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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자기주장 훈련 필요한 사회

    얼마전 한 신문의 칼럼에 글을 두어 번 썼다.어떤 단체가 그 칼럼을 보고 이메일을 보내왔다.주된 메시지는 그 신문에 글을 쓰지말라는 권유였다.문제는 말을 하는 방식이었다.그들은 민족반역적인 신문에 글을 계속 쓴다면,말로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을 했던 것이다. 우리 대학의 직원 한 분도 폭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였다고 한다.어느 날 그는 청각장애 학생으로부터 학습여건에 대한 항의성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있었다.답변 도중에,무심코 손을 입에 갖다 대었다.청각장애인들은 상대의 입모양을 보고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는다.직원의 말을 알아듣기 위하여,학생은 입을 가려버린 (직원의) 손을 거칠게 후려쳐 치워버렸다. 상대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언어폭력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국회의원들은 시민단체로부터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하면,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위협을 당했다.대통령조차 인사결과에 항의하는 노사모회원으로부터 “문둥이 자슥”이라고 불리는 수모를 겪었다. 위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이들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화법을 쓰고 있다.이런 종류의 화법이 용인되는 사회가 있기는 하다.언로가 막힌 사회이다.예컨대 한 맺힌 사연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의 마음이 너무나 황폐하거나 절박하다.듣는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없으므로,일방적 대화나 무례함 등이 용인된다.혹은 권위적 사회나 독재사회에서도 합법적 의사소통 채널이 부족하다.억압된 국민들은 자연히 소리를 높이고 무례하게 말한다. 또 하나,전술적으로 폭력적인 대화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알려지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때로 주목받기 위하여 비정상적인 의사전달 표현방식을 사용한다.초기의 마르크시스트나 페미니스트들이 그랬다.그들은 유리창을 깨거나 소리높여 외치는 거리행진을 통해,자신들의 존재와 생각을 알렸다. 우리 사회도 얼마 전까지는 언로가 개방되지 못했었다.그러나 많은 점들이 개선되고 있다.군사독재가 청산되고 합법적 의사소통 채널이 생겨나고 있다.한 맺힌 사연을 사회에 알릴 방법도 늘어가고 있다.언론이나 인터넷 혹은 국민감사 청원제 등의 다양한 채널이 늘고 있다. 정권교체를 통하여,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사회 개방화와 커뮤니케이션 체제의 개선을 통하여,요즈음은 하늘아래 낯설기만 한 주장이 별로 없다.전투적인 모습으로 이목을 끌게 할 의견은 많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충분하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그러나 우리 사회도 상식적인 선에서 자기주장하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에는 이른 것 같다.즉 ‘듣는 이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자기주장을 하는 법’을 학습하고 실천하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상대편에게 무례하게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청자들은 마음의 빗장을 닫아 버린다.상대가 기분상할 것을 걱정하여서,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것도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기는 마찬가지이다.참는 선이 어느 한계에 달하면,마음이 싸늘하게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목적선(目的善)뿐 아니라 과정선(過程善)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자신의 의사를 건강하게 표현하며,서로가 상대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상대에게 예를 갖추고,상대의 입장을 감정이입한 후에,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상대를 보지 않으며-귀는 닫은 채-자신의 주장만 거친 입으로 내뱉는다.듣는 사람이 보기에 그런 이들은 자신만 옳다고 여기는 뜨거운 머리와,타인의 감수성을 무시하는 차가운 가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설득이 될 리가 없다.모두가 승자가 되는 윈윈 사회가 되기 위해서,우리 모두 예의를 갖추고 대화를 시작할 때이다. 이 미 나 서울대 교수 사회문화교육
  • 대통령 - 경제단체장 대화/ 盧 “SK수사 경제부담 없게 배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손길승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오찬을 같이했다.노 대통령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재정경제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청사 국무위원 식당으로 옮겨 경제단체장들을 만났다.최근 검찰이 SK에 대해 전격적인 수사를 벌여 최태원 회장을 구속,재계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재계 대표들을 만난 의미는 작지않다.재계는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 검찰 수사 관련해 특별한 의도가 없다.이런 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 ●손길승 회장 체감경기가 나빠지는 이런 때일수록 재계와 정부가 수시로 모여 대안을 만들고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대통령의 비전 구체화를 공유해야 희망이 생긴다.정·재계 상시협의체를 상설화해서 대통령께서 주재해주시기 바란다. ●노 대통령 정·재계 오늘 만났다.12일 총리가 또 재계 대표들을 만난다.학계와 노동계 대표도 만날 예정이다.함께 인식을 맞출 수 있는 데까지 맞춰 나가자.어려운 때이나 도움 부탁한다.동북아 프로젝트와관련해 경제단체에서 태스크포스 따로 만들어 독자추진한 다음에 실무차원에서 정부측 태스크포스와 따로 만나 협의해나가기 바란다. ●권오규 정책수석 대외적인 기업설명회 부분의 협조를 당부한다.기업들이 외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기업설명 활동에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손 회장 이미 활동중이다.프로젝트 구체화시키겠다. ●김재철 무역협회장 통상문제 관련 통상전문가 양성 필요하다. ●노 대통령 공직사회 제도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재계에서도 통상전문가를 양성해서 지속적으로 관리해달라.정무직 통상전문가에 민간전문가들을 채용하는 것도 검토해보겠다. ●박용성 상의회장 노 대통령의 시장개혁 원칙을 재계도 수용한다.재계 내부에서도 정도(正道)경영하자는 합의 이뤄지고 있다.시장개혁의 완급조절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집단소송제 반대 안 한다.배려 부탁한다. ●노 대통령 시민단체 의견 수렴해 집단소송제를 추진하겠다.우리사회 불신의 골이 깊다.노사문제 여러모로 어렵다.나도 적극 대화에 나서겠으니재계에서도 원만히 해결되도록 협조 부탁한다. 곽태헌기자 tiger@ ◆재계 반응 10일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5단체장의 공식적인 첫 ‘대화’를 지켜본 재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재계의 불안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쪽과 ‘불신의 벽을 허물 계기는 마련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S사의 한 임원은 “재계의 검찰총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인물을 선임하는 등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벌정책이 예정된 수순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S사의 한 관계자도 “어제 대통령과 검사들간 대화에서 향후 재계에 대한 ‘사정’의 강도가 심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재계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대화에서 ‘정·재계 상설협의체 설치’ ‘동북아프로젝트 태스크포스 구성’ 등 재계와 정부쪽이 서로 필요한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뢰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H사 관계자는 “정부는 동북아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재계의 힘이 필요하고,재계는 경기부양 및 기업활동 보장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재계와 정부가 여러차례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도 “인수위 활동기간과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SK에 대한 수사 등으로 재계가 크게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경제’를 생각하면 상호신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양측이 똑같이 인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NGO출신 지은희 여성부장관 인터뷰 “여성이 편안하면 사회 행복해져요”

    “욕먹는 것은 겁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니만큼 신념대로 일할 겁니다.” 지은희(池銀姬·55) 신임 여성부 장관은 “‘여성이 행복한 나라’라는 참여정부의 대(對) 여성공약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면서 “이제 그 행복을 실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의욕을 보였다.그의 이력서는 다양한 NGO 경력으로 가득하다.여성단체연합(여연) 6년 대표를 거쳐 정신대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총선연대 공동대표,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까지 이 시대 여성·시민운동의 중심에 버티고 서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웃는 얼굴이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설득하는 데에는 ‘이겨낼 장사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다. 그런 그에게 여성부 장관 자리는 운동가로서의 30년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로 보인다.전임 한명숙(韓明淑)장관도 여연 출신이었지만 국회의원을 거친 후 장관이 됐다면, 지 장관은 현장에서 곧바로 행정부로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NGO에서 내던 큰 목소리로 행정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하는 우려에 대해서 “관행을따르지는 않는다.NGO의 역할에 행정부의 역할을 조화시킨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고 물러서지 않는 원칙론으로 답했다. ●올해는 호주제 폐지의 해 출범 3년을 맞은 여성부의 최대 현안은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압축된다.이에 대해 지 장관은 확신에 차 있었다. 호주제 폐지의 당위론이 무르익고 있고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호주제 폐지를 공언하고 나선 만큼 제도로서의 개선이야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호주제가 헌법의 평등권 보장과 인권이념에 반한다는 것이 현재 진행중인 위헌소송에서 밝혀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의 부당함을 알게될 겁니다.” “일부에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제도가 해체된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호주제를 폐지해야 가족 관계가 주종에서 민주적으로 바뀝니다.가족 제도가 해체된다는 것도 과잉 반응이고요.” 이어 양성평등한 사회의 실현에 가상공포와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바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임을 이해시키는 과정에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우선 제도가 바뀌면 획기적인 의식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성매매방지법,원칙을 지켜야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첨예하게 맞선 여성단체의 원칙론과 현실에 기초한 일련의 협상론은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아직 조율되지 않은 상태다.현실을 인정한다는 것,그것이야말로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지 장관에게 향후 성매매방지법안의 제정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이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다.”고 입을 연 그는 성매매산업,즉 여성의 신체를 사고파는 행위에 어떤 ‘절충’이 필요한가고 되물었다. “원칙이 무너지면 일을 해결할 근거가 없다.”며 항간의 “일정지역 집촌을 허용해야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앞세운 주장을 일축했다. “지나친 원칙론은 현실성이 없지 않으냐.”고 지적하자 그는 “성매매는 부부간,남녀간 불신을 심화시키고 결혼생활,가족생활의 근간까지 뒤흔든다.”면서 “성매매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을 지키는 장관되겠다 지 장관은 NGO출신답게 “현장에 있겠다.”고 했다.“소외계층 여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겠습니다.” 국민이 정책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운용·실행으로 정책을 평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책상 앞에서 평가받으려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동양시멘트공업의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어린 여공들의 열악한 현실을 처음 보게 됐고 사회의식에 눈떴다는 그는 비정규직 여성과 노동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여성근로자의 공통된 고민인 보육문제와 관련, “보육이 어떻게 여성만의 문제입니까?”라고 되물으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120명의 초미니 부처인 여성부의 몸집을 보육과 청소년업무까지 더해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정부조직법 개정 여부는 사실상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니 서둘러 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여성부의 존재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면, 장관급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시작되고 청와대 기획팀 중 양성평등 TF팀이 가동되는 올해야 말로 이 나라 여성의 권익향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남주기자 yukyung@ ◈남편이 본 지은희장관은 최근 모시고 살았던 친정 아버지의 상을 당한 지 장관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일요일인 지난 2일 아침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울 상도동 아파트를 찾았다. 자택 위치를 구체적으로 묻는 전화 통화에서 장관은 “그 사람,등산가고 없을 거예요.”라며 남편과 접촉하는 것을 꺼렸다.그래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서둘러 방문했더니 문을 열고 맞아준 사람이 남편 주영길(55·국민건강보험 관리공단 상임이사)씨였다.주스를 따라주며 대접한 사람도 주씨가 됐다.장관이 먼저 컵에 주스를 따르려고 했으나 능숙하지 않은 살림솜씨를 증명이라도 하듯 쏟았기 때문이다.그는 “나 살림 잘 못해요.”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한참동안의 인터뷰를 끝내고 아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남편 주씨는 선뜻 “강하기보다는 오히려 심약할 만큼 마음이 약하고,다정다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대가 세고,자기주장이 강하고 너무 똑똑한 여자하고 살아서 피곤하겠다.”는 주위의 편견에 대해 평소 웃고 말았지만 이제 할 말을 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선 것 같았다.어쩌면 여성운동가 출신의 장관에게 느끼는 거부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배려같기도 했다. 친구의 약혼식장에서 처음 만나 “여성운동을 계속하고,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방적인 선언에 동의하고,결혼식에 나란히 입장하는 등 파격을 수용하며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주씨가 ‘가장’이 아닌 ‘동지’가 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단다.“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천은 어렵게 마련”이라면서 “아내의 오랜 설득작전에 의해서 가능해졌다.”고 웃음을 보탰다.요즈음 주씨는 청소기를 돌리고,빨리 귀가한 사람으로서 저녁준비도 곧잘 해내는 ‘앞선 사람(?)’이 됐다. 주씨는 “사회운동하는 아내를 잘 받쳐주려면 남편이 경제력이 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빠듯한 월급쟁이 생활이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는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외동딸 해연(22)양이 있다.“아내의 가정교육 원칙은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이에요.‘착한 아기,예쁜 아기∼’라는 자장가까지 ‘굳센 아이,힘찬 아이∼’로 바꿔 불렀을 정도로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지요.” 허남주기자
