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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제 폐지’ 閣議부터 진통

    여성계와 유림이 강하게 맞서고 있는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민법 개정안은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됐으나 일부 국무위원들의 이의제기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심의를 다음 국무회의로 연기했다. 국무위원들은 호주제 폐지안에 대체로 동의했으나,국민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에서의 가족 개념 삭제와 이로 인해 여러 개별법이 제각각 가족 범위를 규정해야 하는 법적인 혼란을 집중 거론했다. 논쟁의 핵심은 삭제대상인 민법 779조로 호주의 배우자,혈족 등으로 규정된 가족의 범위 조항.정상명 법무차관이 개정안을 보고하자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민법은 각 개별법의 일반법인데 가족의 범위를 삭제하면 400여개 개별법에서 가족범위를 다시 정의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혼란이 있을 것”이라면서 “호주제가 없어지는 데 대한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도 “여성부와 복지부의 소관에서 각각 가족의 범위가 달라진다면 문제가 있다.”면서 “민법 어딘가에는 가족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가족이 혈족,혼인 등의 개념으로 대체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방어에 나섰으나,고건 총리는 “가족 개념과 혈족,혼인 개념은 별개 문제”라고 반론쪽을 거들면서 “가족개념을 민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 장관이 가족개념을 없앤 일본 민법 등 선진국의 입법사례와 함께 민법에 포괄적으로 가족개념을 규정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내용의 국내 전문가 연구결과를 소개했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고 총리가 “중요한 법안이니만큼 다음 국무회의 때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자”고 정리,논란을 마무리했다. 한편 국무회의 브리핑에서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장관들의 발언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축소 브리핑’을 해 상당한 빈축을 샀다. 조 처장은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다음주 국무회의로 심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이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총리와 여성부장관 외에 다른 장관들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장관들도 시간이 없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총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의해보자며 간단하게 마무리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간에 격론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되자 조 처장의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송고한 일부 방송,통신사의 항의가 잇따랐다.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처장의 이같은 언행은 가감없는 브리핑을 통해 국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정부의 ‘브리핑룸제’ 시행 취지를 무색케 했다.”고 비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파병반대’ 한총련 다시 거리로/경찰, 강경대응… 긴장 고조

    합법화 논의 등으로 한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라크 파병 논란을 계기로 다시 ‘거리’로 나서기로 하고,경찰은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총련,파병반대 활발한 움직임 한총련은 1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대학생들에게 ‘이라크 파병 결사저지를 위한 대의원 행동방침’을 내렸다.행동방침은 파병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파병을 반대하는 격문을 작성해 주요 거점에 붙이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파병반대를 주장하는 집회와 시위도 잇따라 열 예정이다. 한총련은 17일 ‘반(反) 한나라당 집중 실천 투쟁’에 이어 19일부터 명동 등 서울 도심에서 선전전을 펴기로 했다.25일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의 국민대회에도 적극 참여하고,27일로 예정된 황장엽씨의 미국 방문을 저지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황장엽 방미 저지 결사대’는 17일 결성식을 갖고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황씨가 출국하는27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다음달 1일을 ‘반미행동의 날’로 정해 용산 미8군기지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3일에는 ‘반미반전 평화수호를 위한 학생의 날 기념대회’를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열 예정이다. 다음달 민중대회와 농민대회 등 굵직한 집회·시위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국민적 관심사 기반으로 조직 활성화” 조직 재편과 강화를 위해 한동안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한총련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라크 파병이라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현 시점을 한총련이 ‘반미자주투쟁’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특히 한총련은 전투병 파병과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투표 논란,합법화 논의의 지지부진 등의 책임이 상당부분 한나라당에 있다고 판단,반 한나라당 활동에 힘을 쏟기로 했다.하지만 한총련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가능한 과격한 방법은 피할 방침이다. ●긴장하는 경찰 경찰은 10명 규모의 한총련 선봉대가 한나라당사나 소속 국회의원 자택,미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기습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입수,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경찰청은 해당 시설의 순찰을 강화하고 인력을 고정배치키로 했다.또 불법폭력 집회는 초반부터 강제 해산하고 성조기 등을 태우는 행위도 적극 차단하라고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장택동 이두걸기자 taecks@
  • 사우디 내정 변혁 움직임/사상 첫 대규모 시위

    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사우디 수도 리야드 중심부에서 14일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이날 시위는 사우디 정부가 건국 71년만에 첫 지방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일어난 것으로,최근 사우디 내부에서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지난달에도 약 300명이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사우디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14일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 수백명은 리야드의 번화가에 위치한 알 마믈라카 쇼핑몰 앞에 모여 정치·경제·행정 개혁을 요구했다.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약 50여명을 연행했다.시위는 런던에서 활동 중인 사우디 반정부 단체 이슬람개혁운동(MIRA)이 야당인사 구금에 항의한 데 동조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리야드 중심가에서 이같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다.사우디는 대중 시위를 불법화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시위는 사우디 정부가 1932년 건국 이후 최초로 지방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일어났다.앞서 13일 사우디 정부는 “선거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1년 안에 선거를 실시,14개 지방의회 의원의 절반을 뽑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의 이 조치는 9·11테러 이후 받아온 대내외적 개혁·개방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된다.미국 등 서방국가와 국내 진보세력들은 엄격한 와하비즘에 근거한 왕정체제가 9·11테러범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양산시켜왔다고 비난해왔다.그러나 사우디 정부의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여성에게 선거권을 허용하지 않고 지방의원의 절반만 선거로 뽑고 나머지는 예전처럼 정부가 임명하기 때문.진보세력들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시키려는 제스처라고 폄하하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태풍피해 한달 / (下)잇단 수해 태백시 철암동

