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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이념 실천하는 선비정신 피력/서건일편집국장 대통령 회견기

    ◎“사회 모든 계층을 통합 조화시키는 지도자 구실 다하겠다는 의지 확인” 청와대는 밝고 따뜻했다.11월 20일 우리나라 최고의 「권부」를 찾는다는 긴장감,그래서 딱딱하고 뭔가 짓눌릴 것만 같던 예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그것은 뜻밖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크고 화려하리라던 신축 본관은 무척이나 아담했고 그 안의 벽면을 가득채운 대동여지도,잘 그려진 한국화들은 마냥 풋풋한 정취를 담고 있었다.접견실은 2층에 있었고 50평 남짓했다.필자는 아무런 검색을 받지 않고 비표도 달지 않은 채 그곳에 이르렀다.참으로 변한것이 많구나 싶다.정각 상오11시. 『안녕하세요』 조용히 가라앉은 그러나 친숙감을 더해 주는 목소리.노태우대통령의 웃음 띤 모습이 다가왔다.필자는 문득 어질고 지식있는 큰 선비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사회 시대가 격변해감에 따라 언론사도 어려움이 많겠지요.국가이익과 목표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러면서 노대통령은 한 시대의 고뇌를 거르며 서울신문이 전향적 미래지향적 제작에 기울이고 있는 사명감과 주도적 역할에 대해 평가했다.시대변화에 맞춰 신문의 특성화,개성화도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를 반대하고 비판하면 좋은 것이고 정부가 하는 일을 지지하면 그른 것처럼 여기는 편견은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란 말도 했다. 대통령의 미소와 친근감에 대한 얘기가 동석한 정치부장(강수웅)에 의해 이어졌고 경제부장(장정행),사회1부장(이중호)에게도 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하문과 더불어 자신의 집념과 소신을 잔잔히 피력했다. 대통령은 줄곧 일본이 그처럼 경제를 발전시킨 역사적·문화적 배경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도 훨씬 더 잘될 수 있는 요인이 많은데도 왜 그렇지 못한가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대통령은 언젠가 일본의 역사소설가인 시바 료타로(사마료태낭)가 조선왕조가 일본의 막강했던 도쿠가와(덕천)시대보다 수백년간이나 더 오래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에 대해 물었을 때,기꺼이 「선비정신」이라고 대답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그것은 일본의 사무라이정신과는 사뭇 다른것으로 옳은 것을 밝히고지키며 실천하는 인격과 양심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그러한 선비가 관직에 올라 임금을 보필하고 은거해서는 서민대중들에게 도를 가르침으로써 위·아래로부터 존숭을 받았다. 말하자면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고 제시하는 주체로서 전통사회의 모든 계층을 통합 조화시키는 중심의 구실을 했기에 5백년 왕조의 역사는 가능했다는 것이었다.현대적 의미에서도 오늘날의 모든 지식인 사회지도자들이 시대사회의 가치와 도덕성을 개인 내면이나 사회질서 속에서 확립하는 원천으로서 「선비의 임무」를 다할 때 나라는 아무 탈없이 굳건하게 발전하게 될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였다. 『민주주의 하기가 어렵고 그 대가 또한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그렇지만 걱정만 하면 안됩니다.국민 모두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의식하고 의욕을 되살려 내야지요』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시키겠다는 원칙과 노력이 옳은 것이라면 자신은 끝까지 참고 나아갈 것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정확히 평가해 주리란 말을 잊지 않았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더이상 나빠지면 안된다는 기업인 근로자들의 상황인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이제 우리는 냉전체제의 와해와 더불어 분단의 고통을 극복해 나갈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상황변화를 향한 마지막 진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한 시대이념을 이끌어 가는 옛날의 선비,지성인의 구실을 다해줄 것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그렇게 말하는 대통령의 맑고 따뜻한 웃음을 보며 필자는 옛날의 한 큰 선비의 어질고 꿋꿋한 얼굴을 다시한번 떠올렸다.
