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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君舟民水(군주민수)’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강물의 힘은 배를 띄우지만, 성난 강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수십만, 수백만이 한목소리로 결집한 촛불의 힘을 이 사자성어에 빗댈 수 있지 않을까. 25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의 교수 611명을 상대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벌여 올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로 ‘군주민수’를 뽑았다. 이 사자성어는 교수 198명(32.4%)의 지지를 받았다.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군이차사위 즉위장언이부지의(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이다. ‘화가 난 강물(백성)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위태로움을 임금이 생각한다면 이런 위기는 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으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안까지 가결된 상황과 결을 같이한다. 이 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분노한 국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176명(28.8%)의 교수들이 꼽은 ‘역천자망’(逆天者亡), 3위는 113명(18.5%)이 선택한 ‘노적성해’(露積成海)이다. 각각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다’(이승환 고려대 교수 추천),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추천)는 뜻으로 현실을 그대로 투사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모르쇠’ ‘오리발’로 끝난 우병우 청문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제5차 청문회에 출석해 예상대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출두 이후 46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의 뻣뻣하고 당당한 태도에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TV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은 우 전 수석의 모르쇠와 오리발에 분노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주는 공직자들을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 안타깝다. 최씨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박 대통령도 13가지 탄핵 사유를 전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은 최씨의 존재 자체마저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뻗대고 있다. 국정 농단만 있을 뿐 농단의 실체가 없는 꼴이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 농단을 밝히는 데 핵심 인물이다. 민정수석은 민심을 살피고 국가 사정기관을 통제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막는 일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최씨가 대기업을 등치고,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을 주무른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최씨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행태를 묵인했다면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 전 수석은 최씨의 농단에 대해 “좀더 세밀히 살펴 미리 알고 막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답변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세월호 사고 당시 검찰의 해경 본청 압수수색을 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관할 검찰청에 전화는 했지만 외압은 아니라고 발뺌했다. 엄중한 만큼 반드시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 인사검증, 아들의 병역 특혜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등의 의혹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우 전 수석은 수석으로서 할 일을 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존경한다”고 밝힌 박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면 일찌감치 최씨의 국정 농단에 대처했어야 맞다. 또 국회의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회피하지도, ‘시민 현상금’이 내걸릴 때까지 잠적하지도 않았어야 했다.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민정수석이 보란 듯이 법을 조롱한 것이다. 앞으로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모든 의혹은 특검이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다섯 차례에 걸친 청문회의 성과라면 우 전 수석과 같은 공직자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사실이다.
  • [열린세상] 아름다운 ‘행정혁명’을 준비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아름다운 ‘행정혁명’을 준비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프레데리크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혁명’은 1831년 고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가는 길에 수도 바르샤바가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썼다는 유명한 곡이다. 그래서인지 3분 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쇼팽이 품었던 당시의 격정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과 조국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걱정의 마음도 절절히 느껴진다. 그 화려함과 독특한 선율을 듣다 보면 마치 아름다운 혁명의 시(詩)를 읽는 듯하다. 연인원 800만명을 넘어선 촛불 시민혁명이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아름다운 혁명의 시와 노래가 매주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촛불 시민들의 행동은 착하고 아름답지만 그들의 함성만큼은 강하고 분명하며 단호하다. 국정을 농락한 저질 스캔들, 권력과 부의 해괴한 결탁, 그리고 특권이 돼 버린 불의와 편법에 분노해 항거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는 진성 혁명을 명령하고 있다. 그동안 숨죽였던 공직사회도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화, 스포츠, 의료, 교육 등 각 분야의 붕괴된 공적 시스템을 회복하고, 아름다운 촛불 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어 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행정혁명의 역사는 멀리 16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튜더 왕조의 재상 토머스 크롬웰은 당시 영국을 중세 정부에서 근대 정부로 변모시킨 혁명가였다. 절대왕정 시대였음에도 왕실과 국정을 분리해 가문과 혈통보다는 능력과 열정을 중시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역사학자 제프리 엘턴은 이를 ‘정부혁명’이라 일컫는다. 우연의 일치일까. 같은 시기에 정암 조광조는 조선 왕조의 행정혁명을 주도하고 있었다. 성리학적 이상 사회를 꿈꾸며 연산군 시대의 구습과 악폐를 혁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했다. 모든 백성이 잘살고 도덕이 충만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역사와 시대를 앞서갔던 크롬웰이나 조광조처럼 우리 정부도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우선 주권자인 시민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구상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하는 동반자적 ‘공동정부’를 만들자. 예일대 교수 브라이언 포드가 주장한 소위 ‘액체 민주주의’ 방식은 어떨까. 시민들에게 공공 사안을 결정하는 투표권을 직접 부여하고, 이를 대의 기구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 구조와 사람, 문화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먼저 정부 구조의 혁명이 필요하다. 책임은 없고 권한만 누리는 권력기관들은 광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비리와 불법이 판치는 시국 상황에서도 감사원은 너무나 조용하다.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해 총리실과 국정원 등은 작동을 거의 멈췄다. 설립 목적이나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행정 부처들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무관-사무관-팀장·과장-국장-실장-차관-장관-청와대비서관-청와대 수석-비서실장-대통령이라는 12단계의 쇠사슬 계층 구조를 두고 정부의 변화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람, 즉 인재혁명도 필요하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조류인플루엔자로 가금류 2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또 하나의 실패한 정부의 상징이다. 복종에 길든 무능한 장관과 공직자들 때문에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고 속마음은 타들어 간다. 국민의 소리에 둔감하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적재적소와 신상필벌의 공정한 인사 시스템 없이는 행정혁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행정문화의 혁명 또한 시급하다. 구조와 사람이 줄기와 잎사귀라면 문화는 밑동이자 뿌리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행정혁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선 공직사회에 만연한 형식주의와 정실주의 문화부터 끊어야 한다. 명령과 지시만 가득한 회의와 교육, 의전이 지배하는 업무 관행, 무난함만 강조하는 관료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직하고 튼튼한 정부를 위해 광장을 밝힌 촛불만큼 아름다운 ‘행정혁명’을 차분하게 준비해 보자.
  •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는 A물산 2세…침 뱉고 발로 차고 ‘충격’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는 A물산 2세…침 뱉고 발로 차고 ‘충격’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A물산 2세 임모(34)씨로 확인됐다. 임씨는 20일 오후 2시 20분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 승객인 한국인 B(56)씨의 얼굴을 때리는 등 2시간가량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기내에서 양주 2잔 반가량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네티즌이 공개한 영상에는 충격적인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씨는 자신을 포박하는 승무원에게 “그만해 XX야” “야 네 매출이 어떻게 생기는지 아냐?” “하고 싶은데로 한번 해봐라”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에 수차례 침을 뱉었다. 또 난동을 말리던 객실 사무장 C(36·여)씨 등 여승무원 2명의 얼굴과 복부를 때리고 정비사에게 욕설을 하며 정강이를 걷어찼다. 임씨는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임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임씨를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인계해 일단 귀가시켰으며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씨가 이용한 베트남∼인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은 비즈니스석과 동급으로 가격은 편도 191만∼238만원 가량으로 전해졌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기내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 승무원들 위로하고 싶다”, “양주 2잔 반 마신 것 맞냐. 제 정신이냐”, “저 짓을 하고도 그냥 집에 보냈다는 게 더 충격이다”, “사회에서 매장당하게 해주마”, “나라 망신이다”, “돈이면 다인줄 아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합뉴스 기자들 성명서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

