어린이가 돈을 위해 버젓이 매춘하고,도둑질하는 시대이다.소년 절도나 강도,날치기도 늘었다.나쁜 짓 하면 붙잡히고,부모에게 혼나고,봉변을 당한다는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가정,학교 붕괴로 소년범죄를 억제하는 기능마저 둔화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필요하지만 가정에서의 여성 부재로 소년범죄가 늘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어린이와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엄하게 윤리,규범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데도 말이다. 경찰 부족,무성의로 치안이 나빠진 것은 아닌가. -범죄가 너무 늘었다.일본도 사건이 너무 많아 다 처리할 수 없는 오버워크의 상태이다.가급적 다른 경찰관,다른 경찰에 일을 돌린다.경찰관을 늘리면 어느 정도 해결될 테지만 조(兆)단위의 돈이 들어간다.일본의 긴축재정에서는 무리이다. 치안 개선의 방법은. -물론 지속적인 경찰관 증원이 필요하다.그러나 숫자를 늘려 해결한다기 보다 오버워크의 원인인 범죄,특히 소년범죄를 줄여서 경찰이 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일본은 초등학교의 권역이 마을 치안의 기본이다.깨끗한 동네는 치안도 좋다.지역주민이 치안의 주역이다. 교육도 중요하다.문제소년에 대처하는 ‘소년 서포트팀’이 일본에서 막 가동되기 시작했다.학교 현장에 교사,주민,경찰이 함께 대처하는 시스템인데 주목된다. 방범카메라도 많이 써야 한다.사회평론가들이 ‘감시사회’,’프라이버시 침해’를 지적하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좋다.영국에서도 엽기적인 유아살해사건을 저지른 소년을 방범카메라가 포착,체포해 순식간에 보급된 바 있다. 일본의 치안 전망은. -치안대국의 신화 부활은 불가능하다.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범죄 증가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그런 점에서 치안에 총력을 기울인 오사카의 범죄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마에다 교수는 54세.도쿄대 법대 출신.형법 전공.‘일본의 치안은 재생할 수 있을까’,‘소년범죄,통계로 본 그 실상’ 등의 저서가 있다.
  • 조폭마누라2 / 가위 대신 철가방 든 ‘형님’

    ‘조폭 두목에서 기억을 상실한 중국집 배달부로’ 감 빠른 이라면 ‘조폭마누라 2:돌아온 전설’(제작 현진시네마)을 금방 떠올릴 것이다.촬영중 주인공 신은경의 눈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삐걱거리는 등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영화가 새달 5일 개봉한다.지난 25일 시사회에서 제작자 이순열 대표,주연 신은경과 정흥순 감독은 하나같이 ‘숯검정이 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돌아온 전설’에 쏠린 주요 관심은 모든 속편이 그렇듯 아무래도 530만 관객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한 1편과의 비교다. 먼저 영화의 조율사가 ‘가문의 영광’으로 500만 인기몰이에 성공한 정흥순 감독으로 바뀌었다.코믹 드라마로 진가를 높인 그는 ‘조폭마누라 2’에서 장기를 맘껏 살렸다.무게 중심이 ‘조폭 세계’라는 음지에서 ‘가족과 이웃’이라는 양지로 휙 이동했다. 영화는 기승전결 방식으로 진행된다.가위파 보스인 ‘깔치’ 은진(신은경)이 고층건물 옥상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총에 맞아 추락하지만 닭장차 위에 떨어져 목숨은 건진다.하지만 술 취한 중국음식점 주인 윤재철(박준규)에게 발견돼 업혀가다 머리를 크게 다쳐 기억을 잃는다. 이제 조폭두목은 없고 기억을 되찾으려 몸부림치는 퓨전 중국음식점 ‘슈’의 배달원 ‘슈슈’만이 있다.그의 가위는 살상용이 아니라 주방용으로 바뀐다.이후 영화는 본격 코미디로 접어드는데,슈슈가 잃어버린 과거를 알기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은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감전 충격으로 기억을 찾으려고 쇠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꽂는가 하면,폭우 속에서 우산을 들고 번개를 기다린다.최면을 걸어보기도 하고 “나를 찾는다.”며 집을 나간 뒤 땅꾼차림으로 돌아와 뱀을 먹기도 한다. 옛날을 되살려주는 계기는 아직 녹슬지 않은 몸.은진은 우연히 3인조 은행강도를 때려 잡고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다.그 장면을 본 라이벌 조직의 보스 백상어(장세진)가 은진을 알아차린 뒤 킬러를 보내 제거하려 하면서 영화는 속도가 붙는다. 피 튀는 싸움으로 얼룩진 거대 장면보다는 외롭고 힘없는 이들이 나누는 인정에 초점을 둔 게 특징.은진·재철과 딸 지현(류현경),사채업자 고사채(주현)와 백상어파의 주상복합건물 건립 음모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시장주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훈훈한 감동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신은경은 잇단 코믹 연기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결투장면 소화로 제몫을 톡톡히 한 느낌이다.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개성있는 볼거리들을 보탠 조연급 연기자들의 도움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있음직함’과는 거리가 먼 논리적 비약 등 허술한 구성은 허점으로 노출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쉬어가기˙˙˙

