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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코스닥, IT넘어 문화사업으로

    우리의 문화산업은 아시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기업의 해외 기업설명회(IR)와 동남아 지역을 다니면서 한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현지의 열기와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우리 문화산업의 높아진 경쟁력에 고무되면서,한편으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세계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및 투자의 부진,청년실업 증가 등 어려움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키우고,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이런 의미에서 문화산업은 한국경제의 활력 회복에 좋은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피터 드러커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최후의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실제로 주력사업을 하드웨어에서 문화콘텐츠로 전환하며 수익의 70% 이상을 이 부분에서 거두고 있는 일본 소니(SONY)의 대변신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본보기이다. 사실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도 상당한 경쟁력과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감정이 풍부한 민족성,젊은이들의 열정·자질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우리 문화산업 발전의 좋은 토양이다.최근의 게임,영화,영상,음악 등 문화콘텐츠는 인간의 창의력과 더불어 컴퓨터 디자인,인터넷망 등 IT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산업은 아시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한국의 영화산업은 이미 아시아를 주도하고 있으며,드라마·대중음악은 동남아 전역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제기여도 역시 다른 산업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먼저 외화 가득률이 높고,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매우 크다.온라인게임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0%대에 이르고,지난 5년간 영화 수출액은 50배가 증가하여 연간 5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나타냈다.영화 ‘살인의추억’의 부가가치는 중형차 2800대를 판 액수와 비슷하고,가수 ‘보아’가 올린 1000억원이 넘는 음반매출은 잠재적 경제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고용창출에도 매우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문화산업의 취업자 예상증가율은 12%로 IT산업의 3%나 제조업의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우리의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IT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성숙단계’라는 견해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팽팽히 맞서있다.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이제 IT를 든든한 디딤돌로 삼아 문화산업과 같은 새로운 동력을 창출시켜야 된다는 사실이다. 코스닥시장에는 이미 성장가능성이 높은 60여개의 문화콘텐츠 기업이 등록돼 있다.이러한 성장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코스닥의 중요한 기능이다.그래야만 IT산업뿐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코스닥이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코스닥시장이새해를 맞아 우리의 문화산업과 함께 활력을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 [시론] 좌절은 가고,희망은 오고

    이것은 2003년의 마지막 날 독자들을 찾아가는 시론이다.끝없는 세월에 인간이 그어놓은 눈금 하나가 지나가고 있다.2003년이라는 세월의 눈금을 뒤로하면서 지난 해의 다사다난함은 무엇이었으며 새해의 희망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한 해를 회고하면서 다사다난했음을 이야기해 왔다.다사다난했다는 것은 힘들었다는 뜻이다.사람 사는 데 좋은 일이 왜 없었겠는가마는 다사다난했음을 우선 들추어내는 까닭은 새해에는 궂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액운이 물러가기를 바라서이다. 지난 해에는 자연도 결코 순후하지 않았다.자연재난은 컸다.사람,동물을 가리지 않은 역질들은 공포였다. 사람들이 엮어낸 격랑과 뒤틀림은 유별나고 소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세상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기성질서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길이 없는 악성 문제들이 더 악화되거나 사람들의 의식을 더 아프게 헤집고 들었다.정치의 일탈,실업악화,직업적 안정성의 붕괴,신용불량자 양산,소비위축과 경기침체,노사갈등 악화,지역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의 악화와 폭력화된 시위,극성스러웠던 부동산투기,교육제도 파행의 심화,컴퓨터 범죄와 반인륜적 범죄의 증가,천정부지의 정치부패 등등 헤아릴 수 없는 고질병들은 기성질서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꼴 사나운 정치적 쟁투는 국민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다.억지의 궤변은 아침 저녁으로 대중매체를 어지럽혔다.사용하는 언어들은 최대로 극한적이었으며 말하는 사람의 표정은 비분강개한 것이었다.이런 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사에는 아랑곳없어 보였다. 기성질서의 문제해결능력은 고갈되어 가고 문제들을 오히려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자기이익 챙기기에는 극렬하였다.기성질서에 안주하여 혜택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반(反)발전적 작태는 위험수위를 오르내렸다. 기성질서는 무능해지고 신질서는 확립되지 않은 간극 속에서 사람들은 정신적 공황을 경험했다. 폭증된 사회적 갈등은 건설적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국민총화밖에 배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갈등해야 하는가의 범절을 모르고 날뛰었다.갈등을 악한 것으로만 규정하려는 무식함이나 갈등은 파괴적 수단을 통해야만 된다는 무지막지함은 모두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개혁은 기성질서를 해체하는 해빙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처에 해빙의 혼돈이 있었고 그 안의 예정된 질서를 이해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무질서를 과장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였다. 새해에는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좋은 일만 생길 거라 말하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덕담이지 과학적 예측일 수는 없다.그러나 개선의 희망은 분명히 보인다. 최소한 국민의 문제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다.올해의 괴로움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음을 깨우쳐 줄 것이다.이것이 새해에 거는 희망의 기초이다.재창조적 변화의 필요성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개혁을 향한 절반의 성공이 될 것이다. 발전을 가로막는 구질서의 힘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해빙의 혼돈은 개혁추진자들의 족쇄를 풀어 줄 것이다.개혁실책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변혁의 과정에서 갈등문화의 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지금 오랜만에 보는 대변혁 드라마의 한 가운데 있다.새해에 전개될 이 신기한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우리는 이 보기 드문 드라마의 행동자이면서 관람자로서 후세에 해 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오 석 홍 서울대명예교수 행정학
  • [시론] 안병영 교육부총리에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함께하겠다던 교육부 장관이었지만 불과 9개월 만에 또 바뀌었다.교육행정전산시스템(NEIS),사교육비 경감,교단 안정화,지방대학 육성,학벌주의 타파,공교육 내실화,수능제도 개편 등 수많은 얽히고 설킨 교육 현안을 남겨두고 또 최고 책임자가 바뀌었다.어찌 보면 역대 교육정책의 누적된 상처를 겹겹이 안고 있는 것이 실타래처럼 얽힌 교육문제의 현실이다.이런 현안에 대해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개혁성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가 안병영 새 장관의 기본과제이다.심각한 청년실업에 대한 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안 장관은 윤덕홍 전 장관과 여러모로 대비된다.안 장관은 일단 검증 받은 장관이다.교육부 업무를 이미 학습한 준비된 장관이란 점에서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준다.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 또한 믿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시선으로 안 장관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주된 이유는 교육부 안팎의 관련 부서와 코드의 조화가 잘 이루어 질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다.청와대의 참모들과,교육혁신위원회와,교육시민단체들과 화이부동(和而不同)하면서 업무를 장악해 가는 모습을 안 장관에게 국민들은 기대한다.교육계는 지금 불신과 갈등의 심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안 장관에 의해 갈등과 다양성의 관리가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 우리 교육은 공교육 불신에서 나타나듯 교육품질 저하문제도 심각하다.다양화된 국민들의 다양한 교육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획일화된 교육제도와 정책적 사고에 붙박여 있다.교육에 대한 불만은 학생들의 이동에서 잘 나타난다.학생들은 국내에서 외국교육으로,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농어촌에서 도시교육으로 이동하고 있다.국내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공교육의 내실화를 이루어야 한다.교육 살리기에는 무엇보다도 교사들을 동참시킬 수 있어야 한다.한편으로는 떨어진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워야 하고,다른 한편으로는 교원인사관리의 철밥통 체제에 업적주의적 경쟁체제를 가미해야 한다. 안 장관은 주변의 오피니언 그룹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국민들은 지금 매우 다양화됐다.