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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순간의 선택으로 고통받는 두 남자 [이보희의 TMI]

    한순간의 선택으로 고통받는 두 남자 [이보희의 TMI]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고통받는 두 남자가 있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과 MC몽(본명 신동현)이다. 두 사람 모두 가요계에서 한때 뜨거운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지금은 ‘병역기피’라는 낙인이 드리워졌다. 유승준은 2002년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역의 의무는 사라졌다. 그는 미국인이 됐으며, 다시는 한국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병역회피’를 이유로 입국 제한 조치를 당했다. 이후 2015년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소송 끝에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같은 해 7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재외동포법을 내세워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한국땅을 밟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하며 싸워 오던 유승준은 지난해 12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승준방지법’을 발의하자 “그동안 참아 왔던 한마디 이제 시작하겠다”며 폭발했다. 그는 “내가 정치범이냐, 살인범이냐, 아동 성범죄자냐.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연예인 하나를 막으려고 난리법석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꾸준히 유튜브를 통해 “정부가 20년간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언론을 선동해 ‘국민 욕받이’를 만들었다”,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 3·1절에는 MC몽이 화제에 올랐다. 컴백을 앞두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병역기피 논란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MC몽은 2010년 12개 치아를 고의 발치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2012년 고의 발치로 인한 병역기피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공무원시험을 통한 병역 연기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MC몽은 자숙 기간을 거쳐 2014년 컴백 앨범을 냈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왔다. 다만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방송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유튜브에 출연해 군대 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그는 ‘국방부에서 늦게라도 입대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MC몽이 거절했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면제를 받고 무죄를 받은 저는 죽어도 군대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꼬리표다. ‘억울하다’는 말도 하기 싫다. 앞으로 더 도덕적으로 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대중의 반감으로 인해 하루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병역기피는 대한민국에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자신의 인생에서 약 2년이라는 시간을 국가에 내어주지 않은 대가를 그들은 평생 갚아 나가야 할 것이다. boh2@seoul.co.kr
  • “왕실, 해명해야”… ‘해리·마클 폭로’로 시험대 오른 英 인종차별

    “왕실, 해명해야”… ‘해리·마클 폭로’로 시험대 오른 英 인종차별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왕실이 해명할 것은 물론 영국에서 그간 크게 부각되지 않은 유색인종 차별 현실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많은 흑인 영국인들에게 해리와 마클의 인터뷰가 왕실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제공했고, 영국 사회에 뿌리내린 아슬아슬한 인종차별의 긴장을 드러냈다”고 봤다. 영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영국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흑인의 경우 75%가 백인과 비교해 자신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영국 여론조사기업 클리어뷰리서치의 케니 이마피든 국장은 WSJ에 “미국은 인종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역사가 영국보다 길다”며 영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아, 마치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언론, 대중의 비뚤어진 관심과 차별적인 시선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레딩대 역사학 교수인 케이트 윌리엄스는 가디언 기고글에서 “마클에 대한 태도는 찰스 왕세자의 부인 고 다이애나 빈의 사례에서 영국이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왕실과 혼인하는 여성들은 모두 공격을 받지만, 마클은 더 심한 고통을 겪는다. 그에 대한 보도는 인종차별주의로 가득하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기자가 그의 인종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부부의 시민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부부는 마클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과 사생활 침해를 이어 간 영국 대중지와 오래전부터 사이가 틀어졌으며 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이다. 마클은 언론이 다른 왕실 일가에는 어떤 태도냐는 질문에 “무례한 것과 인종차별적인 것은 같지 않다”며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고, “사실이 아닌 보도에 대해 대응하는 언론팀이 왕실에 있는데, 우리에게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왕실의 소극적인 대응을 거듭 비판했다. 앞서 미 CBS방송에서 방영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부부가 “왕실 고위 관계자가 첫째 아들 아치의 피부색이 검은 것을 우려했다”고 주장한 뒤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 발언의 화자를 놓고 윈프리는 “해리 왕자가 그 말을 한 사람을 알려 주진 않았다”면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은 아니라고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부부의 인터뷰는 미국에서만 171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올해 황금시간대 오락 특집물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며 “큰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인터뷰 방송을 그 정도의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는 건 드문 일”이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보희의 TMI] 유승준과 MC몽의 정면돌파

    [이보희의 TMI] 유승준과 MC몽의 정면돌파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고통받는 두 남자가 있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과 MC몽(본명 신동현)이다. 두 사람 모두 가요계에서 한때 뜨거운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지금은 ‘병역기피’라는 낙인 아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유승준은 2002년 4급 공익 판정을 받은 후 국외여행허가신청서를 내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역의 의무는 사라졌다. 그는 미국인이 되었으며, 다시는 한국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병역 회피’를 이유로 입국 제한 조치를 당했다. 이후 만 38세이던 2015년 LA 총영사에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하도록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이에 유승준은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같은해 7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재외동포법을 내세워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그는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무릎 꿇고 사죄하기도 하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그랬던 그가 폭발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기 위한 ‘유승준 방지법’을 발의하자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참아왔던 한마디 이제 시작하겠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제껏 낮은 자세로 호소했던 유승준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내가 정치범이냐, 살인범이냐, 아동 성범죄자냐.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연예인 하나를 막으려고 난리법석이냐”고 토로했다. 지난 1일에도 유튜브를 통해 “정부가 20년간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언론을 선동해 ‘국민 욕받이’를 만들었다”,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지난 3·1절에는 MC몽이 화제에 올랐다. 2일 정규 9집 컴백을 하루 앞두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병역기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 그러나 여론의 반감으로 인해 하루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MC몽은 2010년 총 12개 치아를 고의 발치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2012년 최종 재판 결과 고의 발치로 인한 병역기피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공무원시험을 통한 병역 연기는 위계에 인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MC몽은 자숙 기간을 거쳐 2014년 정규 6집으로 컴백했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다. 다만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방송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유튜브에 출연해 직접 군대 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 그는 “실제 유전병으로 인해 치아가 신체장애 수준이었고, 10개가 넘는 이를 병으로 발치했다. 생니를 뽑았다고 알려진 것도 실은 정상적인 이빨이 아니었고, 법원에서도 진단 서류들을 철저히 검토해 완전 무죄 판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방부에서 늦게라도 입대시켜주겠다고 했지만 MC몽이 거절했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면제를 받고 무죄를 받은 저는 죽어도 군대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어쩔수 없는 꼬리표다. ‘억울하다’는 말도 하기 싫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더 도덕적으로 살 거고, 어떤 결과가 온다고 하더라도 평생 갚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인기가 높았던 만큼 군 복무로 인해 정체되는 시간이 더 두려웠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군대에서의 2년보다 더 길고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반성하고 그 대가를 치렀다면 기회는 다시 주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관용은 없는 걸까.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병역기피자” 병무청장에 유승준 “그만큼 했으면 양심이 있어야지” [이슈픽]

