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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50년 ‘인형과 춤을’… 현대인형극회 조용석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50년 ‘인형과 춤을’… 현대인형극회 조용석 대표

    인형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언제 어디에서나 군말 없이 옆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마냥 친근하다.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고 귀여워할 수밖에. 그렇다면 인형극은? 어린이만 좋아한다고? 무슨 말씀을…. 무대 위에 엿장수 사회자가 등장한다. 목소리가 특이하다. 사람이 아닌 인형이다. 사회자는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다. 북 치고 장구를 친다. 해금 소리로 애간장을 녹인다. 선녀춤, 부채춤을 우아하게 춘다. 우리 소리와 가락을 따라 가는 인형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사물놀이’로 한바탕 신명을 부르더니 ‘선녀와 나무꾼’으로 변신한다. 이내 여러 가지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무표정의 표정’은 사람의 그것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말 없이 방황하는 인형은 외로운 인간의 모습 그 이상이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자 인형이 피리를 꺼내 들더니 구슬프게 불어댄다. ‘인형들의 콘서트’는 그렇게 끝나지만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한동안 계속된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다. 국악 인형극 ‘덩덩쿵따쿵’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용석(64) 현대인형극회 대표는 그렇게 50년 동안 ‘인형과의 춤’을 추며 살아왔다. ‘국악 인형’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접목시킨 독특한 ‘줄 인형’ 기법으로 해외에서 오히려 더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4년부터 16년 동안 TV 프로그램 ‘부리부리박사’에서 인형 제작 및 연기 지도를 맡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마스코트 ‘호돌이’ 제작을 비롯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하콘과 크리스틴’ 제작 및 총감독 등을 맡아 ‘인형의 마술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국내 인형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조씨는 집안 내력부터 독특하다. 그가 중학교 때 큰형의 권유로 인형극계에 몸을 담을 무렵 둘째형, 셋째형, 누나 등 6남매가 모두 ‘현대인형극회’ 단원으로 가입했다. 지금은 조씨의 부인과 딸도 인형극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 집안은 요즘 아주 각별하고 뜻깊은 해를 맞이하고 있다. 조씨가 인형극 인생 50년이라면 부인은 40년, 딸 윤진씨는 2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회관 뒤뜰에서 조씨 부녀를 만났다. 그곳을 택한 까닭은 딸 윤진씨가 이날 프로인형극단 대표들을 상대로 워크숍 강의를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등을 합하면 전국에 600여 개의 극단이 있다. 먼저 강의 내용을 물었다. 조씨가 딸을 보면서 대답했다. “20여 개 극단 대표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숍 행사를 합니다. 우리 딸은 여기에서 ‘장대 인형’을 주제로 강의를 하지요.” 아버지가 가업을 잇는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본다.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국악원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국악 인형극 떼루떼루’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면서 관객은 유치원생에서부터 90세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떼루떼루’는 가야금, 대금, 피리 등 국악기를 소재로 한 인형극으로 조씨가 예술감독을, 윤진씨가 연출을 맡고 있다. 이 인형극은 국악기에 대한 친숙함과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윤진씨는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산연극제 공연(3, 4일), 하이 서울 페스티벌 공연(7, 8일), 거창 문화센터 공연(11일) 등으로 매우 분주했다.”고 말했다. 윤진씨에게 공연 때 어머니도 함께 움직였느냐고 묻자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인형극 강의를 하느라 멀리는 못 가신다.”고 하면서 “엄마는 2003년 실버 인형 극단을 창단해 실버 인형극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라고 자랑했다. 조씨는 1972년 KBS 인형극회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이쯤 해서 조씨에게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사연을 물었다. “1961년의 일이지요. 당시 큰형이 신문기자셨는데 TV 방송에서 어린이 인형극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인형극단을 만들었고 저는 중1 때부터 극단에 참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극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셈이지요. 그러다가 KBS에서 생방송으로 인형극을 하게 됐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바가지와 창호지로 인형을 만들곤 했지요. 1968년 녹화 방송이 되면서 장대 인형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6남매 식구가 다 참여하게 됐지요.” 당시 제작해 히트한 작품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짱구박사’와 ‘부리부리박사’ 등이 있다. 30~40대 장년들에게는 추억의 인형극이기도 하다. 조씨는 큰형이 세상을 떠나자 1988년부터 현대인형극회 대표를 맡았고 이때부터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성인 인형극장을 만들어 인형극 관객을 어린이에서 남녀노소로 확대시켰다. 2000년에는 부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조용석의 줄 인형 콘서트’를 열어 관객을 어른들로만 꽉 채우는 기록도 세웠다. 소문이 나자 2002년 정동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하게 됐는데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때 인형 장치와 줄 장치 등에 대한 특허 작품 15개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딸 윤진씨가 얘기한다. “줄 인형은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인형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루고, 사람처럼 흥에 겨워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저마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형들의 쇼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마치 인형의 도시에 놀러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자랑이 이어졌다. 지난해 인형극의 고장이라고 하는 체코에서 최고 연기상을 수상해 동양에서도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입증했다. 인형극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자랑하는 중국에서 초청 공연을 했을 때는 중국의 당 간부 위주로 객석이 채워졌는데, 중간중간에 많은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윤진씨는 이어 “우리나라는 잦은 전쟁과 외세의 침략 등으로 인형극의 맥이 끊어져 인형이 소품처럼 취급되곤 했어요. 예를 들어 중국과 일본에서는 인형극을 높은 수준으로 여기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형을 거칠게 막 흔들어 대면서 수준을 떨어뜨렸지요.”라면서 “줄 인형을 비롯해 장대 인형, 손 인형, 그림자 인형, 탈 인형 등은 아버지의 손에서 계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인형 박물관을 세워 관광 상품화하는데 반해 우리는 전시관조차 변변히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딸의 얘기를 듣던 아버지 조씨도 “우리는 가족 전체가 인형극을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인형극과 관련된 자료들이 고스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다.”면서 “경기 김포의 한 창고에 수만 점의 인형을 보관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을 모아 박물관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인형극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과거에는 TV에서 인형극을 방영했지만 지금은 폭력물이나 오락물에 밀려 거의 없어졌다는 아쉬움도 피력했다. 조씨가 자랑하는 ‘줄 인형 콘서트’만 해도 인형극을 사랑하는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자 작품당 최소 3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투자할 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인형들이 입을 의상은 물론 장구 등의 악기까지 특별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 가족은 얼마 전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흥미진진한 고난도의 ‘줄 인형극’을 선보여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조씨가 얘기한다. “군대 위문공연도 수차례 갔습니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무슨 인형극이냐고 했지만 나중에는 옆 부대, 또 그 옆 부대의 초청을 받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물론 교도소에도 여러 번 공연하러 갔다 왔지요. 인형극은 다양한 성인 음악 등을 잘 선택하고 시야를 넓히면 장르 개발이 무궁무진합니다. 수능시험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좋아하더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조씨는 딸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동작을 취했다.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다. 윤진씨는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세계 최고의 인형극을 개발할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조용석 대표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만든 ‘인형의 마술사’ 1947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1961년 중학생 때 현대인형극회에 입단했으며 1967년부터 KBS 인형극 프로그램에서 인형 제작과 연기를 시작했다. 1973년 현대인형극회 제작부장을 겸임하면서 KBS 연속 인형극 ‘짱구박사’(1973~1977), ‘부리부리박사’(1974~1980) 등에서 인형 제작 및 연기 지도를 했다. 또한 KBS ‘TV유치원 하나, 둘, 셋’(1981~1988), EBS ‘딩동댕 유치원’(1983~1996)의 제작 및 연기 총감독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1984년 LA올림픽 마스코트 ‘샘’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제작해 국내외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울러 서울랜드 마스코트인 ‘아롱이 다롱이’(1988)와 로보캅,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1992),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하콘과 크리스틴’(1994) 등을 제작했다. 이 밖에 ‘꺼야꺼야 할꺼야’ ‘빨간 모자’ 등의 제작 연출을 맡아 150여 회 전국 순회공연을 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방송 대상(1996), 제1회 어린이를 위한 올해의 좋은 공연(2001), ‘상하이 아트 페스티벌 스테이지 디자인과 퍼포먼스 어워드’(2009), 체코 프라하 인형극 축제 최고 연기상(2010), 고양 호수예술 축제 최우수상(2010) 등이다. 현재 ‘현대인형극회’ 대표를 맡고 있다. ■ 딸 윤진씨는… 극회 공연실장 맡아 아버지 이어 연출·강사로 활동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 성신여자대학 공예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과를 수료했다. 1995년 현대인형극회에 입단했다. 이후 인형극 무대 디자인 및 방송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했다. 2000년 서울 연극제에서 최초로 인형극을 출품했으며 탈인형 ‘빨간 모자’ 등 다수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또한 정동극장 제1회 공연예술제(2001), 타이완 가오슝 인형 축제 공식 초청 공연(2001), 연강홀 ‘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 연출(2002), 국립국악원 ‘엿장수’ ‘사물놀이’ 연출(2002), 정동극장 ‘부르노의 그림일기’, ‘크리스마스 꿈’ 연출(2003), 이스라엘과 일본, 폴란드 인형극 초청 공연(2004) 등을 가졌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수원여대 유아교육과에서 인형극을 강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기도 국악당 ‘덩덩쿵따쿵’, ‘피리 인형 떼루떼루’ 상설 인형극 연출을 맡았다.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국악 인형극’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저서로는 ‘장대인형 제작법과 연기론’ ‘탈인형 제작법과 연기론’ 등이 있다. 현재는 현대인형극회 공연실장을 맡고 있으면서 인형극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시골 추억 선사하는 광화문광장 만들고파”

