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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매니페스토 정착 위해 할 일/이동철 매니페스토 연구소장

    [시론] 매니페스토 정착 위해 할 일/이동철 매니페스토 연구소장

    5·31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가 한국정치에 도입되어, 국민들에게 선보였다. 이 결과 각 당의 대표가 지난 3월16일 중앙선관위에 모여서 매니페스토협약식을 갖고, 국민에게 정책본위 선거를 선언했다. 이 점에서 매니페스토의 도입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지방선거에 도입된 매니페스토를 어떻게 한국정치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킬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와 언론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매니페스토가 정착하기 위한 방안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매니페스토검증대회의 정기적 개최이다. 매니페스토는 정책의 제시, 실현, 검증과 심판이라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사실 그동안의 한국정치에 있어서 정책의 실현, 검증, 심판의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에 공약은 뒷전이고, 민생과는 무관한 ‘정당이나 정치가를 위한 마음대로 정치’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한국 정치의 병폐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출직의 임기 동안 매년 ‘매니페스토 검증대회’를 개최해, 매니페스토의 이행여부를 검증하고, 시상하는 방법이 있다. 검증 대상은 선출직 중에서 16개 광역시 단체장 뿐만 아니라, 대통령·국회의원·정당을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당과 정치가의 매니페스토 이행여부가 검증대회를 통해서 국민에게 알려지며, 그 결과가 다음 선거에 반영될 것이다. 둘째 언론이 매니페스토를 보도 지침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언론은 선거 때는 각 정당이나 후보자의 매니페스토를 요약하고, 비교 분석해서 유권자에게 널리 알린다. 선거후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당이나 정치가가 매니페스토로 제시한 정책의 진척 상황이나 방침 등을 추적해서 시시각각 보도하고, 평가의 결과나 그 후의 대응 등도 추가로 보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가 끝난 뒤 취재 기자 모두가 선거 전의 매니페스토를 갖고 참석해 “36쪽의 정책 16에서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만,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나 정당대표, 정치가, 단체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식의 취재가 매니페스토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논의에 대한 검증의 장이 된다. 마지막으로 매니페스토 교육으로 올바른 정치가와 유권자를 길러내야 한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정책 개발보다는 인물의 인지도에 의존하는 이미지 정치를 해왔으며, 정당은 특정인물의 사당역할을 해왔다. 선거 때마다 급조되는 정치가나 정당은 준비부족과 무능으로 당선된 뒤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주었다. 또 유권자는 지연, 혈연, 학연, 인물 등에 의한 ‘묻지마’지지를 해왔다. 이것은 모두 바꾸어야 할 한국정치의 후진성이자 병폐이다. 대학교, 대학원, 각 정당의 당원교육이나 정치 아카데미 등에서 매니페스토를 교육해서 장래의 정치가와 유권자를 길러내야 한다. 더 좋은 방안은 초등학교부터 매니페스토를 교육하는 것이다. 이러면 초등학교의 반장선거나 회장 선거부터 매니페스토가 도입되고, 이를 통해서 이들을 미래의 올바른 정치가나 유권자로 길러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매니페스토가 정치에서 패러다임으로 정착하면, 기존의 돈, 조직, 인물에 의존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정책본위의 선거, 공약이 실현되는 새로운 정치로 변할 것이다. 이것이 매니페스토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이동철 매니페스토 연구소장
  • [시론] 우려되는 일당지배의 지방자치/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시론] 우려되는 일당지배의 지방자치/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지난 5월 31일 우리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동시에 뽑았다. 같은 날 지역 대표를 의회와 단체장이라는 이원제(二元制)로 뽑는 것은 단체장에게는 ‘저금통장’을 맡기고 ‘도장’은 의회에 맡겨 견제와 균형을 통해 생산적 지역경영을 도모하려한 것이다. 지방의회와 단체장은 기본적으로 ‘동반자 관계’이지만, 목표 달성 방법에서는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게 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선거결과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나라당 출신의 단체장이 당선된 7개 광역시의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은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 출신은 전체 241석 가운데 223명이나 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일당지배 양상이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단체장과 의회간의 기관 대립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일당지배 하에서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기능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물론 단체장이 속한 정당이 의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때에도 단체장과 의회 간에 갈등은 상존한다. 그러나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정책을 쟁점으로 한 견제와 균형이 아닌 위상과 자질구레한 권한을 둘러싼 인적 대립으로 점철되었다. 지방의회가 ‘메뉴’를 결정하고 단체장이 책임지고 ‘요리’하게 하는 제도 하에서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메뉴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싸고도 맛있는 요리를 하는지 감시하고 개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당 지배체제 하에서의 긴장관계는 요리사가 어떤 조리도구를 선택할까 등의 세세한 일을 둘러싸고 빚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지방의원들의 양식이 높다면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은 의회와 별개의 존재로서 주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고, 지방의원은 당파를 불문하고 단체장에 대하여 비판과 감시를 행하고 수정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이원적대표제의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지방의회의원들에게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 주도록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과 공약으로 선택되기보다는 정당의 색깔로 당선된 의원들은 정당에 줄을 서서 충성하려는 성향을 갖기가 쉽다. 따라서 일당지배체제 하에서 지방정치가 ‘블랙박스’에 빠질 경우 주민들의 직접참여와 언론의 비판기능만이 탈출구이다. 그렇지만 지난 선거는 주민들에게 감시와 비판기능도 기대하기 어렵게 했다. 기초의회의 의원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하고 한 선거구에서 그들 중 2명을 뽑도록 한 제도 하에서 주민들의 선택이란 결국 국회의원이 점지한 후보 중에서 한사람을 고르는 것에 불과했다. 특히 지역의 정책이 아닌 중앙정치를 보는 시각으로 투표에 임한 결과 주민들은 단체장과 의원을 평가하고 감시할 잣대로서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활발한 감시 및 비판기능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보완적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개선이다. 국회의원들만의 잔치가 된 지방선거를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개선을 해야 한다. 첫째 기초단체차원에서만이라도 정당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둘째 기초선거와 광역선거를 2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시행하여 소위 ‘일자투표’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 셋째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한 선거구당 4인을 뽑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개편해야 한다. 넷째 연구하고 봉사하는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선거를 국정선거와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 [시론] 이제 지자체長 정당공천 배제 논의해야/임승빈 경실련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이제 지자체長 정당공천 배제 논의해야/임승빈 경실련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예상했던 대로 공천비리를 가장 많이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제4기 지방선거는 기초의원까지 확대된 정당공천제 실시, 지방의원의 유급제, 중대선거구제도, 기초의회의 비례대표 도입 등 새 선거 제도에서 치러졌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큰 변화가 정당공천제 확대실시인데 그 폐해가 심각하여 지방자치제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는 드러난 것만 해도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여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증까지 불러일으켰다. 보도된 것만을 봐도 공천 비리의 유형은 온갖 종류를 망라한다. 즉 ▲외환치기 수법 ▲잠시 돈을 맡아두었지만 원주인이 찾아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수법 ▲자기하수인 심기 ▲식사 및 향응제공 ▲골프접대 및 금품수수 제공 등이다. 여기에다 ▲전문가 이외에는 액수를 알 수 없는 선물제공 등으로 고액의 선물인지 소액의 선물인지를 분간 못하게 하는 검찰 교란형 수법 ▲명의도용 사기행각 ▲선거담합 ▲후보자들의 막무가내식의 돈 두고 가기 ▲상대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무고형 수법 ▲여론조사 조작 비리 ▲측근이 공천헌금을 수수하는 수법 ▲당후원금과 공천헌금과의 구별의 모호성을 이용하는 수법도 있다. 물론 이들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며 더 큰 문제는 공천비리가 밝혀지지 않고 당선되는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에게 있다. 이들에 의해 비합리적인 예산이 집행될 것이며 그로 인한 지방행정의 책임성은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일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것처럼 선거사범, 공천과정에서의 비리 등으로 고발되거나 임기 중 인사 청탁, 업자와의 결탁 등으로 구속되기도 하여 지방행정의 마비상태까지 이를 것이다. 그러나 그 수치가 다른 지방자치의 선진국과 비교하면 너무 많아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우리 학계 및 시민단체의 대부분은 공천 비리는 지방행정을 마비시킬 가능성과 주민이 없는 정당만이 있는 지방자치의 실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백방으로 반대의견을 내었으나 지난해 유독 국회만이 이러한 여론을 무시하고 공직선거법 47조를 개정하였다. 그 결과 기초의원, 단체장, 광역의원, 국회의원과의 선거 담합이 강화되어 인물중심과 정책선거 중심이 아닌 중앙정당 중심의 5·31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정당공천의 또 다른 폐해는 후보자들의 ‘헛공약’남발을 부추겼다. 특히 공천이 ‘당선’인 지역에서는 선관위 및 학계가 매니페스토 정신을 외친다 한들 유권자들에게는 전혀 비교기준으로 채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당민주주의가 우선이냐, 지역민주주의가 우선이냐에 대하여 이상과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도 없다. 중요한 점은 지방선거를 통한 지역의 대표자 선출은 ‘정당의, 정당에 의한,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주민들은 후보자들의 인물과 정책을 비교하며 과연 우리 지역에 맞는 공약을 합리적으로 내거는 후보가 누군가인가를 판단하게 되며 투표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47조의 재개정을 통하여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라건대 이번의 5·31 지방선거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공천에 의한 선거로는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정당공천제 폐지와 함께 주민소환제 정착,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필요하겠다. 임승빈 경실련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4년마다 하는 선택이지만, 한 번이라도 흡족한 적이 있었던가? 과연 선택 받은 자의 잘못인가, 선택한 자의 문제인가? 그릇된 선택을 하고, 혹은 선택조차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선택 받은 자의 잘못만을 탓할 순 없을 것이다. 마치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마구잡이 ‘찍기’로 답안을 작성을 하고서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하늘과 같은 국민적 소망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패거리 정치, 부정부패와 같은 구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에는 여야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가운데 누가 더 부패하였는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국민들의 눈에는 오십보백보일 것이다.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05년 공공부문 투명성 지수에서 한국은 40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싱가포르와 일본은 물론이고 타이완과 말레이시아에 비해서도 낮게 평가되었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우리 국민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00달러 수준의 국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월드컵 4강과 한류문화의 위세에서 얻었던 우리의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지는 대목이다. 왜 우리는 유독 정치에서는 이토록 좌절하여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개혁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그 개혁을 실천해 나갈 성실한 일꾼을 뽑지 못한 데 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올바른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이번에 선출하는 대표자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무려 5000건에 달하는 인허가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우리가 꼬박꼬박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도 이들이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이번 지방의회부터는 의원 유급제가 전면 실시된다. 우리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세비를 받는 대표자를 허투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에 우리는 얼마나 책임을 다하였는가? 지방선거 투표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1995년 1회 지방의회 동시선거의 투표율이 68.4%였던 것이 1998년에는 52.7%로, 그리고 2002년에는 다시 48.8%로 낮아졌다. 특히 20대의 투표율은 고작 31.2%에 그쳤다. 물론 유권자 입장에서 낮은 투표율에 대한 충분한 변명은 있다. 이제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찍을 만한 후보자가 없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은 투표율의 주된 원인이다. 그렇다고 투표불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이는 후진 정치를 재생산하는 악순환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동안 투표권 행사에는 신중하였는가? 지연, 혈연, 학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투표할 때는 그 같은 구습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는가. 매번 외치는 정책선거와 이번에 새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공여부는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구체적 성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자를 제대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사실 개혁 논의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서야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또다시 4년 후를 기약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표를 뽑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는 참여민주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첫 출발은 올바른 대표자 선출에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 [시론] 약값 절감 방안 넘어야 할 산 많다/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가정의학전문의

