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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특권은 의무를 요구한다/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시론] 특권은 의무를 요구한다/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가진 자들에 대해 시민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시각이 확인되고 강화된 것이다. 물론 모든 부자와 권력자들이 다 그렇게 오만하고 무례하지는 않다. 그 사건이 좀 특이한 기업, 이상한 중역의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면 가십거리는 될지언정 분노의 대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분한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흉한 단면을 노출시켰고, 그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할 계기를 만들었다. 곪은 종기는 터져야 낫는 법. 수치스럽지만 잘 터졌다 할 수 있다. 가진 자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충분하다. 과거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경제발전에 목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최하급 가치인 돈이 최고의 가치로 등극했다. 권력, 지위, 인기, 쾌락 등 거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만능의 열쇠로 격상됐고 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착각이 생겨났다. 그러나 돈은 모든 가치 가운데 최하급이다. 사랑, 자비, 지혜, 관용 등 고급 가치는 경쟁적이지 않아서 공동체에 조화와 평화를 증진한다. 그러나 돈은 영합적으로 분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권력, 인기와 함께 매우 경쟁적이고 공동체에 갈등을 쉽게 조장한다. 그동안 경제가 발전해 우리 삶이 풍요하게 됐고 민주화가 이뤄져 자유의 폭이 넓어졌는데도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인도네시아, 필리핀보다도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돈벌이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유난히도 경쟁심이 강한 한국인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뒤지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돈이 사람의 위상을 결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실업자가 늘고 빈부 격차가 벌어지니 고통지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아픈 상처에다 물을 끼얹는 것이 바로 가진 자들의 오만이며 무책임이다. 서양에는 로마 시대부터 ‘특권에 따르는 의무’(noblesse oblige)를 다하는 전통이 있었다. 귀족은 전투에 앞장서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취급해 왔다. 우리나라에도 경주 최부자 가문처럼 비슷한 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양에서만큼 일반적이지는 못했다. 6·25 전쟁에 미군의 장성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했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와 그 자녀들 상당수는 병역기피를 특권으로 향유하고 죄책감도 없는 것을 보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부자 워런 버핏은 빌 게이츠가 출연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게이츠 부부가 세운 복지기관에 기부했다. 자기가 세운 복지기관보다 게이츠 재단이 복지활동을 더 잘하기 때문이라 했다. 부자이지만 존경받는 것은 그런 멋진 신사도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 부자들은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지 근본적으로 반성해 봐야 한다. 혹시 ‘갑질’에는 능숙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인색해서가 아닐까? 인간의 삶이 주로 개인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던 과거에도 특권과 권한에 의무가 따랐다면 인간의 삶이 사회에 의해 좌우되는 오늘날에는 그 의무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질서가 유지되고 도로·항만·철도 등 기간시설이 설치·유지·보수되는데, 이런 질서와 시설이 없으면 어떤 기업도 사업을 할 수 없고 누구도 큰돈을 벌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가진 자는 국민 모두에게 빚을 진 것이다. 가난하게 되는 것도 게을러서가 아니라 주로 국가의 교육, 복지, 과세 등의 정책이 잘못됐거나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자의 기부와 사회공헌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것이며 패자가 도움을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특권을 누리고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부러움이 아니라 존경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존경받는 삶이라야 가치와 보람이 있다.
  • [프랑스 언론사 최악테러] “내가 샤를리다” 총에 맞선 펜…유럽 전역 테러 규탄시위