  • 세대교체 서열무시 여성돌풍 ‘人事혁명’

    27일 발표된 노무현 정부의 조각 내용을 보면 집권 초반부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개혁성향에 덧붙여 세대교체,서열파괴,성(性) 파괴의 성격이 강하다. 시민운동을 하던 인사들도 발탁,‘NGO 전성시대’를 예고했다.이에 따라 기존 관료사회는 대대적 변혁의 바람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노 대통령은 “장관에는 개혁적인 인사를,차관에는 안정적인 인사를 발탁하겠다.”고 밝혔다.실제 인선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장관들이 개혁적인 인사로 돼 있다. 강금실 법무·김두관 행자·이창동 문화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기존 발상을 뛰어넘는 인선이다.노무현 초대 내각에는 강금실·김두관·이창동 장관 등 40대 장관 트리오가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장관들도 개혁적이기는 마찬가지다.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보수적이라는 옛 재무부 출신중에서는 개혁적 인사로 분류된다.최종찬 건교부 장관,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은 개혁적이라는 평이 있는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다.40대 장관이 3명이나 되는데다 경제팀도 젊어져 세대교체는 본격화할 듯하다.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행정고시 13회 출신이다.행시 동기들은 대부분 차관급이라는 점에서,앞으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바람과 물갈이가 거셀 전망이다. 정치인 출신은 김영진 농림부 장관 한 명뿐이다.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도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이지만,간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정치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입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장관이 4명으로 사상 최대인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강금실 법무 장관을 비롯해 김화중 복지부 장관,한명숙 환경부 장관,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주인공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청와대 비서진을 구성할 때에도 드러난 현상이지만,시민단체 출신이 중용된 것도 개혁과 맥을 같이한다.강금실 장관,김두관 장관,김영진 장관,한명숙 장관,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모두 시민단체에서 역할을 해왔다.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발탁도 눈여겨볼 만하다.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일부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인선도 없지 않은 듯하다.권기홍 노동부 장관과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은 모두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인데다 각각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인선이 이뤄졌다는 관측이다.그동안 일부 장관에 내정된 인사들이 계속 바뀌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이날 교육부총리가 발표명단에서 제외된 게 대표적이다.인터넷 등을 통한 일부 네티즌들의 집단적 여론검증을 중시한 결과지만 그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곽태헌 문소영기자 tiger@
  • 참여정부 첫 내각/ 국정능력.자질 4월 임시국회때 검증 방침

    노무현 정부 조각(組閣)을 한나라당은 ‘파격’으로 규정했다.그만큼 걱정이 된다는 주장이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전문성과 국정경험을 무시한 이념편향 인사”라고 폄하했고,박종희 대변인은 “지나치게 실험적인 조각”이라고 공식 논평했다.그는 특히 윤영관 외교,강금실 법무,김두관 행자,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 4명을 거명하며 경륜 부족과 조직내 불화 가능성을 우려했다.소장층 일각에선 “참신하다.”는 반응도 보였지만 대체적 분위기는 ‘우려’에 가깝다. 한나라당은 이런 등등의 이유로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이들에 대해 약식 인사청문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물론 이 청문회는 법적 근거를 갖춘 것은 아니다.국회의 임명동의를 구할 사안도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이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신임 장관의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파헤쳐 ‘노무현식 인선’의 부실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생각이다.조만간 상임위별로 소관 장관의 과거 행적과 재산관계 등에 대한 조사작업에 착수,약 한달 가까이 준비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검증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한 당직자는 “검증 결과 심각한 결격사유가 드러나면 국회 차원의 해임건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뜻대로 장관 청문회가 추진될지는 미지수다.우선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한나라당이 정부 흠집내기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이날 조각에 대해서도 “개혁과 안정을 조화한 균형잡힌 인사”라고 환영했다.정세균 의원은 “젊고 일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포진,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사”라고 주장했다.장관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진경호기자 jade@kdaily.com ◆교육부총리 왜 빠졌나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새 정부 조각 내용을 발표하면서 유일하게 교육부총리만 빼놓아 인선이 난항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거의 내정 단계에 이른 오명 아주대 총장에 대해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원점에서부터 인선을 다시 하기로 한 것 같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윤덕홍 대구대 총장,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등이 다시 후보군으로 부상했으나 이들외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임명될 가능성이 많다.노 대통령은 이날 “더 좋은 분을 찾기 위해 앞으로 좀더 시간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새 정부 초대 내각이 교육부총리가 제외된 채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지금껏 하마평에 오른 인물보다 더 개혁성향이 강한 사람이 임명되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의 반발로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바뀌는 상황도 한탄했다. 한 관계자는 “교육 현실과 인적자원정책 등을 두루 아는 중량급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홍기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盧정부 젊은 1기장관들 노무현 대통령의 1기 내각을 전임 김대중 대통령 정부의 초대 내각과 비교하면 ‘젊음’이 두드러진다.노 대통령 1기 내각 장관의 평균 나이는 55세로 DJ 초대 내각 59세보다 4세나 낮아졌다. 정치인 입각은 김영진 농림부장관이 사실상 유일한 것도 DJ때와는 다르다.관료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다.교수출신은 3명이다.DJ때에는 자민련과의 나눠먹기에 따라 정치인 출신이 현직 국회의원만 9명이었다. 출신지역을 보면,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DJ때에는 PK 출신은 김정길 행자부 장관이 유일했지만 이번에는 4명으로,호남출신과 같이 가장 많다.반면 DJ때에는 자민련이 공동정권의 한 축이었기 때문에 충청 출신이 5명이나 됐지만,노무현 정부에는 윤진식 산자부 장관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등 2명에 불과하다. 출신대학별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11명으로,DJ때의 8명보다도 늘어났다.동아대 출신은 2명,경북대 출신은 1명으로 지방대 출신을 배려한 듯한 인상을 준다.이화여대 출신은 2명,고려대 출신은 1명이다. 곽태헌기자 tiger@
  • 새정부 첫내각 이르면 오늘 발표/법무·건설 여성장관 거론 역대최다 4~5명 입각할듯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이끌어나갈 조각의 인선 발표가 임박했다.노 대통령은 이르면 26일 중 새정부 첫 내각 명단을 발표한다.드러나는 면면으로 볼 때 ▲내치 개혁-외치 안정 ▲새로운 인물 발탁 ▲여성 배려 등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교육부총리와 법무장관 등 일부 각료에 대해 고건 총리지명자가 천거한 인물이 되느냐가 막판 변수이나 개혁적 인물을 쓰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도 강해 최종 인선결과가 주목된다. ●개혁과 안정의 조화 경제부총리는 ‘개혁성향의 관료’로 현장감이 뛰어난 김진표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됐다.교육부총리엔 오명 아주대총장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장도 마지막까지 거론되고 있다.통일부 장관은 정세현 현 장관의 유임이 점쳐지는 중에 최상룡 전 주일대사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외교통상장관에는 윤영관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가 내정됐다.국방장관에는 조영길 전 합참의장이 확정 단계였다가 이남신 현 합참의장이 막판에 급부상하고 있다.기획예산처 장관에는 박봉흠 현 차관이 내정됐다. 산업자원부 장관에는 오영교 KOTRA 사장이 유력했으나,고 총리지명자가 최홍건 전 차관을 강력히 추천하면서 최 전 차관이 더 유리한 형국이다.금융감독위원장에는 윤진식 재경부 차관과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최종찬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경제부처 입각이 점쳐진다. ●새로운 인물 ‘현장개혁형’ 인물도 상당수 발탁이 예상된다.행정자치부 장관에 김두관 전 남해군수,문화관광부 장관에 영화감독인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노동부 장관에는 안영수 노사정위 상임위원과 김영대 전 민노총 부위원장이 경합중이다.과학기술부 장관에는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장이 유력하다.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안문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와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막판 각축을 벌이고 있다.농림부 장관에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유력하다. 인수위 출신들도 많이 거론된다.해양수산부 장관에는 허성관(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 동아대 교수가 유력하다.공정거래위원장에는 강철규 부패방지위원장과 김대환(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인하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대통령 직속기구로 장관급인 정부혁신추진위원장에는 김병준(인수위 정무분과 간사) 국민대 교수가 기용될 것으로 전해졌다.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위원장에는 성경륭(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 한림대 교수가 물망에 오른다. ●여성 배려 여성장관이 4∼5명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법무·건설교통부 등 ‘힘센 부처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법무장관에는 강금실 민변 부회장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확정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판사 출신인 강씨는 서울지검 부장급 사시 기수.검찰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최병모 변호사가 막판에 다시 거론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서울대 의대 간호학과 교수 출신인 민주당 김화중 의원,건교부 장관에는 김명자 현 환경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환경부 장관에는 국회 환경위원회에서 활동해 왔던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유력하다.여성부 장관에는 한명숙 현 장관의 유임설과 지은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발탁설이 양립한다. 문소영기자 symun@
