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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생명] 멸종위기 동·식물 10년간 순차적 복원

    [환경·생명] 멸종위기 동·식물 10년간 순차적 복원

    ♥정부가 추진 중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복원사업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이달 중순쯤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나, 학계 전문가·환경단체 등이 날선 비판을 내놓으며 막판까지 반발하고 있다. 복원대상 종(種)과 복원지역 선정의 타당성 시비는 물론 “수 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란 방침을 굽히지 않아 앞으로 사업 타당성 등을 둘러싼 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추진될 종 복원사업 종합계획의 뼈대가 사실상 결정됐다. 환경부는 지난 1월 “동물 28종과 식물 36종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64종을 전국 17개 국립공원에서 복원할 것”이란 내용의 잠정안을 발표(서울신문 1월23일자 20면 참조)한 바 있는데, 그동안 검토과정에서 일부가 수정됐다. ●호랑이·늑대·표범·크낙새 등 빠져 우선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1급 포유동물(12종) 가운데 7종이 최종 복원대상으로 선정됐다.2001년부터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을 비롯, 산양과 사향노루, 여우, 스라소니, 대륙사슴 그리고 해양포유동물인 바다사자 등이다. 늑대와 수달, 붉은박쥐, 호랑이, 표범 등 나머지 5종은 우선적인 복원대상에서 제외됐다. 호랑이와 표범은 당초 북한산국립공원에 5만평의 인공증식장을 세워 복원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인공증식장 시설 설치에 따른 자연파괴 ▲투자액 대비 효과 미흡 등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1급 멸종위기 조류(5종) 중에선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에서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황새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올빼미와 수리부엉이는 “복원의 시급성이 낮다.”는 이유로,1990년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크낙새는 “원종 확보가 어려운 데다 기존 서식처인 광릉의 서식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역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파충류 중에선 남생이가, 어류는 꼬치동자개와 감돌고기 등 6종이 복원대상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순차적인 복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멸종위기 식물 36종은 올해 소백산·덕유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국립공원 별로 식물원을 건립, 복원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환경부 김홍주(자연자원과) 사무관은 “복원대상 종과 서식지의 선정 및 복원일정 등이 담긴 종합계획을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통용기준 지켜야” 그러나 이런 정부방침에 대해 “(멸종위기종을 풀어놓을)서식처의 환경이 적정한지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부족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불거졌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국책사업인데도 환경부가 공개적 여론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향후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상황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전문가 등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 부설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수의과대학) 소장은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려면 야생동물 방사와 관련한 국제적 전문기구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종합계획 수립을 1년 만이라도 늦춰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최근 환경부에 제출했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최태영 선임연구원도 “여우·사슴·스라소니 같은 멸종위기종이 국민정서에 친근하다고 해서 기념관을 세우거나 도로 건설하듯 복원이 진행돼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복원사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그동안 6개월여 검토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야생동물 방사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야생동물 방사 지침’은 복원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질병전파 가능성, 사후조사를 통한 생태계 영향 확인 등 3단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생략된 채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론 ▲복원대상 종의 유전적·형태학적 연구 ▲국내의 야생생존 개체 수 조사 ▲사육실태(질병 경력 등) 파악 ▲복원 성공을 위한 서식지의 크기 및 먹이조건 등 생물학적 조사연구 ▲사람이나 다른 야생동물에게 질병전파 위험성 ▲복원 이후 위협요인 등에 대한 전반적 연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항 소장은 “1년여 연구용역만으로 멸종위기종을 10년 만에 복원시키겠다는 (환경부의)계획은 상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정보 등을 공개하기 곤란하지만 제기되고 있는 모든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 종합계획을 일단 수립한 뒤 추진과정에서 수정할 수도 있는 데다, 현 상태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외국 복원사례와 교훈 외국의 멸종위기 동물 복원사례는 우리에게 복원의 과정과 절차, 성공 요인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 복원에 따른 부작용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치밀한 사전검증 등 준비작업을 거친 점이 눈에 띈다. 해당 종의 복원 타당성 등에 대한 여론수렴 절차도 공개리에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야생동물 복원사업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아칸소 주는 1958년부터 11년 동안 250마리의 아메리카 흑곰을 도입해 현재 야생 개체수가 2500마리까지 늘었다. 해마다 20∼40마리씩, 오랜 기간 꾸준히 시행돼 성공적인 복원사례로 거론된다.“어린 야생곰을 도입 즉시 방사함으로써 야생 적응력과 생존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로키산맥의 회색늑대 복원사업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긴 논의를 거쳤다.1966년 복원 논의가 본격 시작된 뒤 복원팀 구성(1974년)과 복원계획 수립(1982년), 국민 의견수렴(1985∼1993년) 등을 거쳐 29년 만에 로키산맥 북부지역에 회색늑대 66마리가 시험방사(1995년)됐다. 이런 장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아이다호·몬테나 주 등 로키산맥의 회색늑대는 1000여마리로 불어나게 됐다. 미 정부는 올해 2월 회색늑대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 복원의 성공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콜로라도 주는 2002년 말 스라소니 복원에 나섰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체수가 적어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자 최근 150∼180마리의 스라소니를 추가로 도입해 방사했다. 수달은 아이오와 주에서 성공적으로 증식됐다. 남획으로 인해 미시시피 강과 아이오와 중앙부 등 일부 지역을 빼곤 거의 멸종상태였으나 1985년 16마리의 수달을 들여와 주 곳곳에 방사해 안정적인 개체군을 확보한 상태다. 캐나다의 여우 복원사례도 유명하다. 북미에서 가장 작은 식육동물로 대초원에 서식하던 ‘스위프트 여우’는 남획과 극심한 기후변동으로 인해 1930년대 캐나다의 초원지대에서 사라졌다. 캐나다 정부는 1976년 복원계획을 수립,7년 뒤인 1983년부터 시험방사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동안 모두 700여마리의 여우를 풀었으나 코요테가 포식자로 등장, 불과 20% 남짓한 개체만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150마리의 여우를 추가 도입해 방사, 현재는 야생에서 650여개체 이상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정부는 2000년 5월 스위프트 여우를 ‘멸종’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급을 조정했다. 프랑스는 1996년 피레네 산맥에 불곰 3마리를 방사해 2003년 현재 15마리가량으로 불렸고, 오스트리아 역시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불곰을 들여와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효고 현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황새를 인공증식해 100여마리까지 확보한 뒤 지난해 9월 5마리를 야생으로 처음 날려보내는 성과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미국의 회색늑대 복원사업은 환경단체와 목축업자 등의 반대로 인해 많은 시간과 대가를 지불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간의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생물서식처를 무참히 파괴하면서 다른 쪽에선 종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 국가 프로젝트로 종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사회를 비롯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열린세상] 권위주의 더 털자/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축구경기에서 졌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저 야단인가 할 정도로 좀 심했다. 방송이 특히 그랬다. 그냥 신나게 즐기는 거지, 뭘? 잔치판 흥 깨는 먹물 버릇은 어쩔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옛날 방송장면이 기억나는 것도 일종의 불치병이다. 굳이 필요는 없겠지만, 해열진정제 대용으로 생뚱맞은 트집이나 잡아본다. 그랬었다.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이긴 권투선수가 땀범벅의 벌건 얼굴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중에,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면 황급하게 대통령 각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코미디가 연출되곤 했었다. 언제까지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다 극적인 승리에 온 국민이 흥분했던 게임 직후에는 늘 각하에게 승전보를 전하면서 ‘성은망극’(聖恩罔極)의 고마움을 표하는 ‘의전절차’가 진행되었었다. 아마도 ‘땡전뉴스’ 시절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지나치게 목에 힘주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상을 불식시킨 것은 의미가 적지 않은 치적의 하나로 생각해왔다.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의(民意)해석과 관련해서 다시금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서 야당과 일부 악의적인(?) 언론은 물론이고, 여당 인사들까지도 거리낌 없이 시비를 거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고, 그래서 웃겼던 행태들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굳이 섭섭할 것은 없는데, 요즈음 이런저런 말들이 각하의, 각하를 위한 ‘말씀’들에 관한 기억들을 되살려 주곤 한다. 토인비는 “창조적인 것은 늘 주변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는데, 고질적인 악습도 마찬가지인가 보다.‘21세기 대통령과 19세기 국민’,‘혁신? 북악을 보라!’,‘명의대통령과 응석받이 환자 국민’…‘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와 그 발상과 수사학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이따금 정치드라마에서 보면 이른바 ‘측근’들이 전직 대통령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대사가 나온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한데, 요즘의 궁중용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집권 초기에 각하 대신 ‘대통령님’으로 호칭을 통일한다는 보도를 봤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고, 물어 볼 만한 아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굳이 묻기는 민망하다. 과다하지 않은 수준의 정보제공료라면 비공개를 조건으로 하더라도 누가 알려주면 고맙겠다. 쓸데없이 알려고 하다가 다칠 수도 있는 국가기밀(?)에 대한 관심이 호사가의 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월드컵 때문인지 요즘은 좀 뜸했지만,9시뉴스에서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온 청와대 대변인들이 원인제공자이다. 필자의 귀에만 거슬렸는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또렷또렷한 발음으로 “대통령께서는…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씀’을 직접 인용하는 대변(代辯)이 단순히 존대어법의 무지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어철학의 대가인 설(Searle)은 ‘말의 씀’(話用)을 ‘지향성’으로 설명한다. 말은 자질이나 성향, 습관 등과 같은 선재조건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의도적인 사유방식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대통령은 종복의 수장일 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서는 ‘주종의 관계’에 있다. 대변인과의 관계에서만 ‘말씀’하시는 것이지, 주인이고 하늘인 국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면 불경죄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존경하고,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을 국민전체를 상대로 훈시하듯이 언론에 표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대판 ‘용비어천가’들과 ‘말씀’을 전하는 잘못된 어법의 대변이 설마 ‘국민주권이념’에 대한 무지와 오해의 성향이 드러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美 턱밑 첫 좌파정권 나올까