    [프랑스 언론사 최악테러] “내가 샤를리다” 총에 맞선 펜…유럽 전역 테러 규탄시위

    7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참사 직후 전 세계에서 테러를 규탄하는 추모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만평가 등 직원 10명을 잃은 충격 속에서도 샤를리 에브도는 다음주에 잡지를 정상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와 런던, 베를린, 브뤼셀 등 유럽 도처에서 이어진 시위에선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연대와 지지를 뜻하는 문구가 넘쳐났다. 시민들은 펜을 들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침묵 시위를 벌였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위로의 문구들이 봇물을 이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전역이 ‘우리도 샤를리’라고 외치며 철야 농성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8일을 역대 다섯 번째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날 정오를 맞아 전국 교회에선 조종이 울렸고, 국민들은 묵념으로 희생자를 기렸다. 파리 동부 공화국광장에선 7000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언론인들이 주도한 시위였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언론과 무관한 시민들이었다. ‘채널프랑스2’의 기자인 도미니크 프라달리는 “우리의 사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샤를리 에브도의 독자인 중년 여성 브리짓은 “이 잡지의 풍자만화들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언론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밝혔다. 비슷한 시위는 렌, 릴, 툴루즈 등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마드리드 등 주요 도시에서 촛불을 앞세운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면서 ‘내가 샤를리다’란 문구를 내걸었다. 유력지인 르몽드의 편집장 뤼크 브뢰너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앞으로 샤를리 에브도가 정상적으로 발행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라며 모든 프랑스 언론의 동참을 호소했다. 프랑스계 뉴스통신사인 AFP의 세계 각지 직원들은 동시에 1분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영국 언론들도 샤를리 에브도 지지에 동참했다. 더 타임스는 “자유에 대한 공격”, 가디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세계 각국의 만평작가들은 테러범을 비꼬는 만평 그리기로 분노를 표출했다. 호주 캔버라타임스의 데이비드 포프는 만평작가의 시신 옆에 복면한 괴한이 소총을 들고는 “이 사람이 먼저 그렸다”며 총격을 정당화하는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그렸다. 포프는 트위터에 “오늘 밤은 내 프랑스 만평작가 동료와 이들의 가족을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썼다. 크리스천 애덤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극단주의자의 허가를 받은 만평’이라는 글과 함께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지를 실었다. 텔레그래프에 실린 또 다른 만평에는 무장괴한이 다른 괴한에게 “조심해. 저들은 펜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라고 말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한편 샤를리 에브도의 칼럼니스트 파트리크 펠루는 “테러 공격에 굴하지 않고 오는 14일 예정대로 다음 호를 발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남은 직원들이 곧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힘든 상황이다. 우리 모두 슬픔과 공포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잡지 발행을) 해낼 것이다. 어리석음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이후, 올림픽 이후/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이후, 올림픽 이후/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새해는 특히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사는, 진정한 복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나름의 실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3년 후 이맘때쯤을 상상해 본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퇴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2월 9~25일)은 개최 한 달여를 남겨 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일 것이다. 이때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성과를 거두고 어떤 유산을 남기고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것인가. 최근 20년간 역대 동계 올림픽의 실패과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과 김연아 선수가 감격의 금메달을 땄던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들 도시는 올림픽 개최 이후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감당하기 힘든 덩치 큰 경기장 매각에 나서고 있다. 성공 사례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올림픽과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이 거론된다. 이들 도시는 준비 단계부터 올림픽 이후를 고려해 경기장 시설을 시민 스포츠 시설이나 대학, 병원 등으로 전환 사용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사후에도 올림픽 개최 유산을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인류가 개발한 다양한 겨울스포츠를 화려하고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글로벌 축제다. 하지만 축제는 불과 16일 또는 17일간 짧게 열리고 바로 막을 내린다. 돌이켜 보면 올림픽 개최 자체에서 실패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개최 도시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 결과 나름대로 모든 올림픽은 화려했고 수많은 볼거리와 감동을 줬다. 우리가 말하는 동계올림픽의 성공과 실패는 올림픽 개최가 아니라 ‘올림픽 이후’의 문제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남들처럼 올림픽을 화려하게 개최하되 올림픽 이후 어떤 유산을 남기고 그 유산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관리해 나가느냐가 궁극적인 올림픽의 성패를 가른다.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집권 기간 5년은 길다면 길지만 동계올림픽 개최 기간만큼 금방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다. 박근혜 정부도 벌써 2년이 지나가고, 남은 3년은 더욱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 3년 이후 박근혜 정부는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현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마침 역대 정부가 팽개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팔자라고 말했다. 이전 정권들이 방기했던 연금개혁 등을 두고 한 언급인데, 반대 세력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이 정권이 여러 가지 좋은 유산을 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적잖이 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속도를 강조하다 보니 방향이 잘못되고, 화합과 통합보다는 분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책은 너무나 조급한 속도전과 물량공세에 집착한 나머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탈규제 혜택을 주고 비정규직 근로자와 청년실업자 등 소외 계층을 더욱 소외시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이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화라는 불행한 유산을 남길 팔자가 될 공산이 크다. 이념, 정파, 세대 간 분열과 갈등은 이대로 더욱 심화된 채로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세월호 개혁의 실패 등으로 인해 돈과 권력, 명예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더욱 멀어져 그것이 어떤 분열, 어떤 분노로 표출될지 모른다.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면 안 될까. 역대 동계올림픽의 성공 사례를 보면 한결같이 준비 과정에서 최대한 소외된 지역,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단결과 화합함으로써 올림픽 개최 이후에도 훌륭한 유산을 남길 수 있었다. 앞으로 3년 박근혜 정부가 잘 살고 잘 나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아픈 사람, 불행한 사람들까지 포용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유산을 남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화합의 힘으로 지금 길 잃은 평창 동계올림픽도 개최 이후에 훌륭한 유산을 남기는 성공한 올림픽으로 준비하고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단독]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1) 46일간 단식한 단원고 ‘유민 아빠’ 김영오씨

    [단독]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1) 46일간 단식한 단원고 ‘유민 아빠’ 김영오씨