    [시론] 약값 절감 방안 넘어야 할 산 많다/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가정의학전문의

    얼마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약값을 절약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였다. 모든 의약품에 보험을 적용하는 방식(네거티브 리스트)에서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선별하여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 리스트)으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건강보험공단(보험자)이 신약의 보험 적용여부와 약값을 협상하는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보험 등재를 위해 경쟁적으로 약값을 인하하려는 유인이 작동하게 된다. 보험자는 그 중 우수한 약만을 선택하면 양질의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 CD)국가중 단연 최고다. 건강보험 총 진료비중 29%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연간 7조 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 1인당 15만원을 약값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약값은 매년 13%가량 급증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약값 증가는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약품의 적정 사용과 약값절감을 위한 여러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의약품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고 적정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수단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약품에 대한 선별과 가격협상 없이 제약회사가 보험 신청하는 약은 모두 보험약으로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보험약값 결정도 대체로 제약회사가 신청한 가격으로 결정되었다. 신약의 경우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 7개국의 조정평균가로 책정한다거나 비슷한 효능 제품과의 가격비교를 통해 결정되었다. 복제약은 신약값의 80%선에서 결정되었다. 셋째 보험약으로 등재되면 재평가를 통해 약값을 조정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넷째 의사가 값싸고 질좋은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유인할 수단이 없다. 현실적으로 의사 처방은 제약회사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거나 약효를 믿을 수 있는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는 지난번 약효 시험 조작 파문에서 드러났듯 일부 제약회사의 부정행위가 복제약 불신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의 의약품 관리방안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먼저 기존의 2만여 품목에 달하는 의약품은 그대로 둔 채 이후 출시되는 신약에 대해서만 새로운 정책을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다. 따라서 기존의 품목 모두에 대해 포지티브 등재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또 신약의 약값이 복제약 값을 결정하는 현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이 한알에 무려 2만 3000원(이는 한달약값 300만원에 해당)에 결정된 이유가 바로 독자적인 약값 평가 기준없이 선진 7개국의 조정평균가를 그대로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수준과 보험재정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약값 결정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정부가 발표한 약값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의 요구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약값을 인하하려는 모든 노력을 반대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을 고가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협상결과에 따라 약값정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의약품 정책은 우수한 의약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는 더욱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며 정책적 편의보다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정책을 펴길 바란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가정의학전문의
  • [시론] 부동산값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 교수

