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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 미스터리 스릴러 ‘얼터드 카본’ 티저 예고편

    SF 미스터리 스릴러 ‘얼터드 카본’ 티저 예고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얼터드 카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얼터드 카본’은 의식을 저장하고 육체를 교환하는 미래의 어느 날, 자살을 가장한 억만장자의 사망 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SF 미스터리 스릴러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300년 후, 영원한 삶이 가능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을 통해 육체를 바꿔가며 365년째 살고 있는 억만장자이자 세계 최고의 권력가 ‘반크로프트’가 죽음을 맞는다. 혈흔으로 얼룩진 사건현장에 이어 의미심장한 반크로프트의 표정과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코바치’의 거칠고 화려한 액션이 전개와 결말을 궁금케 한다. ‘얼터드 카본’은 리처드 K. 모건의 밀리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아바타’의 기획자이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셔터 아일랜드’를 집필한 리타 캘로그리디스가 제작 총괄을 맡았다. 여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로보캅’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조엘 킨나만과 제임스 퓨어포이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얼터드 카본’은 2월 2일 넷플릭스(netflix.com/alteredcarbon)를 통해 공개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중국서 신분증 분실한 후…평범한 직장여성 자산가 둔갑

    중국서 신분증 분실한 후…평범한 직장여성 자산가 둔갑

    #지난해 초 상하이 일대에서 근무하던 직장인 여성 임 씨는 본인 명의의 신분증을 분실했다. 분실 직후 새 신분증을 발급 받은 임 씨는 분실 신분증에 도용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최근 결혼을 앞둔 임 씨가 자신 명의의 담보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아간 뒤 이미 자신이 두 곳의 대형 기업을 소유한 자산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현지 은행 설명에 따르면, 임 씨는 현재 그의 명의로 약 200만 위안(약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기업 두 곳을 소유했으며 해당 기업에서는 각각 임 씨 명의로 수백 만 위안에 달하는 담보 대출을 발급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작은 영세 업체 직원에 불과한 임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난 직후, 분실한 신분증이 도용된 것을 감지하고 해당 지역 관할 공안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관할 공안국 측은 분실한 신분증을 이용해 신용 대출 및 담보 대출을 발급한 은행 지점이 길림성이라는 점에서 해당 사건의 직접적인 개입을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는 곧장 자신 명의로 등록된 기업체 2곳과 이와 관련해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진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출금 문제를 해결코자 관할 공안국을 찾았으나, 해당 공안국 측에서는 즉각적인 해결을 미루고 ‘금융 대출로 인해 직접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실 신분증 도용으로 인해 임 씨는 최근 그의 명의로 된 주택 앞으로 매월 700위안(약 12만 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또, 가해자들이 받은 그의 명의로 발부된 대출금의 상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임 씨는 사실상 그가 결혼을 앞두고 실제로 대출받은 소액 대출금에 대해 기준 대출금리보다 높은 4.7%의 이자를 지불해오고 있다. 은행 측은 신분증 도용 사건의 피해자인 임 씨에게 이미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고 있다는 탓에 기본적인 금리 수준인 4.1%보다 높은 4.7%의 금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공안국의 안일한 태도에 문제가 악화되자, 직접 지역 변호사를 고용해 자신 명의로 발급된 대출금의 규모와 신분증 도용 사실 등을 추적했다. 조사 결과, 분실된 임 씨 명의의 신분증은 곧장 길림시리인무역유한공사와 길림시장신무역공사 등 두 곳의 기업을 소유한 거대 자산가로 도용됐다. 금융권 대출은 해당 기업을 소유한 임 씨가 마치 수탁 대리인을 고용, 위임 의뢰서를 소지한 가해자들이 임 씨의 신분을 도용해 거액의 대출금을 날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내역을 스스로 조사하고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는 임 씨는 “신분증을 도용한 가해자들의 이름과 본인 명의로 소유한 것으로 등록된 두 곳의 기업체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라면서 “두 업체에 대한 영업허가증을 조속히 취소하고 신분증 도용 사실에 대한 문제를 법적인 방법과 현지 언론을 통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등 다방면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녹말 먹고 글리코겐 만들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녹말 먹고 글리코겐 만들기

    대학원 시절 밤낮으로 실험에 매달려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가 한 학기에 한두 번 있는 실험실 회식은 한 줄기 빛이었다. 모처럼 실험과 연구의 긴장에서 해방돼 마음 편하게 동료 대학원생은 물론 지도교수까지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꽉 채워 회식이 끝날 때쯤이면 내 지도교수님은 꼭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녹말로 입가심해야지. 누구 면이나 밥 먹을 사람?” 음식이 더 들어갈 공간도 없는데 웬 녹말?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입맛에 익숙한 성분이기도 하다. 쌀, 보리, 밀, 호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에는 에너지를 저장한 녹말이 풍부하다. 이것을 재료로 밥, 다양한 종류의 빵, 시리얼, 피자 도우 등 많은 먹거리가 만들어진다. 녹말은 대개 평균적으로 식사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사람의 몸은 대략 물 66%, 단백질 16%, 지질 13%, 무기염류 4%, 탄수화물 0.6%, 기타 0.4%로 구성되어 있다. 녹말을 포함한 탄수화물은 사람의 몸 전체 구성 성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가장 먼저 소모되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녹말은 포도당 수천개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녹말을 섭취하면 입과 소장에 있는 소화효소가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한다. 이 포도당들은 혈관을 통해 개별 세포로 전달된다. 이 세포들은 포도당을 생물들이 소모하는 에너지 형태인 ATP로 변환시키고, 일부는 이산화탄소로 바꾸어 몸 밖으로 내보낸다. 식생활이 서구화됐다지만 여전히 우리 주식은 쌀이다. 쌀은 찹쌀과 멥쌀이 있는데 찰기가 있는 찹쌀은 찰벼에서, 상대적으로 찰기가 덜한 멥쌀은 메벼에 나온다. 같은 벼인데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녹말을 구성하는 포도당의 배열 때문이다. 포도당이 한 방향으로만 결합하면 곧게 뻗친 아밀로스라는 구조가 생기고 두 방향 이상으로 결합하면 가지가 많이 달린 아밀로펙틴이라는 구조가 생긴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 어우러져 녹말을 만든다. 녹말에서 가지가 많이 달린 아밀로펙틴의 비중이 커지면 가지에 아밀로펙틴들끼리 서로 더 많이 얽혀 녹말은 끈적끈적해진다. 반대로 아밀로스의 비중이 커지면 찰기가 감소한다.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에 해당하는 안남미(인디카)는 아밀로스의 비중이 25% 정도로 우리가 섭취하는 쌀(자포니카)의 아밀로스 비중 20%보다 많아 푸석하게 느껴진다. 또 포도당 수천개가 결합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면 글리코겐이 만들어진다. 녹말의 아밀로펙틴과 비슷한 글리코겐은 동물에서만 만들 수 있어 ‘동물 녹말’이라고도 한다. 글리코겐도 녹말처럼 에너지 저장 형태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지방은 탄수화물의 장기적인 저장 형태인데 반해 글리코겐은 단기간 저장하는 형태여서 에너지가 필요할 때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글리코겐은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이 ‘당충전’에 응용한다. ‘당충전’이란 운동 시합 때 더 오랫동안 힘을 유지하거나 피로도를 늦추려고 글리코겐을 평소의 2~3배 정도로 늘리는 것을 말한다. ‘당충전’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우선 경기 시작 약 1주일 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은 채 지칠 때까지 운동해서 몸에 있는 글리코겐을 고갈시킨다. 그다음 경기 이틀 전에 운동은 줄이면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시합 당일에 사용하게 될 에너지의 저장형태인 글리코겐이 간과 근육에 쌓이게 된다. 커다란 탄수화물 분자에는 녹말과 글리코겐 외에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셀룰로오스도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포도당을 이용해 결합 방식을 달리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물은 동일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임새가 다양한 여러 가지를 만들어낸다. 경제성과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홍수같이 밀려오는 많은 일 속에서 삶을 경영해야 하는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 돌아온 거물들, 2018 야구판 흔든다

