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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피의 금요일] 적흑녹기 물결…“제2의 해방”

    ‘리비아의 민주화 대결은 녹색(카다피의 상징색)과 적색(반정부 시위대의 상징색)의 혈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정조준한 반정부 시위대가 무서운 속도로 점령 지역을 늘려 가는 가운데 옛 왕정의 깃발이 ‘투쟁의 상징’으로 퍼져 가고 있다. 해방구가 된 벵가지 등 리비아 동부 도시는 물론 카다피에게 반기를 든 각국의 리비아 대사관에도 깃발이 휘날린다. 민초들은 1951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사용했던 깃발을 꺼내들며 독재자를 쫓아내고 ‘제2의 해방’을 쟁취하겠다는 기세다. ●붉은색은 민초들의 피 상징 시위대의 깃발은 카다피가 집권을 시작한 1969년 이전 사용되던 국기다. 적색·흑색·녹색 등 삼색선 위에 이슬람교를 뜻하는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모양으로 카다피에게 쫓겨난 엘 세누시 왕가의 상징이었다. 시위대는 특히 붉은 선에 남다른 의미를 둔다. 이탈리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스러져간 이름 없는 민초들의 피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세프 부안델 카타르대 교수는 25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옛 국기를 흔들면서 카다피가 빼앗아간 조국을 다시 한번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왕정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정의 추억’을 공유하는 각 부족을 화합시키기 위해 시위대가 옛 깃발을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많은 부족이 당장 ‘카다피 퇴진’을 외치며 한배를 탔지만 부족 간 반목이 워낙 뿌리 깊어 관계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엘 세누시 왕의 지배를 받았던 때의 국기를 공유하며 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카다피는 현재의 초록색 국기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녹색이 곧 카다피’라고 여기는 그는 1977년 스스로 초록색으로만 이뤄진 국기를 만들었고 정치·경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지침서도 ‘그린북’(녹색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때문에 독재자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극에 달한 리비아 곳곳에서 시민들은 녹색기와 그린북을 태우는 등 ‘카다피의 색’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녹색은 이슬람권에서 평화와 평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시위대 트리폴리 목전 진격” 한편 시위대는 근거지가 된 동부 지역을 벗어나 서진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투브루크와 벵가지에 이어 수도 트리폴리 인근 리비아타까지 점령에 성공한 이들은 수도까지 진격해갈 태세라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특히 민주화 시위의 산파 역할을 한 벵가지에서는 시민들이 모처럼 얻은 자유를 만끽하며 마비됐던 도시 기능을 천천히 회복시키고 있다. 시민들은 15명의 유력 인사로 구성된 자치위원회를 만들고 군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자치위원회에 속한 페티 타르벨(39)은 “(정부의) 인권변호사 구금에 항의하려고 시위를 벌이려던 것이 봉기로 번졌다.”면서 “이렇게 빠른 변화가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격랑의 중동] 리비아軍 미사일까지 동원 진압… “최소 200명 사망”

    [격랑의 중동] 리비아軍 미사일까지 동원 진압… “최소 200명 사망”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19일(현지시간)과 20일 내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장기 독재정권의 강경 진압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유혈 사태 속에서도 오히려 민주화 열기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독재정권의 강압에 오래도록 억눌린 시민들의 저항의식이 아랍권의 지형과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리비아 병 원, 수혈할 피 모자라 발 동동 리비아 동부에 위치한 2대 도시 벵가지에서는 20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졌다. 보안군이 중화기까지 동원한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치면서 시민들은 “이것은 학살”이라며 치를 떨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와치는 이날 누적 사망자 숫자가 최소한 104명이며 이 가운데 최소 20명은 19일 살해됐다고 밝혔다. 반면 알자지라방송은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벵가지 한곳에서만 2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희생자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 각지에서 사상자가 잇따르면서 병원들은 수혈할 피가 모자라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리비아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거나 외부에 구체적인 시위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BBC방송은 19일 시위 도중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문상객들이 14.5㎜ 대구경 기관총 공격을 받아 최소한 15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현지 병원 의사의 말을 인용, 희생된 시위 가담자들이 머리와 가슴에 조준사격을 당했으며 한 희생자는 지대공 미사일에 머리를 맞았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벵가지는 마치 시위대와 보안군이 대치하는 전쟁터 같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예멘 보안군, 시위대에 발포 AFP통신에 따르면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20일 사나대학교 학생 수백명이 학교 근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근에서 살레 대통령 지지 시위를 벌이던 100여명과 충돌이 벌어졌다. 19일에는 보안군이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면서 시위 가담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보건부 당국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는 목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남부 도시 아덴에서도 16세 소년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예멘의 시위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다. AFP통신은 20일 주요 야당 지도자 하산 바움이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남부 도시 아덴에 도착한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바레인은 주말을 분기점으로 정부가 유화 국면을 조성하면서 지난 11일 이후 계속된 민주화 시위는 20일 모처럼 별다른 충돌 없이 진행됐다. 17일 수도 마나마 중심부 진주광장에서 야영하던 시위대를 무력진압해 사망자 5명과 200여명에 이르는 부상자를 냈던 보안군은 19일 셰이크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자의 지시에 따라 군 병력과 장갑차를 진주광장에서 철수시켰다. 진주광장에 다시 모인 시위대 수만명은 “우리는 오늘 바레인의 일부를 해방시켰다. 이제 전 바레인을 해방시키겠다.”며 기뻐했다. 광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이들은 20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알칼리파 왕세자는 19일 “모든 정파와 모든 이슈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반대세력과의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시아파 정당 소속 야심 후세인은 “(대화 제의는) 정책이 180도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화답했지만 대화를 거부하는 인사들도 있어 시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야당 지도자들은 20일 회합을 갖고 정부 측 제안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도 보안군의 재진입에 대비해 진주광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다시 설치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란 야당 진영 웹사이트들에 따르면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 테헤란 발리 아스르 광장과 국영방송 앞에는 각각 1000여명과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곧바로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에 나섰고 이후 경찰과 시위대 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반복되며 기습시위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언론매체들의 테헤란 내 시위 취재가 금지된 상태이며, 이란 관영 매체들은 이날 시위와 관련된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모로코 “모하메드 왕 권력 이양하라” 모로코에서는 20일 수도 라바트 에서 2000여명, 최대도시 카사블랑카에서 1000여명이 참가하는 민주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모하메드 왕에게 새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일부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는 19일 3000여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시도하다 진압 경찰과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을 포함, 12명의 시위자가 부상했다. 현재 알제 도심에 자리한 ‘5월1일 광장’에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9개 경찰 부대 2만 6000여명이 배치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현행법상 불법인 정당 설립을 추진하면서 웹사이트에서 총선 실시와 투명한 정부 등을 요구하던 운동가들을 대거 잡아들였다. 사우디에서는 다음 달 13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계획돼 있다. 지난 3개월간 미국·모로코 등에서 치료를 받던 압둘라 이븐 압둘 아지즈 국왕은 오는 23일 급거 귀국할 예정이다. 박찬구·강국진·정서린기자 ckpark@seoul.co.kr
  • 美의회, DJ구명 위해 “경협 중단” 압박