  • 외언내언

    엑서더스(EXODUS). 사전의 풀이로는 「외출」 「출발」 등의 일상적 용어. 그러나 이 용어를 성서와 접목시키면 「유태민족의 대탈출」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심오한 종교적 의미를 갖게 된다. ◆기원전 586년,지금으로부터 2천5백여 년 전. 유태민족은 정복자 바빌로니아족에게 끌려 지금의 이집트 땅에 노예로 팔려간다. 당시 유태민족의 지도자는 모세. 이 사람이 60만명의 자기 동포를 이끌고 지옥의 땅 이집트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옛고향 가나안으로 탈출하는 파란만장한 고난의 발자취가 엑서더스이다. ◆엑서더스는 구약성서 「출애급기」에 한편의 대하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애급은 이집트의 한문표기. 유태인 노예를 끝까지 잡아두려는 애급왕을 응징하기 위해 하느님이 애급가정의 장남을 모조리 죽인 일,홍해가 앞을 가로막자 모세가 지팡이로 바다를 갈라버린 일,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일 등 구약의 대기적이 모두 엑서더스과정에서 펼쳐진다. ◆그런데 현대판 엑서더스가 지난 25일 에티오피아에서일어났다. 에티오피아반군이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 20㎞ 지점까지 육박해오자 이스라엘정부가 1만8천명의 유태인들을 이스라엘로 전격 공수한 것. 구약시대의 엑서더스가 수많은 기적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기민한 작전 외에는 기적이 없었고 2천5백년 전에는 40년이나 걸렸던 엑서더스가 하루도 안 되는 21시간 만에 끝나버린 것이 다를 뿐 현대판 유태인 대탈출도 엑서더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서 탈출한 유태인들이 흑인이라는 점은 특이하다. 「팔라샤」라고 불리는 이들 「검은 유태인」들은 솔로몬왕과 시바 여왕 사이에 태어난 메넬리크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고 또 이들은 원래 백인계였으나 수천 년간 에티오피아 풍토에 적응하면서 피부색이 검어졌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어쨌든 이스라엘의 엑서더스 작전으로 중동지역에 또 하나 분쟁요인이 생겨난 셈. 유태민족이 수천 년간 겪고 있는 고난의 역정이 참으로 기구하구나 하는 느낌도 들지만 피부색이야 어떻든 자기 민족을 「지옥」에서 재빨리 구해내는 그들의선민사상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 외언내언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중동의 아라비아반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은 중동유일의 친소 사회주의국가인 남예멘에 탈소 민주화개혁의 모래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마침내는 동ㆍ서독의 경우에서 보는 것과 같은 남ㆍ북예멘의 통일을 만들어내는 신통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동남단 홍해와 아라비아해에 면한 오늘의 남ㆍ북예멘 땅은 먼옛날 「아라비아 훼릭스」(행복의 아라비아)로 불리던 땅이며 기원전 10세기경에는 영화로도 소개된 「시바 여왕의 나라」로 번영을 누렸던 곳이다. 부족국가들의 상태에서 오스만 터키제국의 3백년 식민지 통치를 받았으며 1918년 북부예멘만이 절반의 독립을 했고 나머지가 또 하나의 해양식민제국주의로 등장한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67년에야 별도로 독립하면서 중동 유일의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한 것이 남예멘이다. ◆사막과 불모의 땅이 많은 지역이면서 열강의 식민지 수난을 거듭한 것은 아시아와 유럽ㆍ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남예멘이 아랍의 이슬람세계에어울리지 않게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한 것도 수에즈운하의 관문이라는 점등 지정학적 매력에 눈독을 들인 소 공산제국주의의 마수가 작용한 결과였다. ◆소련의 사회주의 실패와 민주화개혁은 결국 남예멘의 사회주의 고수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 독립이후 사회주의 경제 20년의 노력과 종주국 소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인 국민소득 4백30달러라는 아랍세계 최빈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실정. 종주국도 버린 「사회주의 고수」란 결국 「빈곤의 고수」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시바여왕시절의 영화를 되살릴 길은 「통일 예멘공화국」을 건설하는 길 뿐. 우여곡절끝에 통일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동구개혁풍이 휘몰아치던 작년 11월30일의 남ㆍ북예멘 정상회담때. 이때의 양국 정상선언이 인상적이다. 『통일의 달성을 위해서라면 현직에서 기꺼이 물러나겠다』­기득권 포기 선언이었다. 북한은 소련도 버린 김일성일가만 위한 공산주의를 언제까지 고수하며 민주화통일을 외면하려는가.
