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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방돼야 할 지역감정/반영환 논설고문(시론)

    지방자치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34년만에 처음으로 단체장까지를 뽑는 이번 선거는 전국 곳곳에서 합동유세와 정당연설회등으로 불뿜는 열전이 가열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따라 입후보자들의 수위를 모르는 「공약」이 끝도없이 이어져나와 이것이 지방선거가 아니라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수립 47년만에 지방자치의 완벽한 실시를 실현할수 있게 된것은 놀라운 「민주주의의 개화」라고 아니할수 없다. 자유당정권의 50년대말 부정과 독재의 한국정치현실을 돌아본 한 외국기자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고 혹평한 일이 있다.그가 아니더라도 당시 한국에서의 선거이면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우리국민들은 「4대지방선거」라는 크고 아름다운 장미꽃을 쓰레기통에서 보기좋게 가꿔낸 것이다. 지나간 40여년간 우리의 헌정사를 돌아보면 선거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모양새좋은 장식품으로만 사용돼온 느낌이다.따라서 국민들은 수없이 기만당했고 국민의 주권은 번번이 약탈당하곤 했다.자유당시절에는 민의를 대신하는 「우의(오의)」나 「마의」까지도 등장해 부정선거를 연출하였다.3공·4공때는 통일주체대의원들이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도 치렀다.국민주권의 원천적 봉쇄였다.독재·군사정권시대의 왜곡되고 굴절된 선거 모습이다. 선거풍토의 개선을 위해 문민정부는 「깨끗한 선거」「공명선거」의 기치를 내걸고 통합선거법을 개정했다.「선거혁명」이라고 불릴 새 선거법에 의해 우리는 6·27 지방선거를 맞게된 것이다.『불법행위가 밝혀지면 몇번이라도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도 표명된 터이다.과거의 선거때와는 달리 후보자들의 금품공세나 선심관광,향응등 타락상은 사라졌다.선거때면 활개치던 유권자들의 금품요구등 혼탁선거 유발행위도 자제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와 개혁의 물결속에서도 여전히 되살아나는 구시대의 망령에 당혹감을 금할수 없다.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지도자들의 목청높은 발언이 그것이다.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온국민이 지탄하고 혐오하는 지역감정이라도 들춰내 이용하겠다는 것인지,참으로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선거에서의 지역감정은 지나간 시대의 아픈 상처이며 고질이다.따라서 당연히 청산되었어야 할 멍에임을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있다. 「지역등권주의」니 「핫바지론」은 지역감정을 유발하거나 여기에 호소하는 주장들이다.「지역등권주의」는 「지역할거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핫바지론」은 지역감정을 원색적으로 선동하는 표현이다. 일부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 지역도민들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있다』고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특정당 후보가 당선되면 도민의 자존심이 살아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민의 자존심과 명예가 실추된다는 것인지 납득할수 없는 억지논리다.지역감정의 심화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대립과 반목의 골을 깊게 하고 무분별한 배타성을 증폭시켜준다.그 결과 국민통합을 깨뜨리고 맹목적인 지역이기주의의 갈등만을 조성하게 된다.지난 몇차례의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지역감정이 얼마나 많은폐단과 후유증을 남겨주는지 절실하게 체험한바 있다.이제 또다시 구시대의 망령에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정치인들은 역사앞에서 부끄러움이 없어야한다.또한 역사의 먼 지평을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눈앞의 현실적 작은 이해에만 급급한 그런 정치인을 국민들은 믿고 따르지 않을 것이다.민주주의를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이번 지방자치선거를 계기로 지역감정은 이땅에서 영원히 추방돼야 할 것이다.이는 유세장의 정치인과 후보자,그리고 유권자들이 함께 이룩해야할 국가적 당위라고 생각한다.
  • 개혁을 더 확산 시키자면/강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우리나라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결같이 고쳐야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고치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그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다.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떠들어대고 있지만 실제 우리의 생활에서는 별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변화와 개혁은 그 필요성이 무시되기 쉬운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있다.사람들은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같은 생각을 갖게끔 만드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생각하여 앞장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 마련된 변화와 개혁에 대한 반박은 논리적인 근거가 모호하고 틀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매우 크다.따라서 그에 맞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와 지극한 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 광범위한데서 오는 저항이 있다.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잘 사용해 오던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앞으로는 쓸모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나,지금까지 누려온 지위나 명예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변화와 개혁에 저항하기도 한다.그런데 변화와 개혁은 이를 시행하기 이전에 그 성과가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느냐 라는 반박이 확산되기가 쉽다.따라서 이러한 주장을 극복하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혁의 필요성과 변화의 성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함과 동시에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변화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와 개혁의 목적과 철학을 확실히 이해하여야 한다.이는 특히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요구된다.다음으로 그 목적과 철학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정책적인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변화와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필요한 조직구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앞서 밝혔듯이 여러가지저항에 부딪쳐 잘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이때에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변화와 개혁부터 시작함으로써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헌신을 이끌어 내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여기에 정책결정자의 지혜와 추진주체의 전략이 필요하다. 한비자의 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옛말에 이르되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데서부터 시작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이로써 만물을 제어하고자 하는 사람은 작은데서부터 하니라.그럼으로 「어려운 것은 쉬운데서부터 꾀하고 큰 것은 작은데서부터 한다」고 하니라』 지금까지 정부는 많은 부문에서 상당한 개혁을 추진하여 왔고 또 하고 있으며,그 성과도 적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개혁이 일반국민의 생활에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한비자의 말처럼 쉬운 일부터,작은데서부터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그래야만 온 국민이 변화와 개혁에 동참하여 국가전체를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교통규칙지키기,줄서기와 같은 기본질서부터 개혁해 나가자.
  • 지역등권주의와 내각제/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등권주의라는 다소 생소한 말이 제기되더니 급기야는 내각제문제까지 거론되어 많은 국민들은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퇴한 정치지도자가 지역패권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지역등권주의로 확대하여 극복해야한다는 주장을 펼때만 하더라도 일부 우려는 없지 않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신선한 감마저 느꼈었다.그러나 지역등권주의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찾아 반복하여 주장하고 심지어 내각제개헌도 지방선거이후 공론화하여야 한다는 개헌론제기에 이르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민들을 당혹케하고 있다. 첫째,지방선거와 지역등권주의의 부조화문제이다.지방선거는 지역정치 또는 주민생활정치를 표방하므로 지방선거구역내의 지역간 등권주의로 해석한다면 선거구역내의 지역동질성을 훼손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도청소재지 이전이나 도립병원 부지선정을 두고 지역등권주의를 적용한다면 지역할거주의나 지역분할만촉진시킨다는 점이다. 둘째,전국적인 차원에서 중앙정치의 지역패권주의를 극복코자 지역등권주의가 주장된다면 이는 국가차원에서의 지역할거주의를 옹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왜냐하면 중앙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지역패권지역으로 규정하고 다른 모든 지역들이 이 지역을 견제하여 대등한 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을 확보하자는 것은 정치를 지역주의로만 편파적으로 몰고 가는 위험이 있다.선진민주정치는 지역주의가 아니라 정책,이념,정당 등과 같은 복합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지역패권주의와 함께 지역등권주의도 지역주의를 표방하므로 모두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셋째,지방선거를 통한 지방자치는 권력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정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중앙의 행정기능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여 분권화하고 지역의 문제를 주민자치를 통해 해결하므로 주민복지와 지역경제를 함께 증진코자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래의 뜻이다.지방선거와 중앙의 권력구조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할 일이다. 넷째,내각제와 지역등권주의의 잘못된 연계이다.대통령제나 내각제가 모두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제도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그렇기 때문에 국민다수가 원하면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의 개헌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내각제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지역주의 때문에 내각제로 되어야 한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불행하게도 지역감정이나 지역패권주의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이것은 정책이나 행정을 통해 극복해야할 일이지 헌법에 내각제로 고착시켜 보존해야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섯째,현실적으로 지역등권주의와 내각제를 제기한 시기와 장소가 적절하지 못하여 정치적 의혹을 유발시켰다.각 정파가 지방선거 후보공천을 마무리하면서 연합공천을 도모하고 유권자들의 후보에 대한 지지유보를 나타내는 부동표가 많은 상황에 정파간 연합의 수단으로 이것을 제기하였다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정치적 의혹을 불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여섯째,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세차례나 대통령제하의 대통령선거에서낙선하고 스스로 은퇴한 정치지도자란 점이다.본인이 은퇴는 했지만 지방선거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한후 지역등권과 내각제를 거론한 점은 지방선거 이후까지 겨냥한 고도로 계산된 은퇴정치인의 정치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얼마전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다가 여론의 표적이 되었던 몇몇 학자들의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제 지방화시대를 맞아 정치도 공급자인 정치인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인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치가 되어야 하겠다.소수의 계산된 의도나 정파의 필요가 아니라 평범한 생활인이 주체가 되는 지방자치를 뿌리로 하면서 중앙정치도 생산의 정치로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가격파괴 시대」의 한국정치가 성공적인 지방선거를 통해 21세기 첨단정보사회의 모범적인 정치로 자리잡게 되길 기대한다.
