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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만5세 K학년 도입 정교하게 준비하라

    만 5세 아동도 사실상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는 ‘K(kindergarten·유치원)학년제’(초등학교 유아 학년제) 가 내년 3월 시행된다. 지난 1997년 법에 따라 만 5세 무상교육과 보육이 명문화된 지 15년 만이다. 의무교육이 9년에서 10년으로 길어지면 유아교육의 상향 평준화가 기대된다. 실제로 영유아기의 발달 정도는 개인의 전 생애 학습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유아기 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 체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생애 초기 교육 격차가 누적적 격차로 연결되기 때문에도 유아교육은 중요하다. 만 5세 아동은 내년 3월부터 국가가 정한 ‘만 5세 공통과정’을 배우게 된다. 자기관리·창의성·대인관계·문제해결·의사소통·시민의식·문화이해 등 7가지 기본소양과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내용을 배운다. 공통과정은 오는 7월까지 마련된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고소득층이 아니라 도서벽지와 취약계층 유아에게 혜택이 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벌써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재정 문제다. 2016년까지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담이 매년 1조원 안팎 늘어나 초·중·고교 교육예산의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해소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과잉복지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선심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경제적 취약계층에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유치원)와 보건복지부(어린이집)의 조정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K학년제의 정책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는 것이 현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학년제는 남은 기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준비했다고 하지만 통상 교육과정 세부내용을 마련하는 데는 2년 안팎 걸리기 때문에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후속 작업만이라도 충분한 논의를 기대한다. 내년 4월 총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지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란 지적도 해소해 가면서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교육 논리로 풀어가길 기대한다.
  • [포토다큐 줌인] 서울의 지하세계 사람들

    [포토다큐 줌인] 서울의 지하세계 사람들

    “사람이 밥먹고 배설을 못하면 병에 걸리지 않습니까? 서울시민들이 병들지 않도록 하수암거(下水暗渠) 보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지하 지장물을 보수하는 ESP 건설 김서영(40) 차장의 말이다. 김 차장은 “현장에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을 해도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할 때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작은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맨홀로 그와 함께 내려갔다. 시큼한 냄새와 악취가 코끝을 자극한다. 과거 국과수에서 부검 취재를 할 때 맡아 본 냄새와 비슷하다. 오래되어 부식된 콘크리트를 분쇄하는 중장비의 굉음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맨홀서 악취 맡으며 하수암거 보수작업 총길이 1만 300㎞에 달하는 하수암거는 서울의 오폐수를 흘려보낼 뿐 아니라 큰비가 올 때 홍수를 막아 주는 중요한 시설물이다. 지하 공동구와 전력구 및 관로 등에는 15만 4000V의 지중 고압선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길이가 2만 1574㎞에 달해 서울에서 부산을 26회 왕복하고도 남는다. 지상으로 전선을 빼면 건설비용이 20분의1로 줄어들지만 시민들의 안전과 미관 등을 고려해 지중 시설을 계속 늘리고 있다. ●시민안전 고려한 2만1천㎞ 거미줄 지중 고압선 30년 동안 서울의 지중전력설비만을 담당해 온 한전 남서울 본부 허석주 실장. 그는 “88올림픽, G20 서울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가 행사 때 한건의 정전 없이 완벽하게 전력을 공급했다.”고 어깨를 펴며 말했다. 그는 “화재로 손상된 설비를 여러 날 집에 못 가고 복구를 끝냈을 때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느꼈다.”며 지하 수십m 아래 암흑속에서 인공조명 아래 고된 업무를 수행했던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회상한다. 서울의 지하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설은 지하철이다. 1974년 8월 15일 서울역~청량리 구간 7.8㎞가 개통된 1호선을 시작으로 서울의 지하 개발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발전을 거듭한 서울의 지하철은 현재 315.4㎞ 구간에서 하루에 650만명을 수송해 서울 대중교통의 주역이 됐다. 지하철 역 주변에는 아시아 최대의 쇼핑몰인 코엑스 몰을 비롯한 다양한 상가와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시민들에게 비바람이나 혹한, 혹서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신만철 도시철도팀장은 “지하철은 처음 개통됐을 때는 관광명소였고 지금은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 되었다.”며 “지하철에서는 시민들이 에티켓을 지켜 줬으면 좋겠다. 빨리 타려다 발생하는 사고는 3분만 기다리면 막을 수 있다.”고 시민의식을 부탁했다. 현재 학동과 삼성동 주변 지하 40m 아래에서는 대형 중장비들이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서울의 마지막 지하철 구간이 될 9호선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의 지하공간은 소중한 미래의 공적자원이다. 지하공간을 개발하면 지상공간을 녹지 등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지상의 교통난을 덜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지하철, 315㎞ 구간서 하루 650만명 수송 서울시는 지하 공간 네트워크 활성화, 동부간선도로의 지하화, 서울 시설물 DB 구축 등 지하 공간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어려움도 따른다. 공사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공사하면 고치기 힘든 단점이 있다. 최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계획과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통해 개발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시민들의 일상이 되어 버린 서울의 지하 생활. 오늘날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한 서울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 이면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지하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이 순간에도 ‘땅속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들의 노고에 갈채를 보낸다. 글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야마가타·아키타 현이 있는 일본 도호쿠지방은 한의 땅이다. 긴 세월 결혼도 차별받았다. 인구 과소화·고령화가 심하다. 부품·소재 산업이 강하고 도요타자동차 공장도 들어섰지만 여전히 낙후지역이다. 도호쿠를 궤멸시킨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 4주가 지나며 방송들은 재난방송체제를 끝냈다. 각료들은 4월 들어 방재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었다. 외국에 일본이 불안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니 일본스럽다. 실체는 감추기 어렵다. 8일 현재 2300개 대피소에 16만여명이 피난 중이다. 피난민들은 “절망적인데 다른 사회는 사회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해 준 게 없다.”며 소외감을 드러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공포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원전 반경 20㎞ 내 지역의 출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다수는 고향을 잃을 수 있다. 피난민들에게 현실은 잔혹하다. 이재민들은 빠르게 지쳐간다. 가설주택은 시급한 수요의 8%에 그칠 정도로 심각하다. 이와테 현 리쿠젠다카다 시의 첫 가설주택 경쟁률은 53대1이었다. 다음 주에나 입주할 수 있다. 수도권 사람들의 방사능 공포도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방사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격감하자 한 유력 신문은 ‘해외언론의 과잉보도 때문’이라고 억지다. 낯선 제한송전은 시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사재기 자제 공익광고는 계속 중이다. 선진국으로서의 국격이 말이 아니다. 관계자들은 도호쿠를 스마트시티·콤팩트시티 등으로 재건하겠다고 장담한다. 제2 열도 개조론까지 나오지만 다수의 피난민들은 “우리 삶은 3월 11일에 멈춰 있다.”며 억제했던 불안·불만을 터뜨린다. 마음의 상처는 세대·계층을 초월한다. 학교·친구를 잃은 동심은 상처가 크다. 자식 잃은 노인은 암담함에 넋을 잃었다. 불안이 극에 달한 임신부들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피난갔다. 공무원들은 구호물자를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떤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원전 주변 농민들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정부 권고로 제철인 벼농사를 시작도 못했다. 인근 지역도 쓰나미로 바닷물이 2만㏊의 논을 삼켜 1~2년 이상 염해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어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터전을 잃게 됐다며 불만이다. 침묵하던 농민·어민·상인들까지 정부에 불만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도호쿠 재창조 계획에 쓴웃음을 짓는다. 일본정부의 대응은 세계를 아연실색케 한다. 방사능 유출 상세정보는 감춘다. 방사능 오염수를 슬쩍 바다에 방류해 버린다. 위기관리 능력은 한심하다. 세계 각국에 미운 오리새끼 신세다. 강대국 미국과는 사전 협의하고, 인접국 한국은 무시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입으로만 사죄한다. 피해 복구보다 방사능 정보 단속에 급급하다. 은폐 체질에 세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고생하는 일본 국민은 응원하지만 재난 초기의 세계적인 호평은 약해졌다. 일본 국민의 시민의식은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정부는 철면피다. 미증유의 재앙에 지도자들은 허둥대면서 매뉴얼에만 매달렸다. 창의성을 발휘해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심받는다. 그러면서도 국수주의적 정치외교 전략은 치밀하다. 어이없게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다. 1923년의 대재앙 간토대지진 이후와 같은 우경화 폭주 우려도 나온다. 우리가 호의를 베풀어도 무시했다. 진보세력·언론도 국익 앞에선 침묵한다. 심각하다. 일본은 원래 이런 나라다. 이런 이웃을 둔 한국인은 짜증난다. 오만한 일본정부에는 집요한 한국을 보여주자. 정부도, 국민도 일관된 자세가 절실하다. 흥분했다가 식어버리는 대한민국식 대응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국력이 강하지 못해 일본이 무시하는 것은 싫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굴욕적이기도 하다. 원천기술을 일본에 의존하는 게 많다. 기술독립이 시급하다. 1997·2008년 경제위기 때마다 손을 벌렸다. 무시당했다고 열 받지 말자. 흥분할 시간에 실력을 키우자. taein@seoul.co.kr
  • [사설] 막말·도둑질… 저질 지방의원 솎아내자