    “병역기피자” 병무청장에 유승준 “그만큼 했으면 양심이 있어야지” [이슈픽]

    “가장 중요한 20·30대 다 빼앗아갔다”“내가 한국 못 들어가 안달 나 이런 줄 아나”“재외동포법 조항에 ‘유승준만 빼고’ 있나”“불공평·형평성 문제 있어 소송하는 것”병무 “여행 간다더니 美시민권 딴 병역기피”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가 자신을 겨냥해 ‘여행 다녀온다 해놓고선 미국 시민권을 딴 명백한 병역 기피자’라고 못박은 최근 모종화 병무청장의 국회 발언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20대, 30대를 다 빼앗아갔다. 그만큼 했으면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유씨는 “언제부터 행정부에서 입법도 하고 재판도 했느냐. 병역기피자는 당신들 생각이고 당신들 주장”이라면서 “불공평하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하는 것이다. 말장난 하느냐”며 불쾌감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유승준 “언론플레이, 마녀사냥”“언론 선동해 국민 왕따·욕받이 만들어” 1일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유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지난 23일 모 병무청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 발언을 언급하며 “내가 한국을 못 들어가서 안달 나서 이러는 줄 아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씨는 자신의 입국 금지와 관련한 병무청, 국방부의 입장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반박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씨는 지난 26일 올린 영상에서 “내가 백보 양보해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내 잘못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하는 외국 국적 동포에게는 만 41세가 되는 해까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면서 “이는 재외 동포법상 미필자 또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 취득을 했을지라도 만 41세 이후에는 비자발급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그것이 법이다”라면서 “그 법 조항 안에 ‘유승준만 빼고’라는 말이 들어 있냐”며 날을 세웠다.유 “조용히 안 사라지고 시퍼렇게 살아있으니 내가 돌아오면 무척 불안할 것” 유씨는 “‘유승준은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거짓말쟁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언론 플레이이자 마녕 사냥”이라며 억울해한 뒤 “‘유승준은 괘씸하니까 국민 정서법상 절대로 비자도 줘서는 안 되고, 입국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재외 동포법에 유승준은 해당이 안 된다. 왜? 괘씸하니까’ 도대체 그런 내용들이 법안에 있냐”고 반문했다. 유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연스럽게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비자 발급은커녕 나라에서 입국 조차 금지하고 있다”면서 “20년간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 취급을 당했고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선동해 ‘국민 왕따’에 ‘국민 욕받이’를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깨달으니까 불안한 것 같다. 그냥 조용히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서 이렇게 쌩쌩하니까 내가 다시 돌아오면 무척 불안할 것”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날 그냥 병역기피자 취급해라”“내가 사기 떨어뜨려? 국민들 안 속아” 유씨는 “내가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입국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내가 반박하는 말을 듣고 나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입국 금지를 한다는 것이 궁색할 것이다”라면서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국민들은 그런 말에 속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두렵냐”라고 다그쳤다. 그는 “나를 그냥 병역 기피자로 취급해라”면서 “하지만 최소한의 균등하고 공평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달라. 20년이 지났다. 더 이상 무엇을 더 치뤄야 하느냐”고 비자 발급을 해달라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유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해시태그로 ‘#병역? 기피자#인정하겠습니다?#모종화? 병무청장 #서욱? 국방부 장관 #사법부의판단? #시선돌리기? #법치? #인권유린? #불평등? #형평성? 딱 한마디만 더 하고 넘어 가지요!!’라고 적은 항의성 영상을 게시했다. 유씨는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을 향해서도 “악플 달 시간에 당신 인생에 좀 투자를 하라”면서 “평생 그 짓만 하고 살면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일 것이다. 그렇게 살지 마라”고 악담을 퍼부었다.병무청장 “입영 통지서 받고 미국 시민권 딴 유일 사례, 명백한 병역기피자” 앞서 모 청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티브 유는 국내 활동하면서 영리를 획득하고,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 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본인은 병역 면제자라고 주장하는데,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 청장은 “면제자는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해서 5급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모 청장은 “1년에 3000~4000명의 국적변경 기피자가 있는데, 그 중 95%는 외국에 살면서 신청서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면서 “스티브 유는 다른 3000~4000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일하게 기만적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그가 형평성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 청장은 특히 “스티브 유가 해외 출국할 때 냈던 국외여행허가신청서가 있다”며 직접 해당 문건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신청서에 ‘공연’이라고 적고 며칠 몇 시까지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병무청과 약속을 하고 갔다”면서 “그런데 (이를 어기고) 미국 시민권을 땄기 때문에 명백한 병역 기피자다”라고 잘라 말했다. 모 청장은 “스티브 유의 행위는 단순히 팬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닌 병역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스티브 유는 병역의 의무의 본질을 벗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서욱 국방 “헌법 위반한 병역 기피자”“병역 면탈 목적으로 국적 상실” 서 장관도 유씨에 대해 “헌법을 위반한 병역 기피자”라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스티브 유는 병역을 회피한 전형적 사례’라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스티브 유는 병역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병역 기피자”라면서 “병역법 위반이자 병역 의무가 부과된 사람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승준은 2002년에 4급 공익 판정을 받은 뒤 입대 전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사하고 오겠다며 출국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그는 법무부로부터 ‘병역 회피’를 이유로 입국 제한 조치를 당했다. 20년에 걸친 오랜 소송 끝에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국내 입국 비자 발급과 관련해 승소했으나, 같은 해 7월 LA 총영사관에서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거듭 행정소송을 냈다.유승준이 올린 유튜브 글 전문 집단주위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체험 합니다. 세월이 20년이 지났음에도 광기 어린 분노를 뿜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가만히 눈감고 넘기려 했습니다. 솔직히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요. 댓글의 수준을 보면 어떤 사람들인지 바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정말 힘빠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끝이 없네요. 뭐 세삼스럽지는 않습니다. 20년이나 지났는데, 병무청과 국방부는 아직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제가 만든 영상에 그 이유와 설명들이 다 있고 법적으로는 또 어떤 문제들이 있고, 또 그뒤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고 언론은 또 어떻게 함께 일조를 했는지도, 그런 것은 하나도 기사화 안하고 마치 허공에 외침처럼, 하나 같이 등 돌리고 모른척 하다가 여론 몰이할 건수 하나 올라오니까. 다같이 붙어서 뭐 마치 새로운 뭔가를 알려주는거 마냥, 또 지저분한 사람들 몰려들어서 더럽게 떠들어대는 이 싸이클…같은 얘기를 새롭게하면 새롭게 들립니까? 하기야 나를 모르는 새대는 또 새로운 뭔가가 나왔다고 생각하겠지요. 이번이 (큰 일이 없는한) 이런 류의 마지막 영상일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말을 계속 하는거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지금도 똑같은 말(말장난)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시선 돌리기를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맘이 편치 않아 이렇게 영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김병주 의원이 질의 하고, 모종화 (병무)청장이 답변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마무리하고 각본에 잘 짜여진 그림 같아서… 답장은 해드려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긴 영상 아닙니다. 뭐 새로울것도 없습니다. 그냥 가볍게 시청해 주세요. 처음 보시는 분들이나 해명 이나 팩트체크까지 다 해드린 사항을 가지고 계속 댓글 다시는 분들은 먼저 지난 소신발언 팩트 체크 영상 보시고 와서 계속 악플 달아 주시길 바랍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악플 달 시간에 그 시간을 당신 인생에 좀 투자를 하시는게, 평생 그짓?만 하고 살면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 일 거예요. 살짝 비꼬았는데요. 사실이라서… 그렇게 살지 마시고, 열심히 자신의 인생 책임지고 열심히 사세요. 부득이 한 소모전입니다만 뭐 시작 했으니까 끝은 봐야하는게 아닌가 싶네요.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우디 제재한 바이든… ‘카슈끄지 암살 배후’ 빈살만엔 면죄부