    “시골 추억 선사하는 광화문광장 만들고파”

    “광화문광장 잔디밭에 누워 구름을 바라보고, 때론 앉아서 꽃구경하고, 이렇게 시민들이 광장을 즐겼으면 좋겠다.” 시내 조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서울시 최광빈(53) 푸른도시국장은 16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서울에서 섬이란 섬을 다 공원으로 만드는 영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손에서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뚝섬공원이 기획됐다. 밤늦게 취중에 가로수를 가리키며 혼잣말로 “너희 덕분에 내가 먹고산다.”고 외치곤 했다는 뒷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과거에는 팬지와 데이지 등을 지루한 느낌이 들 만큼 무더기로 심었지만, 요즘엔 높낮이가 다르고 빨강, 노랑, 보라와 같이 미묘한 색깔의 꽃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손짓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소담하게 심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지난해 청계천 입구에 조성한 양귀비 꽃밭은 사진촬영 명소가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꽃밭 만들기는 미국 워싱턴 DC 주정부에서 2005년 귀국하기까지 2년 동안 일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선진국형 꽃밭 만들기를 위해 책을 사들이고 푸른도시국 자체적으로 품종을 개발해 공원과 25개 구청에 공급했다. 조경의 업그레이드라는 평가에 최 국장은 “시민들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에 전문가 컨설팅도 받고, 반응도 살피면서 보완한 덕분인 것 같다.”며 “시골에 대한 추억을 선사하고자 지방에서 기증받거나, 도감에서 지방색을 가진 화초들을 찾아 광화문에 심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를 견딘 화초들이 광화문을 장식하고 있는데, 서민들 모습과 꼭 닮았다고 했다. 또 “지방에서 온 화초들의 경우 개화 시기가 다 달라서 장마 전까지 다양한 풍경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향인 백령도에서도 해당화 세 그루가 왔는데 아쉽게도 추위를 버틴 한 그루만 꽃대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는 “시민들이 꽃밭을 왜 만드느냐고 항의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졌다. 아름다운 서울을 꽃밭을 통해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웬만한 집보다 웅장” 윌 스미스 초호화 트레일러