  • 대구지하철 참사/참사 이모저모...실종자가족들 ‘사망확인’ 늦어 발동동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7일째인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건 현장인 중앙로역 일대에서 유골과 유류품 재발굴에 나섰다. 현장을 물청소하고 유류품을 무단반출해 유족들의 분노를 샀던 대책본부는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가족들에게 뒤늦게 서한을 보내 “각종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실종자 304명으로 압축 이날까지 대책본부에 접수된 실종자 550명 가운데 사망·부상자와 이중 신고자를 제외한 ‘순수’ 실종자는 304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국의 무성의로 신원확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지쳤다.”면서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지하철역 승강장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통해 하루빨리 사망자를 확인해달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전국으로 퍼지는 추모열기 대구시민회관 2층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날까지 5만여명의 추모객이 찾아 희생자의 영혼을 달랬다.김석주 뉴욕한인회장도 직접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인천시는 오는 26,27일을 ‘시민 애도의 날’로 선포해 오전 10시에 추모 사이렌을 울리기로 했다. ●의사·변호사도 자원봉사 동참 대구지역 신경정신과와 정신과 의사들이 무료진료 활동을 펴고 있다.이들은 두통·불면증·호흡곤란·우울증 등 각종 후유증을 호소하는 부상자와 유가족들을 상대로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변호사 160여명도 ‘지하철참사 법률지원단’을 구성,피해배상과 실종자 인정 여부 등에 관한 법률상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 이세영기자 sylee@kdaily.com ◆유가족 신원확인 돕는 이달식씨 “먼저 간 딸도 강의실에서 자기 대신 다른 학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겁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고도 자원봉사에 나선 아버지가 딸의 대학 합격을 취소하고 대신 다른 학생을 입학시켜 줄 것을 학교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사건대책본부에서 유가족들의 신원확인 작업을 돕고 있는 이달식(사진·45·대구시청 총무과)씨는 이번 참사에서 외동딸 현진(19)양을 잃었다.현진양은 올 입시에서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했다. 현진양은 참사가 났던 지난 18일 오전 고교 때 친구를 만나러 외출했다가 변을 당했다.이씨는 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병원 8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딸이 마지막 전화를 걸어 “안돼,안돼.”라고 울먹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돌고 있다는 이씨는 “학교측의 배려로 딸의 빈자리가 채워졌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기실내 약국서 활동 배은호씨 “내 가슴이 무너져도 남을 도와야 진정한 봉사 아닙니까.”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 소현(20·영남대 생화학 2년)양을 잃은 배은호(사진·49·약사·경북 영천시 완산동)씨는 사건 이틀째인 지난 19일부터 대구시민회관에 마련된 희생자 대기실내 임시 약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소현양은 약대에 편입하기 위해 중앙로에 있는 학원에 공부하러 전동차를 타고 가다 실종됐다.지난 22일 유가족에게 공개된 지하철역 구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뒷모습이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됐다. 배씨는 “주위에서 극구 말렸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면서 “약사가 돼의료봉사활동을 하겠다던 딸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슬퍼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다리가 불편한 배씨는 매일 유가족과 실종자 환자 300∼400명을 돌보고 있다. 대구 이영표기자 tomcat@
  • 새 비서진 특징 분석/평균44세 ‘젊은 청와대’

    17일 공식 발표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31명의 평균 나이는 만 44.1세다.투옥 경력자도 10명이다.노무현 당선자는 치안·정책관리비서관 등 6개 비서관의 적임자는 검토 중이다. ●핵심측근은 젊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인 소위 386세대들이 40세 전후의 나이에 비서진에 대거 합류하면서 평균나이를 낮췄다.만 나이 기준으로 30대는 5명이나 된다.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에는 30대 비서관이 조은희·장성민·박선숙·정은성 비서관 등 4명이었다. 노 당선자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해 박범계 민정2비서관,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김형욱 제도개선비서관이 30대다.최 비서관은 66년 5월생이라 만 36세로 최연소 타이틀을 달게 됐다. 최연장자는 노무현 법률사무소의 사무장을 지낸 최도술 총무비서관이다.나이는 55세.최 비서관 외의 50대는 박기환 지방자치비서관,장준영 시민사회1비서관,김용석 시민사회2비서관이다. ●지역안배는 신경쓰지 않은 듯 전남 출신은 이병완 기획조정비서관과서갑원 의전비서관,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 등 6명이다.전북 출신은 황덕남 법무비서관과 박종문 국정홍보비서관 등 5명이다.31명의 비서관중 호남 출신이 11명으로 지역적으로 볼 때에는 최대의 주류인 셈이다. 부산출신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과 최도술 총무비서관,안봉모 국정기록비서관 등 3명이다.대구·경북을 합한 영남권 출신은 8명이다.충청권 출신은 박범계 민정2비서관,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4명에 그쳤다. 신계륜 인사특보는 “일·업무 중심으로 비서관을 인선한 뒤 지나친 지역 편중이 있는지를 봤다.”고 말했다.그는 지역안배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출신이 주류(?) 비서관들 중에는 연세대 출신이 가장 많다.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비롯,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김현미 국내언론1비서관,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 등 8명이 연세대를 나왔다.비서관에 연세대 출신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노 당선자 주변의 의원과 고참급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이 많았지만,386 측근들은 연세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다.연세대 출신중 김용석 시민사회2비서관을 제외한 7명이 386세대다. 서울대 출신은 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과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7명,고려대 출신은 이병완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만호 정책상황비서관 등 5명이다.연세대·서울대·고려대 등 3개대 출신이 64.5%다.한국외대 출신은 3명,부산대 출신은 2명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초기 청와대 비서관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1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연세대는 3명,고려대는 2명이었다.5년 전과 비교하면 청와대 비서관에는 서울대의 퇴조가 뚜렷하다. 노무현 당선자의 청와대 비서관을 고등학교로 볼 때는 광주일고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다.신봉호 정무기획비서관과 장준영 시민사회1비서관,양민호 민원비서관이 광주일고를 나왔다.노무현 당선자의 출신교인 부산상고 졸업생은 최도술 총무비서관 한 명이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나온 경기고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여성배려 이날 발표된 비서관중 여성은 4명이다.황덕남 법무비서관,송경희대변인,김현미 국내언론1비서관,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이 여성이다.김대중 정부 초기의 청와대에도 여성비서관은 박금옥·박선숙·조은희·안희옥 비서관 등 4명이었다.하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제2부속실장에는 여성을 기용하는 게 확실시돼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는 여성비서관이 최소한 5명은 되는 셈이다.김영삼 대통령 때에는 여성비서관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청와대 비서관중 2명만 유임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관 중에는 2명만 청와대에 남게 됐다.현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은 자리를 지키게 됐고,김형욱 시민사회비서관은 자리를 옮겨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일하게 됐다.5년 전 김대중 정부 출범시 청와대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비서관이 10명 유임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당시 유임된 10명 가운데는 박명재 행정비서관,안종운 농림해양비서관 등 관료출신이 7명이었다.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했지만,오히려 비서관이 더 많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현 청와대 식구들의 불만도 터져나온다. 곽태헌기자 tiger@kdaily.com ◆오락가락했던 인선 이번 청와대 비서관 인선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았다.당초 노무현 당선자측은 SBS 앵커출신인 이지현 외신대변인을 비서관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지만,이 대변인은 행정관(3급)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윤석중 현 해외언론비서관이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고,청와대에 남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기 때문에 경력이 뒤지는 이 대변인은 행정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의전비서관에 내정된 서갑원 당선자 의전팀장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의전팀장은 외국어도 잘 해야 하고,의전에도 밝아야 하는데 서 비서관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의전비서관은 외국의 정상이 방한할 때나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있을 때 상대국 의전 담당자와 세세한 문제까지 협의해야 하는 자리다.이런 이유로 그동안은 외교관이 임명돼 온 게 관례였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측은 “외교부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으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사정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Y변호사는 최종단계에서 탈락했다고 한다.신계륜 인사특보는 “사정비서관은 청렴하고 결백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내언론2비서관에는 방송사 출신의 K씨를 내정했다가 발표를 보류하기도 했다. 곽태헌기자
  • 인수위, 현정부 정책 줄줄이 뒤집기 애꿎은 국민만 골탕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줄줄이 백지화,재검토,사업축소,속도조절 등 ‘브레이크’를 걸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정책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이를 지키지 못한 책임은 인수위나 정부 모두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특히 정책수정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단순한 집단·개인의 이기주의로만 몰고 갈 게 아니라 국민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혼선을 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5일 발표된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자격 완화’(5년 이상 해외거주→3년 이상 거주)의 유보.교육인적자원부·재정경제부 등 관련부처와 전교조·교총 등 교원단체,시민단체 등이 1년 이상 머리를 맞대 어렵게 만든 안이지만 인수위가 사실상 백지화했다. 미국에서 3년간 살다가 지난해 귀국,새롭게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K(정부산하기관 직원)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해외유학 등 다른 조치를 취했을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특별지시와 재경부·기획예산처·과학기술부의 공동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발표됐던 이공계(理工系) 유학생 국비지원 방침도 인수위의 반대로 사실상 큰 폭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이 때문에 관련부처에는 난감해진 국비유학 희망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인수위가 경제자유구역 예정지인 인천 송도신도시를 정보기술(IT)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대덕밸리벤처기업들과 대덕연구단지 과학기술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이들은 “인수위의 계획은 황무지에 처음부터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발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부문에서도 기업들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인수위에 의해 정부안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당장 남동발전 매각에 비상등이 켜졌다.지난달 실시된 입찰에는 포스코,SK㈜,한국종합화학 컨소시엄,해외업체 1곳 등 4개 업체만 참여했다.당초에는 국내외 14곳이 관심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민영화 틀이 어그러지면서 나머지 기업들이 발길을 돌렸다.이로 인해 매각무산은 물론,헐값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이 경우 축나는 것은 국민세금이다. 경인운하건설사업도 마찬가지다.인수위의 사업 백지화 언급 해프닝 이후 ‘건설 찬성파’(건설교통부와 한국개발연구원,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와 ‘건설 반대파’(인수위와 환경단체 등)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관련지역 주민과 건설업계는 개발비·보상비 등 복잡한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인수위의 발표 가운데 상당수가 인수위 전체가 아닌 개별 자문위원 차원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한 뒤 국민에게 중요한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손상되는 상황을 우려했다.서울대 박효종(朴孝鍾·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인수위가 정책의 최종 결정기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교 입학자격 완화 등 이미 입법예고까지 된 정책을 백지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들이 느낄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녹색공간] 노무현정부는 녹색색맹