    연합뉴스 기자들 성명서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

    연합뉴스 소속 기자들이 21일 성명서를 내고 “분노가 아니라 치욕으로 고개를 들 수 없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기자들’ 소속 연합뉴스 기자 97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최근 3년간 사내의 불공정 인사와 불공정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이들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현재 보도 행태가 잘못됐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일방적 주장’이라고 데스크가 주장하고, 청와대가 구매해 논란이 된 유사 프로포폴을 이명박 정부 때도 샀다며 제목이 ‘물타기’돼도 우리는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며 “젊은 기자들은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또 “공정보도를 이끈 노조위원장과 파업에 적극 참여한 선배가 보복성 인사로 전보되고,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기자들은 승진에서 누락됐다”며 “불공정 보도는 불공정 인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합뉴스는 ‘공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이나, 부당한 취재의 지시로 공정성을 저해한 간부들의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젊은 기자의 것이자 독자들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성명>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 우리 젊은 기자들은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를 데스크가 난도질해도,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라고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대다수 시민단체와 한 줌도 안 될 관변단체를 1대 1로 다루는 기사가 나가도 우리는 항의하되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영문 피처 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는 편집 방향이 세워져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데스크가 주장해도, 청와대가 구매해 논란이 된 유사 프로포폴을 이명박 정부 때도 샀다고 기사 제목이 ‘물타기’ 돼도 우리는 분노하되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국가기관통신사가 아니냐는 바깥의 야유에도 우리는 제대로 분개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론사에 광고를 미끼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바로 그 당일에도 삼성 관련 기사 두 건의 제목이 ‘톤 다운’된 데 이르면 우리 젊은 기자들은 분노가 아니라 치욕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여 묻는다. 부끄러움은 왜 언제나 우리의 몫인가. 경영진도 편집국 간부도 그 어느 누구도 ‘바른 언론 빠른 통신’ 국가기간통신사의 얼굴에 먹칠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후배들의 오해다’, ‘일선 기자의 취재가 부족한 탓이다’. 끝없는 변명 그 사이에서 우리의 소중한 바이라인은 갈가리 찢겼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정권에 기대 불공정을 일삼는 것은 결국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해사행위라는 것을 경영진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고집하는 것인가. 불공정보도가 불공정인사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여기 아무도 없다. ‘사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던 경영진은 취임 첫 해 몇 차례인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더니 급기야 한 선배를 해고했다. 세계적 특종을 한 다른 선배는 ‘일할 수 없는 환경’을 견디지 못해 결국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공정보도를 기치로 파업을 성공적·평화적으로 이끈 노조위원장과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다른 선배는 원래의 일터에서 먼 지역으로 ‘보복성’ 전보됐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기자들은 승진에서 누락됐다. 경영진은 중대한 잘못뿐 아니라 사소한 실수에도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경영진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경위서 양식이 새로 올라왔을 정도이니 그 ‘공포정치’의 전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기준도 알 수 없는 부당한 인사평가도 강행하려 한다. 성과급제도 시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기수별 성명’이 두려워서인지 수습 기자도 2년째 뽑지 않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법원은 기자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경영진은 공정보도와 사내 민주화에 대한 조합원 평가에서도 모두 낙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경영진은 법원 판결도 조합원들의 평가도 모두 ‘일방적 주장’으로 판단한 듯 끝내 승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3년간 ‘공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의 것이 아니다. 연합뉴스는 부당한 취재 지시로 공정성을 저해한 간부들의 것도 아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젊은 기자들의 것이며, 독자들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다.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요구한다. 1.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하라. 1. ‘공포정치’를 거두고 ‘낙제점’을 받은 사내민주화를 개선하라. 1. 기준도 알 수 없는 인사평가를 거두고 성과급제 방침을 철회하라. 1. 부당한 해고와 보복성 전보를 지금이라도 취소하라. 1. 회사의 미래를 위해 수습기자 공채를 재개하라. 1. 비정상적인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기자들의 신뢰를 받는 새 편집국장을 임명해 정상화하라.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설] 촛불·맞불집회 ‘이념 투쟁의 場’ 경계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의 주말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뜨거운 촛불 민심은 결국 최씨 등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밝힌 촛불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비선실세에게 넘겨준 박 대통령에 대한 온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표출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념적 음모가 개입됐다면 성숙한 시민 수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드는 대장관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토요일인 그제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8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들도 대규모 맞불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은 77만명,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측은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각각 주장하는 등 양측의 세 대결이 심상치 않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고 있는 헌법재판소 일대에서는 양측 간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경찰이 하루종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 탄핵 결정·탄핵 기각으로 갈린 양측 집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내지르는 격한 구호와 정치적 주장은 우리 사회가 또다시 이념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할 정도로 위험하다. 촛불집회에서는 몇 주 전부터 대다수 시민들의 외면 속에서도 ‘이석기 석방’, ‘한상균 석방’ 구호가 등장했고, 맞불집회에서는 ‘촛불은 종북’, ‘계엄령 선포’ 등 극단적인 주장이 거리낌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보혁(保革) 대결을 충돌질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간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세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SNS에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다음에는 혁명밖에는 없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촛불민심을 왜곡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김진태 의원은 자숙·자중하기는커녕 “우리도 100만 모일 수 있다”며 맞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겠다”며 자신도 집회에 참석했다. 오로지 촛불 제압만 생각하는 김 의원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헌재의 탄핵 심리가 길어진다면 국론 분열, 이념 대결의 양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보수단체들은 24일 맞불집회를 최대 규모로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탄핵 당할 만한 중대한 법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답변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촛불 민심도 다시 타오를 기세다. 양측이 충돌하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최씨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탄핵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이다. 국론 분열의 혼돈을 끝내려면 헌재가 심리를 서둘러야만 한다.
  • [오늘의 눈] 삼청동만 모른다/임일영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삼청동만 모른다/임일영 정치부 기자