    “웬만한 집보다 웅장” 윌 스미스 초호화 트레일러

    영화 ‘맨 인 블랙3’에 출연 중인 월드스타 윌 스미스의 전용 트레일러가 뉴욕 한복판에 등장했다. 뉴욕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12일 자 보도에 따르면 스미스의 트레일러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간단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침실과 화장실 등을 겸비했다. 그의 트레일러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여느 할리우드 스타들의 트레일러와 비교해도 우위에 놓일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2층으로 만들어진 트레일러 안에는 침실 2개와 욕실 2개, 영화감상이 가능한 100인치 스크린이 구비돼 있다. 스태프들과 음료 등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와 응접실, 대리석 바닥, 화강암 욕실 등도 눈에 띈다. 길이 16m, 면적 330㎡, 무게 30t으로 뉴욕의 웬만한 집보다 크고 웅장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작사 측이 제공한 ‘보너스 트레일러’가 또 있다는 사실이다. 보너스 트레일러는 운동광인 윌 스미스를 위한 체력단련전문 트레일러다. 이 또한 기존에 배우들에게 제공되던 트레일러보다 60㎝ 더 길다. 하지만 정작 윌 스미스는 호화 트레일러 대신 월 2만 5000달러를 내고 맨해튼의 한 아파트를 오가며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포스트는 “사용하지도 않는 윌 스미스의 트레일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주민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역·고속터미널 보관함 연쇄 폭발

    서울역·고속터미널 보관함 연쇄 폭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사제폭탄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잇따라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오전 11시 7분쯤 서울역 2번 출구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 연기가 치솟아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보관함에서는 불에 탄 등산용 가방과 부탄가스통, 전선, 타이머, 유리조각 등이 발견됐다. 인근 상인 윤모씨는 “물품보관함에서 전기가 합선된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났고, 이어 연기가 새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1시간 뒤인 낮 12시 2분쯤에는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도 부탄가스가 터지면서 불이 났다. 이곳에서도 서울역과 똑같은 물품이 발견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꽝’ 하는 폭발음으로 시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타이머 장치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폭발물 탐지 작업을 벌이는 한편, 두 곳의 물품보관함과 잔해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가스와 반응해서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 가방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감식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역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오전 5시 51분쯤 검은색 상·하의에 모자를 쓴 남성이 불이 난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집어넣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범인을 쫓고 있다. 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 울릉 주민들 반응

    정치권 등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일자 울릉 주민들이 “해상국립공원 지정 절대 반대”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말 울릉도와 독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자 울릉군의회와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울릉군민 죽이는 해상국립공원 지정 결사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배상용 울릉군의회 부의장은 “주민들의 3대 숙원사업인 비행장 건설, 일주도로 완전 개통, 울릉항 2단계 공사 등 정주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개발사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따라서 국립공원 지정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릉도가 공원으로 지정되면 엄격한 자연공원법의 제약을 받게 돼 섬 전체의 건축물 증·개축과 신축은 물론 현재 추진 또는 계획 중인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친환경적인 관광 개발이 모두 중단되면서 결국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진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장은 “군민들과 사전 상의 없는 국립공원 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울릉도·독도 국립공원 지정을 재추진할 경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릉군 이장협의회와 울릉청년연합회 관계자도 “울릉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섬 전체가 공원지역으로 편입돼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만다.” 면서 “이 같은 문제로 인해 2004년 공원지정 여부와 관련한 주민 설문조사에서 95%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금도 전혀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도 “울릉 주민들의 반대로 무기한 유보됐던 국립공원 지정 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정부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국립공원 지정을 절대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2일 독도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울릉도·독도해상국립공원’ 신규 지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핏물’로 변한 푸른 연못, 정체는…

    ‘핏물’로 변한 푸른 연못, 정체는…

    연못의 푸르른 물이 하루아침에 핏물을 연상케 하는 붉은빛으로 변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서퍽주 올드러버에 있는 이 연못 인근은 평소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휴식터로 자주 애용하는 곳이었지만, 최근 일어난 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영화 ‘죠스’ 속 핏빛 바닷물이 떠오른다.”,“불길한 징조로 보인다.”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핏물로 보이는 이 연못의 비밀은 ‘천연 연못 청소제’. 올드러버 의회가 이 ‘핏빛연못’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한 결과, 연못 관리업체가 최근 사용한 친환경 연못 청소제가 햇빛과 반응을 일으키면서 연못의 물 색깔이 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린제이 리 올드러버 타운 의원은 “지난 주 연못 속 잡초와 기타 불순물을 없애는 친환경 청소제를 투입했는데, 이것이 햇빛과 반응해 붉은빛을 띠게 됐다.”면서 “붉은 빛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질 것이며 인체에도 무해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해 여객선 운임 할인…관광 산업 부활 날갯짓

