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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와 역사 되씹기/송일 외국어대 교수·경영학(시론)

    ○예측불능시대의 해법 찾기 무인년 새해는 대란의 해이며,개혁을 향해 몸부림치는 빅뱅의 해이다.외환대란 금융대란 물가대란 부도대란 실업대란 등 전대미문의 국란시대가 전개되고 있다.한편 외환,금융,주식시장에 빅뱅 도미노가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경천동지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개혁의 바람은 이 위기가 선진국으로 가는 천로역정이라는 희망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로 편입하는 과정은 항상 외세의 개입에 따른 타율적이고 강압적이라는 부끄러운 특징을 수반에 왔다.국제통화기금(IMF)대란도 따지고 보면 외세에 의한 세계화의 빅뱅이다.IMF 구제금융의 발단이 된 외환위기는 결과적 현상에 불과하며 화근의 본질은 한국경제가 국제수준의 규범과 관행에 맞는 경쟁체질로 미리 거듭나지 못한데 있다. 앞으로 고통분담은 세계화로의 엑소더스를 위해 국민 정부 기업이 다함께 참여할 지옥훈련인 것이다. 최근 한국사람치고 나름대로의 IMF신드롬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필자가 겪는 IMF 신드롬은 오늘의 딜레머를 구한말 비운과 좌절의역사에 조명해 보는 ‘역사되씹기’이다.왜 이렇게 어리석은 역사를 후렴처럼 반복하는지 되씹으면 씹을수록 뒷맛이 쓰다.역사속에서 예측불능시대의 해법을 찾아 방황하며 반성하고 또 자성할 뿐이다. 최초의 근대조약인 강화도 조약(1876년),조미수호조약(1882년),갑오개혁(1885년) 그리고 을사조약(1904년)에 이르기까지 개방과 개혁의 역사는 우리의 국운과 장래를 놓고 외세가 갑론을박하는 타율과 굴절로 얼룩져 있다.1세기가 지난 오늘도 개발연대의 자만과 구각,악습과 시대적 오류를 우리 힘으로 털어버리지 못한 죄과를 IMF 문전에서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조선말 통상을 요구해 온 미국의 제너럴 셔먼호를 격침하고 쇄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대원군의 척화비와,외국인이 한국기업을 소유하는 것을 찬성하는 한국인이 겨우 4%에 불과하다는 지난 연말 어느 외국기관의 보고서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1세기 동안 변한 것이 없다. 이처럼 우리민족이 국제물정에 등을 돌려온 탓으로 개방과 관련된 협상은 늘 선택과 저항의 여지가 없는피동과 압박의 역사의 반복이다.강화도 앞바다에 군함을 도열시킨 구로다(흑전청융)의 무력적 위압에 의한 강화도 조약이나,지난 연말 벼랑끝 위기에 몰려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IMF 협상 사이에는 우리가 자초한 강박과 궁박의 차이 외에는 없다. 이처럼 강압적이고 수동적인 개방화의 이면은 불평등과 굴욕이며 내적인 준비없이 골육지책으로 이루어진 문호개방은 당시 제국주의 열강의 경제침탈의 발판이 되고 말았다.19세기 말 열강과 체결한 각종 통상조약의 불평등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일본이 구한말 당시 1년예산에 맞먹는 1천300원의 차관을 공여하며 제멋대로 1할의 수수료를 떼어도 우리는 말 한마디 못했다.특히 일본이 파견한 재정고문 메가다(목하전종태랑)는 화폐정리를 통해 금융을 장악하고 일본 금융제도를 조선에 연장,실시함으로써 가격기구에 의한 경제침략의 첨병역할을 십분 발휘했다. ○국채보상운동과 금모으기 이번에 세계은행(IBRD)과 IMF에서 제공한 차관조건은 이들 기관 50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불공정 사례(사상 최고의 이자율과 최초의 전후수수료 징수 등)를 남겼다.또한 신용등급의 추락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린 한국의 외채연장을 놓고 끝없이 벌어지는 외국금융기관의 탐욕이나,바닥으로 추락한 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환율 덕으로 코카콜라주식의 10분의 1이면 한국의 상장주식을 송두리째 장악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는 우리의 방만과 실책을 다시한번 뼈아프게 만들 뿐이다. 한편 일제의 예속적 차관에 저항하여 남자들은 담배를 끊어 푼돈을 모으고 부녀자는 가락지와 비녀까지 내놓아 모금하던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을 연상시키는 ‘금모으기 운동’이나 국산품 애용운동,그리고 60·70년대의 수출드라이브 역사는 반복해도 좋다고 흐뭇해하는 것도 잠시다.혹시 이것이 IMF 조건이나 심기를 또 어떻게 건드릴까 싶어 필자의 역사되씹기 신드롬은 바람잘 날이 없다. ○지원효과 극대화 노력 절실 분명한 것은 공존공영의 지구촌 자본주의 시대에 IMF는 점령군이 아닌 지원군이란 사실이다.그러나 IMF 개혁이 갑오개혁과 다르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지난날 못다가졌던 선견지명으로 우리가 자주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IMF 조건의 원론은 최단시일내에 가시적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추락한 국가신인도를 조속히 회복하는 것이 국가존립의 필요조건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충분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IMF 프로그램의 각론을 한국의 현실에 부합하게 도출할 수 있는 정부의 지혜와 협상 여백의 확보가 필요하다.피지원국의 풍토나 사정의 이해없이 일률적으로 처방된 IMF의 단칼 수술방식에 탄력성과 융통성을 제공해 지원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조기회복을 염원하는 IMF목표와 우리의 목표와 정확히 합치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 ‘경제 틀’ 다지기 전력투구를/김병국 고려대 교수·정치학(시론)

    ○고개 든 정치판 기싸움 “권력처럼 솔직한 것이 없다. 잃는 순간 자식마저 내게서 떠나가고 손에쥐는 순간 온 세상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선거에 잔뼈가 굵은 어느 정치인이 지난 가을에 들려준 말이다. 참담한 그한마디가 지금은 평범한 삶의 이치처럼 느껴진다. 신문을 읽고 방송을 듣다보면 정권교체는 이미 끝난 상태이다. ‘비대위’가 통화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인수위’가 사정까지 논하는 실정이다. 김대중 당선자가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정을 살피고 대권을 행사하는 직무대행체제가 이미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조순 총재가 차기 총리의 자질에 대해 던진 한마디로 정치권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김종필 명예총재가 ‘책임총리’로서 국정 전반에 화려하게 복귀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생각에서 던진 말인 만큼 온 동네가 시끌시끌한 것은 당연하다. 김종필 명예총재한테 발을 거는 것은 ‘시한폭탄’의 뇌관을 건드리는 것일 수 있다. 만년 2인자로서 ‘팽’만 당한 그가 자신을 총리직에서 아예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한다면 정국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방향을 잃고 정치는 갈등만이 확대되는 악순환에 놓일 수 있다. 신여권과 신야권이 총리에 대한 인선 문제로 대치상황에 내던져진다면 언젠가는 그 책임을놓고 신여권 내부에까지 갈등이 확산되고 공방이 벌어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없다. 게다가 그러한 ‘다툼’이 수면 밑에 잠복해 있는 내각제 갈등에 불을 당긴다면 정국은 헤어날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 조순 총재가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차기 정부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사실 신여권은 서로에 대한 호감보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모인 느슨하고 이질적인 세력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지분을 챙기고 ‘공신’의 반열에 서기 위한 경쟁이 신여권 내부에 잠복해 있다. 조순 총재가 던진 한마디는 바로 그러한 신여권 내부의 상황을 꿰뚫어보고 차기 정부를 마비시킬 ‘힘’이 거대 야당에게 있음을보여 주려는 경고성의 발언이다. 역시 권력은 ‘솔직한 것’인가 보다. 국민이 금반지까지 긁어모아 경제를 구하려는 위기상황에서 조차 권력은 수면 밑에서 꿈틀거리며 국민을 볼모로 삼는 기싸움을 정파 사이에 부추긴다. 국민은 그러한 기싸움을 반대한다. 차기 정부 하에서 총리직을 맡을 인사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물며 정권교체의 신화를 창조한 신여권 내부에 포진해 있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얼굴에 더 이상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만큼 주어진 총리에 대한 선택의 폭에 만족하고 뒤죽박죽인 신여권 내부의 상황을 인정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커진는 정국불안 우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오늘날 새로운 ‘사건’이 터져 정국을 더 한층 불안한 사태로 끌고갈 지 모를 위험성이다. 지금은 경제에 전념할 때이다.차기 정부에게 발을 거는 일체의 행동을 삼가는 ‘위선적밀월’의 기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그러한 국민의 걱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무조건 정치권의 ‘선처’를 기다릴 수는 없다. 오히려 언젠가는 한바탕 큰 소동이 일 것을 두려워하면서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 신여권이 논공행상과 안배원칙을 놓고 갈등하고 신야권이 거기에 끼어들어 ‘훈수’를두려고 할 정부출범기 이전에 경제재건을 방해 해온 장애물을 치워버리고 공평한 고통분담의 사회계약을 체결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인수기를 찬스로 김영삼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김대중 당선자는 그 날이 오기 전에 미리 국제통화기금 한파를 자신의 후원자로 삼아 부실은행에 손을 대고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동시에 투명한 재벌경영을 보장할 ‘틀’을 임시국회에서 마련하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 정권인수기인 지금이 오혀려 큰 일을 벌이고 끝내야 하는 황금같은 기회이다.
  • 지도층이 모범 보여라/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시론)