그러나 일부 정책 입안자들이나 일부 오피니언 그룹들은 이 점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일부 집단은 여론몰이로 의사결정을 독점하려 한다.또 어떤 집단은 발언을 포기하고 개별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그렇게 많이 표출된 의견에도 불구하고,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장관은 잊지 말아야 한다.그들을 대화의 광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배려를 직접 보여야 한다.안 장관은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듣고서 무리하게 하나를 만들어 내는 종래의 획일적 정책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기계적 교육평등 논의를 극복하고 다양성 속에서 유기적 교육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현 정부의 포퓰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은 교육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교육문제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여론 동향은 예의주시하되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교육정책적 문제는 국내적 시각 못지않게 국제적 시각이 중요하다.현재적 시각 못지않게 미래적 시각이 중요하다.부분집단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총체적 시각은 더욱 중요하다.여론 조사는 역부족이다.정책검토에 있어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에 교육부가 휘말리지 말고 종합적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 가기를 당부한다.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능력주의 사회는 능력주의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학벌 타파 역시 참된 실력을 쌓아주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교육경쟁이 과도하게 심한 점도 잘못된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경쟁의 내용이다.교육경쟁이 참다운 능력을 쌓아주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현 정부에 이런 관점들을 접목시켜 주길 바란다. 이 종 각 강원대교수 21세기 교육문화포럼 상이대표
  • [시론] 증권집단소송법 환영

    그동안 미뤄왔던 모든 것을 터뜨리려는 듯이 연말이 되면서 연일 대형사건이 불거지고 있다.그 와중에 한가지 희소식이 눈에 띈다.증권집단소송법이 숱한 진통을 겪더니 마침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의 통과가 반가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우선 우리나라에서도 주식투자를 통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구제할 실질적인 수단이 생겼다는 점이다.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대형 주가조작,정치권으로 흘러드는 천문학적 숫자의 비자금 등 각종 사건에서 그 관련자들은 형사처벌을 받고,관련 기업은 행정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벌이 그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의 손해까지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주주들이 자신의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사람(주로 지배주주와 경영진들)들을 상대로 직접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개별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은 지금까지는 뾰족한 구제수단이 되어주질 못했다.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은 보유주식 규모가 적고,소송을 하려 해도 혼자서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어 그냥 체념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증권 불법행위로 조성된 수백억,수천억원의 자금은 결국 이와 같은 소규모 주식보유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의 총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그냥 체념하고 말 일이 아님에도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증권 집단소송법은 이런 다수 소액주주들의 고충을 해결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현행 손해배상소송 제도에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모든 피해자가 직접 소송에 참여해야만 한다. 그러나 집단소송은 피해자 모두가 참여하지 않고 그 중 대표자만 소송에 나서고,나머지는 가만히 있더라도 자기는 빠지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그 소송결과를 모든 피해자와 골고루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획기적인 제도인 것이다.그리고 이런 종류의 집단소송제도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것이다.이로써 증권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소액 다수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고 집단소송을 통해 그 손해를 배상받으려 할 것이고,그런 소송을당하지 않기 위해 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는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증권 불법행위를 함부로 하려들지는 않을 것이다.구호가 되어버린 기업의 투명한 경영은 그런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증권집단소송법의 제정을 그저 반기기만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집단소송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이를 실효성있게 활용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제약요건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자산 2조원 미만의 기업에서 불법행위가 가장 심한데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시행시기를 2년이나 연장시킨 것은 큰 문제다. 과도한 소송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도 미흡하고,소송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주가가 비싼 대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소송제기를 어렵게 한 대목도 아쉽다.동일 소송대리인이 1년에 3회 이상 이 소송을 수행할 수 없도록 정한 규정은 위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증권집단소송법의 제정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힘없고 돈없는 다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집단소송제도의 물꼬가 처음 트인 만큼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하다.새로운 질서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그동안 이 법의 제정을 위해 무수히 뛰어다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송 호 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 [시론] 정치자금 개선 로드맵

    야당의 엄청난 규모의 불법 대선자금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자 또다시 정치자금에 관한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더욱이 도덕성을 내세웠던 여당도 이러한 불법시비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훌륭함과 책임감 측면에서,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은 바람둥이,주정뱅이,마약중독자와 함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활동성 측면에서도 정치인들은 홀아비,게으름뱅이와 함께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한마디로 정치인은 권력은 있지만 훌륭하지도 책임감도 없으며,활동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일반 국민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따라서 우리는 정치현실을 개탄하고 정치인을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다 함께 고해성사하고 내일부터 깨끗하게 정치를 하자는 주장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첫째,한국 정치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그동안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비교적 순조로운 민주화를 이루어왔다.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지나친 자만감이나 성급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는 1945년 광복 이후에서야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더욱이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대통령을 뽑고 있는 전통을 이제 세우고 있는 중이다.사실 선진국들이 정치부문을 비롯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이러한 공공영역을 구축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아직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6공화국 초기의 대선자금에 비해,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물론 여전히 그것이 불법인 것은 사실이고,더욱더 그 규모를 줄여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우리가 쓰레기봉투나 은행 순서대기표의 실행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현실에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제도와 체계이다.물론 현행 법체계에서도 충분히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문제는 사람들의 가치와 태도에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적절한 체계와 제도를 만들어 놓지 않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조만을 구하는 것은,상습정체지역에 적절한 교통시설을 만들어 놓지 않고 서로 양보하라고 현수막만 걸어 놓는 것과 똑같다.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실현하거나 보장받고 싶은 것은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이 모든 것을 얻고 낙선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아울러 정치권력이나 행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불필요하게 간섭하는 각종 규제를,민간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기구가 중심이 되어 없애야 한다.정치권력과 행정부는 규제를 권력행사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고,이로 인해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는 보다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검사 출신의어떤 변호사가 이야기한 대로,정치권력의 영향을 받는 검찰에서 권력을 가진 여당과 그렇지 못한 야당을 공평하게 수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물론 검찰의 중립에 대한 전통과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사를 받는 당사자나 일반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사실 여부를 떠나 그러한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명 진 국민대교수 정치사회학
