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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일제고사 활용 방안에 초점맞춰야/박용조 진주교대 교수

    [시론] 일제고사 활용 방안에 초점맞춰야/박용조 진주교대 교수

    지금 우리 교육계에서는 최근 실시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연합 진단평가, 초등 4∼6학년 대상 교과학습 진단평가의 적절성과 성적공개의 적정 범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의 특정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라는 평가가 10년 전에 사라졌다가 날로 심해지는 학력저하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전국 시·도교육감의 합의로 올해 다시 부활되었다. 일제고사 형식의 전국 학력진단평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5개 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적인 진단평가는 학생들을 지나친 성적 경쟁으로 내몰게 하고, 과외 성행과 사교육비 증가의 부작용 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그러나 교육활동의 중요한 요소로서 진단평가의 의미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평가는 교육목표의 설정 및 달성, 진단평가는 교사가 학생들의 준비도, 학습 성향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교육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교사의 사전 평가 활동으로서 필수불가결한 교육 활동인 것이다. 진단평가는 학업에 대한 학생 정보를 교사가 정확히 알게 될 때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수능성적 등 교육정보 공개 요구 소송에서 줄곧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오는 5월 교육정보공개법도 시행된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교육정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교육당국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학력 진단평가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에서 탈피해 평가결과의 활용도와 공개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학생의 학업수준을 결정하는 변인은 다양하다. 학생 개인의 노력과 능력, 가정환경 및 부모의 교육열, 학교의 교육목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방침 및 지원정도, 교사의 교수·학습능력 등이다. 문제는 그간 다양한 변인들 중, 국가·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변인 연구와 그 활용방법의 제시가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력진단 평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력 정도가 부족한 학교와 학생에 대하여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형태의 지원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진단평가를 이처럼 합목적적으로 활용한다면 진단평가에 대한 부작용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간, 소득수준간, 지역간, 학교간의 교육격차가 어떻게 발생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연구·검토해야 한다. 다만 학력진단 평가 점수의 석차를 매겨서 공개하고, 이를 학생, 학부모에게 전달·제공하는 형태는 진단평가의 기본목적이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진단평가 결과, 학업 기준에 미달한 학생에 대한 배려도 확대해야 한다. 학습부진 학생이 파악되어도 지속적이고 충분한 사후지도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우리의 실정이다. 학습부진 학생에 대하여 국가와 학교에서 영재교육과 마찬가지로 집중 지도가 가능하도록 최소 필수 기준 이상으로 수준을 향상시킬 의무를 관계법령에 명시하고, 지원방안도 함께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모든 학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평가를 통하여 자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러한 가능성이 준비된 공교육을 통하여 실현되기 바란다는 점을 교육행정 당국은 되새기길 바란다.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
  • [시론] 자원외교와 오리발/권원순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시론] 자원외교와 오리발/권원순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오르내리며 고가 안정추세로 진입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석탄과 철광석 등의 광물자원에서 밀과 옥수수 등 곡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구조를 왜곡시키면서 전 세계적인 가격폭등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이기보다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자원보유국들의 소위 ‘자원민족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새로운 유전이나 가스전의 개발에 대한 외국기업의 참여 제한뿐만 아니라 기존의 계약까지 변경하자고 요구하며 외국계 지분의 비중을 줄이는 추세이다. 자국의 자원이 헐값에 외국에 팔려 나가거나, 지분 참여한 외국기업이 자원을 빼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촉발된 현상이다. 하지만 자본이 부족한 이들 국가로서는 자원개발을 위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부는 자원외교를 일류국가 실현을 위한 실용외교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총리가 직접 나서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쌍방통행형’,‘상호 호혜적’,‘윈윈’의 자원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외교를 위해서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내외적으로 정리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이들 국가들이 쉽게 자원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원보유국들이 쉽게 자원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허용할 별다른 장점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우리의 수요를 채워 줄 자원외교 대상 국가들이 십수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이는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및 CIS 국가들에 한정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자원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는 자원외교의 그랜드 플랜 혹은 장기 전략이 부재하고 이를 실행할 조화로운 조직을 아직 못 갖추고 있다는 우리 내부의 현실이다. 자원외교는 우리 생활에서 현실로 다가온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과제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정상급 외교로 이런 문제를 쉽게 돌파하기에는 경쟁 국가를 자극한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소통의 외교이다. 자원보유국들이 발전의 과정에서 겪는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소통의 외교가 자원외교의 근저에 자리잡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어느 청와대 신임 수석의 ‘오리발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면 위에 오리가 우아하게 떠있기 위해 오리발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그것도 소리 없이 물방울도 튀지 않고 양발이 꼬이지도 않으며 유유히 오리가 수면을 가르도록 해야 한다. 어렵지만 관련부서가 소리소문 없이 은밀하고 조용히 움직여 자원외교를 실행해야 한다. 일사불란한 조화 속에서 정상급 외교에서 자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자원외교를 달성할 수 있는 지혜를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군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기후변화와 자원외교를 책임지고 그림자처럼 움직여야만 오리는 우아하게 수면에 떠 있을 수 있음을 고민할 시점이다. 권원순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 [시론] 성장,물가,경상수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성장,물가,경상수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도 5%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장, 물가, 경상수지라는 세 마리 토끼가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은 상당 부분 유가상승에 기인한다. 고유가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을 더 크게 늘려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면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비용 상승을 초래해 성장도 둔화시킨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성장, 물가, 경상수지 모두를 개선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한 마리 토끼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 마리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장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지, 또 다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미국경제만 해도 2001년 경기침체 때 감세와 저금리라는 강력한 처방을 썼다가 지금 재정과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 그리고 부동산 거품에 뒤이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1980년대 일본도 좋은 예이다.1985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순수출이 크게 둔화되고 경기위축 조짐이 보이자 일본은 1986년부터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성장률과 경상수지를 모두 개선했다. 때마침 물가도 안정되어 실로 눈부신 거시경제 성과를 거두었지만 저금리라는 씨앗은 이후 부동산가격의 급등과 붕괴를 낳으면서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프린스턴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블라인더 교수의 지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실질금리를 거시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는 ‘중립적 실질금리’와 같게 하는 중립적 통화정책만이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유일한 정책방향이라고 했는데, 앞의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에서는 실질금리가 중립적 수준 밑에서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환율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폭이 상당히 크고 오래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여 순수출에 영향을 주고자 할 때에는 환투기를 조장하고 투기세력에 국부를 퍼주는 결과만을 초래하기가 쉽다. 결국 세 마리 토끼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되도록 무리없이 집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서 지나치게 멀어져 경착륙이 일어나지 않게 하되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감세가 필요하다면 부유층보다는 소비진작 효과가 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물가상승률은,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 예컨대 한국은행의 목표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중립적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되 불합리한 시장구조로 인한 물가문제는 미시적 수단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도 환율 개입보다는 ‘시장친화적’으로 균형이 찾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력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을 때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문화의 힘/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시론] 문화의 힘/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유인촌 중앙대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새 문화체육관광 장관에 취임하게 된 것은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경제 살리기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던 만큼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강조하지 못해왔다. 그것은 아마도 유 장관이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고, 그의 몫으로 돌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문화의 힘’에 대해 남다른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청계천 복원과 함께 노들섬에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고, 서울의 종로를 전통과 현대가 함께 숨쉬는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기 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유 장관은 그 자신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비롯해 수많은 연극과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오랫동안 무대의 중심에 서 왔던 만큼 문화, 특히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잘 알 것이다. 그는 최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이데올로기를 녹여 북한 지배계층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문화적 충격을 주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을 보고 누구보다도 예술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 즉 문학의 힘이 총칼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욱 효과적이란 것 역시 너무 잘 인식하고 있을 터이다. 필자는 유 장관이 앞으로 프랑스의 문화혁명을 일으킨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일한 자크 랑과 그의 후임인 자크 루봉, 두 문화장관들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문화에 대해 훌륭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프랑스 문화장관은 “역사는 문화이며 문화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정치인은 역사에도 남지 못한다.”고 한 미테랑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드골과 퐁피두의 맥을 이어 ‘문화입국’의 과제를 실천했다. 즉, 그들은 루브르 박물관, 오페라 바스티유, 라데팡스 방주, 국립도서관이 지닌 고전적 완성미에 현대적 과감성을 조화시켜 그것들을 오늘날 파리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유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외부적인 문화 인프라 구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감이 없지 않은 문화예술계로 하여금 균형감각을 회복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건국 60년이 되는 금년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것은 곧 문화입국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큰 잘못이 없겠다. 그는 문화 예술의 힘에 의한 충격과 정화, 그리고 인문학적 통찰과 깨달음 없이는 결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필자는 인생과 사회의 축도(縮圖)인 연극무대에서 숱한 경험을 쌓은 유 장관이 아직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 동포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이 문화의 힘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그의 역할 여하에 따라 한국의 문화 지형과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시론] 실패한 인사… 검증 의지 있었나?/ 김종배 시사평론가