    자치단체 의원들의 저질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소속 김연선(56·여) 서울시 의원이 엊그제 도심 대로에서 주민센터 동장에게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폭언을 퍼부어 논란을 낳고 있다. “너 같은 건 (경찰)조사받고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는 막말 현장을 시민들이 목격했음에도 김 의원은 “폭언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그런가 하면 용인시 의회 민주당 여성 의원은 며칠 전 매장에서 스카프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김윤철 민주당 전주시 의원의 ‘가미카제 만세’ 망언,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던 이숙정 성남시 의원의 주민센터 여직원에 대한 행패 등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추태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지방의원들의 잇단 비행에 지금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방자치 20년, 이제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도 됐건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물의를 빚은 당사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어떻게든 위기만 모면하면 또다시 버젓이 행세하는 퇴행적 정치행태는 이제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당은 일탈을 일삼는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관이 아니다. 다행히 민주당은 어제 긴급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들 의원에 대해 중징계를 시사하는 등 나름의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소속 정당인 민노당도 버린 ‘행패 시의원’을 살려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비(前非)에 비하면 사뭇 진전된 모습이다. 시의원들의 행태에 관한 한 유독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민주당은 이들의 파행이 정파의 이해에 따라 함량 미달 후보를 공천한 후과 아니냐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 또한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선거임에도 참된 지역일꾼을 뽑기보다는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에 휘둘리지 않았나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요컨대 시의원도 유권자도 자신이 뭐하는 사람인가를 늘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치라는 이름의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
  • 눈부신 도시의 밤… 국민 건강 위협