    美 턱밑 첫 좌파정권 나올까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바람’이 마침내 미국의 턱밑까지 육박했다.2일 멕시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빈민 복지 확대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앞세운 좌파 후보가 박빙의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인의 시선은 이제 역사상 최초로 미국과 국경을 맞댄 좌파 정부가 탄생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계급·인종 따라 지지후보 갈려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는 5000만명에 가까운 빈민층이 핵심 지지세력이다. 치열한 각축을 벌인 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는 부유층과 기업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오브라도르 후보가 35.8%의 지지를 얻어 칼데론 후보를 2.3%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브라도르는 ‘1910년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예고하는 후보답게 공약 대부분을 약자를 위한 복지 확대에 할애했다. 원주민 권리 인정과 빈민을 위한 대학 설립, 보건·의료시스템 확충 등이 대표적이다.NAFTA로 타격을 입은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서도 재협상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의 구상은 칼데론 후보측으로부터 ‘포퓰리즘적 선심 정책’이란 공격을 받고 있다. 정부 규모 확대와 무리한 복지비 지출이 재정적자를 키워 인플레와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논리다. ●우파후보, 네거티브 캠페인 주력 미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칼데론 후보는 국립개발은행 총재와 에너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답게 ‘시장주도 개혁을 통한 일자리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본 유치를 위해 태평양과 멕시코만을 잇는 무역벨트 구상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선거운동 대부분은 오브라도르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례로 칼데론 진영이 가장 애용한 슬로건은 ‘오브라도르는 멕시코의 위험’이란 문구였다. 오브라도르를 히틀러에 빗댄 TV광고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금지처분을 받았다. 뒤늦게 선거운동에 나서 오브라도르에게 줄곧 뒤지다 지난달 TV토론을 계기로 선두로 뛰어올랐지만 에너지장관 시절 처남 회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역전당했다. ●오브라도르 복지공약, 유럽 사민당 수준 미국 정부는 예상 외로 조용하다. 좌파의 선전(善戰)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던 볼리비아와 페루 대선때와 다른 모습이다. 부시 행정부가 오브라도르 집권을 사실상 묵인하기로 했다는 분석도 있다. 멕시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전통적 보수층인 데다 미국과 8000㎞에 이르는 국경을 접하고 있어 반미노선을 노골화하거나 좌파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실제 급진적 구호와 달리 오브라도르의 공약은 유럽 사민당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복지에 소요되는 예산도 부유층에 대한 과세가 아닌, 탈루세금 추징과 공무원 봉급 삭감을 통해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오브라도르측 핵심인사는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의 모델은 칠레의 미첼 바첼렛”이라며 온건노선에 무게를 뒀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좌파의 승리가 점쳐지면서 10년 만기 페소화(貨) 채권 가치가 미세하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강삼재 “黨 지켜왔는데 배신의 칼 꽂아”