    [시론] 실패한 인사… 검증 의지 있었나?/ 김종배 시사평론가

    실패한 인사다.15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3명이 사퇴를 했으니 아무리 후하게 매겨도 80점밖에 되지 않는 인사다. 객관적 지표가 버티고 서 있으니 이런 평가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원인을 놓고는 각자 다른 말을 한다.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지적하고, 좁은 인재풀을 언급하고, 제한된 검증 시간을 탓하고, 불명료한 검증 기준을 우려한다. 토를 달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있었을 법한 요인을 열거한 것 같다. 그런데 개운치가 않다. 단순 나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됐다.’고 뭉뚱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가릴 수 없고, 처방을 내릴 수 없다. 나열은 계통을 부여하기 위한 선행 작업에 불과하다. ‘좁은 인재풀’이 문제였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언론의 지적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잘 모르는 사람, 그리고 전임 정부 사람을 쓰지 않으려 한다면 한계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이 정말 실용적 관점에서 인재풀의 경계를 넓히지 않는 한 별다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제한된 검증 시간’은 사실 자체가 의문스럽다. 인사 실무자가 두 달여 동안 검증작업을 벌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었다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정권 출범기에나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앞으로는 되풀이될 여지가 없다. 남는 요인은 두 개다.‘검증 시스템’과 ‘검증 기준’이다. 두 요인 가운데 어떤 게 더 크게 작용한 걸까? 단서가 있다.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으로 인사 검증을 주도했던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밝힌 내용이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10여명으로 별동대를 꾸려 두 달여 동안 밤잠 설쳐가며 검증작업을 벌였다고 했다. 중앙인사위원회와 청와대의 인사 파일을 뒤졌고, 자료가 부실하거나 없는 경우엔 현장조사나 면접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그런데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왜 그랬을까? 전국에 걸쳐 46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 농지를 사들이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 자녀나 배우자가 이중국적자였던 사실을 포착하지 못했을 리 없다. 이건 기초자료다. 부동산 보유 현황은 국세청에, 이중국적 여부는 법무부에 의뢰하면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자료다. 이런 기초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사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다.‘검증 기준’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 쪽에서 그랬다. 부동산 과다 보유·위장전입 사실이 기초자료에 기재돼 있는데도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청부를 문제시해선 안 된다.”고 했고 “투자와 투기는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기초자료에 대한 분석 능력이 떨어져서 ‘청부’ 또는 ‘투자’로 해석했다고 보는 건 난센스다. 그건 관련 법률이나 회계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쉬 품을 수 있는 의심사항이다. 시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선이 다른 데 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순리다. 도덕성에 눈길을 별로 주지 않은 태도가 기초자료 해석과 분석을 방해했다고 보는 게 이치에 맞는다. 사퇴한 한 장관 후보자가 그랬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그게 뭐가 문제냐.”고 했다. 빌려 쓰자.“그게 뭐가 문제냐.”는 태도가 실패한 인사를 불렀다고 봐야 한다.‘검증 기준’, 더 정확히 말하면 ‘검증 의지’가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 [시론] 한국 교육, 희망의 5년을 기대하며/조영달 서울대 교수·사범대학장

