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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국적 허용 놓고 찬반 팽팽

    정부가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이중국적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찬반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우수인력=특권층 양산’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경영단체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외국인재에게 한국은 아직도 거액의 몸값에 대한 저항감과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 고강도 규제 등으로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면서 “현실화되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 대한변협 사무총장도 “큰 방향은 맞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국적 선택의 기로에서 미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인 해외 변호사만 6000여명인데 외국인 행세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중국적 허용으로 해외 MBA 출신자나 의사, 과학자 등에게만 세제와 체류에서 혜택이 주어진다면 ‘신상류층’이 도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우수인재의 기준을 세계 300대 기업 간부나 명문대 출신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국적 취득을 위해 앞으로는 조기유학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시민운동가 가운데는 혈통주의를 벗어나 국적을 자유롭게 택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가진 자들의 의무 회피 수단으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위은진 민변 변호사도 “유럽이나 이스라엘이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이중국적을 도입했다.”면서 “다만 ‘차별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권실천시민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시민단체는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드러날 부작용 등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가 병역을 필한 자에게 자격을 한정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군 관련 단체는 다소 불안한 분위기다. 김규 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은 “이후라도 허점이 드러나 병역문제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시민단체 피랍선원 모금 운동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조업 중 해적들에게 납치된 원양어선 ‘마부노호’ 한국 선원 구출을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해상산업 노동조합 연맹(해상노련)과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소말리아 피랍선원 구출모임’은 15일 선원 석방에 필요한 협상금 모금을 위해 해상노련 법인 명의의 모금계좌를 개설하는 등 본격적인 모금운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복선 전철 추진 강릉 사회단체 협의회 창립

    강원 강릉지역 사회단체들이 2018 겨울올림픽 유치와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추진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 지역 현안 해결과 시민들의 의지 결집에 나서기로 했다. 강릉지역 직능·언론·종교 등 사회단체 대표 60∼70명은 9일 오전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2018겨울올림픽 유치 및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추진협의회’ 창립총회를 갖고 향후 활동방향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회 구성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단체가 자발적으로 시민들의 의지를 결집하고 그 열망을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등 대정부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추진됐다. 협의회는 앞으로 2018겨울올림픽 유치 재도전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건설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등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결의문을 채택,2018겨울올림픽 유치가 국가적 사업으로 채택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건설 등 강릉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매진해나갈 것을 결의할 예정이다. 강릉지역 주요 사회단체 대표들은 지난 2일 지역단체협의회 구성을 위한 발기인 간담회를 개최, 주요현안 추진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국제사회는 관심 많은척만”

    “국제사회는 관심 많은척만”

    “3년 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는 민주화운동가들이 너무 많이 외국으로 망명해 정작 미얀마 내에서는 민주화 세력의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지금은 갈림길입니다.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지도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 그것이 변수가 될 겁니다.” ●아시아 분쟁지역이 보금자리 ‘비자 없는 세상’을 꿈꾸며 어느 날 한국땅을 박차고 떠나 아시아 여행에 나선 전직 시민운동가 이유경(35·여)씨.2004년 4월 태국으로 첫 발걸음을 뗐을 때 1년을 계획했던 여행은 어느덧 3년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겪은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최근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인물과사상사)’란 책을 펴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노트북이 고장나 잠시 한국에 들러 재충전중이다. 그의 꿈은 분쟁전문기자다. 그동안 방문했던 분쟁 지역만 해도 미얀마, 태국 남부, 네팔, 스리랑카, 카슈미르와 아프가니스탄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벌써 햇수로 5년을 바라보네요. 최종 목적지인 발칸반도까지 가는 데 1년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많이 늦어졌죠. 아시아 여행을 마치면 남미 대륙도 여행하고 싶어요. 그 다음엔 한 곳에 둥지를 틀 생각입니다. 물론 분쟁지역이 되겠지요. 노트북을 고치고 나면 제헌의회 선거가 있는 네팔로 날아갈 겁니다.” ●미얀마 민주화 세력과 12일간 동행 이씨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주저 없이 꼽는 것이 바로 군사정부를 상대로 무장항쟁을 벌이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세력과 함께한 12일이다.“그들과 함께 국경근처 웨지 본부에서 사흘 동안 걸어서 파푼 전선까지 갔어요. 비가 쉬지 않고 내려 몸은 무겁고 길도 안 좋고…. 정말 힘들었죠. 미얀마 친구들이 싫은 내색도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주더라고요. 지금도 그때 기억이 선합니다.” 이씨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미얀마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다.“평화적으로 대화해라, 양쪽 모두 자제해라. 한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들은 속 편하게 그런 얘길 하는데 그게 정말 싫어요. 국제사회는 언제나 미얀마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척’해왔죠. 전부 면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라면서 “87년 6월 외국에서 ‘한국 시민들과 정부는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하라.’는 성명을 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속담이 있죠. 한국이 개구리가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평화적 대화? 말은 쉽죠” 이씨는 스스로 “아시아 여행을 하기 전엔 아시아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4년 가까이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아시아는 빈부 격차에 따라 나라마다 서열이 존재합니다. 한국인은 태국에 우월감을 갖고 태국 사람은 미얀마나 캄보디아 사람을 깔보거든요.”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는 게 아시아입니다.”라고 말하는 이씨는 이렇듯 많은 문제를 가진 아시아를 여행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가난하고 불안하고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게 아시아죠. 뒤집어 보면 아주 재미있는 곳이잖아요. 나라마다 부족마다 오랜 세월 지켜온 문화에 서열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시아. 제가 여행하면서 느낀 아시아의 본모습입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운동은 운동장에서,목욕은 목욕탕에서/성석제 소설가