    [시론] 부동산값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 교수

    연속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자 정부당국자들이 연일 부동산 버블 붕괴론을 제기하면서 말로 엄포를 놓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로서 할 일이 아니다. 설령 그런 조짐이 보이더라도 적절한 정책 수단을 이용하여 조용히 연착륙을 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과잉 유동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여 왔다. 저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불어났고, 그 유동성이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업 투자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부동산 쪽으로 몰렸다.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중과세와 재건축 규제를 바탕으로 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폈지만 공급을 위축시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이성태 한은 총재는 향후 금리를 올리는 긴축통화정책의 기조를 천명했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락과 경기 하락 조짐이 보이자 금리를 동결시켰다. 사실 금리 조절이라는 수단만 가지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가 걱정이고 금리를 내리자니 과잉유동성이 걱정인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정도다. 지금은 금리 하나를 조절하여 ‘꿩 먹고 알 먹는 식’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우선 지금은 저금리를 통하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의 원인은 기업의 투자 부진에 있다. 기업의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투자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 반기업정서, 기업활동에 대한 수많은 규제, 반시장적인 대기업 정책 등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리를 동결한다고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다. 투자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동결이 아닌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주어야 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고 싶으면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 반시장적인 대기업정책을 지양해야 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400조원이나 되는 부동자금은 자연히 기업 투자 쪽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고, 한은도 금리조절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리하여 한은이 금리를 서서히 올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면 부동산 가격도 서서히 안정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심하게 올려놓은 부동산세를 원상복귀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주택공급을 늘려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주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보다는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 부동산을 잡으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율 하락으로 대외 수출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의 특정이념이나 고집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경제다. 모든 것을 묶어 놓고 한은의 금리정책에만 의존하는 경제정책으로는 현재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 교수
  • [시론] 찬바람 닥치는 세계 주택시장/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시론] 찬바람 닥치는 세계 주택시장/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당국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거듭되어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버블붕괴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어 이런 현상이 얼마나 더 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몇 년간 세계 주요국들도 과도한 저금리 및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달아올랐다. 미국의 경우 주택부문이 경제 성장의 약 40%를 기여하는 등 주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 호주 등은 주택시장의 냉각이 이미 진행 중이며 미국, 중국 등도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어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호황을 받쳐왔던 세계의 주택경기가 과연 식을 것인가. 식는다면 천천히, 아니면 급속히 냉각되면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이어질 것인가. 먼저 미국의 경우 작년 9월부터 금년 1월까지 기존주택 판매건수가 전월 대비 계속 감소했고 주택가격도 작년 4·4분기부터 전월에 비해 미약하나마 계속 떨어지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주택시장의 조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조정세가 연착륙이냐, 혹은 버블붕괴로 귀결되느냐는 미국 금리의 움직임에 달려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6월 이후 16번째로 최근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거듭된 정책 금리인상에도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주택소유자 대부분이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이 모기지 금리를 결정짓는 장기시장금리가 정책금리 인상에도 별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얼마 전부터는 드디어 장기시장금리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정책금리 인상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그 폭이 크지 않고 미연준의 금리인상 행진도 거의 끝나가는 만큼 현재로서는 주택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쌍둥이 적자가 심화되어 미국국채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선호가 없어진다면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은 버블붕괴의 양상으로 치달아 미국경제도 1990년대 초 일본처럼 깊은 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유럽 주택시장은 아직 열기가 남아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는 유럽국가의 주택가격은 남부 유럽의 별장 붐 등에 힘입어 올해 들어와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경기호전 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호황은 금리가 오를 때 조정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예 집값 버블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2월 자산가격 거품의 추가발생을 막겠다고 언급한 후 3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고 하반기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만큼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완만한 금리상승 기조에 따른 주택시장의 연착륙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국지적 버블붕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일부 지역에서 매물회수를 야기하여 집값이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적어도 당분간 집값 버블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미국 주택시장의 조정이 본격화되어 미국경기가 하강하면 우리 수출에 대한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 미국경기 하강으로 달러약세, 원화강세까지 가세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세계 주택시장의 조정은 우리 주택시장의 조정을 직접 유발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간접적인 악영향은 예상된다. 정책 당국과 기업들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 [시론] 日 독도 영유권 주장은 거짓/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독도학회 회장

    [시론] 日 독도 영유권 주장은 거짓/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독도학회 회장