    [시론] 한국 교육, 희망의 5년을 기대하며/조영달 서울대 교수·사범대학장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도 2013년 2월24일이면 막을 내릴 것이다. 등급제와 3불정책, 입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방향타를 삼았던 참여 정부의 공과를 넘어,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분권, 시장 순응적 교육정책을 중요한 화두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대학의 자율화, 보통교육의 분권화, 다양한 고등학교 300개 설립 등의 구호가 이를 입증한다. 지금, 참여정부 5년을 생각하면 갈등과 대립,‘목소리의 교육’ 말고는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참여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교육문제가 가닥잡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집단이 서로 얽힌,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기도 하며, 교육 정책의 실행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여러 방면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이미 인수위의 ‘영어교육 해법 찾기’에서 이를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교육에서 ‘일거에’ 모든 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만약 그랬다면 교육 문제는 논쟁거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선거과정에서 던졌던 ‘자율의 친시장적 교육정책’은 하나의 가능성이거나 부분적 해법이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키가 아닐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 교육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한다면,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아니라, 생활인의 현실인식과 전문가의 ‘이야기’에 두루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목소리’가 아닌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생각은 있으되 주장하지 않고,‘이야기’를 경청하는 이명박 정부에 사람들은 함부로 목청을 돋우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생겨난 침묵과 인내의 권위는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신뢰는 오늘의 한국교육에서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다. 신뢰는 자율과 분권의 바탕이며, 실용성있는 시장의 성립조건이기도 하다. 신뢰는 사람들에게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할 것이며,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신뢰는 치자(治者)의 여민해락(與民偕樂·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제안은,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 하나를 골라,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5년 동안 제대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이 한두 가지씩 있게 마련이다.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면서도 미래의 초석이 될 만한 하나를, 신중하고 확실하게 제대로 해결한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아가 역사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어쩌면 이 하나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 문제 하나만 제대로 해결하다 보면, 보통교육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2013년 2월24일에 이명박 정부는 교육 문제를 해결한 유능한 행정부로 분명히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제 어쩌면 우리는 5년 내내 희망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가슴 설레며 기다려지는 2013년 2월24일이다. 이래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선 지금이 좋은가 보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사범대학장
  • [시론] 정부조직개편,국민의 마음을 읽어라/최병대 한양대 교수·사회과학대학장

    [시론] 정부조직개편,국민의 마음을 읽어라/최병대 한양대 교수·사회과학대학장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실현되며, 정권교체도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권을 창출한 새 정부는 선거과정을 통하여 표출된 민심을 담아내는 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의 첫 단추가 바로 정부의 조직개편이다. 지금 신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하여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간에 기싸움이 치열하다. 이명박 당선인은 18일 오후 취임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현행법에 따라 13개 부처 장관 및 국무위원 내정자 2명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여야 모두 신정부 출범 전부터 치열한 대립으로 인해 또다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통합민주당은 정권재창출에 왜 실패했는지를 다시 한번 겸허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12명의 후보가 난립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BBK 및 동영상 사건 등의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거의 과반수에 이르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이는 5년 동안 계속된 참여정부의 국정기조의 변화를 바라는 여망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의 뜻을 담아 조직 개편을 단행하였으며, 이는 한나라당의 여망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뜻으로 인식해야 한다. 물론 여성부, 해양수산부, 통일부 폐지 여부를 둘러싼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또한 5년 뒤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과정일 수 있음을 지각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승리에 도취되어 오만과 과욕이 앞서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난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많은 지지를 보내긴 했지만 동시에 많은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어느 유권자는 선거권을 포기할 수도 없어서 번민에 번민을 거듭하다 결국 후보자들 사이 정중간에 표기를 하여 의도적으로 무효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인측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위축된 기업활동의 활성화 등을 통한 생산적인 정부, 경쟁력 높은 국가를 만들어 달라는 여망을 담아내기 위하여 조직개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나아가면 국민의 상실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부의 조직개편은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타협의 결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상대가 있는 현실에서 상대방을 무시하고 일방으로 나아갈 때, 국민들의 우려는 점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 중에 있는데 이명박 당선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15명의 명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사실은 정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정부 조직은 당연히 국민을 위해 개편해야만 한다.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여 국정을 쇄신하라는 메시지다. 아무리 그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마음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빛을 발할 수 없다. 이제라도 여야 모두 다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다시 한번 여야의 결단을 촉구하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간구한다. 최병대 한양대 교수·사회과학대학장
  • 김도연 교육호 어디로

    김도연 교육호 어디로

    조각 명단에서 거론되지 않다가 막판에 전격 발표된 김도연(56) 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면면은 생소하다. 그래서 ‘김도연 교육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5년 9월부터 서울대 공대 학장을 맡아온 김 내정자는 개혁성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자율·경쟁주의자로 분류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자율·경쟁주의 교육관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2005년 한 언론에 기고한 시론에서 “대학입학시험의 논술시험조차 자율적으로 치르지 못해서야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우리나라 대학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대학별 고사 자율화를 주장했다.‘자율과 경쟁’을 주창하는 김 내정자는 인수위가 제시한 특목고 확대, 대입 자율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평준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초·중등 교육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평준화 교육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어 수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2006년 서울대 공대는 외국인 학생 한 명이 듣더라도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개설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인수위의 영어교육 강화 방침과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취임하면 대학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로스쿨 문제 등과 맞부딪혀야 한다. 공학자인 데다 이공계 교육 경험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장관 내정 과정에서 과학계 대표인물을 찾은 것은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내정자가 교육계를, 교육부장관 내정자가 과학계를 맡는다는 역할 분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로스쿨, 초중등 교육 등 교육계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입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시론] 숭례문,이제는 복구가 문제이다/김홍식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문화재위원

    [시론] 숭례문,이제는 복구가 문제이다/김홍식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문화재위원