    [열린세상] 운동은 운동장에서,목욕은 목욕탕에서/성석제 소설가

    아침에 집 근처의 동산에 오르다 보면 꼭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산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나 아침저녁으로 눈에 띄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그 ‘사람들’은 동일한 비밀결사에 소속된 것 같지는 않고 대체로 혼자이지만 어디서나 비슷한 행태를 보여 준다. 그 사람은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 라디오는 주변의 산새와 경쟁하며 끊임없이 무엇인가 재잘거린다. 산에까지 와서 듣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소식이나 위대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지는 않다. 또 그 사람은 라디오의 두 배 크기쯤 되는 가방을 들고 와서 라디오 곁에 걸어놓는다. 남자들이 목욕탕에 들고 가는 손가방과 비슷하고 그 안에는 산 아래 약수터에서 몸을 씻을 때 쓸 비누와 수건이 들어 있을 게 틀림없다. 약수터에는 ‘세면 금지’와 ‘비누 사용 절대 엄금’이라는 팻말이 있긴 하지만 그 가방의 임자들은 가방을 들고 온 값을 꼭 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 사람, 입으로 숨을 훅훅 내뿜으면서 운동을 한다. 숨소리에 만족스러운 기합 소리가 섞이기도 하는데 그 소리가 문장은 아니지만 내용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나는 지금 산에 와서 운동 중이다. 운동은 내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다. 나는 운동을 하지 않고 나태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그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어떻든 상관은 없지만 그 사람이 운동을 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은 만만한 나무를 골라 거기에 몸을 부딪친다. 살아 있는 나무가 산 바로 아래 시민운동장에 세워진 철봉대나 되는 듯, 무정물(無情物)의 스파링파트너라도 되는 듯 등과 가슴으로 부딪치고 손발로 치고받고 머리로 박치기를 해댄다. 그 나무는 야트막한 동산에 그리 많지 않은 큰 소나무 가운데 하나로 동산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의 찬탄을 사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그 사람과 그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 지 여러 해째인 듯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져 있고 속살이 드러나기 직전처럼 붉어져 있다. 살아 있는 나무에 몸을 부딪치고 씨름을 하는 운동이 실제로 얼마만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안마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척추가 부러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도 한다. 한 나무가 오래도록 살아오며 가지게 된 외경스러운 모습과 무성한 잎과 가지가 보여주는 생명력이 주술적인 효과를 가질 수는 있겠다. 효과가 있든 없든, 크든 작든 간에 자신이 신봉하는 건강법을 실천하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를 치고받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라디오 소리와 기이한 기합소리와 행동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 역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 훌륭한 건강법과 멋진 모습을 부러워할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동산은 개인의 소유일 수 있고 몸을 부딪치는 사람이 주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오르내리는 산, 수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동안 심미적인 충족감과 친근감을 느껴온 나무라면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이다. 하물며 생명을 가진 나무를 괴롭혀도 좋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나무는 어디로 갈 수도 없다. 그저 ‘철갑을 두른 듯’ 의연하게,‘바람 서리에 불변하며’ 괴롭히면 괴롭히는 대로 서서 산소를 만들어내고 그늘을 베풀며 새와 바람을 가지에 깃들이게 한다.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이 나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 뿐이다. 알면서 그럴 사람은 없다. 그러니 알게 하는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은 그 장소가 운동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 아님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예컨대 ‘운동은 운동장에서!’,‘나무를 등뼈로 치는 동작 절대 엄금’이라는 팻말을 달아놓는 식으로. 성석제 소설가
  • [기고] 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와 順位의 의미/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지난해 5·31지방선거가 여느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후보들에게 공약을 이행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를 요구하였다는 점이다. 매니페스토가 일반 공약과 다른 점은 공약의 목표치를 재임기간 중에 실현 가능하도록 구체적이며 확실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담는 것을 말한다. 매니페스토 정신에 입각한 정책선거 운동을 주장한 시민운동단체들 가운데 경실련에서는 주거복지, 도시계획, 주민참여 등 3개 분야 12개 공약을 16개 시·도지사 후보에게 제출토록 요구한 바 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도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하였고 1년 후에 공약이행 평가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경실련과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는 16개 시·도 단체장의 공약이행평가를 하였다. 양 단체의 평가를 요약하면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자치단체의 공약이행계획서와 공약이행도 평가서를 바탕으로 공약과 당선 후 작성한 이행계획서 내용의 일치도를 통해 공약준수의 성실성을 검증했다. 이어 1차 평가한 내용을 자치단체에 보내 추가의견을 물어서, 최종 평가위원이 판단해 최종 평가를 내리도록 하였다. 경실련은 16개 시·도 단체장에게 경실련이 요구한 3대 부문 공약에 대해 정보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매니페스토 정신에 입각하여 평가했다. 단 해당기관에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 두 단체의 평가결과를 보면, 상대적인 측면에서 세세한 순위의 변동은 있지만 그룹 간 순위에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단지 경실련은 전체적인 평가가 낮았고(5점 만점에 평균 2.04점),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전체적인 평가가 매우 높았다(평균 95.7점)는 차이가 있다. 이번 공약이행 평가에 참여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한계를 느꼈고,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매니페스토에 대해 자치단체의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단체장은 임기중 공약(정책)이행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매니페스토집(集)을 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려서 시기별로 자체평가하고, 이것을 시민들에게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평가를 위한 자료작성의 이해부족이 문제였다. 매니페스토는 기본적으로 공약에 대한 4가지의 전제조건에서 출발한다. 즉 공약에는 명확·측정가능·달성가능·타당·기한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제출된 자료들이 이러한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해 정량적 평가가 어려웠다. 이 결과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았다. 셋째, 단체장과 시민단체가 사회적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공약의 수준이다. 어느 자치단체는 300여개의 공약(사업)을 제시하여 평가를 받았고, 어떤 자치단체는 대규모 몇개 공약(정책)만을 기준으로 해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제한된 상황에서 경실련이나 매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의 평가 순위는 절대적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의 이행평가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이번 공약이행 평가가 공무원들의 징계 사유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약이행 평가의 목적은 단체장 스스로가 자신들의 공약에 대한 품질관리를 촉구하는 데에 있지, 담당 공무원들을 문책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것은 자치단체 스스로 매니페스토집(集)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이 단체장을 평가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방선거가 ‘바람의 선거’가 아닌 ‘정책선거’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 광화문~동대문 9월10일 차없는 거리로

