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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당들 ‘촛불시위에 대처하는 법’] 촛불 중심에

    지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촛불 정국’의 한가운데에 있다. 당 차원의 집회 참여는 물론 집회 생중계, 연행·구속자 변호활동 등 시민들의 방호복을 자처하고 나섰다. 두 당 모두 ‘촛불 정국’에 관한 한 정치적 구심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한편, 이를 동력화해 ‘혁신·재창당’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민주노동당은 원내외를 오가며 폭넓은 활약상을 보인다. 강기갑 의원이 장관고시 무기한 연기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연일 삼보일배를 벌이는 등 최전방에서 쇠고기 투쟁을 이끌고 있다. 원내에선 야당과 함께 장관고시 연기와 청문회를 벌이며 공조를 폈다. 소속 의원들이 경찰서를 방문해 연행에 항의하며 ‘공안 정국’에 맞서고 있다. 진보신당은 원외 투쟁에 결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18대 당선자가 전무해 현실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신 이덕우 공동대표를 주축으로 연행·구속자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진중권·정태인 교수 등 ‘스타 당원’이 연일 거리에서 국민과 주파수를 맞추는 데 주력 중이다.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받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후다. 두 정당 모두 촛불 정국을 도화선으로, 대중정당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자문을 던지는 중이다. 자발적인 참여로 ‘광장의 체험’을 갖게 된 시민들을 지지세력으로 결집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직 선명한 해답은 찾지 못한 것 같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당원이 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진보정치 세력이 신뢰받지 못하는 데 있다.”고 고심했다.. 민노당 핵심 관계자 역시 “촛불 정국 이후를 추동할 내부 혁신 프로그램과 리더십이 미비하다. 추가 이슈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공권력’ 앞에 선 촛불

    ‘공권력’ 앞에 선 촛불

    검·경이 거리행진과 대정부 투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주최하고 있는 단체들의 대표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민 3000여명은 27일 밤에도 서울 청계천 광장에 모여 “군사독재 시절에나 휘두르던 강압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항의하며 촛불문화제를 벌였다. 이 중 2000여명은 집회 이후 을지로와 명동 등을 돌며 밤늦게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시위를 벌인 40여명을 연행했다. ●대검 2년 만에 긴급공안협의회 대검찰청은 이날 박한철 대검 공안부장 주재로 경찰청 정보국장과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국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공안2부장 등이 참석한 긴급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했다.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이전반대시위 이후 2년 만에 열린 공안대책협의회에서는 불법·폭력 집회의 주동자와 배후 세력을 끝까지 추적하고 단순 참가자라도 도로에서 교통을 방해하거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면 계속 현행범으로 체포키로 했다. 돌멩이를 던지는 등 극렬 행위를 하는 시위대는 구속키로 했고, 인터넷을 이용한 배후선동자는 IP추적을 통해 신원을 밝힐 방침이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주최해 온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다함께 김광일 운영위원과 2MB탄핵투쟁연대,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미친소닷넷의 운영진 등 10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그러나 박원석 실장은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집시법의 비민주성에 대해 헌법소원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연행자 32명 전원 또 석방 한편 경찰은 두번째 거리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26일 새벽에 연행했던 32명도 전원 불구속입건하고 27일 밤 석방했다. 하지만 비운동권을 표방해온 서울대 총학생회가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를 위한 동맹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하고,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의 총학생회는 별도의 촛불문화제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대정부 투쟁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홍지민 김정은 장형우기자 kimje@seoul.co.kr
  • 검·경 ‘촛불’ 강경진압 혼선

    검·경 수뇌부가 거리로 나온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처리 방안에 대해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지만 ‘국민 저항권’이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 실무 수사진은 거리 시위에 ‘배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지만 수뇌부는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26일 “지난 주말부터 정치구호가 난무하는 불법폭력집회로 변질되면서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했다.”며 배후 조종자를 끝까지 근절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집회 전문 배후세력이 거리행진을 이끌고 있다. 수백명이라도 체포하겠다.”며 ‘배후설’을 노골화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현장 수사진은 수뇌부와 확연한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대오를 지어 행진하던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등 간단치 않은 양상으로 번져 경찰도, 우리도 당혹스럽다.”면서 “주동자가 있는 게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라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학생운동 전력자가 개입한 것은 아니다.”면서 “시민들이 쇠파이프 등을 들고 나오지 않는 한 강경진압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뇌부와 달리 현장 수사진은 여론을 돌보지 않는 사법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동자를 구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경찰은 이날 첫번째 거리 집회 당시 연행자들을 불구속 입건하며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주말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도 “나를 잡아가라.”고 항변하며 사법처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행된 시민들은 대부분 20∼30대 평범한 회사원과 자영업자, 주부들이었다. 도로 점거 등 특별한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연행된 사람들도 있었다.26일 새벽 서울 양천경찰서로 연행된 휴학생 김모(26)씨는 “신촌 거리를 걷다가 경찰들이 한 여성을 강제로 끌고가 이에 항의했는데, 다짜고짜 나를 연행했다.”면서 “집회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게 불법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법처리가 저항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민들의 불만족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처벌만이 능사란 식으로 나오는 정부의 판단은 한참 잘못된 것”이라면서 “강경대응이 거리의 촛불을 끌 수 있을진 모르나 국민들 마음속에 타오르는 촛불을 끌 순 없다.”고 진단했다. 유지혜 이재훈 장형우기자 nomad@seoul.co.kr
  • 검·경 ‘촛불’ 강경진압 혼선