    강삼재 “黨 지켜왔는데 배신의 칼 꽂아”

    한나라당 강삼재 전 사무총장이 30일 전격 탈당했다. 강 전 사무총장은 7·26 재보선에서 마산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전날 공천심사위원회 최종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토록 끝까지 지키고 싶었고 지켜왔던 한나라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그는 “당의 결정이 잘못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심판받지는 않겠다.”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역할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고 생기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며 정치 재개의 여지는 남겨 두었다. 그의 탈당은 공천 신청 이후 휘말린 ‘과거 회귀’ 논쟁과 관련, 당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확정을 받은 사람이 정치하는 것을 과거회귀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전제한 뒤 “아무런 관련이 없는 김덕룡 전 의원의 공천헌금 비리나 7월1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경선에 제가 부정적으로 연루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나아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저에게 당이 철저한 배신의 칼을 꽂았다.”며 “당에 대한 ‘짝사랑’을 접겠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고 7·26 재보선 후보자로 마산갑 이주영 전 의원, 서울 성북을 최수영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송파갑 정인봉 전 의원, 경기 부천소사에 차명진 ‘김문수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의결했다.‘과거 회귀’ 논란에 휘말린 강 전 사무총장과 이흥주 전 이회창 총재특보, 전력 시비로 구설에 오른 허준영 전 경찰청장 등은 모두 탈락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자유 性생활’/육철수 논설위원

    정자(精子)나 질(膣)은 생각보다 영악하다고 한다. 정자 중에는 꼬리가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게 있는데, 이것의 최종 목적지는 난자가 아니란다. 질 중간쯤에 숨어있다가 다른 남성의 정자가 들어오면 사정없이 목을 감아서 함께 죽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질의 벽에는 정자를 모아뒀다가 며칠 지나 난자로 보내주는 주머니가 수백개나 있단다. 이 주머니는 정자를 1주일까지 보관하며, 유전적으로 더 좋은 정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선별(?)해서 난자로 보낸다고 한다. 번식본능이나 성적쾌락이 초기단계부터 이렇듯 치열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전문가들의 얘기대로 ‘방어용 정자’와 ‘질 주머니’가 확실하게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인간의 성생활은 한층 자유로울지도 모르겠다. 남성의 정자가 특정 여성한테서 ‘홈 어드밴티지’를 잘 활용하고, 여성의 주머니가 특정 남성의 정자만 잘 골라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면 외도시비만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꿈을 깨야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이자 희망사항일 뿐, 실전에서는 양상이 확 달라진다. 정자의 방어력과 질의 선별력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다. 그래서 혼전·혼외·매춘 등의 부적절한 성관계로 인한 법적·인간적 파생문제는 늘 사람사는 사회의 골칫거리가 된다. 성매매처벌법 시행 2년이 돼가는 요즘,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자유합의 성생활 보장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성매매의 단속·금지 일색 하에서는 음성화와 성폭행, 성병, 성매매단 해외진출과 같은 부작용이 속출해서 성문제의 자연스러운 해소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매매’와 ‘자유 성’으로 나뉜 두 갈래의 성생활 공급 상황에서 매매를 없애려면 남녀 쌍방간 자유합의에 의한 성생활로 점진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여기에는 국가적 기본정책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의 견해가 전혀 엉뚱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국가별 성 향유의 총량을 어떻게 측정해서 정책으로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이왕 말을 꺼낸 김에 김 의원이 직접 지혜나 방법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직업´ 성매매를 어떤 방법으로든 줄일 수 있다면, 정부도 김 의원의 조언을 마다하거나 주저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인천에 특목고 3곳 추가 설치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등 2곳의 구도심과 신도시인 소래·논현지구에 특수목적고가 건립된다. 인천시는 29일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목적고 3개교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시교육청과 특목고 설립을 위한 협의를 갖고 학교 위치와 개교 일정, 시비 지원규모 등을 확정짓고 내년 말쯤 특목고를 신축할 계획이다.현재 특목고 예정지로 거론되는 곳은 부평구 경찰종합학교 부지와 계양구 군부대 부지 등 교육환경이 다소 열악한 지역이다.또 ㈜한화가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학교 부지를 기부채납키로 한 소래·논현지구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사업 방식은 시가 부지를 지원하고 시교육청이 학교를 신축하는 방식이다.시는 우선 우수학생들이 선호하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신축하고 과학계열 및 국제학교 등 특성화 학교를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05분) 보기만 해도 행복이 느껴지는 김경심 주부의 사랑이 꽃피는 베란다로 초대한다. 재활용을 이용한 화분상자 만들기에서 저렴하게 실내정원을 꾸미는 방법까지, 베란다 꾸미기의 달인 김경심 주부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주방과 화장실에서 필요한 선반 만드는 방법과 타일벽에도 선반을 설치하는 방법도 공개한다.   ●HD역사스페셜(KBS1 오후 10시) 임진왜란이 시작된 지 5년, 종전회담은 결렬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대적인 침략을 재개했다. 왜군 장수의 군의관이었던 승려 ‘경념’은 이 정유재란을 직접 목격해 ‘조선일일기’라는 종군기록을 남겼다. 비교적 객관적 시각에서 전쟁을 기록한 이 상황보고서를 통해 정유재란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도야 간다(SBS 오후 8시45분) 약혼 준비로 바쁜 중에도 다슬과 현수의 관계에 의심이 든 민정이 행숙을 찾고 행숙은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한편, 점점 청력을 잃어가는 다슬은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무료급식하는 상효를 만나면서 자신의 할 일을 찾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는 행숙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애처로워 눈물 짓는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MBC 오후 7시20분) 어릴 때부터 발달지체장애가 있는 가을씨는 부모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모진 구박을 받는다. 어느 날 새 어머니와 함께 간 낯선 곳에서 버려지고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한번도 잊은 적 없는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미셰린 그룹의 친환경 차량 경연대회인 ‘2006 파리 챌린지 비벤덤’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했다. 미셰린 친환경자 경연대회를 비롯해 100여개 업체가 참가해 환경과 안전부분에서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친환경적인 부분이 각광받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친환경 자동차의 전망과 발전방향도 함께 알아본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0시35분) 결혼 전부터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시누이는 결혼 후에도 모든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언니’하다가도 아무도 없다 싶으면 바로 ‘야’라고 반말을 한다. 형님은 시누이 때문에 이미 시댁에 발을 끊었고, 지원은 참다 못 해 형님의 충고에 따라 시누이 길들이기에 나서는데….
  • [World cup] “오심 뒤엔 블라터가 있었다”