    전국 수해지역의 응급복구는 마무리됐지만 1만 9839가구의 이재민들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5.4평짜리 ‘컨테이너 하우스’와 마을회관,경로당 등에서 올 겨울을 나야 할 딱한 처지다.강원도 정선군 북면 봉정리 등 6개 마을과 강릉시 옥계면 산3리 주민들이 그렇고,경남 마산시 진동면 장기마을 등 도내 173가구도 최소 5개월간 컨테이너에서 살아야 한다.경북도내 879가구 2000여명도 다가오는 추위가 걱정이다. 물난리를 이태 연거푸 겪은 국내 최대의 탄광촌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은 벌써 겨울이다.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 인구 2000여명,해발 600m의 회색빛 철암동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만큼이나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이제는 떠나고 싶다.철암동은 다 망했다.’는 등 곳곳에 나붙은 자극적인 문구의 플래카드는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 했다.탄광경기의 활황으로 한때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흥청대던 철암이 석탄산업 침체와 연이은 수해로 더 이상 회생의 기력마저 잃어버린것이다.열흘마다 서는 장날이면 외지 상인들까지 찾아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했지만 이제는 썰렁하기 그지 없다. 흙탕물과 쓰레기더미로 범벅이던 시장은 어느 정도 옛 모습을 찾았지만 시장통로 양쪽으로 올망졸망 자리잡은 40여곳의 점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영업을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았다. 수해 이후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점포들은 “지난해와 똑같은 물난리통에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가재도구 정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한결같은 말이다.그나마 문을 연 상가들도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손님이 없으니 상인들끼리 삼삼오오 연탄불가에 모여 당장 올 겨울 날 일이 걱정인 듯 한숨만 푹푹 내쉰다.시장통에서 13년째 순대국밥집(태성식당)을 운영중인 여효숙(52·여)씨는 “이제는 더 잃을 것도 없다.”며 “철암에 애정을 갖고 살았던 사람들도 수해를 겪고 난 뒤에는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에 대한 불만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시장통에서 어렵사리 만난 인근 동점동 주민 박응래(70·전 광원)씨는“50년 이상 철암과 동점을 오가며 살아왔지만 이렇게 쑥대밭이 된 적은 없었다.”며 “희망의 불씨조차 잃어버린 도시를 위해 이제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가 취재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김대근(72·전 시의원)씨는 “철암은 저녁이면 가로등만 껌벅일 뿐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죽어가는 도시”라면서 “행정당국이 앞장서 철암시장을 새로운 부지로 옮겨주고,집잃은 주민들을 위해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어 생계를 잇도록 해야 도시기능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말만 앞세우는 행정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는 없지만,없이 사는 사람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은 그래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뿐”이라며 “철암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시장 사람들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내내 귓가를 맴돈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 ■활기 되찾는 부산항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지 한 달이 지난 부산항은 거의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부두로인 우암로에는 각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도로가 혼잡했다.터미널 부두마다 오가는 차량들로 활기가 넘쳐보였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 6개(51개 선석)중 가장 피해가 컸던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도 정상화를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신감만부두는 하역과 선적작업에 사용되는 갠트리 크레인 7기중 6기가 파손됐으며,자성대부두도 2기가 부서지고 3기는 궤도를 이탈했다.신감만부두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는 등 적어도 겉으로는 태풍 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10만여평의 드넓은 컨테이너 야드로 들어서자 트랜스퍼 크레인이 쉴새없이 컨테이너 박스를 야적장으로 옮기고 있어 태풍 피해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나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가자 엿가락처럼 휘어져 쓰러져 있는 갠트리 크레인이 눈에 확 들어왔다.파손 크레인이 철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부두운영사인 동부부산 컨테이너터미널측이 정확한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3일 법원에 피해 현장증거보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이 회사 관리팀 박병운 과장은 “지난 7일 법원으로부터 철거해도 좋다는 통보가 와 곧 철거에 들어간다.”며 “10월 말까지는 철거를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철거가 끝나는 대로 광양항에 투입하기 위해 한진중공업이 제작 중인 크레인 3기를 우선 납품받아 설치에 들어가 연말까지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국내 컨테이너 물량 처리 2위인 자성대부두도 피해복구 정상화 작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은 태풍으로 전복된 부산항 크레인 2기에 대해 지난 3일부터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연말쯤이면 파손으로 철거된 2기 외에 1기를 더 추가,3기의 크레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궤도를 이탈한 3기의 크레인중 2기는 긴급보수가 끝나 정상 가동중이다. 부산해양수산청 송상근 항만물류과장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고베항은 부두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 1년여의 시일이 걸렸으나 부산항의 경우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쥐꼬리' 정부 지원금? 정부는 지난달 30일 사유시설 복구비 2조 580억원을 확정했지만 복구에는턱없이 부족하다.주택의 경우 파손 정도에 따라 최고 3600만원까지 지급하지만 이 돈으론 어림도 없다는 게 피해 주민들의 주장이다.농작물 피해는 종묘대와 농약값 정도가 고작이어서 실질보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항의도 잇따른다. ●피해규모 감안 실질보상을 가두리양식장 1㏊를 복구하려면 시설비만 1억∼1억 2000만원이 들지만 정부지원은 6000여만원 정도.치어 입식대도 마리당 500∼1000원에 불과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아예 지원조차 없다.금리인하 및 특례보증 등 간접 지원에 그치고 있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수천만원씩 피해를 입었지만 특별위로금 200만원이 전부.융자받아 복구하느라 모두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복구비 융자로 충당 빚더미 생계 경남도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한 ‘합동금융지원사무소’에는 하루 80여명의 소상공인들이 찾는다. 마산 어시장부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42·여)씨는 “2500만원을 빌려 점포를 단장해 문을 열었지만 장사가 안된다.”고하소연했다.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정전사태로 닷새 동안 암흑에서 생활한 거제시민 1만여명은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마산 해운프라자 희생자 유족들도 해양수산청과 원목수입업자 등을 상대로 손배소를 내기로 하고 자료수집에 들어갔다.경남 창녕군 대대리 농민들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창녕군,창녕환경운동연합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일부시·군 재정 파탄지경 태풍 ‘매미’는 지방재정도 어렵게 만들었다.정부가 수해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복구비 지원을 대폭 늘렸지만 피해가 심한 지자체는 빚을 얻어도 지방비 부담액을 충당치 못할 형편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피해 복구비는 6조 7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중 사유시설 복구비 2조 580억원은 지난달 30일 확정됐지만 공공시설 복구비 4조 6420억원에 대해서는 현재 재해대책위원회가 심의중이다. 시·도별 복구비 중 90.8%는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9.2%가 자치단체의 몫이다.자치단체부담액을 광역과 기초단체가 거의 절반씩 나눠서 부담하지만 워낙 규모가 커 재원마련에 비상이 걸렸다.가장 심하게 피해를 입은 경남도의 잠정적인 복구비는 3조 1283억원.여기에 지방비 부담률을 적용하면 2867억원을 지자체가 내놔야 한다.이를 다시 46대 54로 나누면 도가 1322억원,시·군이 1545억원을 부담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도의 경우 예비비 및 확보된 수해복구비를 합한 가용예산은 225억원에 불과하다.지방채(307억원)를 발행해도 532억원밖에 확보되지 않아 790억원이 모자란다.지방채 발행액은 지방세와 세외수입,보통교부세 등을 합한 액수에 일반회계 예산액을 나눈 수치인 ‘자주도(自主度)’의 3% 범위내다.지방비 부담액이 많은 의령·창녕·남해군 등은 거의 파탄지경이다.특히 의령군의 경우 지방비 부담액이 134억원이나 되지만 지방채(20억원)를 발행해도 45억원밖에 확보할 수 없어 89억원이 부족하다. 세수가 미약해 더이상 빚을 얻을 수도 없다.앞으로 4∼5년간 주민편의사업 등은 생각도 못할 형편이다. 강원도는 지난해 2924억원의 지방비를 부담했는데 올해도 1070억원을 다시 부담하게 됐다.도와 시·군은 지방채를 발행해도 지방비 부담액을 채울 수 없어 고민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2년 연속 수해로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르렀다.”면서 “정부가 특별교부세와 증액교부금을 늘리고,지방채 발행에 따른 부담을 국가에서 연차적으로 상환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 해외 민주인사 좌담회 / “조국 찾게해준 정부… 민주화 느껴”

