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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서 에게해 건너던 난민선 가라앉아 어린이 8명 등 11명 참변

    터키서 에게해 건너던 난민선 가라앉아 어린이 8명 등 11명 참변

    여덟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열한 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터키 서부 에게해 해상에서 보트가 가라앉는 바람에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빚어졌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밤 8시 30분쯤 바다로부터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그리스 치오스 섬과 마주 보는 휴양 도시 체스메 해상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다른 여덟 명은 구조됐지만 열한 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고 국영 통신이 전했다. 사고 지점은 치오스 섬으로부터 1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치오스 섬에는 이미 몇천 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수용 한계를 넘겨 수용돼 전혀 위생적이지 않은 여건에서 지내고 있다고 영국 BBC는 12일 전했다. 희생자들의 국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는 유럽에 건너오려는 이민 희망자들이 주요 기점으로 삼는 곳이며 대부분 그리스로 건너와 유럽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 때문에 인신매매되거나 위험한 바닷길을 건너 목숨을 위협받는다. 2016년에도 터키는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가로 이민과 난민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터키를 통해 유럽 땅을 밟으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대다수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시리아 등 분쟁과 내전, 정치적 박해가 횡행하는 곳이다. 터키 당국은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려고 시도한 6만명 정도를 구금하고 있고, 인신매매에 연루돼 체포된 사람만 9000명에 이른다고 아나돌루 통신은 전했다. 터키는 이미 난민 400만명에게 문을 열어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 숫자를 거느리거 있는데 그 중 시리아 난민만 360만명이 넘는다. 한편 터키의 참사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 다른 이민 보트가 그리스의 팍시 섬 남서쪽 이오니아 해상에서 침몰해 적어도 열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스 관리들은 스물한 명은 구조됐으며 얼마나 많은 인원이 배에 타고 있었는지 밝혀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과 연령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SNS, 편리한 디지털기술이 은둔형 외톨이 부추긴다

    SNS, 편리한 디지털기술이 은둔형 외톨이 부추긴다

    1920년 미국의 동화작가 휴 로프팅이 쓴 ‘닥터 둘리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닥터 두리틀’이 얼마 전 개봉했다. 영화 초반에는 아내를 사고로 잃고 동물들과 집 안에 은둔하는 두리틀 박사가 등장한다. 특정 이유 때문에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는 이런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의학자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되는 극도의 사회적 고립상태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 알려진 것보다 많고 이들을 위한 의학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일관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일본 큐슈대 의대, 미국 오레곤보건과학대 정신과학과, 포틀랜드주립대 보건대 공동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현상에 대한 새로운 진단기준을 정립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디지털과 통신기술 발달로 대인접촉이 줄어드는 것도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실험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 정신과학’ 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규정할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기준은 ▲집 안팎에서 지낸 시간의 비율 ▲대인관계 회피 정도 ▲정신적 고통 여부 ▲우울증, 양극성 성격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과질환 여부로 이들에 따라 은둔형 외톨이 증상에 대한 대응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은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은둔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격리하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또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은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 증상에 대해서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현대 디지털, 통신기술 같은 의사소통 향상을 위한 도구들이 오히려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비대면 접촉이 늘어날수록 사람과의 만남을 불편해 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 환자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토 다카히로 큐슈대 교수(정신과학)는 “디지털 기술과 통신 기술의 발전이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정신건강 측면에서 볼 때는 온라인으로 보내는 시간이 사람 대 사람으로 대면하는 시간보다 많아질 경우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오만 새 술탄 지명… 선왕이 남긴 ‘비밀 편지’

    오만 새 술탄 지명… 선왕이 남긴 ‘비밀 편지’

    오만 새 술탄… 국왕 작고 다음날 사촌 동생 지명 ‘중동 비둘기’로 불리는 오만 술탄(국왕)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가 타계한 이후 사촌 동생인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65) 문화유적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계승자로 지명됐다. 자녀가 없는 카부스 국왕이 남긴 ‘비밀 서한’에 따라 하이삼이 새로운 술탄으로 지명된 것이다. 하이삼 국왕 “국제 분쟁의 조정자 역할 계속” 신임 술탄 하이삼은 이날 국영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오만을 발전시키면서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외교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는 즉위 직후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는 작고한 술탄의 길을 따르겠다”며 “우리의 외교정책은 다른 국가, 국민과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국가 주권과 국제협력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오만이 ‘중동의 스위스’라는 애칭처럼 분쟁의 조정자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오만은 미국과 이란이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반군 후티의 협상도 오만에서 이뤄져 왔다. 2017년 6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카타르와 단교했을 때도 오만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사우디와 적대적인 이란과도 관계가 원만하다. 오만 주류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와는 다른 이바디파로, 교리가 온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졸업한 스포츠광… 오만개발위원장 겸직 1954년에 태어난 술탄 하이삼은 1979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오만 축구협회장을 지낸 스포츠 애호가로 널리 알려졌다. 외교 분야의 직책을 주로 맡았다가 1990년대 중반 문화유적부 장관이 됐다. 2013년 오만 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됐다.한편 지난 10일 작고한 카부스 국왕은 1970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 중동 군주 가운데 최장기인 50년간 왕좌를 지켰다. 자녀가 없었지만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지명하지 않았던 그는 왕실에 혼란에 발생할 것을 우려해 유언처럼 남긴 ‘비밀 서한’을 남겼다. 왕가 회의에서 비밀서한을 공개한 결과 사촌 동생인 하이삼이 후계자로 지정됐다. 앞서 1997년 인터뷰에서 카부스 국왕은 후계자 이름을 담은 봉투를 봉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부다비 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말리크는 “후계자를 신속히 지명한 것은 경제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 투명성 부족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이란 “큰 손실”, 이스라엘 “평화 기여“ 장례식은 사망 다음날은 11일 수도 무스카트에서 국민적 애도 속에 치러졌고, 왕실 묘역에 안장됐다. 그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와의 관계가 원만한 했다. 이 때문에 ‘중동의 스위스’, 술탄 카부스는 ‘중동의 비둘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런 연유로 그에 대한 애도가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두의 친구”, 유럽연합은 “비전과 실용성을 가진 지도자”, 유엔은 “평화의 메시지 확산한 지도자”, 이스라엘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인물”, 터키는 “위대한 인물”, 이란은 “큰 손실”, 시리아는 “진보와 전진”, 이라크는 “중용과 지혜”, 쿠웨이트는 “매우 위대한 인물”, 이집트는 “선구자”, 영국은 “지극히 현명한 인물”, 프랑스는 “전세계에 개방적”, 독일은 “좋은 친구”라고 평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정정아, 임신 숨긴 이유 “난임+유산..울부짖은 시간들”[전문]