    일본 정부가 지난 12일 내각회의에서 1954년 이후 한국의 독도영유는 ‘불법점거’라며,“일본은 늦어도 17세기 중반 독도 영유권을 확립했고,1905년 내각회의가 이 독도영유권을 재확인 의결했다.”는 답변서를 공식 결정했다.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새빨간 거짓이다.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는 두 어부가 조선 울릉도와 독도에 월경하여 고기잡이 다녀오겠다고 청원을 내자,1618년 ‘죽도(울릉도)도해면허’와 1656년 ‘송도(독도)도해면허’를 내 준 일이 있다. 이때 도해면허는 외국에 월경하여 나갈 때만 내어주는 오늘날의 여권과 유사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도해면허는 도리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영토이고 일본영토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측 항의를 받은 도쿠가와 막부는 1696년 1월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재확인하고 ‘죽도(울릉도)도해면허’와 ‘송도(독도)도해면허’를 취소했으며, 울릉도·독도로 일본어부들의 출어를 엄금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사실은 ‘은주시청합기(隱州視聽合記)’, 일본 내무성 ‘공문록(公文錄)’,‘조선통교대기(朝鮮通交大紀)’ 등 일본고문헌에 잘 기술되어 있다. 17세기 중엽 일본의 독도영유 확립은 커녕 도리어 독도는 조선고유영토였고, 일본 도쿠가와 정부도 이를 조선영토로 재확인하여 조선정부에 보내 온 1696∼1699년의 공식 일본외교문서가 보관되어 있다.1905년에 일본정부 내각회의가 일본의 독도영유를 재확인했다는 일본정부의 의결도 거짓이다. 일본정부는 1905년 1월28일 한국정부와 국민 몰래 독도를 처음으로 영토편입을 결정할 때 독도가 ‘주인없는 땅(무주지)’이고, 나카이라는 일본어업가가 1903년 독도 연해에서 고기잡이한 일이 ‘무주지선점(無主地先占)’이 된다고 근거로 내세웠다. 이때에 일본 내무성은 그 섬이 조선 우산도(于山島)여서 한국영토라는 의견을 냈고, 나카이도 이 섬이 한국영토이므로 한국정부에 고기잡이 청원서를 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해군성·외무성이 앞장서서 ‘무주지’라고 억지를 부리며 영토야욕으로 독도를 침탈키로 하였다. 주목할 것은 1905년 일본 내각회의가 독도는 ‘무주지’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일본에 영토 편입한다는 결정은 현 일본정부의 17세기 중엽 일본 영유권 확립주장을 부정한다는 사실이다.17세기 중엽에 일본 독도영유권이 확립되어 있었다면 1905년에 새삼스럽게 일본 정부가 독도를 무주지라고 하면서 ‘처음으로 영토편입’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일본정부가 1905년 내각회의에서 일본의 독도영유권을 재확인했다는 주장은 따라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은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잘 알면서도 영토탐욕으로 독도 ‘영토편입’결정을 하고 한국정부와 국민 몰래 독도를 침탈한 것이다. 그리고 1910년에는 아예 한반도 전체를 강점 침탈하였다. 국제법상의 기관인 연합국최고사령부는 청·일전쟁의 해인 1894년 1월1일을 기준일로 일본제국주의가 그 이후 침탈·편입한 모든 영토는 원주인에게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연합국은 1946년 1월29일 연합국최고사령부 지령 제677호로 독도를 탐욕에 의해 일본제국주의가 침탈한 토지로 규정해서 일본영토에서 제외하여 한국에 반환하였다. 이제 일본의 극우파 신팽창주의 정권이 구 일본제국주의를 계승하여 궤변을 토하며 또 독도를 침탈하려고 도발해 온다. 한국 국민과 정부는 일본의 신팽창주의적 도전에 당당히 적극 대응하여 주권과 영토를 굳게 지켜야 한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독도학회 회장
  • [시론] 투명해져야 할 미술품 시장/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시론] 투명해져야 할 미술품 시장/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요즘 들어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분에 겨울 정도로 넘친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활황이라는 느낌은 선뜻 오지 않는다. 미술시장을 관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아직 이들이 컬렉터로서 애호가로서 나서길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산층들이 다시 숨을 돌리면서 30,40대들이 약간의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미술시장에도 온기가 돌아오고 있다. 물론 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이미 뮤지컬 등 공연예술분야에서 3∼4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고조의 배경은 199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술품 경매에서 비롯되었다. 경매제도가 시행되면서 그간 미술품가격을 결정해온 호당가격제와 작가가 가격을 결정해온 구조를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작품가격은 미술품의 절대 가치(작품성), 소장희망자의 선호도, 사회적 역학 관계, 보존상태 크기 제작 연대, 재료 방법, 진위 등으로 결정되기 시작했다. 또 장롱 속에 숨어있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한국미술사의 층을 두껍게 했다. 그간 도록이나 구전으로만 전하던 중요작품들이 다시 세상에 나올 기회를 만든 것이다. 미술품 소장에 대한 관심이 는 것도 요즘의 특징이다. 그간 일부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미술품 수장을 이제는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작품을 선택 수장함으로써 실제적인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했다. 물론 이외에도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의 성과가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몇 가지 예측 가능했지만 접어두었던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우선 경매에서 위탁 작품의 불분명한 출처이다. 물론 아직은 일천한 경험으로 인해 실수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감정의 명확성이다. 작품의 출처와 진위는 경매시장을 이끄는 전부다. 따라서 감정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경매회사는 전문 감정부서를 두어 경매회사가 책임지고 감정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정과정에서 사소한 이견이라도 있을 경우 분명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는 경매에 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전문 인력의 확보 문제. 사실 그간 경매사는 이익이 되는 작품 수탁에만 관심을 두어, 작품의 감정이나 중요도, 특성, 상태, 전시 및 소장이력, 과거와 현재의 법적 상태 등을 따지는 전문가를 확보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경매업무를 외부인력에 의존함으로써 이익창출에만 급급했다. 넷째로 경매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매회사가 수장한 작품이나 작품을 구입해서 경매에 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경매회사가 자신의 수탁 작품을 낙찰시키기 위해서 무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메이저급 경매회사에 한국을 대표하는 화랑들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사작품의 처분이라는 의혹을 낳을 소지가 있다. 이밖에도 생존 작가들의 최근작 경매 등도 상도의 차원에서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이다. 확대된 미술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 건강성 제고를 위해 ‘미술시장 육성 법안(가칭)’을 제정해 화상과 경매회사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도의를 설정함으로써 미술시장의 고객을 보호하고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 육성책을 마련해서 ‘문화의 세기’를 완성시켜 나갈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시론] 심상치 않은 일본의 공세외교/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심상치 않은 일본의 공세외교/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미일 양국은 최근 주일 미군 재편안과 관련해 최종 합의하면서 양국군의 통합임무 수행능력 제고를 목표로 한 최종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대미(對美) 동맹 강화 및 확대를 위한 일련의 헌신적인 노력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경시하는 듯한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러한 일본외교의 이중적인 접근 및 대응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의 일본외교는 21세기 신국제질서,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질서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이 평가하는 중요한 변화 요소는 중국의 부상 및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문제에 대한 영향력 증대, 한반도에서의 정세변화, 일본의 상대적인 국제위상 위축 등이다. 이러한 21세기 초두의 지역질서 변화에 대해 일본정부는 우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격상시키면서 안보적인 억지력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영토문제, 해양권익 확보문제 등에 있어 공세적으로 자주적·독자적인 외교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세외교의 강화 및 정착에 유리한 환경과 그 영향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일본 내의 평가가 특별하다. 일본 내각부가 편찬한 책자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력은 2016년쯤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외교의 폭과 질을 높이고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또한 해양권익 수호를 위한 강렬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둘째로 중국의 대두는 세계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활용하면서도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경계하는 이중적인 정책인 이른바 ‘컨게이지먼트 정책(congagement policy:봉쇄 및 개입 정책)’을 대중 정책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의 근간은 미·일동맹의 강화·확대이며 이는 또한 일본 자위대의 전력 및 기능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셋째, 일본의 공세적인 외교 및 안보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국내적 환경이 정비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다수 의석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도 외교안보문제와 관련해 현실주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반여론도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에 대해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공세적 외교 전개는 항시 한반도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역사는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다. 일본의 공세외교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며 지역국가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관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사실 지금이야말로 지역정세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일본의 헌신적인 대 주변국 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최근의 지지부진한 한·일관계의 상황만 보더라도 일본측에 많은 잘못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호한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에 일본은 매번 찬물을 끼얹었다. 독도문제, 교과서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 지도층 인사들의 망언문제 등 일본이 제기 또는 야기한 일들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던 양국관계는 일순 냉랭해져버리곤 하였다. 일본이 진정 한·일관계의 질적 발전에 관심이 있고 한국의 중국 접근을 우려한다면 한국민 또는 한국정부를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선의에 기초하는 주변국 배려의 태도는 나아가 다양한 동아시아 지역현안 해결의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친미입아(親美入亞)적인 일본외교의 전개를 기대해본다. 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 [시론] 황사대책,정보의 국제공유부터/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시론] 황사대책,정보의 국제공유부터/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최근 들어 황사 발생은 발생 빈도수와 피해의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는 얼마 전 한반도를 덮쳤던 황사를 ‘황사 테러’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생각해보면 심한 황사로 인해 학교가 휴교하고, 항공기 결항이 발생하고,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호흡기 질환이 심각하고, 무엇보다도 언제 황사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정말로 테러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황사와 관련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황사는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발원하고, 중국과 몽골은 황사문제에 스스로 대처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아울러 우리가 황사문제에 대한 책임추궁을 중국과 몽골에 대해 아무리 한들 이들은 책임질 능력도 역시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도 자연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의 결과 발생한 황사 테러의 심각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황사는 우리와 중국, 몽골을 포함한 모든 동북아시아 국가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공공의 적이다. 그러면 공공의 적 황사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먼저 국가별로 상이한 황사에 관한 정보 체계를 표준화하고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해야 한다. 놀랍게도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황사와 관련된 정보들은 국가 간에 잘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는 부처간에도 정보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각각 생성된 정보의 질도 상이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 몽골, 북한의 상당 지역에서는 황사 정보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여 구할 뿐 과학적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황사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예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둘째 황사 발원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황사의 발원지에서는 지금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광활한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 산림조성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공공의 적 황사에 대응하기 위해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황사 속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오염물질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황사와 함께 날아오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황사와 함께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다. 황사가 특별히 중금속을 더 잘 옮기는 것도 아니다. 물론 황사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따라서 중금속 등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는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황사에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팀을 잘 구성해야 한다. 국가들 간의 협력체제 형성에 능숙하고 중국과 몽골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이 가능한 외교부, 황사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 수집·분석에 탁월한 기상청, 오염 문제 일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환경부, 나무심기의 일인자 산림청,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제고에 탁월한 시민단체가 서로의 역할분담을 잘할 수 있고 중국과 몽골 그리고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을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황사 테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이다. 정서용 명지대 법대 국제법 교수
  • [시론] 문화양극화 해소,공기관 무료 입장부터/도정일 문화헌장제정위원장·경희대 명예교수