    눈부신 도시의 밤… 국민 건강 위협

    도시의 밤은 건물조명과 전광판 등 각종 광고 불빛으로 낮처럼 환하다. 불빛은 어둠을 밝히고 운치 있는 야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빛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면 방해나 교통사고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빛 공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다. 2009년 의원입법으로 법률 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홍보를 펼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빛공해로 인한 피해사례와 관련 대책 등을 알아봤다. ●전광판 87% 국제 기준치 훨씬 넘어 직장인 조영란(여·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씨.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야근이 잦고 퇴근시간도 자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다. 늦은 밤 귀가해서 씻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집앞 건물조명과 가로등 불빛이 너무 밝아 얼마 전 커튼을 두꺼운 천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두꺼운 천 덕분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불빛은 차단했지만 아침이 돼도 날이 밝았는지 알 수 없어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장동근(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씨. 얼마 전 지방출장을 마치고 밤에 서울로 올라가던 중 갑자기 상향등을 켜고 운행하는 차량 불빛에 사고를 당했다. 인터체인지 진입로를 앞두고 불빛으로 시야 확보가 안 돼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그는 “전에도 퇴근길에 서울 낙성대 부근에서 반대 차선 차량 불빛으로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야간 운전 때 차량 불빛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빛 공해’로 인한 피해사례와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부가 대도시 지역의 상가, 대형 쇼핑몰, 해수욕장, 자연경관지역을 대상으로 빛 공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건축물 조명은 70%가 국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광판의 경우 87%가 국제 기준치를 훨씬 넘었고, 자연경관 지역인 목포 유달산과 고하도의 경우 국제기준보다 최대 80배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지역의 기준 초과율도 62%에 달해 거주자는 물론 보행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농촌지역 역시 도로변 가로등이나 주변 건축물 불빛으로 농산물이나 과일의 수확량이 줄었다며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조례 제재조항 없어 집행력 약화 외국의 경우 25칸델라(광도의 단위) 수준으로 건축물을 짓고 영국은 이를 위반하면 최대 1억원 정도의 벌금을 매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률도 마련되지 않아 벌칙사항을 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서울시가 ‘빛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관리 조례’ 시행규칙을 마련한 정도다. 이마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조례이기 때문에 제재조항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고유가로 전력부족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 야간에 강제 소등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률에 근거한 조치는 아니다. 따라서 전력사정이 좋아지면 또다시 화려한 불빛을 내뿜을 태세다. 대형건물의 야간 강제 소등 실시 전 서울의 동대문 쇼핑타운은 서울의 대표적인 빛 공해 사례지역으로 꼽혔다. 이곳의 불빛은 국제기준치 10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가로등 역시 불필요하게 높게 설치돼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가로등 절반만 고효율 등기구로 교체하면 연간 45억원의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과 비교할 때 가로등이나 일반 도로에서 허공으로 퍼지는 산란빛과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는 빛이 너무 많다.”면서 “일반 도로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알맞은 빛은 22.5룩스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빛 공해를 막기 위해 건물과 광고물의 표면휘도 상한값 설정, 상향광속 사용금지, 광원 발산광속 제한 등 가이드라인을 법규나 조례화해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부터 애리조나주를 시작으로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빛 공해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1994년부터 빛 공해와 관련 모니터링을 시작, 빛 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자체별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민 23% “야간 조명 피해 입어” 지난해 환경부가 서울과 부산 등 6개 도시에 사는 3000명을 대상으로 ‘빛 공해 시민의식’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과도한 인공조명 관리를 위한 법률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매우 필요하다’와 ‘필요하다’고 응답한 시민이 각각 357명(11.9%), 1590명(53%)으로 전체 응답자 64.9%가 법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한 22.6%인 678명이 야간 인공조명으로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너무 밝아 눈이 부시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44.6%에 달했다. 규제가 필요한 인공조명으로는 ‘모텔 등의 건축물 치장을 위한 조명’이 4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간판·전광판 등 상가 광고물 조명(33.2%), 가로등·보안등(21.9%) 순이었다. 김회서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인공조명이 도시 건축물의 미관과 품위를 나타내는 척도로 잘못 인식돼 가고 있다.”면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명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빛 공해 예방을 위해서는 규제를 할 수 있는 법률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한국 청소년 ‘더불어 살기’ 세계 꼴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다양한 이웃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09년 국제교육협의회(IEA)가 전 세계 중학교 2학년생 14만 600여명을 설문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ICCS) 자료를 토대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한국이 0.31점(1점 만점)으로 35위에 그쳤다고 27일 밝혔다. 한국 청소년은 지역사회 단체와 학내 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한 실적의 비중이 높은 ‘관계 지향성’과 ‘사회적 협력’ 부문의 점수가 모두 36개국 중 최하위(0점)였다. 반면 갈등의 민주적 해결 절차와 관련한 지식을 중시한 ‘갈등 관리’ 영역에서만은 덴마크(1점)에 이어 0.94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가 가장 뛰어난 곳은 태국(0.69점)이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한국 청소년 더불어 사는 능력 키워라

