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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훈 여의도순복음 담임목사 취임

    이영훈(54) 목사가 21일 오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취임예배를 갖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공식 취임했다. 이에따라 이 목사는 조용기(72) 목사를 이어 담임목사직과 함께 목회와 행정을 책임지는 당회장 권한을 행사한다. 서울 출신인 이 목사는 어릴 적부터 교회 주일학교를 다니며 순복음교회와 인연을 맺어 조용기 목사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둘러싼 이단 시비가 한창일 무렵 순복음교회의 신학적 이론을 정립해 주목받았다.미국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와 로스앤젤레스 나성순복음교회, 일본 순복음동경교회 담임목사 등을 역임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슈퍼 지방직 7·9급 공채 “국가직 출제 경향 꼼꼼히 체크”

    슈퍼 지방직 7·9급 공채 “국가직 출제 경향 꼼꼼히 체크”

    ‘슈퍼 지방직(7·9급) 공채’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24일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17만 4580명의 공무원 수험생들이 처음으로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른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16개 시·도별로 출제해온 시험문제를 행정안전부가 첫 총괄 출제(서울·경기·경남·경북 제외)해 수험생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이 높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내년 신규채용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합격을 향한 마지막 정리야말로 당락을 가를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국가직과 유사한 형태·난이도 전망 이번 시험의 관건은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해온 행안부가 지방공무원 시험문제를 어떻게 출제했느냐다. 국가직 시험과 유사한 형태일지,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지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결론적으로 행안부는 첫 지방직 출제인 만큼 무리가 없도록 국가직 출제 경향을 기본으로, 지방공무원 업무 특성을 고려한 문제를 가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년 뒤인 2011년부터는 공통과목(9급의 경우 국어·영어·한국사·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7급은 헌법·경제학 추가) 외에 지방특수성을 반영한 필수과목 2개 중 하나를 선택, 지방자치 관련 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였지만 수험생 부담을 감안해 잠정 연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각 시·도 의견을 들어 지방특성을 반영한 지역개발론, 지방자치론 등의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선택해 출제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수험생들의 혼란을 고려해 3년 후 적용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지방직 공채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지방관련 시험에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 전문가들은 국가직 기출문제를 최종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국가직 출제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첫 일괄 출제인 만큼, 시비 소지가 있는 문제는 배제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가급적 쉬운 문제부터 풀어 많은 문제를 맞출 수 있도록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부행정고시 정채영 국어강사는 “절반 정도는 지방직 유형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현대·고전 문학 등 국문학사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정 이그잼 영어강사는 “국가직에서 나온 어휘 중심으로 기출문제를 다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사의 경우 사료제시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료해석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정법은 지난 국가직에서도 강조됐던 법령·판례 중심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교 행정법 강사는 “시비를 없애기 위해 이론적인 문제보다는 명확히 떨어지는 법령·판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법령, 행정심판·정보공개법 등 최근 판례정리집을 확인하고 가면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행정직 경쟁률 132대1 이번 15개 시·도의 총 모집정원은 소방직과 교육청을 제외하고 4714명이다. 행안부 출제로 시험을 치르는 12개 시·도의 7·9급 채용예정인원은 각각 60명,2941명이다.7·9급에는 각 2722명과 9만 5041명이 원서를 내 평균 45대1과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부산 행정직에는 65명 모집에 8549명이 응시,132대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택시비 5000원 미만도 카드 결제

    택시비 5000원 미만도 카드 결제

    다음달부터 서울 브랜드콜 택시의 신용카드 결제기가 고장나면 승객들은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신용카드 결제 거부행위(본지 2008년 5월6일자 13면)를 근절시키기 위한 ‘택시 요금 카드결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카드기 고장땐 택시요금 공짜 카드결제기 고장 등으로 승객이 신용카드 사용을 못하면 결제시스템 책임기관인 한국 스마트카드가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요금을 지급하는 ‘택시요금 대불제’를 6월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3시간 단위로 카드결제기 작동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카드결제기의 신속한 보수를 위해 4개 권역에 택시고객센터를 설치하고 24시간 기술요원이 출동하는 기동수리반도 운영한다. 또 5000원 미만 소액의 카드결제 수수료(요금의 2.4%)를 모두 환급해 준다. 수수료를 택시운전자에게 부담하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신용카드를 꺼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 택시 운전자가 고의적으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법인택시 회사는 60만원, 개인택시 사업자는 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3회 이상 거부하다 적발되면 택시 카드결제기를 아예 회수하기로 했다. 승차 거부나 부당요금 징수,3회 이상 교통법규 위반 등의 전력이 있는 운수종사자나 불법 도급, 택시 서비스평가 하위 10% 포함 업체 등에 대해서는 택시에 카드결제기를 장착할 수 없도록 자격요건도 강화할 계획이다. ●카드 승인속도 10초 이내로 카드 선처리 시스템은 결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했다. 즉 승객들이 먼저 카드결제기에 신용카드를 접촉해 승인을 받고 목적지에 내릴 때 요금을 적어 넣는 방식을 도입, 카드결제 시간을 줄였다. 또 택시 카드결제시스템의 카드 승인속도도 20초에서 10초 이내로 단축했다. 이외에도 택시 종사자와 승객간의 다툼이 빈번한 시계(市界) 할증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운수업계와 협의해 추진하는 등 택시요금 체계와 결제방법에 대한 시스템을 대폭 손질했다. 송두석 택시정책팀장은 “이번 활성화 방안으로 카드결제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비했다.”면서 “카드결제를 기피하는 운전자는 다산콜센터(02-120)로 신고하는 등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현재 서울시내 카드결제기 장착 택시는 전체의 36.5%인 2만 6544대이며, 하루 평균 카드결제 금액은 전체 요금의 8.6%인 2억 2600만원(1만 8981건)으로 집계됐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오프 더 레코드, 효리’가 얻은 것 과 잃은 것

