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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戰 막아라” 국제사회 비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 긴급 소집됐다. 상황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사흘째 이어갔다. 해상봉쇄도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레바논에서 3명이 사망, 지난 12일 이스라엘군 공격이 시작된 뒤 레바논인 63명이 숨지고 최소 16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으로 맞섰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다음 목표는 시리아와 이란? 북한 미사일과 이란 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개입을 주저해 왔던 안보리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아랍권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정세불안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폭등, 세계경제의 동반추락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미 조건부 개입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원을 트집잡아 시리아를 공격한다면 이슬람 국가들은 힘을 합쳐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적대국인)시리아와 이란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며 전선을 시리아로 확대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G8 정상회담 주요의제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특사를 파견해 막후 중재에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3명의 사절단을 보내 아랍연맹(AL) 외무장관들을 만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를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집행위원도 다음주 중동의 관련국들을 방문한다.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기존 의제와 별도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레바논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격중단 압력 약속”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에 레바논에 대한 공격중단 압력을 넣기로 약속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도 통화를 갖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의견접근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국가의 견해차도 노출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가리켜 “평화의 진전을 원치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며 이스라엘을 두둔한 반면, 유럽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례 TV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균형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질 억류는 잘못됐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도 용납되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았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부적절한 전쟁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중동 戰雲’ 유가 사상 최고 배럴당 76弗선

    국제유가가 중동 사태의 불안에 따라 배럴당 76달러선이라는 사상 최고가로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어제에 비해 배럴당 1.75달러(2.33%)가 폭등해 76.70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6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주가 역시 중동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어제에 이어 이날도 폭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51%, 나스닥 지수는 1.73% 포인트가 급락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민병대에 의해 납치된 군인들의 석방을 하지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 국제공항과 가자 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외무부 청사를 미사일로 공격하자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제 3의 도시인 하이파에 미사일로 맞대응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과 시리아까지 경고하고 나서 중동 전역에 짙은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또 이란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6개 나라의 인센티브 핵 동결안을 수용하지않는데 대한 응징으로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다시 회부하기로 하고, 마흐무드네자디 이란 대통령이 이날 “미국은 간섭하지말라”고 비난하면서 이란 핵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이 석유 시설 점유권을 주장하며 석유시설을 계속 공격하면서 국제유가는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상황이다.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 이軍 레바논 침공… 중동 전면전 ‘암운’

    이軍 레바논 침공… 중동 전면전 ‘암운’

    무장단체의 자국 병사 납치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력 보복이 ‘두개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 철군한 지 6년 만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은 13일 레바논에 대한 육해공 봉쇄에 착수하는 한편, 시리아 접경지에 주둔해 있던 레바논 공군기지까지 타격해 전면전 확전 우려를 낳았다.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은 이날 군함을 레바논 영해로 진입시킨 뒤 항구들에 대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또 시리아 국경과 맞붙은 베카 계곡의 레바논 공군기지마저 폭격했다. 침공 이틀 만에 이스라엘이 레바논군을 직접 공격,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 공습에 이어 항구마저 봉쇄한 것은 사실상 레바논 경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지역에서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은 이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8월 인도분 경질유는 94센트가 뛴 75.8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폐장 때는 75.78달러였다. 지난달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포문을 연 이스라엘군은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도 지상군을 투입해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와 교전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이 육·해·공군을 모두 투입했고 예비군에 대한 총동원 명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선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뿐만 아니라 시리아로부터도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는 이란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이란은 또 팔레스타인 집권세력인 하마스와도 연대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평소 “이스라엘을 세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분석가들은 시리아와 이란이 개입하면 레바논 사태가 주변국과의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무장단체는 표면적으로는 각각 납치 병사 석방과 1만여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재소자의 해방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슬람 무장단체를 초토화시킬 전략적 기회로, 무장단체는 전선 확대를 통해 이스라엘 무력의 분산을 노리고 있어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 핵문제로 이란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도 과거와 같은 중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백악관은 헤즈볼라의 오랜 후원자인 이란에 레바논 납치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틀간의 공습으로 어린이 8명 등 52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도시들에 대한 로켓 공격을 공언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17세 김진수, 농구대표에 최연소 발탁

    ‘한국농구의 미래’ 김진수(17·205㎝·미국 사우스켄트고)가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프로농구(NBA)에서 뛰는 하승진(21·221㎝·포틀랜드)이 삼일상고 3학년 때인 200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은 있지만, 고교 2학년이 성인대표팀에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농구의 센터 계보를 잇는 서장훈(32·삼성)과 김주성(27·동부)도 대학 1학년(19세) 때야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부영 국가대표 감독은 5일 “김진수를 이번 스탄코비치배와 월드바스켓볼챌린지는 물론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도 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김진수는 “뽑힐 줄 몰랐는데 정말 기쁘다.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수는 매산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며 삼일중을 3년 연속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고난 농구센스는 물론, 큰 키에도 불구하고 유연성과 스피드가 좋아 일찌감치 한국농구의 미래로 꼽혀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NBA 스타플레이어인 코비 브라이언트와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를 배출한 ‘아디다스 농구캠프’에 초청받았고, 최연소(15살)로 청소년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김진수는 오는 20일부터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열리는 스탄코비치대회에서 국가대표 신고식을 치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軍, 팔 각료 8명 체포

    가자지구 진입 이틀째인 29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각료와 의원 등 하마스 출신 정치인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이날 이스라엘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강 서안에 억류 중이던 유대인 정착민을 처형했다. AP통신은 팔레스타인 보안군의 발표를 인용,“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등에서 나세르 샤에르 부총리 등 PA 각료 8명과 의원 20명이 이스라엘군에 체포돼 억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은 “연행한 하마스 인사들은 테러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와 교환하기 위한 협상용이란 해석을 일축했다.이스라엘군은 이날 남부에 이어 가자 북부 접경에서도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쳤다.AP통신은 “이스라엘 탱크와 불도저가 예말리야 난민캠프를 출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내 200m 지점까지 진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작전은 가자지구의 재점령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오전에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하마스의 망명 지도부가 머물고 있는 시리아 영공을 침범, 라타키아의 대통령 별장 상공에서 위협비행을 벌였다. 영공 침범은 지난 2003년 8월에 이어 두번째다. 이스라엘 군방송은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시리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다마스커스의 하마스 지도부는 이번 납치와 무관하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30일 카이로에 모여 아랍권의 단결을 호소하기로 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 전날 공습으로 가자지구 대부분 지역에 전력과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전염병 발병 등 ‘인위적 재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PA측 관리들은 주장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알 자르카위 사망 이라크 안정 찾을까