    돌아온 거물들, 2018 야구판 흔든다

    KBO리그 2018시즌은 ‘역대급’ 치열한 순위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 검증된 ‘특급’ 선수들이 대거 중하위권 팀으로 복귀해서다.우선 지난 2년간 미프로야구(MLB)에서 뛰던 한국의 대표 거포 박병호(32)가 친정 넥센으로 돌아왔다. 필라델피아에서 뛰던 ‘타격 기계’ 김현수(30)는 두산과 결별하고 LG에 둥지를 틀었다. 또 수술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린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30·SK)은 올 시즌 마우드에 선다. 2015~16년 한화에서 클래스가 다른 구위를 뽐냈던 로저스(33)도 1년 만에 넥센 마운드에 가세한다. 이들은 투타에서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팀 타선과 마운드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태세여서 기대를 더한다. 지난해 챔피언 KIA는 에이스 양현종(30)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 3명 등 우승 주역과 계약을 끝내 최강 전력을 유지했다. 준우승 팀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 등 외인 3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민병헌(롯데)을 내줘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또 3위 롯데, 4위 NC는 확실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따라서 전력을 크게 보강한 지난해 5위 SK, 6위 LG, 7위 넥센이 상위권 판세를 흔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 ‘신흥 강호’로 떠오른 넥센은 최강 4번 타자와 에이스를 영입해 첫 정상 등극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병호는 3년 만에 홈런왕에 도전한다.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달성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2014~15년 첫 2연속으로 50홈런 이상을 생산했다. 모두 ‘전설’ 이승엽도 작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박병호는 2년 연속 홈런왕 최정(SK)과 진검 승부에 나선다. 최정은 박병호의 공백을 틈타 2016년 40홈런으로 전 NC 테임즈와 공동 홈런왕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46홈런을 폭발시켰다. 로저스는 2015~16년 2년 동안 한화에서 16경기에 등판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41의 호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완봉 3차례를 포함해 완투 5경기를 펼친 압도적인 투구로 찬사를 받았다. 김광현의 ‘부활투’도 관심사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SK에 잔류한 그는 곧바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1년을 쉬었다. 2008년 다승왕과 탈삼진왕, 2009년 평균자책 1위, 2010년 다승 1위를 거머쥐었던 KBO리그 에이스다. 김광현은 동갑내기인 양현종과 최고 투수의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양현종은 김광현이 빠진 지난해 토종 20승을 올리며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모두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두 선수의 대결은 올 시즌 내내 최고의 ‘빅 카드’로 뜨거운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김현수는 명성에 걸맞게 이대호(4년 150억원·롯데)에 이어 역대 FA 계약액 2위(4년 115억원)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까지 KBO리그 통산 10시즌 동안 타율 .318에 142홈런 771타점으로 간판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했다. 그가 지난해 타선의 집중력 부재에 시달렸던 LG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신뢰사회로 가는 길] 부정청탁·정책 불신·제도 부재… 신뢰 자산 갉아먹는 ‘3不’

    [신뢰사회로 가는 길] 부정청탁·정책 불신·제도 부재… 신뢰 자산 갉아먹는 ‘3不’

