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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분노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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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비통… 할말이 없다/정진홍 서울대 교수·종교학(특별기고)

    ◎“총리폭행” 캠퍼스 난동을 보고 김군에게. 할 말이 없네. 한밤과 한낮을 뒤척이며 겨우 자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할 말이 없다」고 하는 말 뿐임을 용서해주게. 그리고 이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언이라면 지금 자네에게 쓰는 이 글도 멈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걸세. 그런데도 나는 이 글을 이렇게 이어가고 있네. 이것은 참 어처구니 없는 역설이네. 하지만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자네가 어쩌면 짐작도 못할 곤혹스러움과 아픔의 끝에 겨우 발언된 것이라면,내가 자네와 같은 믿고 싶은 제자에게 그렇게 발언할 수 있기까지의 심정을 토로해도 좋으리라 생각되어 용기를 내고 있는 걸세. 이 마음을 자네는 헤아려 줄 수 있겠나. 생각해 보면 할말 없음의 정황이 벌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 때문만은 아니네. 자네의 동료가 매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내 기막힌 침묵은 시작되고 있었네. 아니,그 훨씬 이전에서부터 그래왔다고 해야 옳겠지. 어쩌면 그것은 자네들이 그처럼 한이 되어 외치는 분단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고,아예그 이전에 국권의 상실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고,그렇게 내친김에 아득한 민족사의 처음에까지 그 정상을 밀어올릴 수도 있을 걸세. 우리는 역사적 존재이니까…. 그러한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역사의 주체이어야 하고 또한 역사를 새롭게 빚어 펼칠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네. 그리고 역사적 현실인 사회의 구조와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넘어 그 개혁을 의도할 수밖에 없는 필연을 살아야 한다는 것,그 일에 젊음의 순수와 용기,그것이 몸짓되어 나타나야 한다는 당위도 그대로 승인되지 않을 수 없을 걸세. 사실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자네들의 그 삶의 방식이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네. 그리고 내 어설픈 삶의 실상이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면 그에 비례하여 자네들에 대한 희망과 신뢰가 점증하는 것도 사실이네. 그렇다고 한다면 「할말 없음」의 정황이란 실은 불가능한 것이었어야 하고 오히려 자네들의 소리에 공명하고 자네들의 몸짖에 내 몸짓도 어울려 춤사위를 빚었어야 했을 걸세.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네. 왜 그럴까. 왜 이런 비참한 꼴이 되었을까. 자네들은 이미 그 대답을 현란하게 전개하고 있는 줄을 모르는 바도 아니네. 기회주의적 비겁성,프티 부르주아의 소시민적 타성,반동,마침내 적이라는 선언을 주저하지 않는 데 이르기까지 자네들의 판단과 정죄는 거침이 없었네. 옳은 이야기지. 그런 대담성도 없다면 자네들은 희망의 실체일 수가 없을 걸세. 하지만 자네들은 좀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굳이 여유라고 할 것도 아닐세. 자네들의 그 투명한 인식속에 자네들과 「다른」 어떤 고뇌의 주체들이 현존한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지평은 확보될 수 없는 것일까. 충분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같은 몸짓의 춤이나 동일한 소리로 발언하지 않는 현상의 분명한 현존을 다만 선악의 이원적 택일로 재단하는 그러한 태도 아니고는 접근할 도리가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그러한 태도가 지극한 독선,환상적인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직해 볼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보세. 도대체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왜 개혁이나 혁명조차 추구하는가. 그릇된 체제,불의한 구조를 척결하려는 것이라는 대답은 너무 소박하네. 그것은 당연한 대답이고 직접적인 분노의 표적인 것은 틀림없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바른 체제,의로운 구조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다시 말해 분노를 일게 한 근원적인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기를 바라는 꿈의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릴는지 몰라도 그것 이상 어떻게 더 현실적인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사람답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세. 그것을 배신하는 어떤 의로움도,어떤 선도,어떤 혁명에의 기대도 우리는 그것을 승인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일세.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특정한 체제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지니는 존재인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진정한 고뇌는 체제자체가 어떻게 형성되어도 남아있을 인간성자체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하고 그것에로 되돌아오는 것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세.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분노도,행위도 그것 자체로는 목적일 수 없는 다만 수단적인 가치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러기에 그것은 끊임없이 가변적인 것임이 역사에 의해 실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을 배신하는 수단적 행위를 인간답기를 지향한다는 구실로 정당화하는 기만을 살고 있네. 이것이 어제 오늘 우리가 겪는 참상의 본연이 아닌가. 김군,빈 그룻의 공허를 순수라고 속이면,사려없음의 무모를 용기라고 스스로 기만하면,단세포적 반응을 진리의 확인이라고 착각하면,사람다움이란 어디에 자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있을 위험 때문에 고뇌하는 스승의 현존을 자네들은 끝내 외면하고 말 작정인가. 이 발언을 또 하나의 「정치현상」으로 환원하여 정죄하는 것으로 끝나도 우리는 정직한 것일까. 그러나,김군. 자네들만을 비난할 의도는 없네. 스승의 자리를 차지해온 몇십 년,그 세월을 자네들을 정직하게 만나고 살아보지 못한 내 부끄러움 때문이네. 그래서 결국 할말이 없네만 이 부끄러운 참회 속에 자네들의 참회가 어우러져 「참회의 공동체」를 빚고 싶다면 이것도 염치없는 욕심일까. 의로운 사회는 참회의 공동체를 모태로 하는 것이지 정죄의 공동체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터득할 필요가 있네.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김군,「할말 없음」의 발언이 너무 길었네,그러나 어쩌랴. 자네들에게 아니면 누구에게 이 발언을 하겠나….
  • “이럴수가…” 경악·분노/「정 총리 외대 봉변」소식에 모두가 흥분

    ◎“민주화를 외치면서 폭력 쓰다니…/스승에 대한 보답이 주먹질인가”/패륜적 작태… 관련자 전원 엄벌/김 법무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도덕과 인륜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는가. 정원식 국무총리서리가 3일 하오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도중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계란과 밀가루세례를 받은 사실을 보고 국민들은 경악과 함께 하나같이 개탄해마지 않았다. 국민들은 정 총리서리가 3부 요인의 한 사람이라서기보다 오랫동안 교단에서 생활을 해오면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온 스승의 입장에서라도 학생들의 그와같은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아무리 이해관계와 의견을 달리 한다 해도 더욱이 아무리 철없는 학생들의 행동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이번 사건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문사에는 학생들의 폭력행동을 꾸짖으며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폭력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도했다. 이날 TV뉴스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연세대 송복 교수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스승으로서 교단에 마지막으로 선 사람을 끌어내 학생들이 폭행하는 교육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스승의 머리를 강제로 깎고 총장 사진을 밟고 다니는 등 최소한의 도리마저 잃은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무창씨(영창건업 대표)는 『학생들이 정 총리를 폭행한 일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비록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내각 수반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정 총리가 이날 자신의 강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총리에 대한 폭행일 뿐 아니라 스승에 대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희씨(57·여·문성국교 교사)는 『정 총리서리로서가 아니라 교수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마지막 강의를 하러 간 것을 학생들이 집단으로 폭행을 한것은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김 교사는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바로 일으켜세우기 위해서라도 집단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을 반드시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기영 부장판사(서울민사지법)는 『한 나라의 내각 수반이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더러 한 시민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면서 『총리가 자신의 마지막 교수로서의 직분을 다하기 위한 자리에서 변을 당한 일은 어른과 스승을 공경하는 우리 사회에서 더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야인사인 「전민련」 조직부장 김형민씨(31)는 『문교부 장관까지 역임한 총리가 대학조차도 자유스럽게 출입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면서 『정부는 학생들의 잘잘못을 떠나 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는가를 냉전하게 판단,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일 변호사는 정 총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소식을 듣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아무리 정의롭다 할지라도 진리와 이성을 탐구하는 상아탑에서 폭력행사는,더욱이 한 나라의 총리에 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관형씨(31·삼성전자 근무)는 『요즘 시국상황에서 재야단체 회원이나 운동권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국의 총리가 스승의 입장에서 고별강연을 위해 대학을 방문한만큼 최소한 스승의 대우를 했어야 했다』면서 모두들 제자리·제위치에서 이탈해 목소리만 높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논어에 나오는 『군군 신신 민민에 학학」이라는 문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동자 학측에 따라 처벌” 교육부 교육부는 이날 밤 윤형섭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사태수습책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대학측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주동학생들을 가려낸 뒤 학칙에 따라 처벌할 것도 아울러 지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에 죄송”/외대 이 총장 회견 한국외국어대 이강혁 총장은 4일 0시20분쯤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수사기관과는 별도로 진상을 조사해 관련학생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주장하는 「참교육」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폭력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공권력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만큼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전모의 여부 집중 수사” 경찰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3일 밤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사건을 보고받고 『학생들이 스승을 폭행한 이번 사건은 인륜도덕과 예의범절을 거스린 패륜적 사태로 동기여하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자 전원을 색출해 엄벌하라고 검찰과 경찰에 지시했다. 정구영 검찰총장도 이날 밤 사건에 대한보고를 받고 『이번 사건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건 전모를 철저히 파악해 관련자 전원을 검거,엄단하라』고 관할 서울지검에 긴급 지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서울지검 북부지청 장재 특수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수사전담반을 편성,이 학교 총학생회장 정원택군(23·경제학과 4년)과 총학생 부회장 김경헌군(22·중국어과 4년),학보사 편집장 홍용희,문화부장 백경선(23),상경대 학생회장 박상우군 등 학생회 간부 5명이 이번 사건을 주동한 것으로 보고 4일중으로 이들에게 검찰로 나와줄 것을 요구하는 출두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 경찰도 이날 이완구 서울시경 3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반을 편성,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특히 학생들이 정 총리의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밀가루와 계란을 준비해 이날 정 총리에게 던진 것으로 보고 사전모의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불순 시위꾼」과 시위문화(사설)