    알 자르카위 사망 이라크 안정 찾을까

    이라크 저항 테러의 ‘사령탑’으로 자살폭탄 공격과 외국인 납치, 인질 참수 등을 주도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39)가 절명함에 따라 개전 후 3년이 지나도록 유혈이 거듭되고 있는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2004년 종전 선언 뒤에도 여전히 유혈이 계속 빚어지는 데다 동맹국과의 균열로 사상 최악의 지지율 하락과 철군 압력에 허덕이는 조지 W 부시 정부에도 다시 없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알카에다 조직의 결속력 약화를 불러와 이라크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기대도 있지만 비관론도 만만찮다. ●미·이라크·요르단 2주전부터 치밀한 합동작전 미군은 이라크 보안군이 주민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67명의 사망자를 낸 암만 호텔 테러 이후 그의 검거에 전력을 기울여온 요르단군과의 합동 작전을 편 끝에 그를 살해할 수 있었다.2주 전부터 치밀한 공습 계획을 짠 미군은 바그다드 북동쪽 50㎞ 떨어진 바쿠바의 한 가옥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알 자르카위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했고 그는 10분 만에 절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오디오 성명만을 발표하던 알 자르카위는 지난 4월25일 처음으로 비디오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때부터 미군은 그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실 그는 미군의 체포 직전 수차례나 포위망을 빠져나가 ‘망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2004년 팔루자의 저항세력 은거지에 숨어 있다 이라크 보안군에 의해 체포됐으나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틈을 타 달아났다. 지난해 5월에는 그의 조직이 웹사이트를 통해 그가 미국인과의 전투 도중 다쳤으며 해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 그가 무사히 이라크에 돌아왔다는 성명이 발표됐다. 지난해 2월20일에는 미군이 바그다드 서부 유프라테스강 근처에서 그가 탄 차량을 정지시켰으나 운전사와 동료들이 체포되는 사이 그는 달아났고 컴퓨터만 압수됐다. 미군은 두 차례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수색 작전을 폈지만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알카에다 타격 얼마나” 관측 엇갈려 알 자르카위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충성을 서약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그 뒤 이라크 저항세력은 시리아 등을 통해 유입되는 알카에다 지원을 받아 더욱 극렬한 공격에 나섰고 종파 분쟁을 부채질했다. 따라서 그의 사망으로 당분간 이라크 저항세력의 알카에다 연결 고리는 위축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도 “큰 승리”라고 표현하며 저항세력 패퇴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라크 새 정부가 서둘러 정파간 대립으로 비워뒀던 국방장관과 내무장관 후보를 서둘러 지명한 것도 그의 공백을 틈타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의 종파 분쟁은 알 자르카위와 무관하게 존재해 왔다는 분석도 만만찮아 이라크 안정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대해 좀더 인내해줄 것”을 요구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그의 죽음으로 유혈이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낙관론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말 그가 미군 공격으로 부상해 위독하다는 소문이 나돈 이후 후계구도를 미리 짜뒀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BBC는 “이라크 알카에다는 원맨 밴드가 아니다.”라는 말로 함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1) 아랍인 영혼의 고향 바그다드

