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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돌아온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디에고 마라도나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에고 마라도나! 이렇게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월드 스타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마라도나는 ‘살아 있는 신’이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마라도나교’를 만들어 그의 형상을 딴 신물을 만들어 기도를 하고 찬송을 한다. 우리에게는 마라도나가 현역 시절에는 잘 뛰었을지 몰라도 체중 조절도 못하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입원도 하고 관중석에 앉아서 신경질적으로 팔이나 휘두르는 성질 급한 중년 사내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마라도나는 그저 잘 뛰는 축구 선수 이상의 존재이다. 70~80년대 아르헨티나는 여러모로 힘겨운 사정이었다. 수십년 동안 군부 독재가 억압해왔고 경제 사정은 형편없었다.1978년에 월드컵을 개최해서 우승까지 했지만 편파 판정 시비와 심판 매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네덜란드의 대스타 요한 크루이프는 ‘독재 국가에서 공을 찰 수 없다.’며 대회 참가를 거부했다.80년대 초반에는 아르헨티나 축구가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체격 조건이 좋은 장신 선수 중심으로 유럽 축구를 지향했다.19세기 말에 독일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유럽식 장신 축구를 할 만한 선수층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연전연패를 할 뿐이었다. 독재 정치와 가난한 경제 사정만으로도 힘겨운데 대표팀 축구마저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당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진실로 벅차고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16살의 어린 소년이 대표팀에 발탁되어 경천동지할 사건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라도나가 바로 그 소년이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주류 사회를 형성한 독일계 이민자들이 아니라 기나긴 세월 동안 아르헨티나 역사를 살아온 원주민 혈통의 작고 다부진 체격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유전자 속에 내재된 축구의 열정으로 공을 찼다.168㎝의 마라도나는 전세계 축구팬들을 십수년 동안 열광시켰다. 그는 당시까지 유효했던 축구의 모든 조직력과 전술의 개념을 다 파괴해버렸다. 그는 축구라는 모든 요소를 가열하면 결국 `개인기´라는 최소 단위가 남는다는 것을 입증했던 위대한 선수다. 그가 대표팀 감독이 되어 세계 무대에 복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다. 만약 뉴욕 증시에 ‘세계 축구’라는 종목이 있다면 오늘 당장 상종가를 쳤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걱정한다. 그는 개성이 강한 ‘위대한’ 선수일 뿐 뛰어난 지도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작은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선수는 이러해야 하고, 지도자는 저러해야 하며, 협회는 또 그러해야 한다는 식의 제도와 관습이 있다. 마라도나는 그런 제도와 관습을 16살 때부터 부정하면서 컸다. 그는 축구 제도에 길들여지지 않은 유일한 야생마였다. 그는 결코 ‘착한’ 선수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점이 또한 그의 위대성을 말해준다. 그런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감독’ 마라도나가 되길 바란다. 거대한 구조에 길들여지는 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마라도나가 ‘뛰어난’ 선수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나아가는 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학술플러스] ‘서울, 북경 그리고… ’ 국제학술세미나

    ●한·중인문학회(회장 송현호 아주대 교수) 제21차 국제학술세미나가 ‘서울, 북경 그리고 상해’를 주제로 새달 1일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열린다. 강원대 유인순, 서울대 우한용, 강릉대 최병우, 서울대 방민호, 서경대 박윤우, 홍익대 김경혜, 이화여대 최형용,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 장호종, 중국 인민대 김성옥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 [이종현의 나이스샷] 스윙 연습도 좋지만 그린 규칙부터 배워라

    최근 기분 좋게 라운드를 하다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함께 코스를 돌던 A씨가 자신이 친 공이 벙커 신발 자국에 빠지자 드롭을 한 뒤 쳐냈다. 그러자 B씨가 벌타를 선언했고,A씨는 룰이 개정돼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항의했다.A씨는 한 프로골퍼를 통해 이 룰을 알게 돼 이를 그대로 적용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A씨는 필자에게 “대한골프협회(KGA) 운영위원이니 바뀐 ‘룰’을 알고 있을 것이 아니냐.”면서 “정확한 룰 해석을 요청할 테니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졸라댔다. 사실 필자 역시 벙커 안의 발자국에 들어간 공은 그대로 플레이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터라 KGA에 전화를 걸었다. 대답은 명쾌했다.“그렇잖아도 요즘 협회에 비슷한 내용의 문의가 많은데 룰은 바뀐 적이 없고 있는 그대로 쳐야 합니다.”A씨에게 협회의 결론을 전달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며 되레 “협회에 바뀐 룰을 알려줘야겠다.”고 흥분했다. 이번엔 필자의 경우. 후반홀 한 페어웨이에서 날린 공이 그만 벙커 옆으로 떨어져 고무래에 걸쳤다. 필자는 이를 치우려다 그만 공을 벙커에 빠뜨렸다. 이를 놓고 동반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필자는 공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나머지 세 명은 공이 굴러 떨어진 벙커에서 그대로 쳐야 한다고 완강하게 버텼다. 골프규칙 24조에 따르면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은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벌타 없이 공을 옮길 수 있다. 그런데도 “벙커에서 쳐야 한다.”는 다수의 강압적 의견 때문에 결국 잘못된 룰 적용을 해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골퍼들 사이에는 있지도 않은 룰이 규정집에 있는 것처럼 해석되고 적용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프로골퍼 사이에도 종종 룰을 어기는 경우도 나온다.OB 말뚝을 뽑고 친다거나 공이 벙커에 박혔을 때 ‘언플레이볼’을 선언한 뒤 두 클럽 이내에 드롭한다는 게 벙커 밖으로 드롭하는 바람에 벌타를 받거나 실격을 당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벙커 안의 언플레이볼은 반드시 벙커 안에서 드롭해야 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반대로 페어웨이에 박힌 볼을 구제받지 못하고 그대로 쳐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또 주말 골퍼들의 경우 그린에서 “공을 닦아달라.”며 캐디에게 공을 굴려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엄연히 그린 스피드 테스트에 해당돼 벌타가 적용된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는 골퍼들이 수두룩하다. 국내 골퍼 대다수는 연습장에서 자신의 스윙은 점검해도 룰 공부는 하지 않는다. 너무 잘 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위원들도 룰 판정을 할 때는 반드시 규정집을 들춘다. 그만큼 골프 룰은 어렵고 애매모호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룰이 맞다고 큰소리부터 낼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상황이면 규정집을 확인하는 한편, 협회 등에 자문해야 할 일이다. 잘못 알고 있는 룰 때문에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짜증으로 뒤범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yahoo.co.kr
  • [Local] 대구경북과기연 31일 기공