    ○새해 덕담 여유도 없어 1997년을 보내고 1998년 새해를 맞이하였다.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이 마냥 밝기만 할 수 없는 것은 유난히 혹독한 1997년 연말을 보내야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지난해 내내 노동법 파문이다,한보사태다,기아사태다 하여 어수선하더니 급기야 IMF 구제금융 사태로 한해를 마감하였다.어처구니 없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여 하루 하루를 힘겹게 넘기는 긴박한 국가상황을 목격하면서 국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불안해 했다. 아무리 지난난들이 다사다난했다 하라도 덕담으로 새해를 맞는 것이 우리의 풍속이나 새해에는 올 해가 지난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잔인한 해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그럴 여유마저도 잃은 듯하다.상존하는 외위기설,대량실업에 고물가시대 및 외국본의 기업사냥 예고,이 모두가 엄청난 고통을 요구하며 우리 앞에 전개될 변화들이다.이러한 변화가 몰고 올 시련을 이겨내기란 전에 없이 매우 고통 스러울 것이다.왜냐하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의 성격이 이전에 우리 사회가 겪었던 고통과는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우리 국민은 수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핍의 생활을 해왔다.그러나 그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을 품은 인내와 고통이었다.이에 비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오늘보다 못한 내일을 바라보는 좌절의 고통이란 점이 다르다.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그리고 소비의 쾌락을 경험한 이후에 오는 것이란 점에서도 그전에 경험했던 내핍의 고통과는 같을 수가 없다. 우리사회 전반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작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임금동결이나 감봉,물가고를 감수해야 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고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들은 내필 생활 익숙 지금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같은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여야 할 당사자들은 바로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아닌가 싶다.왜냐하면 이런 파국의 첫 단추는,그것이 정경유착이 되었든,정치관료사회의 부정부패가 되었든,이들에 의해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지도계층의 고통분담 실천없이 국민들의 고통만을 강요한다면 국민들이 결코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국가가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나라가 어려울 적마다 위정자들은 고통담을 호소했다.국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어 고통분담에 참여할 수 밖에 었다.국가살림을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세금을 더 냈고,사회보장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들라면 연금에 들었고,기금이 필요하다면 기금을 냈고,성금이 필요하다면 성금을 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떤 결과로 국민들에게 돌아왔는가.세금은 경부고속철도의 경우에서 보듯,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낭비되기가 일쑤였고,연금은 무책임하고 허술한 운용으로 바닥이 나 수많은 국민들의 노후의 희망을 좌절시켰고,각종 기금과 성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오리무중인 채 부패와 부조리의 온상이라는 의구심만 자아내고 있지 않은가.어디 그 뿐이가.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던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보도진의 취재대상이 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수없이 보아오면서 정치지도자들에게 실망하고 우리의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이런 국민들에게 또다시 고통분담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민들의 정치,정부에 대한 불신의 앙을 걷어내고 정치지도자들을 신뢰할 있도록 하여야 한다.그러기 위하여 적어도 고통분담의 노력이 지도층으로부터 솔선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그리고 지도층의 고통분담은 정치적 수사나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확실하고도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김 당선자 앞장 약속 환영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신년사에서 “공정한 고통분담이 이루어질 때 모든 국민이 자진해서 국난극복에 나설 것”이라며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가 고통분담에 앞장서고 그 다음에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참으로 올바른 처방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대통령 당선자가 이같은 새해 다짐의 차질없는 실천을 통해,선거에서 그를 지지해준 국민뿐 아니라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신뢰까지 얻어 이 난국을 극복해 주기를 바란다.많은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자의 새해 첫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는가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 구조조정과 저성장체제/최연종 한국은행 부총재(시론)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들간에 “실물경제에 비해 금융산업 낙후가 문제”라는 촌평이 무슨 유행어처럼 번져있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촌평이 함축하는 바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실물경제는 시쳇말로 잘 나가는 편인데 금융산업 낙후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서 실물경제라는 말을 재벌로 바꾸면 진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풀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보니 금융산업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으레 이말은 스스럼 없이 인용되곤 하였다.아무튼 이제 금융산업은 비록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타의일지라도 지금까지 논의된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강도높은 개혁을 맞게 되었다. 한편 그동안 막연히 잘 나가고만 있는 것으로 알았던 재벌들이 금년들어 줄줄이 넘어지면서 그 실상을 세상에 드러내놓게 되었고 급기야는 우리 경제를 위기국면으로까지 몰아넣고 말았다.진정 어느 쪽이 걸림돌이었는지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IMF는 여기에도 메스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요컨대 금융개혁에 못지않은 재벌개혁도 절실히 요망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재벌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다차입을 통해 우리경제의 고투자·고성장을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정서적으로 재벌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은연중 그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기관 부실문제를 경제논리대로 따져보면 그 근원은 재벌주도 성장모델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재벌 또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400%에 가까운 재벌의 평균부채비율은 금융기관 부실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견되는 저성장 체제하에서는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수지 방어에 역점 이와같이 재벌과 금융이라는 우리경제 양대축이 구조조정을 거치게 되면 우리경제 성장모델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다시 말해서 저성장체제에로 국면전환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이러한 국면전환은 거시경제의 운용면에서도 불가피하다고하겠다.통화 및 재정정책의 운용방향도 성장보다는 국제수지 방어에 역점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우리의 성장지향성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주기적으로 변동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그래서 우리는 이를 경기순환변동이라고 부르고 있다.그런데 대외거래의 적자로 외화천정이라는 제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정책적으로 강제순환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말하자면경기를 강제적으로 변동시켜 적극적으로 국제수지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러한 강제순환을 극력 기피해 온 게 사실이다.최근 예를 보면 경상수지는 1994년부터 적자추세를 나타냈고 특히 1995년 가을부터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우리는 국제수지방어 보다 성장률을 높이는 데 치중하였다.1996년 경우 경기 연착륙을 추진한 결 과경기하강기임에도 불구하고 7%에 가까운 믿기지 않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반면에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2백40억달러 경상수지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율성 발휘 기회 많아 지금 우리는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너나 할 것 없이 내심 언짢아 하고 있다.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구조조정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리고 저성장체제로 전환도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일이다.이유야 어디에 있든 자발적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얼마만큼 슬기롭게 풀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특히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저성장국면에로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우리 체질자체를 바꾸는 일이다.이것은 타의에 의존할 수 없는 일이다.자의를 발휘할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 하나의 도에 이르는 시학/최동호 지음(화제의 책)

    ◎노자에서 정지용까지 시적 논리 분석 중국 육조시대의 문학이론서 ‘문심조용’과 ‘노자’‘장자’‘한산시’등 고전을 토대로 하나의 도를 위한 시학을 모색한 시론집. ‘문심조룡’은 노장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유가의 공맹사상을 존중한다. ‘문심조룡’을 지은 유협은 이 책에서 천지자연의 이법과 인간의도가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인간은 오행의정화요,천지의 마음이다. 마음이 생겨나면서 그와 함께 언어가 확립되고,언어가 확립되면서 문장이 분명해진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이시론집은 바로 이 대목에서 암시를 얻는다. 인간을 천지지심으로본 점,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측면에 주목한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인 마츠오 바쇼(송미파초),한국의 만해 한용운과 정지용,20세기 영미시의 대가 T.S.엘리어트의 시를 각각 독자적인 시적 논리의 흐름을 따라 분석한다. 특히 유럽문학의 전통을 중시한 엘리어트는 자신의 시 ‘네 사중주’에서 ‘하나의 도’라고 할 수 있는 시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지은이의 견해.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아마 모두 미래의 시간에 존재하고/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에 포함된다… 있을 수 있었던 일과 있은 일은/한 점을 향하고,그 점은 항상 현존한다] 이 시에서 ‘한 점’은 ‘하나의 도’ 이다. 즉 엘리어트는 ‘정중동의 흰 빛’을 찾아 과거와 미래의 시들을 밝히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21세기를 향한 에코토피아의 시학’을 큰주제로 환경생태계의 위기와 그 문학적 대응을 살펴 주목된다. 지은이는 환경·생태시는 이미 문학사적 의미망 안에 포섭돼 있다고 말한다. 고려대학교출판부 6천500원.
  • 지역감정,문화동인 승화를/민용태 고려대 교수·스페인문학(시론)