    검·경 수뇌부가 거리로 나온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처리 방안에 대해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지만 ‘국민 저항권’이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 실무 수사진은 거리 시위에 ‘배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지만 수뇌부는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26일 “지난 주말부터 정치구호가 난무하는 불법폭력집회로 변질되면서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했다.”며 배후 조종자를 끝까지 근절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집회 전문 배후세력이 거리행진을 이끌고 있다. 수백명이라도 체포하겠다.”며 ‘배후설’을 노골화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현장 수사진은 수뇌부와 확연한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대오를 지어 행진하던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등 간단치 않은 양상으로 번져 경찰도, 우리도 당혹스럽다.”면서 “주동자가 있는 게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라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학생운동 전력자가 개입한 것은 아니다.”면서 “시민들이 쇠파이프 등을 들고 나오지 않는 한 강경진압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뇌부와 달리 현장 수사진은 여론을 돌보지 않는 사법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동자를 구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경찰은 이날 첫번째 거리 집회 당시 연행자들을 불구속 입건하며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주말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도 “나를 잡아가라.”고 항변하며 사법처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행된 시민들은 대부분 20∼30대 평범한 회사원과 자영업자, 주부들이었다. 도로 점거 등 특별한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연행된 사람들도 있었다.26일 새벽 서울 양천경찰서로 연행된 휴학생 김모(26)씨는 “신촌 거리를 걷다가 경찰들이 한 여성을 강제로 끌고가 이에 항의했는데, 다짜고짜 나를 연행했다.”면서 “집회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게 불법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법처리가 저항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민들의 불만족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처벌만이 능사란 식으로 나오는 정부의 판단은 한참 잘못된 것”이라면서 “강경대응이 거리의 촛불을 끌 수 있을진 모르나 국민들 마음속에 타오르는 촛불을 끌 순 없다.”고 진단했다. ▶ [관련동영상]美, 쇠고기 수입반대 삼보일배 행진 글 / 서울신문 유지혜 이재훈 장형우기자 nomad@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500명 거리행진…신촌 700여명 심야 강제해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이틀째 거리행진을 벌인 가운데 경찰도 이에 맞서 이틀째 물리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경찰은 26일 0시를 넘어서자 서울 신촌로터리 부근에 남아 있던 시위대 700여명을 강제 해산했다.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지면서 부상자가 발생했고,경찰은 일부 시민을 연행했다. 앞서 가두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서울 도심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숨바꼭질’ 시위를 벌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이날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6시30분쯤 두 갈래로 나눠 거리로 나섰다.1000여명은 청와대를 목표로 광화문 도로에 나섰다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혀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왔다.이들은 다시 경찰청 앞과 신촌 방향으로 행진했다.이들은 ‘국민 기만 서민 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는 펼침막을 들고 정부를 규탄했다. ● 청와대行 행진은 막고 서울역 방향은 저지 안해 또 다른 1500여명은 “다른 시민들에게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좀더 알려야겠다.”며 청계광장을 나와 태평로∼서울역 앞∼명동∼충무로∼퇴계로∼을지로∼동대문∼대학로 일대를 행진했다.이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수입 고시 강행을 철회하라.”,“이명박을 탄핵하라.”,“독재자 타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늦게까지 거리 곳곳을 다녔다.경기 부천에서 온 자영업자 황영규(44)씨는 “20년 전 1987년 민주화운동 때도 거리 집회는 불법이었지만 결국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국민들의 뜻보다 법이 위에 있을 수 있느냐.도로교통법 위반에 구속이라니,나도 잡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41개 중대 3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6시간 정도 서울 시내 곳곳의 거리행진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던 경찰은 26일 0시39분쯤 신촌을 행진하던 700여명을 강제해산하며 곳곳에서 물리력을 동원했다.때문에 곳곳에서 시민들이 극렬하게 항의하며 충돌이 빚어졌고 일부에선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폭행당하기도 했다.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당초 거리행진이 차량 소통을 극단적으로 방해하진 않아 적극 저지하지 않았지만 밤샘 집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강제해산이 들어갔으며 극렬 항의자는 연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쯤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이 청계광장에서 청와대 앞까지 재협상을 촉구하는 삼보일배에 나서기도 했다. ● “물대포 살포 동영상은 작년 것” 앞선 이날 오전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새벽 집회 참가자 연행에 대해 “해산명령을 거부한 채 도로를 점거한 이들 가운데 주모자와 선동자,극렬반항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연행된 사람 가운데 서울 J고등학교 3학년 남모(18)군은 나이가 어려 훈방됐다. 경찰은 또 지난해 벌어졌던 경찰의 물대포 살포 동영상을 마치 이날 새벽에 벌어진 일처럼 인터넷에 띄운 네티즌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추적 중이다. 한편 25일 오후 6시쯤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코아백화점 앞에서 ‘정권 타도’를 외치던 이모(42·무직)씨가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다.이씨는 이날 밤늦게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이씨의 분신 현장 주변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등이 적힌 유인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훈 김승훈 장형우기자 nomad@seoul.co.kr/
  • “촛불시위 연행자 엄단”

    경찰이 25일 새벽 청계천 주변에서 도로점거 시위를 벌이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자,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이 경찰의 과잉 진압과 시민 폭행에 반발하는 등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당국과 시민사회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국은 이날 세종로 사거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37명에 대해 불법시위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은 정부의 쇠고기 수입 방침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막겠다는 의도라며 비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국민수 2차장 검사 주재로 서울지방경찰청·국정원·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검찰은 연행자를 대상으로 가담 정도나 범위를 조사한 뒤 26일 중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검찰은 적극 가담자에게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요구불응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검찰은 “과격 폭력 시위 주동자는 철저한 수사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공권력이 과잉 진압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폭행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연행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새벽 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1회용 소화기를 참가 시민에게 뿌렸다는 보도에 대해 국 차장검사는 “마지막까지 설득하다가 불가피하게 몇 명에 대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학생과 시민 등 2500여명(경찰추산)은 이틀째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한때 주변 도로를 점거하는 등 경찰의 강제 진압에 항의했다. 앞서 전날 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다 세종로 사거리 교보문고 앞길에서 경찰이 막자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다 오전 5∼6시쯤 인도로 밀려나거나 연행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獨 반전시위 전국으로 확산