    [시론] 문화양극화 해소,공기관 무료 입장부터/도정일 문화헌장제정위원장·경희대 명예교수

    소득의 양극화가 사람들의 문화적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문화구매력과 문화소비를 위축시키고 문화적 삶을 궁핍화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소득수준과 문화 향유가 모든 경우에 직접적 연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화 양극화 해소를 모색할 때에는 우선 소득 양극화로 인해 문화적 타격을 받는 계층, 지역, 집단의 소재 지점을 가능한 한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와 유관 기관들이 문화의 ‘나눔’을 강조하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화 양극화 해소의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은 여전히 ‘기계적’이다. 한 예로 문화예술위원회의 금년도 문화나눔사업은 ‘대도시 지역은 빼고’ 벽지 산간 등 문화소외지역에 우선적으로 문화를 들고 간다는 방침이다. 이건 틀린 접근이다. 양극화의 문화적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산간벽지, 농어촌, 소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득 양극화 때문에 문화적 삶의 위축을 가장 날카롭게 경험하는 쪽은 오히려 중·대도시의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의 ‘계층집단’이다.‘지역’ 위주의 접근법은 맞지 않다. 표적은 지역별, 계층별, 집단별로 가능한 한 정밀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최근의 문화 양극화 해소방안에서 또 하나 문제점은 공공자원에 의한 지원의 초점을 ‘생산’(창작)에서 ‘향수’(소비)로 옮겨가겠다는 접근법이다. 이것도 맞지 않다. 향수 쪽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 쪽의 지원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생산이 위축되면 향수할 거리도 위축된다. 게다가, 문화의 시장주의와 상업주의가 심화되면서 창조적 예술인과 단체들의 입지는 말할 수 없이 위축되고 있다. 이래서는 문화 생산물의 다양성을 살릴 수가 없다. 창조적 생산을 시장기제에만 맡기지 않는 것이 공공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문화 향수 기회의 사회적 평등화는 양극화 때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화 향수 기회의 확대는 공공 문화정책의 항시적 목표여야 한다. 평소에 잘 되어 있다면 양극화 시대라 해서 난리를 피우지 않아도 된다. 확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공공성 높이기다. 문화 인프라, 기회, 프로그램의 공적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립 박물관, 미술관, 극장 등 ‘국립’자를 단 (‘시립’도 포함해서) 공공의 전시·공연 시설은 아예 관람료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어야 한다. 당장 어려우면 한 달의 제3주말, 혹은 주중 무료입장 방식도 가능하다. 국립이나 시립 공연예술단체들의 공연물에 대해서는 ‘무료관람’을 원칙화하는 방안도 있다. 민간단체에 의한 공연·전시의 경우에도 학생, 저소득층, 소외 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관람권 할당제를 실시하고 비용은 공공자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저소득층 자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과 시디 구입비 지원이나 ‘북 쿠폰’제의 실시도 가능하다. 지역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풍요화하는 일도 문화 양극화 해소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건물만 있고 프로그램 콘텐츠는 극히 빈약한 것이 도서관, 문화원 등 우리나라 공공 문화시설의 일반적 특징이다. 도서관에는 사서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문화원 같은 곳은 행정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각 지역에 대민 문화 서비스를 담당할 유능한 프로그램 생산 인력을 기르고 배치해야 한다. 문화교육과 예술교육에는 이 ‘프로그램 생산자 양성 교육’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향수할 콘텐츠와 기회가 늘어날 것 아닌가. 도정일 문화헌장제정위원장·경희대 명예교수
  • [시론] 서울시 청사 증축 문제있다/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서울시 청사 증축 문제있다/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서울시가 신청사 설계안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이참에 헐린 시청 별관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기존 본관은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 서울시향의 전용심포니홀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민선3기 시장의 임기가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다. 차기 시장 후보들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현 서울시장이 시청 청사 건축과 같은 불가역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치도의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비민주적인 일이다. 이명박 시장이 최대의 치적으로 자부하고 있는 청계천복원 사업도 전임 고건 시장이 1000억원에 이르는 청계고가도로 보수공사와 청계천 복원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후임시장에게 위임하고 최소한의 고가도로 보수만 함으로써 가능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청사 신축을 단순히 시청 건물을 짓는 사업으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시 청사는 모든 시민이 쉽게 접근하고 즐겨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전당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문화와 예술, 관련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청의 위치와 규모는 서울시 행정조직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구조조정,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 통일 수도로서 서울의 위상 등에 대한 논의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점이다. 때문에 서울시 청사의 건립에 대한 결정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논의해 결정하여야 한다. 조순 시장 시절 서울시청 입지는 신청사 부지선정을 위한 100인의 시민위원회를 통해 결정하였고 이 위원회에는 택시운전사를 포함한 일반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 시청사 증축 결정과정에서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서울시 신청사의 입지는 장래 서울의 공간구조와 장기발전 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시청의 입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도심과 용산이라는 두 거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여야 한다. 우선, 광화문에서 시청을 거쳐 남대문에 이르는 국가상징가로축을 초고층빌딩과 공공기관이 도열한 국제업무가로로 조성할 것인가, 세종로 양측의 중앙행정부처 이전부지를 활용하여 시민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육성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2004년에 마련된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에서는 과도한 고층고밀을 지양하고 사대문안의 역사문화를 복원하는 것을 주된 기조로 설정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용산은 전임 조순 시장과 고건 시장때 시청입지로 결정되어 있었다. 시청 이전을 전제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용산공원화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녹사평역을 시청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축했다. 그 당시는 미군부대의 이전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계획대로 추진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이제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용산의 활용방안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와 발전계획 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시청의 입지가 현위치인가, 용산인가에 있지 않다. 전 시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 서울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구상은 시간에 쫓겨 성급히 결정될 일이 아니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은 다음 시장이 총의와 지혜를 모아 결정하고 추진해도 늦지 않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이 글은 16회의 생각을 좀 더 연장시켜서 우리가 쓰는 말과 연관시켜 보려고 한다. 인간의 의식은 자의식과 같은 개념이다. 자의식은 사회생활에서 남들과 자기를 분별하는 심리와 같다. 사회생활에서 모든 이는 다 자기 우선의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인간의 이기심이다. 이 이기심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살려는 맹목적 생존의지의 본능과 통한다. 동물의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의 유지로 끝나지만,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에서 사회학적 생존욕으로 이행하면서 지능이 본능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기심은 사회적 이기심이고, 이것은 생물학적 본능의 생존의지가 사회생활에서 언어활동을 하는 주체로서의 자의식으로 변용된 것이다. 맹목적으로 살려는 생물학적 본능이 인간에게 사회학적 지능으로 자리바꿈하였다는 것은 사회적인 지배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소유욕과 같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이것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라고 읽었다. 사회생활은 곧 언어생활이다. 이 언어생활은 사회생활에서 각자가 자기의 지배욕을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소유욕의 표현이다. 인간의 생존욕은 사회적 지배욕과 같은 의미다. 인간은 인정받기 위하여 지식을 쌓고 출세도 하고 부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인간의 지배욕은 언어생활에 인간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유아기부터 시작된다.(16회 글) 인간은 타인들로부터 말을 배운다. 자기의 지배욕은 타인들로부터 익힌 지배욕의 반영이다. 이것을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자 라캉(16회 글)은 ‘거울의 단계’라고 불렀다. 라캉에 의하면 생후 6∼18개월의 아기는 아직도 스스로 자의식도 없고 자존심도 형성되기 이전이다. 아기가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기영상이 타자의 영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다가 그 영상이 곧 자기 자신의 반영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말은 인간이 사회생활의 와중에서 원초적으로 타자로부터 자기의 욕망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캉이 말한 ‘거울의 단계’는 사회적 타자의 말이 자기의 말이 되는 무의식의 형성단계를 상징한 것이겠다. 그와 함께 타자의 말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자기의 소유욕으로 탈바꿈한다. 나의 욕망은 사실상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온 사회적 욕망의 언어적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나를 둘러싼 타자들로부터 말을 배웠고, 그 타자들의 소유욕에 무의식적으로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타인들을 닮아 있으면서 그 타인들을 같은 소유의 경쟁자로 간주한다. 고대 그리스의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아들 오이디푸스가 그의 생부와 싸워 죽인 살부의 행위는 인간의 사회적 무의식의 이중성을 반영한 것이겠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 너무 닮았고, 동시에 그의 적수다. 