    ○좋게 해석하면 애향심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동서로 지지표가 나뉘었다고 하지만,그 또한 자세히 보면 대립되는 지역 감정의 변형일 뿐이다.지역감정이란 좋게 보면 자기 고향에 대한 애정이나 고향 사람에게 더욱 마음이 가는 사람들의 성향이다.서반아에서도 안달루시아 사람과 카탈루냐 사람은 말도 안하는 경우를 본다.심지어 바스크 사람들은 나라로부터 독립하여 새 나라를 만들자고 폭탄 테러 투쟁을 한다.민족으로 보아 뚜렷한 이민족 사이여서도 아니다.서로 말이 약간씩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분리주의로 연결시킨 결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 같은 한민족이고,말도 방언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는 정도여서 내 지방 사람,저 동네 사람 하고 차별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인배적 근성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다만 미국 사람들이 동부 서부를 나누어 생각하듯이(그들은 남북전쟁까지 치렀지만),우리는 각기 자기 고장에 대한 각별한 정을 가진 민족이다.우리는 흔히 싸움을 말릴때,“어이이성을 갖고 이야기를 좀 해보자구”하며 설득한다.똑같은 말이 이제 선거도 끝나고,대통령 후임자도 결정된 마당에서 나와야 할 때이다.특히 오늘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 한파이다.외환 고갈로 빚어진 우리 경제 난국이 우리가 지금 당장 헤치고 나아가야 할 과제이다.이 어려운 시국에 우리는 과연 지역 감정이니,네 편 내 편을 가르면서,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힘을 모을 수 있을까.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닥친 돈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오늘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고생을 안해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실제로 6·25때 보릿고개에 설음도 많이 받고 살아온 근대사의 주인공들인데,우리는 너무 쉽게 고생을 잊어버렸다.외제나 양주라면 ‘최고’로 치고,비싼 것은 좋은 것,‘싼 것은 비지떡’이라는 사고를 너무 오래,너무 분별없이 생활에 적용해 온 것은 아닐까.값이나 제품은 내가 붙인 것이 아니다.내가 그것을 고르고 살 때는,나의 취향이나 선택이 중요할 수 있다.그런데,우리는 그동안 너무 남만 믿고(내 것이나 나는 믿지 않고),남이 붙여준 가격만 믿고,내 스스로의 입맛,내 스스로의 선택의 눈은 무시한 것이 아닐까. ○사대·국수주의 모두 탈피 ‘신토불이’니 ‘국산품 애용’이라는 구호도 좋은 게 아니다.내가 좋은 것이 좋다.때로는 된장도 좋고 때로는 버터도 좋다.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 경제속에 살고 있다.외국 제품이 싸고 내가 보기에 좋으면 그것을 쓸 수 밖에 없다.진정한 애국은 우리가 세계인의 취향과 구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지 품질 나쁜 것이라도 우리것만 쓰자는 시대는 지났다.그런 위선적 애국의 강요는 실효가 없다.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좋은 지도자를 모시게 되어 행운이다.냄비처럼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우리의 감정주의로 경제난국을 해결할 수는 없다.이제야 말로 실력과세계 경제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의 지역감정은 내 파를 만드는 소인배적 양식이 아니라 내 지역문화를 세계적인 명성으로 끌어올리는 데 써야 한다.예를 들어,‘광주 비엔날레’를 ‘베니스 비엔날레’ 이상으로 키우고,그 질과 특질에서 두드러진 예술성을 드러내도록 세계만방에 홍보하고 좋은 예술가들을 모셔야 한다.구라파의 작은 지방,작은 도시들도 이런 축제와 예술 행사로 세계적인 명관광지가 되었다.지방화시대에 있어서 우리의 애향심은 바로 이런 세계 관광객유치에 보다 뜨겁게 불길을 모아야 한다. 문화와 예술의 선양에는 우리의 감정주의 또한 좋은 뿌리가 될 수 있다.나라를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일은 이제 시끄러운 애국주의나 감정만으로 되지 않는다.그런 일에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좋은 계획과 책략,외교와 신용으로 착실하게 다져나아가야 한다.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절제와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자들을 믿고 따르고 힘을 모으는 차분한 마음가짐이다.1∼2년 내에도 이루기 어려운 경제안정을 하루 아침에 이루려 하거나,그러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시끄럽게 설쳐대는 나쁜 애국심이 발광하면 큰일 난다. ○지역문화 상품화 토대로 이제야 말로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경제와 안녕을 위해서,국정책임자에게 더 많은 이해와격려와 사랑을 모아드려야 한다.노래방 문화는 하루 이틀이 좋다.쉽게 울고 웃는 것이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양질의 문화와 문화인은 오래 참고 견디며,끝없이 담금질하고 가다듬는 데서 나온다.난국에 처한 우리 경제 또한 우리 모두의 양질의 문화인 되기의 바탕에서 소리없이 발돋움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위기를 호기로/조정원 경희대 총장(시론)

    김영삼 정부는 한국병치유와 신한국 건설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왔다.그러면서 금융실명제,정치개혁법 제정 등을 통하여 깨끗한 정치를 구현했고 한국의 민주화를 보다 공고히 하였다는 치적으로 후세의 역사적 평가를 받고자 했으나 개혁주도세력의 분산과함께 구조적인 한국사회의 정경유착은 물론 부조리의 만연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채 경제위기라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말았다.한보사태로 국정의 중심이 표류되면서 기아사태와 최근의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은 국제금융기구(IMF) 지원금융이 수혈되는 최대의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차기대통령과 새로 구성될 정부는 김영삼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좋은 시책은 계승하면서 개혁의 실패와 문제점을 과감히 시정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정부는 물론 기업,언론,노사,국민이 모두 피와 땀과 눈물로써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IMF지원금융에 대해서도 한국경제가 승승장구하다가 체계적인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민적 자존심이 상했다는 차원에서 그쳐야지 마치 외침이나 받은 것처럼 지나친 국수주의로 사태를 과장하는 것 역시 옳은 대응방법이 아니다.그러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는 오늘의 국가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근원적인 타개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무조건적 과거 부정 지양 먼저 정부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비효율적 행정체계를 대폭 손질하고 공무원들은 국민위에 군림했던 권위의식과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봉사행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기업은 국제경쟁력확보에 사운을 걸고 정경유착과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따른 방만한 경영을 지양해야 한다.우리 국민은 전통적인 미덕인 근검절약을 재현하여 사치·향략풍조를 추방하고 합리적이고 건강한 소비생활을 실천함과 동시에 생산현장에서의 근면을 생활화해야 한다. ○사치·낭비·향락풍조 추방 최근에 일부 몰지각한 중간상들과 국민들의 사재기 현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소비절약도 국민경제의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우리 국민들의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소비양태가 모색되어야 하며 기업은 도산을 면키위한 자구책과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나 대량감원보다는 고통분담방식으로 대량실업을 유발치 않는 것이 사회안정에 기여할 것이다.정부는 신뉴딜정책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되 IMF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여 한국의 대외적인 신인도를 제고시켜야 한다.아울러 차제에 IMF와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대미외교에 대한 근본전략도 재정립해야 한다.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은 소련붕괴와 북한위협에 대비하는 반공외교의 논리에 따라 한국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였으나 이념보다는 경제가 우선되는 오늘날에는 미국이 과거처럼 안보관계를이유로 한국의 시장개방을 늦춰주는 배려를 하지 않고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지난 6공화국의 북방외교에서도 그랬지만 김영삼정부의 다변화,다원화외교도 아쉽기는 하지만 한·미 동맹관계를 통한 협력강화의 기반위에서 펼쳐져야 한다.한국경제 위기에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미국의 보수파 인사들의 행태에서 약소국외교의 지혜는 강대국과의 감정적 대결논리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진정한 한국정부의 자주외교는 내실을 다지고 국력배양에 매진하여 외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을 갖추는 것으로 부터 출발할 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21세기의 선진한국,통일한국으로 도약코자 하는 한국에게 20세기에 마지막 고통과 인내를 시험하는 과정이라 각해야 하며,위기에도 기회는 항상 주어진다는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할 때이다. ○정부·국민 신뢰구축 필요 오천년의 역사속에서 시련과 위기를 무수히 극복하고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듯이 우리 민족은 반드시 일어설 것이며 멀리뛰기 위해 다시 웅크리며 두발을 모을 것이라는 각오로 전진해야만 한다.‘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해보자’는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연설 내용처럼 정부의 실정과 책임문제도 따져봐야겠지만 시련극복을 위한 전 국민적 의지와단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국민은 정부를 믿고 정부는 국민을 믿는 국민적 합의의 기반위에 차기 대통령과 행정부는 위기적 협력제체를 구축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민을 안심시킬수 있는 정부가 되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오늘의 난국을 해결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 어떤 후보를 뽑을 것인가/어수영 이화여대 교수·정치학(시론)