    구와 경북지역 과학기술 연구 및 개발의 거점이 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이 31일 기공식을 갖는다.DGIST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일대 34만 3000여m1/3 부지에 연건평 9만 9000m1/3 규모로 조성된다. 국비와 시비 등 2365억원이 투입돼 2010년까지 1단계,2015년까지 2단계로 나뉘어 완공될 예정이다.DGIST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전문연구소가 결합된 분산형 종합연구소로 건립된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경산 ‘삼성현공원’ 새달 착공

    예산확보 문제로 11년째 난항을 겪던 경북 경산시의 현안사업인 ‘삼성현(三聖賢·원효·설총·일연) 역사문화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경산시는 11월 남산면 인흥리 현지에서 최병국 시장을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장,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현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기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현 공원 조성 사업은 경산에서 출생하거나 자란 원효·설총·일연 등 삼성현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재조명하고 문화도시 경산의 이미지 부각을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2010년까지 남산 인흥리 산 7의3일대 부지 26만 4000㎡에 사업비 427억원(국비 143억, 지방비 284억원)을 들여 조성될 삼성현 공원에는 삼성현 문화관, 유물전시관, 이야기 정원, 조각원, 원효각, 설총각, 일연각 등이 들어선다. 또 국궁장과 산책로, 분수광장, 다목적운동장, 야생초화원, 휴게광장, 안내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된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까지 시비 126억원으로 공원 조성에 편입될 전체 부지 중 국·공유지 2만 4500㎡를 제외한 사유지 95%에 대해 보상을 마친 상태다. 국비 19억 5300만원도 확보했다. 또 최 시장이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수 차례 방문, 원활한 국비 지원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삼성현 공원 조성사업은 시가 지난 1997년 기본계획을 세워 추진에 나섰으나 그동안 국비 등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지지부진했었다. 최 시장은 “우리 민족사에 큰 업적을 남긴 삼성현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착공하게 됐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을 시가 하는 만큼 차질없는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2) 조선의 대표술집, 선술집과 색주가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2) 조선의 대표술집, 선술집과 색주가