    돌이켜보면 2014년은 행복과 기쁨, 즐거움보다는 슬픔과 절망, 좌절이 짙게 드리운 한 해였다.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자본의 탐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질 것이라고 모두들 다짐했다. 하지만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권력투쟁 의혹만 난무해 국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땅콩 회항’ 파문은 ‘갑질사회’의 절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고통과 좌절 속에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간직한 사람들을 통해 2015년을 기약해 본다. “자식 잃은 고통에 생활고까지 겹쳐 망각하고 싶은 2014년이었습니다. 올해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4년은 ‘유민 아빠’ 김영오(46)씨를 비롯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유민이를 비롯한 희생자들은 끝내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했고, 가족들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악몽에서 허우적거렸다. 게다가 이제는 국민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청양의 해가 떠오른 1일에도 김씨는 여전히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다수 언론에서 김씨를 ‘2014년의 인물’로 꼽은 소감을 묻자 김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회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해서 그런 얘기를 들었으면 기분이 좋겠죠. 그런데 자식이 억울하게 죽어서 왜 죽었는지 알려 달라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가장 슬픈 ‘올해의 인물’ 아닐까요?” 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던 특별법 제정 요구 단식을 46일간 이어 갔다. 지난 7월 46㎏까지 줄어들었던 몸무게는 10㎏가량 회복됐지만 후유증은 컸다. 김씨는 “아직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아침 한 끼, 저녁 늦게 한 끼밖에 먹지 못하지만 병원에 갈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걱정”이라고도 했다. 일주일 중 3일은 지방 간담회를 다니고 그 외에는 광화문광장을 지킨다. 2월 말에는 미국 뉴욕 동포 초청으로 간담회를 떠난다. 그나마 바쁘게 지내는 게 낫다고 했다. “멍하니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집니다. 그러면 걷잡을 수 없어요.”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8개월이 넘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광장에는 이제 혹한이 몰아치고 있다. 전남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지키던 희생자 가족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물론 더는 예전의 ‘일상’이 아닐 터. 피붙이에 대한 상실감이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면 생활고는 현실로 다가왔다. 희생자 가족 중에는 휴직을 반복하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게를 접어버린 이들도 부지기수다. 김씨도 지난 6월 대출받은 200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했지만 곧 동날 지경이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처음 얻은 정규직 직장에도 사표를 내기로 했다. 김씨는 “규정상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는데 여태 회사에서도 많이 봐줬고 더는 누를 끼치기도 힘들었다”며 “싸움이 길어질수록 가장 큰 걱정은 생계 유지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김씨는 지금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힘내세요”라는 말 한마디라고 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아직도 참사를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게 가족들에게는 보약”이라며 “아직도 잊지 않고 서명운동을 도와주고 간담회를 요청해 주는 시민들 덕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야말로 세월호 가족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살아갈 만하다고 느끼는 원동력인 셈이다. 그는 언젠가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여태까지 도움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아직도 광화문광장에 나와 1인 시위를 하는 분들을 보면 고맙고 감사하죠. 솔직히 내 일 아니면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나조차 그랬고요. 유가족을 위해, 또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절실한 새해 소망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정부와 정치권이 올해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며 “특별조사위원회가 첫발을 디딘 만큼 제대로 기능하는지 두 눈을 뜨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가 중국보다 하수인 까닭/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가 중국보다 하수인 까닭/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지난 세기 공산주의 환상을 좇았던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스타일은 딴판이다. 중국이 강온 양면 전략으로 실리를 챙기는 편이라면 러시아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쪽이다. 1999년 5월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신유고연방의 병참본부로 오인해 폭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등 나토 지도자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시민·학생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중국 전역에서 들끓었다. 중국은 ‘실수로 인한 오폭’이라는 미국의 해명을 수용하고 보복 조치 없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2001년 4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뒤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비상 착륙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인들은 미 정찰기를 억류해야 한다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여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중국은 억류하고 있던 미 정찰기 승무원을 풀어 줌으로써 파국으로 치닫던 외교 갈등을 극적으로 해결했다. 미국과 ‘맞짱 뜨기’보다 물밑 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 냈다. 그러나 2000년 6월 중국산 냉동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한 한국에는 핸드폰 수입 중단, 2010년 10월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는 연어 수입 중단,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도발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보복 조치로 짓눌러 버리기도 했다. 2007년 10월 테헤란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반대한다며 미국과 정면 충돌했다. 러시아는 강력히 제재하자는 미국 요구를 번번이 거절하며 이란 감싸기에 바빴다. 2014년 3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시민혁명에 의해 축출되고 친서방 성향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들어서자 군 병력을 투입해 크림자치공화국의 주요 지역을 장악했다. 미국 등 서방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러시아는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에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이를 뭉개 버렸다. 경제제재 조치가 본격화되고 국제 유가도 급락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루블화 환율이 요동치며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렸다. ‘강공이 최고의 선’이라며 힘을 뽐내던 러시아는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별하는 ‘스마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면 러시아는 무모하게 힘으로만 상대하려는 ‘하드파워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쯤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일까.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청와대 문건 파동, 통합진보당 헌재 판결 등 국내 문제에 매몰돼 지내는 동안 국가경제는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었고 ‘미우나 고우나’ 가까이 지내야 하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나 남북관계 회복 등 주요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분노를 터뜨리면 한때 속이야 시원해지겠지만 결과까지 늘 만족감을 안겨 주지는 않는다. 국정을 운영하는 데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탈레반처럼 근본주의자가 돼서도 안 된다. khkim@seoul.co.kr
  • “장그래 살리기 위해 대통령·정치권과 대화 용의 있다”

    “장그래 살리기 위해 대통령·정치권과 대화 용의 있다”

    “우리는 들러리가 아닙니다. 노사정위원회조차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고 있어요. 생색내기 결정 몇 개를 빼고는 말이죠.” 선거운동 때 줄곧 총파업을 외친 한상균(5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은 30일 인터뷰에서도 ‘총파업 조직’을 꾸린 정당성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는 우선 내년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개악, 간접고용 문제 등의 노동 현안과 관련해 집중 투쟁을 이어 가고, 전국적으로 ‘박근혜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펼쳐 적극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2009년 쌍용차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그는 2012년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송전탑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첫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서는 결선투표를 거쳐 18만 2249표(51.62%)를 얻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한 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와 각오를 확인한 만큼 내년 2월 1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노동 조건을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절박한데 더 가혹하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노·정 문제에서 분수령을 만들겠다는 게 우리 목표였다. 선거운동 자체가 총파업 조직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현 정권의 폭주가 속도를 더 내고 있다. 언제든지 우리를 탄압하는 데 맞서겠다”며 “우리에겐 공약에서 밝힌 대로 ‘단 한번의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총파업 노선에 대해 역량이 되느냐 하는 우려도 존재하는데 이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되물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처음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한다고 했을 때도 가능하겠냐는 걱정을 샀지만 보란 듯이 멋지게 성사시키지 않았느냐”며 “선거운동을 하며 현장을 돌아보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우리로서는 정권의 폭력에 앉아서 당할지, 명운을 거는 싸움을 할지 선택지는 둘뿐”이라고 마음가짐을 가다듬었다. 한 위원장은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를 자주 떠올렸다. “민주노총 전체 역량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 문제에 투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가능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장그래(비정규직)가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국민, 시민사회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폭주를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며 “장그래를 살릴 수 있다면 대통령은 물론 여야 대표, 관계 부처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중심으로 1월 중 운동본부 발족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조합원 출신인 데다 다수파도 아닌 한 위원장이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패배를 전제로 출마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도 “막상 1위로 결선투표에 올라가고 최종 당선까지 되니 사실 나도 좀 놀라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일개 해고 노동자가 명함 내밀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지지와 믿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다른 세 후보를 초청하는 원탁회의를 열어 전체 노동진영의 단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 사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뉴욕경찰들, ‘하늘 현수막’ 동원해 뉴욕시장 비난