    ‘오프 더 레코드, 효리’가 얻은 것 과 잃은 것

    2002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이효리 신드롬’. 당시만 해도 이효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 할 정도로 이효리의 힘은 막강했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효리 신드롬도 어느새 사그라졌다. 그는 2006년 발표된 2집 앨범 타이틀곡 ‘겟챠’의 표절시비로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며 내리막 길을 걸었다. 2006년 이후 이효리는 특히나 언론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는 물론 공개석상에서 언론과 마주치기를 꺼렸다. 그랬던 이효리가 지난 2월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를 통해 자신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최재윤 PD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스타 이효리가 아닌 ‘인간 이효리’를 공개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이효리 띄어주기 위한 상업적 방송 아니다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24시간 톱스타 이효리의 일상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효리 띄어주기가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톱스타 이효리의 평범한 일상은 어떨까’라는 의견이 대립되며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시작부터 화제가 됐다. 최 PD는 “프로그램 기획 당시 이효리와 톱 남자 배우인 A와 투 톱으로 기획했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의를 얻은 상태였지만 최종적으로 이효리만 선택하게 됐다.”며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또한 “결국 이효리의 단독 출연을 선택하게 된 건 ‘오프 더 레코드, 효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내면 속의 이효리, 즉 ‘인간 이효리’를 있는 그대로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고 밝혔다. 최 PD는 “작년 10월경 우연히 마주친 효리가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올초 프로그램 개편 때 ‘진짜 같이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정말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이효리와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 사람들 조차 믿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에는 이효리가 출연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모두들 믿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이효리의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과 기대 속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 ‘서인영의 카이스트’와의 비교 안타까웠다 그렇게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 속에서 첫 선을 보인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여러 가지 논란과 함께 ‘서인영의 카이스트’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미 이효리와 서인영은 작년 솔로 앨범을 두고 섹시 지존 경쟁을 벌인 바 있어 이들의 이번 경쟁은 더욱 뜨거웠다. 이에대해 최 PD는 “‘카이스트’와 ‘오프 더 레코드’는 밀착 취재하는 형식은 비슷하나 전혀 다른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카이스트’는 한 가지 주제 아래 영상과 편집에 깊이를 뒀다.”고 설명했다. 또 “‘오프 더 레코드’는 원본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 100% 프로그램”이라며 “프로그램에 나레이션, 자막 등을 배제한 것도 제작자의 설명 없이 시청자 스스로 이효리를 판단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다.”고 강조했다. # 10년동안 대중의 시선에 갖힌 이효리 프로그램 기획부터 종영까지 지난 5개월간 이효리와 동거동락 해온 최 PD는 이효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 PD는 “이효리는 평소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작은 일에 상처를 잘 받으며 소심하고 정 많은 사람”이라며 “어는 순간부터 그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런 소문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고 이효리를 두둔했다. 이어 “이효리는 10년이란 시간을 대중의 시선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금방 알아채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며 “프로그램을 위해 직접 일정을 결정할 정도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PD는 “마릴린 먼로처럼 상징성을 가진 여성 스타는 국내에서 이효리 뿐”이라며 “기존에 함께 방송했던 연예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스타로 방송 전과 후의 이미지가 가장 달랐던 인물”이라며 남다른 감정을 표현했다. 사진 = Mnet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경리 선생이 잠든 통영

    박경리 선생이 잠든 통영

    지난 9일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원했던 대로 고향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 자락에 묻혔다. 한산도 등 아름다운 섬을 품은 통영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이다. 선생이 그토록 사랑한 통영의 풍경은 어떤 것일까. 수구초심(首丘初心)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선생이 나고 자란 ‘뚝지먼당’에서 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무대인 간창골, 해저터널 등을 거쳐 영면한 미륵산자락까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박경리 선생에게 통영이란… 통영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해군 사령부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이다. 전쟁의 험악한 기운으로 가득찼던 통영은 그러나 근대로 들어오면서 예술의 향기 그윽한 도시로 탈바꿈한다. 통영이 고향인 시인 유치환은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중앙동 우체국에서 이영도에게 연서를 썼고, 그 우체국 앞길은 현재 ‘청마거리’로 명명돼 있다. 그뿐 아니다. 음악가 윤이상과 시인 김춘수, 화가 이중섭과 전혁림, 시조시인 김상옥 등 당대를 풍미했던 예술인들이 펜으로, 또 붓으로 통영에 대한 사랑을 읊고 그려냈다. 하지만 고 박경리 선생에게 고향 통영은 애증이 엇갈린 도시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순철 통영시청 문화예술계장에 따르면 선생은 27∼28세 나던 해 고향을 떠난 후 2004년 처음으로 통영땅을 밟았다. 피보다 붉은 뚝지먼당 동백꽃이 50번도 넘게 피고 진 세월이다. 김 계장은 “몇몇 동창들과 감격적인 해후의 시간을 갖긴 했으나, 끝내 생가가 있는 뚝지먼당 등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난에 시달렸던 유년기를 추억하기 싫어서였을까. 앞서 유방암과 싸웠던 1973년에는 토지 1부 자서를 통해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징그러운 쌍두아(雙頭兒)였단 말인가.”라며 심경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선생의 생가에 대해서는 친구들간에도 견해가 엇갈리는데, 김 계장은 선생의 기억과 호적 등의 자료를 토대로 역추적한 결과 문화동 328의1번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지인들이 뚝지먼당이라 부르는 곳이다. 삼도의 수군통제사들 중 으뜸이 되는 원수의 깃발을 모신 사당을 ‘뚝사’라 하는데,‘뚝지’는 ‘뚝사’,‘먼당’은 ‘고개’의 사투리다. 즉 ‘뚝사가 있는 고개’가 뚝지먼당인 것. 일제강점기에 현재의 배수지가 들어서면서 뚝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문단의 거목 키워낸 뚝지먼당 선생은 뚝지먼당에서 ‘박금이’(朴今伊)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다. 돈 있는 사람이 고갯길 골목에 사는 경우가 어디 흔한가. 뚝지먼당 또한 마찬가지. 굽어진 골목마다 가난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이웃들이 그러했듯 가난에 시달렸던 ‘문학소녀’의 생가는 이미 허물어졌고, 그 자리엔 붉은 벽돌집이 들어섰다. 골목길 입구의 ‘김약국의 딸들’ 작품비만이 그 시절을 웅변하고 있을 뿐. 선생은 통영공립보통학교(현 통영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강신연(84), 김천수 할머니 등과 자주 어울렸다. 강 할머니는 당시의 박금이를 비교적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금이는 작은 키에 예쁘장했제. 친구들도 잘 사꼬.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서도, 부산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왔다아이가. 원래 내가 있는 통영초등학교에 올라꼬 했는데 자리가 없었어. 그래가 산양읍에 있는 산양보통학교(현 진남초등학교)를 잠깐 다니다 4학년 때 다시 통영초등학교로 전학온기라.” 강 할머니는 선생이 어린 나이에도 소설책 읽기를 즐겼다고 전했다.“수업시간에도 책상 밑에다 소설책을 피놓고 봤다니께네. 공부를 열심히는 안 했지만서도, 그래도 잘한 편이었어. 그 가시나가 얘기도 참 잘했따꼬. 정신없이 금이 얘기 듣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퍼뜩 정신차려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니께네.” 뚝지먼당 아랫마을이 간창골이다.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무대다. 작품 속 서문고개는 슬프고 기구하다.‘김약국의 둘째딸’ 용빈의 독백을 들어보자. 명망 높았던 한 가족의 몰락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 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하략”‘토지’의 시작이나 ‘김약국의 딸들’이나 하나같이 비극적인 이유가 혹시 뚝지먼당이 심어준 정서 때문은 아닐까. 뚝지먼당에서 보면 통영항은 물론, 세병관과 남망산 등 통영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다. 선생은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진주여고에 들어갈 무렵 아랫동네 명정동으로 이사를 간다. 명정동 골목집 바로 앞은 윤보선 전 대통령 영부인 공덕귀 여사의 생가로도 유명하다. #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잠들다 2007년 12월 선생은 세번째로 통영을 찾는다. 그곳이 산양읍 미륵산 자락의 양지농원이다. 선생이 통영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이자, 영원한 잠을 자게 된 곳이다. 양지농원 정대곤 대표에 따르면 원래는 현 묏자리 바로 아래에 선생이 거처할 집을 짓기로 했었다. 양지농원 내 2층짜리 전원주택풍의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낸 선생은 통영 앞바다의 수려한 풍경에 “왜 이제사 여기에 왔을까.”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생전에 집을 짓지는 못했어도 이제 영원한 안식처로 삼았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일까. 통영 읍내에서 차로 통영대교, 또는 충무교를 넘거나 혹은 걸어서 해저터널을 건너면 닿는 곳이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다. 미륵산은 미륵도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내친 걸음, 미륵산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 등산로는 빽빽한 편백나무 숲 사이 고즈넉하게 들어앉은 절집 미래사에서 시작된다. 관광 케이블카가 수리 중인 탓에 가파른 산길을 40분쯤 걸어 올라야 했다.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빼어난 풍경이 주르륵 펼쳐진다. 흰 거미줄을 뽑아내듯 바닷물을 헤치며 나아가는 어선들이 한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을 종횡으로 엮어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관광엽서에서 흔히 보는 한려수도 사진은 십중팔구 이곳에서 찍는다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의 풍광이다. 선생의 묘지가 있는 미륵도는 오후에 찾을 것을 권한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해안절경을 토해내는 22㎞의 산양일주도로는 해질녘 달려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다도해의 섬들 뒤편으로 사라지고 난 뒤 만들어내는 붉은 기운은 그야말로 몽환적이다. 글 사진 통영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대전 분기점→대전·통영중부고속도로→통영. ▶주변 명소:통영 시내에 윤이상 생가, 청마문화관, 화가 이중섭이 머물렀던 집, 전혁림 미술관 등이 있다. 시민문화회관 부근에는 15명의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 유치환의 ‘깃발´ 시비도 있다. 산양일주도로변 달아공원은 국내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는 곳. 통영시청 문화예술계 650-4510, 문화관광과 650-4610. ▶맛집:울산다찌집(645-1350), 통영사랑 다찌집(644-7548), 만성복집(645-2140). #‘토지´ 속 또 다른 명소 ‘토지’ 4부에 등장하는 충무교 옆 해저터널은 한번쯤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 항일독립운동에 뜻을 둔 유인실과 좌파 지식인 오가다 지로는 서로 사랑하지만 조선인과 일본인이란 처지 때문에 선뜻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데, 그들이 통영에 내려와 처음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곳이다.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통영 읍내와 미륵도를 연결한다.1932년 완공후 30여년 동안은 차들이 다니기도 했으나, 요즘엔 도보로만 오갈 수 있다. 세병관을 지나 서문고개 끝자락에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있다.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불공대천의 원수’를 기리는 곳일 텐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별다른 피해 없이 용케 살아남았다.‘토지’5부에서 송영광(길상과 서희 부부의 수양딸 양현과 비극적 사랑을 나누는 색소폰 연주자)의 상념을 통해 잠깐 등장한다. 충렬사 앞의 명정우물(정당샘)도 가볼만 하다. 선생이 진주여고에 입학하면서 이사한 명정동 집에서 3분거리다. 일정(日井)과 월정(月井) 두 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월을 합해 명정(明井)이라 부른다.1670년쯤 우물을 하나만 팠는데, 물이 곧 탁해지고 말라버렸다. 두 개를 파자 그제서야 수량이 풍부해지고 맑아졌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예전엔 식수원이자 빨래터였다고 한다. 작품 속엔 등장하지 않지만, 선생도 여고시절 이곳에서 물을 긷거나 빨래를 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 [21일 TV 하이라이트]