    지난 17일 밤 65만명(주최 측 추산)의 ‘촛불’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삼청동 총리공관을 향하던 촛불행렬은 삼청동길 초입 우리은행 지점 앞에서 차벽에 막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있는 공관까지 불과 100m 거리였다. 촛불은 외쳤다. “박근혜와 황교안은 하나다”, “황교안은 사퇴하라”고. 이날 낮 강원 강릉에서 동계올림픽 관련 일정을 소화한 뒤 공관에 머문 황 권한대행도 함성을 들었을 터. 하지만 그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듯 보인다. 벌써 8주째 수십,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였다. 손익계산에 따라 멈칫거리던 정치권을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이르도록 한 원동력은 촛불이다. 기자가 이날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1차적 성과에 고무됐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고 탄핵답변서를 적어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는 더 커져 있었다. 그리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를 걱정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다. 탄핵국면에서 손 놓고 있었던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경제·민생현안 해법을 서두르되, 박근혜 정부가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 국정교과서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그리고 정략적으로 제안했던 개헌 논의 등은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엄중한 상황임에도 황 권한대행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달라는 여야 합의를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2004년 고건 권한대행도 야당으로부터 국회 시정연설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는 출발부터 다른 탄핵이다. 어지간히 비슷해야 ‘전례’를 방패막이 삼을 핑계가 생긴다. 그러면서 황 권한대행 측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할 때 ‘권한대행에 준하는 의전’을 요구했다. 인사권도 행사하고 있다. 독자적 인사인지 직무정지된 박 대통령의 의중인지도 의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박근혜 정부 대부분을 함께했다. 도의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국정운영에 대한 동반책임이 있다. 법조인 출신이지만, ‘전례’, ‘의전’ 같은 비법률적 준거를 못지않게 중시하는 그라면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 ‘직’은 유지하더라도 국정 농단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먼저 했어야 옳다. 그게 순서고 상식이다. 수십년 나라 녹을 먹은 관료의 자세다. 물론, 야권도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차원의 기싸움은 멈춰야 한다. 짐을 싸뒀던 황 총리가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데는 ‘탄핵열차’의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수싸움을 벌이다가 국회추천 총리카드를 포기한 야권의 책임도 있다. 국민은 황 권한대행을 야당 대표들(또는 원내대표)이 다 함께 만나든, 당별로 만나든 형식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식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흘러보낸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틈을 ‘갈라치기’를 한 황 권한대행뿐 아니라 야권 또한 비난을 오롯이 면하기는 힘들다. 야권에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그만뒀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누가 됐든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argus@seoul.co.kr
  • 이석기·계엄령, 이런 구호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석기·계엄령, 이런 구호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보수단체의 집회 간에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지만 양측 집회 모두 일부에서 외치는 정치적인 구호로 논란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대중의 인식에 부합하는 행보를 견지하지 않는다면 자칫 외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로 주제를 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황교안 총리 퇴진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국민은 박근혜가 즉각 퇴진하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대통령 행세를 하는 황교안 총리도 즉각 사퇴하고, 헌재는 박 대통령을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 목포에서 올라온 박민정(39·여)씨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급 의전을 바라는 등 민심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촛불이 줄어든다고 분노가 사그라든 게 아니며, 감시의 눈빛이 소홀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외치는 게 부당하다는데, 그는 박 대통령 퇴진을 우리보다 먼저 외치다 감옥에 갔다”고 주장했다. 시민 이모(44)씨는 “촛불집회가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로 변질된다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지적하고 “다만 일부의 한상균, 이석기 구호를 과대포장해 촛불집회가 변질된 것처럼 말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50여개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오전에 개최한 박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도 과도한 구호가 난무했다. 주최 측은 “계엄령을 선포하라”, “빨치산처럼 밤만 되면 나오는 촛불 패거리”, “촛불은 종북”이라고 촛불집회 측을 비난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구호는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어려우며 촛불집회의 지배적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도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보수단체의 경우 극단적인 구호를 통해 세력 결집을 꾀하고 있는데 계엄령, 빨갱이 등의 주장들은 대중의 인식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시작된 촛불집회는 오후 9시쯤 마무리됐다. 퇴진행동은 24일과 31일에도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8시 40분 기준으로 서울에 65만명, 이를 포함해 전국에 총 77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일시점 최다인원을 기준(오후 7시)으로 서울 6만명, 전국 7만 7000명이 왔다고 추산했다. 보수집회에는 촛불집회의 절반이 넘는 3만 3000명(주최 측 100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경찰이 촛불집회의 인원을 보수집회의 2배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 관계자는 “촛불집회와 탄기국 집회의 참가 인원을 추산하는 담당 부서가 다르지만 똑같이 페르미 방식을 이용해 엄정히 추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비병력 228개 중대(1만 8200여명)를 배치해 촛불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을 막았으며 행진 과정에서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달라진 양상…이제는 ‘선택과 집중’ vs 보수는 ‘집결’

    달라진 양상…이제는 ‘선택과 집중’ vs 보수는 ‘집결’