    사우디 제재한 바이든… ‘카슈끄지 암살 배후’ 빈살만엔 면죄부

    사우디 왕실 경비대 등 76명 제재민주 “독재자에 면책 메시지” 비판“사우디에 경고·길들이기” 현실론도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재조정에 나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인권 문제에 대한 단호한 경고를 통해 미국이 소위 사우디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한 2페이지 분량의 기밀 보고서에서 “무함마드가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언론인 카슈끄지를 납치하거나 살해한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행방불명이 됐고, 이후 사우디에서 온 암살단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무함마드가 살해를 승인한 근거로 “그가 2017년 이후 안보 및 정보 기구에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암살단 15명 중 무함마드의 명령만 수행하는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 소속 요원 7명이 포함된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날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지하면서도, 무함마드는 해당 제재에서 제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선 때 무함마드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이른바 왕따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던 것과 결이 달라졌다. 이에 민주당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무함마드를 포함해) 각자가 진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 세계 독재자들이 ‘면책이 원칙’이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도 “무함마드는 금융·여행·법률상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무함마드가 제재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미국이 사우디와 동맹을 유지해야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현실론을 들었다. 무함마드는 머지않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6) 국왕의 뒤를 이어 사우디를 통치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언제라도 꺼낼 수 있는 무함마드 제재라는 카드를 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취한 조치는 관계를 파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더 잘 맞도록 재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기 판매에 매달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인권 등 민주주의적 가치에 입각한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불법체류자→비시민’ 바이든 시대, 단어부터 달라졌다

    ‘불법체류자→비시민’ 바이든 시대, 단어부터 달라졌다

    트럼프 혐오발언 사라지고 성소수자 배려성별 순서도 그녀(she) 뒤에 그(he) 배치‘기후위기·기후변화’ 등의 단어도 재사용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이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혐오를 표현하는 단어가 사라지는 등 ‘정부의 언어’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라졌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국토안전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illegal alien)라는 용어가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바뀌고 있다”며 이민·과학·성소수자 등을 부정했던 트럼프의 용어를 없애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서 연설을 할 때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썼다. 캘리포니아주나 뉴욕 등은 이미 행정 용어에서 삭제한 단어다. 특히 뉴욕의 경우 모욕하거나 괴롭힐 의도로 ‘불법 체류자’란 용어를 사용하면 최고 25만 달러(약 2억 77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행정부 홈페이지에는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미 환경청이 트위터에 ‘기후위기’라는 해시테그를 사용한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혔다.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민원 글을 넣을 때도 성별을 나타내는 항목에 성소수자를 위한 ‘그들’(they/them)이 추가됐고, 성별 나열 순서도 ‘그녀’(she/her) 뒤에 ‘그’(he/him)를 배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을 통합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자리를 되찾는 것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분열적인, 또 외국인 혐오적인 언어로부터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는 ‘중국 바이러스’, ‘쿵푸 바이러스’ 등 코로나19를 인종적으로 비하하는 듯한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병무청장 “유승준, 美 여행 간다더니 시민권 따…명백한 병역기피자”

    병무청장 “유승준, 美 여행 간다더니 시민권 따…명백한 병역기피자”

    국방부가 가수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븐 승준 유)에 대해 “헌법을 위반한 병역 기피자”라고 강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티브 유는 병역을 회피한 전형적 사례’라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지적에 “스티브 유는 병역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병역 기피자”라면서 “병역법 위반이자 병역 의무가 부과된 사람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모종화 병무청장도 “스티브 유는 국내 활동하면서 영리 획득하고, 입영 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유일한 사람”이라며 “본인은 병역 면제자라고 주장하는데,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 청장은 “그가 해외 출국할 때 냈던 국외여행허가신청서가 있다”며 직접 해당 문건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이어 “신청서에 며칠 몇 시까지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약속하고 갔다”며 “그런데 미국 시민권을 땄기 때문에 명백한 병역 기피자다”라고 못박았다. 한편 유승준은 2002년에 4급 공익 판정을 받은 뒤 입대 전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사하고 오겠다며 출국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그는 법무부로부터 ‘병역 회피’를 이유로 입국 제한 조치를 당했다. 20년에 걸친 오랜 소송 끝에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국내 입국 비자 발급과 관련해 승소했으나, 같은 해 7월 LA 총영사관에서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거듭 행정소송을 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텍사스 돕자” 나흘만에 52억 모은 진보의 상징 ‘AOC’

    “텍사스 돕자” 나흘만에 52억 모은 진보의 상징 ‘AOC’

    코르테스, 진보의 ‘샛별’에서 ‘상징’으로CNN “차기 대선 최연소 경선 주자 가능”지난해 상하원 선거서도 민주당 모금 3위라틴계·밀레니얼 세대·급진좌파로 분류“미 하원의원들이 2년간 모으지 못할 액수를 텍사스를 돕고 싶다는 말만으로 해냈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31) 하원의원이 한파와 폭설로 초유의 피해를 입은 텍사스를 돕기 위해 나흘만에 무려 470만 달러(약 52억원)을 모금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진보의 샛별’이라 불리던 코르테스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춘 인사가 됐다는 의미다. CNN은 한발 더 나아가 코르테스가 35세가 되는 2024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경선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되려면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로,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하고 35세 이상이어야 한다. 코르테스가 경선 주자로 나선다면 역대 최연소가 된다. 그는 지난해 상·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내 선거자금 모금 랭킹 3위(1729만 657달러·약 192억원)에 오른 바 있다. 코르테스는 2018년 첫 하원의원 도전에서 10선을 지낸 민주당 현역 의원인 조 크롤리를 누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크롤리가 당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의 후임자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당시 28세였던 급진좌파 라틴계 여성에게 패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코르테스는 미국 내 최대 민주사회주의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6년 대선 때는 역시 극좌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대학 2학년이던 2008년 아버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어 집을 압류당해 코르테스는 음식점 등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정치사회 운동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 풀뿌리 정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뉴욕이 지역구임에도 직접 텍사스 현장을 둘러보고 모금을 제안할 정도로 행동파로 평가된다. 현재는 의원 내 비율이 불과 6%에 불과한 밀레니얼 세대(25~40세)를 대변할 ‘진보의 상징’이나 ‘진보의 미래’로 불리며 이름의 앞글자를 붙여 ‘AOC’라는 별칭으로도 통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그린뉴딜’ 정책, 최고세율이 70%에 이르는 ‘부유세’ 등을 주장한 바 있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성폭력의 생존자다”라고 밝히며 사회 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무솔리니에 탕탕탕, 코에 반창고 붙이게 만든 아일랜드 여성 깁슨