    광화문~동대문 9월10일 차없는 거리로

    서울시는 오는 9월10일 하루 동안 세종로 사거리부터 동대문까지 종로길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이날 하루 동안 출근시간대 시내버스 무료승차와 공공기관의 주차장 폐쇄 등을 통해 대대적인 ‘하루 승용차 안타기’ 캠페인을 펼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승용차 없이도 큰 불편없이 서울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체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9월10일 오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종로 사거리∼동대문(2.8㎞구간) 왕복 8차선 구간에서 노선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기로 했다. 종로 양방향을 오가는 차량이 하루평균 8만 4578대란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해당 구간에는 ‘임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생긴다. 단 원남동 로터리에서 광장시장 방향 등 남북 방향의 차량은 통제를 받지 않는다. 경찰의 협조를 얻어 서대문 방면에서 접근하는 차량은 세종로 사거리에서 유턴 또는 우회전시키고 왕십리 쪽에서 오는 차량은 동대문운동장이나 대학로 방향으로 우회시킬 계획이다. 시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선 시민참여가 필수라고 보고 자동차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캠페인과 사전 홍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날 첫차부터 오후 9시까지 광역버스를 제외한 모든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와 자치구 산하 모든 공공기관의 주차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정부 산하기관 및 일반 기업체에도 주차장 폐쇄와 대중교통 이용 동참 등을 요청했다. 시는 차 없는 거리에서 ▲차도 위 그림그리기 ▲이색 자전거와 친환경 차량 전시 ▲길거리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 여의도 등 시 외곽에서는 자전거동호회 회원, 시민 등 1000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자전거 물결 대행진’이 마련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행사 홍보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자동차 통행량을 20%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용어 클릭 ●차 없는 날(Car-Free Day)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셰에서 교통량 감소와 환경보호를 위해 “도심에서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자.”란 시민운동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500여 도시에 확산됐다. 국내에선 2001년부터 환경·에너지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매년 9월22일을 차 없는 날로 정했지만 올해는 22일이 추석 연휴 첫날이라는 점을 감안해 날짜를 10일로 당겼다.
  • 공정위, 종합병원 특진제 ‘메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난을 받는 종합병원들의 ‘선택진료제(특진제)’ 서비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제공 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종합병원의 특진제와 관련된 불공정행위 여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상당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들이 의사 대부분을 특진제 대상 의사로 지정해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특진비를 내고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병원이 환자들에게 일반진료를 선택하기 어렵게 하고, 환자가 원치 않는 항목까지 특진 대상으로 설정해 지나치게 높은 진료비를 청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상 대학병원의 경우 교수 등이 담당하는 특진진료는 일반진료보다 최대 2배 가까이 진료비가 더 비싸다. 앞서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진료비 바로알기 시민운동본부’는 “선택진료제가 환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제도로 전락돼 병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이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운동본부가 신고한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 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서울 소재 5개 대형병원이다.이 단체는 “진료비 영수증 분석 결과 진료비중 비급여로 징수되는 금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병원급 이상의 진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선택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중화장실 설계 공모전 수상

    행정자치부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제2회 공중화장실 설계공모전에서 일반부 금상에 ㈜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의 오승태씨가, 대학생부 금상은 전북대학교 김선씨가 선정됐다. 지난 3월1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열린 공모전엔 모두 70명이 응모했는데 민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일반부 5명, 대학생부 10명 등 전체 15명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말싸움’ 대신 공약 듣고 싶다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공동으로 역대 대선공약을 대해부한다. 역대 대선공약 점검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공약이 실현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대선평가교수단이 참여한 역대 대선 공약 대해부는 10여회의 시리즈로 나눠 싣는다. 12·19 대선을 꼭 5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공방과 통합논의 과정에서 정책선거는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던 데 비하면 ‘공약 기근’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야당은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을 벌이고, 범여권은 ‘대통합’만 외칠 뿐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까지 선거판에 뛰어들어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김수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이를 완화할 정책을 갈망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이에 화답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한국정책학회장) 교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제시할 마당도 펼쳐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이나, 선심성 개발공약,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 마련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공약(空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더 이상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통합민주당 의원)은 “당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공약(空約)의 폐해를 지적했다. 1992년 당시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황인성 전 총리는 “3∼4개월 만에 공약 최종안이 나왔다.”면서 “세금은 줄이면서 돈은 많이 쓰겠다는 억지스러운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정무담당특보를 지낸 이강래 의원은 “선심성 공약은 결국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핵심이슈나 정서를 바탕으로 투표해 정책선거는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검증공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공약 대결로 가야 하고,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 운동을 통해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는 “목표와 우선순위, 재정조달 등을 제시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절실하다.”면서 “기존 공약이 심판받기도 전에 해체와 창당을 거듭하는 이합집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수에 따라 나눠주는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혁하고, 미국처럼 경선일정을 법으로 정해 경선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막고 정책개발을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매니페스토(Manifesto)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가 합성된 말로 책임있는 약속·계약이란 뜻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공약실천운동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나라에 발을 붙인 것은 2년 전이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직전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사무총장 유문종)가 발족돼 공약의 이행가능성을 짚어보고,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 학교급식 ‘직영·위탁’ 갈등 재연

    ‘직영이냐 위탁이냐….’ 학교급식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19일 학교급식법이 ‘직영 원칙’으로 개정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지 꼭 1년 만이다. 이번 논란은 무소속 정봉주 의원 등 16명이 지난달 29일 발의한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단이 됐다. 학교급식 인증제를 도입하고, 위탁을 제한하는 단서 조항을 삭제해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직영과 위탁 여부를 학교 자율로 결정하게 하되, 학교급식 인증제를 도입해 급식의 질과 위생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인증 방법과 절차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개정 학교급식법이 제대로 시행도 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직영 급식을 원칙으로 하고 급식 부지를 마련할 수 없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위탁을 허용했다. 특히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둬 오는 2010년부터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대해 학교가 직접 급식을 관리하는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이에 따라 교육부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위탁으로 운영하던 학교에 대해 3년 안에 직영으로 전환할 것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현재 위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중·고교 1430곳으로 전체 초·중·고의 13%에 이른다.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학교급식법이 여러 제도적 미비와 현장 이해관계의 저항 등으로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가운데 자신들이 개정했던 법을 뒤집으며 재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면서 “인증제는 유명무실하거나 불공정한 시장만을 만들어줄 뿐”이라며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미군공여지 지원법’ 통과 총력전