    盧정부 진보엔 긴장만 있을뿐 진정한 진보는 녹색 띠어야 어느 정치평론가는 노무현씨의 대통령 당선을 우리의 보수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희구하는 신세대의 정치욕구에 화답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5공 청산,3김 정치의 거부,노동 및 인권운동 등과 관련하여 보여 준 그의 정치적 행보가 변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 것이랄까.그의 선거공약은 온건한 진보주의 색깔을 띠었고,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들도 ‘진보’를 핵심어로 하고 있다.가령,공정한 시장질서,지방분권,참여복지,양성평등,국민참여 등은 성장보다 분배와 형평성을 강조하는 진보적 색깔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의 진보주의는 긴장을 담고 있다.이를테면 동북아중심국건설,지방균형발전과 같은 그의 핵심 국정과제는 시장적 질서와 성장주의 정책기제에 과도히 의존하고 있으며,그래서 친자본적 세력과 타협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신자유주의에 발목잡힌 ‘국민의 정부’의 개혁이 불구로 끝난 것과 같은 운명의 그림자가 노무현 정부에도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전망을 회의적으로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그의 진보주의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세계적으로 진보색을 띤 정치세력들은 인간간의 형평성을 넘어 인간과 자연간의 호혜성을 복원하는 데서 진정한 진보의 의미를 찾고 있다. 유럽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사회당이나 녹색당 정부들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생태주의 관점에 의거해 도시계획으로부터 에너지정책,거시경제정책,대외교역정책을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와 견줄 때,노 당선자의 진보주의는 녹색에 대해 색맹이다.후보 시절에는 물론 당선 후 인수위 구성이나 주요 국정과제 선정에서도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이러다 보니 현안인 주요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이나 효율적인 환경 행정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등과 같은 개혁 과제들은 모두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시민단체들은 환경적 측면에서 차기정부의 반개혁성을 벌써부터 소리 높여 부르짖고 있다. 그간 성장의 엔진을 숨돌릴 겨를 없이 돌려 온 결과,우리의 국토환경은 파괴 될 대로 파괴되어 이에 대한 환경주의자들의 저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우리사회의 이념적 대립이 사람 중심의 편익을 추구하는 성장주의자와 생태적 호혜성을 우선하는 보전주의자 사이로 설정되는 것은 우연한 게 아니다.문제는 이 대립국면에서 성장주의자들이 늘 판정승을 거둠으로써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오늘날 발전의 패러다임은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것으로 옮겨가고 있으며,진보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발전으로 인식되고 있다.진정한 진보는 녹색을 띠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녹색진보주의는 녹색으로 표방되는 생명·평등·호혜의 원칙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자연의 관계까지 확장되어 실현되는 것을 지향하는 이념과 실천을 말한다. 국정운영에 녹색진보주의가 스며들 때,국책사업에서 자연과 생명의 가치가 우선할 것이고,환경적 용량에 걸맞은 지방의 분권적 발전이 모색될 것이며,환경적 가치를 존중하는 시장거래 질서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녹색진보주의는 남북의 이념적 분단마저 녹여내 한민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기틀이 될 수 있다. 조 명 래
  • 부천필 달라졌네

    부천필하모닉은 최근 KBS교항악단,서울시교향악단과 함께 ‘빅 3’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급성장했다.실력과 의욕을 두루 갖춘 젊은 단원들이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넉넉지 않은 기초자치단체 교향악단으로는 놀라운 일이다.그러나 한편에선 주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중앙무대에서 음악적 야심을 펼쳐나가는 데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랬던 부천필이 2003년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올 여지는 사라졌다.나아가 지방자치단체 교향악단이 가야할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부천필은 새달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를 갖는다.사실 기획연주회는 부천필의 장기였다.‘바하와 쇤베르크’‘바르톡의 밤’‘베베른 50주기 음악회’ 등이 그것이다.대부분 음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제목에서 보듯 중앙음악계를 향한 도전이었을 뿐이다. 베토벤 시리즈는 다르다.주제를 보통사람에게 친숙한 작곡가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9차례 연주회를 모두 부천시민회관에서갖는다.부천시민들을 위한 최초의 대형기획이다. 지휘는 2월에는 정치용과 강석희,4월 구자범과 박정호,6월 박영민,7월 장윤성,9월 김덕기,10월 이대욱이 맡는다.12월은 이 악단을 키운 지휘자 임헌정이 합창교향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지휘자들에게는 다양한 무대를 제공하고,청중에게도 다양한 베토벤을 맛보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협연자도 화려하다.2월은 피아노 김대진과 바이올린 양성식,4월은 첼로 송영훈,6월은 피아노 김주영,9·10월은 바이올린 박재홍과 이재민이다. 협연 레퍼토리는 베토벤도 있지만,굳이 고집하지는 않았다.멘델스존과 슈만,하이든,모차르트 등으로 다양하다.자칫 클래식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로 읽고 싶다. 변화는 이뿐이 아니다.올해 계획하는 연주회는 24차례.과거 부천보다 무게 중심을 더 두었던 예술의전당 연주는 6차례로 줄였다.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한 말러의 교향곡 전곡 연주회가 3차례,1차례 교향악축제 공연이 여기에 포함된다.‘종교음악 시리즈 Ⅰ’과 제71회 정기연주회도 부천시민회관에서 먼저 연주하고,한 차례 더 공연하는 ‘원 프로그램 투 콘서트’다.활동의 본거지가 부천으로 ‘정상화’되고 있다. 부천필이 이처럼 중앙음악계에서 높은 평가를 유지하면서,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교항악단으로 탈바꿈해가는 배경은 무엇일까.아마도 음악적으로 일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자부심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말러 교향곡 시리즈에 대해선 “어떤 점에서는 유럽의 교향악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지난해 9월 일본오케스트라연맹 초청으로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때도 극찬을 받았다.실력이 검증됐으니 더 이상 중앙음악계에 “우리를 좀 봐달라.”는 애절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천필이 진정으로 변화했는지는 새달 7일 오후 7시30분 베토벤 시리즈 첫 연주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다.중앙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 열심히 연습했듯,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같은 노력을 했는지를 지켜보자. 그러나 아무리 연습했어도 텅 빈 연주회장에서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 법.부천필의 변신을 격려하자.정치용 지휘,김대진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3000∼1만원.(032)340-3481. 서동철기자 dcsuh@
  • [씨줄날줄] 유서 쓰기

    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는 문학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파란 많은 일생을 보냈다.그 아내는 마음 고생을 하며 엄청난 ‘바가지’를 긁었던 모양이다.하이네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나의 모든 것은 아내에게 남기는데,단지 한가지 조건이 있다.즉,반드시 재혼할 것.그래야 세상의 한 사나이라도 나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유서하면 죽음이 떠오른다.유서를 쓰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서 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죽음에 대한 준비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것이다.젊은 세대에까지 유서 쓰기 운동이 벌어져 인터넷 공간에선 이벤트가 등장할 정도다.유서의 사연들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가족이나 친구에게 평소 쉽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담고 있다.유서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맞기 위해서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결산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유서는 자신이 아니라 남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시민단체와 관련이 있는 어느 신문이 올 한 해 동안 ‘아름다운 유서 쓰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이 운동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란 책을 통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자신의 유서를 공개한 데서 시작됐다.박 이사는 유서에서 “자녀들은 돈이나 지위 이상의 더 큰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아주기 바라고,빚이 더 많은 통장을 받을 아내에게 미안함과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적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죽음을 잉태한 존재로 볼 수 있다.죽음이 삶의 현실로,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죽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면 삶이 훨씬 진지해질 것이다.삶이 헝클어질 때마다 써놓은 유서를 읽어 보면 마음이 다잡힐 것은 물론이다.오늘 옷깃을 여미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유서를 써보자.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아름다운’ 유서를 쓰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멋이 아닐까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seouling@
  •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⑦ 온.오프라인 괴리현상

    1.'인터넷 정치' 르포 ‘넷맹’ 이윤수(62·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아이들 장난’이라고 치부했다.그러나 요즘 대학생 아들을 보면 부럽고 두렵다.사회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매일 골방에 처박혀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는 줄로 알았던 아들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1등 공신인 열혈 네티즌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들은 선거 전날밤 ‘정몽준의 배신’이 발표되자 수십개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노무현 지지를 호소했다.인터넷에서 들불처럼 번진 여중생 추모 열기에도 적극 동참해 주말이면 양초를 들고 광화문에 나간다. 연말 모임도 대부분 인터넷 동호회원들과 갖는다.송년회라야 고향 친구나 예전의 직장 동료들과 만나는 것이 전부인 이씨는 인터넷을 무기로 매일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는 아들이 부럽다.‘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뒤늦게 인터넷을 배우느냐.’ 하던 고집도 ‘이러다가는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신주류 탄생’,‘인터넷 민주주의’,‘네티즌이 이루어낸 정치혁명’ 등 온갖 신조어를 만들어낸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인터넷 바다’는 아직도 ‘정치 파도’로 출렁거리고있다. 26일 밤 10시 ‘혁명’이란 ID의 네티즌이 “정치철새,보수정치인과의 타협은 없다.정치판을 싹 쓸어버리자.”는 글을 올리자 동조 글이 쏟아졌다.“보수를 수구로 내몰지 말라.”는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30분도 안 돼 이 글은 ‘개혁’을 외치는 네티즌들에게 묻혀버렸다.선거기간 중 문을 닫아야 했던 ‘노사모’ 사이트에도 네티즌의 발길은 새벽까지 이어졌다.게시판에 노사모의 진로에 대한 토론과 문의가 잇따르자 ‘노사모 진로토론방’도 따로 개설됐다. 27일 새벽 3시30분 한 네티즌이 ‘노후보는 과연 개혁적인가.’라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난상토론이 시작됐다.글쓴이에 대한 감정적인 힐난과 논리적 답변,일방적인 비난에 대한 사과 등이 꼬리를 물었다.같은 날 오전 11시 ‘창사랑’ 사이트에는 ‘재검표’ 논란에 불이 붙었다.재검표와 수개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측과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이라고 반발하는 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대형 포털사이트,언론사 홈페이지,인터넷 신문 등 대중적인 사이트에는 차기정권의 과제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젊은 사이버 논객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입장을 피력했다.그러나 사이버 민주주의가 한창인 인터넷에는 50대 아버지들이 저녁 밥상에서 들려주던 ‘고루한’ 정치적 견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기성세대의 푸념 경제지를 포함해 3개의 신문을 구독하는 김준규(66·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이번대선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신문들은 앞다투어 ‘네티즌의 힘이 세상을바꿨다.’고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그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고 연락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어떻게 정치를 변화시킨 힘으로 등장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김씨는 “인터넷을 배워보려고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한 교육관을 찾을 수 없다.”며푸념했다.집에 있는 컴퓨터는 자식과 손자들의 전유물이다.김씨는 “배워 보자니 자신이 없고,아는 체하자니 손자들에게 무시당할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주부 박원자(58·경기 광명시)씨는 지난 6월부터 뒤늦게 컴퓨터에 입문했다.10살 난 외손녀가 뉴질랜드로 떠난 뒤 이메일로 연락하면 전화비가 들지 않는다는 주위의 권유로 인터넷 수업을 받은 박씨는 이메일 전송은 물론 웬만한 사이트도 스스로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박씨에게도 문제가 생겼다.10여개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했지만 젊은이들의 대화에 자신이 낄 틈이 없었다.우여곡절 끝에 연령대에 맞는 ‘실버 커뮤니티’를 찾았지만 게시판에는 성인광고와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장사치들만 득실거렸다. 박씨는 요즘 외손녀에게 메일을 보낼 때 외에는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다.박씨는 “어렵게 인터넷을 배웠지만 노인들에겐 장벽이 너무 높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통계로 본 격차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37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9%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그러나이번 선거에서 20∼30대에게 ‘정치적 주류’의 자리를 내준 50대 이상 연령층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도 안 된다. 지난 6월 정보통신부와 정보문화센터가 실시한 정보격차 실태 조사 결과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9.1%였다.55세 이상은 5.6%,65세 이상은 2.9%로나이가 들수록 수치는 떨어졌다. 반면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6%였다.이들 가운데 58.8%는 주당 10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매달리고 있다. 비록 50대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맞는 인터넷 콘텐츠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나마도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리는 상업사이트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에만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백만개의 동호회가 개설돼 있고,하루에 수백개씩 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과 대선,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것처럼네티즌들은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면서 “인터넷 지배계급인 20∼30대의 배려,기성세대의 적극적인 도전이 없다면 온라인 소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 유영규기자 window2@ ★전문가 의견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김기철(48·강원도 인제군 한계리)씨의 집에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깔린 것은 신청한 지 일년만인 일주일 전이다. 