    |파리 이종수특파원|혁명은 변화를 불러들였지만 이에 맞서 저항도 거세 곳곳에서 희생양을 낳았다. 68혁명 앞에도 ‘세계를 뒤흔든’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그만큼 세계 각국이 비슷한 ‘열기’에 휩싸였다는 의미다. 전개양상은 나라마다 약간 달랐지만 밑바닥에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과 미국의 베트남 공습이 야기한 반제국주의, 반전 사상이 공통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68혁명의 대표적 국가로 프랑스를 꼽는다. 그러나 불씨는 인근 국가로 튀었다. 독일의 경우 1년 전인 1967년 6월부터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었다. 미국의 베트남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간헐적으로 벌어진 가운데 대학생들이 팔레비 이란 국왕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베를린 자유대학의 베노 오네조르크(당시 26세)가 경찰이 쏜 총탄에 쓰러졌다. 시위는 이듬해 4월 학생운동 지도다 루디 두치케 피습 사건이 겹치면서 활활 타올랐다. 급기야 전국으로 번지면서 2명이 살해되고 400여명이 체포됐다. 이에 맞서 의회가 긴급조치법을 제정하자 일반 시민들이 가세하며 확산됐다. 이탈리아도 당시 실업률 증가와 좌우의 극단적 대립으로 정세가 혼란스러웠다.68년 3월1일 로마 시내에서 대학생 수천명이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400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노동자들과 연대해 시위 규모가 커지고 과격해졌다.69년 이후 좌·우파 모두에서 급진적 정치그룹이 생겨났는데 극좌파인 붉은 여단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66년 조직된 ‘도발자’ 그룹이 혁명을 이끌었다. 이들은 처음에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반영해 반권위주의 시위를 주도했는데 국제 정세와 맞물리면서 반전·반핵 시위로 반경을 넓혔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68년 3월17일 대학생 등 3만여명의 시위대가 주영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가운데는 당시 대중문화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등도 참가했다. 처음에는 평화 시위로 시작했으나 경찰이 과잉 진압으로 맞서면서 격렬해져 자동차가 불타고 건물이 훼손당하는 등 영국 역사상 가장 과격한 시위로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68혁명의 열기는 다른 대륙으로도 번졌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멕시코 등 남미에서는 대규모 학생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그해 9월 멕시코국립자치대 학생들의 대학개혁 요구 시위가 벌어졌다. 멕시코 경찰은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면서 9월 말 500명의 대학생과 교수를 체포했다. 이어 10월2일에는 2000여명을 체포하고 중무장한 군인까지 동원, 시위대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300여명이 숨진 대학살극이 변화요구의 마당을 피로 적셨다. vielee@seoul.co.kr
  • 과잉 검문검색… 기념식장 썰렁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광주민주화운동 28주년 기념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우려했던 충돌 없이 치러졌다. 다만 기념식장 근처의 ‘5·18 구 묘역’에서는 광주·전남 19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시국회의가 쇠고기 수입과 관련, 긴급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사과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등의 파면을 요구했다. 한총련 대학생 50여명도 피켓을 들고 묘역 주변에서 시위를 했으나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사전에 충돌 우려가 나오고, 경찰의 과잉통제 탓인지 기념식장 초청석이 듬성듬성 빈 모습을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장에는 2500여개 의자 가운데 뒷자리 500여개가 채워지지 않아 썰렁했다. 그나마 일부 좌석은 전경 등이 자리를 채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시민들은 묘역 앞에서 “경찰이 일부 초청자들조차 행사장 진입을 막아 5·18 민주정신과 어긋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삼엄한 검문검색에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유족들은 “민중항쟁 기념식은 5월 영령들에 대한 추모행사로 경건함과 엄숙함을 되새겨야 하는데 모두 문제가 많다.”고 항의했다. 묘역 앞에서는 ‘청년희망국토대장정’ 일행 30여명과 장애인,5·18 유공자 차량 등이 기념식장을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자 경찰과 실랑이를 했다. 이날 5·18 민주묘지 주변에는 전·의경 74개 중대 등 경찰병력 8000여명이 철통같은 경비를 했다. 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측은 “5월 17만 2500명 등 올 들어 전국에서 29만 4000여명이 민주묘지를 참배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앞에서는 문화행사와 체험현장이 열려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날 ‘다시 서는 금남로’라는 주제로 열린 전야제에는 1만 5000여명이 참석해 마당극과 촛불행진 등으로 5월 정신을 재현했다.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광우병 쇠고기 반대’ 현수막 단속 말썽

    경기 과천시가 일부 주민들이 내건 ‘광우병 쇠고기 반대’ 현수막을 ‘무단 광고물’이라며 철거에 나서 말썽을 빚고 있다. 16일 과천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일부 공무원들이 ‘현수막 걸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점 등을 찾아가 “현수막을 무단으로 거는 것은 옥외광고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현수막을 떼어달라.”고 요청했다. 또 주민자치위원들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려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무원들의 단속 통고 사실이 전해지자 과천시에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와 홈페이지 방문이 빗발치면서 인터넷 서버가 잠시 다운되기도 했다. 과천시민 김모(36·여)씨는 “현수막 단속에 대해 납득이 안 돼 어떤 법규에 위반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정확히 대답을 못하더라.”고 말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시청에서 단속을 한 것은 아니고 일부 동사무소에서 현수막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당부를 주민들에게 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수막 무단 게재는 법 위반 사항이고 강제철거도 가능한 일이라 관련 규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의왕시민단체 “학의~ 고기 고속화도로 반대”

    경기도가 2013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학의∼고기 고속화도로 건설에 대해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의왕시 등이 반발하고 있다. 16일 도와 의왕시에 따르면 학의∼고기 도로는 의왕시 청계동에서 성남시 판교까지 7.28㎞ 구간을 연결하는 왕복4차선 도로로 민간사업자를 선정,2010년 착공해 오는 2013년 개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학의∼고기 도로 민간제안사업 제3자 제안공고를 냈으며, 심사를 통해 오는 8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지역의 환경단체 등은 “실효 없이 환경만 파괴하는 도로 건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의왕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학의∼고기 도로가 건설돼도 현재 건설 중인 제2경인고속도로 의왕∼판교 구간과 용인∼서울 도로, 국도 57호선(4차로를 6차로로 확장 공사 중)을 이용하는 것보다 불과 4분 정도의 시간단축 효과밖에 없다.”면서 “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학의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는 등 환경만 파괴하는 도로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도로가 지나는 의왕 학현마을 등 지역 주민들도 범시민대책위를 구성, 항의집회와 경기도 항의방문을 계획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민 박용철(59)씨는 “학의∼고기 도로는 2004년 추진 당시에도 정부의 사업성 검토를 통해 폐지됐던 사업”이라면서 “이미 대체할 도로를 많이 건설하고 있는 상태에서 거액을 들여 도로를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반대 결의문을 통해 “의왕 지역에는 고속도로와 철도·국도 등 모두 7개 노선의 광역교통시설이 도시를 관통, 오히려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또 특정지역 주민을 위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지역 실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의왕시는 “그린벨트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도로 통과지인 청계 지역에는 이미 182개의 교각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환경 파괴와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그린벨트 행위허가 요청 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된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나도 잡아가라” 촛불집회 사법처리 방침에 경찰청 홈피 마비