    ‘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은 3일 오전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처리될 예정이다.3일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해 계류법안으로 남게 된다. 2일 경기도 제2청 서효원 행정2부지사와 관련 부서장 전원이 국회에 출장,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의원과 중앙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마지막 설득작업을 폈다. 지난달 초 국회 정성호 의원 등 여야의원 18명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공여구역 개발과 관련, 민간참여 확대를 유도해 지자체와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그린벨트 해제와 대학신설 및 공장 신·증설과 업종을 확대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행자부와 경기도 및 해당 지자체의 협의를 거친 안으로 지난 21일 국회행정자치위원회에서 당초 안에 상한 규정이 없던 개발제한구역 해제면적을 50만㎡이내로, 수도권정비법상 사업시행 승인면적을 30만㎡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수정돼 법사위에 넘겨졌다. 현재로서는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통과는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 그동안 법안심의 과정에서 환경부는 수도권정비법상 자연환경보전권역에서의 개발을 허용하는 데 따른 환경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건교부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 기존의 해제절차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수도권 의원들도 이 개정안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과밀화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특혜법안이라며 동조하고 있다. 공여구역내 시민 환경단체에서는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반환미군기지 문제해결 및 의정부역 캠프 홀링워터 전면공원화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 환경운동연합 전국 사무국·처장단회의와 공동으로 의정부역 광장에서 특별법 개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반면 경기도와 미군공여지를 가진 해당 지자체들은 개정안이 소외돼온 공여지 주변 개발을 위해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을 펴며 개정안 통과에 전력하고 있다. 전국의 미군공여구역은 모두 93곳,7329만평에 이르고 이 중 경기도가 35곳으로 87%인 6377만평이다. 특별법에 의한 사업대상지역으로 포함되는 경기도내 공여지 및 반환공여지와 그 주변지역은 20개 시·군 158개 읍·면·동에 모두 15억 2000만평에 이른다.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거꾸로 가는 ‘광양 상의 분리’