    미국 의회가 지난 1980년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구명하기 위해 군수물자 판매 유보와 경제협력 중단까지 거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도 김 전 대통령의 극형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교류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가 20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이 지나 공개한 1980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 의회는 김 전 대통령이 사형당할 경우 한·미 관계가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결의안을 제출하고, 당시 전두환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는 등 강도 높게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미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은 10월 3일 당시 전 대통령 앞으로 발송한 서한을 통해 “만약 김대중이 사형당하면 한·미 관계는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韓, 美고위급 방북 국무부에 항의 특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충고를 거절하면 주한 미 대사를 소환하고, 미 수출입은행 차관을 포함한 경제 협력을 유보시키겠다고 말했다. 리처드 홀브룩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8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김대중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미국이 피난처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한·일 정치유착 의혹으로 여론의 공격을 받자 “북한과의 교류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당시 일본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이 사형 등 극형에 처해질 경우,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여론과 야당의 공격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외교문서는 또 1975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이 공산정권에 함락된 후 억류됐던 사이공 주재 한국 대사관 외교관 3명의 석방교섭 과정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들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관련국들과 물밑 교섭을 벌였고 북한이 이를 방해하자 국내 수감 중인 북한 간첩과 맞교환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이에 동의했으나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고 이들은 5년이나 형무소에 있다가 겨우 석방됐다. 이들의 석방을 위해 스웨덴 외무부가 적극적인 교섭에 나섰고 미국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외신 등의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과의 신경전은 한·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1980년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이 이어지자 미 국무성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으나, 미측은 “지난 1977년부터 미수교국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한 이상 미국 시민의 북한 방문을 막을 수 없고 개인 자격의 방문은 미국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 기독교 단체 회원들의 방북을 막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미 국무부에 “미국의 직접적 대북 접촉은 한반도의 균형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북측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표단이 미국 인사나 단체를 북한에 초청하는 등의 정치활동에 제재를 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북한은 1980년 7월 김광훈·방찬영 교수 등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정치학자 7명을 초청했으나 당시 주미 대사관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이 중 일부는 방북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무기수출 문제로 서독과 갈등 정부는 대북 무기 수출 문제를 놓고 서독과 외교적 갈등을 겪었다. 7월 29일 서독 탄약회사 다이너마이트 노벨이 북한 수출용으로 제조한 캘리버 22 실탄 46만 5000발 가운데 4000발이 운송 도중 서베를린에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주독 한국 대사관은 해당 실탄이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COCOM) 리스트에 의거한 수출 금지 품목이라며 관계 당국 및 업계에 주의 환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독 정부는 “문제의 실탄은 스포츠용 소구경이라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지만, 미군 당국은 해당 실탄이 체코제 소총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주한 독일 대사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서독 정부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어 박동진 당시 외무장관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서독 외무장관의 친서를 전달하러 온 주한 독일 대사에게 “서독이 최근 한국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지나친 행동은 삼가 달라.”며 대북 실탄 수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서독의 내정 간섭 움직임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980년 북한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일이 실질적인 2인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그에 대한 정보가 미미했던 상황에서 “과격하고 고집이 세며 모험주의적 성격으로 두뇌가 명석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당시 제6차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일이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서열 5위로 부각된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지난해 9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받은 것과 비슷한 논조의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68년부터 4년간 약 45t의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동해상에 투기 처리했다. 투기지역은 울릉도 남쪽 12리 해리로 수심 약 2200m 지점이다. 1980년 당시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가 방사능 폐기물을 무단 투기했다고 보도하자 정부는 2차례 현장조사 결과 방사능이 자연 상태의 해수 수준과 차이가 없으며,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투기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바레인, 계엄령 선포

    바레인, 계엄령 선포

    “분노의 날이 열렸다.” 중동 시민혁명의 불길이 이집트를 넘어 바레인, 리비아 등으로 옮겨간 가운데 17일(현지시간) 바레인 국가안보위원회는 계엄령을 선포, 처음 군부를 시위에 투입해 수도를 장악하는 등 초강경노선으로 돌아섰다. 같은 날 ‘분노의 날’ 시위를 맞은 리비아에서도 시위 격화로 6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최장기(40년) 집권자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 역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바레인 野의원 18명 사퇴서 제출 이날 바레인에서는 군부의 개입이 처음 포착됐다. 바레인 정부는 새벽 경찰을 투입, 최루탄과 곤봉을 동원해 ‘제2의 타흐리르’ 광장이 된 진주 광장의 시위대를 몰아냈다. 이후 도시 곳곳에 탱크와 군용차량을 배치하고 군 검문소를 설치해 수도 마나마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의 사망자와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군부의 개입은 군부가 시민의 편에 섰던 이집트 사태 때와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바레인의 최대 시아파 야당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의원 18명은 항의의 표시로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혼돈으로 치달으면서 전날 중동 외교장관들은 마나마에서 긴급 회동을 갖기도 했다. 다음 달 13일 마나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포뮬러원(F1) 대회 개막전도 연기됐다. 내무부 장관은 시위대에 거리에서 떠나라고 경고했다. 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설도 모두 문을 닫았고 근로자들도 대부분 휴무에 들어갔다. 광장에서 쫓겨난 시위대들은 사상자들이 실려간 살마니야 병원 주변에 모여 “국왕에게 죽음을!”, “희생자들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같은 구호를 일제히 외치며 정부를 성토했다.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의 행렬도 줄을 이었다. ●“리비아, 저격수 배치해 공격” 이날 4개 도시에서 시위가 잇따라 열린 리비아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하고 보안군과 혁명위원회 소속 민병대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권단체인 ‘인권연대(HRS)’는 건물 위에 배치된 저격수들이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최소 14명의 시민들이 리비아 보안군에 체포, 연행됐다. 이날 시위대를 결집시킨 페이스북 그룹의 회원 수는 지난 14일 4400명에서 이틀 만에 9600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예멘·요 르단·이라크 시위 격화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 간 예멘도 정부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항구도시 아덴에 병력을 배치, 시위대에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수도 사나의 사나대학교는 이미 시위대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대학생을 중심으로 2000여명의 시위대가 이곳에 몰려든 가운데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간 유혈 충돌이 빚어지면서 25명이 부상했다. 이라크에서도 턱없이 부족한 공공서비스와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는 반정부시위가 계속되면서 시위자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북부 쿠르드 지역 술레이마니야에서는 시위대가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대통령의 쿠르드민주당(KDP) 사무실에 난입을 시도하자 보안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발포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270㎞ 떨어진 나시르에서도 시위자들이 관공서에 불을 질러 경찰관 5명이 다쳤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대로변에서 개 가죽 벗기는 잔인男 논란