    ●스포트라이트(MBC 오후 9시55분) 뉴스 스포트라이트의 특별 코너인 ‘탐사저널’ 취재가 우진에게 배당되자 우진은 순철과 함께 동대문을 찾아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짝퉁 명품 쇼핑 현장을 취재한다. 한편, 순철은 만취상태로 경찰서에 복귀해서 팬티 차림으로 자다가 명성일보 여기자와 뜻하지 않은 시비에 얽힌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45분) 화려한 가수생활을 접고 훌쩍 파리유학을 떠나 13년 동안 고독과 싸우며 화폭에 열정을 담아왔다. 벌써 20년 넘게 화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사람들이 가수로 먼저 알아본다며 시원한 웃음을 짓는 수원대 정미조 교수가 낭독무대에 오른다.20세기 최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남긴 말로 낭독무대를 연다.   ●물병자리(SBS 오전 8시30분) 태수를 만난 은서는 은영을 아직도 많이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은서는 가진 것 하나 없어도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태수는 자신이 은영을 예전의 은영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은서를 만난 민호는 형인 민우와 은영 그리고 은서의 관계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한다.   ●60분-부모2.0(EBS 오전 10시) 걸음마도 지나치게 늦고 좀처럼 자기 표현도 하지 않는 재원이. 엄마는 그런 재원이에게 어떻게든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같은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원이의 반응 수준은 언제나 아쉽기만 하다. 김수연 아기발달 전문가와 함께 걸음마가 늦고 반응이 느린 아기의 양육법에 대해 알아본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 최근 바둑계에는 차민수 4단이 화제다. 딸보다도 어린 여성 프로기사에게 파죽의 5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의 포커선수, 프로기사, 대학교수, 사업가 등 팔색조처럼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자유인 차민수씨를 만나 그의 인생에 대해 들어본다.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공장이 있었던 부산. 석면의 일차적 피해자는 석면공장의 근로자들이다. 다량의 석면이 사용된 조선소 근로자들 또한 서서히 석면의 피해자로 드러나고 있다. 석면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70∼80년대 우리나라 석면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과 안전대책 수준을 짚어본다.
  • 밀실재판 사라지고 재판 신뢰도 높였다

    밀실재판 사라지고 재판 신뢰도 높였다

    밀실 재판 시비를 없앤 개정 형사소송법이 이 달로 시행 5개월째를 맞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형소법으로 재판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호평한다. 하지만 조서재판 등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재판의 전과정 공개·사건처리도 효율적 과거 법원은 법관의 사무실에서 조서만으로 판단하고 검사와 변호사를 따로 만나 재판을 협의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에서 공개주의가 강조됨에 따라 밀실재판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공판준비절차가 형소법에 신설되면서 올 1월부터 재판의 전 과정이 공개되고 있어서다. 공판준비절차는 형소법 제266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검찰, 변호사와 함께 사건의 쟁점 정리와 심리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은 모두 공개가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의견서도 받는다. 또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제기 사건과 관련된 서류나 물건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도 있다. 최근 열린 삼성가(家)사건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일반에게 모두 공개됐다. 개정된 형소법에 맞춰 진행되는 모범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절차와 공개주의는 재판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재판과정에 대해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재판보다 훨씬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해 보니 사건 처리에 매우 효율적”이라면서 “미리 쟁점과 증거조사일정 등을 정리하니 집중심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재판 아직도, 판사 적극 개입 불만도 밀실재판 시비는 사라졌지만 판사실에 수북하게 쌓인 조서들은 치우지 못했다. 이른바 ‘조서재판’이다. 아직도 기록을 보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도 사무실을 지키는 판사들이 많고 주말엔 기록을 집에 가져가 검토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기록을 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공소사실만을 보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검찰과 변호인측이 낸 자료를 모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판사는 “형사합의부가 담당하는 사건이 수백건이고 하루에서 10여건씩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신 형사소송법에 맞는 재판진행을 위해 과거보다 재판부를 늘리고 있다.”면서 “재판부가 늘면 재판부당 사건수가 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 형소법에 따른 재판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판사들의 적극적인 재판 진행은 검사와 변호사들의 불만사항이다. 판사들은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쟁점 정리와 증거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방의 한 검사는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관여하니 검찰에 불리한 예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때도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판사가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면서 “재판진행을 위한 발언 외에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발언은 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판사들은 검사와 변호사의 준비부족을 꼬집는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아직도 판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법정에 들어오는 변호사가 많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40대 마담놓고 연적은 62세와 70세