    인천시 옹진군이 관내 섬을 찾는 타 시·도민들에게 여객선 운임의 절반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한 뒤 천안함 폭침사건 등이 일어난 서해5도의 관광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9일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여객선 운임을 지원한 관내 5개 면 도서지역을 찾은 방문객은 2만 183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5251명에 견줘 43%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인근 바다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백령도와 대청도 방문객은 지난해 4400명에서 올해 5570명으로 증가했고, 같은 해 11월 북한군 포격 도발이 있었던 연평도는 지난해 1827명에서 올해 3257명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첫 주 토요일(7일)과 둘째 주 주말(14~15일)에 백령도, 자월도, 이작도 등으로 향하는 배표가 거의 매진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옹진군은 앞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관내 섬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백령·대청·연평·덕적·자월면을 찾는 타 시·도민에게 여객선 운임의 50%를 지원하고, 2008년 9월부터 이미 운임의 50%를 할인받고 있는 인천시민에게는 30%를 추가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여객운임 지원 확대로 역대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2009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을 정도로 결과가 좋다.”며 “앞으로 계속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객선 운임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출발 3일 전 오후 3시까지 옹진군청 홈페이지(http://www.ongjin.go.kr)에 이름, 주소 등 인적사항을 남기고 출발 2일 전까지 해당 여객선사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더라…5월, 그리고 31년 그래서, 또 광주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더라…5월, 그리고 31년 그래서, 또 광주다