    서울신문과 서울대 폴랩이 지난달 33개 공공기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비율은 2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1년간 공공기관 관련 기사 21만 9588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33개 기관의 긍정 논조 기사 비율은 13.7%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은 올 한 해 공공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이 신뢰 사회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반부패 정책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박은정 위원장과 부패인식지수(CPI)를 매년 발표하는 한국투명성기구의 이상학 상임이사, 서울대 폴랩의 한규섭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진행은 조현석 사회부장이 맡았다.→공공기관 신뢰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박 위원장 첫째로 정부가 국민의 관심이 높은 대형 사건·사고를 불투명하게 처리하거나 실체를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백남기 농민의 사인 판단,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 논란 등은 공공기관이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밖에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달걀이 나왔다거나 군대 내 각종 의문사 사건을 정부가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둘째로 정부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의 경우 정부는 집을 사지 말라고 했지만 오히려 집을 산 사람이 돈을 벌었다. 국민에게 경유차를 사라고 하면서 경유값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생활밀착형 정책에서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신뢰도가 낮아진 것으로 생각한다.→실제 공공기관 부패 사례가 증가했나. 박 위원장 국민의 정부 부패 인식 수준과 실제 정부 부패 정도 간에는 괴리가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17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공직자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 1년간 공무원의 부패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법원이나 검찰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는 곳이라고 사람들이 믿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국민 인식과 실제 간 괴리가 정부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면 정부와 거리감을 느껴 정부가 부패했다고 인식하게 된다. 정부가 정책 개발부터 수립, 실행, 모니터링까지 전 단계에 걸쳐 국민과 함께하는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야 국민과의 괴리를 좁히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상임이사 공공기관 부패에 대한 국민 인식과 실제 간의 괴리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세계부패바로미터(GCB) 조사에서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3%면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회가 어느 정도 부패했다고 인식하느냐를 묻는 부패 인식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부패가 심각하다기보다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그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신뢰도가 낮은데도 대통령 신뢰도가 높은 이유는. 한 교수 국민들이 정부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잘못된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초기에는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기관의 낮은 신뢰도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을 봤다. 특히 검찰, 국정원 등 정치적 성향이 강한 기관의 신뢰도가 낮게 나왔다. 이들 기관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혼 없이 정권에 줄서기를 하기 때문에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오든지 공공기관이 영속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시스템이 안정화돼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박 위원장 반부패 관련 법을 정비하려 한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처음 정부입법안에는 포함됐지만 국회에서 빠졌다. 이 규정은 공직자가 공무 수행을 하면서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직무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친척과 수의 계약을 맺는다든지 가족을 채용한다든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과 부동산 등을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고 미리 신고하는 절차를 두자는 취지다. 청탁금지법 1조에는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공정한 직무 수행은 금품 수수 금지, 부정 청탁 금지로 달성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이해충돌 방지로 성취할 수 있지만,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제외되면서 반쪽짜리 법이 됐다. 제 임기 동안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별도로 입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언론인, 교원을 포함하는 것과 달리 좁은 의미의 공직자만 적용 대상으로 하려 한다.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한데. 이 상임이사 뉴질랜드는 매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2위를 다투는 청렴 선진국이다. 뉴질랜드 반부패 관계자들에게 높은 순위의 비결을 물으면 거의 다 청렴한 문화 덕분이라고 답한다. 뉴질랜드는 대통령이면 대통령, 교수면 교수 모두 청렴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관련자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때 심사 결과가 국민의 기대치와 다르면 국민은 관련자와 판사가 지연, 학연 등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관심을 둔다. 학자들은 한국의 부패 유형을 분류할 때 엘리트의 개인적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판사 등 사회 엘리트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을 공정하게 처분하고 이런 사례가 누적돼 관행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 사회의 부패 문화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박 위원장 민간과의 협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공공정보를 과감하게 공개해야 한다. 가령 권익위는 부정부패 신고를 받을 때 피신고기관이나 피신고자를 공개하면 신고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부정부패에 관련된 기관이나 공직자를 공개해 국민 감시를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권익위는 국민 신문고로 연간 230만건의 민원을 접수한다. 국민콜센터에는 연간 270만건이 들어온다. 이 빅데이터를 공개해 국민이 정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민·관이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올해 ‘신뢰사회로 가는 길’ 시리즈를 이어 간다. 조언을 한다면. 박 위원장 정부가 웬만한 정책이나 제도를 이미 수립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국민은 불신하게 된다. 최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도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언론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의 질, 완성도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좋은 정책, 특히 반부패 정책을 적극 알려 줬으면 좋겠다. 권익위도 환경영향평가처럼 법령의 부패 유발 요인을 평가하는 부패영향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학자인 저도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제도의 존재도 몰랐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교수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언론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정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다루는 측면이 있다. 정부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보도는 도리어 언론의 신뢰도 갉아먹는 모습이다. 언론이 정부와 공공기관을 보도할 때 이러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상임이사 서울신문과 서울대 폴랩이 만든 ‘신뢰지수’의 분석 대상이 제도권 언론에 치우친 감이 있다. 제도권에 속하지 않은 사회적 소수자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신뢰, 정의, 반부패 모두 가치의 문제로 귀결된다. 언론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넓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대사예요. 리들리 스콧 감독, 해리슨 포드 주연.” 침착해 머큐리. 할 수 있어. 네가 어떤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프레디가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였어요.”원형 스튜디오의 중앙을 가득 채운 대형 홀로그램 화면에 프레디의 사진이 떴다. 누가 로봇 아니랄까봐, 저 로봇미소는 어째 변하질 않냐. 입꼬리만 올라간 프레디 특유의 어색한 미소는 그가 최근 돌보기 시작한 7살짜리 브라이언의 환한 웃음과 대비되어 떨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돌보기는 이제 지긋지긋해. 웃기지 않아? 그게 내가 제작된 유일한 이유인데.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유동액이 역류할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러고 있구나. 어쩌면 영원히 그래야겠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D구역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은 대부분 생일을 자기가 정해요. 언제인지 모르니까. 저는 프레디와 처음 만난 날이 생일이죠. 7살 생일날 밤, 프로틴 바를 하나 먹고 자려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프레디가 그러더라구요. 우리, 나가자.” 그때 꽉 잡혔던 손목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정신없이 이끌려 따라간 곳은 기숙사 옥상이었다. 프레디는 옥상 한쪽 벽에 기대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우리 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프레디 옆에 몸을 바짝 붙였다. 프레디는 대답 없이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별안간 깜깜하던 밤하늘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득 채운 별들은 금방이라도 내게 쏟아질 듯 가까웠다. 우와! 나도 모르게 입술 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일곱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반칙이었다. 이미 영화의 첫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이상, 내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순진했던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프레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모든 대사를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따라했다.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던 프레디의 옆얼굴. 영화 속 안드로이드 로봇의 마지막 대사를 따라하면서, 프레디는 분명 울고 있었다. 내가 로봇의 눈물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꼬맹아, 재미있었어?” 영화가 끝나자 프레디는 언제 울었냐는 듯 예의 그 쾌활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너 정말 별난 애다. 보통 5분 내로 지루해하던데. 끝까지 다 본 애는 네가 처음이야.” “나, 저기 갈래.” 아, 정말이지 일곱 살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별세계에 진짜 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프레디가 피식 웃었다. “나도 가고 싶어. 우주로 갈 수만 있다면 없는 영혼이라도 팔겠다.” “그럼, 가자.” 나는 프레디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가자.” “언제? 언제 가?” “음….” 잠깐 말이 없던 프레디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가리켜 보였다. “여기 저장돼 있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말?” “그럼.” 프레디는 우주에 가려면 알아야 할 게 많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 둬야 해. 라고 덧붙였다. 아아, 그렇구나. 일곱 살의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우주를 꿈꿨던 건 그때부터였어요.”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얼굴이 보였다. 프레디가 영화를 보여 줄 때마다 얼빠진 표정이라고 놀렸던, 꿈꾸는 듯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제 인생은 시작부터 지지리도 운이 없었죠. 하필 D구역에서, 자연출산으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여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50%는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그마저도 저버렸죠.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오자마자 길가에 버려져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어요. 저도 알아요. 우주는 여자, 그것도 최고로 우수한 유전자들만 배양한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 A구역 여자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라는 거. 하지만 기적처럼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저는 166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요. 이번 한 번만, 제 인생에도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라면 안 될까요?” 다음 순간,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함성이 장내를 울렸다.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이름 아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투표했다고? 나는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 연방 시민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석 달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최후의 한 명을 밝힐 차례입니다. 지구연방 항공우주국 QUEEN에서 주최한 <남자를 위한 우주 비행 프로젝트>의 최종 탑승자는,” 사회자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자,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그녀는 스튜디오를 훑으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제발. 제발. 제발!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D구역이 낳은 기적의 소년, 머큐리 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멍멍하게 울리던 함성, 번쩍이는 플래시, 내 목에 걸린 지구 모양 메달의 무게,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꽉 채우던 실시간 리플들, 밤하늘에 수없이 아로새겨지던 네온 폭죽들,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던 내 심장 박동, 그런 것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다음날 새벽, 눈뜨기가 무섭게 최신형 AVR 세트 광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AVR 콘택트렌즈와 귀 뒤에 부착하는 센서티브 패치, 웨어러블 슈트에 AVR 워치까지, 그야말로 풀세트였다. AVR 기기를 주렁주렁 차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실험용 생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괜히 몇 번 몸을 떨었다. 광고 촬영 장소는 카페였다. AVR 시스템에 접속해 장소를 설정하고 이동 버튼을 누르자, 나는 순식간에 어느 대형 체인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동하자마자 맨 먼저 느껴진 것은 감미로운 커피 향과 갓 구워진 빵 냄새였다. 뒤이어 은은하게 흐르는 카페 안의 음악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쿠션감이 가득한 의자는 편안했고, 노란빛이 감도는 조명은 정면으로 올려다보아도 눈이 시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는 자고 일어난 모양 그대로 숙소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을 텐데, 한껏 꾸미고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또 다른 나는 테이블에 세팅된 초콜릿 케이크를 포크로 우아하게 떠냈다. 촉촉한 빵과 끈적이는 초콜릿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떠낸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 쌉싸름하고 달콤한 초콜릿이 혀를 싸고돌았다. 프로틴 바만 먹고 살았던 나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맛이었다. 입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저기, 머큐리다!” 날카로운 하이 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몰려든 내 팬클럽 회원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촬영감독의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촬영에 조금만 협조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감독은 C구역 사람인가 보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의 애처로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가히 폭주 상태였다. 어느새 넓은 홀을 꽉 채우며 테이블 바로 앞까지 몰려온 그녀들은 내 몸 이곳저곳을 함부로 만지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악! 아파!”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픔도 감각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최신 버전 AVR답게 머리카락이 통째로 뜯기는 아픔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AVR 전원을 껐다. 짧은 삐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시트와 주렁주렁 달린 AVR 세트들의 감촉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왠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QUEEN에 도착하자마자,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A구역 여자들마저 극성팬으로 만든 기적의 소년이었는데, QUEEN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다시 D구역 머저리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훑는 눈길들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우주로 갈 거야. “네가 머큐리구나.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비치 박사라고 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랄까… A구역을 사람으로 만들면 나올 것 같은, 그야말로 ‘A구역 표준형 인간’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탄력 있는 피부와 완벽한 몸매, 지적이면서도 단정한 인상까지. 금발 머리를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게 틀어 올렸는데, 그 동그란 머리가 각진 은빛 유니폼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7일간 여기 머물면서 우주 비행에 필요한 훈련과 검사들을 할 거야. 그리고 7일 후 우주로 출발한다. 더 궁금한 점은?” “아, 저기….” “다음 일정은 기자회견이야. 이동.” 내 말은 못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비치 박사는 자기 팔목에 채워진 AVR 워치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못 다한 말을 혀 밑에 꾹 눌러 씹은 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벌써 세 시간이 지났는데, 기자회견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구역마저 사로잡은 애교 한 번 보여 달라는 기자의 끈덕진 요구에 나는 마지못해 볼에 어색하게 바람을 넣었다. 욕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억지로 웃어 보이느라 광대뼈가 아려왔다. 내가 생각한 인터뷰는 이런 게 아니었다. 아니, 다른 우주비행사들 인터뷰 영상에는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질문들이 막 넘쳐나던데, 어? 그래서 어제 밤을 새서 예상 질문이랑 답변도 다 연습했는데. 왜, 왜 나한테는 피부 관리 비결이나 물어보고, 애교나 부리라는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자신이 QUEEN의 수석연구원이었다고 주장한 메이 박사가 공개한 영상이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머큐리 군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게 무슨….” “잠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머큐리 군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비치 박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QUEEN에서 이미 입장을 발표한 바와 같이, 문제의 영상은 논리적 근거가 1%도 없는 가십성 루머에 불과합니다. 