인간은 남과 닮지 않기 위해 자기 것을 소유하려 한다. 그래서 패션도 유니크한 것을 찾는다. 그러나 결국 모든 패션은 다 유행으로 같아진다. 인간은 자기 것을 찾으면서 결국 다 타자의 것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행의 장난이다. 나의 소유욕은 타자가 준 것이라면, 왜 ‘나’라는 자존심에 인간은 그렇게 목숨을 거는가? 그것은 의식이 나와 남을 확실하게 나누기 때문이다. 의식이 말을 하면서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고, 내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사회생활의 대결에서 자란 나의 자존심이 굴종과 상처를 입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의 의식은 무의식적으로 생긴 사회적 지배욕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 남으로부터 부러움과 선망을 얻기 위함이다. 나만이 이기적이 아니다. 모두가 다 이기적이다. 그러므로 이기심은 사회학적 공동의 욕망이고, 이 욕망은 내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있어 온 공통 무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이기심은 모두가 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고, 자의식은 각자의 언어활동에서 생긴 ‘나’라는 대명사의 자존심을 남들에게 으스대고 싶은 이기심의 산물이다. 자의식은 사실상 일반적인 무의식적 이기심의 반영에 불과하므로 ‘내가 생각한다.’는 의식의 말은 사실상 ‘사회적 무의식이 다 생각한다.’는 것을 자기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무의식의 소유욕이 한 언어권에서 일반적으로 강렬한 것일수록 개인으로서의 나도 그것을 소유하려고 강렬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소유욕은 객관적 대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욕망을 나도 욕망하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한 시대에 사람들이 자기만의 것을 찾지만, 결국 다 유행의 무의식적 속성에 함께 섞이고 마는 것과 유사하다. 자의식은 소유적 무의식의 한 표피적 현상에 불과하다. 소유적 공통 무의식의 말을 라캉은 ‘그것이 말한다.’(It speaks)로 표현한다. 의식의 말인 ‘나는 말한다.’(I speak)는 기실 무의식의 말인 ‘그것이 말한다.’(It speaks)의 한 표피적 껍데기에 불과한 셈이다.‘그것’은 자아 이전에 이미 사회언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공동의 업장과 유사하다 하겠다. 20세기 러시아인으로 미국에 귀화한 언어학자 야콥슨은 그의 저서인 ‘일반언어학시론-I’에서 인간이 말을 배움에서 가장 늦게 배우는 것이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고, 또 언어상실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증발되는 것이 역시 늦게 익히는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저 품사들의 내용이 무의식에 깊이 소유되지 않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내가 나의 개성미를 추구하는 패션을 의식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대의 유행인 ‘그것’의 구조 아래서 내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것이 불교의 업감연기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16회 글) 그런데 또 다른 무의식의 말이 있다. 이것이 본성의 말이다.(1·16회의 글) 이 본성의 말을 하이데거는 ‘그것’(It)의 말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그것’의 말은 라캉이 말한 ‘그것’의 말과 다르다. 왜냐하면 전자는 존재의 말이지만, 후자는 소유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 자의식의 말을 중시하지 않는 데서 서로 비슷하기도 하다.17세기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말한 ‘내가 생각한다.’(cogito)의 철학은 의식의 주체로서 내가 진리를 소유해야 확실하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진리의 소유주로서 내가 명증하게 말한다. 이것이 합리적 진리의식이고, 소유의식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에 의하면 저런 자의식의 철학은 자의식 중심주의가 되어서 절대로 우주와 세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소책자인 ‘휴머니즘에 대한 편지’에서 ‘존재는 그것 자체’(Being is It itself.)라고 표명했다. 이것은 수수께끼 같은 말장난이 아니다. 하이데거는 해체철학의 선구자로서 모든 종류의 중심주의를 싫어한다. 재래의 서양철학은 고중세의 신중심주의에서 근현대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의 중심을 옮긴 것이다. 생각의 중심이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의 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중심주의는 신이나 인간이 모든 우주의 진리를 소유하는 주체라는 생각에서 전혀 변동이 없다. 말하자면 인격적 중심주의는 소유론의 진리를 반영하는 셈이다. 해체철학은 소유론을 해체시키고 세상을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놓아두는 사상을 말한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에 따라 세상을 편안하게 놓아두는 사상이 ‘나중심’과 ‘우리중심’이 될 수 없다. 그 사상은 중심을 모르는 ‘그것’의 사유라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은 삼라만상에 다 적용된다. 신과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에 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소유하거나 장악할 수 있는 개별적 존재자들(beings)이 아니고, 자연성으로서의 절대무(絶對無)인 원기(元氣=potency)의 욕망과 같다고 하이데거는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에서 설파했다. 그 절대무의 욕망은 타자를 소유하지 않고, 타자가 존재하도록 힘을 증여하는 원력과 같다. 절대무는 인격적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무는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무진장한 기(氣)의 저장고를 뜻한다. 존재는 ‘그것’이 자신의 기를 증여하는 것(It gives)이라고 하이데거가 봤다. 이런 절대무의 사상이 14세기 가톨릭 교회의 수사였던 독일의 에카르트에게 나타났다.“신은 무엇이며 누구인가? 나는 대답한다. 신은 그것(Isness)이다.”“신은 무(nothingness)다. 신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이런 것이나 저런 것이 아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a beingless being)다.” 재래의 전통신학에서 말하는 신중심사상이 인간중심의 소유적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에카르트는 그런 소유론적 신학사상을 해체시키려는 존재론적 신학사상을 선구적으로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절대자인 신이 소유한 진리의지는 반드시 다른 절대자가 생각한 진리의지와 충돌을 일으킨다. 각 절대자의 진리의지는 인간들이 생각한 자의식의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각각 절대자를 숭배하는 다른 종교들 간의 전쟁이 성전의 이름으로 예나 이제나 역사를 장식한다. 절대자의 신격화를 해체시키는 길은 신을 ‘그것’,‘무’,‘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사유하는 절대무의 신학이겠다. 이것을 에카르트는 신성이라고 읽었다. 인간이 무의 본성을 닮으려는 한에서, 인간은 무의식의 본성인 무의 ‘그것’에서 그리스도를 본다. 바깥에서 전지전능한 절대자로서의 신을 보지 말고, 마음의 본성 안에서 그리스도가 자라게 하는 것이 미래 신학의 길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시론] 독도 장기전 대비 치밀한 연구 필요/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독도 장기전 대비 치밀한 연구 필요/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한일간 동해바다 싸움의 파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애당초 이번 해양 분쟁의 발단은 해저지명 선점 경쟁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이 일본식으로 되어있는 지명을 한국식으로 바꾸어 국제수로기구(IHO)에 등록을 시도하려는데 일본 측이 해저측량으로 맞섬으로써 한국을 자극했다. 이에 한국은 일본 측 도발에 대해서도 정선, 나포 등 초강경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자칫하면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질 뻔했던 일촉즉발의 사태는 다행스럽게도 결국 외무차관 회담을 통해 양측이 한발씩 물러남으로써 일단 수습되었다. 일본이 해양측량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한국도 지명등록을 연기하였고 배타적경제수역(EEZ)협상을 재개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일단 최악의 사태는 회피했지만 한·일간 바다싸움은 거칠고도 지루한 장기전에 들어갈 것이다. 당장 5월부터 EEZ 획정을 위한 협상이 개시되겠지만 단기간에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EEZ 획선 교섭의 최대 난점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의 땅이고 독도를 지키는 것은 주권 수호 차원의 문제로서 이에 대해서는 한치의 빈틈도 줄 수 없다는 것쯤은 우리에게 절대명제로 인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한·일관계 특별담화에서 밝혔듯이 독도문제는 단순히 돌섬의 소유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민족의 해방과 독립의 역사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냐에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일본의 독도 정책을 치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정부의 기본 입장은 독도가 자기들의 고유의 땅이라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1950년대부터 독도가 한국에 의해 불법점유되어 있지만 언젠가 수복해야 할 일본의 영토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최근 독도 침탈행위로 비추어지는 일련의 일본측 행동들은 사실상 이러한 기본 입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일본의 이러한 기본입장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빼앗기 위한 총공세에 돌입한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일본의 일관된 독도정책은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독도의 지위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효과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흔들어 놓으려는 것으로 이해되며 이번 사태도 그 예외는 아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해저지명 선점을 둘러싼 갈등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EEZ 획선을 둘러싼 기(氣) 싸움의 측면이 있고 그 핵심에는 독도 영유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향후 재개될 EEZ 협상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대통령이 조용한 외교기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상 독도문제의 쟁점화 수준도 전에 없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대일교섭의 전략 마련과 그것을 뒷받침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문적인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을 더욱 확고하게 뒷받침할 역사적 근거를 공고히 하고 국제법적 논리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필수적인 일이다. 지금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북아 역사재단이 조속히 출범하여 독도 및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및 조사를 집대성함으로써 종합적이고도 전략적인 차원의 대일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단호한 독도 수호 의지는 국제사회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확한 근거에 입각하여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시론] ‘바보행진’만드는 후보 여론조사/이남영 숙명여대 정외과 교수·본사 명예논설위원