    40대 마담놓고 연적은 62세와 70세

    70살된 노인과 62살의 노인이 42살된 대폿집 「마담」을 가운데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다가 마침내 피를 본 싸움이 일어났다. 한강 강바람에 마음들이 싱숭생숭, 늦바람이 불었던 탓일까? 『몸이야 늙어 쭈글쭈글 하지만 마음이야 어디 늙을까 보냐』는 노익장 사랑싸움의 전말. 밀려나자 “보통사이 아니다” 소문 퍼뜨려 7월 30일. 올해 70살된 나경칠(羅京七)노인(가명·서울시 영등포(永登浦)구 흑석(黑石)2동)은 노량진경찰서 형사과 보호실에서 손자뻘되는 다른 피의자들과 쭈그려 앉아 있었다. 노량진경찰서 창설이래 가장 나이많은 피의자라고 한 형사과 직원은 껄껄 웃는다. 나노인의 직업은 소개업자. 흑석2동에서 복덕방일을 보며 소일하는 처지였다. 나노인의 사랑의 「라이벌」은 이종식(李鍾植)노인(가명·62·무직·흑석2동). 그리고 두노인의 틈바구니에 끼어 사랑의 고민(?)을 한 여자는 조민애(趙閔愛)여인(가명·42·무허가 대폿집 경영·흑석2동). 7월29일 9시께부터 사건의 전초전은 시작됐다. 피해자인 이노인이 나노인에게 사실이 아닌 「스캔들」을 왜 뿌리고 다니느냐고 시비하면서, 홧김에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때렸다. 「스캔들」의 내용인즉 이노인이 조여인과 보통 사이가 아니고, 더구나 30만원을 보태주어 대폿집을 차리게 했다는 것. 이 소문을 이노인은 평소 시샘이 많았던 나노인이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라 단정, 취소를 요구한 것이다. 나노인 입장으로 치면 조여인의 단골손님. 외상술도 통하고, 상당히 친한 사이로 동네에서도 알려졌다. 이러한 나노인의 기득권(?)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70년 가을부터 조여인에 대한 이노인의 노골적인 접근작전이 눈에 띄게 표면화했다. 조여인의 말인즉 같은 경북(慶北)출인인데다가 이씨가 무슨일이든지 어려운것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그 정도뿐 아니라 주점의 안방에 들어앉아 글씨가 서툰 조여인을 도와 외상장부의 정리까지 도와주었다는 것. 단골끼리 접근 작전 끝에 혼자 끙끙 앓던 나노인은 생각도 못해 『몹쓸 여자니까 가까이 하지 말라』고 넌지시 충고까지 했다. 나노인의 속셈을 눈치챈 이노인은 『그런 것까지 참견하지 말라』고 퉁명스러운 응수. 이 충고사건 이후로 나·이노인의 우정은 급격히 파괴되어 험악하게 되었고, 이노인의 주장에 따른다면 『창피한 소문을 동네에 퍼뜨린 장본인』이 나노인이랄 정도로 견원지간이 됐다. 「라이벌」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나노인의 열등감을 더욱 자극한 사건이 이노인의 외상독촉. 얼마전 나노인이 술마시러 가자 안방에 있던 이노인이 밖으로 나왔다. 그때 조여인이 『외상값 좀 정리해 줘요』라고 하며 밀린돈 1천1백80원을 요구하자 옆에 있던 이노인이 장부를 펄럭이며 외상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이노인보다 나이가 8살이나 더 되었고, 더구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조여인과 이노인의 「관계」를 아니꼬와 하던 나노인은 『수상한 사이』라고 동네에 「스캔들」을 마구 퍼뜨렸다는 것. 29일 아침의 담판은 대강 이러한 감정대립과 경위에서 벌어졌다. 이노인에게 수건으로 얻어 맞은 나노인은 하루종일 어찌나 울화가 치밀었던지 복덕방일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힘으로는 당할수 없고, 그놈을 혼내주기 위해서는 상처를 내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읍니다』 궁리하다 못해 저녁에 술을 마실때 혼을 내주기로 결심한 그는 17㎝되는 미제과도를 한복 조끼 주머니에 넣고 조여인의 대폿집으로 갔다. 시간은 29일 하오 6시20분. 주점에 들어가 소주를 시켜놓고 밖에서 동네 친구들과 윷놀이를 하는 이노인을 불러오게 했다. 『이거봐, 오늘 아침에 자네가 수건으로 날 쳤지?』 『그건 그때 서로 화해하고 다시는 얘기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또 다시 말하는게지』 『말할건 해야지. 자네는 형님도 없나?』 외상값 독촉 받고는 울컥 “그놈 상처내서 혼내주자”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노인은 방안에서 나왔다. 『너 이놈자식 어디로 도망쳐』 나노인이 뛰어 나오며 의자에 앉으려는 이노인을 덮쳤다. 이노인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나노인에게 오른쪽 목을 찔린 이노인은 병원으로 옮겨지고, 대폿집은 벌컥 뒤집혔다. 조여인은 나노인과 3년전부터 교제(?)해온 사이. 남편이 첩을 얻어 살기때문에 단신으로 나와 술장사등으로 살아온 처지였다. 조여인의 딱한 처지를 동정한 나노인은 담배도 사다가 주고, 말벗도 해왔다. 이러한 동정심이 차차 연정(?)으로 변했고 두사람 모두 『아무런 관계(육체관계를 뜻함)도 없었다』고 경찰조서에서 밝히듯 육체적인 교섭은 불가능했지만 감정만은 밀도(密度)있게 진전됐던 것. 이러한 늘그막의 알뜰한 연정에 나타난 도전자가 바로 이노인.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나노인은 61살된 부인과 3아들을 두었고, 이노인은 59살된 부인과 9남매를 둔 유부남(有婦男). 여자 좋아하는 바람기는 결국 연령따위 같은건 우습게 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나 할까? [선데이서울 71년 8월 8일호 제4권 31호 통권 제 148호]
  • 페어플레이 정신 살린 성남의 실점

    축구경기 도중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상대 공격이 진행 중인데도 수비들이 멀거니 바라보기만 한 것.18일 부산-성남전 전반 42분쯤 부산 안정환이 심재원의 패스를 이어받아 공을 몰고나가는데 성남 수비 누구 하나 막겠다고 나서지 않았다.페널티지역까지 들어온 안정환은 가볍게 공을 찼고 상대 골키퍼 정성룡은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도록 슬쩍 등을 돌려버렸다. 성남 선수들의 행동은 김학범 감독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전반 37분 최성국의 득점이 두두의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신사적 행위에 의해 시작됐다고 판단했기 때문. 부산 수비수 김태영이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동료 김유진이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경기가 속개된 뒤 성남의 스로인이 두두에게 연결됐고, 두두는 김유진에게 공을 내준 뒤 바로 빼앗아 중앙으로 연결했다. 조동건을 거친 공은 페널티지역 정면의 최성국에 연결, 그의 오른발 슛이 그물을 가른 것. 안정환의 골이 들어가고 난 뒤에야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 관중들은 판정 시비로 얼룩진 그라운드에 피어난 ‘아름다운 실점’에 따듯한 박수를 보냈다. 비슷한 장면은 1997년 4월 부천 SK-울산 현대전 도중에도 있었다.당시 부천의 윤정환이 울산 골키퍼에게 공격권을 넘겨준다고 길게 걷어낸 공이 그대로 골인되자 부천 선수들이 울산 공격을 막지 않아 실점,1-1로 비긴 바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빅뱅, 표절 논란 日 다이시댄스와 공동 작업