    정정아, 임신 숨긴 이유 “난임+유산..울부짖은 시간들”[전문]

    배우 정정아가 만삭 사진을 공개하며 임신 소식을 전했다. 정정아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심스럽게 좋은 소식 이제야 알려드리게 돼서 죄송하고 이제는 알려도 되지 않을까 용기내어 올려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과 함께 만삭 화보를 게재했다. 어느덧 임신 9개월이라는 정정아는 “긴 시간 동안 너무나 조심스럽고 하루하루가 얼음장 위를 걷는 것 같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난임을 혹은 유산의 아픔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아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면서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려고 하다보니 자연 임신은 물론 다시 시험관 시도와 유산, 임신 등을 반복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제는 엄마가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주변의 임신 소식 들으면서 부럽고 저도 너무 축하받고 싶고 알리고 싶었지만 3번의 유산이라는 아픈 시간들이 차마 말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제가 뭔가 잘못을 해서 죄를 지은 시간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짐승처럼 울었던 시간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는 정정아는 “기적처럼 자연 임신이 되고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긴 끝에 9개월이란 시간이 왔다”면서 “난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시간들, 임신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 공유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1999년 이정열의 ‘그대 고운 내사랑’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정정아는 드라마 ‘야인시대’, ‘백설공주’, ‘사랑과 전쟁’, 영화 ‘화려한 휴가’ 등에 출연했으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췄다. 2017년 8월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했다. ◆이하 정정아 인스타그램 글 전문 조심스럽게 좋은 소식 이제야 알려드리게 돼서 죄송하고 이제는 알려도 되지 않을까 용기 내어 올려봅니다 긴 시간 동안 너무나 조심스럽고 하루하루가 얼음 장위를 걷는 것 같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조금만 더 안정기가 되면 조금만 더 자리 잡으면 하며 저도 이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난임을 혹은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임신은 물론 다시 시험관 시도와 유산 임신 등을 반복하며 힘든 시간 보냈지만 출산까지 가는 길은 더더욱 험난하겠지만….. 네 맞아요. 저 이제는 엄마가 될 것 같아요. 아직도 조심스럽지만요. 그동안 주변의 임신소식 들으면서 부럽고 저도 너무 축하받고 싶고 알리고 싶었지만 3번의 유산이라는 아픈 시간들이 차마 말문을 열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제가 뭔가 잘못을 해서 죄를 지은 시간인 것 같았거든요. 물론 배가 불러오면서 조금씩 눈치채고 축하해주신 분들도 있고 촬영 때문에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경우도 있어 아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그렇치만 축하한다는 말이 기쁘지 않고 또다시 겁이 나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늘 마음을 힘들게 했는데요. 이제는 축하받아도 될 것 같아 알립니다. 정말 많이 울고 기도하고 포기하다가도 울면서 다시 엽산과 한약을 먹고 몸 준비하면서 얼마나 기도를 하고 소리를 쳤는지, 정말 짐승처럼 울었던 시간들이 얼만큼이었는지 셀 수도 없는 시간을 보냈어요. 물론 남편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자연임신이 되고 작은 생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이 또한 몇 번의 응급실행과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넘기면서 9개월이란 시간까지 왔어요. 정말 할 말은 많은데 천천히 올릴게요. 그리고 제가 난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시간들 임신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 서로 공유할 수 있게 추후에 올릴게요. 그리고 다시 한번 제가 임신하기까지 기뻐해 주신 분들 기도해주신 분들 응원해주고 축하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란 “실수” 인정하게 한 스모킹건 “온전한 동체 윗부분, 불도저 바퀴 사진”

    이란 “실수” 인정하게 한 스모킹건 “온전한 동체 윗부분, 불도저 바퀴 사진”