현재 QUEEN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 박사의 영상과 관련해 매니스트(MENIST) 또한 QUEEN 측에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UEEN의 입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으며, 따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사안입니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앞다투어 초록색 광선이 나타났다. 다들 실시간 기사 전송 중이구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한 번 초록색 광선이 우수수 떠올랐다. 좋아, 완벽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AVR 검색 기능을 켰다. 메이 박사는 뭐고, 매니스트는 또 뭐야?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D구역에는 제대로 된 미디어나 검색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스마트폰이니, 말 다했지 뭐. 요즘 누가 스마트폰 쓴다고. ‘메이 박사 영상’을 입력하자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제의 영상이 여기저기 떴다. 이미 모두 재생이 막힌 상태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영상 아래 달렸던 댓글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정보의 조각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가 실험체라는 거네?” 메이 박사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QUEEN의 최종 목적은 우주 공간에서 AVR 시스템을 구현시키는 것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는 지구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체가 꼭 필요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희생당할 게 뻔한 실험체를 QUEEN의 고급인력들로 채울 수는 없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또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열린 게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라는 거였다. 실험체도 얻고, 프로젝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거대기업들로부터 굴러들어오는 지원금은 덤이라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사람들은 댓글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이게 진짜일까요?> <queen에서 듯.=“” 헛소리인=“” 그냥=“” 생각에는=“” 제=“” 한다던데요?=“” 강경대응=“”> <매니스트에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던데, 뭔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요?> 맞다. 매니스트. 저건 뭐지? 나는 다시 검색어를 입력했다. <매니스트: 여남이 평등하며 가치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그 단체.>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매니스트는 간단명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훨씬 복잡한 댓글들이 가득했다. <여남의 권리 평등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웬 헛소리?> <이론과 실제는 다르죠. 모든 직업에 여남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남자가 뽑혔단 얘기 들어보셨어요? 분명히 차별은 있어요.> <여자가 가진 특성이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한 걸 어쩌란 말입니까? 남자들이 가진 거라고는 육체적 힘뿐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로봇이 있는데 누가 그걸 남자한테 시키겠어요?> <그러니까 문제죠. 심지어 D구역에서조차 여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자가 태어나면 버리거나 낙태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최소한 아이들이 죽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분 대화가 안 통하네. D구역 여자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는 걸 우리가 무슨 수로 막아요? 당신 매니스트죠?> <아니, 그건 아닌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매니스트’라는 단어는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매니스트지? 는 상대방을 꼬리 내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아니, 그런데 매니스트고 뭐고 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분명히 알게 된 건 많은데, 정작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메이 박사 영상이 사실일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 그것도 D구역 남자니까. “에휴, 모르겠다.” 나는 AVR 워치의 전원을 꺼 버렸다. 렌즈도 빼고, 센서티브 패치도 떼고, 종일 입고 있던 슈트도 벗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메이, AVR 시스템, 실험체, QUEEN, 매니스트, 여자, 남자… 방금 전까지 봤던 낱말들이 뒤죽박죽 섞여 머리 위를 떠다녔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몰려드는 글자들을 쫓아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날 첫 번째 일정은 우주선 홍채 등록이었다. 홍채 등록은 AVR로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실제 눈동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직접 우주선으로 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딴 우주선, 머큐리-17473호는 모든 점검을 마치고 발사대에 설치된 상태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을 보자 새삼 가슴이 벅찼다. “자, 홍채가 제대로 등록됐는지 점검한다. 눈을 여기 갖다 대.” 비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홍채를 인식시키자, 육중한 우주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계기판과 레버, 버튼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저 중앙에 있는 녹색 버튼이 출발 버튼, 그 옆에 있는 건 자동항로검색장치….” “자동항로검색장치를 아나?” “인공 지능에 등록된 우주 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의 좌표를 찍으면 알아서 최단거리의 항로를 찾아주는 장치죠,” “그 위에 있는 파란색 레버는?” “수동조종레버요. 작동법도 싹 다 외웠어요. 물론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이 아니군.” 비치 박사가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 또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비치 박사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구원 한 명이 그녀에게로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의 말을 듣던 비치 박사가 곧 입술을 잘근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넌 일단 돌아가 있어.” 비치 박사는 그 말만 남긴 채 쌩하니 몸을 돌렸다. 하여튼 싸가지 없긴. 이번엔 또 뭐야? 나는 부지런히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매니스트, QUEEN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 시작?” AVR 시스템을 켜자마자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아까 숙소로 올 때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것들이 그럼 매니스트 회원들이었나 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기사를 클릭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뿔싸.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비치 박사가 문간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5분 내로 인터뷰실로 이동해. 긴급 기자회견이야.” “하지만….” “메이의 영상은 당연히 거짓말이야. 그래서 너한테 알리지도 않은 거고. 다만 지금 여론이 너무 뒤숭숭하니까 네가 나서서 불필요한 헛소문을 좀 멈추라는 뜻이야. 알겠니?” “….”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너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그래.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나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지. 나는 비치 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는 QUEEN과 비치 박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매니스트 회원들은 근거 없는 루머에 휘둘리고 있어요. 당장 불법 시위를 멈춰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비치 박사가 손을 들어 웅성거리는 장내를 정리했다. “머큐리 군의 입장 표명은 이상입니다. 기자회견을 종료하기 전에, QUEEN 측에서 준비한 영상을 이 자리에서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비치 박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심드렁하게 화면을 쳐다보던 나는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튕기듯 일어섰다. “프레디!” 화면에 등장한 건 프레디의 얼굴이었다. “안녕, 머큐리.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이 벌써 9월 4일이야. 네 생일 이브.”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인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머큐리.”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감을 물었다.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너무 놀랍고 보고 싶다는 등의 말을 주워섬겼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녹색 광선이 휙휙 지나갔다. 아마 실시간으로 ‘머큐리와 프레디, 감동적인 만남의 현장!’ 따위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프레디의 기사가 매니스트의 시위 기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비치 박사는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좋아.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이야. 쉬어도 좋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숙소로 이동했다. AVR 워치를 뽑아내듯 벗겨내 던져 버리고,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았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덜덜 떨려왔다. 프레디와 나는, 단 한 번도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은 9월 5일에서 9월 6일로 넘어가던 밤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영화를 봤었고, 생일이 되면 내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시간을 정해놓은 적은 없었다. 옥상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 내내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몇 주를 앓았기 때문에 프레디는 그 이후로 옥상이라는 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프레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의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순간 머릿속에 불이 번쩍, 했다. 지금이 몇 시지? 튕기듯 일어나 AVR 워치를 켜자, 11시를 가리키는 계기판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알림음이 끝나기도 전에 AVR 시스템의 전원을 껐다. A구역에서 AVR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실시간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살금살금 숙소를 빠져나왔다. 옥상은 여기서 61층 위. 진공관에 타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들킬 위험이 너무 높다. 나는 계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계단일 것이다. 1일 필수 운동량조차 실내 운동기구로 해결하는 A구역 사람들이 건물에 계단을 만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D구역에서 14년을 살아온 나라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각오는 했지만, 61층을 걸어 올라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계단을 오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AVR 시스템을 껐으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나는 얼얼한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옥상이었다. 나는 쓰러지듯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 하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 순간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네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프레디!” 조용히 해야지, 프레디가 속삭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프레디가 씩 웃으며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깜깜하던 밤하늘이 환해짐과 동시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비치 박사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등을 보이며 서 있었다.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제는 머큐리 팬클럽까지 합세하고 있다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그럼? 대체 이것보다 큰 문제가 뭐야?” “머큐리가 우주선 조종법을 알아. D구역 남자애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하도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뽑아놨더니, 내 발등을 내가 찍었어.” “뭐? 그럼 어쩌자고?”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머큐리가 우주선 안에서 수동조종이라도 한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저런 걸 우주선에 태워선 안 돼.”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늘 밤 12시에 공개될 거야.” 프레디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돌아가자, 머큐리.”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프레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영상 못 봤어?” “봤어.” “여기 있으면 위험해. 메이 박사의 영상은 거짓말이 아냐. 저들은 애초에 널 우주선에 태울 생각이 없어! 그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널 카메라 앞에 내세워서 이용할 뿐이지,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나도 알아.” “그럼 돌아가자. 난 이런 곳에 너를 1초도 놔둘 수 없어.” “아니, 나는 안 돌아가.” “머큐리!” 프레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레디, D구역과 우주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뭐?” “둘 다 AVR 시스템이 안 통한다는 거야. 우주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곳이니까. 우주에 가는 길이 평등하지 않아서 문제였지.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 이제 와서 스스로 이걸 포기하라고?” “머큐리, 우주에 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내가 더 간절할지도 모르지. 너는 7년 동안 간직한 꿈이지만 나는 59년이니까.” 프레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머큐리, 지금 네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해.” “0%에 수렴한다는 말은 0%는 아니라는 말이네. 생각보다 희망적인데?” “머큐리!” “내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0%에 수렴한다면, 내가 지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냥 0%야. 왜 아직도 그걸 몰라?” “뭐?” “네가 영원히 아이 돌보기 로봇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 또한 영원히 D구역 남자니까. 지구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가 있어?” “….”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난 그걸 택하고 싶어.” 다시,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머큐리,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 나를 여기 데려다 준 매니스트 회원들이 우리가 돌아가는 걸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좋아, 머큐리. 우주에 간다 치자고. 지금 QUEEN 주위에 수십만 명이 있어. 우주선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어차피 다 AVR 홀로그램이야. CCTV에만 안 들키면 돼. 밤이고, 나는 몸집이 작으니까 잘 숨으면 눈에 안 띌 수도 있어.”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도 해보겠다는 거지, 결국은.” 프레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럼, 네 AVR 세트를 나한테 줘.” “뭐?” “난 인간형 로봇이니까, AVR 착용이 가능할 거야. 그럼 너 대신 내 위치가 노출되겠지.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줄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프레디, 너무 위험하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너는 하면서, 나는 하지 말라는 건 반칙 아냐?” 프레디가 내 손에서 AVR 워치를 풀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멍청히 서 있는 사이, 프레디의 손목에 내 워치가 채워졌다. 다음은 렌즈, 그 다음은 센서티브 패치, 마지막으로 내 웨어러블 슈트와 프레디의 옷까지 바뀌었다. 내가 된 프레디가, 프레디가 된 나를 보고 웃었다. “이 마당에 부담 주긴 싫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넌 꼭 성공해야 돼.” “프레디….” 지금 울면 안 돼. 프레디의 기억 속에 그렇게 남으면 안 돼.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하는데도 눈가가 자꾸 화끈거렸다. 프레디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머큐리, 그거 알아? 네가 이 프로젝트 지원하던 날 밤에 본 영화, 그게 내 저장 장치 속 마지막 영화였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프레디가 등을 돌렸다. 곧이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계단을 향해 무작정 소리쳤다. 울음 때문에 발음이 제멋대로 뭉개져 나왔다. “프레디! 나 꼭 돌아올게! 옥상, 옥상으로 올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야 돼!” 내 말이 들렸을까. 발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홀로그램들이 크게 동요하며 일렁거렸다. 홀로그램들은 일제히 비행장 반대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달렸다.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홀로그램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경비로봇들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비행장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목에서 쇠 맛이 나더니, 나중에는 피 맛이 났다. 머큐리-17473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열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홍채를 인식합니다.” 정신없이 얼굴을 갖다 대자, 경쾌한 안내 음성이 울렸다. “환영합니다! 비행사는 우주선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우주선 전체가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계기판과 레버, 버튼에 불이 깜빡였다. 머큐리-17473호는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고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종간으로 다가갔다. 녹색 버튼을 누르자 추진 로켓이 굉음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7살 생일날 밤, 내 앞에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이던 별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로봇을 흉내 내던 프레디의 눈물방울이 별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꿈꾸는 듯 펼쳐졌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과 겹쳐졌다. 얼굴에 번진 눈물을 대충 훔쳐내고, 조종석에 앉아 벨트를 채웠다. 남자, 여자, D구역, A구역, 비치 박사, QUEEN, 그리고 나를 괴롭게 했던 모든 것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이제 떠날 거예요. 우주로 갈 거예요. 장미성운의 그 오묘한 빛깔을 내 눈으로 보고, 말머리성운의 머리 위를 비행할 거예요. 별의 물결이 흐르는 파로크 바다를 항해하고, 불사라 지구의 쏟아지는 운석들 사이에서 아찔한 곡예비행도 할 거예요. 이제 막 태어나는 별을 발견하면 프레디와 내 이름을 붙여줄 거고, 주어진 운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별도 말없이 지켜볼 거예요. 우주에서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죠. 나는, 그냥 머큐리일 뿐이니까. “가자, 머큐리.” 수동 조종 레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2166년 9월 5일 01시 06분 11초, 머큐리-17473호 발사.
  • 몸 덜 풀린 ‘엄마’ 세리나