    무솔리니에 탕탕탕, 코에 반창고 붙이게 만든 아일랜드 여성 깁슨

    20세기 최악의 독재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에게 총을 쏴 코에 반창고를 붙이게 만든 아일랜드 여성이 있었다. 바이올렛 깁슨의 존재는 역사에서 거의 잊혀졌는데 영화로 만들어져 연내 아일랜드 텔레비전이 방영할 예정이고 더블린 거리에 동상 건립이 추진되는 등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1926년 4월 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총통 재임 3년차 축하 연설을 할 즈음, 깁슨은 군중 속에서 튀어나와 세 발을 쐈다. 그는 무솔리니 지지자들에게 총을 빼앗기고 공격을 당했지만 경찰이 뜯어 말려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무솔리니는 평생 네 차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는데 볼로냐에서 15세 소년이 쏜 총에 맞기도 했고, 이탈리아와 미국인 아나키스트가 저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넷 중 가장 무솔리니와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쏜 것이 깁슨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감옥에서 얼마간 지내다 잉글랜드로 추방됐는데 당시 이탈리아 재판은 인민재판 식이라 어떤 자비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외교적 노력이 있었지 않았나 추정될 따름이다. 그는 노샘프턴의 세인트 앤드루스 정신병원에 수용돼 여생을 보내다 1956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무솔리니를 저격하고 정신병원에 여생을 갇혀 지낸 얘기는 그의 가문 때문에 더욱 극적이 된다. 그는 당시 아일랜드에서 법적으로 가장 높은 공직인 로드 챈슬러였던 애시번 남작의 딸로 태어났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사교계에 발을 들였다. 이런 가문이었으니 무솔리니 저격을 정치적 의거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신 나간” 짓이라고 여겼다.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마저 감추려 했다.그런데 이제는 깁슨 가문도 동상 추진에 동의하고 있어 몇주 안에 다가올 최종 승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무소속 더블린 시의원 매닉스 플린은 설명했다. 아울러 더블린의 메리온 광장에 있는 그의 생가 건물주도 동상 건립에 찬동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2014년 프랜시스 스토너사운더스가 쓴 ‘무솔리니에 총을 쏜 여인’에 기반해 시오본 리남이 쓴 라디오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많은 청취자들에게 그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리남의 남편 배리 다우달이 연출해 영화 ‘ 바이올렛 깁슨-무솔리니를 쏜 아일랜드 여인’이 만들어져 국제영화제 등에서 선보이고 있다. 리남은 동상이 세워지면 “사람들이 무솔리니를 죽이려 했던 성지를 찾을 것이다. 여성이, 그것도 50세 여성이 사각지대에서 그에게 총을 쐈다”고 말했다. 다우달은 정신병원에서 지금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공주, 어쩌면 어린 시절 아일랜드에서 어울렸을지 모르는 윈스턴 처칠 등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던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심히 썼지만 병원 측은 발송조차 하지 않아 두 사람은 노샘프턴에서 편지들을 볼 수 있었다. 부부는 이탈리아의 문서 보관소들을 뒤져 깁슨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다우달은 “남자가 이런 일을 했다면 아마도 진즉 동상이나 비슷한 것들이 세워졌을 것이다. 여성이었고 평생 감금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얘기를 밖에 끄집어내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깁슨과 무솔리니 둘 중 누가 더 진짜 미친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무솔리니는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힘들어하던 이탈리아 민중의 마음을 파고들어 1920년대 초반 정권을 잡은 민족주의 파시스트 당의 총수였다. 민주 헌법을 짓밟고 1925년 총통에 올랐다.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검정셔츠단이란 무장조직을 수하처럼 부렸다. 프랑코 총통의 스페인 내전을 지원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아돌프 히틀러의 편에 섰다. 무솔리는 히틀러의 정책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데 예를 들어 1938년 반유대 법을 가져와 이탈리아 거주 유대인들의 시민권을 빼앗았다. 홀로코스트로 이탈리아 유대인 7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무솔리니는 1945년 연합군의 진격 때 달아나려다 파르티잔(빨치산)에게 붙잡혀 즉결 처형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침몰선에서 나온 서류 한 장 때문에 62년 잘 살던 미국에서 추방된 95세

    침몰선에서 나온 서류 한 장 때문에 62년 잘 살던 미국에서 추방된 95세

    조국 독일을 떠나 62년 가까이 미국에서 잘 살아온 95세 노인이 미국 법무부가 추방해 20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땅을 밟았다. 난파된 배에서 나온 서류 한 장 때문에 이런 수모를 당했다. 주인공은 2차대전 후 캐나다를 거쳐 미국 테네시주에 살고 있던 독일 시민권자 프리드리히 카를 베르거. 그는 1945년 함부르크 근처 노이엔가메 강제수용소 산하 작은 수용소에서 몇달 동안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당시 이곳에는 유대인 수용자는 물론 러시아, 네덜란드, 폴란드 민간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적이 수용돼 있었다. 영국과 캐나다군이 이 수용소로 진격할 당시 베르거는 수용자들을 본 수용소로 강제 이동시킬 때 경비를 담당했다. 2주간에 걸친 이동으로 70명이 사망했다. 또 수용자들은 두 대의 배에 나뉘어 발트해의 뤼베크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영국 전투기의 오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 마지막 주에 수백 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몇 년 뒤 침몰한 배에서 서류를 건져냈고, 미국 법무부의 역사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베르거가 수용소에서 복무한 기록을 찾아냈다. 전시 복무를 포함해 독일에서 고용된 것에 근거해 독일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도 추방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는 독일 해군에서 근무하다 2차대전 마지막 몇 달만 이 수용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거는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 인터뷰를 통해 수용소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며 잠시 머물렀을 뿐이고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 판결을 받은 뒤 “75년이나 지났는데 이건 멍청한 짓이다. 믿을 수가 없다. 당신들은 내 집에서 날 쫓아내고 있다”고 분해 했다. 베르거는 2차대전 후 아내,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뒤 1959년 미국으로 넘어와 정착했다. 미국은 나치의 박해 때 부역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이 법은 1957년 만료됐다. 베르거는 미국 이민을 신청할 때 독일 해군에서 근무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그 뒤 1978년 ‘홀츠먼 법’ 개정을 통해 나치의 박해에 참여한 이들의 입국이나 미국 거주를 금지했다. 베르거는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추방된 70번째 인사에 해당하며, 현재 추가로 추방 심사를 받는 이는 없다. 독일은 지난해 증거 불충분으로 베르거에 대한 소를 취하했지만, 독일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영국 BBC는 그의 발언 여부에 따라 추가 기소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검찰은 나치 부역자에 대한 기소를 계속하고 있다. 이달에도 예전 폴란드 땅에 있던 스튜트호프 수용소 지휘관의 비서로 일하던 95세 할머니를 기소했고,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경비로 일했던 100세 노인을 나란히 대량 학살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막말쇼로 연봉 550억원 번 ‘트럼피즘 설계자’