    오심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독일월드컵에서 일부 심판들은 오심의 원인제공이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탓이라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여기에 편파 판정으로 비난을 받은 심판들이 8강전부터 결승까지 책임질 심판진 12명에 포함돼 앞으로도 오심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독일 DPA통신은 29일 독일 심판 울프 알렌펠더가 이번 월드컵에서 오심이 많이 나온 것은 블라터 때문이라고 비난한 사실을 보도했다.DPA통신은 84∼85시즌까지 FIFA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던 알렌펠더가 베를린의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경고를 많이 주라는 지시는 위에서 내려온 것이다. 그 때문에 오심이 많이 나왔고 가장 큰 잘못은 블라터에 있다.”는 그의 주장을 전했다. 또 8강전 이후에 출전하는 심판진 12명의 명단에 오심과 편파판정 시비를 일으켰던 심판들이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한국-스위스전에서 주심을 맡았던 오라시오 엘리손도(43·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스위스의 16강전에서 스위스 파트리크 뮐러의 핸들링에 대한 오심 논란을 야기했던 베니토 아르춘디아(멕시코) 주심이 포함된 것. 대륙별로는 유럽 출신 6명을 비롯해 남미 3명, 아시아·호주·아프리카 심판이 각각 1명씩 배정됐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시론] 서울시장의 깨끗한 리더십을 기대한다/육동일 충남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시론] 서울시장의 깨끗한 리더십을 기대한다/육동일 충남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7월1일 새 시장과 함께 제4기 서울시정부가 역사적인 출범을 한다.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과 새로 구성된 시정부에 대해 서울시민은 물론 전 국민들이 갖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향후 시장과 시정에 주어진 사명과 역할 또한 막중하다. 서울시장은 우리나라 16개 광역자치단체중의 그저 한 수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다섯 명중 한명이 서울에 살고 국내 총생산의 20%가 서울에서 창출된다. 홍콩보다는 작지만 말레이시아보다는 큰 경제규모다. 서울시 한해 예산 규모는 15조원으로 국가예산의 10분의1이다. 서울은 내국세의 40%를 부담하며 국내예금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된다. 그야말로 서울의 경제는 곧 대한민국의 경제다. 그런데도 도시 경쟁력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오히려 인구과밀과 집중에 따른 교통난, 환경오염, 주택난, 그리고 강남·북 간의 격차 문제 등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당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고 경쟁력 있는 세계일류도시로 발돋움하는 일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달려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 자치행정에서는 단체장의 리더십을 더욱 중요시하면서 지역의 미래와 발전은 단체장의 태도와 능력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한다. 최근 오 당선자의 사람 고르는 일이 시비가 되고 또 그의 정치평론이 구설수에 올랐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시장에게 부여된 무거운 역사적 사명과 소명의식은 성공적인 리더십으로 반드시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서울시민의 꿈과 희망이 담긴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 했다. 비전은 선거과정에서 급조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공감하고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비전을 전략과 정책지표로 체계화하고 그 실현을 시민들에게 체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 도쿄가 ‘천객만래(千客萬來)의 세계 도시·도쿄’를 비전으로 삼고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지표를 도입해서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서울시정의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도시의 문제는 경기침체, 빈곤과 범죄, 교통과 환경, 주택 및 복지 문제 등으로 어느 나라든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대도시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것은 문제에 접근하는 단체장의 혁신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공무원조직의 도전정신, 그리고 혁신적인 시정시스템의 구축이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도전과 혁신의 성공사례는 오 시장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셋째,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시는 온갖 갈등과 대립이 빚어지는 거대 도시다. 공약으로 제시한 도심재개발이나 뉴타운사업들도 서울시와 중앙정부간 그리고 서울시와 주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이를 풀려면 새 시장이 합의를 도출하는 갈등조정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기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 당선자가 제일 존경하는 정약용도 통합의 리더십 출발은 공정한 인사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끝으로 역사는 지도자가 축적한 부가 아니라 그의 업적으로 평가한다. 재산에 집착하다 실패한 리더보다 청렴함으로 역사에 남는 리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씨줄날줄] 월드컵 심판/육철수 논설위원

    월드컵 역사상 대표적 오심으로는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선수의 ‘신의 손’ 사건이 꼽힌다.1986년 멕시코 대회 8강전, 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경기 후반 6분. 마라도나는 헤딩슛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공을 손으로 슬쩍 쳐서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반칙이 명백했지만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했다. 선제 골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결국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까지 승승장구해 우승을 차지한다. 마라도나는 나중에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말했다.“그 손은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었다.”고. 2002년 월드컵에서는 한국팀의 경기 때마다 심판의 판정이 입방아를 달고 다녔다.16강전에서 이탈리아의 득점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는가 하면,8강전에서는 스페인의 헤딩슛이 성공했으나 슛 이전에 골라인 아웃이었다며 ‘노골’이 선언되기도 했다. 이런 판정은 FIFA에서 오심이었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심판들 사이에서는 ‘참사’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한국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저런 도움으로 우리는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이번 독일대회에서는 2002년 대회를 거울삼아 심판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45세 이하 국제심판을 대상으로 메디컬·심리·경기규칙·영어구사·체력테스트를 강도 높게 실시하고, 공정하게 판정하라며 수당도 100% 올려 4만달러(약 3800만원)를 줬단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동일경기에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대륙 출신 심판진을 투입하고, 서로 헤드폰으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등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도 오심시비는 오히려 더 심해졌고 출전국마다 아우성이다. 당장 우리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편파판정과 오심에 분루를 삼켰다. 경기장의 심판은 골대처럼 ‘시설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대권한을 휘두르는 ‘제왕’이라 표현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일단 내려진 판정엔 번복이란 없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쯤은 심판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의 두 눈은 10억개의 세계 시청자들 눈보다 위력적이며, 휘슬을 삑 불 때마다 한 나라의 국민은 희망과 절망을 넘나든다. 월드컵 심판들은 ‘국적은 있으되 조국은 없다.’는 말을 신조로 삼는다고 한다. 하지만 돈과 축구권력 앞에선 그들도 인간일 따름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대법관후보 인사청문회