    씻김굿과 함께하는 이색 영화시사회가 마련된다고.새달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극장에서 있을 박기복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매(靈媒),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시사회.무당들의 인생역정과 굿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짚는 영화인데,이날 씻김굿은 채정례 당골(세습무) 주재로 최근 자살한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과 세 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손모씨 등의 영혼을 위로한다고.시사회에는 천주교 수녀들도 무속인들과 함께 초청됐다.
  • 2003 베스트브랜드 경영대상 / 9개 채널서 다양한 콘텐츠 제공

    ● SK텔레콤 ‘준’ SK텔레콤의 ‘준(June)’은 영화,음악,방송,교육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멀티미디어 서비스다.준 시사회,뮤직,영화,TV,폰 꾸미기,교통CCTV,정보,애니메이션,성인 등의 9개 채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동영상 메일 및 화상전화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한마디로 걸어다니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손바닥안에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모바일 세상’이 열린 셈이다.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인 ‘cdma2000 1x-EV DO’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준은 특히 이용자의 취향과 이용행태에 따라 다양한 전용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 ‘인어아가씨’ 당찬 언니로 변신/MBC 주말극 ‘회전목마’ 은교役 장서희

    “아리영 대신 은교라 불러주세요.” ‘인어아가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탤런트 장서희(32)가 23일 시작하는 MBC 주말극 ‘회전목마’(극본 조소혜,연출 한희)에서 또 한번 ‘당찬’ 매력을 발휘한다. 상반된 성격의 자매가 겪는 인생 역정을 정통 멜로기법으로 풀어나갈 이 드라마에서 그는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언니 ‘은교’역을 맡았다.불행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고,무능한 남자를 떠나 능력있는 남편감을 찾아나서는 등 ‘아리영’처럼 강하고,똑부러진다. 잇따라 닮은 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될 법도 한데 그는 “어설프게 변신하느니 내게 맞는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선 두 사람이 비슷하지만,복수에 대한 일념으로 똘똘 뭉친 아리영과 가난해서 세상을 버려야 했던 부모 때문에 성공에 집착하는 은교는 분명 다르다고 덧붙였다. 시사회에서 미리 본 1·2회분에선 은교와 진교,두 자매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발머리 여고생 때까지의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됐다.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낯선 지방도시에 정착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자살하고,이어 아버지도 은교가 대학입시를 치르던 날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자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시작된다.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품이 놓치기에 너무 아까웠다.”는 그는 선배 연기자들이 많았던 ‘인어아가씨’에 비해 이번엔 자신이 최고참이어서 연기자로서 ‘홀로서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아닌게 아니라 동생 진교역의 수애와 김남진,이동욱 등 그와 호흡을 맞추는 주요 출연진이 모두 한참 아래 후배들이다. 후배들도 챙겨줘야 하고,스스로도 깊이있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부담이 큰 셈.“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부쩍 성장해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안 믿겠지만 실제 성격은 감성적이고,눈물많은 진교쪽에 가까워요.열심히 노력할 뿐이지 사실 배우로서의 끼도 별로 없거든요.앞으론 똑떨어지는 역할 대신 어눌하고,바보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순녀기자 coral@
  • “한국 애니메이션 잠재력에 베팅”/한국에 영화사 설립 佛제작자 레지스 게젤바시