    뉴욕경찰들, ‘하늘 현수막’ 동원해 뉴욕시장 비난

    최근 순찰 중이던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 2명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미지근한 대응에 관해 뉴욕경찰협회(Police Union) 등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단 경비행기가 26일(현지 시간) 오전 맨해튼 허드슨강 상공을 수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경비행기는 “더블라지오, 우리는 이제 당신에게 등을 돌렸다(DE BLASIO, OUR BACKS HAVE TURNED TO YOU)"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달고 오전 9시경 맨해튼 인근 허드슨 강 주변을 비행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 현수막 광고를 주관한 업체는 “누가 이 광고를 했는지는 익명으로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광고 주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한 전직 NYPD 경관 출신인 존 카딜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많은 경관들이 자신에게 이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이 비난 현수막이 전∙현직 NYPD 경찰관들에 의해서 게재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시장이 선동적인 수사를 통해 NYPD에 시민들이 반감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에 우리는 분노한다” 며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비난했다. 특히 이들 경찰관협회 등 단체들은 최근 용의자를 체포하면서 목을 졸라 사망케 한 NYPD 경찰관이 불기소된 데 대해 시민들의 시위가 확산하게끔 시장이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일 순찰 중이던 2명의 NYPD 경관이 갱단 소속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NYPD 경찰관들은 노골적으로 시장을 비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더블라지오 시장이 이들 경찰관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자 고개를 돌리는 등 명령권자인 시장과 경찰관들 사이에서 찬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개적으로 시장을 비난하는 광고 현수막이 뉴욕 상공을 수놓는 사태가 벌어져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번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두 경관의 장례식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엄중한 경호 아래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사진=뉴욕 상공을 수놓은 ‘시장 비난 현수막 구호’ (트위터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세월호·말레이機 참사 ‘침통’… 땅콩 회항·아베 폭주 ‘분통’

    [국내] 정부 무능·정쟁에 더 아팠던 ‘세월호 참사’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돼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특히 이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희생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게다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실책,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숨은 실세 국정 개입 논란’ 연말 정국 강타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론돼 온 정윤회씨가 청와대의 ‘실세 3인방’ 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 관련자 간 진실 공방으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헌재 “통합진보당 北체제 추종” 첫 정당해산 비례대표 부정경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1의 압도적인 인용으로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의한 정당해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도 결정했다. 조현아 ‘땅콩회항’ 항공법 위반 등 일파만파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인천행 KE086 항공기를 탑승구로 회항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2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대한항공과 공모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조사관을 체포했다. 일 년 내내 가혹행위·총기사고 해명한 軍 지난 4월 경기 연천의 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올 한 해는 군대 내 폭력과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6월 동부전선 22사단 GOP 부대에서도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이 숨졌다. 그 다음 달에도 2명의 A급 관심병사가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해 군의 장병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 시끌 대규모 적자의 누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우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지난 9월 당·정협의회에서 본격화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공무원노조는 ‘공적연금 후퇴’와 ‘밀실논의’라며 반발했다. 여야는 최근 개혁안을 마련할 대타협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정년 연장 등 공무원의 사기진작책도 거론되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변별력 없고 또 출제 오류·… 최악의 수능 2015학년도 수능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다. 변별력 조절 실패에다 출제 오류까지 겹쳤다.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복수 문항, 복수 정답은 수능 도입 21년 만에 처음이다. 전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도 법원 판결로 전원 정답 처리됐다. 여론이 들끓자 교육 당국은 결국 수능 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에서도 ‘낮은 곳’으로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한국 역사상 세 번째이며,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 25년 만이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서울 광화문광장) 등을 집전했고 세월호 유족,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을 만나며 ‘낮은 곳’을 챙기는 모습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연초 나라 뒤흔든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올 1월 새해 벽두부터 1억여건의 카드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 등 카드 3사에서 200여만명의 고객 정보를 빼돌리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국민의 정보가 털렸다. 관련자들이 구속됐지만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은 ‘진행형’이다. 총리 후보자 잇단 낙마… 청와대 ‘답답’ 인사 세월호 참사 이후 지명된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명됐지만 과다 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낙마했다.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지만 역사의식 논란으로 역시 물러났다. 결국 정 총리가 사의 표명 60일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게 됐다. [국제] 크림반도, 러시아 귀속… ‘신냉전’ 암운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고 서방으로 등을 돌리면서 크림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신속하게 조약 체결과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군사력이 증강 배치되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경제 제재에 착수하면서 신냉전이 도래했다. 말레이시아機 3월엔 실종·7월엔 피격 올 한 해 말레이시아항공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 3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가던 여객기가 실종됐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타고 있었으나 단 한 명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채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7월에는 승객 298명을 태우고 네덜란드를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 전 세계 에볼라 공포… 7500여명 사망 지난 3월 이후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번져 7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첫 사망자가 보고된 뒤 해를 넘기며 인접국은 물론 미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에볼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슬람 급진 세력 IS, 잇단 외국인 참수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AQI)였던 이슬람국가(IS)가 수니파 이슬람교도를 규합해 순식간에 세계를 위협하는 급진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 조직은 지난 6월 신정일치 국가인 IS 설립을 선언한 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이들은 서방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시작으로 5명의 외국인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베 ‘집단자위권’ 강행·장기집권 체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7월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로써 1945년 패전 이후 견지해 온 ‘전수 방위’ 원칙을 저버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이어 중의원 해산 뒤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도박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제3차 내각을 출범시켜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백인경찰 흑인 사살… 美 인종갈등 몸살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비무장한 10대 흑인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관과 7월 미국 뉴욕의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던 흑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잇따라 대배심에서 불기소 판결을 받으며 미국 내 인종 갈등이 폭발했다. 항의 시위와 소요, 약탈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20일에는 20대 흑인 남성이 뉴욕 브루클린에서 경찰 2명을 살해하는 등 사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홍콩, 주권 반환 후 최대 反中 ‘우산혁명’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8월 말 의결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이 불씨가 됐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하자 홍콩 시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우산으로 경찰에 맞서 ‘우산혁명’으로 불린 시위는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75일간 지속되면서 200여명이 체포되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세계 시선 끈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부결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독립과 영국 연방 해체라는 격변 가능성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나 지난 9월 반대 55.4%, 찬성 44.7%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계속 남는 길을 택했다. 스코틀랜드는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 확대라는 전리품을 챙겼고, 스페인 카탈루냐주 등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하는 불씨가 됐다. 유가 급락과 더불어 디플레이션 공포 미국의 셰일 개발 붐에 따른 산유량 급증과 중국의 성장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맞물려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1월 산유량을 동결하며 하락세는 탄력을 받았다. OPEC과 미국의 대결 양상 속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90개국 가운데 4분의1 이상이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美·쿠바 국교 정상화 ‘53년 냉전’ 청산 미국과 쿠바가 53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지난 17일 선언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공산화를 선언한 뒤 미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해 2년 후인 1961년 양국의 국교가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선언으로 미국은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크게 완화할 방침이다.
  • [사설] 의혹투성이 국토부 감사원 감사 필요하다