    지난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부르짖으며 처음 열린 촛불집회는 17일 8차까지 이어지면서 매번 다른 양상과 특징을 보였다. 참여인원은 1차 2만명에서 점차 증가해 6차 촛불집회 때 전국 232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 탄핵의결이 국회에서 통과한 다음날 열린 7차 촛불집회는 ‘조심스러운 축제’ 분위기 속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도드라졌다. 이날 8차 촛불집회에 박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 60만명(오후 7시 현재 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직전 촛불집회에서 104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의 주제로 잡은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처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곳곳에 노란 풍선을 띄우고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자유발언을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강도높은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김준호(28)씨는 “헌법재판소에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탄핵안이 가결됐는데도 이렇게 시민들이 많이 모인 것은,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서 먼길을 왔다”는 박민정(39·전남 목포)씨는 며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헌재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론을 내릴까 두렵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통령 직무대행 역할을 하면서 자중해야 하는데 대통령급 의전을 바라는 등 민심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촛불이 줄어든다고 분노가 사그라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장재원군은 ”나라가 시끄러워서 공부도 안된다”며 “지하철에서 박사모인가 이상한데서 탄핵 무효라고 적힌 종이를 할아버지가 주더라. 예의에 어긋나면 안되니깐 받긴 했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광화문광장 외곽에서 맞불집회를 하던 보수단체들은 이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촛불집회의 중심부까지 진출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50여개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인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동십자각을 지나 청와대 인근 국립민속박물관, 세종문화회관 등을 거쳐 서울역을 향해 행진하기도 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참석자가 100만명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3만명(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추산했다. 경찰이 잡은 보수적인 인원으로 봐도 이날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인원으로는 최대규모다.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 대통령은 종북세력과 언론의 선동으로 억지 탄핵을 당했다”며 “좌파세력은 헌재 협박을 당장 멈추고, 헌재는 탄핵심판 기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정의로운 심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태극기를 들지 않은 채 지나는 시민들에게 호통을 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야당 지도부와 야권 대선주자들이 이날 보이지 않은 것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대신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촛불’을 들었다. 이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6차 울산시민대회에 참가해 “4·19혁명, 6월항쟁에서 국민은 승리했지만 정치가 망쳐서 미완의 시민혁명에 그쳤다”며 “촛불민심의 목표는 정권 교체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자 처벌을 넘어 구시대의 적폐를 대청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의 묘소를 참배한 뒤 금난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북 구미 촛불집회에서 거리강연을 열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경제·사회·관료 영역 중 경제 분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재벌을 만든 게 잘못된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만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회에 참석한 뒤 광화문 촛불집회를 찾았다. 한편 박 대통령 퇴진이라는 한목소리를 내던 촛불집회에 다른 이름이 등장하는 데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날 ‘한상균을 석방하라’거나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문구가 눈에 띄기도 했다. 일부 정치·노동 단체들이 이들을 현 정권의 억울한 희생양이라면서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촛불집회의 순수한 의도가 변질되는 것 같아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비병력 228개 중대(1만 8200여명)를 배치해 촛불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간 충돌 방지와 안전관리에 나섰다. 행진 과정에서 양측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8차 촛불집회] 시민들 “황교안 아웃” “헌재 탄핵 조기심판” 외치며 행진

    [8차 촛불집회] 시민들 “황교안 아웃” “헌재 탄핵 조기심판” 외치며 행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8차 촛불집회가 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심판과 더불어 황교안(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정권의 즉각퇴진을 외치는 광화문 촛불 광화문 앞에서 청계광장, 시청역 일대까지 시민 60만이 운집했다”면서 “아무 잘못 없다는 박근혜의 후안무치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헌재의 조속한 대통령 탄핵심판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그리고 “황교안 아웃”, “황교안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황 권한대행의 퇴진도 함께 요구했다. 세월호 유가족 70여명은 구명조끼를 입고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총리 공관 앞으로 행진했다.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정부책임을 막으려고 공작한 황교안은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권한대행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에 대해 검찰에 장기간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한겨레>는 당시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 전 정장에 대해 (2014년) 7월말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다. 법무부는 기소를 앞둔 같은해 10월 초까지도 ‘업무상 과실치사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는 황 대행의 방침이라는 말을 법무부 간부들한테서 들었다”고 보도했다. 퇴진행동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이끌고 오후 7시 본대회를 마치고 헌재, 청와대, 총리공관 등 크게 3개 방향으로 행진했다. 그러면서 오는 24일, 31일 다시 촛불을 들 것을 시민들을 향해 다짐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8차 촛불집회] “끝이 아니라서”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한목소리로 ‘퇴진’

    [8차 촛불집회] “끝이 아니라서”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한목소리로 ‘퇴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17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의 주제는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이다. 지난 촛불집회에 이어 이번에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광화문광장에 304개 구명조끼를 놓았고, 곳곳에서 노란 풍선이 떠올랐다. 본집회 무대에 오른 이호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겨우 촛불혁명의 출발점에 섰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 사유를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란 자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벌과 언론과 국정원이 야합해 국정농단을 벌인 박근혜 체제를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김준호(28)씨는 “헌법재판소에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탄핵안이 가결됐는데도 이렇게 시민들이 많이 모인 것은,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목포에서 올라온 박민정(39·여)씨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서 먼길을 왔다”며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헌재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론을 내릴까 두렵다”고 했다. 박씨는 또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통령 직무대행 역할을 하면서 자중해야 하는데 대통령급 의전을 바라는 등 민심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촛불이 줄어든다고 분노가 사그라든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장재원군은 ”나라가 시끄러워서 공부도 안된다”며 “지하철에서 박사모인가 이상한데서 탄핵 무효라고 적힌 종이를 할아버지가 주더라. 예의에 어긋나면 안되니깐 받긴했는데, 정말 이해할수 없는 어른들이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황 권한대행의 사퇴를 외치며 ‘황교안 총리 아웃’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 이벤트도 벌였다. 이날 오후 6시 39분에 1분간 소등 행사가 펼쳐졌다. 본집회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행진했다. 유가족 홍영미씨는 “우리 미래였고 희망이었던 아들 재욱이에게 미안하다”며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광화문광장 일대에 3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고, 경찰은 오후 5시 기준으로 일시점 운집인원을 4만명으로 집계했다. 경찰은 228개 중대 1만 8000명의 경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 하루도 못 참겠다” “즉각 퇴진”…60만명 운집한 8차 촛불집회