  • 시인 박두진(이세기의 인물탐구:75)

    ◎신·자연·인간을 노래한 “해의 시인”/불의·적당주의·시속과 타협 단호히 거부/독학으로 인생행로 개척한 극기의 인물/등산·수석채집 30여년… 붓글씨·서화에도 능해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넘어 산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혜산 박두진의 「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우리나라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그를 일컬어 문단은 「해의 시인」으로 부르고 있다.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인환(고대교수)은 『밤과 밤을 몰아내는 해와의 대조위에 전개되는 「해」에는 혜산이 희망하는 세계가 투영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그 세계는 꽃과 새와 사슴과 칡범과 인간이 한 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동심을 이루고 있지만 과연 현실이 기다림만으로 극복될 수 있는가,그의 시적 변모는 이러한 질문에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혜산 박두진의 시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한 줄기 정신은 신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신앙의 영향은그로하여금 인간중에서 가장 많이 고통받고 가장 위대하게 사랑한 예수의 생애를 통해 언덕과 하늘과,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집단이 감동속에 결속되고 있음을 「갈보리의 노래」로 절규하고 있다. ○“위선과 탐욕 버려야” 「마지막 내려덮는 바위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같은 치욕을,불붙는 분노를,에어내는 비애를,물새같은 고독을,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꽝꽝 쳐 못을 박고,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입맞추어 배반하고 매어달아 죽이려는,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우주의 생명과 우주의 질서」에 눈을 돌려 「이제 사물과 인간은 우주적 무도에 참여하는 하나의 과정,하나의 사건이 되고,가식과 위선과 탐욕을 버리기만 하면 누구나 생명의 환희를 체험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의 특징은 작품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추구하지 않는 점이다.86년 한 신문에 발표한 칠순기념 특별기고에서 「가난이라든가 개인적인 슬픔,사람에 대한 배반감이나 기쁨을 시로 승화시킬 수는 있다.그러나 문학은 인간 누구나가 느끼는 인류공동의 문제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로 천착하여 진실에 대한 투시력을 보여야 한다」고 논한 바 있다.즉 「시의 사상,시의 윤리,시의 심미적 창조가치는 언제나 그 창조의 주체인 시인에 의해서만 시적 진실이 획득된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개탄하면서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의 눈치를 보고 젊은 사람은 나이든 사람을 업고 나와 학연·지연을 앞세워 설쳐대는 것은 문학의 권위와 문학인의 자존심을 잃는 일」이라고 우려해 마지않았다. 혜산의 생애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일컬어 「극기의 인물」로 평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앙상하리만큼 야윈 체구에 오랜 등산과 수석채집으로 다져진 강단은 일상생활에서도 불의에 굴하거나 적당주의나 시속의 타협이 없이 무엇을 하든 정의감과 선비적 자세를 지켜왔고 그의 시의 소재들은 이런 다양한 지란을 이겨낸 심혼의 결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인 신대철은 팔순을바라보는 나이에도 언제나 꼿꼿한 자세와 순수무결한 시심을 잃지 않는 혜산을 향해 『자기초월의지를 가진 인격과 고고한 학자의 기풍과 시인의 기상을 흐트리지 않아 문단에서는 물론 대학에서도 제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고 자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경기도 안성 「고장치기」로 불리는 빈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청렴한 선비이던 선친으로부터 일찍이 한문과 붓글씨를 배우고 안성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 외엔 그는 혼자서 독학으로 인생행로를 개척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4세때 「문장」지에 등단 24세에 「문장」지의 시 추천을 거쳐 문학활동을 전개하기 이전까지 그는 측량소·경성부청·금융조합원 생활을 전전했고 45년 해방과 함께 그 당시 유일한 출판사이던 을유문화사에 입사한 것이 조지훈·박목월과 만나 「청록집」을 출간하는 계기가 된다.이후 자연과 신을 주제로 하는 시들을 끊임없이 발표하더니 60년대말부터 수석취미에 침몰하여 「돌」 하나만을 주제로 하는 「수석열전」시리즈를 「현대문학」지에 수년간 연재,지금은 「돌의 시」로써 시인만의 청복을 누리는 시기다. 서대문구 창천동 그의 집에 가보면 마당과 거실과 서재와 베란다는 「뇌뢰낙락하고 고하고 괴하면서 관용자수 한 명석」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해 있고 그의 돌에 대한 사랑은 3천여편 이르는 시작 외에도 서화나 수필에 넘치도록 표현되어 있다. 「작은 한개의 돌이 갖는 형태미와 색채미는 어떤 조각품에도 견줄 수 없는 묘막한 조형미가 갖춰져 있다.난이 정의 극치라면 수석은 의 극치,난이 부드러우면서 의연하다면 수석은 웅혼섬세하고 표일 불기이면서 차라리 성자롭다」등,그리고 「시를 쓸 때의 사무사의 맑은 마음,맑은 눈만이 석격이 심웅하고 석품이 우귀」한 것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혜산의 취미는 다양하다.시를 쓰는 것과 동시에 30년남짓 등산을 하고 난을 키웠으나 그는 이를 굳이 「취미」라고 하지 않는다.붓글씨와 서화에 능하여 앞을 향해 질주하는 듯 한 아름다운 필체는 「혜산체」로 일가를 이루고 있으나 서도를 감히 취미라고 하지 않는다.「어떤 것은 너무 높은 경지라그렇고,어떤 것은 나 자신이 족히 미치지 못해 모자라는 것을 취미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시를 좋아하면서 산을 좋아했는지 산을 좋아하다가 시를 좋아했는지는 모르나 산은 심약한 그를 「의지적 인간」으로 바꾸어놓았고 일목일초에 기울이는 정서적·감각적 운치를 알게 했으며 「한개의 돌에 얽힌 정신적 파동」은 그의 시심을 한층 심화시켰다고 돌아본다. 문단의 교분은 다양하진 않지만 월탄이 생존해 계실 때는 종로구 충신동 월탄댁에 가끔 모여 「문주반생기」의 무애 양주동,「명정사십년」의 수주 변영로,공초 오상순,연포 이하윤등 문단의 주호들과 맥주 두잔의 술실력으로 「도도한 무애의 웅변,월탄의 호통,공초의 무언,수주의 독설속에서 시를 주고받고 휘호를 치면서 철저하게 밤을 새운 이야기」는 문단사의 향기로운 추억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수석에 물을 뿌리고 돌보면서 가슴속에 들끓는 정열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그럼에도 자신을 「시인으로 자처하거나 그렇게 의식해 본 일이 없다」고 끝내 도도하다.다만 「시는 한낱 감상이 아닌 인간이 신의 손길에 의해 생명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덕윤과 경외의 념」이라는 한 평자의 말에 공감할 뿐이다.언제나 쓸 것이 밀려 있고 생각에 쫓겨 「한없이 즐겁고 한없이 탄력을 느끼면서 고양된 감정,맑은 생각,투지와 저항,여유와 절박감이 뒤섞인 속에서」 그는 총체적으로는 어떤 즐거움과 보람같은 것을 느껴왔다고 수필집 「돌과 사랑」에서 밝히고 있다. 연세대 교수 정년퇴직후엔 일주일에 두번 추계예술대 강의,그외엔 2박3일정도로 수석채집을 위한 여행길에 오르고 수석을 알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면 수석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데 지루해 하지 않는다.가족은 동화작가인 이희성 여사와의 사이에 아들만 4형제. 『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기꺼워하고 다른 사람들보다도 내부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한 워즈워스의 말은 그를 두고 적절하다.혜산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성 속에는 시가 있고 시를 상실한 사람은 인간의 순수성을 상실한 사람이며 시는 본질적으로 진실이며 선이며 아름다움이며 신의말씀」이라는 그의 시론을 시로써 실천해냈고 마지막 붓끝까지도 신과 자연과 인간의 결속을 불후의 명시로 성취할 이 시대 진정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연보 ▲19 16년 경기도 안성출신,호 혜산 ▲39년 「향현」「묘지송」등이 정지용에 의해 「문장」에 추천 ▲46년 첫시집 조지훈·박목월등과 「청록집」(을유문화사)출간 ▲48년 한국청년문학협회 시부위원장,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49년 제2시집 「해」(청만사)출간,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 ▲51∼81년 연세대 교수 ▲65년 우석대 조교수 ▲70년 이화여대 부교수 ▲81년 단국대 초빙교수 ▲86∼현재 추계예대 전임대우교수 시집 「오도(오도)」(54년)「박두진 시선」(56년),수필집 「시인의 고향」(58년),시론집 「시와 사랑」(60년),시집 「거미와 성좌(성좌)」(61년)「인간밀림(인간밀림)」(63년)「하얀날개」(67년)「청록집·기타」「청록집 이후」(68년),시론집 「한국현대시론」,수상집 「생각하는 갈대」(70년),영역시선집 에드워드 W 포이트라스역 「Sea of Tomorrow」(71년),수상집 「언덕에 이는 바람」,시집 「고산식물」「사도행전」「수석열전」,시론집 「현대시의 이해와 체험」,한국현대시문학대계 「박두진」(73년),시집 「속·수석열전」(76년)「야생대」(77년),시선집 「예레미야의 노래」,시집 「포옹무한」「하늘까지 닿는 소리」「박두진 전집」(범조사 81년)「나 여기에 있나이다,주여」(82년)「청록시집」(83년),수상집 「돌과의 사랑」「그래도 해는 뜬다」,시선집 「일어서는 바다」(86년) 「불사조의 노래」(87년),시집 「빙벽을 깬다」(90년),산문전집 「햇살,햇볕,햇빛」(91년)「박두진 전집」(신원문화사 95년) 아세아자유문학상(56년) 서울시문화상(63년) 3·1문화상 예술상(70년) 대한민국예술원상(76년) 인촌(인촌)상(88년) 지용문학상(89년)