    술은 유쾌한 것이다. 아마 인류의 발명품 중 최대의 발명품을 꼽으라면, 술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이런 술이니만큼 술에 대한 문헌은 적지 않다. 한데 여기에도 구멍은 있다. 술은 집에서도 마시지만, 대개는 술집에서 마신다. 술집은 오로지 술 마시는 데 집중하기 위한 음주의 전용공간인 것이다. 술집에 대한 문헌은 참으로 드물다. 우리가 만약 고려시대의 술집이나 조선시대의 술집에 대해 무언가 알고자 한다면,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신윤복의 ‘선술집’(그림1)과 같은 눈으로 술집을 보여주는 그림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조선시대 술집 그림으로 단 하나 남은 것이니,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어디 그림을 감상해 보자. 그림의 정중앙의 붉은 옷에다 노란 초립을 쓴 사내는 젓가락을 들고 무언가를 집으려 하고 있다. 이 사람은 별감이다. 별감은 전에 설명한 바 있는데, 액정서란 관청에 소속되어 궁중의 열쇠, 임금의 심부름 따위를 맡는 사람이다. 이들이 조선후기 기방의 운영자인 기부(妓夫)가 되고, 또 서울의 연예인과 유흥계를 장악한 사람이라는 것도 말한 바 있다. 별감이 술집에 나타난 것도 그들이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계통을 장악한 축이기 때문이다. 별감 옆에 사내 둘이 있는데, 이들의 복색만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림 맨 오른쪽의 사내는 약간 별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데, 이 사람은 의금부 나장이다. 이 사내가 걸치고 있는 검은 색 옷은 까치등거리 또는 더그레라고 하고, 쓰고 있는 뾰족한 모자는 깔때기라고 한다. 더그레와 깔때기는 오직 의금부 나장만이 입는 옷이다. 의금부는 왕명을 받아 형장(刑杖)을 써서 국사범을 문초하는 권력기관이었다. 나장은 다른 관청에도 물론 있지만, 의금부가 원래 권세 있는 곳이라, 의금부 나장만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별감을 위시한 다섯 사내는 모두 술을 마시러 온 술꾼들이다. 그런데 그림 맨 왼쪽의 맨상투 차림의 총각은 술꾼이 아니다. ‘중노미’라 부르는 술집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다. 술잔을 나르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하는 허드렛일을 한다. ●조선 정조시대 금주령 풀리자 술집 번창 이 술집 그림에서 희한한 것은 술을 따르는 주모만 앉아 있을 뿐, 아무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서 마시는 집을 선술집이라고 한다. 요즘 선술집이라면, 대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싼 술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선술집에서는 모두 서서 마시기에 선술집인 것이다. 조선시대 문화에 대해 해박했던 김화진 선생은 ‘한국의 풍토와 인물’이란 책에서 선술집에 대해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였다고 한다. 만약 앉아서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술꾼들이 “점잖은 여러 손님이 서서 마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주저앉았담. 그 발칙한 놈을 집어내라.”고 시비를 걸었고,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위 그림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선술집에서는 술 한 잔을 사면 안주 하나를 끼워준다. 요사이 술집은 술과 안주를 각각 셈하지만 조선시대 선술집은 술값에 안주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가 서산에 기울면 술꾼들은 목이 마르다. 선술집을 찾아 들면서 젓가락 통에서 젓가락을 집어 들고 너비아니·날돼지고기·삶은 돼지고기·편육 따위의 진안주를 집어 석쇠 위에 놓고 주모가 앉아 있는 목로 앞으로 와서 ‘두 잔 주어’ 하면, 주모는 술단지에서 국이(국자 비슷하게 생긴 것)로 잔수대로 떠서 양푼에 붓는다. 그리고 그 양푼을 물이 끓고 있는 솥에 넣어 찬기운을 없앤다. 냉기를 사라지게 한다고 하여 이것을 ‘거냉(去冷)’이라고 한다. 술값 계산은 술꾼이 잔을 입에서 뗄 때에 중노미가 안주접시를 목로에 놓으면서, “몇 잔 안주요.” 하고 잔 수를 계산해 준다. 이런 술집이 생긴 것은 조선조 정조 때부터다. 그 이전에도 술집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정조 때부터 생겼다고 하는 것은 왜인가. 정조 바로 앞의 임금인 영조는 1724년에 즉위하여 1776년까지 무려 53년 동안 왕위에 있었다. 올해가 2008년이니까 1956년부터 왕위에 있었다고 생각해 보라. 장구한 세월이 아닌가. 한데 반세기를 넘도록 영조가 양보 없이 지켜온 정책이 금주정책이었다. 아무도 반세기 동안 술을 마실 수 없었고, 술집은 모두 문을 닫아야했다. 이 혹독한 금주령은 정조가 왕이 되면서 비로소 풀렸고, 서울 시내에 술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것이니, 선술집 역시 정조 시대 이후 번창하게 된 것이다. 정조가 믿고 의지했던 좌의정 채제공은 이 술집의 번창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비록 수십 년 전의 일을 말하더라도, 술집의 술안주는 김치와 자반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백성의 습속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현방(懸房)의 쇠고기나 시전(市廛)의 생선은 태반이 술안주로 소비됩니다. 맛난 안주와 국이 술단지 사이에 어지러이 널려 있으니,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젊은 사람도 안주를 탐하느라, 삼삼오오 어울려 술을 사서 마시니, 이 때문에 빚을 지고 자신을 망치는 자가 부지기수입니다. 시전의 반찬거리의 값이 날이 갈수록 뛰어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술집에서 안주를 경쟁하듯 개발하여 내 놓는 바람에 시전에서 파는 쇠고기와 생선의 태반이 술안주가 되고, 술안주를 탐하느라 젊은이들이 빚을 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정조 시대 술집의 성황을 알 만하다. 술집은 선술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외주점이란 것도 있었다. 이 술집은 술손님이 찾아가면 주인 여자는 손님을 직접 만나지 않고, 말로 주문을 하고 술상을 내보내고 하여 주인과 손님이 내외를 하기에 ‘내외주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선술집보다는 조금 고급한 집이다. ●색주가는 손님들에게 바가지 씌우기 일쑤 이보다 낮은 수준의 술집이 있는데, 색주가(色酒家)가 그것이다. 색주가는 여자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아양을 떨고 술을 파는 곳이다. 그림(2)는 김준근의 ‘색주가 모양’이다. 술상 앞에 짧은 갓을 쓴 남자 셋이 앉아 있고, 젊은 여자가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이 그림만으로는 색주가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그림에 ‘색주가 모양’이라는 제목이 없다면 색주가인지 아닌지 모를 것이다. 색주가의 여자는 기생이 아니다. 기생은 기방에 있는 법이고, 기방은 제일 고급 술집이었다. 기생은 가곡이나 시조를 부르지만, 색주가의 여자는 오직 잡가만 부른다. 색주가는 여자가 있다 뿐이지 안주도 술도 맛없는 곳으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색주가는 홍제원에 집단적으로 있었고, 뒤에 이것을 본떠 남대문 밖 잰배(紫巖)와 서울 파고다 공원 뒤와 동구안(授恩洞) 서편 뒷골목에 집단으로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잰배 등의 곳은 언제 생겼는지는 미상이다. 김화진에 의하면, 색주가는 밖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색주가의 문 앞에는 술을 거르는 도구인 용수에 갓모(비가 올 때 갓 위에 걸어 쓰는 모자)를 씌워 긴 나무에 꽂아 세우고, 그 옆에 자그마한 등을 달아놓는다. 낮에는 나무에 용수 씌운 것으로 표시를 한다. 집집이 긴 나무를 세운 것과 등불을 꽂아두었으니, 색주가가 있는 동네는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동네가 되었던 것이다. 해가 지고 거리에 등불이 하나 둘 켜지면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이 나와서 잡가를 부르면서 지나는 행인을 붙잡는다. “이 집은 술맛도 좋고 색시도 예쁘니 한 잔 잡숫고 가시지요.” 하기도 하고, 혹 손을 끌어 잡기도 하였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알리라. 이 풍경은 불과 십 수 년 전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밤에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없어져서 아쉽냐고? 아니, 그 여성들의 신산(辛酸)했을 삶을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Local] 속초, 생활쓰레기 원스톱 처리

    “생활 쓰레기를 한자리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처리해 드립니다.”강원 속초시가 발생하는 모든 생활쓰레기를 재활용부터 소각 후 최종 매립까지 한 구역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23일 속초시에 따르면 29일 대포동 위생매립장 소각시설과 재활용 선별시설, 쓰레기 건조설비를 갖춘 환경자원사업소 기공식을 갖는다. 이곳에는 쓰레기 위생매립·첨단소각·재활용 선별시설 조성사업 벨트화를 통한 친환경적인 폐기물 종합처리시스템을 구축, 한자리에서 모든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다. 오는 2010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조성사업에는 국비·도비·시비 등 모두 298억1400만원이 투입된다. 위생매립장은 대포동 일대 10만 6609㎡의 부지에 건설되며 매립면적은 7만㎡ 규모다. 인근에 들어설 첨단소각시설은 하루 처리용량 80t 규모로 건설된다. 속초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입원해 국감 피한 孔교육감에 “차라리 떠나라”

    입원해 국감 피한 孔교육감에 “차라리 떠나라”