    대법관후보 인사청문회

    국회는 26일 김능환·박일환 두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법철학과 자질을 검증했다. 예전 청문회와는 달리 재산·병역 문제 등 도덕성 시비는 재연되지 않았다. 사법개혁과제 등 현안과 판결성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고교 교사 등 9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6명이 선고 유예된 1982년의 ‘오송회’사건 판결이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가 당시 배석판사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근거로 “국보법에 관한 입장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김기현 의원)이라며 이념적 편향성을 따진 반면, 열린우리당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판결”(이종걸 의원)이라며 서슬 퍼렇던 신군부 시절 ‘용감한’ 판결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안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재벌그룹 비리사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전관예우 관행을 질타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사법권 독립을 위해서는 법관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한데 현 사법부의 의지는 어떠냐.”고 물었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현행 사법시험 제도보다 법관 트레이닝(양성)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후보는 민감한 현안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비켜가 여야 의원에게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답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겁주는 콜라 “암 걸려요”

    겁주는 콜라 “암 걸려요”

    말썽많던「코카」,「펩시」등 외산(外産)「콜라」가 이번엔 발암설로 또한번「뉴스·메이커」가 되고있다. 미국 정부의「코카」,「펩시」,「로열·크라운」등「콜라」판금 조처는 이전투구(泥田鬪拘)하던 국내의「콜라」전쟁을 기습한 하나의 복병(伏兵)-화제가 분분하다.「짜릿한 맛」에「플러스·알파」로「암의 공포」라는「드릴」까지 선사하겠다는「가구가고(可口可苦)」,「백사가고(白事可苦)」의「콜라」를 지상 시음해 보니-. 판금령(販禁令)에 당황한 업계선 “설탕제다” 무해(無害)라고 주장 10월19일의 외신은 미국정부의「코카·콜라」「펩시·콜라」판금조처를 대리적으로 보도해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로버트·핀치」보건후생성장관은 이들「콜라」의 판매금지 이유로 이에 함유된 인공감미료「사이클라메이트」가 실험결과 발암물질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코카·콜라」「펩시·콜라」의 미국 본사와 국내대리점인 한양·한미 두 식품회사는 이번에 판금된「콜라」가 식이요법용인「다이어트 펩시」와 「태브」「페스카」「콜라」에 국한되는 것이라고 해명, 일반「콜라」는 전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미국엔「다이어트」용으로 설탕 대신 「사이클라메이트」를 넣은「콜라」가 따로 있다. 그것은 전체 생산량의 몇%밖에 안된다. 국내에서 나오고 있는「코카」「펩시」두「콜라」는 순설탕으로 되어 있어 전혀 인체엔 해가 없다』-한양·한미식품 측의 해명. 그러나 국내에선 지금 1천8백「톤」의「사이클라메이트」가 해마다 생산되고 있다. 해외수출용인 8백「톤」을 제외한 나머지가 어쨌든 국내에서 식품첨가물로 해마다 소비되고 있다는 당국자의 말. 특히 청량음료의 경우 순설탕만으로 하기엔 많은 제조원가가 먹혀「사이클라메이트」가 전혀 쓰이지 않으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고 당국자도 솔직히 시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이클라 메이트」란?=「사이클라메이트」는 설탕 보다 40배의 감도(甘度)를 지닌 인공감미료로서 보통「사이클라민」산「나트륨」과「사이클라민」산「칼슘」으로 나뉜다. 「마이클·스베다」박사가 발명한「벤젠」의 정제로 미국에선 56년부터 실용화된 것, 문제는「사이클라메이트」국내소비 한해 천「톤」이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사용되고 있는 인공감미료엔「사카린」과「사이클라메이트」의 2종류가 있다.「사카린」은 당도(糖度)가 설탕의 4백배나 되어 일반식품첨가제로는 적당치않아 보통 청량음료류나 과자류, 통조림류엔「사이클라메이트」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 「사이클라메이트」에 대한 실험은 지난 66년부터 미국 보건교육 및 후생성 산하 식량약품국에서 실시되었다. 그 결과「사이클라메이트」가 주입된 4천마리의 병아리 가운데 15%가 기형으로 판명되었다고. 또한「모르모트」실험에서는 염섹체균열과 담낭종양등의 부작용이발생되었다고「재클린·버릿」박사는 보고하고 있다. 「사이클라메이트」가 암의 원인이 된다는 설도「재클린·버릿」박사의 이 보고에 근거를 둔 것.「사이클라메이트」제조회사들은 이것이 인체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나 현재식품에 들어있는 양은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발명자인「마이클·스베다」박사 같은 이는 적자 운영에 빠진 미국의 설탕 산업을 구하기 위한 정부의 비열한 정책적 특혜라고 독설을 퍼붓고 있는 실정. 미국에서는「사이클라메이트」함유 식품의 판금조처로 약10억「달러」의 손실을 보게될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수출한다고 상륙한「콜라」어느덧「한국의 입」점령 외제「콜라」상륙경위=1967년 2월27일 한양식품 주식회사로부터「코카·콜라」공장건설을 위한 자본재도입 인가신청을 받은 상공부는 그해 7월24일『청량음료의 수출및 군납증대를 위해』이를 인가했다. 당시 국내 청량음료업계가 이런 상공부처사에 반발, 이를 따지자 상공부는『사업주체인 한양식품주식회사의 사업계획에 의하면 전량을 수출및 군납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본사업 추진으로』국내 청량업계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얼마뒤 국내 시판의 길을 열어주는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 시판개시는 68년7월부터. 「펩시」는「코카」등장후 칠성「사이다」와「스페시·콜라」의「메이커」인 동방음료가 한미식품을 창설, 서독차관을 얻어「펩시」생산에 전용, 올해 2월8일부터 국내 시판을 개시, 여름철 두제품의 하루 생산량은 30만병. 「콜라」의 정체=1886년 미국「조지아」주 시골의 한 약사에 의해 발명된「코카·콜라」는 1년에 2백 70억병을 생산, 그 중 3분의 2를 미국에서 소비하며 1년매상은 5억「달러」를 넘는다. 이보다 12년늦은 1898년 역시 미국「노드·캐롤라이나」주의 한 시골약사가 발명한「펩시·콜라」는「코카」의 30%규모로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화학자들의 분석결과를 보면 2종류 모두 99.6%가 설탕과 물이며 나머지 0.31%가 기본적인「에키스」원액(原液)이다. 이 0.31%에 전세계인이 정복당한 셈이다. 이 0.31%를 다시 정량분석해 보면「카페인」이 ℓ당 1.55g으로 나타난다. 이「카페인」함유때문에 중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썽이 나기도. 보사부는「코카」·「펩시」등의「콜라」류는 물론 일반 식품류도 수거하여 업자들 주장대로「사이클라메이트」가 사용되고 있는 지의 여부를 곧 가려내리라 한다.「사이클라메이트」를 사용금지품목으로 할경우 해마다 3천만「달러」어치의 설탕 원당을 수입해야한다니 발암「콜라」시비는 이제「사이클라메이트」시비로 연소(延燒)될판이다. 더 달고 값싼 인공감미료 여러 가공식품에 쓰는듯 「사이클라메이트」가 만든 식품들=현재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사이클라메이트」는 연간 1천8백「톤」. 이 중 8백「톤」이 수출되고 1천「톤」이 국내에서 소비된다. 말썽이 된「콜라」드의 청량음료외에도 과자, 빵, 과일 통조림등의 제조에 설탕대신 이「사이클라메이트」가 사용되고 있으리라는 당국의 추정. 설탕을 지독하게 아끼는 다방 같은데서도 시민들은 숙명적으로 발암물질인 이「사이클라메이트」를 섭취하고있는 셈. 보사부 전원배(田元培) 위생관리관은 이번「코카」,「펩시」소동에 대해『이것은 전혀 미국적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오히려 태연해 하고 있다. FDA(美 식량약품국)의 발표에 의하면「사이클라메이트」의 인체 유해량은 1일 3.5mg인데 이것은 발광(?)을 해도 하루엔 섭취할 수 없는 대량(大量)이라는 것. [선데이서울 69년 10/26 제2권 43호 통권 제 57호]
  • 364곳 고시출신공직자 첫 배출