  • [시론] 서희장군을 다시 생각한다

    요즈음 화제의 영화 가운데 황산벌이 있다.신라와 백제 사이의 전쟁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어 유행어까지 낳았지만,김유신과 소정방의 기세 싸움도 볼 만하다.강압적인 소정방과 이에 저항하는 김유신의 모습에서 1300년 뒤 오늘의 우리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인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고구려사 빼앗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를 중국사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되었다.그런데도 이른바 ‘동북공정’이 새삼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하나는 종전에는 학자 개인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5년간 지원하는 1500백만위안의 연구비 가운데 3분의2를 중국 재정부에서 출연하고,재정부 부장(장관)까지도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둘째는 국경을 넘어 우리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다.중국은 소수민족의 분리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 있는 과거의 역사는 모두 중국사로 규정해왔다.그런데 이제는 고조선과 한사군,고구려와 발해로 이어지는 한반도 북부의 역사가 모두 중국사라고 주장하면서,신라에서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만 한국사에 속한다고 강변하고 있다.신라계 정권인 고려와 조선이 각기 고구려와 고조선을 도용해서 국호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이전에는 조선족 단속에 골몰하며 만주 역사는 중국사라는 논리를 내세웠는데,이제는 공격적으로 한반도 북부까지 넘보겠다는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구려사 빼앗기는 역사학에서 벗어나 정치와 외교의 문제로까지 비화된 느낌이다.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마땅한 손발이 없다.고구려 유적을 중국과 북한이 절반씩 가지고 있으니 이 금역의 역사를 다루는 연구자가 많을 리가 없다.더구나 중국 간행물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기관조차 없다.우리 사회는 맑은 날에 궂은 비에 대비하는 지혜를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발등의 불부터 끄지 않을 수가 없다.첫째는 북한을 도와서 고구려 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는 일이 다급하다.중국은 북한측이 등록해버리면 설득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중국내 고구려 유적을 전쟁하듯이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북한을 배제하려 획책하고 있다.내년 전반기에 판가름날 이 싸움에서 지면 우리는 후손에게 두고두고 고구려를 잃어버린 죄인이 될 것이다. 둘째는 연구기관의 설립이다.그것도 자료 수집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 시급하다.이번 중국의 정책도 신문기자가 먼저 알아서 학자들에게 알려줬다.중국의 학술동향을 싣고 있는 광명일보마저 국내 어디서 구독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지금 중국의 교과서를 분석한다거나 고구려사가 한국사인 근거를 찾는다고 분주하지만,즉흥적인 대응보다는 연구자를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과 연구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 이 마당에 저 유명한 서희 장군의 담판이 떠오른다.993년 거란 소손녕이 쳐들어와서 “고려는 신라 땅에서 건국한 나라이니 우리 영토인 고구려 땅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자,그는 “그렇지 않다.우리나라는 고구려 후계자이다.그래서 나라 이름을 고려라 하고 평양을 국도로 정했다.경계로 말하자면 오히려 요동지방이 우리 땅이니 누가 침범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반론을 제기하여 소손녕의 군사를 돌리고 거꾸로 압록강 유역을 개척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다.100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우리 눈 앞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항복론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자진해서 담판에 나섰던 서희 장군은 지금 양평 부근에 잠들어 있다.그러한 지혜를 가진 후예가 지금 절실하다. 송 기 호 서울대교수 국사학
  • [시론] 원전센터 건설의 로드맵

    정부가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부지선정 작업을 원점으로 돌렸다.잘한 일이다.그동안 국민과 부안 주민에게 끼친 혼란과 불편을 생각하면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1984년부터 17년 동안 추진해온 주요 국책사업이 아무 성과없이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출발점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주민투표 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나 90년 안면도,94년 굴업도와 마찬가지로 난맥상만 드러냈을 뿐이다. 우리는 정녕 국민의 신뢰와 합의하에 효율적으로 원전센터 부지를 선정할 수 없는 것일까.이미 원전센터를 가지고 있거나 건설을 추진하는 외국의 예에서 그 열쇠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1983년 원전센터 부지 선정을 위한 투명한 로드맵을 발표했다.정부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한 지질조사 끝에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선정된 유라요키시의 의회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 다음 건설을 위한 연구소 설치를 의결해 정부에 알렸고,핀란드의회는 그동안의 절차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었는지를 검토한 다음 유라요키시의 원전센터 건설을 인정했다.연구소는 앞으로 각종 모의실험을 통해 처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이 과정을 모두 주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은 20년 동안 70억달러를 들인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네바다주 유카산에 영구적인 원전센터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상·하원의 추진 결정에도 불구하고 네바다 주민 80%는 반대한다.주정부도 연방법원에 취소 소를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지금도 진행되는 유카산 프로젝트는 최소 1만년동안 방사능 유출을 막아 자연과 인간을 보호하는 안전성에 최우선을 두었다.또 주민과 전문가의 반대의견을 수용해 끊임없이 기술실험을 하며,모든 과정을 주민에게 공개한다. 대만은 1981년 란위섬 원주민인 야미족에게 통조림 공장을 건설한다고 속이고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을 건설해 큰 부담이 되고 있다.임시저장 시설이 들어선 뒤 이 지역에 암과 백혈병 환자가 증가해 원주민들의 저항이 거세다.결국 핵폐기물 처분장을건설하기 어렵게 되자 북한에 폐기물 수출을 시도했다가 좌절됐다. 이런 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원전센터 부지선정은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를 통해 최적의 후보지 몇곳을 선정한 뒤 국민적 합의하에 추진해야 한다.모든 위험한 상황을 가정해 안전성을 보장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둘째로 중요한 점은 정부와 관계당국의 일관된 정책추진이다.관계기관이 똑같은 목소리로 주민을 설득하고 지역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만의 예에서 보듯이 주민의 눈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부안사태는,관련기관의 목소리가 제각기 달라 시작단계부터 주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의혹을 부풀리고 불신감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커졌다.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단순화해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단기간에 성과를 얻어내려는 성급함 탓에 주민 합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원전센터 부지선정은,주민의사를 우선시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통해 그 투명성과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제2·제3의 굴업도·안면도·위도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사업추진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더이상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 춘 진 대한보건협회 부회장/ 본지 자문위원
  • [시론] 정치개혁 더 늦출 수 없다