    입시학원장에게서 선거 비용을 받았는가 하면, 국제중 허가 문제와 특혜지원 시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24일 지병을 내세워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공 교육감이 “혈당 수치가 높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네티즌들은 “국감에도 못 나올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최종 국정감사는 ‘공정택 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 교육감에 대한 강도높은 질의가 예고됐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그동안 불거진 선거비 등 공 교육감 관련 의혹 외에 “공 교육감이 친척에게 학교건설 수주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며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별러왔었다. 안 의원은 공 교육감의 재직 시기인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사립 중·고교에 지원한 1억원 이상 공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3년간 S학원이 소유한 S중·고교에 총 50여억원의 공사비가 지원됐다고 밝혔다. S학원의 장모 이사는 공 교육감에게 선거비용으로 3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S고교 지원은 시의회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 등 심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공 교육감과 대가성 관계를 연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식 보도”라며 “사립학교 환경개선 사업은 노후도에 따라 학교별 지원액이 차이날 수 수밖에 없어 지원액 총액을 학교수로 산술평균하여 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게다가 공 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UN 산하 세계평화교육자국제연합(IAEWP) 아카데미 평화상-교육노벨상’을 받았다고 수상경력을 홍보했으나 이 역시 상이 아니라 ‘인증서’란 주장이 제기됐다.  네티즌 ‘떡장수’는 “이봉화 전 차관은 불면증으로 정신병원 진단서를 첨부하고, 공정택 교육감은 당뇨로 아예 입원까지 해 버렸다.”며 “국감에서 증인 신청만 되면 병원 신세를 지니 참으로 나라꼴 잘 돌아간다.”고 한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기] 드라마 ‘맞짱’, 닮은꼴 성공? 아류작 실패? “이봉화 전 차관 ‘농지 원부’도 허위 신청” 전직 증권사 지점장 충고 “지금 바닥 아니다” “뇌물 돌려주면 무죄?” 孔교육감 사퇴요구 빗발 이번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종교편향?
  • 히잡 착용 거부한 여성장관 쿠웨이트 내각서 퇴출 위기

    쿠웨이트 여성들이 권리 신장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두 여성 장관이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릿수건)을 쓰지 않는 투쟁에 나섰다가 내각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말 총선 뒤 입각한 누리야 알 세비 교육장관과 무디 알 후마우드 개발장관이 그 장본인이다. 아시아뉴스와 쿠웨이트 일간 아라비아타임스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이들이 취임한 뒤 줄곧 시비에 휘말리다가 끝내 사임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두 여성 장관은 취임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은 지난 6월1일 의회로부터 경고를 받고 그동안 해임 위협에 시달려 왔다. 쿠웨이트 의회 법사위원회는 이날 누리야·무디 장관이 히잡을 쓰지 않아 헌법과 이슬람 법률을 어겼다며 불신임 투표에 회부했다. 법사위에선 7명의 위원 가운데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3명마저 두 여성 장관의 해임에 찬성하는 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65명으로 이루어진 본회의 회부가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쿠웨이트 의회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보수적인지 알 수 있다. 쿠웨이트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참정권을 법제화해 올해 처음 선거에 적용됐다. 시대변화에 따라 국민의 55.4%를 차지하는 여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장관에 앞서 마수마 알 무바라크 보건장관이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각료에 올랐으나 이슬람 강경파 남성이 지배한 의회에서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만장일치 배심원의 힘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무죄 평결이 상급심을 거쳐 처음으로 확정됐다. 올해부터 시행된 참여재판을 통해 유죄(일부 유죄 포함)가 확정된 피고인은 17명이 있었지만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폭행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참여재판을 받았던 유모(45)씨에 대한 무죄가 최근 확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해 9월 한 음식점의 개업식에 들렀다가 시비 끝에 다른 손님인 정모씨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정씨는 입원치료를 받다가 두개골 골절로 인한 심폐정지로 한 달 뒤 숨졌다. 지난 6월 유씨의 신청으로 이뤄진 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씨는 “정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때린 적이 없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넘어졌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정씨가 숨졌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이에 재판부도 ‘배심원 만장일치’의 판단을 받아들여 “정당방위로 인정된다.”고 무죄 판결했다. 참여재판이 적용되지 않는 항소심에서도 유씨의 정당방위가 인정돼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일반 시민들로 이뤄져 권고적 효력만 있는 배심원의 판단이, 해당 재판은 물론 법률전문가로 이뤄진 상급 법원에서도 인정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재판은 지난 2월 대구지법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 9월까지 160여 건이 신청됐다. 이 가운데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이 2건 있었다. 인천지법은 배심원단 평결에 따라 지난 3월 술을 마시다 말싸움을 한 친구의 가슴을 발로 차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43)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하고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원심을 깨고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춘천지법에서도 지난 6월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따르지 않고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모(34)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임씨는 술에 취해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31)씨와 다퉈 때렸을 뿐 돈 4만원은 빼앗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도 이를 받아들여 강도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44.7%가 참여재판 제도를 모르고 있고 참여재판 신청률이 8.2%에 불과해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8 美 대선] 파월 변수 지지율 격차 확대? 축소?

    [2008 美 대선] 파월 변수 지지율 격차 확대? 축소?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지지선언으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 는 대선을 2주가량 남겨놓고 천군만마를 얻었다. 파월과 20년 지기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미국의 정치분석가들은 파월 전 장관의 오바마 지지 선언으로 중도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과 무소속 부동층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인들로부터 존경받는 4성 장군 출신의 파월 전 장관의 오바마 지지는 퇴역 군인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의 선거전략가 사이에는 파월이 지지 선언을 한 시점과 중도 성향의 파월 전 장관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오바마를 지지한 이유가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파월은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 아래서 공화당이 지나치게 보수화한 점, 매케인이 경험 부족의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점, 매케인의 네거티브 선거전략과 경제위기 대응책의 일관성 부족 등을 오바마 지지 이유로 꼽았다. 파월이 제시한 이유들은 중도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고민하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알렉스 카스텔라노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파월은 오바마의 경험 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과 쿠키와도 같다.”면서 파월의 오바마 지지로 최고군통수권자로서의 오바마에 대한 경험부족과 자질시비는 잠잠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빅터 파지오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의 오바마 지지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 미키 에드워드는 파월의 오바마 지지선언 그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부의 매케인 캠프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대변한다는 반응도 다수였다. 노먼 오른스타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이번 선거를 마무리짓는 결정타”라고 평했다. 상당수 선거 전문가들은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선거를 2주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파월의 오바마 지지 뉴스가 사흘 동안만 이어져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는 이날 오전 즉시 파월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남은 유세기간은 물론 앞으로도 자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바마측은 파월 전 장관이 유세에 참여하길 희망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매케인측은 파월의 오바마 지지선언은 몇주전부터 예고돼 왔던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매케인은 이날 폭스뉴스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별로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나는 4명의 역대 국무장관과 200명의 군 장성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되받았다. kmkim@seoul.co.kr
  • [사설] 쌀 직불금, 국정조사 앞서 전수조사 철저히 하라