  • 명동국립극장 살릴수 없나/반영환 논설고문(시론)

    옛 명동국립극장이 철거위기를 일단 모면했다.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건물소유주인 대한투자금융이 이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10층 사옥을 신축하려던 계획을 유보한 덕분이다.연극인을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들의 보존요청 여론을 수용한 결과다.그러나 이 결정은 잠정적인 것일 뿐,장기적으로는 정부에 매각하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일단 발등의 불은 껐지만 철거문제가 언제 또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옛 명동국립극장은 우리 공연문화의 산실이자 메카.일제 때인 1934년에 건립돼 57년이후 16년동안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립극장으로 연극과 무용공연의 요람구실을 해왔다.그러나 73년 현재의 장충동국립극장이 문을 열면서 퇴역,76년 민간에 불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명동국립극장은 공연의 산실이었을 뿐만 아니라 건축사적으로도 평가되고 있는 건물이다. 유서깊은 국립극장건물을 아무 생각없이 팔아버린 정부의 결정은 반문화적인 단견이었다.국립극장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전통극장과 현대극장이 별도로 존립해야 한다는 인식을 왜 못했을까.지나간 일이지만 안타깝다.비원앞 운니동 삼환기업자리에 있던 국악사 양성소도 72년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처분되었다.고풍스런 이 기와집은 구한말 금위영 건물로 일제 때 이왕직 아악부가 사용했으나 「재원확충」이란 구실로 팔려 하루아침에 헐려버린 것이다. 그동안 개발과 도시계획의 위세에 밀려 유서깊은 건물이나 사적이 얼마나 많이 헐려나갔는가.일제가 경복궁·경희궁등의 옛 건축물과 서대문·동소문등을 철거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해방후 우리 손으로도 「문화의 파괴」는 계속됐다.그 결과 6백년 고도인 서울은 이제 5대고궁을 제외하면 고도다운 면모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돼버렸다.파리는 가로수수종을 바꾸는데 수년이 걸렸다.시민들이 새 수종이 문화도시 파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그 신중성과 여유를 우리 사회는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옛 것은 무조건 낡고 고루하며 무가치한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그런 편견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훼손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70년대초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기세를 떨칠 때 부락공동체의 구심체인 당집과 민속의 상징인 성황당이 미신타파의 이름으로 마구 헐렸다.같은 이유로 마을어귀에 세워진 장승들도 뽑혀 불태워졌다.민중들의 기층문화인 민간신앙의 유산들이 미신으로 단죄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시행착오였다. 서울 인사동의 태화기독교 사회관이 헐린 것은 유서깊은 건물의 철거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신경한가를 잘 보여준 사례다.1938년에 세워진 태화관은 한·양식을 절충한 독보적인 건물로 건축가 강연의 작품이다.우리의 전통미를 살린,독특한 개성을 지닌 건물이었다.더구나 태화관이 있던 자리는 3·1운동 때 민족지도자 33인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역사의 현장이 아닌가.그러나 80년 이렇다 할 반대나 제지없이 태화관은 헐리고 그자리에 12층 빌딩이 신축되었다. 명동국립극장을 살리기 위해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에서는 모금운동 사적지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공시가격 6백억∼7백억원을 무슨수로 모금한단 말인가.사적으로 지정된다해도재산권침해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결국 아직은 묘책을 못찾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이같은 보존과 개발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사례를 그리스 아테네에서 찾아볼수 있다.아테네시내에는 보존해야할 유적위로 그리스정교의 성당이 덧지어진 건물이 있다.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건축물의 중첩으로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킨 새로운 발상이다.궁여지책이긴 하지만 이 방법을 명동국립극장에 적용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전통과 유서를 헐값에 팔아넘기고 허물고 나서 우리 문화는 지금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보존과 개발의 사이,그 어려운 과제를 우리는 「밀어붙이기」로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될 반문화적 악몽이다.
  • 노사화합이 외국인투자 부른다/황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정부는 제15회 신경제 추진회의에서 외국인투자의 적극유치를 위해 지자체의 외국인 기업유치에 대해 중앙정부지원을 확대하고 광주 평동외국인전용공단의 입주조건을 개선하고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예외를 인정하고 대일투자유치 사절단의 활동을 강화하고 우수외국인력의 체류상한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투자유치촉진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91년을 정점으로 답보상태에 놓여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대책이라고 본다.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고 이는 신기술개발이나 고도기술 도입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활성화되려면 정책수립에 있어서 외국기업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외국기업이 해외투자에 적극적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일본을 위시한 선진제국이 국내의 노동력 부족과 높은 임금수준 때문에 해외생산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특히 과거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산업 뿐만아니라 고부가가치산업의 생산거점 이전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부품수출·단순조립의 생산거점형이 아닌 상품수출을 대체하는 시장접근형이 증가하고 있다.더욱이 일본은 엔고 때문에 불가피하게 해외생산확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해외투자는 분명 증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해외투자지역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할 것이냐가 문제다.일반적으로 말한다면 투자국과 도입국의 산업구조,경제 발전단계 및 여건,국제 경제관계,기업의 경쟁관계 및 전략,정부의 산업·기술정책 등이 해외투자지역선정에 기준이 되고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마디로 투자환경이 좋은 나라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외국기업이 본 한국의 투자환경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임금·지가 등 높은 생산비용,높은 금융비용 및조달의 어려움,노사분규에 대한 우려,각종 행정규제 및 법제도 운영의 불투명성,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식이 그것이다.그리하여 생산비면에서는 후발개도국에,투자환경에서는 선발개도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그러나 노동력의 질적 수준,경제의 기반구조,국내시장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으므로 이를 잘 홍보하는 한편 투자장애요인을 제거내지 축소시켜나간다면 해외투자 유치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이번 정부조치로 몇가지 불리한 여건이 제거될 수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을 통한 산업평화의 정착,안정적인 사회분위기의 조성과 외국기업에 대한 국민의식의 전환이다.우리가 외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그 나라의 노사관계가 불안하다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는가.또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부드럽지 못하다면 생산거점을 그곳으로 이전하겠는가.이제 세계속의 한국을 생각할 때가 되었으니 우리도 선진형 노사관계의 정착을 앞당기고 세계인의 의식구조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많은 외국기업이 다투어 우리나라로 올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산업,기업을 선택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그런 연후에 이들을 통해 우리 기술능력을 제고하고 외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용태세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사화합과 의식개혁 모두 정부보다는 국민의 노력에 달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를 위해 노력하자.