    몸 덜 풀린 ‘엄마’ 세리나

    무술년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2018 테니스 시즌이 활짝 열렸다. 지난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세계 22위)가 지난해 9월 딸을 출산한 뒤 처음으로 가진 경기에서 세계 7위이자 지난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와 챔피언 대결을 펼쳤다.윌리엄스는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무바달라 테니스챔피언십 여자부 경기에서 오스타펜코에게 1-2(2-6 6-3 5-10)로 졌다. 지난해 호주오픈 대회 도중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결승까지 치러내 개인 통산 23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잠시 코트를 떠난 윌리엄스는 9월 딸을 낳았고 이번 대회를 복귀전으로 삼았다. 윌리엄스가 출전한 무바달라 챔피언십은 여자프로테니스(WTA) 정규 투어 대회는 아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무바달라 챔피언십은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이 연말 또는 연초에 모여 치르는 초청 대회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여자부 경기가 생겼다. 한 세트씩을 나눠 가진 뒤 먼저 10점을 내는 선수가 이기는 슈퍼 타이브레이크 방식으로 진행된 3세트에서 패한 윌리엄스는 “매우 멋진 경기였다“면서 “다만 우승을 향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정식으로 WTA 투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거릿 코트(호주)의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1회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는 윌리엄스는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라며 메이저 우승 횟수를 늘리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한편 한국 테니스의 ‘기둥’ 정현(22)도 31일 시작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브리즈번 대회로 무술년 첫 행보를 시작했다. 오는 15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에 앞서 치러지는 호주오픈 시리즈 대회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멋지게 빛날‘개’

    멋지게 빛날‘개’

    황금개띠 해를 사로잡을 개띠 스타는 누가 있을까. 개띠생들은 솔직하고 명랑한 품성으로 대체로 호감형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계 스타들이 즐비하다.케이블 예능 접수… 제2전성기 강호동 예능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스타는 단연 강호동이다. 1970년생 개띠다. 그는 지난해 JTBC ‘한끼줍쇼’, ‘아는형님’, tvN ‘신서유기’ 시즌3·4, ‘수상한 가수’, ‘강식당’, 올리브 ‘섬총사’, MBN ‘내 손안의 부모님’ 등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차례로 접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호동은 세금 문제로 2011년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가 1년 만에 복귀한 이후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지상파 대신 케이블과 종편 채널로 복귀한 강호동은 특유의 힘 있는 진행과 한결 가벼워진 모습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서유기’ 인기에 힘입어 외전으로 만든 ‘강식당’은 지난달 5일 첫방송에서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또 한번 강호동의 힘을 과시했다. 토크쇼 진행도 앞두고 있다. 오는 15일 올리브TV에서 첫방송하는 ‘토크몬’에서 연예계 ‘토크 고수’로 알려진 이수근, 정용화, 홍은희와 함께 토크 마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김구라(김현동)와 박명수 역시 동갑내기 예능인들이다. 연극무대 서는 황정민, 카리스마 김혜수 배우 가운데에는 연극 ‘리처드 3세’로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황정민, 영화 ‘미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혜수, 최근 tvN 주말극 ‘화유기’를 통해 요괴로 돌아온 차승원이 있다. 이들도 모두 1970년생이다. 영화 ‘베테랑’(2015), ‘국제시장’(2014)으로 천만 관객을 이끌며 국내 대표 배우로 자리잡은 황정민은 다음달 6일부터 3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처드 3세’를 선보인다. 원래 연극배우 출신인 그가 연극 무대에 다시 서는 건 2007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여년 만이다. 그는 못생긴 얼굴에 곱사등이지만 강한 권력욕과 지배욕으로 자신의 집권에 방해되는 이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리처드 3세를 맡아 열연을 펼친다. 어느덧 데뷔 30년이 넘은 김혜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지난해 영화 ‘미옥’에서 원톱 여주인공 현정을 맡아 묘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여성 누아르를 시도한 그는 올해 차기작 ‘국가부도의 날’을 준비 중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배경으로 국가 부도까지 남은 일주일간 국제통화기금(IMF) 협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뒷이야기와 가족, 회사를 지키려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여기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역을 맡은 김혜수가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아이돌 세계 주름잡는 ‘94라인’ 10대를 넘어 요즘은 30~40대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는 아이돌 가수 중에는 1994년생 개띠들이 몰려 있다. 그중 지난해 미국 빌보드와 아이튠스 등 각종 차트를 휩쓸며 세계를 주름잡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이 눈에 띈다. 멤버들 가운데서도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과 조리 있는 말솜씨를 지닌 RM의 존재감은 국제 무대에서 더욱 빛이 났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3대 토크쇼 가운데 하나인 NBC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 나와서는 영어 비결에 대해 “NBC 시트콤 ‘프렌즈’를 보며 익혔다. 내가 14~15살 때 한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프렌즈를 보여 주는 게 유행이었고, 내가 그 피해자”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10대 자녀를 둔 국내 학부모들까지 사로잡았다. RM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미국 록밴드 ‘폴 아웃 보이’의 새 노래 ‘챔피언’ 리믹스 버전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이 곡은 2주 만인 27일 기준 빌보드 ‘록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2위,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 18위에 올랐다. 새롭게 떠오르는 아티스트의 순위인 ‘이머징 아티스트’ 차트에서도 단독으로 47위를 기록하며 첫 진입했다. 여성 아이돌의 경우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이들이 눈에 띈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동시에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른 수지(배수지)는 그룹 미쓰에이 해체와 더불어 연기 활동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수지는 2016년 KBS 2TV 미니시리즈 ‘함부로 애틋하게’에 이어 지난해 9월 SBS 미니시리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주연을 맡아 시청률을 10%대로 이끌며 또 한번 ‘멜로 퀸’임을 입증했다. 걸그룹 에프엑스 크리스탈(정수정) 역시 tvN 미니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제혁(박해수)의 여자친구로 털털하면서도 애틋한 멜로를 선보여 시선을 끌고 있다. ‘응답하라 1988’(tvN)의 주인공 덕선 역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걸스데이 혜리(이혜리) 역시 ‘딴따라’(SBS), ‘투깝스’(MBC) 등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으며 연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민 AOA 설현(김설현)도 1995년 1월 3일생으로 개띠에 속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킨제이 밀혼의 알파벳 추리 시리즈 작가 수 그라프톤 77세를 일기로

    킨제이 밀혼의 알파벳 추리 시리즈 작가 수 그라프톤 77세를 일기로

    각기 다른 알파벳 철자로 첫 문장을 시작하는 미스터리 소설인 킨제이 밀혼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범죄소설 작가 수 그라프톤이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딸 제이미 클라크는 모친이 2년 동안 암과 투병하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자택에서 남편 스티브를 비롯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28일 밤(이하 현지시간) 영면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18세 때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해 4년뒤인 1962년에 장편소설 한편을 탈고하고 다음해 한꺼번에 6편의 원고를 집필해 출판사에 넘겼다. 이 중 두 편이 각각 1967년과 1969년에 출간되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 생업을 위해 10여년 텔레비전 방송작가로 일하다 40대에 범죄소설 작가로 전업해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두 차례 이혼 경력이 있고 화초도 애완동물도 키우지 않고 외모에도 별반 관심이 없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늘 존대하는 매력적인 여자 탐정 킨제이 밀혼을 창안해낸 그는 A부터 Y까지 각기 다른 알파벳 철자가 소설의 주제를 이루는 매력적인 시리즈로 26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의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1990년대 중반 큰나무 출판사가 1편 ‘여형사 K’와 2편 ‘두 얼굴의 여자’, 3편 ‘말없는 목격자’까지 번역해 냈으나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첫 편 ‘A is for Alibi’는 1982년 세상에 나왔으며 마지막 ‘Y is for Yesterday’는 지난 8월 출간됐는데 출간된 지 얼마 안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Z is for Zero’가 출간되면 이 시리즈는 37년만에 26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었다. 훨씬 더 유명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같은 식의 제목을 사용하려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그라프톤의 전매 특허나 다름 없으니 다른 제목으로 바꾸라고 해서 불만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딸 제이미는 성명에서 “우리 가족이 걱정했던 대로 알파벳 Y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며 “이런 날이 올지 알았지만 예상 못할 정도로 빨리 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호전됐는데 그 뒤 갑자기 안 좋아졌다. 평소에도 늘 주스를 마실 힘만 있으면 계속 집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고인은 영국범죄작가협회와 미국 미스터리작가협회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발 맥더미드는 고인이 “놀라울 정도로 내게 관대했다”고 적었고, 사라 파레츠키는 “킨제이 시리즈가 첫 출간된 1982년에 자신의 작품 ‘VI’도 세상에 나온 뒤 둘의 작품세계가 쌍둥이처럼 연결돼 있었다”며 크나큰 손실이라고 추모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리암 니슨, 이번엔 열차 테러다!…‘커뮤터’ 예고편