김씨는 대선 기간 내내 전화선과 모뎀으로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분통이 터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속도가 느리고 인터넷 접속이 자주 끊겨 노사모 회원끼리의 채팅은 상상할수도 없었다.게시판에 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어 한두줄 답변을 다는 것이고작이라 답답했다.평소보다 접속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전화요금도 두배나많은 10만원 가까이 나와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300여명 가까운 동네 주민중 40대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는 김씨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이었다.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마련한 김씨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딴세상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김씨의 동네는 신문도 우편으로 이틀치씩 들쑥날쑥 배달되다 보니 신문(新聞)이 아니라 구문(舊聞)격이다.김씨는 “방송,신문이 벽돌찍듯 똑같은 뉴스만 내보내는 상황에 인터넷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속에서 주관을 찾을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20,30대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사이버 문화에 소외된 이들에게는 괴리감을 안겨주고 있다.인터넷을 모르는 기성세대나 초고속 통신망 등 정보통신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주민들에게 노사모 등이 이끈 ‘온라인 대선문화’는 그들만의이야기일 뿐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강원 지역 노사모 사무국장 김호식(35·원주시 단계동)씨는 “노사모가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활동이 불가능하다 보니 1400여명의 강원지역 노사모 회원중에는 가입만 하고 활동을 못하는 회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40,50대 노사모 회원들을 위해서는 긴급 모임 공지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할 수밖에없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한명의 시민이라도 보다 편리하게 선거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인터넷상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인 ‘메신저’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고있는 메신저는 다수간에실시간 채팅이 가능해 이메일,게시판에 비해 훨씬 친근감을 형성했다.이런장점으로 ‘메신저 액티비스트’의 가입자는 한달만에 4000여명에 이르렀다. ‘시민행동’의 최인욱(33)씨는 “온·오프라인 세대를 묶기 위해서는 전방향의 영향력을 가진 TV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오락 프로그램만 내보낼 것이 아니라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늘려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앞으로는 휴대전화,메신저 등 새로운 선거운동 수단을 다양하게 개발해 정보에 소외되는 이들의 이질감을 줄여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상일(43) 박사는 “온·오프라인의 괴리를 없애려면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온라인 세대인 자식들을 이해하기 힘든 부모는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36) 소장은 “보다 많은 오프라인세대가 온라인에 접속하게 되면 단절감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민 소장은 20대와 30대사이에도 엄연히 세대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으로 서로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의 당락엔 TV토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온라인세대는 일방적으로 TV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토론을 벌였다.”면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오프라인세대가 늘수록 인터넷 토론마당의 색깔도 다양해지고 참여가 증가하면 공유하는 부분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 황장석기자 geo@
  •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④ 지역감정 해소

    지역감정에 대한 영남과 호남의 시각은 꽤 다르다.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따른 앙금도 상당히 남아 있다. 해법에 대한 접근에도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고른 인재 등용과 지역균형개발 등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데는 영호남이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0일 당선 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지 못한 데는 큰 아쉬움이 남지만,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은 발견했다.열심히 노력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해묵은 불신의 벽을 헐어내기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양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영남의 마음 “호남지역의 개표상황을 보면서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호남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나였다.”(김성진·39·경남 진주시 동성동) 16대 대선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영남지역 주민들은 착잡한 가운데 패배에 따른 실망감과 아쉬움을 안으로 삭이는 듯한 표정들이다.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동서간 지역주의,특히 노 당선자에 대한 호남 몰표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식의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경남에서조차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기쁨보다 호남지역에서 나타난 몰표현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인 우모(55·대구시 중구 동인동)씨는 “대구·경북에서 노 당선자에게 20% 안팎의 지지를 보냈는데 호남이 노 당선자에게 90% 이상의 몰표를 몰아준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며 “앞으로 동서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택시기사 황모(53·경북 안동시 용상동)씨는“손님들이 애써 선거 이야기를 외면한다.”면서 “호남에 또 졌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주부 정종숙(47·경남 창원시)씨는 “이제는 전라도 사람들이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 당선자를 적극 지지한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가 지역주의를 희석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영남 출신으로 동서화합에 제격인 노 당선자로 인해 지역감정이 수그러들고 진정한 화합이 이뤄질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21·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대구·경북에서 노 당선자가 20%안팎의 지지를 받은 것은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호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며,노 당선자가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고 지역갈등 봉합에 앞장서는 등 정치를 잘할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보험회사 직원 이모(33·여·부산 사하구 괴정동)씨는 “동서간 표쏠림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나 아쉽지만 이제 모두 힘을 합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인들은 동서화합을 위해 고른 인재 등용과 지역균형개발,영호남 공동사업 등을 새 정부에 주문했다. 김태일(47·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DJ 정부가 동서화합에 실패한가장 큰 요인은 호남 편중의 인사와 영·호남 토호 수구 세력간의 연대를 통한 지역주의 해결 모색”이라며 “새 정부는 지역과 계파,계층을 초월한 유능한 인재의 고른 등용과 함께 개혁세력을 동서화합의 파트너로 삼아야 할것”이라고 주문했다.이동철(46·의학박사) 포항지역사회연구소장은 “인재등용과 지역개발 측면에서 영·호남인들 서로가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부산 김정한·대구 황경근기자 jeong@ ◆호남의 마음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여당으로 누렸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호남을 텃밭으로한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영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함으로써 오랫동안 피해의식으로 자리잡았던 지역감정을 떨쳐버리고 동서화합과 개혁을 이뤄보겠다는간절한 소망에서다. 호남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영남 출신 후보에 몰표를 준 투표결과에 스스로 놀라며 이번 대선으로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란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계기가 됐다고 자평하는 한편 이같은 모습이 다른 지역에 어떻게 비쳐질지걱정하는 모습이다. 회사원 조동균(40·광주시)씨는 “개표 방송을 지켜 보면서 다른 지역에 미안한 마음도 느꼈다.”며 “그러나 현 정권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회사원 이모(36·광주시)씨는 “정몽준 대표의 투표 전날 ‘지지 철회’ 발언에 위기의식을느껴 투표 당일 아침 친구와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나 진보적 지식인들도 “노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80년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이곳 주민들의 변화와개혁에 대한 열망”이라고 진단했다.전남대 정근식(사회학과) 교수는 “영남 사람인 노 당선자를 열렬히 지지한 것은 그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경력과 무관치 않다.”며 “이를 해묵은 지역주의 잣대로 가늠해 또 다른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호남주민들은 노 당선자가 이번 대선 결과 동·서로 양분된 민심을 추스르고 이를 제2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김모(23·전북 전주시)씨는 “노 당선자는 정치개혁을 통해 구시대인물을 퇴출시키고 참신한 인물을 골고루 발탁해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광주에서 사업을 하는 김영환(41)씨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배제한 능력 위주의 인사와 지역 균형개발이 최우선 과제”라며 “정치인들 역시 지역주의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엄격한 감시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이정천(47) 위원장도 “지역감정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적인 편중인사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하고 “노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중앙정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에이양해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도 지역감정을 뿌리뽑는 기반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을 함께 추진할 경우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됐던 전북,충북,호남·충남 서해안,경북 북부지역이 자연스럽게 발전하면서 지역감정의 벽도 허물어질것으로기대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전문가 해법 “지역갈등을 없애고 우리 같은 서민을 위하는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위해 TV에 출연,화제가 됐던 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 이일순(58)씨가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 말이다. 무엇이 이 평범한 서민 아지매로 하여금 첫마디에서 ‘지역 갈등’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한 것일까. 지난 40여년간 한국정치의 최대 화두는 ‘지역감정’이었고,역대 선거에서도 이만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무기가 없었다.따라서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좋은 정책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지역감정이란 편리한 무기를 거머쥐는 데만 관심을 쏟게 됐다. 원래 애향심과 관련된 ‘자기지역 우선주의’와,타 지역 사람과의 감정 및정서상 이질감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을 나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그러나 이런 순수한 지역감정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권력의 획득·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지역패권주의로 전락했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끼친 해악은실로 엄청났다.특히 지역갈등이 영·호남간 정치적 대결구도로 고착되면서우리는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에 직면하게 됐고,이런 상황에서 지역갈등은 이미 그 어떤 이성적 설득도 통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교조화된 도그마로 정착된 느낌까지 갖게 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우리는 지역갈등 극복의 새로운 희망을발견하게 된다.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스스로 편한 길을 마다하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노 후보에게 국민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냄으로써,지역갈등은이미 고질적 병폐에서 치유 가능한 것으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아직도 표의 동서 양분현상이 존재하고,선거 후에도 노 후보에 몰표를 던진 호남지역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타 지역에서 나오는 등 넘어야 할 산과 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표의동서현상은 과거 지역대결 구도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고 본다. 호남인들이 영남 출신 후보에게 보낸 높은 지지는 동서화합을 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로 노 후보를 선택한결과이기 때문이다.