    해외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해외민주인사 50여명이 지난 22일 수십년 만에 고국땅을 밟은 지 벌써 열흘이 다돼간다.이들은 그동안 5·18광주민중항쟁 유적지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을 찾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대한매일은 30일 이들 가운데 선우학원(85)미국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자문위원,이행우(72)자주민주통일 미주연합 의장,진 매튜(한국명 마태진·70)선교사 등 3명의 좌담을 마련,이들의 소회 및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 등을 들어봤다. ●‘뒷골목’ 없어져 유감 마태진 선교사 오랜만에 한국에 왔더니 국제공항이 인천으로 옮겨져 있어 깜짝 놀랐다.한국이 그동안 많이 발전했지만 유감스런 점도 있다.‘뒷골목’을 좋아해 작은 음식점과 찻집 등을 찾아다녔는데 모두 없어지고 큰 건물만 들어섰다.과거보다 서울의 공기가 깨끗해져 좋다. 선우학원 자문위원 그렇다.30여년 만에 오니 한국이 완전 딴 세상이다.고층빌딩이 미국보다 더 굉장하다.자동차도 너무 많아 어딜가나 길이 막히는 걸 보며 놀랐다. 이행우 의장 사회가 민주화가 됐다는것을 느꼈다.한국이 변하지 않았다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생기지 못했을 것이고 해외인사 초청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선우학원 한국의 군사독재는 노태우 전 대통령 때 모두 끝나고 민주화가 됐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난 국민의 정부와 현 참여정부에도 실망했다.30여년 동안 한국에 오지 못했다.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민주사회에서 국가보안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시민단체 활동 인상적 마태진 과거보다 민주적으로 발전했지만,완전한 민주주의는 아니다.물론 ‘조작되지 않은 민주주의’까지 기대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지난 주말 미 스트라이커 부대 항의방문 구속자 석방을 위한 촛불시위에 참여해 보니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정당한 주장을 한 학생들을 잡아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행우 건축물은 잘 지어졌고 시민의 질서의식도 좋아졌다.그러나 한국민의 급한 성질은 여전한 것 같다.그러다 보니 민주주의도 금방 이루려고 하는데 미국만 보더라도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수백년이 걸렸다.이를 테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평가가 너무 급한 것 같다.정치권이 발전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수많은 시민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선우학원 한국은 50년 동안 미국과 주종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이제는 한국이 독립 주권국가의 행세를 해야 한다.이는 남북이 합해져야 가능하다.우리끼리 만나서 독립국가 행세를 해야 한다.그러지 않고는 통일도 요원한 문제다. 이행우 남북이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결국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미국의 정책을 변경하고 통일로 가는 정책을 펼 수 있게 하려면 남북이 가까워져야 한다.지금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20여년 전만 해도 미국 국회나 국무성 사람들을 만나 미군 철수 문제를 말하면 “언젠가는 주한 미군이 철수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아무 말 안 하고 있는데 여기 있는 동포들이 말한다고 가능하냐.”고 웃었다.그러나 요즘은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지 않나.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우선 남북이 가까워져야 한다.북이 미국을 상대하는 이유는 어차피 남쪽을 상대로 회담을 해 봤자 안 되기 때문이다.어떤 사람들은 “우리끼리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그것은 한·미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말이다. ●남과 북 연결 열차에 감동 마태진 북은 미국에 불가침조약과 경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이 부분이 이루어지면 남북 관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생각이 없다면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미국이 남북 관계에서 한 측면으로 빠지고 남북 사이에 체육·사회·과학 등 전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을 때 남북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지난주 도라산역에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열차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이행우 미국의 정책이 한반도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재미동포보다 미국 사람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지난 7월 24일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미 관계를 연구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한국 사회에서 반미 목소리가 높지만 일반 미국 시민 가운데는 선량한 사람이 많다.일반 미국인은 정확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미국 민간인 중심의 대북활동도 중요 선우학원 과거 미국인 38명이 참여한 ‘American Community on Korea’라는 단체를 조직했다.여기에는 존 스완리 감리교 신학대 교수와 하던 램즈클락 전 미 법무장관,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등 유명 인사들이 참여했다.이들은 지난 98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설득해 평양에 보냈다.그때 김일성 전 주석으로부터 “우리는 미국과 친선관계를 맺고 평화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클린턴에게 연락해 북에 대한 모종의 작전이 중단됐다.미국인 중심의 운동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지금도 지미 카터는 “분단 책임은 미국에 있으니 남북이 가까워지는 책임도 미국에 있다.”고 말하곤 한다.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하다. 마태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전쟁을 방지한다.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그러나 통일 문제는 한국인들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행우 한국 사람들은 ‘나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흑백 논리에 잘 빠진다.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애족·애민에 서툰 한국인 선우학원 평생 독립운동을 해 왔다.독립운동의 기본 자세는 애국·애족 운동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국은 잘하지만 애족·애민 운동에는 서투르다.애족·애민 운동은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나와 내 가족만 잘 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한국 정치를 보면 서로 돕는 게 아니라 당파 싸움에 치중하고 있다.그러면 정치가 바로 되지 않는다.분명히 개혁돼야 한다. 마태진 부정적 느낌을 받은 것은 한국 사회가 개인적 부의 축적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정치가 돈에 좌우되는 실정이 안타깝다. ●송 교수 문제에 충격 선우학원 송두율 교수가 노동당에 입당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미국과 독일의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송 교수가 왜 입국했는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행우 송 교수는 주로 학자로서 활동했지 민주화 운동에 그리 큰 역할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문제가 커지는 지 모르겠다.해외 민주화 운동 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것 같아 안타깝다. 정리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 ■좌담 참석자 면면 선우학원 美조국통일범민족연합 자문위원 선우학원(鮮于學源·85·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씨는 현재 미국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자문위원과 해외 한인학자 통일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선우씨는 1973년 당시 뉴욕시립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을 계기로 한국 민주화운동과 인연을 맺었다.그 뒤 1981년 워싱턴에서 재미학자와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민족통일 심포지엄’을 만들면서 통일운동에 뛰어들었다.그는 같은 해 1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과 해외 기독인과의 대화’라는 모임을 조직,북한에 교회를 설립하고 북한의 기독교계와 정부인사들을 미국에 초청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30년 만에 고국땅을 밟았다. 이행우 자주민주통일 미주연합 의장 이행우(李行雨·72·미국 필라델피아 거주)씨는 1968년 미국에 건너간 뒤 1980년 미국내 평화운동가 모임인 ‘미국친우봉사회’를 조직,한국의 민주화를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다.같은 해 미국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고,1982년 남·북 통일운동가들의 만남을 주선했다.1970년대부터 국내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가족을 돕는 ‘한국 수난자 가족돕기회’를 꾸려 모금운동을 펼치고 ‘우리나라를 돕는 미국인 모임’(Korea Support Network)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현재 자주민주통일 미주연합 의장과 미주동포전국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마태진 미국인 선교사 마태진(본명 진 매튜·Gene Eldred Matthews·70·미국 아이오와 거주)씨는 미국인 선교사로 1956년부터 40년 남짓 국내에서 선교활동을 펼쳤다.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삼선개헌을 발표한 뒤 수많은 기독교 관련인사들이 곤욕을 치를 때 국내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당시 한국에 있던 선교사와 외국기자,천주교인 등이 매주 월요일에 모여 국내 민주화운동을 위해 활동한 모임인 ‘먼데이 나잇 그룹’(월요기도회)을 만들었다.특히 1974년 북한의 지령으로 학생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8명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뒤 20여시간 만에 형이 집행됐던 ‘인민혁명당 재건위’사건에 깊이 관여했다.당시 제임스 시노트(74)신부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미사를 주도했다. 구혜영 이두걸기자 douzirl@
  • 고속철개통 D-6개월/개통준비 차질없나