    전남 광양시 경제사회단체들이 광양상공회의소 분리에 잰걸음이다. 하지만 순천·광양·여수시 등 동부권 통합시 출범론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어 소지역주의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29일 광양시와 순천·광양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전날 광양시청에서 광양시 경제사회단체가 모여 광양상공회의소 연내 분리, 단독 설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상공회의소 설립촉구 범 시민운동본부’(위원장 이용재·백제택시대표)를 구성해 7월부터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광양은 산업기반과 재정능력, 인적자원이 충분해 광양만권 거점도시로 성장하려면 광양경제의 핵심고리 역할을 할 ‘광양상공회의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광양만권에 접한 순천·광양·여수시 등 3개 시를 통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광양시에서 열린 동부권 3개 시 통합론 강연회에는 시민과 자치단체장, 경제인 등 8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 줬다. 순천·광양상공회의소 조휴석 사무국장은 “2011년이면 상공회의소법 개정으로 상공회의소 회원 가입이 강제에서 임의로 바뀌면서 지역마다 회원과 예산이 지금보다 80% 이상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공회의소를 설립하려면 연간 매출액 40억원 이상인 회원 5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이들 중 누가 분리를 바라겠는가.”라고 반문했다.현재 순천·광양상공회의소는 순천에 사무실을 두고 광양시 280여명 등 회원이 400여명이고 연간 예산은 8억 5000여만원이다.광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니들이 사투리를 알어?’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사투리 등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구수한 옛 정취를 풍겨낸다. 밋밋한 서울말보다는 거친 한마디 말이 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만큼 녹록지 않다. 현실에서는 사투리로 인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투리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지만 지방 사투리는 ‘비표준’이라고 불리는 현실속에서 사투리와 ‘사투’를 벌이며 살았고, 살아가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놀림받기 일쑤… 피나는 서울말 연습 회사원 손모(27·여)씨는 대구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심한 ‘사투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스트레스는 여자들한테 더 심합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혹 사투리가 귀엽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말 우아하게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풋풋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대생들의 관심사인 ‘미용’ 말고도 손씨는 ‘말투’까지 관리해야 했다.“친구들이 저랑 얘기할 때 제 말투를 흉내 내더라고요. 처음엔 따라 웃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말투를 고치기 시작했죠.” 회사원 송모(26)씨도 대학시절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심한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촌스러워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때였어요. 미팅을 나갔는데 친구들에게 ‘화장실 가야쓰것다.’고 했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예요.‘나도 서울말 쓸 줄 안다.’고 외치면서 ‘화장실 가야것다.’고 말했더니 애들이 뒤로 쓰러지며 웃더군요.” 송씨는 이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서울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오랜 친구가 아니면 다들 자신을 서울 사람으로 착각한다고 한다.“사투리에 얽힌 추억을 말하라면 며칠 밤도 모자랄 겁니다. 지금은 옛 친구를 만날 땐 전라도 말로, 대학 친구를 만날 때 서울말을 씁니다.2개 국어인 셈이죠.” 5년전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34)씨는 처음 두 달 정도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돼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밝혔다.“내 말을 사람들이 자꾸 못 알아듣는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서울말이 익숙해진 지금은 고향에 갈 때가 문제다. 언어습관에 관한 한 완벽한 ‘경계인’이 돼버린 것. “이제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대구가 원체 보수적인 곳이고 외지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대구에 가는 게 싫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고향 친구들도 내 말투가 간지럽다며 놀립니다.” ●사투리 속에 감춰진 편견과 선입견 회사원 김모(28·여)씨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 사람들 앞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에 살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건 촌스럽다, 순진하다, 멍청하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경상도가 고향인 전모(34)씨와 그의 아내는 네 살 된 아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 아들 앞에서는 최대한 서울 말씨를 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두 살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속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감춰져 있다. 과거 전라도 사람들은 “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전부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느냐.”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지역 차별의 한 징표로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에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평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언제나 또박또박 서울말을 쓴다. 그는 “특히 항의전화가 왔을 때 사투리를 쓰면 ‘시민운동하고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전라도 것들이지.’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경우 지방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말을 할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고 귀띔한다. ●독특한 말투는 취업 방해꾼? 20년을 대구에서 살았던 회사원 주모(26·여)씨는 학창시절 꿈꿔 왔던 아나운서도 포기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말끝마다 배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이 화근이었다. 주씨에게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해야 하는 아나운서는 넘기 힘든 강이었다.“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말이 어렵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서울 모대학 졸업반 윤모(26)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면접 볼 때에는 깔끔한 서울 말씨를 써야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고치려 해도 특유의 억양은 고치기 힘들더군요. 행여나 면접관들이 ‘저 사람은 말투하나 못 고쳐서 어디다 쓰나.’하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다 놀려대도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교수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약점이라도 눈에 띄면 감점요인이 된다.”면서 “사투리가 약점이 될 수 있으니 꼭 고쳐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투리? 뭐가 어때서!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 않고 꿋꿋이 정통 부산 사투리를 쓴다. 친구들이 그만 고치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선생님은 왜 맨날 싸우는 말투에요?” “선생님 말 너무 빨라요.” 등 종종 학생들이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경상도 말이 이렇다. 이 기회에 경상도 말 한번 배워봐.”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사투리도 똑같은 언어입니다.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쓰는 언어가 다소 달랐을 뿐입니다. 부산이 수도였으면 부산 말이 표준어 아니겠습니까.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오해를 부르는 사투리 “‘빠구리’치러갔는데요….” 경상도가 고향인 장모(38)씨는 10여년 전 광주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맡았다가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장씨는 “출석을 부르는데 ‘아무개 학생 안왔나?’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빠구리치러 갔다.’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한두명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싶기도 하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놀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친구로부터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수업 빼먹고 빠구리쳐본 적 한 번도 없냐? 나도 대학 다닐 때 빠구리 꽤나 쳤는데.”라는 말을 듣고 전라도 사투리에서 ‘빠구리’는 ‘학교나 직장을 몰래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땡땡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전라도가 고향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중학교 때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서울로 전학온 그는 갑자기 선배로부터 ‘버릇이 없다.’며 학교 뒤편으로 끌려 갔다. 강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았다. 강씨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 형이나 누나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누나, 밥 먹었능가.” “아버지, 진지 잡능가.” 등의 식으로 물어봤는데 그 선배는 그것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경북지역 대학에 입학한 소모(25)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오해해 밤새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다.“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피곤하고 하숙집에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같은 하숙집을 쓰는 선배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했지요.” 그 선배는 소씨에게 “그래. 들어가자.”라고 답했다. 소씨는 같이 하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듣고 선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소씨는 “그 선배가 말한 ‘들어가자.’는 나에게 ‘그래. 너 들어가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 선배 입장에서는 ‘들어가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들어가진 않고 ‘들어가겠다.’는 말만 계속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넷 사투리 사전도 있다 말의 철자, 발음, 의미를 전달하는 책 ‘사전’에 사투리만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백과’라 불리는 인터넷 사투리 사전이다. 기존의 사전과의 차이라면 전문가에 의해 가나다 순으로 체계적으로 집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업데이트’에 의해 이뤄지지고 있는데, 상세한 풀이를 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생활 속 사투리를 직접 올리고, 공감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긴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에는 1만 3400여건의 사투리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투리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예(?)의 1위는 뭘까. 바로 평점 134점을 받은 ‘천지빽가리’다. 이 말은 무엇이 정말 많을 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천지’와 벽성의 준말인 ‘벽’, 곡식과 땔감을 쌓은 더미인 ‘가리’가 합쳐 ‘하늘과 땅 사이에 곡식 더미가 성처럼 쌓여 있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2위는 평점 105점을 얻은 ‘신찬하다.’.‘품질이나 상태가 좋지 않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준어인 ‘시원찮다.’와 발음이 유사하다.‘총각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꼬달무’가 평점 9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오두방종’의 경상도 사투리인 ‘녹띠방정’,‘말해줘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고랑몰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떡애기’ 등이 순위에 올랐다.‘쭉담’,‘깻대’,‘갈부랭이’,‘왁왁 이우다.’등도 인기 목록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의견에 리플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이 말 우리 할머니한테 들어봤다.’,‘정말 재미있다.’는 공감어린 리플에서 ‘그것 외에도 다른 뜻으로 쓰인다.’,‘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는 보충 설명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해가 쉽도록 예문을 달아 놓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사투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26)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보면서 문화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의 성과로 이룩한 최소한의 민주화가 지체되고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부터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서울신문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기획 연재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6월 항쟁의 평가와 우리 사회가 6월 항쟁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20일 서울신문 4층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는 지역 ‘풀뿌리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하승수(39·변호사) 제주대 법학부 교수의 사회로 정해구(5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인권운동가인 오창익(39)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노동문제 전문가인 은수미(44·노동사회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하승수 교수 많은 언론 매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6월 항쟁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를 했다. 물론 올해가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다. -정해구 교수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고 인권보장이 안 되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유라는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참여라는 틀로 보면 형식적 참여는 늘었지만 실질적 참여는 미흡하다.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등은 지체됐고 악화되는 측면도 있다. -은수미 연구원 많게는 800만명, 적게는 24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느끼는 6월 항쟁 20년이 바로 민주화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6월 항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구(舊)질서에 정당성을 쥐어 줬다.6월 항쟁 이전에 권위를 가졌던 사람들은 형식적인 정당성에 입각해서 지금도 여전히 그런 권위를 누린다. ●‘박제가 돼 버린’ 6월 항쟁 기념 -오창익 사무국장 각종 기념행사들이 별 감흥을 못준다.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되면서 6월 항쟁도 이제 ‘박제(剝製)’가 돼버린다는 느낌도 받는다.‘절차적 민주화는 많이 이뤘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미흡했다.’는 평가에 반대한다.6월 항쟁을 계기로 우리는 야만에서 벗어났다. 그걸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 연속으로 집회 금지 통보를 한 것에서 보듯 국민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집회시위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제 고문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20년 전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졌던 남영동 보안분실을 빼고는 지금도 보안분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 교수 그 부분은 나도 고민이 있다. 자유권(시민적·정치적 권리)이 확고하게 뿌리내린 것도 아니고 사회권(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은 더 열악해졌다. 최근 사회경제적 문제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체시키는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보나. -정 교수 정치적 민주화가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연결돼야 하는데 한국은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이 실생활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내용없는 뼈대)화’되고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일정한 회의를 가진다.‘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말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화 20년이라는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문제다. -오 사무국장 ‘자유는 진전, 평등은 부족’이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미 구질서에 편입됐고 집회나 시위를 할 필요가 없어진 ‘전직 민주화 운동가’들은 후일담 소설을 쓰듯이 굉장히 편하게 말한다.6월 항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제대로 보려면 ‘빵과 장미’를 분리해서 보면 안 된다. -은 연구원 80년대와 똑같은 풍경을 지금도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이해를 대변할 어떤 장치도 없다. 곧바로 크레인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불법저항’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 심한 경우 분신 자살을 한다. 더 슬픈 건 사람들이 그런 문제에 별 관심을 안 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같이 고생했으니까 공감이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먹고 사는 수준이 양극화되듯 자유나 권리도 양극화되고 있다. ●‘기억과 계승’인가 ‘단절’인가 -정 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6월 항쟁 20년 기업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6월 항쟁을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기억시키고 그걸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기억과 기념을 민주시민교육과 연결시켜야 한다. 현재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거 기억과 단절되면 안 된다.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기억하고 의미를 새기고 문화나 교육으로 남겨야 한다. -오 사무국장 지금 필요한 건 공공성과 연대성을 회복하는 민주화운동이다. 그런데 양극화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소위 ‘전직 민주세력’이 주도한다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이 대중에게 민주주의와 운동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때 민주화운동세력이었지만 지금은 요직을 차지하거나 운동 기득권층이 된 사람들과 지금 민주화운동세력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기념과 계승이 아니라 단절이 더 급하다. -하 교수 경험을 공유하고 의미도 되새겨야 하지만 현재 부딪치는 문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6월 항쟁의 의미가 퇴색해지고 박제화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제주에선 해군기지 문제와 6월 항쟁을 연결시킨 행사를 했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하는 기획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했던 평가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 보자. -은 연구원 87년 민주화 이후 10년 만에 외환 위기가 있었다. 그로 인한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뜻했다. 당시 실업을 경험한 사람과 그걸 지켜본 사람의 경험은 지금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 상처가 지금의 모든 걸 설명해 준다. 노동시간과 급여를 줄이려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노동계조차 ‘같이 죽고 같이 살자.’를 택하지 않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자.’를 택했다. 밀려난 사람은 비정규직이 되거나 노숙자가 됐고 남은 사람들은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눈 앞에 있는 임금만 신경 쓰게 된 10년이었다.87년에 함께 길거리에 모이면서 작게나마 형성됐던 연대의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 교수 누적된 모순이 6월 항쟁으로 폭발했듯이 97년 체제가 만들어낸 양극화 압력도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보다 오히려 정치가 더 중요하다. 과거 운동이 맡았던 역할을 이제는 정당이 해야 한다.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 정당들이 서구의 사회민주당 같은 구실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서구의 보수당 구실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구별이 없어졌다. 특히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세력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치권을 재정립해야 한다. -오 사무국장 중도개혁세력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 정권이 무슨 개혁 성과가 있는가. 과거사정리를 예로 들어 보자. 피해자를 위한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책임자 처벌 같은 과거사정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보안분실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안분실을 없애고 보안경찰을 민생경찰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민주 대통령이니까 오용하지 않는다.’는 말로 실질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 2004년엔 20만명이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야간에 아무 제약 없이 탄핵반대집회를 했다. 참석 인원이 5000명도 안 되는 한·미 FTA 반대집회는 계속 금지당한다. 대통령지지 집회는 되고 대통령 반대 집회는 못하게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되는데 뭐가 개혁인가. 개혁이 아니라 ‘개혁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지금 정권 핵심부가 민주화운동을 계승하는 세력인가? 범여권에서 이른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실제로는 구체제 관료들, 전문 집단들, 상공인들이 주도한다. -정 교수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민주화 이후 흐름을 볼 때 나는 그들이 중도개혁세력이라고 본다. 중도개혁세력은 자유, 인권, 더 나아가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이바지했다. 특히 평화라는 측면에선 헤게모니를 갖게 됐다. 문제는 그런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다.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오 사무국장 인권 상황이 좋아졌다는 건 착시 효과다. 그 착시를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부추긴다. 평화정착과 인권·개혁을 위해 중도개혁세력이 중요하고, 그러니까 한나라당 집권을 반대한다? 그건 난센스다.6월 항쟁 이후 문제는 민주화운동세력이 정책을 견인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투항하면서 전선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 진전은 박제화된 민주화일 뿐이다. 가령 보안경찰은 이제 아무나 잡아들이지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태백산맥’을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사고 파는 사람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 사실 내가 일하는 인권연대만 해도 집회·시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려 하면 집회 신고조차 안 받아 준다. -하 교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모습을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 진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마무리해 보자. ●“더 많은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은 연구원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라는 정치 과정을 보면 2.8%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 조직률을 그대로 반영한다.‘비정규직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87년 이후 20년간 운동에서 정치로 너무 많이 간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운동과 정치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전직 민주화세력’은 ‘국가와 민족’ 같은 정치적 문제만 생각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에서 묻어난 고민들을 모으지 못하고 추상적인 고민만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중도개혁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를 개방해야 한다. 국가도 집회시위를 다 보장해 줘야 하고 시민들도 눈 앞의 불편을 참아 줘야 한다. -오 사무국장 운동이 종횡(縱橫)으로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제는 절박하게 밑바닥부터 다지는 ‘진지전’을 해야 한다. 자녀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통학로에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운동도 학부모와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하면 가능하다.‘현실적인 힘’이 되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아파트 주민이건, 비정규직이건, 학부형이건 자기에게 필요한 운동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좋다. 우리에겐 훨씬 더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하게 돼있다. 시위를 해야 할 절박한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은 시위를 안 한다. 나이에 따른 세대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 새로운 운동 주체가 된다. 운동은 계속 이어진다. -정 교수 운동도 중요하고 공론장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중요하다. 운동이나 공론장에서 나온 얘기를 정치가 정책으로 다듬고 그걸 다시 토론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정당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 운동과 공론장, 정치가 다 단절돼 있다는 건 민주주의 시스템이 고장나 있다는 걸 뜻한다.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그것이 한국사회의 과제다. 과거에는 독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정부가 됐다. 그런데 자기 지지 기반에 반하는 정책을 편다. 그래서야 어떻게 민주정부라고 하겠나. 한·미 FTA가 대표적이다. ●“노동·시민운동 등 분야별 힘 모아야” -은 연구원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사회가 양산하고 있다. 지원은 안할지언정 그들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 그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운동간 소통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이 내 발표에 다들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많이 놀랐다.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사회적 양극화는 시민·노동운동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인데도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다른 길을 너무 오랫동안 걸어 왔다. -하 교수 동시에 변하면 더 좋겠지만 나는 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둔다. 요즘은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의 논리만 있고,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논리만 있고, 정치는 정치논리만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오고 가면서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 다양한 운동이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하면 정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6월항쟁 세력 평가’ 엇갈린 시각 서울신문이 마련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에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하자는 주장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좌담회에서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오 사무국장은 “한때 민주화운동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요직을 차지한 채 ‘과거운동’을 회고하고 찬양하지만 현재의 운동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저해와 시민불편, 교통체증, 사회불안이란 이유로 폄하하고 있다.”면서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지체된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이후 국민의 의지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 “중도 개혁세력은 평등이란 관점에서는 부족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 6·15회담 등 자유와 인권, 평화 정착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자유가 진전됐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집회·시위에 대한 중도 개혁세력이라 불리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오 국장은 “2004년 탄핵 반대집회를 야간에 20만명이 했는데도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지만 현재 20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하면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민주화 흐름 속에서 한국 민주화 세력이 다 진보 세력은 아니지만 중도 개혁 세력으로는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재반박했다. 오 국장도 “운동 진영에서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과잉 대표성을 띠면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더 이상 집회·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전직 민주화운동가들’과 단절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6월 항쟁의 정신은 기억과 계승이 아닌 박제화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좌담 참석자 하승수 제주대 교수(사회자) 정해구 성공회 교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10) 대안정당 가능성] 제도권 정치에 ‘진보’ 수혈…이념 지평 확대