    한국의 군운을 가름할 제15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IMF한파가 한국정치에 몰아쳐 대통령 선거 유세가 완전히 움츠러 들었다.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가 전파매체에 의한 선거로 변모함에 따라 유권자들의 판단기준은 TV에 나타나는 후보의 표정과 말싸움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었다.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 TV를 통해 안방에서 대통령후보를 쉽게 비교평가할 수 있게 되었으나 유권자의 선택을 흐리게 하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TV가 우리의 감정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감정보다 냉철한 사고를 후보와 정당의 정책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후보의 표정과 말솜씨,호전성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TV에 잘 맞지 않는 후보는 그 자질이 훌륭하더라도 당선되지 못한 예가 외국의 경우에 허다하다.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감성적인 요소가 아닌 냉철한 사고로,머리로 후보를 선택해야 하겠다. 이성적으로 뽑는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의 운명은 경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달렸다.때문에 경제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정당과 후보를 그 선택의 첫째 기준으로 삼아야겠다. 그런데 후보마다 IMF의 굴레를 하루속히 벗어나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여러가지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보통사람으로서는 어떤 정책이 좋은 것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이러한 상황에서 깊이 생각할 문제가 있다.즉 경제난국을 해결하는 데 정치적 안정이 필요한지,정권교체가 필요한지에 관한 문제이다.정치적 혼란과 경제회복은 상극관계이다.정치가 혼란스러우면 투자가 줄고,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법칙이다.때문에 안정된 정치가 빠른 경제회복을 위하여는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다.어떤 정당이 집권하면 정치가 안정되겠는가? 집권을 한후 정당내 이질적인 요소,정책의 차이 때문에 불협화음이 일어 나지는 않을지, 그리고 권력구조 재편문제로 혼란은 없겠는지 면밀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치안정 가져올 사람 둘째로 후보의 언행과 약속을 믿을수 있을까?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한국관료들은 세계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다.IMF협상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 사실이 IMF측 담당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보통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아프리카 후진국 관료와 다를바 없다””고 한다.우리의 관료와 정치가들이 이렇게 불신을 받고 있다. IMF관료들이 우리 정치가를 얼마나 불신하였는가는 이들이 3당 대통령 후보 모두에게 IMF협정을 그대로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받은데서도 알 수 있다.당선이 된 후에 딴 소리를 못하도록 말이다.약속을 파기하는 사람,말을 바꾸는 사람,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언행일치·비전 주는 사람 셋째,후보가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민국을 끌고 갈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는가?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과 원대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말장난,남을 헐뜯는데 능숙한 후보는 지도자로서 믿음직하지 못하다.우리 국민이 이렇게 어려울 때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희망을 갖게하며 용기와 믿음을 주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6·25의 잿더미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민이 아닌가? 우리가 힘을 합하면 경제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그런데 이러한 국민의 결집된 힘을 하나로 모을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우리를 설득하고 따르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원칙 지킨 사람 넷째,후보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인가라는 점을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정치를 하려면 후보가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자신이 파기하는 원칙을국민으로 하여금 지키게 할 수는 없다.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민주사회에서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독선과 독재자로 변모하게 될지도 모른다. 끝으로,지도자의 건강이다.건강은 모든 것에 앞선다.건강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을 할 수 없다.대통령이라는 직무는 건강을 필수요건으로 한다.건강한 상태에서 훌륭한 판단도,그 정책을 추진시킬 힘도 나온다.5년간의 격무를 맡을수 있는 건강이 보장이 되는가라는 측면에서 후보의 건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훌륭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이 어려운 난국이 극복되기를 바란다.
  •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라/민용태 고대 교수·스페인문학(시론)

    소신지원이라는 말이 있다.내가 원하는 대학,원하는 전공과로 지원한다는 뜻이다.이 좋은 말 속에는 그러나 우리 사회의 출세지향적 야심의 목소리가 숨어있다.우선 대학에 가는 것이 우리 젊은 세대의 일반적인 성향이고,부모들이 반드시 그리 원하는 현상이고 보면 대학을 간다는 생각 자체에도 주관성보다는 사회통념,관례와 상식을 따른다는 비겁성이 있다.말하자면 대학을 가고 싶다는 주관적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그저 남들이 대학을 가니까 나도 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다. 인생이 출세를 위한 달리기 시합이라면,남들이 다 앞으로 뛰어가는데 나만 뒤처질 수는 없다.대학을 못가서 자살하는 아이들,아니면 최소한도 “대학도 못 가는 사람이 사람이냐”는 통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따라서 반드시 대학을 가야하고,그것도 일류대학 일류학과를 나와야 출세한다는 의식이 입시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일류대학까지는 그렇다치고,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일류학과라는 개념이 가장 웃긴다.예를 들어 어느 대학 법학과를 가야 일류학과에 들어갔다고 하는 생각들 말이다. ○굳이 대학을 안나와도 오늘날 우리는 생각보다는 의외로 무척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보통 ‘출세’라고 하는 양식도 무척 여러 갈래로 달라지고,우리의 출세를 향하여 뛰는 ‘달리기’종목도 수없이 많아졌다.이미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주영씨처럼 대학을 안 나았어도,우리 나라 경제를 여기까지 끌어올릴만큼 훌륭하게 된 사람도 있다.오늘에도 컴퓨터로 세계 재벌이 된 황제들은 대학을 끝내지 않은 경우가 많다.요즘 유행하는 ‘벤처 기업’같은것은 구태어 대학을 나와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예술가는 대학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었다.아직도 유럽에서는 예술가 만드는 대학이 없다.대학에서는 예술사 미술사 등 역사를 연구하고,미술가 음악가 무용가가 되고 싶으면 예술학교(예를 들어 스페인 같은 경우는 왕립 예술학교(Real Consetvatorio))로 간다.학교를 가지 않아도 좋은 시인,좋은 화가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대학이라는 간판 속에 수용하고 있지만,그것은 진정한예술성도 학문성도 의심스러운 간판 따기 제도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이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현상이다.실제 대학에서 무슨 강의를 듣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모르는 스포츠 영웅들이 대학 간판을 들고 활동한다.운동선수들이 반드시 스포츠학,스포츠역사를 연구해야 축구를 잘할수 있는지는 의문이다.그러나 박찬호 선수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영웅이 되면 그가 어느 대학 출신인지,무슨 과를 다녔는지는 아무 관심도 없다. 오늘의 세계에서 ‘출세’한다는 것이 박찬호나 백남준 정명훈 등 어느 대학 출신인가는 아무 상관 없는 다양화의 여러 갈래 길인데도 아직 우리 사회는 일류대학 일류학과,그것도 세계 명문대학의 학문 수준에 비하여 4백등이 하라는 일류대학을 가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거기 법대를 가서 고시를 패스하면 세계에서 최고로 출세했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아직 노벨상 하나,유엔 사무총장 하나 배출하지 못한 우리의 출세주의가 마침내는 우리 경제를 부도내고,오늘 세계금융기구(IMF)의 원조를 받지 아니하면지탱할 수 없는 치욕적인 상황으로까지 이끌었다. ○현실은 여전히 일류병 실제 학문이나 예술,실력과는 상관없는 간판따기식 대학진학 열기가 학문을 부실하게,예술을 부실하게,모든 것을 부실하게 만들고 마침내는 세계가 비웃게까지 만들었다.허세와 간판이 우리를 현혹시키던 때가 어제인데 이제야 우리는 실제 우리 실력이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현실을 뼈로 느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아니다.절대 아니다.대학 간판이나 허세로 세상을 헤쳐나가던 때는 끝났다.이미 다양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내실를 기하고 실력과 창의력을 키워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눈앞에 보면서,우리는 너무 많은 세월을 타성과 관행으로 살아왔다. 대학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하라.하고 싶은 전공을 택하고,그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잘 배울수 있는 전문가,전문 교수가 있는 곳으로 택하라.어느 대학,어느 과에 원서를 내야 합격할 수 있을까에만 연연하지 말라.내가 원하는 전공과에 가라.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 재미있고 힘이 덜든다.또 학문의 깊이를 이룩할 수 있다.공부는 결국 내 스스로 하는 일이다.내가 관심이 없는데 대학 이름만 명문 대학이기로 내가 배울게 있겠는가.합격이 어려울듯 보이면 기대치를 낮춰서라도,내가 하고 싶은 전공으로 택하라.
  • 조선시대 신분사연구/한영우 지음(화제의 책)