    내년 4월 고속철이 개통되면 경부·호남선의 경우 서울∼대전은 고속철 전용 신선(新線)구간을 이용하게 된다.이후에는 경부선의 경우 대전∼대구간은 신선과 기존선을 혼용하고,대구∼부산간은 기존선만을 우선 이용한다.호남선의 경우 대전∼목포간은 개량된 기존선 구간을 이용하게 된다.기존선 이용률이 서울∼부산간은 46.7%,서울∼목포간은 67%에 이른다. ●투입될 차량 시운전 순조 철도청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신선건설과 고속철 역사,그리고 기존선 개량작업을 포함한 건설부문은 모두 96.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전체 개통 준비일정을 놓고 볼 때 71.6% 수준이다. 내년 4월 개통 때 투입될 차량은 모두 46편성(編成)으로 철도청이 현재 시운전중인 차량은 41편성이다.나머지 5편성은 11월중 넘겨받는다. ●남은 일정과 문제점 현재 서울∼대전간 통합 시운전을 갖고 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두 달 동안 서울∼부산,서울∼목포간 통합 시운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상업시운전을 시행할 계획이다.이때에는 4월 개통 이후의모든 실제상황에 맞춰 시운전을 하게 되는데 1일 82회,주말에는 최대 92회까지 상업시운전을 하게 된다.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보니 지역민원도 계속되고 있다.지난 8월 건교부가 4-1공구역을 ‘천안아산( )역’으로 결정했으나 아산시민들은 “아산지역에 ‘천안’이 왜 들어가느냐.”며 항의농성 중이다.또 평택·김천·구미·울산·오송지역 주민들이 정차역 설치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건교부가 추가역을 확정할 경우 예산추가가 예상된다. 아울러 정차역이 늘어날수록 고속주행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시운전 과정에서 발견된 선로의 진동 등의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객차별로 분리가 안돼 개통 후 승객이 있든 없든 편성당 20량의 객차를 무조건 매달고 달려야 하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문기자
  • 광양항 크레인 3기 부산항 이전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2단계 2차 부두에 세워질 갠트리(컨테이너 하역·선적용) 크레인 3개가 부산항에 장착된다. 이성웅 전남 광양시장은 21일 “태풍 ‘매미’로 파괴된 부산항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연말까지 광양 컨테이너 부두에 설치할 예정이던 갠트리 크레인 3개를 부산 컨테이너 부두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제조건으로 “부산항에 크레인을 설치해도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지 충분한 검토작업이 있어야 하고,부산·광양 두 항이 상생할 수 있도록 부산항의 물동량 일부를 광양항으로 이전해 줘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시장은 “부산항이 정상화되려면 1년가량 시일이 필요한데 만일 체선·체화로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옮겨 갈 경우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며 “정부는 물론 부산시가 나서 광양항으로 화물을 이전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여야 광양시민들의 반발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양항에 갠트리 크레인 3기를 이달과 연말까지 세운다는 계획을 접고 부산항으로 옮기는 일이 확정되면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2단계는 1년가량 준공이 늦춰진다. 광양 남기창기자 kcnam@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9)현기영-남북한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지금이야말로 탈중심의 변방 정신이 필요한 때다.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본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려면 거부와 저항의 변방 정신이 아니고는 안 된다.왜냐하면 자본운동은 질주의 관성만 있고,자신을 멈출 이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여전히 흰 턱수염이 두덕두덕,면도한 지 이틀은 되었음직한 얼굴이시다.응접 세트며 책상이며 모두 길이 안든 물건이라 그런지 썩 편치 않게 보이는데 실은 그게 선생의 매력이다.어느 공식석상에서도 작가다운 모습. “문예진흥원 일은 어떠세요?힘든 일이 많으시지요?” “글쎄,꼭 내 일인가 고민하다 하게 되었어요.예술 활성화와 사회에 창조적 의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일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기금 배분의 어려움은 있지만 시민들이 순수문화와 예술을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지방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고.” ●민주주의엔 ‘무제한의 자유' 함정 도사려 “직무를 수행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으실 텐데요.” “예전에도 열심히 해왔습니다만 진흥원 활동을 조금 더 활기차고 적극적인 쪽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무엇보다 예술 자체가 몸을 비틀면서 굉장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미술·음악 등 고전적 의미의 장르 틀 속에 갇힐 수 없는 것이죠.문학과 미술이 만나기도 하고 미술이 평면에서 입체로 가기도 하고,비디오 영상과 음악·무용이 결합하고 있기도 해요.이러한 변화에 문예진흥원 같은 국민의 기관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작가로서 공인에 더 가까워지셨는데요.저는 한국과 북한의 민주주의에 관해 묻고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요즘 한국은 정치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요.” “아직도 한국사회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고 있어요.민주주의라면 우선 자유 아니겠습니까,자유.그전에는 독재정권 파시즘 속에서 개인 자유가 희생되고 억압되었습니다.지금은 정치적인 자유는 많이 확보되었죠.그러나 그 자유를 무제한,무책임의 자유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생겨났어요.무제한의 자유를 갈구하다 보니까 풍속도 문란해지고 개인도 도덕적인 해이를 보이는 면이 있지요.민주주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무제한의 자유에 자기 몸을 싣다 보면 일탈로 가게 되죠.그리고 일탈은 중독을 낳습니다.인터넷 게임,사이버 섹스,알코올,마약….그러니까 민주주의에는 무제한의 자유라는 함정이 있는 셈입니다.공동체도 개인도,책임과 셀프 거번먼트(self government),자신을 다스리는 자치 말이지요.이게 있어야 합니다.인내가 필요합니다.” 나는 평소에 가깝게 뵌 분께 이렇게 딱딱한 질문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문학인이나 문화인이 나라와 민족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그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사회가 이제까지 성장을 꾀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지나친 성장위주는 곤란하다는 거지요.성장을 꾀하면서도 공동체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합니다.성장이라는 게 인간 크기의 성장이어야지 인간을 훨씬 능가해 버리는 성장은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의 표현을 맛보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까 파시즘이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부상하잖아요.기업가도 노동자도 오늘의 상태를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진단해 주시지요.” “이제 외형상 민주주의는 확보된 것 같습니다.이제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심성이 구체적으로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정치적 파시즘이 없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죠.파시즘 정권은 사라졌어요.민중은 많은 자유를 갖고 있어요.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많은 국민이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하나의 예죠.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그것에 골몰하면 그 지역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파시즘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거죠.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개인의 내면이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지역과 지역이 어떤 표결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대결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교한 외교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내친 걸음이다.나는 4·3의 작가에게 미국이라는 오늘의 화두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기로 한다. “미국이라는 존재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문제 같은데요.”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도 중요한 책임이 있습니다.내면의 민주화는 외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것,부당한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죠.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세계 민주주의에 어떤 저해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한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가야 되는데,방법은 강대국과 약소국 일이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로 대처해야지 피맺힌 절규로 해결될 수 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지금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한다는 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일한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인데,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태만 봤을 때 미국이 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중에 어떤 사고의 전환이 올지는 모르지만계속 그런 사고와 행동을 밀고 나간다면 미국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지구가 파멸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전쟁이 있고 나면 반드시 테러가 뒤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이것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테러나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류의 재난이 온다고 생각해요.미국의 사고 전환이 중요합니다.미국 시민의 애국주의도 잘못된 편견의 소산입니다.수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미국 국민들이 사실은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그 두려움을 방어적·공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문제는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죠.두려움은 공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다원주의가 굉장히 큰 미덕이죠.남을 이해하고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이슬람 국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경할 수 있는 큰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지금이 중세 십자군 시대하고 뭐가 다릅니까.”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나는 평소에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으로서도 화해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던 참이다.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반면 북한체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응방법이 요구된다고 보는 사람들도 뚜렷한 집단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떤 포스터를 보고 느낀 건데,아마 중동의 팔레스타인 소년 이야기일 거예요.소년인 형이 아우를 등에 업고 있어요.그래서 ‘무겁지 않으냐,내려놓지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제 아우인데요.’라고 반문했단 말이에요.북한은,남한인 우리가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에요.그러니까 짐스럽게 느끼면 안 되죠.아우가 힘들고 빈사상태에 빠져있는데 업고 있어야지요.” “북한 인민과 체제로서의 김정일 정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사회주의 정권에서 중국은 많이 변모하고 있습니다.그게 모델이 되어서 북한사회도 그런 쪽으로 변모하면 되리라생각합니다.또 그렇게 수정되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러려면 지금 당면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것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北, 중국 모델 따라가도록 시간 줘야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체제만 살찌게 하는 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지 않습니까?” “예컨대 이슬람 국가들의 증오와 분노와 절망은 강요된 것이지요.북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봉쇄정책을 쓰면 그것은 북한의 집행부,지배 집단,김정일만이 아니라 북한사회 전체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절망이 깊숙하게 자리하면 증오에 의해 어떠한 범죄도 일어날 수 있어요.9·11테러는 깊은 절망에서 일어난 거예요.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절망과 분노로 내달리지 않도록 하면서 평화와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해정책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북한사회는 점진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니 중국 모델을 따라가도록,시간을 두고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통일은 궁극적인 목표죠.1국가 2체제든 1국가 1체제든.1국가 2체제는 먼 이정표일 뿐이고 지금은 화해와 교류가중요합니다.” “‘통일전망대’ 같은 TV 프로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금강산에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좀 낯설지만 그것이 우리 이전 모습이에요.1950년대,60년대의 남한 국민들의 표정과 심성 같은 거지요.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은 순박하고 타락하지 않은 심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선생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보았습니다.‘느낌표’라는 TV 프로그램 영향도 크겠지만 세상 많이 변했더군요.” “뭐,하도 안 팔려서 베스트셀러는 예술작품이 아니구나 생각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내 소설이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나는 내 문학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북한 관계를 위해서 문화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문화예술에는그 민족의 고유한 형식과 정서가 들어있고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담론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예술을 공유해야 합니다.앞으로 남북 화해나 통일을 생각할 때 문화와 예술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선생은 내방객들을 저녁식사 자리로 데려간다.딱딱한 인터뷰에 무척 지친 듯한데도 그 인자한 눈빛을 바꾸는 법이 없다.나는 그런 선생에게서 인(仁)을 느낀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가 현기영 현기영 선생은 나와 같은 마포 주민이다.선생은 망원동 사람이고 나는 합정동 사람으로 상암동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넓혀지는 바람에 내가 서교동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한두 달에 한번씩은 꼭 합정동 로터리 근처나 망원동 근처에서 합석을 해서는 문학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낯선 공간서 만난 낯익은 얼굴 선생은 귀가 크고 길어서 후덕하게도 생기셨지만 무엇보다 미덕은 젊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까지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문학과 인생의 길을 함께고민할 줄 아는 소인(素人)의 성품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선생이 언제까지나 마포구 망원동 주민으로서 나와 같은 문학도나 상대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고 잘 안 들리는 귀에 손바닥을 대고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실 줄 알았다. 그런데,이게 웬걸.선생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나뵙게 될 줄이야.그런데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옛날 그 자리에 있던 바로 그분이시다.자리가 달라지면 안색도 따라서 달라지는 소인(小人)이 아니라 언제나 희고 소탈한 소인(素人).그가 바로 현기영 선생이다. ●제주로 빚은 선굵은 문학세계 작가 현기영 선생은 1941년 제주 출생이다.제주가 낳은 많지 않은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선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무대로,4·3 문제를 화두로,인간과 역사와 자연을 대주제로 삼은 선 굵은 문학세계를 일구어 왔다. 서울대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선생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해병대 출신으로 사석에서 부르는 해병대가를 패러디한 노래는 이어도 노래와 함께 단연 일품이다.1975년에서야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니 이른바 늦깎이인 셈인데,학교 선생도 그만두고 문학에 매진하되 상업성과 허명을 멀리하고 역사와 인간에 대한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순이삼촌’‘마지막 테우리’‘변방에 우짖는 새’‘바람 타는 섬’,그리고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대변되는 현기영 문학은 한국문학사에서 단연 이채를 발하는 제주의 문학,‘변방’의 문학이자 새로운 탈중심의 문학이다.
  • NGO / 한국은 세계로 세계는 한국으로 국경·국적 없는 NGO