    중등교육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시에 나만이 아닌 다른 이들을 되돌아보는 삶의 태도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진학에만 몰입하는 사교육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고교 청소년생들에게 배려, 양보, 협동, 타협 등과 같은 공동체 의식은 결여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의 사회역량지표는 세계 36개국 중 35위에 그쳤다. 세부 항목인 사회적 협력과 관계지향성에서는 꼴찌를 차지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연구 결과는 2009년 국제교육협의회(IEA)가 세계 36개국의 중학교 2학년 14만 600여명에게 설문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를 근거로 삼았다. 문화·사회·경제적으로 이질적인 상대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능력인 사회역량지표의 상위권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아일랜드, 영국 등이 포함됐다. 우리 청소년들은 갈등의 해결을 위한 지식을 중시하는 갈등관리에서는 덴마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식 개발에 함몰된 바람에 다양한 이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나아가 모든 게 ‘나’에게 맞춰진 탓에 정부와 학교에 대한 불신도 컸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평균 62%의 3분의1인 20%, 학교는 평균의 절반을 약간 웃돈 45%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의 부족한 공동체 의식을 더 이상 묵인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청소년만을 탓할 수 없다.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과 교육 풍토의 피해자다. 뛰어난 친구들을 칭찬하고 인정하기보다 경쟁 상대로 여기는 상황에서 더불어 사는 의식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결국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정부는 학벌의 병폐를 깨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능력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되 학력에 의한 차별은 금지해야 한다. 학교는 성적 줄세우기보다는 전인교육에 비중을 두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외향적 출세보다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축은 사회적 비용과 맞물려 있는 만큼 우리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한다.
  •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세계 경제대국 일본이 대재앙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역사상 네 번째로 강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망·실종자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붕괴로 인한 방사능 공포까지 겹치며 혼란과 두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저치인 76.25엔까지 떨어졌다.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피해 복구도 막막하기만 하다. 복구비용이 최소 1800억 달러(약 203조원)에서 많게는 일본 국민총생산(GDP)의 5%인 2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복구기간도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보다 길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비롯해 일본 전체 국민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눈물을 머금은 채 “모든 것을 잃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 고통의 크기를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 희망은 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꽃은 절망 속에서 더욱 굳세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일본인의 시민의식이 절망스럽지만 희망을 품게 하는 이유다. 재난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약탈, 폭동이 없었다. 구호품도 질서를 지켜 받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했다. 차가 다니지 않아도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질서의식은 당연한 듯 보였다. 세계는 “인류정신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의 선진의식을 극찬했다. 대재앙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각국이 보내는 도움의 손길도 일본에 희망을 더한다. 전 세계 12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일본에 성금과 구호물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특히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는 107명의 구조대를 미야기현 피해지역에 급파,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며 활발한 구조 활동을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의 주역들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성금을 전달하는 사랑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어둠을 몰아내듯 전 세계가 하나라는 글로벌 의식이 절망에 빠진 일본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보여준 선진국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은 그들이 본받을 만하다. 외채를 갚기 위해 350만명의 국민이 내놓은 결혼반지, 아기 돌반지를 모으니 금이 무려 227t에 달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벌은 협동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영국의 철학자 E 허버트는 말했다. 일본이 하나가 되고,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온 힘을 모은다면 이보다 더 험난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홀로 떨어져 외롭게 살지 않고,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을 비비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본처럼 재난에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학습을 통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열기 코드를 뽑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지진 시 가스시설 파괴 등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관리실태 점검과 국가재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및 행동 매뉴얼 개발로 재난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 “입학사정관제 정착… 대학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입학사정관제 정착… 대학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학생 선발과 입학도 분명히 대학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이지만, 대학의 가장 근본적인 임무는 바로 학생을 어떻게 제대로 가르치느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선임된 김영길(71) 한동대 총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의 발언에서는 ‘지향점이 분명한 교육’이라는 철학이 읽혔다. 그는 “대교협 총장으로서 입학사정관제의 정착을 통해 학생 선발과 대학 교육 간의 연계를 강화해 인격과 창의성을 가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는 16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기독교 정신에 기반을 둔 도덕성 교육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주목받는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1995년 한동대 초대 총장으로 임명돼 16년째 이 학교를 이끌어 온 김 총장을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칠순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은 90여분간의 인터뷰 내내 쉬지 않고 “국내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에 이어 지난 8일 제17대 대교협 회장에 당선돼 이날 서울신문과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현재 한국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분야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연구중심대학(대학원)도 상위권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은 최하위다. 이게 뭔가. 21세기형 인재의 중요한 자질은 창의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들은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마인드에 빠져 지식 암기에만 골몰한다. 소위 명문대학들도 상위 1%를 뽑아 4년 뒤 그대로 상위 1%로 졸업시킨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한 학생의 능력가치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대학이나 기업은 도무지 따지질 않는다. 능력 50% 학생을 뽑아 10%로 만드는 게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 →총장 취임 후 줄곧 학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대학의 본 기능은 연구가 아니고 교육이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 연구가 필요한 것 아닌가. 국내 202개 대학의 학생 95%가 학부에 다닌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은 대학원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교수들도 학생들 가르치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 역사만 300년이 넘은 미국도 최근 들어 다시 학부교육을 강조하는 추세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양산 인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비판과 분석, 문제해결 능력까지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툴을 만들어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 검증한다.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부터 한 나라를 지도하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도 대학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대학에서는 학부만 나와서 세계적인 기업, 대학원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3~4학년만 되면 스펙에 목을 매고, 영어 점수 얻어서 취직만 하려 한다. 창의성 없는 인재는 모방은 할 수 있어도 영원히 1등은 못한다. 인력교육이 아니라 인간교육이 중요하다. →대학에서도 학생의 인성, 도덕성을 주로 강조해 왔는데. -하버드대 총장도 지난번 100주년 기념사에서 대학의 윤리, 정직성, 책임성을 강조했다. 뜬금없이 요즘 시대에 왜 도덕인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지난번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 하버드 MBA 출신들이 거액의 보너스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거다. 미국 최고 대학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우리 대학생도 당장 졸업하면 대기업 가서 얼마나 많은 월급을 받는가에만 골몰한다. 다들 혼자 잘먹고, 잘사는 데만 빠져 있다. 도덕성을 초·중·고교에서만 가르치면 안 되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동대의 모토가 바로 ‘배워서 남 주자’이다. 대학의 전문지식 교육은 이미 충분하다. 남과 더불어 사는 삶, 글로벌 시민의식을 교육하자는 게 나의 또 다른 목표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노무현 정부 말에 시작된 제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입학사정관제가 중요하다. 점수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잠재력을 보고 뽑자는 거다. 잘만 되면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사교육도 없앨 수 있다. 그런데 대학들이 뽑기만 하고 제대로 가르치질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사정관제를 시도했다. 학부교육이 먼저 정착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려면 학부 교육이 먼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대학들이 선발에서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와 가르치는 데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학과 동시에 대학 교육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도 입학사정관제 정착이다. →대학에서 직접 입학사정관제를 운용해 본 소감은. -지금까지의 입시는 사람을 불신했다. 선발의 공정성만 따지다 보니 컴퓨터로 0.1점을 갈라 학생을 뽑았다. 이제는 사람이 학생을 뽑는 시대다. 면접은 주관성이 개입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컴퓨터로 검증할 수 없는 잠재력과 창의성을 뽑아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족집게 과외로 훈련한 학생이 시험 점수는 더 높을 수 있어도, 실제 대학 교육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한동대는 이미 전체 학생의 80%를 사정관들이 뽑는다. 면접에서는 가장 먼저 ‘졸업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세계로 나가 경쟁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검증하는 거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학문에 대한 동기와 열정이다. 왜 이 과목을 배우느냐, 또 거기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사 돼서 돈 많이 벌고, 잘사는 사람은 우리 대학에서는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재능과 학습능력을 확인한다. 컴퓨터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내년부터 대교협 차원에서 대학 평가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국내 일간지나 영국의 더타임스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실 대학원이지 학부 평가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교수들도 논문 점수 한점 높이려고 바쁘고, 대학도 평가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결국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사과와 오렌지는 같은 과일이면서도 속은 전혀 다르듯 대학원과 대학 두 과정은 당연히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의 대학 평가는 양적 평가, 연구성과, 인풋(in-put) 위주의 평가에서 교육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가, 졸업 후 학생이 얼마나 달라졌나와 같은 부가가치 창출 능력과 아웃풋(out-put) 위주로 가야 한다. →대학교육의 특성화와 다양화를 강조했는데 상세히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자기 재능을 모른다. 