    “단 하루도 못 참겠다” “즉각 퇴진”…60만명 운집한 8차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17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됐다. 이날 촛불집회의 주제는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7시 기준 현재 6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명백히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아무 잘못도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안무치에 분노한 수십만명 시민들은 8주째 이어지는 주말집회에도 운집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단 하루도 못참겠다. 헌재는 탄핵하라”, “황교안도 공범이다. 황교안은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쳤다. 주최측은 본집회를 마친 뒤 오후 6시에는 소등 행사를 갖는다. 이후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를 통해 청와대 포위 행진을 한다. 삼청동 총리 공관과 헌법재판소 방면으로도 전진할 계획이다. 본집회 전인 오후 4시에는 ‘퇴진 콘서트 물러나쇼(show)’ 사전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50여개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회원들은 헌법재판소 인근인 수운회관 일대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참석자가 100만명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3만명(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동십자각을 지나 청와대 인근 국립민속박물관 앞을 지나 행진한 뒤 안국역 사거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단체와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단체의 충돌은 없었지만 곳곳에서 작은 마찰이 일어났다. 경찰은 집회 행진 코스가 겹칠 가능성이 있는 헌법재판소 청사 인근을 버스 10여대로 둘러쌌다. 경찰은 228개 중대 1만 8000명의 경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치뉴스 테이크아웃] 국민과 카톡 소통 국조 위원들 好好

    [정치뉴스 테이크아웃] 국민과 카톡 소통 국조 위원들 好好

    청문중 즉각 민의 반영 칭찬 문자에 “충성!”도 “이게 곧 직접민주주의” ‘멋쟁이 의원이 해줘요. 새누리당에서 제일 잘생긴 김성태 위원장님 공개해줘요. 쿨가이.’ 지난 15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4차 청문회 중 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한 시민에게 카카오톡을 받고 만면에 미소.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당국이 양승태 대법원장 등의 일상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제출한 ‘정윤회 문건’을 공개해 달라는 것. 주저했던 김 위원장은 결국 전문위원 검토 등을 거쳐 공개. 김 위원장은 ‘(증인)이규혁 선수 잠 안 자게 질문 좀 요. 질문 한 번도 못 받았어요’라는 문자를 받자 곧 이규혁 전 선수에게 질의하기도.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돼 ‘메시지 폭탄’에 시달리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젠 소통하는 즐거움에 빠졌다고. 청문회 스타로 등극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번호 유출에 분노했지만 지금은 메시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답해. 청문회가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 의원과 시민이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자 캡처 이미지들이 올라오기도. ‘의원님 열(심히)일하시는 거 보고 당이 문제지 사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시민 문자에 ‘열심! 충성!!’이라고 답하기도.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철벽방어를 뚫은 것도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주갤) 이용자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건넨 제보. 누리꾼들은 ‘이것이 바로 직접민주주의’라고 평가.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할 말 하는 乙… ‘진짜 소통’ 열었다

    할 말 하는 乙… ‘진짜 소통’ 열었다

    교사 성희롱 폭로·이대 사태 등 권위·관습에 굴복 않고 저항 탄핵안 가결시킨 촛불이 촉매제 절대적 권위 및 복종으로 상징되는 ‘갑을 관계’에서 유연한 소통으로 옮아가는 사회적 변화가 촛불집회를 전후로 직장, 학교, 기업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을’의 항변에 ‘갑’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강남 S여중 학생들의 교사 성추행 폭로는 교육계를 흔들고 있고,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사태는 다른 대학에서 학생과 학교의 소통이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적 민주주의가 생활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5일 교사 A씨는 “성추행, 성희롱 등은 보통 학생도 쉬쉬하는데 S여중생들의 용기 덕에 수사까지 이어졌다”며 “학교 측이 초기에 명예훼손을 거론하는 등 학생들의 폭로를 막으려 했지만 언론과 학부모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결과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S여중 교사 8명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게시되자 학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제보가 계속 이어졌다. 이후 실태조사에 나선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8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10월부터 불거진 문단 내 성추행 폭로도 과거에는 당하고 참던 ‘을’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역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책임자 수사가 가능했다. 최근 경찰에서는 일선 지역 경찰의 항의로 ‘공약 특진’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경찰청의 경관이 낙점된 데 대해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내부망인 ‘현장 활력소(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고 이의신청도 접수했다. 결국 경찰청은 재심 후 지방청 소속 직원으로 특진자를 교체했다. 한 경찰은 “특진 결과가 바뀌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이철성 경찰청장이 보고를 받고 재심을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하위직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지휘부 의견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가 신설하려던 평생단과대 미래라이프대학 사태도 유사하다. 학교 측이 계획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고, 학교 측은 결국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후 고려대가 단과대 ‘크림슨칼리지’ 신설을 추진했다가 학생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수정했고, 서울대도 시흥캠퍼스 신설을 두고 반발하는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촛불집회 등의 경험들이 ‘소통을 위한 사회적 통로’를 만들었고 정의와 민의에 기반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떼법’과 소통을 구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의 목소리가 제도권에 반영되고 승리하는 경험이 누적되며 사회의 ‘을’들이 자존감을 회복했다”면서 “더이상 권위에 굴복하는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존감을 바탕으로 권위에 저항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속 민주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직장, 학교, 가정 등에 확산되고 정착될 것으로 봤다. 다만 임 교수는 “이런 소통 방식을 제도화할 때 정치권은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과민 반응하지 말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집회라는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앞으로 사회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특히 집단 저항을 시작한 청년들의 분노는 지속적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제 사회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정보 접근성이 큰 집단지성의 시대”라며 “성별이나 연령, 소속 집단에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지만 그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권력을 위임받은 통치자의 권력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했던 권위가 쇠퇴하고 교실, 직장 등에서 훨씬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오늘의 눈] 미운 범죄, 재산 환수는 어떻게 하지/홍희경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미운 범죄, 재산 환수는 어떻게 하지/홍희경 산업부 기자