    시위현장에 정체불명의 파괴적인 「시위꾼」들이 있다고 한다. 시위 주체세력보다 한술 더 떠서 폭력을 휘두르고 시위가 조용히 가라앉으려고 하면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으로 불씨를 되살아나게 하는 세력이라고 한다. 백병원에서 농성중인 재야 및 운동권 「대책위」를 찾아가 부검에 응할 것을 요구하려던 검찰측이 발길질과 계란세례의 수모를 당하고 물러나왔던 것도 이런 불순세력 때문에 더 심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한다는 짓을 전해 들으며 우리는 매우 우려스런 일을 연상하게 된다. 농성장을 돌며 금품 따위를 강요한다는 것은 으레 있을 법한 양아치 세력들의 짓으로 넘길 수도 있다. 결혼식장에서 상가에 이르는 모든 공사규모의 집회와 행사들에는 이런 진드기가 기생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것도 심해져서 병원기물을 부수고 입원실로 불법 침입하여 함부로 잠도 자고 불량한 짓을 한다는 것은 반드시 가려내야 할 일이지만 그 역시 단순한 불량배의 소행이나 행태와 닮았다. 무질서한 북새통을 뚫고 절도 같은 비행을 저지르려는 속셈이라고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세력이 대규모시위가 있는 날이면 1천명 이상씩 모여 들고 그 나름으로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좀 심각한 일이다. 그 세력들은 지나는 차량에 돌을 던지기 일쑤고 대형건물 유리창을 일부러 부수고 28일 규탄집회 때는 대책회의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돌팔매·화염병을 던지며 격렬시위를 벌였고 「은행에 불을 지르자」는 충동까지 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세력이 되어가고 있는 증좌 같아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런 세력은 순수 시위세력과는 분간되어야 한다. 진짜와 가짜를 분별한다는 뜻에서만이 아니다. 그런 세력에 의해 사회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자칫하다가는 함몰될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시위학생들도 그들을 매우 난처해 하며 그들에게 「배후」가 있지나 않나 의심까지 하는 듯하다. 시위가 있을 때면 근거없이 과장된 루머,불순유인물들이 난무하는 것도 그들 과격과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의 틈에 숨겨진 어둠의 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것인지도 모른다.시위현장을 쫓아 계속 따라붙는 「불량배」의 수준을 넘어서는 목적을 가진 듯이 보이는 이런 세력은 시위정국의 진정을 위해서도 방해가 되고 시위세력을 위해서도 해로움을 줄 뿐이다. 시위권이 그런 세력과 분리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를 계기로 운동권은 마땅히 시위문화에 대한 반성을 해 보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시위세력의 「세」를 보강할 욕심에 이런 불순한 시위세력까지도 합세하도록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이 필연적으로 이런 집단을 양성한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시위소식이 보도될 때면 분노한 「민주학생」과 「민주시민」 세력이 합세하여 거리로 진출했다고 서술된다. 이 중의 「시민세력」과 불량배성 「꾼」과는 구분할 명분이 없다. 「민주시민」의 법적자격이 따라 있을 수 없는 바에야 스스로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초법적인 자격을 주장하는 운동권의 행동의 한계가 이런 데 있는 것이다. 무법한 행동을 하는 주변에는 그것이 아무리 정의롭고 고상한 명분에 의한 것이라도 이런 불법 무뢰배가 기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없다. 법을 지켜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이치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다. 운동권의 시위문화에 대한 반성이 촉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인부 귀국보따리에 소제생필품 가득(시베리아 북한벌목장 취재기:3)

    ◎현지가정 방문,중고TV도 “싹쓸이”/“우리도 부족한데”… 소선 밀수단속 강화 하바로프스크 공항에는 매주 금요일 조선민항이 내리고 뜬다.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북한 벌목인부들은 그러나 항공기보다는 기차 편을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북한에서 나온다. 항공기 요금이 비싼 편이어서 벌목장에 나와 있는 간부들만이 이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금요일인 지난달 24일 하바로프스크공항의 국제선청사 풍경은 여느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북한으로 가는 물건 보따리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가로 1m,세로 50㎝,높이 30㎝ 정도 크기의 박스 30여 개가 선글라스를 쓴 사람의 지휘에 따라 공항 안으로 운반됐다. 조잡한 세발자전거를 든 사람도 있었고 소련제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있었다. 현지 관계자들은 북한 사람들의 짐보따리가 많이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소련내의 상점들에서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자국인들의 반발을 감안,세관당국이 검색을 강화했기때문이다. 공항의 모습이 이정도이면 북한으로 가는 열차의 모습이 어떠하리라 하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벌목장의 인부들은 많게는 월 8백루블에서 적게는 3백루블까지 루블화로 월급을 받는다. 달러로 환산하면 최고 3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소련제 물건을 사는 데는 적지않은 돈이다. 소련 일반근로자의 월급이 5백루블 안팎이기 때문이다. 현지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의 루블은 현지에서 물건을 사는 데 소모된다. 소련 물건을 국내에 가져가는 것이 루블로 가져가는 것보다 3배 이상 유리하다. 자신들이 살 물건도 부족한 판에 무더기로 생필품이 북한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소련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다. 지난달 14일 소련의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지는 북한인부들의 밀수와 세관에서 있었던 북한인들의 난동을 꽤 큰 박스기사로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신문에는 전날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예방한 박준규 국회의장의 예방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신문이 난동인부들이 남인지 북인지를 제목에 넣지 않아 한국유학생들이학교에서 한때 놀림감이 되기도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북한인들이 소련에서의 물자구입에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바로프스크 세관은 북한으로 가는 목재열차에 딸린 한칸의 화물차량이 세관통관을 끝낸 뒤 교묘한 방법으로 문이 열린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세관당국은 화물차량의 문을 다시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13대의 소련제 오토바이와 몇t의 설탕·밀가루·콩기름 등이 불법으로 반입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관당국의 밀수적발 방침이 알려지자 북한 관계자들은 처음 두 사람의 세관관계자들에게 3천루블씩을 뇌물로 주면서 눈감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관관계자들은 이에 불응했고 북한측은 40여 명의 인부를 동원,밀수적발 보고서를 쓰지 못하게 협박했다. 세관관계자들이 이들을 피해 사무실 밖으로 도망을 간 뒤에도 세관원의 애완견을 죽여버리고 돌아가 소련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북한 벌목인부들이 사들이는 물건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거의 모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말·여자속옷에서부터 카메라·시계에 이르기까지 상점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이 이들의 쇼핑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은 소련시민들도 구하기 어렵지만 소련제 텔리비전수상기는 이들이 가장 구하고 싶어하는 물건이었다. 상점에서 텔리비전수상기가 떨어진 뒤 인부들은 소련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중고품을 사모으는 방향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이들은 한국교포들이 사는 집도 가끔씩 방문한다. 북한 벌목인부들은 사기만 하지 않고 팔기도 한다. 소련의 물건을 사기 위해 자신들에게 필요없는 북한물건은 무엇이든지 팔려고 한다. 한 현지동포는 체그도민에 지난해 토마토를 팔려고 갔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북한인들은 이쪽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은 토마토를 팔러간 우리에게 나일론으로 만든 스웨터를 사라고 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미 소련사람들도 나일론으로 만든 옷은 입지 않는다고 말해도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북한인들이 팔려고 하는 것 중에는 일본 엔화가 포함돼 있다. 일본을 여행할 방법이 없는 북한인들이조총련계 재일동포나 일본인들로부터 구한 엔화를 사용할 수 없어 소련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엔화를 사용할 형편이 못 되기는 소련 사람이나 현지동포들도 마찬가지여서 잘 팔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벌목인부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 이후 물건품귀현상으로 구입할 물건이 없어지고 소련측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져 더 이상 일확천금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었다. 환경변화에 대한 분노를 체그도민 벌목사업본부의 안전책임자는 『나가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나갈 것이다. 아무것도 안 되고 되지도 않을 나라에 우린들 있고 싶은 줄 아느냐』란 말로 대신하고 있었다.
  • 붉은장미 공중투하 속 애도행렬 인산인해/피살 간디 장례식 이모저모