    최근 영화 ‘플라스틱 트리’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벽안의 프랑스인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주인공은 국산영화 ‘플라스틱 트리’ 제작사인 ‘알지 프린스(RG Prince) 필름’의 레지스 게젤바시(52) 대표.98년 한국에 회사를 세운 뒤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그는 “어일선 감독의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선뜻 제작에 나섰다.”고 말했다.그 말에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의미가 들어 있다. 약간은 컬트적인 이 영화는 원래 투자자가 재정 형편이 어려워 손을 든 이후 한동안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그러다가 게젤바시 대표를 만났는데,그는 ‘플라스틱 트리’에 14억원을 투자했다.그에게 한국에 영화사를 설립한 이유와 한국 영화를 제작한 이유 등을 물어보았다. “87년부터 필리핀 중국 일본 한국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그러던 중 95년에 분산 제작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한 나라에 회사를 세우기로 했습니다.여러 조건을 검토해 한국이 최적지라는결론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국의 제작자를 움직였을까.“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애니메이션 기술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다른 영상 분야의 발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습니다.또 교육열이 높고 일할 때 열정이 뜨거워 동기 부여만 잘 되면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잠재력도 느껴졌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애니메이션과 극영화와 관련해 골고루 경험을 쌓았다.그르노블 3대학(스탕달대학) 시청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현장에 뛰어들어 CF감독,영화 아트디렉터를 거쳐 87년 극영화 ‘내게 탱고를 그려줘(Dessine-moi Tango)’를 감독했다.이후 ‘닌자 거북이’ 등 애니메이션 제작자 겸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2002년 MBC-TV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쥐라기 원시전’ 공동제작으로 한국 영화제작판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자신의 역할을 가이드에 비유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인력의 잠재적 창조력은 뛰어납니다.다만 이것을 국제 무대에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과 통찰력이 부족합니다.예를 들면 캐릭터나 작품 분위기가 너무한국적이어서 한국시장엔 어울리지만 해외판매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일본의 경우는 오래 전에 세계적 아이디어를 개발했기에 요즘엔 일본적 성향만으로도 먹히는 거죠.제 일은 이런 점을 보완하여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다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98년 한국에 본사를 세운 뒤 2000년 4월에는 파리에 자회사 ‘알지피 프랑스(RGP France)’를 세웠다.자신이 쌓아온 휴먼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에 따라 자회사는 유럽 영화계에서 한국작품의 기획·배급·합작·투자유치 창구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장선우·박재동 공동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리데기’의 유럽 배급권을 맡은 것을 비롯,‘청풍명월’과 곤충 캐릭터로 성서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등의 유럽 배급권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세계는 복잡다단해 아이디어를 갖고 작품을 제작한 뒤 세계 시장에 팔려고 하면 이미 늦다.”고 강조한다.이를 위해 현지 사정에 능통한 자매회사가 한국 작품의 컨셉트나 콘티 등 기초작업을 검증·조율하는 프리 프로덕션은 물론,주요 제작과정이 끝난 뒤 성우의 더빙이나 음향효과 등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맡아 작품의 시너지효과를 최대로 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런 원활한 협조체계는 역방향 즉,현지에서 제작 혹은 공동제작한 영화를 수입 배급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히트한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를 국내에 수입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는 그에게 한국에서 영화산업하기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한국에서는 관객들이 예술영화를 찾지 않아 투자자를 찾기가 힘듭니다.그러나 관객 취향만 따라가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고 영화 산업도 곧 죽습니다.마찬가지로 흥행성만 따지면 마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가 판치는 것처럼 영화도 ‘가벼움으로 인스턴트화’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예술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그는 예술성만이 아니라 상업성도 고려해야 함을 잘 알고 있는 비즈니스맨이었다.“투자자에게 지분이 되돌아가야 한다.그들을 만족시켜야 더 큰 투자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박한지식에 힘입어 화제는 영화지원 정책으로 돌아갔다.프랑스에서는 시나리오·제작·판매·배급 등 여러 단계에서 지원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많다.한국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프랑스에는 스크린쿼터 제도는 없지만 수입한 외국 영화에서 얻는 수익을 프랑스 영화 제작에 지원토록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새 아이디어를 개발할 기회를 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쉬어가기˙˙˙