    364곳 고시출신공직자 첫 배출

    올해는 고교평준화 첫 졸업생이 배출된 지 30주년이 되는 시점이다. 평준화는 1973년 첫 시행근거가 마련되어 74년 서울·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외국어고 신입생의 모집지역 제한,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논란에서 알수있듯 평준화의 타당성에 대한 시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서울신문은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진단하고 평준화 정책이 우리 중등교육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평준화 이후 대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5회에 걸친 평준화 기획을 마련했다. 평준화 이후 고시 출신 현직 공직자들의 출신 고교 판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사시(법원, 검찰)·외시(외교통상부)·행시(기획처, 교육부) 출신 공직자들의 출신 고교를 평준화 적용 시점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비평준화 시절에는 한 명도 고시출신 공직자를 배출하지 못하다가 평준화 이후에 1명 이상의 공직자를 배출한 학교가 364개 학교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준화 시절에 고시출신 공직자를 배출한 고교는 모두 433개였고 이 가운데 비평준화 시절에도 공직자를 배출한 학교는 69개교에 불과했다. 비평준화 고교 출신 1325명 가운데 상위 10개 고교 출신이 519명으로 39%를 차지했다. 그러나 평준화 고교 출신 3150명 가운데 상위 10개 고교 출신은 457명으로 14%에 불과했다. 이는 평준화 이후 특정 고교 출신이 사회의 중요한 직위와 분야를 독차지하던 양상이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전국 고교에서 배출한 현직 판·검사와 외시 및 행시(교육부, 기획처로 한정) 출신 현직 공무원 4475명을 학교별로 파악하고 이를 다시 비평준화 및 평준화 시절로 구분해 조사했다. 이런 조사는 언론사나 정부를 통틀어 처음 한 것이다. 조사결과 전체 고교 2095곳(일반계 1281, 실업계 등 814)의 29%인 609개교에서 1명 이상씩의 고시출신 공직자를 두고 있었다. 일반계 고교 기준으로는 47.5%였다. 평준화 여부와 관계없이 3개 고시를 합쳐 가장 많은 공직자를 둔 고교는 경기고, 경북고, 서울고, 전주고, 대전고 순이었다. 사시·외시·행시를 통틀어 10명 이상 공직자를 둔 학교는 1위의 경기고를 비롯, 모두 131개교였다. 이 가운데 비평준화 학교는 11개교(8.4%)에 불과했다. 경기고는 131개교 가운데 가장 많은 180명의 고시 출신 공직자를 두고 있었다. 판·검사로 재직 중인 공무원을 1명 이상 배출한 고교는 모두 507개교였다. 이 가운데 10명 이상의 법조인을 배출한 학교는 모두 101개교로 파악됐다.101개교는 비평준화 9개교와 평준화 92개교였다.92개교 가운데 대원외고, 한영외고 등 외국어고 2개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고였다.1984년 개교한 대원외고는 16명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1990년 개교한 한영외고는 10명을 배출, 전통의 명문고를 대체할 신흥 고교로 부상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전국을 휩쓴 2006 독일월드컵 응원 열기의 중심에 길거리 응원이 있었다면 그 한쪽에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 네티즌들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빛나는 광장 뒤에 숨은 익명의 군중들은 힘모아 ‘대∼한민국’을 외치다가도 의견이 다르면 상대를 불문하고 달려들어 막무가내로 공격하고 상처내는 그릇된 행태를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5일 한국에서 연맹 홈페이지(www.fifa.com)에 접속하는 것을 봉쇄했다. 스위스전 오심 시비와 관련해 한국 네티즌들이 봇물처럼 항의를 해대는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그러자 한국 네티즌들은 곧장 ‘우회접속’에 나섰다. 우회접속은 우리나라에 배당되지 않은 제3국의 인터넷망으로 발신처를 변경한 뒤 접속하는 것. 네티즌들은 ‘IT강국의 힘을 보여주자.’면서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 방법을 빠르게 퍼트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니 억지 좀 그만 부리라.’고 만류하는 네티즌들도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손쉽게 스타를 만들어 냈다. 토고전 길거리 응원 사진으로 유명해진 ‘엘프녀’가 대표적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늘씬한 미모의 종족인 ‘엘프’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엘프녀’는 모델 한장희씨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씨 신원이 밝혀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고등학생 때 사진을 유포하고 ‘성형수술을 했는지 얼굴이 너무 다르다.’면서 게임과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 종족 ‘오크’를 본따 ‘오크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외모만 보고 스타로 만들었다가 트집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다. 결국 한씨는 사진 출처인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스위스전 패배 이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공격대상이 됐다. 김진규 선수가 이호 선수의 미니홈피 ‘일촌 한마디’ 코너에 ‘○○○, 니나∼나나∼축구 그만둘 때까지 욕먹겠다∼신경쓰지 말자∼수고했다 칭구야∼∼열심히 했자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두 선수의 미니홈피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방명록의 글들은 언어 사용의 부적절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두 선수 선발이)이번 월드컵의 최대 오류’‘싸이질할 동안 연습이나 하라.’는 등 비방성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호 선수는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했다.26일 다시 열었지만, 방명록 메뉴는 삭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단, 아데바요르, 프라이 등 상대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에게까지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이들을 두고 ‘국빠’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국가대표 팬’을 뜻하는 ‘국빠’는 자기가 대표팀 감독이라도 되는 양 전술과 선수에 대해 무조건 흠을 잡으려는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문화의 취약점이 월드컵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맞아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인터넷상에서는 억지를 쓰고 화를 내는 등 부정적인 정서를 매우 쉽게 표출할 수 있으며, 개인의 감정이 집단화되기 쉽다.”면서 “월드컵에서 이런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韓-스위스전 심판들, 블래터 눈치 안볼까?