    정권 교체기, 새해 벽두, 설 연휴의 끝 날 저녁, 숭례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모든 재앙이 그러하듯 방화범은 불을 지르고 소방차가 출동했으나 불을 잡지 못했다. 건축물의 내화 기준은 한 시간을 목표로 한다. 건물은 화마에 한 시간만 견뎌 주면 불을 끄던가 아니면 사람이 최소한 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는 다르다. 인명 피해가 문제가 아니라 건축물이 국(가)보(물)인 까닭이다. 그동안 여러 건의 문화재 화재가 있었다. 영암 도갑사 대웅전, 화순 쌍봉사 대웅전, 금산사 대적광전, 화성 서장대, 가깝게는 낙산사 동종 등등. 하늘은 이렇게도 여러 번 경고를 했는데도 방비하지 못한 걸 나무라는 것은 아닐지…. 이미 여러 문화재가 방화로 불탄 경험이 있으므로, 공개된 국보 1호는 방화범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예견되었다. 몇 가지 방비책을 썼는데도 결과적으로는 부족했다. 더구나 불길이 슬금슬금 타올라서 천장 위 지붕 속의 덧서까래(적심)를 태우고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집을 지으면서 목수들이 무심코 버린 톱밥과 외부에서 들어간 섬유질이 불쏘시개가 되어 화로불처럼 연기만 뿜어내는 불씨를 그 누군들 예견했겠는가? 더구나 도시의 소방관들은 처음으로 당해본 화마에 목숨을 걸고 노력은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금도 지붕 속의 불씨를 어떻게 사전 예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전문가인 우리도 확실한 방법을 모르겠다. 이웃 일본만 해도 국보 1호쯤에 해당하는 호류지(法隆寺) 금당과 킨가쿠지(金閣寺)가 타버리고 나서야 지금과 같은 훌륭한 방화설비를 갖추었다. 일체의 외부 사람은 국보, 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제하며 전기도 차단하고 있다. 심지어 종교건물인데도 내부의 부처님은 볼 수 없고 밖에서만 기도를 올릴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을 겪고 나서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이 문화재의 활용까지 막아서 국민들이 문화재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소극적 문화재 보호 정책으로 회귀하면 안된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 자체가 대국민 홍보이며 문화재가 국민들로부터 계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문화재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재 시스템은 이것을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1층은 거의 남아 있고 2층도 일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는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아래에 떨어져 있는 부재들도 큰 부재들은 꽤 있으며 1963년 수리 시 교체되었던 부재는 지금 충남 부여의 한국 전통문화학교에 가 있으니 이를 활용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이번의 복구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구재(舊材)를 철저히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불에 탄 부재는 남은 부분이 강도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조사를 철저히 하고 단 10%라도 남아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부재에 남았던 부재를 강력 접착제로 붙여서 쓰는 것이다. 만약 강도가 부족하다면 탄소섬유 등으로 보강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전통문화학교에 가 있는 부재도 다시 쓸 수 있다.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하여 쓰지 못 했으나 지금은 부재를 잇거나 붙여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1962년도에 부족했던 수리 방법을 보완할 수도 있겠다. 기와도 철저히 가려내서 1900년도 이전의 기와는 보완해 쓰든가 아니면 전시관에 이전하여 보존할 수도 있다. 김홍식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문화재위원
  • [시론] 영어공교육 강화 해법/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시론] 영어공교육 강화 해법/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인수위의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 발표 후 참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 제기도 꽤 있었지만 그보다는 시행 방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압도적이다. 최근 기사제목만 보아도 ‘산 넘어 산’이라든지,‘갈 길이 멀다’ 등, 시행 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교원 확보, 영어인증제 등 무엇 하나 단기간에 사소한 비용으로 해결할 명쾌한 비책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팎의 맹비난과 조롱 앞에 또다시 물러선다면 우리의 영어교육정책과 공교육의 불신은 과거보다 몇 배 심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이러한 딜레마를 딛고,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을 성공시키기 위한 해법 몇 가지를 제안 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교사를 최대한 활용하라. 인수위 발표에 따라 새로 충원해야 할 영어교사가 2만 3000명이고 이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논의되는데, 이 숫자는 영어강의 가능 현직교사 수를 정확히 파악하여 다시 산정되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현장에서 관찰해 온 바, 현직 영어교사의 60~70% 이상은 연수를 의무화하고, 단기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영어로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영어실력보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효과적 영어강의 노하우, 적합한 수업환경(멀티미디어시설을 갖춘 20명 이내 수준별 교실)이다. 둘째, 정규 영어교사를 충원하라. 영어전용교사와 같은 애매한 임시직을 섣불리 대거 선발하여 야기되는 문제를 감당하기보다는 영어강의, 수업환경 개선 등으로 인하여 필요한 인력은 과연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단계적으로 영어교원 수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테솔(TESOL) 소지자든, 영어교사자격증 소지자든 실력 있는 잠재 인력은 계약직을 원하지 않는다. 계약직이라면 더 좋은 급여수준의 사교육기관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양성기관의 재학생들을 보조교사로 활용하라.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영어교사양성기관이 있다. 사범대·교대·교육대학원(교사자격증 발급), 테솔 과정(교사자격증 미발급) 등 높은 입학경쟁률을 통하여 선발되어 다양한 영어교사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 영어교사지망생들은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 재학생은 졸업 전 체계적이고 충분한 현장 교육실습이 필요하지만 여건상, 관행상 최대 한 달간의 부실한 교생실습이 고작이어서 실전 감각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넷째, 영어강의는 초등과 중등부터 우선 실시하라. 학업량·수업내용·지도 방식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인수위의 현재 방침인 고1, 중3부터 우선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자발적으로 시행 중인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은 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라는 사실 또한 높은 시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임을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은 구두언어 중심으로 시작하여 문자언어교육으로 발전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말하기 교육을 특히 강조해야 할 쪽은 초·중등이다. 나는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영어공교육 강화효과에 매우 낙관적이다. 다만 참여자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새 판을 짜려는 것은 비효율적인 생각이다. 그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과를 차분히 점검하고, 조정하면서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 [시론] 공천갈등 지역 전당대회 개방이 해법/김진하 계명대 국제관계학 교수