    오늘부터 제244회 임시국회가 열린다.지난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렸으나 국정감사 이외에는 별다른 의정 활동도 없이 민주당 분당,특검,대통령 재신임 문제 등으로 정쟁만 일삼으며 허송세월하다 예산안을 법정기일인 지난 2일까지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가 새해 예산안 때문에 불가피하게 임시국회를 소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회기가 30일간이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는 2004년 1월 초 폐회될 예정이다.그러나 연말연시도 없이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론 예산 심의 등 처리할 안건이 산적해 임시국회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한편에서는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6명의 동료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라는 비난도 대단하다.이런 식으로 가면 내년 4월 총선 직전까지 무휴국회(無休國會)가 될지도 모르니 ‘가장 열심히 의정활동을 한 국회(?)’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임시국회는 예산안 심의 통과가 우선이다.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개혁이다.앞으로 4개월 있으면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데,선거의 기본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선거법에 의하면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의장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아직도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해 국회의원 스스로 만든 선거법을 어기고 있다. 그뿐 아니다.2001년 7월19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1인1표제에 따른 비례대표의 배분 양식은 위헌이라고 판결,이를 금년 말까지 개정해야 된다고 했는데,역시 깜깜무소식이다.정치개혁을 위해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활동 기한을 연장했지만 지금까지 정치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투명한 정치자금을 위한 정치구조의 개혁이다.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없이 한국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으나,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이제 겨우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앞으로 대통령 측근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면 역대 대선 중 가장 깨끗하고 돈이 적게 들었다는 제16대 대통령 선거자금의 실상이 어느 정도 알려질 수도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SK비자금 100억원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개인후원회 부회장 겸 법률 고문이 거액의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돼 긴급체포됨으로써 과연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지난 3일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는 단일은행 계좌 사용을 통한 정치자금실명제 도입,1회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 사항 공개,지구당 후원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제출했다.또 8일에는 1인2투표제,비례대표의 확대,선거연령 19세로의 하향,지구당 폐지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이제 정치개혁을 위해 정개협이 제출한 개혁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더 이상 국회의원 스스로 정치개혁안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국회가 정개협의 제출안을 국회의장 자문기구라는 이유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당리당략과 현직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겉핥기식 개혁을 하면 정치권은 공멸한다. 이번임시국회에서 정개협의 정치개혁안을 반드시 입법화하고,내년 총선거가 투명한 선거자금에 의해 실시돼 더 이상 선거 후유증이 없도록 해야 한다. 김 영 래 아주대 교수 정치학
  • [시론] 부안사태 易地思之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부안군민의 반발과 저항을 지켜보며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일반 국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다.방폐장 건설이 자신과 연결된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지,그냥 ‘부안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지,아니면 이런 문제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건 아닌지…. 다같이 한 번 상상해 보자.내가 사는 지역에 방폐장이 들어선다고 한다.나는 물론 지역주민 누구도 그게 어떤 시설인지,이 곳이 그런 시설물이 들어서기에 적합한지,그 시설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그 누구에게도 그런 시설물을 받아들이겠느냐고 의견을 물어온 적이 없는데 말이다. 만약 여러분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나’라면 어떨까.생존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고 느끼는 시설물의 입지를 반대하는 나는 지역이기주의자인가. 사실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의 부산물이다.원자력발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사용하는 전력의 40%가량을 얻고 있다.전력은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그 어떤 에너지보다 깨끗하고 편리하다.전원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언제든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한 번 생각해 보라.정전이 되었을 때의 무력감과 갑갑한 심정을 떠올려 보라.전등이나 전구,컴퓨터,냉장고,세탁기,TV,오디오,청소기,휴대전화,헤어드라이어,전기밥통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자제품들을 사용할 때는 물론 엘리베이터나 냉·난방설비나 기기를 작동시킬 때,그리고 수돗물을 사용할 때도 전기를 쓴다. 전력의 상당부분이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되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특히 전력소비가 많은 대도시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방사성 폐기물에 어느 정도 부채가 있다.오히려 원전지역 주민들이나 방폐장 예정지 시골주민들의 전력소비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이 개개인의 선호나 찬반과는 무관하게 도입된 것이기에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내려 개인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단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원자력이나 방폐장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부안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쓰는 전력이 어디에서 오는지,우리가 어떻게 전력을 쓰고 있는지,전력의 생산·소비가 어떤 사회·환경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함께 짚어보자는 것이다.원자력 발전을 통해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지불해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전력소비가 많지 않은 소수의 지역주민에게 다수의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후세대에게 해결 못할 과제를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독일에는 태양의 도시라 불리는 대표적인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있다.1970년대 이 곳에 핵발전소가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반대하는 강력한 시민운동으로 계획이 취소되었다. 이후 지역주민과 시의회,시정부가 협력해서 원자력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절약을 생활화하고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와 열병합발전을 확대해 오고 있다.프라이부르크 시민들만이 아니라 많은 독일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면서 에너지절약에 동참하고 좀 더 높은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려 한다. 핵발전이나 핵폐기물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문제임을 깨닫자.내가 사는 지역에 원전 관련설비가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원자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생활습관과 양식을 바꾸어야 한다.부안문제는 결코 부안군민만의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윤 순 진 서울시립대 교수 행정학
  • [시론] 기여입학제 시기상조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학 기여입학제’가 최근 수면으로 떠올랐다.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론을 유인하려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또다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지금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려는 대학 측과 이를 반대하는 교육부의 입장은 찬반양론으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여입학제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학 발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당면한 재정난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대개는 특별한 수익사업이 없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과 법인 전입금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재원 마련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게다가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등록금을 인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대학 임의대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는 없다.대학 등록금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교육부가 상한선을 긋기 때문이다.더욱이 수년전부터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등록금 원가계산을 요구하는 등 정상적인 등록금 인상마저 한계에 부딪쳤다.교육비용 분석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등록금도 과다하게 책정된 만큼 더이상 인상요인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니 논리적으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등록금 인상은 계속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 틀림없다. 각 대학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려 애쓰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즉 재원 마련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현실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이 점에서 기여입학제를 지지하는 대학의 입장을 이해할 만도 하다.