    영화 ‘바람난 가족’이 투자자를 인터넷으로 모집한 결과 7분만에 5억원이 마감됐다.‘바람난…’의 인터넷 펀드 공모는 원금 70% 보장,투자자 대상 시사회 개최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지난달 말 1차 공모에서도 4시간만에 공모액 5억원 전액이 접수됐다.중산층 가정 3대의 성문제를 과감하게 그린 임상수 감독ㆍ문소리 주연의 ‘바람난…’은 이달 말 열리는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인 ‘베네치아60’에 초청됐으며 국내에서는 14일 개봉한다.
  • KMTV ‘서머비치 콘서트’

    음악채널 KMTV는 유명 해수욕장에서 ‘서머비치 콘서트 특집,쇼!뮤직탱크’를 마련한다.30일 오후 7시30분 대천해수욕장을 시작으로,새달 6일 해운대,13일 경포대에서 3주 연속 진행한다. 보아 세븐 문희준 코요테 임창정 이효리 이정현 쥬얼리 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불꽃 축제와 개봉 예정작 무료시사회 등의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방송은 8월8일부터 3주 동안 금요일 오후 5시.선착순 무료입장.
  • 새달1일 개봉하는 ‘여우계단’ / “여우야 여우야” 피 부른 소원

    ‘1,2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볼 만(?)하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하 ‘여우계단’,제작 시네2000) 시사회에서 대체적으로 흘러나온,거친 감상이다.‘여우계단’은 두가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1·2편과의 차별성과,신예 윤재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3편이라는 딱지는 전편들의 후광에 못지않은 짐이었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여우계단’은 내용면에서 밀실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1편은 성적 만능주의 등 우리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으로,가장 환한 ‘광장’에 서 있었다. 학교풍경과 함께 동성애 등 민감한 사안을 살짝 건드린 2편에서 사적 담론으로 돌아갈 것을 예고했다면,3편은 질투와 시기라는 솔직한 내면세계로 확대경을 들이댔다. 작품의 배경은 예술고교.교내 기숙사로 가는 길에 28개의 계단이 있는데,“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라고 소원을 빌면서 올라가면 29번째 계단이 보이면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영화는 어둠 속에서 “여우야…”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축한 이 내레이션은 고비마다 등장한다. ●첫번째 소원=우정 꿈 많고 말 많은 여고시절이니 너나없이 소원을 빌겠지만,작품을 이끄는 주요 소원은 세가지다.발레반인 소희(박한별)와 진성(송지효)은 단짝.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모차르트형인 소희는 친구들에게 ‘인기 짱’이다.그의 소원은 우정.“영원히 진성이 곁에 남게 해달라.”고 빌 정도로 진성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두번째 소원=질투 반면 노력파인 진성은 늘 소희에게 밀린다.진성의 ‘2등 콤플렉스’는 질투와 시기로 변하고,1명밖에 나갈 수 없는 콩쿠르를 앞두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무리한 소원을 낳는다.하지만 여우계단은 그의 손을 들어준다.그와 실랑이하던 소희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입원하면서 진성은 티켓을 거머쥔다.이를 비관한 소희는 투신자살한다. ●세번째 소원=복수 세번째 주인공은 ‘뚱녀’로 불리는 미술반 혜주.그는 소희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두 간직할 정도로 ‘소희 마니아’다.최고에 대한 동경은 병적일 정도의 집착으로 변질하고,소희가 죽은 뒤엔 “소희가 내 곁에 있게 해줘.”라고 기도한다.소희의 원혼이 그에게 씌면서 피를 부르는 복수가 시작된다. ‘여우계단’의 높이를 제일 숨가빠했던 사람은 윤재연 감독.전반부의 구성은 다소 느슨해 지루하지만,갈수록 밀도를 높여갔다.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소실·지하작업실·기숙사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나,조소실에서 도망가는 진성의 발목을 잡는 소희의 원혼,계단에 묻혀 있다 살아 움직이는 원혼 등 곳곳에 배치한 ‘공포 장치’에 감독의 세심한 신경이 살아 있다. 소희의 원혼이 씐 혜주와,진성 소희 등 주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신인답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
  • 새달1일 개봉 ‘갈갈이 패밀리와‘ / 갈갈이 3형제, 드라큘라와 한판