    ◎상가 철시·전 관공서 휴무… TV선 생중계/“인류의 커다란 손실”… 후세인도 조의 표시/“간디는 콤퍼지션 폭약에 절명”/힌두지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의 장례식은 24일 하오 4시경(한국시간 하오 7시30분) 3군 군악대의 진혼곡이 울려퍼지고 조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뉴델리시 야무나강 제방에서 힌두교 의식으로 엄수됐다. 간디의 아들인 라훌(17)이 관습에 따라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으며 인도 TV방송은 간디의 장례식을 전국에 생중계했다. 이날 하오 1시경 간디의 장례행렬이 빈소가 마련됐던 탄 무르티하우스(네루기념관)를 출발,장례식장을 향해 뉴델리 도심 16㎞를 행진하는 동안 외국조문사절을 비롯,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뒤따랐다. ○…라지브 간디의 유해를 화장한 제단 조성에는 약 2백50명의 인부들이 동원됐다. 이들 인부들은 23일 하오 7시(한국시간 하오 10시30분)부터 작업을 시작,밤을 꼬박 새며 6만여 개의 벽돌과 장작을 쌓아 제단을 완성했다. ○…라지브 간디의 장례식이 거행된 24일 뉴델리의 많은 상점들과 학교는 문을닫았으며 정부 관청들도 모두 휴무했다. 인도정부는 장례식 때 일어날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6만여 명의 경찰병력을 요소요소에 배치했으며 군에도 최고경계태세에 들어가도록 명령을 하달. 경찰은 운구행렬이 지나는 도로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으나 뉴델리의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고 라지브 간디의 미망인인 소니아 여사는 24일 창백하지만 침착한 모습으로 자녀들에 기댄 채 간디의 유해가 틴 무르티 하우스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편의 유해를 어루만졌다. 대형 인도국기에 덮인 간디의 운구행렬이 틴 무르티 하우스를 출발하자 헬기 한 대가 저공비행을 하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붉은 장미꽃을 뿌렸다. ○…간디 전 총리는 군작전용으로 쓰이는 콤퍼지션폭약에 의해 폭사당했다고 사고 지역인 타밀나두주에서 발행되는 힌두지가 24일 보도. 이 신문은 또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이번 암살은 매우 전문적 기술을 가진 1명 이상의 조직에 의해 저질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힌두지는 꽃다발을 들고있다가 암살을 감행한 것으로 믿어지는 한 젊은 여자의 산산히 찢겨진 사체 사진을 공개. 이 신문은 범인이 C1·C2·C3 등으로 알려져 있고 조형성이 좋은 군용 콤퍼지션 폭약을 허리둘레에 감고 있다가 허리를 숙이면 폭발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추정. 인도 중앙정부의 내무담당 국무장관인 수보드 칸트 사하이도 이 여인의 사체에서 전선·용수철·수입된 건전지 등이 발견됐으며 상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고 밝혔다. ○…라지브 간디의 어머니 고 인디라 간디 전 총리가 암살당했을 당시 격한 분노와 보복 심리로 시크교도 3천명이 죽음을 당한 것과는 달리 현재의 분위기는 그가 이끌던 국민회의당에 대한 지지를 규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안정을 위해 국민회의당에 투표하자」는 포스터가 붙은 틴 무르티 하우스의 담장을 지나 고 라지브 간디의 관을 보고 나온 많은 시민들은 추후 다시 실시될 총선에서 국민회의당을 지지할 것을 다짐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일부 집단에서는 그의 죽음을 축하의 기회로 삼고 있는 표정으로,힌두교와 회교도간의 갈등이 일고 있는 카슈미르 출신의 한 회교도는 『10대의 내 아들이 카슈미르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 라지브 간디가 당시 총리였다』고 말하면서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은 거지에게 자선을 베풀었다고 소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의 죽음이 제3세계로서는 커다란 손실이라고 지적.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간디의 미망인 소니아 여사에게 보낸 조전을 통해 『우리는 라지브 간디의 가슴아픈 죽음을 깊은 슬픔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간디의 죽음은 제3세계와 인류애의 커다란 손실』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걸프사태 동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비난하기는 했으나 중립적인 자세를 보였었다. ○…라지브 간디의 외할아버지이며 인도 독립 후 초대 총리인 네루의 이름을 딴 자와할랄 네루 대학에서 만난 일단의 학생들은 이번 혼란의 원인은 그의 어머니인 고 인디라 간디 전 총리가 야기한 권위주의적 폭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사학과 대학원생인 빔라찬드양은 『우리는 간디가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국민회의당이 이탈리아 출신의 카톨릭 교도인 소니아 여사를 당 총재로 지명한 것은 동정표를 모으려는 처사라고 공박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23일 간디의 미망인 소니아 여사(44)의 비극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크게 다루면서도 소니아 여사가 남편이 이끌던 국민회의당의 총재직을 거부하는 것이 그녀 자신과 인도를 위한 최상의 길이란 점을 숨기지 않고 피력. 간디의 피살로 언론들이 이탈리아 북부의 한 평범한 여성을 세계의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의 퍼스트 레이디로 만든 동화 같은 결혼 이야기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신문들도 이날 국민회의당이 소니아 여사에게 당 총재직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 간디 시신 운동화 보고 확인/인도 폭탄테러 참극의 현장

    ◎환영 꽃다발 들고 손 흔들다 참변/성난 군중,상점 약탈·무차별 방화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47)는 22일 폭탄이 폭발하기 직전 환호하는 군중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말했다. 간디 전 총리가 마드라스에서 50㎞ 떨어진 스리페룸푸두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차에서 내려 온통 미소를 지은 채 꽃다발을 들고 임시연단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 귀를 찢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목격자 중 한 사람인 이곳 영자신문의 기자는 폭발사건으로 현장에 있던 다른 20여 명의 사람들도 죽었다며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랐다. 잠시 후 누군가 타밀어로 「그들이 라지브 간디를 죽였다. 그들이 라지브 간디를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타밀 데일리지의 사진기자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미소를 띤 간디의 얼굴 일부가 폭발로 찢겨나가고 옷도 찢어진 채 온통 피투성이였다』며 『머리 위로 머리통이 날아가는 것을 봤지만 그게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시신은 먼지와 피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한 경관이 으깨진 머리통을 들고 그것이 간디의 것인지 살폈다. 옷은 다 찢겨나가 간디가 신은 운동화로 그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던 한 목격자는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앞다투어 도망치느라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스리페룸푸두르 현장에는 1만여 명의 군중이 운집,간디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타밀어로 그를 환영하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 군중은 그에게 타밀식 환영인사인 실크숄을 던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소한 11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을 자신의 행위라고 밝힌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현재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 쪽으로 의심이 모아지고 있다. 타밀 반군은 간디 전 총리가 이들의 분리주의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한 인도군과 32개월 동안 싸운 바 있다. ○…인도정부는 간디 암살사건이 발생한 지 수시간 만에 인도 전역의 수개 지역에서 산발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면서 1백만 인도 보안군에 대해 특급비상령을 하달했다. 나레쉬 칸드라 내각장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열린 비상연방각의를 가진 뒤 인도 전역의 1백만 이상의 보안군에 대해 특급비상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람 모한 라오 정부대변인은 『전국에 걸쳐 적색비상령이 내려졌으며 25개 주정부에 모든 사전 예비조치를 취하라는 요청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전 장관집 불질러 ○…이날 뉴델리에서는 1천여 명의 격분한 군중들이 간디 전 총리와 이웃해 살던 자나타달당의 람 빌라스 파스완 전 노동장관의 집을 불태웠다고 경찰이 밝혔다. 자나타달당은 지난 89년 총선에서 간디 전 총리의 국민회의당을 누르고 집권했었다. 또 간디 전 총리의 집을 방문하려던 라마스와미 벤카타라만 대통령도 4천여 군중들이 승용차를 주먹으로 치며 저지하는 바람에 되돌아갔다. 특히 뉴델리시 잔파스10번가에 위치한 간디 전 총리의 저택 주위엔 간디의 피살소식을 듣고 모여든 수백명의 성난 애도객들로 아수라장. 이들은 제지하는 경관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간디여 영원하라」를 연호. ○애도기간 1주일간 ○…인도정부는 이날 긴급각의를 소집,앞으로 1주일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학교와 관공서는 22일 하룻동안 문을 닫고 조기를 게양토록 했다. 각의는 『전국민이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폭력행위에 맞서 싸우고 중대한 시기에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는 대국민 성명을 채택. ○어린이 2명 사망 ○…간디의 암살에 분노한 시민들이 버스·승용차에 방화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22일 인도 전역에서 심각한 폭력사태가 야기되고 있다.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는 수개 도시에 통금령이 내려진 가운데 경찰이 데모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명의 어린이가 사망,타밀 나두주에서는 40대의 버스·트럭이 시민들이 던진 돌에 맞아 파괴됐다고 인도 UNI통신이 보도. ○특별조사위 구성 ○…인도정부는 22일 대법원 판사 1명을 위원장으로 하는 간디 암살 특별조사위를 구성토록 했다고 인도 국영 TV가 보도. 이 방송은 이에 따라 특별조사위가 이미 구성됐다고 보도했다.
  • 치사·자살·시투·가투 그리고…/이정연 논설주간(서울칼럼)