    대로변에서 개 가죽 벗기는 잔인男 논란

    한 남성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죽은 개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손질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동방위성TV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5시경 상하이의 시내를 지나던 시민은 한 남성이 대로변에서 죽은 개를 매단 채 가죽을 벗기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칼을 든 남성은 나무를 이어 만든 높은 지지대에 개를 묶은 뒤, 능숙한 솜씨로 가죽을 벗겨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의 털과 살점들이 길거리에 마구 떨어져나갔고, 시민들은 잔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퇴근시간과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겹치면서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서 이 같은 행위는 행인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영상 속 남성의 직업 등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보아 인근 식당에서 개고기를 유통하는 업자인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시민은 “너무 잔혹해서 할 말을 잃었다. 길거리에서 그런 도축행위를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또 다른 시민은 “대로변에서 이런 행위는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은 “길거리에서 가축의 가죽을 벗기는 등의 도축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무상급식, 무상복지에 관한 법리/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무상급식, 무상복지에 관한 법리/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느 학부모가 자신의 딸이 중학생 시절 급식비 명목으로 학교에 100여만원을 납부한 것이 헌법상 무상으로 규정한 의무교육 조항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국가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초중학교 급식은 헌법상 보장된 무상 의무교육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 신청을 기각하였다. 서울중앙지법은 “헌법에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초중등교육법에는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해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의무교육의 범위가 수업료의 면제임을 명확히 하고 있어 학부모에게 급식운영비, 식품비 등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학교급식법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1조에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차상위계층에 속하거나 한부모가족지원법에 규정된 보호대상자, 도서벽지에 재학 중인 학생 등에 대해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 등을 우선 지원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급식비는 입법자의 정책판단 또는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일한 취지로 헌법재판소는 의무교육 무상의 범위에 관하여 초등교육에 대한 의무교육과 달리, 중등교육의 단계에 있어서는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절차를 거쳐 어느 시점에서 의무교육을 실시할 것인가는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하여 법규가 정한 범위 내에서 무상으로 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헌재 90헌가27). 한편 2002년 대선의 신행정수도 공약과 같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학교 무상급식의 공약으로 큰 재미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야권은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를 넘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무상복지 내지 보편적인 복지를 내세운다. 이에 여권은 표를 의식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맞서며 무상급식의 단계적 실시를 비롯한 선별적 복지를 내세우고, 학부모단체 등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사회국가(복지국가) 원리는 모든 국민에게 그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면서 그것에 대한 요구가 국민의 권리로서 인정되어 있는 국가의 원리를 말한다. 우리 헌법은 복지국가 원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의 전문, 헌법 제31조 내지 제36조의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에 관한 조항 등과 같이 복지국가 원리의 구체화된 여러 표현을 통하여 이를 수용하였다(헌법재판소 2002헌마52). 복지에 소요되는 방대한 재원의 확보는 국가의 재정능력과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한계가 있으며, 복지국가라고 하여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민생활의 평준화·일원화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복지를 강조하는 국가라도 경제적·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1차적으로는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신체장애인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 등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비로소 국가가 개입하여야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원리일 것이다. 야권의 무상복지 주장은 일본 정치권의 15세 이하 자녀 가구에 대한 무차별 금품 지급 공약사례와 같이 나랏돈으로 생색낸다는 점에서 과거 선거의 고무신, 돈봉투 살포보다 더 심한 공공연한 매표행위나 다름없다. 또 국가재정을 무시한 무상복지는 그야말로 취약한 저소득층에 돌아갈 복지의 혜택을 중·고소득층이 빼앗으며, 그 대상자인 어린이들이 장래에 성장하여 세금으로 갚아야 할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성장과 생산적인 재정투자를 추구해야 하고 북한의 무력 위협과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상복지에 따른 국가재정 지출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 울산 현대차 5개공장 가동 중단·대구 물류 개점휴업