    87년 6월 항쟁은 30여년에 걸친 권위주의적 군사문화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가능케 했다.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를 해체했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 인권제도를 정비했다. 노무현 정부는 부패정치 청산을 실현했다.17대 국회에서는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민주화의 세례를 받고도 우리 정치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정리해 보았다. 6월 항쟁은 정치의 이념적 지평을 넓힌 계기가 됐다. 특히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는 정치 체제의 이념적 분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과 시민사회 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들 수 있다. 본격 진보정당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원내 진출을 실현한 민주노동당은 기성 보수정치와 달리 뚜렷한 자기 정체성과 계급·계층 지향, 정책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어냈다. 진성당원에 기반한 운영으로 정당 민주주의의 골격을 갖췄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정규직·장애인·소수자 문제 등 그동안 제도권 정치에서 소외됐던 주제가 의회 무대에 올려지면서 보수독과점 중심의 정당정치를 이념과 정책 경쟁의 장으로 유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기존 보수정당의 개혁을 명분으로 편입된 개별 재야 인사들은 보스정치와 인맥 정치의 폐해에 눌려 보조재 역할에 그친 측면이 크다.”면서 “민노당의 출범은 제도권 정치에서 진보 대 보수의 축을 형성하는 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 진영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치세력화의 한 축을 이뤘다. 여성단체 출신 인사들과 환경운동 활동가들의 의회 진출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지역 중심의 정당 구조를 해체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보수 양당 체제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심화와 공공부문 축소, 고용의 불안정화 등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는 것도 민노당과 진보 진영의 운신을 좁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노당이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측면도 크다. 정당과 운동단체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민노당은 지난 대선에서 100만표를 얻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가족이 최소 300만이라고 할 때 이 정도 지지로는 정상적인 노동 정치를 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과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10석으로 정권을 흔들었다. 정치 리더십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6월 항쟁 정신 실현했는가