    “송구스럽지만 개그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는 지난주 열렸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기업 총수 청문회를 제대로 저격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 9명 중 70% 이상 질문이 집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표적이 됐다. 개콘에선 아예 “청문회 보니까 대답하기 불리하면 다른 소리 하던데…”라고 적나라한 설명을 덧붙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최씨 개인회사 등을 통해 삼성이 300억여원을 최씨 측에 지원한 경위에 관한 질타를 회피하는 답변 태도를 풍자한 것이다. ‘제3자 뇌물죄’라는 아리송한 죄명이 총수들의 청문회 화법을 완성시켰다. 기업이 최씨 측으로 돈을 보냈고,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고, 박 대통령이 기업에 이권을 챙겨 줬을 때 이름도 생소한 이 죄가 완성된단다. 검찰이 기업들을 여러 차례, 청와대를 한 차례 압수수색했고 특검이 13일 본격 수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 고리 전부가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제3자 뇌물죄’라고 쓰고 ‘시민의 분노만큼 처벌이 이뤄지긴 어려울 듯’이라고 읽어야 할 어정쩡한 국면이다. 뇌물, 불법자금, 검은 거래가 성사됐을 때 그로 인해 ‘수혜 입는 이’와 ‘처벌받는 이’가 달랐던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뉴스 사이트에서 ‘꼬리 자르기 수사’라고 검색하면 굴비처럼 엮여 나오는 기사들이 방증한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시킨 경제범죄 행위자가 몇 년 살고 나오거나 사면을 받아 곧 부유한 일상을 회복하는 일도 이례적이지 않다. 지난해 흥사단 조사에서 고교생의 56%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했다니, 미성년자들도 상식으로 여기는 한국의 자화상이다. 최씨의 미운 범죄, 모멸감을 주는 정권의 비정상적 수탈 방식, 근로자와 소비자에겐 인색하고 권력엔 관대한 기업의 회계 원칙…. 이 복잡한 타래의 현 정국을 풀 대안으로 팍스넷 창업자였던 박창기 블록체인OS 대표의 제안에 귀가 뜨였다. 박 대표는 “미국의 리코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정식 명칭이 조직범죄처벌법인, 미국이 마피아 집단범죄나 엘리트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1970년 제정한 법이 리코법이다. 리코법은 부정한 행위로 이익을 얻은 집단의 일원 본인이 스스로 적법성을 밝히지 못할 경우 범죄로 인한 이익을 전부 몰수한다. 형사적으로 최고형 구형이란 강경한 수단을 지닌 법인 반면 수사에 협조한 제보자는 철저히 보호하는 이중성을 지녔는데 내부 고발을 장려하려는 조치다. 미국에서 이 법은 이제 기업의 담합, 금융사기, 공무원 뇌물과 같은 조직범죄를 통제하고 있다. 적나라하게 쓸수록 불편하게 만들어 독자의 눈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 기업과 정권이 연루된 조직적 부패범죄 기사의 딜레마다. 그럼에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부패한 바로 그 지점이 우리 사회에 ‘부재’한 지점을 일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코법’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번에야말로 강력한 개혁 시스템을 작동시켜 잘못된 덩어리 전체를 없애겠다는 의지는 충만하다고 믿는다. saloo@seoul.co.kr
  • 전통주 개발 위해 시음하느라 매일 술 마셔

    전통주 개발 위해 시음하느라 매일 술 마셔

    농가 애로 줄이려 항상 현장에 곤충으로 소득창출 지원도 12명 달인 이야기 엮은 책 출간 “평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실 수밖에 없지 뭐예요. 술 전문지에 7년째 글을 쓰고 있으니 가히 술꾼인 셈이죠.” 서울신문사와 행정자치부 공동 주최로 선정하는 ‘지방행정의 달인’ 지역경제 분야에서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대형(40) 경기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13일 이렇게 운을 뗐다. 이씨는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와인과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을 지속적으로 시음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하지만 새로운 전통주를 개발한다는 긍지와 자부심, 즐거움으로 버틴다”고 밝혔다. 그를 비롯해 올해 지방행정의 달인 12명은 ‘달인학 개론’(북드림 펴냄)을 출간했다. 허윤선(38·여) 충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도 책에서 “선배 공무원들과 함께 농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줄이는 길을 고민하던 2005년 당시 초임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며 “연구실이나 사무실에선 정답을 찾을 수 없고, 도움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현장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지역경제 분야 달인에 이름을 올린 노치원(49) 경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내 이름을 삼행시로 지은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치열한 경쟁력을 통해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미래 신약·음식의 보물창고인 곤충을 소득 창출 부문으로 활성화한 보람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곤충은 면역기능을 가진 항체를 몸속에서 만들지 못해 생존을 위해선 사람의 100배나 되는 병원균 감지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첨단생명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보건위생 부문 양호철(51)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쉬운 것으로부터 시작하라는 혁신의 원칙을 실천한 본보기로 평가됐다. 그는 “신안군과 영광군을 주축으로 전국 천일염의 85% 이상을 전남에서 생산한다는 데 주목했다”며 “미네랄 함량을 조사한 결과 다른 나라의 제품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적었다. 환경산림 부문 송희봉(52·환경연구관)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장은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5조를 되새겨야 한다”며 “금호강 환경기초시설 확충과 철로 주변 방음벽·방음림 설치 등 결실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3.0 분야에서 수상한 손명희(50·여·행정 6급) 광주시 참여혁신단 주무관은 “달인에 뽑혔다는 소식을 듣자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살짝 얹은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협업’이란 게 글자 그대로 상대방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공동체 종합계획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조한 기업, 법원, 교육청, 교육기관 등에 고마움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같은 분야의 장진영(39) 전북도 소방본부 소방위는 “어릴 적 ‘분노의 역류’란 영화를 보고 타인을 위해 일하는 소방공무원이란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며 “근무 여건 탓에 후회도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늘 처음처럼’이란 좌우명처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달인학 개론’은 전국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발행처 . 1만 1000원. 문의 (02)2000-9756 서울신문사 사업단 문화사업부
  • 각자도생 시대, 분노·연대를 공유하다