    평소 눈을 자주 볼 수 없던 부산·경남지역에 갑자기 폭설이 내리자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제설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앞서 강원영동지역의 폭설은 농작물 피해와 교통대란에 그쳤지만, 영남지역의 폭설은 이와 더불어 산업단지의 생산 차질과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부산시는 14일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전 직원 비상소집령을 내려 제설작업에 투입했다. 80여대의 제설 차량을 동원해 고지대 이면도로 등에 염화칼슘 150t을 뿌렸다. 부산시는 폭설로 인해 시민들이 도시철도로 몰릴 것에 대비해 총 20회의 열차를 증편 운행했다. 그러나 눈이 많이 오지 않는 남부지방이어서 제설차량이 부족한 데다 제설작업도 강원지역에 비해 어설프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가 미끄럽고 위험한 탓에 중국집, 통닭집 등 배달전문 점포들이 배달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부산기상청은 폭설에 대한 예보가 너무 늦었다며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남지역에선 100여곳에 가까운 학교가 휴교를 하거나 등교시간을 늦췄다. 오전에 내리던 적은 눈이 오후 들어 폭설로 변하자 경찰은 창원, 김해, 양산, 밀양, 의령지역 도로 20곳에서 차량 진·출입을 전면 통제하거나 체인을 장착한 차량만 통과시켰다. 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대구와 경북지역에선 경주 산내와 청도 운문을 잇는 국도 등 국·지방도 16곳에서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오전 5시쯤 대구 수성구 가천동 범안로 고가도로 아래에선 트럭을 몰고 가던 박모(43)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로등과 충돌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대구발 항공기 3편이 결항돼 승객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도로 곳곳이 얼어붙으면서 시민들이 도시철도로 몰려 대구지하철 1·2호선 승객이 일주일 전보다 50% 많은 9만 4018명으로 집계됐다. 경북 울진에서는 비닐하우스 85동과 축사 32동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울진읍 현내항의 소형어선 3척이 침몰했다. 올해 초 60여년 만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린 포항지역에도 한달 만에 다시 최고 40㎝의 대설이 내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3만 5000t에 이르는 철강제품 출하를 이날 1만t으로 줄였다. 현대자동차는 오후 9시부터 시작하는 울산공장 야간조에 대해 하루 휴무를 지시하고 5개 공장 생산라인에 가동을 중단했다. 울산지역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인 16.5㎝가 내렸고 밤에도 10㎝가 더 내렸다. 경주 외동공단 관계자는 “7번 국도가 울산과 경주공단을 연결하는 유일한 주도로인데, 눈에 얼어붙어 큰 걱정”이라면서 “부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현대차의 조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70여개 화물알선업소가 입주해 있는 대구 물류터미널은 300여대의 화물차량들이 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한편 서울시는 16일까지 공무원 26명과 덤프트럭 12대, 제설제 120t을 강원 피해지역에 긴급 지원했다. 남인우기자·전국종합 niw7263@seoul.co.kr
  •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마침내 해냈다!” 이집트 전역 시민들 환호 물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시위 18일째인 11일 사퇴 선언을 하자 이집트 전역은 환호로 뒤덮였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저녁 6시쯤(현지시각) 국영 방송을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군에 권력을 이양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당초 중요한 성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 기대는 했지만 막상 하야 발표가 이뤄지자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야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이집트 전역은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로 가득했다.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발표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군부가 이날 오전 두번째 최고지휘관 회의를 가진 뒤 금요 예배가 시작되는 정오를 단 몇 분 남겨 놓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적법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지 18시간 만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한 군에 대해 시민들은 “우리의 모든 희망이 군에 달려 있었는데, 실망이다.”라고 소리쳤다. 시위 구호도 “떠나라”에서 “무바라크를 법정에 세우자”로 바뀌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나이 반도의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로 떠난 것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 2대가 대통령궁에서 출발하자 “떠나라.”고 외치는 등 기대감을 키웠다. 여기에 국영TV가 대통령궁에서 중대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알리자 시위대는 조금 더 들떴다. 하지만 이미 전날 하야를 기대하다가 실망, 분노를 경험했던 시위대로서는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하야 발표 후 국민들은 그간의 울분을 다 토해내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타흐리르 광장에 있던 기기 이브라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냈다.”면서 “믿을 수가 없다. 무바라크, 그 독재자가 가고 이집트 국민들이 영원히 자유다.”라며 감격했다. 이날 예배가 끝나자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AFP통신은 이날 수도 카이로에서 100만명,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 50만명이 시위에 참여하는 등 15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대통령궁, 정부 청사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날은 최소 2000명의 시위대가 국영 방송국을 둘러싸고 “정부의 거짓말을 전하고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항의했다.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엘아리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총격으로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시위대들은 최대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요구사항을 얘기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신발을 벗어 공중에 흔들어대며 현 정부에 대한 경멸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 유머 있는 시위문구도 등장했다. 타흐리르 광장 바닥에 당나귀 그림을 그린 한 시위 참석자는 그 안에 “우리는 당신의 메시지를 받고 당신이 당나귀(겁쟁이라는 뜻)라는 걸 알았다.”고 써 넣었다. 수에즈 운하 근로자들로부터 시작된 노동조합의 시위 합류도 계속됐다. 대중교통시설은 물론 병원, 우체국, 통신회사 등의 노조도 일제히 거리로 나섰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KTX 탈선] 터널 진입 순간 “쿵”… 탄내 나며 20도 기울어 ‘위기일발’

    [KTX 탈선] 터널 진입 순간 “쿵”… 탄내 나며 20도 기울어 ‘위기일발’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11일 오후 1시 5분쯤 부산발 서울행 제224호 KTX 열차가 광명역을 800여m 앞두고 시멘트 구조물로 된 터널에 진입하는 순간 열차 후미 부분이 갑자기 덜컹거리며 휘청거렸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열차는 급정거했으나 전체 10량 가운데 6량(5~10번)은 이미 선로를 벗어난 상태였다. 승객 조모(35·여)씨는 “쿵쿵거리며 멈춰 선 열차에서는 탄내가 심하게 났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시속 300㎞의 바람 같은 속도로 서울과 부산을 2시간대에 주파하며 ‘꿈의 열차’로 각광받고 있는 KTX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이었다. 149명의 승객들은 영화 같은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사고 객차에 탄 승객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승객 가운데 박모(63·여)씨가 사고 여파로 허리 통증을 호소해 인근 광명성애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나머지 승객들은 역무원의 안내로 어두컴컴한 터널을 따라 광명역까지 걸어 대피했다. 20도쯤 옆으로 기울어진 객차는 위기일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모(47)씨는 “탈 때마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초특급 열차의 바퀴가 빠져 나가는 이런 일이 도대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며 분노했다. 당시 제224호 KTX 열차는 광명역을 눈앞에 두고 시속 10㎞ 정도로 서행하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과 소방당국은 구급차와 구조차량 20여대와 구조인력 100여명을 현장에 급파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상·하행선이 불통되기도 했던 KTX역은 회의나 모임, 귀가를 제때 못해 항의하는 이용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주말 오후 열차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대혼잡을 빚은 역사마다 지연운행에 따른 환불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역에서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자 하행선 승객 수십명이 지연운행 이유에 대한 코레일의 설명과 환불을 요구하며 선로를 일시 점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양운학 부산역장은 “도착 40분 지연시 50%, 1시간 지연시 전액 환불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일부 부산 KTX 승객들은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김해공항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진헌(57)씨는 “거래처에서 오후 8시쯤 서울역 인근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KTX 열차편으로 상경할 계획이었는데 광명역에서 열차가 탈선했다는 소식을 듣고 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며 김해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전선 구간 KTX 창원중앙역은 탈선 사고로 상행선 KTX 운행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오후 4시 56분 서울행 KTX 예매 고객에게 환불을 실시했다. 사고 소식은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KTX 탈선으로 대전→서울 고속버스로 이동.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겠음. 철도공사 문의해도 씹고 전화폭주로 강제통화 종료하고, 잘들 하고 있다. 언제 서비스 제대로 할래?’, ‘지금 부산역은 장난 아닙니다. 직원분들은 자동발매기를 폐쇄 중이고 시민들 불만이 이곳저곳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라는 등 코레일을 질타하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수사에 나선 경기 광명경찰서는 사고 현장을 전면 통제하고, 사고 열차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광명서 한승수 강력1팀장은 “기관사 등을 불러 탈선 원인 등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조만간 사람의 잘못인지 기계 결함인지는 대략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테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며, 신호 오작동을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경찰 단독으로 수사하지만 코레일과의 공조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고 현장은 70~80% 복구됐으나 완전복구는 12일 오후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55분쯤 서울역에서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향하던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가 서울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인근에서 고장으로 40여분 동안 멈춰 서 승객들의 환불소동이 빚어졌다. 오후 5시 55분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2324호 전동차가 차량 고장으로 24분간 멈추는 등 열차 고장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광명 윤샘이나·부산 김정한 창원 강원식기자 sam@seoul.co.kr
  • 서초 간선도로변 걷기 편해졌네