    [시론] 공천갈등 지역 전당대회 개방이 해법/김진하 계명대 국제관계학 교수

    대선 승리와 진보 진영의 지리멸렬로 인해 이미 총선 승리를 얻어낸 것처럼 밥그릇 싸움을 하는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고울 수는 없다. 한나라당의 내분은 한국 정당의 기형적 구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범여권 대선 후보군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시절, 한나라당의 현역의원들과 당원협의회 위원장, 그리고 정치 지망생들이 대선 후보들 뒤로 줄 서기를 했을 때 이미 예고되었던 갈등이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그 때 이미, 대선 이후 범여권 정당의 궤멸과 이명박당, 박근혜당으로의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을 점칠 정도로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갈등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던 것이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이 겪고 있는 내홍이나 민주당과의 통합 난항도 공천과 관련된 것으로, 어떤 정당도 공천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공천이 늘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정당의 성격과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 구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단기적 목표를 공유하는 정치적 연합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통합민주신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신념을 공유한 집단이 아니라 호남·충청의 일부, 노사모, 재야, 일부 진보세력, 전통적인 보수 야당 세력의 반(反)한나라 연합이었다.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결성된 정당이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에 성공했지만, 집권 초부터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또 어떠한가. 영남,3공의 산업화세력,5공의 군부,YS의 전통적 보수 야당세력, 중산층 등이 반 노무현·보수의 이름으로 한 당을 구성하고 있지만 정권 획득의 목표가 달성된 뒤에도 정치적 핵심 가치들을 공유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구성원들의 정치적 신념이 비교적 균일해보였던 민주노동당도 자주파와 평등파로 분당되고 있는 형국이고 보면, 정당이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정치적 집단이라는 교과서적 정의는 한국 정당에는 잘 맞지 않고, 그러다 보니 오월동주의 형국이 한 정당 내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를 지역주민이나 당원들이 선출하지 못하고,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현행 공천제도는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 대선후보 뒤에 줄 서기에 몰두하고, 계파간 공천다툼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파국 직전까지 갔던 것도 줄 서기를 하고 있던 국회의원 지망생들의 샅바싸움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하지 않고, 중앙당에서 공천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지역구의 전당대회에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맡겨놓으면 토착권력을 가진 지역유지들이 당원 동원을 통해 계속적으로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되어, 참신한 정치신인의 발탁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천심사위에서 능력있는 참신한 후보를 공천한다는 명분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현행 공천제도 뒤에는 계파간 지분을 나누고, 보스는 공천권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진짜 이유가 숨겨져 있다. 토착 권력의 견제를 위해서라면 지역 전당대회를 개방하면 된다. 좋은 후보라면 지역민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보스주의에서 벗어나 후보자 선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만이 공천갈등을 없애는 길이다. 김진하 계명대 국제관계학 교수
  • [시론] 기초노령연금 확대의 비밀/배준호 한신대 경제학 교수

    [시론] 기초노령연금 확대의 비밀/배준호 한신대 경제학 교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달 초 차기 정부의 20대 국정과제를 확정해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모양이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기초노령연금 확대’라는 이름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솔직히 인수위가 논란이 많은 국민연금 개혁을 왜 이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어떤 이는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몇 사람이 모여 국가백년대계의 틀을 바꾸겠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하다고 비판한다. 어찌 됐건 ‘보험료 인상없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 두 연금의 중복지급을 없애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고 관리를 연금공단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듯하다. 기초노령연금으로 쓸 예산을 쪼개 일부는 국민연금을 못 받는 저소득 노인을 지원하고, 일부는 국민연금 재정을 돕자는 것으로 당초 계획대로 세금은 쓰되 자녀세대 부담은 덜어주자는 발상이다. 달리 보면 ‘보험료는 안 올리지만 중저소득층 연금은 대폭 깎겠다.’는 말이다. 공론화되면 ‘이명박 정부는 중상층을 위한 정부’라는 말이 나돌 법한데, 지금 논의를 주도하는 이들이 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궁금해 몇 가지를 짚어본다. 먼저 지난해 여야 합의로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의 존립 의미가 1년도 안 돼 없어졌느냐는 것이다. 당시의 도입 논리는 당장 연금없이 사는 저소득 노인을 돕고 나중에 연금이 적은 노인의 소득을 보충해주자는 것이었다. 인수위 안은 ‘나중에 연금이 적은 노인의 소득을 보충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중저소득층 연금을 약속한 수준(국민연금 40%+기초노령연금)보다 더 줄여 재정안정을 꾀하는 작업이 지금 필요하냐는 것이다. 지난해 개혁으로 중상층의 연금은 줄었지만 중저소득층의 연금은 기초노령연금 덕분에 그대로 유지됐다. 인수위 안은 ‘소득재분배 강화보다 재정안정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하는 격이다. 재정 안정 역시 소중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지금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이를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치 못하다. 주변에 연금수급자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 보험료 상향조정은 낮은 비용으로도 성취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재정고갈 시점이 우리나라(2060년)보다 이른 미국(2043년)이 재정안정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세 번째로 연금공단은 징수한 보험료를 토대로 연금을 지급하는 기관인데, 여기에 세금이 지원되면 공단의 보험료 징수효율과 규율이 지금까지처럼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세금 재원은 기초생활보장처럼 주민복지에 1차적 책임을 지는 지자체에 지원, 자기 책임 아래 어려운 주민을 돕도록 하는 것이 정도다. 이는 관리비용의 고저보다 앞선 문제다. 기초노령연금은 이미 단계적 확대가 예정돼 있다. 다만 그 방향은 빈곤퇴치 효과로 유명한 캐나다의 보충연금(GIS·1967년 도입)처럼 1인당 지원수준은 높이되 지원대상을 좁히는 선택과 집중이 바람직하지, 중상층을 포함한 차별없는 분배가 돼선 곤란하다. 연금개혁은 여건과 때를 봐가면서 논의시점을 모색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기초노령연금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기금을 개혁하는 것이 시의에 맞고 여론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당장 대운하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데 걱정스럽지 아니한가. 인수위가 20대 국정과제에 ‘딴 생각이 있는’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포함시켜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준호 한신대 경제학 교수
  • [시론] ‘영어몰입교육’ 자율적 도입을/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시론] ‘영어몰입교육’ 자율적 도입을/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지난 며칠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어몰입교육의 논의가 인수위의 계획 철회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말하기만큼은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히든카드를 일단 거둬들인 셈이다. 이미 예상했듯이, 반발은 거셌고,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았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 것이고, 예상을 했다면, 좀 더 계획적으로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이번 몰입교육방안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당위성이다.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이름도 무시무시한 영어 몰입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고도 생각하는 이 일에 대한 민족적, 사회적 거부감이 너무나 컸다. 둘째는 조속한 실행가능성이다. 추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 및 평가방법의 개발, 교원수급의 해결은 요원하고 암담했다. 무엇보다 해당 교과목 학업성취가 현저하게 저하될 우려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꽤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첫째, 우리가 영어를 잘하려면 자국 내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할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고, 학교환경은 그 기회를 제공할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구의 최소 20% 정도가 외국인이라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볼 만한 곳은 다양한 내용의 강의와, 학습활동, 토론 등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수업시간이 최적이다. 둘째로 수년간 여러 나라에서 논의 연구된 바 몰입교육은 외국어 학습에 매우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몰입교육의 근간은 내용중심교수법(content-based instruction)에 있다. 이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문법, 어휘, 표현들의 학습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내용이 담긴 지식을 영어로 배우는 편이 보다 흥미 있게 영어를 익히고, 실제 언어를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몰입교육 딜레마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한 가지 해결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자율적인 몰입교육 도입이다. 이명박 교육정책의 키워드는 자율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자율화, 중·고교 평준화 해체 등 학교간 자율경쟁을 시키겠다고 한다. 이 키워드가 몰입교육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영훈초, 국제중, 민사고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되었는가? 바로 이 몰입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였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굳이 나서서 모든 학교를 일시에 억지로 몰입교육을 시행하기보다, 몰입교육을 도입하려는 학교들을 장려하고, 지원을 해주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민간 학술단체와 시도교육청 등에서 몰입교육을 연구하고, 관련 교육과정의 다양한 모형을 개발, 평가하고, 영어몰입 교사양성, 훈련 등을 하고자 하는 전문 기관을 선발하여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해주는 일을 감당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억지로 시행을 강요할 때는 화를 내던 학교장, 교사들도, 어느덧 몰입교육 시스템 도입을 재고하고, 장점을 발견하며, 자신도 변화해야만 될 위기감을 스스로 느낄지도 모른다. 영어몰입교육, 미친 짓이 되어서도 억지로 서둘러서도 안 된다. 그러나 미워할 이유도 없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선택적으로 추진해갈 일이다. 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 [데스크시각] 시인이여,生態를 노래하라/김종면 문화부장