    ‘세계는 한국으로,한국은 세계로’ 비정부기구(NGO)의 활동무대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국내 NGO 활동가들이 반전 평화운동에 나서거나 외국 NGO 활동가들이 국내 환경·평화집회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 NGO들의 교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반전평화활동과 북핵 문제,새만금 갯벌보전 등에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또 국적과 국경을 넘어 국내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무대로 가는 국내 NGO 지난 2월 이라크 전쟁 당시 국내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함께 가는 사람들’이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을 구성,이라크 현지에서 평화활동을 벌이면서 한국 NGO운동의 지평을 넓혔다.그동안 낙후지역에 대한 해외 봉사활동에 국한됐던 국내 NGO의 시야가 확대된 것이다. 6개월간의 반전평화팀 활동을 끝내며 지난달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전평화팀의 한상진 총무는 “한국에서 최초로 분쟁지역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직접 가서 활동을전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세계평화를 실현하는데 국경은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반전평화팀은 이라크 반전운동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팔레스타인평화팀을 결성해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소속 대학생 해외봉사단 33명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지난달 말 러시아 연해주의 오레호뷔 마을에서 이·미용,한방치료,태권도 교육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는 1997년에 처음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4000여명의 대학생이 12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 ‘2003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단원 174명은 지난 7∼8월 케냐와 네팔,방글라데시아 등 전세계 4개 대륙,30개 국가에서 인터넷 교육 등 봉사활동을 했다. 이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한국여성단체협의회,자유총연맹,굿네이버스 등 10여개 시민단체들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가입해 세계적 NG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뛰는 외국 NGO무엇보다 영국과 미국,호주 등 국제 환경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하다.세계야생생물기금(WWF)과 ‘지구의 벗 국제본부’ ‘습지와 새 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등이 국내 갯벌 보전 문제 등에 대해 한국정부에 집단으로 항의서한을 보내거나 국내 집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핵 6자회담 개최에 앞서 국제평화국,군축과 안보를 위한 태평양캠페인,피스보트 등 48개 외국 NGO들은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회담 참가국들에 촉구했다. 외국인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는 ‘국제친선클럽’(IFC)으로 회원 1500여명 가운데 3분의1이 외국인이다.이 단체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세계 각국 인사 6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동부 최전방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두타연(淵)에서 ‘2003 세계평화 대행진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와 함께 국내 NGO에서 자원봉사 활동가로 뛰는 외국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활동가는 독일의 긴급의사회(KCA) 소속 의사인 노어베르트 폴러첸 박사.그는 지난 2000년 평양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뒤 탈북자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3월 탈북자 25명을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국내로 망명시키기도 한 그는 지난달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북한 기자단과 충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로즈 거시오(80) 수녀는 경실련 발행 영문 계간지 ‘Civil Society’의 편집장과 영문 홈페이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녹색연합에는 미국인 에이미 레빈(24·여·노스캐롤라이나대)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으며,밝은사회국제클럽의 나카후지 히로히코(39·경희대 박사과정),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하는 봉휘련(26·여·말레이시아) 등이 있다. 지난 7월에는 이라크인 수아드 압둘카림(49·여)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수요집회에 참석한 뒤 ‘한국여성의 전화 연합’을 방문하는 등 한국 시민활동의 현주소를 살펴본 뒤 돌아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얻어맞고 오해받고 경찰 가슴앓이

    지난 4일 새벽 1시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술집 앞.술에 취해 노상방뇨를 하는 김모(37)씨에게 청량리경찰서 중부지구대 정모 경사가 주의를 주자 김씨가 “당신이 뭔데 그러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정 경사와 강모 순경이 이를 제지하자 옆에 있던 김씨의 친구까지 합세,경찰관 2명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때렸다.김씨 등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5일 구속됐다.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다.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2000년 8660명,2001년 1만 540명,지난해 1만 127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올 들어 상반기에만 5351명이 입건돼 1026명이 구속됐다. ●“공무집행방해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증가는 경찰과 시민,제도 어느 한쪽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고 사정을 호소해도 경찰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형사처벌을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여러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군중심리에 휩쓸리다 보면 경찰관이 만만하게 보이지만,술이 깨면 대부분 “술김에 그랬으니용서해 달라.”며 치료비를 물어주고 합의를 하자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일단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면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다.경찰관 개인이 아닌 국가에 대항한 것이므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자칫 시민들의 오해를 사 경찰의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경찰청 고위간부는 “합의를 해주면 재판 과정에서 형이 감경될 수 있겠지만 ‘경찰이 매를 맞아 돈을 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어 합의를 못하게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인권탄압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를까봐 피의자들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주장한다.지난 2일 밤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 앞 화단에서 꽃을 뽑고 있는 취객 전모(33)씨를 발견한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했다.출동한 경찰에게 취객은 “경찰이 사람을 친다.”“다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퍼부었지만 경찰은 수갑도 못 채우고 전씨를 달래고만 있었다.고모 순경은 “검거과정에서 조그만 상처만 나도 뒷말이 나오기 때문에 적극 대처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처를 입은 피의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 경찰관 개인이 돈을 물어줘야 하는 일까지 생긴다.상황별로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도 명확지 않다.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사형,무기징역,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흉기를 가지고 경찰관에게 항거할 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리적으로 판단되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 ●불만 표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개선책 마련해야 서울 강남경찰서 이모 경위는 “피의자에게 맞은 것이 자랑도 아니고 참는 데까지 참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통계보다 훨씬 많은 공무집행방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예전보다 경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적어졌고,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찰관이 쉽게 불만 표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당한 경찰력 행사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고객 입맛에 잡힌 ‘가짜 한우’

    홈쇼핑 TV를 통해 젖소고기를 섞은 고기를 ‘100% 한우고기’라고 속여 판매한 업자와 광우병 발생 지역에서 수입돼 당국으로부터 폐기 명령을 받은 쇠고기를 유통시킨 업자가 경찰에 잇따라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5일 젖소고기와 한우 찌꺼기 고기를 섞어 만든 가짜한우불고기 세트 6억2000만원어치를 판 축산물 가공판매업체 J사 대표 양모(35)씨를 식품위생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이 회사 상무인 부인 이모(3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한우 찌꺼기 고기와 젖소고기를 절반씩 섞어 만든 500g짜리 6개들이 한우불고기 1만 3000세트를 만들어 모 홈쇼핑 TV를 통해 ‘시중가 8만 7000원 상당의 한우불고기를 4만 9900원에 판다.’고 광고해 1만 2629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홈쇼핑 회사는 일부 구매 고객이 ‘고기가 질기다.’,‘맛이 이상하다.’는 등 불만을 제기하자 지난달 17일 방송을 중단하고,최근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회사측은 불만을 제기하는 구매 고객에게는 반품·환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수사에 앞서 돼지고기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최모(28)씨가 시중가보다 지나치게 한우불고기를 싸게 판다는 것에 의심을 품고 자기 돈 24만여원을 들여 이 제품의 성분 분석을 농업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에 의뢰,젖소고기가 섞인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최씨는 “일반 소비자들은 절대로 구별할 수 없지만 우리 같은 ‘선수’들은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서 “성분 분석결과가 나온 뒤 홈쇼핑업체에 항의하고 농림부와 시민단체인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 제보도 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광우병이 의심돼 폐기처분 명령을 받은 쇠고기 등을 빼돌린 O상역 대표 이모(48)씨 등 3명에 대해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이 회사 과장 김모(40)씨 등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이씨 등은 지난 1월9일 광우병 발생 지역인 캐나다에서 수입한 31t의 곱창에 대해 지난 5월21일 농림부장관이 폐기 명령을 내렸지만 이 가운데 6.4t을 빼돌린 뒤 지난달 20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서울 마장동 축산물 육가공 업체인 G상회 등을 통해 판매·유통시켜 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택동 이두걸기자 taecks@
  • 희망돼지 ‘대반격’/노사모, 법원22곳에 선거법 위헌심판 제청

    ‘희망돼지의 대반격’ 지난해 대선 당시의 소액 모금운동에 유죄가 선고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선거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사이버시위,1인시위도 벌이고 있다. ●소액요금 불법 선거운동 규정은 선거권 침해 변호사 21명으로 구성된 노사모 법률지원단은 최근 돼지저금통인 희망돼지 관련 기소자가 있는 전국 22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다.검찰이 적용한 ‘광고물이나 상징물을 제작·판매·배포할 수 없다.’는 선거법 제90조가 위헌이라는 이유다. 변호인단은 신청서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선거권을 침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희정 변호사는 “우리 선거법은 유권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요소를 많다.”면서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를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시위’‘사이버시위’ 등 조직적 반발 노사모 회원들은 서울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노사모 정수근씨는 “검찰이 새로운 선거문화를 정착시킨 희망돼지 분양을 불법선거운동으로 규정,유권자의 정치참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주 등 해외에서도 검찰청·법무부·중앙선관위 등에 항의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검찰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호주 노사모는 “위헌 요소가 많은 선거법으로 희망돼지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지시에 따라 진행했다 노사모는 선관위의 지적을 적극 수용했는데 뒤늦게 위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노사모가 돼지저금통을 배포하자 선관위는 선거법 제115조 ‘제3자의 기부행위제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노사모는 돈을 받고 팔면 기부행위가 아니라고 판단,두달 동안 500원,1000원씩 받고 저금통을 나눠줬다. 그러나 선관위는 다시 공문을 보내 선거법 제90조 위반이라며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결국 저금통 배부를 일제히 중지했지만 검찰은 그동안의 모금을 문제삼아 기소했다. ●희망돼지 위법 판결 잇따라 임모(37)씨도기소된 노사모 회원중 한 명이다.임씨는 지난해 말 ‘희망돼지’ 100여개를 서울 금천구 집 주변에서 하나에 500원씩 받고 배포했다.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문화를 개혁하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지만 법정에 서게 되자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희망돼지로 모금한 선거자금은 7억 6000여만원,참여인원은 2만 2000여명이다.임씨처럼 법정에 선 노사모 회원들은 전국에서 43명.5명은 50만∼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시민 누구나 희망돼지 분양이 노무현 후보 지지를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4일에는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선고를 받는다. 정은주기자 ejung@
  • NGO / 보수단체 ‘대표주자’ 바뀐다