    [이슬람 문명과 도시] (11) 아랍인 영혼의 고향 바그다드

    바그다드에 들어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인류 문명의 시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였고, 중세에 세계를 호령했던 아랍이슬람 제국의 수도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천일야화’의 탄생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편으로는 옛 영광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가난과 공포와 절망에 찌들린 시민들의 눈동자에서 서글픔을 느낀다. 유유히 흐르는 티그리스강은 바그다드가 겪은 영욕의 세월을 가슴에 묻은 채 바그다드인들의 눈물과 한을 싣고서 때로는 검푸른 물결을, 때로는 황금 물결을 이룬다. #‘신의 축복´ 받은 바그다드 바그다드는 신의 축복을 듬뿍 받은 도시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의 풍부한 수자원, 비옥한 토양, 동서무역의 요충지, 전략적 요새 등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춘 도시다. 게다가 현대에 들어서는 세계 제2의 석유매장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는 불행한 땅이 되어버렸다. 신의 축복이 보이지 않는 시샘을 불러온 것일까? 바그다드의 슬픈 운명은 1258년 몽골의 침략으로 도시가 초토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58년에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꼬박 700년이 걸렸다. 잃어버렸던 700년의 대가는 너무 혹독해서 이라크의 재기는 몸부림에 그칠 때가 많았다. 바그다드의 잃어버린 세월은 아랍인들이 잃어버린 세월이다. 바그다드는 중세 아랍이슬람 제국의 수도로서 아랍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여 발전시킨 곳이다. 아랍이슬람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던 바그다드는 아랍인들에게 긍지의 원천이며 영혼의 고향이다. 바그다드에는 찬란했던 과거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들이 많다. 이들의 면모를 곰곰이 살펴보면 고대와 현대가 서로 맞닿은 느낌이 든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숨결, 지구라트 기원전 3000년경 인류 최초의 도시국가를 세웠던 수메르 왕국의 유적을 비롯해서 바빌론 왕국과 아시리아 왕국,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유적들이 당시의 숨결을 들려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대표적 문화유산은 신전탑인 지구라트(Ziggurat)와 설형문자, 다양한 인장들, 대형 석상과 부조 등이다. 지구라트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다신숭배 사상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이다. 피라미드 형태로서 흙벽돌이나 석회석으로 지어진 이 신전탑은 3층으로 구성됐고 전면 중앙에 계단이 있다. 이라크에는 약 30개의 지구라트가 있는데,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지점인 아가르고우프에 가면 대형 지구라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기원전 1500년쯤 바빌론 왕국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자연 석회석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라트 주변에는 신전, 왕궁, 마을, 시장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생활의 구심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수니파 모스크, 시아파 모스크 이라크는 수니파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시아파 인구가 훨씬 많다. 시아파의 주요 성지들이 이라크에 있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에는 어디를 가든 수니파 모스크와 시아파 모스크를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수니파 모스크는 알 아드함 모스크이다. 바그다드 서쪽 알 아드하미야 구역에 위치한 이 모스크는 이맘 아부 하니파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맘 아부 하니파는 이슬람 4대 법학파 중 하나인 하나피 학파의 창시자로서 766년에 타계했다. 그로부터 300년 뒤인 1066년에 그의 묘소를 안치하는 모스크가 지어졌는데 이것이 알 아드함 모스크이다.1000년에 가까운 세월의 풍상 속에서 이 모스크는 파괴와 보수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수니파 무슬림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한편 대표적인 시아파 모스크로는 카디마인 모스크를 꼽을 수 있다. 바그다드 북부 교외의 카디미야 구역에 위치한 이 모스크는 2개의 황금색 돔과 4개의 황금색 미나렛이 화려함과 신비를 자아내며 장엄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이 모스크는 시아파의 이맘이었던 무사 알 카딤과 무하마드 알 자와드의 묘소를 안치한 곳으로 사파위조 페르시아가 이라크를 통치하던 시기인 1515년에 건립됐다. 카디마인 모스크는 2005년 2월에 발생했던 폭탄 테러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의 폭탄 테러는 시아파의 최대 종교기념일인 아슈라 전야에 발생하여 사건의 배후로 수니파가 지목됐다. #‘천일야화’ 추억 깃든 아부 누와스 바그다드 시내를 걷다 보면 마치 ‘천일야화’의 한 장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인류가 탄생시킨 이야기 문학의 보고(寶庫)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낭만과 신비를 선사한 ‘천일야화’의 고향이 바로 바그다드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신밧드의 모험’,‘알라딘과 요술램프’,‘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카라카데 거리에 즐비한 카펫 상점들 앞을 지날 때는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알라딘이 당장이라도 나타날 것 같다. 티그리스강을 따라 조성된 아부 누와스 거리에는 ‘천일야화’의 두 주인공 샤흐리야르 왕과 샤흐라자드 왕비의 대화 장면이 조각상으로 재현되어 있고, 알리바바 광장에 가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에서 지혜로운 여종이 도둑들이 숨은 항아리에 기름을 붓는 장면이 재현되어 있다. ‘천일야화’의 추억은 아부 누와스 거리에서 특히 새록새록 묻어난다. 아부 누와스는 이 작품에서 수없이 아름다운 노래를 읊었던 시인이 아니던가! 술과 여인과 사랑을 주제로 시를 읊으며 당대를 풍미했던 그는 아랍 세계의 이태백이었다. 아부 누와스 거리는 옛 시인의 체취를 간직한 채 오랜 독재와 전쟁, 가난에 지친 이라크인들에게 한 가닥의 여유를 선사하고 싶어한다. 또한 아부 누와스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통요리 마스쿠프다. 마스쿠프는 티그리스 강에서 잡아올린 민물고기 등을 갈라 편 후 내장을 제거하고 장작불에 구워 갖은 양념으로 조미한 요리다. 귀한 손님 접대 음식으로 많이 쓰이는 이 요리는 투르시(절인 고추 또는 오이)와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라크 주권회복 상징 ‘자유 기념비´ 바그다드에는 정치적 사건을 기념하거나 정치 이념을 강조하는 조형물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58년 혁명을 기념하는 ‘자유기념비’다. 알 타흐리르 광장 중앙에 위치한 ‘자유기념비’는 1958년 7월14일 혁명을 기념한다. 이 기념일은 수십년간 영국의 대리자 역할을 해온 왕정을 붕괴시키고 이라크인들이 주권을 찾은 날로 높이 평가된다.14개의 동판주조물로 이루어진 대형 부조에는 혁명을 유발한 사건들, 혁명장면, 혁명 후의 평화로운 삶 등이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시간적 순서에 따라 묘사되어 있다. 이라크는 근대에 서구 식민지배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한 아랍 국가로서 일찍이 현대화와 산업화를 추진했고, 교육·과학·문화 등의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수차례 전쟁은 이라크를 아랍 국가 중 최하위 후진국으로 전락시켰다. 많은 역사가들은 바그다드를 ‘불사조의 도시’라고 칭한다. 혹독한 전란과 자연재해로 잿더미가 된 후에 어김없이 회생 했기 때문이다. 평화의 도시 바그다드에 하루빨리 평화가 정착되어 ‘불사조´의 역사를 다시 한번 기록하길 염원한다.
  • WMD 프로그램 先폐기 “리비아 따르라” 北압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과 리비아가 26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에도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수도 트리폴리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곧 양국간 외교 관계를 전면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리비아가 2003년 12월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폐기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리비아는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의 중요한 모델”이라면서 “2003년이 리비아 국민들에게 전환점이 됐던 것처럼 2006년은 북한과 이란 국민들에게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으로 볼 때 일방적인 ‘항복’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리비아식 해결방식을 따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고도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미국과의 외교·경제적 관계도 정상화한 점이 북한 정권에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리비아가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수단 등 다섯 나라만 남게 됐다. 미국은 1979년 트리폴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시위대에 의해 불타는 등 공격을 받은 뒤 1980년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미국은 이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는 등 장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1986년 미군 병사들이 많이 출입하는 베를린 디스코클럽 테러사건에 리비아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고,1988년 270명의 희생자를 낸 팬암기 폭파사고에도 리비아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국관계는 경색됐다. 미국은 이들 사건과 관련,1981년과 1986년 두차례 리비아를 폭격하기도 했다. 리비아는 미국의 제재로 주 수입원인 원유 개발 및 수출이 어려워지자 영국의 중재로 2003년 12월 미국과 WMD 프로그램 폐기에 전격 합의했다. 또 리비아는 미국이 이라크의 WMD 프로그램을 이유로 침공하자 다음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의 선(先)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로 주목을 받아왔다. 리비아의 핵무기 시설들은 대부분 해체돼 미국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이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전면 정상화한 것은 WMD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한 것뿐 아니라 리비아가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팬암기 사건 희생자 유족들 가운데 일부는 “석유 때문에 리비아와 수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dawn@seoul.co.kr
  • 北 ‘테러지원국’ 계속 지정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한국은 과거 북한의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던 대테러 활동의 초점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알 카에다 등의 집단에 의한 테러 가능성 쪽으로 바꾸고 있다고 미국 국무부 보고서가 2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연례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납치문제를 이유로 쿠바, 이란,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다른 5개국과 함께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지정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 해제가 힘들다고 지적했다.dawn@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7) 레바논 베이루트