그러나 기여입학제 도입의 필요성이나 그에 따른 여러가지 효과들을 일단 제쳐두고 기여 입학자들이 겪게 될 심리적 요소을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기여입학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다.명문대로 분류되는 특정대학에서나 가능할 뿐 모든 대학이 이를 실행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시장경제 논리에 따라,경쟁자가 몰리는 몇몇 명문대학을 제외한다면 굳이 기여금까지 내고 들어갈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으며,이러한 현상이 계속 심해질 조짐인 현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시험을 보지 않고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오히려 장학금에 취업까지 보장해 주는 학교를 골라잡는 마당에 누가 기여금까지 내고 평범한 대학에 들어가려 하겠는가. 따라서 기여입학제는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일부 명문대의 재정만 불려주고 대학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명문대학을 차별화하고 대학 서열화와 학벌 중심주의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 뻔하다.학벌을 타파하고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세계화시대에 이것은 분명 대세를 거스르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뿐만이 아니다.기여입학제는 국민정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진정한 기부금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기여입학제라고 하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대학 입학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기부금이 아니라 심하게 이야기하면 뇌물이나 다를 바 없다.기부금 낸 사람들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을 것이다. 기여입학제는학생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있다.실력이 아닌 돈으로 입학했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학생 스스로 다른 학생들과 괴리될지 누가 알겠는가.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법리논쟁이나 대학의 실익 등에 관해서만 생각하지 말고 이해 당사자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최 원 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논설위원
  • [시론] 거부권 대치정국의 이해

    참여정부의 출범 첫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정국이 극한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야권 3당의 공조로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측근비리의혹 특검법에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이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재의요청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활동을 전면 거부했고 소속의원의 사퇴서를 받아쥔 제1 야당의 당수는 단식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머지않아 충돌할 것 같은 상황이다.최병렬 대표는 “절망의 몸부림으로 희망을 찾겠다.” 하고 청와대는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격이다.”라며 오기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의 귀와 눈만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다.당장 국회기능의 마비로 국민생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정현안의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우선 다음달 2일까지 처리되어야 하는 예산안의 통과가 현재로서는 어렵다.이외에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비준안 처리가 지연되어 나라의 국제적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라크 파병문제,방폐장 문제로 사실상 계엄사태를 연상시키는 부안,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되어야 하는 정치관계법개정 등 많은 국정과제들이 표류하게 되었다. 원론적으로 볼 때 국회는 한 사회에서 상충되는 여러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국회는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식물국회가 되고 말았다.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우선 한나라당의 잘못이다.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이유로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원내 제1당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한나라당 의원이 불참하면 국회는 회의를 열 수 없고 각종 안건을 처리할 수도 없다.한마디로 여러가지 국가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도출과정인 정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한나라당과 국회 역시 헌법규정에 따라 재의결을 하면 된다.지난번과 같은 지지를 확보할 수 없고 통과가 안 될 경우에 입게 될 정치적 상처 때문에 재의결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역시 모든 것을 정략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잘못이다.대통령은 애초에 측근의 비리의혹이 자신의 재신임을 걸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그렇다면 최대한 의혹의 소지를 없애야 했다.이는 검찰의 수사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한 조건이냐 아니냐의 문제다.나아가 대통령의 정부입법을 통한 특검제 실시는 제도의 본질을 벗어난 정략적 고려의 결과이다.지금까지 우리는 4차례의 특검을 보았다.이들 모두 권력 또는 권력주변과 관련된 의혹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이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특검의 목표임을 의미한다. 어쨌든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였다.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 그리고 국회의원의 ‘3분의2+2’ 지지로 통과된 특검을 거부하여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나아가 국정마비로 인한 총체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요컨대 거부권 행사도 국회 거부도 잘못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 전체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이는 국민의 몫이다.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싸움은 결국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거부를 맞게 될 것이다.이제 총선까지 4개월여 남았다.정치권은 심판의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명 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 [시론] 지구당 ‘붕괴’ 가능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가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개인 정치인을 도와주는 사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지구당 조직의 근본 틀을 바꾸지 않고는 한국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대가를 바라고 움직이는 (지구당)조직을 돈으로 관리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정곡을 찔렀다. 지구당은 체계적이고 은밀한 ‘매표행위(vote-buying)’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정치부패의 온실이다.수십명에서 백여명에 이르는 지구당의 읍면동 협의회장들은 수많은 활동장을 거느리고,그들은 또 무수한 세포조직을 관리한다.조직책(국회의원 또는 지구당위원장)은 이들을 관리하느라 매달 수천만원의 돈을 조달한다. 그런데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의 위원인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구당 폐지가 “입법 면에서 불가능한 얘기”라고 적절하게 지적했다.실제로 지구당 폐지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입법권을 독점한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구당 폐지에 찬성할 리 만무하다.지구당 폐지에는 원외 지구당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정치지망생들도 반대한다.돈만 있으면 당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구당 조직을 포기할 리가 없는 것이다. “돈이 들어가는 구조를 선별해서 금지시켜야 정치개혁의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돈이 들어가는 구조를 전부 선별해 내는 일은 불가능하며,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그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선거공영제는 지구당 조직의 ‘매표행위’를 국민 세금으로 보조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그렇다고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미 유효한 미시적 대책이 나와 있는 데다 약간의 보완만 한다면 얼마든지 지구당 조직의 체계적 ‘배신’을 유도하여 지구당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2000년 16대 총선 때 정부가 금품수수를 신고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1000만원으로까지 늘리면서 선거사범 적발건수가 무려 1400% 증가했다. 정부는 “17대 총선거 후보자로부터 ‘금품을 받거나’,금품을 살포하는 장면을 목격한뒤 신고하면 5000만원 범위내에서 신고금액의 100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금품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 그 사실을 신고해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받은 금품의 100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만일 5000만원이라는 보상금 한도를 철폐한다면,선거 때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지구당의 읍면동 협의회장과 활동장들은 조직책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뒤 그 사실을 신고하여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이것은 곧 지구당 조직의 붕괴를 의미한다. 기득권 사수에 여념이 없는 국회나,이러한 국회가 만든 제도가 유효한 개혁안을 제시하거나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정부의 시행령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국회는 개혁이 현실로 나타나야만 개혁에 승복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다.이제 남은 일은 이 새로운 제도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박 훈 탁 위덕대 교수·국제관계학 명예논설위원