    막말쇼로 연봉 550억원 번 ‘트럼피즘 설계자’

    美 2000만명 듣는 인기 라디오 진행자낙태권 주장 여성에 “페미나치” 조롱“의회 난동은 민주 지지자 책임” 주장도끝없는 혐오 발언으로 극우 선동 지속 트럼프, 작년 ‘대통령자유메달’ 수여“애국자였고 자유의 수호자였다” 애도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오프라 윈프리.’ 미국 잡지 베니티 페어가 17일(현지시간) 사망한 러시 림보(70)에게 붙인 별칭이다. 2000만명의 청취자를 보유한 가장 선동적인 라디오 진행자인 림보는 원칙을 중시하던 정통 보수를 무너뜨린 ‘트럼피즘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그에게 민간인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자유메달을 수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를 애도했다. 하지만 진보·민주당·페미니즘·환경론자 등을 무차별 저격하고 백인우월주의 음모론 설파로 늘 논란을 달고 살았다. 림보의 네 번째 부인인 캐서린 애덤스(44)는 이날 림보가 진행하던 라디오쇼에 나와 “지난해부터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림보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NBC방송은 “극우파에는 영웅이자 공격적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가, 지칠 줄 모르는 극우적 가치의 챔피언이었고 좌파에게는 인격 모독과 음모론을 일삼는 불량배이자 악당이었다”고 림보의 두 얼굴을 평가했다. 림보는 주류 정치인들이 백인의 특권을 빼앗고, 시민권·낙태권·동성애 권리 등을 옹호해 사회 안전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극우세력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낙태권을 주장하는 여성에게 ‘페미나치’라는 딱지를 처음 붙이고, 환경주의자를 향해 ‘나무와 사랑에 빠진 미친놈’이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구사한 그의 쇼는 극우진영이 유튜브 등을 이용해 선전선동에 나서는 모델이 됐다. 금기를 넘어서는 림보의 ‘험한 입’은 줄곧 논란이 됐다. 2003년 방송에서 흑인 프로미식축구 선수인 도너번 맥나브가 ‘실력에 비해 진보로 쏠린 주류 언론들에 의해 과대포장됐다’는 식의 언급을 해 ESPN 분석관 자리를 내놓았고, 2006년 자신의 쇼에서는 파킨슨병에 걸린 배우 마이클 J 폭스의 몸떨림을 흉내내며 조롱해 비난을 불렀다.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안이 여성의 피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지타운대 여학생에 대해서는 “매춘부”라고 욕설을 날렸다. 이어 세금의 피임 비용 지원은 여성의 성관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 성관계 영상을 보여 달라는 식으로 발언했다가 광고가 끊기는 역풍에 사과했다. 지난달 6일 의회 난입 참사 때는 트럼프 지지자가 아닌 “민주당이 지지하는 선동가”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3시간 토크쇼를 가능케 하는 림보의 소위 ‘빠르고 저렴한 언변술’은 트럼프의 연설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2016년 대선에서 림보는 “트럼프가 우리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그를 찬성한다”며 청취자들을 선동했고, 트럼프는 지난해 림보에게 “매일 수백만명의 사람들과 얘기하고 영감을 주었다”며 대통령자유메달을 줬다. 트럼프는 이날도 폭스뉴스에서 진행한 림보의 추모 프로그램에 나와 “그는 전설이었다. 대단한 통찰력이 있었다. 애국자였고, 자유의 수호자였다”며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림보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미 주류 언론도 그의 방송 능력은 높이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는 방송에서 말하지 않던, 집에서 밤에나 얘기할 것들을 큰소리로 말했다. 청중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폭스뉴스의 유명 진행자인 숀 해니티, 대표적 우파 논객인 글렌 벡 등이 림보의 추종자로 분류된다. 2학년 때 성적 불량으로 미주리대를 중퇴한 림보는 1985년 새크라멘토에서 ‘러시 림보 쇼’를 진행해 3년 후 전국 방송으로 키워 냈다. 당시 37세였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방송의 ‘공정성 원칙’을 폐지하자 림보의 편향된 방송은 날개를 달았다. 1990년대 림보는 정치세력으로 평가됐고, 2008년부터 5000만 달러(약 554억원)의 연봉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의 쇼는 미 전역의 650개 제휴 방송국에서 전파를 타며, 월 청취자는 2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코로나 대응 최우선… 백신 국가주의 거부”

    “코로나 대응 최우선… 백신 국가주의 거부”

    최초의 여성·아프리카계 사무총장“가난한 국가에 백신 공평하게 보급”親중국 우려에 “새 규칙 형성” 일축“아프리카계 최초로, 첫 번째 여성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되어 기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부터 제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겠지요.”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는 15일(현지시간) WTO 사무총장 추대 뒤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대응과 WTO 개혁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팬데믹이 보건과 경제 측면에서 이중 충격을 가했고, 세계 여러 지역에 경제적 파괴가 일어났다”면서 “WTO는 평소처럼 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백신 국가주의는 성공할 수 없다”며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든 국가, 특히 가난한 국가에 공평하고 저렴하게 보급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첨예해진 미중 무역갈등에 치이며 위상이 위축된 WTO를 이끌게 된 오콘조이웨알라는 선진국 간 무역분쟁, 기후위기, 코로나19 등의 현안별로 새로운 무역규칙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가디언은 2000년대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던 오콘조이웨알라가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의 국가채무 상환 협상을 타결해 국가 재무 건전성을 순식간에 개선시킨 일화를 소개하며 그의 추진력을 강조했다. 당시 부패 청산도 추진하던 그는 자신을 험담하는 이들에게 “나는 투사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은 쫓아내 버릴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새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로 친중국 성향이기 때문에 오콘조이웨알라가 사무총장인 WTO도 중국에 우호적일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었기도 하다. 오콘조이웨알라는 한층 더 높은 단계의 구상을 제시하며 의심을 일축시켰다. “불신은 미국 대 중국, 미국 대 유럽연합(EU), 중국 대 EU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국가일수록 무역만큼 국내총생산(GDP)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수단이 없습니다. 모든 그룹 간 격차를 해소하는 무역규칙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사실 나이지리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오콘조이웨알라는 미국에서 유학했고, 2019년엔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고국에서 재무·외교장관을 할 때를 제외하면 세계은행(WB)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들의 환대엔 이 같은 그의 경력도 한몫을 했다. 개도국과 선진국에서 모두 살아본 그의 참신한 관점은 2007년 ‘아프리카 원조 무용론’을 다룬 TED 콘퍼런스에서 빛을 발한 바 있다. 15세 때 말라리아에 감염된 3살짜리 동생을 업고 10㎞를 걸어 원조 의사를 찾아가 동생을 살렸던 일화를 꺼낸 그는 “가족을 살릴 수 있다면 원조여도, 무역이어도 좋다. 다만 고액 기부자들이 내키는 대로 하는 원조는 그만두자. 무역계획 수립에 정성을 쏟듯 중장기적 관점으로 원조 계획도 잘 설계하자”며 현장 중심의 실용적 대안을 제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여당은 정책 경쟁하는데”…고개 든 네거티브에 국민의힘 ‘속앓이’