    [이슬람 문명과 도시] (7) 레바논 베이루트

    내전의 총상으로 곰보가 되었거나 불구가 되었던 건물들이 이젠 꽤나 많이 단장되고 치워졌다. 막상 복구는 해놨지만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과 4∼5년 전만 해도 유령마을 같았던 시내 중심가도 이젠 저녁 마실 나온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베이루트를 자주 찾았던 어느 사진작가는 “최신 유행으로 치장한 베이루트의 멋진 청년들 틈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가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운 청년들을 보면 지금도 온전히 들어맞는 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랍 남성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 가운데 ‘연애는 베이루트 여인과’라는 게 있는 터이고 아랍세계 연예계를 주름잡는 미남미녀들의 태반이 레바논 출신이니 말이다. 내전 끝나고 지금까지 16년이 지나며 베이루트 시민들의 마음도 도시의 겉모습이 단장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이 치유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아직도 고통스럽게 남아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 수년전 유령같던 도심 시민들 북적 베이루트 중심가 사하트 슈하다(순교자광장) 한쪽, 지중해를 바라보며 우뚝 서있는 인터콘티넨탈 페니시아 호텔 앞 바닷가 길을 지나는 것이 이제 나에겐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내가 이 길을 거닐며 남긴 추억이 참 많았다. 마땅히 찾아갈 만한 공원이 없는 베이루트에서 바닷가 길(코르니시)은 모든 시민들이 찾아드는 휴식의 공간이다. 산보하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요리조리 사람들 사이를 빠져 지나는 젊은이들, 정겨운 연인들…. 그들 사이에서 우리 가족은 참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기억을 이곳에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선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두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폭탄테러로 온통 망가져버린 빌딩들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그 아래 요트장에선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의 풍성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고작 1년 전 저 건물들 사이에서 엄청난 폭발과 함께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와 수행원들 그리고 길을 가던 시민들이 죽어가지 않았던가. 그 충격은 얼마나 컸던가. 하루를 빼놓지 않고 벌어진 규탄시위, 그때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나. 그뿐인가 하리리 총리 암살 이후 이어진 폭탄테러가 몇 번이고 그때마다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의 수가 얼마인가.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그 기억이 너무나 선명한 이곳에서 희희낙락 음악과 햇볕을 즐기고 있는 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 건가. 그러나 이들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불안감은 쉽게 드러나고야 만다. 어느 점성술사의 말 한마디에 레바논이 들썩였던 거다. 이 점성술사가 한 말은 ‘크리스마스날 300명을 겨냥한 테러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었고, 이 말이 순식간에 온 나라에 퍼지자 점성술사 스스로가 놀라 일간신문에 ‘그런 뜻이 아니었음’을 밝혀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다녀온 한 한국인 친구가 전해준 말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 친구가 겪은 일은 이런 거다.“예루살렘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서 주스 한 잔 마신 다음 빨대를 갖고 놀고 있었지요. 빨대 끝을 잡고 둥글게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감은 다음에 손가락으로 탁 튕겨 ‘딱’ 소리가 나게 하는 거요. 그런데 주변 이스라엘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던지…. 여기가 어떤 곳인데 그런 장난을 하느냐는 타박을 받았답니다.” # 하리리 총리 암살이후 테러공포 몸살 어느 날 저녁 베이루트 시민들이 많이 모인 상품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왔을 때다.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커다란 소리가 전시장 입구 쪽에서 들려왔고 곧 주변의 시민들이 혼비백산해서는 마구 뛰어 달아나는 거였다. 한순간 입구 쪽을 바라봤지만 어떤 연기나 먼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잠시 뒤 그저 트럭의 타이어가 터진 소리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의 얼굴엔 약간 민망해하는 듯한 웃음이 떠올랐는데 이 모습을 바라보며 참으로 마음이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16∼17년에 걸친 내전을 가까스로 끝낸 지 이제 겨우 16년, 아직도 피냄새 나는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그저 가슴 아플 뿐인데 베이루트 시민들은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 와서 그런가 어디에서 폭탄이 터지고 폭격이 일어나도 바로 다음날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친절하면서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은 베이루트 시민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편안한 일이다. 아랍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베이루트지만 평범한 우리나라 사람이 살아가기에 이보다 더 알맞은 생활환경은 아랍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가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라도 다녀올라치면 베이루트의 비할 데 없이 자유로운 공기를 새삼 느끼곤 한다. 다마스쿠스가 답답하다기보다는 베이루트가 너무나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민소매티셔츠를 즐겨 입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베이루트에서 첫 여름을 보낼 때였고 나는 서울에서 늘 그러했듯 샌들에 반바지차림을 줄곧 고수했다. 아무런 부담없이 공공연하게 대통령이니 총리의 욕을 해대는 것을 보면 아랍세계에서 언론의 자유도가 가장 높다는 말이 분명한 사실이지 싶다. 다마스쿠스의 개가 마음껏 짖고 싶어 레바논으로 넘어왔다는 우스개까지 있으니 말이다. # 기독교인들 영화 ‘그리스도…´ 에 열광 근래 영화 두편을 통해 베이루트 시민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이고 또 하나는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베이루트 극장가에 개봉된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이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다양한 종교종파가 공존하는 베이루트는 한때 다원주의의 성공모델이었고 한순간 그 균형이 깨지며 모자이크사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베이루트 시민의 많은 부분을 기독교인이 차지하고 있다.‘그리스도의 수난’은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라 꼭 보고자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좌석을 예매하지 않으면 며칠을 기다려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자리가 남아돌던 베이루트에서 영화표를 예매하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독교에서 찾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는 베이루트 시민들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내전의 상처를 감싸주기에 너무나 적절한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자 터져 나온 벅찬 감동의 박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배경은 세계 제1차대전이 발발한 해인 1914년의 크리스마스 즈음으로 실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한 영화다. 참혹한 살육전을 펼치며 대치하던 프랑스군, 독일군, 스코틀랜드군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찬송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함께 연주하게 되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나름의 휴전을 선언하고 적이 아닌 친구의 정을 쌓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애초에 적이 아닌 친구였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적이 되어 만나게 되었음을 베이루트 시민들은 온몸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화해하고 상생하는 다원의 문화를 희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베이루트에는 폭탄이 터지고 있고 사람이 죽어간다. 그럴 때마다 분기에 찬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빗담 비루흐 아프디카 야 루브난(레바논아, 너를 위해 피와 영혼으로 나를 희생하리).”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구호를 듣고 싶지 않다. 안정국 명지대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 [씨줄날줄] 한국 우주인/진경호 논설위원