    이란이 미사일을 실수로 발사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사실을 사흘 만에 시인한 것은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이 수집한 증거들이 ‘스모킹 건’이 됐던 것 같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의 올렉시 다닐로프는 11일(이하 현지시간) 키예프에서 영국 BBC 특파원을 만나 자국 수사관들이 발빠르게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란 군과 혁명수비대가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 8일 추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진 한 장부터 보여줬다. 176명을 태우고 이날 새벽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곧바로 추락한 우크라이나 인터내셔널 항공(UIA) PS 752 편의 동체 모습이다. 조종석과 여객기 앞 부분은 거의 멀쩡한데 아랫 부분은 없다. 이것은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조종석 아래를 제대로 타격했고, 바로 그 순간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닐로프는 “조종사들이 왜 응급 구조를 요청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란측은 추락 직후 현장을 수습하면서 불도저를 동원해 이 동체 잔해를 서둘러 없애버렸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은 이 불도저의 바퀴가 선명히 찍힌 사진까지 확보해 이란의 증거 인멸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지금까지 여러 번 나왔던 도랑 안의 미사일 부품 잔해와 동체 곳곳에 남겨진 구멍 사진들이었다. 다닐로프는 “현장의 조사관들은 수집한 정보와 사진들을 시간마다 한 번씩 본국으로 보내왔고 우리들은 곧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더 필요한 증거나 자료들을 계속 찾아야 했고, 알다시피 이란이 매우 까다로운 나라라 우리는 조사관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며 우리가 확보한 증거들을 곧바로 공개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 보인다. 그들이 우리 조사관들을 방해하려 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우리는 어느 정도 충분한 증거를 본국에 모두 보낸 상황이었다. 국제사회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란 대학생 수백명이 11일 오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뒤 몇백명 규모로 커지자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 하라”고 외쳤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들렸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다. SNS에서는 12일 오후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열자는 제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항공 당국은 캐나다 국적자 63명이 숨졌다고 밝혔는데 나중에 캐나다 정부가 57명으로 수정했다. 대부분 이란과 캐나다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이중국적자다. 캐나다는 2012년 이란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위협하며 이란에 주재하는 자국 외교관의 신변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이란과 단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번 참사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이번 일은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라고 사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희생자 11명의 시신을 19일까지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솔레이마니 암살에 웃는 IS

    솔레이마니 암살에 웃는 IS

    과거 근거지 이라크 전투력 약화의회 미군철수 요청도 IS에 호재강적 시아파 민병대가 반미 투쟁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커다란 이득을 얻었다. 9일(현지시간) BBC는 미국의 공습 직후 중동에서 IS에 맞서 싸우는 작전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복수를 다짐하면서 중동에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군들이 IS보다는 이란과 시아파 민병대 방어에 전력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IS에겐 절호의 기회다. 최후의 근거지마저 빼앗기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제거된 타격에서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 의회가 자국 내 전 미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IS에겐 좋은 소식이다. 2016~2017년 미국과 동맹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많은 전사들이 죽거나 감옥에 갇혔지만 조직이 와해되진 않았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흩어져 약탈, 매복공격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위협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라크군을 훈련시켜 엘리크 군사로 키워내고 있던 게 미국과 그 동맹들이었다. 게다가 부족한 이라크군의 필수적인 군사장비와 보급품은 거의 전적으로 미군이 제공해 왔다. 하지만 현재 미군의 훈련은 중단됐으며 덴마크, 독일 등 유럽의 미국 동맹군들은 요르단, 쿠웨이트 등으로 군사를 물렸다. 이라크가 IS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IS에게 좋은 점은 미국이 자신들의 원수를 대신 죽여 준 것이다. 2014년 IS는 이라크 제2 도시인 모술 등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하며 공세를 펼쳤다. 당시 이라크 대표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수니파 극단주의자와 싸우기 위해 무장하자”고 선언했다. 젊은 시아파 남성 수천명이 무장 투쟁에 뛰어들자 이들을 무장시킨 것이 솔레이마니와 쿠드스 부대다. 이렇게 만들어져 현재 시아파 벨트 곳곳에서 수십만명 규모의 이란 대리군 역할을 하는 시아파 민병대는 IS에게는 가장 강력하고 잔인한 적들이다. 또 초기 민병대의 유능한 지휘관들은 현재 이라크에서 친이란계 정치인이 돼 있다. 2014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과 시아파 민병대는 같은 적을 상대했지만 이제 민병대는 2003년 미국 주도의 침공 이후 설정된 본래 이란의 정신인 반미 투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역사적으로 적들이 불안정과 혼란 속에서 약화되고 분열된 상황을 이용하며 가장 번성했다”면서 “IS가 이전에 그랬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내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보고서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내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보고서

    『82년생 김지영』이 지난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여성이 놓인 처지와 아픔에 대한 국경을 넘은 공감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일본 여성들의 희망과 좌절에 대한 최신 보고서이다.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수상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1980년생)가 쓴 보석같이 빛나는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의 내 모습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에 늘 마음 아파하면서도 “언젠가 무언가가 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여성들을 그린 가슴 조이는 단편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 공감의 메아리를 만들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외로워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은 국경의 벽을 넘어 한국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줄 것이다. 어린 시절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어른들의 말에 발끈해서 고향을 떠난 여자들.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고 괴롭힘을 받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여자. 남몰래 아저씨를 좋아하는 여고생,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매일매일 댄스에 열중하는 키다리 14살 소녀,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서 어릴 적 베프와 재회한 여자.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멋진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워보려 하지만 그녀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점점 멀어지고, 게다가 이제 외롭기까지 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래서 어린 시절에 듣고 발끈했던 그 말이 어쩌면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책에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지만 늘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외로운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단편소설 12편이 담겨 있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다. 작은 일에도 자주 상처받고 좌절하기 쉬운, 아직 미완성인 사람들이다. “도대체 언제 나는 완성될 수 있는 거야?” 하고 말할 만큼 이들의 삶은 아직 미숙하고, 덧없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지켜낸다. 지방 출신 여성들의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절묘하게 그려내어 일본 여성 독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가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과 문장으로 빚어낸 소설을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라임 투자자들 법적대응 나섰다…라임·신한금투·우리은행 고소