    “여당은 정책 경쟁하는데”…고개 든 네거티브에 국민의힘 ‘속앓이’

    국민의힘의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간 ‘맞수토론’이 시작된 가운데 과도한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토론에서 정책이나 공약, 노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특정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구태 선거전략이 고개를 들자 당 내부에서도 공개 토론이 되레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15일) TV토론에서 제가 의원일 때 함께 일했던 직원의 실명이 언급되며 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줬다”며 “토론이 끝난 뒤 새벽까지 그 사람과 가족이 겪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한 번 감옥에 갔다고 시민권이 회복된 한 젊은이가 열심히 재기하려는 갱생의 노력을 폄하할 권리를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며 “큰 실수를 한 사람이더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 서서 지켜주고,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에는 방패가 돼 함께 막아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글은 전날 맞수토론에서 대결을 펼쳤던 이언주 전 의원이 박 교수 전직 보좌관의 과거 비위를 거론하며 후보 자질을 문제삼은 데 대한 해명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실형을 살았던 전직 보좌관이 현재 박 교수의 선거를 돕고 있다며 토론 중 실명을 공개했다. 이 전 의원은 전날 토론 후에도 페이스북에 ‘바다이야기 아류작 돕다 뇌물받은 사람이 박형준 예비후보의 선거참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교수가 2005년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이었을 때 당시 보좌관은 사행성 게임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2년 징역이 확정됐다”며 “부산시장이 되면 엄청난 이권이 관계된 일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한 번 하면서도 그런 일들이 생기고, 그 악연을 청산하지 못해 지금까지 질질 끌려다니는 게 과연 시장(후보)로서 적절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도 박 교수의 해명이 나오자 “박 교수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최측근을 비호하기에 앞서 잘못된 정책으로 초래된 도박 광풍에 휘말려 가정이 파탄나고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바란다”며 “그게 공인의 도리이자 인간의 도리”라고 촉구했다. 부산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박 교수가 독주 체제를 갖추며 국민의힘이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유력 주자인 박 교수를 향해 자극적인 네거티브 공격이 쏟아지자 ‘굳히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토론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박 교수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당 입장에서 보면 후보 간 내부총질은 최악의 수”라며 “민주당은 TV토론 후 정책 경쟁 등이 보도되는데, 우리는 후보자 개인의 과거 전력이나 비위 의혹 등이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네거티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는건지 의문”이라며 “본선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 주자를 깎아내리는 건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프랑스가 근친상간 처벌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저명한 정치학자가 30여년 전 미성년자인 의붓아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에 분노한 결과다.’ 이 문장 중 무엇을 잘못 썼는지 제목에 나와있다. ‘상간’이 아니라 ‘강간’ 혹은 ‘성폭력’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상간’이 될 수 없다. 이 한 줄 설명에 설복되는 오류인데도 지적받기 전에는 몰랐다. 몇 해 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행동’(공폐단단) 활동을 했다는 독자들의 이메일을 본 뒤에야 잘못을 알았다. “피해자 혹은 생존자는 가정 내 권력관계에서 동등하지 않기에 상간이라기보다 강간이라는 말을 써 주십사 의견 드립니다.” 지난달 기사가 나간 뒤 바로 받은 메일을 놓쳤다 3주나 지나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부적절한 용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잘못 쓴 말을 바꿨다. 공폐단단의 활동 덕분일까. 보도되던 당시 꽤 있었던 ‘근친상간’이란 용어가 다른 언론사 뉴스에서도 현저하게 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근친강간’이나 ‘친족성폭력’ 같은 단어는 없고, ‘근친상간’이란 단어만 있는데도 말이다. 단 대사전에 있는 ‘근친상간’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성폭력 범죄와는 결이 다른 뜻이다. 용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부르고,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지 않고 ‘조두순 사건’이라 칭하고, ‘조선족·탈북자’ 대신 ‘중국동포·북한이탈주민’이라고 바꿔서 쓰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새 용어가 이질적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한 존중과 응원을 담는 행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할 일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 용어가 더이상 거북하지 않다면 드디어 진짜 변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개혁 첫 행보로 관련 법의 용어를 불법체류자 이미지가 강한 ‘외국인 체류자’(alien)에서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단어에 익숙해질 때쯤 이민자를 포용하는 미국의 새로운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것이다. 막 출범한 정권이 새 용어로 정책 동력을 얻는 일은 이제 생경하지 않다. 누구도 혼자서는 용어를 만들 수 없다. 용어는 태생적으로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콘텐츠다. 그래서 혐오와 비하의 뜻을 담은 용어는 견제받고, 그런 용어를 습관적으로 쓰는 집단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종국에 혐오와 비하의 말은 존중과 응원을 담은 새로운 용어로 대체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문제는 좋은 용어일수록 생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과거 어느 시점의 강력한 이미지에 박제된 이 용어들을 집단마다 저마다의 뜻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1987년 모델에만 있는지, 여야는 왜 양쪽 다 서로에게 ‘공정하라’고 윽박지르는지, 공수처와 검찰은 왜 한쪽만 ‘정의’라는지 모를 일이다. 설명할 용어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용어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쟁탈전이 어지럽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꿈이었던 ‘중산층’이란 말 앞에선 난감하다. 남들보다 더 벌어 안정을 찾는 계층인 줄 알았더니, 세상이 멈추면 함께 멈출 수밖에 없는 기반 약한 계층임을 코로나19로 인해 각성했다. 이번에도 일단 또 용어가 앞서 나갔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노동·사업소득과 다르게 자산소득은 불어나자 다들 ‘벼락거지’를 경계하며 ‘동학개미’ 여정에 나서려 한다. 코로나19 이후엔 세상이 더 획기적으로 변한다니 늘 쓰는 용어부터 정비해야겠다. 나쁜 용어는 가다듬고, 좋은 용어엔 경계심을 갖겠다. saloo@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근친상간’ 아니고 ‘친족성폭력’이다/홍희경 국제부 차장

