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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남·북한 상생과 공영을 위하여/양병기 청주대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시론] 남·북한 상생과 공영을 위하여/양병기 청주대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올해는 각각 남한과 북한의 정부가 수립된 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9일에 개최된 군사열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하여 와병설이 전해지는 가운데 북한 체제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남북한 관계의 현황과 진로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전 정부와는 다소 다른 대북정책이 추진되고, 이에 따라 북한측이 반발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최근 남북한 관계는 경색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달러’ 구상을 대북정책의 기본방안으로 삼아 10·4 남북정상선언 합의사항 등의 이행을 보류하는 민족공조 경시 양상을 보이고, 동시에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 심화 등 국제공조 강화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하여, 남한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남북한 관계의 해소 방안은, 남북한 공조와 국제공조 사항 등의 차원에서 그 대책을 모색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측은 먼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과 관련한 북한의 정치변화를 지켜보면서 남북한간의 상생·공영을 위한 방안을 계속하여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통일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경제적 부문에서는 개성공단 등에서와 같이 남북한 간의 시장경제 공동경험의 계기와 공간을 지속시켜 나아감으로써 통일과정 전후의 경제적 토대구축에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10·4선언 이행 주장을 재검토하여 실현 가능한 남북 교류·협력의 안건을 상정, 남북한 간의 회담 개최를 제안함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의 호전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달러’ 구상은, 북한 경제의 구조적인 발전을 위한 파격적인 구상이므로 북한측 역시 현실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제안이다. 아울러, 한국측은 북핵 문제 등의 해법 모색 과정에서, 현실적으로는 한·미 동맹 관계를 기초로 하여 6자회담 등의 국제적인 공조체제 속에서 그 해결을 도모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북한도, 오늘날 북·미 관계 등과 관련하여, 고구려의 역사적 사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구려가 수·당과의 전쟁에서 고구려를 지켜냈으나, 그 전쟁으로 말미암아 동시에 국력이 쇠진하여 결국 망하게 되었던 역사적 교훈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미국·일본·EU 등 세계의 여러 국가들에 보다 더 과감히 체제개방을 확장하여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리비아·베트남 등이 체제를 개방하고 서방세계와의 긴밀한 관계증진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가까운 실례라고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은 유럽연합(EU)을 결성하여 비자 면제와 화폐통합 등으로 지역통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남북한은 전세계의 최장기 분단국으로서 뒤늦은 민족간의 협소한 통일을 넘어서서 머지않아 아시아 지역에서도 추진될 ‘아시아연합’의 결성에 기여할 수 있는 통일의 방향을 지향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하여 남북한의 7000만 민족은 물론, 오늘과 미래의 남북한 지도층이 지혜를 모아 남북한 통일의 과정이 아시아의 지역통합, 더 나아가 전세계 인류의 평화·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역사적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병기 청주대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 [시론] 다문화,다문화 가정,다문화 교육/권성자 ‘책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

    [시론] 다문화,다문화 가정,다문화 교육/권성자 ‘책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

    몇년 전 영국의 선진교육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공립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교사와 학생간의 수업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실 한쪽에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의 작품이었다. 이슬람 사원의 책 모양에는 라마단 이야기가, 코끼리 모형의 책에는 힌두 문화 이야기가, 절 모양의 그림에는 전통 복장의 예쁜 중국 아이의 웃는 그림이 삐뚤빼뚤한 글씨와 함께 정성스럽게 그려져 전시되어 있었다. 영국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필자는 아이들의 작품을 통해 이슬람 문화와 힌두 문화 그리고 불교 문화를 먼저 접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다양한 출신 나라만큼이나 다양한 나라의 전통문화를 학교 교육 현장인 교실 안에서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내심 놀라웠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수업을 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축제를 즐기며, 어떤 풍습을 지키며 생활하는지 이해시킴으로써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죠.” 각기 다른 문화를 보고 배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신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업을 가장 먼저 한다는 교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학교 현장에서의 살아 있는 생생한 다문화 교육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면서 화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해 이민자 나라인 영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도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그중 결혼 이민자수는 약 10만명에 이르고 출신 국가도 베트남, 중국, 러시아, 일본, 필리핀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가족, 유학생, 이주민 가족 등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교육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한다.“하루빨리 한국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는 듯, 한국 정착을 위한 지원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이주민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다문화 가정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에게도 그들만의 명절이 있고 풍습이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귀를 열어 왔는지 우리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계기로 한번쯤 생각해 보고 자라나는 2세들과의 공존과 화합을 이끌어 낼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피부가 다르고 머리색과 눈동자가 다르면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 또한 생활습관이나 문화가 다르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마저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는 경향이 있다. 편견에 가득 찬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도 영국처럼 교실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해 주는 교육을 시키면 다문화 가정의 2세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어깨를 맞잡고 화합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권성자 ‘책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
  • [시론] 재정운용의 예외와 편법을 줄여야/이원희 한경대 교수·전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시론] 재정운용의 예외와 편법을 줄여야/이원희 한경대 교수·전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예산은 국민의 부담으로 조성된 것을 정부가 대신 집행하는 것이기에 모든 과정과 내역은 공개되고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집행의 효율을 위해 예외적 절차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방위비, 국정원 활동비처럼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되는 경우에 소수에게만 공개하도록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경비에 대해 예비비라는 이름으로 미리 재량을 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특수활동비, 특별교부금처럼 비정상적인 절차를 만들어준 경우이다. 자칫 예외적인 경우가 일상화되고, 편법이 정상처럼 운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2008년 교육특별교부금의 운영 현황을 보면 2002년에 경실련이 제기했던 쟁점에 비해 발전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는 과정과 절차의 자의성이다. 공식적인 절차나 논의 없이 집행된다. 둘째는 비공개성이다. 여전히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고,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끈기있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셋째는 문제있는 지출 내역이다. 국가 예산으로 공직자의 출신 학교에 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발상이 모든 문제점이 응축된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의 분석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국민의 대표로서 자의적인 지출을 통제해야 할 국회의원이 여기에 공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행정부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통제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이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지역구 사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몇가지 상황적 조건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권력의 사유관이다. 