    쌀 직불금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제 이봉화 복지차관은 사의를 밝혔지만 사태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우선 여야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양측 모두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시점에서 할 일은 정확한 진상을 가리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은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직불금을 받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지금 농심(農心)은 화가 잔뜩 나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특히 정치인과 공직 인사들이 포함됐다니 국민들로서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진상을 철저히 가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은 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도 국정조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농민을 비롯해 국민들도 바라는 바다. 문제는 순서다. 여당은 전수(全數)조사를 한 뒤 국정조사를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바로 국정조사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각당의 유불리를 계산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이다. 우리는 국정조사에 앞서 전수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바로 국정조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감사원과 농림부 고위관계자도 증인으로 내세울 수 있다. 그 결과 소득이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여야간 입씨름만 벌이고 증인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 정쟁만 벌이다 진상규명은 뒷전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어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만났다. 정부측에서 진상을 우선 파악한 뒤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
  •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20 & 30] 당신의 ‘오피스 스파우즈’는 누구?

    직장인들에게는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토로하며 고민을 나눌 그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직장에선 이성 동료간 ‘이성적 감정’ 없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라고 불린다. 실제로 마음의 벗이 되는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2030 직장인들에게 그들의 사무실 배우자에 대해 들어봤다. ●사무실 내 나만의 구원투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양모(27·여)씨는 소설가 양귀자와 같은 훌륭한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2년간 계속된 백수생활은 그녀의 꿈을 앗아가버렸다. 취업으로 눈을 돌린 양씨. 기왕이면 글을 쓸 수 있는 홍보실이나 문화재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그 희망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양씨는 2년 전 가까스로 IT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문외한인 양씨의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매일 컴퓨터 언어, 코딩, 알고리즘 등 생소한 용어와 지식을 익혀야만 했다. 그런 그가 3년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선배이자 ‘오피스 허즈번드’인 김모(32)씨의 배려 덕분이다. 김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다 양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경력사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양씨가 계속 한직으로만 떠도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의 특별과외 교사를 자청하고 나섰다.6개월간의 과외로 양씨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IT업무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도 혼자 짤 수 있고, 일에 흥미도 갖게 됐다. 양씨는 “김씨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라면서 “사무실에서 만큼은 김씨가 남자친구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2년 4개월째 근무 중인 최모(31)씨는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한 ‘오피스 와이프’를 뒀다고 자부한다. 그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김모(24·여)씨. 최씨는 가끔 자신의 실제 부인보다 김씨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입사 초기 대졸 신입사원과 상고를 졸업한 계약직 경리사원으로 만났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뒤 서로 허물없이 고민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익숙지 않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두 사람은 어려운 부분들을 조금씩 도와주면서 우정을 키워 나갔다. 컴맹이었던 최씨는 외국 바이어 앞에서 진행할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책을 구입해 열심히 공부했다. 아무리 책을 봐도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최씨를 도와주지 않을 때 선뜻 구원의 손을 내밀어 준 게 김씨였다. 상고 출신의 김씨는 ‘컴퓨터 도사‘로 불릴 만큼 능숙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최씨는 김씨의 도움을 받아 만든 프레젠테이션으로 무사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김씨 또한 ‘오피스 허즈번드’인 최씨의 도움으로 매번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낸 김씨에게 부장이 외국 거래업체와 주고받는 서류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겼다. 영어사전과 한참을 씨름해도 짧은 영어 문장을 해석하기 힘든 김씨의 구원투수는 최씨였다. 영문과 출신의 그는 김씨가 하루종일 시간을 투자해도 불가능했던 영어 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해줬다. 김씨는 “오피스 허즈번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업무뿐 아니라 일상적인 고민, 갈등도 해결해주는 만능 카운슬러죠. 그가 없는 직장생활은 상상할 수 없어요.” ●꼴불견 상사 때문에 맺어진 오피스 스파우즈 부산의 한 은행에 근무 중인 성모(26·여)씨와 박모(27)씨는 둘 도 없는 직장 동료이자 ‘오피스 스파우즈’다. 올해 초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둘은 직장 선배들로부터 “서로 사귀는 사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친하다. 이들은 메신저와 전화로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 대화를 나눈다. 성씨는 “박씨와 이렇게 자주 연락한다는 것을 상사들이 알면 둘 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에 대한 불만과 상사들의 뒷담화가 둘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던 성씨에게 박씨가 “선배가 나무랄 땐 그냥 아무 대꾸하지 말고 ‘정말 내가 잘못했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표정만 지어주고 속으로는 ‘오늘 뭐 먹지?’ 이런 생각을 하라.”고 조언해줬다. 성씨는 이 방법을 터득한 후 신기하게도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됐다.“직장생활을 하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일을 누군가에게 믿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오피스 스파우즈는 그런 의미에서 2030 직장인들에겐 필수적인 존재랍니다.” 9급 공무원인 박모(27·여)씨의 오피스 와이프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 정모(29)씨다. 그들이 오피스 스파우즈의 인연을 맺은 데는 같은 부서의 괴팍한 성격의 50대 노총각 과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상사는 후배들의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어왔고, 후배들에게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도 시시각각 급변해 최악의 직장 상사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사 밑에서 잦은 업무보고와 야근 등의 스트레스를 받던 박씨와 정씨는 동기라는 이유만으로도 뭉칠 수 있었다. 한 번은 과장이 별다른 이유없이 시비를 걸며 박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부렸다. 이날 박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단 둘이 술을 마시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동기가 한 없이 고마웠다. 정씨도 가끔 과장의 부당한 행동에 화가날 때마다 오피스 와이프인 박씨와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의 여자친구보다 과장의 부당함을 잘 아는 박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박씨가 없었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지 막막해요. 가끔은 여자친구보다 더 저를 잘 이해해준다니까요. 이러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연인으로 발전할까봐 걱정이에요.” ●내 배우자와 더 친밀한 오피스 스파우즈 회계사인 정모(35)씨는 자신의 오피스 와이프 때문에 아내로부터 바람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정씨의 부인은 남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직장 여성동료와 장시간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부인은 남편이 다른 직장 동료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유독 그 여성동료만 칭찬하는 걸 의심했다. 정씨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내의 의심은 드라마 ‘사랑과 전쟁’ 수준으로 극에 달했다. 의부증에 시달리던 정씨는 특단의 조치로 부인에게 오피스 와이프인 유모(32·여)씨를 소개시켜줬다. 몇번의 만남 이후에야 부인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성적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업무적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오피스 스파우즈 관계란 걸 이해했다. 이후 몇번의 만남을 가진 부인과 유씨는 서로 취미와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때론 정씨의 회사 생활을 오피스와이프인 유씨가 부인에게 일일이 보고하기도 해 정씨가 곤란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정씨는 아내와 오피스와이프의 절친한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다.“아내가 오피스 와이프와의 관계를 이해해줘서 다행이에요. 직장내에선 오피스와 이프가 제겐 둘도 없는 벗이고 인생에 있어선 아내만큼 훌륭한 친구가 없답니다.” 인천의 무역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정모(35)씨는 요즘 회사 생활이 ‘옥살이’ 같다. 오피스 와이프인 직장 후배 이모(32·여)씨가 회사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기 때문이다. 정씨와 이씨는 대학 시절 둘도 없는 같은 과 선후배였다. 졸업 후 1년간 백수생활을 한 이씨는 정씨의 제안으로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게 됐다. 그 이후로 정씨와 이씨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 선후배 사이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특히 정씨는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아내와 동갑인 이씨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씨는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씨의 도움을 받으며 의지하게 됐다. 서로 잘 챙겨주다보니 정씨는 아내로부터 “유부남이 너무 여자 후배와 가깝게 지내는 거 아니냐.”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 이에 정씨는 이씨를 아내에게 소개시켜준 뒤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서로 동갑이라 편하게 지내더니 요즘은 나보다 더 가깝게 지내며 내 험담도 함께 늘어놓아요.”집에서는 아내 눈치, 회사에서는 오피스 와이프 눈치 보느라 행동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오피스 와이프가 아니라 정말 회사내에 와이프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가끔 갑갑하긴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와 후배가 있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요.” 황비웅 장형우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용어클릭 - 사무실 배우자(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 직장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다. 미국에서 생겨난 용어로 하위개념으로 오피스 와이프(사무실 부인·Office wife)와 오피스 허즈번드(사무실 남편·Office husband)가 있다. 미국의 한 온라인 백과사전(www.urbandictionary.com )에선 오피스 와이프에 대해 ‘직장에서 자주 접하는 이성 동료이며, 당신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은 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강남경찰서, 기업형 룸살롱에도 ‘性戰’ 칼날 주택금융公, 직원엔 펑펑 서민엔 찔끔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캐릭터뷰] 박철민이 말하는 ‘불광동 배용기’ 그리고 ‘배우 박철민’   기획재정부의 아고라 활동에 네티즌 ‘냉소’  
  • [공기업] 정부지분 ‘제값받기’ 난망 민영화 일정 연기 불가피