    리암 니슨, 이번엔 열차 테러다!…‘커뮤터’ 예고편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커뮤터’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커뮤터’는 제한 시간 30분, 가족이 인질로 잡힌 전직 경찰 마이클이 열차 테러범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의문의 여인 ‘조안나’(베라 파미가)에 의해 열차 테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 ‘마이클’(리암 니슨)의 모습에 이어 테러범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그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총격전과 열차 안팎을 넘나드는 스릴 넘치는 액션이 눈길을 끈다. 영화는 ‘논스톱’의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테이큰’ 시리즈 제작진은 물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매드맥스’, ‘007 스펙터’, ‘본 얼티메이텀’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 전문 제작진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논스톱’부터 ‘커뮤터’까지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리암 니슨은 감독에 대해 “영화를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아는 매우 특별한 연출가”라며 높은 신뢰감을 표했다. 이렇게 ‘테이큰’, ‘논스톱’에 이어 리암 니슨 액션 3부작을 완성할 ‘커뮤터’는 2018년 1월 말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104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주말 영화]

    ■사랑과 영혼(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를 최고의 청춘스타로 정점을 찍게 한 판타지 멜로다. 죽음이 갈라놓은 두 청춘을 이어 주는 영매 역할을 코믹하게 소화한 우피 골드버그를 톱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강도에게 살해당한 청년 샘(패트릭 스웨이지)의 영혼이 세상을 떠나지 못한 채 홀로 남은 연인 몰리(데미 무어) 곁을 맴돌며 벌어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언체인드 멜로디’도 영화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에어플레인’, ‘총알을 탄 사나이’ 등 코미디로 유명한 제리 저커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27일 ‘사랑과 영혼’이 27년 만에 재개봉해 극장에 걸렸다. 스크린에서 보는 즐거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990년 작. ■어벤져스(EBS1 일요일 오후 1시 55분)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기에 앞서 예습해야 할 작품이다. ‘인피니티 워’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등장했던 어벤져스 군단에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멤버들까지 합류하는 것으로 나온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첫 편은 지금 나오는 후속편들과 비교해 보면 규모가 소박할 정도다. 하지만 조금 더 아기자기한 팀워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벤져스 2편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연출한 조스 웨던 감독은 ‘인피니티 워’의 연출 자리를 루소 형제에게 넘겨줬는데 그 대신 DC의 ‘저스티스리그’에 합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2012년 작.
  • 스타워즈 안에 온 세상 들어 있다

    스타워즈 안에 온 세상 들어 있다

    스타워즈로 본 세상/캐스 R 선스타인 지음/장호연 옮김/열린책들/320쪽/1만 5000원“포스가 함께하길.”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모든 편에 등장하는 대사다. 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사처럼 이 말을 하고 다닌 덕분에 미국에서는 일상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2015년 12월 19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이 영화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2016년 박스오피스 수입을 비롯해 서적, 장난감 등에서 벌어들인 총수입만 302억 달러(약 32조원)로 아이슬란드, 자메이카, 라오스 등의 국내총생산보다도 많을 정도이니 말 그대로 ‘포스’가 대단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저명한 헌법학자인 캐스 R 선스타인 역시 올해로 탄생한 지 40년을 맞은 스타워즈를 인류 역사를 통틀어 유례없이 성공한 영화로 꼽는다. “스타워즈는 한 알의 모래다. 그 안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스타워즈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과 다름없다. 저자는 신간 ‘스타워즈로 본 세상’에서 기독교, 페미니즘, 행동과학,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열쇠말을 통해 영화에 담긴 의미와 주제, 세계관을 들여다본다. 저자가 먼저 관심을 보인 부분은 제작사와 배급사, 배우와 감독까지 영화가 망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 영화의 첫 에피소드 ‘새로운 희망’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공민권 운동, 워터게이트, 소비에트 연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미국의 암울한 시대에 때마침 시대를 위로하는 현대적인 신화로서 스타워즈가 등장했다. 스타워즈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탓에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스타워즈 열풍에 편승하는 ‘네트워크 효과’도 한몫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선택의 자유’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빛과 어둠이란 세계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렸듯이 ‘스스로 운명을 통제하라’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교훈이라는 것이다. 책은 그 외에도 아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 구원의 가능성, 왜 중앙 집중화된 권력은 몰락하는지, 헌법과 스타워즈가 어떤 면에서 닮았는지 등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서두에서 미리 단언했듯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세 부류 모두의 흥미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2017 국제 10대 뉴스] 세계와 불화… 지독한 트럼프 美우선주의, 세계의 공감… 성폭행 폭로 ‘미투’ 캠페인

    [2017 국제 10대 뉴스] 세계와 불화… 지독한 트럼프 美우선주의, 세계의 공감… 성폭행 폭로 ‘미투’ 캠페인

    지구촌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스트롱맨’들이 힘을 과시했다. 집권 2기의 막을 올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인 체제’를 확립했고 사우디의 젊은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경제 개혁과 대대적 숙청을 감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과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기도 했다. 뉴욕과 런던 등지에서 소프트 테러가 빈발했고 허리케인이나 지진, 산불 등 재난재해도 유독 많은 해였다. 이처럼 2017년을 뒤흔들었던 지구촌 10대 뉴스를 서울신문 국제부가 선정했다.1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중동 격랑 지난 1월 20일 취임 일성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일방적 탈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 선언 등 미국 중심의 세계 무역 질서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6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1조 5000억 달러(약 1623조원) 규모의 세제개편안(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이 그의 정치적 행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화염과 분노’, 등 북한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고 이스라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공식선언하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댕겼다.2 北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암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올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VX(맹독성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말레이 경찰은 현장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 여성들을 체포했으며 이들 외에 암살을 주도하고 계획한 용의자는 4명으로, 모두 북한 출신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단교 위기까지 가는 등 극한 대립을 보였다. 김정남의 시신은 결국 협상 끝에 북한으로 인계됐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심화됐다. 김 위원장이 권력 강화를 위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에 이어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18개월 억류됐다 지난 6월 사망하는 등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이 잇달아 부각됐다.3 시진핑 2기 ‘1인 집권체제’ 확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열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 시대를 열었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당헌에 명기됐다.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2022년 이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상무위원 7명이 공동으로 꾸렸던 집단 지도체제가 1인 지배체제로 바뀌었다. 공산당 최고 수뇌부인 25명의 정치국 위원도 대부분 시진핑 직계로 구성됐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양극화 해소’와 ‘질적 성장’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신형 국제 관계’를 표방했다.4 뉴욕·런던 등 테러 공포에 신음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터키 이스탄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세계의 대도시는 올 한 해 일상화된 테러의 공포에 신음해야 했다. 이슬람국가(IS)가 근거지를 빼앗기자 세계 곳곳에서 차량 폭탄, 트럭 돌진, 총기 난사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테러’를 벌였기 때문이다. 1월의 첫날부터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로 39명이 사망했고 3월과 5월에는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각각 5명, 22명이 희생되는 테러가 발생했다. 10월에는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트럭 폭발 테러로 510명이 사망했다. 특히 58명을 사살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범처럼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도 방어수단이 없는 민간인 대상 소프트 테러를 자행하는 등 세계 곳곳이 피로 물들고 있다.5 IS 이라크 등 거점지서 격퇴 “1월 20일 이슬람국가(IS) 전사 3만 5000명이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4만 500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1000명이 5000㎢를 점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트위터에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해 극단주의 무장세력 IS 격퇴 성과를 과시하며 올린 내용이다. 뉴욕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으로 출발한 IS는 최초로 영토를 가진 테러단체였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격퇴전을 개시하면서 이라크 정부는 지난 10일 ‘IS와의 종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IS 추종자의 테러 기도가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하는 등 여전히 소프트 테러의 공포로, IS의 위협은 살아 있다.6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논란 산 채로 불에 타고, 총에 맞고, 성폭행당하고….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게 가해진 혹독한 탄압은 올해 가장 슬픈 뉴스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 25일 로힝야 반군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30여곳을 습격한 것을 빌미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인종청소’가 시작됐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4개월간 사망자는 약 1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웃국가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65만 5000명은 난민이 됐다.음식과 물이 부족한 난민 캠프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은 로힝야족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해 국제적인 지탄을 받았다. 유엔은 지난 24일 총회를 열어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군의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7 “나도 당했다” 미투 운동 확산 미국의 인기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는 지난 10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용기에 힘입어 폭로의 봇물이 터졌고 미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지난 10월 17일의 트위터에 자신이 겪은 성폭행 피해를 ‘미투’(#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자고 제안하면서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미투 운동은 전 세계 80여개국으로 확산돼 방송계, 정계, 학계를 막론하고 가해자들이 줄줄이 심판을 받았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13명의 여성으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돼 소송에 휘말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월호에서 미투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고 칭하며 그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8 ‘중동을 뒤흔든 왕자’ 빈살만 32세 사내가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국왕이 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제1 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지난 6월 무함마드 빈나예프 왕세자를 제치고 새 왕세자로 선출된 직후부터 대내적으로는 개혁·개방 정책을 펼쳤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탈석유 정책을 발표했다. 대외적으로는 적성국 이란 견제에 집중했다. 이란과의 친교를 빌미로 지난 6월 카타르를 봉쇄했고, 지난 11월에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어 이란을 겨냥한 대테러이슬람군사동맹(IMCTC)을 소집했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이란·정부군에 맞서 반군을 지원했다. 이란과 맞서려고 앙숙 이스라엘과 손잡았다는 의혹도 있다.9 멕시코 강진·허리케인 등 재해 세계는 올해도 자연 재해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9월 7일과 19일 규모 8.2와 7.1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30여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 첫 지진에서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고 두 번째 지진에서는 3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피지, 칠레 등 ‘환태평양 불의 고리’ 일대에서도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이어졌다. 미국과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6월부터 허리케인 ‘하비’, ‘어마’, ‘마리아’를 잇달아 겪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산불로 서울시의 2배 가까운 면적이 불에 탔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22일 상륙한 태풍 ‘덴빈’으로 24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일각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강력한 허리케인, 산불, 태풍 등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10 ‘수익률 1800%’ 비트코인 폭등 올 한 해 지구촌을 가장 뜨겁게 달군 금융자산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이었다. 연초 1000달러대로 시작한 비트코인은 폭등을 거듭하며 1만 9300달러대까지 치솟아 1800%나 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3235억 달러(약 346조원)로 불어나 세계 30위권인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3211억 달러)을 뛰어넘었다. 비트코인 열풍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과 은퇴자는 물론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너도나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짧은 시간 큰 수익을 남긴 사람도 있었지만, 비트코인 투자에 몰입하는 ‘폐인’도 나타났다. ‘16세기 튤립 투기’를 연상시키는 비트코인 광풍에 각국 정부는 거래 규제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노예 매매·난민의 난… 아팠던 지구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노예 매매·난민의 난… 아팠던 지구촌