    라임 투자자들 법적대응 나섰다…라임·신한금투·우리은행 고소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맞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라임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라임의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추가 고소나 소송을 준비 중인 투자자들이 있는만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10일 투자자 3명을 대리해 라임자산운용과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무역금융펀드(플로토 TF-1호)에 환매 중단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이런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고 계속 (무역금융 펀드의) 시리즈 펀드를 새로 설계,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 펀드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속여서 판매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의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역금융 펀드를 비롯한 모 펀드의 수익률이나 기준가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투자 대상, 수익률 등 투자 판단의 중요 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표시하는 사기 또는 사기적인 부정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라임자산운용이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무역금융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각한 것도 악화된 운용 상황을 숨기고 수익률과 기준가를 조작하기 위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신한금융투자 명의로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해왔다는 점에서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누리는 “우리은행도 무역금융 펀드의 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있어 우리은행 관계자를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화도 투자자들로부터 진술을 받는 등 고소를 준비하고 있어 추가 고소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누리는 펀드 계약 취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테티스 2호’와 ‘플루토 F1 D-1호’, 무역금융 펀드로 불리는 ‘플루토 TF-1호’ 등 3개 모 펀드에 투자한 자 펀드의 상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해 큰 파장이 일었다. 환매를 연기한 자펀드는 157개이며 금액은 약 1조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연기를 발표하며 “자산을 무리하게 저가에 매각하면 오히려 투자자에게 손실이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역금융 펀드의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최소 6000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 채권을 판매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등록취소 조치를 받으면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11월 IIG로부터 자산 손실을 통보받았으나 이후 이같은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펀드를 판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어 360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차별에 맞선 87세 美대법관, 그녀가 쏟아낸 말들

    차별에 맞선 87세 美대법관, 그녀가 쏟아낸 말들

    긴즈버그의 말/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오현아 옮김/마음산책/200쪽/1만 5500원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87세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최고령 현직 연방대법관인 그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노터리어스(악명 높은) RBG’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50년 법조 인생을 공정과 평등에 바쳤고 보수성 짙은 지금 대법원에서도 반대의견을 가장 많이 낸다. 마음산책이 열세 번째 말 시리즈로 낸 ‘긴즈버그의 말’은 그 ‘노터리어스’ 긴즈버그의 법 철학과 삶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어록으로 눈길을 끈다. 법정 의견서와 언론 매체, 강연 등에서 찾아낸 긴즈버그의 말을 관통하는 가치는 역시 ‘평등과 중립’이라는 법 정신이다. ‘변론 기술만 좋은 변호사는 기술자와 다름없다’,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고 외친다. ‘나는 사람들을 세뇌하려고 애쓰지 않지만 나 자신을 중립적인 사람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는 외침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와 대립 일색인 우리 사회상에 겹쳐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유대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은 차별 속에서 건져 낸 속 깊은 언사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분노처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감정에 굴복하지 말라’고, 또 ‘상대편 체스 말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긴즈버그는 ‘자유롭게 너와 내가 되도록’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법의 지향과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편집자인 헬레나 헌트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법을 활용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美·이란 전쟁의 희생양은 이라크… ‘대리전’ 단골 국가의 비극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美·이란 전쟁의 희생양은 이라크… ‘대리전’ 단골 국가의 비극