    우주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지구를 본 사람’일 것이다.45억년 된 지구에서 50만년 전부터 살아온 인류 가운데 이 ‘지구를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1961년 4월12일 러시아인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지구가 파랗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로 지난해까지 34개국 442명이 지구를 봤다. 미국 277명, 러시아 95명, 독일 10명, 프랑스 9명 등의 순이다. 아시아에서만도 일본 6명, 중국 3명, 그리고 시리아, 몽골, 사우디,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인도 각 1명씩 15명이 우주를 다녀왔다. 몽골과 베트남 등은 냉전시대 소련이 우주개발 협력 차원에서 우주비행이 추진됐다.21세기 우주관광시대를 맞아 미국의 갑부 티토가 2000만달러를 내고 2001년 인류 최초의 우주관광객이 되기도 했다. 인류만 우주를 다녀온 건 아니다.1957년 ‘라이카’라는 개를 시작으로 침팬지와 거북이, 밀 같은 생명체들이 우주를 여행했다. 머지않아 우리도 우주인을 갖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오는 21일 한국 우주인 선발에 나서 연말까지 4차례의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후보 2명을 선발한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고등훈련을 받게 되며,2008년 4월 이들 중 1명이 우주정거장 ISS에 10일간 머물면서 과학실험 등을 할 계획이다.260억원을 들일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수만명으로 예상되는 신청자를 300명,30명,10명,2명으로 추려가는 서바이벌 선발과정과 최후의 승자가 우주에서 보낼 메시지는 청소년들에게 더없는 우주과학의 꿈을 심어줄 것이다. 2010년 전세계 우주산업시장은 32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시절 군사·과학 경쟁의 무대였던 우주는 이미 통신방송과 기상관측,GPS 등 차세대 서비스산업의 경쟁시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 우주산업은 걸음마를 간신히 뗀 단계다. 올해 책정된 우주개발예산 2700억원은 세계 12위권이나, 미국의 327억달러와 일본의 23억달러(2003년 기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내년 고흥 우주발사기지 완공과 함께 머지않아 탄생할 한국 우주인이 2015년 우주산업 선진국 진입의 견인차가 되기를 빌어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CEO칼럼] 스포츠 이벤트와 뉴미디어/서영길 TU미디어 사장

    [CEO칼럼] 스포츠 이벤트와 뉴미디어/서영길 TU미디어 사장

    “한국의 이종범, 안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이 열렸던 지난달 16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음식점. 미처 TV수상기를 준비하지 못한 이 음식점에서도 여기저기 한국팀을 응원하는 함성과 탄식이 들려온다. 몇몇 테이블에서 위성DMB 휴대전화를 통해 한·일전을 관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도 힐끔힐끔 단말기를 쳐다보기 일쑤다. 종업원도 음식을 나르다가 종종 경기 결과를 물어본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도 사무실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환호성이 들려왔다. 책상 한편에 위성DMB를 켜놓고 한·일전을 시청하던 직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한곳으로 모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뉴미디어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수용자들은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대표적인 방·통융합매체인 위성DMB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WBC 4강 진출이 확정된 이날 대 일본전의 위성DMB 시청률은 27.5%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열린 대 미국전도 23.4%를 달성했다.WBC 이전인 2월22일 한국축구의 아시안컵 시리아전에서는 13.1%에 이르러 당시까지 최고 시청률이었다. 지난해 K-1 최홍만 경기도 9.7%의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런 시청률 증가는 가입자 증가와도 연결됐다.WBC기간 위성DMB 신규 가입자는 하루 3000명 정도로 평소의 2배가량이었다.WBC경기에서는 위성DMB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급격히 늘어나 관심을 끌었다. 야구 미국전과 일본전은 야후코리아를 통해 경기를 관람한 사람이 각각 160만명과 165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는 뉴미디어의 가능성과 변화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선 뉴미디어는 매체 성격에 따라 다양한 시청 형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DMB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으면 WBC를 보기 위해 직장인들이 TV가 있는 식당을 찾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근무시간에도 경기 소식이 궁금해 라디오 중계에 의존했을 것이다. 이동중 및 야외 시청이 가능한 DMB의 등장은 시청 가능 공간과 시간대를 대폭 확대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곳과 시간대에서 TV방송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WBC를 통해 뉴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와 경쟁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 평일에는 위성DMB의 시청률이 높고 고정형 TV의 시청률이 낮지만, 주말에는 기존TV 시청률이 높아진 반면 위성DMB는 떨어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포럼인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포럼’의 회원들 중 위성DMB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사한 한양대 전범수 교수의 연구결과가 얼마전 공개됐다. 논문은 위성DMB의 소비공간 자체가 기존의 올드미디어의 영역과 중복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기존 매체 소비를 대체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상파와 지역방송사들이 지역방송시장 잠식을 우려해 위성DMB의 재송신을 거부해 왔던 논리와 다른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모이는 방송 콘텐츠는 이처럼 뉴미디어가 기존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매체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이용형태가 뚜렷해져 타매체와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비롯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콘텐츠들이 모든 매체를 통해 방송될 수 있어야 개별 매체들간의 차별화와 특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래야 우리 미디어 산업이 전세계에서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영길 TU미디어 사장
  • [이슬람 문명과 도시] (6)시리아 다마스쿠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6)시리아 다마스쿠스