    경찰이 ‘광우병 촛불집회’ 주최자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 운동’ 관련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자 네티즌들이 항의성 ‘자수글’을 연달아 올리면서 경찰청 홈페이지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경찰의 잇따른 정권 코드맞추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마침내 사이버 시위로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14일 사이버경찰청 열린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대역죄를 저질렀으니 부디 처벌을 부탁합니다.’,‘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했으니 자수할게요.’,‘출국금지 요청합니다.’라는 등의 글이 4000여개나 폭주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권력 집행이 불공정하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우리 땅에서 무력 폭동을 일으킨 중국인들은 손끝 하나 못대면서 자국인들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경찰의 이중 행보에 분개하기도 했고 ‘한정된 인원으로 130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을 수사하시려면 고생이 많겠다. 개인의 자유권까지 침해하면서 처벌하신다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때문에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거부될 정도로 마비됐다. 완전 실명제로 운영되는 사이버경찰청 게시판에 이처럼 많은 네티즌들이 ‘자수’ 명목으로 글을 올린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리던 촛불집회는 14일 저녁 처음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겨져 개최됐으며, 경찰은 7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과 광주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도 경찰 추산 4000여명이 참여해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한 정부의 각종 무능한 대응을 규탄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선 당초 촛불문화제의 주축을 이뤘던 10대들의 참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등학교 3학년 이모(18)군은 “집회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불이익이 있을까봐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YMCA맨’ 전택부 선생이 말하는 스승 스코필드 박사

    ‘아, 스코필드 박사님/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병상에 누워계실 때 찾아가 문안 드리면 ‘난 호랑이가 아니요, 고양이요’/임종이 가까워져서 찾아가 문안드리면/‘난 고양이가 아니요, 참새요.’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호랑이 할아버지, 지금도 할아버지를 사모합니다.’ 올해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38년 전에 떠난 스승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시 중 일부이다. 스코필드 박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Schofield)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의료, 선교, 독립운동 보도 등의 활동을 한 영국 출생의 캐나다인이다. 한국의 3·1운동을 적극 지지해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렸고,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달 10일, 주한 캐나다대사관 1층 로비에서 스코필드 박사를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스코필드 박사가 1970년 4월12일 81세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봤던 오리 전택부(93) 선생은 이날 행사장에서 ‘호랑이 할아버지, 영원히 사랑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읊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날은 또 ‘호랑이 스코필드 동우회’(회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발족식도 함께 열려 캐나다 대사관 신축건물 1층을 ‘스코필드 홀’로 명명했다. 행사에는 데이비드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총장, 김국주 광복회 회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등의 인사가 참석했다.‘호랑이 스코필드’는 한국명 ‘석호필(石虎弼)’의 ‘호(虎)’와 그의 강직한 성품을 기리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영원한 YMCA맨’으로 불리는 오리 전택부 선생.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스승 스코필드 박사와의 각별한 사제지간의 정이 그 첫번째. 그리고 ‘스승의 은혜’의 노랫말을 지은 아동문학가 강소천이다. 소천과는 한 고향에서 태어나 학교를 같이 다녔다. 함흥 영생고보 시절, 소천은 일본인 교사의 조선학생 차별대우에 항의해 동맹휴학을 주동했다가 퇴학당한 친구 오리 전택부를 통해 항일사상을 길렀다. 둘은 6·25전쟁으로 헤어졌다가 휴전 직후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오리는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잡지 ‘새벗’의 주간으로 있었다.1955년 오리가 ‘사상계’로 옮길 때 소천을 새벗의 주간으로 추천할 정도로 절친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서 노년을 보내는 오리를 만났다. 그의 아호는 ‘전택부’의 오리 ‘부(鳧)’에서 따왔다. 어린 시절 오리의 부모가 귀엽다는 이유로 “오리야, 오리야!”라고도 불렀다. 한자로는 ‘나의 동리’라는 뜻에서 ‘오리(吾里)’로 적는다. 그의 집에 들어서자, 맨 먼저 벽에 걸린 김동리 선생의 친필 ‘낙도안덕(樂道安德)’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 하자 오리는 “1975년 YMCA총무를 퇴임하면서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을 때 동리가 축사한 뒤 직접 써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코필드 박사는 우리보다 더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아꼈다며 스승을 회상했다. “2001년 4월20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 주최로 스코필드 박사의 유품 전시회가 있었지요. 이때 보관해왔던 유서원문과 유품을 기증했습니다. 나더러 조사(弔詞)를 하라고 하기에 (앞에 언급된)‘호랑이 할아버지 사모합니다.’라고 읊었더니 그걸 전시장에 액자를 만들어 내걸더군요.” 스코필드 박사와의 인연은 오리가 서울YMCA총무를 맡았을 때였다. 당시 전택보 YMCA 이사장이 빈털터리나 다름없는데다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해 절뚝거리는 스코필드 박사에게 승용차를 선뜻 선물했다. 이때 스코필드 박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YMCA를 왕래했고 오리는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3·1운동 때 스코필드 박사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그 분이 1916년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3·1만세 때 죽거나 다친 많은 시민들을 위해 구호활동에 앞장섰습니다. 당시에는 세브란스병원 의과대학 교수였지요. 특히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 사건 때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했지요. 오늘 새로 밝힐 것도 있습니다. 그해 4월15일 3·1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병사들이 제암리 외에 화성군 수촌마을까지 급습했습니다. 교회당과 집집마다 사람을 가둬놓고 불을 질렀지요. 무차별 총질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불도 못 끄고 마을의 42가구 중 40가구의 식구들이 대부분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스코필드 박사는 자전거로 수촌마을을 오고가며 부상자들을 치료했지요. 이로 인해 스코필드 박사는 국외로 추방됐는데 ‘끌 수 없는 불꽃’이란 책을 써서 한민족의 의거를 세계만방에 알렸지요. 광복 이후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오리는 이같은 스코필드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76년 4월19일 수촌마을에 3·1운동 기념비를 세웠다. 이때 직접 비문을 지었다.‘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생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더니, 여기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와 의좋게 오래 살며, 길이 길이 낙원을 이루리라.’ ▶스코필드 박사는 동물도 무척 아꼈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하루는 침통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에 까닭을 물었더니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동생소식이 왔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아니야, 내 동생이 창경원에 있잖아. 창경원에 문제 많아요, 그래서 내 동생이 죽었어.’라고 해요. 그날 아침 신문에 호랑이 한 마리가 죽었다는 신문을 보고 슬퍼했던 것입니다.” ▶유서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나요. “모 고아원에 돈 얼마 주고,YMCA에는 얼마 주고, 누구누구에게는 얼마를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을 열어봤더니 미화로 2500달러밖에 없었는데 주라는 돈은 4000달러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더 보태 유서대로 했지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분은 많은 학생들과 고아들에게 돈을 주면서 ‘돈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라고 하셨지요.” 스코필드 박사는 월남 이상재 선생을 무척 존경했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G.S.Gale·연동교회 창설자)과 에비슨(O.R.Avison·세브란스의전 창설자) 등이 토론토대학의 선배이자 한국 YMCA창설자였기 때문에 오리에게 YMCA회관 재건에 쓰라며 30달러,50달러씩 돈을 자주 주었다고 한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분은 서울대 관사에서 혼자 사셨지요. 자식 얘기가 나오면 ‘한국에 아들과 딸들이 많이 있잖아요.’라고 했습니다. 연금과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여생을 보냈지만 1년 내내 옷 한 벌 사 입지 않고 그 돈을 모았다가 불우 이웃을 위해 썼습니다.” 오리는 스코필드 박사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몇번 되뇌었다. 오리는 서울에서 살다가 두 달 전에 도곡리로 이사를 왔다. 서울여대 교수로 있는 아들이 새로 집을 지어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것. 오리는 “아들이 어릴 적 우리 고향집처럼 지었어.”라면서 “나는 일제때 공산주의자였지…, 문익환, 장준하 등도 다 내 친구이고 후배였는데 먼저 갔어.”라고 덧없는 세월을 잠시 떠올린다. 그는 최근 ‘에세이문학’ 봄호에 자신의 마지막 글 ‘상사화의 비밀’이라는 수필을 썼다고 했다.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라고 하자 “(인심)쓰는 김에 넉넉하게 200살로 하면 안 되겠나.”며 웃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당까지 배웅나온 오리는 “참, 스승의 날이라고 했지, 독립운동가였던 여천 이용설(1895∼1993) 선생 있잖아. 그분도 스코필드 박사를 스승으로 무척 존경했다고 꼭 좀 써줘.3·1운동으로 일본 경찰에 쫓길 때 스코필드 박사가 많이 도와주셨거든.”이라고 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온 가족 ‘촛불’ 들고 뭉치다