    ‘이라크 속의 이란, 이라크를 누르는 이란의 힘’이라는 미국의 유선방송 HBO 바이스(VICE)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이란이 얼마나 깊숙이 이라크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우선 이란인들이 완전히 장악한 시장 풍경. 청소부터 물건 납품에 손님까지 이란인에 의한 이란인의 시장이다. 마약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이란·이라크 국경 마을에서 인터뷰 속 마약 범죄 수감자는 “마약은 이란에서 왔다”고 쉽게 털어놓는다.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의 성지, 이맘 알리 모스크는 매년 수백만명의 이란인이 다녀가는 순례지가 됐다. 온통 이란 여성들이 가득한 화면에 등장한 한 여성 노인은 “그간 순례를 오지 못했는데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뒤로 가능해졌다. 여기는 우리나라 같다. 우리는 하나”라며 이라크에 대한 보통 이란인들의 인식을 드러낸다. 이라크 4000만여 인구 가운데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가 ‘시아 무슬림’으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종교적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민족도 언어도 다르고 무엇보다 1980년부터 7년간 두 나라가 전쟁을 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미묘한 관계는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명칭)의 등장부터 형성됐다. 이라크의 전 국가안보고문 모와팍 알 루바이는 인터뷰에서 “2014년 6월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ISIS가 몰려오는 모습을 모니터로 보고 미국에 직접 요청했다. 공중 지원이라도 해 달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절했다. 결국 미국이 공중 폭격을 지원하는 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이란은 24시간 만에 트럭에 사람과 물자, 무기를 싣고 와 바그다드를 지키는 데 도와주었다”고 했다. 안 그래도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IS의 준동을 지켜볼 수는 없던 터였다. 이때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무기를 들 수 있는 (이란)시민들은 (이라크를 지키는) 민병대에 자발적으로 합류해야 한다”고 공개 연설을 한다. 이렇게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인민동원군)가 조직되고, 민병대는 이라크 정부의 승인 아래 영향력을 계속 확대해 오고 있다. 알 루바이는 “이란을 의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뒤 본격화된 이라크를 향한 이란의 집념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서쪽 이라크와 1440㎞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이라크를 통해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연결되는 육상 통로를 얻는다. 이 루트를 확보하지 않고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 헤즈볼라 중심의 레바논 내 시아파 세력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지대’를 구축할 수 없다. PMF는 ISIS를 퇴치하면서 이란 국민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기에 이르렀다. ISIS를 격퇴한 이후는 문화와 경제적 유대감 형성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레버리지를 높이려 노력해 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PMF 대변인이 “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할 만큼 PMF는 공공연하게 정치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해 왔다. 이라크 의회는 서서히 이란의 영향력 아래로 흡수돼 가고, 친이란 후보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기에 이르렀다. 한 후보는 “이란, 러시아와 함께 테러 퇴치를 향한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공언한다. 이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는 “선거에서 이란의 역할은 지대하다. 이라크를 컨트롤하려 한다. 큰 대목에서부터 미세 부분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이라크 의회가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결의안은 “이라크 정부는 모든 외국 군대의 이라크 영토 내 주둔을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그 군대가 우리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어떤 이유에서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니파와 쿠르드 계열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시아파 출신 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것은 오히려 이라크를 깊은 근심으로 이끌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우리는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우리의 복수는 강력하고 단호하고 완전한 방법으로 수행될 것이며 적을 후회하게 하겠다”고 다짐했을 때 누구보다 가슴이 서늘해진 건 이라크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국방장관을 지낸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수석보좌관이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며, (미국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했을 때 그 1차 대상은 이라크에 있는 미군시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라크는 ‘대리전’의 역사가 깊다. 이야드 알라위는 그 역사를 이렇게 읊었다. “이란·터키, 뒤이어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국제사회가 조금씩 빨려들어 오고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를 전진기지로 삼고, 미국이, 유럽이 빨려들어 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이란 대리전의 플랫폼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결국 모든 건 이라크가 감당하게 된다. 악몽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 인터뷰들과 취재는 2018~2019년쯤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HBO 바이스가 이 취재물을 바로 내지 않은 것은 정치적 성향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연초에 결국 이 비디오 클립을 올리게 된 것은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예언적’인 요소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야드 알라위는 당시 “지역의 긴장도가 끓는점에 도달해 있다”고 진단했다. 수십년 대리전으로 이라크는 이웃 나라 시리아처럼 사실상 국가 와해 상태를 맞고 있다. 먼저는 IS에 의해서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각각 최소 수백만명이 넘는 난민이 국내외를 표류하고 있고, IS는 이 두 나라에서 ‘무기명 여권’과 여권 인쇄기까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국들로부터는 그림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 미군이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내 시설을 전투기로 폭격하고, 이란은 민병대를 동원하며 이라크 국민들을 부추겨 이라크 내 해외 공관을 습격하게 했다. 이란은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이라크 영토 안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댔다. 또 다른 이웃 터키는 쿠르드족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근거지를 소탕한다면서 이라크 북부 산간 지역으로 전투기를 보내 폭격하면서도 이라크 정부의 승인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이번에 이라크가 성명을 내고 “이라크는 주권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대하고 우리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고 항의해도 국제사회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바빌론 제국의 영광은 오늘날 이렇게 초라해졌다. 대리전이 주는 교훈이다. jj@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해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 ■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미군에 반격 직후 이란서 추락한 우크라 항공기 미스터리