     31년이 흘렀는데 ‘5월 광주’를 말하고 있다. ‘또(혹은 아직도) 광주냐.’란 반응이 나올 법도 한데 개의치 않는 눈치다. 2년 동안 아내(주로미, 조연출·내레이션·구성작가)와 아들(김상구, 촬영보조)까지 동원해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오월愛’(오월애)를 완성했다. 40여명 무명씨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기억하는 1980년 5월과 이후 30년의 사적(私的) 기억을 복원했다.  뿐만 아니다. 광주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면서 ‘민중의 세계사’란 주제로 10부작 시리즈를 만들겠단다. 20년 가까이 다큐멘터리 한우물을 파고 있는 김태일(48) 감독 얘기다.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18개관 개봉(12일)을 앞둔 그를 지난 4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 뒤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나선 ‘10대 스태프’ 상구(14) 군도 함께했다. “우리가 잊고 있던 31년을 살아온 분들이 궁금했다.” →경북 예천 출신인데 언제부터 광주항쟁에 관심을 두게 됐나. -대학(고려대 국문과 84학번)을 다닐 무렵이 아닐까. 엄청나게 피가 뜨거웠던 시절 아닌가.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살아남은 우리가 모두 죄인이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화려한 휴가’(2007) 같은 상업영화부터 각종 다큐멘터리까지 광주항쟁을 다룬 영상물은 넘쳐난다. 왜 지금, 광주를 다뤄야 했나. -기존 작품들을 대개 5월 항쟁 열흘의 기록이다. 당시 이름 없이 참가했던 분들의 기억과 지금의 모습을 통해 30년이 지난 이후 5월 광주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궁금했다. →아예 광주에 내려가서 살았던데. -2009년 3, 4월 두 차례 답사했다. 광주 대인시장의 방 한 칸을 ‘대인 예술인프로젝트’(시장의 문 닫은 공간에 작가를 상주시켜 예술작업을 지원하고 시장도 활성화하는 사업)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작업·생활공간을 얻었다. 실제 광주에 머문 건 6개월쯤이다. →40명에 이르는 무명씨(항쟁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뭉클했다. 이들의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웃음). 2009년 5월1일 내려가서 처음 만난 인터뷰 대상에게 딱지를 맞았다. 그다음 뵌 게 양동시장 노점상 이영애(항쟁 당시 주먹밥 부대) 어머니다. 거리에서 30분을 혼났다. 매년 5월이면 언론에서 취재를 와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막상 보도는 시덥지 않으니까 화가 나 있던 게다. 일단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조연출(아내)이 나서 아줌마들끼리의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서너 달이 흐르고서 비로소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다. →다큐에 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사람이 있나. -80년 5월 27일 새벽 도청이 진압될 때 방송실에 3~5명 정도가 있었다. 그 중 중 3 여학생이 있었다는 복수의 증언을 확보했다. 그런데 구속자나 사망자 명단, 어디에도 기록이 없다. 훈방되면서 기록이 안 남은 걸로 추정할 뿐이다. 당시 넝마주이들이 맹열하게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그분들이 모여 살았다는 월산동 일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끝내 못 찾았다. “광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니 가슴이 아팠다” →‘언제부턴가 광주 안에서도 5·18이 우리 안의 타자가 된 것 같다’는 나레이션이 인상적이다.. -관련 단체끼리, 또는 단체와 시민 사이에 골이 깊어진 건 사실이다. 2년을 작업하면서 외부인으로 광주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봤다. 갈등은 90년대 중반 이후 보상과 함께 시작됐다. 이분들이 10년 정도를 폭도 취급을 받다 보니 생활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보상으로 목돈이 생기니까 빚을 갚거나 주식·사업을 한다고 90% 정도는 돈을 날려버렸다. 배운 것도 없고, 고문과 부상으로 막노동할 형편도 안 됐다. 5월의 트라우마는 고스란히 남았고, 후유증으로 최근까지 50여명이 자살했다.  현재는 도청 별관 철거 논란으로 갈등이 표면화돼 있다. 5월 정신을 계승하려면 도청별관을 보존해야 한다는 측과 하루빨리 (도청별관을 철거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남도청 일원의 17만㎡에 2014년까지 민주평화교류원·아시아문화원 등 완공 예정)을 건설해야 한다는 측이 맞서 있다. 후자 측은 5·18 관련 단체(5·18구속부상자회·부상자회·유족회)를 통합해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공법단체를 만들면 아시아문화전당의 자판기 수익금 등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오랜 갈등을 지켜본 광주시민은 진절머리를 낸다. 결국 ‘5월’은 광주 안의 섬처럼 고립된 것이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생계 유지가 쉽지 않았을 텐데. -생활비와 제작비의 경계가 모호해서 제작비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웃음).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영화제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돈이 떨어지면 ‘알바’를 했다. 늘 외환위기 때처럼 살았다(옆에 있던 상구가 “내 통장도 털렸어요.”라고 폭로했다. 김 감독이 “빌린거지, 털었다고 하면 도둑 같잖아”라며 멋쩍게 웃었다). →부인과 아들까지 (영화 작업에) 끌어들였는데. -아내는 빈민촌 어린이집 교사였는데 문을 닫았다. 40대 중반이면 원장을 할 나이라 재취업이 안 됐다(웃음). 2008년 단편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부터 함께 했다. 이전에도 모든 작품을 가편집 단계부터 보고 상의했기 때문에 스태프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후원자, 동반자다. 10여년 동안 작품이 주목받지 못 해 갈등도 많았지만, 항상 아내가 ‘구애받지 말고 해라. 당신 만의 힘이 있다’고 토닥여줬다. 상구는 촬영보조로 딱히 한 일은 없다(이들 부자의 대화는 친구들끼리 말장난하듯 친근하다). →스태프로 뽑은 이유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겠나(상구가 “돈이 없으니까.”라며 끼어든다). 중학교를 안 다니는데 집에서 놀기만 하더라. 우리 부부는 거의 광주에 내려가 있어야 하니까 그럴 거면 와서 경험해 보라고 했다. 안 내려온다고 버티기에 ‘알바비’를 준다고 미끼를 던졌다. 작업일지를 잘 쓰고, 현장에 꼬박꼬박 출퇴근하면 보너스를 주겠다고 했다(상구가 “아빠 말이 맞긴 한데 아직 못 받았어요. 다 합치면 360만~370만원은 받아야 해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영화를 전공한 적이 없다. 1993년 ‘원진별곡’부터 다큐에 뛰어들었는데.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내 길은 아닌 것 같더라.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영상으로 옮기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독립영화협회에서 하는 3개월짜리 기초교육만 받고 바로 연출을 시작했다. 그때 조연출을 한, 두 편이라도 했다면 지금 고생을 덜 했을 것 같다. 그때는 다 배웠다고 생각했다(웃음). →‘민중의 세계사’ 시리즈 10부작을 기획했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현장답사를 다녀온 인도차이나를 먼저 다룰 거다. 중동과 팔레스타인,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콩고 등 중앙아프리카,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동유럽, 호주와 남태평양 지역, 그리고 남미와 북미 등 얼개를 잡았다. →얼마나 걸릴까. -20년쯤은 걸리지 않을까. (기자가 상구에게 ‘나중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업해도 되겠다’고 했더니 “전 관심없어요. 너무 무리 아닌가 싶어요. 10편에 집착하면 작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라고 어른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31년이 지난 지금, 광주정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뉴스를 보니 중고생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첫 순위로 꼽는다더라.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가치만을 좇고 있다. 31년전 광주에서는 국가폭력에 맞선 극한의 상황에서도 얼굴도 모르는 옆 사람을 위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많은 시민이 죽어가면서 지키고자 했던 연대와 나눔 등의 가치를 우리가 어떤 의미로 승화시킬지는 각자의 몫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상구는 “5월의 공동체정신을 되새기자라고 하면 되는데 아빠가 너무 장황하게 얘기한다.”고 면박을 줬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정현안 이해도 높아…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에 중점