    검찰이 어제 대한항공과 유착 관계를 유지하며 ‘땅콩 회항’ 사건 조사 내용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을 체포하고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대한항공과 국토부 간 유착 의혹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 영장이 청구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수십 차례 통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국토부의 조사가 처음부터 봐주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국제적 조롱거리가 된 ‘월권 회항’ 사건에 대한 국토부의 인식과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가 대한항공 출신을 조사 담당자로 내세워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100% 확신한다”는 단언은 일주일 만에 허튼소리로 판명났다. 서 장관은 국회 현안 보고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적절하고 공정성 훼손을 의심할 만큼 허술하게 조사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감사원 감사 요구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국토부 항공안전관리감독관 16명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자가 14명이다. 조사에 참여한 일반공무원 4명의 경우도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부 진술서를 대한항공 임원 앞에서 10여 차례 고쳐 썼다”는 항공기 사무장의 증언도 나왔다. 건너다 보니 절터인 상황임에도 주무 장관이라는 사람은 국토부 자체 조사를 믿으라고만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이제 ‘칼(KAL·대한항공) 피아’라는 말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그제 “이 사건과 관련, 특히 초창기에 국토부가 보인 행태는 ‘봐주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대한항공이랑 짜고 진상을 덮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라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가기관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국토부의 반공익적 행위는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구조적인 유착을 의심할 정황은 충분하다. 이번에 그 검은 뿌리를 확실히 도려내지 못한다면 국토부는 영원히 ‘항공 마피아’의 놀이터가 될지도 모른다.
  • 순천·광양, 아웃렛 앞에서 금 간 이웃사촌