아직도 이과에서 1등 하면 의대 가고, 문과에서 1등 하면 사법시험 본다. 수백, 수천 가지 직업이 있는데도 똑똑한 학생은 두 군데만 바라본다. 이공계 살리자고 장학금 줬더니 나중에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다 간다. 앞으로는 장학금도 상위 1% 학생에게 줄 게 아니라 소위 중간층 몸통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한동대는 무전공·무학과로 입학해 2학년 때 자기 맘대로 학과를 고른다. 복수전공을 필수로 해 학문 간 융합도 강조한다. 대학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동대 초대 총장 취임 후 16년이 흘렀다. 소회는. -우리 학교에만 매년 62개 나라에서 학생들이 온다. 졸업하면 대기업에도 많이 가고, 창업교육 수업을 통해 직접 회사도 차리고, 재학 중에 봉사활동을 필수로 시켜 월드비전 같은 비정부기구(NGO)에도 많이 나간다. 다양한 학생이 들어오니 취업도 다양하게 한다. 지방이라고 불리할 거라 생각하지만 역으로 한동대가 지방이라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학교 가는 길에는 산과 논뿐이다. 서울 유명 대학들처럼 주변에 술집, 노래방이 하나도 없다. 진짜 공부밖에 할 게 없다. 세계적인 대학 치고 수도 한복판에 있는 거 봤나. 지역주의도 결국 산업화시대 고정관념이다. 과학의 3요소인 시간·경제·물질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사실 거리로만 따지면 포항이 서울보다 미국에서 더 가깝다. →대학생과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대로 가도록 인도만 해주면 된다. 어차피 자기 삶은 스스로 사는 거다. 어느 대학을 가라, 아니면 의대, 법대를 가라고 시키는 건 잘못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부모만큼 대학 전형요강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라가 없다. 그보다는 자녀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잠재력을 가졌는지를 발견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과 지성의 융합이다. 머리에 좌뇌, 우뇌가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우뇌가 중요했다면 다가오는 시대는 좌뇌도 중요하다. 대학에 들어오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것에도 반드시 관심을 둬야 한다. 그리고 혼자 잘사는 것에만 관심 갖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얼마나 나누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해 보길 바란다.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김영길 총장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사범병설중학교,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거쳐 뉴욕 RPI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1979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15년간 재직했고, 1994년부터 현재까지 한동대 총장을 맡고 있다. 포항공대 초대총장인 고(故) 김호길 박사가 6살 위의 형이다.
  •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일본엔 ‘마음으론 울면서 얼굴로는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 나보다 더 큰 불행을 당한 이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 방지 문화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공포 속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의 침착성과 차분함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시꺼먼 파도에 사랑하는 자식을, 부모를, 이웃을, 정든 집을 잃은 그들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항상 신경쓰고 경계하고 대비해 왔건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름답고 평온하던 동북부 해안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숲의 도시로 불리던 센다이는 질퍽질퍽한 개흙과 건물 잔해더미에 덮였다. 처참한 광경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확인된 희생자만 1만명이 넘고 이재민도 40만명 이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다. 리히터 규모 9라는 수치보다 훨씬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흔들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인들 가슴이 미어지지 않겠는가. 화가 안 나고, 분노가 일지 않겠는가. 자연 재앙보다 공포스러운 방사능의 위협에 피난을 떠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를 지켜줘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부, 갈팡질팡하는 총리, 원전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에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방사능 대량 누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말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원폭’으로 끔찍한 아픔을 겪은 그들이기에 더욱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매뉴얼대로, 배운 대로 참고 견디며 행동하고 있다. 주먹밥 한개로 세끼를 때우고 종이박스를 깔고 모포 한장을 덮고 자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4㎞가량 줄을 서며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눈에 띌 만한 새치기도, 사재기도, 소란도, 약탈도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폐허를 헤매는 노부모, 시신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남편이 숨져 있을 부서진 집터에서 조용히 합장하는 여인…. 고통과 슬픔에 의연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최후까지 마이크를 붙잡고 “빨리 도망치세요.”라며 대피방송을 하다 쓰나미에 스러져간 25세의 말단 동사무소 직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원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퇴직 직전의 원전 직원에 대한 사연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 디 이들뿐인가. 일본 방송도, 신문도 유난히 재난에는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다. 1995년 고베대지진 때도 그랬다.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인 NHK의 앵커,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초유의 대재앙 앞에서 평소보다 차분한 어조로 피해 상황과 대피 요령, 피난처 정보, 구조활동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섣부른 추측을 하지 않고 갈등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자극하지도 않았다. 유족들의 통곡 보도도 자제했다. 불필요한 제2, 제3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절망을 희망으로 함께 바꿔야 하는 재난 극복이 우선인 까닭이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이 위기 때마다 결집, 연대하는 공동체 및 시민의식에 경탄만 할 게 아니라 ‘우리는 안전한가.’를 다시 묻고 챙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화(和·조화)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재난대응 시스템의 산물임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닌,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는 교훈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국민의 행동에 대해 ‘인류정신의 진화’라고 평가했지만 그들도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다. hkpark@seoul.co.kr
  •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 동북부 해안의 대지진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었다. 지금 세계는 일본의 재난 상황 및 복구과정을 바라보며 어떻게 상처받은 일본을 도울까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대재앙 속에서도 질서와 책임 있게 행동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공동체를 중시하고, 정부를 신뢰하며 인내를 갖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일본인들의 선진화된 국민의식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국가의 위기 시에 나라를 살리려는 애국심과 절망하는 이웃에 대한 온정이 존재하는 반면, 사회 구성원들 간에 많은 반목이 서려 있고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이기심과 절박감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의식의 현 상황은 아직도 취약한 경제 여건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유래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주된 원인은 전통 사회로부터 현대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가치관의 혼란 때문으로 보인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생하고, 일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통적인 공동체의 기초 위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조화시킨 반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 사상적 차원에서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전통에서 어느 부분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고, 다른 한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는 내 생각과 나의 행동은 절대적 자유를 가지며 다수의 견해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어 그로부터 ‘국민정서법’ ‘떼법’과 같은 민주주의의 왜곡이 나타난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시민 의식 발전에 요구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단은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과 가치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은 법치, 개인의 자유와 책임, 공정한 경쟁, 인권을 포함한다. 법치는 사회 행동 기준으로서의 기존 법질서를 누구나 수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뜻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설명하듯, 나의 자유는 천부인권이지만 타인의 이익과 권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한 경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연·지연·혈연에 기초한 연고주의에서 탈피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형태의 잔인한 경쟁을 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은 사회 구성원 간에 사회·경제적 신분의 차이를 넘어 상대방이 어느 한 개체로서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가 유기적으로 확고하게 정착되어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만이 정의롭고 옳다는 생각에서 한 걸음 멀리할 때, 또 그것이 우리의 바람직한 전통적 가치와 잘 접목될 때,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 성숙하고, 한국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선진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원전 안전신화 과장도 폄하도 옳지 않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기가 고조되면서 나라 안팎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의 안전기준을 갖춘 일본마저 원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확인된 만큼 원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외신은 각국이 현재 건설 중이거나 신설 예정인 200여기의 원전을 정밀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독일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하는 등 원전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반면 전체 전력수요의 20%를 원전으로 해결하는 미국은 원자력을 이용하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원전사고는 우리 원자력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현재 2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최근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며 새로운 원전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내 원전사업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원전 확장정책을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연재해 앞에서 원전 안전신화는 한갓 허망한 꿈에 불과함을 우리는 지켜봤다. 그렇지만 모처럼 맞은 원전 르네상스의 기운이 꺾여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원자력이 가장 경제성 있는 최상의 미래 에너지원임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요 며칠 새 떠도는 ‘일본 방사능 한반도 상륙’ 유언비어가 증권가 메신저와 트위터 등에 나돌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은 첫 유포자는 물론 메시지를 재송신하는 사람도 처벌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루머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보려는 투기세력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금이야말로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다. 유포자가 적발되면 신속하게 당국에 인적사항을 알려 혼란을 막아야 한다. 정부도 원전에 대해 공개할 정보가 있으면 투명하게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원전에 관한 한 안심도 방심도 해선 안 된다. 단 1%의 사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 [사설] 최악의 재난 속에서 빛 발한 日국민 성숙함