    한 젊은이의 시신을 둘러멘 「비장한 전사」들의 혁명적인 구호와 함성에 시민들은 그저 불안하고 우울하고 착잡하다. 그들은 한사코 「시청앞 노제없는 장례는 못치르겠다」며 사망 후 이제 20일이 된 강경대군의 시신을 부여안고 연세대로 돌아갔다. 장례위원장 문익환 목사는 14일 밤 『애국시민들의 동참으로 오늘의 투쟁은 일단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대책회의는 장례행렬을 되돌린 후 마무리 회의를 갖고 새로운 투쟁을 위한 「회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장례행렬을 「행진」으로 인식하고 있다. 장례는 강군 시신의 안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신을 업고 재야 운동권은 「투쟁」하고 「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강군의 불행한 주검을 안고 「치사정국」을 「자살정국」으로 확대 재생산에 성공한 후 지금 그들은 시신을 담보로 「시투」와 「가투」를 벌이고 있으며 이것을 「임투」에까지 연계시킬 치밀한 계획 아래 회군해서 숨돌리고 다시 행군을 시작할 심산이다. 어찌보면 운동권은 의식화운동 10여 년에 이제는 지하대학이 지상으로 당당하게 제모습을 드러낸 상황이며 하도 자주 듣고 보아온 시민들은 그들의 실체를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형편이 된 셈이다. 이들 「전사」들은 거리낌 없이 집권당의 당사를 각목과 쇠파이프로 아수라장을 만들고 「미 노 끝장내자」 「노태우 타도하자」는 현수막을 대학정문에 큼지막하게 걸어 놓아도 2∼3일씩 누구하나 감히 손을 못대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전대협의 무슨 결사대는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면 민주투사요,불행한 일이 생기면 열사도 되고 전경이 그러면 「백골단」이 된다. 1당독재 45년에 빈곤의 유토피아를 북에 창건한 김일성을 비판하면 「반통일」 세력이 되고 그를 껴안고 감격해 하고 「노정권 타도」를 외치는 사람은 지금 민주투사요,통일의 횃불을 든 통일 일꾼이 돼있다. 하기는 정치인이 받은 돈은 그것이 검은 돈이든 붉은 돈이든 모두 정치자금이라고 재판정에서도 큰 소리 치고 집행유예로 풀려 나와서는 그것 보라는 듯 활짝 웃으며 당당하게 행세하는걸 보면 무언가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 제1야당의 총재라는 사람은 그저 어떻게 하면 대권에 도움이 될 것이냐에만 몰두,장례식에 나와서는 라이벌 정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내각제 포기를 확실히 다짐하라고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한술 더떠 앞으로 남북관계 접촉 때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유엔 사무총장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남북한 동시가입이라야 된다며 아리송하게 재주를 부린다. 우리는 아직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이를 지적하고 시정해야 할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시위는 경고적 의사 표시로 그쳐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혁명적 방법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 분노와 규탄만으로 난제가 해결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제도와 인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듯 한 칼에 난도질해서 될 일이 아님을 프랑스 혁명에서 보았고 러시아 혁명 70년에 드러난 오늘의 소련 모습에서도 역력히 목격하고 있다. 현실적 가능성과 한계를 무시한 채 때려 부수기만 하면 바람직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방법 또한 목적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운동권에서 특정대학을 「해방」 대상으로 학내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왔고 기실 등록금 투쟁도 이슈가 줄어들면서 끌어낸 한 문제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등록금 문제는 학부형이나 시골 출신의 가난한 학생 등 모두의 관심이 될 만한 주제였고 그를 계기로 학생운동권은 학사행정에까지 관여,학교당국의 책임있는 교수들의 행동마저 주저케 하는 데 성공했던 것도 우리는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는 폭력적인 방법의 의사표시는 용납할 수도,해서도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절 아닌 계속성 속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대학생 그룹이 사회 모든 분야에 일일이 관여하려 들며 판을 벌이고 판을 깨는 나라가 지금 지구상 어디에 있는가. 혁명의 시대는 마감한 것으로 모두를 인식하고 있으나 이번 장례행렬과 절차에서 보면 이들은 아직 혁명의 미망과 착각 속에서 환상을 쫓고 있는 듯 때로 보여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기를 바란다. 그들 운동권 학생이나 재야인사들이 이번 장례식을 통해 이나라 정치사회의 모든 현상에 마치 비토권이나 갖게 된 듯 세력을 확장케 된 것으로 착각하는 사태가 있을까 걱정된다. 우리 모두 제자리에 돌아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슨 사단이 벌어만지면 우르르 모여 학생들을 앞세우고,근로자를 부추기고 대중을 조직해 한바탕 굿을 벌여야 직성이 풀리는 낯익은 사람들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행사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통령과 이 나라 이 정권이 정말 그들의 구호대로 「독재정권」이고 「살인정권」이라고 생각하는지 정색하고 묻고 싶다. 우리 모두 나라를 너무 벼랑으로 몰고 가면 곤란하다. 그 피해는 바로 우리 일반 백성이 입게 마련이다. 현 정권에 흠도많고 불만을 가진 사람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혁명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민선정부를 애써 탄생시켰고 이제 민주화의 긴 도정에 서 있는 것이 1991년의 한국이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데모대의 각목이나 쇠파이프보다는경찰의 작은 경찰봉이 더 위력 있고 유용하고 모두가 두려워 하도록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화고 민주주의고는 전부 공염불이 되고 만다. 법과 질서는 엄하고 위엄있게 집행되고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백성에 귀를 기울이며 반성해야 한다. 이 나라를 지키고 의존해야 할 조직이 전경밖에 없는 우울한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정권타도 시나리오」 간주,단호 대응/노내각 강성기조의 배경

    ◎국민들의 시위외면에 자신감 얻어/잠복했던 좌경세력 발호 발본색원 현 시국에 대한 처방을 놓고 속수무책으로 보이던 여권 핵심부가 「정면대응」으로 기조를 잡아가고 있다. 이같은 정면대응은 8일 저녁의 노태우 대통령과 민자당 4역의 청와대 만찬회동을 계기로 기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당 4역에게 야당의 내각총사퇴 거국내각구성 등의 주장은 『시국 혼란에 편승한 무한 정치공세』라고 규정하면서 정부 여당은 보다 확고한 인식으로 시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의 현 시국에 대한 정면대응방침은 9일 상오의 정례국무회의에서 노재봉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노 총리는 『불법폭력적인 시위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와 국민생활 보호라는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추호의 흔들림 없이 맡으바 임무를 다할 것』을 다짐함으로써 자신을 포함한 내각의 사퇴의사가 없음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당4역회동,노 총리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이어지는여권의 시국수습에 대한 처방은 결국 ▲야권의 정치공세 일축 ▲불법폭력시위 엄단 ▲민주화조치의 지속적인 실천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권 핵심부가 야권이나 운동권의 노 내각사퇴 등의 공세를 일부라도 수용하기보다는 정면대응의 길을 가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현시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첫째 면지대생사건 이후 증폭되어가는 시국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민심동향을 명밀히 점검한 결과 일반 국민들의 시위에 대한 호응이 없다고 본 것이다. 명지대생 사망 직후 진압경찰의 치사에 따른 일반의 분노가 고조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잇따른 분신·투신 등 외형적인 사건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민의 호응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는 현상을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야당의 노 내각사퇴,거국내각구성 등의 요구가 6공정부의 흔들기,차기대권 경쟁을 겨냥한 정치적 술수를 바탕에 깔고 있는 무한 정치공세라고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처방은 단호한 일축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민주·민중당이나 운동권의 노 정권퇴진 주장은 일반국민들에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5년 단임제인 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불과 1년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설령 퇴진을 했다고 친다며 그땐 초헌법적 권력이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것이 양식있는 시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 대권경쟁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라고 파악하는데는 민자당 정권을 무조건 흔들어 대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단순논리 외에 대권가도에 라이벌로 부상할지도 모를 노 총리를 차제에 제거하자는 술수까지 깔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셋째 강군 사망사건 이후 발생한 일련의 분신·투신사건간에는 어떤 연계성이 있고 그 배후에 좌익세력의 조직적인 선동과 지령이 있다는 수사기관의 정황증거의 포착이 이번 정면 대응의 방침선회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6공 들어 지속적인 민주화,북방정책의 추진,그리고 세계공산주의의 몰락 등으로 그 동안 교두보를 잃고 소수화되면서 잠복해 있던 좌경세력이 강경대군 사망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전열을 재정비,확충하고 민중봉기의 마지막 기회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분신·투신의 배후세력이 정체가 밝혀지면 더 이상 시국을 혼돈으로 끌고가는 이들 세력의 발호를 봉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4일에 이은 9일의 대규모집회,12일의 강군 장례식 등 일련의 프로그램이 5·18까지 정권타도의 분위기를 지속,고조시키려는 계획적인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연결고리를 사전에 조기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넷째 국가보안법·경찰법 등 개혁입법에 대한 민자당의 전향적인 수정안이 남북대치의 현상황에 비추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개혁안이라는 나름대로 확신 때문인 것 같다. 비록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는 못할망정 이런 정도의 민주화진척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일단 이해와 평가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의 정면대응의 이같은 기류는적어도 5·18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 동안 흐트러진 민심수습을 위한 장기처방은 11일의 노 대통령,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회동을 시발로 하여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질성 극복의 몸부림… 이기백특파원 현지보고/통일이후의 독일:1