    전남 순천시와 광양시가 광양읍에 들어설 LF아웃렛 입점을 놓고 지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두 지역은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러나 10여년 동안 순천대 공대 광양 이전과 율촌산업단지를 둘러싼 행정구역 다툼, 전주~광양 간 고속도로 명칭 문제, 광양상공회의소 독자설립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다툼을 벌여 왔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중단 7년 만에 광양만권 발전을 위해 다시 열린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가 지역 간 다툼으로 또다시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정현복 광양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LF아웃렛은 9만 308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5만 1000㎡ 규모로 다음달 착공, 2016년 문을 열 예정이다. 정 시장은 “광양읍권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양시의회도 ‘광양 LF패션아웃렛 광양 입점 반대 중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순천 상인들과 순천시의회의 아웃렛 광양 입점 철회 주장은 광양시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광양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시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광양 아웃렛 부지와 불과 3㎞ 거리에 있는 순천시 연향동·조례동 등 상인들은 여수시 등 주변 지역 상인들과 연대해 입점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순천시의회도 ‘광양 LF패션아웃렛 입점 철회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현재 대기업의 아웃렛 사업 진출로 경기 여주, 파주, 이천 등에서 지방의 영세상권이 대부분 붕괴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중소상인연합회는 지난 22일 순천시의원, 여수 상인 30여명과 함께 롯데 아웃렛이 들어선 이천을 찾아 지역 폐해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등 결사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제2롯데월드 근처도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제2롯데월드 근처도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버지는 제2롯데월드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애들 데리고 가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1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김모(38·여)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김씨는 전날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8층 콘서트홀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김모(63)씨의 딸이다. 김씨는 “아버지와 같은 조에서 일했던 동료 분이 ‘사고가 나도 결재라인을 거쳐 보고해야 하니까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후 롯데건설이나 협력업체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다. 밤 11시쯤 빈소에서 처음 만났다”며 “사고 소식도 외삼촌과 알고 지내던 아버지 동료가 알려와 듣게 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작업을 위해 비계에 오르다 떨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장소장, 반장, 근로자 등을 조사한 결과 김씨가 작업을 하러 비계에 오르다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와 3인 1조로 작업을 하는 동료 박모(59)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점심을 먹은 뒤 조금 먼저 올라갔고, 추락 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쿵’ 소리를 듣고 달려가 쓰러진 김씨를 발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에만 연락한 롯데 측의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등 롯데월드몰 관련 계열사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콘서트홀 건설현장 작업자 사망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 사고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고 후 원인 파악이 늦은 것과 관련, 석기철 롯데건설 본부장은 “숨진 김씨는 3인 1조로 일하는데 나머지 2명의 인부가 휴대전화를 꺼놓아 어제 오후 6시 50분쯤에나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하지 않고 굳이 1㎞ 떨어져 있는 롯데 측 지정병원인 S병원 구급차를 부른 것과 관련해서는 “안전 관리자 생각에 보다 건물 구조를 잘 아는 지정병원을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기형적 승계구조… 1% 지분으로 제왕적 권력 남발

    기형적 승계구조… 1% 지분으로 제왕적 권력 남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반재벌 정서에 불을 댕겼다. 온 국민의 분노와 조롱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위에 군림하고 횡포를 부려도 된다는 그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나는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재벌 3, 4세의 일탈은 불행히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개인의 일탈이 기업 가치와 문화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민의식, 뭐가 문제일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전 부사장의 일탈을 ‘자본주의 사회의 역행’으로 해석했다. 마치 노비문서를 소유한 귀족처럼 회사 직원 위에 군림하려 든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과거 봉건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설명이다. 태어나서부터 ‘회장님 아들딸’로 떠받들려 부족함 없이 자라다 보니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반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어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2010년 SKC 최종관 전 부회장의 아들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은 돈으로 폭력도 살 수 있다는 삐뚤어진 개인의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최 전 대표는 고용 승계를 해 달라며 시위 중이던 트럭운전사 유모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 그러면서 1대당 1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맷값으로 건넸다. 그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죗값을 치르는가 했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동원씨는 지난해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조 전 부사장의 남동생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2005년 운전 중 시비가 붙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까지 행사해 입건됐다. 2012년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의 일탈을 단순하게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내 것’이라는 인식, 즉 회사를 사유재산의 하나로 보는 게 이 같은 행위를 불렀다”면서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보다는 기업의 봉건적 지배 구조와 당연시된 고용 승계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누구나 일탈은 할 수 있지만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인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이들의 일탈 행동은 개인의 인격 문제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개인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재벌가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임원 자리에 오르는 일은 선진국에서는 불가능하다”면서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등이 있는데, 순환출자 등 불법적인 지배 구조와 승계로 제왕적 권력이 남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27살에 대한항공에 입사해 7년 만에 임원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 코스를 거쳤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가 거친 도전정신이나 사회공헌 정신 등을 체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130년 된 오스트리아 기업 스와로브스키는 오너 자녀들의 입사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2~3년 수습을 거치거나 외부에서 10년 정도 전문성을 인정받은 뒤에야 부모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 또 5대째 가족 경영을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옷을 물려 입히고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받게 하는 스웨덴 발렌베리가의 문화 등과 우리나라 재벌 문화는 너무 대조적이다. 승계 과정에서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기형적인 지배 구조에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유 지분에 비해 오너 일가가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르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 현대중공업, 삼성, 한화, 현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0.5%, 1.2%, 1.3%, 1.9%, 2.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수백년 가업을 이어 가는 기업의 비결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키우고 합리적인 승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 교수는 “덕망 있는 재벌 3세, 4세들의 모습도 적지 않은데 개인의 일탈 행동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재벌 3세, 4세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씨줄날줄] ‘땅콩 부사장’/문소영 논설위원