  • 남아공,인종차별 철폐 선언/「흑인에 참정권 부여」 조속 실현키로

    ◎클레르크대통령­만델라 회담 【케이프타운 AP 연합】 드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과 남아공의 백인정권에 대항하는 흑인 재야정치기구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2일 역사적인 첫 공식회담을 갖고 남아공의 흑백분리 인종차별정책을 포함,소수 백인지배체제의 철폐와 흑인들의 정치참여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진보적 민주정치체제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이날 회담이 개최된 케이프타운의 대통령관저 부속건물 앞에서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선 드 클레르크대통령과 만델라는 남아공정부와 ANC가 이번 회담에서 남아공의 2천8백만 다수 흑인들의 정치참여를 허용하는 전면적인 헌법협상을 조속히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라는 흑인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라 한시바삐 진전을 이룩하는 일이 사활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비인간적인 흑백분리 체제를 가능한 한 빨리 종식시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협력하는데 지장을 주는 장애물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드 클레르크대통령도 빠른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최근 몇달 사이에만도 수백명이 희생된 폭력사태를 종식시키는데 ANC가 협력해 줄 것과 모든 정당들이 평화를 되찾는 일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인종 갈등 종식”남아공 첫 흑백회담/백인정부­ANC대좌의 의미/“협상외엔 끝없는 분쟁뿐”공동인식/「불신의 벽」높아 완전성공은 미지수/“국제고립 탈피용” 정부의 개혁의지에 의문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소수 백인정부와 흑인들은 2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지를 향한 평화회담의 여정에 올랐다. 이 회담에서 확실한 것이라고는 앞으로 넘어야할 난관들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 뿐이다. 드 클레르크대통령이 이끄는 남아공 정부와 넬슨 만델라의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는 수십년간 계속된 인종간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남아공 사상 처음으로 평화회담에 들어 갔지만 그 어느 쪽도 이 회담이 무사히 성사될 것인지의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백인만으로 구성된 집권 국민당과 흑인의 대표적인 재야세력인 ANC가상호간의 적대행위를 일단 중단하고 회담에 임하게된 것은 피크 보타 외무장관이 지난 30일 경고한 것처럼 이번 회담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보다는 이 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강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타 외무는 『이것은 상처입은 사자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에 관한 아프리카 전래의 사냥 이야기와 유사한 것이다. 이 경우 정답은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이다. 그러나 만일 근처에 나무가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근처에 나무가 있기를 희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크 보타 외무장관은 협상 이외의 다른 선택은 백인과 흑인이 황폐해진 땅위에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끝없는 분쟁 뿐 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양대 정치세력이 이제 평화회담에 들어가고 있지만 소수분파들간의 싸움은 남아공 전역의 흑인 사회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다. 지난 2월 남아공정부가 대부분의 정치활동 규제를 해제한 이래 흑인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이 벌어져 5백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다시 찾은 정치적 자유를 행동에 옮기던 20여명의 흑인 반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시위대들이 백인경찰들의 발포에 의해 사살되었는가 하면 비상사태하에서 재판없이 수감되는 정치범들이 다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 불리는 3일간의 이번 평화회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3백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새 헌법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ANC는 정치범의 석방과 비상사태 관계법의 철폐를 본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ANC가 무장투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일반적으로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몇가지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소한 「회담을 위한 회담」을 더 많이 갖자는 합의에는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이들 분석가들은 남아공정부가 아파르헤이트 정책이 백인의 생존을 보장하는데 실패했으며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때 흑ㆍ백 양 인종들이 백여년의 세월동안 높아만 진 불신의 벽을 뛰어 넘어 서로 손을 맞잡고 화해하게 될 것이라는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측은 백인들의 생활양식 보다 나은 주택과 학교ㆍ병원 및 직장에 관한 헌법상의 보장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ANC는 남아공의 모든 체제를 개혁,그동안 백인 통치기간 중 흑인들을 소외시켰던 모든 권리들을 흑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아공정부가 외국의 경제제재 조치와 국제적인 고립상태에서 탈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인지,진심으로 개혁을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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