공직자에게 주어진 권력은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위에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신의 지위에 주어진 권한을 성실하고 건강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자칫 권력이 개인에게 주어진 것으로 착각을 하고, 개인의 정책 선호를 반영한 결정과 집행을 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못한 공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별교부금이 마치 장관의 업무추진비처럼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러한 쟁점이 발생할 수 있는 지뢰밭과 같은 영역이다. 참여정부 마지막에 공직자의 스캔들과 맞물려 우리 사회의 논란이 되었던 변양균씨의 특별교부금 집행도 그러하다. 구체적인 절차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재정민주주의를 정립한다는 측면에서 특별교부금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것도 누군가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체계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부패의 자양분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규모의 축소이다. 지역의 재정력을 보전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은 공식적인 기준에 의해 지출되는 교부금으로 충당을 하고 ‘특별’이라는 예외성을 축소해야 한다. 아니 축소의 수준이 아니라 특별교부금은 없어도 예산 집행에 문제가 없다. 급히 필요한 자금이 있으면 예비비로 충당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기된 교육특별교부금의 문제점을 통해 우리 재정 운용에 있어서 재정 규율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전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올해들어 잇따라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는 해킹을 통해서나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에 의해 수많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련의 사건은 개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조직적 범죄와 연결돼 있다. 갖가지 지능적인 방법으로 대량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 이들은 각종 스팸 발송 업체나 보이스 피싱 업자, 대규모 온라인 게임 작업장 등에 판매한다. 정보를 구입한 업자들은 ‘그들만의 비즈니스’를 한다. 무고한 사용자들만 아무것도 모른 채 스팸 홍수에 시달리거나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가 되거나 아이디(ID)를 도용당하는 등의 피해를 당한다. 이런 사건은 우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필자가 정보보안 산업에 뛰어든 10년 전의 정보기술(IT)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정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인터넷이 이제는 금융 거래, 정부 민원, 통신, 상거래 등 전 분야에서 우리생활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기본 인식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포털을 비롯해 쇼핑몰이나 게임업체, 심지어 금융권에서도 인터넷 회원을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하다. 보이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 IT 현장에서는 정보보안이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어떤 보안 사고가 터지면 실무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몰두한다. 정보보안은 자신의 사업을 지탱하는 고객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고객이 맡겨놓은 정보를 보호할 대책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을 전개할 자격이 없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지난 4월 열린 해외 콘퍼런스에서 한 외국 참석자는 우리나라의 정보 유출 사고 배상 금액을 보고 “소비자들이 그 정도로 물러서느냐.”고 되물었다. 미국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배상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현실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우리가 얼마나 뒤떨어진 체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보보안의 핵심은 정보보안 정책의 설정과 규정 준수이다. 우리 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정부의 IT 투자 예산 중 10% 정도를 정보보안에 투자한다. 이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 정보보안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전사적인 보안의식 강화는 물론 전체 IT 투자에서 최소 5% 이상은 보안에 인적·물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대한 보안뿐만 아니라 기업 내 보안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여기에 대응하는 체제가 비전문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IT 강국이 유해 정보와 불법 거래만 득실거리는 세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 [시론] 도지사 갈등과 솔로몬의 해법/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도지사 갈등과 솔로몬의 해법/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인구에 회자되는 두 재판이 있다. 먼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재판 장면. 유대인 구두쇠 샤일록은 기한내에 빚을 갚지 않을 경우 가슴살 한 파운드를 받겠다는 각서를 안토니오에게 쓰게 한다. 안토니오가 위기에 처하자 재판관으로 변장한 친구 포셔가 피는 한방울 없이 살을 떼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재판관으로 변장이 가능했을 만큼 귀족이 제멋대로 권력을 농락해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되었으며, 살을 베면 피가 난다는 것은 논리학적으로 누구든지 아는 확실한 지표이므로 별도로 증서에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솔로몬 왕의 재판을 살펴보자. 솔로몬 왕은 자신의 아이임을 서로 주장하는 두 어머니에게 결정권 자체를 부여한다. 솔로몬 왕은 자신이 갖고 있는 불확실한 증거들 가운데서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당사자인 아이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어머니를 찾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현명하다. 흥미롭게도 솔로몬의 해법은 2007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후르비치 교수 등의 메커니즘디자인이론으로 증명 받는다. 메커니즘디자인이론은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당초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의사결정 경우의 예를 들자면 두 사람이 사과 하나를 둘로 가른다고 할 때 둘 다 만족하는 완벽한 절반은 없다는 전제 하에 가른 자는 두번째 선택자가 되어야 둘 다 만족한다는 것이다. 지금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둘러싸고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급하게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재판장내의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솔로몬 왕이라고 가정해 보고 순서적으로 생각해 보자. 먼저, 정부 및 국회의 의사결정자들은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고 각자 비대칭적이고 감정적인 정보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음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다툼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보는 것이다. 남이야 어떻든 자기 지역의 발전이 우선이냐, 아니면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냐 하는 관점에서 다툼의 본질을 봐야 한다. 세번째 순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당사자는 경기도와 충남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 해야 한다. 두곳만 달래기 위하여 떡을 나누다가는 사방에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네번째 순서는, 누가 결정을 하고 누구에게 선택권을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전면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미래경제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들불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수도권 규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충청도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방에 기업투자가 지금보다 급속하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경제생산성에 미치는 요인은 토지가격이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라는 점은 상식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명백한 패배로 인식되는 전면적인 법률의 제·개정보다는 현재의 법률에 저촉되는 사업에 대해 당사자 및 전문가 중심의 심사를 하고 국회에서 의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조치는 갈등 당사자인, 예를 들어 경기도와 충남도의 지역개발 및 지역경제 고위직 간부의 인사교류 의무화이다. 