    서초 간선도로변 걷기 편해졌네

    서초구에는 걷고 싶은 길이 많다. 올레길이나 둘레길처럼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생태길 얘기가 아니다. 출퇴근 길에, 등하교 길에 항상 지날 수밖에 없는 ‘평범한’ 보도(步道)들이다. 하지만 유독 넓직하다. 마트 앞에 다닥다닥 붙기 십상인 과일상자도 없고, 자리를 넓히려는 커피숍 테라스도 없다. 바로 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한 ‘간선도로변 건축선 후퇴부분 일제 정비사업’ 덕분이다. 보행인이 많은 주요 보도는 건축법에 의거, 미관과 보행공간 확보를 위해 건축후퇴선(도로경계로부터 3m)이 지정돼 있으며 사유지라도 광고물·영업시설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후퇴 부분을 심지어 개인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시민 보행권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구는 보행자의 권리를 위해 미관지구로 지정된 강남대로와 동작대로 등 11개 간선도로 84.52㎞를 대상으로 일제 정비사업에 돌입했다. 일단 건축선 후퇴 부분 영업시설이나 불법 간판 설치, 보도 주정차 행위 등에 대한 계도 활동부터 시작했다. ‘단속’부터 벌인 게 아니라 현장을 일일이 방문해 건축선 후퇴 부분이 필요하다는 설득전을 폈다. 처음에는 건물나 영업주들이 재산권 침해를 들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공감대를 늘리며 자진정비가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조사된 656개 업소 가운데 170여곳이 길을 비웠다. 진익철 구청장은 “원래 1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건축선 후퇴 부분 위반을 사유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전국 초유의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었지만 자율적으로 잘 이뤄져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시민들이 보도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쾌적한 가로 환경을 만드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선 후퇴 부분에 공공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도록 ‘미관지구 마스터플랜’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충청, 과학벨트 백지화 저지 ‘올인’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공약 백지화를 시사한 뒤 충청권이 들썩이고 있다. ‘세종시의 판박이’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자치단체들도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다. 대전시는 7일 염홍철 시장과 실·국장, 구청장,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3단계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청와대 항의방문 등 지역정서 표출, 충청권 입지 논리개발 및 여론형성, 대덕R&D특구·세종시·오송~오창 활용방안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며 압박한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선정위원회가 정하는 대로 과학벨트 입지를 확정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얘기”라며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야당,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합쳐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청권 3개 시·도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제2의 세종시 사태’로 간주하고, 500만 충청인과 함께 강력하게 싸워 나가겠다.”고 비난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이 대통령이 백지화 시사 발언으로 충청권을 다시 혼란에 빠뜨려 유감스럽다.”고 동조했다. 3개 시·도는 이달 중 과학벨트 충청입지 백지화의 부당성을 알리는 홍보전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살포하고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충청권 입지 관철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과 도의원들은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폐기해 충청인을 우롱했다.”면서 대선공약 이행과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어 “충청권 입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통령에 대한 불복종 운동과 제2 세종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대전시당마저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 조성이 무산될 경우 당직 사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하겠다.”고 성토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는 조치원역 광장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지화 발언 규탄대회를 갖고 과학벨트의 충청권 약속 이행, 과학벨트 공모 시도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청지역은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충북 오송·오창단지의 첨단과학기술, 세종시의 비즈니스 기능이 한데 묶여 과학벨트 최적지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면서 “정파 등을 떠나 이 문제를 시민운동으로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소셜커머스의 ‘소셜 횡포’

    소셜커머스의 ‘소셜 횡포’

    #사례1:지난해 12월 서울 이문동에 사는 대학생 A(23)씨는 온라인 공동구매를 통해 시중가 28만 8000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8만 9500원에 샀다. 횡재한 줄 알았던 A씨는 배달된 제품을 보고 실망했다. 광고와 달리 2년 전 모델이라 배터리가 금방 닳아 없어지고 성능도 기대에 못 미쳤다. A씨는 “해당 사이트에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서울에서 작은 갈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11월 한 소설커머스 업체에 쿠폰을 팔았다가 큰 손해를 봤다. B씨는 ‘1인분에 1만 6000원 하는 돼지갈비를 반값에 구매 가능하다’는 내용의 쿠폰을 300장만 팔려 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업체가 “기본 단위가 1000장”이라고 해 울며 겨자먹기로 700장을 추가로 팔아야 했다. 결국 한꺼번에 몰린 ‘반값 쿠폰 손님’으로 700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용자 26% 손해 본 경험 스마트폰 보급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확산을 통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소셜커머스의 횡포에 소비자·자영업자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싼 가격을 앞세워 회원을 유치하고 있지만, 교환·환불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할인 쿠폰 판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관련 규정을 어기고 교환이나 환불을 하지 않고 있다. ‘100명이 공동구매해야 반값 할인’을 내세운 한 업체는 환불을 요구한 소비자들에게 “중도에 몇몇 소비자들이 환불을 할 경우 ‘100명 기준’에 미치지 못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청약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전자상거래법상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7일 이내에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환불 및 교환을 해야 한다.”면서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이런저런 핑계와 거짓 해명을 통해 소비자들의 청약철회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6일 서울시가 시민 4000명을 대상으로 소셜커머스의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 가운데 26%인 297명이 ‘상품 광고가 부풀려졌거나 배송이 지연돼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식당주인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음식점,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50% 할인가격에 추가로 10%의 수수료’라는 조건으로 소셜커머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가게 홍보 차원에서 할인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최소 1000장 이상’ 등 단위로 할인 쿠폰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영업자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홍보와 손님 재방문 효과를 위해 50% 할인 및 일정 규모 이상 쿠폰 발행이란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해보상 기준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300여곳 성업중인 데다,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5배 급증한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소셜커머스가 포함돼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면서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피해 보상 방법 등 기준을 어떤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진·윤샘이나·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용어 클릭]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공동구매자를 모아 상품·티켓·할인쿠폰 등을 할인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 동남권 신공항 유치 막판 힘겨루기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영남권 자치단체 간 힘겨루기가 막판에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정부는 3월 중 최종 입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대통령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정부가 지난해 입지 선정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유치경쟁이 치열해지자 일정을 미뤄 왔다. 현재 경남 밀양에 유치해야 한다는 대구시, 울산시, 경북도, 경남도와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한 4개 지방자치단체는 26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발대식에는 4개 지자체에서 200여개 단체 3000여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추진위는 그동안 사용했던 ‘동남권 신공항’ 대신에 ‘영남권 신공항’이란 명칭을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신공항 건설은 영남권 주민의 생존권 문제”라면서 “올해 3월까지로 예정된 신공항 입지 결정의 일정을 다시 미룬다면 영남권은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의회의 ‘신국제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는 지난 25일 울산시의회에서 영남권 4개 시·도 의회 관계자 간담회를 열고 신공항 입지를 약속대로 올해 3월까지 결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마련했다. 4개 시·도 관계자로 구성된 ‘신국제공항 밀양유치추진단’의 박광길 단장은 “정부의 어떤 결정도 수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부산시가 서명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맞서 부산시는 ‘정부 주관 공청회 및 공개토론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다시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11월 대구·경북·울산·경남에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먼저 제안했으나 토론회가 무산된 바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25일 “지금까지 과열경쟁을 피하고자 이성적, 논리적으로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공세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남권 신공항은 처음부터 김해공항의 소음과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추진됐다.”면서 “김해공항이 있는 부산이 제일 큰 이해당사자임에도 대구·경북에서 과도하게 밀양 유치를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6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동남권 신공항 범시민 유치위원회’를 개최하고 더 과감한 유치 활동을 펴기로 했다. 지역의 각계각층 대표급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신공항 유치 범시민 유치위원회’도 대구·경북이 과도한 여론몰이와 정치 공세를 편다며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27일 부산역 광장에서 개최되는 범시민궐기대회의 참여 및 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앞서 부산시는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유치 의지를 확산시키려고 직원 1만 7000명에게 ‘신공항은 가덕도’라고 적힌 리본을 달도록 했고, 지역단체에서는 결의를 담은 플래카드를 시내 곳곳에 매달았다. 부산 김정한·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백화점·빌딩 ‘양호’… 호텔은 20도 넘어