    [공기업] 정부지분 ‘제값받기’ 난망 민영화 일정 연기 불가피

    정부가 3차례에 걸친 공기업 선진화 계획 발표를 통해 38개 공공기관(지분 일부 매각 5개 포함)을 민영화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기업의 정부 보유주식 매각이 실행에 옮겨지게 됐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로 향후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지상 목표인 ‘제값 받기’가 가능하려면 많은 원매자들이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자금경색으로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졌고 일부 상장기업들은 증시 폭락으로 주가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민영화 대상기업의 선정과 추진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금융·기업은행 주가 반토막 정부가 확정한 민영화 대상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7곳을 비롯해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경북관광개발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안산도시개발, 인천종합에너지, 대한주택보증,88관광개발, 그랜드코리아레저, 농지개량, 한국기업데이타 등이다.‘민영화’라는 표현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우리금융지주, 서울보증보험, 대우증권,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팬택 등 공적자금 투입기업 14개도 포함돼 있다. 새 주인을 가리는 데 있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기관의 성격과 규모 등에서 단연 덩치가 큰 산업은행·기업은행 계열 7개 금융기관과 14개 공적자금 투입기업이다. 정부가 높은 매각가격을 기대하고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건설·하이닉스 매각 연기될 듯 정부 지분 72.97% 중 ‘51%+α’를 매각하려 했던 우리금융의 주가는 현재 1만원 수준으로 최근 1년 최고가(2만 2350원)의 절반도 안 된다. 기업은행 주가도 5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연말쯤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정부 보유지분을 팔려고 했지만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다. 금융 공기업 매각을 실무에서 이끌게 될 금융위원회는 현재의 금융·실물경제 여건상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나 국책은행을 제값 받고 팔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무작업 착수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매각가격의 문제 외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정부가 국책 금융기관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당초 추진일정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합 계획 수립이 연말로 미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불안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두 회사가 수행하는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책은행들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제 역할을 마무리할 때까지 민영화를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도 비슷한 사정에 놓였다. 주가급락으로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매각이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촉진과 효율화 등을 위해 정부가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되 지분이나 사업권을 팔기로 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도 자칫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했다가는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커졌다. ●대상기업 선정싸고 정치권 논란 대상기업 선정과 추진방식을 둘러싸고 해당 기업과 정치권 등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정부지분 일부매각과 신규사업 참여 제한이 결정된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정부의 구상이 난방가격 하락 등 별다른 실익도 없이 공연히 알짜배기 수익사업을 민간에 넘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주된 이슈로 다뤄졌다. 야당은 수익성 높은 공기업을 특정 해외자본에 넘겨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여당에서는 인천공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유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재정부 관계자는 “민영화가 아직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값을 받는다는 원칙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민영화 추진일정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X머스「이브」경찰서서 지낸 장로님