그리고 인사교류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대방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 [시론] 금융대란의 예방은 구조개혁에 있다/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시론] 금융대란의 예방은 구조개혁에 있다/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꿈같은 2주간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잊고 지냈던 9월 금융위기설이 머리를 들면서 주가는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환율은 천장이 뚫리는 등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주가와 원화가치의 폭락에 이어 채권가격마저도 하락하는 소위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수석은 이명박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해괴한 경제선방론을 주장하고 있는 소통부재의 정부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당시 정부는 평균수치로서의 경제펀더멘털이 튼튼하므로 아무 염려 없다는 무책임한 기초체력론으로 일관하다가 엄청난 국난을 초래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다. 정부도 기업도 우리 경제의 정책방향과 경제구조로서의 펀더멘털과 현재 금융시장에 대한 냉정하고도 정확한 진단이 급선무다. 분명히 현 정부는 오늘날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는 미국 양극화의 주범인 레이거노믹스의 감세정책과 신자유주의정책을 천명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세계경제 침체 환경과 극심한 양극화의 국내경제환경 속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는 위험하고도 구시대적인 정책방향이다. 이미 유럽경제의 악화로 급격한 수출둔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경제로 인해 우리 수출의 구조적 편중문제(이미 8월까지 116억달러 무역수지적자 발생)가 드러나고 있다. 윗목과 아랫목이 연결되지 않는 양극화 구조속에서 부자와 대기업들의 소비와 투자가 서민들과 중소기업에 선순환되는 후방침투효과(trickle-down effect)가 없음은 이미 실증되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을 필두로 금융시장 전체의 반응이 일시적이고 단기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에 현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근본적 원인이라면 우리 정부는 환골탈태해서 제2의 경제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아서 이념을 초월한 구조개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대단히 민감하고 반응이 즉각적인 시장이다. 소위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즉 과학적 근거가 약해도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이 주식시장에 거품이 많아서 터질 것이라고 예언하면 정말로 주가가 붕괴하는 현실로 연결되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금융시장은 정말로 신뢰가 중요할 뿐 아니라 프로들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시장이다. 이미 MB 정부가 출범하기 전 인수위시절부터 수출대기업을 뒷받침하는 경제정책이 예고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고환율이 될 것으로 국내외에서 예언하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신정부의 장·차관이 입만 열면 고환율을 주장했는데, 환율추세가 급격히 솟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 이후 원유가격폭등과 아울러 수입물가가 치솟고 촛불집회로 나타난 민심이반 현상이 위험수위에 오르자 역으로 달러폭탄을 부으면서 환율방어를 하고자 했으나 이미 닭 쫓던 개 신세로 고스란히 실탄만 날리는 꼴이 됐다. 문제는 이제 실탄이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땜질식 단기처방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경제가 국내외 투자자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운영의 패러다임 변혁을 통해서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 [시론] 로스쿨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하여/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시론] 로스쿨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하여/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지난 24일 사상 최초의 법학적성시험이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물론 법학적성시험 성적이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유일한 사정기준은 아니다. 예비인가를 받은 25개의 법학전문대학원들이 제시한 입학요강을 보더라도 학부성적, 자기소개서 및 공부계획서, 영어성적, 면접성적 등도 비중있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학적성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여러 평가요소들 중의 하나로서, 전문화된 법학교육을 받을 기본적인 자질과 적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 시험을 과거에 한번도 치러본 적이 없다는 데 있었다. 출제기관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출제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아 난감했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막연해서 수험준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미에서 시험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 1월에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을 실시하여 출제의 범위, 방법, 대략적인 난이도 등을 시범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지난 24일의 본시험도 예비시험의 출제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예비시험보다 문제가 더 평이했다는 반응들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법학적성시험은 독해력을 보는 ‘언어이해’, 논리력과 분석력을 보는 ‘추리논증’, 사고력과 표현력을 주로 보는 ‘논술’의 세 영역으로 구성된다. 우선 지난 24일의 본시험은 ‘언어이해’나 ‘논술’에 비해 ‘추리논증’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지적이 많다. 출제지문의 경우도 모든 학문분야에서 골고루 출제한다는 기존 방침과는 달리 법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의 지문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자연과학 지문의 경우 전문성도 높아 학부전공이 자연계열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서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추리논증’이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부족’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어렵게 꼬아놓은 추리논증 문제 40문항을 120분 안에 풀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추리논증’과 다른 영역간의 전체적인 난이도 조정이나 지문 내용에 좀더 신경을 쓰고,‘추리논증’의 시험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학적성시험 문제가 수험생이 로스쿨 교육을 위한 기본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문제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문항에 대해 연구하고 다듬어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출제기관에서 로스쿨 성적과 법학적성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를 로스쿨 졸업생의 성적 통계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그 상관성을 높이는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미국의 예가 좋은 참고모델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학부전공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법률가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가르쳐서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염가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로스쿨제도 도입의 원래 취지였다. 이 본 취지를 잃지 않는 로스쿨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최우선적 목표로 하여, 법학계·법실무계·정부가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 [시론] 한·중 문화주권 갈등 어떻게 풀까/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시론] 한·중 문화주권 갈등 어떻게 풀까/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 17일 베이징 철도회관에서 중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쑨원(孫文)은 한국 혈통’,‘(중국의) 인쇄술, 나침반, 화약 등 세계 4대 발명품의 원조는 한국이다.’라는 내용의 중국 언론보도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기사였다.”고 해명했다. 한국 언론들이 중국의 문화적 성취를 자기 것으로 주장한다는 일련의 악의적인 기사가 최근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해명한 것이었다. 한 나라의 전권 대사가 주재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언론 보도 내용을 해명한 것은 드문 예다.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반한(反韓), 혐한(嫌韓)감정이 얼마나 걱정스러운 수준인지를 방증한다. 날조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중국내 영향력 있는 포털에 실리고 인터넷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파문을 일으킨 뒤였다. 일부 ‘왕민’(網民·누리꾼)들은 ‘보복’을 주장할 정도로 격분했다. 거짓이 사실인 양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되면서 오해속에 한국의 인상에 상처를 냈다.“한국인들은 조직적으로 남의 문화를 훔쳐가고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문화적 자존심에 손상을 입혔다는 믿음이 일부 젊은이들과 고학력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두나라의 문화 주권 갈등은 2005년 11월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가 인류 무형유산으로 선정하면서 본격화됐다.“단오는 중국풍습인데 어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한국이 등재하느냐.”는 들끓음이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문화갈등의 범위와 반향이 커졌다. 최소한 중국의 일부 식자층과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랬다. 