    선불교에도 일가견이 있는 미국의 생태시인 게리 스나이더는 언젠가 “나무나 산도 대표를 뽑아 의회에 보내고 고래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한 그의 말이 단순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지금 이 땅의 생태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원유 유출 사고로 신음하는 태안반도가 제모습을 찾으려면 수십년이 걸린다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사고 발생 40여일이 지나면서 피해 어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참혹한 재앙도 시간이 지나면 또 까맣게 잊고 말 것이다. 여기에 진짜 비극이 있다. 엊그제 신춘문예 행사차 만난 오세영 시인과 우리 시대 시인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절규하는 태안의 현실이 단초가 됐다. 그는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이루는 데 시인은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시인이 ‘뜨거운’ 글을 써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뜨거운 글, 그것은 바로 생태시다. 마침 한국시인협회 시인 434명이 모여 ‘지구는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생태시집을 냈고, 일군의 진보성향 시인들은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 르포 출정식’과 함께 운하반대 시를 발표키로 한 터라 그의 말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인협회가 지난해 함평 생태시 축전을 열며 한국시사상 처음으로 ‘생태시 선언문’을 채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그 부드럽고 차진 흙은 내 살이며, 졸졸졸 맑게 흐르는 물은 내 피이며, 아름답게 우거진 수목들은 내 머리털이며, 밀물과 썰물로 나드는 푸른 바다는 내 심장이며,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은 내 영혼이다…” 거창한 선언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학선언의 몇 대목은 가슴에 와 닿는 데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 돌아가는 자연, 그것이 내 살이요 피요 머리털이요 심장이요 영혼이라는 자세로만 시를 쓴다면 누구라도 최고의 생태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시단엔 자칭·타칭 생태시인이 넘쳐난다.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모든 시인이 생태주의자로 자임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녹색’의 옷만 걸친 ‘적색’ 시가 종종 생태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반짝이는 것이 다 금이 아니듯, 자연을 노래했다고 해서 모두 생태시는 아니다. 우리 시단에 일찍이 생명의 씨앗을 뿌린 시인 김지하는 요즘 생태시는 영혼의 고통 없는 ‘이미지 범벅 시’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생태시는 이제 한 단계 성숙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필경 지구가 멸망하고 만다는 묵시론적 예언주의, 뭐든 가르치고 훈계하려 드는 계몽주의,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리는 소재주의에 머무는 한 생태시의 미래는 없다. 틀을 깨는 역발상의 사유가 필요하다. 생태를 다루는 시인이라면 적어도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강호의 임자’를 자처한 옛 조선 선비시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자연은 소유의 대상 혹은 객체로 그려지기 일쑤다. 사향쥐나 비버가 문학을 한다면 얼마나 신선한 시각을 드러낼까.‘콩코드의 성자’ 헨리 소로가 품었던 그 순연한 녹색 화두를 이 땅의 시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번 주말엔 한국문인협회에 이어 시인협회 소속 시인 40여명이 태안반도로 달려간다고 한다. 노역봉사도 필요하지만 어쩌면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정신봉사’가 더 중요한지 모른다. 쟁쟁한 생태시를 쓰는 것, 그리하여 우리의 희미한 환경의식이나마 잠들지 않도록 불침번이 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시인에게 주어진 책무다. 기름 때에 전 태안, 한층 탄력 받는 새만금 개발, 제 운명을 모르는 한반도 대운하…. 지금처럼 환경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적이 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곧 ‘친환경선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왜 지금 다시 생태시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오늘이다. 김종면 문화부장
  • [시론] 이명박 시대의 한·미관계/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론] 이명박 시대의 한·미관계/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 간 동맹(同盟)에는 두 종류가 있다.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전략동맹´ 그리고 가치나 신뢰와는 관계없이 이익에 따라 단기적으로 협력하는 ‘전술동맹´이 그것이다. 미국과 영국 간의 동맹은 전략동맹이고, 미국과 파키스탄 간의 동맹은 전술동맹이다. 이렇게 볼 때, 지난 5년간 한·미관계는 전술동맹에 가까웠다. 우리에게 미국은 중국보다도 믿기 어려운 존재였고 남북관계 개선에 방해요인이었다.‘중국의 부상´(rise of China)에 대처하기 위한 아시아 전략을 수행해 나가는 미국에 한국은 일본이나 호주 심지어 인도보다도 신뢰하기 힘든 존재였다. ‘이명박 시대´의 한·미관계는 전술동맹이 아닌 전략동맹을 지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신뢰동맹´,‘평화구축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가치동맹´은 한·미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인권침해, 테러, 마약, 환경오염, 재난 등 ‘인간 안위에 대한 위협´에 공동 대처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양국은 일본, 호주, 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뢰동맹´은 두나라 지도자들이 인간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신뢰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면전에서는 듣기 좋은 말만 하다가 돌아서면 반미적 선동구호로 돌아가는 우리의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행위는 불신만을 초래했다.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일부를 이라크로 옮기는 부시 행정부의 행위 또한 불신을 초래했다. 앞으로 양국은 인간적 차원의 신뢰를 제도적 차원의 신뢰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상품 이동의 장벽을 제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상호 신뢰에 기초한 관계가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하루빨리 이를 비준하여 정치·경제·사회를 포괄하는 다차원적 상호 신뢰를 공고화해 나가야 한다. 비자면제협정도 체결해 교류와 협력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평화구축동맹´은 양국이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앞으로 두 나라는 두나라 군대가 한반도 차원을 넘어 범세계적 평화구축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과 범세계적 평화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준비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국방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대로 한국군 평화유지군을 1000∼3000명 정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이툰 부대의 사례에서 보듯 평화유지활동의 전범(典範)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군 평화유지군의 육성을 통해 미국과 함께 평화유지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한·미동맹이 ‘글로벌 코리아´ 실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한·미관계 강화가 남북관계는 물론 주변국 관계를 선(善)순환구조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적절한 시점에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의 상호 신뢰를 확대하며, 견고한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및 아시아의 평화구축에 기여한다는 내용과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은 ‘21세기 한·미 전략동맹 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시론]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개편이어야/허만형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개편이어야/허만형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뜨겁다.18부4처인 중앙행정조직을 13부2처로 줄인 지향점은 ‘작은 정부’ 구현이다. 