    국정현안 이해도 높아…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에 중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옛 재무부(기획재정부) 근무 경력은 1992년부터 2년이다. 행정고시 23회인 박 후보자의 공직 경력은 1983년부터 9년 동안 감사원(하버드대 유학 6년 포함), 재무부, 청와대 비서실 근무 등 17년가량이다. 이어 성균관대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 등을 거친 다소 특이한 경력을 지닌 박 후보자로서는 재정부에 16년 만의 금의환향인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교수 출신 장관(남덕우 부총리)이 임명된 적이 있지만 5년 단임 정권이 시작된 뒤 교수 임용은 처음”이라면서도 “박 장관 후보자를 딱히 외부 인물로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재정부 장관 기용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무난한 선택이라는 반응들이다. 일단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고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냈기 때문에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다. 겸손하고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는 청와대 수석 시절에도 정책 부서와 꾸준히 의사소통을 해 왔기 때문에 재정부 간부진들의 부담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는 “개혁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접근 방법은 온화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예상 밖 인물이지만 차관이 행시 23회(류성걸 2차관)와 24회(임종룡 1차관)인 점에서 조직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시절에는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마련해 놓고, 경호처 근처에 방까지 잡아놓고 세종시 수정 문제를 다룰 정도로 워크홀릭이다. 청와대 불자 참모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지냈다. 청와대 수석에게 지급되는 승용차를 마다하고 경차인 모닝을 타고 다녔으며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타고 다녔다. 박 후보자의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 서비스산업 육성, 고물가속의 성장 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경제팀의 수장으로서 카리스마를 확보하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일도 넘어야 할 숙제다. 그는 고용부 장관 출신답게 일자리 창출에 우선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의 내정 발표 직후 ‘후보자의 각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민 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사심 없이 올인하고자 한다.”면서 “탁상과 현장,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격을 줄이고 부처 칸막이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착실히 다지겠다.”면서 “뜨거운 가슴과 찬 머리를 조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의료·복지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집권 하반기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사업을 실시하기보다 최근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유연근무제의 민간 기업으로의 확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추진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박 후보자는 고용부 장관 시절 정부 부처 최초의 공무원 퇴출, 중앙노동위 상임위원(1급)에 대한 시간제 근무 시범 실시 등 고용부는 물론 공직사회를 뒤흔드는 인사실험을 시행했다. 한나라당 시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는 등 복지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보건복지에 대한 지식도 탁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임용으로 보건복지부와 재정부가 얽힌 현안에 있어서 재정부의 입김이 세어질 수 있다.”고 점쳤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서울신문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기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가족·친구도 등 돌려요”… 편견에 두번 운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도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조차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 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 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뜻을 모았다. 이날 발족식에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서울신문과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미혼모들이 말하는 ‘미혼모’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 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 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 텐데 그때 도망가는 거 아니냐’고 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 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본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모두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미혼모가 말하는 미혼모… “미혼모는 OO이다”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텐데 그 때 도망가는거 아니냐.’고 되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서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美, 주적 ‘빈라덴’ 제거에 10년간 430조원 쏟아부어

    美, 주적 ‘빈라덴’ 제거에 10년간 430조원 쏟아부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이 1일 전해지자 미국인들은 환호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미국인들이 9·11테러의 주범을 쫓아온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깊은 속앓이를 했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명분 잃은 싸움’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지속해온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10년 만에 최대 성과를 얻었다. 미국의 대테러전은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대원들이 미 본토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이날 아침 미국 민간항공기 4대를 납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세계인의 눈을 의심하게 한 충격적 범행으로 모두 3000명 가까운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9·11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처음 꺼내들며 이슬람 무장세력 등 테러단체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히 빈라덴을 숨겨 주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테러 주모자를 넘겨 달라는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같은 해 10월 7일 아프간을 공습했다. 전쟁의 최우선 목표물은 당연히 빈라덴이었다. 미 의회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전 개전 이후 2010년까지 4006억 달러(약 430조원)를 전비로 쏟아부으며 주적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백악관은 특히 아프가니스탄 등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한 해에 1593억 달러를 쓰겠다는 ‘2011년 회계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2003년 3월에는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확산 방지를 명분 삼아 이라크 침공도 감행했다. 그러나 빈라덴을 중심으로 한 테러 세력들은 미국의 노력을 비웃듯 대규모 테러를 기획해 성공했다. 9·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 202명이 숨졌다. 또 2004년 3월과 2006년 7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와 인도 뭄바이에서 통근 열차를 겨냥한 폭탄 테러가 터져 각각 191명과 200여명이 사망했다. 아프간 공습 초기 주춤하던 탈레반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08년에는 탈레반 무장 반군의 역습이 극에 달해 미군 등 연합군 20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대테러전이 명분을 잃었다.’는 국제적 비판 역시 미국으로서는 부담이었다. 미군이 9·11 이후 테러 용의자를 수용해온 관타나모 수용소는 ‘인권의 무덤’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특히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의 기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인권 수호자’로서의 미국 이미지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미국이 테러 용의자에게 소변을 자신의 몸에 싸도록 강요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프간에서 미군 무인 공격기의 폭격 등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간 것도 부담이었다. 또 올해 재스민혁명 이후 아랍 지역의 반정부 시위가 불붙으면서 이 지역 친미 정권이 물러나거나 위기를 맞은 것도 미국에는 큰 고민거리였다. 특히 테러 조직의 거점인 예멘에서 정정 불안이 이어지자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대대적인 역공을 위한 기지개를 펴 왔다. 올해부터 아프간 전력을 철군시키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빈라덴 사살 소식은 미국의 위기상황에서 들려왔고 이 때문에 미 대륙은 더욱 들뜰 수밖에 없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야권통합 내민 孫, 유시민도 안을까

    4·27 재·보선의 승리로 사실상 ‘대표 2기’ 체제를 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통합’과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손 대표는 2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가야 할 길은 혁신과 통합”이라면서 “민주개혁 진영을 하나로 합치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갖고 통합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야권 단일화)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 재·보선 결과의 귀중한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재·보선에서 야권 연대 및 후보 단일화가 승리의 발판이 됐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판’을 키우겠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현재 여론 추이와 야권 상황이 손 대표의 의지를 뒷받침한다. 재·보선 이후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범여권 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MB 연대에 대한 공감도는 40.2%(17대 대선)→ 57.2%(18대 대선)로 급증했다.(한국리서치) 때마침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수의 당원이 진로를 결정하면 평소 내 생각(선 진보대통합·후 민주당 연대)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최대 계파인 진보개혁 모임은 지난 1일 대전에서 워크숍을 열고 대통합론을 논의했고, 손 대표의 의원단 특보 모임은 3일 회동해 야권 통합 진로를 모색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야권 재편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심중에는 유 대표가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단순 의석으로 관계를 맺기엔 참여당의 비중이 적지 않다. 유 대표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과 이미지가 손 대표의 2%를 메우는 필수재라서다. 그러나 중도층 장악이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보면 손 대표로선 급할 게 없다. 대선 정국이 다가올수록 중도층 지지가 높은 세력 쪽으로 기우는 것이 정설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유 대표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면서 민주당과의 지분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고, 손 대표는 야권 통합의 명분을 강조하면서 통합의 균형추가 민주당으로 기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국민에 대한 약속 지켰다”… 美전역 휴일밤 ‘승리의 환호’