    빅뱅, 표절 논란 日 다이시댄스와 공동 작업

    인기그룹 빅뱅(지드래곤, 탑, 대성, 승리, 태양)이 7월 미니 앨범과 10월 두번째 정규앨범으로 팬들을 찾는다. 빅뱅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19일 오후 YG공식홈페이지(www.ygfamily.com)에 ‘메시지 프롬 YG’라는 글을 통해 “오는 7월 중순에 빅뱅의 새로운 미니 앨범을, 10월 초에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음반 발매 계획을 전했다. 양현석은 “‘외계인’같은 권지용 덕분에 10월에 발표할 정규앨범까지 80% 이상 작업이 끝난 상태” 라며 “7월에 발표할 미니앨범에는 한때 표절시비가 있던 ‘다이시댄스’와 권지용이 함께 만든 공동 작품이 2곡 수록된다.”고 덧붙였다. 다이시댄스는 일본의 힙합그룹으로 빅뱅의 미니앨범 수록곡 ‘바보’가 다이시댄스의 ‘피아노’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아왔었다. 양현석은 “다이시댄스와 지용이의 결합은 매우 환상적인 조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기대하셔도 좋다.”고 빅뱅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부탁했다. 한편 양현석은 이번 메시지에서 6월로 예정된 엄정화의 앨범발매와 여자 빅뱅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연평해역에 대규모 양식 시설

    어획량 감소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해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바다목장’이 조성된다. 인천시는 16일 옹진군 연평도 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매년 10억원씩 50억원의 국·시비를 들여 연평 해역에 ‘바다목장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별 투자 규모는 ▲참굴 수평망 양식 10억 8000만원 ▲인공어초 설치 10억 7000만원 ▲바지락 양식 4억 8000만원 ▲비단가리비 시험양식 4억 7000만원 ▲다시마 양식 4억 5000만원 ▲꽃게 종묘 방류 3억원 ▲전복 종묘 방류 1억 9000만원 등이다. 연평 해역에서 양식장 개발이 가능한 428㏊에 참굴 50㏊, 바지락 60㏊ 등의 양식장을 조성하고,160㏊에는 어족자원 회복을 위한 인공어초를 설치할 계획이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전남 구례군 토지면 밤재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전남 구례군 토지면 밤재

    구례 문수리는 왕시루봉(1212m) 능선을 곁에 두고 평행선처럼 그어진 마을로,‘밤재’는 이 문수리 안에서도 제일 끝, 도로가 끊겨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 들어서 있다. 임진왜란을 피해 들어온 김해 김씨가 처음 정착해 개척한 ‘율치’는 밤재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으로 해발이 600여m다. 덕분에 질매재의 잘록한 산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올려다 보인다. 이 율치 아래에 신율이 있고, 신율 못 미쳐 밤재가 있다. 지금은 율치와 신율을 합쳐 통상 밤재라고 부른다. 예전부터 밤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두 곳 모두 밤 ‘율’자를 사용한다. 실제 밤재는 마산면 화엄사에서 연곡사가 있는 피아골을 오갈 때 거치는 형제봉 북쪽 해발 약 720고지의 고갯길 이름이기도 하다. ●첩첩산중 밤나무골 ‘개발 몸살´ 여수·순천사건과 한국전쟁 등 근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며 마을이 불에 타고 방치되었던 율치와 신율과는 달리 밤재는 10여년 전에 새로 생긴 부락이다. 산간 논밭 터에 하나씩 집이 생기면서 이제 13호 남짓까지 가구 수가 늘었는데, 계곡을 끼고 형성된 민박집이나 퇴직을 하고 들어온 외지인들의 전원주택이 대다수다. 밤재 입구에는 집채만 한 큰 바위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이 두지바위(뒤주암) 안쪽 골짜기에 숨어 살던 사람들은 이 바위를 청학동 석문으로 여기고 살다가 1913년 3월11일 밤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져 그 운세가 다했다고 믿는단다. 최근엔 마을 진입로 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전태균(49)씨는 그게 또 못마땅한 모양이다. 길이 넓으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게 마을 주민들이겠지만 공사 때문에 큰 바위며 족히 80년은 되었을 법한 소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무와 바위는 살리고 도로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어이 베어내고 조각조각 도려내는 것이 싫다. ●금싸라기땅 변신 ‘외지인 세상´ “길이 굽이지면 돌아가면 되고, 조금 늦게 천천히 가면 되잖아요.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라면 다른 마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길의 편리성이 오히려 이 마을의 정취를 빼앗아갔어요. 무분별한 개발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히려 돌아가는 길이 공사비도 적게 나오는데 마치 공사비를 늘리기 위한 편법 같다니까요.” 배낭 가득 두릅과 엄나무 새순을 따온 전씨는 도처에 그득했던 산나물이 줄었다며 연이어 한숨이다. 도벌이 금지돼 숲은 울창해졌지만 그로 인해 볕이 못 들면서 약초나 고사리 같은 산나물이 자랄 수 없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종복원센터와 방사 곰들의 자연적응훈련장까지 이곳에 들어섰을까. 전씨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 일대는 벌거숭이였다. 구례군 전체가 아궁이 군불을 때던 시대였으니 나무가 남아날 리가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어김없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래도 적당한 간벌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그다. 가난한 이웃들은 꽉 막힌 산골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는데 전씨는 30리 고갯길을 지게질하며 넘나들어도 고향 떠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은 들어와 살 수 없는 금싸라기 땅이 되었다. 첩첩산중이던 동네에 길이 뚫리면서 구례읍까지도 15분이면 족하다. 좋은 경치와 맑은 공기 덕에 저절로 땅값이 오른 것. 이제는 원주민보다 외지인들의 비율이 3배는 더 많을 정도다. 두지바위는 깨졌지만 21세기의 밤재는 새로운 청학동으로 급부상 중인 셈이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가는 길 구례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용산역을 이용한다.19번 국도를 지나는 군내버스가 있긴 하지만 문수리로 들어가는 버스는 없다. 구례읍에서 밤재까지 택시비는 1만 2000원 안팎.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IC,88고속도로 지리산IC 등에서 남원으로 간 다음 구례로 진입한다. 남해고속도로는 하동IC를 경유해 구례로 갈 수 있다. 문수사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진행한다.
  • [광우병 논란 각국 대처 어떻게] 日 “SRM 뺀 20개월 이하만 수입”