    최악의 대지진 참사 속에서 일본 국민의 성숙한 질서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인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일본” “그들의 인내·용기는 대단하고 경이롭다.”고 경탄하고 있다. 지진 나흘째인데도 여진·쓰나미·방사능 누출 등 3중의 재난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생활필수품이 떨어졌다. 물·전기도 부족하다. 그러나 사재기나 새치기, 약탈은 없다. 통곡·울부짖음도 없어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차분하다.”는 평을 듣는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내재 동력일 것이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태풍 등 일상적인 재해를 극복해야 하는 자연환경 때문에 몸에 익었다고는 하지만 재해 때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하는 일본의 문화가 국가적 재앙을 맞아 한층 빛을 내고 있다. 본심이야 어찌됐든 질서 있는 위기 대처 모습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과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겉치레일지는 몰라도 커다란 위기 때마다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표현은 자제하고, 사망자·실종자 통계는 최소 수치로 보도한다. 정부는 원전사고 등에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받지만 차분하게 재난 극복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나라의 국민성과 국격이 드러난다. 지금 일본 국민은 국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소 수많은 훈련이 계속돼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당국의 안내에 따라 흔들림 없이 질서있게 대피를 한다. 정부의 지시에 따르면 정부가 자신을 위해 뭔가 반드시 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원전 추가폭발 등 2차·3차 재난도, 수도권 교통대란과 제한 송전 등도 참아내고 기다린다. 최악의 재난 앞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성숙함에 찬사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다치아가레 닛폰(일어서라 일본).’
  •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 수도에서 초등생들에게 공짜로 밥 먹이는 것이 가장 첨예한 정치의제이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초청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짐을 싸고 있다. 정치의제는 그곳의 문화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교육에서 예술을 생각하고 예술에서 교육을 창조하려는 요코하마 시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마음만 있으면 무상으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파리와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그 나라의 문화력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그나마 몇 안 되는 유학생들에게 짐을 싸게 하는 나라에서 문화대국을 운운하고 있는 것도 서글프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그들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한 나라다. 그래서 유럽이 연합해도 미국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창조적 인재들이 이민 오고 싶은 나라인가. 그 대답은 천만에다. 창조적인 인재들은 거리를 걸을수록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도시, 그리고 관용적인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19세기에는 농장이었던 우리의 무대가 20세기에는 공장으로, 그리고 21세기에는 심장(心場)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마음의 밭’을 경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경쟁력은 상상력이 샘솟는 문화력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 문화력이라는 것은 “아 좋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힘이다. 문화에는 두 차원이 있다. 살아가는 일상의 문화와 축제나 행사와 같은 비일상의 문화가 있다. 축제처럼 비일상의 문화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매료시키는 구심력은 일상의 생활문화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문화란 궁극적으로는 그 고도한 사회적 표명으로서의 생활문화에서 스며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경영의 기본과제는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외부를 향해 작용하는 힘이라면, 문화력은 내향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20세기의 국가들이 부국강병을 외쳤다면 21세기의 국가가 문화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양하면 ‘힘의 문명’을 갖게 되지만, 문화력을 양성하면 마음을 끌게 하는 ‘미의 문명’을 갖게 된다. 문화력은 “…그러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것, 즉 ‘아 ! 좋아’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찾아오게 하고 스스로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상상력을 키우고 자극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활동과 창조활동을 촉발시키는 무대와 같은 도시를 만들고, 그 지역다운 매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이 지역답다는 것은 그곳에 기대하는 고유문화가 있다는 것이며, 고유한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다움’은 어떻게 일구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인간이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도시도 그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간의 생활과 활동에 의하여 그리고 지형과 물·숲이 어우러진 상태에 따라서 다른 도시와 차이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을 한마디로 특성이라고 부른다. 도시는 바로 그러한 특성을 축으로 하여 그‘다움’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도시의 ‘다움’은 공원, 주택, 빌딩과 같은 도시의 외형적 구성요소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를 함께 가꾸려는 시민의식과 산업문화의 잠재력이 함께할 때 경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말 문제인 것은 우리의 도시에는 공동체가 파괴되었고, 자율적인 시민의식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절망적인 것은 우리의 정치가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 치중할 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지역다운 문화를 경작하는 근본문제에는 좀체 마음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제의 문제처리에만 급급할 뿐 내일의 기회를 논하는 정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애리조나 희생자 추도식의 두 얼굴