    스위스 국적의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심판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1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피파회장의 고국 스위스가 축구변방 아시아팀 한국에 패해 탈락하는 것을 심판들은 그대로 지켜볼 것인가. 24일 운명의 한국-스위스전은 블래터 피파회장과 정몽준 부회장이 현장에서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츠 베켄바워 2006 독일월드컵 축구조직위원장이 한국경기에 두번 모두 직접 관전한 반면 블래터 회장이 한국경기에 나타나는 것은 이번 대회 처음.물론 한국경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 스위스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두 사람이 귀빈석에서 자리를 나란히 하겠지만 담소를 나누며 정답게 경기를 관전할 사이는 아니다. 정 부회장은 8년 전 FIFA 회장 선거 당시 블래터 대신 레나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회장을 지지했고 4년전 2002 한일월드컵 기간 중 서울에서 있은 피파회장 선거에서도 정 부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재선 반대파 중심에 서 있었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로 한일월드컵 당시 블래터회장은 거의 일본에 머물렀고 블래터 회장은 한국-독일의 4강전 때 독일계 심판을 주심으로 배정했다.이 경기에서 한국이 0-1로 패하자 정 부회장이 블래터 회장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양자 관계가 이날 심판 판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향후 심판 배정을 틀어쥐고 있는 피파회장이 직접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심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노골적인 스위스쪽에 치중된 판정이 나오긴 힘들겠지만 한국에 유리한 판정 역시 기대할 수 없다.여기에 심판들의 행보가 한국-스위스전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선 두차례 스위스전에서의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프랑스 레옹 도메네크감독이 21일 “스위스가 판정에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고 스위스 코비 쿤 감독 스스로도 토고전에서 아데바요르가 페널티 지역 내에서 수비에 걸려 넘어진 건 “페널티킥이 맞다.”고 말했다. 프랑스전에서도 앙리의 슛이 스위스 수비 뮐러의 손에 맞았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는 등 스위스 언론들마저도 “스위스의 16강 진출 성과가 심판 판정 시비로 묻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국-스위스전 주심은 독일-코스타리카 개막전 주심을 맡았던 아르헨티나 출신인 호라치오 엘리손도.피파가 개막전 주심의 영예를 주었던 엘리손도 주심이 이날 한-스위스전 주심을 맡게 된 것도 영 개운치 않다.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 [World cup] 한국 운명은 시인의 손에?

    ‘운명은 시인의 손에 달렸다?’ 24일 아드보카트호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할 스위스전의 ‘포청천’에 아르헨티나의 교사이자 시인인 호라치오 엘리손도(43) 심판이 배정됐다. 지난 10일 뮌헨에서 열린 독일-코스타리카의 개막전 주심으로 활약하기도 한 그로서는 조별리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셈이다. 지난 1994년 심판에 입문한 그는 체육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시에 능통해 개막전 보고서를 시로 쓸 수 있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는 한국축구와 인연이 깊다.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 한국-일본전과 한국-파라과이전을 맡으며 첫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에는 아테네에서 김호곤 전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이끌던 한국올림픽대표팀이 김정우(나고야)의 결승골로 1-0승을 거둔 멕시코전에서도 주심을 맡았었다. 반면 성인·청소년팀을 통틀어 스위스 경기의 심판을 맡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난히 판정시비로 시끄러운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의 성향 파악은 전술을 가다듬는 일 만큼이나 중요한 작업.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한 4만여명의 스위스 팬들 앞에서 원정경기나 다름없는 일전을 치러야 하는 대표팀에게 그와의 실낱같은 인연은 그나마 위안거리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부부 시각 장애인 안마사의 삶