    온 가족 ‘촛불’ 들고 뭉치다

    9일 저녁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에 모인 이들은 촛불문화제를 가족 소통의 장으로 삼았다. 중3, 중1 아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회사원 정시철(49)씨는 참가자들이 뭔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TV나 신문 보도, 주변 친구들이 말하는 걸 보고 듣는 게 아니라 직접 나와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왔다.”면서 “현장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먹거리를 걱정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남편, 작은 아들과 함께 나온 주부 김숙희(52)씨는 “미국 소가 수입되면 두 달 전 군에 간 큰아들과 구내식당 밥을 주로 먹는 대학생 작은아들이 주로 먹게 될 것”이라면서 “어미의 마음과 아내의 마음에서 가족을 설득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9개월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주부 임화영(34)씨는 “아들이 먹는 이유식에 쇠고기를 갈아 넣는데 미국소가 수입되면 알게 모르게 쓰게 될 것”이라면서 “아기를 낳으면 대한민국 엄마들은 모두 애국자가 돼 내 자식이 살 환경을 걱정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공노·민변 등 규탄 기자회견 도미노 공무원들도 분노했다.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공무원을 광우병 임상실험 대상으로 인식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규탄한다.9일부터 민공노도 촛불문화제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민공노 이상석 대변인은 “8일 저녁 결정돼서 이날 100여명이 참석했지만 다음주부턴 6만명 노조원 중 상당수가 현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쇠고기 논란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를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한택근 민변 사무총장은 “미국과 합의해 입법예고한 고시는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 건강권·행복 추구권을 제약하는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34조 제2항의 ‘농식품부 장관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고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 단체들이 모인 ‘청소년 광우병 집회탄압 규탄 기자회견 참가일동’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하려는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부는 설명하라.”면서 “경찰도 처음에 ‘정치적 선동’이란 표현을 쓰더니 이제 ‘업무방해죄’란 이유로 학생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자발적 집회 배후 지목은 명예훼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화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전국 시·도 교육감 회의에서 계기(시사)수업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교사용 자료와 학생용 만화자료를 배포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박탈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교조도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자발적인 촛불문화제 참여의 배후세력으로 전교조를 지목하는 것은 전교조와 학생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건강을 위한수의사 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 등으로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말이 괴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광우병으로 가공한 제품으로 감염이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김정은 장형우기자 leekw@seoul.co.kr
  • ‘소리없는 아우성’

    ‘소리없는 아우성’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에 대해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플래카드나 손 팻말을 들면’ 불법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침묵시위’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은 6일로 예정된 촛불 문화제가 정치성을 띤 집회로 바뀔 경우 주최자를 색출해 사법처리하겠다고 5일 밝혔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순수 촛불문화제 자체에는 할 말이 없지만, 정치적 발언으로 동조를 얻어서 구호를 외치거나 플래카드와 손 팻말을 흔드는 등 정치성을 띨 경우 불법 집회로 규정할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채증하고 발언 등을 검토해 관련자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쇠고기 국회청문회 앞두고 침묵시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독려했던 시민들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2일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1만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주최했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6일 오후 8시 집회장소를 서울 여의도로 옮겨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제목으로 침묵 촛불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카페의 강전호(37) 공동 부대표는 “7일부터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장소를 여의도로 옮겼다.”면서 “침묵시위는 경찰이 촛불 문화제에서의 발언을 빌미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니 이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3일 2만여명이 모인 집회를 주최했던 ‘정책반대시위연대’ 측은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강행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문화제와 집회의 차이를 규정짓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청장은 “(문화제와 집회의 차이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게 말할 수도 없고, 법에도 그런 건 없다. 전체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순수한 문화제를 벗어나는 범위가 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 지휘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잣대가 오락가락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달 27일 중국 유학생들의 성화봉송 시위가 사전 신고도 없이 정치적으로 흘렀는데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는지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다. 경찰청 혁신위원을 지낸 고려대 법대 하태훈 교수는 “집회에서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데 촛불집회를 불명확한 잣대로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건 집시법의 허점을 입맛대로 해석해 사전에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것으로 5∼6공 때나 가능했던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제·집회 규정은 현장지휘관 입맛따라 경찰이 집시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집시법은 문화제와 집회를 구분 짓는 개념이 없고 집회 자체조차 정의가 불명확하다. 처벌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셈이다. 법무법인 한결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시법 개념이 불명확하다 보니 경찰이 최근 기자회견과 문화제에서 누가 구호 하나만 외쳐도 바로 집회로 규정하고 ‘신고하지 않았다.’며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경찰이 참가자들의 의도와 속내를 어떻게 알아내 문화제인지 집회인지 판단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승훈기자 nomad@seoul.co.kr
  • [68혁명 40돌] (2) 혁명은 살아있다-佛 대표적 68세대 이냐시오 라모네 교수 인터뷰