    백화점·빌딩 ‘양호’… 호텔은 20도 넘어

    정부의 고강도 에너지 절약책인 ‘난방온도 20도 제한’ 정책은 잘 이행되고 있을까. 서울신문이 시행 첫날인 24일 김경희 에너지시민연대 간사와 함께 지정건물 441곳 중 업무시설, 호텔, 백화점 등 4곳을 직접 둘러봤다. 결과는 대체로 양호했으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사는 에너지시민연대의 자문을 얻어 한 층당 입구, 중간, 끝 등 두세 곳의 온도를 1층과 중간층, 꼭대기층까지 총 4~9회 잰 뒤 평균값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온도는 연대 측의 디지털온도계로 측정했다. 오전 11시. 외국 기업들이 주로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인근의 A빌딩을 찾았다. 서울을 뒤덮은 폭설이 실내까지 이어진 느낌이었다. 직원들 열에 아홉은 외투를 껴입고 있었다. 먼저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입구 쪽 온도를 쟀다. 영상 17도. 출입문으로 찬바람이 새어드는 영향 때문인 듯했다. 복도 안쪽에서 다시 재니 온도가 4도나 높았다. 건물 관리인의 제지로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중간층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매니저와 설비과 관계자를 설득해 25층의 온도를 측정했다. 이렇게 잰 건물 총 네곳의 평균 온도는 19도. 건물 관계자는 “처음 1주일 동안은 항의성 민원이 많았다.”면서 “입주 기업에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했으며, 직원들도 외투와 내복을 껴입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여 뒤 소공동 B호텔을 찾았다. 낮 12시 1층 로비의 온도는 17도, 꼭대기층의 온도는 20.7도였다. 그러나 객실이 위치한 5층으로 올라가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내온도는 22도. 모두 7곳에서 측정한 평균 온도는 적정선을 넘긴 20.1도였다. 이 호텔 설비과 관계자는 “다른 층은 발광다이오드(LED)등을 사용하는 반면 5층은 발열량이 큰 할로겐 전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면서 “투숙객들이 객실 온도를 스스로 올리기도 하지만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C백화점은 제한온도를 조금 밑돌았다. 평균온도는 19.8도. 추위에 떨 정도는 아니지만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정부시책에 따르긴 하지만 현장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내에 조명시설이 즐비한 데다 폐쇄적 건물 구조 탓에 매장 온도가 자연적으로 상승하는데, 정부가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김경희 간사는 “서울시내는 적정온도를 잘 지키고 있는 편이지만 몇몇 사례가 전국의 상황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민경·김소라기자 white@seoul.co.kr
  • 독재국 자살시위 확산… 혁명 도미노 되나

    독재국 자살시위 확산… 혁명 도미노 되나

    지옥 같은 실업과 살인적인 물가에 짓눌린 독재국가 국민들의 자살 시위가 북아프리카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26세 청년 노점상의 분신 자살이 튀니지의 23년 독재정치의 막을 내리는 도화선이 된 이후 세계적으로 1960년대 정치 시위의 형태인 분신 자살이 확산되고 있다고 AFP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집트, 모리타니에서 각각 1명씩 자살을 시도함에 따라 지난 한달간 북부 아프리카인 6명이 분신 자살했다고 전했다. 오전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네 아이의 아버지인 압두 압델 모네임이 음식점 주인들에게 빵 배급 쿠폰을 금지한 정부 정책에 항의하려고 의회를 찾아갔다가 거절당하자 자신의 머리에 석유 1갤런을 끼얹었다. AP통신은 18일에도 두 명이 의회 주변에서 분신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북서부 모리타니 수도 누악쇼트에서도 지난 17일 시민 야콥 오울드 다우드(40)가 대통령궁 앞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안에서 분신했다. 지난 15일 무직자 모셍 부테르피프(37)가 일자리와 주택을 얻는 데 실패하자 시청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데 이어 16일에는 34세 남성 세누치 토앗이 자택에서 분신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튀니지 과도정부 ‘그 나물에 그 밥’

    23년간 군림했던 독재자를 축출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과도정부 출범과 함께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모하메드 간누시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여·야 통합 과도정부의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대선과 총선 때까지 국정을 이끌어갈 이번 내각은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과 대립 관계에 있던 야당 인사들을 포함한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진보민주당을 만든 나치브 체비(지역개발장관), 에타지드당 당수 아흐메드 이브라힘(고등교육장관) 등이 야당 인사로 내각에 진출했다. 반정부 블로거로 유명한 슬림 아마무가 아동청소년부 장관에, 프랑스 식민 지배에 항의하는 영화를 제작한 머피다 트라틀리 감독은 문화장관에 내정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내무, 재무, 외무, 국방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벤 알리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온 간누시 총리도 자리를 지켰다. 독재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반면 공산당과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인 엔나흐다당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야권 인사 몬세프 마르주키는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구성을 ‘가장 무도회’에 비유하며 “겉으로 통합을 외치지만 결국 독재 정당 인사들로 과도정부가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출마를 위해 18일쯤 튀니지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민 수백명이 수도 튀니스에서 집권 여당인 입헌민주연합(RCD)의 과도정부 참여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 간누시 총리는 내각 발표와 함께 “6개월 내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위원회는 45∼60일 안에 선거를 치르도록 권고했지만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투표를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튀니지의 소요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시, 올해 예산안 재의 공식 요구