  • 삶의 질 세계화와 지방화/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잔인한 사월」을 보내고 「축제의 오월」을 맞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어린이날,석가탄신일,어버이날을 차례로 지나면서도 대구 가스폭발 참사로 얼룩진 우리 마음의 상처는 더하기만 하다.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정치권의 국회운영을 둘러싼 당리당략적 행태는 중앙정치수준의 후진성을 재확인시켜 지방자치의 앞날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최근 일련의 일들은 한국사회의 낙후성과 미성숙을 총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다.이를 계기로 삼아 한국사회의 성숙과 내실화를 위한 각별한 국민적인 각오와 노력이 불가피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칠 앞둔 성년의 날은 한국사회전체가 성숙된 사회로 도약하는 날로 기록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결의가 있어야 하겠다.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사회단체나 모든 시민들이 스스로 조용히 자신이 맡은 일을 철저히 책임있게 수행하므로 공동체의 유지·발전은 물론 그 과정과 결과가 모든 시민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행위가 삶의 질을 높이고 시민의 인간됨과 품격을 향상시키는데 있음을 거듭확인할 필요가 있다.이런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잊고 소홀히 해 왔다. 이를 위해 첫째,정부는 개발독재체제가 추구해온 「부국강병」정책과 중상주의국가라는 목표에서 벗어나 「부민안국」의 선진민주복지국가가 새로운 목표임을 널리 선포하고 모든 공무원들은 이것을 의식화·생활화 할 수 있어야 하겠다.공직자의 무력화와 복지부동의 주요원인이 목표나 역할의 혼란에 있기 때문이다.대통령의 통치이념이 내각이나 정부기관에 파급되지 못하여 정부의 응집력이 결여되고 부처할거주의가 득세하고 심지어 정부의 통치 철학부재로까지 비판받고 있는 게 바로 이점 때문임을 정부책임자는 유념해야 한다.이것이 중추가 될 때 각 전문행정기관의 전문성은 살아나고 이들간의 조화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정치권은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지방자치를 계기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권력정치나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와 시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산적인 정치로 거듭나야한다.이것의 핵심 요체는 건전한 생활인과 참신한 전문가로의 정치세력교체를 통한 정치권의 사회통합과 문제해결의 능력향상이다. 정치인 스스로 교통·환경·안전·공해·도시문제·문화 등 시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셋째,시민의식의 폭 넓은 개혁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참여·책임·의무·권리·전문성을 함께 실천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각 직장·사회단체·가정·언론·교육·종교 등을 통해 장단기적으로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의 주체인 만큼 시민의식개혁이야말로 성숙된 사회실현을 위한 시작이며 끝일 수 있다.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다.교육개혁·시민운동활성화·언론개혁·종교개혁 등이 모두 시민의식개혁,이 모두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하여야 한다.최근에 일어났던 대구참사외에도 성수대교붕괴·항공기추락·여객선침몰·열차탈선 등 숱한 대형사건·사고들을 인재로 부르는 것도 바로 관련자들의 부주의·무책임·무능력 등이 직접적인 원인들이다.어느 사회나 역사적인 학습이 축적되어 성숙된 사회로 나아갈 때 그 사회는 발전이 이루어진다.이제 한국사회도 더 이상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충분히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이것이 잘못되어 」X세대」나 「가치파괴」의 홍수로 사회 모두가 침몰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넷째,정부와 사회는 성숙한 사회에 걸맞는 행정제도나 사회제도를 도입,정착시켜야 하겠다.안전관리체제구축과 세계로의 도약을 위한 제도의 조화,세계화와 지방화의 조화,성장과 복지의 적절한 조화,기업자율과 환경규제의 조화,과거역사와 새로운 미래의 조화 등 다양한 조화를 바탕으로 한 미래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왜 국가가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세계화와 지방화로 국가관·민족관·정부관·지방관 등 우리들의 인식과 이해관계가 크게 바뀌고 있다.시민이 앞장서는 의식과 제도의 개혁,나아가 성숙된 사회의 실현을 통해 세계화와 지방화의 시대에 시민 생활의 질이 크게 향상되길 기대한다.그것만이 왜 국가가,정치가,선거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 「선린」 거부하는 「추한 일본인」/반영환 논설고문(시론)

    우리를 격분케했던 「추한 한국인」의 저자가 밝혀졌다.박태혁이란 가공의 저자를 내세워 한국인을 「구제불능의 열등민족」으로 모욕했던,악의에 찬 베스트셀러 저자의 가면이 벗겨진 것이다.짐작했던대로 숨겨진 저자는 한국인이 아닌 일본의 우익인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외교 평론가인 가세 히데아키(가뢰영명)등이 중심이 된 「추한 한국인」제작팀의 의도는 무엇일까.말할것도 없이 한국인의 열등성을 강조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데 있다.그 다음에 노리는 것은 『그러니까 일제의 식민지지배는 정당했다』는 견강부회이다. 『조선은 수천년동안 중국의 종속국이었고 자주성이 결여돼있다.그러므로 독립국이 될 자격이 없다』 일제가 이 땅을 강점한뒤 일인 사학자들이 꾸며낸 이른바 식민지사관이다.따라서 일본의 조선합병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합방전후의 주장과 종전 50년뒤인 오늘의 주장이 일치하는데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종전50년을 맞는 일본은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아시아의 식민지국가를해방시킨 성전이었다」는 망언을 서슴없이 해대고 있다.태평양전쟁을 미화시키는 작업을 당당하게 추진한다.집권여당이 종전50돌에 선포하려던 「부전및 전쟁사죄 결의」는 다수의 의원과 우익단체·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종전후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던 식민지통치에 대한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은 요즘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망언과 사죄를 교묘하게 짜집기 해온게 전후50년의 일본이 아닌가. 역사적으로 일본은 우리에게 언제나 선린이 아니었다.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초에 이르는 1천수백년동안 왜구(위구)는 한반도를 노략질했으며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은 조선을 초토화시켰다.마침내 조선의 국권을 강탈한 일본의 한국지배는 그들이 사죄용으로 자주 쓰는 『아픔과 고통을 준』정도가 아니었다. 가혹한 경제적 수탈과 함께 우리 젊은이들을 징용으로,징병으로 사지에 끌고가지 않았는가. 그뿐 아니라 순진한 이땅의 처녀들을 강제로 끌어다 성의 노리개로 삼기까지 했다.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종군위안부」를 고안해내 아시아여성 14만명을 희생제물로 삼았다.이중 한국여성이 10만명을 넘는다.천인공노할 죄악을 저지른 일본은 이 일은 민간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보상을 외면해왔다.이것이 파렴치하고 가증스러운 일본인의 실상이다.똑같이 패전을 겪고 경제부흥을 이룩한 독일과 일본이 이웃나라에 대한 사죄는 판이하게 달랐다.일본인의 왜소함과 옹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근래에는 경제대국을 등에 업고 국제사회의 발언권이 커지자 오만한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군국주의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게한다. 일본의 「엔」은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위세를 떨치며 경제를 석권하고 있다.그러나 스위스 언론인 프리드맨 바투는 「추악한 일본인」이란 저서에서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경제의 탐욕성과 지배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파트너십은 아예 없는 것이 일본의 경제정책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한국에서의 경우는 어떤가.『상당한 투자끝에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면 일본의 생산업체는 어김없이 몇분의1 값으로 덤핑을 하고 들어옵니다.결국 부품개발을 해놓고 판로가 없어 쓰러지고 맙니다』일본기업들의 야비한 수법을 개탄하는 한 중소기업인의 말이다.공조를 모르는 일본기업의 단면을 말해준다. 「추한 한국인」처럼 일본에서 반한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는 「얼굴없는 저자」는 몇사람의 극우 지식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대다수 국민들이 이같은 극우적 부추김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그러나 일본국민들이 편견과 오만에 가득찬 극우성향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일본은 결코 우리의 선린이 될수 없을 것이다.
  • 과소비억제 국민의 몫이다/강광하 서울대 교수(시론)

    우리 경제는 제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가.8%가 넘는 성장률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그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고 낙관적인 관측을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너무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과열 우려가 있다고 비관적인 관측을 하는 분들도 있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다.문제는 이 속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경제는 단숨에 승부를 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가령 2시간30분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마라톤 선수가 선두 그룹에 끼기 위해서 무리하게 초반 레이스를 펼치다가는 완주는 커녕 중도에 탈락하거나 자신의 기록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 경제는 실력에 맞게 적정한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따라서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 속도가 적정한 것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이다.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 경제가 요즈음과 같은 속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94년에 이어 95년에도 8%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폭은 확대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고급 내구재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히 우려할 만하다.한국금융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95년의 성장률은 8%대이지만,경상수지 적자는 64억 달러,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에 이르러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소비증가율은 94년 3·4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을 앞질렀고,특히 고급가구나 자동차 등 사치성 내구재의 수입이 95년 2월중에 45.7%나 크게 증가하였다.이것은 결코 건전한 성장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또한 이것이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외채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므로 더욱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소비는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에 이를 통제하거나 조절하기 위한 수단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따라서 경제안정을 위해서도,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건전한 소비행태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국민 각자가 스스로 소비를 억제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정부의 각종 시책이 소비 촉진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실시,특별소비세 인하 그리고 시장개방 등이 모두 소비를 유발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현상만을 말한다면 이러한 지적은 옳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것은 정부 시책의 본뜻을 왜곡한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소비행태에 핑계를 제공하는 궤변에 불과하다.다만 당연히 시행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역기능을 보이고 있는 만큼,정부가 이를 상쇄시킬 좋은 방도를 강구해야 할 터인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 과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소비를 억제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튼튼해질수 없다는 자각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소비억제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는 또 한차례 소비를 조장하고 물가상승을 부추길 복병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과소비의 핑계를 대기보다 건전한 소비자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아야 한다.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우리 경제의 성패 여부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려있다.