    [시론] ‘바보행진’만드는 후보 여론조사/이남영 숙명여대 정외과 교수·본사 명예논설위원

    선거과정에서 정당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가장 부합되는 후보자를 공천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 다음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정당이 조직을 이용하여 득표활동을 벌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과정을 살펴보면 선후가 바뀌어 있는 것 같다. 소위 인기인을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에 상관없이 무조건 영입하고 있다. 검증 없이 인기인을 무조건 영입하여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 없이 인기인을 영입하여 세몰이를 해나가고 있다. 정당들은 영입된 인기인들의 이념이나 철학, 그리고 구체적 정책대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그들의 인기에 편승하여 유권자들의 표를 몰아가려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영입된 예비후보들은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기존 정당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자신을 영입한 정당과의 차별화가 결과적으로 그들의 인기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기획득을 위해서는 예비후보 자신이 선택한 정당을 스스로 부정해도 무방하다는 허구적 논리에 기존 정치권은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잘못된 정치행태는 정당정치를 무력화시키고 더 나아가 선거과정에서 이념과 정책대결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한국정치를 후진정치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선거를 위해 진행 중인 매니페스토운동이 성공할지 미지수이다. 왜한국에서는 선거가 후보자 개인의 인기투표로 전락하고 마는가? 일차적으로 정당과 후보자의 책임이 제일 크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정책보다는 몇명의 예비후보자 군(群)중에서 누구를 찍겠느냐고 물어 그 응답결과를 여과 없이 보도함에 의해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는 경마식 보도관행이 후보자들에게 이벤트식 선거운동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지한 이념과 정책대결보다는 외피적인 이미지대결로 선거과정이 왜곡되고 만다. 사실 그러한 이미지 중시경향은 정치권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가창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가수의 세계가 외모와 춤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TV탤런트나 배우가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인기를 추구한다. 교수나 학자가 연구실이나 실험실을 지키지 않고 인기를 위한 현시적인 사회활동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우리 사회가 내용(contents)보다는 화려한 겉모습(image)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예컨대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서울시장의 역할을 누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가에 의해 엄밀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서울시장을 하려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들이 어떤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는 뒷전에 밀려나 있다. 내용 없이 화려한 이미지 경쟁만을 추구하는 선거놀음판은 한탕주의적 자리다툼에 불과하다. 그들이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가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늘도 흥미위주의 인기투표 놀이가 각종 언론사에 의해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 선거가 바보들의 행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한달여의 기간만이라도 정당, 후보자, 언론, 그리고 유권자들은 허황된 이미지의 신기루를 더 이상 좇지 말고, 이념과 정책에 기초한 의미 있는 경쟁과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선거의 수준이 민주주의의 수준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된다. 이남영 숙명여대 정외과 교수·본사 명예논설위원
  • [시론] 새마을운동 중국서 성공할까/이기택 연세대 국제정치학 명예교수