    새달 1일 개봉하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제작 스마일매니아)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겨냥해 모처럼 만들어진 실사영화.‘망치를 든 짱구와 땡칠이’ ‘슈퍼맨 일지매’ ‘영구와 땡칠이’ 등 그동안 ‘방학용’ 어린이영화를 전문으로 찍어온 남기남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실체는 제목 그대로다.‘개콘’(개그콘서트)이 낳은 개그스타 갈갈이 패밀리 12명이 총출동,어눌한 몸짓에 그들만의 유행어들을 뒤범벅한 코믹액션이다.평온한 시골마을에 드라큘라가 출몰해 총각들이 죽어가자 무예를 연마한 갈갈이 삼형제가 드라큘라 일당과 맞서 싸운다는 ‘순진한’ 줄거리다.트레이드마크인 무를 목에 걸고 다니는 박준형,느끼하게 웃는 이승환,‘옥동자’ 정종철이 드라큘라를 무술로 제압하는 삼형제. 임혁필이 드라큘라가 되어 역시 TV에서처럼 “천한 것들!”이란 유행어를 입에 달고다닌다. 브라운관에서의 인기에 철저히 기댄 저예산 영화다.당초 시민회관 등에서 제한상영할 요량에 ‘속성’으로 찍었다가,반응이 기대보다 좋아 얼떨결에 메이저 배급망(청어람)을 타게 됐다.솔직히 어른관객이 몰입해서 보기엔 10분도 버거울 만큼 화면이 엉성하다.그러나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는 정확하게 초점을 맞췄다.지난 16일 초등학생들을 단체로 초청한 시사회는 내내 박수와 폭소에 휩싸였다. 황수정기자 sjh@
  • MBC ‘다모’ 28일 첫방송 / 영화같은 블록버스터 사극

    MBC 새 월·화극 ‘조선여형사,다모(茶母)’(극본 정형수,연출 이재규)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로 제작 초기단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무협활극과 수사극,멜로가 결합된 퓨전 사극의 외형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 없지만,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다모’란 직업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구조는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여기에 철저한 전작 시스템으로 방송 전 이미 90% 이상 제작을 마쳐 완성도를 담보했고,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고화질(HD)로 촬영해 영상미를 높인 점 등도 돋보인다. 1년여의 제작기간,편당 2억원의 제작비 등 다른 드라마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온 14부작 ‘다모’는 첫 방송(28일 오후 9시55분)을 앞두고 지난 23일 시청자 700명을 초청해 공개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다모’는 방학기의 동명 만화를 각색했다.역모죄에 휘말려 집안이 풍비박산되는 바람에 관비로 전락,다모가 된 채옥(하지원)과 서자 출신의 포도청 종사관 황보윤(이서진),혁명을 꿈꾸는 화적 두목 장성백(김민준)이 중심인물이다. 드라마는 세 남녀의비극적인 운명을 씨줄로,차 심부름하는 관비이면서 여형사 역할을 하는 ‘다모’와 포도청 포교들이 펼치는 조선시대 형사의 활약상을 날줄 삼아 촘촘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첫회부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여러차례 등장한다.‘와호장룡’을 연상케 하는 대나무숲 결투장면,대관령 눈밭에서의 검술 대결,그리고 벚꽃 흩날리는 봄밤의 낭만적인 장면 등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30대 초반의 이재규 프로듀서는 정통 무협활극의 문법을 답습하는 대신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춰 현대적인 기법들을 과감히 활용하고 있다.감각적인 영상과 현란한 편집,‘위풍당당 그녀’에서 보았던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감초처럼 끼워넣는다.30·40대는 물론 10·20대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무협극인 만큼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얼마나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에 쏠린다.그러나 이 PD는 “비극적인 멜로에 주목해서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새달1일 개봉 툼레이더 / 섹시 여전사 통쾌한 모험