    [68혁명 40돌] (2) 혁명은 살아있다-佛 대표적 68세대 이냐시오 라모네 교수 인터뷰

    |파리 이종수특파원|“모든 종류의 권위주의와 싸웠던 68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30주년이니 40주년 하면서 68혁명을 자꾸 ‘의례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앙가주망(현실 참여) 지식인으로 불리는 이냐시오 라모네(65) 파리7대 교수는 68혁명 40돌을 맞이한 심정이 약간 착잡한 듯했다.2일(현지시간) 파리 13구 ‘비판적 저널리즘의 상징’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건물에서 만난 그는 68혁명의 ‘계승’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혁명 주역들의 ‘변신’을 뼈아프게 꼬집었다.“당시 학생운동 리더였던 다니엘 콘-벤디트가 녹색당의 일원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한 것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현재의 그는 정치적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68혁명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주의자로서 비판의 칼을 빼들었던 철학자 앙들레 글뤽스만에 대한 평가는 더 혹독했다.“그는 아예 신보수주의로 돌아섰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더니 지난해에는 사르코지를 공식 지지했다. 그의 모습에서 타락·부패를 연상했다. 깨끗하지 못한 ‘늙음의 형태’라고나 할까.”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1997년부터 10여년간 맡았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간직을 지난 3월에 그만뒀지만 여전히 분주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68세대로서 68혁명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 68혁명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를 물어보았다. 그는 차분한 어조(이제껏 인터뷰 한 인사 가운데 가장 듣기 쉬운 프랑스어였다는 느낌이었다)로 68혁명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해줬다.“68혁명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정치적 혁명이라기보다는 ‘삶을 변화시키자.’는 문화 혁명이었다. 칼 마르크스는 ‘세계를 변혁시키자.’고 했지만 68세대는 ‘삶을 바꾸자.’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서양사가 68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어 68혁명의 현대적 계승에 대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특히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과의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각국의 경제 주권을 훼손시키는 국제 자본의 거대한 야망과 싸우는 것은 68혁명과 맥이 닿는다.” 그는 1990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인연을 맺은 뒤 세계화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기고문을 남겼다. 또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단체 ATTAC(Association for a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in Assistance to the Citizens)를 세워 세계화와 싸우고 있다.ATTAC는 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등급을 결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장 앞에 항의 시위를 하러 왔던 한국 농민단체와 함께 지지 시위를 했다. 이어 68혁명의 현재적 의미와 관련,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교생들의 시위를 주목했다.“교원 정원 감축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의 시위는 겉으로 보면 교사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일방적으로 감원안을 밀어붙이는 정부 입장에 반발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68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움직임이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지방 도시 보르도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파리 시위 현장에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전역이 혁명의 열기에 휩싸였다. 보르도에서 열린 시위와 정치 논쟁에 참가했는데 ‘새 사회’의 대안으로 마오쩌둥주의, 체게바라주의자 등 다양한 이념들이 분출됐다. 당시 열기는 혁명적 낭만주의에 비유할 수 있다.” 이어 68년 5월혁명의 정점이었던 5월 ‘바리케이드의 밤’에 참여한 많은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경찰과의 대치 속에 팽팽한 긴장이 오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 현장에 참여한 남녀노소가 모두 하나가 돼 갔다.”고 들려주었다. 화제는 프랑스의 현안으로 넘어갔다. 기자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2차 국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가 발전하려면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인 주장을 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자 라모네 교수는 즉각 냉소적 표정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하자고 한 것은 자가당착이다.”라고 맞받았다. 구체적 이유를 묻자 “68혁명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혼 경력이 있고 이민자 출신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랑스와 한국 등 최근에 일고 있는 실용주의 ‘열풍’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네차례 방문할 정도로 한국의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과 프랑스 대통령이 모두 ‘실용주의’를 주창하고 나섰는데 실용주의가 무엇인가. 돈이 되면 다 한다는 것 아닌가. 연대와 공동체 정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아 걱정스럽다. 또 한 국가의 경제가 쉽게 개선될 수 있는가. 한 국가의 경제는 국제 경제와 맞물려 있다.” 그 연장선에서 자신이 비판해온 세계화가 첫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에서 시작한 세계 금융 위기는 결국 세계화의 위기를 의미한다. 또 석유·곡물 가격의 폭등과 환경 파괴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있어 국제 경제의 사이클이 달라지는 시기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된다.” vielee@seoul.co.kr ●이냐시오 라모네는? 프랑스에서 68혁명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 지식인.1943년 스페인 레돈델라에서 출생. 기호학자 롤라 바르트의 제자로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7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1997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으로 활동. 이 신문에 실은 세계화에 대한 날카로운 기고문으로 유명하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커뮤니케이션의 횡포’를 비롯 ‘상업의 제물, 커뮤니케이션’‘세계의 새로운 권력과 지배자’‘조용한 프로파간다-대중, 텔레비전, 영화’‘마르코스, 반역의 존엄성’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수난의 봉송길… 성화 ‘영광의 코스’에