    ◎조선초 사회계층·신분이동 다룬 연구서 조선초기 사회계층과 신분이동에 관한 시론적 성격의 연구서.특히 조선초기의 신분계층구조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조선초기에는 무엇보다 노비세습제를 강화하고 양인과 노비의 혼혈과 상호이동을 막는 데 주력했다.다만 혈통에 의한 노비세습이 강요되었지만 그들의처우는 전대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국가의 적극적인 변정사업에 의해 본래 양인이었다가 노비가 된 자나 양천의 피가 섞인 자는 상당수가 다시 양인으로 환원된 것이다.양인과 노비의 구별이 중세적 신분유형에 가까운 귀속적 성격의 것이라면,양인 자체내의 신분구별은 근대적 계급유형에 가까운 성취적 성격의 것으로 볼 수 있다는게 지은이의 견해다. 이 책에서는 조선초기 양반의 개념에 대해서도 폭넓게 살핀다.조선초기의 양반은 문무 관료집단을 총칭하는 대명사로 쓰였다.문반과 무반,유품관과 서리,실직과 산직을 구분하지 않고 품질을 가진 자는 모두 양반이라고 불렀다.심지어는 아전중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인 일수에게까지도 ‘일수양반이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양반은 때로는 사대부로도 불렸다.사대부는 사,곧 5품 이하의 관리와 대부,곧 4품 이상의 관리의 합칭으로 ‘주례’의 사대부 개념을 빌어온 것이다.한편 조선초기 신분이동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던 것은 공신과 당상관,그리고 일부 참사관의 자제였다.이들에게는 문음의 혜택이 있어서 간단한 시험만 거치면 남행출사가 가능했다.그러나 고급관료가 되려면 어차피 문과와 청요직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남행출사는 초입사의 길을 유리하게 열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집문당 1만원.
  • 팔짱 낀 한국외교/조정원 경희대 총장(시론)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동북아의 세력재편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최근 미·일·중·러 4강간의 정상회담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특징적인 것은 한때 적대적이거나 불신관계에 있던 이들 국가들이 표면적으로는 모두 화해와 신뢰조성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21세기의 건설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신안보선언에 따른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제정되면서 이들의 안보협력 법위가 대만해협에까지 미치는가를 놓고 미·중 및 일·중 사이에 갈등이 노정되기도 했으나 중·일 정상회담을 통하여 이 문제는 지리적 범위가 아닌 상황의 개념이라는 선에서 임시방편적 타협을 본 바 있기도 하다. ○긴박한 한반도 주변 정세 또 지난 10월26일에는 동북아 지역국가는 물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이번 회담은 79년 1월의 등소평 방미 이후 중국의 최고 실력자가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는 의미와 동서양 최강국간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미·중 관계는천안문사태와 이등휘 대만총통의 방미로 인해 갈등이 있어 왔으나 현시점에서는 적대적 대립관계의 지속이 결코 상호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아갈 것으로 보여진다.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인권문제와 냉전의 잔재인 대만문제에 발이 묶여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실리적인 측면이 고려되었으며,중국으로서도 세계최대 개발도상국이 세계최대의 선진국과 만나는 것은 중국의 목표인 현대화와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현실적인 국력 차이를 인정하면서 미래를 위한 시간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점진적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후퇴가 감지되는 경우,미·중의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전략적 균형관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때 동북아의 세력균형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11월 1일에는 러·일 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오랫동안 러·일간에 북방 4개도서 문제 등을 두고벌어졌던 역사적 원한과 불신감이 해소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그동안 영토문제 해결 이전의 평화협정 불가를 고집하던 일본이 2000년까지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러시아가 일본과의 북방 4개도서 문제에 대한 가시적 해결을 시사함으로써 향후 러·일의 새로운 협력관계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11월 9일에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중·러 정상회담이 열렸다.양국은 60년대말 국경충돌까지 가져왔던 우수리강 유역의 국경분쟁을 종식하고 이 섬들을 공동개발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최근 동북아에서의 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한 중·러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이 지역의 세력균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양국의 의사가 합치되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정쟁 중지 21세기 준비를 그러나 이와같은 한반도 주변의 긴박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외교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김영삼 대통령은 재임기간중 활발한 정상외교를 전개하였지만 임기말과 대선정국이라는 난마에얽혀 중심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며,대선주자들 역시 대권쟁취에만 몰두한 채 이런 주변 상황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이 안타깝기조차 하다.더 늦기 전에 한국정부와 대선주자들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가이익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과거 냉전시대에 강대국간의 합의에 의한 분단의 쓰라림을 다시는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며,오히려 강대국간의 협력분위기를 최대한 이용하여 남북한 협력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특히 올 12월에는 4자 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정상회담과 주변국가와의 정상외교가 신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으므로 국가이익을 위한 최대공약수를 찾는데 정치지도자와 국민간의 합의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 시장경제 자리매김 하려면/최연종 한국은행 부총재(시론)

    우리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그야말로 10년 사이에 세계경제지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하고 말았다.미국 하버드대학의 보겔(E.F.Vogel)교수가 ‘일본이 제일이다(Japan is number one)’라고 치켜 세웠듯이 무적을 자랑하던 80년대의 일본경제는 90년대에 들어서 긴 불황의 터널을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80년대에 쌍둥이적자(재정과 무역수지적자)에다 세계최대의 채무국이라는 불명예까지 겹쳐 2류경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던 미국경제는 90년대에 들어서부터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회복,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이에 질세라 영국병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던 영국경제도 어느새 탈바꿈하여 요즘같은 세계적 금융불안에도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10년 사이에 이러한 나라들간의 명암을 뒤바꾸어 놓았느냐 하는 점이다.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규제완화,영국 대처총리의 민영화를 기점으로 양국 경제는 철저한 시장경제로 회귀,대전환의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경제효율 제고 즉 미·영의 규제완화와 민영화는 외부로부터 방해(정부개입 등)를 받지 않는 시장을 보장함으로써 기업으로 하여금 생존차원에서 비용 극소화와 기술개발 등 혁신을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사회적 경제효율을 제고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폭발(big bang),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정보통신혁명,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등과 같은 80년대로서는 아주 생소한 표제어들이 등장하였고 오늘날 미·영 경제의 변모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장경제의 중시조격인 하이에크(F.Hayek)교수의 시장경제관을 알아보면 그는 시장경제야말로 자원배분에 있어서 개인들 사이에 널리 분산 소유되고 있는 정보 내지 지식을 동원,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질서형태라는 것이다.이렇게 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은 법률적 장벽을 구축,정보내지 지식의 동원·활용을 차단·제약함으로써 시장의 유효경쟁을 저해하여 경제자원의 부적절한 분배를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이와같은 발상이 미국에서는 규제완화,영국에서는 민영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를 한 번 짚어보기로 하자.얼마전 K그룹사태의 해결방안을 놓고 왈가왈부할 때 여론에 반영된 우리의 시장경제관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아직은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심지어 일부에서는 구조조정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들어 시장경제의 시기상조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적·물적자원 배분 관건 그러나 시장경제가 범세계적인 경제질서로 정착된 오늘날 우리만이 언제까지나 요새국가로 남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글로벌(global)시대는 제도의 글로벌 경쟁시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국제적 표준에 맞는 제도를 가진 나라에는 인적,물적 자원과 자금,기술등의 유입이 촉진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유출이 일어날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국제규제완화는 국민의 일상생활의 편의도모라는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이유야 어떻든 시장경제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자원배분 분야에 관한 규제완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자원배분과 직결되는 시장진입 및 퇴출,인수 및 합병(M&A),기업분할,고용조정 등에 관한 높은 제도적 장벽은 앞에서 말한 정보 내지 지식의 흐름을 차단,사실상 시장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또한 부실한 기업공시제도,투명하지 못한 기업회계제도,전횡적인 기업지배구조 등도 정보의 불완전성을 조장함으로써 시장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과제라고 여겨진다. ○기업도 계획경제 탈피해야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내부의 자원배분이 오너의 명령과 경영자의 수용이라는 권한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설령 제도개선으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업 스스로 이러한 계획경제적 관행을 버리지 않는 한 시장경제는 크게 진전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공정한 게임·룰의 확립,지적재산권등 재산권의 보호,유효한 정보의 생산 및 유통 등 시장여건의 정비확충은 규제완화에 못지않은 시장성립 요건이다.시장경제가 만능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그렇다고 몇몇 사람들의 머리에 의존하는 계획경제나 혼합경제에 미련을 가질때는 아니라고 본다.
  • 대학문화가 살아야 하다/민용태 고려대 교수·스페인문학(시론)