    서울시, 올해 예산안 재의 공식 요구

    서울시가 시의회에 지난해 12월 30일 의결한 올해 예산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시는 시의회가 시장의 동의없이 임의로 예산을 증액하고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하는 한편 법적으로 지출해야 할 채무부담행위 상환액 전액을 삭감한 것은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법 제107조와 108조에 의거해 재의 요구한다고 13일 밝혔다. 시의회가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재의결한다면 그 위법성을 토대로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의 규정에 따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장의 동의를 받지 않고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695억원과 사회복지시설 운영 12억원, 경로당 현대화사업비 30억원 등의 예산을 임의로 증액하고, 비용항목을 신설한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원천무효이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의회가 서해뱃길 사업예산 752억원을 전액 삭감, 이에 포함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가 전면 중단돼 매일 14만 4000대의 차량이 임시가설교량으로 통행하는 등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지난해 시의회에서 의결돼 사용한 서해뱃길 사업 채무부담행위 30억원은 상환연도인 2011년도 예산에 꼭 편성·지출돼야 함에도 예산을 삭감해 지방재정법 44조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바이오메디컬 펀드 조성은 서울시 자금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계속사업으로 정부자금 300억원과 외국자본을 포함한 민간자본 400억원을 확보해 총 1000억원을 조성, 시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이지만 예산 전액 삭감으로 중단될 위기에 봉착해 대외적으로 서울시 신용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문철 시 경영기획관은 “재의 요구한 예산안을 시의회에서 진지하게 다시 심의해 꼭 필요한 사업비가 삭감돼 시민 불편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면서 “시민이 행복하고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을 만드는 데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종일 방 안에만 머물고 싶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면 남국의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해진다. 일과 공부에 치여 당장은 훌쩍 떠나지 못해도 지난해 여름 즐거웠던 휴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당일치기 여행의 추억에서 힘을 얻는 것이 소시민들의 일상이다. 그런 만큼 모처럼의 여행지에서 겪은 싱글들만의 에피소드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한 추억만 가득  직장인 최동혁(26)씨는 군 입대 직전 경주로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씨의 입대 4일 전, 육군 현역으로 복무하던 두 친구가 병장 휴가와 상병 휴가를 맞춰 나왔다. 입대를 앞두고 심란해했던 최씨는 친구들의 제의로 경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경주 불국사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아침 일찍 토함산에 올라 일출을 맞는 등 2박 3일간 입대 전 마지막 자유를 만끽했다. 친구들은 훈련소까지 최씨를 배웅해주며 경주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그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최씨는 “입대 전 심란한 마음을 친구들이 잡아 줘서 담담하게 입대할 수 있었다.”면서 “황금 같은 휴가를 날 위해 써 준 친구들에 대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찬명(27)씨는 대학생 시절 강릉 경포대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를 잊지 못한다. 최씨와 친구들이 동해를 찾은 목적은 이른바 ‘바닷가 헌팅’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바닷가 헌팅을 했던 최씨 일행은 여자들에게 제대로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몇 차례 퇴짜를 맞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고 짝이 맞은 남녀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여름 바닷가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최씨가 친구와 신세를 한탄하며 새우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던 중 여자 3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 없이 말을 걸었는데, 여자들이 흔쾌히 응해 3대3으로 술자리 게임을 하며 재밌게 놀았다. 최씨는 “지나간 추억이지만 짜릿하게 바닷가 헌팅에 성공했던 기억만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내 생에 최악의 여행  대학생 이진희(25·여)씨는 2008년 겨울에 떠난 그리스 아테네 여행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씨가 아테네에 있을 때 한 소년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다 모처럼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그리스 여행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요. 평온했던 도시는 거리마다 성난 군중이 가득 메웠고, 곳곳에는 불길이 치솟았어요.”  이씨가 가고 싶었던 그리스 국립박물관, 아크로폴리스 광장 등은 폭동의 여파로 폐쇄됐다. 하릴없이 거리를 다니다 시위대 모습을 기록하려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자 한 청년이 ‘찍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씨는 바로 아테네를 떠났다. 이씨가 떠난 다음 날 아테네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라도 늦었다면 아테네에 발이 묶일 뻔했던 것. 이씨는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많은 지역을 여행했지만 아테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날의 공포를 조심스레 꺼냈다.  즐거운 여행길에 몸이 아픈 것만큼 속상한 일이 있을까. 서울 서초동에 사는 회사원 정모(26·여)씨는 여행을 갈 때마다 배에 탈이 나는 징크스가 있다. 진로에 대한 걱정을 잊기 위해 홀로 떠났던 전남 담양으로의 여행길에서도 이 징크스는 어김없이 다가왔다. 서울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 정씨의 배 속에서 “꾸루루룩.”하는 신호가 계속 울렸다.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뒤 정씨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앞으로의 여행이 ‘화장실 여행’으로 변하는 전주곡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자전거길을 찾은 이씨는 더 이상 아픈 몸을 이끌고 걸을 수 없었다. 정씨는 그때 길 한구석에 있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오두막에 들어가서는 점퍼에 달린 모자를 얼굴 끝까지 덮어 쓰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자전거길에는 연인과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떻게 오두막에서 잠을 잘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오두막에서 쉰 덕분에 여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중소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정훈(28)씨는 3년 전 여름 제주도 여행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대학교 3학년 때 혼자 호기롭게 제주도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한라산 등반은 물론 산굼부리 같은 유명 관광지도 가 볼 생각이었다. 문제는 여행 경비였다. 빠르지만 비싼 비행기 대신 느리고 저렴한 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학생이었으니까 사치는 금물이었죠. 배를 타고 가면 뭔가 운치 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인천에서 오후 7시에 타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도착하는 제주도행 여객선을 탄 이씨는 3등실의 넓은 방에 앉아 배멀미를 견뎌내고 있었다. 40대 중반쯤 되는 아저씨가 넉살 좋게 다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창 꿈나라에 빠져 들었을 때 누군가의 손이 자신을 더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씨는 옆에 누운 그 아저씨가 잠결에 손을 뻗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또 아저씨의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아침 6시쯤 이씨가 일어나 화장실을 간 사이 그 아저씨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씨는 “혼자 떠난 여행이라 큰 기대도 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 유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를 갔다.”면서 “제주도는 좋았지만 제주도 생각하면 그 일부터 떠오르니 소름이 돋는다.”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외국어 때문에  대학원생 권영승(28)씨는 이집트에서 보낸 3개월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권씨는 2007년 12월 학과 동기들과 이집트 카이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권씨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은 택시기사와 한판 말싸움을 벌인 일이다. 시내의 한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던 권씨는 이날 처음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기사는 권씨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가까운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동안 배운 아랍어 실력을 발휘해 보고도 싶었다. 이내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아랍어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너, 사기, 이거, 하지 마, 경찰, 신고!” 아랍어가 유창하지 않았던 권씨가 할 수 있었던 말은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권씨는 최선을 다해 택시기사에게 항의했다.  권씨의 목청이 컸던 건지 목적지에 이르러 기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권씨에게 적정 요금을 받겠다고 하는 한편 “외국인이 수고가 많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까지 했다. 택시기사와 한판 말다툼을 벌인 뒤 아랍어 실력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권씨의 소중한 수확이었다.  ‘다른 나라에 있으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회사원 이현지(24)씨는 중국 여행길에서 확실히 느꼈다. 이씨는 2007년 7월 친구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났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씨였기에 중국 여행 기간은 중국어 실력을 실컷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씨를 만난 중국인들은 “중국어 잘한다.”라며 감탄했다.  이씨는 베이징 시내 한 공원 입구에서 만난 생수 파는 상인을 잊지 못한다. 이씨가 서울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상인의 표정에 거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은 서울을 중국어로 ‘셔우얼’(首尔)이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한청’(汉城)이었어. 아무리 너희들이 셔우얼이라고 해도 우리한테는 한청이야. 한청의 한(汉)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바로 한족(汉族)이야. 그러니까 한국인은 한족의 일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뜻이라고.”  이씨는 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옛날엔 우리 조상들이 중국에서 한자도 배워 오고 서예도 배워 왔지만 지금 중국인들은 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상인은 지지 않고 “너희 전통문화는 다 중국에서 시작된 거야. 너희들은 우리의 속국이란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중국어가 부족한 이씨는 대꾸할 수 없었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그까짓 말장난에 왜 그렇게 흥분했나 싶다.”면서 “이후 말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중한 인연  교사 전예은(31)씨는 2009년 여름에 떠난 제주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절친한 친구를 얻었기 때문. 전씨는 여름 방학을 맞아 홀로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학기 중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릴 여행이 필요했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요.”  제주도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 몰고 다니며 푸른 자유를 만끽했다. 색다른 추억을 위해 머문 게스트하우스에서 전씨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 말이 잘 통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정도 비슷했다. 둘은 제주도 섭지코지에서부터 우도까지 1박 2일을 함께하고 같이 서울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전씨는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요즘 만나도 제주도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어른이 돼서 만난 친구지만 오래된 친구 못지않게 마음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철(27)씨는 방학이 되면 국내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게 취미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충북 옥천이다. 지난해 여름, 김씨는 개강을 일주일 남겨둔 채 친한 친구 한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김씨는 시골 마을 한가운데서 칼국수집을 발견했다.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 허름한 식당에 온몸이 젖은 채로 들어가 칼국수와 만둣국을 하나씩 시켰다. 푸짐하게 나온 칼국수를 한 젓가락 먹으려는 찰나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부부가 말을 걸었다.  부부는 “왜 이렇게 젖었느냐.”면서 “무슨 일로 이런 시골까지 왔냐.”고 김씨 일행에게 물었다. 설명을 들은 부부는 여행하는 데 쓰라며 5만원 을 용돈으로 쥐여 줬다. 놀란 김씨는 극구 사양했지만 이렇게 홀딱 젖어서 여행하면 감기 걸린다고, 따뜻한 거 사 마시고 목욕도 하라며 오히려 김씨를 말렸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면부지의 우리를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그런 마음씨가 너무 고마웠어요. 덕분에 감기 안 걸리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언젠가 꼭 찾아 뵙고 싶어요.”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부고] ‘홍콩 민주화 대부’ 쓰투화