    ◎구동독 경제모순의 사생아 “실업 300만”/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서 대량 감원/서쪽까지 확산… 연내 5백만 넘을듯/“직장 달라” 연일 시위… 정부선 자영업지원금 증액키로 「세기사적 위업」이라는 찬사 속에 통일을 이룩한 독일이 심한 「통일후유증」을 앓고 있다. 동서간에 깊게 파였던 이데올로기의 골과 40년 분단으로 생긴 정치·경제·사회적 격차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이다. 통일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3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실업자들은 『우리들에게 일자리를 달라』며 헬무트 콜 총리에게 달걀세례를 퍼붓고 구동독 지역의 주민들은 『통일 후 나아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도로 건설·통신망 확충·공해퇴치 비용 등 소위 「통일비용」이 늘어나는 바람에 구서독 쪽에서 고조되고 있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독일통일과 함께 절정에 올랐던 집권 기민당의 인기도 급락하고 있으며 라이벌 사민당은 이때다 싶어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등 어수선하다. 통일 후의 독일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이기백 특파원이 현장취재를 통해 진단한다. 통일의 기쁨 뒤에 들이닥친 대량실업사태가 지금 독일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통일 당시만 해도 서독의 실업률은 2% 안팎이었고 동독은 형식적이나마 완전고용상태였으나 통일 반년 만에 실업률이 30%로 치솟아 현재 3백여 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더욱이 실업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될 전망이어서 통일독일이 심혈을 기울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독일노동연맹(DGB)이 주최한 노동절 행사는 히틀러가 1933년부터 행사를 금지한 이래 59년 만에 전 독일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갖는 합동집회였으나 실업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격렬시위로 이어져 투석과 화염병,그리고 최루탄이 난무하는 전투장으로 돌변했다. 60여 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를린시내 프리드리히스하인 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연사들은 한결같이 날로 악화돼가고 있는 실업문제의 해결과 동서독간 사회적·경제적 괴리현상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DGB보고에따르면 현재의 실업자 수는 완전실업자 90여 만 명,반실업자 2백10여 만 명 등 3백여 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그 숫자가 5백여 만 명을 넘어서 지난 32년 나치의 출현을 초래했던 경제상황 때의 실업률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디프겐 베를린시장은 집회에서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분단상태에 대해 모두가 비상한 관심을 가질 때이다. 현재 실업문제는 독일인 모두가 합심해서 풀어야 할 심각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베를린시는 실업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94년까지 4개년 고용증대계획을 세워 추진하겠으며 올해에만 3만여 명이 취업할 수 있도록 서비스업·개인 자영업지원금 등으로 11억마르크(4천5백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청중들의 노기를 가라 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당면한 대량실업사태에 분노한 군중들은 집회가 끝난 뒤 시가행진을 벌이려다 경찰과 충돌,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에 나서는 등 통일 후 가장 치열한 「전투」를기록했다. 이날 시위로 경찰차 2대가 불타고 경찰관 10여 명이 부상하는 등 평상시의 시위와는 다른 피해를 남겼으며 노동자 79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처럼 통일 이후 대량실업 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독일 통일을 가져온 동인이 구동독의 경제였다는 점에서 예견되어왔던 일이다. 동구권에서는 나름대로 가장 탄탄했던 동독이었지만 국가통제경제에서 자유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능률적인 경제적 모순점들이 일시에 표출,대량실업이라는 사태를 몰고온 것이다. 공산정권 아래에서는 국민들이 국가에 의존,실업의 걱정없이 살아왔으나 이제는 시민 각자가 홀로서기를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구동독인들이 실업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자유경쟁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절박하다. 특히 8천여 개의 구동독 국영기업이 사유화된 후 새로운 기업주들이 자본주의적 경제운영방식대로 군살빼기에 착수하면서 실업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어 실업자들의 대열에 끼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통일이 원망스럽게느껴질 정도이다. 동독지역 기업들의 생산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여 %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바 이같은 생산성 하락이 실업을 더욱 부채질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베를린의 독일경제연구소(DIW)는 통일 당시 동독지역 9백여 만 명의 일자리가 자유경제체제로 바뀌는 가운데 4백여 만 명이 떨어져나갈 것으로 추산,올 연말에는 실업자 수가 5백여 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대량실업사태로 구동독 지역 주민의 서독지역으로의 이주가 한 달 1만5천여 명에 이르러 서독지역의 실업률마저 밀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40∼50대의 실업자들이 자살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실업사태가 악화되면서 구동독의 호네커 정권을 붕괴시킨 민주화 시위의 발생지인 라이프치히시에서는 과거 월요일마다 벌였던 「월요시위」가 지난 3월부터 재연되기 시작해 직업보장과 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문제는 통일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과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베를린시내에서 노동절 시위를지켜본 바바라 여인(39)은 『사람들이 통일만 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통일의 후유증을 청산하려면 앞으로 10년,심하면 분단의 세월 만큼 긴 반세기가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통일의 대가는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다.
  • 「해산」보다 「체포」주력이 “무리수”/경찰 과잉진압 배경과 문제점

    ◎전경들 “포상휴가” 욕심… 검거 열올려/화염병에 쇠파이프 맞대응이 “화근” 학생들의 과격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명지대생 강경대군의 사망사건이 발생,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경찰의 과잉진압이 학생들의 과격시위 못지않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오는 도중 결국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강군의 사망은 올 봄 대학가는 물론 재야운동권과 정치권에도 최대의 이슈로 부상,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별다른 이슈가 없어 애를 태웠던 「전대협」 등 학생운동권과 「전민련」 「국민연합」 「전노협」 등 재야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권퇴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움직임이여서 한동안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6·29선언의 도화선이 된 87년의 이한열군 사건을 떠올리며 이번 사건이 이군 사건과 같은 엄청난 파문을 몰고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대협」 소속학생들은 특히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군 사건의 경우 경찰이 어느 정도 과실임을 주장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 강군의 경우는 경찰의 공용장비가 아닌 쇠파이프 등에 얻어 맞아 숨졌다는 점에서 시위진압 경찰의 고의성이 짙게 깔려 있으며 따라서 이군 사건 때보다 일반시민들의 분노가 거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 자체는 이군 때보다 심각하지만 당시와 현재의 사회상황 및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이군 사건 때와 같은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과격시위와 경찰의 강경진압이 맞물려 빚어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은 방어적인 형태에서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고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보다는 주동자를 체포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시위진압경찰이 학내로 진입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또 이달 들어서만 지난 19일 경남대생 정진태군(22·행정학과 2년)과 원광대생 유철조군(25·국사교육학과 4년)이 직격최루탄을 맞아 뇌수술을 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고 20일에는 전남대생 최강일군(23·토목과 3년)이 실명했다. 경찰의 한 간부는 『시위 주동자들을 잡을 경우 휴가 또는 외출을 허용해줘 전·의경들이 검거에 무리한 욕심을 내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시위진압 도중 부상을 당한 경찰은 2백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64명보다 약 44%나 늘어났다. 지난 한햇동안 부상을 입은 경찰은 모두 1천4백11명이고 이 가운데 현재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1백52명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강군이 쓰러지기 전인 하오 4시15분쯤 시위 도중 전경 1명이 머리 뒷부분에 화염병을 맞아 3도화상을 입어 경찰이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과격시위가 강경진압을 촉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 상급자들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진압경찰이 쇠파이프를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었다는 것이 그 동안 시위를 지켜본 일선 기자들의 얘기다. 경찰이 쇠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89년 5월 부산 동의대사태 이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후 경찰이 시위가 과격해질 때마다 검은 테이프 등을 감은 쇠파이프 또는 쇠파이프를 넣은 죽도로 무장한 사복경찰을 투입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복전경들이 갖고 있는 쇠파이프의 규격이 1m20㎝ 정도로 통일돼 있다는 점에서 경찰 상급자들의 묵인 또는 방조 아래 자체 제작했거나 일괄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제2의 페놀사태」는 인재였다/송출관연결부품 일부만 교체,파열자초

    ◎자동경보장치 안 달아 사고 뒤에야 알아/다사수원지 한때 급수중단/대구시민 분노·경악… 두산 등 규탄성명 두산전자의 두 번째 페놀유출사고는 페놀의 송출관 등에 처음부터 규격에 맞지 않는 자재를 사용해 일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환경처는 23일 『이번 사고가 원액저장탱크에서 반응조로 가는 송출관의 10m지점 이음매의 부분이 송출펌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손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대구지방환경청과 대구시 관계직원들로 구성된 현지조사단도 이날 『원액송출펌프의 압력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출파이프와 파이프를 이어주는 개스킷 등을 규격점검없이 적당히 써오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지난해 첫 번째 사고도 압력을 견디지 못한 송출관이 터져 원액이 유출되었음에도 회사측이 파열된 송출관만을 폐쇄하고 별도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똑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두산측은 지난번 사고 뒤 지하실을 거쳐가던 페놀원액 송출관들을 모두 지상으로 옮기고 손상된 송출관은 폐쇄하는 대신 다른 송출관을 지상에 설치했었다. 두산측은 이때 원액저장탱크에서 반응조를 이어주는 총길이 40m 지름 10㎝짜리 원액송출관에 대한 이상유무를 점검하면서 이음매 6곳 가운데 일부 개스킷만을 교체했으며 다른 이음매에 대해서는 나사를 조이는 데 그쳤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파이프의 한 부분이 손상됐다면 송출파이프 전체를 교환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부분적으로 파이프를 갈고 일부 개스킷만을 교환하면 파이프내의 압력이 일정하지 않아 앞으로도 제3,제4사의 유출사고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사고는 송출펌프의 압력에 비해 송출파이프의 지름이 너무 작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펌프에서 나오는 파이프 안의 압력을 정확히 계산해 이에 맞는 파이프의 지름과 재질 등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가항력으로 페놀원액이 방출됐을 때 이를 감지해 원액송출을 차단시킬 수 있는 자동경보장치가 없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 경보장치는 환경오염방지 시설의 가장 초보적인 장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원액의 유출은 생각하지도 못했으며 지난번 사고 이후 페놀 폐액의 유출에 대해서는 이 경보장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 정상 가동 4일… 두산전자 페놀누출 원인분석