    [시론] 새마을운동 중국서 성공할까/이기택 연세대 국제정치학 명예교수

    새삼스럽게 한국의 ‘새마을 운동’(Saemaul Movement)이 국제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은 올 초에 확정한 11차 5개년 경제계획에서 ‘사회주의 신농촌’을 결정했고 인도는 국가농촌고용보장정책이라는 거창한 정책을 발표했다. 동시에 아프리카를 포함하는 과거의 제3세계 나라들이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국제화전에 먼저 한국의 새마을 운동의 배경 상황을 알 필요가 있다.1968년 ‘울진·삼척 공비사건’으로 북한 게릴라 120여명이 이 지역에 해상 침투해 1개월 이상 잠복하고 준동했으나 농촌 마을들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는 당시 까맣게 이를 모르고 있었다. 한국 농촌은 당시 월남이 ‘베트콩화’의 길을 걷는 것과 비슷했다. 새마을운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략적인 이론이 필요하다. 그 하나가 월남의 평정화계획(Pacification Plan)을 위한 ‘전략촌’개념이다. 마을이 베트콩의 침투로 암세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하나하나를 살려 일정한 지역을 평정화한다는 전시책략이었다. 또 하나 참고할 항목은 마오쩌둥의 ‘농촌으로부터 도시를 포위’한다는 농촌과 도시에 대한 전략사상이다. 이런 군사·사회전략은 마오쩌둥의 특기이고 아시아의 중심대륙의 통일을 성공시킨 동시에 장제스를 몰락시킨 전략이었다. 또 하나 새마을운동과 유사한 구상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전략촌 개념이다. 키부츠는 대전 직후 영국군이 돌연 철수하면서 물밀듯이 공격해오는 주변세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밭을 갈다가 총들고 싸우는”개념이었다. 한국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1960년대말 도시중심의 근대화를 시작할 때 베트콩화에 저항하면서 농촌을 생존시키는 전략이었다. 새마을 운동에서 소득을 강조한 이유는 농민들이 ‘자기 것’을 갖게 되면 공산주의에 저항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즉 ‘생존’(안전보장)과 ‘소득’(사유재산제)을 기반으로 새마을운동이 구상된 것이었다. 중국은 1970년대 말로부터 이미 남한의 근대화를 면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박정희가 주도한 근대화의 비결을 파악하려 많은 노력을 하였다. 박정희가 강한 권력으로 근대화를 밀고 가듯 중국공산당이 절대권력을 갖고 밀고 가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중국측은 가졌다. 그러나 중국의 근대화와 한국의 근대화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근대화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원칙인 사유재산제를 굳게 지켰다. 박정희는 사유재산제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중앙당 ‘체제개혁연구실’의 초청으로 가서 이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중국 근대화와 한국 근대화에 대한 접근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사유재산제를 종국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측은 머뭇거리다 “중국인의 지혜를 갖고 해결할 것이다.”라고 얼버무려 쓴웃음을 웃은 일이 있다. 오늘날 ‘농촌으로부터 도시를 포위한다.’는 마오쩌둥의 이론이 역으로 중국 근대화에 딜레마를 야기시키고 있다. 해안지대의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해 나가고 있으나 엄청난 농촌의 잠재적인 반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몇천년의 중국 역사는 작은 농촌세력이 일어나 중국의 왕조들을 뒤엎은 역사였다. 명이나 청나라가 그런 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자본주의적인 구상과 기반 위에서 민주주의를 심화시켰으나 중국의 ‘사회주의 신농촌’계획은 중국의 사회주의체제를 역으로 험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새마을운동의 국가전략과 사회적 상황을 비교하지 않고 단지 새마을운동만을 모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기택 연세대 국제정치학 명예교수
  • [시론] 권력,돈,줄 있어야 로비하는 세상/김진하 대구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시론] 권력,돈,줄 있어야 로비하는 세상/김진하 대구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김재록 로비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것을 보면서 크고 작은 정책 결정이 권력이나 돈, 혹은 줄이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체제라는 민주주의의 이론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실망을 하게 된다. 작년 말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를 신뢰하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고, 행정부 공무원을 신뢰하는 응답자도 13%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입법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정책결정 과정에 국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으며 로비는 청원권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국민들은 정책결정 과정에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 의사표시의 매개자가 로비스트인 것이다. 로비스트를 통하여 일반 국민들이나 기업, 이익단체 등은 의사표시를 한다. 또한, 특정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의원이나 행정부 관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입법과 정책의 필요성이나 문제점을 홍보하기도 한다. 로비스트를 고용한 기업이나 단체는 자금, 정보, 혹은 유권자들의 표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입법이나 정책을 의회로부터 받아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국과는 달리 국민의 청원권으로 인정되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금전적 대가나 개인적 혜택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집단의 로비를 막을 수는 없다. 로비가 불법이기에 대한민국에 로비 행위가 없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의 로비는 권력, 돈, 줄이 있는 자들의 잔치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권력층에 줄이 없는 사람들도 필요하다면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로비를 모두에게 열어놓아야 한다. 돈이 없는 일반인들의 단체도 유권자의 표를 지렛대로 하여 로비스트를 통해 입법이나 정책결정 과정에 청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문적인 로비스트의 수급을 늘리고, 로비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로비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민초들이 로비를 하지 못하더라도 정책결정 과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하는 것 자체가 또한 중요하다. 국민이 정책결정 과정을 감시할 수 있어야 책임 정치나 책임 정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로비공개법은 로비스트들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금 출처와 자금의 용도 등을 보고하도록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로비는 일반인들이나 시민단체의 눈으로부터 차단되어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로비가 공개된다면 로비스트뿐만 아니라,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사람이나 로비스트로부터 청탁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국민의 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정치권과 행정부가 부패와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로비의 양성화에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로비 양성화에 대한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로비를 음지에 묶어두어 가진 자들의 독점이 되는 것의 폐해는 더 크다. 규제보다는 공개를 통하여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닌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훈련된 로비스트를 양성하고, 로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로비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청원권을 인정하고, 정책결정 과정을 투명화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싶지 않은가 정치권에 묻고 싶어진다. 김진하 대구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 [시론] 로마의 개방적 국적제도 배워야/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시론] 로마의 개방적 국적제도 배워야/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1963년 해외이주법이 제정된 이후 40여년간 300여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로 진출하여 현재 150여개국에 700여만명의 해외동포가 조국의 경제부흥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민족의 자산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20세기가 이념을 근간으로 한 국가간의 대결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화상’의 역할이나 인도의 ‘해외인교’의 역할, 이스라엘의 ‘유대인조직’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이 ‘민족간의 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속에 흩어져 살고 있는 ‘민족간의 결속’이 민족우열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1960,70년대는 3.7%의 인구증가율을 둔화시켜 인구의 적정을 기한다는 목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이민정책을 펴왔다. 이제 노동력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 들여야 하고, 농어촌지역의 노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를 맞는 지금, 제대로 된 수민(受民)정책을 세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외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남미 여러 나라들까지도 자국의 필요에 의하여 외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어구사능력, 학력, 경력, 기술력 등을 전제로 수년간의 기간을 필요로 하는 까다로운 수민절차를 밟아 왔고, 그 결과 원만한 이민정착을 유도할 수 있었다. 세계가 하루 생활권이 되고 다민족사회의 형성과 복합문화시대가 도래하는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가 향후 민족생존전략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다. 배타적·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거주국의 온전한 국민으로 적응하고 융화하면서 가슴에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긍지를 가지는 정체성(identity)만 견지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5000년 역사속에 단일민족의 혈통을 자랑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시대에 서로 얽히고 설키고 살아야 할 다민족 다문화사회에 부합되는 통합적인 국가 수민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유엔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3660만명을 유지하려면 2020년대 이후에 6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다민족 복합문화사회로 가는 것은 필연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단일민족개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혼혈인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다. 이런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일민족전통을 강조하는 교과서를 개편하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조기교육을 통해 혼혈인도 우리민족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브라질의 ‘인종차별금지법’ 같은 법을 제정해서라도 혼혈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함과 동시에 같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라시아 대륙을 평정했던 몽골제국이나 막강한 해군력으로 전세계에 위세를 떨쳤던 대영제국 같은 나라들은 타민족과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서 융화와 상호의존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문화를 진화시킴으로써 세계적 강국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 쇄국은 자폐요, 개국은 도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세계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아테네인만을 고집했던 아테네와 달리 로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로마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개방적 국적제도가 작은 로마를 큰 로마제국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일본인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적문제·민족문제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한국사회 한민족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수민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하겠다. 양창영 호서대학교 해외개발학과 교수·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
  • [독자의 소리] ‘공소시효 연장’ 공론화할 때/우성채

    지난 3월29일자 서울신문의 시론 “범인은 ‘살인의 추억’을 반추하는데…”를 읽고 경찰관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최근 대구 ‘개구리 소년’사건에 이어 ‘화성연쇄 살인사건’도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그동안 사회의 이목을 끌었던 두 사건이 몇년전 상영되었던 영화에서처럼 ‘추억’으로 남게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짧다. 독일 30년, 일본 25년, 미국은 아예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관이 느끼는 감정이지만 현행법상 짧은 공소시효 제도로 인해 범인을 잡아도 법정에 세울 수 없는 게 무척 한스럽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가 공소시효 제약 때문에 영원히 묻힌다는 것은 범인을 잡지 못한 데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권력 불신,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모순에 빠지게 한다. 이제는 공소시효 연장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공론화될 시기라고 본다.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안타깝게도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공소시효 연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자세를 가지고 하루빨리 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해주길 당부한다. 우성채<서울 강북경찰서 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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