노 후보가 영남지역에서도 나름대로 높은 지지를 얻은 데서 지역갈등 극복을 바라는 전국적국민 여망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이제 지역갈등보다는 누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젊은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민심은 이미 과거 지향적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미래 창조적 국민주의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제 남은과제는 정치인들이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 21세기 첫 대통령이 될 노 당선자는 이같은 국민 여망을 절실히 인식하고 지역갈등을 20세기의 유물로 확실히 묻어버리는 과감한 개혁과 화합책을 도모해야 한다.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국민 단합과 지역갈등 극복이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가 지역갈등을 극복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점에 유의했으면 한다. 첫째,역대 정부의 인사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능하면 지역간 고르게 등용함으로써 지역화합을 도모해야 한다.이 점에 있어서 노 당선자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자유로운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리어려운 일이 아니다. 둘째,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을 지역에 분산시켜 수도권에는 삶의 질을 높이고,지방에는 발전의 기회균등을 도모,건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지역간 균형발전은 교육제도의 근본적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대학마다 특성화되지 못하고 백화점식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의미의 지역간 인적교류는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지역화합뿐 아니라 장래의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선진민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국가적차원에서 도모했으면 한다.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자기 이익과 함께 남을배려하는 여유를 배우는 것만이 정치개혁을 이룩하는 첩경이다. 아무쪼록 한반도의 우리 민족은 이제 모두 하나되는 열린 마음속에 21세기첫 대통령과 함께 대동세상을 활짝 꽃피우는 데 앞장서야 하겠다. ◆영.호남.충청 표분석 16대 대선은 세대와 지역의 승부로도 관심을 모았다.세대간 대결 양상이 고질적 병폐인 지역대결 양상을 누를 것인가,2030세대는 과연 지역감정의 벽을 뛰어넘을 것인가 등이 화두(話頭)였다.결론은 가능성을 확인한 ‘미완의 성공’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인 영·호남 대립구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드러났다.특히 호남지역의 몰표는 뿌리깊은 지역구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영남에서 68.6%를 득표한 반면 호남에서는 고작 4.9% 득표에 그쳤다.노무현(盧武鉉) 당선자는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무려 92.3%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영남에서도 25.5%를 얻었다.노 당선자의 호남 득표율은 15대 대선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얻은 92.9%에 맞먹는 수치다.호남에서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영남에서는 4명 중 1명이 노 당선자를 찍은 셈이다. 영남의 표심은 노 당선자의 득표율만 놓고 보면 지역감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노당선자는 고향(김해)인 경남에서 27.1%,부산에서 2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울산에서는 35.3%를 얻었다.PK(부산·경남·울산)지역을 합하면 29.1%로,10명중 3명이 그를 지지했다.15대 때 김 대통령이 부산 15.0%,울산 15.2%,경남 10.8% 등 13.4%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약진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선거가 3자대결구도로 치러진 반면 이번에는 양자대결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이회창 후보의 득표율도 15대 때보다 부산(3.4%포인트)과 경남(12.4%포인트)에서 모두 상승했다. TK(대구·경북)에서도 노 당선자는 대구 18.7%,경북 21.7%로 김 대통령의 12.4%,13.4%보다 4∼7%포인트 더 득표했다.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15대 때보다 대구에서 6.1%포인트,경북에서 12.5%포인트가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3자대결구도가 양자대결구도로 전환한 것이 노 당선자 득표율 상승의 첫째 요인임을 말해준다.다만 15대 때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얻었던 표가 모조리 이 후보에게 가지 않고 절반 정도 노 당선자에게 갔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지역감정의 벽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영호남과 달리 충청권 표심은 의미있는 현상을 담고 있다.DJP연대가사라지고,이 지역에 연고를 둔 이인제 의원이 빠진 상태에서 노 당선자가 이 후보와 득표율 상승분을 양분한 것이다.노 당선자의 득표율은 15대 김 대통령의 것보다 대전에서 11%포인트,충남에서 5%포인트,충북에서 14%포인트 상승했다.반면 이 후보도 대전에서 11%포인트,충남에서 18%포인트,충북에서 12%포인트 더 얻었다. 15대 대선때 김 대통령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연대로 충청권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노 당선자는 김 총재가 중립을지킨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 모두에서 승리했다.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이 후보는 고향인 충남 예산과 홍성,충북 제천 등 3개 지역구에서만 앞섰을 뿐 대전 5곳을 비롯,나머지 28개 지역구에서 패했다. 이는 노 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효과를 거둔 때문으로 풀이된다.정책공약이 지역감정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역감정 극복의 가능성은 2030세대의 투표행태에서도 나타난다.대선 투표당일인 지난 19일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투표자 조사에서 PK지역 20대의 42%,30대의 40.3%가 노 당선자를 찍었다고답했다.이는 노 당선자의 지역 득표율 29.1%를 11∼13%포인트 정도 웃도는수치다. TK에서도 20대의 31.6%,30대의 28.4%가 노 후보를 지지해 전체 득표율 19.97%를 11%포인트 가량 웃돌았다.물론 전국적으로 20대의 60.6%,30대의 60.5%(19일 한국갤럽 조사)가 노 당선자를 지지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영남권 2030세대가 지역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결국 영남지역 젊은 층의 표심은 지역감정 극복에 있어서 이번 대선이 안겨준 성과이자,과제인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
  • 독자의 소리/남에 대한 배려 생활화해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새내기 여경이다.파출소에서 근무한지 2개월에 접어든다. 일선에서 교통단속을 하면서 만나는 시민들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단속당하면서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을 고지하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언성을 높이며,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교차로에 주차해 스티커를 발부받은 한 운전자는 1주일 동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왜 나만 단속하느냐.”“왜 저 차는 단속하지 않느냐.”며 시비조로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내가 편하면 남이 그만큼 불편하고,내가 불편하면 그만큼 남이 편하다고 생각하면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고 가볍게 여기기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기초질서를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새내기 여경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법규 위반자에게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질서확립에 기여할 것을 다짐한다. 박광모[경북 울진경찰서 죽변파출소]
  • [시론]선관위의 경직성

    다시 선거를 생각한다.우리 사회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 대학생의 75%가 대통령 선거일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 얼마전이다.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부재자 신고를 하고,중앙선관위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했고,투표율을 80.8%까지 높이기 위한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예전의 철없는 학생들이 아니다. 반면 선거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대응은 지나치게소극적이다.우리는 선관위가 다른 국가행정기관과는 달리 정치개혁에 열의가 있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그간 선거법과 정당법의 개정을 위해 선관위가 보여준 태도가 그랬고 선거자금의 준수를 위해 노력한흔적 또한 그랬다. 선관위가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것도 이러한 태도의 귀결일 것이다.이런 점 때문에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선관위가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혼신의 힘을 기울여 부재자신고를 한 상태에서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을 따졌던 선관위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에는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학생들은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부재자신고를 받았고,그중 7개 대학에서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인 2000명 이상의 신고서를 행정기관에 접수시켰다.그런데 선관위가 7개 대학중 서울대와 연세대를 포함한 3곳에만 투표소 설치를 허가했다.쟁점은 부재자 요건과 ‘거소’ 개념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여기서 쟁점에 대해서 자세하게 논박할 생각은 없다.다만 두 가지 사항에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하나는,자기 집을 떠나 멀리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은 모두 부재자이며,이들은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할 권리가있다는 것이다.더구나 대학생은 직장인과 달리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신분이다.더구나 선거일은 대학생들의 기말시험 기간이다.학생들의 면학을 위해서도 이들의 편의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또 하나는,부재자투표와 관련한 선관위의 입장이 흔들리거나 때로는 모순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국가기관의 업무가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행해지거나 자의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발생할 혼란과 불신을 고려해야 한다. 선관위는 부재자 요건을 판정하는 기준에서 혼란을 노정한 바 있거니와 ‘거소’를 판정하는 데서도 미흡함이 드러났다.서울대학교는 신림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더 중요한 문제는 행정상의 주소지 개념이 아니다.대학교의 주소가특정 동에 국한되어 있더라도 대학생의 생활권은 그 이상으로 매우 넓다.예를 들어 고려대학교는 안암동 외에도 제기동·종암동·보문동에 인접해 있으며,삼선동·숭인동·청량리동도 고려대학교의 인근지역이다.지방에서 유학온 학생들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한다.따라서 고려대학교 주변에서 생활하는 학생 2000명이 고려대학교 안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족하지 그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중앙선관위는 투표사무를 관리하는 업무 외에도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참가하고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고 편리한 조건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정치를 불신하고 선거를 기피해온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선거를 하겠다는데,그리하여 국민으로서의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겠다는데,그것을 경직된 논리로 막은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중앙선관위가 중심을 잡으면 선거가 ‘확’ 바뀐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치학
  • 선택2002/대선후보 정책검증-교육분야

    대한매일은 본지 명예논설위원과 자문위원 및 대선조사분석위원들과 함께주요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고 있습니다.이번에는 교육분야 정책공약을 질문서 작성부터 답변서 분석에 이르기까지 이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분석했습니다. ★사교육비 대책 사교육비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데 주요 후보들의 생각은 같다.공교육을정상화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학 입시의 자율화를 통한 해결방법을 제시했다.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을 재정립,장·단기적으로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약속했다.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학벌에 따른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사교육비 정책을 최우선 교육정책으로 삼았다.이를 위해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학생선발권을 다양화·특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만 5세유아교육을 무상 공교육으로 전환하고,영어 교육은 공교육이 맡는다는 것이다.초등학교의 경우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듣기 실습시설을 대폭 확충할방침이다. 중·고교에는 방과후 학습프로그램을 개설,사교육의 수요를 흡수하겠다고약속했다.특히 교육 채권이라 할 수 있는 ‘교육 바우처제’를 도입,서민층에 사교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더불어 사교육비 부담의 원인 중 하나인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권역별 초일류 대학 육성 정책’을추진,대학교육을 상향 평준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노 후보의 사교육비 대책은 교육 분야를 넘어 서민정책과 맞물려 있다.학부모의 부담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때문에 사교육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을 재정립,공교육을 내실화하되 공교육에서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사교육 시장에 맡기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대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장·단기적 제도를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우선 과감한 예산지원을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이를토대로 ▲교과목과 교과분량의 축소 ▲예·체능 과목의 평가체계 개선▲교과서 발행제 개선 ▲교육방송과 인터넷 학습네트워크 활용 ▲학부모 보조교사제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후보는 학벌·학력의 차별을 없애는 것만이 공교육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본다.