    [광우병 논란 각국 대처 어떻게] 日 “SRM 뺀 20개월 이하만 수입”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우려와 관련된 국내적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생후 30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했지만, 광우병 위험 시비는 지속적인 세계적 이슈이기도 하다. 일본은 아예 생후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고 미국의 안전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광우병 소 수출국’이란 오명속에 “이제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미국,‘광우병 원조’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광우병 대책 및 입장, 그리고 수입국 일본의 논리와 정책을 살펴 봤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과 미국 양국은 지난해 8월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위한 ‘전문가 기술회의’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관계자는 14일 “연구 결과가 나와야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근거없이 쇠고기의 수입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미국의 압력에 밀려 현행 20개월 이하 수입 조건에서 30개월 이하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은 전혀 맞지 않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측은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국민 설명과 함께 앞으로 수입 조건의 재검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에 정통한 소식통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각에 설치한 ‘식품안전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나서려면 최소 6개월∼1년 이상은 걸린다.”면서 “일본 측에서는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다.”고 느긋한 입장이다. 일본은 지난달 24일 광우병 위험 부위인 등뼈가 붙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발견됨에 따라 현행 1∼2%에 그쳤던 검역을 위한 표본조사를 10%로 확대했다. 등뼈가 시스템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 수입 중단 조치는 내리지는 않았다. 식생활 안전·감시시민단체의 대표 가미야마 미치코 변호사는 당시 성명을 통해 “수입을 재개한 지 1년 정도 지나자 미국이 방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위험하다고 인정하는 등뼈의 수출은 국가간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방미 때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후쿠다 총리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라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를 포함, 아베 신조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등 3명의 일본 총리에게 줄기차게 쇠고기 개방을 요구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조건은 ▲생후 20개월 이하의 소 ▲광우병으로 불리는 우면선상뇌증(BSE)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의 제거 등 두가지다. 지난 2005년 12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한 이래 똑같은 수입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 대응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미국에 대한 대응은 과학적·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20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지난 2001년 이후 자체적으로 광우병 조사를 실시한 결과,21개월과 23개월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된 만큼 20개월 이하만 수입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측의 주장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확인된 광우병은 모두 34차례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에 ‘면죄부’를 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 완화를 ‘무기’로 한 미국의 압력도 일본에 먹히지 않는 셈이다. 미국 측에서 보면 엄청나게 까다롭다. 2006년 7월 2차 수입 재개 때엔 미리 미국의 식육가공 공장 등의 현지조사까지 실시했다. 물론 일본은 지난해 6월 모든 미국산 쇠고기를 검사하는 전수조사를 표본조사로 전환했다. 실제 일본의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량의 7%인 3만 4147t에 불과하다. 대신 광우병이 나타나지 않은 호주산이 39만 4450t으로 83%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쇠고기 자급률은 43%다. hkpark@seoul.co.kr
  • 여성기업인 전용 산단 조성

    강원 춘천 거두농공단지 내에 태양광 등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여성기업인 전용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춘천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따라 추진된 여성기업인 전용단지 이산화탄소 제로화 시범 사업이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기업인 전용 단지는 국·도비와 시비, 입주 기업의 부담금 등 총 32억 5000여만원을 들여 전국 처음으로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으로 가동되는 산업단지로 조성된다. 현재 여성기업인 전용단지에는 10개 기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회사 건물에 전기를 공급할 30㎾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태양열 급탕시설(1100㎡ 규모), 지열 냉난방시설(1640㎾) 등 신재생에너지시설이 설치돼 연간 2억 1000만원의 비용 절감과 이산화탄소 620만t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춘천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설치되면 연중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함께 유지 관리비도 줄일 수 있다.”며 “산업단지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뿐 아니라 경제적, 환경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G테크 빌리지로 불리는 거두농공단지는 2003년 조성되기 시작해 오는 7월 단지가 준공될 예정이다. 현재 용지분양 공고를 거쳐 분양신청을 접수하고 있으며 도내 15개 업체를 비롯해 경기도, 서울·인천·충북 지역 등에서 27개 기업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71) 높아지는 명분론,어정쩡한 방어대책

    [병자호란 다시 읽기] (71) 높아지는 명분론,어정쩡한 방어대책

    몽골 버일러들을 이끌고 왔던 용골대 일행이 도주하고, 청과 관계를 끊겠다는 인조의 유시문마저 용골대 일행에게 빼앗긴 뒤 조선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나덕헌과 이확이 홍타이지에게 배례(拜禮)를 거부하여 청을 자극했다는 소식까지 날아들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커졌다. 빨리 방어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묘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어져온 ‘10년의 평화’에 익숙했던 조정이었다. 급작스럽게 내놓은 방어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빚어졌다. ●“나덕헌과 이확의 목을 쳐라” 홍타이지의 즉위식장에서 나덕헌과 이확이 보였던 행동은 어쨌든 대단한 것이었다. 나만갑(羅萬甲)의 ‘병자록(丙子錄)’에 따르면, 나덕헌 등이 무릎을 꿇지 않고 버티자 격분한 청나라 관원들은 두 사람을 마구 구타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머리 숙이기를 끝내 거부하자 식장에 있던 한인(漢人) 신료들 가운데는 부끄러워 눈물을 보이는 자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청실록’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나덕헌과 이확의 행동이 안팎으로 충격을 주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나덕헌과 이확은 심양을 떠나 서울로 향할 때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오랑캐‘ 홍타이지의 즉위식장에서 목숨을 걸고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과연 조선 조정의 신료들이 자신들이 보였던 ‘기상’과 ‘절개’를 곧이곧대로 믿어 줄지 의문이었다. 그들은 더욱이 홍타이지에게서 받은 국서까지 휴대하고 있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홍타이지의 국서는 조선을 맹렬히 비난하고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협박,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국서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조정의 명분론자들로부터 어떤 비판이 날아올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나덕헌과 이확은 결국 귀국 길에 만주 통원보(通遠堡)란 곳에 이르러 홍타이지가 준 국서를 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보자기에 싸서 머물던 숙소에 몰래 던져 놓고, 대신 내용을 등사하여 조정에 올렸다. 이들이 의주에 도착하자 당장 평안감사 홍명구(洪命耉)가 상소했다. 그는 홍타이지의 국서 내용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여 통곡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덕헌 등이, 참람하고 말도 되지 않는 오랑캐의 서신을 받은 즉시 던져 버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빨리 나덕헌과 이확의 목을 베어 그것을 홍타이지에게 보여 주라고 촉구했다. 추상(秋霜) 같은 일갈(一喝)이었다. ●명분론이 높아지고,決戰論이 대두하다 홍명구의 상소를 통해 홍타이지가 보낸 국서의 내용이 알려지자 조정은 다시 들끓었다. 비변사 신료들도 나덕헌과 이확이 자결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그들이 통원보에 이르러서야 국서를 몰래 버리는 바람에 홍타이지에게 ‘조선 사신이 국서를 기꺼이 받아갔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고 통박했다. 조정의 분위기를 보면 두 사람은 이제 자결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덕헌과 이확을 성토하는 조정 신료들의 명분론은 극에 이르렀다.‘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의 국서를 받고서도 멀쩡하게 가지고 돌아온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덕헌과 이확은 결국 평안도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비변사는 통원보의 청나라 관리에게 나덕헌 등의 명의로 서신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나덕헌 등이 홍타이지가 보낸 국서를 중도에서 뜯어 보고 버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 주자는 것이었다. 대사성(大司成) 이식(李植)이 붓을 들었다. 이식이 쓴 국서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우리들은 귀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졸지에 갖은 곤욕을 다 당했다. 우리가 귀국하려 할 때 굳게 봉함된 국서를 받았다. 우리는 전례에 따라 뜯어 보려 했지만, 용골대와 마부대가 방해하여 그럴 수 없었다. 결국 한참 말을 달려 중도에 이르러 뜯어 보니 서면(書面)의 칭호와 말미에 찍힌 인문(印文)이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또 우리나라를 ‘이국(爾國)’ 운운하며 공경하기는커녕 노예처럼 여기고 있었다. 조선의 신하된 도리 상 차마 볼 수 없어 통원보에 이르러 숙소의 잡물 속에 던져 놓고 왔다. 원컨대 그 것을 가져다가 홍타이지 한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요컨대 조선은 이식이 쓴 국서를 통해 홍타이지가 칭제건원(稱帝建元)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던 셈이다. ‘황제’ 홍타이지와 ‘제국’ 청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못을 박은 이상 이제 전쟁을 준비해야 했다. 이미 용골대 일행이 도주했던 직후부터 청의 침략에 대비한 대책들은 쏟아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했던 사람은 단연 부제학 정온(鄭蘊)이었다. 그는 용골대 등이 도주한 직후 올린 상소에서, 원수(元帥)를 선발해 보내고 빨리 압록강을 방어할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인조에게 개성까지 나아가 신료들을 독려하고 군율(軍律)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록강을 방어하고 개성으로 진주(進駐)하라? 여차하면 조정을 강화도로 옮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다른 신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이었다. 정온은 그러면서 인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진정으로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반정공신들이 거느린 정예병들을 원수에게 배속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는 온 나라의 정예병과 무사가 전부 반정공신들 휘하에 배속되어, 평소에는 그들의 농장(農莊)을 관리하다가 유사시에는 호위(扈衛)를 핑계로 편안함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정묘호란 당시에도 멀쩡한 정예병들이 적과 싸움은 포기한 채 강화도에 머물면서 ‘내란이 있을까 걱정스럽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헌부 관원들도 정온과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정예병이란 정예병은 모두 반정공신 휘하 군관들에게 사병(私兵)처럼 편제되어 있는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정쩡한 인조의 태도 정온과 사헌부 신료들의 주장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훈신(勳臣)들이 ‘호위’를 핑계로 정예병을 사병처럼 틀어 쥐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실제 당시 평안병사 유림(柳琳)이 금군(禁軍) 가운데 10명을 데려가 군관으로 삼으려 했는데 호위청(扈衛廳)에서 거부하여 문제가 되었다. 사간원 신료들은 “변방 방어가 충실하면 서울이 편안해지고 서울이 편안하면 굳이 호위하는 무사가 많을 필요가 없다.”며 호위청 군관 가운데 500∼600인을 뽑아 변방으로 내려 보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인조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마뜩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호위하는데 중요한 훈련도감이나 어영청 병력을 덜어 내자는 주장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개성으로 전진하고 정예병을 과감하게 내어 주라.’는 정온의 요청에 대해 “그대의 차자(箚子) 내용이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또 사간원 신료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연소한 대간들이 사체도 모르면서 군사와 군량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가 엄청난 위기 상황이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인조는 여전히 안이했다. 강화도로 들어가, 수많은 정예병들을 시켜 자신의 주변을 호위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병자호란 직전 인조는 분명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636년 4월25일, 스스로를 통렬히 비판하는 하교를 내렸다.‘내가 용렬하여 시비(是非)를 분별하지 못했고, 게으른 데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에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이제 노력하겠으니 모든 신료들도 난국을 타개하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눈물겨운 호소였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인조는 병자호란 직전 ‘오랑캐와 일전을 불사하자.’는 명분론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실제로 ‘일전을 불사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했던 정온 같은 신하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조의 책임은 컸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정종욱 월드포커스] 깐깐한 상호주의와 적극적 대화정책