  • 법학교육 개혁/그 선택과 실천/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법조인력양성과 관련한 법학교육 개혁안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정부가 교육개혁을 금년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한 후 법학교육의 개혁을 정책의제로 제기하면서 정부와 대법원의 입장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왔다.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고 때로는 심한 불안감마저 느끼기도 했다.두 기관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왔고 또한 국민들의 믿음이 없이는 제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국가공동체의 중추적인 기관들이기에 국민들의 우려와 염려는 그만큼 더 컸던 것이다. 다행히 공개적인 여론수렴을 거치면서 정부와 대법원이 3년제 전문법과대학원을 설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니 다소 안심이 되기도 한다.솔직히 일반 국민은 구체적인 방안의 내용보다는 법학교육의 개혁을 통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근본적으로 향상되는 것에 더 관심이 크다.법과대학원이 3년제이든 2년제이든,법과대학을 학부에 두든 말든,사법연수원과 같은 국립법과 대학원을 지역별로 두든지 개별대학에 두든지 등과 같은 각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어느 방안이거나 완전무결의 개혁안이 아니라 다소의 문제를 지니는 만큼 그 가운데 보다 나은 방안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차원에서 개혁안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들이 우려하는 점은 혹시라도 개혁안이 이해당사자들의 기득권때문에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기존의 판사,검사,변호사와 같은 사법종사자뿐만 아니라 법학교수,응시자,정치인,개별대학등의 이해관계가 전체국민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동안 사법교육개혁에 대해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일부의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하였던 힘이 개혁안의 성사를 가능케 하고 있듯이 지금부터 더욱 국민들의 국가이익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학교육개혁의 원론적 당위성에 대해서는 쉽게 국민적인 합의가 가능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기에 정책의 선택은 그만큼 어려움을 지닐 수밖에 없다.이때문에 성공적인 개혁안의 실현을 위해 정책결정과 정책집행의 기능분담이 필요한 것이다.개혁을 지지하는 힘은 모으되 반대하는 힘은 분산시키는 슬기가 발휘되어야 한다. 이제 어려운 과정을 거쳐 법학교육 개혁안이 3년제 법과대학원을 중심으로 마련되고 엄격한 기준을 갖춘 대학부터 설립인가를 하게 된다면 우수한 법조인력의 양성을 위한 책임은 대학과 사회쪽으로 넘어 오게 된다.지금부터는 대학간에 치열한 교육의 질 경쟁이 이루어지는 대학교육개혁과 법학교육개혁이 조화롭게 추진되는 쪽으로 관심을 모아가야 하겠다.대학은 자유경쟁을 통한 우수한 변호사 양성에 주력하고 기업과 사회는 이들을 보다 전문적인 소양과 자질에 따라 다양한 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직역확대를 통해 수용하며 법조계는 잘 훈련된 전문능력과 인격에 따라 임용·활용하는 기능분담을 이루어야 하겠다. 먼저 대학들은 법과대학원 설립인가 취득만이 아니라 이론과 실무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인가를 둘러싸고 지역별 혹은 대학별 이기주의가 잘못 발동되어 전국이 세력싸움의 양상으로 나타나거나 정치적 문제로 선거에 악용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겠다.이때문에도 질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 인가받은 대학도 질이 유지되지 못할 때에는 과감히 취소하는 것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법과대학원의 경우만이 아니라 일반 대학의 교육개혁도 자율 무한경쟁의 방향으로 나아가 세계대학과의 질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21세기 정보사회는 인간의 지적 자산과 정보생산이 국가발전은 물론 세계공동체 운영의 중심변수로 되고 있는 만큼 교육개혁이 혁명적인 수준에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법학교육개혁도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법학교육 개혁도 정부나 대법원의 손을 떠나 대학과 사회가 직접 나서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해소하면서 주어진 목적을 적극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겠다.이제 분열된 의견을 집약된 행동으로 모아 개혁의 열매를 맺어야할 때이다.
  • 고도 경주 내일이 위태롭다/반영환 논설고문(시론)

    천년 고도 경주의 내일이 위태롭다.개발과 번영의 기세에 눌려 유적보존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신라 천년의 도읍지로서,유적과 문화재를 가장 많이 안고 있는 경주,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10대 사적도시인 경주가 고도임을 스스로 포기하려 하고 있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라벌의 숨결이 서린 고도 경주는 80년전 일제때 이미 개발이란 미명하에 크게 훼손당했다.남의 나라를 강점한 일제가 우리 고적에 무슨 살뜰한 애정이나 관심이 있었을까.경부선 철도가 부설되고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착수되면서 경주는 만신창이가 돼버렸다.무열왕릉이 위치한 서악고분군을 도로가 갈라놓았으며 사천왕사지도 무참하게 두동강이 났다.궁성인 월성을 가로질러 철로와 도로를 내기도 했다.철저한 유적파괴가 이루어진 것이다. 70년대들어 정부에 의해 추진된 경주고도개발사업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기능성·편의성에만 치중한 이 개발은 수려한 경주의 자연경관을 망가뜨렸다.불국사 입구에도,서악고분군 경내에도 반문화적인 시멘트로 칠갑을 해놓았다.거대한고분이 밀집한 경내 소로를 시멘트로 다져놓다니.유현한 고분의 분위기를 삭막하게 망쳐놓은 것이다. 최근 수년동안 경주는 더욱 고도다운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20층짜리 고층아파트가 외곽에 들어섰고 시내 중심가에도 5층 상가가 세워졌다.경주시내에 들어서면 맞닥뜨리던 거대한 고분군이며 아늑하게 이어지는 스카이라인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경주는 지금 중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건강했던 옛날의 모습은 외부로부터의 박해에 나날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원로 문화재위원의 탄식이 실감되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고도경주는 최근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경부 고속전철이 경주시내를 관통하고 시내에 위락시설인 경마장이 건설된다는 것이다.지상노선으로 설계된 고속전철은 유적의 파괴는 물론 진동과 소음이 문화재에 치명적 손상을 줄 것이 분명하다.경마장부지는 조사결과 중요한 유적지로 밝혀졌다.경마장건설은 경주를 유흥도시화할 것이 뻔하다.이같은 위험으로부터 경주의 고적을 보존하기 위해 학계가 「고속전철 우회」와 「경마장 외곽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이와함께 한국고고학회등 16개 학회가 공동으로 지난 18일 「경주 문화재 보존」공개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학회의 세미나는 경주시민대표들의 완강한 방해로 세명의 발표자중 한사람만 겨우 끝낸채 중단되고 말았다.이들은 『누구를 위한 반대냐』라며 단상을 점거하고 세미나를 방해했다.이 장면은 문화재의 보존과 도시개발이라는 양극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현장이었다.경주시민의 주장은 「재산권의 침해,또는 제한」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주시민들이 건축물의 고도제한등 재산권행사에 상당한 불이익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이에대한 정부의 보상이나 지원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경주가 여느 도시처럼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이며 지정문화재가 밀집된 우리나라 최대의 사적지가 아닌가.경주는 경주시민만의 것도,오늘의 우리세대만의 것도 아니다.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이제 경주가 더이상 파괴되거나 훼손되지 않게 국가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은 경주를 고도답게 보존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일이다.로마나 파리,그밖의 역사적 고도가 신·구도시로 구획된 것처럼 늦었지만 우리도 그 유형을 따라야 한다.일본은 고도 나라의 도읍지인 평성궁 유적을 국가에서 사들여 수백년계획으로 조금씩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유적보존의 그 원대한 계획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부끄럽고 초라하기만 하다. 고도 경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
  • 세계화의 참뜻/강광하 서울대교수(시론)

    요즈음 「한마디」의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무슨 일이든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이냐고 묻는다.만화의 영향인지 짧막한 광고 문구에 현혹된 탓인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로 설명해야만 알아듣겠다는 태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도저히 한마디의 말로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조급하게 억지를 쓰곤 한다. 한때 신경제는 한마디로 무엇이냐는 질문이 유행하더니,최근에는 한마디로 세계화란 무엇이냐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누누이 강조해도 그저 한마디 대답만 듣고 싶다는 것이다.애써 그런 질문에 짧게 대답하다가 보면 설명이 부족하다거나 구체적 내용이 없다거나 뜻이 모호한 용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만사를 모두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그러나 이 세상에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무수히 많다.가령,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몇 천년 동안 무수히 많은 답이 제시되었어도 아직 우리 모두가 만족할 만한답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그러기에 우리는 이것 저것 힘들여 배우고 또 궁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해석하고 있는 세계화는 안에서나 밖에서나,행동하거나 생각하거나,일할 때나 놀 때나 세계 속의 한국을 생각하고 세계인의 하나로서 우리를 생각하는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과거에는 「내 코가 석자」라서 우리만 생각하기에도 벅찼지만 이제는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니,아니 그렇게 해야만 하는 단계에 도달했으니 눈을 들어 멀리 내다보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세계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총체적인 국가전략이며 시대적 요청이라고 발표하고 있다.세계화는 구체적 내용이 어떠하든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단계로 인식해야 한다.따라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또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과연 어떠한가.면담이냐 연금이냐,동행이냐 납치냐 하는 해괴한 일이 국가대사를 논해야 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으니세계화는 커녕 집안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를 세계화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중요한 것은 통합선거법의 내용이 아니라 그러한 의제를 다루는 과정이다. 세계인이 볼 때에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이 가능하냐 아니냐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오히려 이 문제를 다루는 국회가 민주적인 방법으로 잘 처리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 분명하다.우리의 선량들이 보여준 행동이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졌을지는 너무나 뻔하다.그나마 여야 합의로 모양이나마 갖추게 되어 다행이지만 실망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 화폐의 평가절상으로 뜻하지 않게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 우리 기업들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기뻐하고 있다.그러나 자세히 속을 들여다 보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이런 호기를 그냥 물끄러미 보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또 어떤 기업은 노사대립으로 주문량을 채우지 못하고 수출증대의 기회를 놓치고 있기도 하다.우리가 노력하지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를 우리 내부의 문제때문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세계화는 아니다.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우리끼리 다투는 동안에 다른 나라들이 앞서 나가면 그 뒤를 추격하는 일 또한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그런 점을 먼저 생각한다면 더더욱 단합된 모습으로 이 기회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부러워하고 그 전략을 배우겠다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많은 돈을 들여 일부러 찾아가서까지 한국의 성장은 조금도 배울 것이 없는 실패작이라고 외치고 다녀야만 하겠는가. 세계화란 우리들의 모습이 세계적인 기준에서 볼 때 부끄럽지 않고 모자라지 않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을 때 달성된다.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세계화를 위해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바꾸어 나가자.