    ‘형보다 나은 아우,전편보다 나은 속편도 있네?’ 새달 1일 개봉하는 ‘툼 레이더 2:판도라의 상자’(Rara Croft Tomb Raider:The Cradle of Life)는 시사회장에서 이런 평을 끌어냈다. 무성한 풍문 끝에 실체를 드러낸 영화의 키워드는 1편(2001년)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개인기.몸매가 드러나게 쫙 달라붙는 은색 잠수복에 격투기,사격,오토바이,제트스키,스카이다이빙,패러글라이딩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여전사로 몸을 날린다.그러나 지나치게 ‘폼’을 잡은 비현실적인 설정들로 게임수준에 머물렀다는 1편 때의 혹평을 의식해서일까.목에 힘을 뺀 영화는 한결 무난하고 편해졌다.졸리의 섹시하고 유연한 액션연기만 빼면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류를 복습한 듯 익숙한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물. 알려진 대로 영화의 원작은 인기 컴퓨터 게임 ‘툼 레이더’다.게임 속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졸리)가 극의 주인공.줄거리는 따로 살붙여 설명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알렉산더 대왕의 루나신전이 에게해에 수장돼 유물들이 떠돌자 세계 각지에서 도굴꾼(툼 레이더)들이 몰려든다.해저보물에 관심이 많기는 라라도 마찬가지.바닷속을 뒤지던 라라가 신비한 구슬을 발견하지만 곧 괴한들에게 빼앗긴다.영화는 구슬을 찾아나선 여전사의 모험담 그 자체다. 통쾌한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을 통해 롤러코스터를 타듯 짜릿함만 뽑아낼 거라면 이야기는 맺힌 데 없이 술술 풀려나간다.구슬찾기의 실마리를 귀띔해주는 건 영국의 첩보기관 MI-6 요원들.구슬이 전설 속 판도라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구실을 하며,세계정복을 노리는 라이스 박사와 중국 마피아 일행이 무기를 만드는 데 이를 악용할 거라는 정보다. 1편에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아이슬란드 등을 종횡무진 누비던 라라의 ‘행동반경’은 변함없이 화려하다.영국,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의 평원과 산악지대,그리스 산토리니섬,홍콩 번화가 등이 번갈아 화면을 채우며 극의 운동감을 힘껏 끌어올렸다.‘스피드 1·2’‘트위스터’ 등을 연출한 얀 드봉 감독이 주특기를 온전히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의 떠들썩한 거죽으로 고민없이 결점을 덮으려 한 드라마는 꼬집혀야 한다.말할 수 없이 황당했던 1편의 이야기 방식에 비한다면 진일보했으되,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극의 논리는 여전히 빈약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없다.교도소에 복역 중인 전직 MI-6 요원 테리(제럴드 버틀러)가 얼렁뚱땅 라라의 모험길 파트너가 되는 설정 등은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너무 심하게 베꼈다는 실망감을 준다.중간중간 실소가 터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졸리가 제 아무리 섹시미로 중무장했다 해도 애크러배틱 액션만으로 번번이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황당한 장면들에는 참을성이 좀 필요하다. 헷갈리는 예비관객들에게 최종요약.육·해·공을 누비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짜릿함을 원한다면 따질 게 없다.7000원이 아깝진 않을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 사람냄새 폴폴 나는 한심한 백수? / 16일 개봉 정우성주연 ‘똥개’