    각자도생 시대, 분노·연대를 공유하다

    올 한 해 출판계는 세상을 해석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단히 응답했다. 13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소추는 정치·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책들을 부상하게 했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혐오’ 현상은 페미니즘 도서들을 재주목하게 만들었다. 두 현상에 깔린 공통된 정서는 ‘분노의 공유와 해소’였고, 사회적으로는 ‘연대’와 ‘각자도생’의 간극을 확인하고 좁히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나고, 거대한 촛불집회가 사회적 현상이 되면서 정치 관련 서적은 역동성이 커졌다. 지난 10월 이후 예스24에서 정치 서적은 사회 분야 전체 도서 판매량의 20.5%를 차지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통령의 말하기’부터 주진우·함세웅의 ‘악마기자, 정의사제’도 주목을 받았다. 헌법에 담긴 사회적 정의와 가치를 알려 주는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 ‘지금 다시, 헌법’이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사회학자 김덕영의 ‘국가 이성 비판’과 ‘대통령은 없다’,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등도 호평을 받았다. 교보문고에서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가 정치·사회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일어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지며 출판계의 화두가 됐다. 올해 출간된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28종으로 지난해 4종에 그친 것과 비교해 7배나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2.6%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지난해 10.7%에서 올해 26.0%로 상승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봄알람)라는 페미니즘 입문서부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은행나무),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사이행성),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창비) 등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침체했던 한국 문학은 확연한 르네상스기를 맞았다.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한국 문학을 재발견하고, 문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견인차가 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국 소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0% 뛰어올랐고, 지난해 22.2%가 감소했던 한국 시집 판매량은 올해 505.7%나 급증했다. 한강의 작품은 종합 베트스셀러 1위에 오른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소년이 온다’, ‘흰’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도 한국 소설의 부활에 힘을 보탰고, 민주화 운동의 시대정신을 담은 김숨의 ‘L의 운동화’, 세월호 참사의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도 시선을 모았다. 시집은 연초부터 불어닥친 ‘초판본’ 열풍이 동력이 됐다. 윤동주 시인의 기일에 맞춰 복간된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가 신호탄이 됐고,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하상욱의 ‘서울시’, ‘시 읽는 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의 유행과 함께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등 서정시도 입소문을 탔다. 올해 출판 키워드로, 교보문고는 어지러운 시국 상황을 반영한 ‘뜻밖에’를, 예스24는 ‘셀프(SELF)-각자도생의 시대’를 제시했다. ‘셀프’는 각각 Single(혼자), Encourage(북돋다), Liberal(자유·민주주의), Feminism(페미니즘)에서 따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부겸 “촛불 혁명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개헌으로 완성돼야”

    김부겸 “촛불 혁명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개헌으로 완성돼야”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촛불 시민 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개헌 논의의 시작을 촉구했다. 전날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모여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신설하자는 데 합의한 뒤로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개헌을 고리로 한 여야 의원들의 ‘제3지대’ 구성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서 정계개편을 인위적으로 도모하는 그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느냐”라면서 “격동기에 그런 논의들이 있었지만, 결국 국민이 납득할 만큼 가치와 대의명분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인들만의 이합집산은 소용이 없다”라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의 함성으로, 국민의 명령으로 대통령이 탄핵된(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금부터 저는 개헌과 국가 대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개헌은 정략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우리 사회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19)87년 헌법이 정한 정치체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무능하고 염치없는 대통령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는 선견지명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대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 한 사람의 인격에만 맡길 수는 없다”면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통해 기득권을 누리는 정치구조도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적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이해를 따르는 검찰 권력도 ‘검사장 직선제’ 등을 통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약탈 경제를 멈추고, 기득권을 해체하고, 반칙과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국민발의·국민소환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경제민주화와 노동의 존엄과 기회균등을 확보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개헌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개헌 불가론에 대해 “만약 시기가 맞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 나오는 주자들이 개헌 스케줄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서 “시간을 핑계로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 못 한다”고 맞섰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촛불 시민혁명, 국가 대개혁과 개헌으로 완결해야 합니다. 촛불은 시민혁명입니다. 국민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만들어 가고 있는 혁명입니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도부도 선동도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혁명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혁명의 역사를 지금 새로 쓰고 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시대의 정서는 불안과 분노입니다. 우리 국민은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과 부패, 반칙과 특권에 가위 눌려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화문과 전국 도시들의 밤을 수 놓은 200만이 넘는 촛불의 함성은 무능하고 염치없는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 시대에 대한 분노이고 몰염치한 기득권에 대한 반란입니다. 촛불 시민혁명은 재벌개혁, 정치개혁, 검찰개혁을 포함한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을 대통령 한 사람 끌어내리는 것으로 멈출 수 없습니다. 약탈경제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재벌이 권력과 야합하는 것은 약탈입니다. 재벌이 편법으로 부를 상속받고, 내부거래로 시장의 부를 이전해가는 것은 약탈입니다. 비정규직을 값싼 노동으로 착취하는 것도 약탈입니다. 청년실업을 방치하고, 값싼 일자리에 몰아넣는 것 또한 약탈입니다. 촛불은 약탈경제에 대한 분노입니다. 촛불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입니다. 국민연금이 왜 삼성 재벌의 편법 상속을 도와야 합니까? 권력과 재벌의 부도덕한 거래입니다. 삼성의 편법 상속에 대해서는 특검을 해서라도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촛불은 반칙과 특권, 부정과 부패, 불공정을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 사회의 기득권 해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87년 헌법이 정한 정치체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 제 말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도에 하신 말씀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무능하고 염치없는 대통령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는 선견지명이 노무현 대통령께 있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양심과 지성이 대통령 한 사람만 못할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제왕적 권력을 몰아주어야 합니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주권의 대의제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국가권력은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통해 기득권을 누리는 정치구조도 과감히 고쳐야 합니다. 국민적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이해를 따르는 검찰권력도 검사장 직선제 등을 통해 개혁되어야 합니다. 촛불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개헌으로 약탈경제를 멈추고, 기득권을 해체하고, 반칙과 특권을 폐지해야 합니다. 국민발의, 국민소환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노동의 존엄과 기회 균등을 확보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합니다. 지방분권은 단지 중앙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국민주권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움켜쥔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자체 연합 또는 지자체 연방의 수준으로까지 분권화하는 것은 이제 필수 개혁 과제입니다. 주민자치권을 국민기본권으로 해야 합니다.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고 재정적 자립을 보장하는 조세구조가 완성되어야 합니다. 개헌은 정략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된 우리 사회의 약속입니다. 다만,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누리려는 욕심이 그 약속을 파기해왔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 대개혁을 시대적 과제로 안고 있습니다. 국가 대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대통령 한 사람의 인격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촛불을 든 우리 국민의 손으로, 광화문과 전국의 밤을 밝힌 촛불의 힘으로 국가 대개혁을 완수해야 합니다. 국가 대개혁의 과제는 개헌이라는 전 국민적 합의로 일단 완성되어야 합니다. 개헌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개헌 논의를 막으려는 것이 그 하나입니다. 촛불 시민혁명을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으로 끝내자는 것이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무원칙한 대통령과 함께 권력을 농단하던 정치세력이 개헌을 통해 촛불 혁명의 불길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개헌과 함께 정권교체까지 완수해 달라는 것이 이 시기 촛불의 간절한 염원입니다. 촛불의 함성으로, 국민의 명령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부터 저는 개헌과 국가 대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것이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정세균 국회의장께서 이미 여러 차례 의지를 밝히신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개헌특위가 가동되어 각 분야의 개혁과제에 대한 논의가 속도있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국가 대개혁의 과제를 어떻게 헌법에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국민대토론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는 겸손한 마음으로 개헌을 통한 국가 대개혁으로 촛불 시민혁명을 완수하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촛불 행진 177㎞ … 서울 둘레길보다 더 걸었다