한의학(韓醫學) 경락체계가 중의학을 제치고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산둥(山東)반도 전체와 베이징 부근까지 고대 한국인들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주장에 중국인들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한국 재야사학자들의 주장들, 예컨대 중화민족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황제(黃帝)신화 등도 한국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 등등. 앞으로도 두나라 간에는 오해 확산과 문화적 분쟁거리들이 산만큼 쌓여 있다. 이런 학술상의 가설과 설익은 주장들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독화살처럼 상대방을 겨누고 민족감정을 불붙이며 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한세기동안 전통을 부정하고 돌아보지 않은 중국 탓도 크다. 중국에선 더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박제가 돼버린 문화유산들을 한국에서는 살아있는 풍습으로 지키고 있는데 어찌하랴. 그렇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의 일방적인 민족주의 정서의 팽창도 문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고대 한국역사의 발전에서 외래 문화와 이주민들이 끼친 영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편적인 문화 공동체가 대개 그러하듯 외래적인 것의 영향속에 한 집단의 정체성과 고유성도 키워진다. 한국의 민족주의적 정서는 일제 탄압에 대한 반작용적인 측면도 크다. 그렇지만 건국 60주년을 넘어선 이제 한국도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을 한번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한·중간의 각종 대화와 교류의 폭을 넓히고 제도화시켜 나가야 한다.2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청소년을 포함한 인적 교류확대도 이런 측면에서 더욱 내실화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두나라 관계발전의 기틀로 삼았으면 한다.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 [시론] 향후 중국경제 어디로/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향후 중국경제 어디로/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올림픽 후 중국경제를 걱정해 왔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이자 막대한 흑자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먼저 올림픽 관련 인프라 투자과잉의 후유증은 걱정할 것이 없다. 베이징은 GDP의 3% 미만을 점할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경제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은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만만치 않은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베이징 방언에 닝바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 풀릴듯 하면서도 꼬이는 상황을 나타내는데, 고도성장 속에서도 심각한 문제들로 고민하는 중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10%를 넘는 성장률과 외환보유고 세계 1위를 자랑하면서도 핫머니 유입, 인플레이션, 인민폐 절상, 임금상승, 노동집약산업 수출기업들의 경영난, 국제수지 악화, 구인난 속의 구직난, 주가하락, 부동산 침체, 원자재난 등 중국경제의 전방위적 문제들을 우려하는 보도와 강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의 고민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급락을 막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올림픽 후 연착륙을 위해 경제운용 기조를 경기과열과 인플레 방지에서 성장유지와 인플레 방지로 전환했다.2분기 성장은 여전히 10%를 초과했지만 하락 추세이며, 식료품 위주 소비자물가 상승이 누그러지자 이번에는 도매물가가 뛰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2020년까지는 8%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으로 보면 최대 관심사는 소비진작이다. 중국은 GDP 중 소비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구조를 보이는 바, 상대적 소비부진 속에서 투자일변도 성장추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에너지와 자원 개발분야가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전국적인 신도시 건설붐 등 도시화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성장패턴이 상당기간 유지되리라 생각할 수 있다. 도시화와 인프라 관련 분야 투자 주도 성장패턴의 지속은 성장안전판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진작 없이 장기성장은 불가능하며 소득분배 개선 등 정책이 요구된다. 다행히 최근 소비진작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 수출수요는 노동집약산업 및 첨단산업의 노동집약공정 위주 수출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과 임금, 토지 등 요소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문제이다. 이를 위해 내륙으로 산업이전 등 산업 재배치가 수출경쟁력 유지의 핵심과제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먼저 자본공급은 높은 저축률의 뒷받침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나 노동수급 불일치가 큰 문제다. 중국은 2015년까지는 노동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일자리 창출이 더 큰 문제이나 그후 상황이 역전되어 노동력 부족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내륙지역에 풍부한 잉여노동력이 존재하는 동시에 연해지역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급상승하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이동 촉진정책이 요구된다.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결국 자주개발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아 중국경제는 많은 문제를 안고서도 상당 기간 고도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소비수요 진작, 산업배치구조 조정, 지역간 노동이동성 제고 등 수요와 공급 측면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성공 여부이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 [시론] 쓴맛만 안고 돌아온 남북공동응원/김범식 한국스포츠외교포럼 회장·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장

    [시론] 쓴맛만 안고 돌아온 남북공동응원/김범식 한국스포츠외교포럼 회장·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장

    8월8일 중국 베이징역 앞. 서울과 평양을 출발한 열차가 남북공동응원단 300여명을 태우고 25시간을 달려와 이곳에 긴 기적 소리를 토해낸다. 뜨거운 가슴과 억센 포옹으로 남북화해를 다짐하며 도라산, 신의주, 지안(吉安), 잉커우(營口)를 거쳐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우리는 하나다’,‘조∼국 통∼일’,‘원코리아 예스, 투코리아 노’의 구호가 환청처럼 울려퍼진다. 이 장면은 10·4남북공동선언에 따라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에 당도하는 베이징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과 환영 인파를 머릿속으로 그려본 것이다. 지난 10일 열차 대신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400여명의 ‘코리아응원단’은 14일까지 머무르며 남북공동응원의 조그만 실마리라도 풀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썼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4일 돌아왔다. 베이징과 친황다오 등에서 앞의 상상은 언감생심이었다. 잔뜩 경계심을 품은 중국 공안들을 보면 애당초 가당찮았다. 툭하면 검문검색을 해댔다. 외국인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다. 혹시 현지에서 북한 응원단을 만나 즉석 응원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코리아응원단에게도 공안이 이중삼중으로 따라붙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남자축구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0일 친황다오 경기장에는 보안요원들이 코리아응원단 앞에 1m 간격으로 줄을 섰다. 응원 행태를 공공연히 트집잡고 방해했다. 코리아응원단 가운데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한 탓이었다. 유도 경기 입장권은 70장만 구했고, 스웨덴과의 여자핸드볼 입장권은 아예 한 장도 구하지 못했다.“브로커에 사기를 당했다, 돈이 없다, 정부가 무관심하다, 대사관이 무능한 탓”이라는 지청구가 무성했다. 그러나 단체 입장권 한 장에 24만원을 요구하는 중국인의 상술은 무섭기만 했다. 결국 한국인의 단체 입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중국 정부의 훼방이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고약한 심보였다. 덕분에 코리아응원단은 관광객, 쇼핑객, 식객 신세로 전락했다. 여자축구 북한-독일전이 열린 톈진 경기장에서 북한 응원단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붉은 모자, 붉은 셔츠에 검정색 바지 차림의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들고 질서정연하게 응원했다. 코리아응원단은 십수 차례의 파도타기 응원으로 북한 응원단의 응원을 유도하려 했지만 “짜요,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중국 응원단의 방해(?) 때문에 끊겨 우리를 애타게 했다. 코리아응원단 일부는 하프타임에 북한 응원단 쪽으로 가 말도 걸어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삼삼오오, 한두 대의 버스로 나눠 타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중국 곳곳에서 차출된 재중국 동포들인 것 같았다. 베이징올림픽 남북공동응원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정부 들어 회담조차 열리지 않았다. 경기장에도 못 들어가고 감동과 긴장도 없는 응원 속에 곤욕만 치렀다. 베이징으로 향할 때의 흥분과 기대와 달리 잔뜩 쓰디쓴 여운만 안고 돌아왔다는 한 응원단원의 소회가 가슴을 쳤다. 그러나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으로 우리의 가슴에 다시 불을 댕겨야 한다. 베이징에서 들었던 현숙의 노래 가사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이별앞에 몸을 숨긴 오빠를 잊어다오. 세월속에서 오빠는 잘 있단다.’ 김범식 한국스포츠외교포럼 회장·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장