    애리조나 희생자 추도식의 두 얼굴

    “우리 이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해 나가도록 합시다. 지난 토요일 사건으로 희생됐거나 다친 사람들의 명예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시민의식을 존중하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열어 갑시다.” 12일 저녁 7시(현지시각) 애리조나주 투손시의 애리조나대학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섰다. CNN 등을 통해 미 전역과 세계 각지로 생중계된 추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배려’와 ‘존중’ 그리고 ‘희망’과 ‘단합’을 강조했다. 나날이 거칠어져 가는 미국 사회의 정치문화의 일대 전환을 호소했다. 32분간 진행된 추도 연설에서 오바마는 미국 정가를 달구고 있는 독설문화를 직접 거론하며 이번 비극을 서로 비난하고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계기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아니라 미국민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인식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9살 나이에 희생된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뤘다. 발레와 수영, 야구를 좋아했던 그린을 회고하면서 오바마는 “그린이 품기 시작한 위대한 미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도식장을 가득 메운 1만 4000여명은 1분 가까이 이어진 기립박수로 그린을 애도하고, 오바마의 호소에 화답했다. 연단 아래서 남편의 연설을 지켜보던 미셸 여사도 눈물을 훔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연설 말미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기퍼즈 의원이 눈을 떴다.”고 기퍼즈 의원의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갈음했다. 오바마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추도 연설에 앞서 이날 미국 정가에서는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진보 진영으로부터 독설과 선동적인 언행으로 이번 총격사건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 온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사흘 만에 침묵을 깨고 “중상모략을 중단하라.”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특히 항변과정에서 ‘피의 비방’(blood libel)이라는, 또 다른 독설을 퍼부어 유대인 단체들을 한껏 자극했다. 새로운 독설 공방을 일으킨 셈이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8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비극이 발발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기자와 전문가들이 ‘피의 비방’을 꾸며냈다. 이는 그들이 비난하는 증오와 폭력을 그대로 불러일으키는 일일뿐”이라고 언론을 비난했다. 그가 말한 ‘피의 비방’은 근거 없는 비난을 일컫는 표현으로,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핍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유대인들이 종교의식을 위해 기독교 어린이를 제물로 바치고 그 피로 빵을 만들었다는 비방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논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피의 비방’ 발언이 페일린의 2012년 대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차세대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과학 비즈니스벨트를 구상한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특별대담에서 ‘창조적 인재 육성’이 모든 국가의 당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의 사회구조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며,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의 확보 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신년 특별대담] ‘자크 아탈리-민동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이번 특별대담은 전 세계적으로 각 부문에 걸쳐 위기와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1년 한국의 생존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두 사람은 향후 10년을 전 세계의 권력이 급격히 아시아로 이동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봤다. 아탈리 회장은 “아시아는 많은 내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양적인 면에서 이미 서구를 넘어섰고, 질적인 면에서도 급속히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면서 “시민의식이나 노동문화가 정착하면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이사장은 “아시아에 부족한 것은 오직 창의성뿐”이라며 “성장을 주도하는 리더십은 결국 창의성에 의해 지배되는 만큼 아시아가 서구를 넘어서는 시기는 창의성의 발전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강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발전 전략으로 두 사람은 ‘특화’와 ‘강소형 산업(Specialization·Small and strong business)’을 꼽았다. 아탈리 회장은 “앞선 나라를 따라잡기보다는 금융과 산업 모두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분야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민 이사장은 “물량으로 도전하는 중국, 양과 질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일본과 차별화하기 위해 우리는 완벽한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탈리 회장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Green)기술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술이 개발되기만 기다려서는 절대 변화를 이끌 수 없다.”면서 “탄소세를 도입해 화석연료 절감을 촉구하고,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이나 홀로그램 같은 파생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민 이사장은 “정확하게 어느 기술이 우위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기술을 타진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에너지와 물 관련 기술은 삶과 직결되는 만큼 빨리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독자의 소리] G50에선 통제 대신 관리를/서울동작경찰서 정보계장 김규식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1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철저한 준비를 거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발적인 참여와 양보로 요약될 수 있는 시민의식이었다. 경찰도 5만여명이 투입돼 완벽한 경호·경비활동으로 해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오는 2012년에는 서울에서 제2차 G50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핵안보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인 룰을 확고히 한다는 의미가 있어 북한의 핵위협으로 불안한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회의를 앞두고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경찰의 경호·경비가 G20 때는 통제 위주였다면 G50에서는 관리 차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통제가 아닌 관리 차원의 경찰행정으로도 초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국민들도 다시 한번 선진 질서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동작경찰서 정보계장 김규식
  • 한국 국가브랜드 18위