    “국민에 대한 약속 지켰다”… 美전역 휴일밤 ‘승리의 환호’

    일요일 밤 잠자리에 들려던 미국 국민들은 뜻밖의 엄청난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 10년간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잡지 못했던 오사마 빈라덴을 미군이 사살했다는 소식이었다. TV에서 접한 뉴스 속보를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실어나르면서 순식간에 미국 전역이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동부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심야에 워싱턴 시민들은 백악관으로 몰려가 ‘USA’를 연호하고 미국 국가를 목청껏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삽시간에 백악관 뒤편 라 파예트 광장은 시민들로 가득 찼고 시내 곳곳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시민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9·11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제로’에도 시민들이 몰려 환호했다. 9·11 테러 당시 구출작업에 참여했다는 케네스 스페치는 CNN 인터뷰에서 “오늘 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미 국방부를 겨냥해 날아간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사망한 승무원의 여동생인 데브라 벌링게임은 “빈라덴이 미군 병사에 의해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스릴을 느꼈다.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은 빈라덴을 사살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9·11테러를 당하고 알카에다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빈라덴의 사망은 미국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이번 임무를 위해 목숨을 내건 미군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 미국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정의는 실현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9·11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족은 물론 평화와 자유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밤 CNN 등의 일부 기자는 집에서 자다가 불려나온 듯 급히 갖춰 입은 옷에 다소 멍한 표정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서는 한 출연자가 손을 번쩍 들면서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으며, 진행자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방송되는 아랍권의 알자지라 방송도 미국 언론과 큰 차이 없이 빈라덴 사망소식과 시민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또 빈라덴 사망 이후 아랍권 정세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인터뷰 형식으로 방송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표 직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빈라덴 사망 소식을 통보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도 의회 지도부에 이번 작전을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빈라덴 사살로 인한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에 대비해 재외공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자국민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하늘에서 ‘돈 비’가 주르르…中 대로변 ‘아수라장’

    하늘에서 ‘돈 비’가 내린다?! 중국의 한 부동산개발업자가 현금을 이용한 독특한 홍보에 나섰다. 이로 인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한 에피소드가 언론에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일간지 양즈완바오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저장성 전강시의 대로변에 난데없는 미녀들이 등장해 하늘에서 진짜 지폐를 뿌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행사는 전강시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부동산개발업자가 고안한 것으로, 중국의 대표 명절인 노동절을 맞아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에게 자사를 홍보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홍보행사를 주최한 업체는 아찔한 의상을 입은 미녀 3명을 고용한 뒤, 이들을 열기구에 태우거나 건물 높은 곳으로 올려보내 돈을 뿌리게 했다. 이들이 홍보에 사용한 현금은 총 1만 위안(약 164만원). 고용된 미녀들은 20m 상공에서 5위안(약 820원), 10위안(약 1650)원)짜리 지폐를 뿌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폐를 주우려 난장판을 이뤘다. 갑작스럽게 몰린 사람들로 일대 교통이 마비됐을 정도.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자 업체 측은 액수를 올려 50위안, 100위안 지폐를 뿌렸고, 어느새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로변을 차지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줍는데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인은 사람들에 치여 틀니가 빠지고, 아이들은 부모와 손을 놓쳐 잠시 미아가 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여기저기서는 주운 지폐가 서로 자신의 것이라며 우기는 사람들의 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 청년과 중년 여성은 100위안 지폐를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 지폐가 반으로 찢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홍보를 주최한 부동산개발업체 측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회사를 알리려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 행사로 상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4·27 재보선 후폭풍] 힘받은 이회창 “보수 뭉치자”

    야권연대가 4·27 재·보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보수대연합론을 또다시 제기했다. 이 대표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건전한 정권을 다음에 세우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세력들이 공조하고 뭉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 “진보는 진보대로, 순수한 국가 미래를 위해 연대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하는 것이라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여야를 떠나 진보나 보수, 이러한 이념적 입장에서 크게 연대나 공조를 이뤄가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세력이 약속을 짓밟고, 법치를 무시하고, 신뢰를 떨어뜨리면 보수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경고하는 등 ‘건전한 보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는 정당과 정파, 시민단체도 연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보수의 참패로 끝난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에도 보수대연합론을 꺼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계개편의 촉매제가 될지 주목됐으나, 생산적인 논의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국립 서울대병원이 환자정보유출 도마

    서울대병원의 환자 개인정보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 관련 의료정보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새나간 것이다. 환자의 X선 사진을 보호자 동의도 없이 유출해 현행법을 어겼음에도 병원 측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설령 유출자를 밝혀내도 관행상 내부적으로 처리할 공산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29일 “전직 대통령의 개인 의료정보가 새나간 것은 맞다. 현재 유출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인도 아닌 전직 대통령의 개인 의료정보가 유출된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 18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입원했을 때부터 줄곧 “병원 측은 환자 상태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병원 측은 “환자와 보호자 동의 없이 개인 의료정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면서 “환자 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치료 상황, 환자 상태 등 어떤 점도 밝힐 수 없다.”고 말해 왔다.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 소속 의료진이 수시로 노 전 대통령 관련 정보를 흘려 혼선을 자초하더니 급기야 전직 대통령의 흉부 X선 영상까지 언론에 유출해 병원의 환자 정보 관리에 치명적인 허점을 노출한 것이다. 시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국가 기간병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서울대병원 일부 의료진의 자기중심적이고 안일한 행태를 보여 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동화같은 잔치’에 런던이 들썩인다