    아침 비행기로 요르단의 암만을 출발한 지 1시간도 못되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착륙하겠다는 기내 방송이 나온다. 두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승무원들의 재촉을 받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뿌연 매연을 뒤집어 쓴 다마스쿠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서쪽으로 안티-레바논 산맥의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다마스쿠스를 감싸고 있다. 비행기는 한바탕 요동을 친 후 순조롭게 착륙해 활주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세계서 가장 오래된 ‘동양의 진주´ 소위 “인류가 계속해서 거주한 가장 오래된 도시”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것이다. 다마스쿠스는 약3500년 전에 인류가 거주하기 시작한 후 한번도 폐허가 되지 않고 그 역사적 맥락을 이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간주된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이 도시를 ‘동양의 진주(the Pearl of Ori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마스쿠스의 공식 명칭은 아랍어로 디마쉭 앗-샴(Dimashq ash-Sham)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줄여서 디마쉭이라고 부르지만 아랍인들은 앗-샴이라고 부르기를 더 좋아한다. 앗-샴은 북쪽을 의미한다. 아랍인들의 주요 거주지역에서 다마스쿠스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는 총알처럼 달려 미리 예약된 신시가지의 호텔로 순식간에 나를 안내한다.1920년부터 1946년까지 4반세기를 프랑스의 신탁통치를 받으며 개척된 신시가지이기에 유럽식 건물들이 이방인처럼 여기저기 눈에 거슬린다. 한시라도 빨리 다마스쿠스 본연의 오리엔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여장을 풀자마자 바로 신시가지를 벗어난다. #다마스쿠스의 젖줄 바라다 강 동쪽의 구 시가지를 향하는 택시는 바라다 강을 끼고 달린다. 이 강이 다마스쿠스의 젖줄이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지중해에서 출발한 바람은 그 험한 레바논 산맥과 안티-레바논 산맥을 힘들게 넘으면서 땀처럼 비를 뿌린 후 정작 다마스쿠스에 도달하면 건조한 바람으로 변한다. 그래서 다마스쿠스와 그 동쪽은 온통 사막뿐이다. 하지만 이 바라다 강이 구타(Ghouta) 오아시스를 만들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다.“금강(金江)”이라는 의미의 바라다는 정말 다마스쿠스에는 금과 같은 존재이다. 교통 체증으로 잠시 짜증이 밀려왔지만 곧 다마스쿠스 구시가의 성곽이 보이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성곽 안에 2000년 이상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흥분이 밀려온다. 우선 동쪽에 위치한 기독교 지역부터 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성곽의 동문(東門) 앞에 택시를 세웠다. 로마 시대에는 태양이 뜨는 쪽에 위치하고 있다 해서 태양의 문이라고 불렸던 동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그곳이 다마스쿠스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투마(예수의 제자인 도마의 아랍어식 표현) 지역이며 주로 기독교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다마스쿠스는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도시이다. 사도 바울이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예수의 환상을 보고 눈이 멀었으나 다마스쿠스 출신의 아나니아가 성안으로 바울을 데려와 치료해 주었다. 그 후 다마스쿠스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선교활동을 펼치던 바울이 유대인들의 위협을 받자 동료들이 그를 바구니에 넣어 성벽 아래로 내려 탈출시켰다. 동문 바로 북쪽 아나니아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 기독교 교회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의 하나인 아나니아 교회가 있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 시절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교회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사도 바울이 바구니로 탈출했던 자리에는 성-바울 기념 교회가 세워져 있다. #7세기 중반부터 기독교 공동체 인정 이슬람의 심장부에서 1350여년 동안 존속하고 있는 기독교 교회들을 둘러보며 새삼 우리가 얼마나 이슬람의 실체를 왜곡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7세기 중반부터 다마스쿠스를 지배한 이슬람의 아랍인들은 어느 정도의 차별은 있었지만 기독교 공동체를 인정하고 자치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면서도 오늘날까지 기독교 사회가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슬람의 강제적인 포교를 상징하는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라는 표현이 왜곡이라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더욱이 기독교 지역 바로 서쪽의 하랏 알-야후드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유대교 지역을 둘러보면서 아브라함 후손들의 종교가 사이좋게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오늘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종교 간의 충돌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제 나머지 이슬람 지역을 둘러볼 차례이다. 다마스쿠스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는 우마이야 모스크로 통하는 길목에는 아랍어로 ‘쑤끄(souq)’라고 불리는 전통 시장들이 늘어서 있다. 페르시아-터키 문화권의 ‘바자르(bazaar)’와 같은 의미이다. 이슬람에서 모스크는 단순한 신앙생활의 공간만은 아니다. 주변에 병원, 학교, 도서관, 시장, 공중목욕탕 등의 공공건물도 지어 문화적, 경제적 공간을 함께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시장의 상점에서 얻어지는 임대수입은 모스크 운영과 복지를 위한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문화·경제공간 전통시장 ‘쑤끄´ 삶을 외치는 싱싱한 소리를 들으며 이리저리 사람과 짐과 부딪치며 어렵게 전진해 가니 향긋한 냄새가 나를 반긴다. 바로 향료 시장이다. 음식에 향료를 많이 사용하는 아랍인들이기에 향료도 형형색색으로 수십 가지가 된다. 시장 골목의 북쪽 끝에 가장 큰 규모의 하미디예 시장이 있다. 고대부터 다마스쿠스는 무역의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많은 상인들과 엄청난 물자가 몰려들었다. 그러한 역사적 전통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전통 시장들이다. 이스탄불이나 카이로의 전통 시장에서 느꼈던 소위 ‘삐끼’들의 지나친 강매행위나 버릇없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환한 미소만 건네고 있다. 항상 시리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순박한 아랍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로서 대외에 개방되지 않았던 탓에 아랍의 순수성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라가 시리아다. 누가 이 순박한 사람들의 나라를 테러 지원국으로 보겠는가? 우마이야 모스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다마스쿠스 역사이다. 다마스쿠스를 거쳐 간 다양한 문명의 성전들이 같은 자리에 계속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약 3000년 전에 이 지역에 거주했던 아랍인들은 폭풍과 번개의 신인 하다드 신전을 이 자리에 처음 건설했다. 로마인들이 지배하면서 하다드는 로마인들의 최고신인 주피터로 대체되었다. 그 후 비잔틴 시대인 4세기 말에 기독교의 교회로 바뀌어 세례 요한에게 바쳐졌다. 그 후 7세기 중반부터 아랍의 지배를 받으면서 모스크가 되었는데, 처음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칼리드 이븐 왈리드 장군은 교회 건물의 동쪽을 모스크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나머지 서쪽 부분은 기독교인들이 계속 사용하도록 했다. 나중에 우마이야 제국의 통치자들은 이슬람 신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기독교 신자의 수가 줄어들자 기독교 공동체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단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우마이야의 칼리프 왈리드 1세가 705년부터 7년에 걸쳐 오늘날의 규모로 확장했다. #세례 요한 머리뼈 모스크에 보관 모스크 첨탑 가운데 하나를 ‘예수의 첨탑’이라고 부른다거나 예배실 한쪽의 성소에 세례 요한의 머리뼈를 보관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 모두 다마스쿠스에서의 전통적인 기독교와 이슬람의 친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7세기에 기독교인들과 이슬람 신자들이 같은 문으로 사이좋게 들어간 후 자신들에게 정해진 공간에서 각자의 신앙생활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모스크를 나선다.
  • [새영화] 시리아나 / 31일 개봉