  •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1948년 8월15일 광화문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및 축하식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날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해 8·15는 광복 63년과 건국 60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오늘날과 같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독립정신, 건국정신, 호국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었다. 오늘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이 또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난 100년 역사에 대한 성찰과 21세기 새로운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이 결합될 때 비로소 마련될 수 있다. 구한말 조선 지도자들은 쇄국정책을 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 외부 세계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으니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은 건국과 함께 대륙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근대적 서구 문명의 해양세력과 연대하면서 개방정책을 폈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면서 경쟁하고 세계 시간대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가능케 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조선민족은 열등해서 일본이 식민지화해서 교화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건국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 공정한 경쟁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마련되고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었을 때 우리 민족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60년사가 보여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우리 민족에 전대미문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선왕조 하에서 ‘백성’으로, 일본 제국 지배 하에서 ‘신민’으로 통치의 객체로만 존재하던 우리 민족이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국민’으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스스로 과학과 기술을 습득하여 사회적 능력을 배양하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갖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일대 의식의 혁명적 전환을 겪게 되었다. 해방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건국과 함께 새로운 국민으로 재탄생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혁명과 존재론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소중히 여기고 진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혁과 경제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본, 노동, 정보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화는 국내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국가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 개인의 대내외적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국가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혹자는 경기후퇴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미국처럼 금리를 인하해 소비와 투자의 둔화를 억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재정정책은 확장 방향으로 가면서, 금융통화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일견 모순이다. 재정에서는 유류세 인하, 저소득층 소득 보전 등으로 총수요를 늘리고, 금융에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총수요 축소를 꾀한다면, 온탕 냉탕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경기가 좋은데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는 내리는 상황, 즉 총수요의 과부족이 거시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만 타당한 논리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다른 여러나라와 함께 1980년대 초 제2차 오일쇼크 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6%에 달할 만큼 심하고, 경제성장률은 1·4분기 이래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하면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재정정책을 통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증가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과연 소득 재분배효과가 있느냐이다. 예고된 대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낮춘다든가,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해 부동산값을 또 오르게 한다든가 하면,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 내수를 오히려 위축시킬 것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상치 여부를 검토하면서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통화정책은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데 6개월 내지 2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생명이다. 작년 8월 이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인상해 왔다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이토록 만연하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 물가도 이만큼 뛰지 않았을 것이다.3월의 정부 환율정책 실패로 환율이 10% 이상 오르고 그것이 수입물가와 국내물가를 올렸다.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는 되도록 거시경제 정책에서 손을 떼고, 중앙은행이 주도적·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교훈을 얻고, 국민은 한국은행에 물가안정의 책임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지난 10년 적시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늦었고 , 너무 작은 인상폭이다.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여서 과잉유동성이 걱정되며, 인상폭은 정부의 환율 장난이 초래한 피해를 메우기에 턱도 없다. 환율은 통화의 대외가치이고, 국민의 대외가치이기도 하다. 환율을 올려 국민값을 떨어뜨려 놓고 애국 운운하는 정부에 비하면 물론 한국은행에 믿음이 간다. 물가는 통화의 대내가치이고, 역시 국민의 값이기도 하다. 국민값을 대내적으로 6%, 대외적으로 10% 이상 떨어뜨린 중앙은행과 정부는 고유가와 외부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상황판단부터 공유해야 한다. 물가안정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며, 수출과 내수를 균형있게 늘리려면 외환시장에 엉터리 구두개입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정거래위의 정상화를 통해 일부 재벌의 부패와 담합을 척결함으로써 정부는 물가안정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일관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우리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서 구할 수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베이징올림픽과 중국부흥의 길/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시론] 베이징올림픽과 중국부흥의 길/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돌다리도 만지면서 강을 건너는’ 준비 끝에 베이징올림픽이 시작된다. 중국에서 올림픽의 의미는 새로운 근대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아편’으로 강제로 열린 근대는 중화의 자존심을 무너뜨렸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중국인들은 돈과 총이 없이는 국가를 온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절치부심의 역사를 살아 왔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올림픽은 스스로의 손으로 다시 근대의 역사를 쓰는 역사적 순간이자 부흥의 길, 청년제국의 길의 선언서인 셈이다. 최근 상영한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다분히 올림픽을 겨냥한 너무도 중국적인 영화였다. 후한시대로 되돌아가 당시의 국가경영의 과제를 올림픽 이후의 중국에 묻고 있었다. 복잡한 정세를 읽는 지혜, 치밀한 외교력, 예술과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 대중정치의 중요성, 지도자의 덕목 등의 중요성을 삼국의 옛 영웅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주유를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분분했다. 중국의 세기가 열릴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성공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많았다. 즉 올림픽을 치르면서 민주화, 인권, 종교의 자유, 자본주의 가치가 확산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게 되어 결국 성공이 역설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패를 가져오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은 사회적 격차, 부패, 실업, 금융불안, 분리주의 운동, 환경오염, 질병문제 등 발전의 병목이 산적해 있었고 티베트 사태, 집단소요, 대지진을 통해 이러한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성공했다. 개혁개방 30년을 거치면서 세계사적 변화에 적응하는 민첩한 몸을 만들었고 두둑한 배짱도 가지게 되었다. 중국당정은 끊임없이 경제적 업적을 통한 체제정당화를 시도해 왔고 개혁개방의 세례를 받은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시켜 이를 체제구심력으로 만드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점증주의’와 ‘시험 후 확대’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였고 대의제를 확산하였으며, 정치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현장밀착형 정치를 실천했다. 