    촛불 행진 177㎞ … 서울 둘레길보다 더 걸었다

    지난 10월 29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2만여명(경찰 추산 1만 2000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서면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 낸 다음날인 10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뜨겁게 타올랐다. 범국민적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한 촛불집회 7주 동안의 기록을 숫자로 정리했다. 749만명 지난 7주간 주최 측(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기준으로 전국에서 약 749만개의 촛불(경찰 추산 151만 8500명)이 타올랐다. 서울에는 583만명이 모였다.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32만명(경찰 추산 43만명)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규모를 보였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명 집회가 거듭될수록 평화집회 기조는 점점 분명해졌다. 1차 집회(10월 29일) 1명, 2차 집회(11월 5일) 2명, 3차 촛불집회(11월 12일) 23명 등 총 26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4차부터 7차까지는 단 한 명도 경찰에 연행되지 않았고 공식적인 부상자도 없었다. 한편 경찰이 광화문 일대에 배치한 경력은 총 13만 1800명(1520개 중대)이었다. 177.56㎞ 7차례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일대를 행진한 거리는 총 177.56㎞였다. 서울을 둘러싼 ‘서울 둘레길’(157㎞)보다 20.56㎞가 길다. 1차 집회 때 청계광장에서 광화문까지 1.3㎞에 불과했던 행진 거리는 5차 촛불집회(11월 26일) 때 처음으로 청와대 200m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이 허용되면서 거리가 점차 늘었다. 서울광장에서 세종대로를 거쳐 경복궁 왼쪽으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경복궁 오른쪽인 삼청동길 등 총 13개 코스, 총 51.6㎞까지 확대됐다. 9억 246만 9486원 퇴진행동에 따르면 촛불집회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은 총 9억 246만 9486억원이었다. 이 중 6억 6836만 8276원(74.1%)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모금됐고 나머지는 계좌 후원이었다. 퇴진행동은 “지금까지 5억 3484만 4655원을 무대 및 음향·조명시설 설치, 양초·손팻말·현수막 등 행사진행물품 구입, 광화문광장 장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210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불편했던 것은 화장실이었다. 인근의 개방화장실을 알려 주는 ‘촛불의 길’이라는 스마트폰 앱이 나올 정도였다. 서울신문사 화장실을 포함해 당초 49개였던 개방화장실은 서울시 등의 노력으로 5차 촛불집회부터 210곳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11개의 이동식화장실도 설치했고, 경찰도 이동식화장실을 개방했다. ∞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회라는 점에서 퇴진행동 측은 기부물품, 자유발언자 수 등은 추정할 수 없다. 손팻말과 전단지도 주최 측에서 배부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직접 인쇄해 들고 나온 것이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이 배포한 경찰차벽 꽃스티커는 총 17만 1000장이었지만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온 스티커도 헤아리기 어렵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野, 촛불 민심 보고 착각 땐 역풍…여·야·정 힘 합쳐야”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野, 촛불 민심 보고 착각 땐 역풍…여·야·정 힘 합쳐야”

    야권 원로들의 주문 임채정 “정국 안정에 힘써야” 유인태 “야당이 마음 비워야” 문희상 “野 오만한 모습 안 돼” 김원기 “국민의 뜻만 받들라” 야권 원로들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 정국 수습을 위해 자신의 ‘친정’인 야권을 향해 겸손한 자세로 협치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이 야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착각했다가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정국이 최소한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경제나 안보 문제 등 우리 국내 상황이 매우 위중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여·야·정이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과 함께 내각도 탄핵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낮은 자세로 국정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야권도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전 의원도 “이번에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의 뜻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것이고 그것이 분노로 표출된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뜻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는 여야가 협치를 통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이번 탄핵정국은 촛불이 만들어준 상황인데 야당이 전리품에만 너무 욕심을 내다 보면 화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야당이 마음을 비우고 우리 사회에서 무엇부터 고쳐야 할 것인지 서로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선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야권이 정권을 잡은 양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역풍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로 촛불 민심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정권교체까지는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에 놓인 이슈들에 대해서 무리하지 않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들도 임명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탄핵을 받은 것이지만 야당이 인사나 임명 자체에만 매달린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는 우리 사회를 역사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는 세력이 퇴장하도록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면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자세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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