  • 지방자치와 중앙의 정치력/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노출된 정치권의 낮은 정치력을 다시 확인한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여야 모두 국가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지방자치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치권이 보인 단견과 임기응변은 국민의 질책을 도저히 면할 수 없을 것이다.작년에 보인 시군통합과 광역시문제부터 잘못된 표본이다.근본적인 지방자치제도나 지방행정구조의 개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못하게 하고 부분적인 문제에 온 나라를 매몰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지역이기주의와 도농갈등을 해소하기는 커녕 도리어 이를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였던 점은 두고두고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정당공천문제의 경우 여·야당의 경직된 태도는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의정사상 처음으로 의장공관과 부의장사저를 강제 점유,농성한 야당의 전략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여당 또한 대통령의 외국순방기간동안 강제처리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야당을 자극한 일들은 잘한 일이 아니다.늦게나마 여야간에 협상이 추진되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배제에는 합의하고 단체장의 경우 어느 수준에서 타결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대립을 보이는 등의 우여곡절을 보였던 점은 정치력의 가능성을 보였던 일이다.정치의 선진화가 대결이나 물리력에 의한 방식이 아닌 타협과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임을 확인하면서 우리정치의 선진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협상에 의한 정국타개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정당공천문제만이 지금 온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유일한 일인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국민들은 정당공천의 장단점을 고려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지방선거이전에 정비된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먼저 지방행정 계층구조전면개편이전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제도가 성숙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중앙과 지방의 기능재배분과 행정권한의 과감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그동안도 행정적으로 많은 업무들이 지방에 이관되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과연 지방정부차원에서 필요한 일들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자치입법권과 행정감독권을 대폭 강화하여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하겠다.지난 4년간 지방의회들이 운영되면서 보인 좋은 기능들을 더욱 장려하고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자치단체장의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도 지방자치에 걸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현 제도하에서는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선출되더라도 자신의 정책공약을 집행하거나 행정업무를 집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참모들도 공직에 임용할 수 없도록 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비서외에 부단체장을 공무원 가운데 임명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선거를 통해 뽑힌 단체장이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만한 추진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지방선거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토록 제도화하여야 한다.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당초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고 있는 조치들을 폐지해야 하겠다.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정당공천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국민들은 안타까울 뿐이다.하루빨리 당리당략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하여 선진민주주의가 이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야정당이 앞장 설 수 있기를 촉구한다.「복지부동」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정치권이 정치력을 높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생산적인 정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 지방선거와 지방행정구조 개편/김석준 이화여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지방행정구조개편과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혼란스러웠던 논의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6월 지방선거는 법대로 실시하고 선거전이라도 생활권과 일치하지 않는 행정구역을 여야협의로 개편토록 일임한 것이 대통령이 밝힌 주된 내용이다.이를 계기로 여야간 정치파국을 우려했던 국민들이 다소 안도하게 된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그러면서도 개운치만은 않다.정치권이 그동안 해야할 일을 바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미봉책에 그치게 된 것이어서 아쉬움이 더하다. 지방행정조직을 감축,개편하는 것에 대하여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서도 선거일정관계로 뒤로 미루게 되었다면 문제의 본질이 크게 왜곡된 것이다.그동안 지방행정구조를 감축하고자 했던 이유는 첫째,세계화시대의 무한경쟁에 걸맞는 행정조직을 갖춤으로써 행정의 중복과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중앙정부에서 도·특별시·광역시­시·군·구­읍·면·동으로 이어지는 3층 또는 4층 구조를 축소하여 2층구조로 하자는 것이 대표적인 주장이다.읍·면·동의 행정단위를 없애는 문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지만 시·도의 폐지와 구의 준자치화 및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는 견해들이 나뉘고 있다. 둘째,기존의 지방행정구조는 조선조말 이후 일제식민통치기에 정착된 것으로 권위주의 정부의 통제감독을 위한 것이다.이 때문에 지방자치보다는 중앙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정립된 것이다.많은 선진국들이 다층구조에서 2계층구조로 변화시켜 유지하고 있음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셋째,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되면 광역과 기초의 2계층으로 구성되는데 현행 지방행정계층구조는 3계층으로 되어 있어서 지방자치와 지방행정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넷째,지방행정개혁의 차원에서 기업가형·서비스형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인물교체와 관료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며 행정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없이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다섯째,산업화이후 교통·통신·생활권의 변화가 급격하여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인구의 도시집중현상이 급속히 추진되면서 지방행정계층구조의 개혁뿐만이 아니라 지방행정구역의 전면 개편이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세계화와 지방화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서 지방행정계층구조단축과 지방행정구역개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세계화와 정보화의 전개에 따라 전세계가 시간적으로 동시적이고 공간적으로 하나의 지구촌에 살게 되면서 행정조직의 경쟁력과 민주성의 조화는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주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지방화와 민주주의를 세계화라는 추세에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 것이 지금의 국가적인 과제이다. 지금으로서는 지방선거의 완벽한 실시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통합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과 같은 정치개혁입법을 강력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집행함으로써 지방선거를 선거혁명의 표본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면 정치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강력한 실천의지란 정부와 국민이 함께 협력하여 부정선거·불법선거를 끝까지 추적하여근절시키는 일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방선거전이라도 지방행정구역개편이나 읍면동 폐지를 위한 준비작업을 추진하여야 하겠다.그리고 선거이후에 대대적인 지방행정조직과 행정구역 개편작업을 단행하여야 한다.여·야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지방행정구조개편을 경쟁적으로 추진해야겠다.더이상 국민과 역사앞에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되겠다.선거와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우리들의 후손을 위해서도 영원히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모두 시대적인 과제를 실천함으로써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성공적인 지방선거실시와 세계화및 지방화에 걸맞는 지방행정개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일 대중문화 개방 아직 이르다/심영환 논설고문(시론)

    지난주 일본의 인기가수 미야코 하루미의 내한초청공연이 정부에 의해 불허되었다.『현재의 상황으로 볼때 일본 대중가수의 국내공연을 허가 해도 좋을 만큼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체부의 불허 이유였다.그 며칠 전에는 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김태지주일대사가 『일본 대중문화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계적개방」을 주장했다.1년 전에는 공로명 당시 주일대사가 비슷한 톤의 「일본대중문화 개방론」을 펴서 찬반논쟁의 회오리를 불러 일으켰다.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개방화의 추세에 따라 일본정부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해마다 개최되는 한·일문화공동위에서도 일본측은 「개방불가 방침은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측은 「한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의 정식개방을 둘러싸고 문화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찬성하는 쪽은 두 주일대사의 주장처럼 『더 이상 미룰수 없고 또 규제를 해도 이미 일본 대중문화가 상당히 침투했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제기한다.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은 『국민정서상 아직 시기상조』라고 맞선다.『개방했을 경우 문화적 역조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지난해 11월에는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주최로 대토론회가 열려 공론화의 과정을 갖기도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핵심은 역시 우리국민들의 정서다.국민정서가 개방을 원하지 않는다면 「개방화」나 「형평」을 이유로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한·일간에는 지배­피지배라는 가혹한 침탈의 역사가 놓여져 있다.악연이라 할 이 역사적 앙금은 광복50돌을 맞는 지금도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고있는 실정이다.