사회경제적으로도 경기 연착륙과 성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했고, 사회통합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에 두고 흔들리는 민심을 추스르는 데에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올림픽 이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군사투사력이 취약하고 여전히 내부적 위험도 간단치 않기 때문에 중국이 공격적 현실주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중국이 과거와 같이 대국에 걸맞지 않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국제무대에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국제정치의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적극 관여하면서 대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그것은 우선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드리고 있는 새로운 빈곤지역과 세계전략의 교두보로 여기는 아시아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이것은 머지않아 한국에 투사될 것임을 의미한다. 올림픽 이후 세계의 판은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이고 열강들의 각축도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 판이 도는 속도보다 더 빨리 돌아야만 낙오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축제가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당태종은 중국정치에서 한나라 이래 500년 동안 혼란을 거듭하던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문화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대정치가다. 태종은 ‘창업’보다는 선대의 법을 이어받아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안히 하는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난세에 여러 군웅을 격파하여 승리를 만들어 냈으니 창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창업 후 군주가 교만하고 방종하면 국가가 쇠잔하고 국민은 더욱 고통받기 때문에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장수와 새 삶을 일컫는 환갑을 맞이했다. 국민주권을 보장한 근대국가 성립이라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된 것이다. 일제에 항거하고 연합국의 신탁통치에 반대하여,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해방공간에서 극심한 좌우의 대립을 거쳐 우리 민족은 진정한 독립과 자주를 외쳐 비록 절반이었지만 한반도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대한민국의 창업도 말 그대로 온갖 역경을 딛고 이룩한 것이다. 만사일생(萬死一生)으로 창업된 대한민국의 그후 60년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동족상잔의 뼈아픈 6·25 남침에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가.10만㎢의 작고 척박한 땅덩이를 풍요와 부유의 옥토로 만들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지내왔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혈투로 맞서 오지 않았던가. 강대국 중심의 냉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빠졌던 분단의 동토를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숱한 업신여김을 이겨내 오지 않았던가. 이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 풍요를 보장받으며 정의와 진실만이 승리한다는 고귀한 생존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지난 60년 동안 선대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제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건국 60년 만에 국민소득 2만 45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당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턱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제는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문과 수성에 힘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미국적 발전모델로 불리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능가하는 한국적 가치와 제도에 기초한 신생국의 발전모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는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조화를 통한 발전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친북과 친미의 등식화로 변질된 진보와 보수, 그리고 자주의 이름으로 분절된 국제관계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하여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추구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회는 올바른 민심을 결집하여 소통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민사회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여야 한다. 단, 이 모든 일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대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는 상생과 발전의 미래를 전제하여야 할 것이다. 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시론] 서울시 교육감에 바라는 영어교육/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시론] 서울시 교육감에 바라는 영어교육/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끝이 났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영어교육이 항상 쟁점이 되곤 했으니 교육감 후보들이 모두 이번 선거에서 영어 공교육에 관한 한 말을 아낀 것 같다. 새 교육감은 눈치보지 말고 영어교육 영역의 두 가지 정책에서만은 밀리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하면 좋겠다. 우선 말하기교육 분야이다. 초중등 영어교실에서 영어선생님이 영어로 말을 가르칠 환경을 만들겠다고 새 교육감이 꼭 약속하면 좋겠다. 온 국민이 영어말하기를 배워야 하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어를 학교에서 10년이나 가르친다면 말하기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이란 건 그렇다. 아무리 잘 읽고 잘 써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느 위치에 있든, 해당 언어와 문화에 공격적이거나 열등한 마음을 갖기 쉽다. 이런 저런 이유든 학교에서 영어를 버리지 않을 거라면 듣고 읽은 것을 말해보는 것,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을 반드시 교실에서 가르쳐야 한다. 말하기를 가르치려면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사람이 학교에 더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 지금 가르치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만 가르치자고 하는 것, 가르치기 편한 것을 가르치자고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입을 막고 연필을 쥐고 글만 주입시키는 횡포이다. 글을 빨리 읽지 못하고, 잘 쓰지 못하는 학생도 말하기만은 배울 수 있다. 말하기는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성을 고민하지 않는 언어교육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한국 땅에서 영어말하기 학습의 의미에 대해 빈정대는 사람들이 있지만, 글만으론 우린 다른 문화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다. 영어와 영어말하기는 왜 필요하며 무슨 말하기 활동이 필요한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원어민과의 회화만이 영어말하기가 아니다. 표현과 구문을 공부하는 것이 말하기의 전부가 아니다. 꼭 규모의 정책이 없어도 된다. 이 모든 논의에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조정해주면 좋겠다. 둘째는 영어시험 분야이다. 새 교육감은 국제중, 특목고를 추가로 설립한다고 약속했다. 학력진단평가를 확대하고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진학을 선택하고 새로운 평가에 참여하면서 교육경쟁력이 생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중에 윤리의식과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영어평가기관 때문에 우리 모두 소모적인 시험 준비에 희생이 될 수 있다. 초등학생들부터 일찌감치 영어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새 교육감은 정직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수익에 현혹된 평가기관의 거짓말을 호랑이 눈으로 감시해야 한다. 지금도 국내기관에서 공인한 영어시험을 많은 학생들이 치르고 있다. 공인시험 성적이 있어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평가 전공자도 없는 곳에서 공인 시험이 시행되곤 한다. 대체 공인된 시험성적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평가기관이 공인을 이용한 과장광고를 하지는 않는가. 감시되지 않은 공인시험은 괴물이 될 수 있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학습에 건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좋은 평가가 필요하다. 좋은 시험을 새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 지금 있는 공인시험을 우선 압박해야 한다. 엄격한 교육감 아래 양질의 크고 작은 시험들이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며 공정한 경쟁과 자율의 전통도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말랑말랑한 내 알몸 드러낸 느낌”