    조지 클루니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따낸 화제작 ‘시리아나’(Syriana·31일 개봉)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적 상상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작품이다. 스릴러의 장르를 빌렸으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긴박감은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석유전쟁터 중동 깊숙이로 카메라를 디밀어, 그러니까 애시당초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무채색 보고서를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영화는 에너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에 4명의 남자를 던져놓고 그들의 각기 다른 관심사를 엮어 중동문제 전반을 환기시킨다. 석유, 테러, 돈과 권력 등 중동을 둘러싸고 이해국가들 사이에 물고 물리는 음모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리는 것. 은퇴를 앞둔 CIA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무기밀매상 암살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를 겪고 끝내 조직에 배신 당한다. 에너지 분석가 역의 맷 데이먼도 비중이 적잖다. 중동의 개혁파 왕자 나시르의 자문을 맡으면서 자신도 몰래 음모의 늪으로 빠져든다. 여기에 미국 대형 석유회사의 합병을 담당한 변호사(제프리 라이트), 중동의 석유회사에서 해고당한 젊은 파키스탄 청년 등이 가세해 얼기설기 유기적 고리를 걸어간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즐거움을 주는지 팔짱을 끼고 본다면 끝까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적 재미요소 없이 잠입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대하는 듯 관객을 진공상태에 가둬놓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선택의 시점에서부터 갈라지게 되는 셈이다. 중동문제와 강대국간의 역학관계를 가감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고민해볼 의향이 관객 스스로에게 있는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할 영화이다.‘시리아나’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자국이익에 따라 중동지역을 분할해 지칭하는 용어. 스티븐 개건 감독.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美 ‘北 부정적 인식’ 재확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의 핵심 내용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벨로루시, 미얀마, 짐바브웨 등 7개국을 독재국가로 지목하고 그 중 이란을 최고 위협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예방적 선제 공격’이 가능하다는 독트린을 재확인한 뒤 동맹의 확산을 통해 테러집단을 격퇴하고 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테러가 자생할 토대를 줄여 나간다는 것을 천명했다. 보고서는 7개의 ‘독재국가’를 종식 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이 미국에 가하고 있는 안보적 위협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11개 장으로 이뤄진 보고서는 9·11 이후 지금까지 추구해온 안보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이론화한 것이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심각한 핵 확산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과 함께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이행토록 계속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과 마약 불법거래, 미사일 개발, 인권탄압 문제도 거론하며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군사 소식통은 “이번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을 재확인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이 포함된다고 ‘과잉 해석’될 만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 위성DMB “WBC가 효자”

    위성DMB “WBC가 효자”

    빅 스포츠 중계가 이동휴대방송의 ‘킬러 콘텐츠’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업계에서 독점 생중계하는 위성DMB 업체인 TU미디어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17일 TU미디어에 따르면 한국팀의 잇단 승전보로 위성DMB 시청률은 멕시코전 17.4%(13일), 미국전 23.4%(14일), 일본전 27.5%(16일) 등으로 DMB업계 최고 시청률을 갱신 중이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무기로 지상파 TV의 사각지대인 낮 시간대를 집중 공략,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회사측은 위성DMB가 유료 서비스라는 핸디캡을 극복, 이같은 시청률을 보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팀이 일본, 멕시코, 미국 등 강호를 잇따라 격파,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주요 경기가 평일 낮 시간이라 DMB 주시청 시간대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빅 스포츠에 대한 시청률 상승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달 22일 위성DMB를 통해 독점 중계된 ‘2007년 아시안컵’ 시리아전 경기의 시청률은 13.1%였다. 지난 해 K-1 한국 돌풍을 몰고 온 최홍만 도쿄 결승 라운드 경기도 9.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상승은 자연스럽게 신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1000명 정도이던 TU미디어 신규 가입자는 13일(멕시코전) 3500여명,14일(미국전) 3700여명,16일(일본전) 3500여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총 가입자수도 2월 말 44만여명에서 17일 현재 47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는 WBC 경기가 열리고 있는 2주동안 3만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2월 한달 총가입자수와 비슷한 수치다. TU미디어측 관계자는 “이달 들어 하루평균 3500명 정도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역대 월 최고 가입자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관계인 지상파DMB폰을 유통하고 있는 KTF와 LG텔레콤의 최근 하루평균 가입자수 1700여명(KTF 1200여명,LGT 500여명)과 비교하면 2배를 웃도는 수치다. TU미디어는 빅 스포츠 독점 중계가 가입자 확대로 직결되는 것이 확인된 만큼 관련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선 독일월드컵 이전까지 스포츠 열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빅리거들이 활동하는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판권을 확보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위성DMB 스포츠생중계 인기

    위성DMB 스포츠생중계 인기

    국내 유일의 위성DMB 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대표 서영길)가 국내외 주요 스포츠 경기의 생중계로 지상파DMB와의 차별화에 나서 톡톡히 이름값을 내고 있다. TU미디어는 5일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진 야구월드컵(WBC) 한·일전을 생중계,7%의 시청률(전체 가입자중 시청자 비율)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TU미디어는 지난달 22일 방송된 2007 아시안컵 축구 한국·시리아전도 생중계해 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 두 경기는 DMB 가운데에선 TU미디어에서만 독점 중계, 지상파 재송신에 의존하고 있는 지상파 DMB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위성DMB와 회사 홍보에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TU미디어는 위성DMB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국내외 스포츠경기를 선보여왔다. 지난달 멕시코와의 평가전은 무려 14%라는,DMB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렸으며, 지난해 가을 K-1 돌풍을 일으킨 최홍만의 도쿄 결승라운드 경기도 9.7%를 기록했다. TU미디어측은 “지상파 재송신 지연에 따른 콘텐츠 부족을 국내외 인기 드라마 수급과 빅스포츠 경기 중계 등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스포츠경기를 생중계함으로써 위성DMB만 갖추면 야외에서도 빅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78회 아카데미 시상식] ‘동성애’ 누른 ‘인종충돌’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아카데미가 아시아를 향해 `빗장´을 풀었다. 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카우보이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李安) 감독이 감독상을 차지했다. 리안 감독은 타이완 태생으로, 아카데미가 동양인에게 오스카 감독상 트로피를 넘겨주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8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돼 무더기 수상이 점쳐졌던 ‘브로크백 마운틴’은 예상보다 저조한 감독상·각색상·작곡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최고영예인 작품상은 가장 강력한 후보작으로 꼽혔던 ‘브로크백 마운틴’을 따돌리고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문제를 다룬 ‘크래시’가 거머쥐었다.이 영화는 각본상·편집상 등 3개 주요부문을 석권해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남우주연상은 후보군에 처음 진입한 ‘카포티’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여우주연상은 ‘앙코르’의 리즈 위더스푼이 각각 받았다.‘킹콩’은 시각효과상·음향상·음향편집상 등 3개 기술부문의 주요상을 차지해 블록버스터의 자존심을 살렸다. 예상을 뒤엎는 이변없이 주요 화제작들에 트로피가 고르게 나눠졌다는 점이 올해 영화제의 특징. 한 비운의 게이샤의 삶과 사랑을 그린 ‘게이샤의 추억’에도 의상상·미술상·촬영상 등 3개상이 돌아갔다. 전에 없이 유연한 시상태도도 눈길을 끌었다.‘허슬 앤드 플로’의 주제곡인 랩 음악이 오스카 사상 처음으로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물량공세가 돋보이는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작품성 높은 영화들 위주였던 만큼 시종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행사가 진행됐다.화려한 패션쇼 무대 같던 예년과 달리 남녀스타 대부분 검정색 의상을 선택했다는 대목도 이례적이었다. 6개 부문 후보작으로 조지 클루니가 감독·주연한 ‘굿 나이트 앤드 굿 럭’은 단 한 개의 상도 받지 못했다. 상복이 터지리란 기대와 달리 그는 남우조연상(시리아나) 하나만 챙겼다. 다음은 수상결과.▲작품상 크래시 ▲감독상 리안(브로크백 마운틴) ▲남우주연상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여우주연상 리즈 위더스푼(앙코르) ▲남우조연상 조지 클루니(시리아나) ▲여우조연상 레이첼 와이즈(콘스탄트 가드너) ▲각본상 크래시 ▲각색상 브로크백 마운틴 ▲시각효과상 킹콩 ▲의상상 게이샤의 추억 ▲분장상 나니아 연대기 ▲미술상 게이샤의 추억 ▲작곡상 브로크백 마운틴 ▲음향상 킹콩 ▲음향편집상 킹콩 ▲주제가상 허슬 앤드 플로 ▲촬영상 게이샤의 추억 ▲편집상 크래시 ▲장편애니메이션 월래스 앤드 그로밋 ▲단편영화상 여섯명의 사수 ▲단편애니메이션 달과 아들 ▲단편다큐 승리의 기록:노먼 코윈의 황금시대 ▲장편다큐 펭귄:위대한 모험 ▲외국어영화상 초치(남아공) ▲공로상 로버트 알트만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美·佛 긴 허니문 예고 왜?