    부부 시각 장애인 안마사의 삶

    “저희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2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라. 부부 시각장애인 안마사 고재민(50)·김덕자(48)씨의 신경은 종일 전화통에만 쏠려 있었다. 오늘도 안마사 찾는 전화가 한 통도 안 오는 걸까. 결국 밤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남편 고씨만 저녁 무렵 매일 나가는 안마시술소로 출근했다. ●안마 한 건에 2만 7000원 떨어져 집에 있다가 전화가 오면 호텔로 출장안마를 가는 김씨는 한번 일을 하고 나면 2만 7000원을 손에 쥔다. 손님에게서 4만원을 받지만 5000원은 호텔에 떼어줘야 하고 왕복 택시비로 8000원이 든다. 요즘은 그나마도 건너뛰는 날이 많다. 하루 서너건 정도 출장안마를 하던 때도 있었다. 대학생(21)·고등학생(18)·초등학생(12) 세 딸에 시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는 김씨로서는 하루하루 힘겨움의 연속이다. 사는 집에서 호텔들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택시밖에는 교통수단이 없다. 딸들의 도움을 받거나 콜택시를 부른다. 대개 기본료 1900원이면 가는 거리지만 ‘맹인’이 가까운 데 가자고 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호텔 현관까지 쑥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두 배인 4000원을 준다.“안마사 찾는 사람이 없어 하릴없이 집에서 지낼 때가 많아요. 정말 죽을 맛이죠.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야 하는데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많이 줄었고 요즘은 월드컵까지 겹쳐서….” ●힘겨운 안마사 수련 과정 거쳐야 두 사람에게 안마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절박한 생존수단이었다. 부부는 각각 네살과 세살 때 뇌수막염과 홍역으로 시력을 잃고 맹학교에서 안마를 배웠다. 김씨의 회상.“맹학교에서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는지 몰라요. 선생님들이 일부러 두꺼운 옷을 껴입고 저희들에게 안마를 시키거든요. 어지간히 힘을 주지 않으면 시원함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손에서 힘이 빠져도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너희들이 이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안마뿐인데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였죠.” 해부학까지 배워 안마사 자격증을 따기까지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김씨는 1986년 큰 딸을 낳고 나서야 겨우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따고 호텔에서 일을 했다. 지하에서 밤새 기다리며 숙식을 해결했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오래는 1시간 반이나 안마를 하다보면 온몸이 땀에 절고 손이 퉁퉁 부었다. 새벽 서너시쯤 걸려오는 안마주문은 정말로 받고 싶지 않았다. 호텔 시설물에 부딪혀 얻은 온몸의 상처는 지금도 곳곳에 흉으로 남아 있다. ●헌재결정 되돌리기전까지는 물러서지 않아 부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일주일만 눈을 가리고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결정이 나온 바로 그날 친구 4명이 일하던 업소에서는 해고통지를 받았다.”면서 “헌재의 결정은 어렵게나마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리를 완전히 수렁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말했다. 안마사 면허를 ‘시각장애인 면허’와 ‘비시각장애인 면허’로 나누고 업소 개설권은 시각장애인만 갖도록 하는 정부·여당의 보완책으로는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아무리 보완책을 마련한다 해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경쟁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궁리 끝에 집에서 안마를 할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트리스도 깔고 집안을 단장해 손님들을 집으로 유치하면 벌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서다.“남들 다가는 학원 한번 못 보냈지만 밝고 명랑하게 커준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시각장애인 취업실태 “사실 안마사 외에 취업 활동은 힘들죠.”시각 장애인들의 취업실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력을 잃은 장애인들의 생계책으로 안마사가 유일하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시각 장애인을 18만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몸이 건강해 취업전선에 나설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은 1만 38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안마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 장애인은 5월 현재 5581명으로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림자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전맹(全盲) 장애인도 3만명이나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은 안마사가 거의 유일한 생계책이다. 맹인학교에서 침술교육도 하고 있지만 한의사의 의료활동에 속해 실제로 침술사로는 활동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안마사를 제외한 시각 장애인의 생계책은 생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무직으로 텔레마케터나 컴퓨터 속기사로 활동하는 시각 장애인도 있지만,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컴퓨터 속기도 사무보조를 할 수 없어 취업이 힘들다.”고 전했다. 또 사무직 외에 전문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고 단순생산직 역시 공장에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시각 장애인은 기피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안마사 외에 일자리가 없는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기초생활대상자로 어렵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시각 장애인의 취업이 힘들다는 것은 노동부의 ‘장애인 근로자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1인 이상 사업장 295만 8000곳 중 장애인 고용업체는 모두 6만 4000여곳으로 12만 4000여명의 장애인이 고용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지체 장애인이고 시각 장애인은 단 7.8%에 불과하다. 또 시각 장애를 안고 취업한 6600여명의 경우에도 50% 이상이 한 쪽 눈으로는 앞을 볼 수 있는 6급 장애인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이 취업하는 경우는 대부분 교정 시력이 어느 정도 나오는 분들이고, 완전히 시력을 잃은 분들은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이라크 자위대 월말부터 철수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일 이라크 남부 무산나주 사마와에 주둔해온 육상자위대를 이달 말부터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육상자위대 부대가 (이라크의)인도재건 지원에 일정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며 철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엔 결의에 근거해 시행된 다양한 조치는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라크 육상자위대 파견에 관한 시비를 일축했다.taein@seoul.co.kr
  • [사설] 사실로 드러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우리는 올초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가 불거졌을 때 세 가지 의혹이 소명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이사회에 보고된 10%에서 금융감독원 보고 때 6.16%로 떨어진 이유, 이강원 전 행장이 경영자문료 등으로 거액을 받은 배경과 정책당국의 개입 여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불법로비 여부 등이다. 감사원은 어제 3개월에 걸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기 위해 외환은행 경영진과 정책당국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경영진은 부실을 과장해 협상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금융당국은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고 한다. 재산정 결과 당시 외환은행 BIS 비율은 8% 이상이었으나 회수 가능한 채권까지 부실로 잡아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헐값에 넘겼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충분한 검토없이 뒷받침해주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전 행장은 자리보장이 무산된 데 따른 반대급부로 정관 한도를 10여억원이나 초과하는 경영고문료와 성과급을 받았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온갖 무리수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발뺌하고 있다. 무리수와 무식을 소신인 양 치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2년만에 4조 1000여억원이나 차익을 챙기고 ‘먹튀’하려는 론스타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신인도를 운운하며 옹호하지 않았던가.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부적절한 행위 이면에 숨겨진 불법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국가 정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행위는 엄중히 단죄해야 한다.
  • 盧대통령, 주요지휘관들과 대화 “대북지원은 평화·통일의 비용 NLL문제 합리적 공존법 찾자”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 원칙주의를 견지해나가고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교와 안보에 있어서는 점진주의 내지 단계주의로 가겠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평화적으로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법은 신뢰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계룡대에서 가진 전군 주요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전략적 사고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대북지원을 두고 시비가 있으나 대북지원 문제는 1차적으로 평화의 비용,2차적으로 통일의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확실하게 믿도록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하는데 대북지원이 거기에 해당되고,NLL(북방한계선)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공존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지원은) 공존의 방법을 찾아나가자는 것이지, 북한에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이익을 줘서 우리를 위태롭게 하자는 것은 아니고, 핵심은 위기요인을 제거하는 것, 압력을 낮추는 것,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9일 몽골 순방 때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라고 밝힌 언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자주국방하니까 ‘반미하자는 것이냐.’고 하는데 잘못된 사고”라면서 “자주는 자주고 반미는 반미로서 자주는 별개의 개념이다. 친미의 자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에서 주로 협력하면서, 그외에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호적인 자주관계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에서의 확고한 원칙은 제1번이 안전,2번이 평화,3번이 통일”이라고 말했다. 통일 문제와 관련,“국가연합, 연방제, 다음 통일 이러는데 경제통합, 먹고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며, 다음에 문화통합, 그 다음에 정치통합의 순서로 가야 한다.”면서 “이 시간은 아주 넉넉하게, 여유 있게 잡아서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평화를 깨는 통일은 지금 적절하지 않다.”면서 “어떤 경우라도 평화가 깨지면 통일이 오지도 않고 더욱 더 분단은 깊어질 수밖에 없고, 승부가 나지도 않으며 동북아 전체의 질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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