    A= 주태백이 교회 장로가 대낮부터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르다가 결국 「크리스머스·이브」를 경찰 보호실에서 지낸 이야기부터 엮어보지. 지난 24일 낮 S 교회 장로 C씨가 서대문 경찰서에끌려왔더군. 경찰 조서를 보았더니 이날 낮 1시부터 친구 5명과 어울려 신촌일대의 대폿집을 순례, 돌아가며 술내기를 했다는 거야. 마시고 마신 끝에 4차고 C씨가 『이번엔 내가 사지』하며 외상값이 잔뜩 밀려 있는 단골 대폿집으로 갔지. 얼마나 마셨던지 일행들이 혀가 말을 듣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을때 술취한 C씨가 옆에 있던 K씨에게 『오늘은 어떻게 해서라도 노랑이 자네 술 한잔 꼭 얻어 먹어야겠다』면서 시비를 건거야. 그래 두사람은 『어째서 내가 노랑이냐?』『왜 노랑이가 아니냐』 고 입씨름을 벌이다가 결국 C씨의 「라이트」가 K씨의 턱에 작열. 대폿집안은 한때 대 혼전이 벌어졌고 K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경찰 조서에서 밝혀졌지만 C씨는 목사도 없는 S교회에서 실직적인 책임자로 있었던것. C씨는 경찰에 끌려가서도 담당형사가 『성직자가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되겠느냐』고 타이르자 『그만 두었으면 그만 두었지 술을 못 끊겠다』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거야. 탈선 장로는 결국 경찰서 보호실서 구주를 맞이한 셈이지. [선데이서울 72년 1월 9일호 제5권 2호 통권 제 170호]
  •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국민 힘으로 세우자”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국민 힘으로 세우자”