    ◎눈가림 시설개체에 또 한 번 경악/조업재개에 급급,졸속보완 드러내/“재발방지 최선” 공언이 공언으로 낙동강에 페놀을 유출해 온 국민의 분노를 사게 했던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22일 낮 또다시 페놀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두산전자의 이번 페놀누출사고는 지난달 16일 발생됐던 1차 사고로 조업정지명령을 받고 그 동안 1개월 가까이 시설보완 등의 정비기간을 거쳤는데도 조업재개 4일 만에 재발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사고는 두산측이 국민들의 건강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욱이 1차 페놀사건 이후 구미환경출장소는 두산전자 조업재개 준비작업 기간 동안 제2의 페놀누출사고를 막기 위해 4명의 직원을 두산전자에 상주시켜 시설대체 및 보완작업을 지도·감독했으며 지난 18일 조업재개 이후부터는 2교대로 페놀처리시설을 24시간 점검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번 페놀누출사고로 구미환경출장소의 발표는 거짓말이었음이 확인됐으며 관이 업체에 밀착돼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 연결된 파이프 이음새가 파열됐고 그것도 밤이 아닌 대낮에 페놀원액이 사고지점에서 흘러나와 공장과 인도 2m를 지나 맨홀을 통해 하수구로 10m 정도를 흐를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페놀누출사고는 심한 악취 때문에 한 공원이 발견해 신고함으로써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결국 두산전자에서 한 달이 조금 넘은 기간에 똑같은 사고가 재발됐는데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지난번 사고는 지하에서 발생했으나 이번 사고는 지상에서,그것도 주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야간에 또는 지하 매설된 파이프에서 발생됐다면 엄청난 피해를 냈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이번 사고는 대구 부산 창원 마산 등 영남지역 1천3백만 주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불안과 불편을 안겨주었던 두산전자가 영리에만 급급한 나머지 완벽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조업을 재개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특히 두산전자측은 지난번 1차 사고 이후 공급라인을 지상에 설치하고 저장탱크를 증설하는 데만 급급하고 가장 중시해야 할 파이프라인의 시설보완을 소홀히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페놀이 유출됐을 경우 하천으로 유입되기 전에 1차 차단할 옹벽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도 실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즉 시설보완을 완벽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차질만 의식,서둘러 조업을 재개시킨 것이 이번 사고의 요인 중의 하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단한 시설,간편한 계기 한두 개만 설치해도 부자가 울리든가 또는 적색신호등이 켜져 기계실 또는 사무실이나 작업장에서 페놀원액이 누출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두산전자는 이 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엄청난 양의 페놀원액이 누출,길바닥에 질퍽하게 깔려 맨홀로 흘러가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미환경지청은 제2의 사고를 낸 두산전자에 대해 22일 하오 6시 조업정지처분을 내린 후 『옹벽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페놀원액이 사고로 누출되더라도 낙동강으로만은 유입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후 이 같은 조치가 선행될 때까지 조업중지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두산전자가 또다시 페놀을 누출할 것을 전제로 한 임시조치이지 항구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페놀오염으로 엄청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본 대구시민들은 제2의 페놀누출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전자의 형식적인 시설보완과 환경당국의 수박 겉핥기 식의 보완점검을 성토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했다. □페놀파문 일지 ▲3월14일=하오 10시부터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원액 30t 낙동강지천인 옥계천으로 방류 ▲16일=대구 다사수원지에 페놀도착 ▲18일=낙동강 하류에도 페놀검출돼 부산·마산·창원으로 확산 ▲21일=대구시민,수도료 납부 거부결의 및 두산제품 불매운동 시작. 검찰,이법훈 두산전자 구미공장장 등 6명 구속 ▲22일=대구시,두산전자에수돗물 피해보상청구 결정 환경처,김시헌 대구지방환경청장 직위해제 정구영 검찰총장,한강 등 16대강 폐수방류업체 단속지시 ▲23일=전국에서 두산제품 불매결의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 수질개선비 2백억원 정부에 기탁 ▲24일=검찰,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 7명 등 15명 구속 ▲25일=노 대통령 주재 수질대책회의 개최
  • 고르비·옐친 동시사임 촉구/정치대결 심화… 정정불안 초래

    ◎프라우다지 주장 【모스크바 UPI 연합 특약】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소유즈그룹 등 강경파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8주째 파업을 하고 있는 탄광노동자들은 22일 모든 소련 시민들에게 연방정부와 공산당의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모든 다른 민주운동을 지지하고 연방정부의 독재를 반대하는 파업노동자들은 우리들의 요구조건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노조의 파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광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부터 고르바초프의 사임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8주째 하고 있다. 이들은 파업에 참여중인 파업위원회 노동자 지역간 평의회와 탄광의 노조 명의로 된 호소문을 통해 『소련을 미로에서 구출하기 위해 공산당 및 중앙위의 독재를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련 관영 타스통신은 22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과의 대결에 대한 논평기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은 둘 다 사임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있다. 프라우다는 『두 지도자의 대결은 권력위기의 직접결과』라고 전제한 뒤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대결에 분노하고 지친 많은 소련인들은 이들이 사임하는 것이 현 사태의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집단이기주의와 반기업관/최택만 논설위원(서울칼럼)

    최근 재계의 집단적 이기주의와 일부 국민들의 반기업관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벌그룹의 집단적 이기주의가 한단계 발전해 정부와 「힘겨루기」 현상으로 비쳐지고 있고 재벌그룹의 잇따른 부도덕한 행위가 일반 국민들의 기업관을 「사리추구의 집단」으로 바꿔 놓고 있는 것 같다. 재벌그룹들의 집단적 이기주의가 정부정책과 충돌한 사례는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몇차례나 있었다. 정부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30대 재벌그룹들로 하여금 주력업종을 선정토록 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또 5·8부동산투기억제대책에 따라 지난 3월4일까지 30대 재벌그룹은 그들이 갖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키로 되어 있었으나 그 실적이 60% 선에 불과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몇몇 재벌그룹의 경우 매각불응에 대한 제재조치로 대출금에 대해 연체이율이 적용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비업무용 부동산을 끝내 갖고 있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건설업계는 정부가 아파트분양가격을 16% 이상인상해주지 않으면 신도시 아파트건설을 중단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재벌그룹의 비리와 부도덕한 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의 분노와 개탄의 소리가 팽배한 실정이다. 올 들어서만도 수서지구 택지특별분양이 발생해 건설부 장관과 서울시장이 경질되었고 이어서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일어나 세상이 온통 「물 공포」에 휘말려 있다. 권력형 부동산 투기에서 환경오염에 이르는 불행한 사태가 시민들의 사시적 기업관을 반기업관 내지는 반기업주의로 변모시켜 놓고 있는 것 같다. 대한상의 조사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그 조사에 따르면 기업을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국민의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업소유자의 이익창출 또는 자산증식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조사의 응답자들은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이처럼 나쁜 것은 「기업이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하지 못하기 때문」(67.1%)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기업이 이익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자연을 파괴」(40.4%)하고「지역사회에 협력하지 않으며」(20.6%) 「사회공익과 문화단체 지원도 게을리하는 것」(10.5%)으로 시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소비자에게는 기업 본래의 기능을 소홀히 하는 대신 정치권에 대해서는 정경유착」(22.8%)을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특히 재벌그룹에 대하여 정부가 여신규제를 완화하고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아도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다 주택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아파트분양가격을 사실상 두자리 수나 인상해주자 「재벌 공화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와 재계간의 마찰과 불협화음을 「레임 덕」 현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만약에 이 현상이 6공화국의 후반기에 들어선 누수현상이라면 사태는 자못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레임 덕」 현상이 생긴다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대재벌그룹에 대한 여신규제 완화와 비업무용 부동산매각 불응에 대한 미온적 조치는 일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게 거의 틀림이 없다. 제도개선을 한다면서 재벌들을 오히려 비대화시켜 정부조차 감당할 수 없는 공룡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 환경오염과 같은 부도덕성을 시정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재벌그룹의 부동산에 대한 부단한 소유욕구가 시정되지 않는 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신규제를 완화한 후 재벌그룹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고 제3자 명의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모은 재벌그룹들의 과거 관행으로 미루어 부동산에 대한 투기의 개연성은 매우 높다.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이 났는데도 부동산을 매각치 않고 있는 재벌그룹들의 행동을 감안하면 언젠가 투기의 재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들의 부동산에 대한 탐욕은 땅값이 한햇동안 10%만 올라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 규모(GNP)에 맞먹는 불로소득이 생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땅만 사두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데 재벌들이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 전력을 쏟을 리가 있겠는가.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 화급한 과제는 재벌그룹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경제의 안정을 지키는 일이다. 경제의 안정은 결국에 모든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뿐 아니라 민생경제의 안정을 기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 재벌그룹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실질적인 주체인 그들 스스로에게 맡기는 게 옳다. 언제까지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대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환경오염방지를 비롯한 소득의 공정한 분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과제들은 소홀히 한 채 과거 성장우선시대 때와 같이 대기업 지원시책이나 편다면 일반국민들의 반기업관은 그에 비례하여 증폭될 것이다. 반기업주의가 팽배해지면 반자본주의로 옮겨지게 될 우려마저 있다. 기자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불행한 사태이다. 반기업주의의 반사적 작용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재벌매도내지는 재벌해체 요구일 것이고 반자본주의의 반작용은 체제의 부정이 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반기업주의의 위해는 우리가 현재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의 폭발적 잠재요소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재벌그룹들은 최소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는 동시에 경제단체를 통한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을 적극 자제했으면 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재벌그룹의 기업주라면 백화점식 경영을 지양하고 주식의 과감한 분산을 시작할 시점이 지금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1회용 샴푸부터 없애자(사설)