    홍콩에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희생자를 위한 운동을 시작해 ‘중국의 숙부’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쓰투화(司徒華)가 2일 오전 지병으로 숨졌다. 79세. 홍콩시민지원 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주석인 그는 폐암으로 쓰러진 뒤 몇달 동안 병원에서 투병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과 홍콩을 매우 사랑한 고인은 평생을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해 헌신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40여년간 교육계에 몸담아온 그는 1970년대부터 사회운동에 투신했으며 홍콩민주당의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톈안먼 사태 직후부터는 지련회를 설립해 희생자와 유가족, 중국 내 반체제 인사 등을 지원·보호하는 일에 앞장섰다. 지난해 4월 휠체어를 탄 채 회원들의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했고, 10월에는 지련회 주석으로 재선되는 등 최근까지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홍콩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톈안먼 사태의 주역으로 21년째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왕단(王丹)은 타계 소식을 듣고 “선생님은 나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다.”며 슬퍼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비판과 유언비어/육철수 논설위원

    20세기 중후반까지 미국 문화의 중심지였던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는 1970~80년대에 매춘·마약·범죄의 온상으로 변했다. 이곳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은 1990년대 재개발 덕분이다. 언론·출판·영화기업들이 입주하면서 범죄와 매춘은 자취를 감췄다. 뉴욕 주정부는 범죄와 싸우고 섹스산업을 몰아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일등공신은 ‘시장의 작동’이다. 최근 인터넷 유언비어 논란을 지켜보면서 극과 극을 오간 타임스 스퀘어가 겹쳐 떠오른다. 문명의 이기(利器)인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에 익명의 악의적이고 무절제한 댓글 비방과 유언비어가 난무해서다. 물론 인터넷은 지식과 정보의 창고이자 건전한 비판의 광장이라는 순기능이 여전히 압도한다. 그러나 일부 개인과 세력이 국가·사회를 위협할 만큼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제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의 ‘공익’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며, 공익에 대한 판단이 개인의 가치관·윤리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해악성 여부를 국가(공권력)가 먼저 재단해서는 안 되며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는 쌍방향성에 의해 수신자가 즉각적인 반론·반박을 통해 무차별적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이 법에 의해 기소됐거나 재판을 받는 사람들에겐 죄를 물을 수 없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외환보유액 고갈’을 주장한 미네르바 본인은 물론, 촛불정국 때 ‘전경의 여대생 성폭행’과 연평도 피폭 때 ‘예비군 동원’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들도 모두 법망을 벗어났다. 헌재가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 준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허위사실도 표현의 자유”라는 헌재의 견해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지만,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까지 공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위축되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미네르바 등의 사실왜곡 행위가 국가·사회에 끼친 혼란과 손실을 고려하면 유사행태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타임스 스퀘어의 도시 건강성 회복이 시장의 작동에 힘입었지만 그 뒤엔 주정부의 엄격한 법집행이 있었다. 인터넷의 건전성을 되찾으려면 시장의 자정기능에 더해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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