    이어령(76)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시집을 냈다. 제목이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다.50여년 문단생활을 하면서 낸 첫 번째 시집이다. 이 교수가 대학시설 학교신문에 투고한 시부터 최근에 쓴 시까지 모두 61편이 담겼다. ●“겸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독백”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교수는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기쁘다.”는 말로 시집 출간의 소감을 밝혔다. 시집 첫머리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리고 보여서는 안 될 달의 이면같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줬다.”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딱정벌레의 껍질 뒤에 숨어 있는 말랑말랑한 내 알몸을 드러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도 썼다. ‘시인 이어령’이 사용한 언어는 의외로 소박하다. 각종 평론에서 현란하고 분석적인 언어를 즐겨 쓰던 그의 예년 글쓰기 스타일에 비하면 양념하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채소와도 같은 느낌이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시들은 시집을 내려고 독자를 의식하고 쓴 글이 아니라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독백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가 시를 쓴 것은 그가 2003년부터 1년간 일본 교토의 일본문제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느낀 외로움을 내밀한 언어로 기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비닐봉지 안에서 식어가는 식빵의 식욕/체온계처럼 옆구리에 끼고 가다가/내일 아침에도 혼자 앉을 식탁을 생각한다.”(‘세븐일레븐의 저녁시간’ 중에서) ●“시는 기도에 가장 가까운 장르” 그가 ‘세븐일레븐의 저녁시간’이란 시에서 쓴 것처럼 일흔이 넘어 이국 땅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해야 했던 시간은 참을 수 없이 외롭고 힘든 것이었다. 이 교수는 “편의점에서 다른 연구원들이 다 떠난 빈 기숙사 가운데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내 방을 바라보며 꼭 재단의 촛불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기도에 가장 가까운 장르가 시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표제작이기도 한 그의 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자, 시집에 실린 61편의 시 가운데 신앙시가 11편을 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이 교수는 “나도 나름의 시론을 가진 사람인데 내 시론대로라면 이번 같은 시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시들은 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적절치 않은 내면의 고백”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시집에서 자신의 시론에 가장 부합하는 시로 꼽는 것은 시집 말미에 실은 ‘양계장 보고서’다. 오로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육되는 닭의 처참한 모습을 고발하는 보고서 형식의 실험시다. 그는 “정말 소신대로 쓰는 시들은 아마도 죽고나서야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시론] 종부세 개선, 지방세 환원에서부터/이범웅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

    [시론] 종부세 개선, 지방세 환원에서부터/이범웅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재산세에 이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참여정부가 2005년 ‘8·31 부동산대책’을 통해 만들어 놓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3년만에 변화의 기로에 들어선 셈이다. 이번 세제개편 움직임은 국민들 사이에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역시 논쟁의 초점은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기준에 맞춰져 있다. 현재 보유과세와 관련해 논의되는 사항은 재산세의 과표적용 비율을 50%로 동결하고, 종부세는 기존의 가구별 합산방식을 개인별 합산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기준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65세 이상 1가구 1주택 고령자 가구에 대해 소유권 이전시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세는 장기보유자 기준을 완화하여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조세부담을 완화하는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보유과세를 두고 한 쪽에서는 공평이라는 측면에서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면 부동산 투기가 성행할 것이므로 현행 세제를 그대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세금폭탄’식의 징벌적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게 좋고, 완화해도 스태그플레이션 때문에 부동산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조세를 어떤 관점을 갖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공평을 강조할 수도 있고, 효율과 성장을 중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 보유과세에 대한 논의는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과거 참여정부는 토지와 건물을 별도의 과세대상으로 하는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로 구성된 보유세제를 재산세로 일원화하면서, 보유세 부담의 형평성과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정책목적으로 하는 종부세를 국세로 신설했다. 조세이론 및 조세정책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보유과세가 본질적인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대가라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를 거둬 이를 재원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지방정부 간에 정책경쟁을 통해 효율을 달성할 수 있고, 해당 지역주민 사이에 공평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정부 간 재정격차는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교부금 등의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통해서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종부세를 보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원을 가져가서 정책목적에 따라 지방정부에 다시 나눠주고 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중앙정부가 선심을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보유과세와 관련된 논의는 지방정부의 재원인 종부세를 다시 지방정부로 돌려주는 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역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보유과세 및 공공서비스 관련 프로그램을 두고 국민들이 지방정부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효율과 지역주민 간의 공평성을 먼저 달성한 뒤 중앙정부가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통해 지역 간의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즉 현재 재산세(지방세)와 종부세(국세)의 이원구조인 부동산 보유세제를 지방정부의 재원인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세제개편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범웅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
  • [시론] ‘금강산 피살’ 국제무대로 가지 말아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금강산 피살’ 국제무대로 가지 말아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부는 금강산 피격사건 당일, 이 사건과 남북관계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북측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거부하자 식량과 통신 및 금강산면회소 장비 지원을 보류하고 개성관광 중단을 검토하는 등 대북정책을 강경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를 북핵위기 발발 후 처음으로 열린 6자 외무장관회담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의제로 삼아 국제적인 대북 압력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남북 당국간 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이 적반하장격인 태도를 취하자 고육지책으로 국제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유념할 사항들이 많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개원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식으로 이행을 제의한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 정신이 남북문제의 남북간 해결이라는 점을 반추해 보아야 한다. 민족문제를 외세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것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중장기적으로는 외세의 한반도 문제 관여를 자초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이 체면을 지키면서 남북관계를 재개할 명분을 찾고 있다면, 우리의 국제압력 도모 노력은 북한의 대화복귀 길을 차단할 수도 있다. 6자회담의 경험도 경종을 울린다.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 발발 직후 관련국들은 북·미 협상이 해결책이라고 권고했다. 북한은 북·미 불가침협정만 체결된다면 기꺼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했다.6자회담 틀을 고집한 것은 미국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믿기 어려우므로 여럿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외로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의장국 중국이 작성한 초안에 대해 오히려 미국이 5대1로 수세에 몰리면서 타결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무시전략과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을 강화했다.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핵실험을 감행했다. 