    수난의 봉송길… 성화 ‘영광의 코스’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올림픽이 30일로 D-100일을 맞은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충돌’을 야기했던 해외 성화 봉송이 이날로 마무리됐다. 성화는 이날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이송됐으며 2일 홍콩·마카오를 돌며 사실상 중국 국내봉송에 돌입한다. 성화가 해외에서 ‘수난’의 여정이 끝나고 ‘영광’스러운 중국내 코스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는 수천명의 경찰과 오성홍기를 든 중국 유학생들의 호위 속에 성화 봉송이 시작됐으나, 코스를 미리 공표하지 않아 일반 시민들의 환호를 받지 못하고 방송 중계 등도 허용하지 않은 채 90여분 만에 봉송을 마쳤다. 그럼에도 중국에는 마지막 한 고비가 더 남아 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는 ‘해외’ 봉송구간으로 분류하고 있는 홍콩·마카오 구간에서의 시위다. 홍콩에는 지금 속속 반(反)중국 시위대가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당국은 이들을 입경 금지시키고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이날 홍콩의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이미 지난 26일 덴마크의 저명 조각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옌스 갈쉬옷이 입경을 거부당한 데 이어 29일에는 자유티베트학생운동 소속 캐나다인 케이트 워즈노프 등 3명에게 입경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해외에서 중국 체제비판 활동을 벌여온 ‘독립 중문 PEN센터’의 비서장 장위(張裕)도 29일 스웨덴에서 홍콩에 도착했다 당국의 심문을 받은 뒤 회항편으로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홍콩 기자협회가 밝혔다. 오는 3일 성화봉송이 예정된 마카오도 28일 홍콩의 전 입법의원 마이클 막(麥國風)과 인권운동가 찬청(陳昌) 등 시민운동가 2명의 입경을 거부했다. 수단 다르푸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상대로 항의활동을 벌일 예정인 미국 배우 미아 패로는 홍콩 당국의 입경 거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1일 홍콩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단축한 33㎞의 성화봉송로에서 삼엄한 경비하에 봉송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일부 구간은 차량 봉송도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홍콩은 중국 영토에서 유일하게 반중 시위가 가능한 곳으로 많은 시위가 준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홍콩의 자치권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30일 인민대회당에서 자칭린 전국정협 주석, 류치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장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림픽 D-100일 기념 결의대회를 갖는 등 축제분위기를 이어갔다. 한편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지난 27일 서울에서 일어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가 소수에 의한 개별적 행동이었음을 강조하며 한국 언론의 보도를 반박하는 방식으로 여론 반전을 시도했다. 인민일보사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 언론이 중국인의 과격행위를 과장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고 재한 중국인 유학생과 자국 전문가 등의 발언을 인용, 이번 폭력사태가 소수에 의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이웃이자 경제발전의 본보기였던 한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성화봉송이 뒤틀렸다고 30일 전했다. 신문은 서울에서 올림픽 성화봉송 때 발생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로 한·중 갈등이 깊어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jj@seoul.co.kr
  • 정부 “폭력 가담자 강제출국 조치”

    정부는 지난 27일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폭력 시위를 벌인 중국인들을 철저히 가려내 형사처벌이나 강제 출국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외교통상부, 노동부 등 정부 당국자들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국민수 서울지검 2차장 검사 주재로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폭력 시위 현장을 녹화한 필름, 경찰의 채증 자료, 주요 호텔의 폐쇄회로(CC)TV, 시민이 찍은 사진이나 비디오 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해 폭력 가담자를 끝까지 추적·검거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간 외교마찰 가능성을 막기 위해 폭력 행위자로 드러난 중국인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동일한 행동을 저질렀을 때와 같은 형사처벌 수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법적·외교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한·중 우호관계를 최대한 존중하되, 불법에 가담한 중국인에 대하여는 강제출국 등 실정법에 따라 엄단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경찰은 사건 당일 서울광장 옆 프라자호텔에서 티베트인을 보호하려던 전경에게 폭력을 행사한 중국 유학생을 추적한 결과 경남 모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 대학에 수사팀을 급파했다. 올림픽공원 앞에서 성화봉송에 항의하던 국내 시민단체 회원에게 주먹을 휘두른 중국 유학생이 부산 모 대학에 재학중인 것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 중국인 폭력 용의자 4명을 쫓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정례간담회에서 “국민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서울 남대문서와 송파서에 전담반을 꾸려 중국 유학생들의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라면서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고 있지만 혹시 배후가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찰력 8000명을 투입하고도 내국인 단속에 치중해 중국인들의 불법 폭력시위를 방관했다는 지적이어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도 거세다. 홍성규 이재훈기자 cool@seoul.co.kr
  • ‘편협한 中華’가 폭력 불렀다

    ‘편협한 中華’가 폭력 불렀다

    ‘신(新) 중화 민족주의의 발로인가.’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보여준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과 집단 폭력 시위로 신 중화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폭력사태에 대해 중국 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나서면서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주한 중국 대사관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행사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시장경제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생긴 새로운 계급문제와 티베트 사태를 비롯한 소수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 중화민족주의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태승 아주대 교수는 28일 “중국의 파워가 강력해지면서 중화민족주의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소수민족 문제를 정치적인 중화민족주의로 통합해 넘어가려다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中대사관이 참여 독려… 외교문제 비화 국민대 국제학부 김영진 교수는 “중국의 경제 발전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사회 구성원들은 아직 다양성과 개방성 등 민주화 의식을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는 사안이 있으면 파쇼적 민족주의 속성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는 “소수를 위해서도, 삶의 절실한 요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히틀러 통치 시대나 일본 제국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제국의 영광과 권력’을 위한 비열한 시위였을 뿐”이라면서 “편협한 국가민족주의로 우경화하고 있는 중국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 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물병, 죽봉, 보도블록, 스패너 등을 동원한 중국인 유학생에 맞은 의경의 머리는 4㎝ 찢어졌고 취재기자와 시민단체 회원, 중국의 티베트 무력진압을 항의하던 미국·캐나다인도 다쳤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 힘 강해지면서 중화민족주의 살아나” 회사원 김태민(32)씨는 “빨간 옷을 입고 오성홍기를 휘젓는 이들을 보며 홍위병이 떠올랐다.”면서 “어쩌다 수도 한복판이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유학생들의 폭력 해방구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정(27·여)씨는 “남의 나라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몰상식한 중국인들이 주최하는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일부 중국 청년들이 성화봉송 행사과정에서 과격행동을 한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닝 대사는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재한 중국인 유학생회 등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측이 문자메시지·전화·공문 등을 통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행사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은 “대사관에서 한국의 각 대학에 있는 중국인유학생회 회원들에게 연락해 참가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 물병 던진 1명만 입건 중국인 시위대의 불법·폭력 행위를 현장에서 만류하는 데만 급급하고 검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경찰의 미온적인 경비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많은 유학생들이 시위에 참석해 통제불능 상태였다.”며 경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경찰은 5500여명의 시위자 가운데 반중국 시위대에 물병을 던진 중국인 유학생 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쳤다. 김승훈 김정은기자 hunnam@seoul.co.kr
  • 中시위대 난동에 네티즌들 아우성