    어느덧 2017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세계는 여느 해와 같은 듯 또 다르게 다양한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의 월드why’는 지난 1년간 다룬 다양한 이슈 중 올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결산의 시간을 마련했다.# 트럼프 천하의 시작 2017년은 설마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 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만든’ 첫 이슈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이었다. 테러위험국으로 지정된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및 미국 비자 발급을 일시 금지하면서 누군가는 가족과 잠시나마 생이별을 해야 했다. 멕시코 국경에 분리장벽을 설치하겠다던 공약은 일정 부분 현실이 됐다. 트럼프 특유의 추진력은 이후에도 빛을 발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더니 내년 1월 재협상을 앞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시 일방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아메리카 퍼스트’의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심화시켰다. 핵미사일을 두고 북한과 ‘말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을 공식 선언했지만, 트럼프는 이 중 ‘압박’만 손에 쥐고 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관여’라는 카드는 버렸다. 지난 1일 북한은 방북한 러시아 하원의원의 입을 통해 “핵 빼고는 무엇이든 대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핵을 없애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한반도를 사이에 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호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끊이지 않는 테러, 멈추지 않는 눈물 올 한 해 세계 곳곳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테러가 속출했다. 2017년 1월 1일 올해의 첫 번째 날 이스탄불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해 39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3월에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5월에는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미국의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히 끝난 직후 폭탄이 터지면서 각각 5명, 22명이 숨졌다.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런던 브리지에서 또다시 테러가 발생해 사살된 범인 3명과 시민 6명 등 총 9명이 사망했다. 10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해 8명이 세상을 떠났다. 대부분의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또는 IS의 추종자가 벌인 짓이었다. 2014년 중반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를 아우르는 영토를 확보하면서 700만~800만 인구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거듭났던 IS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동맹군과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족과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 등의 반격에 밀려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7월과 10월에는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락까 등 주요 거점에서 패퇴하며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IS와 테러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나온 뒤 IS는 “조심하라, 가장 끔찍한 일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예루살렘을 건드린 대가가 IS의 또 다른 테러 동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 난민의 난(亂)은 계속된다 2017년은 터키 남서부 휴양지 보드룸 해안에서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당시 3세)가 숨진 채 발견된 지 2년이 되는 해였지만, 난민의 여정은 올해도 여전히 험난했다. 난민의 난을 입증하는 인권 문제는 한 해 내내 국제뉴스의 메인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을 안긴 것은 리비아 난민 매매였다. 지난달 14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노예 매매 현장이 포착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관문인 리비아에서는 브로커에게 도피 자금을 빼앗기거나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노예로 팔리는 난민의 수가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기구가 난민의 분산 수용을 호소하고는 있지만, 경제난과 난민 수용에 분노한 일부 유럽은 극우 포퓰리즘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 상황에서 난민의 고단한 여정이 쉽사리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201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는 종교·이념을 둘러싼 분열, 화산폭발과 지진 등의 재난,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키워드가 담고 있는 문제들은 해가 바뀌어도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나라 밖 문제가 더이상 남의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행보와 테러, 재난과 난민 등 국제면을 채운 다양한 이슈는 그들의 이야기이자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와 더불어 우리 모두가 내년에는 나라 밖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huimin021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국산 불신vs합리적 재고, ‘천궁’의 운명은?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국산 불신vs합리적 재고, ‘천궁’의 운명은?

    국방부가 한국형 요격 미사일 철매-II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일명 ‘천궁 블록2’의 양산을 소요 재검토 후 다시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초 군 당국은 지난 6월 철매-II PIP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린 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7개 포대를 전력화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지난 26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소요를 재검토한 뒤 양산 계획을 결정짓겠다고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양산 수량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송 장관이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국산 무기를 명확한 설명도 없이 사장(死藏)시키려 한다”거나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이 해군에 SM-3 요격 미사일을 사주기 위해 국산 요격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추측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적지 않은 수의 네티즌들 역시 송 장관에 대한 비판적 댓글로 언론 보도에 힘을 실었다. 이와 같은 여론 속에 천궁 블록2를 띄워주는 기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거나,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이러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송 장관과 국방부는 졸지에 우수한 국산무기는 외면하고 미국산 무기만 추종하는 ‘악역’이 되어버렸다. 과연 천궁 블록2는 소요 재검토 결정을 내린 국방장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악역’으로 만들만큼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뛰어난 구국의 국산 명품무기일까? 천궁, 즉 M-SAM은 세계 정상급 지대공 미사일로 유명한 S-300 시리즈로 유명한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Almaz-Antey)의 기술협력을 받아 국내 개발된 물건이다. 기반이 된 기술이 ‘명품’ S-300 시리즈에 있기 때문에 미사일 자체의 성능은 국내 업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 보도처럼 이 요격체계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나 러시아의 S-400, 이스라엘의 애로우-2 등 외국의 동급 미사일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PAC-3는 최근 미사일과 레이더가 크게 개량되어 천궁 블록2 대비 2배 가까운 사거리와 더 우수한 명중률을 확보했고, 탄도탄 요격 능력에서 가장 비슷한 수준인 S-400 시스템은 천궁 블록2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중동과 아시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천궁 블록2가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관심을 받는 무기체계이냐가 아니라 천궁 블록2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냐 하는 것이다. 천궁 블록2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함에 있어 분명 필요한 무기체계인 것은 맞다. 당초 계획대로 이 미사일 7개 포대가 전국 각지에 배치되면 기존의 패트리어트 PAC-2/3 미사일과 더불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이 이전보다 향상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천궁 블록2의 소요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는 크게 상승단계(Boost phase) 요격, 중간단계(Midcourse) 요격, 종말단계(Terminal) 요격으로 구분된다. 미사일이 발사되어 최고 정점고도에 도달하기까지가 상승단계이고, 정점고도에 다다른 미사일이 관성으로 표적 인근 상공까지 날아가는 것이 중간단계, 표적 상공에 접근한 미사일이 지상으로 하강하는 것이 종말단계이다. 이 3단계 가운데 종말단계는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변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요격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음속의 몇 배에서 수십 배의 작은 표적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가장 정교한 무기체계가 필요하고, 그만큼 요격무기의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가장 성공확률이 낮고 가용 교전 기회 횟수가 적으며 요격자산의 가격이 가장 비싼 종말단계 요격자산으로만 이루어진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성격으로 기획되고 구축되어 왔다. L-SAM(사거리 160km, 요격고도 100km), 천궁 블록2(사거리 40km, 요격고도 20km), 패트리어트 PAC-3 ERINT(사거리 및 요격고도 15km)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성되더라도 이들은 요격고도가 낮기 때문에 북한의 고고도 핵 EMP 공격에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며, 1개 포대에 수천억 원을 들여 배치하더라도 배치 지역 반경 수십km 정도의 범위로 떨어지는 1~2발의 탄도미사일만 겨우 막아낼 수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요격 미사일은 공군기지에 우선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가 아니라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사일 양산 비용만 1조 원, 전체 사업비 수 조원을 들여 7개 포대의 천궁 블록2 전력화를 예정대로 추진해 전력화를 완료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7개 포대의 천궁 블록2가 제공하는 방어면적은 남한 전체 면적의 약 8% 정도에 불과하다.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도 절대 다수의 국민은 이 미사일의 방어구역 내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국방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 대 효과가 낮은 대안은 재고(再考)할 수밖에 없다. 즉, 국방부의 정책 수정은 국산무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급박한 안보 위협에 대응해 비용 대 효과가 가장 우수한 다른 대안을 모색한 결과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천궁 블록2를 양산할 돈으로 해군 이지스함에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개량을 실시하고 SM-3 요격 미사일을 구입하면 당장 내후년에라도 사거리 700km, 요격고도 500km 수준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국내 방산업체의 이익과 장래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천궁 블록2의 개별 무기체계로서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그것이 당면한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당장 필요한 다른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고 직면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양현종, 23억 받고 KIA 재계약…투수 최고 연봉