  • [시론] 韓·美 군사현안 해법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지 않아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개진되고 있다. 양국 정상간의 용산기지 조속 이전 합의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파병 결정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3000명 규모의 재건지원부대 파견 구상에 대해 평가를 유보했으며,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과 대북 억지력 확보에 병력 수보다 우수한 화력이 관건임을 강조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했다. 국가간에 전략과 국익이 일치하기는 어려우므로 양국간 견해 차가 있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잘못된 합의보다는 추가 협의가 낫다.또한 견해 차가 주로 미국의 억지에 의한 것이므로 정부의 이견 유지가 돋보인다.게다가 추후 협의가 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사태가 악화하고 미국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우리의 협상력이 커질 것이므로 조만간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우리는 미국이 국제 여론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명분없는 침략을 행하여 이라크문제가 발생한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또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되었으므로 독재에 의한 선량한 피해자들인 이라크인들이 자치를 하도록 조속히 철수하는 것이 순리이다.미국은 저항세력이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단정하지만,그중 상당수는 미국의 공격에 희생된 수천의 사상자 친족과 조국의 독립을 희구하는 애국자들일 것이다.따라서 우리가 일제침략의 과거를 잊고 치안유지 명목으로 전투병을 파견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하고 결국 남의 침략전쟁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격이 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파견 병력 중 희생자가 발생하면 반미시위의 발발로 한·미 관계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더구나 미국은 대북 문제와 주한미군을 거론하기만 하면 한국정부의 양보를 얻는다는 것을 차후에도 이용하려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부시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다자문서로 안전 보장을 검토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은 이라크사태의 악화로 신보수주의자들의 위상이 추락한데다 대선 승리를 위해 북핵보다는 이라크와국내 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파병으로 한·미 관계를 발전시키면 미국이 북핵이나 주한미군 문제에서 선처할 것으로 계산하는 듯하나,전투병 파병은 오히려 신보수주의자들의 재득세로 대북 강경책 재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용산기지 이전문제도 미국이 기지내 미군 7000명 중 14%에 해당하는 1000명의 잔류 병력을 위해 81만평 부지의 30%에 해당하는 28만평을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연합사와 유엔사까지 이전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정부가 후자를 수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이는 소아적인 대미 의존자세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국익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초강대국 미국과 중장기적인 우호관계를 수립하는 길은 원칙에 입각해 우호적인 태도로 미국을 대하는 데 있다. 평화 애호국으로서의 한국의 명예를 지키면서 이라크인들과 미국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이라크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및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이를 관철해야 한다. 또한미국의 세계 전략상 기정사실인 미군의 일부 감축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이를 대미관계 개선과 자주국가 이미지 향상,대북 자주성 회복,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 구축,그리고 조속한 자주 국방력 배양의 계기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홍 현 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내속엔 시인과 비평가가 산다”/나희덕 글모음 ‘보랏빛은‘

    “나는 비평가가 아니다.그러나 내 속의 시인은 내 안에 사는 비평가와 무관하지 않다.시를 읽거나 쓰는 동안 그 둘은 줄곧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어왔다.”시인 나희덕의 ‘보랏빛은 어디서 오는가’(창비 펴냄)는 시를 쓰는 내내 자신의 내면에 둥지를 틀고 있던 ‘비평 정신’에 대한 열망을 옮긴 글 모음이다. 시인은 먼저 시에 대한 사색의 실타래를 한올한올 풀어낸다.그 길목에서 고 문익환 목사의 시와 하이데거의 ‘낡은 구두’를 비교하면서 “예술은 삶에 대한 반어이자 그 반어의 반어”라고 정리하는가 하면 옥타비오 파스나 가스통 바슐라르의 시론에서 “또 하나의 시적 창조를 추동할 수 있는 맹아적 힘을 발견한다.”고 고백한다. 또 시인은 자신의 작품 비평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성성’ 표현에 대한 불편함을 들려준다.그 이면에 담긴 “작음·부드러움·곡선·세련됨·조용함” 같은 편견을 살짝 꼬집으면서 자신의 작품을 “갈등이 없는 무조건적 사랑으로 미화하거나,순종과 인내의 여성상으로 묶어두려는 선입견”에 대해 항변한다.이어 ‘자연’‘생태’‘전통’ 등이 어떻게 시로 구현되는가를 김기림·김소월·김혜순·최하림·오규원·이하석·고재종·김수영의 시를 통해 분석한다. 이윽고 섬세한 시인이 가진 상상력의 촉수는 다른 시인들의 세계로 뻗는다.습작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시인 정현종,김지하,강은교,고정희,장정일,김기택,최두석 등의 작품을 조명한다.‘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결국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색처럼 시론·시감상 등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창작’을 살찌운 시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았다. 이종수기자
  • [시론] 국적회복운동은 역사복원

    지금 서울과 수도권 8개 교회에서 약 3000명의 중국동포들이 국적회복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안타까운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이러한 운동에 대하여 일부 사람들은 임박한 강제추방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그러나 중국동포들의 운동은 잃어버린 역사의 복원이며 빼앗긴 기본권의 회복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접근법이다. 중국동포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수탈을 피하고자 중국의 영토로 ‘비자발적으로’ 이주한 자들로서 1948년의 남조선 과도정부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나 제정국적법에서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그리고 건국 당시나 현재 국적법상 우리 국민이 국적을 상실하는 사유는 ‘자진하여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 중국동포들은 일률적으로 중국공민의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이는 중국동포들이 자유로운 국적 선택권에 의거하여 자진하여 취득한 것이 아니기에 중국동포들은 지금도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이는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며 국제법과 우리 법에 충실한 해석이다.이처럼 중국동포들은 자유롭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유로운 국적선택권은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헌법 전문상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기에 일제 강점의 피해자들인 중국동포들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진실에 눈을 감고 중국동포에 대하여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여 국민보호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한·중 수교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중국동포들의 보호를 위해 법적 지위에 관한 어떠한 협정도 체결하지 아니하였고(1965년 한일협정당시에도 재일한국인보호를 위한 협정이 있었음),중국동포들의 고향에 돌아올 권리를 보장하는 어떠한 입법적 노력도 기울인 바가 없다. 물론 한국정부가 우려하는 중국정부와의 마찰 등의 사항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우리 모두 동북아의 미래를 위하여 한·중 우호를 원하지만 문제는 중국정부의 한 마디에 협상의지조차 잃어 버리는 우리 정부당국자의 사대적 외교정책이다.조선족은 중국 50개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모국이 있으며 우리와 중국은 다같은 일제침략의 공동피해자들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중국정부로서도 역사적인 이번 사건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정부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중국동포들의 국적회복 요구에 대하여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우선적으로 현재 국적회복을 요구하는 동포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법적 판결이 날 때까지 유예하여야 한다.또한 중국정부와의 협상을 통하여 중국동포 문제의 역사적 특수성을 공유하고 동포들의 자유로운 국적 선택을 위한 협정체결의 길로 가야 한다.나아가 우선적으로 중국에 연고가 없고 도저히 귀국하기 어려운 딱한 사정의 동포들부터 선별 구제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일괄적인 국적회복이 곤란하다면 특별 영주권제도와 같은 점진적인 방안을 통하여 중국동포들에게 고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특히 일손이 달리는 제조업체 종사자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등의 점진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현명한 대안을 참여정부에 기대한다. 정 대 화 변호사
  • [시론] ‘기여우대’로 경쟁력을