    중국인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친 중국 시위대를 향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잇따르고 있다.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시위대를 항한 분노가 중국 전체로 이어져 반중감정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난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이 이뤄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벌어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은 이후 시위대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한편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이날 친 중국 시위대 약 7000여명(경찰추산)은 성화가 지나가는 장소마다 위치하며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항의하는 인권단체 및 시위대와 물리적 마찰을 빚는가 하면 이를 제지하던 경찰에까지 폭행을 가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의 평화의 문 광장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친 중국 시위대와 우리나라 인권단체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친 중국 시위대는 인권단체를 향해 돌·각목·스패너·쇠파이프 등을 던지며 폭력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중이던 한국일보 홍모 기자가 각목을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또 최용호 자유청년연맹 대표가 중국인 시위대 쪽에서 날아온 스패너에 가슴을 맞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다른 중국인들은 반 중국 시위대와 경찰을 가리지 않고 오성홍기 깃대 등으로 마구 폭행을 가했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는 중국 인권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티베트 자유’라는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미국·캐나다인들이 중국인 시위대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일행에게 물병을 던지고 깃대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해 타박상을 입혔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해 강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폭력 올림픽 보이콧’,‘중국인들을 추방하자’와 같은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오며 반 중국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날 친 중국 시위대의 폭력사태가 언론 보도보다도 훨씬 더 과격했다며 폭력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뺌이다’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성화봉송 중 중국인들의 티베트인 폭행장면’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서울시청 앞 한 호텔 로비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몸에 두른 수십 명의 중국 시위대가 반 중국 시위자를 가방·깃대 등으로 때리고 발로 밟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들은 경찰과 호텔 경비의 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을 구석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 한국어 서비스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한 친 중국 시위대원이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시민을 향해 발길질을 한 후 발로 밟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여러장 올라와 있다. 이 사진을 올린 ‘양파링’이라는 네티즌은 “바로 옆에 경찰 진압대가 지나가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중국인들에게 우리 시민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외에도 청와대 국민마당 게시판,경찰청 홈페이지,서울시청 자유게시판 등을 이용해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을 ‘유원형’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청와대 게시판에 “중국인들이 그렇게 무자비하게 난동을 부렸는데 경찰은 (중국인들을) 한명이라도 체포했나.”라고 물으며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이 나라에 공권력이 있기는 한 건가.”(전주홍),“다른 나라 눈치를 보기 전에 자국민부터 챙겨라.”(김재동)와 같은 의견이 있었다. 서울시청 자유게시판과 경찰청 홈페이지 역시 시위대의 무법행위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글로 도배질되다시피 했다.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난동을 부리는 동안 서울시는 방관만 했다.”(변웅섭),“국민을 위한 경찰이 아닌 외국인을 위한 경찰”(박영우),“경찰의 직무유기”(이정효)와 같은 비난글이 잇달았다. 한편 다음 청원 게시판에는 ‘폭력 시위-중국 대사관은 입장을 표명하라’라는 제목으로 이번 폭력사태를 규탄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오성홍기 휘날리며… 인권단체에 투석·욕설

    오성홍기 휘날리며… 인권단체에 투석·욕설

    서울이 붉게 물들었다.27일 성화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서울시내 곳곳에서 성화 봉송을 환영하러 나온 중국인 등이 가담한 친(親)중국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등 우려를 자아냈다. 시민들은 “외국에서는 반중국 시위대의 폭력이 문제가 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두려워 친중국 시위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친중국 시위대 서울도심 곳곳서 폭력 중국인들이 예상 밖으로 많이 모이면서 중국인들과 티베트 정책에 항의하는 반중국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이 잇따랐다. 보수·북한인권 단체로 구성된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행동은 이날 올림픽 공원에 18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에 중국인들은 시위대를 향해 돌과 물병, 음식물 등을 던지고 ‘꺼져라.’ 등의 욕설을 외쳤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측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오전 11시쯤 중국인 유학생 100여명이 반중국 집회에 참석하러 온 독일인 의사를 몽촌토성역 입구에서 20분간 둘러싸기도 했다. 티베트평화연대도 오후 4시부터 탑골공원에서 서울시청까지 ‘중국의 티베트 인권침해에 항의하는 33인의 평화 성화봉송’ 행사를 개최했으나 중국인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계획됐던 시청 앞 퍼포먼스를 취소했다. 중국인 시위대는 오후 4시쯤에는 ‘티베트 자유(Tibet free)’라는 티셔츠를 입은 미국과 캐나다인 5∼6명에게 물병을 던지는 등 폭행을 가해 일부가 다쳤다. 서울광장에 모여 있던 중국인들은 티베트 국기를 흔들고 있던 반중국 시위대를 추격하면서 인근 프라자 호텔에 난입해 이를 저지하던 의경을 구타했다. 이 의경은 머리에 둔기를 맞아 병원에 후송됐고 호텔에 있던 투숙객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오후 7시쯤에는 덕수궁 근처에서 티베트 국기를 꺼내려던 티베트인 30여명과 중국인 유학생 수십명 간에 충돌이 일어나 티베트 유학생 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서울광장 모여라” 중국 유학생들 연락망 돌려 성화 종착지인 서울광장은 오후부터 유학생을 비롯한 중국인 7000여명(경찰추산)이 가득 메워 도심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들은 ‘짜오우 중궈(파이팅 중국)’ 구호를 외치며 성화 봉송을 환영했다. 중국인들은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학교별로 연락망을 통해 조직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유학생인 쩌우슈예(24)는 “학교별로 중국인 유학생 대표들이 연락망을 통해 ‘성화가 시작되는 올림픽 공원과 끝나는 서울광장에 모이자.’는 연락과 메일이 돌려졌다.”면서 “전국 각지의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대거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대학에서 거주 중인 중국인들은 단체 버스를 대절해 상경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대학생 김하나(23·여)씨는 “전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이 마치 중국인들만의 축제인 듯 보인다.”면서 “인권단체에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는 모습도 간간이 보여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원 김정은 황비웅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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