    보수단체의 ‘간판’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대표적 보수단체로 꼽혔던 자유총연맹 등이 반공 이미지 탈피에 나서면서 영향력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북핵저지시민연대와 자유시민연대,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이 최근 ‘반핵반김 자유통일국민대회’를 구성,활동하면서 보수단체의 신흥 중심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집회를 주도해 위세를 떨쳤다.광복절인 지난달 15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국민대회’에서는 북한 인공기를 소각해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거부 소동을 촉발시킨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이 대회에 참가한 북한 기자와 유혈 충돌을 빚는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보수진영의 재집결인가 이들 단체는 지난 3월1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회원 1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핵반김·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당시 보수진영에서는 이들의 집회를 보수진영의 재집결이라고 평가했다.이어 지난 6월21일에도 ‘반핵반김·한미동맹강화 국민대회’를,광복절에는 ‘8·15 국민대회’ 행사를 각각 개최하는 역량을 과시했다. 특히 광복절 행사에서 인공기를 소각,북한측이 남한당국의 사죄를 요구하며 유니버시아드대회 불참을 선언하는 소동으로 번졌다.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로 북한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결국 지난달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미디어센터 앞 광장에서 ‘김정일 타도,북한 주민 구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북한 기자와의 유혈 시비를 야기했다.이들은 또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충돌사태의 원인제공자로 자신들을 지목하자 이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회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기자 테러만행 규탄대회’를 열고 북한 기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기도했다. ●기존 보수단체와의 차별성 이들은 반공활동 등을 표방했던 자유총연맹과 재향군인회 등과 노선을 완전히 달리한다.주로 반핵과 반 김정일을 표방하고 있으며,햇볕정책에도 강한 반감을 표시한다. 이 때문인지‘보수 원조’를 표방하는 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과 6월에 있었던 반핵·반김 집회에는 참여했지만 8월 집회에는 불참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극우가 아닌 개혁적 보수를 지향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집회에는 참여하겠지만 과격한 주장으로 이념분열을 심화시키는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신흥 보수단체 중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민주참여네티즌연대는 지난 2000년 젊은 네티즌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인 신혜식씨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신 전 대표는 독립신문을 통해 “정부가 국가를 좌경화로 운영하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하는 등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준호 현 대표는 지난달 20일 노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유감’ 발언과 관련,청와대 앞에서 항의의 표시로 인공기를 두 차례 불태우다 모두 11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과소비추방운동본부 박찬성 사무총장이 대표로 있는 북핵저지시민연대는 지난해 10월 북한 핵개발저지와 핵문제의평화적 해결을 목적으로 발족했다.이 단체에는 전몰군경유자녀회와 대한무공훈장회,납북자가족협의회 등 2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무리한 햇볕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며 북한 핵폐기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유시민연대는 지난 2000년 11월 진보단체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월남참전전우회와 대한참전단체연합회 등 50여개 단체가 참가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출범 초기부터 참여연대와 전교조 등 진보 단체의 활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세력의 대변자를 자처해왔다.또 이라크 파병 반대에 맞서 정부의 파병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말 없는 다수를 대변 이들 단체의 활동으로 국내 보수 대 진보의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실제 지난 3·1절 행사와 8·15행사 등에서는 충돌 우려가 현실화하기도 했다. 자유시민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진보단체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말 없는 보수세력의목소리를 담아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 보수단체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한총련 합법화와 이라크전 참전논쟁,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첨예한 보혁 갈등현안에 힘입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진보단체를 견제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같은 국제적인 체육행사장에서 무책임한 행동을 해 불미스러운 일을 야기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멸공車 사전통제 왜 못했나 / ‘경찰 안이한 대응’ 지적

    북한 기자단과 시민단체 회원간의 폭력사태에 이어 26일 한 종교단체의 북한비방 파문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정보기관과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날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종교단체는 최근 광주와 부산 등지를 돌며 대북 비방 가두방송을 하는 등 전국을 순회하고 있었지만,해당 기관들은 이 단체의 대구시내 통과 시간과 가두방송 내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해당 기관들은 이 종교단체의 경기장 주변 통과 시간과 북한 선수들의 연습시간이 맞물린 것이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컸지만,종교단체 관계자를 상대로 미리 가두방송 중단 또는 이동 경로변경 등을 요청,설득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사건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경비 중이던 경찰이 이 종교단체 차량이 경기장 경내에 진입하기 직전 또는 북한 선수들이 항의하기 전에만 발견했어도 사태의 악화를 막을 수 있었던 만큼 당시 현장 근무자들의 근무자세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테러 방지와안전사고 예방 등 경비 업무의 범위와 경비지역이 워낙 넓어 모든 사태에 대비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비업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박지연기자 anne02@
  • ‘U대회충돌’ 언저리/ “김정일 타도”시위에 항의 몸싸움

    국내의 보혁갈등이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남북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대회를 취재중인 북한기자들과 반김정일 집회를 갖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20여분간 심한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그러나 북한 응원단은 예정대로 응원을 하면서 한국측이 건네준 한반도기를 받아 흔들기도 했다. ●北기자 플래카드 철거 요구 30여개 보수단체 모임인 ‘북핵저지시민연대’ 회원 20여명은 24일 오후 2시쯤 미디어센터(UMC) 앞 광장에서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주민 구출하자.’ 는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유감성명 발표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때마침 경기장 취재를 마치고 UMC로 들어가던 북측 기자 2명은 플래카드를 보고 즉각 치울 것을 요구하다,UMC 3층 북한 취재단 사무실로 뛰어올라가 동료 기자 10여명과 함께 달려나왔다.이어 보수단체 회원과 북측 기자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탈북자를 지원하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이 쓰러지기도 했다.북측 김광진기자도 와이셔츠가 찢어지고 손가락을 다쳤다.충돌은 20분쯤 지나 경찰이 출동하면서 일단락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북측 기자가 돌아가자 즉석 집회를 열고 “회원 5명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북측의 사과를 촉구하고 정부가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행사에 참석한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평화적으로 얘기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측의 한 기자는 “우리 장군님을 공개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노골적 도발행위”라고 반박했다.북측 전극만 대표는 이날 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학생체육협회 대표단’ 명의의 성명을 내고 “가슴에 붙인 공화국기가 뜯기우고 옷이 찢어지는 등 신변까지 위협당했다.”면서 “이는 우리 겨레에 대한 도전으로 준렬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경찰,안이한 대응 경찰은 이날 보수단체의 행사를 미리 알고도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정보를 입수하고 원천봉쇄 여부로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국내외 기자들이 드나드는 UMC 앞에서의 기자회견인 만큼 제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러나 경찰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망명을 요구하는 듯한 문구를 적어 UMC 주위에 뿌린 것과 관련,보수단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당초 특별치안구역으로 설정한 UMC,선수촌,주경기장 등 주요 시설 1㎞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자제하도록 촉구하고 원거리 집회로 적극 유도키로 했다.관련 정보활동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기자회견이나 문화행사를 빙자한 미신고 집회는 불법집회로 간주,강력 차단키로 했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대회기간중 보수·진보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거나 특정국가를 비난하는 성격의 집회로 충돌이 예상되면 적극적인 경비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청과 U대회조직위는 이날 저녁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박상하 대회집행위원장은 “북측에서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및 북측 움직임 대회 조직위원회와 대구시 등 관계 당국은 이날 밤 긴급 회의를 소집,북측 성명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대책을 논의했다.한 관계자는 “끝까지 대회를 무사히 마무리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측 응원단은 전극만 총단장의 성명이 발표되던 시간에 프랑스와의 여자축구 경기가 열린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응원전을 펼쳤으나 이 사건에 따른 이렇다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진보단체 비판 성명 진보 성향의 ‘통일 유니버시아드 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 보수단체와 대회 안전통제본부측에 책임을 물었다.시민연대 김두현 대외협력국장은 “극우 냉전세력들이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다.”면서 “또한 사태가 일어날 줄 알았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안전통제본부에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구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
  • 車부품업체 “못살아”