    영화 ‘친구’를 한 2년 푹 곰삭혀 독기를 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한국최고의 흥행작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새로 만든 영화 ‘똥개’(진인사필름 제작·16일 개봉)의 인상을 거칠게 말하자면 그렇다.“이제 그만 ‘친구’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감독은 말하지만,전작의 원형질이 알게 모르게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어보인다.‘친구’에서 폭력의 독성은 걷어내고 고교시절의 추억담을 다시 소재로 끌어온 다음,거기에 아버지와 아들이 엮는 가족사를 고명으로 얹은 드라마다. 싸움질끝에 고교 2학년때 퇴학당한 뒤 ‘백수’로 빈둥대는 철민(정우성)이 주인공.그 덕분인지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나른하게 무장해제시킨다.체육복 차림에 부산사투리를 능청스레 구사하며 팔다리를 맥없이 건들거리는 정우성의 연기는,말 그대로 ‘변신’.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형사인 홀아버지(김갑수) 밑에서 외롭게 자란 철민은 누가봐도 한심한 ‘백수’의 표본이다. 더벅머리에 맹한 표정,15도쯤 삐딱하게 턱을 치켜든 정우성의 사투리 연기는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최대 감상포인트다.대사가 이런 식이다.“아부지,돈 좀 도봐(줘봐).”(철민) “와(왜)?”(아버지) “김치 담가야 된다.”(철민) ‘똥개’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키우는 똥개 한마리를 그림자처럼 달고 다닌 덕분에 붙여진 철민의 별명이기도 하다.제목에서부터 감지되듯,영화는 한참동안 정우성과 김갑수가 주고받는 익살스런 대사연기로 소탈한 재미를 붙여간다.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두 남자의 ‘설전’에 관객의 온신경이 쏠려 있는 사이 감독은 쉽게 풀 수 없는 갈등고리 하나를 걸어놓는다.고등학교 축구부 시절 철민의 개를 잡아먹은 뒤 원수가 된 깡패 진묵(김태욱)이 갈등의 진폭을 더해가는 캐릭터.고교를 퇴학당하고도 앙금을 털지 못해 철민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영화가 참신한 느낌이 드는 것은 소재의 의외성 때문이다.철민과 진묵이 대립하고 그 틈새에서 철민의 아버지가 철민에게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한 사랑을 쏟는 일련의 과정에는 ‘폼나는’ 설정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겉으로는 냉정한 듯하면서도 부자간의 깊은 속정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영화에는 갈수록 ‘사람냄새’가 진하게 진동한다.만나면 티격태격하는 아버지와 아들이,중학교를 중퇴하고 오갈 데 없이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소매치기 정애(엄지원)를 가족으로 끌어안는 것도 영화를 은근히 휴먼드라마로 둔갑시키는 주요설정이다. 어디서나 있을 법한 소시민적 일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퍼옮긴 듯 사실적으로 전개되던 영화는,막판에 크게 한번 정색을 한다.철민이 유치장에서 팬티차림으로 진묵과 벌이는 육탄전.억눌린 분노를 작정하고 터뜨리는 철민의 몸부림에서 카타르시스를 대신 맛볼 수는 있지만,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뜨악해진다. 황수정기자 sjh@ ■곽경택 감독 “언젠가 젊은 친구 몇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결혼하고 애낳고 사는 거라고 대답하더라구요.객관적으로 볼 때는 그냥 ‘살아가는 모습’일 뿐인 데 그걸 꿈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더라니까요.” ‘똥개’의 시사회가 끝난 직후 만난 곽경택(37) 감독은 “일상을 꿈이라 믿는 고민없는 한 인간을 그렸다.”고,주인공 철민의 캐릭터를 설명했다.“‘친구’를 비장하게 만들었다면 ‘똥개’는 그저 즐겁게 만든 영화”라는 자평도 덧붙였다. 곽 감독에게 ‘똥개’는 ‘억수탕’‘닥터K’‘친구’‘챔피언’에 이은 5번째 장편.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야기의 기둥으로 삼은 데 대해서는 “우리의 부자관계는,흔히 좋은 아버지와 그를 사랑하는 아들로 묘사되는 할리우드식과는 다르다.”면서 “서먹서먹하면서도 서로를 읽어내려는 부자간의 감춰진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연출한 대목은 막판 유치장에서 철민이 싸우는 장면.“일부러 투견장면이 연상되게 찍었다.”는 그는 “보기에 따라서 억지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그래도 그건 극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분명한 연출의도”라고 말했다. 정우성과는 더없이 호흡이 잘 맞았다는 소감도 빼놓지 않았다.“다음 작품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대로 (정우성에게)보여주고 함께 작업하자고 권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짧은 촬영기간 등 열악했던 제작환경을 감안하면 스스로 머리를 쓸어줘도 좋을 만큼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황수정기자
  • 영화단신