    ‘동화같은 잔치’에 런던이 들썩인다

    영국 왕실의 ‘30년 만의 혼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 사회는 물론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휴가를 낸 영국인들은 세기의 축제를 직접 목도하려고 결혼식장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 근처로 일찌감치 몰려들어 진을 치기 시작했다. 장삼이사부터 총리까지 모두 축제 무드에 흠뻑 빠져든 가운데 영국 경찰만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겠다.”며 위협하는 시위세력 탓에 골머리를 앓는다. ●시내 전망좋은 곳 자리 쟁탈전 치열 결혼식을 이틀 앞둔 27일 런던 시내 곳곳에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일제히 걸렸고 시민들이 쇼핑가인 리젠트 스트리트 등 도심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부활절 연휴(지난 22~25일)와 공휴일로 지정된 혼례일(29일) 사이에 휴가를 채워넣어 연휴를 만끽하며 축제를 즐길 채비를 했다. 결혼식 당일에는 전국 5500여곳의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거리축제가 벌어진다. 오후 11시까지로 제한된 펍(술집)의 주류 판매시간은 2시간 연장한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커플의 도심 퍼레이드 장면을 또렷하게 지켜볼 수 있는 목 좋은 지역에서는 ‘자리 쟁탈전’까지 불붙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 텐트를 치고 야영 중인 존 라우리(56)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5일 밤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이벤트를 지켜볼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일주일쯤 고생하는 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웨스트민스터 성당 안에서는 행사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 작업으로 분주했다. 진행을 맡는 군 요원들은 결혼식에 쓰일 음악과 왕자 커플의 이동경로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주인공인 미들턴도 이틀 뒤 자신의 ‘신데렐라 스토리 1막’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윌리엄 왕자와 함께 치밀하게 리허설을 했다. 세계 20억명에게 결혼식 장면을 중계할 방송매체 등 취재진도 속속 웨스트민스터 성당으로 몰려드는 등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英경찰 시위세력 차단에 고심 윌리엄 왕자와 평소 친분을 과시해 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네 아이의 아버지로서 새신랑에게 ‘훈수’를 두며 흥을 돋우었다. 캐머런은 윌리엄 왕자가 결혼식을 앞두고 조언을 구해오자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모인 캐럴 미들턴과 절대 말다툼을 벌이지 말라.”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한편 결혼식 경비를 맡은 런던 경찰 측은 “왕실 결혼을 방해하려는 사람에게는 누구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또 최근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참가자 등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관리되고 있는 트러블메이커 60명에 대해 결혼식 당일 런던 중심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결혼식 경비 총책임자인 크리스틴 존스는 “아직 결혼식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위협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슬람 강경세력과 입헌군주제 폐지 단체 등이 웨스트민스터 성당 인근에서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기초단체장·기초의원도 뽑아요

    “우리도 선거해요.” 26일 오후 1시.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 구청장을 다시 뽑는 서울 중구에서는 시민 28명으로 구성된 방문홍보단이 신당동 아파트 단지 사이를 돌며 투표 참여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마다 투표 시간과 기표 장소를 알리는 홍보물을 붙이고, 사람이 많은 시장통에서 구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강원도지사 등 이른바 ‘빅3’에 재·보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마이너리그’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치 불신이 선거 불참으로 연결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 선거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보선에는 서울 중구, 울산 중구 및 동구, 강원 양양군, 충남 태안군, 전남 화순군 등 전국 6곳에서 치러지는 기초단체장 선거와 5곳의 광역의원, 23곳의 기초의원 선거가 포함돼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단체장 선거 투표율이 낮다고 유권자만 탓할 수는 없다.”면서 “이들이 풀뿌리 선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 여태까지의 행정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기초단체장들이 실질적으로 유권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투표율이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직장인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2시간 유급휴가 주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시민단체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 정영훈 변호사는 “투표 시간 보장을 법적으로 규정한다면 빅매치든, 마이너리그든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율이 자연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황금으로 치장한 ‘황금버스’ 中서 등장

    중국에서 실제 황금으로 치장한 ‘황금버스’가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난징시 석간지인 양즈완바오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난징로를 달리는 이 버스는 창문틀과 광고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100% 금으로 만든 금박으로 장식해 행인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이 버스는 현지에서 매우 유명한 금은액세서리 회사가 버스의 금장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뒤 자사 광고판을 보게 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의도’대로 길을 지나는 수 많은 사람들이 ‘황금버스’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고, 심지어 길을 가던 도로위의 자동차와 자전거들도 버스를 보자마자 넋을 잃은 탓에 교통이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이 같은 독특한 마케팅 방식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시민은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그 회사의 광고와 전화번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며 광고효과를 인정했지만, 대부분은 “사고의 위험을 지나치게 높인다.”며 반발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황금버스를 보고 가다가 다른 사람과 심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당할 뻔했다. 도로위에서 지나치게 시선을 뺏는 광고는 삼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도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황금버스에 빛이 반사돼 앞을 볼 수 없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 너무 과장된 광고수법”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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