    미군에 반격 직후 이란서 추락한 우크라 항공기 미스터리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의 폭사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8일 오전 수도 테헤란 인근 상공을 날던 우크라이나항공(UIF) 소속 여객기 752편이 추락했다.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이 민항기의 추락 원인에 대한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추락 원인을 기체 결함이라고 서둘러 발표하면서도 블랙박스 등의 정보를 제조사인 보잉사와의 공유를 거부했다. 이륙 2분 만에 추락… 관제탑과 교신 없어 추락한 여객기는 ‘보잉 737-800기종’으로 국제적으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 맥스’와는 다른 기종이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이날 오전 6시 11분 54초 테헤란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국제공항을 이륙,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했다. 이륙 2분 만인 6시 14분 58초 갑자기 접촉이 끊어졌다. 그리곤 곧 추락했다. 접촉이 끊어질 당시 이 여객기의 고도는 약 7800피트(2377m)에 시속 300마일(482km) 이상이었다. 당시 조종사는 항공교통관제소나 지역 관제탑과의 교신이나 긴급 구조요청이 전혀 없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다큐를 제작하던 국영 통신사인 이란 학생뉴스통신이 촬영한 34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올 때 기체는 화염에 휩싸였고, 지상 충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미국 국제전문 온라인매체인 슬레이트가 전했다. 추락 현장을 조사한 이란 뉴스캐스트는 잔해들이 작은 파편으로 현장 주위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승객은 167명으로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2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독일과 영국 각 3명이었다. 승무원 9명은 모두 우크라이나인이었다. 한국인 탑승자는 없었다. 사망자 가운데 최소 25명이 어린이였으며, 10세 이하가 16명이었다. 미국인 탑승자는 없었다. 인명 피해가 많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우리 정부는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서 추락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엔진 화재”… 엔진 1개 고장 나도 비행 가능추락 원인은 불분명하다. 추락 원인에 대한 여러 보도가 서로 모순되고, 가설은 많지만 결정적인 것은 없다. 이란 도로도시개발부는 추락 원인은 엔진 화재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공기는 엔진 하나가 고장이 나더라도 비행할 수 있고, 엔진 손상이 항공기 다른 부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란에 주재하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처음에는 사고 원인을 기술적 결함이라는 이란 발표를 인용해 발표했으나 곧 그 발표를 취소했다. 이어 “아직은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테러에 의한 추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셈이다. 분쟁지서 민항기 격추 사례도… 이란 부인 일각에서는 항공기 추락이 수 시간 전에 있었던 이란의 미사일 타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란이 여객기를 반격에 나선 미군 전투기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88년 7월 3일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던 이란항공 IR655편을 전투기로 오인해 미사일로 격추시켰던 적이 있다. 이란은 이날 새벽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 2곳에 대해 십여발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지만 어떤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민항기가 분쟁지역에서 격추된 사례는 또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직후인 2014년 러시아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를 격추해 탑승자 29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이와 관련,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를 떨어트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더 많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추락 원인에 대해 추측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추락 시간대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미사일 반격과 추락을 연결한 어떤 결정적인 증거도 현재로는 없다. 우크라항공 “조종사 3명 탑승… 인적 과실 없어” 우크라이나항공은 문제의 여객기에는 조종사가 3명 탑승했으며, 승무원은 보잉 737시리즈와 관련해 상당한 경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여객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한 점으로 미뤄 인적 과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직후 각국 항공사들이 자사 항공기의 이란 상공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보잉사 안전 기록에 새로운 오점보잉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비극적인 사고이며, 승객과 승무원,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다”고 밝혔다. 문제의 여객기는 2016년 항공사로 인도됐다. 이번 사고는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된 ‘737 맥스’에 이어 보잉사로서는 안전에 새로운 오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737-800은 맥스와는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737 시리즈 엔진 제작사인 보잉과 GE는 이란에서 추락 조사에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잉은 737-800을 포함한 보잉의 3세대인 737-NG 기종에 대한 안전도를 재평가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란 측의 주장대로 엔진 결함이라면 그 결과는 보잉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란 “블랙박스, 미국에 안 넘겨”...협력 가능성도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이 민항기 추락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다소 복잡해졌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엔진 제조회사 관계자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우크라이나 측이 사고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겠지만 이란은 조사에 협력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미국이나 보잉에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민항기구가 비행기록 분석을 책임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망자의 시신과 신원을 확인하고자 조사팀을 이란에 파견할 계획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란이 현재 원인 규명을 위한 국제 협력을 거부하지만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우울증·차별 극복” BTS 선한 영향력 다룬 다큐, 오늘 19시 공개

    “우울증·차별 극복” BTS 선한 영향력 다룬 다큐, 오늘 19시 공개

    9일 저녁 7시, 아리랑TV의 다국적 K-POP 오리지널 콘텐츠 채널 ‘롤링(ROLLING)’에서 첫 번째 웹 다큐멘터리 시리즈 ‘Happy V Day’를 공개한다. ‘Happy V Day’는 총 3부작으로 영국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돌며 BTS(방탄소년단)의 전 세계 팬들을 만나 BTS의 매력은 무엇이며, BTS가 자신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1부 ‘꿈, 희망, 희망, 전진, 전진’에서는 21세기 비틀즈로 일컬어지며 전 세계 방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BTS의 영국 팬들을 만나 BTS를 통해 섭식 장애를 극복하고 디지털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은 Leah(20)의 이야기와 공황 발작 및 우을증을 이겨내고 밝은 삶을 되찾은 영국 시골 소녀 Evie(17)의 이야기, 중국인으로서 영국내 차별을 감내하며 진짜 친구를 만들 수 있었던 Jennifer(17)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부 ‘Love Myself’에서는 엄격한 율법 속에서 자신을 꽁꽁 숨겨왔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소녀 팬들과 먼 타지에 간호사로 파견된 필리핀 팬들을 만나 BTS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터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마지막 3부 ‘New Generation Hero’에서는 거대한 스케일로 BTS 멤버 뷔의 생일 축하를 하는 중국, 일본, 한국 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는 아이돌을 넘어 전 세계를 묶어주는 하나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BTS의 모습을 보여준다. ‘Happy V Day’는 유튜브 채널(ROLLING)과 트위터 채널(@ROLLING_KPOP)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전 세계 방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BTS 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터미네이터 닮은 로봇 등장 “마이 네임 이즈 T-400”(CES 2020)

    터미네이터 닮은 로봇 등장 “마이 네임 이즈 T-400”(CES 2020)

    유명 할리우드 배우의 얼굴을 모방한 인간형 로봇이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 등장해 화제다. 이번 전시회에는 고전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비슷하게 생긴 인간형 로봇 ‘로보-C’가 공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러시아 스타트업 프로모봇의 신제품 인간형 로봇은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흉내낼 수 있는데 눈과 눈썹, 입 그리고 목까지 움직여 감정을 표현한다. 600가지가 넘는 표정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또 이 로봇은 7개 국어로 말할 수 있고 10만 개가 넘는 문장을 사용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로봇은 여러 나라에서 온 관람객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는 어디인가?’나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 공개된 영상에서 로보-C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냐?’ 등 질문에 ‘내 이름은 T-400” 등 농담을 섞어 답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이 로봇은 인공 피부를 사용해 남녀를 불문하고 어떤 인물도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업체는 인도의 한 여성 고객의 요청에 따라 로보-C의 얼굴을 그녀의 사별한 남편 얼굴로 구현하기도 했다. 업체는 이 로봇이 가정용이나 사무용 외에도 우체국이나 은행, 지방자치단체, 쇼핑몰 또는 박물관 등지에서 사람 직원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C의 기본형 모델 가격은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는 내년까지 이 로봇 1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편 이 회사는 고정형 로봇인 로보-C 외에도 반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V.2와 V.4 로봇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마틴 푸엔테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제니퍼 로렌스 누드사진 유출 ‘재조명’..우리나라도 벌어질까?