    양현종, 23억 받고 KIA 재계약…투수 최고 연봉

    프로야구 KIA의 투수 양현종(29)이 내년에 연봉 23억원을 받는다. 국내리그에서만 뛴 선수의 연봉으로만 따지면 역대 1위에 해당한다.KIA는 “양현종이 구단 내 사무실에서 조계현 단장과 면담을 하고, 올해 연봉(15억원)보다 8억원 인상된 23억원에 사인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양현종은 시즌을 마친 후 KIA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도 꼭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현종은 구단을 통해 “최고 대우를 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고액 연봉을 받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이 생긴다”며 “내년 시즌에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거뒀고, 한국시리즈 1승 1세이브로 11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약고 건드린 ‘예루살렘 선언’…37년 철권통치 막 내린 짐바브웨

    화약고 건드린 ‘예루살렘 선언’…37년 철권통치 막 내린 짐바브웨

    올 한 해 중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패퇴, 사우디아라비아·이란 패권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후폭풍으로 숨 가빴다. 빈곤과 난리를 피해 유럽행을 꿈꿨던 아프리카 난민들은 지중해에 잠겼거나 노예로 팔려나갔다.IS는 올해 주요 거점에서 연쇄적으로 패배해 몰락했다. 지난 7월 최대 근거지 이라크 모술을 잃었다. 10월에는 실질적 수도 시리아 락까에서 밀려났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시리아 접경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3년여 만에 IS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IS가 사라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이란의 입김이 강해졌다. 이란은 IS 격퇴전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었다. 동시에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세지면서 이란의 앙숙 사우디는 머리맡에 친이란 세력인 ‘시아벨트’를 두게 됐다. 사우디는 이란을 견제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난 6월에는 이란과 친교하고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카타르를 봉쇄했다. 현재 사우디 제1 왕위계승자(왕세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당시 국방장관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살만 국방장관은 지난 6월 21일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제치고 왕세자에 책봉됐다. 빈살만 왕세자의 대외정책은 반(反)이란으로 요약된다. 사우디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지난달 4일 수도 리야드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26일 리야드에서 열린 수니파 41개국 대테러이슬람군사동맹(IMCTC) 첫 공식 회의에서는 사실상 이란을 겨냥해 “지구상에서 테러를 박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세력 다툼 와중에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지난달 14일 사우디를 방문해 “헤즈볼라가 나를 암살하려 한다”며 사퇴를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헤즈볼라의 입지를 좁히려고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의 사임을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 진행 중인 예멘에서는 지난 4일 사우디와 협상을 시도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게 살해당했다. 이라크 서북부의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지난 9월 25일 이라크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라크군이 지난 10월 16일 KRG가 지배하는 키르쿠크주의 유전지대를 빼앗았고, 마수드 바르자니 KRG수반이 물러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파국으로 치달았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분노의 날’ 시위 등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아프리카에서는 37년간 짐바브웨를 철권통치했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했다. 자신의 아내 그레이스를 차기 대통령으로 삼으려고 했던 무가베 전 대통령에 반발한 군부가 지난달 15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사임했다. 아프리카 난민들은 소형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탈출하려다가 숨졌다. 유엔난민기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000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난민을 노예로 매매하는 현장이 포착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제임스 완X블룸하우스의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예고편

    제임스 완X블룸하우스의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예고편

    제임스 완 감독 연출작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본 예고편이 공개됐다. 주인공 엘리스는 한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자신의 집에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엘리스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뉴멕시코의 고향집이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집에서 정체불명의 사건을 파악하던 엘리스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전편에서 함께 등장한 스펙스, 터커와 함께 어릴 적 살던 집에 방문하는 엘리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평생 귀신을 보고 살았다”는 엘리스의 대사는 시리즈 전편 동안 그녀 곁을 맴돌던 공포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특히 “절대 열지 말 것”이라는 카피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공포의 실체가 밝혀질 지 궁금케 한다. ‘컨저링’ 제임스 완 감독과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만남으로 눈길을 끄는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는 2018년 1월 31일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NBA] 하든 보스턴전에 신을 농구화 소개 “래퍼 밀을 석방하라”

    [NBA] 하든 보스턴전에 신을 농구화 소개 “래퍼 밀을 석방하라”

    ‘미크 밀을 석방하라.’ 제임스 하든(휴스턴)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보스턴과의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경기에 신고 나설 농구화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미리 소개했다. ‘킥스트라도미스’로 더 잘 알려진 맞춤 농구화 제작자 살바도르 아메즈쿠아가 손수 금빛 글씨로 감옥에 갇힌 래퍼 ‘미크 밀을 석방하라’(FREE Meek)고 새겼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밀은 여러 차례 보호관찰령을 어겨 경기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의 교정시설에서 4년 징역형을 복역 중이다. 하든은 생일 파티를 열 때마다 그를 초청해 공연하게 했고, 올 여름에는 함께 자선 농구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25일 오클라호마시티(OKC)와의 경기를 진 뒤 곧바로 이곳을 방문해 밀을 만날 정도로 애틋한 우의를 자랑한다. 하든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내년 2월에는 그가 (감옥에서) 나오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NBA 스타 선수들은 시그니처 농구화에 멋진 꾸밈을 하고 싶으면 킥스트라도미스를 찾는다. 그는 이번 성탄 시즌에도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맞춤 농구화를 디자인했다. 하든의 농구화는 검정색 바탕의 나이키 ‘하든 Vol. 1’에 금색으로 대문자를 하나씩 새기고 글자와 글자 사이에 별을 박았는데 이런 스타일은 아디다스의 ‘휴먼 레이스’ 시리즈 가운데 인기를 끈 패럴 윌리엄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아디다스 직원이며 하든의 절친인 트로이 페인과 아메즈쿠아가 2주 전부터 동부 투어에 나서는 하든에게 깜짝 선물로 준비한 것이라고 ESPN은 전했다. 한편 밀은 약물 테스트에 응하지 않거나 허가받지 않은 채 여행했다는 혐의로 2008년 총기와 약물 사건으로 받았던 보호관찰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형을 복역하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레코드 레이블에 밀을 데리고 있는 제이지, 릭 로스, 농구 선수로는 조엘 엠비드와 하든 등이 밀의 석방 요구에 가세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브루스 윌리스의 ‘바이스: 범죄도시’ 오늘 개봉

    브루스 윌리스의 ‘바이스: 범죄도시’ 오늘 개봉

    브루스 윌리스와 ‘다이하드’ 시리즈 제작진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영화 ‘바이스: 범죄도시’가 오늘 개봉하는 가운데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영화는 법도, 규칙도 없는 도시 ‘바이스’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로봇들에게 폭력, 살인 등 현실에선 불법인 광기를 분출하고, 로봇들은 자신이 로봇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이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건 냉혹한 경영자 ‘줄리안’(브루스 윌리스)이다. 어느 날, 로봇 중 하나인 ‘켈리’가 시스템의 오류로 모든 기억이 되살아 낸 채 ‘바이스’를 탈출한다. 이를 막으려는 ‘줄리안’과 ‘바이스’로 인해 범죄가 이어진다고 비난하던 형사 ‘로이’(토마스 제인)는 ‘켈리’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한 인공 지능 로봇이 ‘바이스’의 비밀을 알고 탈출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또 서로를 추격하고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총격 액션이 박진감과 스릴을 예고한다. 브루스 윌리스와 ‘다이하드’ 시리즈 제작진의 SF 액션 스릴러 ‘바이스: 범죄도시’는 12월 28일 개봉 한다. 15세 관람가. 96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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