    국채보상운동기념관(조감도)이 시민성금으로 건립된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뒤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가 캠페인을 적극 벌이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 국민이 금연 등을 통해 돈을 모아 국채 1300만원을 상환하려는 운동이 크게 일자 일제는 대한매일신보를 탄압, 국채보상운동을 중단시켰다. 사단법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산하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모금추진위원회(위원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장)는 15일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 발대식을 갖는다. 기념관을 짓는 데 드는 금액(총 67억원) 중 확보된 국·시비 40억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6억 8000만원을 내년 4월 말까지 국민성금을 통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진위원회는 대구은행(242-10-001012), 국민은행(616101-04-157106), 농협(150012-51-225134) 등에 개설된 계좌와 대구상공회의소 7층에 설치된 상설모금함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인다. 또 기관·단체·고액기부자·시민기부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눈 협조문을 기관·단체 등에 발송키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상공회의소에도 모금함을 보내 각 지역 시민단체와 연계해 운동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시민 모금창구 개설, 온라인 홍보 등을 할 방침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올해 말 착공해 2010년 초까지 대구시 중구 동인2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내에 연면적 1585㎡,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세워진다. 이 곳에는 기념전시실, 영상영사실, 체험기획실, 역사자료실, 학술연구소, 회의실, 국채보상운동연구소, 시민휴게실 등이 들어선다. 발대식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관·단체장과 시민들이 참석하며 국민성금 퍼포먼스 , 기부자 띠잇기, 홍등날리기, 사랑의 비둘기날리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남성희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채보상운동은 남자는 담배를 끊고 여자는 패물을 처분하면서까지 동참했다.”며 “기념관건립 운동에도 학생·시민 등 많은 사람이 참여해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립 로스쿨 전형료 ‘바가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송모(26)씨는 지난주 한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제출하면서 한숨만 쉬었다. 두 곳의 로스쿨을 복수 지원하는데 전형료로 각각 25만원씩 총 50만원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리트(LEET·법학적성시험)를 보기 위해 납부한 27만원과 토플 응시비용 17만원까지 합치면 원서 접수만을 위해 자그마치 94만원이 들었다.“로스쿨 등록금이 엄청나잖아요. 그래서 단과반 학원만 다니며 돈을 절약했는데 원서 접수에만 94만원이라니…. 로스쿨이 왜 ‘돈스쿨’인지 알겠더군요.” 로스쿨 원서접수가 지난 10일 마감된 가운데 ‘금값 전형료’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사립대의 경우 전형료가 17만∼25만원이다. 서울지역에서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의 전형료는 1인당 25만원을 받았다.서강대와 성균관대, 한국외대는 20만원, 고려대는 17만원이었다. 서울대는 7만원, 서울시립대는 10만원이었다. 연세대의 일반 대학원 석사과정의 전형료가 7만 5000원, 박사과정은 8만 5000원 선이고, 다른 대학교도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결국 사립대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전형료를 다른 일반 대학원 전형료보다 2배 이상 비싸게 받은 셈이다.수험생 김모(27)씨는 “같은 대학원인데 로스쿨만 왜 이렇게 폭리를 취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입학 첫 단추부터 돈을 챙기는 걸 보니 앞날이 더 걱정”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학 측은 전형과정에 사용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한다.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로스쿨은 전문 대학원으로 일반 대학원과 차이가 있다.”면서 “로스쿨은 서류, 논술, 면접 등 전형이 다양해 그 과정에 쏟아붓는 노력과 자원은 엄청나다.”고 해명했다. 수험생 김모(27·여)씨는 대학들이 20만∼25만원의 전형료를 받는데 대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학들이 ‘담합’했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전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대학들이 지금까지 로스쿨 과열 경쟁으로 인한 홍보비용을 수험생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꼴”이라면서 “공익을 우선해야 할 로스쿨이 입학 첫 관문부터 높은 전형료를 책정한 것은 수익을 우선시하는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008 국정감사] 또 국감 덮친 ‘政爭 먹구름’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일부 피감 기관장들을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일부 상임위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관련,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초강경 대응함으로써 제1야당으로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0일 오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집중 성토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국감 방해 행태를 방치한다면 최소한의 국감 존재 의의를 지켜낼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 폭행사건, 국감장 포박사건, 답변거부 사주사건에 대해 우리 당은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의 무력화를 시도하고자 정부와 여당이 한몸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전방위적인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전날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일어난 최철국 의원 봉변 사건에 대해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을 위증죄로 고발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이은재 의원을 국감 방해 건으로, 같은 당 성윤환 의원을 국감장에서의 성희롱 발언으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동생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쌀 직불금 관련 위증 혐의를 받고 있는 이봉화 차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키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움직임에 다른 야당들도 보조를 맞췄다. 이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 3당 대변인은 공동 성명을 내고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쟁 중단을 촉구하며 맞섰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국감방해를 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적반하장”이라며 “민주당은 이유가 되지 않는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갈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열린세상] 목사님과 스님의 아름다운 식탁/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세상] 목사님과 스님의 아름다운 식탁/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친구 중에 독실한 불교 신자가 있다.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산하여 대흥사에서 수도(법명 도석)를 할 만큼 독실하였다. 아버지는 대흥사와 20분 거리에 있는 해남 읍내 교회의 목사로 성직 중이었다. 스님이 되기 전부터 집엘 드나들었던 친구는 수도승이 되고도 교회의 옆 마당 옆에 자리한 사택을 자주 드나들며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갔다. 도회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나보다 목사인 아버지와 입산한 친구의 만남이 더 많아졌다. 어느 날은 아버님은 집사(성도)가정의 생일 점심 초대를 받고 교회 문을 나서고 있었다. 마침 친구 스님이 들어섰고. 어머니는 “대석아 우리 집사님 초대로 점심을 가는데 어쩌냐.” “아 그래요. 그럼 같이 가면 되지요.” 주저 없이 친구 스님은 도포자락을 날리며 성경찬송을 든 목사님 뒤를 따른다. 친구는 좀 유별나서 승복도 당시로서는 집시풍이었다. 잔뜩 기워서 만든 누더기 도포적삼인 것이다. 말하여 좀 튀는 스님의 모습이었다. 좁은 읍내에서 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목사님과 스님의 기이한 동행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조금도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사립문을 들어서자 이북이 고향인 집사님은 조금 이상한 눈초리다. 성경찬송을 든 목사님 옆에 잔뜩 기워 입은 기인 같은 스님이 묵주를 들고 대동하였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집사님이 준비한 식탁 앞에 앉았고 예배를 드리는 순서를 진행하였다. 스님은 조금도 어색함이 없이 옆 사람과 찬송가를 나란히 잡고 큰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초대받은 몇몇 교우들은 생소한 분위기에 예배보다는 스님의 태도에 시선이 가고 있었다.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이북에서 온 집사님답게 만둣국으로 점심을 대접하였다. 물론 목사님의 점심 감사기도를 드리는 순서도 있었다. 스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합장을 하고 기도를 하는 것이다. 만둣국을 맛있게 먹은 스님은 한 그릇을 더 주문하는 자연스러움도 보였다. 아니 귀여운 뻔뻔함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후 친구 스님은 어떤 연유로 절을 떠나 한사람의 신도로서 생활인이 되었다. 고향집에 가면 아버지는 친구의 안부를 제일 먼저 묻곤 하였다. 친구는 도회생활의 긴장을 풀고 싶었는지 몇 년 전부터 시골에 집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집을 보고 나더러 최종 봐달라고 부르기를 수차례 하였다. 어느 날은 포천의 호숫가에 집을 하나 보고는 날 불렀다. 두말없이 구입해도 좋겠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그림 같은 장소였다. 친구는 계약을 하면서 전 주인에게 친구 시인에게 글 쓰는 장소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고 수차례 말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목사아들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불교 신도이기도 한 전 주인은 도대체 그 친구 좀 보고 싶다하여 날 대동하고 전 집주인과 호숫가의 집에서 차를 나눈 적도 있었다. 친구는 말만이 아니었다. 집을 단장하면서 제일 먼저 앞마당에 내 시비부터 세우는 것이었다. 거실엔 내 시집은 물론 사진까지 가져다가 시인의 방처럼 꾸몄다. 겨울철에 가면 창가엔 쌀 접시가 항상 놓여 있다. 드나드는 겨울새들을 위한 식탁이다. 지난주엔 정원에 잔뜩 열린 머루를 보면서 “과실주를 담아야겠네.”하였다. 친구는 혼잣말처럼 “새들의 먹인데”하면서 과실주는 생각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말보다는 실천하는 그의 생활태도가 아름다워 보였다. 독실한 기독교인과 과거 스님 생활을 한 친구와 하룻밤을 지내면서 요즘 벌어지는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인 정국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식탁에 초대를 받고 시골 사립문 골목을 나란히 동행하는 목사님과 스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 [Local] 영천 영어타운 문 열어

    경북 영천시는 9일 시내 녹전동 옛 영북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영천 영어타운’을 개원했다고 밝혔다. 영어타운은 폐교된 학교 건물의 1층 교실을 활용해 만들어졌으며 생활영어 체험이 가능한 이민국, 호텔, 약국, 은행, 우체국, 식당, 백화점, 다목적실 등 11개 체험 부스가 마련돼 있다. 시와 영천시교육청은 앞으로 영어타운에서 영재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방학 영어캠프, 영어교사 직무연수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영어타운의 운영비 전액은 시비로 지원돼 수강생 부담은 전혀 없다.”면서 “내년에는 이 학교 2층 교실도 리모델링해 일반인에게도 교육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천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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