    제니퍼 로렌스 누드사진 유출 ‘재조명’..우리나라도 벌어질까?

    배우 주진모를 비롯해 다수 연예인들이 휴대전화를 해킹 당해 협박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 누드사진 유출사건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엑스맨’ 시리즈와 ‘마더!’ ‘헝거게임’ 등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다. 제니퍼 로렌스는 지난 2014년 누드사진 유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영국 외신 데일리 메일 등은 “제니퍼 로렌스가 개인적인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당했다. 이로 인해 로렌스의 누드 사진이 유출됐다”고 전했다. 유출 사진은 한 인터넷 메시지 보드에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약 60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로렌스 뿐만 아니라 케이트 업튼 등 240명이 피해를 입었다. 결국 26세의 남성이 범인으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 디스패치는 8일 주진모를 비롯한 다수의 톱스타들이 동일한 수법으로 협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렸다. 어눌한 말투, 체계적 대응, 여기에 범죄의 대담성과 자신감까지. 국외에서 활동하는 거대 해커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분석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8일 “일부 연예인이 스마트폰 해킹과 협박 피해를 입은 사건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보스턴도 사인 훔쳐 우승했다”… 추락하는 메이저리그

    “보스턴도 사인 훔쳐 우승했다”… 추락하는 메이저리그

    美매체, 보스턴 관계자 3명 발언 인용 “자체 비디오 판독실서 상대 사인 파악…주자에게 알려주고 타자와 구질 공유” 보스턴, 휴스턴처럼 월드시리즈 우승 도덕성 타격… ‘메이저 스틸리그’ 전락 두 사건 모두 앨릭스 코라 감독 ‘연루’ 국내선 2018년 LG 적발… 벌금·사과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촉발된 메이저리그(MLB)의 사인 훔치기 의혹이 보스턴 레드삭스로까지 확대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017년(휴스턴)과 2018년(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어서 메이저리그의 신뢰성과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형국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메이저 스틸(steal) 리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8일(한국시간) 보스턴이 전자 장비를 활용해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쳤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래틱은 2018년 보스턴에서 근무했던 익명의 관계자 3명의 발언을 인용해 “보스턴이 2018시즌 비디오 판독실을 불법적으로 활용해 상대 포수 사인을 훔쳐 주자들에게 알려 줬다”고 했다. 2018년은 보스턴이 108승으로 30개 팀 중 최다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해다. 보스턴이 사인을 훔친 비디오 판독실은 구단들이 자체적으로 비디오판독(VAR)을 하는 장소로 심판에게 정식으로 신청하기 전에 1차적으로 영상을 확인하는 곳이다. 익명의 고발자는 “정규 시즌 경기 도중 선수들 일부가 비디오 판독실에 들어와 상대가 어떤 사인을 주고받는지 알아 갔다”고 밝혔다. 보스턴은 카메라의 줌을 사용해 포수의 가랑이를 확대해 지켜보면서 사인 시스템을 분석해 주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훔친 사인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주자들은 사인을 따로 분석할 필요 없이 전달받은 정보로 속구는 오른발로 첫 발을 떼고 변화구는 왼발을 떼는 방식으로 타자에게 알려 줬다. 비디오 판독실을 ‘사인 판독실’로 악용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앨릭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2017년 휴스턴에서 벤치코치였고, 2018년 보스턴 감독으로 취임해 두 팀의 사인 훔치기와 모두 연루됐다. MLB 사무국이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제프 루노 단장, AJ 힌치 감독, 코라 당시 코치 등을 징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스턴에도 징계 조치를 내린다면 코라 감독은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보스턴 구단은 비디오 판독실에서 사인을 훔친 정황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며 MLB 사무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팬들은 휴스턴과 보스턴 모두 우승 반지를 반납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사인 훔치기 의혹은 한국 프로야구(KBO)에서도 있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SK 감독으로 재직 당시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KBO에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 두산 베어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당시 두산은 현대의 주자들이 포수 사인을 보고 타자에게 전달해 준다며 비난했고 빈볼 시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3년 SK 투수 윤희상은 사인 훔치기가 의심된다며 두산 오재원에게 위협구를 던져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8년엔 공식 적발된 사례도 있다. LG 트윈스는 2018년 4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사인 훔치기로 의심되는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붙여 놨다가 적발돼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당시 LG는 공식 사과했고, KBO는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아베, 중동 순방 취소…푸틴, 전격 시리아行

    이란의 보복공격 감행에 따른 전면전 위기 속에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바빴다. 미국 동맹들은 이라크에 주둔시켰던 병력을 좀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서둘렀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동 순방을 취소했다. 아사히신문은 8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는 11~15일로 예정됐던 아베 총리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중동 국가 순방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란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날인 7일(현지시간) 밤부터 이라크 바그다드 상공이 안전 외교 구역인 ‘그린존’에서 주요 인사나 병력을 철수시키려는 헬리콥터로 붐볐다고 보도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7년 이후 약 3년 만에 시리아를 전격 방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만났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서울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신규 도서 3종 출간