    [정종욱 월드포커스] 깐깐한 상호주의와 적극적 대화정책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며칠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적극적 대화정책이라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고 이것이 우리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취지였다. 이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미묘한 변화를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깐깐한 상호주의가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였다. 북한과의 대화에 지장이 되더라도 따질 건 따지고 북한이 얼굴을 붉혀도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겠다는 입장이었다. 말하자면 시시비비의 태도였다. 작년 10월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바로 그랬다. 그런 정책이 이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상호주의를 포기하고 일방주의로 선회한 것은 아니지만 깐깐한 대북정책(tough engagement)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 대화정책(positive engagement)으로 선회하는 전략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전략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급변하는 동북아의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우선 북핵문제가 그렇다. 신고에 대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의 명단에서 빠지게 될 가능성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부시와 함께 밤새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도록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던 김정일의 숙원이 올여름이 가기 전에 이루어질 수도 있게 되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의 명단에서 빠지면서 벌어질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되는 기막힌 장면은 그것이 비록 연출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외교적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검증과 폐쇄와 같은 까다롭고 험난한 문제가 남아있다 해도 북한은 이미 핵문제에 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되는 셈이다. 미국도 이런 결과를 바라고 있다.8년 내내 이라크 전쟁의 악몽에 시달려온 부시 대통령에게 임기 말을 멋있게 장식할 수 있는 더할 수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부시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성공시킨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뿐 아니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는 눈을 녹이고 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후쿠다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며칠 전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으로 따뜻한 봄나들이(暖春之旅)를 했다. 전략적 호혜관계를 목표로 내걸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유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직 얼음이 녹고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주변의 역학구도가 새로운 질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반드시 나쁠 것은 없다. 북·미관계 개선은 결국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를 떠나 북·미관계의 개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북·미화해에 불안해하고 초조해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적어도 북·미관계의 악화나 중·일관계의 후퇴는 아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냉전적 사고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주변의 변화가 가져올 전략적 기회를 우리가 대담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로서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가 된다고 해서 한·미 동맹에 무슨 큰 구멍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를 수 있다. 우리 스스로를 냉전적 사고의 틀 속에 묶어놓고 선택의 여지를 좁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실용주의 외교의 핵심이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 Local] 전주, 한방휴양마을 조성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아중저수지 일대에 한방휴양마을과 레저스포츠 시설이 들어선다.12일 전주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중저수지 일대에 국·도·시비와 민자 등 총 250억원을 들여 한방 휴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는 아토피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방마을, 한방 찜질방, 약초 테마공원 등 한방휴양마을과 자전거도로, 등산 및 산책로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 시설, 전망대, 생태습지 등이 조성된다. 또 저수지 주변에는 시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쌈지 공원도 만든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 동부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해 아중저수지 일대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방형 휴양지로 개발하기로 했다.”며 “아중저수지 일대가 한방휴양지로 개발되면 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광우병 논란,먹거리 고민 계기로 삼자/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옴부즈맨 칼럼] 광우병 논란,먹거리 고민 계기로 삼자/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10대들에 이어 어린 자식을 둔 부모 세대들이 연일 청계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집회가 시작된 지도 벌써 열흘째다. 근 5년 만에 거리의 정치가 돌아왔다.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바다 건너 현지인들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도 전달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복해서 싣기에 바쁘다. 더 나아가서는 집회의 배후세력을 지목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키려고 시도한다. 보수언론이 지목하는 배후세력의 활동을 막고자 한다면 사람들 간의 대화를 완전히 틀어막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보통 사람 여럿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똑똑한 한 사람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지하는 기본 아이디어다.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딱지를 붙여 대화 자체를 막으려는 보수언론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닫으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집회현장에서는 보수일간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신문의 광우병 집회에 대한 보도는 보수언론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보다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동시에 판단을 위한 소스를 제공한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 편의 의견만을 싣지도 않았다. 5월10일자 4면의 ‘광우병 괴담 5가지 오해와 진실’ 기사는 대표적이다. 특히나 이 기사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하면서도 어설픈 양비론으로 빠지기보다는 어느 쪽의 이야기가 보다 설득력이 있는지를 지적해 주어 좋았다. 광우병의 위험 가능성을 지적하는 기사의 내용은 서울신문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광우병 협상 과정의 시시비비는 어느 정도 가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건강이, 더 나아가서는 목숨이 걸린 협상에 예의 그 경제적 국익의 논리를 바탕삼아 소홀하게 임했던 정부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협상 개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며, 책임자에 대한 문책 역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주요 요인이 정부의 불성실한 협상태도였음은 물론이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또 한가지 있다. 지난 3월 GM(유전자변형) 작물이 대규모로 입항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높지 않다. 엄청난 양의 농약을 뿌려서 재배하는 공장형 농업생산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GM작물이 일반작물에 비해 생산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공장형 농업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소가 빨리 자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몸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먹거리 생산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 공업 생산의 논리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광우병 역시 양적인 의미의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노린 사육관행이 낳은 비극이 아니던가. 만약 우리가 평소에 먹거리에 대해 높은 수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과연 정부가 지금과 같은 어이없는 협상을 그리도 쉽게 맺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자문해보아야 하지 않을까.GM곡물 수입과 광우병 논란에 때맞춰 내보낸 5월5일자 ‘석학 리프킨에 들어본 쇠고기 ‘GM개방’ 기사를 보면 다행히도 서울신문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광우병 협상 사태가 일단락되면 우리는 이를 계기로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자리의 한 쪽에 서울신문이 끈질기게 서 있어 주기를 바란다.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 체육대회로 튄 AI 불똥