    오늘의 대학과 대학문화는 다시 한번 그 의미와 중요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인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오늘 우리 사회의 경제불안과 정치불안의 해소,신학문 창달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먼저 우리 대학이나 문화재단이 돈을 많이 주고 모셔오는 세계적 석학이나 노벨상 받은 위대한 분 모시기는 한 번도 성공한 일이 없다.말하자면,한번도 일반 대학인의 심금을 울린 일도,대학인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한 일도 없다.많은 경우 몇몇 교수들,전문인들의 세미나,강연에 그치고,그 뒤 아무런 영향도 여파도 미치지 못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아직 우리 대학 문화는 수용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사회도 관료중심이고,대학 교육도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고,가정도 아직 가부장 중심,남아선호 사상이 우리의 현실이다.현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크고,어머니 교육이 아이들 교육인데도,아버지는 아버지의 권위를 지켜야 하는 것이 미풍양속이라고 한다.대학교육의 주입식 교육의 당위성은대학입시,일류 대학,학점 위주,간판 따기 등으로 구체화된 대학 교육 현장의 의식들이 보좌한다. ○대학 스스로 정체성 찾아야 대학문화란 대학인과 교수,학자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이다.말하자면 고급문화의 수용자와 생산자가 이루어가는 명실공히 한 나라 엘리트 문화의 살아있는 현장이다.그런데 이것이 민주교육의 양태인 수평적 대화성을 무시하고,교육부,대학,교수,학생으로 위계화되어 있다.아니면 학문에 있어서 미풍양속일 수 없는 어른과 아이,선배와 후배,교수와 학생이라는 카테고리에 연연하다보니,대학문화의 본질은 뒷전이다.교수는 가르치고 학점 주고,학생은 배운다는 고리타분한 위선적 양태로,세계에 유례없이 비학문적이고 비생산적인 대학문화를 지탱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문화야 말로 있는 그대로 한 나라의 젊은 문화이다.사회와 대학문화의 벽은 인공적으로 관료적이 됐다.학생운동에 있어서만 대학생들의 운동이 사회를 변혁시켜 왔다.그러나,이제 이 나라의 가장 뒤처진 측면인 학문과 문화에서 대학이 교수와 학생 중심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대학생들이 주최하는 세미나,연극,영화,기타 모든 활동에 이 나라 사회인들이 벽없이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옳다.예를 들어,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시절 전위연극,양질의 연극은 대학 연극을 통해 활성화되고 그 명맥을 유지시켰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문화’하면,“요즘 대학생들의 옷입기,음주 행태는 어떠한가” 따위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이 또한 젊은학자의 가능성을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으로 무시하는 말이다.대학은 큰 학문을 하는 곳이다.대학 문화는 문화 그 자체,학문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대화의 장이다.그것이 몰이해되고,기피되는 현상이 우리 대학문화의 가장 큰 문제이다.왜냐하면 대학문화를 젖혀놓고 한 나라의 엘리트 문화를 기대할 곳은 없기 때문이다. ○사회 모든 현상 토론의 광장 우리 대학생들이 이 나라의 정치,사회,문화의 모든 문제들을 사회인들,학자들을 동참시켜 자유롭게 토론하는 광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정치적 권력과 권위,사회적 잇속을 떠나,사람의 문제를 가장 사람스럽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궁리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는 대학생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대학 학문 예술 풍토를 활성화하고,잠들어 있는 이 나라 문화감각을 일깨워야 하는 임무는 젊은 학자,젊은 문화인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 있다.
  • 대선 절차 존중·후보 검증 아쉽다/어수영 이화여대 교수(시론)

    오늘의 정치 상황을 보는 사람들은 실망과 분노 그리고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대통령 선거가 50일도 안남았는데 언제까지 이런 혼란스런 상황이 계속되려는지 개탄 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뉴스와 신문을 펴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대선 정국이 혼미스럽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가장 주된 이유는 집권여당에 있다.집권여당이 자기당 대통령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계속해서 분파작용을 일으키는데 큰 원인이 있다.신한국당 이회창후보의 인기가 상승하고 국민지지도가 높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타났다면 오늘의 신한국당 파국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회창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로 그에 대한 신뢰와 여망에 상처가 난 후로는 좀처럼 국민 지지도가 상승하지 않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문제가 된것은 여당 사상 처음으로 자유경선을 통해 민주적인 절차로 대통령후보가 선정된 후 이에 불복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데 또 문제가 있다.민주주의는 목적보다는 절차가 더 중요하다.정권 재창출의목적이 아무리 지대하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무시하거나 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이땅에 실현될 수가 없다. ○커지는 정치불신·냉소 해방이후 우리의 역대 정권이 정권재창출을 위하여 얼마나 절차를 무시하고,법을 파괴하며,불법을 저질렀는지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부정선거를 저질렀으며,관권을 동원해 표몰이를 했고,사사오입 개헌을 했던 사실들을 모두 잊었단 말인가?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이러한 탈법과 불법을 없애기 위해 투쟁하고,거리에서 피까지 흘렸건만 또 다른 형태의 절차위반,약속파기가 나타나고 있어 한국의 민주주의 성장에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대통령후보가 선정되었으면 타정당의 후보와 대결을 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데,힘을 모으기는 커녕 기회있을 때마다 후보교체를 제기하고,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폭로책임문제로 당내분은 걷잡을 수없이 확대되어 상대방 헐뜯기,비방,폭로로 치달아 급기야 신한국당은 분당이라는 파국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양상은 정치전반에 대한 불신으로,정치인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파급되고 있다.197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닉슨 대통령 후보가 보여준 정당하지 못한 행동은 급기야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나타나게 되어 미국 유권자들이 실망하고 정치에 대해 크게 불신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발전하였다.결국 미국의 민주주의 성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기록되게 되었다.15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경선불복사건,비자금폭로에 따른 정치인들의 일련의 작태는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를 가중시키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언론·국민이 심판할때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후보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이 있어야 한다.후보들의 사생활,정치자금조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고 그냥 넘겨서는 또 다른 불행을 야기할지도 모른다.철저한 후보 검증은 언론이 맡아야 한다.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이 벌리고 있는 철저한 검증작업은 후보들이 거쳐야 할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사생활,정치자금,말바꾸기,약속파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언론의 몫이다.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검증,그리고 공정한 검증은 수준높은 정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말바꾸는 후보,약속을 파기하는 후보,정당한 방법이 아닌 수단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고,그 돈을 부정하게 쓰는 후보를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할 때 이땅에 민주주의는 조금씩 성장하게 될 것이다.
  • 본질 드러낸 김정일체제/조정원 경희대 총장(시론)

    북한은 김일성 사망이후 일종의 비상통치 체제라 할 수 있는 유훈통치기를 끝내고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으로 정상적인 국가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그러나 김정일의 당총비서 승계를 계기로 남북관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정부는 최근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대성동 주민 2명을 납치해 간 도발사건에 당혹감과 실망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유훈통치기에도 북한 김정일은 군부에 의존하면서 사실상 권력장악에 성공하였고 1994년 10월 북미제네바협상 이후 소위 통미봉남 전략에 따른 남한배제 정책을 추구하면서 남북한 관계 경색을 가져온 바 있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증가하는 등 사회일탈 조짐을 보였으나 최근 국제사회의 구조활동 등으로 식량난이 다소 호전되어 가고 있으며,한때 붕괴론이 운위되기도 하였으나 김정일 정권의 공식적 출범으로 체제도 안정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납치 남북관계 ‘찬물’ 김정일정권 자체는 과거 김일성정권의 연장이기는 하나김정일이 지난 8월 4일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한당국자와의 협상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남조선당국 태도여하에 따라’라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기대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여 한국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가졌지만 북한핵을 빌미로 한 북미협상이후에는 남한배제 전략으로 미국과의 직접적인 양자간 평화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남북한의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이행하는 평화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주체노선을 지향한다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다분히 전략전술의 측면이 농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북한은 4자회담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식량원조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예비회담을 활용하면서 본회담 의제로 주한미군철수와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회담개최를 위한 현실적 접근을 멀리한 채 경제적 실리나 명분만을 추구하는 전략적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제 유지·경제발전 동시 추구 한편,김정일정권은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나 정권초창기인 점을 감안하여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회생을 위한 개방정책을 점진적으로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남북한 공히 작금의 어려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지혜를 모아 남북경제협력 공동체를 실현하여 한민족의 도약과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나진·선봉지대와 같은 개방지역을 확대해야 하며 남북한 협력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수 있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한국과의 대화는 물론 경제적 협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의 투자가 촉진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21세기를 불과 2년여 앞둔 이 시점에서,그리고 북한의 김정일정권이 출범되고 연말이면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작금의 가변적인 상황에서 남북한 모두 힘을 모아 21세기 한민족의 번영을 위한 남북한 공동체 건설의 단초를 풀어야 한다.남북한 공히 상호간 비방을 자제하면서 7·4남북공동성명과 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돌아가서새로운 실천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빠른 송환만이 교류 단초 새로 출범한 김정일정권이 생업에 종사하는 대성동 주민을 납치한 것은 이제 새로운 남북한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우리 민족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북한 포용정책을 구상해야겠지만 북한의 김정일정권은 ‘남조선당국 태도여하에 따라’라는 조건만 제시하지 말고 4자회담을 수용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북한은 인도주의차원에서도 조속히 대성동 주민을 송환해야 하며 판문점이 긴장고조의 장소가 아니라 이산가족 재회 등 한반도 평화의 성지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 경제예측의 실상과 허상/최연종 한국은행 부총재(시론)