    한국 국가브랜드 18위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18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와 공동으로 개발한 ‘국가브랜드지수’ 조사에서 올해 우리나라가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실체’는 18위, ‘이미지’는 19위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실체 기준 19위, 이미지 기준 20위였지만 올해 한 단계씩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26개국의 오피니언 리더 1만 3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실체 순위에서 ▲과학·기술(4위) ▲현대문화(9위) ▲유명인(9위) 등 3개 부문에서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전통문화·자연(35위) ▲국민(30위) ▲인프라(25위) 등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미지 순위에서는 과학·기술이 9위로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고 경제·기업이 13위에 올랐다. 그러나 대다수 항목은 20~30위권에 머물렀다. 또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는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에 아직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의 평균치를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지수는 지난해보다 2~4점씩 오르기는 했지만 실체는 99, 이미지는 93에 머물렀다. 실체 기준 국가별 브랜드는 미국이 1위였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연구소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 수출과 동계올림픽 쾌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따라 국가브랜드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면서 “OECD 평균을 밑도는 정책·제도, 시민의식, 인프라, 전통문화·자연 등 4대 취약부문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실종된 ‘양심 자전거’ 찾습니다

    실종된 ‘양심 자전거’ 찾습니다

    시민들의 양심이 실종되면서 ‘양심자전거’도 사라지고 있다. 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과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잇따라 도입한 양심자전거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 데다 파손까지 심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각 지자체는 대여절차 없이 주민의 양심과 자율에 맡긴 양심자전거를 도입했지만, 회수율이 낮아 대여소마다 텅텅 비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도입 수개월 만에 양심자전거제를 폐지하고 있다. 울산 남구는 지난 7월 여천천 둔치 자전거도로에 양심자전거 60대를 비치했으나 시행 3개월여 만에 모두 분실했다. 남구는 지난달 말 양심자전거제도를 폐지하고, 주택가 등에 고장난 채 버려진 양심자전거를 수거·수리한 뒤 저소득층 가정에 나눠주고 있다. 울산 북구도 지난 8월 동천강 일대 자전거도로 2곳에 양심자전거 26대를 비치했으나 한 달도 안돼 모두 잃어버렸다. 북구는 자전거 수거전담반까지 꾸렸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양심자전거제도를 포기했다. 구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은 양심자전거를 집에 가져가 자물쇠까지 채워놓고 있다.”면서 “아쉽지만 양심자전거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 지난주 사업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는 다른 지자체의 양심자전거사업 실패를 토대로 ‘공공자전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공공자전거는 신분증을 맡긴 주민에게만 1~2일 빌려주고 있다. 강원 화천군은 2005년 1차사업(100대)과 2006년 2차사업(100대) 실패를 거울삼아 지난해부터 3차사업(140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분실률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송파구도 지난해 3월 30대의 양심 자전거를 도입했지만, 1개월여 만에 20대를 분실하면서 같은 해 10월 사업을 종료했다. 이와 함께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역 양심자전거도 도난율은 적지만 하루 이용률이 14%에 그치고 있다. 대구 지하철역 양심자전거도 108대 중 10%가량은 파손됐을 뿐 아니라 이용률도 낮다. 충북 영동군도 2008년부터 군청에 12대의 자전거를 비치해 놓고 있지만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동사무소 등에서 공공 자전거 100~200대를 운용하고 있다. 서구는 운영 중인 자전거를 빨간색으로 도색, 도난을 막고 있다.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양심자전거는 녹색생활 실천에 중요 수단으로 뜨고 있지만, 시민의식 실종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종합·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발언대] G20 성공, 시민 협력에 달렸다/김환목 안산공대 경찰경호과 교수

    [발언대] G20 성공, 시민 협력에 달렸다/김환목 안산공대 경찰경호과 교수

    2000년에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서울회의, 2005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산회의가 열린 데 이어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ASEM 이후 5년 단위로 다자정상회의가 반복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경제도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였다. ASEM의 가장 큰 이슈는 IMF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50년 전 전쟁을 치른 분단국가에서 25개국이 참석한 다자정상회의 성공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ASEM을 계기로 국가 신인도가 2~3단계 뛰어오르며 경제적으로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회의장 주변 통제로 이웃 주민과 상가 입주자들의 불편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2박 3일의 행사 동안 통제에 적극 협조했고 승용차2부제 참여율도 93.4%를 기록했다. 20개국이 참여한 부산 APEC에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도 참석했다. 당시는 9·11테러와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세계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뉴테러리즘의 공포에 빠져든 상황이었다. 탈레반은 이라크 참전국에 대한 테러를 공언하여 참전국인 우리나라도 테러 대상국이 될 수 있었고, 반세계화·반APEC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여기에 항구 연안 도시의 지리적 취약 요인까지 겹쳐 빈틈 없는 경호경비가 필수적이었다. 역시 시민들의 협조 덕택에 부산 APEC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ASEM과 2002 월드컵축구대회, 부산 APEC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가장 큰 원동력은 손님을 잘 대접하는 전통문화와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행사장 안전이었다. ASEM과 APEC이 끝난 뒤 국가원수가 가장 먼저 경호안전책임자를 불러 높이 평가하고 격려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G20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와 국가 신인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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