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현행 중학교까지만 실시하고 있는 의무교육을 고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누구나 원하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하며,이 또한 장기적으로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전문가 분석 대통령후보들이 앞다퉈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이회창 후보의 초등학교 영어교육 개선,방과후 학습프로그램 강화 등의 공약은사교육비 축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노무현 후보의 특기·적성교육 강화를위한 교육여건 마련,참고서가 필요 없는 충실한 교과서 편찬 등도 사교육비절감 공약으로 의미가 있다.권영길 후보의 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무상교육화 및 고등교육의 장기적 무상화 추진은 현실 여건상 가능성은 낮지만획기적인 공약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같은 사교육비 축소 공약들은 대부분 엄청난 교육예산을 투입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다.공교육비 투자규모가 약 30조원이라면 국민 전체가 쓰고 있는 사교육비 역시 약 30조원에 이르고 있어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공교육을 내실화해 사교육비를 축소하겠다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공약 실천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 교육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교원정책.사립학교법 교원 정년 연장안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민주당,민주노동당간 의견은 명확히 갈렸다.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정년 단축의 졸속 추진으로 교사 수급 부족 및 사기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65세로의 환원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나아가 “교원 정년과 관계없이 능력있고 명망있는 교사들이 교직에서 계속 봉사할 수 있도록 ‘명예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지난 99년 집권여당으로서 교원정년을 3년 단축했던 민주당 노무현후보는 “사대생의 발령 적체,퇴직한 교원의 복직으로 인한 혼란,일반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등이 우려된다.”며 ‘현행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최근문제시되고 있는 교원 수급 불안에 대해선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도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노 후보와 의견을 같이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선 후보들은 모두 ‘사학에 자율성을 보장하되,운영의 투명성·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는 시각을 같았다. 이회창 후보는 “건전 사학의 자율성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학 운영의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회계부정 ▲교수·교사 임용 비리 ▲입시부정 등에 대한 단호한 척결을 강조했다.다만,제도를 학교 특성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후보는 ▲사학의 경영과 학사 분리 ▲사학비리 당사자에 대한 책임강화와 복귀 제한 ▲학교 운영에 대한 구성원 참여와 감사기능 강화 ▲교직원의 신분 보장 등의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것을 제시했다. 권영길 후보도 “사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공공성에 관한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원 취임에 대한 승인·취소 요건의 확대 ▲비리당사자가학교·법인 운영에 다시 참여할 경우 제한규정 강화 등을 제시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전문가분석 교원 정년 단축은 고령교사를 무능교사로 몰아붙이며,고령교사 1명으로 신규교사 3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와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대상으로 삼아 단행한 조치였다. 후보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정년문제는 교원들의 자존심 회복과 흔들리는 교직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한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그러나 정년문제가 교원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초등교사의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며,양성·자격·임용·연수·보수·평정 및 근무조건 등도 숱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사기 진작책이 종합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것은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모든 후보가 사학정책과 관련,사학을 지원·육성하는 동시에 책무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매우 타당한 방향이다. ★고교평준화.서울대 개혁 고교평준화 폐지론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평준화 기조를 유지하되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입장이다.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평준화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후보는 “평준화의 기본틀은 유지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평준화 고교의 여건을 대폭 개선하고 모든 고교의 질을 향상시켜 학교간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학력의 실질적인 상향 평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이 후보는 또 “획일적 평준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립능력이 있는 사립고에 학생선발권을 허용하는등 사학의 자율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현행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조건을 완화하고 문호를 넓혀 서민층 자녀도 일정비율 입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평준화 기조는 유지하되 공립학교 설립을 확대하고 지역·학교간 교육여건의 평준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자율학교는 농어촌 실업계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특성화고교·특목고 확대 등 학교형태의 다양화를 적극추진,학생들의 선택의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평준화를 더욱 확대해 전면화·전국화해야 한다.”면서 “현재 전국 60%에 머물러 있는 평준화 지역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폐지론 등 개혁문제에 대해선 이 후보는 “서울대는 폐지의 대상이아니라 오히려 같은 수준의 대학을 여러 개 만들어 대학교육 수준을 높여야한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초일류 대학을 전국 곳곳에 만들면 입시경쟁이 완화되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서울대 개혁안은 공론화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민영화 등은엄청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대학서열화를 폐지하기 위해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통합,‘국립대학 ○○캠퍼스’로 만들고,전국적으로 정원을 관리하고 교수간 교류를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전문가 분석 ‘고교평준화 제도를 유지 혹은 폐지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단순히 여론조사나 대통령후보 개인의 임의적 판단과 성향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된다. 학교가 원래의 본질적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학교는 학생 개인의 서로 다른 능력·적성·장래희망 등을 파악하여,이를 개발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지적인 능력과 장래희망 등이 서로 다른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가르치다보니,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교평준화 제도를 개혁하여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다양한 학생들의 능력과 자질을 최대한 개발시켜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대학개혁의 초점은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에 맞춰져야만한다. ★이공계육성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과 관련, 한나라당은 예산투자를 대폭 늘리는 공약을 내건 반면 민주당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기초과학교육 내실화에초점을 뒀다.병역특례제도 확대와 이공계 장학금 확충에 대해선 양당 후보가 의견을 같이했다. 이회창 후보는 “한국호(號)의 재도약을 위해 과학기술로 무장된 강력한 엔진을 달 것”이라며 과학기술 연구개발분야에 GDP 대비 3% 예산을 투자하고,미국 아라곤연구소 같은 국가과학기술연구기관의 설립을 약속했다.또 ▲대통령 장학생 도입 ▲청년과학기술자상 설립 ▲병역특례제도 확대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도 제시했다. 노무현 후보는 초·중등 과학교육 내실화와 과학영재 교육체제 구축 등 주로 교육분야에서 해결방안을 찾았다.노 후보 역시 “장학금 확충과 병역특례제도 확대를 통해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면서 “실용적학문만이 선호되는 현실에서 기초학문과 인문과학이 국가지원으로 튼튼히 이뤄져야 한다.”고 학술진흥재단의 재정지원을 대폭 늘릴 것도 약속했다. 권영길 후보는 “근본적으로는 과학기술계가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그리고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연구개발투자에 앞서 시민·노동·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립을 주장했다. 고급두뇌의 해외유출을 막고 국내 학자를 육성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각당마다 입장차가 뚜렷했다. 이회창 후보는 인력의 국제이동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전제,“역발상 측면에서 우리도 외국의 고급두뇌인력을 유치할 수 있게 해외인력 유치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시장원리에 따른 인력공급정책을 역설했다.나아가 연공서열제 봉급시스템의 탈피와 핵심인력의 처우 개선도 공약했다. 노무현 후보는 유학생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질 향상에 역점을두고 ▲대학·대학원에 GDP 2% 투자 ▲특성화대학 집중지원 ▲대학교육의 질 인증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시했다. 권영길 후보는 ▲국·공립대 통폐합을 통한 상향평준화 ▲계약직 대학교원의 정규직화 등 대학의 교육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오석영기자 palbati@ ※전문가 분석 이공계 육성 및 우수두뇌 유출 방지를 위해 내놓은 후보들의 공약은 서로상이한 점들이 많지만 얼마나 효율성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회창 후보의 예산지원안은 확충된 예산이 꼭 필요한 이공계 인력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내놓은 병역특례·장학금 확대도 제대로 활용되지않는다면 생색내기 처방에 불과하다.노 후보의 영재교육 강화는 평준화와 형평성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만 나열한 느낌이다.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육·과학기술·노동부 등의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적인 계획을 수립,실천하는 일이다. 두뇌유출 방지책으로 이 후보는 해외인력 유치를,노 후보는 대학교육의 질향상을 내세우고 있다.현 상황에서 둘 다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유학생들을 관리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또 해외인력을 유치했을 때 애로사항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국내 대학원의 질적 관리체제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 [사설]부시 ‘사과’ SOFA 개정 계기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여중생 2명의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양국 관계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일본 소녀추행 사건 당시,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한 것 이외에는 전례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자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과만으로 끝나기에는 우리 국민에게 준 충격이 너무 크다. 부시 대통령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것”이라고 밝혔듯이,미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SOFA(소파)개정에 유연할 필요가 있다.불합리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지난해 12월에 개정된 만큼 재개정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미국은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통사고 범죄는 처벌하지 않고 있는 미국내법을 들어 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에게 무죄 평결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국의 법감정도 고려해야 한다.더욱이 미군은 일시 주둔군이 아니라 반영구적 주둔군이다.항상 접하는 한국민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법 체계가 다르다며 소파 개정 요구에 요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는 한 반미 감정을 가라앉히기 어렵다. 소파 개정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심상명 법무부 장관이 소파 재개정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표현한 것은 부적절했다.시민단체에서는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는 ‘공무 수행’ 여부에 대해,일본에서와 같이 우리도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는 미군이공무수행증명서만 제출하면 우리는 범죄자를 넘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대학생들은 냉정할 필요가 있다.치외법권 지역인 미군 부대나 대사관에 들어가 시위를 하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양국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한·미당국이 소파 개정을 위해 긴밀히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그것이 호혜 평등의양국 관계를 위해 바람직하다.