    이 운동만은 꼭 성공시켜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사활이 걸린 생존운동이기 때문이다. 민간경제단체가 결의한 이 「환경보전운동」에 시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페놀」 흘려보낸 기업에 대해 우리는 살기에 가까운 분노를 보였다. 시민에게 독을 먹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을 말하자면 시민 스스로들은 날마다 때마다 독을 쏟아붓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죄책감도 모르고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채 무신경하게 지내고 있다. TV광고가 「아침에 샴푸하는 멋쟁이 젊은이」를 내보내고 그걸 모방하는 10대가 일제히 가정에서 아침샴푸를 한다. 「린스」 「무스」 따위를 들어붓듯 사용한다. 부엌에서 세탁기에서 목욕탕에서 쏟아져 나오는 합성세제 거품으로 하수도 파이프가 뻑뻑하다. 생활오수 처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하수도는 결국 모두 식수원인 강으로 흐른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우리처럼 포장지에 후한 나라도 없다. 작은 물건에도 비닐봉투 큰거 하나를 쓰고,한 번싼걸 또 싸서 준다. 집에 와서 풀어보면 포장재료만 수북히 쌓인다. 그러나 선진국은 환경보전을 자각해서 이런 짓을 안한다. 이런 모양을 보고 『부자나라가 우리보다 안달하더라』고 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그 나라 시민들의 사려깊은 행동의 결과이지 인색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의 환경보전인식에 관한 한 빈부여하간에 우리처럼 어리석고 무신경한 나라가 없다. 맨손으로 시장가고 맨손으로 목욕탕,사우나에 가는 일이 유행해버린 탓에 화학쓰레기가 날마다 공포스럽게 쌓이는데 이 게으른 편의를 도무지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농촌까지도 예외가 없는 이 온 국민을 오염 범죄꾼으로 만든 주범은 누가 뭐래도 관련업에 관계된 기업들이다. 헤프게 쓰고 많이 쓰고 쉽게 쓰게 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재화 모으기에 여념이 없어 왔다. 그러면서 오염결과에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왔다. 그런 결과 나태해지고 편의에 중독되고 사치한 유혹에 전세대가 정신까지 병이 들게 만들었다. 이 해악을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는 다함께 오염의 강에 익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금 제기되는 환경보전운동은 바로 이런 것의 치유운동이다. 관 주도의 생활운동에 싫증이 난 국민들로서는 「운동」이란 말에서부터 외면할 궁리를 할지 모르지만 이것만은 다르다. 이것만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서 이 운동을 주도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임시변통의 말막음만으로 넘어갈 생각이면 용서할 수 없다. 그 첫 시범으로 우리는 비닐봉지 포장의 1회용 샴푸,린스부터 제조하지 말기를 요구한다. 국제적 체인을 가진 외국의 호텔들에서도 이제는 비닐포장의 1회용 샴푸나 린스를 비치하지 않는다. 작은 병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비닐포장 1회용이 만능이다. 심산계곡에 새로 발굴한 작은 온천장조차도 생기기만 하면 이 1회용 비닐포장 샴푸·린스로 오염이 되어 버린다. 이 포장의 샴푸나 린스는 그 안에 샴푸와 린스가 남은 채 버려지기 때문에 그것이 물로 흘러들고 비닐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땅을 덮는다. 만들어지지 않아야 사용을 안한다. 샴푸나 린스를 포함한 합성세제 사용을 일제히근절시키는 일은 무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1회용은 억제할 수 있다. 이 일부터 시작해야 우리의 살아남기 운동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 “고개 드는 적군파”… 독 정가 테러 비상

    ◎동독재산 민영화 책임자 로베더 암살 파장/통일 뒤에 조직 와해되자 위기감 팽배/구 동독인의 불만 업고 본격 투쟁 선언 독일의 신탁관리청장 데트레프 가르스텐 로베더가 1일 밤 악명높은 극좌 도시게릴라조직 적군파(RAF)에 의해 피살된 사건은 신탁관리청 트로이한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구 동독지역의 경제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곳 시민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과 원성을 들어 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테러사건 이상의 충격을 던져 준다. 헬무트 콜 총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잔인한 테러행위의 비열함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분노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브란덴부르크주 만프레트 슈톨페 총리는 냉혹한 테러리스트들이 사회재건 과정에서 발생한 불만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범행이 최소한 현재 동독지역인들 가운데 팽배해 있는 불만과 위기감을 의식하고 저질러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동·서독 경제통합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발족한 트로이한트는 국가소유였던 구 동독의 모든 기업은 물론 동독의 산림 60%와농지의 35%를 관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이기도 하다. 트로이한트의 임무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 한마디로 보유한 모든 것을 빨리 팔아치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임무의 수행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 동안의 과정에서 증명되고 있다. 트로이한트의 무능함에 대한 비난은 사실상 이 기구의 설치 이후 간단없이 게속돼 왔다. 초대 대표였던 라이너 골케가 불과 2개월 만에 피살된 로베더에게 자리를 넘기고 사퇴한 것도 사유화의 진척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비난에 따른 것이었다. 트로이한트가 지금까지 사유화를 실현한 기업의 수는 1천개에 불과하지만 지난 2월 트로이한트가 전 동독 국영항공사 인터플루크의 사유화 실패를 선언한 것은 경쟁력없는 동독 기업의 사유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실증하는 동시에 이 같은 무력함을 드러내 보인 결정적인 실례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트로이한트가 동독지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경고파업과 항의시위에서 콜 총리와 함께 동독의 경제적 몰락을 초래한 주범으로 격렬한 규탄의제1표적이 돼 왔다. 자체적인 희생의 길을 모색함이 없이 동독의 모든 것을 서독 기업이 집어 먹게 한다는 비난과 함께 기구해체의 요구가 비등했고 매각에 앞서 만성적인 과잉 고용상태를 개선시키기 위한 감원조치에는 「일자리 킬러」라는 악명이 뒤따랐다. 한편 이러한 상황하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통일이후 동독이라는 주요한 은신처를 상실,조직원들이 속속 체포되는 가운데 활동이 미미해질 것으로 전망되던 적군파 조직이 동독 주민들의 집단적인 불만과 혼란을 등에 업고 다시금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소위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이 조직은 지난 74년에 군터폰드랭크만 판사를 77년에는 드레스드너뱅크의 위르겐 폰토 총재를 암살하는 등 지난 60년대 말 이후 10여차례의 테러를 통해 60명의 정치인·기업인들을 희생시켜 왔는데 이번 사건은 지난 75년 스톡홀름의 독일대사관을 폭파했던 「울리히 베셀」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7월27일 한스 노이겔 서독 내무차관에 대한폭탄테러에 실패한 후 언론사 등에 보낸 편지에서 통일독일을 「히틀러의 나치독재를 계승한 제4제국」으로 규정하며 장기 투쟁을 선언했다. 히틀러가 무력을 사용한 데 비해 통일독일은 경제력을 앞세워 동유럽의 인민들을 착추하고 종속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적군파는 통일된 독일을 지속적인 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5월 독일경찰이 이들 조직의 은거지를 급습,입수한 자료에는 독일의 주요 정치·경제인들이 암살대상으로 망라돼 있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과거의 테러사건보다는 더 큰 정치적·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구 동독지역의 분위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트로이한트측은 생전 로베더 청장의 방침을 그대로 이어 신속한 사유화 추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정치인들도 동독재건의 노력이 테러행위로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사건으로 트로이한트의 임무완수가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 “식수오염분노”OB맥주 쏟아붓기/33개시민단체,어제 두산빌딩앞서

    ◎오늘 파고다공원서 규탄대회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3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돗물 페놀오염대책 시민단체협의회」는 29일 하오3시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두산빌딩옆 광장에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과 관련,두산그룹의 대표적 제품인 「OB맥주 쏟아버리기 대회」를 가졌다. 한편 「페놀오염대책협의회」는 30일 하오3시 서울 종로구 파고다공원에서 「페놀불법방류규탄 및 수돗물살리기 시민대회」를 갖기로 했다.
  • 우리는 자정능력이 없는가/최택만 논설위원(서울칼럼)