일본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이 앙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92년에 이 문제에 관해 각기다른 세기관에서 여론조사가 실시됐었다.그 결과는 ▲찬성 19% 반대 79% ▲찬성 21% 반대 68% ▲찬성22% 반대78%로 나타났다.지난해 문체부 산하기관이 서울시내 주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 14.6%,반대60%라는 결과를 보였으나 찬성론자들도 「5∼6년 후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특히 비디오 만화 잡지의 개방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다. 국민정서 외에도 일본 대중문화 수입개방에는 두가지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하나는 일본의 대중문화가 과연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냐 하는 관점과 개방했을 경우 우리 대중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이냐 하는 관점이다. 현재 수입이 규제되고 있는 대상은 영화 비디오 음반·가요 만화 등이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상업주의적 색채가 특히 강하며 거대자본의 뒷받침을 받고있다.일본 성인만화는 폭력과 외설의 대명사 처럼 돼있다.현재 불법복제되고 있는 일본의 저질만화들은 노골적인 성묘사와 피비린내 나는 잔혹성으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치고 있다.비디오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이러한 저질대중문화들이 우리 국민들이나 우리 대중문화발전에 무슨 유익함을 줄 수 있겠는가.물론 양질의 대중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선별수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일본대중문화의 상륙은 취약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산업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우려가 있다.우리의 문화산업 규모는 아직 영세한 상태에 머물러 있고 따라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된다면 우리의 문화산업은 설땅을 잃게 될 것이다.시기상조론의 배경도 이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뿐더러 유해한 내용인 데다 우리 문화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할 일본대중문화의 수입개방은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 중기 홀로 세우기/강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중소기업은 과연 홀로서기에 성공할 것인가.지금까지의 정책이 중소기업 「일으켜 세우기」였다면 앞으로의 것은 「홀로서기」여야만 한다. 2월9일의 신경제추진회의에서 발표된 중소기업지원 9대시책은 중소기업이 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경쟁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고 있다.이는 중소기업 홀로서기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좋은 지원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때 무엇보다 발표된 정책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이 점은 대통령도 강조한 것인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실천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아울러 다음의 세가지 사항도 유념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중소기업정책의 개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은 중소기업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며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균등화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대기업도 잘되고 국민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중요하기 때문에 지원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균형을 맞추어 주는 정책은 특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며 경쟁을 통한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퇴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선진각국의 산업정책을 보더라도 사양산업·쇠퇴기업처리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룸을 알 수 있다.그중에서는 비효율적인 기업을 무조건 지원하여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사회적 비용을 줄여 나갔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력을 기르지 못했으니 부도가 나더라도 모두 제 탓이라고 해서는 안된다.정부는 실력이 모자라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에게 기술학교에 가거나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여러가지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의 흐름 속에서 탈락하는 기업을 잘 처리하는 것이 구조조정책의 주요 목표다.특히 최근의 중소기업부도는 기업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셋째,바람직한 기업구조에 관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막연히 중소기업이 잘 되어야 대기업도 잘된다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를 밝혀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같은 사업을 크게 하면 대기업이고 작게 하면 중소기업이어서는 안된다.대기업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중소기업에는 대기업의 하청기업도 있고 대기업과 보완관계에 있는 기업도 있고 대기업과는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도 있다.각각의 기업에 대한 정책이 동일해서는 효과가 반감된다.이제는 중소기업대책도 기업형태별로 달라야 한다.예를 들어 우리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대기업위주의 성장이 불가피하다면 중소기업정책도 대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중소기업지원시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정책을 실천하는 의지가 부족한 데도 기인하지만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정립에 실패한 데도 기인한다.뚜렷한 정책방향,적절한 정책수단,그리고 확고한 정책실천으로 튼튼하게 홀로 서는 중소기업을 만들어 나가자.
  • 민의 의식 궁의 의식/장석영 논설위원(시론)

    공직자를 가리켜 흔히 공복이라고 부른다.국민의 심부름꾼이란 말이다.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공직자는 매사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국민을 무시하거나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 교통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일부 공직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과연 그들도 공복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서울시내나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제 확대실시와 승용차 10부제 시행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덕분이다.일단 규칙이 정해진 만큼 참고 지키겠다는 수준높은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결국 나 한사람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편안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데 시민들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당국자들의 생각은 그러한 협력적인 시민정신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는 데도 개선하거나보완할 생각은 않고 그저 잘된 제도라고 자랑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게다가 지금껏 있었던 교통난은 모두 시민들의 잘못 탓이고 당국의 과오 때문은 아니라는 태도다.때문에 시민들만 고통을 감내하면 된다는 식이다.불쾌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 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다.탁상공론의 주먹구구식으로 마련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시내버스전용차선은 전일제로 확대하면서 도로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차선을 무조건 획일적으로 그어놓은 곳이 많다.다른 차량이 우회전해 들어갈 수 있는 청색점선도 너무 짧아 정체를 가중시킨다.교차로에선 전용차선으로 달리던 버스가 옆차선을 가로막고 급회전하는 바람에 사고위험마저 높다.택시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전용차선제가 도로의 활용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낭비를 가져와선 안된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제가 명절때 효과를 봤다고 해서 토·일요일까지 적용한 것도 큰 오산이다.주말엔 버스운행이 명절때처럼 많지 않다는 것을 미처 생각못한 것이다.그 때문에 버스전용차선은 항상 비어 있고 차선위반만 늘고 있다.특히 전용차선 이외 차선은 운행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아 곡예운전 시범장이 되고 있다. 10부제는 어떤가.적용시간을 놓고 여기저기서 시비가 일고 있다.앞에서 교통사고라도 났을 경우 약간의 시간 차이로 본의아닌 위반을 하는 일이 있어서다.물론 시민들이 시간관념을 철저히 가져야겠지만 지금처럼 일벌백계주의 단속은 재고돼야 한다. 더욱이 당국은 10부제 실시에 앞서 대중교통수단의 서비스 향상을 기하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러나 서비스 향상은 커녕 교통요금만 올리겠다고 한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물론 버스업계의 애로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현행요금이 다른 물가와 비교해 결코 비싸지 않은 것도 인정한다.그러나 대중교통요금의 인상은 물가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일반물가의 인상과는 다르다.들리는 바로는 전용차선확대와 10부제로 버스회사 수입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그런데 서비스는 제자리고 요금만 올려서 되겠는가. 더욱 가관(가관)인 것은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당국의 엄포다.권위주의 시절의 발상 그대로다.봉사하는 자세라기보다 처벌위주의 자세다.위반자도 봉사해야 할 시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게다가 소형차는 봐주고 대형고급차만 공개대상으로 하겠단다.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겨서 어쩌자는 것인가.교통난이 어디 국민들만의 책임인가.근본적인 잘못은 교통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다.분명히 민주화된 문민시대다.아직까지 그런 발상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세계화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려면 공직자들의 의식과 발상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 「미술의 해」 풀어야할 3가지 과제 심영환 논설고문(시론)