    ‘땅콩 분노’(Nuts Rage)가 일파만파다. 전 세계에 방송되는 영국 BBC월드와 일간지 가디언, 미국 블룸버그, AP통신 등 외신은 ‘너츠’(Nuts)라는 단어와 함께 8일 재벌 3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넛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고함을 치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승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명령했으며, 출발하던 비행기에 램프리턴을 감행해 지연출발을 시킨 당사자다. ‘땅콩’(Nuts)은 무분별한 항공기 회항의 원인이 된 마카다미아넛만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영미권에서 땅콩·견과류(Nut)는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정신 나간 사람’, ‘미치광이’, ‘제정신이 아닌자’의 의미가 추가돼 ‘땅콩 분노’라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단순하게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즐겨 보는 블룸버그는 기사의 첫 문장이 ‘대한항공(003490) 조양호 회장의 딸’로 시작한다. 여기서 괄호 안의 숫자는 대한항공 주식주문 번호다. 망신이다. BBC는 기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조 부사장의 항공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면서 공무원이 “비록 부사장이라고 해도 그 당시에는 승객이기 때문에 승객으로서 취급되고 행동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벌 봐주기나 눈치 보기가 아니라 엄정하게 조사하고 적절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평범한 시민의 생각이자 기대다. 대한항공의 부사장으로서 기내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 부사장은 자사의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분노를 비행기 내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승무장에게 내리라고 명령하는 형태로 표출해서는 안 된다. 승무원의 질 낮은 서비스를 질책하기 위해서라면 차후에 문책 인사로 경고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영능력을 출발하기 시작한 비행기 내부가 아니라 지상에서 발휘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재벌 3세의 부당하고 절제되지 않는 리더십에 다수의 시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대한항공 이름으로 나온 사과문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제대로 된 임원이라면 대한항공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회사 명의의 사과문을 완강히 거부하고, 조 부사장 개인 이름으로 사과문을 냈어야 옳았다. 사과문 내용도 문제다. 조 부사장의 월권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결같이 옹호하고 변명하고 있다. “승무원 교육을 더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대목에서는 헛웃음이 나온다. 승무원으로 십여 년간 전문성을 길러온 사무장이 사표 제출을 직간접적으로 압박받거나, 그 사과문의 불똥이 자칫 기장으로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경제 발전 이룬 한국, 민주주의 심화가 과제”

    “경제 발전 이룬 한국, 민주주의 심화가 과제”

    “반세기 동안 한국은 경제적으로 굉장한 성취도를 보였습니다. 이제 과제는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의 초청에 따라 ‘정의와 시장 그리고 좋은 사회’를 주제로 이 의원과 대담을 벌인 샌델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은 중요하지만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공공의 선과 평등, 빈부 격차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이며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착상태 해결의 선봉에 있는 사람들이 의원 여러분”이라며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전 세계가 한국을 우러러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 민주주의는 실패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 의원에 질문에 “민주주의가 작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의 당파적 투쟁에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은 시민적, 도덕적 문제를 피해 왔고 텅 빈 대화를 해 왔다. 윤리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시장사회’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경제를 도구로 이용하는 ‘시장경제’와 돈으로 모든 것을 거래하는 시장사회를 구분한 뒤 “시장 가치가 경제뿐 아니라 일상, 가족, 건강, 교육, 언론, 법치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면 비시장적 가치는 축출, 무시, 간과될 수 있다”며 “이제는 한발 물러나 시장이 공공의 선을 위해 기여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야 의원 20여명을 비롯해 국회 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김 대표는 “각국 정치권은 부채와 일자리를 해결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이런 분노의 시대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장을 이루고 성장의 과실을 정의롭게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30년간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세계적 석학으로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2010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문화 In&Out] ‘서울연극제’ 좌초 위기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축제인 서울연극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서울연극제가 30여년간 터전으로 삼았던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연극인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의 반발과 분노에는 정부의 지원과 통제 아래 연극이 예술로서 온전히 존재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갈등의 발단은 내년에 열릴 예정인 제36회 서울연극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의 내년도 대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수십년간 대학로 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아 온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리지 않게 된 건 1977년 연극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연극제는 성명을 내고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탈락은 서울연극제의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팩이 밝힌 대관 탈락 이유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센터 측은 서울연극제 주최 측이 제출한 서류가 부실하다는 점과 최근 1~2년간 서울연극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또 올해 연극제에서 한 공연이 허가되지 않은 성금 모금 행사로 해프닝을 빚었던 점을 들었다. 그러나 서울연극제 비상대책위원회는 “매년 해 오던 대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축제 전체의 의의와 가치가 아닌 특정 공연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연극제가 관(官)의 지원과 통제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순수 연극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호흡기가 없이는 존재 자체가 힘들어졌다. 해마다 땅값이 치솟는 대학로에서 연극인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1~2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간신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2011년 예산이 1억원 삭감된 이후 부족한 예산이 작품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지난여름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몸을 잔뜩 움츠린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연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공연예술계에 큰 상처를 안겼다. 연극을 포함한 순수 예술이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생존 조건이 됐다. 그러나 정부가 예술계를 쥐락펴락하는 갑을 관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팩은 공공극장으로서 공정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한 심의’라는 행정적 잣대를 들어 창작극의 산실인 서울연극제의 의미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이번 사태로 받을 상처와 허탈감도 앞서 헤아렸어야 했다. 연극계 역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열릴 서울연극제를 연극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들과 호흡하는 축제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멕시코 대통령 “부패 지방경찰 해체” 개혁안 발표

    멕시코 대통령 “부패 지방경찰 해체” 개혁안 발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각지의 부패한 지방경찰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전면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개혁안은 지난 9월 남부 게레로주(州)에서 대학생 43명 피살· 실종 사건이 발생한 뒤 지방경찰 당국과 폭력조직과의 부패한 커넥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 개혁안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도 같은 주(州)에서 참수 시신 11구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사회에서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경찰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 분노에 동조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원들과 각 주지사,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시티 국립궁전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멕시코는 바뀌어야만 한다”며, 마약 갱단 등이 침투한 지방 자치단체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연방 당국이 장악 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다음 달 1일 국회에 제출할 것임을 밝혔다. 이 개헌안은 현재 멕시코 전역1800개에 달하는 지방경찰 조직을 대상으로, 마약 갱단 등 범죄조직과 연루가 드러나는 경우 대통령이 이를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따라 범죄와 폭력률이 가장 높은 타마울리파스주,게레로주 등 4개주 지방 경찰 조직의 해체작업에 우선 착수할 계획이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퍼거슨 소요 사태 난동자 82명 체포 사진 보니…일부 상점 약탈·방화