    우리나라에서 경제전망이 갖는 의미는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나 싶다.그것은 경제성장이나 물가 국제수지 등에 대한 전망이 선진국과는 달리 사실상 사전적정책 목표로 설정되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다보니 각계의 경제전망에 대한 관심은 높을수 밖에 없으며,언론 또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예컨대 지난주 국내 유수의 두 경제연구기관에서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하자 요즘같은 기사폭주속에서도 언론은 빠뜨리지 않고 비중있게 다루었다.역시 경제전망은 인기품목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제전망기관의 부담 또한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특히 경제성장률에 관한 전망이 실제성장률을 크게 벗어날 경우에는 여론의 질타는 매섭기 이를데 없을 정도다.기관으로서의 권위와 명성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의 신뢰성마저 실추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이런 점에서 선진국의 경우 정책당국은 웬만한 참고자료조차 일정기간동안 외부에 절대로 유출시키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다. ○오차 클땐 신뢰성 실추 지난 7월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26개 회원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모여 ‘경제예측의 정확성’이라는 의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자리에서 논의된 사항으로 흥미로웠던 몇가지를 요약해보면 먼저 1996년의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예측오차비율(클수록 정확도는 낮음)은 G7(42%)보다 신흥경제권(27%)이 오히려 낮았다.다음으로 물가전망의 예측오차비율은 예상대로 G7(10%)이 신흥경제권(1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률 전망보다 물가전망을 중요시하는 결과라고 해석된다.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물가전망은 완벽한 것으로 판명되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역시 경제예측은 과학으로서 대접받기에는 아직 어렵겠구나 싶었다.영어권 인사들간에 경제예측을 비아냥거리는 조크 하나를 소개하면 이러하다.천재라는 말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천국의 문앞에 도착해보니 세 천사가 먼저 와 있더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아인슈타인이 세 천사의 IQ를 물어 보았다는 것이다.첫 번째 천사는 자기의 IQ가 180이라고 한즉 아인슈타인은 “우리는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 토의해 봄직하다.”고 치켜세웠다는 것이다.두번째 천사가 자기는 130이라고 하자 아인슈타인은 잠깐 머뭇거리다 “우리는 세계정치에 관하여 이야기해 봄직하다.”고.세번째 천사의 IQ가 겨우 80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한참있다가 “당신은 경제전망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만을 던졌다는 것이다.경제예측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읽으면 불쾌하게 생각할는지 모르나 그저 한 번 웃고 마시길 바란다. ○신흥경제권 정확성 미미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경제권국가들의 경우 경제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은 경기순환적 요인보다는 경제내의 구조적 문제와 대외충격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오차가 크기 때문이다.1996년 우리나라 국제수지전망은 오차크기(1백69억달러)에 있어 만일 국제예측올림픽이라도 있다면 단연 금메달 감이었다.이것도 주로 반도체 가격의 급락이라는 대외충격에 의해 발생된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의 대상인 경기 전환점의 예측 또한 어려운 일에 속한다.특히 경기정점의 예측보다 경기저점의 예측은 정확도가 가장 낮다.선진국에서도 경기저점의 예측은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는 나머지 대부분 사후확인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이런 점에서 지난주에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 3,4분기에 경기저점을 통과하였다고 과감하게 선언한 두 연구기관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여도 좋을 듯하다.그리고 안 맞다고 하여 질책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반과학 한계’ 불신말자 지금까지 이야기 한 바를 정리해 보면 그동안 경제학,통계학,수학관계 학자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예측은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특히 구조적 요인이나 대외충격요인이 큰 나라일수록 정확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경제예측을 반과학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미래에 관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과거자료만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불신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과거,현재,미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자기책임하에 활용하면 그런대로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 영상매체 폐해 불감증/민용태 고려대 교수·스페인문학(시론)

    하루라도 TV를 안보고 사는 사람은 없다.하루라도 차를 안타고 사는 현대인도 없다.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대인은 차도 타고 TV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산다.소위 현대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다.그러나 차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경우는 봤어도 TV를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감성없는 차가움에 익숙 문제는 ‘사고를 당했다는 소리’도 못들어 보았다는 사실이 영상매체중독증의 위험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술을 상습적으로 마시는 사람을 우리는 알콜중독자라고 하며 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니코틴중독자라고 한다.그러나 날마다 TV를 보는 사람을 TV중독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물론 그 폐해가 잘 알려져 있지도 인식되어 있지도 않다. TV나 비디오·컴퓨터 등 영상매체가 일반화되면서 우리들은 어린이들의 시력이 나빠진다고 걱정을 하거나 전자파가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대해 경고를 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들 매체가 막상 우리의 현실 인식과 의식을 최면하고 있는 무서운 독성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마셜 맥루헌은 이미 이런 대중매체의 역기능을 통틀어 ‘차가운 매체’라고 규정한 바 있다.즉 사람의 피가 통하지 않는,몸과 몸으로 교감하지 않는 따스한 인간적 전달방법이 아닌 차가운 전달방법이라는 뜻이다.연극이나 음악회는 직접 배우나 가수가 육성으로 예술성을 전달하는 인간성이 풍부한 예술방법이다.그러나 이런 예술은 이제 ‘차가운 매체’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디스크나 TV 등 영상매체들이 더욱 ‘뜨거운 방법’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로 느껴 루소는 전통적 연극에 대해서도 ‘당랑벨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연극론을 펼친바 있다.“연극은 거짓말 이야기인데 그것을 너무 실감나게 각색하고 연기하는 통에 그런 가짜 상황에 홀랑 빠지게 만든다.그래서 울고웃다 보면 우리는 연극중독증에 빠지게 되고 마침내는 연극스러운 현실이 아니면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비인간적 사람을 만든다”고 경고하였다.말을 바꾸면 연극까지도 현실에 대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연극적인,허구스러운 것만 현실로 착각토록 병들게 만든다는 것이다.루소는 이런 허구성 감정 교육의 예술보다 차라리 시골축제가 더욱 자연스런 예술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시골축제에서는 누구에게 즐거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흥이 나면 춤추고 웃고 떠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감정의 표출이나 교감이 이루어 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루소의 기우를 넘어서서 오늘날 연극보다 그 허구성이 보다 강하고 실감나는 ‘차가운 매체’인 TV가 현대인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현대인들은 이런 허구를 날마다 보는 빈도수나 그 실감 정도가 루소가 경고한 위험성의 수백배나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즉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차가운 매체’의 노예가 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하면 인성이 마비되어 ‘차가운’ 살인자도 될 수 있다는 현실앞에 서있다. ○비인륜적 범죄에 무방비 영상매체에 나타나는 인간과 상황은 그러나 땀냄새나는 우리 주변의 사람이나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브라운관을 통해 보이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그 사람과 같을 수는 없다.‘차가운 매체’가 만들어 내는 스타들은 모두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TV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이런 만들어 낸 현실이나 실감나는 허구에 중독되어 막상 더럽고 땀냄새나는 현실이 눈앞에 닥치면 이건 사람 살만한 현실이 아니라고 믿어 버린다.소파에 편히 누워 겪는 브라운관 속의 가상현실을 진짜 현실이라고 믿고 그 안의 사실이 진짜 사람이 사는 현실이라고 계속 착각하고 산다.그래서 실제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세상살이는 하찮고 귀찮고,불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과보호로 자라난 우리 젊은 세대에 심할수 있다.실제로 땀 흘려 가꾸어본 경험이 없는 신세대는 쉽게 환상에 빠질수 있다.박나리양의 유괴살인사건은 우리 모두를 슬픔에 젖게 했다.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8세의 임신녀가 용의자라는 데는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한다.우리 사회가 영상매체에 중독되어 있는 한 ‘차가운 범죄’는 막을 수가 업다.‘따뜻한 인간성’이 넘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대책이 절실한 시점에 우리는 서있다.
  • 룰 어긴 정치인 준엄한 심판을/어수영 이화여대 교수(시론)

    우리나라 사람들중 2∼3년전에 있었던 정당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치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이 수도 없이 생성되었다가 없어지곤 한다. 전두환정권 7년동안 새로 결성되었거나 사라진 정당수는 무려 24개이고,노태우정부 5년동안은 22개이며,문민정부 4년반동안은 18개나 된다.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 등장한 정당수는 무려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이러한 현상의 근본원인은 우리나라 정당이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 공당이라기보다 개인 보스중심의 (사당)이기 때문이다.특정 보스휘하에 모여있는 추종인물들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이합집산이 가능하다. 과거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모았던 정당들은 당권경쟁에 패하면 자기 휘하 추종자들을 데리고 딴살림을 차린 예가 우리 정당사에 수도 없이 많다.4·19 이후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당권과 정권경쟁으로 민주당과 신민당으로 갈라섰으며,1965년 한일협상 무효화 투쟁과정에서 당권경쟁으로 야당인 민중당은 출범 9개월만에 또 분열되어 신한당을 낳게 되었다.전두환정권 말기 민주화투쟁세력은 또 다시 분열해 김대중의 평민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보스 중심의 사당만 난무 이러한 분파현상은 과거에는 야당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와서는 집권여당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집권여당인 민자당에서 김종필씨는 자기 추종세력을 이끌고 자민련이라는 딴 살림을 차렸으며,더욱 최근에는 이인제씨가 여당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에 불복하고 자기 추종자를 이끌고 또 딴살림을 차리려는 사태가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정당정치의 후진성이며,우리 정치인의 병폐이다.정당정치가 발달된 선진국 영국이나 미국에서 정당의 이름이 과거 수십년동안 바뀐 적이 없으며,하나의 정당아래 여러 정파가 자유경쟁을 하여 정권을 재창출하고 있다.당권경쟁에서 졌다고 딴 살림을 차린 예를 볼 수 없으며,대통령후보지명에 패했다고 뛰쳐나가 딴 살림을 차린 예를 찾아볼 수가 없다.당권경쟁 후보경쟁에서 패배했으면 차기를 기약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여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너무 관대한 국민과 언론 정당정치가 발달한 사회에서 분당이나 탈당 이합집산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이 무섭기 때문이다.후보경쟁에서 패배한 정치인이 딴 살림을 차리는 경우는 그 정치인은 정치를 할 생각을 그만 두어야 한다.국민들이 준엄하게 심판하여 정치에서 물러나게 하기 때문에 당의 규칙을 지키고,정치인들끼리의 약속을 지키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국민과 언론이 너무나 관대하다.제도와 관행,약속을 안지켜도 우리 국민이 표로 심판하지 않는다.정치는 항상 그래온 것인양 약속을 안지켜도,법을 어겨도,관행을 파괴해도 표로 심판하지 않는다.전파매체도 이런면에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당위적이고,정론적인 측면에서 이합집산을 다루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도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더 부추겨서 흥미유발적인 기사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있는 지도 모른다. ○이제는 표로써 보여줄 때 우리 정당의 이합집산이 이처럼 자유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사회가 보수편향적인 이데올로기로 정당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어느 정당이든 반공이데올로기,민주화,경제발전지상주의와 같은 비슷한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누구와 합쳐도 이념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크게 갈등과 모순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권력이 있는 곳,당권이 있는 곳을 향하여 헤어졌다,합쳤다 자유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이합집산,딴 살림차리는 현상,정치가끼리 한 약속을 파기하는 행동은 결국 국민이 표로 막을수 밖에 없으며,언론의 큰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 긴박한 주변정세와 안보 현주소/조정원 경희대 총장(시론)