    내일은 ‘6·10항쟁’ 20돌이 되는 날이다.6월 항쟁의 의미는 정치적 민주화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함성이었다.20년이 지난 지금,6월 항쟁의 정신은 진정으로 실현되고 있는가. 아쉽게도 답변은 부정적이다. 우선 정치지도자들이 반성하고, 사회의 각 주체도 6월 항쟁 정신을 되살려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1987년 이래 우리 사회가 이룬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고,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만들었다. 이제 한국에서 군부나 독재정권이 등장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권위주의, 정경유착, 정치부패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인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관용과 타협을 모르는 극한투쟁, 이념·지역으로 갈린 분열과 혼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정치 민주화의 빛을 바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중산층의 위축과 함께 노동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는 처우가 더욱 벌어졌고,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직장인, 학생, 육체 노동자, 그리고 주부까지 거리로 몰려 나와 민주화를 외쳤던 20년 전을 생각해 보자. 그런 동질성, 순수성이 다시 가슴에 불붙는다면 현재의 사회 모순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이미 기득권 계층이 되어 순수성을 잃은 386 정치세력, 시민운동단체, 노동세력은 각성해야 한다. 그들이 도덕성을 회복해야 다른 정치인, 기업인에게 큰 희생을 떳떳하게 요구할 힘이 생긴다. 잊혀져 가는 6월 항쟁 정신의 회복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울신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본연의 임무를 다했는지를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6월 항쟁 정신을 살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앞장설 것임을 독자들께 약속 드린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기념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와 공동으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 평가, 전망’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정해구(성공회대)·김호기(연세대)·김세균(서울대)·조희연(성공회대) 교수 등이 한국 민주화 운동 및 6월 민주항쟁의 의미와 평가,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시민운동, 민중운동, 국제연대운동의 전개와 평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으며,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자문위원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기조 발표했다.5일에는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교수의 기조발표에 이어 강명세(세종연구소)·김종서(배재대), 박경(목원대)·서이종(서울대) 교수 등이 정치와 제도, 인권의 권리(평화, 인권, 생존), 민주화의 주체와 민주화의 길, 소통과 미래(미디어와 사상) 등 분야별 토론을 진행한다. “6월 항쟁 이후 한국 사회의 비극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투쟁 대상이었던 수구 정치세력들의 가슴에 안겨 권력의 단맛을 보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그들이 실현했다고 하는 그 민주주의는 이미 낡은 것이 되어 ‘시대의 징표’를 담지 못하고 있다.”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4일 ‘6월 항쟁, 더 많은 민주주의의 좌절’이라는 발제문에서 1987년 6월 항쟁 이후 등장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보수화 자유주의세력 민주주의 걸림돌 이 교수는 “6·29선언으로 직선제를 얻어낸 자유주의 정치세력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는 더 이상 관심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전향, 자본과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6월 항쟁의 현재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3차례의 집권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라면서 “이들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행동할 때만이 6월 항쟁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6월 항쟁을 지도했다는 국민운동본부조차도 자유주의적 제도권 야당이 직접 참여했고, 그들과 연결된 종교계, 그리고 재야의 ‘비판적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했으며 민중운동세력은 지배적인 위상을 점하지 못한 채 주변에 포진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우파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좌파로 분류했다. 우파는 지주 계급에 기반을 둔 야당세력으로 공정선거를 통한 정부와 의회 구성이 목표이며, 좌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소외된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또다른 축으로 삼는 세력이다. 좌파는 재야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6월 항쟁 전후 민주화 세력의 분화가 과연 이념적 분화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당시 상황을 면밀히 보면 이념적인 분화는 정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 교수는 과도하게 정치 사회 중심으로만 6월 항쟁을 분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면 보수이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면 진보라는 도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한국경제의 개방문제와 신자유주의는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 교수와 박 교수의 비판은 자유주의에 대한 낡은 정치관에 기반하고 있다.”며 재반박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라면서 “다만 지구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진보가 아니다.”면서 “그들과 한나라당의 갈등은 신자유주의 대연정으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일 뿐이며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의견이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시민운동과 현실 괴리…민중 삶 개선 못해” 6월 항쟁 기념 토론회에서는 시민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발표문 두 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정치학)는 ‘신자유주의 시대, 변화하지 못한 시민운동의 한계와 과제’라는 발제에서 “시민운동 위기의 핵심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 혹은 ‘정치적 중립성’ 같은 문제가 아니라 시민운동의 운동노선과 현실의 괴리가 민중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롭게, 사회 공공성을 올바로 인식하며, 풀뿌리 운동에 주목하고, 급진적 운동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시민운동의 과제로 꼽았다. 배 교수는 최근 시민운동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홍보적 시민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환경단체와 몇몇 유명 단체는 홍보 효과를 통한 기업 후원 기금을 마련해 자체 사옥을 확보하고 재단을 만드는 등 사실상 시민사회에서 귀족단체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영역에서 재벌 개혁과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 운동을 했지만 이는 재벌의 자산을 초국적 자본의 먹잇감으로 돌려놓았다.”면서 “17대 총선에서는 양극화나 이라크 파병이 아니라 부패 청산과 탄핵 찬성을 기준으로 낙선운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정훈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시민운동은 여전히 민주화의 동력인가.’라는 주제에서 정책대응 능력을 높일 것을 시민운동 진영에 주문했다. 그는 “한국 사회운동세력은 정책역량을 너무나 무시해왔다.”면서 “정책을 무시한 결과 진보학계는 거의 세대 단절 상태에 이르렀고 사회 전반은 보수화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가 보수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담론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물적 토대를 갖춰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사회운동이 분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운동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화장실 혁명’ 민·관·언 네트워크 닻올렸다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고, 화장실문화 개선 운동을 주도하기 위한 민·관·언 네트워크가 처음으로 구축됐다. 서울신문사와 행정자치부, 세계화장실협회창립총회조직위원회(WTAA), 유한킴벌리 등 4개 기관은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아름다운 화장실문화 가꾸기’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노진환 서울신문 사장과 박명재 행자부 장관, 심재덕 WTAA 위원장(열린우리당 의원), 최승균 유한킴벌리 전무 등이 참석했다. 4개 기관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총회 및 세계화장실 엑스포는 물론,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가꾸기 국내외 캠페인, 전국 아름다운 화장실 선정 등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창립 총회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비롯한 전세계 70여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미스터 화장실’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심 위원장은 “창립 총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전세계 화장실 혁명을 선도하는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화장실 세계표준 제정 등을 통해 수출 시장 개척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세계화장실협회를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등록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 세계 26억명가량은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해마다 200만명 이상이 전염성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전세계 화장실 선진화를 주도할 경우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 장관은 “세계화장실협회가 유엔 산하기구로 등록될 경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를 주도한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에서 수혜국이 아닌 기여국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이자, 문화 수출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무도 “화장실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보건·위생 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협약식에는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와 김원철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기획본부장 등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표 대표는 “2002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화장실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주춤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동 협약을 계기로 화장실문화 개선 활동이 범국민운동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영상=손진호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프로축구] “1승 쌓기 힘드네…”