작은 정부라는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각론에서 몇 가지, 그러나 중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작은 정부를 실현할 ‘제물’로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통일부를 선택한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는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분해해 산업자원부를 키워 만든 지식경제부에 붙여놓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산업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과학기술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하여 산업자원부에 흡수통합시켰다. 미래의 최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정책을 책임질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소멸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해양수산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하면서 과거의 건설교통부보다 비대해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반도 운하와 같은 사업을 염두에 두고 키웠을 수는 있지만 바른 방향은 아니다. 저렴한 물류 이동을 위해 건설교통의 기능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강조는 20세기 경제 패러다임으로 21세기 경제정책을 재단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작은 정부라 해서 축소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부처는 축소하고, 복지부처는 강화해야 한다. 경제부처의 축소 이유는 기능강화가 규제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화된 경제 부처는 지식경제부로 거듭난 산업자원부, 국토해양부로 거듭난 건설교통부, 그리고 기획재정부이다. 그러나 복지기능은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합쳐 보건복지여성부로 재구성하여 원상복귀한 것이 전부이다. 현재 복지기능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 분산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을, 노동부에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관리한다. 복지기능을 강화하려면 이것을 통합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해 ‘복지청’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할 상황임을 간과한 조치다. 넷째, 부처 내부의 조직개편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은 부처의 수가 아니라 부처 안의 실·국 및 과 단위 조직을 슬림화하는 일이다. 예컨대, 참여정부는 하나의 계급으로 압축시켰어야 할 고위공무원단의 계층제를 5개로 늘리는 우를 범했다. 계층제의 수를 압축하고, 중복되는 업무를 단순화시키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실·국 단위의 인원수도 10명 수준에서 100명 이상 천차만별이다. 대국(大局)을 지향하되 실(室)을 최소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할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끝으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개편을 한다면 국가적 낭비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삿짐을 싸야 하고, 부처 이름을 바꿔 달고 명함과 문구류를 다시 인쇄해야 한다. 그래서 ‘천하를 손에 잡은 사람들’만의 사상이 담긴 작명과 조직개편은 지양되어야 한다. 교육과학부, 행정안전부, 농수산식품부, 보건복지여성부, 국토해양부와 같은 명칭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원칙에 따르면 두려울 것도 없다.5년 후의 새 정부도 사용할 수 있어야 이명박 식의 조직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개편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허만형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론] 한·미·중 & 게임의 규칙/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시론] 한·미·중 & 게임의 규칙/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게임의 규칙’에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가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외교의 전장에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최적의 해법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오히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교환(trade off)관계가 작동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이명박 당선인은 “한·미, 한·일관계를 강화하겠지만, 한·중관계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중관계가 폭발적으로 발전해 왔고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모두 중시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적어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형성한 현재의 ‘정상적 한·미관계의 틀’을 되돌리지 않는 일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미·일동맹체제의 강화와 맞물려 중국의 경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한국외교의 공간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한·중관계는 역사분쟁과 같은 돌출적인 문제가 관계를 악화시키기보다는 불편한 관계가 오히려 역사문제 같은 것을 불러내는 불안정성도 남아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중관계가 한·미관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실제로 한·미동맹 체제를 냉전의 산물로 보고 양자관계로 머물고 있는 한 이를 수용해 왔다. 다만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문제를 외교안보의 보다 큰 틀 속에서 접근하고 실제로 외교부에 통일부를 흡수시키는 기구개편도 중국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겨줄 만하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용이라는 것은 백지위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법고창신(法古創新)하는 노력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식 실용주의는 중국에서도 이미 막을 내렸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는 성장이라는 용어를 공식문헌에서 지웠다. 대신 이 자리에 인본주의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협력과 통합을 강조하는 새로운 ‘과학적 발전관’을 채워 넣었다. 이것은 실용이라는 것도 어디를 향해가는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균형적 실용외교처럼 균형을 유지하는 실용외교도 어렵지만, 균형을 버린 실용외교는 어렵게 얻은 ‘중견국가’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릴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나 박근혜 중국특사 모두 ‘한·중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중국정부에 전달했다. 이것은 현재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나아간 전략적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중 두나라는 한반도 통일, 북한급변사태, 주한미군 주둔, 동맹과 지역다자안보체제의 조율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게다가 미사일방어체제(MD),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북한인권, 탈북자, 타이완문제, 중국의 새로운 노동과 환경정책 등 풀어가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결국 이 문제들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발전의 속도와 폭을 동시에 조율하는 세심한 전략 속에서 현실화되고 해결돼 나가게 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이민래 관악구청 도시관리과장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이민래 관악구청 도시관리과장