    최근 한 국제세미나에서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케네스월츠는 21세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극체제가 재현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탈냉전 이후 안정을 보이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동북아시아의 세력구조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으며,미국과 일본은 무서운 잠재력과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역내 강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을 겨냥하여 작년 4월에 신 미·일 안보선언을 발표하였으며 이달 말에는 21세기 군사협력관계를 규정하는 방위지침(방위지침)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일의 새 방위지침에서 유사시 미·일군사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어디까지 설정될 것인가를 놓고 중국은 물론 관계국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중에 가지야마 세이로구 일본관광장관은 “미·일 신안보선언의 대상에 대만해협도 포함된다”는 발언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최근 중·일 국교정상화 25주년에 맞춘 양국의 정상회담에서 강택민주석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대만해협에서 유사시 일본이 미국을 도와 개입하는 방향으로 연결된다면 중국정부와 인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미·일 방위지침 ‘남의 집 불’ 그러면 신 미·일 군사협력의 범위와 직접 연관을 갖고있는 실질적 당사자로서의 한국은 이 문제에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한국은 북한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의 합동군사훈련을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권에 관한 사항인 만큼 반드시 사전에 논의하고 동의를 받을 것을 분명히 요구해야만 한다.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거물급 인사 두명이 방한했다. 국방차관보를 지내고 지난 94년에 발표된 21세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보고서(EASR)작성을 주도한 조셉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은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기본전략으로서 미군의 전진배치,각국과의 쌍무협정체결,다자간 안보협력 그리고 중국문제에 대한 건설적 개입(Engagement)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안보와 경제에 기여할 것을 역설한 사람이다. 그는 동아시아 안보와관련하여 특히 중국의 부상을 주목하면서 중국이 21세기초에는 세계 제2 경제대국이 될 것이며,한반도 문제를 비롯 아시아 여러 지역 분쟁의 사태해결에 있어 중국과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소위 중국위협론에 대한 중국포용과 협력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자국 실익 챙기는 주변4국 한편 남북한과 미국·중국간의 4자회담이란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앤터니 레이크 전 미국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은 내한 강연에서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북한 붕괴시의 막대한 통일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악몽’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넘보면서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영향력 행사를 기도하고 있고,러시아는 미·일 동맹강화에 따른 중국과의 전략적 협조관계를 모색하여 한반도에 대한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강대국들이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현상유지를 선호하면서 자국의 이익에 따라 유리한 세력재편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관계는 아직도 답보상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진흙탕 대선다툼 지양을 지난 9월18일은 북한의 강릉 잠수함 침투 1년이 된 날이다.과연 그 당시에 비해 한국의 안보불감증은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목하 우리는 ‘대선정국’이라는 정치적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상대방의 흠집찾기에 골몰하고 어설픈 TV정치시대의 개막에 따라 갑자기 탤런트가 되어 연출하는 장면들이 너무나 어색하기만 하다.이제 대선후보자들은 진흙탕의 혼탁한 싸움을 지양하고 한반도를 향해 요동치는 주변강대국들의 위협이라는 거센 파고를 헤치고 21세기의 통일한국,경제대국,문화강국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놓고 진정한 지혜의 경쟁을 해야할 때이다.
  • 신세대문화에 맞는 선거운동을/민용태 고려대교수·스페인문학(시론)

    15대 대통령선거를 100여일 남겨놓고 이번 여름 우리사회는 ‘임금님’선거 열기에 휩싸여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이 와중에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정치개혁이 여야간에 특위가 구성돼 법개정을 놓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문제가 바로 선거에 설치는 돈 바람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원하는게 돈이고,‘돈 안드는 선거’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싫다고 하면,이 사회에 살 권리가 없다.그렇다고 돈으로 민심과 표를 사려고 들면 용서할 수 없다.선거에는 직간접적인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게 마련이다.조직이 없는 후보가 선거에 성공할 수 없듯이,돈 없는 후보는 아예 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그러니까,‘돈 안드는 선거’를 갈망하는 우리는 선거에서 낙선을 갈망하는 우리라는 말이 된다. ○‘저비용 선거=낙선’의 역설 이런 역설적이고 갈등스러운 과제를 우리 사회는 캠페인이나 ‘부정선거방지운동’으로 대응하고 있다.예를 들어 ‘뇌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선거자금 안받고 안 주기 운동’을 펼친다고 할 때,과연 이런 운동이 이 사회의 돈에 관한 이런 역설적 현실을 얼마나 막아낼수 있을까.이런 운동자체가 또다른 형태의 정치세력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되지는 않을까.이런 운동 또한 돈과 조직이 없으면 팸플릿 하나도 배포할 수 없으니,그냥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TV를 통한 선거운동으로 제한하고,대중집회를 줄이는 방안이 이야기되었던 걸로 안다.유권자를 만나고 모이게 하는 데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많이 보아온 우리이기 때문이다.어떻든 이런 ‘돈 안드는 선거’에 대한 입법은 시급하다.“법은 어기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고는 하나 법이 만들어지면,우선 국가경제와 입후보자들의 부담을 줄일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무차별한 경쟁심리에서 무한정하게 들어가는 돈은 나라를 위해서는 물론 어느 후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따라서 모든 정치인들,후보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서로 돈 안드는 방향으로 선거를 치를 궁리를 모색해야 한다. ○∼말자식 캠페인 안먹혀 그러나 여기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 정치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다.그것은 “부정선거를 하지 말자!” “돈 선거를 하지 말자!”는 식의 지금까지의 ‘사회 바로잡기’식의 동의가 아니라,변화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읽을줄 아는,당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제의이다.선거에서는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돈을 받지 말라”고 명령해서는 안된다.또한 당선에 혈안이 되어 있는 후보들에게 표를 얻을 수단을 전부 포기하라고도 할 수 없다.그러나 돈을 받고도 그 후보에게 안찍는 사람이 많아가고,대중집회나 대세몰이 같은 어수선한 바람에도 바람을 타지 않는 국민들이 많아질 때,정치가는 그 생각과 선거전략을 바꿀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은 세대에 따라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고 보여진다.크게 나누어서 40대 중반 이후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의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대부분의 여성유권자와 젊은 세대의 정치나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기성세대보다 낮고,그 평가 기준도 현저하게 다르다.이들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욱 예민하며,집단적 분위기보다 개인적인 취향을 존중하는 성격이 있다. 우리의 기성세대는 대가집 잔칫집에 가서 한데 어울리고 선거판에서 막걸리에 취하던 기억을 산다.마을에 라디오 한 대가 있으면 온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여 듣던 세대이다.그 뒤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동네에 활동사진을 집안에서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기계가 들어왔으니,저녁 먹으면 너도 나도 텔레비전이 있는 집으로 모여 들었던 세대들이다.따라서 당시의 구호처럼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는 의식이 이들에게 있다. 그 뒤 이런 의식은 학생운동이나 노조운동으로 스며들어 명맥을 유지해왔으나,거기에는 이미 정치수업이나 집단 이기주의적 성향이 스며든다.말하자면 개인의 영웅주의적 의식이나 우리 모두에게 이익되는 일을 하자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합치된 것이다.젊은 세대는 이미 혼자 라디오를 듣고 집안에도 텔레비전이 두서너 개 필요한 세대이다.선거에 임하는 태도도 대세에 연연한다기 보다는 개인 선택에 익숙한 편이다. ○세대별 감성파악이 관건 지금 치러지는 선거는 이런 의식을 가진 신세대와 여성 인구가 과반수를 훨씬 넘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돈 많이 드는 대중집회나 동창회 따위의 ‘집단 마음 사기’보다는,매스컴이나 텔레비전에서의 이미지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게 된다.오늘 선거는 조직과 돈도 중요하겠지만,새 시대의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문화수업이 크게 승패를 좌우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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