    ‘이제야 정규리그 2승째’ 최윤겸 감독이 이끄는 대전 시티즌이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정규리그 12라운드에서 페르난도의 결승골에 힘입어 제주를 1-0으로 격파, 정규리그 10경기 연속 무승(7무3패)의 극심한 부진 끝에 귀중한 2승째를 낚아챘다. 대전은 전반 5분 데닐손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페르난도가 뛰어들며 가볍게 차넣어 상대 골문을 흔들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과 정규리그 5경기 연속 무승부의 침체를 털어낸 1승이었다. 정규리그 12위였던 대전은 10위로 두 계단 뛰어올라 중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도 올렸다. 1승 쌓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 것은 변병주 감독의 ‘총알축구’와 앤디 에글리 감독의 ‘공격축구’가 맞선 대구시민운동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대구의 이근호. 박지성의 부상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근호는 킥오프 1분도 안돼 통렬한 중거리슛을 날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는 전반 45분 특급 도우미 에닝요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껑충 솟아오르며 머리에 맞혀 부산 수문장 서동명과 수비수가 서로 처리를 미루는 사이로 흘러들어가는 행운의 선제골을 뽑아냈다. 정규리그 6호골로 컵대회 2골 포함,8골로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왕 추격에 불을 댕겼다. 그의 골은 또 최근 3연패의 부진에 허덕이던 변병주 감독에게 값진 승리를 안겨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구는 총공세를 편 부산에 후반 7분 만에 만회골을 내줬다. 코너킥을 골키퍼 백민철이 쳐내려다 실패해 굴러온 공을 전우근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백민철의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어 1-1 균형을 맞췄다. 이후 대구는 총공세를 폈지만 그때마다 몸을 내던진 부산 수비수들에 막혔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부산 역시 정규리그 7경기(3무4패), 컵대회 포함 9경기(4무5패) 무승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승점 1 추가에 만족해야 했다. 전남은 광양에서 벌어진 ‘호남 더비’에서 후반 경고 누적으로 수비수 두 명이 빠진 전북을 거세게 밀어붙인 끝에 후반 36분 이상일의 패스를 받은 김태수가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어 1-0으로 승리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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