    교육인적자원부 주도로 제주 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지금은 국내 학생이 자유롭게 외국으로 나가듯 외국대학 또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교육개방 시대이다.이러한 상항에서 더 이상 ‘우리만 잘하면 되지.’라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생각으로는 국가간 첨예한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따라서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 교육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정부가 새로운 각오로 교육제도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의 우수한 대학과 겨루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학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급한 일이다.재정적 뒷받침 없이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는 발상은 이 시대에는 맞지 않은 논리이다.물론 경비절감을 통해 어느 정도 재정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세계 우수한 대학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미국의 7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더군다나,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예산 중 정부보조금 비율은 4%정도이다.미국 사립대의 경우 20∼30%,일본 15%에 비교할 때 형편없이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 사립대는 대부분 운영비를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등록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교육과 연구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하지만 등록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자율권마저도 대학은 갖고 있지 못하다.결국 국가는 사립대학을 거의 방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고,국고지원금 확충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부금을 확보하는 것이다.미국 우수 사립대학의 경우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한 재단 기금이 수조원에 달하며,이러한 발전기금을 통해 대학 전체 예산의 30% 정도를 충당한다.하지만 기부문화가 일반화하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따라서 대학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여우대제라고 할 수 있다.기여우대제란 대학의 발전을 위해 물재적이거나 비물재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보은 차원에서 입학의 우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우대를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여우대제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그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입학에 우대를 적용할 때,결국 입학 자격증을 사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기여우대제는 기여한 자에 대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보은 차원에서 입학의 우대를 적용하자는 것이며,대학이 정한 일정한 수학능력을 가진 자 중 소수에 한해 정원 외로 입학 우대의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또 기여금으로 적립된 재정의 대부분을 장학금과 교육 및 연구여건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이는 실력은 있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여우대제를 운영하기 위해 ‘기여우대제관리 심의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구성하고,교내 인사뿐만 아니라 법조인·언론인·종교인 등 외부 인사를 포함시킨다면,그간 일부 대학이 저지른 부정입학과 관련한 불신 등을 불식시키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기여우대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이제는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문을 닫는 시대이다.한걸음 더 나아가,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이 민족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대학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이다. 문 일 연세대 기획실 정책차장 화공과 교수
  • [시론] 정치개혁 제대로 하라

    최근 연일 보도되는 ‘국회의원 중심의 정치개혁 논의’에 관해 전문가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입장을 정리해 보려 한다.개혁론자들은 지난날의 정치관련 제도를 모두 고치면 깨끗하고 정직하고 효율적인 돈 안 드는 정치가 된다고 한다. 현재 논의되는 정치개혁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첫째 선거에 관해 후보자가 돈을 못 쓰도록 선거운동의 완전 공영제,후원회 폐지,선거구제의 변경 등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되는 현재의 거대한 당 조직을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둘째 정치자금에 대해 지금까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기업으로부터 직접 받아온 정치자금을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나 특정 기구에 기업이 직접 기탁하게 하고 법인세의 1%를 국고보조금의 몫으로 쓰자고 한다.셋째 국회의원 선출방법으로 한 선거구에서 한 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나 선거구의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실시하자고 한다. 지금의 조직정당은 군사혁명 이후에 생긴 것이다.이를 고치려고 30년간 투쟁하던 세력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정권을 장악하면서 비록 여소야대를 이루긴 하였지만 권력 기반으로서의 당 조직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지구당 중심의 상향식 공천과 국민 경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그 지구당 제도를 유지해온 것이다.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지구당을 해체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당 중심의 풀뿌리 정치를 끝내겠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현재 정국에는 정치제도를 개벽(開闢)하려는 일부가 있는가 하면,지금의 제도를 혁파하려는 일부도 있다.양쪽 모두 현재의 정치적 혼란과 국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와 반성을 촉구한다. 이제 정당마저 구조조정을 하고 기구를 축소한다면 정당은 있어도 들어가 살 지구당이 없고,정치에 뜻이 있어도 후원회가 없는 젊은 ‘홈리스(homeless)’ 정치 지망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결국 지명도가 있는 늙고 목쉰 정치인만 남아서 또 당리당략으로 갈 것인가.정당이 계속해서 깨어져 가는 현실에 ‘정당의 호주제’마저도 없이 우리 당과 너의 당으로 갈라지면 유권자는 어느 당을 바라보고 어떻게 믿고 투표할 수 있겠는가.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당법 혹은 선거법이 정한조직이 없는 가상공간의 대중을 향해 우리의 정치는 달려갈 것인가. 최악의 제도개혁 조합은 이렇다.완전 공영제,지구당 폐지,그리고 중·대선거구제가 되는 경우다.현재 논의되는 개혁은 공천만 받으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선거구에 홈리스 후보자가 난무하여 30여명이 넘게 돼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게다가 다수의 후보자를 공천하는 당은 그 권력이 강화될 수 있다.또 한 가지,중·대선거구제에서 정당투표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최악이다.이는 이론적으로 같이 갈 수 없는 제도다. 지금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개혁의 구실을 다 열거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구실의 동기가 어디에 있든 이전보다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예측이 가능한 정치,자동적으로 정치인이 순환되는 제도,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정치자금의 갹출과 사용,그리고 세계화의 복판에 서 있는 우리 정치인이 다른 나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안정성과 기대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5년마다 대선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를보고 외국인은 혁명과 같다고 한다.한편으로 역동적이고 변혁적이라 좋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와 관련이 많은 보수적인 외국의 정객들은 우리 정부의 지도자를 믿을 수 없고,예측하기 어려운 태도 때문에 세계정세의 장래를 논의하는 마당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우리는 또 다시 ‘은자(隱者)의 나라(hermit nation)’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윤 정 석 중앙대 정외과 명예교수
  • [시론] 韓·칠레 FTA비준 빨리 매듭을