    우리 사회에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그 처리과정에 몇가지 도식이 정형화되어 가고 있는 것같다. 먼저 분노하고 개탄하며 질책하는 여론이 비등한다. 한달전 일어났던 수서지구 택지분양사건이나 이번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 역시 동일한 전철 그대로이다. 수서사건이 발생하자 이 지역 조합주택문제 뿐이 아니라 전 조합주택이 여론의 무대위에 올랐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터지자 이 강 뿐이 아니고 영산강과 한강 등 모든 강이 오염시비에 휘말려 있다. 조합주택문제는 수서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간헐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게 공지의 사실이다. 낙농강 페놀오염사건 또한 비단 이 강 뿐이 아니라 모든 강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이다. 이처럼 비밀아닌 비밀이 대형사건을 계기로 여론이 비등점에 이르게 되면 해당 기업의 관계자와 관련공무원이 구속되고 관련부처의 최고책임자가 경질된다. 그리고 관련기업 뿐이 아니고 그 기업그룹 전체가 해부되고 그 부도덕성이 여론의 재판에 오른다. 수서사건으로 기업주가 구속되고 건설부장관과 서울시장이 경질되었다. 이번 수질오염사건 이후 해당기업 공장장이 구속되었고 환경처장관과 대구시장의 경질문제가 쟁점화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하위공무원 몇명의 구속으로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여론이 높고 여당인 평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재봉내각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또 수서사건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한보주택 뿐이 아니고 한보철강을 비롯한 한보그룹 전체의 정리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번 수질오염 사건의 장본인인 두산전자는 물론 두산그룹전체가 부도덕한 기업그룹으로 지탄을 받고 있고 이 그룹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부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개탄과 책임추궁 속에서 관계부처의 조직상 문제와 관련법의 미비점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갖가지 아이디어가 난무한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수자원 등의 보호를 위해 공해방지세를 신설하고 공해배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체제를 일원화하겠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아울러 환경관계법령을 개정,과실범도 처벌하고 공해배출당사자 이외에도 회사대표에게 양벌규정이 적용해 엄벌하겠다고 한다. 대형사건이후 국민여론의 비등→관계자문책→급조된 제도나 법령개선이라는 도식이 끝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 사건자체가 공직자나 기업인은 물론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린다. 「간접 살인죄」에 해당된다는 이번 환경오염사건까지도 몇사람의 구속이나 별로 실효성 없는 제도 개선으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에 의해 호도되고 망각의 여로에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수없이 반복해 왔고 언제까지 카타르시스로 호도되는 전철이 계속 될 것인지 안타깝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후 사석에서 만난 한 장관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우리 경제와 문화,그리고 도덕수준에서 연유된 사건으로 보면서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낙동강 오염사건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에 관해 우울하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일과성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이는 대형사건이나 환경오염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국민이라는 자기비하이고 자정능력이 없는 시민이라는 자포자기 같아서 몹시 씁쓰레하다. 과연 우리는 자정능력이 없는 국민인가.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정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지 않은 잘못을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자정능력을 복원하려면 공직자와 지도층인사들이 먼저 솔선을 보여야 한다. 큰 사건이 있은 후 관계장관의 문책이 사건을 조기에 축소,마무리짓는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경질이라는 「제물」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에 의해 호도되어서도 안된다. 그와는 반대로 관련장관이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한다든가,입각한지 몇달 되지 않았고 제도 또는 조직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편의주의적 발상 또한 곤란하다. 법률이나 제도적 책임이 없더라도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책임행정풍토가 확립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되어 있는 도덕성회복에 지도층이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공직을 떠나 일정기간동안 두문불출하는 우리선조들의 훌륭한 공직자상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또 우리의 경제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대형부조리나 비리가 생기면 해당기업이 『운이 없다』거나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공범논적 동정을 펴는 일이 있다. 당사자들 마저 『우리만 탈세를 하고 투기를 했느냐』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오도된 기업가 정신을 보기이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간접 살인죄」에 해당하는 공해물질을 배출하고도 『우리만 배출했느냐』며 후안무치한 발언을 한다고 한다. 기업주나 최고 경영자들의 사고의 오염이 우리의 자정능력을 급속도로 굴절시켜 온 것이다. 이제는 모든 기업주나 경영자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하여 탈법행위를 하고 환경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유신시대와 권위주의시대의 오도된 기업가 정신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처럼 잘못된 발상과 사고를 계속 갖고 있다면 언젠가는 기업이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정한 교훈은 공직자는 물론이고 기업가와 모든 국민들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굳어져 온 큰사건 이후 잘못된 도식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정부의 법률이나 제도개선이 비등하는 여론을 가라앉게 하기 위한 일과성 또는 졸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시민들의 자구적인 운동 역시 일시적인 감정의 표출로 끝나는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감시하고 고발하는 시민운동을 조직화하고 더욱더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 검찰 「페놀 수돗물」 수사 안팎

    ◎「오염의혹」 풀기엔 미흡한 “졸속수사”/비밀 방류 알고도 공무원들 “몰랐다”/금품수수·직무유기 등 못밝혀 “미진” 대구 시민들을 비롯,전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대구 수돗물 오염사건은 검찰이 기업체대표 및 임직원 8명과 환경청 직원 7명 등 모두 15명을 구속하고 폐수방류회사 18개사와 공무언 1명 등을 입건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굳이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1차적으로는 페놀 폐수를 낙동강으로 흘러 들게한 기업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국민의 건강은 뒷전에 두고 무사안일하게 근무해온 환경공무원들의 해이된 복무자세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사건은 기업의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영태도와 환경청 직원들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공동작품」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검찰수사 결과 연간 매출액이 8백억원이나 되는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전자는 월 5백만원을 아끼기 위해 맹독성 페놀폐수를 낙동강에 방류,영남권 1천만 주민들에게 「간접살인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신성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산전자가 페놀폐수를 무단방류해온 것은 폐수소각로 2기중 1기가 고장난 직후인 지난해 11월1일부터 5개월 동안으로 이번 수사 결과 84년부터 공장내에 배출구를 설치해놓은 것으로 드러나 실제로 무단방류한 폐수는 처음에 밝혀진 3백25t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속된 환경청 직원들은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허위보고,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게 하도록 도와준 꼴이 된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환경청 직원들이 공해배출 업소로부터 금품수수나 직무유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했으나 혐의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또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에 대해서도 수돗물 약품구입 및 직무유기부분 등을 중점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차ㅊ지 못해 시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수사에서 폐수방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한 사장 양유석씨를 한차례만 소환한뒤 그이상의진상수사를 하지 않은채 현재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수사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페놀방류 사실을 놓고 해당 업체와 공무원간에 뇌물이 오고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선 의혹을 뚫지 못하고 있다. 최환대구지검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수사 종합발표를 통해 『금품수수·직무유기 부분에 대한 공무원들의 협의점을 전혀 차ㅊ지 못했다』고 밝히고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의 타성에 직무수행 능력이 낮아 직무태만 및 소홀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수사종합 발표후 검찰은 환경청 직원 7명 구속과 대수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1명만을 입건한 것에 대해 「송사리급 공무원만 문책」했다는 비난이 일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결과 구환경보전법 69조5항에는 폐기물을 버리는 사람에 대해서 과실범 처벌규정이 있었으나 개정된 수질환경보전법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삭제돼 환경법규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했다.
  • “환경감시 이젠 시민이 나설 때”/「식수오염」대책…시민단체 토론회

    ◎피해보상·관련자 고발등 강경대응 결의/수질관리 개선 촉구… 민간 조사단도 파견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방류사건으로 수질오염에 대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23일 사회·시민단체들이 서울YMCA에 모여 이에대한 피해보상 등 법적대응과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상오 11시부터 3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인 이들 단체들은 이번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개별단체 차원이 아닌 연대차원에서 「응징」해 나가야 한다고까지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YMCA와 YWCA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 「공해추방운동연합」 「한국반핵반공해평화연구소」 「소비자생활교육원」등 6개 종교사회단체와 경제·환경관련 단체의 실무자들이 가진 「낙동강폐수오염 사태에 대한 시민단체 대책간담회」의 결론은 이번 사태를 「재벌기업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규정,피해보상은 물론 해당 기업과 환경처 등 관련 공무원들을 형사고소·고발하는 등의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데 모아졌다. 이날 연대회의는 당초 이들 단체말고도 「대한주부클럽연합회」「주부교실중앙회」「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녹색의 전화」 등 모두 10개 단체가 참여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들 4개 단체는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단체의 결정사항에 따르겠다고 위임해와 6개 단체만 토론을 벌였다. 서울YMCA 윤석규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공해추방운동연합」 황상규사무국장의 「두산그룹 페놀방류사건」에 대한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공동성명서 작성,공청회개최,민간조사단 구성파견,시민규탄대회,불매운동 전개,법률적 행동 등 6가지의 안건에 대해 각 단체가 마련했거나 준비중인 안을 발표한뒤 이를 한가지로 조정·취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89년에 있었던 수돗물파동의 악몽이 채가시기도 전에 다시 엄청난 사태가 발생,기초의회 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돗물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환경원년을 선포한 90년도의 수돗물 트리할로메탄 검출시비와 이번의 「페놀」폐수사건을 89년의 연장선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수질오염으로 입은 피해가 엄청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때문데 피해지역 주민 당사자는 물론 국민 전체가 아픔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페놀방류사건이 누적돼온 재벌기업의 반사회적 행동 때문에 빚어진 것은 물론 이에는 당국의 관료주의와 비밀주의도 톡톡히 한 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낙동강 수질오염 파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도덕한 한기업이 독성이 강한 페놀을 무단방류한데서 비롯했으나 정수장의 소독방법,공해배출업소의 단속 등 정부의 전반적인 수질관리체계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또 정부가 「맑은물 공급대책」을 마련,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파동이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이번 기회를 계기로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참석자들은 이에따라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정부와 각 정당에서 실시하는 조사와 별도로 사회각계 전문가들로 민간조사단을 구성,현지조사를 벌여 나가기로 결의하고 이와함께 범시민적인 차원에서 규탄대회와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하는 등 분노한 시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불매운동의 경우 아직 10개 단체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품목수·기간 등의 구체적인 안은 없으나 우선 두산그룹에서 생산하는 OB맥주와 코카콜라 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또 두산그룹이 국내기업 가운데 외국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수질관리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학계·법조계·환경처 관계관 등을 초청,여러차례의 공청회를 갖기로 하는 한편 이번 사건발생지역은 물론 전국의 수원지에 대해서도 민간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한 참석자는 『이번 낙동강 페놀방류사건의 원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부의 환경정책부재』라고 지적하고 『대구·영남지역 뿐 아니라 서울·경기지역가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팔당호 골재채취,골프장의 무더기 건설,나환자촌 근처의 농공단지 폐수방류문제,수돗물에 대한 안전조사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한 인사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분석과 문제를 심도있게 진단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와같은 반 인륜적 행위를 일삼는 기업체에 대해서는 전국민운동을 펴서 규탄대회와 상품불매운동을 펴는 동시에 시민 감시자로서 지속적으로 감시활동을 펴나가자고 다짐,이번 낙동강 페놀방류사건 파문이 「맑은 물,맑은 공기」속에서 살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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