    올해는 정부가 정한 「미술의 해」다.지난해 12월에 미술의 해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사업계획이 발표되었고 지난 16일에는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미술의 해 선포식도 가졌다.미술의 진흥과 발전에 획기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미술인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다. 조직위는 미술의 해 표어를 「아름다운 마음,아름다운 생활」「아름답게 살자」로 정하고 1년동안 서울과 지방에서 1백57건의 행사를 갖기로 했다.행사내용은 전시사업 16건,학술사업 4건,이벤트사업 9건,지역사업 1백25건으로 전시회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때마침 올해 3월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이 개관된다.세계현대미술의 제전인 이 비엔날레에서 우리나라는 25번째로 독립관을 갖는 나라가 되었고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번째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독립관의 개관은 세계속에 우리미술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다. 「미술의 해」행사는 축제중심으로 계획이 짜여져 있다.이런 행사란 원래 축제성격이 강하게 마련이다.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그나름의 효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미술의 해」가 시끌벅적한 축제만으로 시종한다면 미술진흥이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것이다.일과성 행사로만 끝나서는 안되리라고 생각한다.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속에 추진되는 「미술의 해」라면 적어도 우리 미술계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과제 몇가지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선 미술의 대중화,다시 말하면 대중속으로 미술이 파고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오늘날 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향수자를 찾아나서고 있는 추세이다.미술은 이제 화가나 극소수 애호가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이다.따라서 「생활속의 미술」이란 표현이 보편화되고 있다.인간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것이 생활미술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같은 생활속의 미술은 우리 현실에선 높다란 담장에 가로막혀 있다.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턱없이 높은 그림값이 장애요인이 된다.서양화든 동양화든 호당얼마로 매겨지는 우리의 그림값은 가히세계적이다.동양화를 서양화처럼 호당계산을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판에 찍은듯 똑같은 그림을 그려놓고 다만 작가의 지명도 때문에 호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일은 참으로 비정상적이다. 그림값이 작가의 평가기준처럼 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이런 풍토는 작가의 예술혼이 실종된 태작을 양산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우리미술의 세계화 실현이다.세계도처에서 인정을 받고 명성을 얻고있는 우리화가들은 적지않다.미국의 백남준 황규백,프랑스의 이응로(작고) 김흥수 김창렬,일본의 이우환등이 그들이다.이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화단은 외국의 미술계 정보에 어둡다.정보센터라도 설립해 세계의 미술사조나 경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해야 한다. 아울러 유능한 커미셔너를 발굴,국제전에 자주 참가시켜 충분한 경험을 쌓도록 해야만 한다.국내에서 권위있는 국제전을 개최하려 해도 국제감각을 지닌 전문가가 태부족인 실정이다.커미셔너등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세계미술에 대한 안목없이 한국미술의 독자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문제가 남아 있다.과천 서울대공원 경내 깊숙한 곳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은 부지선정이 잘못돼 있을뿐만 아니라 진입로 또한 대공원을 통과해야 하는 불편함을 강요하고 있다.공원의 놀이시설인 코끼리열차를 타야만 미술관입구에 도착하게 돼 있다.걸어서 20분거리다. 세계 어느나라 미술관이 시민의 발길을 이렇게 차단하고 있는 예가 또 있을까.사통팔달의 중심에 국립 미술관이 세워지는게 관례다.현대미술관에 전용 진입로를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89년 개관이후 계속됐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미술의 해」에 문체부는 이 숙원 하나라도 해결해주기 바란다.
  • 땅값 안정서 경쟁력 나온다/강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금융거래실명제에 이어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됨으로써 모든 경제행위가 행위당사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자율과 책임이 더욱 분명하게 되었다.이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 왔던 경제개혁의 핵심으로 많은 국민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는 쾌거라 하겠다.앞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되어 소기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더구나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부동산실명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따라서 부동산실명제의 실시와 때를 맞추어 정부는 다시한번 부동산가격의 안정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지난 몇년간 부동산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그러나 최근들어 부동산시장에서의 가격상승압력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부동산가격의 안정은 우리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이는 다음의 네가지 경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기업에 안정된 가격의 공업용지를 공급해 준다.우리나라의 공업용지 공급가격이 경쟁관계에 있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등 일부 선진국보다 더 비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기술수준은 높지 않고 인건비도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공업용지가격마저 높아서야 어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제품의 생산비가 낮아질 수 있도록,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부동산가격을 계속 안정시켜야 한다. 둘째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노사분규의 발생원인을 줄여주는 기능도 수행한다.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필요하다.그런데 노동자들의 불만중의 가장 큰 불만은 현재의 임금수준에 비해 부동산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즉 근로의 궁극적인 목표인 안락한 생활을 위한 내집 마련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물론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투기가 성행하였던 것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켰다.따라서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북돋우는 지름길이며 나아가 노사분규를 줄이는 유력한 수단중의 하나이다. 셋째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통화에 대한 수요를 안정시켜 금리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국들에 비해 국내금리가 높아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고 금리수준을 인하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통화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물가나 부동산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는 한 금리수준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리수준이 낮아질 필요가 있으며 이는 통화에 대한 수요의 안정을 통해 물가가 안정되고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넷째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의 활황을 가져와 기업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적어지게 되고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이렇게 되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더 용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의한 소득획득유인이 줄어들어 기업활동에 대한 유인이 더욱 커질 것이다.이를 통해서도 기업운영에 의하지 않고서는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주식시장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여하고 있다.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기업,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이는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통하여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온 국민이 합심하여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정부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부동산정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정당의 세계화/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새해들어 세계화를 향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대통령이 세계화를 국정목표로 제시하고 민자당도 이를 뒷받침하고자 당의 개혁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더욱이 금년에는 4대 지방선거까지 앞에 두고 있어서 민자당의 개혁을 향한 노력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정치현실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불만족을 표시하고,세계화에 가장 뒤떨어진 분야로 정치부문을 지적하고 있는 점은 정치인들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것이다.특히 기존정당에 대해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64.%나 되고 민자당 19.1%,민주당 13.2% 및 신민당 2.8%의 낮은 정당지지도를 보이는 점은 민주주의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일이다. 지난 역사의 잘못된 점은 차치하고 현 정당의 법과 제도,인적자원,집행과 운영,그리고 의식과 관행에 걸친 광범위한 문제들이 극복되지 않고는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뿌리내릴 수 없을 것이다. 정당의 세계화도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첫째,정당법이나정당관련 제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바꾸어야 한다.선진민주주의 국가의 경우에도 미국식과 영국식과 같이 서로 다른 유형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다.이들의 제도를 참고하되 우리에게는 중앙당과 지방당의 문제,정당원의 자격,정당내부조직,당내민주주의,정책개발기능,지역정당문제,공직후보선출방식 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먼 앞날을 바라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정치는 권력정치가 아니라 생산적인 생활정치를 중시하고 인간다운 삶,함께하는 삶 및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민주공동체 완성을 목표로 삼는다.중앙정치나 지방정치와 같은 국경내의 정치만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정치 또는 정치의 세계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환경,과학기술,인적교류등에 있어 지구촌화가 실현되면서 정치의 세계화도 가시화되고 있는만큼 이를 담당할 정당의 세계화는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국민정당과 정책정당을 추구함으로써 정당의 토착화를 실현함은 물론 정치세계화의 주체로 정당이 제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제도를지녀야 한다.권력유지를 위한 중앙당중심의 권위주의적 정당체제가 아니라 의회중심의 당기구개편,책임있는 생활인 중심의 정당원 확보제도,국민에 파고드는 여론수렴장치와 지방당의 자율성보장,당직경선제도,여성정치인참여할당제도,의원개인의 자율성보장제도,선진외국 정당과의 상시적 교류체제 등을 폭넓게 확보하여 책임정치의 민주정당으로 제도적인 개편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정당의 인적자원을 세계화하여야 한다.기존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매우 낮음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국회의원에 대해 전문성 불만 66.0%,청렴성 불만 80.1%,성실성 불만 66.8%,미래지향성과 개혁성 및 대민봉사성에 대해 7할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하고 있음은 심히 염려되는 일이다.국회의원이 의원외교보다는 해외관광에서 물의를 빚는 일이 많고 지방의회의원의 외유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음은 정치인의 자질이 세계화에 걸맞지 않음을 보여준다.새롭고 유능한 사회각계의 전문인들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의 내부개혁과 대안세력이 될 시민단체의활성화 역시 동시에 필요하다.여성과 생활인의 적극 참여와 더불어 기존 정계의 개편과 부분적인 「물갈이」도 병행해야 한다. 셋째,정치인의 의식과 관행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개인중심의 파벌이나 인맥을 중시하고 선거구민의 관혼상제에 모든 노력을 빼앗기는 것에서 탈피하여 긴박하게 변화하는 세계를 앞서가는 안목과 세계화된 의식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정치인이 되어야 하겠다.정치는 앞서가는 기업의 세계화를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집행과 운영에서 세계화와 지방화가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지킬 것과 버릴 것,새로 도입할 것을 잘 가려 정치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율화·인간화 및 지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의 세계화는 제도·인적자원·의식및 운영이 함께 개혁될때 성공할 수 있다.정치가 세계화의 걸림돌로 남아있지 않고 개혁의 주체로 바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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