    지난달 23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부분파업으로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가 우려되는 등 차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19일 “기아차 노조가 지난 9일과 16일 전면파업과 함께 14일째 이어지고 있는 부분파업으로 2만 8000여대의 생산차질을 가져와 피해액은 4100억원으로 추정된다.”면서 “22일에는 생산차질 대수 3만 5000여대에 피해액은 52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차질에 협력업체 피해 속출 장기간 파업으로 쏘렌토는 1만 1000대,엑스트렉은 4000대,카렌스는 2000대의 주문이 밀려 있다.출고대기일이 각각 60,40,30일에 이른다.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8월 완성차 선적목표 4만 8850대 중 6265대만 선적이 이뤄졌다.현재 기아차의 전차종이 3개월치 수출물량 주문이 밀려있다.쏘렌토와 카렌스 같은 인기차종은 4개월치 주문이 들어와 있다. 지난달에는 기아차의 수출용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엔진의 50%를 공급하는 현대차가 장기간 파업한 데다 기아차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1만 4500대의 생산차질이 맞물려3만 3900대밖에 수출하지 못했다.기아차측은 “파업이 장기화돼 9월말쯤 재고 물량마저 바닥나면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한 미국 현지법인과 해외 자동차 매매상들의 항의가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에 이은 기아차의 파업으로 2380여개 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 380여곳 중 250여곳이 현대차와 중복된다. 특히 광주지역은 기아차 광주공장이 지역 생산액의 35%를 차지하는 데다 200여개의 협력업체가 몰려있어 피해가 가장 심하다.기아차에 이너패널 등의 부품을 납품하던 연간 매출액 11억원의 중소기업 ㈜경원하이텍이 지난달 30일 최종 부도처리된 가운데 추가부도가 우려되고 있다.이번 주까지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의 피해액은 모두 6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측은 “2000년들어 4년간 노조의 연 평균 파업일수가 15일,연 생산차질 대수는 2만 9208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노조측은 “파업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21일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이 도출돼 파업이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업 부품업체에 손배 청구 임단협 교섭 난항으로 조업중단 조치가 내려진 부품업체에 완성차업체가 손실배상을 청구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대우버스는 지난 15일 변속기어와 차축을 납품하는 통일중공업을 상대로 부품공급 중단에 따른 손실배상을 청구했다.통일중공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군산 대우상용차,기아차 군수트럭 생산 등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통일중공업은 국내 상용차용 차축 및 변속기 공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8일 노조가 회사정문을 봉쇄,제품 출하를 못하게 되자 사측이 14일 조업중단을 선언했다. 윤창수기자 geo@
  • 대법관 제청 파문 일파만파 /‘사법파동’ 조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면서 ‘사법파동’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법관제청위원직을 사퇴한데 이어 한 부장판사가 13일 인선에 거부감을 표시,사직했다.또 소장판사 3명이 대법관 인선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의견서를 작성,판사 100여명에게서 동참서명을 받았다. 법원은 이날 서둘러 대책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지만 판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당황해 하고 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대법원을 압박했다. ●법관 사퇴,이메일 연판장 파문 ‘개혁법관’으로 알려진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기존의 방식에서 한걸음도 변하지 않는 사법부에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서울지방법원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문흥수 부장판사도 “기득권 세력이 사법개혁을 방해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중견 및 소장 법관들은 대법원장의 신임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하는 이메일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이날 “대법관 제청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재경지역 단독판사들이 전국 법관에게 대법원장의 재고를 건의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27회 이상 부장판사들까지 이메일로 동참을 요청했다며 의견을 수렴한 뒤 연명서 형태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하며’라는 글을 통해 “대법원의 인적구성이 현재의 규범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만을 반영한다면 대법원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한 대법원 그러나 대법원은 입장이 확고하다.대법원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강 장관 등이 자문위 회의에서 중도 퇴장한 것에 법조계 대표로서 책임감을 망각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또 대법관 제청 후보 등 비공개 회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자문위 존립자체를 위협한 행동”이라고 말했다.이강국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이 아무리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도 법관은 법원이라는 조직에 몸담은 국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집단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엇갈리는 법원 내부의견 일선 판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대부분 밤늦도록 법원에 남아 삼삼오오 의견을 나눴다.“대법원장이 시민단체 등 외압에 흔들림 없이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유지했다.”고 환영하는 법관도 있었다.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심리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경험이 많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30,40대 법관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고집”이라고 입을 모았다.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후보 중에 한명이라도 시민단체 등이 언급한 인사를 포함시켰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법원이 외부의 요구가 어느 정도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박시환 부장판사,문흥수 부장판사 등은 내부통신망을 통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이번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도 빠짐없이 게재,외부시선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서울지법 한 판사는 “이르면 14일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행 대법관 임명절차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절차에 따라 선임된다.복수추천이 아니고 서열과 기수에 따른 단수 추천이다 보니 사실상 대법원장의 추천이 임명 그 자체였다.때문에 진보적 성향이나 재야인사들이 대법관으로 진출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특히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거나 예속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다만 지금도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은 검찰 출신과 변호사 출신을 관례적으로 임명하고 있다.하지만 나머지 11명은 전적으로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은 현역 법원장급 가운데 임명돼왔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chungsik@
  • 시민단체 초청 ‘해외 민주인사’ 사연