    1968년 겨울, 밤기차를 타고 12시간만에 도착한 서울역 광장의 새벽바람은 매섭기만 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버지가 터 잡은 서빙고동 단칸방을 찾아가는 길. 소년의 눈 앞에 펼쳐진 서울은 판잣집과 미로가 뒤엉킨 ‘슬럼(slum)의 바다’였다. 39년 뒤 소년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도시공간을 디자인하는 ‘도시계획기술사’가 됐다. 전국을 통틀어 300명밖에 없다는 도시설계 ‘명장(名匠)’이다. 관악구청 이민래(54) 도시관리과장 얘기다. 도시 리모델링이 한창인 관악구에서 사람들은 그를 ‘개발민원 해결사’라고 부른다.2006년 9월 부임한 뒤 20년 넘게 답보상태에 있던 신림7동과 봉천8동의 무허가 건물 정비사업을 해결했다. “가난한 집 속내는 가난했던 사람만이 안다고, 재개발 민원도 ‘당하는’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실제 마지막까지 이주를 거부하던 난곡의 무허가 건물주와 세입자 98명은 그의 집요한 설득에 하나둘 설복됐다. 봉천8동의 120가구도 그랬다. “무허가 셋방살이 경력이 15년이다. 머리 맞대고 살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인간적 호소가 주효했다. 달동네 주민에 대한 그의 애정은 유별나다. 지난 연말엔 부서 성과급 50만원에 부서원들 정성을 모아 신림동의 조손(祖孫)가정 10곳에 10만원씩 전달하기도 했다. 도시계획이 직업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재개발 없는 도시’를 꿈꾼다. 인간을 위한 도시라면 약자 희생이 불가피한 ‘건설을 위한 파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지론인 까닭이다. 일주일에 6시간씩 대학 강단에도 선다. 야간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습득한 도시론에 행정경험을 접합한 ‘현실주의적 이상도시론’을 펼쳐 보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시론] 문화정책, 경제논리에 빠져선 안된다/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시론] 문화정책, 경제논리에 빠져선 안된다/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발전을 통한 부강한 나라로의 도약은 어떤 다른 명분도 넘어서는 긴요한 명제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더불어 ‘경제시대’가 우리에게도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은 지난 10여년의 정치시대와 비교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 분야로 초점을 옮기면 세심하게 검토되고 주목되어야 할 또 다른 요소가 있음을 환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의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로 문화가 인식되고 재단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현실정치와 현세적 물질생활을 포함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가치의 이름이다. 이른바 ‘초월성’이 그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가 초월성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는 그 나라와 사회의 수준을 가늠한다. 초월성이 결여된 채 정치와 현실에 매몰된 사회와 민족에게는 참다운 의미에서의 문화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항, 민중, 민족이 문화를 종속항으로서 거느려온 지난 한 세대는, 그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종속된 문화의 장애현상, 결손현상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없다.10여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난 5년동안 두드러지게 지속된 투사적 문화인들의 군림은, 그 이전의 고질적인 어용문화인의 행태를 연상시키며 갈등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정치논리로의 문화 종속현상이다. 다른 한편, 언제부터인가 문화를 경제논리로 계산하는 발상과 그 실천도 우리 사회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있어서 우려된다. 런 마당에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제일주의가 행여 문화정책과 문화현장에 경제논리, 시장논리만을 더욱 확산시킨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문화행정은 그 수장에 아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거론되는 총리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돈 잘 끌어온 대학총장들이 많다. 그러나 총리는 몰라도 문화행정의 책임자로서는 이러한 배경과 조건보다, 문화적 가치의 상징성이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새 나라의 품격과 체신이 매우 떨어졌다는 게 공론이다. 문화를 경멸하고 반문화적 언동을 서슴지 않는 정치지도층이 야기한 현상이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그 품격과 체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치와 경제에 함몰된 문화정책이나 인사는 오히려 품격의 추락을 재촉함으로써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곤경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 문화는 실물이 아니라 상징이며, 행동보다는 언어를 통해 그 정체성을 발현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효율보다는 인간 자체와 가치를 지향하며, 이에 훈련된 사람을 존중한다. 양보다 질의 세계이며, 질의 제고가 목표가 된다. 한 사람의 퇴계, 한 사람의 염상섭, 한 사람의 괴테가 보다 존중되고, 소비적 영상문화보다 창조적 문학행위가 평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오늘날 디지털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콘텐츠가 소중하며, 이를 위해 전통적 문학을 비롯한 전승문화가 가꾸어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이념을 중시하는 정치논리로부터 문화의 품위있는 초월성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그것이 다시 시장중심의 경제논리에 빠져버리는 위험을 막아야 하는 이중의 사명을 띠었다. 이런 당면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문화국가로서의 진보와 향상이라는 오랜 소망은 지체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문화에는 엄중하면서도 성대한 문화논리가 있는 것이다.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시론] 노동시장·교육시장 불일치 해소해야/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시론] 노동시장·교육시장 불일치 해소해야/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걸맞은 우수한 인적자원은 충분히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노동시장은 ‘밀운불우(密雲不雨)’와 같이 갑갑하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s)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에 청년층 신규인력의 채용을 늘리라고 강요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대학 도서관은 어느새 취업을 준비하는 고시촌으로 변한 지 오래고, 일부는 구직을 단념하고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인재들의 사장(死藏)은 개인과 가정의 고통은 물론이고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원인은 뭘까?기업이 요구하는 학력·숙련 수준과 개별 청년의 능력이 서로 맞지 않는 과잉 학력과, 직무와 전공간의 불일치가 청년실업의 또 다른 원인이다. 기업들은 대학에서 배운 전공학과의 지식이 실제 거의 쓸모가 없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학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인력수급전망이라는 고용정보를 주기적으로 생산해 노동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인력수급전망은 노동력의 수요예측 기능이 탁월해 일자리 불일치를 최소화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우리나라도 최근 인력수급전망과 직업전망을 실시해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을 조율할 수 있는 신호등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력수급전망과 직업전망이 대학의 교과과정, 직업훈련기관의 프로그램 등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금처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은 상당 부문 해소될 것이다. 더 나아가 직업별 인력수급전망과 직업교육훈련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해 직업·진로교육을 체계적으로 확대 심화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 시절에 진로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자기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쉽게 찾아가고, 직장 적응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다. 따라서 직업·진로지도는 청소년의 올바른 직업가치관을 형성해 건전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교육수단이며, 직무불일치와 청년실업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더불어 잦은 이·전직 청년층, 취업취약 청년층, 구직단념군, 신규 및 잦은 구직실패 청년층 등 직면한 문제양상에 따라 원인 규명 및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기업의 몫으로 돌려서도 안되고 현재와 같이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직업·진로교육의 활성화는 노동시장의 다양한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는 데 느리지만 가장 빠른 고용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선호하는 직장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을 찾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중소기업으로 과감히 눈길을 돌려 보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새 정부는 유망한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린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서비스와 신뢰할 만한 고용정보가 결합된다면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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