    28일부터 무료 ‘여름 영화강좌’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정홍택)은 28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서초동 자료원 시사실에서 무료로 ‘여름 영화강좌’를 연다.평론가(정성일 김영진 김소영),감독(임순례 오승욱 봉준호),제작자(이춘연) 등 분야별로 강사가 나와 강의하고 토론시간도 갖는다.수강인원은 11명.접수는 21∼23일.홈페이지 www.koreafilm.or.kr. 시사회 본뒤 펀드투자 결정 명필름이 새달 14일 개봉하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의 인터넷펀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한다.원금 회수율이 70% 미만일 경우 투자자에게 원금의 70%를 환불해주며,시사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본 뒤 투자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등 최대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 다시 찾아온 ‘윤석호표 사랑’/ KBS 새 월화극 ‘여름향기’ ‘옥탑방 고양이’와 경쟁 예고

    다시 찾아온 ‘윤석호표 사랑’/ KBS 새 월화극 ‘여름향기’ ‘옥탑방 고양이’와 경쟁 예고

    ‘여름향기’가 ‘옥탑방 고양이’의 매력에 취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빼앗을 수 있을까. 여름이 오기 훨씬 전,이미 봄부터 화제작으로 꼽혀온 KBS2 월화극 ‘여름향기’(최호연 극본,윤석호 연출)가 7일 밤 9시55분 첫 전파를 탄다.‘가을동화’‘겨울연가’에 이은 ‘윤석호표’ 사계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전작들이 아시아권에 수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지난 1일에는 중국,홍콩,타이완,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취재단 40여명이 방한해 촬영현장을 취재해가는 등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시청률 경쟁에선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신세대들의 혼전 동거를 깔끔한 터치로 그린 MBC ‘옥탑방 고양이’가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층이 20·30대 여성으로,‘여름향기’의 주 타깃층과 겹치는 탓에 한판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지난주 시청률은 ‘옥탑방 고양이’가 23.1%,SBS ‘야인시대’가 19.7%,그리고 ‘여름향기’의 전작인 ‘아내’가 13.6%였다.(TNS미디어코리아) ‘가을동화’가 출생의 비밀을,‘겨울연가’가 기억상실증으로 인한 가슴아픈 사랑을 다뤘듯,‘여름향기’도 현실적이진 않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하는 낭만적인 사랑의 모티브를 중심에 세웠다.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 혜원(손예진)과 아트 디렉터 민우(송승환).둘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주는 끈은 장기기증센터를 통해 혜원이 이식받은 심장이었다.심장 기증자는 민우의 옛 애인이었고,우연히 공항에서 민우를 스치게 된 혜원의 심장은 ‘쿵쿵’소리를 내며 그를 기억해낸다. 시사회에서 미리 본 드라마속 화면은 온통 연초록으로 반짝였다.‘우리 산하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경탄하게 만드는 재주는 윤PD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오래이나 무주리조트와 보성 녹차밭,허브농장,수목원 등에서 촬영한 영상은 눈이 시릴 만큼 예쁘다. “사랑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시대,가슴으로 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윤 PD의 의도가 시청자의 가슴에 어느만큼 가닿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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