    체육대회로 튄 AI 불똥

    전국적인 확산 추세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공식행사로 불똥이 튀면서 각 지역의 행사 일정에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전북도는 대규모 생활체육대회를 1개월 연기했고, 경북도는 눈앞에 다가온 도민체전의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올해 경북도민체전을 개최하는 영천시는 대회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여서 대회가 연기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가 더 확산되면 이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비슷한 사례 늘어날 듯 7일 전북도와 경북도에 따르면 전북도는 지난 11일 군산시에서 도내 생활체육인 등 5000∼6000여명이 참석하는 도지사배 생활체육대회를 6월21일로 연기했다. 이는 지난 4월1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 계속 확산되면서 예방 및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14∼17일 4일간 영천 등지에서 열릴 예정인 300만 도민의 한마당 축제인 ‘제46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개최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도는 이와 관련, 조만간 축산 및 보건 당국, 도교육청 등과 함께 관계 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도민체전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영천의 한 농원에서 기르던 닭이 도내에서 첫 집단 폐사한 이후 조류인플루엔자가 도내 다른 시·군으로 계속 확산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도내의 조류인플루엔자 집단 폐사는 지금까지 13개 시·군에서 35건으로 신고됐다. 지난 1일 영천,6일 영천·경산·경주 등 도내 3개 지역 농가 등의 닭 폐사 원인이 고병원성으로 판명됐으며, 관련 바이러스(H5)가 검출됐다. ●준비 거의 마친 영천 울상 특히 도는 체전 주경기장인 영천시민운동장과 지난달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천 농원의 거리가 불과 1㎞도 되지 않아 자칫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김관용 경북지사(경북도체육회장)가 12일까지 일정으로 해외 투자유치 활동 중이어서 최종 결정을 내기는 어렵지만 관련 기관·단체가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천시는 최근까지 총 174억원(시비 104억, 도비 70억원)을 투입, 주경기장인 영천시민운동장과 보조 경기장 개선 및 주변 정비작업을 벌이는 등 행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 체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영천시내 곳곳에 대회 관련 각종 홍보물을 설치하는 한편 분야별 4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해 지난달 30일 발대식을 가졌다. 특히 시는 개막식 당일 2만여명의 인원이 몰릴 것에 대비, 금호강 둔치 등지에 3000대 수용규모의 주차장을 확보했고, 개·폐회식 땐 차량 2부제 및 초·중·고 수업시간 조정 등 교통대책을 마련했다. 도내 시·군 선수단 1만여명이 예약을 마친 영천을 비롯해 인근 하양·안강 등지의 100여 숙박업소에도 체전 개최 여부를 연일 문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대회보다 확산 방지 중요” 경북도 관계자는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 비상상황으로 예방 및 확산 방지에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조류인플루엔자가 진정 국면을 보이지 않으면 도민체전을 미루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민체전은 대표 선수 선발 때문에 10월 전국체전 이전에 개최해야 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친일 규명은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신경림 누항 나들이] 친일 규명은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초등학교 시절 ‘사슬이 풀린 뒤’라는 논픽션을 읽고 크게 감동한 일이 있다. 저자 오기영은 당시 서울신문 기자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회주의자인 형은 항일투쟁으로 투옥되었다가 폐결핵으로 석방되지만, 끝내 병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죽는다. 그 과정에서 그를 헌신적으로 돌본 것은 의사인 그의 아내인데, 그녀 역시 시숙으로부터 감염된 폐결핵으로 죽고 만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오기영 자신은 일제말까지 신문기자로 일했으니 어떤 기준으로 보면 분명 친일파다. 그때까지 발행이 가능했던 신문은 총독부 기관지나 일제에 협력하는 신문 이외에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의 기자 일은 항일투사인 형과 그 동지들을 보호하고 그 열렬한 후원자인 아내를 돕는 데 물질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 다행히 그는 월북함으로써 요즘의 친일파 논쟁에서 비켜 설 수 있었지만, 남한에 살아 남았더라면 그 역시 친일파라는 수모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연 이 단죄를 옳다고 볼 수 있을까. “멀리 조국의 사직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의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울릉도’)하고 노래한 청마 유치환 시인은,“오늘 쌀값은 인민의 모가지를 천장에 달아매고/ 나라의 앞날은 안팎으로 어둡기만 하나니.”(‘개헌안 시비’)하고 시와 실천을 통해서 이승만 정권에 저항한 몇 안 되는 시인의 하나다. 비록 결정이 유보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시인조차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행위,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증거를 들어 단죄대에 세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의 형인 극작가 유치진의 명백한 친일행태에 연좌된 성격이 강하지만, 형제가 같은 길을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우리가 여태까지 보아온 삶의 모습이다. 무용가 최승희의 경우도 그렇다. 일제시대 전기간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그만큼 크게 높여준 사람이 또 누가 있는가. 그 점에 있어 그는 손기정과 더불어 어느 독립투사 못지않게 우리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큰일을 한 사람이다. 그의 예술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당시 나라를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로서는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는 일제당국의 협조나 양해가 필요했을 터이다. 일제에 대한 협력 없이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친일로 몬다는 것은 일본 선수단에 포함되어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뛴 손기정 선수에 대한 모독도 된다. 물론 미당 서정주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분명한 친일작품을 남겼고, 그 질이나 양에 있어 쉽게 용납이 안 된다. 그렇지만 그가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등 적극적 친일행위자와 동급으로 취급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친일행위나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고 행한 몰지각한 친일행위가 1937년에 이미 “시국은 중대하다. 일본인 조선인의 완전한 결합만이 이것을 감당할 것이다.”(최남선 ‘松漠燕雲錄’)라고 한 확신적 친일행위와 어떻게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미당의 시는 우리 시의 최고 수준을 이루고 있으며 그가 우리말에 끼친 영향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그의 친일행태와 구별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친일행태를 이유로 그를 우리 시문학사에서 제외한다면 우리 시문학사는 가난을 면치 못한다. 친일 행위를 덮어 놓고 용서하고 우물쭈물 덮자는 데 나는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친일규명에는 포지티브한 자세가 필요하다. 무언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생산적이고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지 부정적 자학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산 선인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도 있어야 하리라.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한 것은 북쪽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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