    반국가 인사나 간첩으로 낙인 찍혀 30여년 동안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해외 민주인사 61명을 집단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시대 분위기의 변화를 타고 이들이 귀국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들의 사연과 경과,정부의 입장 등을 살펴본다. “꿈에도 그리운 고국 땅을 밟아서 빼앗긴 수십년의 세월을 되찾고 싶습니다.”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가 추천한 고국 방문 대상자들은 벅찬 감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조국땅 밟나’ 기대감 30∼40년의 세월을 이역만리 객지에서 보내는 동안 ‘반체제·친북인사’라는 오명 속에서도 한시도 잊어본 적 없는 조국이었다.이들은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삶이 제대로 평가되기만 바랄 뿐이다. 42년째 고향인 경남 남해를 찾지 못한 곽동의(74·일본 도쿄 거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은 10일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오래전 세상을 등진 누나 얘기부터 꺼냈다.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1964년 하나밖에 없는 누님을 잃었을 때 장례식 조차 가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당시 곽 의장은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반대하며 반독재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곽 의장은 “투쟁을 멈추면 입국을 허가해주겠다는 당국의 제의에 ‘죽은 사람을 두고 정치거래를 하느냐.’며 그 자리에서 여권을 찢어버렸다.”고 말했다. 곽 의장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교민단체인 민단에서 제명돼 여권발급은 물론 금융거래도 제한당하고 자녀들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던 아픔을 떠올렸다.그는 “입국한 뒤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고국방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해외민주화 인사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부터 국내 인사들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명예회복과 정당한 평가 내려져야 고 이응로 화백의 조카인 이희세(72·프랑스 도르돈 거주)선생은 큰아버지인 이 화백이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고초를 겪는 것을 보고 화가의 꿈을 접었다.모교인 홍익대 강사로 일하다 1964년 프랑스로 유학간 뒤에도 ‘한국 화단을 바꿀 재목’이라는 평가까지 듣던 그였다. 이 선생은전화를 통해 “한국민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명예회복은 오히려 우리가 한국 정부에 해주어야 할 일”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통일운동과 반독재 활동을 벌인 그에게 이번 고국초청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그는 “그간의 활동을 정당하게 평가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분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일된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쳐 살아온 우리에게 조국의 문은 완전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민련 해외 활동을 벌여온 김성수(67·독일 프랑크푸르트 거주)·정방지(60)부부는 “희망이 있으면 오랜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이들은 1966년 독일로 유학온 뒤 만났다.정 여사는 “추진위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직접 축하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면서 “3대 독자인 남편을 기다리다 지난해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가장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친북·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35년 동안 고국에 오지 못한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교수는 휴가중이라 통화하지 못했다.동백림사건에 연루됐던 정규명 박사 등 많은 인사들은 투병중이어서 통화조차 어렵거나 제대로 연락되지 않았다. 구혜영 기자 koohy@ ■어떻게 추진되나 해외에 체류중인 민주화 인사 61명을 일괄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12일 이들의 입국심사서류를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정원장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초청 대상 인사들의 소속 단체가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거나 일부 인사는 간첩사건에 연루돼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어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조건없는’ 귀국은 실현되기 어렵다. ●반국가단체 소속 이유로 여권발급 거부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고국방문 초청사업은 2000년 12월 결성된 한통련 대책위가 물꼬를 텄다.고영구(현 국정원장) 변호사와 상지대 강만길 교수,국회의원 이창복씨 등이 공동대표를맡았다.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임종인 민변 부위원장은 “반체제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수십년간 살아온 한통련 회원들의 명예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정부 당국에 명예회복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들에 대한 여권발급거부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통련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이듬해 8월 결성식을 갖고 일본에서 반독재 민주화와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구출 투쟁에 주력했다.한통련은 1978년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 선고를 받았다.곽동의 한통련 의장은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통련이 일본에서 대규모 반유신 활동을 벌이자 당시 일본 유학생이었던 김씨를 한통련 회원으로 몰아 한통련을 이적단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 있어 입국 거부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반독재 투쟁은 1990년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해외본부 결성으로 이어졌다.범민련 결성은 이들의 활동방향을 통일운동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범민련해외본부는 남·북측 본부와 함께 3자 공동체제로 활동하는 기구로,결성 1년 뒤 1차 범민족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마자 반국가단체로 규정됐다. 남측본부 후원회 김수연 간사는 “해외본부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불허 조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남측본부는 지난해 12월 이들을 초청하기 위해 법무부와 교섭을 벌였지만 거부당했다.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백림 사건’ 연루자들은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번번이 입국을 거절당했다. 작곡가 윤이상(1995년 사망)씨와 부인 이수자(78)씨,정규명 물리학 박사,고 이응로 재불 화가 등이 이에 속한다.현지에서 이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한민족 유럽연대’의 김진향 통일위원장은 “정치망명의 길을 택해 대부분 현지 국적을 취득했다.”고 전했다.국내에서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와 5·18기념재단 등을 중심으로 이들의 초청사업이 진행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추진위 김건수 사무국장은 “국민의 정부 때 국내 민주화운동의 명예회복에 앞장섰던 것처럼 해외 민주인사들에게도 공평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참여정부가 어느 정권보다 인권을 강조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관련당국 입장 해외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귀국성사 여부와 관련,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다만 초청인사 대부분이 반국가단체 소속 회원이거나 과거 실정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어 일단 입국하더라도 필요한 조사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가 갖고 있는 일관된 견해다. 국가정보원은 10일 “이들의 민주화 노력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처벌’이 아닌 ‘절차’는 거쳐야 한다.”면서 “60여명 전원에 대해 일률적인 법 적용은 어렵고 개인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이들의 입국 사실을 국정원에 통보토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국가단체 적용을 받고 있는 한통련과 범민련을 비롯해 과거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은 법 적용 논리에 따라 조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밖에 워낙 사안이 중대해 비자발급 규제대상인 사람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국적을 갖고 있더라도 여권발급 금지대상자인 인사는 외교통상부장관의 발급 최종결정이 나지 않는 이상 입국 자체가 불투명하다.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정을 현저히 해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해 여권 발급을 거부토록 돼있다. 결국 이들의 귀국이 성사되려면 국가정보원의 입국통보 요청이 철회되거나 과거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 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예순을 넘긴 노인들이 짧은 기간 입국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칠지 의문”이라면서 “이들의 명예회복과 조건없는 귀국이 보장되려면 대통령과 관계 당국이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피니언 중계석/참여정부시대 방송법 개정 방향

    방송위원회는 지난 7월23일 방송법 개정안 시안을 발표했다.그러나 방송위안은 여러가지 전향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에 대한 제어 방안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들이다.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언론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다.성공회대 최영묵교수의 ‘참여정부 시대의 방송법 개정 방향’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요약한다. 2000년에 만든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독립성,공익성 강화,뉴미디어 시대 대비,시청자 권익보호 등이 이념의 근간이었다.그러나 방송 관련 총괄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보기가 어려웠다.방송위원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나 국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또한 공영과 민영,무료 지상파와 유료 유선 방송 등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공익성’을 적용하는 바람에 방송사업자들의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방송위의 규제나 처벌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취약한 시장경쟁 조정 기능,제한적인 시청자 주권 및 참여,미흡한 사업자 제재 등도 방송법의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새 방송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방송영상정책과 관련해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토록 했던 부분을 ‘협의’토록 하는 등 방송위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그러나 한국방송학회는 방송위의 개정안과 관련,지상파 광고 시장의 연장과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독과점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특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새로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데이터 방송과 ‘별정방송사업’ 등 신규사업 영역에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업 이외의 진입을 막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또한 방송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일반 시청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점,지역방송 문제 대책 결여,위원회의 기능과 도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권한 위임조항의 신설,정부와 국회 등의 의견 수렴 결여 등도 지적했다.전체 방송 구도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뒷받침하는 ‘지상파지원법’의 인상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시청자단체에서는 현행 방송법의 모호성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으로 4년간 소모적인 공방을 낳았다며 시청자주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청자 의견 반영 ▲간접광고·협찬고지 규제 강화 ▲방송위원 추천사유 공개 ▲시청자 영역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해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현행 방송법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관계 법령의 통합과 정비를 추진하되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특히 방송의 공익적 측면이 통신의 산업논리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지상파와 뉴미디어 방송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디어별로 규제를 차별화해야 한다.예컨대 사적 소유 구조이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SBS와 같은 상업방송에 대해서도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중앙행정기구이자 합의제 행정기구,독립규제위원회의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권한과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해 관련부처와의 쓸데없는 갈등과 마찰을 줄여야 할 것이다. 넷째,위성방송사업자(Sky Life)가 지난해부터 지상파방송사의 위성방송 재전송을 요구하고 있는데,재전송을 승인하면 지역방송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지역 민방의 생존 차원의 정체성과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편성 조항과 시행령을 정비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시청자에게 방송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방송위원과 KBS이사회,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EBS사장 등 주요 공영방송 책임자 선임에 있어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도덕성 등이 검증될 수 있도록 추천 기준과 사유를 법제화해야 한다.
  • “부당하게 짓밟고 항의하면 또 뒷조사”/ 盧 ‘신문에 법대로’ 예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열린 참여정부 2차 국정토론회에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낸 뒤 언론의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한 정부의 단호한 법 집행을 강조,언론과의 긴장·갈등관계가 다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4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노 대통령의 단호한 법 집행 언급에 대해 “신문고시나 공정위의 기능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언론과의 전쟁선포’ ‘언론탄압 기도’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서 정치쟁점으로도 부각될 전망이다. ●40일간 200곳서 불공정 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40일간 전국 200곳가량의 표본지역을 선정,장기 무가지 투입이나 고가 경품 제공 등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2001년 7월 신문고시 부활 이후 ▲신문시장 경쟁 격화로 자전거 등 고가 경품이 만연한 2002년 5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신문시장 직접 규제 방침을 밝힌 연초 이후 ▲신문고시 개정 이후 등 4개 시점으로 나눠 각 기간별로 신문사와 지국들의 고시 위반 행태와 사례·빈도·유형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언론중재위 안에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언론피해구조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횡포 적극대응 주문 노 대통령은 “대통령 하야하지 않는다.한 나라의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이 (언론의)횡포에 굴복,타협하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면서 “여러분도 지도자인데 이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으면 그만둬라.좋은 게 좋다고 하면 지도자 자격 없다.”고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부당하게 짓밟고,그에 항의한다고 더 밟고 ‘맛볼래’하며 가족을 뒷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조지는 특권에 의한 횡포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이어 “언론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 공정한 시장경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언론을 시민선택에 맡기라는 말이 있으나 공정한 경쟁이 되고 난 후 시민선택에 맡겨야 하며,이미 법이 있으므로 법을 단호히 집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사전 배경 설명을 잘하고 적극적으로 접촉한다 해도 이런저런 질문을 유도하고,꼬투리 달린 질문을 통해 거꾸로 이야기되고 보도된다.”면서 “(민원 담당 공무원들에게)1시간 열나게 강의했는데,‘개××’같이 인용한 것이 더 크게 보도된다.”고 불평했다. 노 대통령은 “편집권과 인사권,지배구조 등의 제도개선은 어떤 정부에도 벅찬 일이어서 보류할 수밖에 없고,언론과 시민사회가 하도록 기다리고,시민대표 기관인 국회가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지금까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외교안보연구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선진국에선 기자와 술마시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野 “국정실패 언론탓 돌려”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실패를 거듭하자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언론을 정부나 국민에게 피해나 주는 기관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인터넷 국정신문 만들기나이창동 장관의 언론피해구조제도 도입 발언,공정위의 조사는 언론과의 전쟁선포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문소영 박정경기자 sy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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