  • 경찰 승진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경사-경위 가는길 병목현상 ‘치안은 경사 이하 경찰관들이 담당한다.’는 말이 있다.전체 경찰관 9만1742명중 7만9066명이 경사 이하이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하위직 경찰관들의근무의욕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간부 승진길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또 간부들중에는 ‘총포경’(총경을 포기한 경정)과 ‘조진조퇴(早進早退)경’들이 늘고 있어 조직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이래저래 경찰의 입직(入職)구조에 대한 재조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연말연시 일선 경찰관들은 시험 공부중 해마다 대학 수능시험이 끝나는 이맘때면 일부 경찰관들은 본업을 뒤로 한채 진급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다. 서울 Y경찰서 방범과 이모(40)경사는 이달 초부터 오후 5시 퇴근과 동시에컵라면으로 저녁식사를 간단히 때운 뒤 인근 독서실로 달려간다.내년 1월로예정된 경위 진급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올해 경위시험 3수생인 그는 가족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이를 악물고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아침 5시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잠깐 새우잠을 잔 뒤경찰서에 출근한다.그는 순찰중일 때도 틈만 나면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열심히 외운다. 서울 4년제 S대 법학과를 나와 1993년 경찰에 입직한 그는 “가족들에게도미안하고 또 근무중 시험공부에 매달리느라 시민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해 솔직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서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기동대 근무 경쟁자들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위시험 4수째인 서울 K경찰서의 외근경찰 김모(41)경사는 오전에 ‘눈도장’만 찍고 오후부터 인근 고시원에서 책과 씨름한다.김씨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상관을 만나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서 “내년 1월까지 아예 집(경기 수원)에 가지 않고 고시원에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 S경찰서의 정원은 모두 500여명.이중 경사계급만 180여명이며 현재 독서실과 고시원 등에 파묻혀 진급시험에 열중하고 있는 경사만 30여명에 이른다.이들은 방범,수사,교통분야의 현장에서 일하는 최일선 경찰관들이다.관할구역의 한 파출소장 김모(36)경위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시험준비를 하는 부하직원들에게 차마 많은 일을 시킬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어떡하나 하고 솔직히 걱정도 된다.”고털어놓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3년전 5000여명 안팎이던 경위,경감,경정 등의 진급시험 응시자가 지난해에는 7000여명으로 늘었으며,경위시험에 응시한 경사가 3년전 3559명에서 5000명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간단히 말하면 경사에서 경위로 진급하는 길목에 심한 병목현상이 생기고있기 때문이다. 매년 신규 경위 임용자는 400명 안팎이다.이 가운데 경찰대학 졸업생 120명과 간부후보 52명 등 170여명은 매년 고정적으로 경위에 임용된다.반면 오랜 인사적체와 또 IMF이후 명퇴자들이 급감하다보니 경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지난해의 경우 경찰대와 간부후보 졸업생 임용을 제외한 경위시험(115명 모집)에 경사 4860명이 지원했을 정도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 출신들이 우선적으로 임용됐고 또 IMF들어 퇴직자들이 현저히 줄다보니 진급구조에 전체적으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면서 “앞으로 파생될 문제점 등을감안할 때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안은. 요즘 경찰내부에는 ‘총포경’과 ‘조진조퇴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총경을 포기한 경정은 일선 경찰서에서는 과장급,지방경찰청에서는 계장급이다.사실상 핵심 실무자다.그런데 진급을 포기해서인지 윗사람의 ‘영’이 잘 안 통한다는 얘기가 비일비재하다.‘조진조퇴경’은 고시나 경찰대 출신 등으로 일찍 진급했으나 총경이나 경무관 진급벽에 막혀 40대 중·후반에 그만두는 사람이다.그러다보니 경찰에 있을 때 제2의 진로를 모색하는 등 경찰직업을 징검다리로 여길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생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가들을 통해 연구논의가 일부 됐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안중의 하나로 “전국 52개에 이르는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제도를 도입하거나 경찰대 졸업생을 경위가 아니라 경사로 1계급 내리는 것도 방안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기자 km@ ★인사적체원인/경찰대 존폐논란 “경찰대가 양질의 인재를 경찰로 끌어 들이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했습니다.그러나 이제 경찰대 존폐 문제를 고려할 때가 됐습니다.” 간부 승진에 실패한 일선 경찰관의 얘기가 아니다.총망받는 경찰대 2기 출신 경정조차 “경찰대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당연히 경찰대를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들이 공개적으로 경찰대 존폐를 고민할 정도로 경찰대는 ‘경찰인사 동맥경화’의 핵으로 떠올랐다. 경찰대 출신 경위 이상 간부는 모두 1937명.경찰간부의 대다수를 차지했던간부후보생 출신 1342명을 이미 앞질렀다.아직 경무관 이상 고위직에 오른졸업생은 나오지 않았지만 총경 20명,경정 295명,경감 530명,경위 1092명을배출했다. 경찰대 출신들의 급격한 증가로 전체 경찰관 9만1742명의 87%를 차지하는순경∼경사 계급의 ‘승진 박탈감’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경찰대 출신들도 위기를 피부로 느낀다.‘경찰의 꽃’인 총경 자리는 한 해 50∼60개가 생기는 반면 경찰대 출신 경위는 120명씩 쏟아지고 있다.총경승진 절반을 경찰대 출신에게 배려해도 대부분의 졸업생은 경정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경정을 단 이후 11년 동안 총경에 오르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걸리기 때문에 많은 경찰대 출신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퇴직할 위기에 처해 있다.총경직을 꿰찬 1기 선두주자들조차 40대 초반이어서 비록 경무관 이상의 자리에 올라도 50대 초반에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 승진 메리트가 없어지고 조기퇴직 현상이 퍼지면 경찰대는 우수학생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으며,폐지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경찰대 선배가 한 사무실에서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으며,앞으로는 더욱 심해져 경찰 전체의 위계질서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경찰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후배가 경찰청장이 되면 경무관 이상 선배 참모는 모두 옷을 벗자.”는 미래의 불문율이 회자된다.경찰대 위기 타개책으로 정원 축소,대학원 설립을 통한 새로운 입직구조 개발,계급정년 연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외국에선 경찰 입직제도는 전세계적으로 3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일본 등은 한국처럼 순경시험,경찰대,간부후보생 등 특성에 맞게 다원 입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반면 영국과 미국은 고졸자 이상을 대상으로하는 순경시험만으로 경찰관을 채용한다.독일과 홍콩은 고졸자를 상대로 비간부를 모집하고,대졸자를 상대로 간부를 모집하는 2원 입직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찰 인사시스템은 각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선진국 경찰은 한국 경찰처럼 과도한 인사경쟁을 벌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진국 경찰관은 사회적인 위상이 높고 보수도 많아 굳이 승진할 필요성을느끼지 못한다.철저한 직업공무원제로 정년이 보장되며,전문화가 이루어져어느 분야에서 일하느냐가 승진보다 훨씬 큰 관심사다.반면 한국 경찰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든지 목표는 승진이다. ‘경찰의 천국’ 영국은 특별승진제를 운영하고 있다.순경 가운데 소수정예를 선발,특별교육을 실시해 초고속승진을 보장하고 기획업무를 맡긴다.그러나 고속승진 대상자나 경사로 퇴직하는 경찰관이나 모두 1인당 GNP의 2.7배의 수입을 보장받기 때문에 대다수 경찰관은 승진에 별 관심이 없다.일본도경찰의 업무를 일선 경찰관이 맡는 경험기능과 간부가 담당하는 기획기능으로 나누고 있으며,간부와 비간부의 차별은 거의 없다. 모든 경찰이 승진에 목을 매는 풍토를 개선하려면 인사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경찰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도 변해야 한다. 이창구기자 ★엘리트주의 집착말아야 우리나라 경찰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형이며 지극히 계층적이다.군대처럼 11개나 되는 계급이 있으며,경찰관들은 진급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해 간부·비간부를 막론하고 심각한 승진경쟁을 벌이고 있다.특히 비간부의 승진기회는 철저히 차단됐다. 특별채용도 극소수의 상위직을 전문성에 의거해 다른 부처로부터 채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엘리트 확보정책으로 이루어졌다.고시합격자의 ‘경정 특채’도 전문성과는 관계가 없고,간부후보생들의 경우에도 전문성 때문에 ‘횡적유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120명에 이르는 경찰대 졸업생들의 ‘경위 특채’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다.경찰수사권 독립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국보위 시절에 급조한 비전없는 경찰간부 채용제도일 뿐이다. 경찰대학은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에서 오는 폐해가 더 크다.간부·비간부 출신간의 위화감 조성,의사소통의 단절,과도한 특혜로 인한 특권의식,출신성분에 따른 집단파벌 조성 등의 문제점은 경찰 이미지 개선과 같은 추상적 긍정성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배타성이 적었던 다른 간부집단에까지 파벌조성 분위기가파급된 점은 경찰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제의 시발은 경찰간부후보생 제도로부터 시작된 엘리트주의적 인사관리로볼 수 있으며,경찰대학은 이를 결정적으로 구조화시켰다. 경사 이하 하위계층과의 뚜렷한 2원 계층화가 진행돼 하위층은 수단적지위로만 전락하고,경찰대 출신을 주축으로 한 엘리트 집단은 자기 목적적 집단으로 형성됐다.엘리트 집단과 비엘리트 집단간의 양극화가 극복되지 않으면조직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지휘체계의 이완으로 인한 조직관리의 난맥상도 자명하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선에서 직접 법을 집행하는 대다수 비간부 경찰공무원의 자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경찰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간부직으로의 지나친 횡적유입을 막아 비간부의 승진기회를 확대해야 하며,계급의 수를 줄여 경찰조직을 보다 평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경찰관들에게 직위보다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보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포털업계 대선준비 ‘클릭클릭’-젊은 유권자 인터넷으로 통한다

    ‘네티즌의 힘을 보여주자.'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대선을 겨냥한 사이버행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시민단체와 손잡고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행사가 한창이다.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등 쌍방향 의사소통 문화도 자리잡혀 가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4일부터 7개 시민단체와함께 대통령선거 사이트 개설과 유권자연대의 100만 유권자 약속운동,온라인을 통한 유권자 의견수렴 등을 진행하고 있다.하루 방문자수만도 10만∼15만명에 이른다. 오는 27일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설문조사를 통해 ‘10대 개혁과제’를선정하는 등 사이트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관계자는 “네티즌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기회를 제공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선거문화 개혁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닷컴은 25일 대선 뉴스보기와 나도 한표,이렇게 생각한다 등의 대선특집 코너를 오픈했다.특히 이번 대선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네티즌 스스로가 선정하는‘나도 한표’ 코너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1∼13일 사이버 대선후보토론회를 15개 인터넷업체와 공동으로 열었다.이회창,노무현 후보가 발표한 정보기술(IT)정책이 인터넷을 통해 2시간동안 생방송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운동기간 전에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포털업체들의 경우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정리·제공하고있기 때문에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대선 선거운동기간을 고려해 유권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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