    ‘프랑스와 미국이 밀월관계를 누릴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는?’ 뉴욕타임스(NYT)는 1일 불편한 관계였던 미·프랑스 두나라가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협력관계를 다져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밀월관계’를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등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심한 반목을 겪었던 두나라는 지난해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관계를 회복한 뒤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국제정치적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양국 관계개선 차원을 넘어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회복, 유럽의 친미정책으로의 복귀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YT는 두나라가 지난해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철수, 이란 핵개발 등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겨냥,‘다극화 세계건설의 필요성’을 부르짖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주 인도 방문에서 이같은 표현을 자제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귀국 뒤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까지 해가면서 이란 핵개발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를 협의한 것도 진전된 관계를 보여준다. NYT가 ‘왜 두나라는 굳건한 동반자가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밀월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를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상에 따라 이들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 이해관계를 프랑스와 미국은 공유하게 됐다. 둘째, 이슬람 테러 위협이 더 커져가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더 절실해졌다. 셋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취임 후 독일이 반미에서 대미 관계개선에 힘을 실으면서 독일과 유럽연합(EU)내 주도권 경쟁을 해 온 프랑스로서도 미국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넷째, 프랑스에서 EU 헌법비준이 부결되는 등 유럽통합 일정이 지연·표류하자 미국이란 대안을 생각하게 됐다. 다섯째, 프랑스도 ‘핵 선제공격가능’ 등 국가안보측면에서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쓰게 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국가에 핵무기 등 비 재래식 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여섯째, 제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독단에 대한 프랑스의 거부감이 줄고 관계개선의 여지를 넓히게 됐다. 일곱째, 시라크와 부시의 안보보좌관들이 친밀한 관계를 수립하면서 원활한 대화 통로를 갖게 됐다. 모리스 G 몽테뉴 프랑스 안보보좌관은 스테판 해들리 미 안보보좌관은 물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도 잘 통하는 관계다. 여덟째,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프랑스에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나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 같은 우파적인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등 사회적인 우경화 바람도 미국과의 유대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아홉째,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역할 확대에 대해 프랑스가 묵인해주면서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대를 용인한 것도 협력의 선례를 만들면서 관계 진전을 촉진시켰다. 열번째, 미국내에서 영화 등 프랑스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우호·협력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기후변화가 부른 지구촌 물 전쟁

    기후변화가 부른 지구촌 물 전쟁

    기후 변화가 가뜩이나 심각한 지구의 물 부족을 심화시켜 세계 각국에서 ‘수자원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8일 관저에서 온난화 대책 등을 논의하면서 “기후 변화는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정치·군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레이드 영국 국방장관은 “지구 온난화가 물 부족을 가중시켜 20∼30년 뒤 수자원을 둘러싼 정치·군사적 충돌을 빈번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전쟁 수행 및 평화 유지, 재난 구호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 부족으로 인한 국가간 분쟁 가능성은 그동안 그린피스나 지구의 벗 같은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군사·외교적 대책의 필요성이 공식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르단강 등 6곳 우선 꼽혀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물 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우선 요르단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 등 6곳이 꼽힌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팔레스타인이 요르단강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67년 요르단강 통제권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아랍은 한 차례 전쟁까지 치렀다. 강수량 감소로 유량이 줄면서 갈수기에는 이스라엘이 용수 공급을 중단, 마찰을 빚고 있다. 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싼 터키와 시리아의 긴장관계도 심상찮다. 두 나라는 1998년 터키가 상류에 댐 건설을 시도하면서 전쟁 문턱까지 갔다. 인도와 중국도 브라마푸트라강의 통제권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000년 재해 정보 공유 문제로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두 나라는 최근 중국이 물길을 돌리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카방고강의 용수 사용을 둘러싼 앙골라·나미비아·보츠와나의 갈등, 나일강 용수 고갈로 야기된 이집트·수단·에티오피아의 긴장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히말라야의 해빙으로 부쩍 잦아진 갠지스강의 홍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도시화·물 사유화로 위기 가중” 유엔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전세계 인구의 3분의1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11억명이 깨끗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24억명은 수세식 화장실과 하수 등 위생 설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압력이 가중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매커티 ‘환경’ 편집장은 “인구의 도시 집중과 수자원 사유화의 확산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산하 인간행동연구소에 따르면 한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물의 양은 하루 50ℓ. 하지만 모잠비크는 9.3ℓ, 소말리아 8.9ℓ, 말리는 8ℓ, 잠비아는 4.5ℓ밖에 안 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국민들은 양치질에만 8ℓ를 쓰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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