    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신규 도서 3종 출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소개하는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3종을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발간된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시리즈는 ‘한국만화정전: 신문연재만화편, 박석환작’, ‘탐독의 만화경, 박수민작’, ‘지금, 독립만화, 성상민작’의 3종이다. ‘한국만화정전: 신문연재만화편’은 만화평론가이자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박석환 교수가 1909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의 시사만화와 신문연재만화를 통해 한국 근현대만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았다.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관재 이도형의 ‘삽화’를 시작으로 한국근대만화 시기의 작품들과 신문연재만화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들, ‘한겨레 그림판’ 이후 새 시대를 연 작품들을 꼽았다. 또 현대만화의 출발지점이 있는 ‘고바우 영감’과 ‘두꺼비’, ‘왈순 아지매’, ‘고우영 삼국지’, ‘광수생각’, ‘비빔툰’ 등 총 18작품을 소개한다. 또 ‘탐독의 만화경’은 영화 ‘간증’으로 2011년 제29회 토리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수민 감독이 ‘디지털 만화규장각(http://dml.komacon.kr/)’에 칼럼으로 연재한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을 엮은 책이다. 영화감독 이전에 만화광인 저자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만화 각 장면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들여다 본 기록으로 ‘르상티망’, ‘피코피코 소년’,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등 책에서 소개되는 각 작품들을 진지하고 다양한 관찰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금, 독립만화: 며느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만화와 독립영화 평론 등 다방면에서 평론을 하고 있는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가 지었다. 1990년대부터 현재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독립 출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한국 독립만화의 개념, 자취, 의미 등을 살피면서 한국만화의 새로운 한 축으로 성장한 독립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네모라미’, ‘만화실험 봄’, ‘화끈’, ‘히스테리’, ‘아홉번째 신화’부터 ‘코믹스(COMIX)’, ‘새만화책’, ‘쾅(QUANG)’, 그리고 독립서점과 ‘며느라기’에 이르기까지, 한국독립만화사를 한눈에 읽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규장각 지식총서는 ‘디지털 만화규장각’을 중심으로, 매년 만화문화에 관한 심층적인 지식과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만화문화 전문 도서 시리즈다. 지속적인 출간을 통해 만화 독자들에게 만화의 심도 깊은 지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만화규장각 지식총서는 전국 대형 서점 및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아카이브사업팀(032-310-3054)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사인 훔친 WS 우승팀 보스턴… 근간 흔들리는 MLB

    사인 훔친 WS 우승팀 보스턴… 근간 흔들리는 MLB

    보스턴, 비디오판독실 활용해 훔친 사인 전달스포츠 공정성 근간 흔들어… 우승 명예 먹칠코라 감독, 휴스턴·보스턴에 모두 연루돼 논란KBO애서도 LG가 2018년 사인 훔쳐 중징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촉발된 사인 훔치기 논란이 보스턴 레드삭스로까지 확대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017년(휴스턴)과 2018년(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어서 파장이 큰 상황이다. 미국 내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메이저리그(MLB)가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메이저 스틸(steal) 리그로 전락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8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이 전자 장비를 활용해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쳤다고 폭로했다. 디애슬래틱은 2018년 보스턴에서 근무했던 익명의 관계자 3명의 발언을 인용해 “보스턴이 2018시즌 비디오 판독실을 불법적으로 활용해 상대 포수 사인을 훔쳐 주자들에게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2018년은 보스턴이 108승으로 30개 팀중 최다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해다. 보스턴이 사인을 훔친 비디오 판독실은 구단들이 자체적으로 비디오판독(VAR)을 하는 장소로 심판에게 정식으로 신청하기 전에 1차적으로 영상을 확인하는 곳이다. 익명의 고발자는 “정규시즌 경기 도중 선수들 일부가 비디오 판독실에 들어와 상대가 어떤 사인을 주고받는지 알아갔다”고 밝혔다. 보스턴은 카메라의 줌을 사용해 포수의 가랑이를 확대해 지켜보면서 사인 시스템을 분석해 주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훔친 사인을 활용했다. 주자들은 사인을 따로 분석할 필요 없이 전달받은 정보로 속구는 오른발로 첫발을 떼고 변화구는 왼발을 떼는 방식으로 타자에게 알려줬다. 다만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는 비디오 판독실을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MLB 사무국은 2018년 포스트시즌부터 비디오판독실에 직원을 배치해 감시했다. 고발자도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 포스트시즌에서는 사인 훔치기를 실행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2017년 휴스턴에서 벤치코치였고, 2018년 보스턴 감독으로 취임해 두 팀의 사인훔치기와 모두 연루됐다. MLB 사무국이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제프 루노 단장, A.J 힌치 감독, 코라 당시 코치 등을 징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스턴에도 징계 조치를 내린다면 코라 감독은 중징계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 구단은 비디오 판독실에서 사인을 훔친 정황을 최근에서야 알게됐다며 MLB 사무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사인훔치기 논란은 MLB뿐 아니라 한국프로야구(KBO)에서도 있었다. KBO의 경우 휴스턴의 쓰레기통 두드리기나 보스턴의 비디오 판독실처럼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현장에선 사인 훔치기가 파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SK 감독으로 재직 당시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KBO에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 두산 베어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당시 두산은 현대 주자들이 포수 사인을 보고 타자에게 전달해준다며 비난했고 빈볼 시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3년엔 SK 투수 윤희상은 사인 훔치기가 의심된다며 두산 오재원에게 위협구를 던져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8년엔 공식 적발된 사례도 있다. LG 트윈스는 2018년 4월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사인 훔치기로 의심되는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붙여놨다가 적발돼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당시 LG는 공식으로 사과했고, KBO는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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