    ‘프랑스가 근친상간 처벌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저명한 정치학자가 30여년 전 미성년자인 의붓아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에 분노한 결과다.’ 이 문장 중 무엇을 잘못 썼는지 제목에 나와있다. ‘상간’이 아니라 ‘강간’ 혹은 ‘성폭력’이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상간’이 될 수 없다. 이 한 줄 설명에 설복되는 오류인데도 지적받기 전에는 몰랐다. 몇 해 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행동’(공폐단단) 활동을 했다는 독자들의 이메일을 본 뒤에야 잘못을 알았다. “피해자 혹은 생존자는 가정 내 권력관계에서 동등하지 않기에 상간이라기보다 강간이라는 말을 써 주십사 의견 드립니다.” 지난달 기사가 나간 뒤 바로 받은 메일을 놓쳤다 3주나 지나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부적절한 용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잘못 쓴 말을 바꿨다. 공폐단단의 활동 덕분일까. 보도되던 당시 꽤 있었던 ‘근친상간’이란 용어가 다른 언론사 뉴스에서도 현저하게 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근친강간’이나 ‘친족성폭력’ 같은 단어는 없고, ‘근친상간’이란 단어만 있는데도 말이다. 단 대사전에 있는 ‘근친상간’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의붓아들 성폭력 범죄와는 결이 다른 뜻이다. 용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부르고, ‘나영이 사건’이라고 하지 않고 ‘조두순 사건’이라 칭하고, ‘조선족·탈북자’ 대신 ‘중국동포·북한이탈주민’이라고 바꿔서 쓰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새 용어가 이질적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한 존중과 응원을 담는 행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할 일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 용어가 더이상 거북하지 않다면 드디어 진짜 변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개혁 첫 행보로 관련 법의 용어를 불법체류자 이미지가 강한 ‘외국인 체류자’(alien)에서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단어에 익숙해질 때쯤 이민자를 포용하는 미국의 새로운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것이다. 막 출범한 정권이 새 용어로 정책 동력을 얻는 일은 이제 생경하지 않다. 누구도 혼자서는 용어를 만들 수 없다. 용어는 태생적으로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콘텐츠다. 그래서 혐오와 비하의 뜻을 담은 용어는 견제받고, 그런 용어를 습관적으로 쓰는 집단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종국에 혐오와 비하의 말은 존중과 응원을 담은 새로운 용어로 대체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문제는 좋은 용어일수록 생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과거 어느 시점의 강력한 이미지에 박제된 이 용어들을 집단마다 저마다의 뜻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1987년 모델에만 있는지, 여야는 왜 양쪽 다 서로에게 ‘공정하라’고 윽박지르는지, 공수처와 검찰은 왜 한쪽만 ‘정의’라는지 모를 일이다. 설명할 용어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용어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쟁탈전이 어지럽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꿈이었던 ‘중산층’이란 말 앞에선 난감하다. 남들보다 더 벌어 안정을 찾는 계층인 줄 알았더니, 세상이 멈추면 함께 멈출 수밖에 없는 기반 약한 계층임을 코로나19로 인해 각성했다. 이번에도 일단 또 용어가 앞서 나갔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노동·사업소득과 다르게 자산소득은 불어나자 다들 ‘벼락거지’를 경계하며 ‘동학개미’ 여정에 나서려 한다. 코로나19 이후엔 세상이 더 획기적으로 변한다니 늘 쓰는 용어부터 정비해야겠다. 나쁜 용어는 가다듬고, 좋은 용어엔 경계심을 갖겠다. saloo@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24시간 새 4차례…뉴욕지하철 노숙인 혐오 흉기테러 2명 사망

    24시간 새 4차례…뉴욕지하철 노숙인 혐오 흉기테러 2명 사망

    미국 뉴욕지하철에서 흉기 테러가 잇따라 4명이 죽거나 다쳤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12일부터 24시간 사이 벌어진 총 4건의 흉기 테러로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테러의 표적이 된 사람은 모두 노숙인이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12일 밤 11시 30분쯤 뉴욕 퀸스 파 로커웨이-모트애비뉴역에서 발견됐다. 열차 안에 주저앉아 있던 남성은 목과 몸통을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로부터 2시간 후인 13일 새벽 맨해튼 북부 인우드207가역에서도 의식을 잃은 44세 여성이 발견됐다. 다발성 자상을 입은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여성의 시신을 수습한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맨해튼 181가역에서 43세 남성이 흉기 테러를 당했다. 출구 계단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남성은 등을 칼에 찔린 후 바로 옆 은행으로 피신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현재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명의 목숨을 앗아간 3건의 흉기테러에 앞서 12일 오전에도 또 다른 흉기 테러가 있었다. 캐슬린 오라일리 뉴욕 교통국장은 “맨해튼 181가역 승강장에 나타난 괴한이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67세 노숙인의 무릎과 엉덩이를 찔렀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24시간 사이 발생한 4건의 흉기테러 모두 맨해튼과 퀸스를 오가는 A노선의 노숙인을 상대로 한 범행이었다. 경찰은 코로나19와 함께 급증한 노숙인 혐오 범죄일 가능성을 점치는 한편, 나중에 발생한 3건은 동일인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은 13일 밤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다만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지하철 범죄의 심각성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하철 승객 수는 줄었지만, 지하철 내 범죄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1년간 지하철 내 강간, 살인, 강도 등 중범죄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또 2021년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지하철 이용률이 70%가량 감소했지만, 지하철 내 범죄는 50% 감소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범죄 대부분은 노숙인 및 정신질환자와 관련이 있었다면서 지하철 치안 유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뉴욕시에서는 최근 몇 달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하철 내 노숙인을 둘러싼 정책 공방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감염 방지를 위해 호텔 객실을 대피소로 전환, 쉼터 침대를 수백 개로 증축하고 노숙인을 옮기려는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다. 역사 내부나 열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던 노숙인들은 오전 1시 열차 운행 중단 후 야외 취침을 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이달 초 노숙인 취침 금지를 위해 역사 내 벤치를 모두 치웠으나 시민권 침해라는 노숙인 인권 운동가들의 집단고소에 휘말렸다. 뉴욕경찰은 일단 경찰관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순찰을 강화한 상태다. 더못 시아 뉴욕경찰청장은 “승객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주요 지하철역에 경찰 500명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무공천’ 정의당 3% 표심 어디로… 민주 vs ‘독자 진보 3지대’