    한국과 칠레는 3년여를 끌어온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 2월에 자유무역협정문에 서명하였다.이제 협정문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 남은 절차는 국회의 비준을 거치는 것이다.국가간 협정에 대한 국회비준은 통상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진다고 하나,우리나라의 경우 비준이 이러저런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준 지연은 국제경쟁력 약화는 물론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FTA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칠레 FTA에 대한 국회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농업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농업계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한·칠레 FTA로 인한 농가피해는 10년간 45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서 5800억원(한양대 연구결과)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에 따라 ‘한·칠레 FTA 이행 특별법’을 제정하고 보상대책으로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쳐 7년간 1조원 규모의 투융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로서는 한·칠레 FTA로 인한 보상 대책이 농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에이르지는 못하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생각이다.그러나 농업계는 시장개방으로 포도,복숭아,과일 가공품 등 관세철폐 대상 품목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소비의 대체효과 등 간접적인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정부의 투융자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완전한 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없다.FTA 체결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응에 있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분산되어 있고 소극적으로 반응한다.그러나 손해를 보는 집단의 반응은 적극적이고 집중력 또한 높다.따라서 대내협상의 결과인 국회비준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는 집단의 반응을 누그러뜨려 지나친 정치이슈화를 막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칠레 FTA 협상타결 내용을 보면 농업부문에 미치는 피해가 당초에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농심은 계속되는 시장개방과 자연재해 등으로 멍들고 농촌의 미래는 불안하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세계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은 물론 FTA를 통한 핵심 국가끼리의 짝짓기 등을 통해 빠르게 재편되어 가고 있으며,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한국은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10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하고 있으며,경제의 추진력은 크게 약화되어 가고 있다.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비준을 마냥 미루어둘 수만은 없다.이제 우리 경제와 농촌을 다같이 생각하는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이다.‘선대책 후비준’ 원칙을 지키고 농업계와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농업에 대한 투자가 한·칠레 FTA로 인한 피해액보다 많다고 한들 무엇이 큰 문제인가? 산업의 근본인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도시 과밀화 등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경관 및 환경보전,전통 문화의 계승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 함양을 통해 경제는 물론 사회적,정치적으로도 순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농업계는 한·칠레 FTA로 농촌이 붕괴되고 식량안보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다는 식의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양보와 타협을 위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국제 사회의 냉엄한 현실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경제발전과 농업발전은 따로 갈 수 없는 공동체의 운명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농업계와 비농업계 모두 명심할 때이다.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시론] 투기억제 초심 흔들리지마라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로드맵을 담은 10·29 종합대책에 이어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이 골격을 드러냈다.문민정부 당시 ‘토지를 많이 보유한 사람이 고통을 받도록 하겠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부동산투기의 뿌리를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비장함이 배어 있다. 이번 대책은 과거 단편적인 대책과 달리 공개념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의 단계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투기심리 억제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신규 분양시장에서는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고 기존 시장에서는 다주택 보유자에게 중과세하는 등 가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부동산 투기대책의 교과서적인 처방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항구적인 부동산가격 안정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과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보유과세 강화 방침을 되풀이하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과표 현실화가 구체적으로 법에명시된 데다 누진적인 종합부동산 보유세도 도입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이대로 시행되면 보유과세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부담이 될 것이다.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보유세 강화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보유과세 강화는 단기 투기수요 억제대책 가운데 하나인 양도소득세 강화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통상 양도소득세는 세율을 높이면 보유자가 일단 과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지 않는,이른바 ‘자물쇠 효과’로 인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이에 따라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높일 경우 투기적인 보유가 어려워져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가격 안정에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실행에 옮겨지면 이제는 부동산투기가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발을 붙이기 곤란하게 될 것이다.앞으로는 실수요자의 수급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인 가격 하향 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다.시장을 주도해온 가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실수요만으로 시장의 거래가 형성되면서 부동산가격은 하락국면으로의 대세 전환이 불가피해진다.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일단 가격이 떨어지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주택공급은 착공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던 초기에 해당되는 입주 물량이지만 이미 빈집이 증가하는 등 공급과잉이 가시화되고 있다.반면 주택 실수요는 그동안 전세입자의 상당 부분이 일시에 구매수요로 전환돼 구매수요 공백이 예상되는 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구매력도 약화되고 있어 위축될 것이다.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의 종결에 따른 금리상승 움직임도 집값의 하향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정책당국은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하거나 이해관계 집단의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일관된 원칙을 지키면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들을 차질없이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젊은 층의 근로의욕마저 저하시켜 성장잠재력 훼손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낳고 있다.부동산투기 현상을 중장기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운용 차원에서 인식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는 아파트 투기의 성공 신화가 구전(口傳)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맹목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자기실현적인 기대심리가 워낙 견고하게 고착되어 있다.이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흔들리면 언제든지 다시 과열될 수 있는 상황이다.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겠다는 초심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김 성 식 LG경제 연구원 연구위원
  • 조지훈 유품 高大 박물관에 기증/ 육필원고 372점·초상화 등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었던 지훈 조동탁(1920∼68) 선생의 육필원고와 유품,휘호 등이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된다. 유족인 부인 김위남 여사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인 3남 태열씨가 고인이 20년간 재직한 고려대에 넘기기로 했다. 기증되는 자료는 시·논설·수필 등 육필원고 8건 372점과 고인이 즐겨 쓰던 만년필·안경·장갑 등 유품 10점과 의류 6점,휘호 2점,박각순 화백이 70년에 고인의 사진을 모델로 그린 유일한 초상화 등이다. 고인의 제자인 인권환 고려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시에는 수정과 퇴고를 한 흔적이 다수 남아 있어 고인의 시작과정의 변모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풍의상’‘봉황수’‘승무’ 등 대표작이자 데뷔작의 육필,역사성과 현실의식이 배어 있는 6·25 때의 종군시와 습작시 등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박물관은 오는 5일 오후 4시 ‘조지훈 선생 육필원고 및 유품 기증식’을 열고 자료를 공개한다. 주요 자료는 2005년 준공 예정인 ‘고려대역사관’에 전시하여 선생의 지조와 선비정신을 기리는 교육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고인의 생가가 있는 경북 영양군이 건립을 추진 중인 ‘지훈문학관에도 전시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1920년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정지용의 추천으로 39년 ‘고풍의상’과 ‘승무’를,이듬해에 ‘봉황수’를 발표해 문단에 데뷔한 뒤 ‘청록집’ 등 5권의 시집과 1권의 시론서를 펴내고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고려대 국문과교수로 20년 재직하면서 63년 고대 민족문화연구소를 창설하여 국학연구의 초석을 세웠다. 시론집 ‘지조론’을 낼 정도로 선비정신을 강조하고 실천한 고인은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패를 비판하는 다수의 논설을 냈고 군사정권이 5·16쿠데타 후 민정이양을 하지 않자 군사독재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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