놀랍게도 미국은 비록 늦었지만 정책을 전환, 북·미 양자협상에 나서 2·13,10·3합의를 통해 북핵 폐쇄와 신고를 거쳐 현재 불능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시 북한의 핵능력은 핵탄두 1∼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졌다는 의혹에 불과했는데, 미국이 양자회담 대신 다자적인 국제 해결을 모색함으로써 북한이 핵 탄두 5∼7개를 만들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것을 용인하여 실체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조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취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뒤늦게 진땀을 빼면서 수습하는 모습이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초기부터 북·미 양자 협상을 시도했다면 오늘날 북핵 문제는 이미 완전히 해결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민간인 관광객에게 등 뒤에서 총격을 가하고도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북한의 태도는 어이가 없다. 그러나 초강대국인 미국조차도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작심했다가 6년만에 대화를 통해 북한을 다스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북한의 행태는 목불인견이지만 북한을 상대하기에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여건을 가진 우리가 미국의 전철을 밟는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민족 내부문제인 금강산 사건을 국제무대로 끌고가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어떻게든 남북간에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금강산 사건 하나의 해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미래 비전을 가지고 이를 오히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기회로 전환시키는 전략과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시론] 러시아의 독도 표기 유감/박종효 모스크바대 객원교수 한국학센터

    [시론] 러시아의 독도 표기 유감/박종효 모스크바대 객원교수 한국학센터

    러시아에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이 잘 알려져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여론은 한국의 영토로 독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러시아의 극동 관문은 동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태평양 항로 중심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를 러시아의 진출을 방해할 수 있는 전략지역으로 판단했다. 울릉도는 한국의 소유로 이미 열강에 알려져 있지만 독도는 ‘리앙쿠르 바위섬’으로 지도상에 표시돼 있어 청·일전쟁 중에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를 편입했듯이 러·일 전쟁을 시작하면서 1905년 2월22일에 일본 시네마현에 편입시켰다. 러·일전쟁에 앞서 일본은 울릉도에 통신부대를 설치하고 원산을 경유, 만주로 진격하는 일본군을 지휘했다.1905년 3월 쓰시마 해전에 앞서서는 독도에 탑망 시설을 두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러시아 함대를 전면적으로 포위하여 항해를 저지하는 데 성공해 태평양 2함대 사령관의 부상으로 지휘권을 위임 받은 태평양 3함대 사령관 네바가토프는 독도 해상에서 일본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은 독도를 쓰시마해전은 물론 전 러·일 전쟁을 결정적으로 승리케 한 성지(聖地)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러시아의 지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독도 호칭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한반도 정책과 러시아의 전신인 구 소련이 얄타협정과 카이로 선언에 합류한 정신과도 모순된다. 러시아가 독도를 최초 발견한 1855년 지도에는 동도를 ‘올리부차’, 서도를 ‘메네라이’라고 표기했다.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는 지도상에 리앙쿠르, 호네트, 올리부차, 메네라이라고 병기표기했다. 러·일전쟁 이후에는 다케시마라는 표기가 하나 더 붙어 명칭이 4개가 됐었다. 혁명 이후 1974년까지는 다케시마 호칭 하나만 사용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 페테르부르크에서 발행한 세계 도서사전에도 다케시마로 표시하고 일본 영토라고 하였다. 그 후 현재는 모든 지도에 프랑스 포경함 이름을 따라 리앙쿠르로 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표기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일본군국주의 반대정책은 물론 한반도 우호정책과도 모순된다. 이같은 러시아의 표기는 한·일 어업조약에 따라 중립을 지키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나 독도는 한국의 삼국시대부터 고유한 영토다.1945년 광복 후에는 일본의 음모를 물리치고 계속 지금까지 63년간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으며 일본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러시아의 독도 표기는 첫째, 전통적인 러시아의 한반도 우호정책에 모순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한국은 쿠릴열도를 일본어로 지시마(千島)가 아닌 러시아어 쿠릴열도로 러시아 영토로 표기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독도를 일본이 찬성하는 리앙쿠르라고 표기하여 무국적으로 놓아둔 것은 불공정한 처사인 것이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때 다케시마라고 표기하여 일본 영토로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당연히 독도로 호칭해야 옳다. 셋째,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다케시마 표기는 한국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영토 주권을 무시하는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한국은 19세기 중엽부터 러시아와 뿌리깊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도서 명칭 문제에서도 러시아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으면 한다. 그래야 앞으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물론 대일 도서정책에서도 동반자로 함께 갈 수 있다. 박종효 모스크바대 객원교수 한국학센터
  • [시론] 한·일 신시대에 부는 독도 역풍/ 조양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론] 한·일 신시대에 부는 독도 역풍/ 조양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일 정상이 양국간 미래지향적 관계 건설을 약속한 지 3개월도 안 되어 독도를 둘러싸고 양국 관계에 또다시 역풍(逆風)이 불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을 명기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 이번 해설서 개정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새 양상을 보여준다. 우선 기존의 영유권 관련 기술이 교과서 출판업자라는 민간 주도였다면, 이번 해설서 개정의 주체는 일본 정부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독도 문제를 이른바 ‘북방영토’ 수준으로 격상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2차대전 당시 러시아가 강점한 ‘북방영토’를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미수복’ 영토로 규정해 왔는데, 이에 비하면 일본에서의 독도 문제에 대한 인지도와 긴급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해설서가 독도를 북방 4개섬과 나란히 기술한 것은 향후 독도의 영토분쟁화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후 일본 정부는 영토 문제에 관해 이중전략을 구사해 왔다. 일본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분쟁화를 극력 피하는 한편, 러시아가 실제 지배중인 북방 4개섬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따라서 일본의 독도 정책은, 한국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를 국제적인 영토문제로 이슈화하고 궁극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 등 제3자의 중재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에 입각해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로서 외교적 교섭이나 국제적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독도 영유권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일본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함으로써 독도가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이른바 실리 위주의 ‘조용한 외교’를 기조로 삼았다. 다만 1990년대 이후 일본측이 보수우경화를 바탕으로 독도 관련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기에 우리의 대응 역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지하듯이 최초의 ‘전후 세대’ 내각으로 2006년에 출범한 아베정권 하에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개정, 애국심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개혁 등을 추진했다. 이번 해설서 개정 역시 이러한 ‘보통국가화’ 작업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하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해설서 공표에 맞추어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부, 경찰청, 동북아역사재단 등 관련 부처 및 기관을 중심으로 포괄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일본의 대응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통해 국내적으로 독도의 실제적인 지배를 공고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영토문제화 시도의 부당성을 지적해 나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독도를 순수한 영토 문제로 접근하고자 하는 일본측 논리에 대해서, 한반도 식민화와 관련된 역사 문제로서의 성격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역사·영토 문제에 관한 입장차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전후 한·일 관계가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독도 문제는 양국 관계의 구조적인 장애요인이다. 시원스러운 단기 해결이 어렵다면 실효적인 지배를 공고화하는 것이 그 차선책이 될 것이다. 이번 독도 역풍이 이제 막 심은 ‘한·일 신시대’라는 나무가 극복해야 할 잦은 바람의 하나가 될지, 아니면 그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폭풍이 될지 지켜보고자 한다. 조양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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