    ‘무공천’ 정의당 3% 표심 어디로… 민주 vs ‘독자 진보 3지대’

    정의당이 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갈 곳 잃은 진보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눈길이 쏠린다. 당장 범여권 단일화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3지대’를 구축하자고 나선 기본소득당 등이 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김영진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전국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예비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성평등과 기후변화 등 진보적인 의제를 외쳐 보지도 못하고 꿈을 접게 됐다.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당은 선거에서 유권자의 평가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인정받고,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받는다”면서 “이번 결정은 고통스럽고 뼈아픈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무공천을 두고 민주당은 침묵한 가운데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정의당의 무공천 결정을 보고 민주당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직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정의당은 무공천, 민주당은 뻔뻔공천”이라고 비꼬았다. 지금껏 선거에서 진보 유권자들의 표는 거대 양당 박빙 대결 구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0.6% 포인트 차이로 이겼는데,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득표율은 3.26%였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녹색당, 정의당, 민중당은 합쳐서 3.75%를 득표했다. 이런 가운데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인 신지혜 대표는 이날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제3지대 단일화’ 구상에 반기를 들고 ‘독자 진보 3지대’를 제안했다. 기본소득당은 시대전환, 여성의당, 진보당 등과 만나 진보 3지대 구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이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선거에 민주당이 출마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 만큼 정의당 지지자들의 표가 민주당으로 일방적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동성 “연금 박탈된 상태, 양육비 일부러 안 준 적 없어” [EN스타]

    김동성 “연금 박탈된 상태, 양육비 일부러 안 준 적 없어” [EN스타]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김동성이 양육비 미지급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3일 김동성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함께 출연한 연인의 SNS를 통해 방송 이후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말했다. 김동성은 “지난 2018년 12월 아이들에게 양육비 3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전처와 합의이혼을 했다”며 “이혼 후 약 6~7개월 동안 양육비 300만원을 포함해 매달 7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친형이 심장과 신장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게 됐다. 연금은 결혼 후 미국에 가게 되면서 전처가 시민권을 받고 싶어해 영주권 신청을 하느라 박탈된 상태였고, 코로나로 인해 주 수입원이었던 성인 스케이트 코칭 자리가 없어지면서 한동안 일을 못해 수입이 0이었던 터라 양육비를 보내지 못했다”며 양육비 미지급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김동성은 “지난해 4월 코치 제안이 들어왔으나, 양육비가 밀렸다는 이유로 전처가 배드파더스에 등재시켜 그 코치자리 마저 보류가 됐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져 그 이후로도 양육비를 못 보낸 기간이 늘어났다”며 “다행히 어시던트 코치로 약 290만원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었고, 290만원 중에 최소 생활비를 뗀 200만원이라도 보내주려 노력했다. 그마저도 못 준 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인의 삶을 위해 일부러 안 준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육비 조정 신청을 생각했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을 위해 취하했다며 김동성은 “다시 일을 시작해 양육비는 맞추려 노력 중이었고, ‘우리 이혼했어요’ 출연료를 선지급 받아 밀린 양육비의 일부인 1000만원을 입금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노력을 언급했다. 김동성은 “아이들도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혼 후 아이와 함께 여자친구와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며 “전처만 허락한다면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 너그럽게, 때론 사납게 채찍질 해주면서 지켜봐달라.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앞서 지난 1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김동성은 현재 여자친구와 재혼 계획을 밝힘과 동시에 배드 파더스에 등재된 일에 대해 언급하며 가능한 한 양육비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동성의 전처라고 주장한 A씨는 2일 한 카페에 게시글을 올리고 “재혼 스토리까지 아이들이 접해야 하냐”면서 양육비를 200만원씩 제공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글을 남겼다. A씨는 “300만원을 벌어서 200만원을 꼬박 줬다는 거짓말과 이제까지 아이들과의 면접교섭권은 지금까지 3번 썼는데 재혼 스토리까지 방송으로 우리 아이들이 접해야 한다”며 “이제 이혼한지 2년이 넘어가고 있어서 아이들과 저 어느 정도 안정기가 찾아왔는데 아이 아빠의 행동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다음은 김동성 글 전문. 김동성입니다. 우리 이혼 했어요 방송 후 sns에 떠도는 내용에 대해 제 심정을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2018년 12월 아이들에게 양육비 3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전처와 합의이혼을 했습니다. 이혼 후 약 6-7개월간은 양육비 300만원을 포함해 매달 700만원가량을 지급했습니다. 몇몇 지인들은 과하다 했으나..아이들이 아빠의 부재를 최대한 덜 느꼈으면 했고, 현실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생활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제 꿈을 위해 희생한 친형이 심장과 신장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금메달리스트는 연금에, 레슨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연금은 결혼 후 미국에 가게 되면서 전처가 시민권을 받고 싶어 해 영주권신청을 하면서 저의 연금은 박탈이 된 상태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저의 주 수입원이었던 성인 스케이트 코칭 자리가 없어지면서 한동안 일을 못했고 수입이 0이었던 터라 양육비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2020년 4월, 월급 형식의 코치 제안이 들어왔으나, 양육비가 밀렸다는 이유로 전처가 배드파더스에 등재시켜 그 코치자리 마저 보류가 되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져 그 이후로도 양육비를 못 보낸 기간이 늘어났습니다. 다행히 관계자 분에게 사정하고 사정해서 어시던트 코치로 약 290만원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여건이 되는 한 290만원 중에 최소 생활비를 뗀 200만원이라도 보내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못 준 적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 삶을 위해 일부러 안 준 적은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3번씩 투석, 일 년에 1-2번씩 심장 스탠스 시술도 해야 하는 형의 병원비, 어머님 부양비까지 힘든 상황이라 양육비 조정신청도 하였으나, 아이들이 눈에 밟혀 취하하였습니다. 다시 열심히 일을 시작하여 양육비는 맞추려고 노력 중이었고 우리이혼했어요 프로에 출연 약속하면서 출연료를 선 지급 받아 밀린 양육비 일부 천만원 입금하였습니다. 방송을 보시고 아이들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아이들도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혼 후 아이와 함께 여자친구와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전처만 허락한다면 저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구차하지만 이렇게라도 심정을 밝히는 이유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양육비 전액을 다 맞추어주지 못 해 배드파더스에 등재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용서 빌며 손잡고 같이 스케이트 타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투석 받으러 병원에 갈 때 내손을 잡고 말없이 용기 주는 형을 위해 새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애써 웃으며 제 등을 토닥이는 어머님께 효도하는 아들이 될 것입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 받는 거 당연하다, 현실이 힘들고 버거워도 아이들에게 책임지지 못한 대가다 반성하고 반성하며 하루를 한 달을 억지로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사람이니까 실수, 잘못할 수 있다. 라고 너그럽게 때론 사납게 채찍질 해주면서 지켜봐주십시오 변하겠습니다.. 변하고 있습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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