    ‘퍼거슨 시위’ ‘퍼거슨 소요 사태’ 퍼거슨 시위(퍼거슨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은 대배심의 백인 경관 불기소 결정 후 이에 항의해 퍼거슨 시에서 난동을 부린 82명을 체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퍼거슨 시내에서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전 현재까지 61명을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입건했고,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상점 창문 등을 깬 2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다 다친 시민 1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8월 9일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대런 윌슨(28) 경관의 기소 여부를 기다리던 시위대는 전날 대배심이 윌슨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도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경찰 차량을 뒤집고 불을 지른 것을 시작으로 여러 건물에 불을 놓은 바람에 순식간에 화염이 솟구쳤다.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 연기와 불이 난 건물이 내뿜은 화염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시위대 대다수는 거리에서 질서 속에 구호를 외치며 대배심의 결정에 저항했으나,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상점을 털고 물건을 훔치는 등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또 간선도로인 44번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막아 극도의 혼잡이 연출됐다. 최루탄과 연막탄으로 맞선 경찰을 향해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등 폭력 양상이 심해졌고 이 과정에서 CNN 방송 기자가 군중이 던진 돌에 맞기도 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전날 로버트 매컬러크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가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을 전하면서, 브라운이 사망 당시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을 한 번도 밝히지 않아 시위대의 분노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경찰은 브라운에게 얻어맞은 뒤 발포한 윌슨 경관의 정당 방위에 초점을 맞출 뿐 비무장 상태에서 총격을 당한 브라운의 죽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퍼거슨 소요 사태를 접한 네티즌들은 “퍼거슨 소요 사태, 이게 무슨 일”, “퍼거슨 소요 사태, 제2의 흑인폭동이 올까봐 겁난다”, “퍼거슨 소요 사태, 정당 방위라기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퍼거슨 소요 사태, 비무장 18세 흑인 청년 사살..백인 경관 ‘인종차별 논란↑’

    퍼거슨 소요 사태, 비무장 18세 흑인 청년 사살..백인 경관 ‘인종차별 논란↑’

    ‘퍼거슨 소요 사태’ 흑인 청년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배심이 불기소를 결정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출되며 미국 퍼거슨시가 소요 사태에 빠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인스 카운티 경찰은 불기소 결정에 항의해 퍼거슨 시에서 난동을 부린 82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불기소 발표 이후 퍼거슨 시내에서는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전 현재까지 61명을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입건했고,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상점 창문 등을 깬 21명을 검거한 것으로 밝혔다. 이 외에도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다 다친 시민 1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9일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대런 윌슨 경관의 기소 여부를 기다리던 시위대는 전날 대배심이 윌슨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도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위대 대다수는 거리에서 질서 속에 구호를 외치며 대배심의 결정에 저항했으나,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상점을 털고 물건을 훔치는 등 범법 행위를 행하고 있다. 또 간선도로인 44번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막아 극도의 혼잡이 계속 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브라운에게 얻어맞은 뒤 발포한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에 초점을 맞출 뿐 비무장 상태에서 총격을 당한 브라운의 죽음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퍼거슨 소요 사태에 네티즌은 “퍼거슨 소요 사태..그럴만하네”, “퍼거슨 소요 사태..정말 정당방위일까?”, “퍼거슨 소요 사태..예민한 문제”, “퍼거슨 소요 사태..안타깝다”, “퍼거슨 소요 사태..한인들 무섭겠다”, “퍼거슨 소요 사태. 이렇게 심한지 몰랐다”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방송캡처 (퍼거슨 소요 사태) 뉴스팀 chkim@seoul.co.kr
  • 흑인 사살 백인 경관 불기소…美는 지금 전쟁터

    흑인 사살 백인 경관 불기소…美는 지금 전쟁터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를 촉발한 백인 경관에 대해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24일(현지시간)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퍼거슨을 비롯한 미 전역에서 이 결정에 반발하는 흑인들의 시위가 잇따르면서 흑백 갈등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은 지난 8월 9일 퍼거슨시에서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브라운과 윌슨 경관이 순찰차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한 경찰 측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브라운의 부모는 “크게 실망했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퍼거슨시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경찰차의 창문을 부수고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방화와 약탈도 이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80여명을 체포했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시위가 격렬했던) 8월에 겪은 최악의 밤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주방위군에 퍼거슨시 방어를 지시했으며 시교육청은 휴교령을 내렸다. 시위는 밤새 전국으로 번졌다. 워싱턴DC의 시위대는 백악관 앞으로 집결해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시위대가 베이에어리어의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에서도 시민들이 도로를 막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직후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 미국인들이 크게 실망하고 심지어 분노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미국은 법의 지배 위에 세워진 국가인 만큼 이번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제 식구 감싸거나] ‘음란 행위’ 김수창 기소유예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제주지검은 광주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병원 치료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지검장이 타인을 대상으로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고 심야시간 인적이 드문 공터와 거리 등 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택해 성기 노출 상태로 배회했다”며 “전문의 진단 결과 피의자는 범행 당시 오랫동안 성장 과정에서 억압됐던 분노감이 비정상적인 본능적 충동과 함께 폭발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정신 병리현상인 ‘성선호성 장애’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목격자나 특정인을 향해 범행한 것이 아니며 노출증에 의한 전형적인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 바바리맨 범행과도 다소 차이가 있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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